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7 00:07:54

외래어 표기법/일본어/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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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상세3. 각종 쟁점
3.1. 한국어와의 음성적 대응보다는 일본어 자체의 음운 체계를 고려해야 한다
3.1.1. 현행 표기 옹호3.1.2. 현행 표기 비판
3.2. 음성 대응의 분석 자체가 잘못되었다
3.2.1. 현대 한국어의 정서법과 음운 체계로 인한 제약
3.3. 모순되는 부분
3.3.1. カ행, タ행의 어두, 어중·어말 표기를 다르게 함3.3.2. 촉음(っ)을 따로 표기함
3.4. 미비한 규정
3.4.1. 역사적 가나 표기에 대한 규정 미비
3.5. 표기가 어색하다3.6. 실제 발음과 다르다3.7. '내 귀에는 이렇게 들린다'3.8. 외래어 표기법은 국립국어원 차원의 가이드라인(권고 사항)이다3.9. 실제 언중의 언어 생활을 반영하지 못한다
3.9.1. 하지만 실제 언중의 언어 생활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실제로 객관적으로 입증하기는 어렵다
3.10. 한자로 된 인명·지명 표기를 한국 한자음으로 옮기자는 주장
3.10.1. 반론
3.11. 외국어 유래의 일본어 단어는?
3.11.1. 반대의 경우
3.12. 대조표와 표기 세칙을 폐지하고, 단어별로 굳어진 한글 표기들을 그대로 두자는 주장
3.12.1. 반론
3.13. 굳이 표기를 꼭 하나로 통일하려고 하지 말자
4. 현행 표기법 찬반에 따른 견해 차이5. 현행 일본어 외래어 표기법이 개정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5.1. 바뀌기 어렵다는 주장5.2.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5.3. 총평

1. 개요

현행 일본어 표기법에 대한 논쟁을 정리한 문서이다.

2. 상세

일반적으로 일반명사,(예 : 기모노, 쓰나미 등) 지명, 역사적 인물, 언론에 등장하는 정치인은 외래어 표기법을 철저히 따라 한글로 표기하지만, 대중문화 공식 번역에서 대중문화 종사자나 대중문화 캐릭터 등 대중문화 관련 인물이라든지, 대중문화 공식 번역은 아니라 외래어 표기법대로 표기할 수도 있지만 나무위키의 문서명 결정상[1] 대중문화 번역과 인터넷을 통해 유명해진 일반명사와(예 : 코타츠, 타코야키 등) 지명과(주로 토요타시, 츠시 등 소도시) 역사적 인물,(예 : 와타나베노 츠나, 미나모토노 요시츠네 등)[2] 정치인 포함 현대 인물(예 : 타치바나 타카시 등)[3] 등은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지 않는 이중적인 한글 표기 현상이 있어 생겨난 논쟁이다.

현실에서는 무성음·유성음 이야기조차 꺼내는 순간 이상한 사람 취급받게 된다. 애당초 이러한 논쟁을 주로 특정 계층에 속한 사람들이 주장해 온지라 그 반작용으로 일반인들은 '까라면 까지 왜 나라에서 정한 걸 갖고 잔소리야'라는 식으로 국립국어원 편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

이는 또한 한글 표기법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이 정작 표기법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떤 외국어의 표기법에 대해 논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외국어를 안다는 것인데, 그런 사람은 오히려 한글 표기가 필요하지 않다. 당연히 원어로 읽고 쓸 수 있는 데다, 해당 외국어로 읽고 쓰는 게 한글로 읽고 쓰는 것보다 당연히 더 정확하기 때문이다.

또한 표기법 개정을 주장하는 쪽에서 지극히 일본어를 아는 사람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대다수의 한국어 화자들은 일본어를 아는 것도 아니고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닌데, 보통 이 점을 간과한다. 예를 들어 '기모노(着物)'가 청음으로 시작한다는 것과 '긴자(銀座)'가 탁음으로 시작한다는 건 대다수의 한국어 화자들한테 중요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한국어 화자는 일본어를 알아야/구사해야 할 의무가 없다. 다른 예를 들어 보자면, 한국어 화자들이 마하 와치랄롱꼰이라는 한글 표기를 접하고 사용하는 데에 태국어 태국 문자를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게 아니다. 일본어 한글 표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일본어 한글 표기를 접하고 사용하는 모든 한국어 화자들이 일본어를 알아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러므로 표기법 개정을 주장할 때는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4] 대개 영어나 스페인어 등 서양권 언어들을 반론으로 들지만, 애시당초 영어 park와 bark를 각각 '파크'와 '바크'로 표기하는 것은 영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귀에도 정말 그렇게 들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이 외래어 표기법을 '다른 언어를 구사할 때의 발음법'이라고 오해하는 것도 문제다. 외래어 표기법은 다른 언어에서 유래한 단어를 한국어 단어로 적을 때의 규정이지, 다른 언어의 발음을 구사할 때의 규정이 아니다[5](그리고 국립국어원이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의 발음법을 규정해야 할 이유도 없다). 또한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건 따르지 않건 한국어의 한글로는 다른 언어의 발음을 정확히 적을 수 없기 때문에 한글 표기는 다른 언어의 '발음 기호'가 될 수 없으며, 다른 언어를 구사할 때는 (한글 표기와는 무관하게) 해당 언어의 정확한 발음을 따로 익혀서 발음해야 한다. 일본어의 발음법이 된다면 로마자 키릴 문자의 사례처럼 한글이 일본 현지에서 일본어를 표기하는 공식 문자가 되어서 새로운 글자를 사용하거나 기존의 글자를 다르게 읽는 등 한국어의 철자법이나 발음법과 전혀 다르게 사용되어야 한다. 아래 '실제 발음과 다르다' 섹션 참고.

3. 각종 쟁점

3.1. 한국어와의 음성적 대응보다는 일본어 자체의 음운 체계를 고려해야 한다

한국어 말소리와의 음성적 대응을 중시한 나머지 일본어의 음소적 구분을 훼손했다는 주장이다.

어두에 오는 무성 파열음의 청음과 탁음을 구분하지 않는다거나, 장음을 표기하지 않기 때문에 졸지에 동음이의어가 되어버린다는 문제들이다. 예를 들면 크다(大: おお)와 작다(小: お)도 구별 못 하고, 무엇보다 (金: きん)과 (銀: ぎん)도 구별하지 못하게 된다. 다시 말해 표의적 변별성, 즉, 원 언어의 음소의 구분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명과 같은 고유 명사에 대해 어두의 청음과 탁음이 동일하게 표기되는 것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만화 은혼의 정발판은 かぐら를 ' 가구라'로 옮겼다가, 나중에 이름이 がぐら인 캐릭터가 나오자 '카구라'로 옮기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3.1.1. 현행 표기 옹호

그러나, 외래어 표기법은 외국어 자체를 표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외국어 단어의 발음을 가까운 한국어 발음으로 적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애당초 원 언어의 음소 구분(= 말소리의 표의적 변별성)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 아니다.[6] 고로 동음이의어가 된다 해도 부연 설명이 없는 이상 한국어 음운 체계 내에서 해결할 이유는 없다. 영어를 비롯한 인도유럽어족 언어에서 흔히 알 수 있는 양순 파열음과 순치 마찰음([p]와 [f], [b]와 [v]), 설측 전동음과 치경 전동음([l]과 [r])을 한글 표기 시 구분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이다.

또한 설령 표기가 중복된다고 해도, 단순히 한국어에서 동철이의어가 되는 것뿐이다. 金閣寺와 銀閣寺는 한국어에서 '긴카쿠지'라는 동철이의어가 되는 것뿐이고, 동철이의어가 되는 것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외래어 표기법에서 light와 right가 모두 '라이트'가 되고 fashion과 passion이 모두 '패션'이 되고 미국의 Oakland 뉴질랜드 Auckland가 모두 '오클랜드'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역으로 가나 표기법에 따라 ' 당정'과 ' 탕정'이 모두 タンジョン으로 표기되는 것과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으면서 일본어에 대해서 일본어 기준으로 예외를 삼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다.

그리고 金閣寺와 銀閣寺는 사실 그렇게 좋은 예가 아니다. 金閣寺와 銀閣寺를 각각 '킨카쿠지'와 '긴카쿠지'로 적을 경우, 일본어를 모르는 일반적인 한국어 화자들은 그 둘을 혼동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두 한글 표기의 모양도 두 한글 표기를 읽었을 때의 음가도 어두의 ㅋ/ㄱ을 제외하면 완전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게 이해가 안 된다면, 오스트레일리아 오스트리아를 혼동하는 한국어 화자들이 제법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킨카쿠지/긴카쿠지보다 더 크게 차이가 나는 오스트레일리아와 오스트리아를 혼동하는 한국어 화자들도 제법 있는 판인데, 金閣寺와 銀閣寺를 각각 킨카쿠지와 긴카쿠지로 적으면 (일본어를 모르는 일반적인) 한국어 화자들이 둘을 혼동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수밖에 없다.[7] 즉 金閣寺와 銀閣寺를 각각 '킨카쿠지'와 '긴카쿠지'로 적는 것은 오히려 도움이 더 안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어를 모르는 일반적인 한국어 화자들을 고려한다면 차라리 정식 명칭을 한글로 옮긴 '로쿠온지'나 '지쇼지'를 사용하거나(이 둘은 마지막의 '지'를 빼면 어형이 완전히 다르므로 혼동할 가능성이 없다), 또는 한국 한자음을 사용한 '금각사'와 '은각사'를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특히 이 경우는 '금각사'와 '은각사'라고 하면 일본어를 모르더라도 '금'과 '은'으로 대조가 된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일본어 표기에도 이런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의 수도 ' 서울'과 영어로 '영혼'을 의미하는 soul의 가타카나 표기는 둘 다 ソウル로 똑같다. 하지만 이를 문제 삼는 일본인은 없다. 실제로 '서울'의 ㅓ가 후설 평순 중저모음/ʌ/이고 soul의 o는 후설 원순 중고모음/o/으로 다른 발음임에도 이 둘이 변별되지 않는 일본어 음운 체계의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철이의어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도 될 수 있고 soul도 될 수 있는 ソウル이라는 표기가 나오더라도 일본어 화자는 문맥을 보고 '서울'인지 soul인지 쉽게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ソウルの夜景は美しい'라는 문장이 주어졌을 때 이 문장의 ソウル 뒷부분을 해석하면 '~의 야경은 아름답다'가 되니 문맥상 이 문장의 ソウル을 '서울'이라고 쉽게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위에서의 '카구라'같은 사례로 현행 일본어 표기법만을 탓할 수 없는 것이, 번역자가 꼭 '카구라'라는 표기를 선택할 의무는 없었기 때문이다. 번역자의 재량에 맡기는 식이었다면, 번역자 재량으로 がぐら를 '가구라B'와 같이 끝에 B만 붙여서(현실에서 동명이인을 홍길동A, 홍길동B로 구분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또는 '가굴아'와 같이 약간 비튼 한글 표기를 사용해서 이미 '가구라'로 표기된 かぐら와 구분해 적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원어 병기를 꼭 할 필요도, 꼭 '카구라'라는 표기를 사용할 필요도 없이 둘의 구분이 가능하다.

다른 언어에서도 서로 다른 두 대상이 동일하게 지칭되는 문제가 생길 경우 표기법 규정에 어긋난 철자를 쓰기도 한다. 산시성 문서를 봐도 알겠지만, 영어에서는 성조만 다른 두 산시성(陕西省 Shǎnxī, 山西省 Shānxī)을 구분하기 위하여 서쪽의 산시성(陕西省 Shǎnxī)은 한어병음과 어긋나게 Shaanxi로 적고 있다.[8] 이와 같이, かぐら를 이미 '가구라'로 표기했는데 나중에 がぐら가 나오는 경우도 번역자가 がぐら에 대해 '가굴아'와 같이 철자를 약간 비튼 표기를 사용하면 (꼭 '카구라'라는 표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이) 한글로도 かぐら와 がぐら의 구분이 문제없이 가능하다. 서쪽의 陕西省을 동쪽의 山西省과 구분하기 위해 한어병음 규정에 맞지 않는 Shaanxi라는 표기를 채택할 필요가 있었다고 해서 한어병음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왜 이미 '가구라'로 표기된 かぐら와 구분하기 위해 번역자가 がぐら에다가 규정에 맞지 않는 표기를 써야 했다는 이유로 현행 외래어 표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Shaanxi나 '카구라/가구라B/가굴아'나 결국 규정에 맞지 않는 철자를 사용해 다른 대상과 구분을 꾀했다는 점은 똑같은데, 왜 Shaanxi와 한어병음은 문제가 없고 '카구라/가구라B/가굴아'와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일본어 표기법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실제로 중국의 전(前) 쇼트트랙 선수 중에는 한어병음 표기도 한글 표기도 모두 똑같이 Yáng Yáng / ' 양양'인 선수가 두 명 있었는데, 이 두 명을 구분하기 위해 선수의 이름 표기 자체를 손대는 대신 이름 뒤에 (A)와 (S)를 붙여서 구분했다( 양양(A), 양양(S)로 구분했다). 한글 표기 시 생기는 동명이인 문제도 저런 식으로 이름 뒤에 다른 식별자를 붙이는 방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를테면 한국인인 동명이인의 경우 LG 트윈스에서 두 명의 이병규를 구분하기 위해 각각 이병규(9) 이병규(7)로 등번호를 딴 식별자를 붙여서 구분하는 방법을 쓰는 사례라든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최경환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 둘이 함께 당선되자 각각 최경환(새) 최경환(국)으로 정당 이름의 앞글자를 딴 식별자를 붙여서 구분하는 방법을 쓰는 사례 등을 들 수 있으며, 이를 외국 문자로 표현할 때도 마찬가지로 동일한 방법을 쓸 수 있다. 또한 서로 다른 두 나카지마 사키 성우 나카지마 사키, 가수 나카지마 사키로 구분하면 된다. 이는 경기도 광주, 전라도 광주와 정확히 같은 구분법이다.

사실 원어의 음소 구분이나 변별 요소를 모두 보존해야 한다는 잣대를 들이대면 아주 곤란하다. 정말로 원어의 음소 구분이나 변별 요소를 모두 보존해야 한다면, 영어의 /f/, /v/, /z/ 등을 표기하기 위해 새로 낱자를 도입해야 할 것이고, 중국어를 표기할 때 권설음 표기를 위해 새로 낱자를 도입해야 하고 성조도 반영해야 할 것이고, 아랍어를 표기할 때 인두음 표기를 위해 새로 낱자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그래서 원어에서 발음상 또는 표기상으로 구분이 있으니까 한글 표기 시에도 그 구분이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은 부적절하다. 한글로 표기하는 이상 필연적으로 손실이 생기는 것은 감수해야 하며, 이것을 감수하기 싫다면 원어로 적는 수밖에 없다. 외국어·외래어의 한글 표기는 한국어에서 변별되는 요소들만 반영하는 것으로 충분하고, 그 이상의 정보는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かおり를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면 ‘가오리’가 되니 원어가 かおり인지 がおり인지 알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라는 반박도 먹히지 않는다.[9] 바로 위에서 서술했듯 right와 light가 모두 '라이트'가 되고 fashion과 passion이 모두 '패션'이 되고 Oakland와 Auckland가 모두 '오클랜드'가 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서 か를 어두에서 '가', 어중·어말에서 '카'로 표기하는 것에 문제 제기를 하려면 원어 복원 문제나 표기 중복 같은 이유 말고 다른 이유를 들어야 한다. 이상하게도 일본어 표기에는 원어의 음소 구분을 (모두)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제법 있으며, 이 주장이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 간혹 지지를 받고는 한다. 그러나 영어 fashion과 passion이 모두 '패션'이 돼 구별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어 표기법이 잘못되었다고 하지는 않으면서, 어두의 か와 が가 모두 '가'가 돼 구별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본어 표기법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10]

그리고 일본어만 특별히 한글 표기 시 원어 복원이 이루어져야 하는 당위성이 과연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한글 표기를 보고서 가나 표기를 복원해 내는 것도 사실 무의미하다. 일본어의 고유 명사는 대부분 한자로 표기되는데, 가나 표기만 가지고 한자 표기까지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하루카'를 보고 はるか를 복원해 내더라도, 그것이 한자로 遥인지 遥香인지 遥佳인지 春果인지 春香인지 晴香인지를 알아낼 수는 없기 때문에 가나 표기 복원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가나 표기를 살려야 한다'라는 주장은 여기서 설득력을 잃는다.[11] 즉 원어 복원을 위해서는 아베 신조(安倍 晋三)와 같이 반드시 원어 표기를 병기해야 한다. 사실 이건 일본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언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들은 슈(九州)와 기타(北九州), 쿄(東京)와 니시(西東京) 등의 예를 들면서 표준 표기법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 또한 강한 논거로 보기 어려우며 다음 세 가지로 반박될 수 있다.
  • 어차피 일본어에서는 ' 오사카'와 ' 고베'로부터 ' 한신'이 나오고 '가이'와 ' 시나노'와 '에치고'로부터 ' 고신에쓰'가 나오기 때문에 저런 예를 드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일본어를 모르면 왜 오사카와 고베를 합쳐 한신이 되고 가이와 시나노와 에치고를 합쳐 고신에쓰가 나오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규'슈와 기타'큐'슈, '도'쿄와 니시'토'쿄는 한글로 적었을 때의 글자 모양도 비슷하고 읽었을 때 음가도 비슷하므로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도 연관성이 있음을 얼추 이해할 수는 있는데, 한신과 고신에쓰는 일본어를 모르면 왜 저렇게 되는지 전혀 이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규'슈와 기타'큐'슈, '도'쿄와 니시'토'쿄 등의 예를 문제 삼기 이전에 오사카와 고베로부터 한신을 만들어 내고 가이와 시나노와 에치고로부터 고신에쓰를 만들어 내는 일본인들을 먼저 문제 삼아야 할 것이다.
  • 규슈와 기타큐슈 같은 경우는 '규슈와 기타큐슈는 서로 별개의 지명이기 때문에 굳이 きゅ의 표기가 같아야 할 필요가 없다'라고 주장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규슈 지방 안에 기타큐슈시가 들어가는 것은 분명히 사실이지만, 그 둘이 서로 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타큐슈는 단지 가고시마, 구마모토 등과 같이 규슈 지방 안의 여러 지명들 중 하나일 뿐이며 특별하게 취급할 이유는 없다. 또한 일본어를 모르는 대다수의 한국어 화자들에게는 규슈의 '규'와 기타큐슈의 '큐'가 일본어에서 본래 같은 발음인지 아닌지, 그리고 기타큐슈가 본래 기타 + 규슈/큐슈로 이뤄져 있다는 것도 중요하지 않으며, 그런 점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일본어를 아는 사람이야 기타큐슈를 '기타' + '규슈/큐슈'라는 두 덩어리로 분석할 수 있고 여기서 '기타'가 북쪽이라는 뜻임을 알겠지만(따라서 '규'슈와 기타'큐'슈를 불편하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일본어를 모르는 대다수의 한국어 화자들은 기타큐슈로부터 '북쪽 규슈/큐슈'라는 분석을 해 낼 수도 없으며 해야 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단지 기타큐슈는 그냥 '기타큐슈' 한 덩어리일 뿐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모든 지명의 유래나 의미를 아는 것은 아니지만, 지명을 사용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따라서 규슈와 기타큐슈 또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 물론 도쿄와 니시토쿄에 대해서도 똑같이 주장할 수 있다. 니시토쿄는 단지 무사시노, 미타카 등과 같이 도쿄도 23구의 서쪽에 있는 여러 지명들 중 하나일 뿐이며 특별하게 취급할 이유는 없다. 또한 일본어를 모르는 대다수의 한국어 화자들에게는 도쿄의 '도'와 니시토쿄의 '토'가 일본어에서 본래 같은 발음인지 아닌지, 그리고 니시토쿄가 본래 니시 + 도쿄/토쿄로 이뤄져 있다는 것도 중요하지 않으며, (이하 생략).
    • 이 주장은 국어의 가나 문자 표기법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가나 표기법에 따르면 ' 대구'의 가나 표기는 グ인 반면 '서대구'와 '동대구'의 가나 표기는 각각 ソグ와 トング이다. 얼핏 보면 같은 대구임에도 표기가 다르게 되어 있어 일본인이 보기에 혼란스러울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한국어를 모르는 대다수의 일본인에게는 テグ와 トンデグ에서 '대'가 テ와 デ로 다르게 표기되는 이유에 관심이 없고, 그렇다고 알아야 할 정도로 중요한 것도 아니다. 그들에게 '대구'와 '동대구'와 '서대구'는 그저 다른 동네로 느껴질 뿐이다. 그리고 이것이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한국인이나 일본인은 없거나 극히 적다.
  • 한편 영어 표기법에는 "따로 설 수 있는 말의 합성으로 이루어진 복합어는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말이 단독으로 쓰일 때의 표기대로 적는다."라는 조항이 있는데(그래서 headlight는 '헤들라이트'가 아니라 '헤드라이트'다), 정 '규'슈-기타'큐'슈 문제를 피하려면 이와 같은 조항을 일본어 표기법에도 추가하는 걸로 해결할 수도 있다. 즉 北九州는 北와 九州를 각각 '기타'와 '규슈'로 따로따로 표기한 뒤에 '기타규슈'로 이어서 쓰는 식이다.[12]

무엇보다도 대다수의 한국어 화자들은 '도쿄'의 원어가 무엇이고 '오사카'의 원어가 무엇인지 등에 관심이 없다. 한국어 화자들에게 '도쿄'는 도쿄일 뿐이지 東京(とうきょう)가 아니며 '오사카'는 '오사카'일 뿐이지 大阪(おおさか)가 아니다. 또한 한국어 화자들이 원어를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상술했듯이 한국어 화자들이 '마하 와치랄롱꼰'이라는 한글 표기를 접하고 사용하는 데에 태국어나 태국 문자를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게 아니다. 일본어 한글 표기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원어로의 복원 가능성 등은 고려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오히려 일부 사람들이 원어 복원을 중요하게 여겨서 장음 표기나 자/쟈 등의 구분 등 외래어 표기법의 다른 언어 표기법들에서도(그리고 추가적으로 한국어의 고유어와 한자어에서도) 인정하지 않는 사항들을 반드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좀 강하게 비판하자면) 외국어부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외래어 표기법을 지키는 문헌이라도,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이유로 생겨나는 동음이의어를 구분해야 할 때는 간혹 이 규칙을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게 되면 더 곤란하니까(물론 이런 사례는 드물다). 외래어 표기법을 완전히 따른 것은 아니나 비슷한 사례를 들자면, 도시락 전쟁 사와기 자매 沢桔 梗(さわぎ きょう)와 沢桔 鏡(さわぎ きょう)는 공식 한국어판에서 각각 '사와기 쿄'와 '사와기 쿄우'로 표기되어 구분됐다. 둘은 원어에서 같은 발음이고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도 둘이 똑같이 표기되는데, 번역자는 (어두에 거센소리를 쓴 것은 일단 넘어간다고 해도) おう 장음을 한쪽은 '오'로 적고 한쪽은 규정에 맞지 않게 '오우'로 적어서 구분하는 방법을 취했다. 그런데 이것도 좀 이상한 것이, 영어 한글 표기 시 표기가 중복될 경우는 라이트(light), 라이트(right)와 같이 원어를 병기하는 쪽으로 가는데, 일본어 한글 표기 시 표기가 중복될 경우만 한글 표기를 건드릴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3.1.2. 현행 표기 비판

위에서 다른 언어들의 표기법을 근거로 일본어 표기법을 변호하는 데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

위의 예시들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대부분 사례들은 표기하는 언어로 최대한 정확히 원어의 단어들을 구분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다. l과 r의 구분, f와 p의 구분은 한글과 한국어에 r과 f에 해당하는 자음이 없으므로 불가능하며, 일본어 쪽 표기에서 '서울'과 '소울'의 구분이 불가능한 것도 일본어에 'ㅓ'발음이 없기 때문이다. '하루카'의 발음만으로 한자 표기 유추가 불가능한 건 더 나아가서 일본인 원어 화자들도 불가능한, 일본어 자체의 한계이므로 애초에 일본어 표기법에 등장할 예시조차도 아니다.[13]

영어로 '산시성'을 표기하는 것도 마찬가지인게, 두 산시성을 표기하면서 나오는 혼동 문제는 영어라는 언어에 중국어와 같은 형태의 성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며, 한국어 역시 중국어의 성조가 적용되지 않으면서 원어에서는 동음이의어가 아니었던 단어가 동음이의어가 되어 다른 구분법을 강구해야 하는 사례들이 있지만, 그걸 가지고 '표기법이 잘못되었다'고 문제삼는 일이 없는 이유는 애초부터 그걸 원어를 최대한 살리면서 구분이 가능하게 구현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한국어에서 일본어 어두의 청음과 탁음을 구분하는 정도는 충분히 청음을 거센소리 또는 된소리, 탁음을 예사소리로 치환한다든지의 방식으로 가능하며, 애초부터 '카구라'와 '가구라'로 올바르게 구분하는 것이 가능했던 상황에서 굳이 둘을 바꿔쓴다든지, '가굴아'라는 대안을 제안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충분히 가능한 구분을 잘못된 표기법으로 불가능하게 해놓은 것을, 애초부터 해당 언어의 한계로 인해 불가능한 예시들을 들며 변호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14]

하다못해 원 한국어 단어들에서도 거센소리를 어두에서는 예사소리로 치환해버리는 법칙이 존재한다면 모르겠는데, 그것조차도 아니다. '앞칸'이라는 단어에서 앞이 떨어지고 '칸'만 남는다고 그게 '간'이 된다든지 하지는 않지 않는가? 그나마 적용 대상은 달라도 원리는 비슷한 규칙을 찾아보자면 두음법칙 정도가 있는데, 두음법칙도 외국어 표기까지 일괄적으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즉, 정작 한국어에 존재하는 표기법조차 외국어 표기에 일괄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데, 정작 한국어에 존재하지도 않는데 단순히 '1980년대 언중에게 그렇게 느껴졌다'라는 이유로 등장한 정체불명의 법칙 때문에 원래 한글/한국어의 구조상으로 가능할 외국어 단어 구분까지 묵살시키고 있다는 것.

