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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서더크구의 파이 앤 매시 식당인 M.Manze의 장어 젤리
1. 개요
Jellied eels장어 한 마리를 듬성듬성 썰고 기본적인 양념만 한 육수에 푹 삶은 후 식혀서 젤리처럼 굳힌 영국 요리로, 아스픽(Aspic)[1]의 일종이다. 18세기의 런던 동부 이스트 엔드 지역[2]에서 유래된 향토 음식이자 패스트푸드다.
이스트엔드는 근현대 산업 혁명이 한창이던 런던의 공장 밀집지대이자, 노동자 및 빈민들이 밀집한 지역이었다.[3] 장어 젤리는 템스 강에서 잡은 장어를 이 이스트엔드 주민들에게[4] 식사로 싸게 공급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템스 강은 당시 더러운 수질 때문에 물고기가 제대로 살 수 없었고, 대신 더러운 물에서도 잘 사는 장어가 많이 잡혔다. 이 자체로 메인 요리는 아니며, 전통적으로는 하술할 파이 앤 매시(Pie and Mash)에 딸린 사이드 디시로 취급된다.
2. 재료
유럽 전역의 하천에 서식하는 회귀성 어종인 유럽뱀장어(Anguilla anguilla)가 주 재료이다. 과거엔 템스 강에서 잡힌 것을 썼지만 현재는 대부분 독일과 네덜란드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 수입한다.여기에 장어를 굳힐 젤라틴과 양념으로 레몬즙, 그리고 육두구를 쓴다. 매장에 따라서는 월계수 잎을 추가로 쓰는 곳도 있다.
3. 레시피
3.1. 장어 젤리
▲ 런던 혹스턴의 파이 앤 매시 식당인 F.Cooke에서 만드는 방식.
장어의 내장을 손질한 후 토막쳐 냄비에 넣고 끓이고, 육두구, 월계수잎이나 레몬즙, 그리고 소금으로 양념한다. 이후 여기에 젤라틴을 넣고 적당한 그릇이나 용기들에 옮겨 담아 식혀 굳힌다. 현대에는 주로 냉장보관으로 하루 정도 냉각해 굳히는 편이다. 그리고 주문이 들어오면 퍼서 내준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장어를 굽는 것이 아니라 하필이면 삶았다는 것이 얼핏 보면 이해가 안 가지만, 이는 산업 혁명 시대 노동자 요리답게 한번에 끓여버리는 게 대량조리에 더 적합했기 때문이다. 젤리도 일부러 만든 게 아니라 장어 자체가 콜라겐을 많이 가지고 있어 스튜를 식히니 저절로 생긴 것이다. 장어에서 흘러나온 생선기름이 굳어 젤리가 된 것이라는 잘못된 정보가 널리 퍼져 있지만, 이는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이다. 장어를 삶는 과정에서 위에 기름이 뜨는 대로 걷어내기 때문이다. 장어 젤리 역시 젤리의 주성분은 단백질 중합체인 콜라겐이다.
동물성 식재료의 콜라겐을 젤라틴화시켜 보관하는 것은 현대인들에게는 낮설지만 전통적으로는 자주 쓰였던 방법이며 세계 각국에서 발견된다. 이렇게 생긴 젤리는 외부 공기와 장어살을 차단하는 실링 역할을 하면서 산패를 막는다. 덕분에 장어젤리는 위 영상에서처럼 동네 식당부터 길거리 노점까지 어디에서나 쉽게 유통되고 팔릴 수 있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하우다 치즈와 같은 일부 치즈들의 겉면에 코팅되는 왁스 같은 셈이며, 젤리의 형성 원리 자체로 따지면 한국의 돼지머리 편육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대량 배급은 해야겠으나 이 요리가 개발된 19세기 당시에는 냉장 보관 따위는 생각할 수조차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나왔던 방식이다. 추가적으로 젤라틴까지 더 넣어가며 확실히 굳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리고 전 세계에 식민지를 두고 수탈을 하던 영국 제국의 전성기에 만들어진 음식임에도 향신료를 거의 쓰지 않는데, 어느 국가던 길거리 음식과 서민 요리는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값싼 재료를 가지고 만들기 때문이다. 영국 본토는 춥고 습한 북유럽성 기후로 인해 전통적으로 허브의 재배가 제한되었고, 해외 식민지에서 건너온 대다수의 향신료들은 런던의 시민들에게는 매우 이국적이고 비싼 것이어서 사용하기 쉽지 않았다.[5] 반면 당대에도 이미 대중화된 지 오래였던 후추와 육두구는 장어 젤리에도 쓰였다.
3.2. 장어 스튜
▲ M.Manze의 장어 스튜와 매시드 포테이토.
수프로 먹기도 하는데, 이는 장어 스튜(Stewed Eel)라고 한다. 우선 장어 젤리의 젤리만을 따로 분리해 녹이고, 잘게 다진 파슬리를 넣어 같이 끓인다. 여기에 맥아 식초로 양념하고 옥수수 가루나 밀가루를 넣은 후 걸쭉해질 때까지 휘젓는다. 마지막으로 따로 빼 두었던 장어살을 넣어 완성한다. #
이 과정은 하술할 파슬리 리쿼 소스(Liquor Sauce)[6]를 만드는 과정 #과 거의 동일하다. 이는 리쿼 소스가 원래는 바로 이 파슬리와 향신료로 맛을 낸 장어 스튜 국물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오늘날 M.Manze를 비롯한 대다수의 식당들은 장어 삶은 물이 아니라 그냥 물로 리쿼를 만든다.[7] 때문에 파이 앤 매시 식당에서는 장어 스튜를 주문하면 그냥 장어젤리를 리쿼에 넣어 준다.
