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09 01:59:37

안토니오 그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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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color=#ffe400><colbgcolor=#cd0000> 이탈리아 공산당 제2대 서기장
안토니오 그람시
Antonio Gramsci
파일:external/upload.wikimedia.org/Gramsci.png
본명 안토니오 프란체스코 그람시
(Antonio Francesco Gramsci)
출생 1891년 1월 22일
이탈리아 왕국 사르데냐
사망 1937년 4월 27일 (향년 46세)
이탈리아 왕국 로마
국적
[[이탈리아 왕국|
파일:이탈리아 왕국 국기.svg
이탈리아 왕국
]][[틀:국기|
파일: 특별행정구기.svg
행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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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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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파일:안토니오 그람시 서명.sv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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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bgcolor=#cd0000><colcolor=#ffe400> 모교 토리노 대학교
직업 철학자, 정치인
정당
신장 150cm
종교 무종교 ( 무신론)
자녀 아들 줄리아노 그람시 }}}}}}}}}

1. 개요2. 생애3. 사상4. 평가5. 어록6. 관련 영상7. 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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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낡은 것은 죽어 가는데도 새로운 것은 아직 탄생하지 않았다는 사실 속에 위기가 존재한다. 바로 이 공백 기간이야말로 다양한 병적 징후들이 출현하는 때다.
La crisi consiste appunto nel fatto che il vecchio muore e il nuovo non può nascere: in questo interregno si verificano i fenomeni morbosi più svariati.
이탈리아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정치인. 이론 측면에서 자본주의 국가를 정치사회와 시민사회로 구분하여 '문화패권'(egemonia culturale)의 중요성을 역설하였고, 정치적으로는 이탈리아 공산당의 창설자로서 무솔리니 치하의 파시즘에 대항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옥중수고 (Quaderni del carcere)》가 있다.

2. 생애

1891년 1월 22일 이탈리아 왕국 남부 사르데냐 알레스에서 태어났다. 4살 때 사고로 장애인이 되었으며, 이 때 척추를 다쳐서 키가 150cm 정도에 멈췄다.[1] 사고의 영향이었는지 평생 몸이 병약한 편이었는데, 어렸을 때는 밤에 자다가 죽으면 바로 장례를 치르려고 어머니가 매일 정장을 입혀서 재웠다고 한다. 심지어 외모도 볼품없었기에 코민테른에서 그를 대중간부로 세우기 주저했을 정도.

그렇게 허약한 신체를 가졌으면 실내에서만 히키로 지낼 법도 한데, 그의 집안이 가난한 데다 먹여살릴 식구는 또 많아서 11세 때 학교를 중퇴하고 일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독학을 이어간 끝에 장학금을 받아 토리노 대학교에 진학하여 인생이 피나 했는데, 나쁜 건강이 그의 발목을 잡아 시험 몇 번 보고난 후 대학생활을 포기했다.[2]

그런 본인의 상태와 어울리지 않게 키 큰 러시아 미인 바이올리니스트와 혼인에 성공, 이번에야말로 인생의 승리자가 되나 했으나... 시대가 불운하게도 그람시는 신혼 초부터 정치생활하느라 바빴고, 나중에는 투옥되어 영영 가버린 바람에, 그의 아내와 두 아들은 그람시와 떨어져 계속 러시아에서 살아야 했다.

1913년 이탈리아 사회당에 입당했다. 입당 후엔 토리노의 노동자들을 이끌어서 이탈리아 사회당 내 좌파 세력을 결집했다. 대학 중퇴 후 사회당 기관지인 아반티 토리노 지국에 입사했는데 당시 토리노 지국장은 무솔리니였다.[3] 거기서 이런저런 내부 갈등을 겪다 때려치고 나와 1919년 이탈리아 공산당의 기관지 신질서를 창간한다.[4]

1921년에는 아마데오 보르디가[5]와 함께 마르크스-레닌주의 정당인 이탈리아 공산당을 창립한다. 동지들이 기고한 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싸늘한 표정으로 "이것도 글이라고 써 왔느냐"라고 반문하는 냉혹한 편집장이었다고. 애초에 마르크스도 그렇고 이 시절 마르크스주의 글쟁이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신랄한 편이긴 했다. 그러나 편집을 마치고서는 젊은이들과 즐겁게 산책하면서 토론하는 사람이었다.

