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힌두계 인도계 싱가포르인 가정. 뒤에 걸린 액자는 힌두교 선인(仙人)인 구루(Guru)들로 이들도 숭배 대상이 된다.인도계 싱가포르인들은 싱가포르를 구성하는 주요 민족이다.
싱가포르에선 중국계 싱가포르인, 말레이인과 함께 주요 민족에 속한다. 셋 중 가장 비중이 적지만 나름 상당수라서 인도인 보는 건 어렵지 않다.
인도계 싱가포르인들은 대부분이 타밀족들로 이루어져 있다. 싱가포르는 인도계의 영향으로 남인도계 언어 중 하나인 타밀어가 공용어 중의 하나에 속해 있다. 그래서인지 타밀 문자 역시 라틴 문자, 간체자와 함께 공공장소에 병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힌두사원이나 이슬람 모스크에서도 타밀 문자를 볼 수 있는데 힌두사원은 아예 타밀 문자가 디폴트 값이고 이슬람 모스크 역시 말레이어와 타밀어 그리고 아랍어를 병기한 곳이 많다. 싱가포르 이슬람은 원주민인 말레이인은 물론 영국이 19세기 말레이 반도 개척을 위해 남인도 하이데라바드와 마이소르 왕국 출신 무슬림 쿨리들을 대거 데려왔기 때문이다.
인도계 싱가포르인의 80%가 힌두교를 믿으며 20%의 상당수가 이슬람교를 믿는다. 나머지는 포르투갈의 통치를 받은 남인도 케랄라나 고아, 디우 출신의 가톨릭을 믿는 인도계 기독교도거나 포르투갈 피가 섞인 크리스탕이라는 인도인 그룹이다. 그리고 5% 정도 시크교 신자들이 존재한다.
이들 중 기독교도 인도계는 포르투갈 통치를 받았던 고아에서 다시 싱가포르로 내려온 케이스이며 성명이 스페인어 및 포르투갈어와 똑같은 로페스, 로드리게스, 페르난데스, 히메네스, 곤잘레스, 몬테이루[1], 가르시아 등 이베리아 성씨라 금방 눈에 띈다.
반면 힌두교 신도들 중 상층 카스트들은 산스크리트어식 이름을 고수하는 편이다. 시크교도 인도계는 전 세계 시크교인들이 다 그렇듯 남자 성씨는 싱[2], 카우르[3] 등으로 일관적이라서 금방 구분한다.
그리고 무슬림 인도계는 세계적으로 다 그렇지만 무함마드, 알리, 후세인, 무사[4], 하룬[5], 이사[6], 마르얌[7], 유수프[8] 이브라힘, 하산, 살만 등의 아랍식 성명을 쓴다. 여기서 예수를 뜻하는 이사, 마리아를 뜻하는 미리암, 성 요셉을 뜻하는 유수프 등 기독교도들이 쓸 법한 이름이 나오는 이유가 이슬람도 기독교의 구약 및 신약성경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단지 삼위일체 인정 여부가 갈리는데 예수를 메시아가 아닌 예언자로 취급하여 신이 아닌 인간으로 격하시키는 게 다르다.
암튼 이렇게 다양한 종교적 배경을 가진 인도계 사회지만 그래도 가장 큰 종교는 힌두교이며 싱가포르에서 힌두사원을 생각보다 자주 볼 수 있다. 잊을 만 하면 몇 블록 걸러 힌두사원이 나온다.
2. 역사
인도계 싱가포르인들은 고대부터 타밀나두 등 인도 남부에서 건너온 경우부터 시작해서 19세기 청나라 남부에서 쿨리로 정착하기 시작한 중국계 싱가포르인들보다 정착 역사가 빠른 편이었다.그러다가 인도인 인구가 늘게 된 계기는 영국이 말레이 반도를 점령, 식민지화하면서 남인도에서 쿨리를 대거 데려오면서부터다. 영국의 식민 지배 당시에 인도 남부의 하이데라바드 등에서 쿨리로 말레이 반도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19세기 당시 아직 중국인 이민자들이 주류가 되기 이전에는 인도계 상인들이 싱가포르의 상권을 장악했다. 특히 소수의 파르시 상인들이 부를 독점하여, 영국인들을 비롯한 다른 민족 집단의 견제를 받았다. 이후 중국인들이 남중국 광동성, 푸젠성, 하이난성에서 대거 쿨리로 유입되면서 중국인 인구가 어느덧 몇 안되던 원주민 말레이인보다 늘어났으나 중국인들만으로는 싱가포르의 노동력 수급에 차질이 생기자 영국은 영국령 인도 제국에서 인도인 죄수들을 싱가포르로 이동시켜 강제 노동을 시켰고, 이 과정에서 인도인 남성과 말레이계 여성 사이의 혼혈 및 그 후손[9]들이 생겨났다.