4. 취식법과 맛
▲ 일반적으로 식당에서는 이런 식으로 주문해서 먹는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방향으로 장어 젤리와 칠리식초, 에일 맥주[8] 그리고 파이 앤 매시로, 런던 그리니치구에 위치한 식당인 Goddards의[9] 메뉴들이다.
▲ 1975년, 런던 서더크구의 파이 앤 매시 식당인 '조이스의 파이 앤 매시(Joyce's Pie and Mash Shop)'와 올드게이트 일대의 길거리 노점인 '터비 아이작스(Tubby Issac's)'에서 장어 젤리를 파는 모습을 담은 BBC 뉴스.[10] 두 매장 모두 역사가 100년 가까이 되는 노포이지만 현재는 폐업한 상태이다.
장어 젤리와 장어 스튜는 사이드 디시다. 같이 먹는 메인 요리는 미트파이와[11] 매시드 포테이토에 파슬리로 만든 리쿼 소스를 끼얹은 요리인 파이 앤 매시(Pie and Mash). 또는 파이 빼고 그냥 매시드 포테이토와 같이 먹기도 한다.
장어 스튜는 위 영상 54초 경에서처럼 파이 앤 매시에 넣어 곁들여 먹는다. 또는 57초에서 노파가 먹는 모습처럼 파이 없이 단품으로 주문할 수도 있다. 스튜이니만큼 따뜻한 상태로 먹는데, 연초록색 국물 때문에 파슬리 향이 강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맛은 조금 심심한 생선 수프 맛이다. 반면 젤리가 녹지 않도록 차갑게 먹어야 하는 장어젤리는 파이 앤 매시와 같이 주문하더라도 별도의 그릇에 담아 내준다.
▲ 노점에서 장어 젤리를 사먹는 20세기의 런던 시민들.
한편 노점에서는 조그만한 일회용 접시에 살만 담아 팔기도 한다. 이 노점들에서는 한국에서 번데기나 갯고둥을 같이 팔듯이 삶은 소라나 조개, 또는 새우 같이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해산물들을 같이 팔았다. 다만 식당들과 달리 파이는 제공하지 않았다. 길거리 노점에서 이런 식으로 런던 시민들이 장어 젤리를 사먹는 모습은 현재는 보기 힘들어졌지만, 과거 1970년대만 하더라도 흔한 모습이었다.
국물까지 먹는 장어 스튜와 달리, 장어 젤리를 먹을 때에는 젤리까지 같이 퍼먹는 것은 아니고 살만 떠서 식초를 쳐서 먹는다. 맥아식초[12]를 쳐도 되지만 일반적으로는 맥아식초에 고추를 담가 만든 매콤한 칠리식초 #를 친다. 이 식초는 이스트엔드 주민들이 자주 쓰는 일종의 핫소스인데, 초고추장이나 타바스코 소스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감칠맛을 더하고 비린내는 잡아 준다.[13] 그리고 젤리는 장어살에 붙은 정도만 먹는다. 현지인들의 방식은 칠리식초를 친 뒤 한 조각을 그대로 입에 넣은 후 입 안에서 골라내어 살만 먹고 뼈는 뱉는 것이다. 실제로 정석대로 먹으면 젤리 부분이 아닌 장어살의 맛은 괜찮은 편이다. 개인차가 있음을 감안해야 하지만, 비린내도 육두구나 후추 정도로 기본적인 양념만 하는 것[14] 치고는 세간의 악명만큼 강하지는 않다.
사실 장어 자체보다는 젤리가 일으키는 심리적인 거부감과 그 식감이 진짜 문제다. 장어살과 달리 젤리는 장어살의 생선향이 녹아나와 거의 농축되어 있다. 아무리 살만 골라 먹는다 한들, 장어살에 붙어서 딸려오는 젤리도 같이 먹게 된다. 코크니들이야 어릴 때부터 자주 먹다 보니 그 맛을 고향의 맛으로 여기며 잘 먹지만 외지인들은 그렇지 못하다. 일반적으로는 젤리라고 한다면 달콤한 디저트나 간식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여기에 큼지막한 회색 장어 토막이 박혀 있고 과일향 대신 생선비린내가 나는 것이 당연히 익숙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거기다 척추뼈까지 그대로 있고 젤리가 녹지 않도록 차갑게 내주기까지 하니, 물컹하고 비린 젤리와 생선살의 조합을 역하게 느끼는 것이다. 장어 젤리에서 비린내를 딱히 못 느끼는 사람들마저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이상의 평가를 잘 내리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문화와 개인 차이는 있다. 스펀지 제로 2011년 방송분에서 장어 젤리를 접한 신동엽과 허준은 한 입 먹고 거의 게워내다시피 했다. 특히 허준은 이를 두고 인생 마지막에 먹어야 하는 음식이라고 혹평했다. # 반면 2019년 런던을 찾아 식당에서 장어 젤리를 먹고 칼럼을 쓴 푸드 칼럼니스트 장준우의 경우 상대적으로 호평했다. # 다만 두 경우를 동일 선상에 놓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장준우 칼럼니스트는 현지 식당[15]에서 바로 만든 신선한 장어 젤리를 취식법도 제대로 알고 먹었으나, 신동엽과 허준은 한국으로 공수되느라 좀 오래된 장어 젤리[16]를 별다른 사전 정보나 칠리식초도 없이 먹었기 때문이다.