이탈리아 사회당은 많은 사람이 지지하는 파시스트 정당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다.[6] 그에 비해 그람시의 이탈리아 공산당은 활발하게 반파시스트 운동을 벌였다. 일례로 의회에서 만난 무솔리니가 그람시와 친한 척해 보겠답시고 악수하려 손을 내밀었을 때 냉랭하게 무시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

이탈리아 공산당에 질릴대로 질린 무솔리니 정부는 결국 파시스트 국민당 외의 모든 당의 정당 활동을 금지시켰다. 그리고 이를 빌미로 공산당의 리더인 그람시를 투옥시켰다. 이때 신질서 창간 동기 중 움베르토 테라치니를 비롯해[7] 공산당 주요 인사 20여 명이 함께 투옥되는데 그것이 1926년이었다. 이탈리아 공산당이 창립된지 딱 5년 후 일어난 일.

"우리는 이 자가 20년 동안 두뇌를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8]라는 말과 함께 20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옥중에 가둬두니 오히려 두뇌를 더 활발하게 쓰면서 왕성한 저술 활동을 벌였다. 대표작은 《옥중수고》로 총 29권, 2848페이지에 달한다.[9] 그렇게 감옥 내에서도 뼛속까지 공산주의 혁명가였던 그람시는, 애초에 좋지 않았던 건강 상태가 악화된 끝에 뇌출혈로 1937년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1937년은 그가 투옥당한지 11년째 되는 해. 무솔리니는 뭐가 두려웠는지 그람시의 사망이 완전히 확인되고서도 며칠 뒤에야 그람시의 사망을 공식 발표한다.

사회당 입당인 1913년부터 그의 이탈리아에서의 본격적인 혁명가 생활이 시작되었다고 본다면, 그 중에 13년을 감옥 밖에, 11년을 감옥 안에 있었다. 우스갯소리로 세계에서 행동 반경이 가장 좁은 혁명가가 아닐까 추정된다. 그러나 짧은 자유생활동안 제3인터내셔널에도 참가했고(그 때 아내를 만나서 혼인) 비엔나에도 들락거렸으며, 무솔리니가 잡으려고 혈안이 되었을 무렵에도 열심히 도망다녔다. 그가 감옥 안에 있지 않았더라면 역사가 또 어떻게 바뀌었을지는 모를 일이다.

3. 사상

그는 당대 마르크스주의 이론가들과 마찬가지로 혁명의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자본주의 사회가 안정화되는 것에 대해 탐구했다는 점에서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와 차이를 보인다. 그람시나 루카치에게는 물적 토대에 대한 분석보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문화, 의식, 국가와 같은 상부구조가 더 관심사였다. 그래서 그들을 "상부구조의 이론가"라고 부른다. 더욱 중요한 차별성의 하나는, 고전적 정치경제학자가 빠지기 쉬운 경제적/기계주의적 위험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이었다는 점이다.

그람시는 비결정주의적 역사관을 지향했다. 비결정주의 역사관이란 역사와 사회의 변화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법칙성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체로서 참가하는 인간의 투쟁, 의지, 참여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으로, 그렇다고 해서 인류의 미래가 그때 그때 인간자의에 의해 결정되는 우연의 연속이라고 본 것은 아니다. 기본적 지향은 사회주의이나 그것의 필연적 승리가 보장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낙관주의와 비관주의에 대해 양쪽 모두를 비판한다.