한편, VOT 값은 같은 표기에서도 시시각각 달라질 수 있는 값으로, 결코 불변의 값이 아니다. 즉 사람의 성대는 백퍼센트 정해진 소리를 내는 기계가 아니고, 반면 문자상의 유무성 구분은 적어도 한국어나 일본어에서는 상당히 엄밀하고 근시일 내로 바뀔 가능성도 적다.

'도쿄'와 같이 이미 굳어진 사례야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앞으로도 한일간 문화교류가 계속될 상황에서 은혼의 카구라 같은 사례가 더 나오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힘들 것이다.

정리하자면, 한국어의 구조 때문에 구분의 유지가 불가능할 경우 구분을 할 의무는 없으나, 가능한 경우에조차 구분이 사라지게 하는 표기법을 고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3.2. 음성 대응의 분석 자체가 잘못되었다

  • カ행, タ행은 /ㅋ/, /ㅌ/으로 들리므로 ㄱ, ㄷ으로 적을 이유가 없다?
위에서도 서술했듯이 일본어의 カ행과 タ행은 VOT값이 +25ms 정도라 한국어의 ㄱ, ㄷ(+20ms 정도)과 그 특성이 정확하게 일치한다. 실제로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한국어 화자와 일본어의 로마자 표기법의 간섭이 없는 화자의 경우 예사소리로 분석하는 경우가 더 두드러진다( 김용옥의 책에 큰형인 김용준 교수의 일화가 그 예로 나와 있다).[15][16] 다찌마리 가오, 무다구치 렌야, 아니 멀리 갈 것도 없이 간지(かんじ), 기모찌(気持ち) 같이 친숙한(?) 낱말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이 현상이 결코 어두의 カ행, タ행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반인에게 예사소리로 들리는 것은 이 경우 어두뿐만 아니라 어중이나 어말에 있는 カ행, タ행도 마찬가지인데, 한국에 속어로 남은 일본어 표현 가운데서 찾아볼 수 있다. '바카', '게타', '다타미', '자부통'(방석), '아지노모토', ' 유토리', '아타라시(이)'가 아니라 '빠가', ' 게다', ' 다다미', '자부동', ' 아지노모도', '유도리/유두리', ' 아다라시'로 되어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 상기했듯 일본어의 청음은 이완음(lax)에 가깝기 때문이다.[17]

하지만 '쓰메끼리', '다꾸앙', '다찌마(와)리', '기모찌'와 같이 어중·어말의 カ행과 タ행을 된소리로 인식한 경우도 어느 정도 있다. 그래서 현행 외래어 표기법을 제정할 때 カ행과 タ행을 어두에서만 예사소리로 적고 어중·어말에서는 거센소리로 적도록[18] 타협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이런 '무분별한 예사소리 표기'는 굳이 일본어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언어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가톨릭과 같은 사례. 실제로 거센소리를 내는 것이 예사소리를 내는 것보다 힘이 좀 들기 때문에 예사소리화는 특별히 이상한 현상은 아니지만, 외래어 표기법 내의 다른 언어의 표기법, 다른 위치의 예사소리화에는 이러한 규칙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19]

사실 한글· 한국어 거센소리· 된소리· 예사소리의 구분은 다른 언어나 표기법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특수한 분별법이라,[20] 다른 언어 표기법에서도 은근히 문제를 많이 일으킨다.

다만 パ행은 カ행·タ행과는 달리 어두에서도 거센소리로 적는데, 이는 일본어에서 어두에 [p] 소리가 등장하는 경우가 의성어, 의태어, 외래어를 제외하면 적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이는 순음퇴화라는 역사적 변천과 관련이 있다). 아무튼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일본어 표기법에서 어두 무성음을 표기하는 방식이 일관적이지 않은 건 맞으나, 단순히 일본어 표기법 내의 일관성만을 주장한다면 パ행도 カ행·タ행과 마찬가지로 어두에서는 예사소리, 어중·어말에서는 거센소리로 적게 될 수도 있다.

로마자 표기법과 관련하여, 이는 현대 한국인들이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이상하게 여기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같은 예사소리를 표기할 때도 서양인들은 어두에서는 무성음, 어중에서는 유성음으로 받아들여 ' 고구마' 같은 단어를 koguma로 표기하는 반면에, 한국인들에게 '고구마'는 '고구마'이지 한국어에서는 구별하지 않는 유성음-무성음 차이 때문에 koguma라고 표기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이 문제를 2000년 7월 7일 들어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개정되며 표기법이 형태주의적으로 바뀔 때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인 반면, 서양의 한국학 학계에서는 “왜 멀쩡한 표기법을 이상하게 만드느냐”며 반발했고, 지금도 한국의 현행 표기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불평하는 서양인들이 있다. 자세한 건 매큔-라이샤워 표기법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문서를 참조.

오히려 이 부분은 음성 대응이 아니라 '한 음소에는 하나의 한글 낱자를 대응'이라는 외래어 표기법의 대원칙을 어기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밑의 ' 모순되는 부분'에서 후술한다.
  • つ는 '쓰'보다 ‘츠(쯔)’에 가까운 발음이다?
는 음성학에서 무성 치경 파찰음[21]에 속하는 발음이나 ㅊ나 ㅉ는 무성 치경구개 파찰음이며[22] ㅆ는 무성 치경 마찰음[23]이다. '츠'나 '쯔'는 つ와 조음 방법[24]이 같고, '쓰'는 つ와 조음 위치[25]가 같다.[26] 이를 정리해서 말하자면 한국어에는 つ에 해당하는 음소가 없다는 뜻이다. つ라는 음의 성질 중 어느 한 부분이 같은 음소는 있지만, 완전히 일치하는 음소는 없다. 즉 음성학적으로 보면 'つ는 ‘쓰’도 아니고 ‘츠/쯔’도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한국어 화자가 つ를 한국어의 ‘쓰’와 같이 발음하면 일본어 화자들에게는 이상하게 들린다.[27] 그러나 つ를 한국어의 ‘츠’나 ‘쯔’로 발음해도 조음 위치의 차이 때문에 역시 이상하게 들린다.[28] 거꾸로 일본어 화자가 발음하는 つ는 한국인에게는 단어나 화자에 따라서 '쓰'로도, '츠'로도, '쯔'로도 들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글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굳이 つ를 한글로 써야겠다면 '쓰'나 '츠' 또는 '쯔' 중 적절한 표기를 찾아 타협을 하는 수밖에 없다. 표기법에서는 한국어 음운 내에서 つ와 조음 위치가 같은 부류인 ‘쓰’를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29] ツ를 '쓰'로 표기하는 것은 적어도 한국인의 일본어 발음의 청취를 기준으로 한 분석에서는 분명히 타당한 점이 있고, 일제강점기 이후 일본어 차용어(예: 爪切り(つめきり) 쓰메끼리, バケツ 바께쓰)를 봐도 충분히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조음 위치가 아닌 조음 방법을 중시하여 같은 파찰음인 '쯔'나 '츠'를 써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에 알려졌던 후지사와 사츠키는 언론 보도에서도 자연스럽게 '츠' 표기가 일반화되었고, 일본에서는 ツ에 대응하는 한국어 표기를 '츠'로 적용하는 기관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30][31] 이처럼 '츠' 표기가 21세기 한국에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치경 파찰음의 표기를 타 언어의 표기법에서는 다르게 적는 현상이 발견된다. 국제 음성 기호의 [ts]와 독일어의 z, 러시아어의 ц 등에 해당하는 발음은 ㅊ으로[32], 중국어 한어병음의 z, c에 해당하는 발음은 각각 ㅉ, ㅊ으로 적는다는 규정이 존재한다. 이상과 같은 모순이 발견된다 하여 つ를 같은 파찰음인 ‘츠’로 적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튼 [ts]는 비단 일본어 표기법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つ의 표기 문제는 우선적으로 일본어 내에서 つ의 발음이 가지는 가장 큰 음소론적 변별적 자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언어학적인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며, 그에 따라 ㅆ·ㅉ·ㅊ의 음성적 타당성을 밝혀야 할 부분이다.

한국에서의 경우뿐만 아니라 외래어 차용에서 조음 위치와 조음 방식 중에서 조음 부위의 유사성을 선택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한국에서는 위에서도 예를 들었듯이 일제강점기부터 일본에서 들어온 つ를 포함하는 여러 단어들을 당시의 언중들이 ‘쓰’로 받아들이던 경우가 일반적이었고, 스페인 스페인어 화자들은 카탈루냐어 이름인 Xavi([ɕaβi])를 차비([t͡ɕaβi])로 발음한다. 차비 에르난데스 문서 참고. 극단적인 경우로 중국 유학생들 중 한국어 발음에 큰 신경을 쓰지 않을 경우 중국어와 조음 위치가 약간 다른 ㅅ 계통 소리를 ㅊ으로, 즉 ‘사람’을 ‘차람’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있다. 독일어와 네덜란드어의 ch, 스페인어의 j, 폴란드어의 h, 러시아어의 х, 중국어 한어병음의 h, 베트남어 kh는 모두 무성 연구개 마찰음([x])인데, 베트남어는 무성 연구개 파열음([k])인 ㅋ로 옮기면서 나머지 언어들은 무성 성문 마찰음([h])인 ㅎ로 옮긴다.[33] 물론 이러한 경우에 원래의 언어 화자들에게는 대단히 부담스럽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t͡s\]를 단순하게 [s\]처럼 받아들이는 건 한국인들만 그런 게 아니다. 프랑스 알자스-로렌에는 Metz란 이름의 도시가 있는데 프랑스인들은 그냥 [mɛs]로 읽는다. 미국의 일부 방언에서도 [ts]를 그냥 [s]로 발음하기도 한다(즉 it's를 [ɪs]로 발음한다). 그밖에도 현대 루마니아어에서 [t͡s]를 나타내는 ț도 점차 [s]로 바뀌는 추세이다(즉 țară를 [ˈsarə], țeastă를 [ˈse̯astə]로 발음한다).

사실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ㅈ, ㅉ, ㅊ 발음은 치경 파찰음이었기 때문에 つ와 조음 위치, 조음 방법 모두 일치했으나, 17세기 이후 치경구개 파찰음으로 바뀌어 버리면서 つ에 대응되는 발음이 사라졌다. 조선 시대의 왜어 학습서에서는 '두', '주', '즈' 등으로 표기했다.[34]

북한 문화어에서는 つ를 ‘쯔’라고 표기하는데(이 문서의 맨 아래 참고), 이는 문화어의 ㅈ, ㅉ, ㅊ이 치경구개 파찰음이 아니라 치경 파찰음이기 때문이다. 즉 문화어 음운 체계로는 つ를 '쯔'로 표기하는 것이 음성적으로 거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쯔'로 표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つ의 한글 표기 문제에 대해서는 이 글을 읽어 보자. 사실 위에서 서술된 내용의 반복 및 재정리나 다름없다.

참고로 つ가 '트수'나 'ㅅ수'로 표기되는 경우도 간혹 있다( 트수루미, 트수바키, 트수요시, 트수쿠이, 트수키지스시센 / 주짓수, 캇수히코, 앗수토시, 신엣수, 하마맛수). 이는 헵번식 로마자 표기법에 따른 tsu를 t-su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가나보다 로마자 표기를 먼저 접하는 경우도 꽤 있으므로 '트수'/'ㅅ수'는 아주 황당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나, 둘 중 '트수'는 중간에 ㅡ라는 모음이 추가돼 원음과 차이가 제법 커지게 된다.

3.2.1. 현대 한국어의 정서법과 음운 체계로 인한 제약

아래 두 사항은 현대 한국어의 정서법과 음운 체계로 인한 제약으로, 한국어 철자법 전체(고유어·한자어의 표기, 외래어 표기법의 다른 언어 표기법들)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사항들이다. 다시 말해서 일본어 표기법만이 특이한 경우가 아니며, 그래서 일본어 표기법에만 예외를 인정하기 곤란한 것들이다.

일본어 표기만 보면 간단한 문제로 보일 수도 있으나, 현행 한국어 맞춤법과 다른 언어 한글 표기와의 형평성·호환성·중립성 등을 고려한다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외래어 표기법은 어디까지나 한국어의 어문 규정이기 때문에, 한국어 정서법과 음운 체계의 영향을 받는다. 한국어의 외래어(또는 한국어 안에서 사용되는 한글 표기)는 한국어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래어 표기법만을 따져 봐도, 어두에 거센소리(ㅍ 제외)가 올 수 없는 것과 [t͡s]를 ㅆ으로 표기하는 것은 일본어 표기법에만 특이하게 적용되는 사항이지만(상술했듯 다른 언어 표기법들에서는 어두에 거센소리도 잘 쓰고 [t͡s]도 ㅊ이나 ㅉ으로 적는다), 장음을 따로 표기하지 않는 거나 쟈·챠 등을 사용하지 않는 건 모든 언어 표기법들은 물론이고 고유어나 한자어에도 적용되는 사항이다. 즉 장음을 따로 표기하는 것이나 쟈·챠 등을 허용하는 것은 반대로 일본어 표기법만을 예외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 장음을 한글 표기 시에도 구별해서 표기해야 한다

한국어는 17세기 이후로 모음의 길이를 정서법에 반영하지 않았으며, 현대 한국어 맞춤법 또한 장음을 따로 표기하지 않는다. eye를 뜻하는 ''은 단음이고 snow를 뜻하는 ''은 장음이나, 현대 한국어 맞춤법은 이 둘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 '눈'으로만 표기한다. 게다가 한국어에서조차 장단음의 구분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판이다.

외래어 표기법 또한 맞춤법의 일부이므로, 장음을 따로 표기하지 않는다. 다른 언어의 한글 표기에서도 장음을 따로 표기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어의 한글 표기에만 장음 표기를 허용하는 것도 곤란하다(참고: 외래어의 장모음 표기). 한국어 맞춤법에서 장음을 따로 표기하지 않기 때문에 외래어 표기법에서도 장음을 표기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현행 맞춤법에서 장음 표기를 하지 않는 것에 대다수가 불편을 느끼지 않으므로 개정될 가능성은 낮으며, 따라서 외래어 표기법이 개정된다 할지라도 장음을 따로 표기하는 것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어에 장단음 구별이 있든 없든 한글 표기에 장음을 반영할 이유는 없다. 그게 한글 철자상으로는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표기법'을 따질 때는 어차피 반영되지 않는다. 장단음 구분이 없다고 보면 장단음이 한국어에 없는(또는 한국어에서 변별되지 않는) 요소이기 때문에 외래어 표기법에서 굳이 반영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는 한국어에 없는 요소인 [f]가 [p]와 똑같이 ㅍ으로 적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장음 부호(ː)를 쓰지 않고 '오오'와 같이 모음을 거듭해 적으면 '장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음절이 되어 버린다. 1문자 1음절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는 한글의 특성상 '오오'나 '오우'와 같은 장음 표기는 곤란하다. '요오드'나 '락타아제' 등의 일부 화학 용어에 장음을 따로 표기하는 표준 표기가 남아 있지만, 이 용어들마저도 이제는 ' 아이오딘', ' 락테이스' 등으로 대체돼 가면서 사라지고 있다.

외래어 표기법 해설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제1절 '영어의 표기' 중
제7항에서는 장모음은 따로 표기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어에도 ‘밤[栗]:밤[夜]’, ‘눈[眼]:눈[雪]’과 같이 장음 유무에 따라 의미 분화가 이루어지는 예가 허다하며, 장음으로 발음하지 않으면 뜻이 통하지 않는 많은 한자어가 있는데 이를 따로 표기하지 않는다. 따라서 외래어의 장음을 표기하자면 장음 부호를 따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은 국어의 현용 24자모 이외의 글자나 부호를 만들어 쓰지 않는다는 제1장 제1항의 정신에 어긋난다. 물론 새로운 부호를 쓰지 않고 같은 모음을 겹쳐 적음으로써 장음 표기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은 별도의 음절을 이루는 것이므로 장음 표기로 적당하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국어에서는 장음이 첫째 음절에서만 발음되는 경향이 있어서 둘째 음절 이하의 장음 표기는 지켜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장음 표기 규칙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이런 까닭으로 장음 표기는 아예 하지 않기로 한 것이며, 이 규정은 모든 외래어에 적용된다.

제6절 '일본어의 표기' 중 (위에서 언급했지만 편의상 여기서도 다시 언급함)
제2항에서는 장음을 따로 표기하지 않기로 하였는데 이에 대해서는 제1절에서 상세히 설명한 바 있다. 일본어에서 장음이 말의 의미를 분화시킬 수 있어 변별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서 장음을 살려서 표기한다면, 영어의 강세(stress), 중국어의 성조도 살려서 표기해야 한다. 그러자면 특별한 글자나 기호를 새로 만들어 쓰지 않을 수 없으며 그것은 제1장 제1항의 정신에 어긋난다.

이렇기 때문에 일본어 한글 표기에만 장음 표기를 허용하기도 곤란한 것이다.

또한 장음 표기를 인정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더 건드리기 조심스러운데, 예전에 언어 불문하고 장음을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고( 1, 2, 3, 4, 5, 6) 철회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1, 2, 3, 4, 5, 6, 7). 이미 비판을 받아 철회된 적이 있는 방식을 다시 꺼내 오려면 예전보다 훨씬 더 중대한 이유가 필요하다.

게다가 -oう 장음(실제 발음 [oː])을 '-ㅗ우'로 표기하는 것은 실제 발음을 고려하지도 않고 단순히 가나 표기만 기계적으로 옮긴 것에 불과한 넌센스일 뿐이다. 정말로 원어의 발음을 고려해서 표기한다면 '-ㅗ우'라고 표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oう 장음을 가나 표기 그대로 '-ㅗ우'라고 표기하는 것은 조사로 쓰인 は, へ를 가나 표기 그대로 '하', '헤'로 표기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다만 '장음'을 표기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는 것이지, 한글 철자에서 같은 모음이 연달아 나오면 안 된다는 규정은 없고(예를 들어 ㅜ 뒤에 '우'가 오면 안 된다는 규정은 없다), ㅗ 뒤에 '우'가 오면 안 된다는 규정 또한 없다. 그래서 장음을 가나 철자대로 표기(예: -oう 장음을 '-ㅗ우'로 표기)하는 것은 외래어 표기법이 원음주의를 포기하고 아예 가나 철자를 기계적으로 옮기는 방향으로 개정된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면 영어도 like → '리케'와 같이 철자대로 적어야 하느냐는 반론이 가능해진다는 문제가 있다.

사실 '통용 표기'에서도 장음의 표기는 일관성이 별로 없다. '통용 표기'에서 각 가나 문자의 한글 표기는 대부분 하나인 것으로 보이나, 유난히 장음의 표기에는 상당한 흔들림이 있다. '통용 표기'에서는 장음을 따로 표기하는 경우와 표기하지 않는 경우가 거의 반반인 것으로 보인다.

장음 표기 문서도 참고할 것.
  • じゃ, ちょ 등은 ‘자’, ‘조/초’ 등이 아니라 ‘쟈’, ‘쵸’ 등으로 표기해야 한다
다른 요음(きゃ, しゃ 등)의 한글 표기는 이중 모음(ㅑ, ㅠ, ㅛ)를 사용하는데, 유독 じゃ, ちょ 등의 한글 표기에만 단모음(ㅏ, ㅜ, ㅗ)을 사용한다는 지적이 있다.

현대 한국어에서 ㅈ, ㅉ, ㅊ은 치경구개음으로, 그 자체가 경구개 접근음 /j/(영어 yes의 y 발음)를 수반하는 자음이다. 따라서 ㅈ, ㅉ, ㅊ 뒤에 경구개 접근음 /j/ 발음이 뒤따라도 그 영향이 없기 때문에(/j/가 그냥 탈락하기 때문에) ㅈ, ㅉ, ㅊ 뒤에서는 /j/ 발음으로 시작하는 이중 모음(ㅑ, ㅒ, ㅕ, ㅖ, ㅛ, ㅠ)과 단모음(ㅏ, ㅐ, ㅓ, ㅔ, ㅗ, ㅜ)이 변별되지 않는다. 즉 ‘쟈’, ‘쵸’라고 표기해도 발음은 /자/, /초/가 된다. 이는 현대 한국어에서 쟈, 져, 죠, 쥬, 챠, 쳐, 쵸, 츄 등의 표기가 고유어에서 용언(동사, 형용사) 활용형의 준말을 표기할 때(가져 ← 가지어, 다쳐 ← 다치어, 하죠 ← 하지요 등)를 제외하고서는 쓰이지 않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근대 국어까지만 해도 ㅈ, ㅉ, ㅊ가 치경 파찰음으로 발음되어 이 뒤의 이중모음이 구분되었다. 실제로 1933년에 한글 맞춤법 통일안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쟈’, ‘쵸’ 등의 한자음이 존재했으나, 1933년에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제정할 때 ‘자’/‘쟈’, ‘초’/‘쵸’ 등을 모두 ‘자’, ‘초’ 등으로 통합하면서 ‘쟈’, ‘쵸’ 등은 사라졌다. 이 점은 1933년 당시에도 이미 ‘자’와 ‘쟈’, ‘초’와 ‘쵸’가 변별되지 않고 /자/, /초/ 등으로 발음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 주며, 지금도 변함이 없다.

따라서 다른 언어의 발음을 한글로 옮길 때 ‘쟈’, ‘쵸’ 등의 표기가 ‘자’, ‘초’ 등의 표기보다 딱히 원어의 발음에 가깝다고 볼 수 없고, 두 가지 표기를 모두 허용하면 언제 어느 쪽을 써야 할지 헷갈리기만 하므로, ‘쟈’, ‘쵸’ 등을 써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이유로 외래어 표기법은 모든 언어 표기법들에서 공통적으로 ㅈ, ㅉ, ㅊ 다음에는 /j/ 발음이 포함된 이중 모음을 쓰지 않도록 하고 있다(관련 글: ‘ㅈ, ㅊ’ 다음에 이중모음을 쓰지 말아야, ‘쥬스’는 잘못된 표기). 그래서 일본어의 한글 표기에만 ‘쟈’, ‘쵸’ 등의 표기를 허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한국어에서 ㅈ, ㅉ, ㅊ의 발음이 변하지 않는 한, 일본어의 한글 표기법이 개정된다 할지라도 ‘쟈’, ‘쵸’ 등의 표기는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35](그리고 일본어 한글 표기를 이유로 한국어 화자들 수천만 명이 ㅈ, ㅉ, ㅊ의 발음을 바꿀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일부 출판사들이나 번역가들도 외래어 표기법을 철저히 따르지는 않더라도 ㅈ, ㅉ, ㅊ 다음에 이중 모음을 쓰는 것만은 피하기도 하며(예: 아카시 세이주로(じゅ), 이오리 준페이(じゅ)[36], 카미조 토우마(じょ), 추젠지 아키히코(ちゅ), 초마바야시 사다메(ちょ) 등), 호칭 접미사 ちゃん을 정발판에서 표기할 때는 대부분 ''이 아니라 ''으로 표기한다(예: 크레용 신짱, 스즈미야 하루히 짱의 우울, 이짱 등). 상술했듯 외래어 표기법 내에서 어두에 거센소리(ㅍ 제외)가 올 수 없는 것과 [t͡s]를 ㅆ으로 표기하는 것은 일본어 표기법에만 특이하게 적용되는 사항이지만, 쟈·챠 등을 사용하지 않는 건 모든 언어 표기법들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항이다. 그래서 일부 출판사들이나 번역가들이 일본어 한글 표기 시 어두에 거센소리를 쓰고 つ를 '츠'로 적으면서도 쟈·챠 등은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순수히 일본어의 음가와 한국어의 음가만을 놓고 봤을 때도 じゃ, ちゃ 등의 한글 표기에 '자', '차'와 같이 단모음을 쓰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 ざ·ず·ぜ·ぞ의 자음은 유성 치경 파찰음 [d͡z] 또는 유성 치경 마찰음 [z]이다(보통 어두에서 [d͡z], 어중에서 [z]이다). じ는 발음이 [d͡ʑi]~[ʑi]로, 그 자음이 유성 치경구개 파찰음 [d͡ʑ] 또는 유성 치경구개 마찰음 [ʑ]이다. 그리고 じゃ, じゅ, じょ, ジェ의 발음은 각각 [d͡ʑa]~[ʑa], [d͡ʑɯ]~[ʑɯ], [d͡ʑo]~[ʑo], [d͡ʑe]~[ʑe]로, 실제로는 じ에서 [i]를 뗀 뒤 각각 [a], [ɯ], [o], [e]를 붙인 것이다. 그리고 한국어 ㅈ은 무성/유성 치경구개 파찰음 [t͡ɕ]~[d͡ʑ]이다. 즉 한국어 '자'는 오히려 じゃ에 더 가까우며, ざ는 한국어에 없는 소리이자 한글로 표기할 수 없는 발음이다. 따라서 '자'는 じゃ를 표기하는 데 우선적으로 쓰여야 하고, ざ는 다른 대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자'로 표기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이는 ざ/じゃ뿐만 아니라 ず/じゅ, ぞ/じょ, ぜ/ジェ도 마찬가지다). '자', '주', '조'만으로 이미 じゃ, じゅ, じょ와 충분히 유사하기 때문에 구태여 じゃ, じゅ, じょ를 '쟈', '쥬', '죠'라고 적을 이유가 없다.
    • 즉 ざ와 じゃ를 각각 '자'와 '쟈'에 대응시키는 것은 사실 근거가 없다. 실제로는 '자'도 '쟈'도 둘 다 じゃ에 대응된다.
  • ち의 발음은 [t͡ɕi]로, 그 자음([t͡ɕ])이 무성 치경구개 파찰음이다. 그리고 ちゃ, ちゅ, ちょ, チェ의 발음은 각각 [t͡ɕa], [t͡ɕɯ], [t͡ɕo], [t͡ɕe]로, 실제로는 ち에서 [i]를 뗀 뒤 각각 [a], [ɯ], [o], [e]를 붙인 것이다. 그리고 한국어 ㅊ은 무성 유기 치경구개 파찰음 [t͡ɕʰ]이다. 즉 '차', '추', '초'만으로 이미 ちゃ, ちゅ, ちょ와 충분히 유사하기 때문에 구태여 ちゃ, ちゅ, ちょ를 '챠', '츄', '쵸'라고 적을 이유가 없다.