5. 현황
런던 동부 코크니들의 향토음식이기 때문에 런던 밖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인터넷에 널리 퍼진 악명만큼이나 못 먹을 음식은 분명 아니지만, 통과메기처럼 외부인이 적응하기 힘든 향토 요리인 것은 분명 사실이기 때문이다.현대에 들어서는 런던 시민들조차 잘 찾지 않아 서서히 사라져 가는 추세에 있다. 우선 템스 강 일대의 홍수 방지 설비 증설로 인해 장어의 어획률이 낮아졌고, 유럽뱀장어 자체가 생태가 불분명한 구석이 많은 만큼 양식을 할 수가 없어 개체 수가 갈수록 줄었다. #
그리고 1950년대 배급제가 종결된 이후부터 햄버거, 피자같은 미국화된 패스트푸드와 인도 요리, 아랍 요리, 중국 요리와 그리스 요리같은 이민자들의 요리가 도입되며 장어 젤리의 자리를 서서히 대체하기 시작했다.[17] 이들은 호불호 없이 맛있거나 이국적이면서도 가격도 싸고 푸짐했기 때문에 쉽게 널리 퍼졌다. 영국 요리 중에서도 딱히 취향을 안 타는데다 양과 가격을 모두 잡은 피시 앤드 칩스가 인기를 끌었다. 특히 피시 앤 칩스는 2차 대전 당시 배급제에 의한 제한 품목[18]에서 유일하게 예외였기 때문에, 런던뿐만 아니라 영국 전역에서 즐겨 먹는 음식이 되었다.
그리고 결정타는 바로 런던의 젠트리피케이션이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동부 런던의 재개발로 인해 기존의 공동체가 점차 해체되면서 장어 젤리를 찾던 기존의 사람들이 이스트 엔드를 떠난 것. 이스트 엔드는 젠트리피케이션의 교과서적인 사례로, 애초에 이 현상 자체가 동북부 런던의 재개발을 연구하다 명명된 것이었다. 과거 극빈층들의 터전이었던 이스트엔드는 이제 런던의 새로운 도심지 중 하나로 떠오르며 첨단 산업체들과 각종 아트 갤러리들이 입주하고 있다.
때문에 장어 젤리는 아이러니하게도 기원이 패스트푸드임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몸에 좋은 건강식으로 홍보하는 중이지만 전망은 전혀 밝지 않다. 어린 시절부터 먹어왔던 기성세대 정도만이 꾸준히 찾고 있다. 반면 영국의 젊은 세대는 장어 젤리에 대해 타국인들과 비슷한 관점을 가지고 있고,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심지어 1975년에 찍힌 이 문서 최상단의 BBC 뉴스 영상에서조차도, 이미 당대부터 장어 젤리의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해당 영상에 등장하는 노점상 터비 아이작스의 주인 "터비" 아이작 브레너는 장어값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앵커 데릭 쿠퍼[19]는 최근 들어 장어 젤리 업계가 죽어가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묻고 있다.[20]
오늘날의 대부분의 식당들은 파이 앤 매시를 팔더라도 장어 젤리는 취급하지 않는다. 그리고 BBC에 따르면 이 요리를 취급하는 파이 앤 매시 전문점들도 2000년대 이후로는 폐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21] 장어 젤리를 취급하는 곳은 전성기인 20세기에 100여곳이 넘었으나, 21세기 초인 현재는 고작 10개 남짓 남았을 뿐이다. 런던의 유명한 파이 앤 매시 노포들인 ' F. 쿡(F.Cooke)'(1862년 개업)과 그리니치의 ' 고다드(Goddards)'(1890년 개업), 템스강 남쪽 서더크구의 ' M. 만체(M.Manze)'(1902년 개업), 그리고 월워스의 ' 아멘츠(Arments)'(1914년 개업) 등이 여전히 장어 젤리를 파는 대표적인 식당들이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건 영국 수산업체인 브래들리즈(Bradley's)의 상품으로, 이건 테스코에서도 판다.
다만 이들도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가령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식당인 F.Cooke만 하더라도 2023년 5월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런던 해크니구 혹스턴에서 런던 외곽의 근교 도시인 에식스주 첼름스퍼드로 자리를 옮겼다. # 이미 2019년부터 변화하는 영국인들의 입맛과 오르는 물가 등으로 인해 운영이 힘들었다고 하며, 코로나 19의 직격탄까지 맞아 4년이 지난 후 결국 문을 닫아야 했다. # 1900년에 이래로 120년간 F.Cooke의 터전이었던 자리에는 럭셔리 안경점이 들어섰다. 이는 이스트엔드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기존의 주민들은 지대가 더 싼 지역으로 점차 이주했는데, 대표적인 곳이 F.Cooke의 새 터전인 에식스주다.