자본주의의 붕괴가 임박했음을 믿어 의심치 않은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자본주의가 여러 형태로 변화되긴 하나 필연적으로는 붕괴할 것이라고 여긴다. 이에 비해 루카치, 그람시, 프랑크푸르트 학파들은 고전적 마르크스주의 학자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장기간 자본주의는 안정화되고 내구성을 지니게 될 것이라 여겼다. 그리고 그러한 맥락에서 왜 자본주의는 안정화되고 내구성을 지니느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설명하려한 것이다. 루카치의 물화이론도 이런 맥락이며, 그람시는 정치학적 견지에서 자본주의의 지속성을 규명하고자 했다.

고전적 마르크스주의학자는 1871년 파리 코뮌을 전후한 혁명적 노동운동을 보면서 그러한 것을 자본주의의 몰락의 징조로 보았으며, 레닌은 제1차 세계 대전을 보면서 자본주의 몰락의 징조를 발견하였음에 반해 그람시는 1871년 이후 혼란 속에서 자본주의가 벗어나 안정화되고 확산되어가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았다. 그람시는 상부구조의 중요성, 특히나 이데올로기와 국가의 중요성에 주목하였다. 지배적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대중적 지지를 얻으며 안정화되어가는가에 관심을 가졌다. 그림시의 이론은 마르크스의 이론을 또 한 번 전도시켰다고까지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마르크스가 관념보다는 물질, 상부구조보다는 하부구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헤겔을 전도시켰다면, 그람시는 상부구조를 강조하고 그 자율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물적 토대의 기초를 떠나서는 그러한 것이 존재할 수 없다고 보았다. 즉 절대적 자율성이 아니라 상대적 자율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통적 마르스크주의의 틀을 벗어난 것은 아니며 오히려 전통적 마르스크주의를 보완, 확장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람시의 주요개념은, 1.정치와 헤게모니, 2.역사적 지배블록, 3.시민사회와 통합국가(Integral State), 4.유기적 지식인의 역할, 5.진지전(war of position)과 기동전(war of maneuver)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는 정치 또는 지배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보았다. 강제의 측면과 동의의 측면으로 어떤 사실, 어떤 지배도 100% 강제와 100% 동의로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며, 어떻게 그 두 개가 결합되어 있느냐에 따라서 그 유형이 달라지는 것이고, 국가라고 하는 것은 이 두 가지 측면을 다 포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 마르스크주의에서는 국가는 강제기구라는 점에서 출발하고 있으며 국가는 자본가계급의 지배와 착취를 위한 수단, 도구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이에 비해 그람시는 국가가 강제와 동의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가진다고 간파했다. 국가가 지닌 기능의 복합성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그람시는 현실주의적 정치이론을 최초로 정리한 마키아벨리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그는 국가의 기능은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훨씬 더 확장, 발전, 성숙되어 가고 있다고 보았다. 즉 자본주의가 경쟁적 자본주의에서 독점적 자본주의로 발전해가면서 국가의 역할과 기능이 확대되어 갔다고 본 것인데, 그는 이 과정에서 경찰국가가 아니라 경제에 적극 개입하여 자본주의 생산양식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였으며, 이것이 "국가독점자본주의"라고 말했다. 그에게 마르크스 시대의 국가는 경쟁적 자본주의 시대의 국가로 시장질서에 가급적 개입하지 않으면서 기본적 질서만 바로잡아주는 역할을 할 뿐이었다. 그는 또한 국가는 경제사회영역에서 사회적 재생산을 주도하며 더 나아가 복지 국가로까지 되면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장해주는 기능과 역할로까지 확대되었다고 하면서, 국가는 시민사회의 모든 영역에 침투하여 시민사회를 통해 모든 영역의 활동과 의식을 지배하면서 모든 부분에서 헤게모니적 지배를 확장시키려고 확립하였다고도 한다.

