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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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전 6~10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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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밀리온 성역 회전 Battle of Vermillion · バーミリオン星域会戦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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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
우주력 799년, 제국력 490년 표준력 4월 24일~5월 5일[1] | ||
장소 | ||
자유행성동맹령 버밀리온 성역 | ||
교전 당사자 | 은하제국 골덴바움 왕조 | 자유행성동맹 |
은하제국 정통정부 | ||
지휘관 |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나이트하르트 뮐러 이자크 페르난트 폰 투르나이젠 베르너 알트링겐 롤프 오토 브라우히치 카르나프† 그뤼네만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 |
양 웬리 랄프 칼센 라이오넬 모튼† 더스티 아텐보로 에드윈 피셔 발터 폰 쇤코프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 †[2] |
병력 |
은하제국군 라인하르트 함대 함정 1만 8860척, 장병 229만 5,400명 뮐러 함대 함정 8080척, 장병 96만 7,700명 총병력 함정 2만 6940척, 장병 326만 3,100명 |
자유행성동맹군 이제르론 요새 주둔함대, 제14,15함대 함정 1만 6420척, 장병 190만 7,600명 은하제국 정통정부군 함정 없음, 장병 7명[3] |
피해 규모 |
격침 1만 4820척, 손상 8660척 전사 159만 4,400명, 부상 75만 3,700명 손상률 87.2%, 사상률 72.0% |
격침 7140척, 손상 6260척 전사 89만 8,200명, 부상 50만 6,900명 손상률 81.6%, 사상률 73.7% |
결과 | ||
은하제국의 승리[4] 바라트 화약 체결 |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의 에피소드 | ||||
타실리 성역 회전 | → | 버밀리온 성역 회전 | → | 바라트 화약 |
1. 개요
- 등장 작품
-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7장 ~ 9장
- 은하영웅전설 OVA 51~53화
- 후지사키 류 코믹스 은하영웅전설 179~183화
- 시기: 우주력 799년, 제국력 490년 표준력 4월 24일 14시 20분 ~ 5월 5일 22시 40분
버밀리온 성역 회전은 은하영웅전설의 전투다.
자유행성동맹 최후의 함대인 양 웬리 함대를 중심으로 제1차 란테마리오 성역 회전에서 살아남은 제14, 15함대가 합류한 동맹군 우주함대와 은하제국군 최고사령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원수의 직속 함대가 버밀리온 성역에서 맞붙은 전투이다. 또한 은하영웅전설의 두 주인공이 나름 대등한 조건에서 제대로 승부한 최초이자 최후의 전투이다.
2. 배경
립슈타트 전역과 뒤이은 대규모 개혁으로 국가를 좀먹던 문벌귀족을 일소하고 적폐를 청산한 은하제국은 강대한 국력으로 동맹령 정벌에 나선다. 라인하르트는 자유행성동맹이 에르빈 요제프 2세를 납치한 문벌귀족 잔당들을 지원했다는 사실을 트집잡아 동맹과 귀족 잔당들을 '교정'한다는 명목으로 선전포고했으며, 대규모 함대를 보내 이제르론 요새를 치는 척 하면서 페잔을 기습 공격하여 동맹정부와 페잔 자치정부의 허를 찔렀다. 아무것도 모르던 페잔 자치정부는 총 한 번 못 쏴보고 무너졌고, 제국은 페잔을 후방기지 삼아 15만 척이 넘는 대함대를 이끌고 동맹령을 침공한다.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에 놓인 국가의 운명을 눈 앞에 두고 자유행성동맹 최고평의회는 마비되어버렸다. 욥 트뤼니히트 의장은 국민들의 기대를 무시하고 유감 성명만 남긴 채 잠적해버렸으며, 트뤼니히트 밑에서 시키는 대로 하고 이권을 챙기던 자들은 보스가 사라지자 순식간에 허수아비로 전락해버렸다. 거기에다 정부가 내린 엠바고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서 페잔 자치령이 멸망했다는 정보가 동맹 전역을 휩쓸었고, 동맹 시민들은 공황에 빠지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위원장 월터 아일랜즈가 각성하여 도망친 의장 대신 정부를 이끌고, 우주함대 사령장관 알렉산드르 뷰코크 원수는 남은 병력을 긁어모아 란테마리오 성역에서 요격작전을 시행했지만 제국군의 강대한 병력을 당해내지 못하고 패배했다. 이 전투에서 동맹군 주력 우주함대는 모조리 붕괴했고, 남은 병력은 이제르론 요새에서 철수한 요새 주둔함대와 제1차 란테마리오 성역 회전에서 살아남은 잔존 병력 수천 척 뿐. 반면 제국군은 오스카 폰 로이엔탈 제독이 지휘하는 이제르론 회랑 방면군이 제국군이 점령한 간다르바 성계에 합류하여 병력만 2,000만 명을 넘기고 있었다.