위 설명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다음 표를 보면 된다.
  • 일본어
-[a] -[i] -[ɯ] -[e] -[o]
[d͡z]~[z]-
(유성 치경 파찰음/마찰음)

[d͡za]~[za]
(ズィ)
[d͡zi]~[zi]

[d͡zɯ]~[zɯ]

[d͡ze]~[ze]

[d͡zo]~[zo]
[d͡ʑ]~[ʑ]-
(유성 치경구개 파찰음/마찰음)
じゃ
[d͡ʑa]~[ʑa]

[d͡ʑi]~[ʑi]
じゅ
[d͡ʑɯ]~[ʑɯ]
ジェ
[d͡ʑe]~[ʑe]
じょ
[d͡ʑo]~[ʑo]
[t͡ɕ]-
(무성 치경구개 파찰음)
ちゃ
[t͡ɕa]

[t͡ɕi]
ちゅ
[t͡ɕɯ]
チェ
[t͡ɕe]
ちょ
[t͡ɕo]
  • 한국어
-[a] -[i] -[u] -[e] -[o]
[t͡ɕ]~[d͡ʑ]-
(무성/유성 치경구개 파찰음)

[t͡ɕa]~[d͡ʑa]

[t͡ɕi]~[d͡ʑi]

[t͡ɕu]~[d͡ʑu]

[t͡ɕe]~[d͡ʑe]

[t͡ɕo]~[d͡ʑo]
[t͡ɕʰ]-
(무성 유기 치경구개 파찰음)

[t͡ɕʰa]

[t͡ɕʰi]

[t͡ɕʰu]

[t͡ɕʰe]

[t͡ɕʰo]

이건 누가 인위적으로 이렇게 만들어서 이런 게 아니라, 단순히 한국어와 일본어에서 물리적으로 나는 소리를 객관적으로 분석한 결과가 이렇다는 것이다. 이걸 무시하고 어문 규정을 정할 수는 없다(만약 무조건 이걸 무시하고 규정을 정해야 한다면 그건 반지성주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왜 じゃ, じゅ, じょ, ちゃ, ちゅ, ちょ의 발음에 [ʲ]가 없는지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 じ, じゃ, じゅ, じょ는 본래 각각 [d͡zʲi]~[zʲi], [d͡zʲa]~[zʲa], [d͡zʲɯ]~[zʲɯ], [d͡zʲo]~[zʲo]였고, 나중에 [d͡zʲ]가 [d͡ʑ]로, [zʲ]가 [ʑ]로 변하면서 각각 [d͡ʑi]~[ʑi], [d͡ʑa]~[ʑa], [d͡ʑɯ]~[ʑɯ], [d͡ʑo]~[ʑo]가 됐다.
  • ち, ちゃ, ちゅ, ちょ는 본래 각각 [tʲi], [tʲa], [tʲɯ], [tʲo]였고, 나중에 [tʲ]가 [t͡ɕ]로 변하면서 각각 [t͡ɕi], [t͡ɕa], [t͡ɕɯ], [t͡ɕo]가 됐다.[37]
  • ぢ, ぢゃ, ぢゅ, ぢょ는 본래 각각 [dʲi], [dʲa], [dʲɯ], [dʲo]였고, 나중에 [dʲ]가 [d͡ʑ]로 변하면서 각각 [d͡ʑi], [d͡ʑa], [d͡ʑɯ], [d͡ʑo]가 됐으며 じ, じゃ, じゅ, じょ와 음가가 합쳐졌다.
이래서 じゃ, じゅ, じょ, ちゃ, ちゅ, ちょ의 발음에는 한국어 ㅈ, ㅉ, ㅊ과 조음 위치가 같고 조음 방법이 같거나 비슷한 자음들이 등장하며 그와 동시에 [ʲ]가 없는 것이다.

요음 표기의 일관성을 위해 じゃ, ちゃ 등을 이중 모음을 사용하여 쟈, 챠 등으로 적자는 주장도 있는데, 이건 세 가지로 반박될 수 있다.
  • う단의 표기 중 す, ず/づ, つ에만 예외적으로 ㅡ가 사용되지만, 이것을 문제 삼는 경우는 거의 없다. 표기의 일관성을 주장한다면, 왜 鈴木(すずき)를 '수주키'가 아니라 '스즈키'로 적는지에 대해서 먼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38] 요음 표기의 비일관성은 따지면서 う단 표기의 비일관성은 따지지 않는 것도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아래의 'カ행, タ행의 어두, 어중·어말 표기를 다르게 함'에도 う단의 표기에 대한 서술이 있다.
  • じゃ, ちゃ 등을 단모음을 사용하여 '자', '차' 등으로 적는 것도 충분히 일관성이 있다. 이렇게 하면 모든 언어 표기에 일관성 있게 쟈, 챠 등을 사용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본어 표기에만 쟈, 챠 등을 허용하는 것이 일관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
  • '요음 표기의 일관성'이라는 이유가 먹히기 위해서는 한국어 화자들이 '요음'이 뭔지를 기본 상식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기본적으로 한국어 화자는 일본어를 알아야/구사해야 할 의무가 없다.

じゃ를 '자'로 적으면 ざ의 표기와 중복된다는 주장을 하며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현대 한국어의 한글로는 [z], [d͡z], [ʑ], [d͡ʑ] 모두 ㅈ으로 표기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za]~[d͡za](ざ), [ʑa]~[d͡ʑa](じゃ) 또한 모두 '자'로 표기될 수밖에 없다.[39] ざ와 じゃ가 모두 '자'로 적히는 것은 위의 '한국어와의 음성적 대응보다는 일본어 자체의 음운 체계를 고려해야 한다' 섹션에서 다룬 바와 같이 right와 light가 모두 '라이트'가 되고 fashion과 passion이 모두 '패션'이 되고 Oakland와 Auckland가 모두 '오클랜드'가 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표기가 중복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 문서도 참고할 것. 읽어 보면 알겠지만, 한국어 ㅈ, ㅉ, ㅊ이 음가가 좀 튀는(?) 자음이어서 그렇고,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 표기를 인정하는 것은 여러모로 득보다 실이 크며 한국어 맞춤법의 대원칙과도 충돌한다. 이 문제는 원음주의 여부와 상관없이 순수히 한국어 ㅈ, ㅉ, ㅊ의 음가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기 때문에 ㅈ, ㅉ, ㅊ의 음가 자체가 바뀌지 않는 이상 해결되기 어렵다(그리고 상술했듯이 일본어 한글 표기를 이유로 한국어 화자들 수천만 명이 ㅈ, ㅉ, ㅊ의 발음을 바꿀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리고 '자'와 '쟈', '차'와 '챠' 등의 발음이 같다 보니, 언중은 ㅈ, ㅉ, ㅊ 뒤에서 단모음과 이중 모음을 종종 혼동한다(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 문서에 여러 예들이 있으니 참고할 것). 그래서 만약 규정상으로 자/쟈 등의 대립을 만든다면 오히려 '자'를 쓸 자리에 '쟈'를 쓰고 '쟈'를 쓸 자리에 '자'를 쓰는 과도교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당히 커지며, 이는 표기법이 목표로 하는 '표기의 통일'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일본어 한글 표기법은 일본어를 알거나 일본 문화를 애호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표기 체계도 아니기 때문에, 일본어를 모르는 대다수의 한국어 화자를 고려해야 할 필요도 있다.[40] 만약 규정상으로 ざ를 '자'로 적고 じゃ를 '쟈'로 적도록 한다면, 일본어를 아는 사람들은 원어가 ざ인지 じゃ인지를 떠올리며 '자'와 '쟈'를 구분할 수 있겠지만, 일본어를 모르는 대다수의 한국어 화자들은 '자'와 '쟈'의 발음이 같다 보니 언제 '자'를 쓰고 언제 '쟈'를 써야 하는지 구분할 수가 없고, 따라서 둘을 혼동하기 십상이다(심지어 일본어를 아는 사람도 '자'를 쓸지 '쟈'를 쓸지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실제로 増上寺(ぞうじょうじ)와 같이 한 단어에 ざ행과 じゃ행이 모두 존재하는 경우 조조지, 조죠지, 죠조지, 죠죠지 등의 표기가 난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어 화자가 일반적으로 구별하지 못하는 차이를 억지로 구별하려고 하면 오히려 표기의 혼란만 가중되며, 따라서 그러한 구분을 하고 있는 표기법은 좋은 표기법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규정상으로 자/쟈 등의 대립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즉 이 문제는 여러모로 함부로 건드리기 어려운 문제이다.

일부 사람들은 일본어 표기에만 집착하는 나머지 다른 언어들의 한글 표기와의 정합성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일본어 표기 시에 장음 표기나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 표기 등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오히려 주장의 설득력을 떨어트린다. 한글로 표기되는 외국어는 일본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어 표기만을 논한다 하더라도 다른 언어들의 표기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아야 할 필요가 있고, 표기의 개정을 주장한다면 다른 언어들의 한글 표기와의 정합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주장해야 한다. 일본어 표기에 한정해서 생각하면 개정이 쉬워 보여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들도 왕왕 있다.

아무튼 결국 장음을 따로 표기하는 것이나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 표기를 허용하는 것은 일본어만 대원칙의 예외로 둘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할 텐데, 다른 언어 표기법들에서도 (그리고 추가적으로 고유어나 한자어에도) 공통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항들을 일본어 표기법에만 인정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상당히 크다. 이 부분에서 일본어만 예외가 돼야 할 중대한 이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다른 언어들의 (통용) 한글 표기 사례들을 보면, 장음을 따로 표기하는 것은 거의 사장된 상태이고,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 표기는 드문드문 보이지만 이중 모음을 쓰지 않은 표기가 이중 모음을 쓴 표기보다 훨씬 우세하다. 다른 언어의 한글 표기에서는 이런 것들이 별 문제가 되지 않으며 잘 정착된 편인데, 왜 유독 일본어 표기에서만 문제가 되는지도 알 수 없다. 다시 말해서 다른 언어들의 한글 표기에서 논쟁거리가 거의 되지 않는 사항들이기 때문에 일본어만 예외를 인정할 이유가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오히려 장음을 따로 표기하는 경우가 꽤 있고 ㅈ, ㅉ, ㅊ 다음에 이중 모음을 쓰는 일본어 표기가 추세에 맞지 않으며 보수적인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3.3. 모순되는 부분

3.3.1. カ행, タ행의 어두, 어중·어말 표기를 다르게 함

  • 일본어에서 환경에 따라 발음이 달라지지 않는 カ행, タ행은 어두와 어중·어말 표기를 다르게 하는데, 이는 외래어 표기법의 대원칙에 어긋난다.

외래어 표기법은 외래어의 통일된 한글 표기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한 음소에는 하나의 한글 낱자를 대응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는 외래어 표기법 제1장 표기의 원칙 중 제2항 '외래어의 1음운은 원칙적으로 1기호로 적는다.'에 명시되어 있다. 일본어 표기법에서 앞뒤에 오는 음소에 따라 발음이 달라지는 촉음(っ)과 ん의 발음 변화를 한국어 화자들이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상관없이[41] 반영하지 않는 것은 이 대원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カ행, タ행의 경우 환경에 따라 원어의 발음이 달라지지 않는데도 한국어 화자들이 서로 다르게 인식한다는 이유로[42] 어두와 어중·어말 표기를 다르게 한다. 이것은 위에서 설명한 외래어 표기법의 대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다.[43] カ행, タ행의 자음에 두 개의 기호를 연결한 탓에 이 부분에서 표기가 나뉘는 경우도 발생한다.

외래어 표기법 해설 중 제1장 제4항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다.
이 조항은 유성·무성의 대립이 있는 파열음을 한글로 표기할 때 유성 파열음은 평음(ㅂ, ㄷ, ㄱ)으로, 무성 파열음은 격음(ㅍ, ㅌ, ㅋ)으로 적기로 한 것이다. 국어의 파열음에는 유성·무성의 대립이 없으므로 외래어의 무성음을 평음으로 적을 수도 있으나, 그러면 유성음을 표기할 방법이 없다. 유성 파열음을 가장 가깝게 표기할 수 있는 것은 평음이다. 따라서, 무성 파열음은 격음이나 된소리로 표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언어에 따라서, 같은 무성 파열음이 국어의 격음에 가까운 경우도 있고 된소리에 가까운 것도 있다. 영어의 무성 파열음은 국어의 격음에 가깝고, 프랑스어나 일본어의 무성 파열음은 격음보다 된소리에 가깝다. 이렇게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무성 파열음은 격음 한 가지로만 표기하기로 한 것이다. 그 까닭은, 같은 무성 파열음을 언어에 따라 어떤 때는 격음으로, 어떤 때는 된소리로 적는다면 규정이 대단히 번거로워질 뿐만 아니라, 일관성이 없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한 언어의 발음을 다른 언어의 표기 체계에 따라 적을 때, 정확한 발음 전사는 어차피 불가능한 것으로, 비슷하게밖에 전사되지 않는다. 프랑스어 또는 일본어의 무성 파열음이 국어의 된소리에 가깝게 들린다고는 해도 아주 똑같은 것은 아니며, 격음에 가깝게 들리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규정의 생명인 간결성과 체계성을 살려서 어느 한 가지로 통일하여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국어에서는 된소리가 격음에 비해서 그 기능 부담량이 훨씬 적다. 사전을 펼쳐 보면, 된소리로 된 어휘가 얼마 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외래어에 된소리 표기를 허용하면 국어에서 쓰이지 않는 ‘뽜, 쀼, 뛔, 꼐’ 등과 같은 음절들을 써야 하게 되며, 인쇄 작업에도 많은 지장을 초래한다. 격음의 경우에도 이렇게 국어에서 쓰지 않는 음절이 생길 수 있는 것이 사실이나, 된소리까지 씀으로써 그러한 불합리와 부담을 가중시킬 필요가 없다.

이 규정은 중국어 표기에도 적용된다. 중국어의 무기음이 우리의 된소리에 가깝게 들리기는 하지만, 무기·유기의 대립을 국어의 평음과 격음으로 적는 것이 된소리와 격음으로 적는 것보다 간편하고 효율적인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면서 정작 일본어 표기법에서는 무성 파열음 표기를 어두와 비어두에서 다르게 하고 있다. 이 설명에 따르면 일본어 표기법에서도 무성 파열음을 언제나 격음으로 적는 게 더 적절하다. 일본어 표기법에만 이중 잣대가 적용된 것이다.

즉 か행과 た행(つ 제외)을 어두에서 예사소리로 적고 어중·어말에서 거센소리로 적는 것에 문제 제기를 하려면 오히려 다음과 같이 주장하는 게 좋다.
  • 외래어 표기법에서 유성음과 무성음의 대립이 있는 다른 언어들의 표기법에서는 무성음은 언제나 거센소리로 적고 유성음은 언제나 예사소리로 적으며, 무성음의 어두 표기와 어중·어말 표기를 다르게 하지 않는다. 일본어 표기법도 그 원칙에 따라야 한다. 표기의 편의를 더 우선시해서 무성음(청음)을 다른 언어 표기법들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거센소리로 적도록 해야 한다. 설령 어두의 か행과 た행(つ 제외)이 예사소리에 더 가깝더라도, 굳이 복잡하게 어두에서는 예사소리로 적고 어중·어말에서는 거센소리로 적도록 표기를 나눌 필요까지는 없다.

실제로 일본어 표기법을 처음 제정할 당시는 대원칙에 따라 어두에서도 어중·어말처럼 유기음 ㅋ, ㅌ, (ㅍ,)[44] ㅊ으로 적도록 하려 했으나, 이 부분은 앞서 서술한 이유와 전통 때문에 반발이 많았다고 한다( 국어원의 답변). 그래서 이 부분만 대원칙의 예외로 두기로 한 것이다.[45][46] 그런데 현재 어두, 어중·어말 표기를 나눠 놓은 것이 오히려 반발의 원인 중 하나가 된 것을 보면 참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다만 1음운 1기호 원칙이 언제나 지켜지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 한 음소가 복수의 음성으로 실현되거나, 언어마다 음운 체계가 다른 이상, 1음운 1기호의 원칙과 원음과 최대한 가깝게 적는 원칙은 반드시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일본어 표기법 외에도 외래어 표기법 규정 내에서 이 원칙이 깨진 사례가 심심찮게 있다. 사례를 들어 보자면 다음과 같다.[47]
  • 영어 표기법(제1항)에서 선행 모음의 종류(짧은 모음 vs. 기타 모음) 및 후행 자음의 종류에 따라(유음·비음 vs. 기타 자음) 무성 파열음 /p/, /t/, /k/의 표기를 다르게 규정함
  • 영어 표기법(제3항의 2)에서 /ʃ/를 위치에 따라 '시'와 '슈'로 나누어 적도록 규정함
  • 에스파냐어(스페인어) 표기법(제6항)에서 nc, ng의 n을 ㅇ으로 적도록 규정함
  • 일본어 표기법(대조표)에서 ウ단의 모음 표기를 선행 자음에 따라 ㅜ와 ㅡ로 나누어 표기하도록 규정함 (이에 대해서는 후술한다)
  • 폴란드어 표기법(제1항), 체코어 표기법(제1항), 세르보크로아트어 표기법(제1항), 헝가리어 표기법(제1항)에서 k, p의 표기를 후행 요소에 따라 다르게 규정함
  • 폴란드어 표기법(제3항의 3)에서 sz의 표기를 위치에 따라 '슈'와 '시'로 다르게 규정함
  • 체코어 표기법(제3항의 3)에서 ř, ž가 무성 자음 앞에 올 때는 '르슈', '슈'로 적고 어말에 올 때는 '르시', '시'로 적도록 규정함
  • 체코어 표기법(제3항의 3), 세르보크로아트어 표기법(제4항)에서 š의 표기를 위치에 따라 '슈'와 '시'로 다르게 규정함
  • 루마니아어 표기법(제1항)에서 c, p의 표기를 후행 요소에 따라 다르게 규정함
  • 헝가리어 표기법(제4항)에서 s의 표기를 위치에 따라 '슈'와 '시'로 다르게 규정함
  • 스웨덴어 표기법(제3항의 3), 노르웨이어 표기법(제4항의 3)에서 n 앞의 g는 ㅇ으로 적도록 규정함
  • 스웨덴어 표기법(제9항), 노르웨이어 표기법(제8항), 네덜란드어 표기법(제8항)에서 nk의 n을 ㅇ으로 적도록 규정함
  • 네덜란드어 표기법(제1항)에서 무성 파열음 p, t, k의 표기를 선행·후행 요소에 따라 다르게 규정함

그리고 カ행과 タ행을 제외하더라도, 이미 일본어 표기법 내에서도 1음운 1기호 원칙이 깨져 있다. ウ단은 선행 자음에 따라 모음의 표기가 ㅜ와 ㅡ로 나뉘는데(= 1음운 1기호 원칙이 깨짐), 이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람들은 鈴木(すずき)를 '수주키'로 적는 것을 오히려 어색하게 느낀다. 1음운 1기호 원칙을 민다면 ウ단의 모음 표기는 언제나 ㅜ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48](예: 毒島(ぶすじま) → 부지마, しずく → 시쿠, あすか → 아카). 일본어 표기법에 1음운 1기호 원칙을 밀면 ウ단의 한글 표기가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소위 말하는 '통용 표기'에서도 언제나 1음운 1기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ん의 경우 어감(?)에 따라 ㄴ, ㅁ, ㅇ이 혼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이 있는데, 1음운 1기호 원칙 자체는 청음을 언제나 거센소리로 적을 근거를 만들어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1음운 1기호 원칙은 어디까지나 '원어의 A라는 음운은 언제나 X라는 하나의 한글 자모로 표기하도록 한다'만 보장해 줄 뿐이지 그 X에 들어갈 게 무엇일지는 전혀 규정해 주지 않으며, 한글 표기의 중복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규정도 아니기 때문이다(예: 음운 /b/, /v/ 모두 ㅂ으로 적음). 즉 神隠し(かみかくし) → \'가가구시'와 같이 청음을 언제나 예사소리로 적어도 1음운 1기호 원칙에는 전혀 어긋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만약 굳이 1음운 1기호 원칙을 내세우고자 한다면, 왜 청음이 언제나 거센소리로 적혀야 하는지를 타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먼저 입증한 상태여야 한다(상술한 '외래어 표기법에서 유성음과 무성음의 대립이 있는 다른 언어들의 표기법에서는 무성음은 언제나 거센소리로 적고 유성음은 언제나 예사소리로 적(중략)는다. 일본어 표기법도 그 원칙에 따라야 한다' 정도로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현행 외래어 표기법 자체는 1980년대 당시의 한국어 화자들의 청각 인상을 바탕으로 만들었고[49] 따라서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 만족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수십년 흐르면서 한국인들의 유럽권 언어에 대한 청각 인상이 그러했듯이 일본어에 대한 청각 인상 역시 변화했고, 더불어 일본과의 문화 교류가 많아지면서 일본어 단어들에 대한 혼동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표준 표기법이 큰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3.3.2. 촉음(っ)을 따로 표기함

촉음은 장자음으로, 바로 뒤에 오는 자음의 길이를 늘인다. 촉음이 장자음이라는 점과 현대 한국어 정서법이 장음을 따로 표기하지 않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오히려 촉음을 따로 표기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모순이라고도 볼 수 있다(장자음도 장모음과 마찬가지로 장음에 속한다). 실제로 외래어 표기법에도 문자 단위 대조표를 마련한 언어 표기법의 표기 세칙에는 '같은 자음이 겹치는 경우에는 겹치지 않은 경우와 같이 적는다. 다만 mm, nn은 ㅁㅁ, ㄴㄴ으로 적는다'와 같은 규정을 마련해 두고 있다(이탈리아어, 스웨덴어, 노르웨이어, 태국어, 러시아어 표기법). 그리고 현행 일본어 표기법에서 장모음은 따로 표기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면서 장자음은 따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모순이 아니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홋카이도', '삿포로'와 같이 촉음을 표기하는 것이 오히려 현대 한국어 정서법과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여러 언어의 한글 표기법과 충돌한다고 할 수도 있으며, '호카이도', '사포로'와 같이 촉음을 아예 표기하지 않는 것이 한국어에 더 적합한 표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일제 강점기를 통해 들어온 일본어 단어를 보면 딱히 촉음을 의식해서 따로 표기한 한글 표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예를 들어 いっぱい는 '이빠이', あっさり는 '아싸리', せっせっせ는 ' 쎄쎄쎄', バック는 ' 빠꾸'로 받아들여졌다. 즉 촉음을 언제나 ㅅ으로 적는 것은 외래어 표기법 제정 시에 '인위적으로' 정한 것이며, 외래어 표기법 제정 이전의 표기 양상과는 별 상관이 없다.

굳이 촉음의 유무가 변별되게 만들고 싶다면, ㅅ을 추가하는 대신 '호까이도', '사뽀로'와 같이 촉음을 따로 표기하지 않으면서 뒤 자음만 된소리로 표기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는 '이빠이'(いっぱい) 등의 관용적 표기와도 일맥상통하는 표기 방식이다.

