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승압 사업( 昇 壓 事 業)은 한국의 박정희 정부와 한국전력공사의 주도로 1973년부터 2005년 말까지 시행되었던 한국 내 가정용 전력을 기존의 110V에서 220V로 올리기 위해 시행했던 국책 사업이다.2. 상세
1965년 박정희 정부는 농어촌 전화사업을 시작했고 이때 큰 변화가 생겼다. 일본의 영향으로 구한말부터 계속 써오던 기존의 110V 대신 220V 설비로 마련한 것이다.
당시 정부가 승압 사업을 시작했던 이유는 여러 곳에 있었다. 110V의 가는 전선을 사용한 탓에 노후화 시기가 빨라 회선을 자주 교체해주는 등 추가 비용이 상당했고, 당시 박정희 정부의 대외개방과 보호무역의 복선형 전략을 일환으로 110V를 쓰던 미국, 일본의 전기제품 수입을 억제하고 국내 전기산업과 전자산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한 보호무역 성격도 존재했다. 또한 당시 인프라가 별로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로의존성 문제도 크지 않았으며, 전기의 사용량이 크게 늘고 있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승압 사업의 필요성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에 대한 타당성은 연세대학교 한만춘 교수의 연구 결과를 기초로 했다. #
당시 아직 성장하기도 급급했던 경제 상황과 전선을 용량이 크고 굵은 전선으로 교체하며 발생하는 엄청난 소요 비용을 생각한다면 110V를 220V로 변경한다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었고, 한국의 실정에는 사치라는 반발도 많았다. 그러나 박정희 정부는 장기적인 혜택을 고려하여 승압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고, 1973년부터 본격적으로 전국의 기존 110V의 전력을 220V로 승압하는 대규모 사업이 시작되었다. #
승압 사업은 시행한 지 32년이 지난 2005년 말까지 진행하여, 일부 노후 건물이나 승압 거부 고객 등을 제외하고 전국 1,753만 가구에 220V 승압이 완료되었다. 그리고 이 사업을 위해 총 투자비 1조 4,000억 원에 연인원 757만 명이 투입되었다.
승압 사업의 완료로 당시 한준호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에디슨 전기협회가 수여하는 ‘에디슨 대상’을 수상했다.[1] 한 전 사장은 수상 소감에서 “32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박 전 대통령이 업계의 우려를 무릅쓰고 소신을 갖고 추진했기 때문에 사업을 완료할 수 있었다.”고 언급하며, 당시 많은 우려에도 승압 사업을 추진했던 박정희 정부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
1970년대 초 아직 인프라가 완벽하게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빠르게 시작된 승압 사업 덕분에, 대한민국은 220V로의 승압[2]이 가능했다. 결과론적으로 대한민국은 220V는 110V에 비해 전력손실이 적다는 면에서 장기적으로 전선수의 감소와 경제적으로 상당한 절전 혜택을 누리고 있다.
한편 이 승압 사업의 영향으로 사업 과도기에 건설된 주택이나 아파트에는 110V와 220V 단자가 공존하는 집도 많았다.
한만춘 교수는 이 승압 사업 업적으로 대한민국 과학기술유공자가 되었다.
3. 장단점
3.1. 장점
안전만 제대로 확보된다면 110V보다 압도적으로 장점이 많으며, 일본, 미국도 220V로 바꾸고는 싶어하지만 기존의 110V 인프라를 갈아 엎는데 드는 비용 때문에 도저히 시작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 그렇지만 완전히 포기한 것도 아니다. 수년 단위로 1~3V씩 승압하여 공급할려는 움직임은 존재한다. 하지만 이 속도대로라면 백년이 넘게 승압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3.1.1. 낮은 전력손실
승압으로 얻어지는 큰 장점은 장거리 송전시 발생하는 전력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전력손실은 \dfrac{전력^2 * 전선의 저항}{역률^2 * 전압^2}으로 전압이 2배 상승한다면 전력손실은 1/4로 줄어든다. 이 덕분에 전선에 의해 발생하는 전력손실이 줄어들며, 전압강하 또한 줄어든다. 이는 수전단에서 220V로 받아야 한다면 전압강하만큼 보상하여 더 높은 전압을 송전해야 한다. 따라서 승압은 전압을 높여 송전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배전 변압기의 변압비(1차측 전압:2차측 전압)를 더 줄일 수 있어 변압기 비용을 절약 가능하다. 110V를 그대로 사용했다면 지금보다 전기요금이 20~30% 이상 비쌌을 거라는 게 중론이다. 또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발전소도 더 지어야 한다.