자유행성동맹은 멸망의 기로에 몰렸다. 전쟁의 명수가 지휘하고, 잘 훈련받았으며 장비와 사기까지 충만한 15만 척 이상의 제국 함대에 맞서 양 웬리는 패배를 거듭하고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낡아빠진 무기를 지급받고, 단지 민주공화주의를 지키겠다는 일념만으로 뭉친 2만 척의 동맹 함대를 지휘하게 되었다. 기적이 일어난다고 해도 몇 번의 기적이 연달아 일어나기만을 바래야하는 상황에서 양 웬리 대장은 단 한 가지, 자유행성동맹과 민주공화주의의 명운을 지킬 수 있는 하나의 비책을 구상하게 된다.
당시 은하제국은 로엔그람 공작 라인하르트 원수가 전권을 장악하는 절대적인 1인자 지배 체제로 로엔그람 공작 아래 2인자가 존재하지 않고, 수많은 3인자들이 존재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는 힘 있는 2인자의 존재로 단일 통치 체계에 균열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오베르슈타인의 구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오베르슈타인은 혹여나 2인자가 될 우려가 있는 인물에 대해서도 끝없이 견제를 가해 누구도 2인자의 위치에 오르지 못하도록 막아세우고 있었다. 오베르슈타인의 구상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인(견제를 넣으면 라인하르트가 오베르슈타인의 목을 날려버릴 만큼 친분도 있는) 라인하르트의 친우이자 반신,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가 어이없는 사고로 사망한 이후에는 이런 형태가 절대적으로 굳어져버렸다.
만약 이런 조직 구조상에서 절대 1인자인 라인하르트에 신변에 큰 문제가 발생한다면 오직 라인하르트 개인이 지금까지 이끌어왔다고 할 수 있는 은하제국 현 체제가 그대로 붕괴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제국군의 거의 모든 주력함대가 동맹령에 원정을 나와있는 상황에서 라인하르트가 사망하면 원정을 계속하기는 커녕 차기 권력을 두고 피바람이 불어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양 웬리는 바로 이 점에 자신과 자신이 이끄는 장병들, 그리고 조국의 운명을 모두 걸었다. 강대한 제국군을 앞두고 멸망을 피할 길이 없던 자유행성동맹에게 양 웬리의 비책은 최악의 전세를 단 한 번에 뒤집고 멸망 직전에 몰린 조국을 구해낼 기적의 한 수나 다름 없었다.