3.4. 미비한 규정

아래 내용은 표기법 규정 자체의 미비점으로, 비판의 여지가 충분히 있으며 마땅히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다.
  • ぢゃ, ぢゅ, ぢょ에 대한 한글 표기가 없다
요음의 경우, 다른 요음은 다 있는데 유독 ぢゃ, ぢゅ, ぢょ만 빠져 있다.

ぢゃ, ぢゅ, ぢょ의 경우, 그 빈도가 낮긴 하나 현대 일본어 표기법에 엄연히 존재하는 조합이다(예: 三軒茶屋(さんげんぢゃや) 역). 자주 쓰이지 않는 조합이라고 해서 엄연히 존재하는 조합에 대해 한글 표기를 아예 규정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ぢゃ, ぢゅ, ぢょ는 じゃ, じゅ, じょ와 발음이 같으므로 じゃ, じゅ, じょ의 한글 표기에 맞춰 각각 '자', '주', '조'로 표기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じ, ず와 발음이 같은 ぢ, づ에 대한 한글 표기는 따로 규정해 놓고서 ぢゃ, ぢゅ, ぢょ에 대한 한글 표기를 따로 규정해 놓지 않은 것은 단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예전에는 ぢゃ, ぢゅ, ぢょ보다 훨씬 쓰임이 많은 にゃ, にゅ, にょ도 빠져 있었는데, 이는 2014년 개정판에서 추가됐다.
  • は, へ가 조사로 쓰일 경우에 대한 표기가 없으며, 일본어 '가나'(= 문자 표기)와 한글 대조표이기 때문에 일본어의 발음 변화를 무시한다
は, へ는 일반적으로 /ha/, /he/로 발음되지만 조사로 쓰일 때는 /wa/, /e/로 발음된다.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は, へ가 조사로 쓰일 때에 대한 한글 표기를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외래어 표기법의 표는 일본어 '발음'과 한글 대조표가 아니라 일본어 '가나'(= 문자 표기)와 한글 대조표이므로, は, へ가 조사로 쓰여도 '하', '헤'로 표기해야 한다.

실제로 국립국어원은 이 글에서 쓰임에 따라 발음에 차이가 있다 할지라도 그 발음 차이를 무시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즉 일본어 발음 기준이 아니라 일본어 가나 표기 기준임을 사실상 인정한 셈인데, 이는 외래어 표기법의 대원칙인 원음주의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한글로 표기되는 외국어·외래어는 주로 명사(인명, 지명 등 고유 명사 포함)·동사·형용사 등이기 때문에 조사가 한글로 표기될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제목 전체를 고유 명사로 볼 때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위에서 예를 든 僕は友達が少ない의 경우, 僕は友達が少ない를 해석해 '나는 친구가 적다'라고 할 수도 있으나, 전체를 고유 명사로 보고 '보쿠 하 도모다치 가 스쿠나이'라고 표기할 수도 있다.[50] 이 경우 は를 '와'로 적지 않고 '하'로 적으면 원어의 발음과 너무 동떨어지게 되는 결과를 낳고 만다. 그리고 한국어 화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こんにちは 등의 인사말도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곤니치하'로 적어야 한다.

따라서 は, へ가 조사로 쓰일 때에 대한 별도의 명시적 규정을 정해 놓지 않은 것은 단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외래어 표기법에는 특정 품사에 한해서 표기를 다르게 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루마니아어의 한글 표기의 표기 세칙 제5항을 보면 "e는 '에'로 적되, 인칭 대명사 및 동사 este, era 등의 어두 모음 e는 '예'로 적는다."라고 되어 있다. 저 조항과 같이, 일본어 표기 시에도 조사 は, へ만 '와', '에'로 적도록 표기 세칙에 추가로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외래어 표기법에 이런 예외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어 표기법에는 일본어와 마찬가지로 관련 규정이 없어 г의 발음이 [v]로 변하는 생격형 어미 -ого/-его나 생격형에서 유래한 부사 сегодня, г의 발음이 [x]로 변하는 лёгкий, бог와 같은 일부 어휘, ч가 실제로는 [ʂ]로 발음되는 일부 어휘(что, чтобы 등)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오고/예고', '세고드냐', '룍키, 보크', '치토, 치토비'라고 적어야 한다.[51] 그래서인지 이 부분에 대한 비판은 러시아어 표기법에서도 존재한다.[52]

다만, 조사 は를 그냥 '하'로 적었을 때의 장점도 있기는 하다. 히라가나만 딴 축약어에 は가 있을 경우 그 は가 조사에서 유래한 것일지라도 は의 본래 음가대로 읽는데(わ가 아니라), 이런 경우 は가 조사인지 아닌지를 불문하고 언제나 '하'로 적도록 하면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예: 僕は友達が少ない 보쿠 '하' 도모다치 가 스쿠나이 → はがない '하'가나이).
  • ん의 발음 변화를 반영하지 않는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ん은 받침 ㄴ으로 통일되지만 사실 일본어의 ん은 상황에 따라 발음이 달라진다. 게다가 대부분의 경우[53] 그 발음 차이를 한글로 충분히 구별할 수 있는데도 외래어 표기법에는 특별한 규정이 없다.
이 문제는 외래어 표기법이 잘 지켜지는 지명 표기에서 두드러지는데, 이를테면 新小岩(しんこいわ)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 신코이와'로 써야 하지만 ん이 か행 앞에 있을 경우에는 [ŋ]으로 발음되므로 '싱코이와'에 가까운 발음이다. 또한, 難波(なんば)나 本町(ほんまち)의 ん은 [m]으로 발음되므로 한글로는 '남바', '홈마치'로 적을 수 있다.[54]
실제로 현행 외래어 표기법 제정 이전에도 ん을 ㄴ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ちゃんぽん은 '짬뽕'으로, ん이 실제 음가에 따라 ㅁ과 ㅇ으로 서로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80년대 이전의 관습적 표기가 쓰인 소설 비명을 찾아서에서는 漢南町(かんなんまち)를 '간남마찌'로, 漢川(かんがわ)를 '강가와'라고 표기한 바가 있다. 현대에도 団子(だんご), 漫画(まんが) 처럼 ん의 발음 변화를 구분한 외래어가 몇몇 쓰이고 있기도 하다.
사실 이건 현행 외래어 표기법을 제정할 때 ん에 대해서는 1음운 1기호 원칙을 적용했기 때문에 변이음을 반영하지 않고 ㄴ으로만 적게 된 것인데, か행과 た행에 대해서는 1음운 1기호 원칙을 적용하지 않았으면서 ん에 대해서는 1음운 1기호 원칙을 적용한 건 (실제로 '짬뽕'처럼 다르게 받아들인 사례가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형평성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3.4.1. 역사적 가나 표기에 대한 규정 미비

이 때문에 문제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 히라츠카 라이초. 해당 문서를 보면 알겠지만, 원어 표기는 平塚 らいてう인데, 문제가 되는 부분이 히라가나 부분. 실제 발음은 /ライチョー/이나 당시 표기법 때문에 그렇게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국립국어원의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한다면 '라이테우'가 되어야 하지만, 일본에서는 현대 가나 표기법에 따른 らいちょう를 병기해 올바른 음가를 표시한다.

3.5. 표기가 어색하다

사실상 일본 오타쿠 계층에서 표준 일본어 표기법이 욕 먹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 특히 つ, 각종 장음 발음이 이상하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건 단순한 취향 문제로, 이성적 비판과는 거리가 멀다. 단지 자신이 느끼기에 어색하거나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이며, 실제로도 표기가 어색하다고 외래어 표기법을 비판하는 사람도 ' 쓰시마'나 ' 도쿄' 등의 표기는 '츠시마', '토우쿄우'[55]'토쿄'] 표기를 선호하지 않고 공식 외래어 표기법을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 이는 결국 사용자에게 익숙하냐, 그렇지 않으냐의 문제라는 걸 나타낸다. 거꾸로 생각해서 쓰시마와 도쿄라는 표기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츠시마'나 '토쿄' 내지는 '토우쿄우'라는 표기를 쓰라고 하면 당연히 어색하고 거부감이 들 것인데,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표기가 어색하니 외래어 표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단적으로 위 두 이름에서 '고이즈미'와 '코이즈미'는 원어가 小泉(こいずみ)로 동일하다. 하지만 이름을 처음 접한 매체가 외래어 표기법을 준수하는 주류 언론을 통해 접했는지, 그다지 준수하지 않는 커뮤니티나 사이트를 통해 접했는지에 따라 무엇이 어색한지가 달라진다. 따라서 표기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보단 공식 표기법과 오타쿠 관련 커뮤니티에서 쓰이는 '통용 표기'가 별개로 존재한다는 점이 가져오는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결국 사용자가 익숙하지 않은 표기는 꺼려질 수밖에 없으므로 보통 인터넷 커뮤니티, 특히 일본 오타쿠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표기 규정을 알고 있어도 일부러 '통용 표기'를 쓰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다만 '어색하다'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면 표기법 개정의 사유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어색하게 느낀다는 걸 입증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고, '많다'의 기준도 잡기 어렵다.

3.6. 실제 발음과 다르다

간혹 일본어를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한글로 표기한 것을 그대로 발음할 경우, 그 발음이 이상하다거나 일본어 원어민이 못 알아듣는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한글로는 다른 언어의 발음을 정확히 적을 수 없기 때문에 한글 표기를 그대로 발음하면 필연적으로 원음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위에도 이미 적혀 있지만, "한 언어의 발음을 다른 언어의 표기 체계에 따라 적을 때, 정확한 발음 전사는 어차피 불가능한 것으로, 비슷하게밖에 전사되지 않는다".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건 따르지 않건 현대 한국어의 한글만 사용하는 표기라면 이 문제를 피해 갈 수 없다.

영어 발음을 익힐 때는 한글 표기에 의존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영어 한글 표기에 대해서는 원어민이 못 알아듣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데, 이상하게도 일본어를 익힐 때는 한글 표기에 의존하려고 하는 경우가 자주 있고 일본어 한글 표기에 대해서만 원어민이 알아듣는지 못 알아듣는지를 지나치게 신경 쓰는 사람들이 있다.[56] 왜 일본어는 한글 표기대로 읽으면 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지는 알 수 없다. 당장 つ나 ざ만 해도 한국어에 없는 발음이라 한국어식 발음을 하면 당연히 원어민이 못 알아듣는다. 그래서 한글 표기는 다른 언어의 '발음 기호'가 될 수 없다. 오히려 한글 표기로 원어민과 소통하려고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다.

또한 외국어·외래어 표기의 목적은, 외국어에서 비롯되었으나 한국어 속에 들어와 한국어 화자들의 언어 생활에 사용되는 말들을 통일된 방식으로 적기 위한 것이지, 외국어 발음 교육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한국어 화자들이 한국어로 일상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가운데 표준 표기형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지, 외국어를 말할 때에도 그대로 발음하라는 것은 아니다(참고: 외래어 표기법의 이해 – 영어 발음 망치는 외래어 표기법?). 예를 들자면, 영어 fork를 '포크'라고 표기한다고 해서 영어를 구사할 때도 fork를 [포크]라고 발음하라는 뜻은 아니다. 상술했듯이 한글로는 다른 언어의 발음을 정확히 적을 수 없으므로, 다른 언어 화자와 소통할 때는 (한글 표기와 무관하게) 해당 언어의 정확한 발음을 따로 익혀서 발음해야 한다.

즉 외래어 표기법은 한국어 단어로써의 표기의 통일을 위해 만든 것이고 원어의 발음과 '가깝게' 적기 위해 만든 것이지, 원어의 발음을 '정확히' 따라 적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원어민이 한글 표기를 그대로 발음한 것을 듣고 알아들으라고 만든 것도 아니다. 원어의 정확한 발음은 언어 학습 서적에서 다룰 것이지, 일반적인 한글 표기법이 다룰 것이 아니다. 더 자세한 사항은 '외래어 표기법' 문서의 '목적' 섹션 참고.

가령 か행과 た행을 어두에서도 거센소리로 적어서 한글 표기상으로 탁음과 언제나 확실히 구별하는 경우에도, 일본어를 구사할 때는 한글 표기 그대로 읽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金閣寺(きんかくじ)와 銀閣寺(ぎんかくじ)를 언제나 '킨카쿠지'와 '긴카쿠지'로 구별해 표기한다 해도, 일본어를 구사할 때는 銀閣寺를 그냥 '긴카쿠지'로 발음해서는 안 된다. ㄱ은 어두에서 무성음([k])이므로 그냥 '긴카쿠지'라고 발음하면 일본어 화자는 銀閣寺가 아니라 金閣寺로 인식하게 된다(사례 #1, #2, #3). 銀閣寺를 발음할 때는 맨 첫 자음을 확실히 유성음으로 발음해 줘야 한다(영어 go의 g([ɡ])처럼).

다만, 외래어에는 표준 발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하여[57], 표기는 '가쓰라'로 하고 발음은 [카츠라]로 하는 절충안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게임, 버스, 서비스 등은 흔히 [께임], [뻐쓰], [써비쓰] 등으로 발음하지만, 이런 발음을 국립국어원이 문제 삼은 적은 없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외래어 표기법 중 특정 언어의 한글 표기법을 까는 사람들은 그 언어를 한글로 표기하지 않아도 알아볼 수 있는 소수인데, 외래어 표기법은 그러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언어를 전혀 모르는 대다수를 위한 것이다.[58] 즉 원어를 알아볼 수 있다면 그냥 그 원어로 보면 되는데, 뭐 하러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표기(그것도 태생적으로 원어의 발음을 완벽히 반영할 수 없는 표기)를 보면서 그것을 까는지는 알 수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현행 외래어 표기법 옹호론자가 ‘어차피 한글로 적는 시점에서 이미 원어 발음과 차이가 생기는데 왜 표기법을 바꾸려고 하는가? 사람들이 쓰시마섬을 쓰시마섬이라고 쓰는 건 단순히 교과서나 여러 책에 쓰시마섬이라고 나와 있기 때문이지, 쓰시마의 원어 발음을 따져 가면서 쓰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한 언어에서 어떻게 부른다고 해서 그것을 다른 언어에서도 비슷하게 불러 줘야 할 의무는 없으며, 실제로 하나의 대상을 부르는 이름이 언어별로 천차만별로 달라지기도 한다. 당장 원어에서 Deutschland로 불리는 나라는 영어에서는 Germany, 한국어에서는 ‘독일’이 되지만 이걸 아무도 불편해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한글 표기법을 바꿔서 다른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려고 하는가? 오히려 이것은 외국어부심 아닌가?’라고 따지면 할 말이 없다(…).

따라서 한글 표기를 보고 그대로 발음한 결과가 이상하다고 생각되더라도 이는 표기법의 문제는 아니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한글 표기는 원어의 발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리고 외래어 표기법 문제를 떠나서, 일반적으로 한국어 화자가 한글 표기를 왜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면, 기본적으로 한국어 화자들끼리의 의사소통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59] 한국어 화자들끼리만 잘 알아보고 잘 알아들으면 그만이다. 다른 언어 화자가 알아듣는지 못 알아듣는지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또한 위에서도 비슷한 말이 이미 나왔듯이, 기본적으로 한국어만 구사하는 한국어 화자는 일본어 등 다른 언어를 알아야/구사해야 할 의무가 없다.

3.7. '내 귀에는 이렇게 들린다'

사람의 귀는 100% 믿을 것이 못 된다. 같은 발음이라도 A라고 생각하고 들으면 A로 들리고 B라고 생각하고 들으면 B로 들리기 십상이다. ' 그란도 시즌' vs. '하나 둘 셋이야' 논쟁만 봐도 사람의 사고가 소리를 얼마나 다르게 인식하게 하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외국어 발음은 더더욱 이런 경향이 강하며, 이것이 몬더그린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내가 듣기에 ㄱ으로 들리니까 ㄱ으로 적는 게 옳다'라고 주장한다면, 상대방은 '내가 듣기에 ㄲ로 들리니까 ㄲ로 적는 게 옳다'라고 주장해 버리면 그만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내가 듣기에 か는 '카'로 들리고 が는 '가'로 들리니까 か와 が를 각각 '카'와 '가'로 적는 게 옳다"라고 주장한다면, 상대방은 "내가 듣기에 영어의 [θ] 발음은 ㄸ으로 들리니까[60] Catherine과 thrill을 각각 '캐서린'과 '스릴'로 적는 건 틀렸고 '캐떠린'와 '뜨릴'로 적는 게 옳다"라고 주장할 수 있다. 중국어 성모 r는 화자나 청자에 따라 ㄹ처럼 들리기도 하고 ㅈ처럼 들리기도 하고,[61] 중국어 음절 hui는 화자나 청자에 따라 '후이'처럼 들리기도 하고 '훼이'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와 같이 청취 감각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애니메이션 시청자들 중에서도 현행 외래어 표기법과 비슷하게 듣는 사례들이 엄연히 존재한다( #1, #2). 그리고 넷플릭스는 일본 애니의 한국어 자막에서 현행 외래어 표기법을 철저히 따르는데, 넷플릭스로 일본 애니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자막에 나오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한글 표기가 딱히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한다(예: 来栖(くるす) 구루스, 中也(ちゅうや) 주야, 이 글의 댓글 중 "근데 넷플릭스로 일본 애니 처음 접한 사람들은 별로 불편 못 느끼더라. 오히려 저 표기를 먼저 접하니 왓챠나 라프텔 표기를 더 어색해하던데..."). 다시 말해서 일본어 음성을 들으면서 자막에서 외래어 표기법에 따른 한글 표기를 본 건데도 딱히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리고 정말로 '나한테 이렇게 들리니까 이렇게 적어야 한다'를 설득력 있는 주장으로 본다면, 극단적으로 말해서 누군가가 "내가 듣기에는 [m]이 ㅋ으로 들리니까 [m]을 ㅁ으로 적는 건 틀렸고 ㅋ으로 적는 게 옳다"라고 우겨도 반박할 수 없게 된다. 이것도 '나한테 이렇게 들리니까 이렇게 적어야 한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 귀에는 이렇게 들리니까 이렇게 써야 한다'와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외국어·외래어 한글 표기법을 제정·개정할 때 음성학, 음운론 등의 과학적인 근거에 기초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또한 그러한 과학적 근거에 기초해야만 위에서 예로 든 [m] → ㅋ 같은 억지 주장이 나오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통용 표기' 지지자들은 음성학이 표기법 개정 각하의 이유가 된 것을 한탄하며 소수의 음성학자들이 (다수 언중의 언어 생활을 반영하지도 않고)[62] 다수 언중에게 강제적인 규칙을 적용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또한 특정 집단을 비롯한 '통용 표기' 지지자들의 주장은 대개 음성학적 지식 기반이 없고 개인적인 체험만을 바탕으로 하기에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다.

3.8. 외래어 표기법은 국립국어원 차원의 가이드라인(권고 사항)이다

"문화체육부가 외래어 전문가의 심의를 거쳐 일본어의 한글 표기법 모범예(例)를 확정고시한 것은 일종의 권고적 성질을 띄었을 뿐 공권력의 발동이 아니고 국민의 법률상 이익이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변동을 일으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원고 청구를 각하한다" 출처
따라서 외래어 표기법은 권고적 성질을 띠었을 뿐, 공권력의 발동이 아니다.

외래어 표기법은 국립국어원에서 체계화하여 정부 부처인 문화교육부(문교부. 현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고시로써 공포된 것이다.

정부 부처의 고시는 상위 법령의 근거가 없다면 그 법적 성격은 어디까지나 ‘행정규칙’에 속하며 행정기관이 아닌 일반 국민에 대한 구속력은 없다. 즉, 외래어 표기법을 정부 부처가 정한다 해도 법률처럼 제재 수단이 없기 때문에 안 지킨다 하더라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맞춤법 때문에 법적 제재를 가하는 행위도 상식을 벗어나기 때문에 정부 부처의 고시로 공포될 수밖에 없다. 검열제의 폐해를 생각해 보라.[63] 다만 제재가 없기 때문에 구속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일반 국민을 구속할 필요가 없다고 입법자들이 판단해서 제재 규정이 없는 것이다. 구속력이 필요할 때 말로만 해서 불충분할 것 같으면 제재 규정을 넣는 거지 제재 규정이 있고 없고에 따라 구속력 여부가 갈린다고 생각하면 주객전도.

다만 강제성이 없다고 해도 해당 외래어 표기법을 준수하는 국가 고시나 전국 단위의 시험에는 이 표기법이 적용되며, 취직을 할 경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즉, 강제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며 외래어 표기법은 한국어 안에서 외국어를 적을 때 적용되는 '공식적 기준'이란 점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위와 똑같은 논리를 적용한다면 한글 맞춤법 역시 준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한글 맞춤법도 문교부 고시 제88-1호. 행정 규칙이므로 외래어 표기법과 똑같이 법적 구속력이 없기도 하고. 그리고 외래어 표기법은 한글 맞춤법의 일부이다.[64] 또한 예를 들어 관에서 대학생 논문 대회 같은 것을 주최한다면 참가자는 반드시 외래어 표기법을 준수해야 한다. 다만 강제성이 없는 것은 일반 국민에 대해서이지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맞춤법과 외래어 표기법 등을 포함하는 어문규범을 따르도록 법률로(국어기본법) 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에서 교과용 도서 역시 어문규범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공교육은 외래어 표기법을 준수한다.

하지만 그것이 한글 맞춤법을 지키듯이 외래어 표기법을 지켜야 하는 것이 옳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애초에 맞춤법은 절대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맞춤법과 외래어 표기법의 형식이 같다면 맞춤법 역시 강제성이 없는 것이지, 맞춤법에 강제성이 있다고 전제해 놓고 외래어 표기법도 강제성이 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맞춤법과 외래어 표기법의 현실적인 강제성은 그것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생기는 것이지, 그 자체에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언론사나 출판사 등에서 표준 표기법이 아닌 자체 표기법을 쓰지만 그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 토익 성적이 취업에 영향을 준다고 영어 문법에 강제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는 없지 않은가? 어디까지나 널리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지 법적인 강제성은 없다. 물론 반대로 강제성이 없다고 해서 곧바로 지킬 가치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강제 규정이 아니라는 사실은 기계적으로 표준 표기법을 따르자는 주장에 대한 반대 논거로는 쓸 수 있어도, 적극적으로 표준 표기법을 부정해야 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3.9. 실제 언중의 언어 생활을 반영하지 못한다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언어는 결국 언중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기에 대다수가 같은 말을 같은 뜻으로 쓰면 그게 맞는 말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처럼 국가 기관이 국어의 어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 경우 말의 맞고 틀림을 결정하는 주체는 언중에서 국립국어원이 반포한 어문 규정으로 옮겨가게 된다. 예컨대, 대중들에게 매우 보편적으로 쓰이는 ‘ 바램’, ‘ 폭스바겐’, ‘ 토요타[65] 등의 단어는 언중이 아무리 맞는다고 주장해도 맞춤법 규정에서 인정되지 않는다면 결국 틀린 것이 된다. 맞춤법을 규범으로 잘 따르는 보편적인 속성과 비교하자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외래어 표기법을 비롯한 각종 어문 정책, 그것도 잠재적 강제성을 갖고 있는 규칙이 국립국어원과 정부·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 위원회라는 한정된 엘리트에 의해서 수립되기 때문에 언중의 실제 언어 생활과는 약간 괴리가 있는 실정이며, 국립국어원이 비판받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표기법 개정을 촉구하는 민원을 국립국어원에 끊임없이 제기하였으나, 국립국어원에서는 위에 서술한 음성학적 특성을 내세워 표기법을 바꿀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66](부분적인 소규모 개정은 일어나긴 했지만). 또한 대한민국 전체 언중의 실제 언어 생활에서 일본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모국어는 물론이고 반쯤 제1외국어처럼 취급되는 영어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편이고, 그렇기에 설령 일본어 표기법에 오류가 있다 할지라도 사소한 문제로 취급되게 된다.

