1. 개요
범인 김태화(좌)와 조경수(우) |
당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과 같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조경수와 김태화[3]는 1990년 1월 2일 광주에서 주점 여직원을 살해한 혐의로 수배 중인 상태에서 해당 범행을 저질렀다.
2. 사건 내용
가게 내부부터 출입구까지 벽면에서는 온통 사람의 피묻은 손바닥 자국이 찍혀 있었는데 피해자들이 흉기에 찔린 상태에서 얼마나 필사적으로 도망가려했는지를 짐작케 했다. 현장 상황과 피해자들의 상태를 종합해볼 때 범인은 가게 밖으로 나와 계단을 타고 필사적으로 도망가는 피해자들을 다시 가게 안으로 끌고 들어가 살해한 셈이었다.
당시 현장이 얼마나 잔인했는지 경찰이 사건현장을 보고 구토를 할 정도였으며, 피해자들은 단순히 칼에 찔린게 아니라 살점이 다 떨어져 나가고 그나마 붙어있는 피부는 너덜대 뼈가 다 보일 정도로 제대로 된 시신이 없었다 한다.
룸살롱 주인의 증언에 따르면 1월 28일 밤 9시경 스포츠머리를 한 청년 2명(25세 전후로 추정)이 위에서 마지막으로 생존했던 여종업원 한 명과 1시간 가량 술을 마신 후 나갔다가 밤 11시 40분경에 다시 룸살롱으로 와 외박을 요구했다고 한다. 해당 여종업원이 애인이 있다고 거절하자 2명은 해당 여종업원에게 후환이 있을 거라는 협박을 한 후 술집을 나갔다. 29일 0시 30분 경 주인은 귀가한 직후 불안한 예감에 룸살롱에 전화를 걸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아 옆건물에서 당구를 치고 있던 아르바이트생에게 확인을 요청했으나 이 아르바이트생 역시 살해당하고 말았다.
경찰은 서울구로경찰서 오봉파출소에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경상도 말씨를 사용하는 조경수와 전라도 말씨를 사용하는 175cm 전후의 김태화를 용의자로 지정하고 추적했다.
3. 이전의 범행
조경수와 김태화는 전남 나주 출신으로 고향 선후배 사이였으며, 1985년 3월 강도 행각을 벌여 특수강도 혐의로 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1989년 5월 석가탄신일 가석방으로 인천 소년교도소에서 출소한 상태였다.출소 후 이들은 처음엔 각자의 길을 가다가 ‘3000만 원을 모아서 술집을 차리자’며 또 다시 뭉치게 되었고, 이때부터 강도짓을 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1990년 1월 2일 광주의 백양룸살롱에서 술을 마시다가 동석한 여종업원이 말이 너무 많은 데다가 ‘범죄형으로 생겼다’ ‘마음에 안든다’는 말을 한다는 이유로 옷을 모두 벗기고 흉기로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또 종업원의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온 술집 여사장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히고 달아났다.
이들은 이 사건으로 지명수배되었으나,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샛별룸살롱 살인사건을 저질렀다.
4. 도주 및 검거
조경수와 김태화는 도피하던 중 돈이 떨어지자 다시 서울로 올라가 미용실에서 강도 행각을 벌였다. 미용실을 택한 이유는 종업원과 손님 대부분이 여성이라 제압하기 쉬웠기 때문이었다.
1990년 2월 6일 오후 6시경, 조경수와 김태화는 중구 명동의 한 미용실에 마스크를 쓴 채 가스총과 등산용 칼을 들고 들어갔고, 여기서 종업원과 손님 9명을 대기실에 몰아넣고 옷을 모두 벗게 한 후 현금과 금품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틀 후인 2월 8일 오후에는 종로의 유명 제과점 건물 2층에 있는 한 미용실에 들어가 당시 미용실에 있던 손님과 종업원 20여 명을 미용실 내 마사지실에 몰아넣고 역시 모두 옷을 벗게 한 후 현금과 금품을 강탈했다. 그러나 경찰은 조경수와 김태화의 범행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룸살롱 살인 사건에 비해 잔인함이 덜했기 때문이다.
2월 5일, 경찰은 조경수와 김태화에게 500만원의 현상금을 걸었으니 여전히 이들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2월 9일 조경수가 부산의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고, 2월 14일에는 경찰에 전화를 걸어 자수 의사를 밝혔으나 실제로 경찰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아, 이들이 부산에 잠입한 게 아니냐는 추정도 나왔다.
2월 10일 조선일보 3면 기사에는 <警察의 한심한 服務자세>[번역]라는 제목으로 '경찰의 수사력'을 비판하는 사설이 게재되기도 했다. (1990년 2월 15일 동아일보 12면 기사 <釜山잠입설에 잔뜩 긴장>)
2월 26일, 샛별룸살롱에서 500m 정도 떨어진 구로구 가리봉동의 한 카페에 조경수와 김태화가 나타났다. 이 카페에는 조경수의 여자친구 이모씨(21)가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조경수를 잡으려는 경찰의 요청으로 계속 일하고 있었다.