자신의 직무를 내버리고 잠적한 최고평의회 의장 욥 트뤼니히트 대신 정부의 전권을 장악한 월터 아일랜즈 국방위원장은 이런 양의 전략을 이해하고 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줄 것을 약속했다. 아일랜즈는 그간 정치적인 이유로 번번히 거부되던 원수 승진을 시작으로 동맹에 남은 모든 함대를 양 웬리 원수에게 맡기며 국가와 국민을 지켜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하였다.[5]
3. 전초전
동맹군의 전략적 목표는 단순했으나, 단순한 만큼 어려웠다. 라인하르트를 상대로 승리해야 하고, 또한 라인하르트를 전사시켜야 했다.[6] 라인하르트 휘하의 은하제국군은 약 15만 척, 양 웬리가 전장의 마술사로써 명성이 높다지만 7배 많은 적을 상대로 전면전을 벌여 승리로 이끈다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다. 양 웬리는 라인하르트가 최전선에 나서는 것을 선호하는 인물이라는 점과 자존심이 강한 인물이라는 점을 착안하여 지속적으로 라인하르트를 자극하여 그를 최전선으로 끌어내되, 양 웬리와 라인하르트가 단독으로 대결해야 한다는 목표를 수립, 광활한 동맹령에 산재한 수많은 보급기지들을 거점으로 삼아 게릴라 전법을 구사하였다.제국군이 거대하긴 하지만 약 15만 척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것은 매우 효율적이지 못하다. 원정군에 소속된 함대 하나가 동맹군의 총병력에 맞먹는 제국군은 적지 한 가운데에 놓인 처지에서 필히 함대를 분산시켜 동맹령 장악에 나설 수밖에 없다. 양 웬리는 나누어진 제국군과 전투를 벌여 연달아 승리를 거두며 라인하르트의 자존심을 뭉개고, 분노한 라인하르트가 양 웬리와의 1:1 대결을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는 것이 작전의 첫 단계로 시작되었다.
제국 원정함대는 페잔을 출발한 이후, 동맹령 각지를 장악하기에 앞서 간다르바 성계의 우르바시 행성을 점령하여 원정 전초기지로 삼고 있었다. 그렇기에 양 웬리는 우르바시에 모든 정보망을 집중시켜 제국군의 움직임을 대강이라도 파악하고 있었는데, 제국군으로서는 양 웬리가 동맹령 전체를 기지로 삼아 여기저기 누비고 다니는 상황이라 양 웬리의 위치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 제국군이 우르바시에서 앞으로의 행동 방안을 두고 고민하는 사이 양 웬리는 좀바르트 소장이 통솔하는 제국군 보급선단을 격멸, 1년치 보급물자를 파괴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보급난에 시달리게 된 라인하르트는 양 웬리를 쳐부수기 위해 슈타인메츠, 렌넨캄프, 바렌 세 제독을 파견했지만 양 웬리의 함정에 빠져 모두 패배하고 말았다.
라인하르트는 이전부터 양 웬리의 목표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휘하 제독들이 양 웬리에게 무참히 패배하는 것도 모자라 보급선도 차단당하며, 양 웬리 한 사람에게 제국군 전체가 놀아나는 상황이 되자 차츰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 결국 타실리 성역 회전에서 바렌이 패배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라인하르트는 극도로 분노하여 패배를 사죄하는 바렌에게 "됐다"라는 한 마디만 남기고 집무실에 틀어박혔다. 다른 제독들도 심정은 다르지 않아서 볼프강 미터마이어는 단 1개 함대에 전 제국군이 희롱당하고 있다고 격분했고, 자기들끼리 모여 대책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라인하르트는 양 웬리가 원하는 대로 1:1로 대결하기로 결심하고, 오베르슈타인에게 1달도 지나지 않아 양 함대는 우주에서 소멸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결국 최소 5배가 넘어가는 압도적인 병력차는 라인하르트 직속 함대와, 양 웬리 함대간 1개 함대씩의 전투로 동등해졌으며 이는 양 웬리가 사전에 의도했던 바 그대로였다.
4. 병력 배치
제국군의 주요 지휘관들은 숫적 우위를 버리고 최고지휘관이 단독으로 나서는 라인하르트의 작전안을 위험하다고 일제히 반대 의견을 표했다. 나이트하르트 뮐러는 부디 자신이라도 곁에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며 미터마이어는 양 웬리는 명장이라 하나 일개 함대 사령관에 불과하니 라인하르트가 1:1로 승부를 겨룰 이유는 없다고 반대했다. 그러나 라인하르트는 자신감을 내비치며 제독들의 반대 의견을 모두 기각했고, 라인하르트의 결심이 확고하다는 것을 깨달은 미터마이어는 더 이상 반대하지 않았다.라인하르트는 출정에 앞서 제독들의 불안감을 해소해 주겠다며 두꺼운 종이더미 위해 포도주를 부었다. 포도주는 종이를 적셨지만 머지 않아 더 이상 스며들지 않았다. 라인하르트는 무수한 종이가 포도주를 흡수한 것처럼 깊고 두꺼운 방어진을 구성하여 양 웬리의 공세를 돈좌시킨 뒤, 그 사이 제독들이 반전하여 양 함대를 포위 섬멸하는 작전을 공표했다. 그러자 제독들은 말없이 납득하여 경례로 경의를 표했다.