비판하는 사람들은 일제강점기 때의 일본인과 조선인이 이야기하고 살았던 시대의 언어 생활을 많이 반영하다 보니 현재의 언어 생활과 동떨어져 있다고 주장하나, 1946년에 내각 고시로 공포된 현대 가나 표기법(現代仮名遣い)이 제정된 것을 음성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오해하여 이런 인식이 생겼다. 참고로 현대 가나 표기법은 일본어의 '정서법'(= 표기법)을 규정한 것으로 자세한 내용은 이 문서(일본어)를 볼 것. 애초에 일본어의 음운 체계는 그때나 지금이나 바뀐 건 없다. 오히려 1990년대 이후 영어, 더 정확히는 영어 교육의 영향으로 한국인들의 청각 인상이 달라졌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3.9.1. 하지만 실제 언중의 언어 생활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실제로 객관적으로 입증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일본어 표기법이 실제 언중의 언어 생활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실제로 객관적으로 입증하기는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한국어 언중 전체의 일본어 한글 표기 실태는 아직까지 확실히 연구·조사된 바가 없다. 후술하듯이 실제 일본어 한글 표기 실태는 일본어 한글 표기가 포함된 모든 분야의 수십 년치 출판물, 영상 자막, 온라인 텍스트, 게임, 상표명 등을 조사해서 통계를 내 보지 않는 한, 그리고 각 한글 표기의 대중적 노출도·인지도를 조사해 보지 않는 한 아무도 확실히 알 수 없다. 그러니까 객관적으로 말해서 か행과 た행을 어두에서 예사소리로 적는 경우가 더 보편적인지 거센소리로 적는 경우가 더 보편적인지, つ를 '쓰'로 적는 경우가 더 보편적인지 '츠', '쯔'로 적는 경우가 더 보편적인지 등은 아무도 확실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우선 현행 외래어 표기법을 잘 따르는 분야·단체들도 적잖이 있으며, 실제로는 잘 따르는 분야·단체들이 잘 따르지 않는 분야·단체들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언론사들이나 일반 출판사들 등은 현행 외래어 표기법을 기본적으로 잘 따르며 나아가 실제로 그러한 표기가 통용되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간 나오토, 다나카 가쿠에이, 아소 다로, 하타 쓰토무 등),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 기리노 나쓰오, 나쓰메 소세키, 미야자와 겐지, 히가시노 게이고 등), 역사 속 인물( 도요토미 히데요시, 가토 기요마사, 도쿠가와 이에야스, 사이고 다카모리, 데라우치 마사타케 등)의 표기를 살펴보면 청음형 표기가 더 널리 쓰인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른 예를 들어 보자면,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에서 출판하는 '일본비평'이라는 일본 관련 학술지에서도 일본어 한글 표기를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서 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 글의 댓글 중에서도 일본의 한 지자체로부터 번역 일을 하나 맡은 적이 있는데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서 할 것을 요구하더라는 증언이 있다. 즉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 유명무실하다고 단정 짓기 어렵고, 서브컬처 쪽 등 현행 외래어 표기법을 잘 따르지 않는 쪽의 표기 경향이 일본어 한글 표기 실태의 대표성을 띤다는 보장이 없다.[67]

'어? 내가 접한 것들은(또는 내 주변에서는) 대부분 현행 외래어 표기법 잘 안 따르던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이것도 실제로는 현행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지 않는 사례들을 주로 접해서 생긴 일종의 확증편향일 수 있다. 일본어 한글 표기에 대한 통계도 없고 대중적 노출도·인지도 조사도 되어 있지 않은 현시점에서 수많은 단어들을 조사해 봐야 비로소 알 수 있는 일본어 한글 표기 실태에 대해서 한국어 언중 전체적으로 어떤 형태나 방식이 더 많이/널리 쓰인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또한 빈도를 바탕으로 외래어 표기법의 개정을 주장하기도 어렵다. 그런 이유로 개정을 주장하려면 객관적이고 신뢰도 높은 통계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일본어 한글 표기 실태에 대한 객관적이고 신뢰도 높은 통계는 현재 존재하지 않으며, 이런 통계를 내기도 상당히 어렵다. 이런 통계를 내려면 기본적으로 일본어 한글 표기가 포함된 모든 분야(당연히 모든 분야여야 객관적·중립적이고 신뢰도가 높아진다)[68]의 수십 년치[69] 출판물, 영상 자막, 온라인 텍스트, 게임, 상표명 등을 조사해야 한다. 실로 엄청난 양이므로 통계를 내기 상당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70] 그렇기 때문에 빈도를 바탕으로 표기법의 개정을 주장하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고, 개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개정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통계를 제시하라고 하면서 반대하면 개정을 주장하는 쪽에서 반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설령 일본어 한글 표기 실태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가 나온다고 해도(일단 이런 통계를 내기 상당히 어렵다는 건 차치하고서라도), 그게 현행 외래어 표기법을 뒤집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따지고 보면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 등장하는 가나 문자 표기 105개(ヤ행의 イ·エ 제외, ワ행의 ヰ·ウ·ヱ 제외, 촉음(ッ) 포함) 중에서 보통 논쟁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이는 부분은 어두의 カ행·タ행(예사소리/거센소리), ツ(쓰/츠), ジャ행·チャ행(단모음 / 이중 모음) 정도다. 그리고 105개 중에서 ン과 ッ은 어두에 오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보통 어두에서 논쟁이 일어나는 건 103개 중 19개(약 18.45%; カ·キ·ク·ケ·コ, タ·チ·ツ·テ·ト, キャ·キュ·キョ, チャ·チュ·チョ, ジャ·ジュ·ジョ), 어중·어말에서 논쟁이 일어나는 건 105개 중 7개(약 6.67%; ツ, チャ·チュ·チョ, ジャ·ジュ·ジョ)인데, 이는 뒤집어 말하면 보통 논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들이 어두에서 103개 중 84개(약 81.55%), 어중·어말에서 105개 중 98개(약 93.33%)라는 말이다. 즉 어떤 일본어 단어가 주어졌을 때 각 가나 문자(요음은 하나로 침)에 대해서 현행 외래어 표기법과 일치하는 표기가 나올 확률이 적어도 81% 이상이고 그것도 비어두에서는 93%를 넘는다는 뜻인데,[71][72] 이 정도라면 국립국어원에서 굳이 외래어 표기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한편 온라인 검색 엔진에 검색했을 때의 결과 수를 비교하는 방법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것도 한계가 상당하다. 일단 결과 수가 정확하다는 보장이 없고, 대상이 온라인 텍스트로만 한정되며(그것도 검색 봇을 막은 페이지들은 걸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구글 검색에 네이버 카페 등은 안 잡힌다), 동철이의어가 있는 경우 결과 수 비교를 할 수 없다. 그리고 결과 수 비교는 어디까지나 '개별 단어'에만 적용 가능할 뿐이다. 예를 들어 ' 츤데레'의 결과 수가 '쓴데레'의 결과 수보다 크다는 것은 ツンデレ라는 단어에 대해서 '츤데레'가 '쓴데레'에 비해 더 많이 쓰인다는 것은 입증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つ의 일반적인 한글 표기 실태는 입증하지 못한다. 이건 つ가 들어간 수많은 단어들의 한글 표기 실태를 조사해 봐야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리고 사실 온라인 검색 결과 수는 조작에 취약하다. 특정 한글 표기를 주장하는 사람이 해당 표기가 포함된 글들을 자동 포스팅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여러 군데에 수천~수만 개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구글 등은 자체적으로 중복을 걸러 내기는 하나, 자동 포스팅 프로그램을 수정해서 각 글의 내용에 차이를 크게 만들면 이것도 피해 갈 수 있다). 국가정보원·국방부 여론조작 사건,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 영화 평점 조작, 앱 평점 조작 등에서 알 수 있다시피 여론이나 평점도 조작 가능한 시대다. 온라인 검색 결과 수도 당연히 조작 가능하다.

또한 빈도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많이' 쓰이는 것과 '널리' 쓰이는 것은 또 다르기 때문이다.[73] 예를 들어 대중적 노출도·인지도가 낮은 어떤 분야나 단체에서 つ를 '쭈'로 상당히 많이 표기했고, 따라서 통계를 내 보니 つ에 대해 '쭈'가 가장 많이 쓰인다고 나올 수도 있는 일이다. 이 경우 철저히 빈도를 기준으로 표기법을 제정한다면, 대중적 노출도·인지도가 낮은데도 '쭈'가 つ의 한글 표기로 채택돼야 할 수밖에 없다. 즉 특정 표기가 '많이' 쓰인다 해도 그게 '널리' 쓰인다는 보장은 없으며, '널리' 쓰이는 표기를 알기 위해서는 각 표기의 대중적 노출도·인지도까지도 조사해야 한다(하지만 이건 굉장히 어렵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국어 언중 전체의 일본어 한글 표기 실태(빈도, 대중적 노출도·인지도)를 연구·조사하는 데에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 아래에서 언급할 '한국인 성씨 로마자 표기의 경향과 실태를 자료의 성격 또는 시대에 따라 철저히 분석한 보고서'에는 5천만 원 가까이 들어갔는데, 한국어 언중 전체의 일본어 한글 표기 실태를 연구·조사하는 데에도 상당한 비용이 들 것이다. 돈은 누가 내는가?

따라서 일본어 한글 표기 실태를 바탕으로 외래어 표기법을 개정하자는 주장은 오히려 개정을 원하는 쪽에게 불리할 수 있다.

그리고 한국어 맥락에서의 외국어 한글 표기법을 제정(개정도 포함)할 때 빈도나 대중적 노출도·인지도가 언제나 1순위가 되지는 않는다.
  • 한국어 맥락에서의 외국어 한글 표기법을 제정할 때는 (빈도나 노출도·인지도뿐만 아니라) 해당 언어와 한국어의 발음 비교 분석(음성학·음운론), 이미 제정된 다른 언어들의 한글 표기법들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한국어 철자법의 원칙 등(형평성·호환성·중립성 등)도 고려 사항에 들어간다.
  • 언어 규범을 정할 때는 언중이 많이/널리 쓰는 것과 이상적 또는 모범적이라고 생각되는 언어 사용을 적절히 절충한다. 따라서 아무리 많이/널리 쓰여도 이상적인/모범적인 언어 사용이 아니라면서 규범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도 가능하다.[74]
  • 철저히 빈도나 노출도·인지도를 기준으로 표기법을 제정한다면 표기법이 불필요하게 복잡해지거나, 표기법 내에서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점들이 생길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빈도나 노출도·인지도를 조사해 보니 か를 '가'로 적는 경우가 가장 보편적이고 き를 '끼'로 적는 경우가 가장 보편적이고 く를 '쿠'로 적는 경우가 가장 보편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이때 철저히 빈도나 노출도·인지도를 기준으로 표기법을 제정하면 か, き, く를 각각 '가', '끼', '쿠'로 적도록 정할 수밖에 없다. 이건 불필요하게 복잡하며, 합리적으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즉 빈도나 노출도·인지도를 고려하더라도 다른 원칙들이 섞일 수밖에 없다.
  • '앞으로는 이렇게 하자'라는 취지로 규정을 제정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현재까지 어떻게 해 왔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된다(아예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겠지만). 예를 들어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서 촉음(っ)을 언제나 ㅅ 받침으로 적는 건 현행 외래어 표기법 제정 이전의 표기 양상과는 별 상관이 없다(하지만 현재 이 조항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표기법을 새로 제정할 때도 이런 식으로 할 수 있다.

3.10. 한자로 된 인명·지명 표기를 한국 한자음으로 옮기자는 주장

오래 묵은 떡밥으로, 한자로 된 인명이나 지명을 한국 한자음으로 써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를테면 도요토미 히데요시 풍신수길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한자문화권 고유명사 표기 중국어 한글 표기 논쟁과도 관련이 있다.

생각해 보면 이 방법은 오히려 표기로 인한 싸움이 덜 생기는 방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 한자에 한국 한자음은 하나만 존재하는 경우가 90% 이상인 데다, 일본어 원음 자체를 따질 일이 거의 없어지기 때문에 한글 표기가 중구난방이 될 가능성이 거의 0%에 가까워진다. 예를 들어 千反田는 '천반전'으로 표기하게 될 테니 '지탄다'인지 '치탄다'인지로 싸울 일이 없어지게 된다.

실제로 한 인명이 정발 매체에 따라 표기 여부가 다른 경우도 있는데, 한국 한자음을 따른다면 이러한 문제는 있을 일이 거의 없다. 예를 들어 러브 라이브!의 高坂 穂乃果는 스쿨 아이돌 다이어리와 애니 1기에서는 ' 코사카 호노카'로, 스쿠페스와 애니 2기에서는 '코우사카 호노카'로 표기되었는데, 한국 한자음 '고판 수내과'를 사용했다면 표기가 나뉘는 문제는 처음부터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한국 한자음을 사용하면 후리가나가 없는 이름도 한글로 쉽게 옮길 수 있다는 큰 장점도 있고, 일본어에서 독음이 둘 이상인 이름(예: 藤原 定家(ふじわら の ていか 또는 ふじわら の さだいえ))을 어떻게 옮겨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표기의 통일'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이 방식이 더 타당하다고도 할 수 있다.

千反田 える의 える와 같이 한자가 없는 이름이라면 한국 한자음을 사용하기 힘들 수도 있으나, える → 恵瑠와 같이 아무 한자나 갖다 붙여서 그 한자를 한국 한자음으로 하면 될 것이다. 즉 千反田 える → 千反田 恵瑠 → '천반전 혜류'가 되는 것. , 같은 일본어 고유 한자도 그냥 형성자의 원리에 따라 '입', '지' 정도로 옮기면 될 것이다. 결국 중국어식으로 쓰는 셈이다. 한자문화권 고유명사 표기의 '일 → 중' 섹션도 참고.

이렇게 하면 원음과 너무 동떨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드시 원음에 가깝게 받아들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어처럼 수시로 원음을 씹어먹는 동네도 있고(...), 한국어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아니라 풍신수길이라 했을 때도 딱히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오히려 도요토미 히데요시보다 풍신수길이 훨씬 더 잘 통용된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3.10.1. 반론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한국 한자음은 기본적으로 음독만을 하기 때문에 하나의 한자에는 일반적으로 하나의 독음만이 존재하고, 중국어는 방언에 따라 음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하나의 방언에서는 일반적으로 하나의 독음만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한국어와 유사하다. 일부 한자의 경우 두 발음이 유사하게 들린다는 점도 있어서 중국어 원음 표기가 정착된 21세기에도 비중이 많이 줄긴 했지만 한국식 독음이 혼용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어는 상황에 따라 음독을 하기도 하고 훈독을 하기도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최소 두 개의 독음이 존재한다. 심지어 일부 고유명사의 경우 한자의 원래 음(훈독 음독 양쪽 다)과는 독음이 전혀 다른 경우도 있다. 이렇게 상황에 따라 음이 확연히 달라지는 데에다 훈독일 경우 한국 한자음과의 발음 연상 작용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일본어의 훈독은 한자를 읽는 방식이라기보다는 고유어에 적당한 한자를 대응한다는 개념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혀 다른 사람 혹은 다른 지역이라는 느낌이 들기에 충분하다. 예를 들어 한국의 수원시와 같은 한자를 쓰는 水原이라는 단어를 일본어식으로 읽는다고 가정했을 때 음독으로 スイゲン(suigen)이라고 읽는다면 '수원'과 대충 비슷하게 읽히니 연상 작용이 쉽지만, 훈독으로 みずはら(mizuhara)라고 읽는다면 여기서 '수원'을 연상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중국어의 경우와는 달리 한국식 독음으로 표기하는 방식이 빠른 시기에 도태되었다.

또한 아래와 같은 문제도 있다.
  • (삼갈 진), (선거 병), (동개 예)[75] 같이 일본에서만 쓰임이 달라지는 글자는 논란이 더 커질 수 있다. 가령 일본의 가수인 기요노 모모히메(清野桃々姫)는 한국 한자음으로 '청야도도'으로 옮기는 것이 원칙이다.
  • 일본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한자는 훈독만 있는 경우가 많아 한국 한자음으로 옮기기 어렵다. 위에서 말한 込, 凪처럼 옮기기 쉬운 예도 있지만, [76], [77]처럼 대응 관계가 꼬여 있는 한자도 있기 때문.

그리고 한자 없이 가나로만 쓰는 이름의 경우 적당한 한자를 붙여서 옮기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표음 문자가 없는 중국어와는 달리 한글이라는 표음 문자가 멀쩡히 존재하는 한국에서 굳이 이런 표기를 해야 하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일제 강점기에도 가나로만 쓰는 이름은 그냥 가나의 음가를 기준으로 한글 표기를 했다.[78] 조선시대에 이런 이름들을 한자로 음차했던 것은 그저 그 시절엔 기록 수단으로서 한자의 지위가 막강했기 때문이고, 지금은 오히려 반대다. 후리가나 없는 이름의 경우 일본인이나 다른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된다. 요즘은 시대가 좋아졌으니 검색해봐도 되고.

예전에야 풍신수길이라 불러도 문제없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옛날이 아니다. 시대가 변했다.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79] 한국은 이제 평상시 문자 생활에서 표음 문자인 한글을 주력으로 쓰고 한자는 보조적 용도로 그 지위가 격하되었다. 이로 인해 최소 30대, 최대 60대까지의 사람들은[80] 이름에 들어간 한자의 조합으로 인식을 하는 게 아니라 그 이름을 부를 때 나오는 소리의 덩어리로 인식을 한다. '동경'이나 '북해도'까지는 그래도 아직 통하는 편이지만, 대판이 어디냐고 하면 알아들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당장 ' 구주'라고 해도 사람들이 잠시 멍 때리는데. 어르신들은 규슈보다 유럽을 떠올릴걸?

조선 시대에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경우 주로 풍신수길로 불렀지만,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덕천가강'이라는 한국 한자음 외에도 '이야사'라는 음차를 혼용한 사례가 있다. 히데요시는 어르신들이 하도 풍신수길, 풍신수길 해서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알게 된 것일 뿐이고, 가등청정의 경우 성 부분이 음독이라 원래의 독음과도 비슷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연상하게 된 것일 뿐이다. 그나마도 역덕이나 어르신 한정 그리고 덕천가강이 도쿠가와 이에야스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나마 앞의 '도쿠'가 음독으로 되어 있어 '덕'과 발음이 비슷하니까 대충 때려 맞힐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신문 등의 문서에서 한자 표기가 거의 사라졌으며 한자를 아는 사람은 점점 적어지고 있다. 거기다가 일본과의 문화적 교류도 늘어나 일본 여행이 자유로워졌으며 일본 연예인, 정치인, 그리고 스포츠 선수들도 한국에서 유명한 사람이 많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 비해서 현재에 생길 혼란은 더 커질 것인데, 예를 들어 피파 온라인이나 한국의 축구 중계, 스포츠 기사에서 '향천 진사'라는 선수를 알게 되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런데 해외에서는 Shinji Kagawa로 표기하고 있고 모두가 그렇게 부른다. 결국 해외 웹에서 이 선수에 대한 정보를 찾으려면 ' 가가와 신지'라는 형태를 또다시 학습해야 한다는 말이다. 다른 예로, 한류 열풍으로 인해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본 연예인들도 많은데 이들도 대개 일본식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고 한국 내 팬들도 그들의 일본식 이름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 미야와키 사쿠라'는 알아도 '궁협 소량'이라고 하면 못 알아듣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일본에서 한국인들의 이름을 일본어 한자 독음으로 읽는다면 '쟤네도 저렇게 하는데 우리도 그렇게 하자'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고 상단 문서에서 언급된 것처럼 '우리는 우리식 독음 사용했는데 일제 때 일본이 강요해서 일본식 발음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라는 주장도 있지만, 일본에서 한국인들의 인명은 한국어 발음을 가타카나로 옮기는 사례가 많다. 지명이나 몇몇 인물들은 한자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지만,[81] 표기는 한자로 하더라도 발음은 한국어 발음을 사용하니 양국의 자존심 문제에서도 문제될 것은 없다. 예를 들어 김채원의 한자 표기가 [ruby(金采源, ruby=キム・チェウォン)]이라고 해서 이것을 일본에서 '긴 사이겐'(キン・サイゲン)이라고 읽지는 않는 것처럼, 위의 '미야와키 사쿠라'의 경우도 본인부터가 '사쿠라'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마당에 그조차 싹 무시하고 굳이 '궁협 소량'이라고 적어야 할 이유는 없다. 위의 '가가와 신지'의 사례처럼 일본을 넘어 다른 나라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에 문제만 가중시킬 뿐이다.

쉽게 말해 한국 한자음을 사용하자는 것은 가나 문자를 어떻게 표기하느냐의 골치 아픈 논쟁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으니 우리에게 편한 대로[82] 하고 현실을 무시하자는 현실 도피적인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덧붙여 이 주장은 중국어 한글 표기 논쟁에도 똑같이 활용될 수 있다.

3.11. 외국어 유래의 일본어 단어는?

2010년 한국을 내습한 태풍 コンパス가 ' 곤파스'로 표기된 것을 두고, ' 중역의 폐해', '원어도 못 살리는 병맛 표기법', ' 곤약으로 만든 파스냐(?)' 등 일본어 표기법에 대한 비판이 일었던 적이 있다.

コンパス란 이름은 일본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이를 일본어 표기법에 따라 적으니 '곤파스'가 된 것이다. コンパス는 원래 네덜란드어 kompas에서 온 외래어인데, 어원은 라틴어 com passus이다. 영어에는 compass로 전해졌으며, 이것이 한국어에서 외래어로 받아들여진 것이 '컴퍼스'. 유래는 복잡하지만 여튼 '컴퍼스'와 コンパス는 직접적인 유래는 달라도 지칭하는 것은 같은 외래어 낱말이다.

일본이 정한 태풍 이름은 일본어 낱말 コンパス이며, 네덜란드어 kompas나 영어 compass, 혹은 한국어 '컴퍼스'가 아니다. '컴퍼스'가 영어 compass에서 유래했지만 외래어로서 국어사전에 오른 것처럼, コンパス 또한 네덜란드어 kompas에서 유래했으나 일본어 사전에 오른 일본어 낱말이다. 로마자 표기도 Kompas나 Compass가 아닌, 일본어의 로마자 표기 원칙을 따른 Kompasu다. 태풍의 이름은 고유 명사에 속하므로(제도 기구인 컴퍼스를 가리키지 않는다),[83]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곤파스'로 정해진 것이다.[84]

물론 외래어 표기법은 외국어를 한글로 음차할 때 적용할 수 있는 지침일 뿐, 번역이나 한국어화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그래서 '어떤 캐릭터의 이름이 가타카나로 カミーユ・ブランシュ라고 적혀 있는데, 이는 '가미유 부란슈'라고 한글로 적어야 하냐?' 같은 것은 무리. 물론 가나 표기를 그대로 옮긴다면 '가미유 부란슈'가 적절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래서는 해당 캐릭터가 프랑스인이란 점을 감안했을 때 올바른 '번역'이라고는 할 수 없다(프랑스어 이름을 일본어식으로 적은 것이므로). 이때는 Camille Blanche라는 원어를 알고, 프랑스어 표기법을 따라 ' 카미유 블랑슈'로 적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비판점은 외래어 표기법 외의 문제이지 표기법 자체하고는 별개이다.

물론 번역자가 カミーユ・ブランシュ를 '가미유 부란슈'라고 적었다고 해도 일본어 표기로 된 것을 일본어 표기법대로 옮긴 것이므로 이 역시 '잘못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일단 일본어로 표기된 것이라면 '일본어 체계 내에서의 외래어'로 보는 것이 원칙이며, 일본어 체계 내의 외래어는 '한국어의 외래어'가 한국어로 여겨지는 것와 마찬가지로 일본어다. 다만 제대로 된 번역가라면 단어의 번역과 단어의 음차가 상충할 경우 당연히 번역을 중시해야 한다.

3.11.1. 반대의 경우

반대로 일본어가 제 3의 언어를 거쳐 번역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케빈 츠지하라가 있는데, 일본어 표기법을 따르면 케빈 지하라가 되어야 하나 일본계 미국인이기 때문에 일본어 표기를 따르기 애매해진 경우다.

3.12. 대조표와 표기 세칙을 폐지하고, 단어별로 굳어진 한글 표기들을 그대로 두자는 주장

아예 대조표와 표기 세칙을 폐지하고, 현재 단어별로 굳어진 한글 표기들을 그대로 두고 각 단어별로 표준 표기를 정하자는 주장도 있다.

어두의 と가 '도'로 받아들여진 단어 '도쿄'(東京(とうきょう))와 '토'로 받아들여진 단어 ' 토토로'(トトロ)가 있다고 하자. 일본어를 모르는 대다수의 한국어 화자들(이하 '일반 언중')은 단순히 '도쿄'와 '토토로'만을 보고 그대로 쓸 뿐이며, 일반 언중에게 '도쿄'의 '도'와 '토토로'의 '토'가 일본어에서 모두 같은 と로 시작한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일반 언중이 그것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일반 언중에게는 '도쿄'는 '도쿄'일 뿐이지 東京(とうきょう)가 아니고 '토토로'는 '토토로'일 뿐이지 トトロ가 아니다. 일반 언중은 보통 원어에 관심이 없으며, 한국어 화자들이 한국어로 소통할 때 모든 단어의 원어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다.[85][86] 따라서 '도쿄'를 ('토토로'에 맞춘답시고) '토쿄'로 바꿔도 불편해지고 '토토로'를 (표준 표기법에 맞춘답시고) '도토로'로 바꿔도 대다수의 일반 언중은 불편해지게 된다. 한국어 화자들 중 일본어를 아는 사람은 소수라는 점을 생각해 보자.

요점은 원어에서 똑같은 어두의 と일지라도 그것이 언제나 한글로 '도'로 옮겨져야 하는 것도 아니고, 어두와 어중·어말 구분을 하지 않더라도 と가 경우를 불문하고 언제나 한글로 '토'로 옮겨져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어를 모르며 '도쿄', '토토로' 등의 한글 표기만 보는 대다수의 일반 언중의 관점에서 본다면 어두의 と가 언제나 '도'로 옮겨져야 할 당위성도, 어두와 어중·어말 구분 없이 と가 언제나 '토'로 옮겨져야 할 당위성도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표준 표기법을 개정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표준 표기법을 개정해서 '도쿄' → '토쿄' 등 수많은 기존 표기들이 바뀔 경우 일본어 지식이 없는 일반 언중을 혼란스럽게 할뿐더러, '도지마'(堂島(どうじま))와 같이 원어가 원래 ど로 시작하는 것까지 '토지마'로 바꾸는 과도교정이 일어날 수도 있다. 아래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일본어 표기법이 개정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섹션의 '현행 표기법의 특수한 구조 때문이다' 문단 참고.