그는 국가가 공적 영역의 대표이며 시민사회는 사적인 영역의 대표라고 주장했다. 마르크스는 시민사회에서 형성된 질서가 국가를 매개로 공식화된다, 즉 시민사회가 국가영역을 지배한다고 보았지만, 그는 국가기능이 점차 확대되면서 시민사회는 국가의 사적 네트워크가 되며, 그 시민사회를 통해 국가는 모든 의식과 조직에 침투할 통로를 확보한다고 한다. 또 그런 속에서 국가는 통합국가일 수밖에 없는데, 강제측면을 담당하는 부분은 정치사회이고, 동의를 창출하는 부분은 시민사회라고 한다. 그람시의 국가는 "정치사회(강제)+시민사회(동의)"이다.

그렇다면 시민사회란 무엇인가? 시민사회는 다양한 사회집단, 계급이 자신의 이익을 표출하고 조직화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이런 시민사회는 다양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의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국가는 바로 이런 시민사회 영역에까지 침투, 사회 각계 각층의 동의를 창출하면서 헤게모니적 지배를 구축하며, 이런 의미에서 국가는 통합국가라고 보았다. 통합국가는 시민사회까지 포괄하면서 독재(강제)와 헤게모니(동의)를 구축해나가는 것이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에서는 루이 알튀세르가 말한 ISA 개념처럼 문화적,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학교, 교회, 가정, 대중매체)들이 지배 계급의 이익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그람시는 지배 계급이 이러한 이데올로기적 장치를 통해 사회적 동의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지배를 지속한다고 하였다.

그람시는 '상식'을 중요한 개념으로 다룬다. '상식'은 특정 사회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통념이나 신념을 의미한다, ‘상식‘은 지배계급이 만든 것으로 헤게모니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며, 시대에 따라 가변적이다. 따라서 지배 이데올로기를 반영하게 되며 일상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그대로 수용하게 된다. 그람시는 지배 계급이 상식을 통해 자신의 지배를 정당화하고, 피지배 계급이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듦으로써 헤게모니를 유지한다고 보았다.

그람시는 사회 변혁을 위해서는 단순한 물리적 충돌(기동전)이 아닌 '진지전(war of position)'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진지전은 이데올로기적, 문화적 싸움을 의미하며, 피지배 계급이 지배 계급의 헤게모니에 도전하고,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구축하기 위한 과정이다. 다시 말해 전지에게 대안적 헤게모니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는 단기적인 ‘기동전(war of maneuver)’보다 더 지속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을 요구한다. 피지배 계급은 교육, 문화, 대중매체 등을 통해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키고, 기존의 상식을 비판하고 대체함으로써 지배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3.1. 헤게모니 이론

헤게모니라는 개념은 러시아 마르크스주의에 의해 계급동맹과 관련해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따라서 마르크스주의 이론가들에게 헤게모니는 낯선 개념이 아니다. 그런 헤게모니를 그람시는 새롭게 해석했다. 계급적 동맹의 원칙의 차원을 넘어선 새로운 유형의 지배질서를 설명하는 것으로 그 의미를 확장시킨 것이며, 즉 이것은 이데올로기 매개로 기본적 집단과 추종집단이 융합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적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지적·도덕적 수준에서까지 통합을 이루어내고 추종집단의 자발적 동의와 지지까지 창출해내는 것이 헤게모니이다. 즉 헤게모니는 정치적 강제와 지적 도덕적 동의의 혼합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 마르크스주의의 헤게모니는 계급동맹시 프롤레타리아 계급과 농민계급간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융합이라는 완전 통일, 통합된 형태이다. 그에 따르면 헤게모니 구축은 단순히 기본계급의 이익을 추종세력이나 동맹세력이 수용하는 것이 아니다. 기본집단의 근본적 이익이 훼손되지 않는범위 내에서 추종/동맹세력의 이익을 수용, 융합해나갈 수 있어야 진정한 헤게모니 지배가 구축될 수 있으며, 따라서 헤게모니 집단이 되려면 자신의 조합주의적 이익(좁은 의미의 계급적 이익)을 포기하고 다른 집단의 이익을 포괄, 융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헤게모니적 지배를 성립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그런 능력이 있어야 헤게모니 계급(집단)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정치적 수준에서 출발할 때, 도덕적, 지적 수준에까지 통합될 때, 공통의 집단의지를 창출할 수 있을 때 역사적 지배 블록이 형성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 변형주의(Trasformismo) : 수동적 동의이며 수동혁명이라는 개념으로 파악된다. 기본집단들이 동맹집단에 의해 산출되는 능동적요소, 심지어는 적대적 집단으로부터 나오는 요소까지를 점진적으로 흡수, 그들의 반대를 무력화시키는 과정이다. 궁극적으로는 기존의 지배질서를 유지시키는 것으로서 추구된다.
  • 확장적 헤게모니 : 진정으로 다양한 계급의 융합의 폭을 넓혀 감으로써 마침내 민족적, 민중적 의지로까지 확장되어가는 헤게모니이다.