라인하르트의 이러한 작전은 꼭 상처받은 자긍심과 호승심 같은 개인적 감정에 기인한 것도 있는 매우 위험한 작전이기는 하나 나름대로의 합리성을 가진 작전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제국군의 입장에서는 적국 영토에 깊숙히 침입한 상황에서 양 함대가 지리의 익숙함에 의지하여 게릴라전을 펼친다는 아주 골치 아픈 상황에[7] 봉착해 있었던 것. 주력군이 모두 양 함대를 추격하자니 양 함대가 어디 있는지를 알 수가 없고, 양 함대를 찾아내기 위해 병력을 동맹령 곳곳으로 분산시키면 양 함대에게 각개격파 당할 것이며, 그렇다고 주력군이 모여있으면 전면전을 회피하고 보급망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는 양 함대에 의해 고사당할 위험이 있다.
이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은 주력부대가 수도를 공격하여 동맹을 멸망시킨다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 수 뿐인데, 하이네센을 함락하여 동맹을 굴복시킨다고 하더라도 동맹령 지배를 유지하기 위한 소수의 주둔군을 제외한 대다수 병력은 제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으며, 이 경우 주력군이 돌아간 뒤 양 함대가 소수의 주둔군을 격파하고 동맹을 재건하는 것을 막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양 함대에게 격파당하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병력을 남긴다면 제국 국내의 병력 공백으로 인한 통제력 약화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막대한 병력 유지비용 및 보급의 어려움을 계속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며 이 주둔군 역시 양 웬리의 유격전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임은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따라서 제국의 입장에서는 동맹의 마지막 전략적 군사력이자 동맹의 마지막 보루인 양 함대를 격파하지 못하면 동맹을 정복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러나 제국군 주력이 양 함대를 격파하기 위해 추격하자니 양 함대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없고, 양 함대를 찾아내기 위해 병력을 분산하자니 결국, 이런 악순환의 고리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양 함대를 정면 대결로 이끌어내어 격파한다'는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당연히 양 함대는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정면 대결을 피하려고 할 테니 '기꺼이 양 함대가 전장에 뛰어들만큼' 먹음직스러운 미끼를 내걸어야 했다. 양 함대 입장에서도 지속적인 게릴라전은 동맹령 전역을 피폐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정면대결로 제국군의 주력을 격파할 수는 없다는 악순환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전장에서 라인하르트 개인을 격파하여 제국군을 붕괴시킨다'는 수단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자기 자신을 미끼삼아 양 웬리가 원하는 해결책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대신, 역으로 라인하르트 자신이 원하는 해결책의 가능성도 열리는 상황을 만들어 낸 것이다. 전력면에서 압도적인 우위였던 라인하르트가 선택하기에는 몹시 위험하고 도박적인 면이 있는 작전이지만, 성공하기만 하면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최종적인 승리를 얻어낼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했다.
말하자면 자신의 전술적 능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양 웬리의 행동을 예측하고 유도한 일종의 심리전술이었던 셈이다. 물론 양 웬리의 입장에서도, 게릴라전을 통해 라인하르트를 자극하여 라인하르트 스스로가 단기결전을 위해 자신의 유리함을 포기하고서라도 전장에 나서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버밀리온 성역 회전은 말하자면 두 군사적 천재가 서로 대화 한 마디 하지 않고 이끌어낸 일종의 합의 였던 것이다.