실제로 국립국어원이 2004년에 마인어, 태국어, 베트남어 한글 표기법을 제정하고 2005년에 포르투갈어, 네덜란드어, 러시아어 한글 표기법을 제정하면서 기존 표기들이 대규모로 바뀌어 외국어 지식이 없는 일반 언중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대한화학회가 원소 및 화합물 이름을 대규모로 바꾸면서 외국어 지식이 없는 일반 언중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러한 전례들을 볼 때 기존 표기들이 대규모로 바뀌는 개정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좋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일본어 표기법을 소위 말하는 '통용 표기'의 일반적인 경향에 맞추어 개정할 경우 기존 표기가 대규모로 바뀔 수밖에 없는데('도쿄' → '토쿄' 등), 이는 필연적으로 외국어 지식이 없는 일반 언중을 불편하게 만들며 '토지마'와 같은 과도교정을 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일본어 표기법을 개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더라도 외국어 지식이 없는 일반 언중이 불편해진다(이미 '토'로 굳어진 '토토로'도 '도토로'로 바꿔 써야 규정에 맞으므로). 그렇다고 해서 예외를 대폭 인정하면 예외가 우후죽순처럼 발생할 수 있는 데다가(그리고 예외가 많다면 애초부터 왜 그러한 비현실적인 표기법 규정이 필요한가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예외 선정에 형평성이 없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왜 예외로 이건 인정되고 저건 인정되지 않는가?).
즉 규정을 그대로 둬도 규정을 개정해도 외국어 지식이 없는 일반 언중을 필연적으로 불편하게 만드는데, 일반 언중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고 '도쿄'와 '토토로'를 모두 맞는 표기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대조표와 표기 세칙을 폐지하고 단어 단위로 표기를 규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요약하자면, 표준 표기법을 개정해 '도쿄' → '토쿄'와 같이 수많은 기존 표기들을 바꾸어서 일반 언중에게 혼란을 주고 '토지마'와 같은 과도교정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을 크게 만드는 대신, 또는 표준 표기법을 내버려 둬서 '토토로'와 같은 굳어진 표기를 '틀린' 것으로 만드는 대신, 대조표와 표기 세칙을 폐지하고 각 단어의 굳어진 한글 표기를 그대로 두고 '도쿄', '토토로'와 같이 각 단어별로 표준 표기를 정하자는 것이다. '도쿄'는 '도쿄'로 두면 되고 '토토로'는 '토토로'로 두면 된다는 것이다. 즉 と가 '도'로 받아들여진 건 '도'로 두고 '토'로 받아들여진 건 '토'로 두고, 각 단어의 한글 표기들을 건드리지 말자는 것.

성씨의 표기도 같은 집안이나 혈연관계가 아닌 한 원어에서 같은 성씨일지라도 한글 표기가 꼭 같아야 할 필요는 없다.[87] 한 집안이나 혈연관계가 아니라면 같은 성씨로 인식돼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즉 桂 太郎는 ' 가쓰라 다로', 桂 ヒナギク는 ' 카츠라 히나기쿠'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고, 加藤 清正는 ' 가토 기요마사', 加藤 恵는 ' 카토 메구미'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일본어를 모르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가쓰라 다로', '카츠라 히나기쿠', '가토 기요마사', '카토 메구미'라는 한글 표기만 볼 뿐이고, '가쓰라'와 '카츠라', '가토'와 '카토'가 원어에서 같다는 것을 알아야 할 필요도 없으며, 가쓰라 다로와 카츠라 히나기쿠, 가토 기요마사와 카토 메구미는 같은 집안도 혈연관계도 아니기 때문에 성씨의 표기가 같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오히려 '가쓰라 다로'를 ('카츠라 히나기쿠'에 맞춘답시고) '카츠라 타로'로 바꾸거나 '카츠라 히나기쿠'를 (표준 표기법에 맞춘답시고) '가쓰라 히나기쿠'로 바꾸면, '가토 기요마사'를 ('카토 메구미'에 맞춘답시고) '카토 키요마사'로 바꾸거나 '카토 메구미'를 (표준 표기법에 맞춘답시고) '가토 메구미'로 바꾸면 일본어를 모르며 한글 표기만 접하는 대다수의 일반 언중이 불편해지게 된다.[88][89] 따라서 같은 집안이나 혈연관계가 아닌 한 桂를 이미 '가쓰라'라고 쓰고 있는 인명은 '가쓰라'로, 이미 '카츠라'라고 쓰고 있는 인명은 '카츠라'로, 加藤를 이미 '가토'라고 쓰고 있는 인명은 '가토'로, 이미 '카토'라고 쓰고 있는 인명은 '카토'로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요점은 위 도쿄, 토토로에서 서술한 것과 마찬가지로 원어에서 똑같은 桂(かつら)일지라도 그것이 언제나 한글로 '가쓰라'(또는 '카츠라')로 옮겨져야 하는 것도 아니고, 원어에서 똑같은 加藤(かとう)일지라도 그것이 언제나 한글로 '가토'(또는 '카토')로 옮겨져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어를 모르며 '가쓰라 다로', '카츠라 히나기쿠', '가토 기요마사', '카토 메구미' 등의 한글 표기만 보는 대다수의 일반 언중의 관점에서 본다면 桂(かつら)가 언제나 '가쓰라'(또는 '카츠라')로 옮겨져야 할 당위성도, 加藤(かとう)가 언제나 '가토'(또는 '카토')로 옮겨져야 할 당위성도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

重光 初子(しげみこ)와 같은 이름이 '시게미코'여도 문제는 없다.[90] 일본어를 모르는 대다수의 일반 언중은 단지 '시게미쓰 하츠코'를 보고 쓸 뿐이며, 일반 언중한테는 '쓰'와 '츠'가 본래 모두 일본어에서 같은 つ라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고 그 점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그리고 일본어에 대한 지식이 없는 한 원어를 따지지도 않으며 그럴 수도 없다). 일반 언중한테는 '시게미쓰 하츠코'는 '시게미쓰 하츠코'일 뿐이지 重光 初子(しげみつ はつこ)가 아니다.[91]

요점은 위 도쿄, 토토로, 가쓰라 다로, 카츠라 히나기쿠, 가토 기요마사, 카토 메구미에서 서술한 것과 마찬가지로 원어에서 똑같은 つ일지라도 그것이 언제나 한글로 '쓰'(또는 '츠')로 옮겨져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어를 모르며 '시게미쓰 하츠코' 등의 한글 표기만 보는 대다수의 일반 언중의 관점에서 본다면 つ가 언제나 '쓰'(또는 '츠')로 옮겨져야 할 당위성도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영어에서 유래한 말에도 1음운 1기호 원칙이 깨지는 경우가 있다. boxing은 ‘싱’, box는 ‘스’라고 하는데, 이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왜 일본어에서 유래한 말은 ‘쿄’와 ‘토로’, ‘가쓰라 다로’와 ‘카츠라 히나기쿠’ 등이 공존하면 안 되는지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3.12.1. 반론

언중의 입장에서는 굳이 일본어 어원을 의식할 필요가 없으므로, 원어 표기에 기반한 대조표+표기 세칙을 폐기하고 이미 완성되어 언중들 사이에서 자리잡은 단어별 통용 표기만을 기반으로 일종의 용례집을 만들자는 상기 주장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외래어는 이미 한국어화된 단어이므로, 언중으로서는 굳이 일본어 어원을 의식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전제는 옳다. 그러나 위 주장은 일단 어떤 식으로든 표기가 확정되어야 비로소 단어별 표준 표기를 정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현 상황만 놓고 봤을 때에는 굳이 어원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통용되고 있는 표기들을 살려 '東京(とうきょう)는 도쿄, トトロ는 토토로' 하는 식으로 정할 수 있겠지만, 앞으로도 일본산 외래어는 계속해서 전해질 것이다. 일본인은 계속해서 태어날 것이며, 오덕 요소(…)는 계속해서 수입될 것이고, 총리와 내각도 계속 바뀔 것이다. 그런데 그때마다 소위 통용 표기가 자리잡힐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어떤 새로운 표기 대상이 전래되었을 때, 언중 사이에서 최종적으로 한 표현이 자리잡기 전까지는 각각 그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복수 표기가 난무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검색 곤란과 언론 표기 혼란상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를 것이다. 특히 그 복수 표기들이 꽤 상이할 경우에는, 언중 입장에선 더더욱 혼란스럽기만 할 것이다(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되었지만 ' 호나우두'와 '로날도' 표기 사이의 괴리를 보자. 쉽사리 동일 대상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즉 언중이 일단 선택한 단어별 표기를 표준 삼는 것이야 좋은데, 그렇게 선택하기까지의 혼란상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표기가 완전히 우위를 점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기간은 어느 정도로 잡아야 할까? 이 기간 역시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외국 문물이 쏟아지는 판국에, 어떤 표기가 언중 사이에서 자리잡기까지 그렇게 방치(?)할 여유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동일 대상에 대해 세대별, 직업별로 자주 쓰는 표기가 다르다면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표기가 자연스럽게 자리잡히기까지는 이처럼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지금 쓰는 용례만으로 단어별 표기를 정해 버리면 좋겠지만, 앞으로 등장할 어휘들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결국 새로 등장하는 어휘에 대해서는 일정한 기준을 바탕으로 그 표기를 정해야 하며, 그 기준에는 역시 어원을 바탕으로 한 대조표+표기 세칙이 고려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는 언중이 어원을 알아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즉 최초의 표기를 혼란 없이 신속히 정하는 순간만큼은 어원을 기반으로 하고, 일단 이렇게 정해진 표기를 언중이 쓰기 시작할 때는 굳이 어원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다.

예시를 하나 들어 보자. 田中 博二朗(たなか ひろじろう)라는, 실존인물이건 서브컬쳐 캐릭터이건 새롭게 등장한 가상의 일본 인물을 한국어에서 한글로 표기하고자 한다고 했을 때, 현행 가나-한글 대조표+일본어 표기 세칙에 의하면 원 표기만 보고도(이 단계까지는 어원을 의식한다) 곧바로 '다나카 히로지로'라는 표기를 정할 수 있으므로, 이렇게 정한 후(이후부터는 어원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냥 쓰면 된다. 그러나 이런 규칙도 없는 상태에선 언중들 사이에서 '타나카 히로지로', '타나카 히로지로우', '다나까 히로지로오', 등의 각종 표기가 난무하다가(검색과 언론 보도에서의 혼파망은 덤이다), 한 5년쯤 후에야 겨우 '타나카 히로지로'(내지는 다른 표기)가 정착되어 감이 포착되고, 그때에서야 소위 '단어별 용례집'에 저 한글 표기를 넣자는 게 상기 주장이다. 즉 최소한의 원칙마저 없는 상황이라면 최초 표기 발생시 혼란이 불 보듯 뻔한데도, 원칙을 폐기해 버리자는 건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외래어를 표기할 때, 해당 언어의 어원을 참작하여 음소/철자 기준으로 표기법을 정하는 건 비단 한국어뿐만이 아니다. 중국어도 마찬가지이고 ( 중국어화 대조표 참고), 일본어는 느슨한 가이드라인+얄팍한 용례집 정도가 있는데( 해당 내각 고시·훈령) 오히려 한국어의 외래어 표기법과 같이 음소 대조표를 만드는 게 더 좋겠다는 견해도 있다.

결국 일단 자국 문자로 전환 완료된 표기를 언중이 쓰는 입장에서는 어원을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전환 에는 당연히 어원을 고려해서 정해야 하며. 그건 세계 유수의 표기법이 다 마찬가지다. 그 어원을 고려치 않고 그냥 언중에 툭 던져 놓고 어떤 표기로 세가 몰릴 때까지 지켜보다가 하나 정해서 용례집에 등록하자는 식으로 민영화(?)하자는 건 지나치게 무책임한 정책이다. 백 발 양보하더라도, 현재까지 누적된 단어별 통용 표기들은 인정할지언정, 앞으로 새로 전래될 외래어들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방식으로 처리할 수 없으며, 어원을 바탕으로 한 기준에 근거하여 표기를 즉각적으로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현 상황에서 통용되는 표기는 불가피하게 어원을 의식하지 않고 그 자체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앞으로 등장할 표기에 대해서만큼은 위에서 언급했던 불편함을 생각해서라도 곧바로 확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 필요하다. 과도교정을 우려한다 하더라도 지금까지의 누적된 통용 표기 때문에 이 기준마저 아예 없애 버리자는 건 알렉산더식 매듭 끊기나 다름없다. 통용 표기는 통용 표기대로 인정한다 해도(즉 기준을 적용할 것 없이, 관용화된 예외 표기로 처리한다 하더라도) 앞으로의 표기마저 포기하는 처사이다. "어차피 기준에 안 맞는 게 많으니 그냥 각각 단어별로 인정하고 기준은 없애 버려요"가 위 주장인데, '누적된 단어별 표기 인정'은 이루어질 수 있어도 '기준 폐기'만큼은 어문 생활에서 극도의 혼란만을 초래하게 될, 정말이지 무책임한 주장이다. 일본어에서 유래한 외래어가 지금 쓰이는 것들만 쓰인다면 (어원을 의식하지 않은) 각각의 단어별 표기를 고정해 두고 활용해도 별 문제가 없겠지만, 일본어 유래의 외래어가 계속 추가될 게 뻔한데 앞으로 새로이 등장할 이 외래어들을 표기할 때에 소위 '단어별 용례집'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때그때 기다렸다가 언중의 활용 상태를 체크한 후 그중 하나를 정해서 용례집에 추가해야 되는데 이게 얼마나 큰 혼란을 일으킬지에 대한 예상은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다.

또 영어권에서는 한국인 인명의 어원을 생각지 않고 해당 로마자 표기만을 바탕으로 잘 인식한다는 게 상기 주장의 근거 중 하나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에서도 한국어를 학술적인 목적에서 정말 제대로 로마자로 표기하고자 할 때는 한글 표기 어원을 당연히 참고한다. 미국도서관협회(ALA)나 미국 의회도서관(LC)은 전산화와 문헌 관리를 위한 한국어 문헌 로마자 표기 기준을 분명히 정해 두고 있다( 해당 파일 3면부터 참고). 대략 매큔-라이샤워 표기법을 기반으로 한 표기법인데, 그 기준은 당연하게도 어원인 한글 표기이다.

그렇다면 왜 어원이 같은 한국인 인명의 로마자 표기가 제각각인데도 외국에선 제 기능을 하는 것일까. 이는 그 로마자 표기를 정한 주체가 바로 한국인 당사자 자신이기 때문이다. 즉 해당 한국인 인사는 로마자를 이미 알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내 이름에 대한 로마자 표기는 이것으로 해 달라"라고 지정할 수 있으며, 그 상황에서 구미권에서는 굳이 어원을 의식할 필요 없이(당사자가 '이걸로 써 주세요' 하는 마당에 굳이 다시 찾아볼 이유가 있겠는가), 그 나라에서의 한국어 로마자 표기법이 따로 있다 해도 굳이 그걸 적용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당사자가 정해다 주는 표기를 존중하여 활용하는 것이다.[92] 그러나 반대로 외국인 인사가 한글을 아는 경우는 드물다. 자연히 공은 한국어 화자들 쪽으로 넘어오게 되어 있으며, 이 과정에서 어원을 고려하여 표기를 정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결국 어원을 굳이 생각지 않아도 (그 표기 양상이 각양각색인 건 차치하고서라도) 알아서 상대쪽에서 먼저 정해서 보여다 주는 입장과, 먼저 정해서 보여 주지 않으므로 어원을 생각해야만 비로소 표기를 정할 수 있는 입장의 차이인 셈이다. 애초에 한국어에서 일본어 유래의 외래어를 표기하는 상황과는 맞지 않는 사례이다.

이러한 문제는 나무위키 한국어 위키백과 등 위키 사이트에서 표기법을 일관적으로 따르기보다 '인터넷 검색 결과'로 표제어를 정하는 규칙에 대한 비판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새로운 고유명사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른바 통용 표기가 굳어지는 것을 일일이 기다리자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3.13. 굳이 표기를 꼭 하나로 통일하려고 하지 말자

표기를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는 주장의 논거는 일반적으로 '여러 표기들이 난무해서 소통이나 검색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국어에서 한 대상을 지칭하는 형태가 여럿 있는 경우들은 어차피 이미 존재하며, 따라서 검색은 어차피 여러 번 해 봐야 한다. 그러므로 한 대상에 대한 형태를 꼭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는 건 오히려 고정 관념이자 강박 관념이라고 할 수 있으며, 따라서 형태를 하나로 고정시키는 표기법은 딱히 필요하지 않다고도 할 수 있다.

자세한 것은 외래어 표기법 문서의 외래어 표기법의 철학·방향에 대한 반론: 꼭 표기를 하나로 통일해야 하는가? 단락 참고.

4. 현행 표기법 찬반에 따른 견해 차이

  • 외래어 표기법(을 비롯한 어문 규정)을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가급적 통일되고 공식적인 규범을 사용하자는 사람들의 주장에 비해, '통용 표기' 지지자는 언어의 방향성을 어디까지나 언중이 결정한다는 다분히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여(여기에 대해서는 위의 문단을 보자) 외래어 표기법을 대놓고 무시하는 경향이 크다.
    • 그러나 상술했듯이 서브컬처 쪽 등 현행 외래어 표기법을 잘 따르지 않는 쪽의 표기 경향이 일본어 한글 표기 실태의 대표성을 띤다는 보장은 없다. 현실적으로 외래어 표기법은 가이드라인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강제성이 크진 않으나, 무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 외래어 표기법 지지자는 음성학적 연구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반면, '통용 표기' 지지자는 음성학적 연구가 언중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 다만 이 경우는 외래어 표기법 지지자의 입장이 옳다. 특히 -oう 장음을 '오우'로 표기하는 것과 ざ와 じゃ를 각각 '자'와 '쟈'에 대응하는 것은 발음상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대표적인 예로 영어 등 서양권 언어에서 George 표기를 '죠우지'가 아니라 '조지'라고 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처럼 말이다.
    • 하지만 청음-탁음 대립은 언어학적인 면에서 보아도 서양 언어의 무성음-유성음 음운 대립과 100% 동일함에도 단지 기식값만을 갖고[93] 서양 언어와 다르게 표기한다는 것은 현행 외래어 표기법 내 타 언어 표기법에서도 비슷한 예를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계속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외래어 표기법 지지자는 대한민국 전체의 언중 중에서 일본어를 접하는 사람이 얼마 안 된다는 이유로 표기법 개정의 필요성을 축소시키는 반면, '통용 표기' 지지자는 그 일부의 일본어를 접하는 사람들 중에서 상당수가 문제점을 느끼고 있다고 하며 필요성을 확대시킨다. 사실 한국인의 외국어 생활에서 일본어가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지에 대한 관련 연구(혹은 통계)가 전무한 탓도 있다.
    • 그러나 일본어를 아는 소수가 편하자고 표준 표기법을 개정해서 수많은 기존 표기가 바뀔 경우, 일본어를 모르는 다수에게 큰 혼란을 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표기법을 개정해 수많은 기존 표기가 바뀔 경우 외국어 지식이 없으며 한글 표기만 보는 일반 언중이 잘 따라올 수 있을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 위의 '대조표와 표기 세칙을 폐지하고, 단어별로 굳어진 한글 표기들을 그대로 두자는 주장' 섹션의 일부분(원어가 탁음인 경우까지 거센소리로 쓰게 되는 과도교정이 일어날 수 있음)도 표준 표기법을 개정하면 일반 언중이 바뀐 표기를 따라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여 나온 주장으로 보인다.
    • 넉넉잡아서 한국(남한)의 한국어 화자들 중 100만 명이 일본어를 안다고 해도(실제로는 100만보다도 더 적을지도 모른다), 이는 5천만의 한국 한국어 화자들 중 고작 2%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100만 명이 모두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일본어 표기법에 반대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는 없으므로, 한국의 한국어 화자들 중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일본어 표기법의 개정을 원하는 사람은 2%보다 더 낮다고 할 수 있다. 즉 고작 2% 또는 그 이하를 위해서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일본어 표기법을 개정한다면 필연적으로 98% 또는 그 이상이 불편해지게 된다(그리고 이는 차라리 개정하지 않는 게 더 낫다는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래의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일본어 표기법이 개정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도 참고할 것.
    • 사실 일본어는 한국에서 배우는 사람들이 매우 적다. 차라리 일본의 국력이 강했던 1990년대라면 일본어 교재를 흔하게 구할 수 있고 일본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2010년대보다 더 많았겠지만 이때는 일본 문화 자체가 철저하게 금지되던 시절이었고, 현대에는 일본의 국력 자체가 약해진 탓에 일본어 학습자는 오히려 더 줄었다.
      • 하지만 일본어 학습자가 줄었다고 이런 논쟁을 통해 표기법을 개선하자, 혹은 유지하자는 논의의 의미나 가치가 줄어드는지는 의문이다. 외래어/외국어 표기법은 그 언어를 배우기 위한 수단의 하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언어로 만들어진 문물을 한국어로 향유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갸령 이 문서의 맨 위에 현행 표준 표기법의 문제점의 예시로 들린 은혼은 이미 일본의 국력이 쇠락하기 시작한 2000년대~2010년대의 작품인데, 이 사례만 보더라도 일본의 국력이 20~30년 전보다 쇠퇴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논의가 무의미하다는 주장을 납득하긴 어렵다. 이런 작품을 본 독자들 모두가 일본 문화를 넘어 일본어에 관심이 있다고는 할 수 없고, 그러면서도 이 작품을 좋아하는 다른 언어 구사자와 번역기 등으로 해당 작품의 논의를 하고 싶어할 가능성도 고려를 해야 하는데, 이때 표준 표기법이 특정 인물들에 대해 피할 수 있는 혼동을 야기한다면 그것은 표기법이 그 언어의 고유명사를 한국어로 표현하는 데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 딥 러닝 기술로 기계 번역기들의 성능이 증가하면서 언어를 불문하고 특정 외국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언중이 해당 언어로 만들어진 문물을 향유할 가능성은 오히려 크게 증가하고 있고, 기계 번역기들의 성능에 아직도 개선 가능한 점이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추세가 완전히 사라질 날은 당분간은 멀어 보인다.[94]
  • 외래어 표기법(또는 다른 체계적인 표기법) 지지자는 '통용 표기'의 비일관성을 비판하는데, 이것은 특정한 '통용 표기' 규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며 외래어 표기법과는 다른 표기법을 쓰기 때문에 생겨나는 문제가 아니다. 가령 엔조 토모에(えんじょう ともえ)를 보면, 가능한 한글 표기가 엔조 모에, 엔 모에, 엔 토모에, 엔죠우 토모에 따위로 같은 인물을 지칭하는 표기가 수도 없이 많아지고, 이는 많은 불편을 낳는다. 어차피 알아듣기만 하면 상관없는 것 아니냐고? 물론 친구들 사이에 대화할 때처럼 단순한 의사소통이 목적이라면, 정말 알아듣기만 해도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글을 사용하는 모든 한국어 화자로 넓혀 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한 대상에 대한 한글 표기가 중구난방이 되어 검색에도 지장을 주고, 한 대상에 대한 여러 표기들을 보고 그 여러 표기들이 서로 다른 대상을 지칭한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인터넷 등 색인화되고 검색화된 정보가 많은 세상에서 이는 치명적인 낭비가 될 수 있다. 게임 Final Fantasy를 검색할 때, 파이널 판타지로 할 것인가 화이날 환타지(또는 파이날 판타지 등등등…)로 할 것인가로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이해할 것이다. '가쓰라'와 ' 카츠라'가 똑같이 かつら를 한글로 옮겨 적은 것임에도 서로 다른 대상을 지칭한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95] 따라서 현행 표준 표기법을 비판하려면, 자기 마음대로 한글 표기를 하는 것은 전혀 좋지 않고, 현행 표준 표기법 외의 다른 기준을 제정해서라도 한글 표기를 통일하는 것이 마땅하다.
    • 문제는 기본적으로 모든 한국어 화자들을 대상으로 표기법을 제정할 수 있는 권위 있는 기관이 국립국어원 말고는 없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한국일어일문학회 대한일어일문학회 등이 있긴 하나, 이런 단체들은 민간 단체이기 때문에 국가 기관인 국립국어원보다는 권위 면에서 떨어지며, 저 단체들 내에서도 다수가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 반대한다는 보장이 없다(그리고 반대한다고 해도 단체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할 수도 있다). 또한 개인이나 단체, 커뮤니티에서 자체 표기법을 만들어 쓰는 경우도 있으나, 그런 자체 표기법은 해당 개인이나 단체, 커뮤니티 내에서는 권위가 있을 수 있어도 다른 사람에게나 다른 곳에서는 권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5. 현행 일본어 외래어 표기법이 개정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5.1. 바뀌기 어렵다는 주장

결론부터 적자면, 개정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

첫 번째, 남한 전체 인구 중에서 일본어를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넉넉잡아서 일본어를 아는 인구를 100만으로 보더라도, 이는 한국의 5천만 인구 중에서 고작 2%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100만 전체가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 반대한다는 보장이 없으므로,[96] 개정을 원하는 사람은 2% 이하가 된다. 어문 규범은 5천만을 대상으로 제정하는 것이므로,[97] 개정을 주장하는 사람이 2% 이하라면 굳이 개정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반대로, (그 2% 이하로 인해) '도쿄'와 '쓰시마섬'이 갑자기 '토쿄'와 '츠시마섬'으로 바뀌면 오히려 약 98%라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불편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은 외래어 표기법대로 전사할 일이 없다는 주장이 있다. 일본어를 한글로 옮겨 적는 법을 논하는 자리에서 적어도 히라가나만으로 적힌 일본어를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는 사람[98]이라면 아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그렇게 봤을 때, 일본어의 한글 표기법(이하 표기법)을 아는 사람들의 비판을 수용하여 개정하면 모르는 사람들이 불편을 겪을 것이라는 논거에는 오류가 있다. 이미 현행 표기법이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일본어의 가나와 한글 대조표’(이하 대조표)에는 가타카나만 적혀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것만 봐서는 히라가나로 적힌 일본어를 표기법에 맞게 한글로 적을 수 없다. 본인이 전사하려는 글자가 대조표에 없으니 난감할 뿐이다. 또 표기 세칙 2항의 경우, 일본어 장음 판별법 문서에 적혀 있듯이 장단음을 구별하려면 형태소의 경계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모르는 사람이 표기법을 준수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외래어 표기법 자체가, 일본어 뿐만 아니라 다른 언어의 것을 보더라도 그 언어를 구사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지식 및 관심이 있는 사람이어야 이해하고 따를 수 있다. 애초에 그런 사람이어야 외래어 표기법을 알고 지키려는 생각을 할 것이고.