현재 식당에서 장어 젤리의 가격은 평균 4.5 파운드, 한국 원화로는 약 7500원 정도로, 과거의 전성기에 비해서는 상당히 비싸졌다. 주 메뉴인 파이 앤 매시 역시 평균 가격이 장어 젤리와 같아 배와 배꼽이 같은 크기인 꼴이다. 때문에 파이 앤 매시와 장어 젤리를 같이 먹을 바에는 그냥 6파운드 가량을 주고 파이 앤 매시에 파이 하나를 더 추가해서 곱빼기로 먹거나, 같은 값으로 9파운드짜리 피시 앤드 칩스 하나를 사 먹는 게 낫다.
5.1. 밈과 오해
5.1.1. 대표적인 영국 '괴식'
No.1 food for weight loss 살 빼는 데에는 최고인 음식 [22] |
고급 식재료인 장어를 젤리로 만들어 먹는다는 익숙지 않은 발상과 그 괴상한 비주얼, 그리고 비린내와 식감 때문에 스타게이지 파이와 함께 해외에서 밈화된 대표적인 영국 요리이기도 하다. 특히 인터넷 상에서는 장어 젤리를 맛없는 영국 요리의 대명사이자 영국인들이 제대로 된 조리법을 모른다는 증거 취급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굽지 않고 물에 끓였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다수이다. 심지어 영국인들마저도 런던 밖에 살거나, 런던에 살더라도 코크니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면 장어 젤리를 보고 경악하기 일쑤다.
장어 젤리가 이렇게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가장 큰 원인은 물론 이 요리 자체의 투박하다 못해 불쾌하기 그지없는 외형과 맛 때문이지만, 실제로는 좀 더 종합적이다. 우선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영국은 쇠고기에 매우 편중된 식문화상 생선 요리 자체가 비교적 마이너했고, 장어 젤리 자체는 독보적으로 이상한 발상으로 만들어진 요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장어를 끓이는 조리법이 굽는 조리법보다 더 일반적이었다. 현대 들어 남획으로 씨가 마르는 바람에 값이 폭등해서 그렇지, 과거 장어는 넘쳐날 정도로 잡히는 어종이었다. 거기다 마치 뱀과 같은 기분 나쁜 외형으로 인해[23] 누구도 그 가치를 높게 쳐 주지 않았다.
장어가 식중독을 일으키는 독성 혈액을 가지고 있는 것도 한몫 했다. 장어 혈액에 든 혈청독인 이크티오톡신(Ichthyotoxin)은 1913년 생리학자 샤를 리셰의 기념비적인 아나필락시스 쇼크 발견 실험에 쓰이기도 했던 독이다. 0.1ml/kg의 양만으로도 토끼 한 마리는 충분히 죽인다. 장어 생피를 들이킬 이유가 많지 않아서 문제가 안 될 뿐이지, 사람이 먹으면 소화기 내 점막에 흡수되어 용혈 작용이나 설사 또는 발진을 일으킨다. 장어를 손질하다 자칫 그 피가 눈에 들어가면 최대 실명까지 가능하며 그게 아니라도 한동안 눈이 붓고 이물감이 들게 된다. 없애려면 60도 이상의 열을 5분 이상 가해야 한다. 이외에 점막에도 독이 있으니, 장어를 익힐 때에는 그냥 익히는 것도 아니라 '골고루', '잘' 익혀야 한다.
자연스럽게 장어는 싸게 대량으로 만들어 배를 채울 수 있는 요리들에 주로 쓰이는 식재료가 되었는데, 여기에는 구이보다는 물에 때려넣고 푹 끓여버리면 되는 수프 형태의 요리가 적합했다. 가령 프랑스의 경우 장어로는 주로 장어 스튜(Matelote d'Anguille)를 만들어 먹었다. 장어구이는 앙굴렘 지방에서나 먹는 향토요리였다. 한국도 전통적으로는 장어를 구워 먹던 국가가 아니다. 원래는 추어탕 만들듯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푹 고아서 장어탕이나 장어 죽으로 만들어 먹었다. 이건 현재도 광양시와 여수시의 향토 요리로 남아 있다.
장어 구이를 일상적으로 먹고 또 그것을 고급 요리로 친 국가는 일본이 유일했고 그마저도 에도 시대 중후반에야 등장했다. 현대의 장어구이 요리는 대부분 일본에서 기원한다. 황광해 음식 칼럼니스트가 문화체육관광부에 기고한 칼럼에 따르면 한국의 장어구이도 근현대에 일본 요리의 영향으로 생긴 것이다.[24] 장어가 양반가의 음식이라는 관념이나 몸보신용 음식으로 귀하게 여기는 풍습도 전통적으로는 없었다. 이건 1980년대 이후에나 정착한 새로운 문화다. 원래 한국인들은 장어를 그저 일반적인 생선 중 하나로 여기거나 오히려 꺼림칙하게 보았고, 잡히면 대부분 일본에 팔았다. # #
생선 젤리도 마찬가지. 이것도 영국의 전유물이 아니며, 다양한 유럽 국가는 물론이고 당장 한국 국내에도 삼남 지방에 지역별로 여럿 있다. 영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들에는 비단 젤리 외에도 각 지역 주민들 외에는 손도 못 대는 향토 요리들이 조금만 찾아보면 즐비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들은 다른 요리들도 다양하게 발전했거나, 식문화 자체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딱히 유명하지 않아 이 특이한 지역 요리들이 과하게 조명받을 일이 좀체 없다. 반면 이들과 달리 영국 요리는 전반적인 식문화 자체가 나쁜 쪽으로 유명하고, 이것이 장어 젤리를 대표적인 영국 요리의 반열에 올려버렸다.