5. 전개
5.1. 출격
우주력 799년 4월 4일, 라인하르트가 입안한 작전이 개시되었다. 볼프강 미터마이어 함대가 동맹령 엘류세라 성역을 점령하기 위해 가장 먼저 출진했다. 다음 날 오스카 폰 로이엔탈 함대가 엘류세라 성역과 인접한 리오베르데 성역을 점령하기 위해 출진하고, 양 웬리 역시 4월 6일 라인하르트가 있는 간다르바 성계를 치기 위해 출정했다.4월 10일 군무상서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 원수가 이끄는 은하제국 정통정부군이 양 웬리의 요청을 받아 합류했다. 정통정부 수상 요펜 폰 렘샤이트 백작은 이제 메르카츠 제독도 나를 버리려 하냐고 힐난했지만 메르카츠는 차분히 렘샤이트를 다독였다. 그리하여 군무성 차관 알프레트 폰 란즈베르크 백작과 제독 레오폴트 슈마허 대령을 제외한 7명의 장병이 양 함대에 합류했다. 그리고 라이오넬 모튼 중장이 이끄는 14함대와 랄프 칼센 중장이 이끄는 15함대가 국방위원회와 통합작전본부에 합류 신청만 해두고 답변을 듣지 않은 채로 양 함대에 합류했다. 이렇게 모인 양 함대 총병력은 함정 16,420척, 장병 190만 7,600명이었다.
당초 계획대로 간다르바로 진격하던 양은 도중에 작전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라인하르트는 휘하 제독들에게 동맹령 각지를 점령하도록 하는 동시에 자신 역시 바라트 성계를 공략하기 위해 출정한 것이다. 결국 양은 수도가 불바다가 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당초보다 일찍 결전에 임해야 했다. 양 스스로도 승률이 "5할이나 되기는 할까?"라고 말할 정도로 상황은 동맹군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았다.
4월 11일, 양 웬리는 관례대로 근거지로 사용했던 소행성 '루드밀라'에서 출발하기 전까지 전 장병들에게 24시간 동안 휴가를 주었다. 하지만 루드밀라에는 별다른 오락시설이 없어서 장병들의 반응은 '활기차지만 어딘가 허탈한 환성'이었다고 한다. 장병들이 휴가를 즐기는 동안 양은 부관이자 애인 프레데리카 그린힐에게 청혼했다. 1만 척이 넘는 함대를 지휘하며 '불패의 마술사'로 명성을 떨친 모습과 다르게 매우 서투르고 나사빠진 청혼이었지만, 11년 전부터 양을 사랑했던 프레데리카는 기꺼이 청혼을 승낙했다. 이 소식을 들은 알렉스 카젤느 중장은 "양 녀석이 없는 용기를 총동원했다."고 평했으며, 몰래 프레데리카를 연모하던 율리안은 마음을 정리하고 두 사람의 신혼생활에 폐가 되지 않을 겸 예전에 만났던 지구교 데그스비 주교의 말대로 지구에 가 볼 생각을 했다.
마침내 근거지를 출발한 양 함대는 항행을 거듭해 하이네센으로부터 3.6광년 떨어진 버밀리온 성계 끄트머리에 도착했다. 양 함대 간부들은 모두 버밀리온 성계가 제국군을 막을 수 있는 최후의 방어선임을 인식하고 있었고, 제국군 역시 버밀리온 성계를 결전장으로 선택했다.
버밀리온 성계에 도착한 동맹군과 제국군은 우선 정찰에 나섰다. 동맹군은 참모장 무라이 중장을 책임자로 삼아 버밀리온 성계를 이루는 1,250억 광초에 달하는 광대한 공간을 1만 개의 공역으로 세분하고 2천 팀의 선행정찰대를 편성해 정찰에 나섰다. 정찰에 나서고 30시간 뒤 동맹군 체이스 대위가 지휘하는 FO2 선행정찰대가 제국군 주력함대로부터 40.6 광초 떨어진 곳까지 접근하여 제국군 주력의 위치를 확인했다. 체이스 대위는 즉시 본대에 초광속통신을 연결하여 적 주력의 위치를 보고하고 귀환했는데, 제국군 지휘관 롤프 오토 브라우히치 중장은 FO2 선행정찰대의 발견한 뒤 그들의 귀환 루트를 추적하여 양 함대의 위치를 알아냈다.
