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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Mile(s) Train.미국, 캐나다, 호주, 남아프리카 공화국, 러시아 등에서 볼 수 있는 초장대 편성 화물열차. 문자 그대로 편성길이가 수 마일(1마일 = 약 1,610 m) 이상이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철도수송은 한 편성에 더 많은 물자를 수송할수록 경제성이 높아지는데 특히 국토가 넓은 대륙국가와 이러한 특성이 맞아 떨어지게 되면 저런 극단적인 편성이 탄생하게 된다.
전체 편성 길이가 1마일 이상이면 마일 트레인으로 부르지만, 대륙 스케일답게 편성 길이 1마일을 훨씬 넘는 초장대편성도 많다. 미국의 경우 기관차 3중련 이상, 편성 길이 3마일(약 4.8 km) 이상의 열차들도 볼 수 있으며 간혹 8중련, 편성 길이 4마일(약 6.4 km) 이상인 괴물같은 편성도 존재한다. 열차 길이를 마일 단위로 세야 하는 진정한 의미의 '마일 트레인'인 것.
이런 편성에서 기관차가 선두부에 몰려 견인하면 출력효율이 떨어지고 연결기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주는 형태로 편성 중간과 후미에 나눠 배치한다. 동력집중식 차량을 응용해서 동력거점식으로 운용한다. 아예 이렇게 중간에 끼워넣고 쓸 목적으로 만들어진 운전실 없는 기관차도 있다. #
2. 장점
북미 마일 트레인의 탄생 배경은 인건비 절감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1993년에 Precision Schedule Railroading(PSR)이란 이름 하에 북미 화물 철도 운영 방식을 대대적으로 변경시켰다. 화물 열차들을 목적지까지 한 번에(Point-to-Point), 여객 철도처럼 고정 스케줄을 적용해 운행하기 시작한 것.과거 화물 철도 회사들은 각지의 조차장에 화물이 쌓일 때마다 바로바로 열차를 굴려 다른 조차장으로 화물을 운송한 다음 열차를 재조성해 최종 목적지까지 이동시켰는데, PSR의 도입과 함께 대량의 화물을 한 번에 운송하게 됐으니 열차 길이를 무지막지하게 늘려야 했다. 새로운 운영 방식 덕에 철도 회사들은 열차 편수를 크게 감축할 수 있었고, 시설 투자비용과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효과를 톡톡히 본다. 만약 미국에 마일 트레인이 없었다면 물류비가 상승하여 미국의 공업이나 농업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한국이나 유럽의 경우 도로운송의 비중이, 일본의 경우 연안해운의 비중이 높아 철도 인프라 대부분을 여객열차가 차지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경우 화물 운송에서 철도의 비중이 높다. 넓은 국토를 가졌고, 해운에 있어서 치명적인 문제점[1]을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 화물 운송에 있어서 마일트레인의 효과 자체는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화물 운송의 관점에서는 마일 트레인으로 인해 단선 비전철 위주의 제한된 인프라에서 최대한의 수송 효율을 발휘할 수 있었다.
3. 문제점
앨런 피셔의 영상.
미국, 캐나다, 호주,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의 마일 트레인은 하나같이 운행 속도가 매우 느리다. 유니언 퍼시픽의 경우 평균 속도가 40km/h에 불과하다. 이유는 간단한데, 저 정도 길이의 중량화물을 고속으로 운행했다가는 관성에 의해 필요할 때 급제동이 불가능하는 것은 물론 곡선구간에서 탈선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미의 화물열차들은 러시아, 중국의 장대화물열차와 비교해도 눈에 띄게 운행속도가 느리다. 이는 화물철도 회사들이 인프라 개선에 투자할 생각이 없어서 그렇다. 북미 화물 철도는 대개 사기업이 운영하여 선로, 신호 설비, 기관차를 전부 기업이 직접 관리해야 하는데, 너무나 많은 돈이 드는 인프라 개선에 선뜻 돈을 쓰기 어렵다. 중국, 인도처럼 노선을 전철화하고 힘 좋은 전기기관차를 도입하면 나아질 테지만, 지금 쓰는 디젤 기관차도 새로 살 생각이 없는 마당에 전철화는 허황된 꿈일 뿐이다. 사실 철도 회사들 사이에서도 전철화 얘기가 안 나온 건 아닌데, 저렴하게 전철화를 하겠답시고 성능이 떨어지는 배터리 기관차[2]만 주구장창 들이미니 도무지 발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각지의 철도 설비들이 하루아침에 몇 배는 길고 무거운 열차를 수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노선 상의 신호장들은 갈수록 길어지는 열차를 수용하기에 턱없이 짧았지만, 설비 개량에 돈을 쓸 의향이 없는 철도 회사들은 그런 문제쯤 무시하고 계속 초장대편성 열차를 굴려대고 있다. 이렇다 보니 화물열차들은 몇 없는 널따란 신호장에서 맞은 편 열차가 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기 시작했고, 당연히 표정속도는 추락한다. 그래서 더 느려진다. 여기에 부족한 선로 용량, 녹이 스는 선로, 간혹가다 끼어 있는 저(低)축중 구간까지 각종 문제가 겹치면서 북미 화물 철도의 속도 경쟁력은 파탄나고, 화물 철도 회사들은 가격 경쟁력이라도 올리기 위해 열차 편성을 더 길게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떨어지는 운행 안정성과 인력 감축으로 제대로 된 휴일도 없이 기계처럼 굴려지는 철도 기관사들은 덤이다.