기본집단(기본계급)에 대해선 그는 분명하게 규명하지 않았다. 계급이란 개념은 경제적 개념이고, 집단이란 개념은 반드시 경제적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기본계급이라고 할 때 경제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계급을 들 수 있는데,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이다. 기본집단이라고 할 때, 사회/정치/문화/이데올로기영역에서 공통의 이익을 같은 것을 집단이라고 하기에 이것은 상부구조의 표현이다.

그는 기본집단을 통해 나타나는 헤게모니는 그러므로 상부구조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다만, 토대에서 형성되는 질서와 상부구조에서 형성되는 질서를 어떻게 집중시키느냐의 문제는 애매하게 남겨두었다. 하지만 기본계급만이 기본집단으로서 헤게모니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에 그람시의 이론은 마르크스주의의 분파로써 의미가 있다.

그에 따르면 기본계급이 헤게모니 계급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추종계급에 대한 확실한 리더십을 확립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지도적 집단(공통이익, 세계관같은 이들의 집단)이 역할을 수행하며 지도적 집단을 매개로 헤게모니질서가 확립된다. 시민사회에서 기본계급의 이익을 보장하면서도 다른 세력의 이익을 이용/접합함으로써 헤게모니질서를 확립한다. 이때 나타난 국가가 통합국가라는 것이다

그는 부르주아 지배 질서는 강제기구로서 국가기구를 붕괴시킨다고 해도 강고한 시민사회를 바탕으로 한 부분이 남아 있는 한 부르주아 지배 질서는 무너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러시아의 경우 혁명적 세력이 강제기구인 국가를 파괴/점령했으며, 그러므로 러시아에서는 기동전(war of maneuver)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구사회의 경우, 핵심에는 국가기구로서 국가가 있지만 그 주변에서는 시민사회로서 참호가 둘러싸고 있으므로, 기동전으로 당당하게 뚫고 들어갈 수 없기에 하나하나 참호를 점령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기동전(war of maneuver)이 아닌 진지전(war of position)으로서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는 러시아 볼세비키의 혁명전략이 왜 서구사회에 적합하지 않은지를 설명한 것이다.

그람시는 서구 부르주아 지배 질서가 얼마나 강고하며 그것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얼마나 장고한 기간과 인내가 필요한가에 대한 것을 고찰했다. 그는 그 결과 서구의 진지전(war of position)에서 주동적 역할을 하는 이들은 유기적 지식인이라고 보았다. 대중운동으로서 노동계급보다는 혁명적 지식인의 역할을 상당히 강조했는데, 레닌이나 루카치에게 있어서는 고전적 마르스크주의에게서보다 혁명적 지식인의 역할이 강조되고, 그람시에 와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대체 유기적 지식인이란 무엇인가? 그람시는 지식인을 크게 두가지로 구분했다. 전통적 지식인과 유기적 지식인이다. 참고로 마르크스주의에서 지식인이란, 인간의식, 관념, 사상 등의 상부구조 영역을 담당하는 집단이다. 따라서 그는 모든 지식인은 어떤 형태로든지 "계급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새로운 하부구조가 형성될때에는 그것을 옹호하고 전파시키는 그들 나름의 지식인 계급을 배출시키고 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보면 모든 지식인들은 자신들이 속한 계급이 가진 집단의지를 결집/확산시키는 특수한 성격의 집단이고 이것이 바로 유기적 지식인이다.