상대의 존재를 확인한 양과 라인하르트는 바로 전투에 돌입하지 않았다. 라인하르트는 전 장병에게 세 시간 동안 휴식을 주고 음주도 허가했으며, 양 역시 모든 병사들에게 휴식을 명령했다. 휴식이 끝나자 제1급 임전태세가 발령되었고 두 함대는 서서히 접근하기 시작했다. 함포 사정거리에 진입하자 양 웬리와 라인하르트 모두 발포 명령을 내렸고, 그와 함께 무수한 광선들이 적 함정을 찢어발기기 위해 우주공간을 가로질렀다. 우주력 799년 4월 24일 14시 20분, 후일 세간에서 이야기하는 가장 좁은 의미의 버밀리온 성역 회전이 시작된 시각이었다.
5.2. 상승과 불패
전투에 돌입한 라인하르트와 양 모두 상대의 계략을 의심하고 있었고 버밀리온에서의 승패가 모두의 목숨과, 국가의 명운, 이후 인류 사회의 방향성까지 결정하게 될 상황이라 함부로 자신의 패를 드러내기보다는 상대방의 움직임을 신경을 집중하고 있어 두 명장의 결전은 의외로 대단히 평범하게 시작되었다. 서전은 우직한 전면전으로 전개되며 소모전 양상으로 흘러가게 되었고 라인하르트와 양 모두 의미없는 전력 손실을 피하고 본 전투에 집중하기 위해 함대를 재편하며 전투는 잠시 소강기를 맞게 된다.라인하르트는 원래 구상해뒀던 직속부대를 마치 여러 장의 종이를 겹쳐서 올려놓듯이 부대를 배치하는 기동적 중심 방어 전술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이에 동맹군은 마리노 준장을 선봉으로 내세워 기동력을 바탕으로 제국군의 방어선을 분쇄하기 시작했다. 이 상황은 라인하르트가 기동력 중심의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는 각개격파가 주특기였고, 양 웬리가 유려한 종심 방어와 일점 집중 포화로 카운터를 펼치는 것이 주특기였는데 이 전투에선 서로 입장이 반대가 되어있었다.[8]
개전 30분도 지나지 않아 전장은 레이저 광선과 미사일로 가득 찼고, 전황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상황이 워낙 빨리 바뀌었기 때문에 양과 라인하르트조차 일일이 대응하지 못했다. 최전선 지휘관이 지시를 요청하자 라인하르트는 "각 부서별로 대응하라!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명령해야 하나?!"라고 화를 냈고 양은 "그런 건 적과 상담하여 결정하게"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 와중에 기함 히페리온이 돌출되자 함장 아사도라 샤르티앙 중령은 양 웬리에게 집중포화를 맞을 수 있으니 후퇴를 허가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양은 샤르티앙에 신뢰를 보이면서 함정 단위의 지휘는 함장에게 맡기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불과 10분도 지나지 않아 양은 기함이 너무 후퇴해서 지휘를 할 수 없다고 불평하여 자기 말을 뒤집었다.
그런데 제국군 1진이 동맹군과 막 첫 포화를 나누려는 순간, 투르나이젠이 이끄는 2진이 갑자기 최전방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작전에도 없던 투르나이젠 함대에 돌발 행동에 제 1진에서 교전하고 있던 제국군은 갑작스럽게 돌격해오는 투르나이젠 함대를 피하기 위해 전열에 순식간에 붕괴되었다. 전열이 회복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고 투르나이젠도 이걸 염두에 둔 데다가 양 웬리가 방어진 돌파에 애를 먹고 있으니 선제공격으로 기세를 잡겠다는 심산이었으나, 양 웬리는 이전부터 제국 함대에 생길 수 있는 아주 작은 빈틈 하나를 노리고 있었다. 투르나이젠의 돌발 행동을 포착한 양 웬리는 발빠르게 진형을 변경하여 맹공을 개시했고 전열이 어그러진 제국군은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마찬가지로 동맹군의 실수를 갈망하던 라인하르트는 아군의 추태에 분노를 터트려야만 했다. 오베르슈타인은 담담하게 투르나이젠의 무능함을 지적했고, 라인하르트는 전투가 끝났을 때 자기가 살아남는다면 오베르슈타인의 말대로 해주겠다며 분노한다.