오늘날 영국 요리의 투박함은 밈으로까지 승화되며 각종 괴상한 요리들이 인터넷 상에 소개되기에 이르렀다. 영국 전역에서 소비되는 것도 아닌, 그저 이스트엔드 주민들의 향토 요리에 불과했던 장어 젤리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현대인들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생선을 젤리화시킨다는 개념이 생소하기 때문에, 다른 국가라면 그냥 넘어갔을 이 특이한 향토 요리까지 발굴되어 자연스럽게 '요리 못 하는 영국' 밈의 전형으로 고착화된 것이다.
게다가 그 악명을 듣고 궁금해진 외지인들이 취식법을 모르고 먹기를 시도한 후 리뷰를 남기는 것도 이 밈의 확대재생산에 기여한다. 대부분 장어 '젤리'라는 이름 때문에 젤리가 메인인 줄 알고 퍼먹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잦다. 게다가 칠리식초를 친다는 것이 알려지지 않아 별다른 소스도 없이 먹는 건 덤이다. 이러면 안 그래도 강한 비린내를 배로 느끼게 된다.
정리하자면 장어 젤리를 영국인들의 ' 요리치 민족성'의 결과물로 쉽게 단언하는 것은, 그냥 웃자고 하는 농담이자 영국 요리의 부정적 이미지를 한 향토 요리에 집중적으로 투영하면서 생겨난 현상일 뿐이다. 장어 젤리 자체가 비린 것이나 현대인들이 보았을 때 특이한 조리법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악명은 여러모로 실제보다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다. 여기에는 요리 그 자체보다도 외부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때문에 이를 그냥 밈이나 유머로 소비하는 것을 넘어 지식으로 받아들이고 진지하게 한국과 비교하며 '영국인들은 그 귀한 장어를 구울 생각도 못 했다'는 식으로 문화적 우월감을 느끼는 국수주의적 태도는 곤란하다. 따지고 보면 한국의 장어구이도 일제 식민지 시기에 일본 장어구이의 영향으로 새로 생긴 요리이므로 이런 식의 과몰입성 비교는 결국 누워서 침 뱉기다.
5.1.2. 여타 오해들
-
스펀지 제로에서
데이비드 베컴이 즐겨 먹는 간식이라고 소개된 적이 있었다. 이는 사실이며 베컴은 "내가 장어 젤리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1주일에 최소한 한 번은 장어 젤리를 먹는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 다만 베컴이 원기회복용으로 장어 젤리를 먹는다는 주장은 거짓이며 그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 베컴은 이스트엔드의
코크니 문화 속에서 성장한 인물이므로, 그저 어린 시절에 먹던 대로 장어 젤리를 먹는 것 뿐이다. '원기회복' 관련 낭설은 2010년대 초반에 베컴이 장어 젤리를 즐겨 먹는다는 소식이 국내
공중파
방송들을 통해 소개될 때 근거도 없이 갑자기 같이 퍼진 것이다. 손흥민도 장어 젤리를 괴식 취급하면서 "베컴이 장어 젤리를 좋아한다" 라는 말을 듣자, "베컴이 좋아한다고 해도 내가 좋아하지는 않잖아요!" 라면서 질색했다.
이 방송들의 영향으로 인해 한국에서는 장어 젤리가 영국 전통 '보양식'이라거나 고급 요리라는 인식이 몇몇 블로그를 중심으로 퍼져 있다. 물론 장어 젤리는 단백질 함량이 높아 몸에 좋은 음식이 맞으며, 실제로 장어 젤리를 파는 식당 주인들도 인터뷰 등에서 그렇게 말한다. 그러나 그들이 하는 영양가가 많다는 말은 그저 자신의 요리에 대한 자부심에서 하는 홍보성 멘트일 뿐, 한국의 기성세대들이 흔히 생각하는 '보양식'의 개념과는 거리가 있다.
아무리 장어가 영양이 많고 파이 앤 매시 식당 주인들이 이를 어필한다 한들, 장어 젤리는 근본적으로 영국 전체가 아닌 한 지역의 향토 요리이자 돈 없는 코크니들이 간편하게 식사를 때우기 위해 먹던 패스트푸드에 불과하다. 장어 젤리와 비슷한 입지를 가진 번데기가 영양분이 많은 음식이라는 것은 매우 유명하지만, 대부분 그냥 길거리 음식이라고 하지 그 누구도 번데기를 보양식이라고 말하지는 않는 것과 같다. 장어 젤리가 보양식이라는 정보는, 그저 한국에서 장어가 여름 보양식으로 쓰이다 보니, 베컴이 장어 젤리를 먹는다는 소식을 전하려던 당시 국내 방송국 편집자들이 과장되게 살을 붙여 보도한 잘못된 정보다.