이날 카페에는 사복경찰관 6명이 권총으로 무장하고 잠복해 있었으며, 당시 이씨는 형사와 대화 중이었다. 조경수는 양복 차림에 선글라스를 끼고 카페로 들어가 다른 종업원을 통해 이 씨를 밖으로 불러냈으며, 미리 훔쳐뒀던 차를 타고 김태화와 함께 유유히 서울을 빠져나갔다. 경찰은 뒤늦게 검거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조경수와 김태화, 이씨는 대전으로 내려갔으며, 김태화는 훔친 차를 몰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조씨와 이씨는 무려 4박 5일간 대전의 셋방에 머물며 낮에는 쇼핑을 하거나 영화를 봤고, 밤에는 집 근처에서 술을 마시면서 지냈다. 조경수는 이씨를 백화점에 데려가 백과 화장품, 구두 등을 사주고 돈을 건네기도 했다. 두 사람은 대전 시내는 물론 인근 계룡산과 보문산도 돌아다니며 데이트를 즐겼으나, 이 과정에서 한 번도 경찰의 검문검색을 받지 않았다. 조경수는 시내 곳곳에 붙어있는 수배전단을 가리키며 “저게 나다”며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3월 2일 오후, 여자친구 이씨는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경찰에 신고했으나 조경수의 행적에 대해서는 거짓으로 둘러댔다. 경찰은 이씨를 추궁해 조경수가 평택에서 내렸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평택에서 내린 것으로 봐서 수도권에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은신처 수색에 집중했다.
경찰은 평택과 수원 시내 벌집을 뒤지다 수원광역시 권선구 세류동 근처에서 조경수와 비슷한 사람을 본 것 같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3월 5일 경찰은 일대 부동산중개업소를 탐문하다 조경수의 은신처를 확인했으며, 곧바로 이곳을 급습해 조경수를 검거했다. #
3월 10일, 조경수가 검거된지 4일만에 나머지 한 명의 범인인 김태화가 서울시 경찰청 최중락 형사과장(드라마 ‘ 수사반장’의 실제 모델에게 조건부 자수를 하겠다고 전화했다. 그 조건이란 ’감형이 되도록 자수 규정을 적용해 줄 것, 현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려 2,000만원은 인천소년교도소에, 1,000만원은 광주소년교도소에 보내줄 것, 조경수와 통화할수 있도록 해줄 것‘이었다. 최 과장은 “현상금 인상은 상부에 건의해 보고 나머지는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얼마 후 김태화는 형사과장실에 대기하고 있던 조경수와 3분간 통화했으며, 조경수는 그에게 '사나이답게 자수해라'고 권유했다. 김태화는 밤까지 자수하겠다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 #
같은날 오후, 김태화는 오후 한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인터뷰를 자청해 서울 종로의 한 레스토랑에 나타났는데, 결국 제보를 받고 출동한 형사들에게 붙잡혔다. #
김태화는 ‘부자를 향한 사회의 심판이자 민주화를 위한 행동’이었다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김태화의 이러한 행동은 “범행동기를 불우한 환경과 사회적 탓으로 돌림으로써 동정심을 받아 조금이라도 형량을 낮춰보려는 얄팍한 수작이었다”는 것이 수사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였다.
5. 사건의 전말
현장검증 영상 |
씩씩거리며 룸살롱을 나온 두 사람은 화를 삭이지 못한 채 길거리를 돌아다녔으나, 시간이 지나도 화는 가라앉지 않았고 결국 회칼을 준비해서 다시 샛별룸살롱으로 향했다.
새벽 1시 30분경, 샛별룸살롱 안에서는 종업원과 그들의 남자친구 총 4명이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때 몇 시간 전 행패를 부리다 쫓겨났던 조경수와 김태화는 회칼을 들고 들어와 룸 안의 피해자들을 한 방에 몰아넣고 칼로 마구 찔러 살해한 것이었다.
6. 재판 및 사형 집행
이들은 2건의 살인을 비롯해 미용실 강도 25건, 차량 절도 3건, 노상강도 1건 등 30건이 넘는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불우한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전과자라고 낙인찍혀 사회의 냉대를 받아 세상에 대한 불만을 가지게 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직접적인 원한 관계가 없던 나이 어린 종업원 4명에게 칼을 휘둘러 이루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참담하게 살해한 것은 단순히 일시적 충동에서 저지른 범행이라 보기에는 범행 수법이 너무나 끔찍해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다”고 판시하며 2명 모두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조경수와 김태화는 불복해 상소를 이어갔지만 모두 기각당했고 1991년 2월 26일 사형 확정 판결을 받았다.
김태화는 사형 직전에 "이 곳에서 예수를 믿게 되어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부모형제 우리 가족이 예수 믿게 되기를 바라며 피해자 가족에게 죄송합니다. 고마운 자매님께 안부 전하며 목사님께 감사 드립니다"라고 유언했으며, 자기의 안구를 기증했다.
김태화는 교수대 위에서 혼자 찬송 405장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 놀라와'를 간드러진 소리로 부르다 생을 마감했다.
조경수는 집행 당시 매우 평안하고 차분한 모습이었으며, 유언하는 시간에 "진심으로 회개하고 사죄를 빕니다. 죄를 짓고 왔지만 이 곳에서 하나님을 알게 된 것은 큰 보람으로 생각합니다. 피해자들에게 위로를 빕니다. 특히 자매님들께 감사 드립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은 다 예수를 믿고 구원받아 하늘나라에서 만납시다.”라고 전도했다.
조경수는 집행 며칠 전부터 자신의 죽음을 짐작했는지 자기 애인이 면회를 왔을 때 "내가 갈 것 같으니 나를 떠나라"고 했었다고 한다. #
7. 여담
이 사건 이후 청소년의 생활에 대해서 여러 말이 오갔다. 미성년자들이 유흥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사건의 피해자 중에 가출 청소년도 있어 "사회가 청소년들을 어떻게 보호하는 거냐", "어린애들이 유흥업소에서 아르바이트나 해서 뭘 배우겠느냐" 등 그런 쪽으로도 시끄러워지기도 했다.2008년에 tvN의 범죄의 재구성에서 이 사건을 다뤘는데 대중매체에서 다룬 사례는 이것이 유일하다.
대구 원룸 강간미수 및 살인미수 사건의 범인이 범행을 위해 이 사건을 검색한 것이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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