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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분묘기지권( 墳 墓 基 地 權)은 분묘가 다른 사람 명의의 토지 위에 설치된 것이라 하더라도 분묘와 그 주변 일정면적의 토지에 대해서는 사용권을 인정해주는 관습법(慣習法)상의 물권이다.2. 사례
아래의 모든 사례에 있어 분묘기지권은 등기 없이도 성립한다. 봉분 자체가 공시방법이기 때문이다.[1]2.1. 분묘를 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설치한 경우 분묘기지권의 취득(승낙형 분묘기지권)
토지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분묘를 설치하며 토지이용의 법률관계를 지상권, 전세권, 임대차, 사용대차와 같이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지 않은 경우, 분묘소유자는 관습법에 의해 분묘기지권을 취득했다고 인정된다. 관습법이 당사자의 의사를 보충하는 역할을 한다.2.2. 분묘를 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한 경우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
토지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하고 분묘의 소유자가 20년 동안 평온하고 공연하게 분묘를 점유하였을 때 관습법에 의해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것으로 인정된다.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분묘기지에 대한 소유권이 아니라 분묘기지에 대한 사용권을 시효취득한 것이다.2.3. 자신의 토지 위에 분묘 설치 후 자기 소유의 토지를 처분하는 경우 분묘기지권의 취득(양도형 분묘기지권)
자기 소유의 토지 위에 분묘를 설치한 후 분묘에 대한 소유권의 유보나 이전에 관한 합의 없이 토지를 처분하는 경우 분묘소유자는 관습법에 의해 분묘기지권을 취득했다고 인정된다. 관습법이 분묘기지권의 성립의 근거가 된다.3. 논란
분묘기지권은 대한민국 민법 체계에 존재하는 특수한 개념으로, 그 존재 자체로 많은 분쟁 논란과 학술적 논쟁을 동반한다.
분묘의 설치는 한반도에서 널리 행해져 온 매장 문화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며, 효(孝) 등의 사상적 배경에서 그것이 남의 무덤이라도 함부로 건드리는 것은 예와 도리가 아닌 것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관습은 근대 민법의 도래 이후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민법을 의용하던 조선총독부는 이것이 조선인들의 풍습이라며 관습법의 법리로 인정한 바 있다. 또 해방 후 1996년 대법원은 관습법상의 분묘기지권 취득에 대한 첫 판례를 남기면서 이를 관습법으로 인정하였다.[2]
그러나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면 토지 주인은 함부로 분묘를 철거하거나 철거를 요구할 수 없고, 분묘기지권을 가진 자는 토지 주인에게 지료(토지 사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어 논란은 계속되었다. 시대가 변하며 장묘문화가 바뀌고, 2001년에 묘지 매장 기간에 대한 법률이 만들어지기도 하면서 이 관습법을 계속 따라야 하는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임야 주인도 임야가 매우 넓을 경우 매번 시간 들여 임야를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은 부분인데, 임야의 경우 나무와 풀도 많고 지대가 높고 날짐승까지 있을 수 있으니 나이가 들수록 힘든 부분. 몇만 제곱미터나 되는 곳을 일일이 다 확인하기도 매우 힘들다. 게다가 위험하기까지 하다.[3] 더군다나 오랜기간 해외에서 사업하며 살다가 온 사람들의 경우는 상당히 난감한 부분. 매번 비행기 값 들여 확인하러 오는 것이 어려운 점 등도 지적된다.
결국 2016년에 대법원이 분묘기지권 인정 여부를 재심리하게 되었다. 판결 선고를 앞두고 찬반 공개 토론을 열었다. 주 핵심은 분묘기지권을 국민의 행동양식을 통해 만들어진 대한민국 민법상 관습법으로 인정하는지에 대한 여부다. 반대 측은 땅 주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국민의 매장 선호도가 줄어들었기에 관습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으며 찬성 측은 헌법 등의 전체 법률 체계상 어긋나지 않고 국민의 분묘 인식 역시 큰 변화가 없다고 맞섰다. 대법원은 토론된 내용을 바탕으로 분묘기지권에 대한 입장을 결정해 선고하였다.