이렇게 느린 마일트레인은 같은 선로를 쓰는 여객 열차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북미의 철도는 대부분을 화물철도 회사가 보유하고 있고 관제권도 갖고 있어서, 화물열차가 법령도 무시하고[3] 여객열차보다 우선순위를 갖는다. 즉 여객열차가 저 느린 화물열차를 피해주기 위해 하염없이 기다린다는 말. 그리고 여객철도에게 운행 우선순위를 줘도, 대피선도 없는 단선 구간에서 느려터진 화물 철도를 여객 열차가 앞지를 수단이 없다. 이렇다 보니 암트랙과 비아 레일의 여객열차들은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도무지 정시에 도착하는 일이 없다. 장거리 노선은 운행 때마다 지연이 수 시간 단위로 늘어날 정도.
미국은 광활한 국토 크기로 인해 도시간 여객열차가 여객 운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이 동북부 지역을 제외하면 전무하며, 그 동북부의 Northeast Corridor는 암트랙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선로 덕분에 마일 트레인에 교통 흐름이 방해받을 일은 드물다. 그러나 바로 승객들이 매일매일 이용하는 각 도시권의 통근열차의 운행 빈도와 정시성이 도시간 여객철도 이상으로 화물열차 때문에 치명타를 입고 있다. 자체 선로를 가진 솔트레이크 시티의 UTA가 운영하는 Frontrunner 통근열차가 단선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워 시간대 한정 30분에 1번이라는, 미국 통근열차 기준으로는 준수한 배차간격을 보이는 걸 보면 교통국들이 자체 선로를 보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통근열차를 운영하는 주 정부는 자체 선로를 갖출 돈도 없고 의지도 부족하다.
마일 트레인이 철도 건널목에 진입하기 시작하면 한참이 지나서야 열린다. 특히 미국의 낙후된 철도시설은 입체교차조차 흔하지 않기 때문에[4] 건널목이나 병용궤도가 은근히 많다. 다행히도 그런 지역은 낮은 인구밀도로 도로 통행량이 많지 않은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4. 한국의 장대화물열차
오늘날의 한국은 군사분계선으로 인해 사실상 섬나라나 다름없기에 육로로 저만큼 많은 화물을 실어나를 일이 없다. 게다가 한국은 국토가 좁고 도로가 발달되어 있어 도로를 통해 화물 운송이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시멘트 화물 기준으로는 20량이 평시 편성수이다. 컨테이너는 조금 더 길어서 열차장 35량(약 500m)정도이다.
가끔 화물열차의 위용을 제대로 보여줄 때가 있는데 바로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파업할 때. 즉, 알기 쉽게 줄여서 설명하면 화물차 파업. 이때는 말 그대로 한번에 한계치까지 적재해서 수송하기 때문에 평소에 보기 힘든 논스톱 장대고속화물열차가 상시 운행된다. 하지만 이건 한시적인 것이고 이런 열차를 매일 보려면 남북통일이 되어야 북한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통한 대규모 철도물류가 현실화되어야 할 것이다.
사진은 진례역 부근에서 8500호대 전기기관차가 컨테이너화차 80량을 연결해서 시운전을 하는 모습.
