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10 08:48:57

파블로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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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배경3. 역사4. 영향 및 평가5. 같이 보기

1. 개요

파블로주의는 그리스의 사회주의 운동가인 미셸 파블로의 이론을 따르는 트로츠키주의 분파 가운데 하나이다. 트로츠키주의 분파들 가운데 현실사회주의에 가장 우호적이며, 현실사회주의 사회 가운데 쿠바를 완전한 사회주의 국가로 보고 마오주의의 게릴라전 이론을 적극 지지한다는 점에서 다른 트로츠키주의 계열과 구분된다.

2. 배경

레프 트로츠키 1938년에 제4인터내셔널을 세울 당시에는 세계에 사회주의 국가라고는 소련 몽골, 미승인국인 투바가 전부였다. 따라서 제4인터내셔널은 트로츠키가 소련 사회를 '퇴보한 노동자 국가'로 규정한 입장을 별 이견 없이 그대로 따랐다.

문제는 트로츠키 사후에 소련이 2차대전에서 승리하여, 동유럽 일대와 막판에 숟가락 얹어 차지한 한반도 38선 이북 지역을 손아귀에 넣고 동독,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알바니아, 북한과 같이 여러 위성국가들을 세우면서 일어났다. 거기에 유고슬라비아 중국에서는 요시프 브로즈 티토 마오쩌둥이 이끄는 빨치산이 소련의 직접 개입 없이도 자발적으로 정권을 장악하고서, 소련 체제를 모델로 사회주의 정권을 수립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이러한 국제정세 속에서 새롭게 세워진 사회주의 국가의 사회성격과, 소련 및 각국의 스탈린주의 공산당에 대한 입장을 놓고 제4인터내셔널 내부에서는 격렬한 논쟁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 때 대놓고 소련과 그 위성국가들을 쓰레기 취급하면서 뛰쳐나간 분파가 신트로츠키주의 제3의 진영이라면, 파블로주의는 거꾸로 소련과 그 위성국가들을 찬양하면서 갈라져 나간 정파라 할 수 있다.

3. 역사

제4인터내셔널 활동가였던 미셸 파블로는 6.25 전쟁이 터진 직후인 1951년에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글에서 당시 국제정세를 다음과 같이 분석하였다.
국제 장기판의 세력관계는 제국주의에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의 이행기는 이미 시작되었으며 한참 진전되었다. 이 변모는 종결을 이루는데 수세기를 요할 것이며 그 동안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 이행하는 온갖 형태들과 체제들이 나타날 것이다. 이것들은 ‘순수한’ 형태와 규준에서 이탈하는 변종 체제들이 될 것이다. 최종적으로 분석하면 객관적 과정이 유일한 결정 요인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주관적인 모든 난관들을 도중에 극복한다. 각국 공산당들은 특정 상황에서는 거칠게나마 혁명 노선을 견지할 가능성이 있다.

밑줄 그은 것과 같은 분석을 근거로 파블로와 그 지지자들은 스탈린주의 세력과 적극적으로 연대할 것과, 스탈린주의자들이 장악한 각국 공산당에 들어가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듬해 2월에 파블로가 발표한 제4인터내셔널 국제집행위원회 10차 전원회의 보고서에는 이러한 입장이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우리는 장기간의 체류를 위해 스탈린주의 공산당에 입당한다. 돌이킬 수 없는 준혁명 시기가 새로 도래할 것이다. 대중의 급진화와 객관적 혁명상황에 직면하여 공산당은 투쟁을 지도하는 중도주의 경향을 띨 수 있다. 우리는 이 커다란 가능성에 승부를 걸고자 한다.

당연하지만, 제4인터내셔널의 물주라 할 수 있는 미국 사회주의노동자당의 제임스 캐넌(James Canon)을 위시한 주류 계파는 물론이고, 에르네스트 만델(Ernest Mandel) 같은 또 다른 비주류 계파들까지도 여기에 대해 격렬하게 반발하였다. 1953년 당시 제4인터내셔널 미국 지부에서 만든 <수정주의를 비판하며>라는 선전물을 보면 이러한 반발이 다음과 같이 잘 나타나 있다.
대중의 압력이 충분하면 공산당이 혁명의 길로 들어선다는 주장은 틀렸다. 이것은 혁명 패배의 책임을 지도부가 아니라 대중에게 떠넘기는 주장이다. ... 파블로는 노동계급과 트로츠키주의 조직을 스탈린주의 관료집단의 일분파를 혁명으로 밀어붙이는 집단으로 격하시켰다. 이로써 관료집단은 혁명의 장애물이자 배신자로부터 혁명의 지원 동력으로 격상되었다.