전통적 지식인은 유기적 지식인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자신들을 창출한 생산양식이 붕괴되었음에도 살아남아 현존하는 사회계급과 상관없이 존재한다. 예술가, 작가, 철학자, 성직자 등이 그 유형이다. 모든 헤게모니적 질서는 지도집단이 출현하면 유기적 지식인 집단이 없이 창출될 수 없다. 유기적 지식인은 상부구조의 측면에서 기본계급, 지도적 집단의 세계관과 의지를 형성, 결집확대시키는 역할, 즉 계급적 지배가 헤게모니적 지배가 될 수 있게 한다. 마르크스주의에서는 부르주아적 세계관에 대항해 저항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내고, 그것대로의 헤게모니 질서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며, 따라서 생산과정에서 노동쟁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데올로기 싸움인 상황에서 유기적 지식인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주장한다.

또 그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자신들의 이익과 세계관을 대변할 자신들의 유기적 지식인 집단들을 창출해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프롤레타리아들은 자기 계급의 새로운 유기적 지식인을 창출함과 동시에 전통적 지식인을 자신들에게 동화시키려 했고 이러한 유기적 지식인의 진정한 존재 방식은 대중과 깊이 연결되어 실천 활동에 참가하는 것이었다. 그는 그러한 유기적 지식인은 프롤레타리아 계급 이익을 대변하면서도 다른 계급의 이익을 포괄할 세계관과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내 저항 이데올로기를 제시하여 부르주아적 이데올로기를 파괴시키고 나중에 정치적 부분에서 승리를 거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그람시는 유기적 지식인 그룹의 총체가 "당"이라고 봄으로써 당의 지도적 역할을 인정한다.[10] 기본적으로 레닌주의적 전통 속에 서구사회의 독자성을 추구하면서도 레닌주의의 틀 속에서 그것을 추구하려 했다.

4. 평가

후세의 좌파 진영으로부터 "마르크스주의를 비판하여 정치학/사회운동론/문화이론 발전의 단초를 놓은 이론가"와 "결과적으로 패배한 혁명가"라는 상당히 상반된 평가를 받는 마르크스주의자. 그리고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그가 파시즘의 희생자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람시는 마르크스주의의 비판적 계승자 중 하나로 간주되는데, 특히 경제주의[11]와 전위주의[12]를 지양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혁명의 조건으로 노동계급의 헤게모니 획책을 강조하였다.

그에 대한 평가는 좌우는 물론이거니와 신좌파와 구좌파에서도 갈리고, 다시 신좌파 내부에서도 지향에 따라, 구좌파 내부에서도 레닌이나 트로츠키를 고평가하느냐 룩셈부르크를 좀 더 낫게 보느냐 등 관점에 따라 상이한 결론을 내놓는다. 일례로 알튀세르의 후예들은 그람시를 저평가하지는 않지만 알튀세르와 발리바르 등이 그람시를 극복하여 발전시켰다고 보며, 마오주의자들도 그람시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오의 모순론과 이를 계승한 이론이 더 낫다고 주장한다. 반면 마르크스-레닌주의자(스탈린주의자)들이나 트로츠키주의자들은 경제/전위보다 문화/지식인의 역할을 강조한 그람시에게서 부르주아 엘리트의 냄새를 강하게 맡는 모양. 이쪽은 페이비언 사회주의나 사민주의에 본능적인 적대감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반응이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시대가 흐름에 따라 좌파들이 보기엔 극히 보수적인 정치학계에서 별 비판없이 그람시의 몇몇 개념을 받아들여 널리 쓰고있는 상황.