어쨌거나 한국철도공사에서도 80량(1.2 km)짜리 대한민국형 마일트레인을 도입했다. 이름은 장대열차. 안전을 위해서 양 끝에 기관차를 달고 이를 무선으로 제어하는 무선중련 방식을 채용했다. YTN 보도 관련기사 1, 관련기사 2, 관련기사 3
그러나 현장에서 저 80량에 달하는 화물열차가 퍼지거나 혹은 교행, 대피가 가능한 역이 없다는 점이 문제. 대한민국의 조차장에서도 40량을 한 번에 넣을 수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 대한민국은 미국, 캐나다, 호주, 남아프리카 공화국과는 반대로 화물의 운행순위가 후순위다보니 달리다가도 역마다 서서 여객열차 보내주고 뒤이어 출발하는 게 흔하다. 또한 수십량의 화물열차를 대피시키려면 당연히 시골 작은 역은 대피선도 없고 유효장도 택도없이 짧아서 큰 역에서나 가능한데 40량이 넘어서면 큰 역에서도 유효장이 빡빡한데다가 50량 이상은 대피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열악한 인프라 문제와 더불어 이 사업을 추진했던 홍순만 사장이 사퇴하면서 사업은 중단되었다.
그럼에도 한국철도공사는 만성적자, 특히 철도물류 분야에서 계속되는 적자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을 안밖에서 받고 있던 상황이라, 5년이 지난 2022년 7월 장대열차 사업을 재추진하기로 결정하며 공개시범운행도 선보였다. 지난 시행착오를 반면교사 삼아, 이번에는 37량, 40량, 50량(총길이 777m) 순으로 차근차근 시작해서 현실성있게 한국의 철도환경에 맞는 운행방안을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7월 19일 오봉역에서 부산신항역까지 경부선 402.3km를 1단계 장대열차가 성공적으로 운행을 마쳤다. # 이후 40량 장대열차가 가끔씩 운행하고 있다.
5. 특이한 예
- 사상 최장의 마일 트레인 기록은 2001년 6월 21일 서부 호주 화물열차로 682량에 총 7.353 km를 자랑했다. 호주에서는 중간중간 동력차를 끼워넣는다는 조건 하에 이론상 25km 이상(대략 2,300량)의 마일 트레인을 굴릴 수 있다고 한다.
- 편성 길이로만 따지면 캐나다, 호주와 남아공의 광석, 목재, 곡물 운반 화물철도를 따라올 국가[5]는 없지만 선형의 난이도, 열차 편성횟수, 화물의 종류, 국가경제적 입지 등을 종합하면 미국의 마일 트레인을 최고로 쳐 준다.
- 모리타니에서는 항구 도시 누아디부에서 철광석 광산이 있는 주에라트까지 한 편성당 3km에 달하는 마일 트레인을 굴린다. 17,000톤의 철을 싣고 모래 외에 아무것도 없는 사하라 사막을 704km 길이로 횡단하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철도 중 하나이다.
* 미국에서는 이 영상처럼 전차를 수송하기도 한다. 한국과 중국의 경우에도 일단 중장갑 차량을 열차로 옮기기는 하지만, 미국의 경우 마일 트레인 위에 올라가는 게 M1 에이브람스 전차 118대이다.[6]
6. 여담
-
운전자들은
철도건널목에서 이런 열차를 만나면
건널목이 한참 동안 열리지 않기에 대부분 하나같이
쌍욕을 내뱉는다. 특히나 한시가 다급할 정도로 바쁜 상황이면 더더욱.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철도 건널목에 이런 화물열차가 들어오면 아예 차량 시동을 꺼 버리는데, 최소 5분 이상 잡아먹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이런 기차들은 중서부 시골 지역에서나 주로 볼 수 있다.
-
유튜브에 Railroad Crossing Fail 같은 철도 건널목 사고 모음집을 보면 대부분은 미국에서 벌어진 것인데, 급한 운전자들이 멈추면 5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기차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지나가려다가 건너지 못하는 바람에 결국 철로상에서 사고가 벌어진 것. 그 외
캐나다,
호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도 매우 흔하다.
- 화차의 차장률을 14 m로 잡았을 때 1마일이면 115량이라는 무시무시한 편성대수가 나온다. 그야말로 신대륙의 기상. 영상[7]은 110량, 115량짜리 마일 트레인인데 길이는 1.3마일이며 똬리굴까지 통과한다.
7.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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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뱃길이 전부 남미대륙에 막혀 있어 운하까지 건설해야 할 정도이다.
[2]
배터리 성능이 전기차의 발목을 잡는 것과 동일하게 무지막지하게 긴 충전시간에 비해 운행거리가 짧다.
[3]
미국의 경우 연방법에 따라 여객열차가 화물열차에 우선해서 원칙적으로 화물열차가 여객열차를 대피해줘야 하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서 지켜지지 않는다.
[4]
도로 뿐 아니라, 아예 다른 철도 노선과도
평면교차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5]
호주의 경우 4.5마일이 넘는 편성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되었다.
GE AC6000CW를 참조.
[6]
M1 에이브람스 전차 중량이 대략 66톤쯤 되니 무려 7200톤이 넘어가는 수송량인 셈이다.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