6. 기타
6.1. 유사한 젤리 요리들: 아스픽
가장 유명한 건 영국의 장어 젤리이지만 다른 국가들에서도 비슷한 요리들을 찾을 수 있다. 동물성, 또는 식물성 재료를 젤라틴에 굳힌 요리는 아스픽(Aspic)이라 불리는데, 이 중 서구 지역의 아스픽은 아랍에서 공통적으로 기원한다. 한국의 편육도 서구에서는 아스픽의 일종으로 분류한다.젤리를 요리에 사용한다는 관념은 현대 들어서는 많이 사라졌으나 그래도 여전히 여러 국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주로 육고기가 사용되지만, 생선도 전통적으로는 주 재료 목록에 당당히 들어간다. 때문에 젤리에 생선을 넣는다는 발상이 영국인들만의 괴악한 발상은 아니다. 특히 프랑스와 중앙유럽, 그리고 동유럽에는 아스픽 젤리를 사용한 요리들이 여럿 있다. 그러나 현대의 서구권을 미국이 주도하면서 부각되지 않는 것 뿐이다. #[25] 영국의 장어 젤리도 이 전통의 연장선상에 있다. 다만 장어 젤리는 노동자 계층의 길거리 음식으로 소비되었기에, 주로 만찬용으로 쓰이거나 했던 다른 국가들의 비슷한 요리들과 비교해도 조리법이 단순한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 독일 나들러 파인코스트(Nadler Feinkost) 사의 청어 젤리 제품.[26]
그나마 가장 비슷한 것으로는 독일 요리인 헤링 인 겔레(Hering in Gelle)를 들 수 있는데, 문자 그대로 겔(젤리)에 든 청어다. 영국의 장어 젤리처럼 별 양념 없이 생선을 젤리에 굳힌 것으로, 사용하는 생선이 장어가 아니라 청어라는 점과 여기에 삶은 계란을 같이 넣는다는 것 정도만 차이가 있다. 먹을 때는 오이 피클, 생 양파 또는 샐러드와 같이 먹는다. #
▲ 프랑스의 연어 젤리(Saumon en gelée).
다른 나라들은 그래도 부재료와 향신료를 양껏 첨가하고 디자인에도 신경쓰는 편. 프랑스 요리에도 젤리 요리가 존재하는데, 애초에 아스픽(Aspic)이란 단어 자체가 프랑스어다. 중에서는 쇼프루아(Chaud-Froid) 소스를 예시로 들 수 있다. 원래는 닭고기 육수를 썼지만 현대에는 다양한 소스에 젤라틴을 첨가해 만드는 것을 총칭한다. 냉고기, 생선, 햄 등에 펴 발라 감싸는 식으로 사용한다. 생선 중에서는 연어를 이용하는 편이다. # 쇼프루아 역시 온도가 올라가면 녹으므로, 이걸 쓰는 요리는 차갑게 낸다. # 그 외에도 생선 젤리(Poisson en gelée) 요리들이 존재한다. 이것들은 러시아에도 영향을 끼쳤다.
▲ 폴란드의 생선 젤리.
폴란드 요리 리바 브 갈라레치에(Ryba w galarecie) #는 생선 젤리라는 심플한 이름이며, 주로 잉어를 사용하지만 농어, 대구, 가자미를 사용하기도 하는 등 딱히 제한은 없다.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신선한 생선이면 된다. 원래는 뼈를 발라낸 필렛을 그대로 사용하지만, 다져서 어육소시지로 만들어 쓰기도 한다. # 삶은 달걀 말고도 완두콩이나 파슬리, 당근, 그리고 딜을 섞어넣으며 사람에 따라서는 브로콜리와 샐러리를 쓰기도 한다. 생선의 모양도 먹음직스럽게 보이도록 신경써서 배치하는데, 폴란드의 생선 젤리는 영국과 달리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에 저녁 만찬으로 내놓는 정식 메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
▲ 러시아의 생선 젤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도 비슷한 요리인 홀로데츠(러: Холодец, 우: Холодець)가 있다. 지역에 따라 잘리노예(Заливное)라고도 부른다. 주인이 만찬을 끝낸 후 하인들이 남은 요리들을 한데 섞어 끓여 먹던 데서 비롯되었다. 그러다 18세기와 19세기에 서구화되어가는 러시아 제국에 대거 들어온 프랑스인 요리사들이 본국의 젤리 요리 조리법을 러시아에 도입해 맛과 디자인을 개선하여 지금에 이른다. 주로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쓰지만 원래는 생선이 주 재료였다. 생긴 건 폴란드의 생선 젤리와 거의 비슷하며, 역시 폴란드처럼 크리스마스나 새해 기념 만찬으로 먹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외에 몰도바 등지에서도 즐겨 먹는다. #
▲ 한국인의 밥상에 소개된 꼼장어껍질묵.
국내에도 유사한 요리인 생선 껍질 묵들이 존재한다. 이 그 중 부산광역시의 향토 요리인 꼼장어껍질묵은 장어 젤리와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한국인들이 꼼장어를 먹기 시작한 건 1930년대 일제강점기에 꼼장어 가죽을 이용한 피혁 산업이 발전하면서부터이며, 한국전쟁 이후 1950년대에 대중화되었다. #
꼼장어 껍질묵 역시 이 궁핍하던 시절 부산 시민들이 어떻게든 먹을거리를 찾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길거리 음식이다. 부산 출신 기성세대의 증언에 따르면 노점에서 술안주로 팔거나, 군것질거리와 함께 판매했다고 전해진다. 다만 장어가 아닌 꼼장어( 먹장어)를 사용하며,[27] 그것도 껍질을 사용한다. 젤라틴이나 한천도 넣지 않는다. 꼼장어 껍질에서 분비되는 점액 때문에 끓이고 식히면 알아서 굳는다.