헤게모니와 시민사회, 수동혁명, 기동전(war of maneuver)·진지전(war of position), 유기적 지식인[13] 등의 개념을 창안하거나 도입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헤게모니의 경우 좌우를 막론하고 정치학이나 사회학을 다루는 이라면 익숙해져야하는 중요 개념. 시민사회 개념도 도입은 헤겔 등이 먼저 했지만, 지금 널리 쓰이는 방식으로 처음 확장시킨 것은 그람시이다. 여담으로 이탈리아판 백괴사전에 "죽도록 지루하다"라는 평이 있을만큼, 교과서나 책에서 접할 때마다 싫어지고도 남을 발언을 많이 했다.

한국에는 《옥중수고》, 《남부 문제에 관하여 외》, 《대중문학론》을 비롯 많은 책이 번역되어 있다. 아마 한국에서 그람시를 접한 이라면 밥 제솝의 책이나 조희연 교육감의 논문 등을 스쳐가면서라도 읽어봤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그람시 분석서인 《그람시의 군주론: 그람시 마키아벨리를 읽다》, 《그람시와 한국 지배계급 분석: 그람시의 역사적 블록 개념과 한국적 적용을 중심으로》, 《나는 무관심을 증오한다: 그람시 산문선》이 연달아 출판됐는데, 그람시에 대해 알아볼 사람은 이 쪽도 참고해 볼만하다.

그람시는 특히 세계를 변혁하려는 사람-사회주의자가 이른바 유기적 지식인이 되어 대중의 '상식'에 익숙해질 것을 주문했다. 그는 상식이 노동계급이 세계를 관망하는 시각을 형성하며, 사회구조는 상식의 변화에 따라 변동한다고 보았다. 사회주의자 지식인이 상식이 형성되는 원인을 냉철히 분석하고, 그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상식을 노동자 계급의 새로운 질서로 바꿔낼 때 비로소 사회는 변혁된다는 것이다. 듣자마자 짐작할 수 있듯 대중의 상식 전반을 바꾼다는 것은 무척이나 길고 지난한 과정이기에, 그람시는 단번에 정부를 때려잡고 모든 것을 갈아엎는 원샷의 기동전이 아닌, 이데올로기에 기초한 진지를 바탕으로 서서히 사회문화 전반과 지난한 싸움을 벌이는 사상의 참호전을 벌여야 한다고 역설하게 된다.

이런 그람시의 주장을 계승해 시민사회와 ‘진지전(war of position)‘을 강조하면서 노동계급의 자생하는 투쟁과 이것을 지원하는 유기적 지식인의 역할, 문화이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을 두고 그람시주의자라 부르기도 한다. 에르네스토 라클라우와 샹탈 무페는 신그람시주의자로 분류되고, 매우 넓게는 안토니오 네그리도 여기에 포함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그람시의 영향이 어디까지인가는 평자에 따라 시각이 다를 것이다.

5. 어록

나는 무관심을 증오한다. 산다는 것은 어느 한 쪽을 편든다는 것이다.
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라.[14]
옛 세상은 죽어 가고. 새 세상은 태어 나기 위해 분투한다. 하여 지금은 괴물들의 시대인가 한다. [15]

6. 관련 영상

  • 그람시의 《옥중수고》의 내용을 간단히 설명한 Macat Politics Analysis의 영상.