3.1. 대법원의 판결
타인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 20년간 평온, 공연하게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다는 점은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되어 온 관습 또는 관행으로서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어 왔고, 이러한 법적 규범이 장사법(법률 제6158호) 시행일인 2001. 1. 13.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관하여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 |
3.2. 헌법재판소의 결정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법 중 “타인 소유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는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고, 이를 등기 없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부분 및 “분묘기지권의 존속기간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약정이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권리자가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하는 한 그 분묘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은 분묘기지권은 존속한다.”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
헌법재판소 2020. 10. 29. 선고 2017헌바208 전원재판부 결정 |
4.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4.1. 분묘기지권 기간 제한
비록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분묘기지권을 인정했다고 하더라도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2001년 1월 13일 이후에 설치된 분묘는 최장 60년까지만 그 권리가 인정되었다.[7]4.2. 토지 사용료 청구 허용
2000. 1. 12. 법률 제6158호로 전부 개정된 구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이라 한다)의 시행일인 2001. 1. 13. 이전에 타인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다음 20년간 평온ㆍ공연하게 분묘의 기지(기지)를 점유함으로써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였더라도, 분묘기지권자는 토지소유자가 분묘기지에 관한 지료를 청구하면 그 청구한 날부터의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관습법으로 인정된 권리의 내용을 확정함에 있어서는 그 권리의 법적 성질과 인정 취지, 당사자 사이의 이익형량 및 전체 법질서와의 조화를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지 않고 성립하는 지상권 유사의 권리이고, 그로 인하여 토지 소유권이 사실상 영구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따라서 시효로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사람은 일정한 범위에서 토지소유자에게 토지 사용의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형평에 부합한다.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 관습법으로 인정되어 온 역사적ㆍ사회적 배경, 분묘를 둘러싸고 형성된 기존의 사실관계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와 법적 안정성, 관습법상 권리로서의 분묘기지권의 특수성, 조리와 신의성실의 원칙 및 부동산의 계속적 용익관계에 관하여 이러한 가치를 구체화한 민법상 지료증감청구권 규정의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시효로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사람은 토지소유자가 분묘기지에 관한 지료를 청구하면 그 청구한 날부터의 지료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
대법원 2021. 4. 29. 선고 2017다228007 전원합의체 판결 |
자기 소유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사람이 그 토지를 양도하면서 분묘를 이장하겠다는 특약을 하지 않음으로써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묘기지권자는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때부터 토지 소유자에게 그 분묘의 기지에 대한 토지사용의 대가로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1967. 10. 12. 선고 67다1920 판결,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다206850 판결 등 참조). |
대법원 2021. 5. 27. 선고 2020다295892 판결 |
-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분묘기지권자는 토지 소유자가 재판상 또는 재판 외에서 지료를 청구하면 그때부터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게 된다.[8]
- 지료의 구체적 액수는 당사자의 협의로 정하거나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법원이 정할 수 있고[9], 정해진 지료가 지가 상승 등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상당하지 않게 되면 당사자는 지료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10].
- 지료 채권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11].
- 지료를 2년분 이상 지급하지 않으면 토지 소유자는 분묘기지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지만[12], 당사자의 협의나 법원의 판결에 의해 분묘기지권에 관한 지료의 액수가 정해지지 않았다면 분묘기지권자가 지료를 지급하지 않았더라도 지료 지급을 지체한 것으로 볼 수는 없어 분묘기지권 소멸 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
- 2021년 5월 27일에는 대법원이 양도형 분묘기지권의 지료 청구를 인정한 판결을 내렸다.[13]
- 승낙형 분묘기지권의 경우 아직까지 지료 청구권을 인정한 판례나 통일된 견해가 없지만 전술한 취득시효형 및 양도형 분묘기지권 청구를 인정한 판례를 볼 때 승낙형 분묘기지권의 사례에도 지료 청구권을 인정할 확률이 높다.
5. 기타
- 관습법상의 법정지상권과 유사한 개념이나 수험에 있어서는 객관식용으로나 보고 넘어갈 것이므로 너무 힘을 빼지 말도록 하자…였으나 변호사시험 모의시험 사례형과 기록형에 출제된 바 있다.
- 만약 분묘기지권이 성립된 분묘를 이장하면 기존에 성립된 분묘기지권은 사라지고 토지 소유자에게 가해진 제한도 모두 사라진다. 다만, 묘적계(墓籍屆)가 있는 분묘는 분묘기지권과 달리 이장을 하더라도 해당 묘소 주변의 토지 소유자는 그 묘터에 대해 아무런 권리도 없다.
- 국립 공원 같은 경우 멀쩡한 나무를 베고 불법 묘지를 만드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일부러 적발을 피하려고 공소시효 7년 지날때 까지 묘비를 안 만드는등 버티는 수법을 쓴다고 한다. #
6. 관련 문서
[1]
출처:
남효순 로스쿨 민법 3: 권리의 보전과 담보
[2]
하지만 이후 2016년 대법원에서 원고측 소송 대리인 변호사가 알아본 결과 총독부에서는 취득시효 또는 소멸시효를 인정하는 관습 역사 없다는 내용를 말 했다. 실제로 조선시대는 사송(민사소송) 중
산송(묘지소송)은 왕까지 개입한 일도 있었다.
[3]
간혹 산에서 객사하는 사고가 난다.
[4]
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
[5]
2인은 위헌이 아닌 각하 의견으로 관습법이 법률와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다.
[6]
2017헌바208
[7]
2001년 1월 13일 이전에 설치된 분묘는 기간 제한 없이 분묘기지권이 인정된다.
[8]
즉, 이전까지 분묘를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사용료를 받을 수 없고 청구한 다음부터만 받을 수 있다.
[9]
민법 제366조 단서
[10]
민법 제286조
[11]
민법 제162조 제1항
[12]
민법 제287조
[13]
대법원 2021.05.27. 선고 2020다29589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