이렇게 초반에 잠시 삐끗거리는 부분이 있었으나 4월 27일부터 전황이 돌변했다. 투르나이젠 함대를 짖밟은 양 함대가 진영을 수습한 뒤 제국군 함대를 향해 속공을 펼치고, 라인하르트는 이에 맞서 전 함대에 응사 명령을 내렸다. 양 함대는 원추진형을 짜고 화력국소집중 포격을 펼치며 돌격하여 무수한 제국군 함정을 격침했고 제국군은 포화를 우회하려다가 정면에서 양 함대의 집중포격을 맞고 무너져버렸다. 제국군의 진형이 무너지자 양 웬리는 돌격을 명령했고 그대로 진형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30분도 지나지 않아 새로운 횡진을 갖춘 적 함대가 등장하고, 마리노 준장의 분함대를 선봉으로 한 양 함대는 다시 박살내는 데 성공했지만 또 적 함대가 등장했다.
이렇게 하여 양 함대는 4월 29일까지 8번의 방어진을 돌파했지만 그 뒤에는 9번째 방어진이 있었고, 양 웬리는 제국군의 중후한 종심진에 감탄하면서 그 배후의 목적에 의문을 품었다. 그래도 이제 와서 전진을 멈출 수 없었기에 9번째 방어진을 돌파하려고 했지만, 이 때 율리안 민츠가 라인하르트의 작전을 정확히 통찰해내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한다. 양 웬리는 율리안의 지적을 수용하며, 라인하르트의 중후한 종심진을 격파할 작전을 참모들에게 지시하였다.
한편 양이 대응책을 수립하는 사이 발퀴레와 스파르타니안 사이의 공중전이 전개됐다. 제국령 침공작전 이후 동맹군이 새로이 도입한 3기 1체 전술이 지금까지 큰 효과를 발휘해 왔으나 여기에 크게 데인 제국군에서도 대책이 마련되기 시작하여 버밀리온에서 호르스트 슐러 중령의 제국군 항공대에서도 3기 1체 전술을 도입하고 기존의 아군 전함과 연계하는 전술까지 가미해 동맹군 항공대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올리비에 포플랭의 항공대는 절반 정도가 전사하였고 이반 코네프 항공대는 항공대장 이반 코네프가 제국군 순양함의 포격에 전사하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5.3. 신나는 라인하르트 낚시
동맹군은 라인하르트의 의도대로 계속해서 펼쳐지는 방어진을 공격하기만 했다. 그런데 9번째 방어진까지 분쇄한 동맹군은 4월 30일 갑자기 공격을 중단하고 80만 km를 후퇴하여 탐색이 어려운 소행성대의 틈바구니에 숨었다. 라인하르트 입장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기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거기에 갑자기 1만 척에 가까운 동맹 함대가 제국군의 좌익 방향에 나타나 진격하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오자 더더욱 혼란스러워졌다.누가 봐도 이는 양동작전이었고 여기에 휘말려 병력을 분산시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 되려 제국군이 동맹군을 각개격파에 나설 기회를 잡았다고 판단한 라인하르트였으나, 문제는 소행성군에 남아있는 함대가 양동일지, 좌측에 나타난 함대가 양동일지를 확신할 수 없었다. 라인하르트 곁에 제대로 된 참모가 없다는 점이[9] 이 고심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오베르슈타인은 눈앞에 보란 듯이 나타난 동맹 함대가 양동일 수도 있으나, 그것이야말로 주력부대일 수도 있으니 병력을 분산하지 말라고 진언했지만 오베르슈타인의 전술적 능력을 신뢰하지 않는 라인하르트는 보류했다. 키르히아이스의 부재를 뼈저리게 느낀 라인하르트는 마음을 정하지 못했고, 휘하 제독들의 도움 없이 양 웬리를 타도하자는 유혹과 젊은 혈기와 패기, 양 웬리에게 선수를 빼앗긴 것을 참기 힘들었던 점 등의 이유로 더더욱 혼란스러워 했다.