7. 여담

  • 19~20세기에 활동한 사회주의/공산주의 활동가 중에서 많지 않은 진짜 프롤레타리아 출신이자 독학으로 지식을 쌓은 유형이다. 다른 활동가들은 어렸을 때부터 책 읽고 공부할 여유가 있는 귀족, 부르주아 출신이거나, 가난해도 제도권에서 지원을 받아 정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었던 유형인데 반해 그람시는 혼자서 공부해서 지식을 쌓고 활동했다.
  • 엉뚱하게 한국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핵심어로 등장한다. 극중에서 소지섭 하지원에게 그람시의 계급론을 어설프게 들먹이면서 하지원과 조인성의 사랑도 계급 때문에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하는 장면이 있다. 이 드라마 때문에 이름조차 생소하던 이 이탈리아 마르크스주의자의 책이 잠시 특수를 맞은 적도 있었다.
  • Hearts of Iron IV에서는 By Blood Alone DLC 이후 이탈리아의 공산주의 지도자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단, 먼저 중점으로 그를 감옥에서 석방시킨 후 회복을 기다려야 한다.


[1] 후일 그람시가 상당히 유명해진 후, 그의 실물을 본 적 없던 사람이 그람시가 인사했을 때 "그럴 리 없어, 안토니오 그람시는 거인이라야 해. 이렇게 작지 않다고!"라며 절규했다는 에피소드가 그람시가 쓴 편지에 나온다. [2] 이탈리아의 대학은 학년제가 아니고 시험이 전부 통과되어야 졸업할 수 있다. 그람시는 이 때 대학 시험을 치면서도 몇 번 기절했을 정도로 몸상태가 상당히 나빴다. [3] 베니토 무솔리니가 맞다. 2차대전 시기 파시스트로 활약한 인물들 중에는 1차대전 종전 후 사회주의 운동에 투신하다 파시즘이 대두되자 전향한 인물들이 많다. 후에 그람시가 무솔리니에게 죽는 것을 생각하면 의미심장한 인연. [4] 이때 블라디미르 레닌의 발기로 조직된 코민테른에도 가입했다. [5] 이탈리아 공산당의 초대 서기장. 당내 좌파로 분류되었으며 공산당 창당의 주역이었으나 그람시의 공장평의회 전술을 비판하였고 대중과 당의 관계 설정에 있어 그람시와 대립하게 된다. [6] 그람시의 정치상 라이벌인 아마데오 보르디가는 파시스트 정당을 듣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떼로 잡혔는데 좋은 말발 덕분에 배심원을 녹여서 나왔다. [7] 팔미로 톨리아티는 모스크바에, 안젤로 타스카는 프랑스에 있었다. [8] 담당판사로부터 이탈리아에서 가장 위험한 두뇌라는 평을 받았다. [9] 1948년부터 일부 간행되기 시작했고 최초 편집본은 신질서 동인인 팔미로 톨리아티 판본이다. 현재 널리 알려진 것은 75년 제라타나 판본. 그람시의 저작으로 출판된 것의 대부분이 이것의 발췌본이다. [10] 여기서 그는 마키아벨리의 군주 개념을 차용하여 당을 현대의 군주에 비유하는데, 이는 마키아벨리의 군주 개념을 '국민-인민의 집단의지의 총체'로 재해석함에 입각한다. [11] 토대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 [12] 노동자계급의 계급의식은 (직업활동가들을 통해) 외부에서 도입된다. [13] 유기적이라는 단어가 그람시의 의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학자나 활동가들은 "생물체처럼 전부를 구성하는 각부가 밀접하게 관련된 지식인" 등의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학계에서 에밀 뒤르켐의 "유기적 분업" 등을 통해 유기적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음을 고려할 때 큰 오류는 아니라는 평도 있다. [14] 의역에 가까운 표현이다. 본래는 프랑스의 작가 로맹 롤랑(Romain Rolland, 1866년 1월 29일 ~ 1944년 12월 30일)이 사용한 표현인 "Pessimisme de l'intelligence, mais optimisme de la volonté.(지성의 비관주의, 의지의 낙관주의.)"에서 영향받았다. 관련 내용. [15] Il vecchio mondo sta morendo. Quello nuovo tarda a comparire. E in questo chiaroscuro nascono i mostri. 영어: The old world is dying, and the new world struggles to be born: now is the time of mons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