2차 세계대전 와중에 싱가포르를 점령한 일본군은 중국계 싱가포르인들을 탄압하는 대신 인도계에 대해서는 표면적으로 회유책을 사용했다. 일본은 싱가포르의 인도군 상당수를 찬드라 보스 휘하의 인도 국민군으로 편성하여 하필이면 버마 전선으로 파견하였는데, 이렇게 파견된 인도군 상당수가 그 유명한 임팔 작전 수행 중 전사하거나 질병 등으로 사망했다. 이 때 인도인들은 대놓고 일본 앞잡이가 되어 중국인들을 핍박했고 싱가포르 내에서 중국인들이 일본 끄나풀로 자신들을 괴롭히던 인도인들에게 원한을 품게 되었다. 말라야 연방 싱가포르 자치주의 지도자로 중국인 혈통의 리콴유가 뽑힌 후 리콴유의 인종 통합정책으로 표출되진 않았으나 내심 중국인들이 불만이 없진 않았다.
2차 세계대전이 일본과 독일 등 추축국의 패배로 끝난 이후 싱가포르가 1959년 말레이 연방의 일원으로 영국에서 독립하면서 말레이시아와 함께 나라를 이루었다가 1960년대에 말레이시아에서 분리된 뒤에 싱가포르 내의 인도계는 그대로 인도계 싱가포르인들이 되었다. 독립 후 리콴유는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에서 강제 축출당한 이유가 인종 문제였다고 판단하고 강력하게 인종 통합정책을 펴게 되었고 이런 과정에서 어려서부터 같은 학교를 다니고 접촉하기 시작하게 된 중국계와 인도계는 일제 침략 당시 가진 원한관계를 어느 정도는 청산하는데 성공했으며 싱가포르는 타 동남아시아와는 달리 인종문제가 두드러지지 않는 순효과가 나왔다. 물론 그럼에도 동아시아인 특유의 순혈주의 탓에 인도계와 중국계 통혼은 거의 없었고[10] 말레이계와 중국계는 소수의 페라나칸을 빼고는 통혼이 끊겼다. 되려 무슬림 인도계가 말레이인과 통혼율이 높아 현재 말레이-인도 혼혈들이 꽤 나왔고 대통령으로 할리마 야콥을 배출하기도 했다.
인도계 말레이시아인들이 말레이시아 의료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과 다르게 인도계 싱가포르인들은 주로 요식업과 관광업 그리고 육체노동 등에 종사하며 말레이인들과 함께 싱가포르의 소외계층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중국계 싱가포르인들이 인구 대다수라서 더 유리하기 때문인데 아무리 못 사는 중국계더라도 적어도 못 사는 인도계나 말레이인보다는 더 나은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중국계는 한 예로 절대 육체노동을 하지 않으며 아무리 못 살아도 해외여행을 꼬박꼬박 하고 조금 노력하면 크루즈 여행 같은것도 다니는 반면 인도계/말레이계는 하루 벌어먹기 바쁜 상황이라 중국계보다는 해외진출 비율이 적다. 그나마 인도계는 탑클래스도 꽤 많아 자주 볼 수 있으나 말레이인들은 정말 암울하다. 원주민 맞나 싶을 정도로 사회적 영향력이 0에 수렴한다.