위 영상 속에서는 곰피 달인 물과 실 고추, 그리고 생강채로 양념하고, 끓이는 게 아니라 팬에 지졌으나 이는 조리한 사람이 본인 취향대로 개선한 것이다. 원래는 장어 젤리처럼 꼼장어 껍질을 물에 푹 끓인 것을 별다른 양념 없이 그대로 굳혀서 만들었다. 먹을 때 초장을 찍는 정도뿐이다. 때문에 양념은 전통적으로 정해진 게 없고 쓰는 사람 마음대로다. 파프리카와 된장을 넣는 집도 있으며 # 심지어 카레가루를 넣는 곳도 있다. # 2023년 현재도 부산 기장군과 중구 자갈치시장에서 구할 수 있으나, 이제는 사라져 가는 식문화이다.
그 외에도 박대의 껍질을 이용한 서천군과 군산시의 향토요리인 박대껍질묵(벌벌이묵)과 # # 흑산도 및 광주광역시의 특산물인 홍어껍질묵 #, 그리고 북어 껍질을 이용한 강원도의 북어껍질묵 # # 등이 존재한다. 경상도 내륙 지역에서는 상어껍질( 돔배기 껍질)을 이용한 묵을 만들기도 한다. 상어 껍질묵은 안동과 영주 지방의 전통적인 양반가 제사상 음식이기도 하며, 특히 음식디미방을 쓴 안동 장씨의 후손들이 운영하는 경당종택의 것이 유명하다.
다만 박대묵은 껍질이 녹아 없어질 때까지 끓이기 때문에 우뭇가사리묵처럼 매우 하얗다. 홍어껍질묵과 북어껍질묵은 끓이고 나서도 생선 껍질이 남아 있기 때문에 따로 건져 내지 않는 이상 박대묵처럼 뽀얀 색이 나지는 않고, 오히려 장어 젤리나 꼼장어묵에 가깝게 생겼다. 이 묵들 역시 호불호가 갈리는 강렬한 비린내 탓에 찾는 사람이 줄면서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다.
▲ 일본의 니코고리
일본에는 니코고리(煮こごり)라는 요리가 있다. 고기, 또는 생선의 껍질이나 살을 야채, 간장과 함께 푹 끓인 후 콜라겐이 우러난 육수를 굳혀 만드는 것. # 유사성 때문에 일본에서는 영국의 장어 젤리를 니코고리와 비슷한 요리로 소개하기도 한다.
생선 중에서는 주로 가자미를 쓴다. 하지만 몇몇 식당에서는 복어를 쓰거나 영국처럼 뱀장어(아나고)를 이용한다. # 지역에 따라서는 가오리나 상어 등을 가지고 만들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꽤나 고급 요리로 취급받아 전채나 술안주로 쓰인다. 따뜻한 밥 위에 올려 녹인 후 같이 먹거나, 와사비를 발라 그대로 먹는다.
6.2. 매체에서
7. 둘러보기
[1]
수육이나 물고기를 젤리화시켜 굳힌 것으로,
편육 또한 아스픽의 일종이다.
[2]
런던의 올드게이트(Aldgate) 성문 앞에 놓여 있던 급수대를 기점으로 그 동쪽 지역을 의미하는 역사적인 표현이다. 올드게이트 성문은 과거
시티 오브 런던을 둘러싸던 성벽의 관문 중 하나다. 공식적으로 경계가 정해진 행정구역은 아니며, 그저 과거 한양의 '
성저십리'나 현대 서울의 '
강남'처럼 관행적으로 사용되는 지역명이다. 오늘날 런던의
타워 햄리츠구와
해크니구 일대와 대략적으로 일치한다. 런던이 대대적으로 확장하면서 현재는 이름과 달리
그레이터 런던의 중심 지역에 더 가깝다. 반대로
웨스트엔드도 있는데, 여기는 전통적으로 왕실이 있는 웨스트민스터 일대의 부촌이다.
[3]
19세기 말 살인마
잭 더 리퍼가 범행을 벌였던 곳이기도 하다.
[4]
코크니(Cockney)는 일반적으로는 런던의 이스트엔드 지역
방언(Cockney Accent)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이 방언을 사용하는 이스트엔드 주민들과 그들의 문화를 지칭하기도 한다.
[5]
향신료 그 자체인
커리는 당시에도 자주 소비되었지만 말 그대로 '인도 요리'로서 소비되었다. 일반적인 영국 요리에까지 쉽사리 적용되지는 않았다. 현대 한국에 다양한 이국 요리와 향신료가 싸게 공급되고 있으나, 그것들이 한식에 접목되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더딘 것과 비슷하다.
[6]
증류주(Liquor)와 동음이의어다. 때문에 소스가 아니라 술이라고 잘못 알려져 있기도 하다.
[7]
이마저도 현대에는 대부분
그레이비 소스로 서서히 대체되는 판이다. 최초로 리쿼에 장어 육수를 썼던 식당인 F.Cooke 정도만이 여전히 정통을 내세우며 장어 삶은 물로 만든 리쿼를 쓰고 있다.
[8]
사진은 런던에 있는 풀러스 브루어리의 맥주다.
[9]
유서 깊은 그리니치 시장에 위치한다.
그리니치 대학교 캠퍼스와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으며, 그 유명한
그리니치 천문대와도 지척에 있다. 또다른 주요 관광 스팟 중 하나인 국립해양박물관과
커티 삭 호와도 아주 가깝다.
[10]
4분 12초까지. 그 이후는 런던 동부에 위치한 영국 최대의 수산시장인 빌링스게이트 시장의 모습과 훈제 해덕대구를 파는 상인을 다루고 있다.