3.1.2. 대한민국 국내 전기산업 육성
1960년 당시 품질의 이유로 일본산 전기기기를 사용하는 가정이 많았다. 이는 외화유출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사업으로 일본에서 주로 생산되던 110V 규격의 전기기기들은 도란스(변압기)를 사용하여 220V에서 110V 변압을 해야만 사용할 수 있었으므로 전기기기 + 변압기으로 인해 소비자가 사용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늘어나고, 경로의존성으로 인해 일본산 전기기기의 구매를 억제하게 되었다. 이 덕분에 국내의 전기기기 산업 육성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3.1.3. 가정에서의 고전력 사용
국가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의 소득이 높아지며 가전제품의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에 따라 가정당 사용하는 에너지 양도 늘어나는데, 110V로는 건물에서 사용되는 전력량을 감당하기 어려웠으며, 특히 전자레인지, 세탁기, 냉장고, 전기밥솥 등 순간적으로 전기를 많이 먹는 가전제품들을 동시에 사용하면서 부하를 걸 경우 두꺼비집의 퓨즈가 끊어지던 일이 빈번했던 시절도 있었다. 단순계산으로 전압이 2배 늘어나는 만큼 가정에서 내부 전기설비 교체 없이 사용 가능한 총 에너지량도 2배가 되어 가전제품의 에너지 소모량을 감당 가능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대만, 캐나다 같은 110V 국가들도 고전력 가전제품은 따로 220V 전용선을 내놓는 실정이다. 현재에는 전압을 올리기보다 에너지 소모의 효율화와 건축시 전선을 굵은 규격으로 설치하는 형태로 늘어나는 가정 전력 소모에 대응하고 있다.3.1.4. 이외
- 같은 회로에서 허용 전력량이 늘어나므로 플리커 현상[3]을 감소시킨다.
- 일명 돼지코라 불리는 Type F 플러그를 사용하게 되면서 단자와의 결속력을 강하게 적용시킬 수 있었다. 물론 단자야 교체만 하면 그만이지만 100V는 젓가락, 220V는 돼지코라는 인식을 심어준 면이 크다.
3.2. 단점
그러나 승압 사업은 여러모로 리스크를 안고 있기에, 절대 함부로 선택할 만한 것이 못 된다. 이미 전력 인프라가 완성된 다른 나라는 전기가 막 보급되기 시작한 극초기에나 가능했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220V를 선택했기 때문에 굳이 할 필요가 없었던 것뿐이다. 그 이외에는 어떻게든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보면 된다. 미국과 일본에서 승압 사업에 실패한 것도 경로의존성으로 인해 실패한 것이다.3.2.1.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
이미 구축된 기존의 규격을 통째로 변환하는 것은 엄청난 결단과 돈 그리고 시간이 드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타 선진국들은 이미 100V대 전기규격을 사용하는 인프라가 완성되었으므로 오래 전부터 유구하게 이어져 온 규격을 이제 와서 바꾸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에서도 전력의 가성비를 늘리기 위해 승압 사업을 시도해보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결국 실패했다.반면 대한민국은 100V대가 주력으로 사용되던 시절 당시 전기가 보급되지 않은 지역이 많았었고, 전력의 수요가 매우 적었기 때문에 승압이 가능한 일이었으며, 그마저도 1973년부터 2005년까지 무려 32년의 시간과 1조 4천억 원의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었다. 그 과정에서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에는 처음부터 220V를 깔면 되는 일이었고, 기존 110V를 사용하는 지역에는 220V도 같이 설치해 주면서 양쪽 규격을 잠시 병행해서 사용하는 과도기를 거쳤다.
3.2.2. 기타
- 더 높은 수준의 도선 절연 강도 요구
- 더 위험한 인체 감전 위험[4]
4. 관련 문서
[1]
미국의 186개 회원사를 거느린 에디슨 전기협회가 1992년부터 전력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한 전력회사를 매년 한 곳 선정해 시상하는 상이다.
[2]
실제로 110V +
A 타입 혹은
B 타입를 쓰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일본,
대만,
바하마,
앤티가 바부다,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세인트키츠 네비스,
자메이카,
바베이도스 등은 이미 110V로 인프라가 개설되었다보니 아직도 110V 규격을 사용하고 있다.
[3]
순간적으로 적정한 전력 공급이 되지 않는 현상
[4]
그렇다고 해서 110V가 손으로 만져도 될 정도로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110V도 엄연히 신체에 위험한 고전압이고, 여전히 쓰고 있는 미국, 캐나다, 일본에서도 감전 사고는 꾸준하게 일어난다. 그 악명높은
배철수 감전 사고가 승압 사업이 진행 중인 시기라 110V 전압이 일상적으로 더 널리 쓰였던 1983년에 일어났던 방송사고이며, 미국에서 사형 집행에 쓰이는
전기의자 전원도 110V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