인도계는 말레이인들과 함께 주로 남자는 육체노동, 여자는 요식업 등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거나 청소부를 맡으며 그 범죄율 낮은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인과 함께 그나마 범죄 혐의로 수감되는 사람이 많은 인종이기도 하다. 미국 흑인 및 히스패닉 등 미국의 하층민 인종들이나 호주의 어보리진, 일본 내 일본계 브라질인 등과 같은 아픔을 겪고 있다. 그나마 다행히도 싱가포르는 미국과 달리 공교육 여건이 좋고 교육 보장이 철저해서 미국처럼 밑도 끝도 없이 범죄의 늪에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미지가 좀 나쁠 뿐이다.[11]
그래도 싱가포르라는 나라 자체가 최선진국인지라 당연히 잘 사는 인도계도 많으며 마리나 베이 끄트머리 쪽인 탄중루(Tanjung Rhu) 같은 부촌에는 인도계 탑클래스들이 백인들과 함께 고급주택에서 거주한다. 주로 변호사, 회계사, 의사, 대학교수 등이 상류층 인도계이다. 즉, 싱가포르의 부유층 분포는 중국계>>>인도계>말레이계라고 볼수 있다.
3. 언어 및 종교
인도계 싱가포르인들의 대부분이 타밀족으로 2010년 통계 결과 54.18%가 타밀어를 사용한다.[12]하지만 싱가포르는 타밀어가 공용어 중의 하나라고 해도 영어가 널리 쓰이고 표준 중국어는 가장 인구가 많은 중국계 싱가포르인들이 자기들끼리 사용하고 있어서 인구 비중이 낮은 타밀어는 인도계 싱가포르인들이 사용하는 것을 제외하면 많이 쓰이진 않는다. 애초 인도계 인구 자체가 비중이 적다. 그래도 안내방송 등에 꼬박꼬박 나온다.
이 외에도 말라얄람어( 케랄라어) 사용 인구 2만 6천여 명, 펀자브어 사용 인구가 1만 8천여 명 등이 존재한다.
비공식적으로는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 노동자들의 영향으로 벵골어의 영향력도 강한 편이다. 방글라데시 이주 노동자들의 경우 싱가포르에서 육체노동자 특히 건설노동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으며 인력이 부족한 나라인 만큼 꼭 필요한 사람들이다.
인도계 싱가포르인들은 힌두교를 믿는 경우가 많다. 2016년 통계 결과 59.88%가 힌두교 신자였다.
그 외에도 이슬람교 신자는 21.28%에 달하며 기독교 [13], 시크교[14] 순이다.
인도계 기독교도는 성명이 위에 언급했듯 이베리아식이라 금방 눈에 띈다. 그리고 인도계 무슬림은 말레이인과 통혼이 잦다. 동아시아인 혈통의 중국계 싱가포르인들이 동아시아 특유 순혈주의 선호 때문에 통혼이 거의 없다시피한 것과 달리 인도계 무슬림들은 말레이인과 자주 같이 살았기 때문인데 이는 힌두인들의 배타적 성향 탓에 힌두인들이 아닌 타 인종이지만 종교가 같은 말레이인들과 같이 사는 걸 선호해서이다. 같은 움마 공동체 내에서 인도계 무슬림이 그간 스스로를 격리하며 따로 살고 카스트 제도 잔재를 오랫동안 유지했던 힌두인보다는 같은 모스크에 다니며 친절하게 대하는 말레이인 이웃에게 더 동질감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할리마 야콥 현 싱가포르 대통령[15]이 부계가 말레이인, 모계가 인도계 무슬림인 인도계 프라나칸이다. 이러한 인도계 프라나칸은 굉장히 흔한데 보통 스스로 말레이인에 정체성을 둬서 잘 눈에 띄지는 않는다.
시크교 신자는 대부분 펀자브어 사용자와 겹치는 편이다. 이는 시크교의 종교 언어가 펀자브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종교가 다양한 가운데 힌두인들은 전술했듯 카스트 제도 잔재 탓에 스스로를 타 인종, 타 종교 신자들과 격리하며 살기도 했다. 리틀 인디아와 오차드 로드 일대에서 모여 살며 타 지역으로 좀처럼 가지 않았고 중국계 싱가포르인들과는 아예 소 닭 보는 사이였다. 그러나 리콴유가 독립 후 인종문제 철폐를 위해 이들 힌두인들의 거주지를 강제로 흩어놓고 HDB에서 타 인종, 타 종교인들과 모여 살도록 조치해 젊은 층으로 갈수록 이러한 꼰대스런 옛 잔재는 없어지고 있다.