어떤 외국어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 그 외국어를 한글로 전사할 일이 있을 것인지, 있다 한들 그 사람이 외래어 표기법을 찾아 보고 따르려 하겠는가? 현지어에 대한 지식 없이 외국을 여행한 사람이 자신의 블로그에 간단한 기행문을 쓴다고 하자. 여행 중에 접한 어떤 현지어를 한글로 적어서 소개하려는데 외래어 표기법을 찾아 볼까? 현지인이 말하는 소리를 들었을테니 그냥 본인 귀에 들리는 대로 적을 것이다.

외국어의 한글 전사 작업을 하려면 본인이 그것을, 발음이 정확하든 어떻든, 소리 내어 읽을 수 있거나 다른 사람이 말하는 소리를 듣기라도 했어야 한다. カタナ라는 글자를 어떻게 읽는지 모르면서 그걸 굳이 한글로 옮겨 적으려 하고, 심지어 표기법을 지키려고 대조표를 찾아서 “ 힘 력자처럼 생긴 글자는 첫글자일 때 ‘가’로 적는구나” 이렇게 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하지만 여기서 모르는 사람에 대한 의미는 전사하는 입장만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표기법을 지키는 행위는 한국어로 전사하는 사람의 입장이고, 그 표기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그리고 언중에서는 표기하는 입장보다 받아들이는 입장이 훨씬 많다. 상술한 カタナ를 예시로 들면, 일본어를 모르면서 전사하는 입장에서야 カ를 '카'로 적을지 '가'로 적을지 한참을 찾아봐야한다. 그러나 그 과정이 어찌되었건 '가타나'라는 전사의 결과물이 나왔다면 그걸 읽는 사람은 '이걸 가타나라고 하는구나'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전부이다. 개인적인 흥미의 영역을 제외하고, 읽는 사람이 앞글자 '가'가 원래 일본 표기가 무엇이었는지 신경쓸 이유가 없다. 결정적으로 일본어를 전사하는 입장의 경우는 대부분 일본어를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 한다. 즉 '모르는 사람'이라는 범주에 전사하는 사람을 다 대입해서 넣는 것조차도 무리가 있다. 반박의 범위에 들어가는 사람인 전사하는 사람은 매우 적으며, 이 일부의 사람들을 위해 개정안을 뜯어고치라는 것은 앞에서 계속 이야기했듯 손해다.

두 번째, 만에 하나 일본어 표기법을 개정해 주면, 외래어 표기법의 다른 언어 표기법들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왜 일본어만 특별 대우하냐'라면서 항의하며 다른 언어 표기법들도 개정해 달라고 할 가능성이 아주아주 높다.[99] 다른 언어 표기법들에도 불만이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존재하며, 따라서 일본어 표기법을 개정해 줄 경우 다른 언어 표기법들도 마찬가지로 개정해 줄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외래어 표기법을 뒤집어엎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해 엄청난 수의 기존 표기들이 대규모로 바뀌어 오히려 엄청난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100] 즉 외래어 표기법의 한 언어 표기법을 개정하면 다른 언어 표기법도 뒤엎자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고(다시 말해, 일본어 표기법의 개정은 결코 일본어 표기법'만'의 개정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는 오히려 득보다 실이 훨씬 더 크다. 국립국어원이나 어문 규범 제정/개정 위원들이 굳이 저런 골치 아픈 일과 엄청난 혼란의 원인을 제공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세 번째, 현행 표기법의 특수한 구조 때문이다. 이 문서에서 여러 번 언급했듯, 현행 표기법은 어두의 청음을 예사소리로 적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탁음의 한글 표기와 같다. 그리고 분리된 걸 합치기는 쉬워도 합쳐진 걸 분리하기는 어렵다. 만약 표기법을 개정해서 청음을 언제나 거센소리로 적도록 하고 탁음을 예사소리로 적도록 할 경우, 일본어 지식이 없는 일반 언중은 원어가 원래 탁음인 것까지 거센소리로 바꾸는 과도교정을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도쿄'(東京(とうきょう))가 '토쿄'로 바뀌면, 일반 언중은 '도지마'(堂島(どうじま))와 같이 원어가 ど로 시작하는 것까지 '토지마'로 바꾸는 실수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어를 모르는 대다수에게 '도쿄'의 '도'와 '도지마'의 '도'는 똑같이 보일 뿐이다. 그래서 원어가 と인 것만을 모두 '토'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일본어 지식이 없는 일반 언중은 어떤 것이 と로 시작하고 어떤 것이 ど로 시작하는지 모르며, 따라서 ど로 시작하는 '도지마'와 같은 단어까지 '토지마'로 바꿔 쓰는 문제가 충분히 생길 수 있다.[101] 실제로 네이버 일본프로야구 중계에서는 세이부 야구 선수 겐다 소스케(源田 壮亮(げんだ そうすけ))를 '켄다 소스케'로 표기한 적이 있다. 다른 예를 들어 보자면, 이 글의 댓글에서 한 사람이 "그러면서 다들 칸바리마스는 간바리마스라고 쓰고 다니던데"라고 했고, 그러자 다른 사람이 그건 탁음으로 시작하는 단어라고 지적했다. 해당 단어의 원어는 실제로 탁음으로 시작하는 頑張ります(がんばります)이다. 이는 일본어를 모르는 여느 한국어 화자가 원어에서 뭐가 청음이고 뭐가 탁음인지 모른다는 것을 잘 보여 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자면, 청음을 언제나 거센소리로 쓰는 새 표기법이 도입됐다고 가정했을 때 일본어 지식이 없는 일반 언중이 미야자와 겐지 겐지모노가타리에서 어떤 '겐지'를 '켄지'로 바꿔야 하고 어떤 걸 '겐지'로 그대로 둬야 하는지, 그리고 도이 다카코에서 어떤 ㄷ을 ㅌ으로 바꿔야 하고 어떤 걸 ㄷ으로 그대로 둬야 하는지 알 수 있을까? 알 수 없다.[102] 즉 표기법 개정은 오히려 도움이 안 되고 한글 표기에 혼란만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103] 그리고 이 경우 합쳐진 것을 분리하려면 일본어 지식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데, 그러면 표기법 개정에 반대하는 쪽에서 개정으로 인해 모든 한국어 화자가 일본어를 알아야 하느냐고 따지면 개정을 주장하는 쪽에서 반박하기 어렵다.

네 번째, 기존 표기들이 대규모로 바뀌는 방향으로 어문 규정을 수정하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방향으로 어문 규정을 수정하면 여태까지 어문 규정을 잘 따라 온 출판물들을 다시 찍어야 하고 한국어 화자들을 재교육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이 든다. 외래어 표기법(일본어 표기법에만 국한되지 않음) 개정에 반대하는 쪽에서 출판물들 다시 찍고 사람들 재교육하는 데 드는 돈은 누가 내느냐면서 반대하면 개정을 주장하는 쪽에서 반박하기 상당히 어렵다. 외래어 표기법 개정을 주장하려면 여러 언어 표기법들이 개정됐을 때의 이익이 개정으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상회함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요약하자면, 1. 개정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수적으로 아주 적고, 2. 국립국어원 등이 일본어 표기법만 따로 개정해서 다른 언어 표기법들까지 줄줄이 뒤집어엎게 되는 원인을 제공하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며, 3. 현행 표기법의 구조로 인해 표기법 개정 시 과도교정이 일어날 수 있어서 오히려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는 말이다. 4. 또한 개정으로 인해 상당한 금전 비용이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이유로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일본어 표기법이 개정될 가능성은 아주 낮을 수밖에 없다. 이는 일본어만이 아니라 외래어 표기법 전체가 개정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일본어의 음운 체계를 영어 등 서양 언어의 음운 체계와는 정서적으로 뭔가 다르다고 느낀다. 이것만으로도 외래어 표기법 중 일본어 한글 표기법은 굉장히 높은 확률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 위 문단에서 서술했다시피 국립국어원도 처음에는 서양 언어처럼 '대원칙'을 적용하려 했지만 1980년대 일반 언중들의 항의로 무산된 것이다. 이렇다면 처음에는 대원칙을 준수하려고 했다가 무산된 국립국어원이, 지금은 반대로 대원칙을 위반하는 규칙의 수호자가 되어버린 셈이다.

실제로 국립국어원에서는 "(외래어 표기법 중 일본어 표기법이) 논의되어 수정될 수 있는지의 여부를 물으시는 것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나 심각한 오류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현재의 규정이 수정되기는 어렵다고 답변드릴 수 있겠습니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 현행 표기법에 문제나 비판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나, 냉정히 생각해 봤을 때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표기법을 개정하되, 이미 굳어진 몇몇 단어만 예외로 두자'라는 일종의 절충안도 있는데, 이것도 그렇게 좋은 생각은 아니다. 예외를 어디까지 둘지로 치고받고 싸우게 되기 때문이다.[104]

그리고 표기법 개정 시에 특정 단어에 대해 예외를 뒀더니 정작 나중에는 개정된 표기법에 맞는 표기가 우세해지는 경우(예: 개정된 표기법에 맞는 '토쿄' 대신 기존의 일반적인 표기 '도쿄'를 예외로 맞는 표기로 정했는데, 나중에는 '토쿄'가 우세해짐)도 종종 생기는데[105], 이러면 뒤처리(?)가 아주 골치 아프다.
  • 만약 기존의 방침을 고수할 경우(예: 여전히 '도쿄'만 맞고 '토쿄'는 틀림), 어문 규범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 만약 맞는 표기를 기존의 예외 표기에서 표기법에 따른 표기로 바꾸는 경우(예: 지금까지는 '도쿄'만 맞고 '토쿄'는 틀린 표기였으나, 이제부터는 '토쿄'만 맞고 '도쿄'는 틀림), '맞는 표기는 수시로 바뀌는 것이다'라는 인상을 주기 쉽다. 또한 '현재 맞는 표기라 해도 나중에는 틀린 표기가 될 텐데, 뭐하러 굳이 현재 맞는 표기를 따르느냐'라는 풍조까지 생길 가능성도 낮지 않다.[106]
  • 만약 둘 다 맞는 것으로 할 경우(예: 지금까지는 '도쿄'만 맞고 '토쿄'는 틀린 표기였으나, 이제부터는 '도쿄'도 '토쿄'도 모두 맞음), (다른 단어들에 대해서도) '아무렇게나 써도 상관없(게 될 것이)다'라는 인상을 주기 쉽다.
즉 어느 쪽을 선택해도 어문 규범의 권위와 신뢰를 무너뜨리기 아주 쉽다는 점은 같으며, 이는 표기를 하나로 통일하고자 하는 어문 규범의 본래 목적과는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러므로 표기법을 개정하되 몇몇 단어만 예외로 두는 방식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는 방식이다.

그리고 만약 실제로 か행과 た행을 언제나 거센소리로 적는 방향으로 외래어 표기법을 개정한다면 '도쿄' 등의 예외를 두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에서 か행과 た행을 어두에서 예사소리로 적도록 정한 건 제정 당시 관습의 영향이 큰데 시간이 지난 현재 그 점 때문에 논쟁이 생긴 것을 보면, 현시점에서 표기법을 개정하되 '도쿄' 등의 예외를 남겨 두면 시간이 지나서 그런 예외들 때문에 논쟁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5.2.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세대의 문제도 있는데, 2%의 아는 사람들에 의해 98%의 모르는 사람들이 불편해진다고 주장되었지만, 1987년에 외래어 표기법이 제정된 이후에 태어난 세대는 변화된 표기법을 익숙하게 여기는 사람이 느는 추세이다. 장음이나 된소리가 들어간 표기를 낮설고 어색하게 여긴다는 것. 외래어 표기법의 제정으로 표기법에 '변화'가 생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바뀐 표기가 널리 받아들여지면서 대중들에게 익숙해지게 되었다. 외래어 표기법이 제정되고 '도꾜'보다 '도쿄'가 익숙한 세대가 나타났듯이 '도쿄'보다 '토쿄'가 익숙한 세대가 등장하는 것도 (만약 바뀐다면) 가능하다는 것.

만일 일제강점기를 겪은 세대가 자연사하고 외래어 표기법 제정 당시의 국립국어원 직원들이 은퇴하게 되는 시대(약 2040~2050년대 즈음)에, 일본 대중문화를 보고 자라거나 통용 표기에 익숙하여 외래어 표기법과 통용 표기의 차이를 아는 세대가[107] 기성세대가 되어 국립국어원에 진출하게 되고,[108] 대중문화에서 쓰이는 표기를 일정한 규정을 잡아서 '기모노' '쓰나미' 등 외래어표기법으로 익숙한 단어들까지 확대하는 시도를 하게 된다면, 그 이후 세대는 '기모노' '쓰나미'를 어색하게 여기고 '키모노' '츠나미'를 익숙하게 여기게 된다. 즉 일본어를 모르는 대중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것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 이미 일본어 포함 여러 언어의 외래어 표기법이 제정되어 표기법이 바뀌는 현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은 '앞으로 바뀔 가능성이 없다'라는 것에 대한 반박이지, '지금 바꿔야 한다'를 주장하는 근거는 되지 못한다. 한국의 연령별 인구 분포를 고려해보면 아직까지는 현행 표기법이 더 익숙한 사람이 더 많다. 변화할 가능성이 생기려면 상술했듯 몇 십 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5.3. 총평

어쩌면 외래어 표기법 중 일본어 표기법 문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현재 현행 외래어 표기법을 잘 따르는 분야·단체들과 잘 따르지 않는 분야·단체들이 나눠져 있고, 그래서 외래어 표기법을 개정하건 안 하건 어느 한쪽에는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외래어 표기법을 아예 폐기하면 상술한 바와 같이 새로 들어오는 단어에 대비하기가 어려워진다. 즉 외래어 표기법을 개정하는 것도, 개정하지 않고 그냥 두는 것도, 아예 폐기하는 것도 곤란한 상황일 수도 있다.