문제는 파블로 일파 역시 제4인터내셔널 내에서 결코 쩌리는 아니었고, 파블로의 주장을 지지하는 세력 역시 제4인터내셔널 내부에 쪽수가 만만찮았다는 점이다. 결국 1954년에는 제4인터내셔널의 최대 주주였던 미국 사노당이 파블로 일파의 주장에 반발하여 제4인터내셔널 자체가 파블로 일당이 장악한 수정주의 집단이 되어 버렸다면서 제4차 세계대회를 보이콧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제4인터내셔널은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고 급기야 여러 갈래로 쪼개지게 되었다. 그 가운데 양대산맥은 파블로의 입장을 지지하는 '국제서기국'과 미국 사노당을 중심으로 뭉친 '국제위원회'였다. 그 와중에 1959년 새해 첫날에는 피델 카스트로 체 게바라를 비롯해, 마오주의의 게릴라전 이론을 바탕으로 5년간 게릴라전을 벌인 빨치산들이 마침내 아바나에 입성하면서 쿠바 혁명을 성사시키게 되었다.

이렇듯 역사적 의의가 큰 사건인 쿠바 혁명에 대하여 국제서기국은 이를 노동자•민중의 자발적인 투쟁을 통해 일어난 완전한 사회주의 혁명으로 규정하면서, 쿠바 공산당의 스탈린주의 지도부를 대놓고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5년 전에 자기네들 입장에 반발하여 제4인터내셔널 세계대회를 보이콧했던 국제위원회와 다시 손을 잡게 되었다(...). 이번에는 국제서기국이 국제위원회의 주장에 동의하는 입장으로 돌아섰기 때문이었다.

1963년 3월, 국제서기국과 국제위원회는 쿠바 혁명에 대해 <세계 트로츠키주의운동의 조기 통합을 위하여>라는 이름으로 아래와 같이 성명을 내면서 '제4인터내셔널 통합서기국'으로 재통합에 합의하게 되었다.
(쿠바 혁명은) 단순한 민주주의 요구로 시작된 혁명이 자본주의 소유관계를 전복시키는 것으로 끝났다. 이 과정에서 끝까지 혁명을 수행할 결의에 찬 지도부 아래 토지를 소유하지 않은 농민과 반(半)노동계급으로 구성된 게릴라 부대는 식민지 및 반식민지의 국가권력을 약화시키고 그 전복을 재촉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이것은 제 2차 세계대전 이후의 투쟁을 통해 우리가 도출할 수 있는 교훈 중의 하나이다. 이 교훈은 식민지에서 혁명적 맑스주의 정당을 건설하는 전략에 의식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이렇게 탄생한 '제4인터내셔널 통합서기국'은, 이름만 보면 제4인터내셔널의 정통성을 계승한 적통 조직으로 보이지만, 막상 주장하는 내용을 보면 트로츠키 생전에 트로츠키 본인이 주장했던 '퇴보한 노동자 국가' 이론에서는 멀리 떨어져 버리게 되었다. 다시 말해 이름과 실제가 다른 것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4. 영향 및 평가

이렇게 통합서기국이 출범하면서 당연하게도 수많은 트로츠키주의자들이 이에 반발해 떨어져 나가 자기 살림을 차리게 되었다. 이들은 이렇게 탄생한 제4인터내셔널 통합서기국을 '트로츠키의 퇴보한 노동자 국가론과 프롤레타리아 정치혁명론을 부정하고 스탈린주의 및 마오주의에 투항한 배신자'로 규정하고, 자기네들이 진짜 제4인터내셔널을 재건하겠다면서 각자의 깃발을 들고 나서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파블로주의를 '제4인터내셔널 다 말아먹은 주제에 자기네들이 제4인터내셔널이라고 우겨대는 사이비들'쯤으로 여긴다. 이 문서의 제목인 파블로주의라는 명칭 자체가 사실 이들이 만든 멸칭이기도 하다(...). 이들은 통합서기국 출범 이후 세계의 트로츠키주의 운동이 이리저리 갈라지고 찢어져서 각자도생하는, 그러면서도 정작 세계의 노동자•민중운동에는 그다지 의미 있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지게 된 것이 '국제서기국이 먼저 스탈린주의 관료집단에 투항했고, 국제위원회가 그걸 따라서 스탈린주의에 투항했기 때문'이라 여긴다.

한국 볼셰비키그룹 역시 이러한 입장을 가진 여러 트로츠키주의 분파 가운데 하나이다. 정확하게는 그렇게 제4인터내셔널 재건하겠다고 나선 분파들 중 '국제 스파르타쿠스 동맹(SPL)'에서 다시 갈라져 나온 '국제 볼셰비키 그룹(IBT)'의 한국 지부였는데, 돈바스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의 사회성격을 놓고 논쟁하면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탈퇴한 것이다. 이것 하나만 봐도 제4인터내셔널이 와장창 무너진 이후 세계의 트로츠키주의 운동이 엄청난 혼파망 속에서 이리 찢기고 저리 찢겨 있음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문자 그대로 안드로메다로 간 분파도 나왔는데(...). 자세한 내용은 포사다스주의 항목 참조.

5. 같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