물론 통혼율만은 처참히 낮은데 어차피 중국계 싱가포르인들만 해도 출신지가 정체성을 중시하는 동아시아라 통혼을 안 해서 상관없는 문제다. 통혼이 없다고 나라가 배타적인 건 절대 아니다. 미국/ 캐나다나 라틴아메리카 등 신대륙 국가들만 해도 21세기에 들어선 혼혈이 거의 일어나지 않으며 특히 라틴아메리카는 초창기에나 난장판 혼혈이 있었지 각 나라가 독립해 자리잡은 뒤에는 인종이 계층으로 굳어져 더더욱 혼혈이 없다.[16]
4. 기타
싱가포르 내 리틀 인디아(Little India) 구역인 세랑군 로드 일대에 가면 인도계 싱가포르인들이 운영하는 여러 상점과 음식점들을 구경할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 구경할 수 없는 힌두사원이나 힌두교 선인(Guru)들의 각종 초상화, 힌두 신상 등이 늘어져 있다. 아주 강렬한 힌두식 향 냄새도 자주 맡을 수 있다.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요리와 차별화된 싱가포르의 대표 요리 중 하나인 피시헤드 커리(Fish head Curry)가 인도계 싱가포르 요리이다.[17] M. J. 고메즈라는 케랄라 출신 기독교도 셰프가 개발한 요리다. 기독교도들은 포르투갈이 통치하던 말라카에서 다시 싱가포르로 이주해서 이베리아식 성명을 가져서 저 사람도 고메즈라는 이베리아 성씨를 쓴다.
이 외에도 타밀족이 많다 보니 식자재 상당수를 인도 타밀나두 주에서 수입하는데 쌀도 타밀나두에서 재배된 폰니 라이스(Ponni Rice)라는 남인도산 장립종 쌀을 많이 먹는다. 덕분에 한국이나 일본에서 먹는 자포니카 종 쌀밥과는 다르며 한국인들은 처음에 적응을 힘들어하기도 한다.
저 폰니 라이스는 인도계 말고도 중국계 싱가포르인 및 말레이인들도 즐겨 먹으며 중국식당에서 볶음밥도 저 쌀로 만든다. 한국인들이 자포니카 쌀에 익숙해서 맨 처음 먹으면 밥알이 쉽게 날아가고 금방 배가 꺼져서 좀 당황할 수 있다.
5. 관련 항목
6. 외부 링크
[1]
스페인어로는 몬테로이다.
[2]
펀자브어로 숫사자.
[3]
펀자브어로 암사자.
[4]
구약성경의 모세
[5]
구약성경의 아론
[6]
예수의 아랍어 이름이다.
[7]
마리아의 아랍어 이름이다.
[8]
성 요셉의 아랍어 이름이다.
[9]
자위 프라나칸이라고 한다.
할리마 야콥 현 싱가포르 대통령이 이렇게 말레이-인도계에 속한다
[10]
애초 인도계는 힌두교, 이슬람교 등 고유 전통이 너무 강해서 동아시아 문화와 서양 문화가 조화된 삶을 살던 중국계에겐 맞지 않았다.
[11]
다름이 아니고 사기나 횡령 등 범죄 전과자는 대부분 인도계, 강력범죄 전과자 대부분은 말레이인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12]
반대로 북인도 쪽의 비중은 낮은 편이라서
힌디어,
우르두어 화자는 소수이다.
[13]
신자 비율 12.1%로 대부분이 사도 도마 교회 신자들이고 일부는
포르투갈이 통치한 고아에서 이주한
크리스탕들이다. 이들 전원이
포르투갈이 다스리던
말라카에서 다시 싱가포르로 이주했다.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은 적 없는 싱가포르가 생각보다
이베리아 반도식 성명을 가진 사람들이 좀 있는게 이들 크리스탕들 덕분이다.
[14]
신자 비율 4.26%로 비교적 소수다.
[15]
싱가포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고 초대 대통령 유수프 빈 이삭에 이은 두번째 무슬림 대통령이다.
[16]
멕시코에서 괜히 흑인과 백인을 다룬 천사들의 합창 같은
텔레노벨라가 방영되는 게 아니다. 그 정도로 20세기 이후 라틴아메리카도 통혼이 힘들다.
[17]
이게 한국에 잘못 수출되어서
나는 자연인이다의
이승윤 짤방으로 유명해졌다. 정확히는 이 요리를 아주 단단히 오해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