[1] 주로 사용 범용성이 높은 쪽을 문서명으로 삼는다. [2] 한국에서 유명하지 않아 대중문화를 번역하면서 처음 번역된 이름들인 경우다. [3] 야마가미 데쓰야는 인터넷에서 '테츠야' 표기로 쓰이다가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지며 '데쓰야' 표기로 문서명이 수정된 경우이다. [4] 이렇기 때문에 청음을 언제나 거센소리로 적는 방향으로 표기법이 개정되는 건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 일본어를 모르는 대다수는 원래 뭐가 청음이고 탁음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건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일본어 표기법이 개정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섹션에서 '세 번째' 참고. [5] 굉장히 극단적으로 말해서 외래어 표기법에서 あ를 '쓩'으로 적도록 규정해도(물론 실제로 이렇게 규정될 일은 없겠지만), 그건 일본어를 구사할 때의 발음과는 상관이 없다는 소리다. [6] 이걸 까기 위해 한국어 로마자 표기법을 들고 나오는 사람도 있는데, 로마자 표기법은 한국어를 한글이 아닌 로마자로 표기하는 방법이다. 즉 대응되는 영어나 다른 언어의 발음/철자법으로 표기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한어병음 표기에 대응된다. 즉 로마자를 이용한 한국어만의 고유한 맞춤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어 표기법이기 때문에 당연히 한국어의 음소 구분이 반영되어 있다. 결정적으로 외국인들 역시 한국어 로마자 표기법에 따른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를 보고 원래 발음 그대로 발음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즉 오히려 '표기의 일관성을 위해 정한 규정일 뿐이다'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게 되어버린다.마찬가지로 한어병음이나 웨이드-자일스 표기법도 중국어 음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7] 참고로 비한국인들 중에는 평창 평양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오죽하면 강원도지사가 직접 나서서 평창과 평양은 다르다고 강조를 했겠는가. 심지어 평창에 가려다가 평양에 간 사례도 실제로 존재한다. 외국어나 외국 사정에 익숙하지 않다면 음가나 철자가 전체적으로 비슷한 외국 인명·지명은 헷갈리기 쉬울 수밖에 없다. 킨카쿠지/긴카쿠지도 마찬가지로, 일본어나 일본 사정에 익숙하지 않다면 헷갈리기 쉬울 수밖에 없다. [8] 단, Shaanxi라는 표기는 자의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국어라마자 표기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국어라마자는 한어병음 도입 이후에는 '비표준' 표기법이 되었으므로 Shaanxi라는 표기가 현 중국의 로마자 표기법 규정에 어긋난 표기라는 점은 변함없다. [9] 이 예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사실 かおり는 여성 이름으로 흔하지만 がおり는 있을까 말까 한 이름이기 때문에 かおり를 '가오리'로 적어도 실제로 혼동이 생길 일은 거의 없다. [10] 어떤 사람들은 영어 등 다른 언어의 한글 표기법에는 원어 복원 같은 걸 요구하지 않으면서 일본어 한글 표기법에만 원어 복원을 지나치게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실제로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일본어'만' 다른 외국어와 달리 특별 취급해서 원어 복원을 고려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굳이 원어 복원을 요구한다면, 현재는 일본어 등보다 영어의 위상이 몇백 배는 더 높기 때문에 영어 표기 시에 먼저 원어 복원을 요구하고 다른 언어 표기 시에 원어 복원을 요구하는 것이 그나마 합당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일본어 표기에만 원어 복원을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다른 언어에 대한 역차별이라고도 할 수 있다. [11] 그리고 이상하게도, 가나 표기의 복원을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じ/ぢ, ず/づ를 구분해 적자고 하는 사람은 없다. 저것들도 엄연히 가나 표기상으로는 다른데, 왜 저것들은 구분해 적자고 하는 사람이 없는지는 알 수 없다. [12] 그리고 후술할 북한의 표기법이 실제로 이 문제를 이런 식으로 해결한다. [13] 뱀발로 Auckland와 Oakland의 경우, 엄밀히 말해 약간의 발음 차이가 존재하긴 하나, 원어민들도 자주 헷갈리고는 하는 사례다. 애초에 영어 모음은 한국어 모음만큼 표기와 발음이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어 표기법을 변호하는 예시로는 이 역시 별로 적절하지는 않은 셈. [14] 물론 아래 문단에서처럼 '일본어의 청음의 발음이 한국어의 예사소리와 유사하다'라는 반론도 존재하는데, 그렇다면 과연 탁음은 무엇으로 표기를 해야 하는가? 한편으로는, 일본어에서는 어두에 있건 아니건 청음은 청음이고 탁음은 탁음인데 굳이 이걸 어두에서만 일치를 시켜서 구분을 묵살시키는 것도 문제가 있다. '언어의 실제 발음을 반영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비판은 오히려 어두의 청음을 예사소리로 적는 현행 표기법 지지자들이 들어야 할 비판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게이코 덴노를 청음≈예사소리라는 지적 하에 '게이고 덴노'라고 표기해보자 [15] 그리고 후술할 북한의 표기법도 어두의 カ행과 タ행을 예사소리로 적는다. [16] 이에 대해 서양권 언어들(영어, 스페인어 등)의 어두 무성 파열음은 왜 예사소리로 적지 않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영어의 경우 무성 파열음에 강한 기식(aspiration)이 동반되므로 격음으로 표기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스페인어의 경우 기식은 없되 성대 긴장(tenseness)을 동반하므로 한국인 귀에는 확실하게 된소리처럼 들린다. 외래어 표기법에서 스페인어의 무성 파열음을 거센소리로 표기하는 이유는 성대 긴장을 반영하되 규정상 된소리(ㄲ, ㄸ, ㅃ) 표기를 피하기 위함이다. [17] 《일본어의 달인이 되는 법》(시마다 가즈코 저)에서는 어중 청음을 발음할 때 あたま를 예시로 드는데, '아마'로 소리 내되 가운데의 '타'에서 살짝 힘을 빼라고 이야기한다. [18] 여기엔 된소리 표기를 피한다는 원칙이 적용된 듯하다. 실제로 된소리 표기를 피한다는 원칙이 없는 북한 표기법에서는 어중·어말의 カ행과 タ행을 된소리로 표기하고 있다. [19] 엄밀히 말해 '가톨릭'은 외래어 표기법 상으로 '카톨릭'이 맞지만 관용적 표기 존중에 따라 예외적으로 가톨릭을 표준어로 지정한 것이니만큼 일본어 표기법의 예사소리/거센소리, 청음/탁음 구분 논란과 엄연히 다른 경우다. [20] 외국인에게 한국어 발음을 가르치는 강사들이 가르치는 데 제일 어려운 개념이 예사소리/된소리/거센소리라는 증언도 많다. 강사에 따라서는 '입 앞에 종이를 대 보고 종이가 밀리는 정도를 가지고 발음을 연습하라'라는 단순무식한(…) 방법으로 가르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마익흘의 한글 랩에서는 아예 설명하기가 힘들다고 그냥 넘겼다. d/t, g/k 등의 분별이 예사소리/거센소리 구분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저건 유성음/ 무성음 구분이다. 예사소리/된소리/거센소리는 무성음 내부에서의 구분이다. 다만 중국어나 인도 계통의 언어는 조금이지만 비슷한 분류가 있다. [21] Voiceless alveolar affricate. IPA 기호로는 [t͡s\]이다. [22] Voiceless alveolo-palatal affricate. ㅊ는 유기음(有氣音)이고 ㅉ는 무기 긴장음(無氣音)이다. IPA 기호도 각기 달라서 ㅊ는 [t͡ɕʰ\], ㅉ는 [t͡ɕ͈\]에 해당한다. [23] Voiceless alveolar fricative. IPA 기호로는 [s͈\]이다. [24] 자음을 발음하는 방법. 조음 기관이 막혔다 터지는 파열음, 비강으로 공기의 흐름을 동반하는 비음 등이 있다. [25] 자음을 발음할 때 공기 흐름의 장애가 일어나고 소리가 일어나는 부분. 앞으로는 윗입술부터 뒤로는 성대(성문)까지의 구강 부위에 해당한다. [26] 다만 여기서 위치가 같다고 해도 치경음으로 위치로 같다는 것뿐, 일본어에서 사용하는 무성 치경 파찰음은 한국어의 무성 치경 마찰음과 혀의 모양이 조금 다르다고 한다. [27] す로 들릴 수 있음. [28] ちゅ로 들릴 수 있음. [29] 치경음의 조음 위치가 윗니 뒤쪽인 데 비해, 치경구개음은 윗니 뒤쪽과 입천장 사이의 공간이다. 즉, 치경음보다 더 뒤쪽에서 음성이 일어난다. [30] 예를 들면 철도역이 있다. [31] 일본조차도 한국에서 ツ를 '쓰'와 '츠' 가운데 무엇으로 표기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2] 세르보크로아트어, 폴란드어, 체코어, 헝가리어 등의 경우도 ㅊ라고 적는다. [33] 베트남어의 경우는 kh가 남부에서 [kʰ\]로 발음된다는 이유가 있다. [34] '두'의 경우, 일본어 역사에서 중고 일본어 단계까지는 [t͡sɯ\]로 파찰음화되지 않은 [tu\]를 의식한 표기인 듯하기도 하다. [35] 아래에서 다룰 백괴사전 표기법도 이 점을 의식했는지 ㅈ, ㅉ, ㅊ 다음에 /j/ 발음으로 시작하는 이중 모음을 쓰지 않는다는 점만은 그대로 따르고 있다. [36] じゅん은 '통용 표기'에서도 '준'과 '쥰'이 비슷한 비율로 혼용되는 듯하다. [37] 참고로 이 [tʲ\] → [t͡ɕ\] 변화는 한국어도 겪은 변화이다. 한국어에서도 댜, 툐 등이 구개음화로 인해 자, 초 등으로 변한 역사가 있다. 현대 한국어에서 댜, 툐 등의 조합이 일부 준말을 제외하고서 쓰이지 않는 것도 댜, 툐 등이 모두 구개음화로 인해 자, 초 등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구개음화 자체는 많은 언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현대 한국어에 남은 '디', '티'는 원래 ㄷ, ㅌ과 ㅣ 사이에 다른 모음이 끼어 있었던 것들이다. 예를 들어 '어디'는 '어듸'였고 '견디다'는 '견듸다'였고 '띠다'는 'ᄯᅴ다'였고 '티끌'은 '틧글'이었고 '버티다'는 '벗퇴다'였다. 반면 원래부터 '디', '티'였던 것들은 모두 '지', '치'가 됐고(예: 지나다 ← 디나다, 치다 ← 티다 등), ㄷ, ㅌ + /j/(댜, 툐 등)는 모두 ㅈ, ㅊ으로 변했다(예: 저것 ← 뎌것, 촉루 ← 툑루 등)) [38] う단 표기도 통일해서 '수주키'와 같이 적자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긴 하나, 일반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음의 표기를 단별로 통일하자고 하면 왜 자음의 표기는 행별로 통일하자는 주장을 하지 않느냐는 반론도 나올 수 있다(예: 일관성이 중요하다면 ち를 '지/치' 대신 '디/티'로 적어야 하지 않나?). [39] 그리고 상술했듯이 '자'는 じゃ에 더 가까우므로, 정 ざ와 じゃ를 한글 표기 시에 구분할 것을 주장한다면 한글 표기가 바뀌어야 하는 쪽은 ざ 쪽이지 じゃ 쪽이 아니다. [40] 일본어 표기의 개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보통 일본어를 아는 사람이나 일본어를 한글로 직접 표기하는 사람의 관점에서만 생각하지,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이나 한글로 표기된 결과물만 보고 그것을 그대로 따라 쓰는 사람(예: '쓰시마'라고 적힌 것을 보고 그대로 따라 '쓰시마'라고 쓰는 사람)의 관점에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글 표기는 오히려 후자에게 더 필요한데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41] 아래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실제로 ちゃんぽん은 '짬뽕'으로, ん이 ㅁ과 ㅇ으로 서로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42] 국어원의 답변에 따르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준 중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청각 인상을 더욱 중시하였다'고 한다. [43] 당장 성경을 보더라도 과거에는 개신교 가톨릭 할 것 없이 한국의 관행에 따라 Korinthos를 '고린도'라고 표기했으나 현재 가톨릭계에서 나온 성경책은 ' 코린토스'라고 되어 있다. 성경 이야기는 아니지만, 1986년 글에서도 코린토스라는 지명에 대한 표기가 글쓴이에 따라 이리저리 뒤바뀜을 지적하고 있다. 이미 80년대 후반부터 청각 인상이란 것은 외래어/외국어 표기법의 기준으로 삼기에는 위험한 지표가 되어버린 것이다. [44] パ행은 어두·어중·어말 모두 유기음으로 적는다. パ행으로 시작하는 일본어 단어가 대부분 의성어 아니면 외래어이기 때문에 カ행·タ행보다 반발이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위의 '다만 パ행은 カ행·タ행과는 달리 어두에서도 거센소리로 적는데'로 시작하는 문단 참고. [45] 예를 들어 일제 시대에 일본에서 살던 사람들이 1983년에 이산가족을 찾습니다에서 일본어 이름으로 가족을 찾는 장면을 보면, 청음으로 시작하는 トミコ, トシコ, キミコ라는 이름들을 각각 '도미꼬', '도시꼬', '기미꼬'라고 하고 있다(탁음으로 시작하는 ドミコ, ドシコ, ギミコ라는 이름은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한다고 해도 아주 드물다. 영상의 영어 자막에도 각각 청음으로 시작하는 Tomiko, Toshiko, Kimiko로 나온다). 다시 말해서 일제 시대에 일본에서 살다 온 사람들도 어두 청음을 예사소리로 인식했다는 말이다. 또다른 영상을 보면, 한국어로 스에나가 미요고로 적혀있어도 표준어를 구사해야할 아나운서가 에나가 미요 라고 읽는등, 이런 경향이 매우 짙었음을 확인할수 있다. 때문에 현행 외래어 표기법 제정 당시 청음을 언제나 거센소리로 적도록 정하기 어려웠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위 각주에서도 이미 언급했고 이 문서의 맨 아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북한 표기법 또한 カ행과 タ행을 어두에서 예사소리로 적도록 하고 있다. [46] 다만 현재는 국립국어원조차 헷갈려서 답변에 캬리파뮤파뮤, 켄토와 같이 어두에 거센소리를 쓰는 경우가 간혹 보인다. [47] 단, 예시로 든 서구권 언어들의 무성 파열음(및 파찰음) 규정은 일본어와 정반대로 어말에 관한 것이기는 하다. 즉 일본어 표기법의 '어두, 어중·어말'과는 달리 '어두·어중, 어말'인 셈이다. [48] ㅡ는 ゆ와 요음 때문에 선택될 수 없다. 현대 한국어의 한글에서 /j/와 ㅡ가 결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j/와 문제없이 결합 가능한 ㅜ가 선택될 수밖에 없다. [49] 1980년대만 해도 일본어의 잔재가 굉장히 많이 남아 있었다. 그 당시의 40대 이상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난 사람들이며, 30대 이하도 일본어의 잔재를 많이 접했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특징인 か행과 た행을 어두에서 예사소리로 적도록 한 것과 つ를 '쓰'로 표기하는 것은 1980년대 당시의 한국어 화자들이 그렇게 인식하는 경향이 짙었기 때문이고, 이는 위에서도 다룬 바와 같이 일제 강점기를 통해 받아들인 많은 일본어 단어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만약 한국어 화자들이 일제 강점기를 겪지 않았다면 외래어 표기법 중 일본어 표기법은 현재와 같은 형태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50] 실제로 근래의 서구권 영화들을 보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스타 이즈 본처럼 문장형 제목을 그대로 음차한 표기로 개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51] 다만 что의 경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문자 그대로 [t͡ɕto\]라고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 [52] 이뿐만 아니라 러시아어 표기법은 무성 자음 앞의 마찰음 /f/, 구개음화, э의 표기 등 여러 부분에 대한 비판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외래어 표기법/러시아어 참고. [53] 구개수 비음 [ɴ\]은 한국어에 없는 발음이자 한글로 표기할 수 없는 발음이므로 완전히 구별할 순 없다. 新大久保(しんおおくぼ)는 한류 성지인데도 한국인들이 발음할 수 없는 이름이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반면에 영어로는 대시나 아포스트로피로 발음에 오해가 생길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는 편이다(新大久保 → Shin-Ōkubo). 하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있다. [54] 실제로 난바역의 로마자 표기가 Namba로 되어 있어, 이에 혼란을 느끼는 한국인 관광객이 적지 않다. 심지어 난바역과 Namba역이 다른 역인줄 알고 헤메다 길을 잃은 사례도 있다. # [55] 또는 [56] 미국 가서 오렌지라고 하면 못 알아듣고 어륀지라고 해야 알아듣는다는 주장이 일반 국민들에게 얼마나 비웃음을 받았는지 생각해보자. [57] 국립국어원은 외래어는 표기만 규정하지 그 발음은 규정하지 않는다. 즉 외래어는 아무렇게나 발음해도 상관없다는 소리다. [58] 사실 이것이 외래어 표기법의 개정이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그 언어를 아는 소수는 한글 표기를 보며 불편을 느낄 수 있어도, 그 언어를 모르는 대다수는 한글 표기를 보며 불편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본어를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쓰시마섬이라고 쓰는 걸 그대로 따라서 쓰시마섬이라고 쓰는 거지, 그 표기가 원어 발음과 얼마나 비슷한지를 따져 가면서 쓰지는 않는다(그리고 일본어를 모르는 이상 원음과 얼마나 비슷한지를 따질 수도 없다). [59] 다른 언어 원어민과의 의사소통을 위해서라면 한글 표기를 할 이유가 없다. 그런 경우는 원어(일본어의 경우 보통 한자+가나(+후리가나))로 읽고 쓰면 되고, 그게 태생적으로 부정확할 수밖에 없는 한글 표기보다 더 정확하기 때문이다. [60] 실제로 영어의 [θ\] 발음이 ㅅ이나 ㅆ보다 ㄸ에 가깝다고 인식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땡큐 같이 ㄸ이 일반적인 단어도 있다. [61] 웨이드-자일스 표기법에서 괜히 이 성모를 j로 적는 게 아니다. [62] 그런데 이걸 실제로 객관적으로 입증하기는 어렵다. 아래쪽의 '하지만 실제 언중의 언어 생활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실제로 객관적으로 입증하기는 어렵다' 섹션 참고. [63] 다만 외래어 표기법을 비롯한 어문 규범은 2005년에 공포된 국어 기본법의 제11조에 의거해 제정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으므로 법적 근거가 없다는 반대자들의 주장은 여기서 반박된다. 그리고 강제성이 없는 권고이므로 굳이 법적 근거가 필요한 사안도 아니다. [64] 한글 맞춤법 제1장(총칙) 제3항: 외래어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는다. [65] 이 경우는 특수한 경우로 상표의 경우 맞춤법 규정보다도 한국에 등록된 상표의 표기가 우선한다. 한국 법인인 한국토요타자동차 주식회사가 엄연히 존재하므로, 한국에서 판 차 또는 한국 법인을 지칭하는지, 일본에서 판 차 또는 일본 법인을 지칭하는지에 따라 표준어가 바뀐다 [66] 이런 점도 있지만, 후술하듯이 일본어 표기법을 개정해 주면 다른 언어 표기법들도 개정해 줘야 한다는 점도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67] 그리고 현행 외래어 표기법을 기본적으로 잘 따르는 분야·단체들이 따르지 않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은 낮다. 만약 이런 분야·단체들에 현행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지 않을 것을 요청한다면, 명문화된 공식 어문 규정을 잘 따라 온 사람들한테 공식 어문 규정도 아니면서 명문화된 규정도 없고 실체도 불분명한 '경향'을 따를 것을 요청해야 하는데, 이런 요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특히 언론사들이나 일반 출판사들 등은 언어 불문하고 한글 표기 시 장음을 따로 표기하지 않는 것과 쟈·챠 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으며, 따라서 장음을 따로 표기해 달라는 요청이나 쟈·챠 등을 사용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더욱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68] 만약 이걸 중립적으로 하지 않을 경우, 현행 외래어 표기법을 잘 따르는 출판사들이나 언론사들에서 출판한 책들이나 신문들만을 가지고 통계를 내서 현행 외래어 표기법 준수율이 아주 높으니까 표기법 개정을 안 해도 된다고 주장하는 것도 가능하고, 창비에서 출판된 책들만을 가지고 통계를 내서 창비 표기법을 표준 표기법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한다. [69] 적어도 한 세대(25년~30년) 정도의 분량은 있는 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 [70] 너무 엄격한 검증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는데, 외래어 표기법은 정부 부처 고시로 공포되는 사항이다. 정부 부처 고시로 공포되는 사항을 빈도를 이유로 개정하자고 주장하려면 당연히 객관적이고 신뢰도 높은 통계가 있어야 한다. [71] 2010년의 외래어 표기법 규범 영향 평가에서 현행 외래어 표기법 준수율이 약 70%가 나왔는데, 이건 일치/불일치 판정의 최소 단위를 '단어'로 잡았기 때문이다. 만약 일치/불일치 판정의 최소 단위를 각 가나 문자(요음은 하나로 침)로 잡는다면 준수율이 80% 이상으로 올라갈 수도 있다. [72] 실제로 서브컬처 계열 표기들 중에서도 아마미 하루카 소노다 우미 등 외래어 표기법과 일치하는 표기들도 생각보다 많다. [73] 세상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언어는 영어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도 영어일까? 아니다. 중국어다. 이는 '많이' 쓰이는 것과 '널리' 쓰이는 것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잘 보여 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74] 물론 '이상적' 또는 '모범적'의 기준이 상당히 애매하기는 한데, 실제로 '이상적 또는 모범적이라고 생각되는 언어 사용'도 언어 규범을 정할 때의 원칙으로 작용하기는 한다. 표준어의 기준이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인 것도 따지고 보면 언중의 '모든' 언어 사용을 규범상으로 인정한다기보다는 언중의 언어 사용 중에서도 '이상적' 또는 '모범적'인 언어 사용을 우선시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75] 일본에서 이 셋은 각각 (여자 희), (물가 빈), (의원 의)가 쓰여야 할 부분에 대신 쓰인다. [76] 임시 훈음은 '상수리나무 회'지만, (나무이름 려/례)의 신자체라는 설이 있다. # [77] 임시 훈음은 '벚나무 화'지만, (도끼자루 졸/연할 취)의 신자체라는 설이 있다. # [78] 예를 들어 가나와 한자가 혼용된 이름, 가령 トモ子 같은 이름은 도모자(...)로 표기하기는 어색했는지 그냥 도모고(코)로 표기했다( 사례). 이 방식을 따른다면 千反田 える는 '천반전 에루'가 될 것이다. [79] 일본은 표음 문자인 가나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가나는 한자를 보조하는 용도나 한자로 표기가 안 되는 의성어·의태어, 외국 인명·지명의 표기 등에 사용할 뿐이다. 중국의 경우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80] 다른 나라와의 교류가 잦거나 한자가 없는 외국어 서류를 많이 보는 직업을 갖게 되면 나이가 많더라도 이 위치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 [81] J리그 쪽은 본인의 선택을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한자 이름으로 등록된 선수도 있고 가타카나로 등록된 선수도 있다. 예전에는 한자 등록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현재는 대부분이 가타카나로 등록을 한다. 그쪽 팬들도 발음을 모르니 가타카나 등록을 선호하고. 2010년대 초반 J리그로 갔던 김영권은 한자로 등록을 했었고 일본에 복귀했던 2019년까지도 한자 표기가 되었었지만, 본인의 의사인지 구단의 권유인지 2020년부터 가타카나로 표기가 되고 있다. [82] 상기한 예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에게나 편하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편하기는커녕 오히려 불편하다. [83] 이 태풍의 이름을 '컴퍼스'로 표기했다면 덴빈은 '천칭', 루사는 '사슴'으로 이름 자체를 번역해야 일관적이란 소리다. [84] 반대로 한국에서 제출한 이름을 사용한 태풍 너구리가 일본에선 ノグリー로 소개되어서 한국어를 공부한 적 있는 일본인들이 '왜 장음을 붙여서 포켓몬 이름처럼 만드냐'고 경악한 적이 있다. 이쪽은 로마자 표기인 Neoguri에서 가져온 듯하다. [85] 우리가 신문이나 세계사 책 등을 읽을 때 모든 단어의 원어를 하나하나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 보자. [86] 사실 이것이 '훗'(ㅎㅜㅅ)카이도와 같은 오표기가 퍼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반 언중은 원어에 관심이 없으며 따라서 원음이 '호'에 더 가까운지 '후'에 더 가까운지에 대한 지식도 없기 때문이다. [87] 사실 여기에도 반례는 존재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일본 총리였던 그 사람이다)의 아들은 \'코이즈미 코타로'로 훨씬 더 잘 알려져 있다. 또한 한국 여권을 신청할 때는 부모(주로 아버지)와 자녀의 성씨를 다르게 표기할 수 있다(예를 들어 하나의 '조' 씨 집안에서 아버지가 CHO로 여권을 신청했더라도 자녀는 JO로 여권을 신청할 수 있다. 실제로 하나의 '정' 씨 가족이 JUNG, CHEONG, JEONG, CHUNG을 모두 쓰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가족 구성원 모두가 성인이라면 성씨 표기가 다른 게 문제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누군가가 '고이즈미 준이치로'와 '코이즈미 코타로'의 성씨 한글 표기가 다르다는 것을 문제 삼으면 '한국 여권을 신청할 때도 부모와 자녀의 성씨 표기를 다르게 할 수 있는 판인데, 일본인 이름의 한글 표기에서 부모와 자녀의 성씨가 달리 표기되는 게 뭐가 문제인가? 전자나 후자나 똑같은 문제(다른 문자 체계로 옮기면서 표기가 갈라진 문제)일 뿐이다.'라고 반박하면 그만일지도 모른다(...). [88] 이게 이해가 안 된다면, 한국인 성씨의 로마자 표기를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박세리와 그 집안은 Pak을 쓰고 박찬호와 그 집안은 Park을 쓰지만, 두 집안의 성씨 표기가 다르다는 점이 해외에서 문제가 생긴 적이 전혀 없는 것을 생각해 보면 된다. 박세리는 일관되게 Pak을 써 왔고 박찬호는 일관되게 Park을 써 왔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조' 씨의 경우 Cho를 쓰는 집안도 있고 Jo를 쓰는 집안도 있으나, 한 집안은 일관되게 Cho만을 쓰고 다른 집안은 일관되게 Jo만을 쓰는 한 해외에서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해외에서는(= 한국어와 한글을 모르는 대다수의 해외 사람들은) Pak, Park, Cho, Jo라는 로마자 표기만을 보고 Pak, Park, Cho, Jo라는 로마자 표기만이 중요할 뿐이고, Pak, Park, Cho, Jo가 본래 한국어에서 뭔지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따라서 Pak과 Park이, Cho와 Jo가 원래 한국어에서 같은 성씨이며 한글로 똑같이 적힌다는 점도 전혀 중요하지 않다) 본래 한국어에서 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Pak으로 써 오던 집안의 성씨 표기를 Park으로 바꾸거나 Park으로 써 오던 집안의 성씨 표기를 Pak으로 바꾸면, Cho로 써 오던 집안의 성씨 표기를 Jo로 바꾸거나 Jo로 써 오던 집안의 성씨 표기를 Cho로 바꾸면 오히려 불편해진다. 이는 한국어에서 쓰이는 한국어권 외 인명의 한글 표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생각하면 된다. [89] 또한 일본어의 가타카나 표기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헵번식 로마자 표기법을 만든 James Curtis Hepburn의 성씨는 ヘボン으로,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의 성씨는 ヘップバーン으로 굉장히 다르게 표기한다. 그러나 일본어 화자들은 별 문제 없이 저렇게 잘 쓰고 있다. 같은 성씨라도 같은 집안이나 혈연관계가 아니라면 그 음차 표기(한글, 로마자, 가타카나 표기 등)가 꼭 같아야 할 필요는 없음을 증명하는 또 하나의 사례이다. [90]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와 사실혼 관계를 맺은 여성. 몇몇 언론에서 실제로 이런 표기로 보도되었다. [91] 이것도 한국인 인명의 로마자 표기를 생각해 봐도 된다. 한 이름 안의 같은 음운을 다른 로마자 철자로 적거나(예: 조재진 Cho Jae-jin), 둘 이상의 다른 음운을 같은 로마자 철자로 적는 경우(예: 정명훈 Myung-whun Chung)가 존재한다. 그러나 한국어 모어 화자가 아닌 사람들 중에서 이것을 보고 뭐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어 모어 화자가 아닌 사람들 대다수는 Cho Jae-jin과 Myung-whun Chung만을 보고 쓸 뿐이며, Cho Jae-jin과 Myung-whun Chung이 본래 한국어에서 무엇인지에는 관심이 없으며 그것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어 모어 화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Cho Jae-jin과 Myung-whun Chung은 Cho Jae-jin과 Myung-whun Chung일 뿐이지 '조재진'과 '정명훈'이 아니다. [92] 물론 앞에서 언급한 미국 도서관 협회나 미국 의회 도서관에서의 학술적 표기에서는 한국어 어원을 여전히 의식하여 표기한다. [93] 이런 식으로만 따지면 에스토니아어는 유성-무성도, 유기-무기 구별도 없으니 Tallinn은 '달린'이 되어야 할 것이다. [94] 당장 나는 지대공 미사일 이다 같은 짤이 나돌던 게 20년도 안 되었는데, 지금은 어설프게나마 이미지 번역 같은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현재로부터 그 만큼의 시간이 흐른 뒤, 언어들 간 문화 교류가 어떤 수준까지 발전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95] 일본어를 안다면 가쓰라와 카츠라가 동일 대상에 대한 서로 다른 표기임을 알 수 있겠지만,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들은 가쓰라와 카츠라를 서로 다른 대상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한글 표기를 보는 모든 한국어 화자들이 일본어를 아는 것은 아니다. [96] 상술했듯이 현행 외래어 표기법을 잘 따르는 분야·단체들도 존재한다. 이런 분야·단체들은 개정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개인 레벨에서도 개정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97] 그 100만 명만을 위해서라면 굳이 외래어 표기법을 제정할 이유가 없다. 따지고 보면 그 100만 명은 원어(일본어의 경우 보통 한자 + 후리가나)로 적어도 다 알아볼 수 있으므로, 태생적으로 원어 표기보다 더 부정확할 수밖에 없는 한글 표기 그 자체가 사실상 별로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원어로 적는 게 당연히 더 정확하다). [98] 그 정도면 일본어의 표음문자가 히라가나와 가타카나의 쌍으로 구성되는 점, 청음과 탁음의 대립, 모음의 장단 구별 등은 알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99] 반대로 일본어 표기법이 아니라 다른 언어 표기법 하나가 개정됐다고 가정해 보자. 일본어 표기법이 개정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왜 그 언어만 특별 대우하냐'라면서 항의하며 일본어 표기법도 개정해 달라고 할 것이다. [100] 대한화학회가 '요오드', '부탄' 등 한국어에서 잘 쓰이던 단어들을 갑자기 '아이오딘', '뷰테인' 등으로 바꿔서 사람들이 불편해진 것을 생각해 보자. 대한화학회의 이 변경으로 인한 불편도 꽤 있는 판인데, 여러 언어 표기법들이 바뀌면 그보다 몇십 배는 더 큰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일이 다시, 그것도 대규모로 일어나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 [101] 한자를 잘 모르는 사람이 문화어를 흉내 내려다가 원래부터 음이 ㄴ이나 ㅇ으로 시작하는 것까지 ㄹ로 바꿔 써 버리는 경우(예: 인민(人民) → 린민)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한자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인민'(人民)의 '인'(人, 본래 '인')이나 '인근'(鄰近)의 '인'(鄰, 본래 '린')이나 똑같이 보이고, 어떤 것이 원래 '린'이고 어떤 것이 원래 '인'인지에 대한 지식도 없기 때문이다. [102]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설명하자면, 둘 중에서 '미야자와 겐지(宮沢 賢治)'만 '미야자와 켄지'로 바뀌어야 하고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는 그대로 둬야 하며, '도이 다카코(土井 たか子)'에서 두 번째 ㄷ만 ㅌ으로 바뀌어야 하고 첫 번째 ㄷ은 그대로 둬야 한다(즉 '도이 타카코'). [103] 그리고 장음을 따로 표기하자는 주장이나 じゃ 등을 '쟈' 등으로 적자는 주장도 합쳐진 걸 분리하는 것에 속한다. 만에 하나 표기법이 개정될 때 청음을 언제나 거센소리로 표기하는 것뿐만 아니라 장음을 따로 표기하는 것과 じゃ 등을 '쟈' 등으로 표기하는 것도 받아들여진다면, 일본어를 모르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새 표기법을 더더욱 못 따라간다. [104] 한국의 현행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2000년)에다가 '성의 표기는 따로 정한다'라는 조항을 넣어 놓고서 정작 만 [age(2000-07-07)]년이 지나도 성씨의 표준 표기를 못 정하고 있는 것이 이러한 사례 중 하나이다. 성씨 중에는 로마자 표기법에 맞지 않는 표기가 우세한 성씨들이 제법 있는데(예: 김 Kim, 이 Lee, 박 Park, 최 Choi, 강 Kang, 조 Cho, 임 Lim, 신 Shin. 특히 이런 성씨들은 인구도 많다), 이로 인해 어디까지 원칙을 고수하고 어디까지를 예외로 둘지 정하기 아주 어렵다. 그래서 만 [age(2000-07-07)]년이 지나도 결론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05] 예를 들어 영어 credit의 원칙에 따른 한글 표기는 '크레딧'이나, 현행 외래어 표기법(1986년) 제정 시에는 그 당시의 일반적인 표기 '크레디트'가 맞는 표기로 정해졌고, 현재까지도 맞는 표기는 '크레디트'이다. 하지만 현재는 오히려 '크레딧'이 더 보편적으로 쓰인다. [106] 실제로 러시아어 표기법이 새로 제정되며 차이코프스키가 ' 차이콥스키'가 되자 '왜 자꾸 바뀌느냐'며 불만을 가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107] 주의해야 할 점은 일본 대중문화를 즐긴 세대 전체가 아니라 그 중에서도 외래어 표기법과 통용 표기의 차이를 인지하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108] 비단 국립국어원 뿐만 아니라 2000년대 이후의 대중문화를 즐긴 세대들이 문화콘텐츠 관련 기업이나 정부 기관들에 진출하게 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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