[11]
다진
소고기를 써서 만든다. 파이 앤 매시 식당에 따라서는 그냥 미트파이뿐만 아니라
양고기 파이, 닭가슴살로 만든 치킨 파이, 소
콩팥으로 만든 스테이크 앤 키드니 파이나 콩과 채소로 만든 비건용 파이를 주문할 수 있는 곳도 있다. 그리고 프루트 파이라는 이름으로
체리나
사과,
살구 등의 과일이 들어간 파이를 팔기도 한다. 다만 프루트 파이는 식사가 아니라 디저트이기 때문에 매시드 포테이토나 리쿼 소스 말고
슈트루델처럼
생크림, 또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곁들여 낸다.
[12]
보리
맥아를 이용해 만드는 식초다. 영국에서 널리 쓰인다. 각종 소스의 재료로 쓰이며,
피시앤칩스에도 뿌려 먹는다. 다만 현대에는 영국에도 단가 문제로 인해 향과 색을 첨가한 희석식 식초가 대다수다. 국내에는 아직 수입되지 않는다.
[13]
칠리식초와 초고추장, 타바스코 모두
고추 베이스에
식초를 섞어서 만들었다. 이 때문에 셋 다 해산물 요리에 어울리는 것. 맛이 심심한 파이 앤 매시에 뿌려 먹어도 잘 어울린다.
[14]
물론 예외는 있다. 바네이즈(Barneys)와 같은 일부 업체에서는 장어젤리 역시 파슬리와 허브로 양념하여 비린 맛을 잡는다.
#
[15]
상술한 혹스턴의 F.Cooke다.
[16]
수산업체 Bradley's 사의 포장된 제품.
[17]
영국에서 인도 요리와 동남아시아 향신료들이 대중화된 것은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았다. 대표적인 향신료 요리인
커리의 경우 이미 18세기 중반부터 문헌에 등장하나, 그저 이국적인 문화를 즐기던 귀족과 상류층들의 전유물이었고 19세기 중반이 되어서야
영국 해군에서
염장고기 처리용으로 도입하면서 널리 퍼지기 시작하였다. 지금처럼 영국인들이 일상적으로 인도 요리를 먹게 된 것은 2차 대전과 1954년
배급제의 종결 이후였다. 인도인 및 방글라데시인 이민자들은 밤 11시 이후 늦게까지 식당을 열었는데, 이 때문에 펍 영업 종료 시간 이후 2차를 찾던 영국인 고객들이 인도 식당으로 몰리게 된다. 때마침 방글라데시가
1971년의 독립전쟁으로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하고 다수의 방글라데시인 이민자들이 런던에 정착하여 인도 식당을 열었다. 이때부터 커리와 인도 요리는 더욱 값싼 서민 요리로 자리잡았으며, 반대로 전통적인 서민 요리인 파이 앤 매시와 장어 젤리는 점차 사라지게 된다.
#
[18]
배급제는 영국 식문화가 급격하게 퇴보한 결정적인 계기였다. 1939년부터 1954년까지의 15년간
샐러드 드레싱들마저 식탁에서 사라졌을 정도다. 유일한 예외는
하인츠사의
샐러드 크림이었다.
케첩,
베이크드 빈즈 등 하인츠 사가 영국인들의 식단에서 절대적인 입지를 구축한 것도 바로 이 배급제 시기이다.
#
[19]
방송인이자 작가다. 2014년 작고.
[20]
해당 해산물 노점상 터비 아이작스는 1919년에 문을 열었고, 이 인터뷰 이후로도 40년 가까이 더 운영하다 지난 2013년에야
폐점했다.
[21]
파이 앤 매시 전문점들은 대부분 파이 앤 매시류와 장어 젤리, 그리고 음료 외에는 별다른 메뉴가 없다. 문제는 리쿼, 미트파이, 매시드 포테이토라는 조합은 호불호가 갈리지는 않지만, 동시에 매우 특색 없는 정말 단순한 맛이라는 것이다. 거기다 장어 젤리는 정말 극도로 취향을 타는 요리이다 보니 대부분의 영국 시민들 입장에서는 파이 앤 매시 전문점들을 찾을 이유가 딱히 없다. 다만 전문점들이 사라지고 있을 뿐 파이 앤 매시 자체는 영국 곳곳의 펍이나 레스토랑에서 소비되고 있다.
[22]
다이어트가 될 정도로 식욕을 날려버린다는 의미다. 사진 속 제품은 장어 젤리 중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브래들리즈 사의 제품이다.
[23]
뱀은 서양에서는 아담과 이브를 타락시킨
악마의 상징이었다. 아시아에서는 지역별로 갈리기는 하나 역시 그닥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다.
[24]
특히 일본의
장어덮밥(우나기동).
[25]
다만 미국도 과거에는 아스픽이 상당히 발전했던 국가다. 동물성 식재료를 구하기 쉬웠던 환경과 19세기 말의 산업화가 겹치면서 젤라틴 역시 대량으로 수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특히 1950년대가 전성기였다. 현대에도 일부 남아 있는데, 미국 남부의
토마토
젤리가 바로 그것.
#
[26]
Raimond Spekking /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27]
먹장어는 유사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장어라는 이름이 붙기는 했지만 계통상으로는 장어와 아주 먼 별도의 생물이다. 애초에
어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