라인하르트는 결단을 내릴 때까지 마음의 혼란을 정리하지 못했다. 오베르슈타인이 재촉하자 겨우 정신을 차렸지만 끝까지 마음을 다잡지 못한 채 공세에 나섰다. 라인하르트는 눈앞의 함대를 양동부대로 위장한 주력 함대로 판단, 가용 전력을 모두 투입하여 적의 진격을 막으려고 했다. 본진의 소수 직속 함대를 제외한 전 제국군 함대는 진형을 재편하여 좌익으로 우회하는 적 함대를 향해 급속 전진했다.
그리고 이 판단은 양군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오퍼레이터: 후방, 다른 적 부대가 빠르게 돌진하고 있습니다!
1만 척 이상으로 보이던 동맹함대는 사실 2천 안팎의 양동함대였다. 케이블을 이용해 함선에 다수의 운석을 견인하여
레이더를 교란한 속임수였던 것이다. 라인하르트가 미끼라고 판단했던 소행성대 위치의 동맹함대가 바로 양 웬리의 주력함대였다. 제국군이 양동에 속아넘어가자 양 웬리는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주력함대를 움직여 라인하르트가 있는 본진을 향해 장렬한 속도로 돌진시키기 시작했다.[10] 이로 인해 라인하르트의 꼬리를 양 웬리가 잡은 형국이 되고 말았다.자신들이 속아넘어갔다는 것을 깨달은 투르나이젠, 브라우히치, 알트링겐, 카르나프, 그뤼네만은 황급히 함대를 돌려 양 웬리를 막아세우려 했지만 그때 미끼 함대가 제국군을 타격했다. 특히 미끼부대는 견인하던 거대한 운석을 투석기처럼 제국군 진형에 투척했고, 다섯 제독의 함대는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그들은 무엇보다 라인하르트의 안전이 최우선이었으므로 배후의 포격과 아군 손실을 무시하고 동맹군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양 웬리의 함정이었다. 제국군 선두부대가 미사일과 광선을 쏴대며 동맹군 측면을 공격하자, 동맹군은 함렬을 무너뜨리고 왼쪽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왼쪽으로 크게 휘어진 동맹군 함렬은 제국군의 제2격을 받자 분단되는 것처럼 보였고, 투르나이젠과 브라우히치는 굴욕을 만회하기 위해 돌격에 박차를 가했지만 그건 사실 제국군의 공격에 대처하기 위한 변형 오목진형의 일부분이었다. 양동부대, 라인하르트를 노린 돌진, 제국군의 반격에 패퇴 이 모든 것이 제국군 주력부대를 노린 속임수였던 것이다. 제국군은 본진 방어를 위해 급히 달려와 전열이 흐트러진 상황에서 전방과 좌, 우 방면이 막히고 뒤따라온 동맹군 양동부대에 후방까지 차단당하며 한 치의 틈도 없이 완벽하게 포위당했다.
포위당한 제국군은 곧바로 동맹군의 맹공을 받게 되었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공격에 제국군 함정은 회피하지도 못하고 폭발했으며, 함렬 곳곳이 동맹군의 광선에 관통당했다. 총기함 브륀힐트에는 알트링겐 함대와 브라우히치 함대의 궤멸 위기를 알리는 오퍼레이터의 목소리로 가득찼다. 라인하르트도 자신의 불패신화가 직속 함대와 함께 무너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며, '이기고 이기고 또 이겼으나, 마지막에 패했단 말인가. 키르히아이스, 나는 여기까지밖에 올 수 없는 사람이었느냐?'라고 독백했다. 제국군은 동맹군에게 대항할 힘을 잃고, 간신히 형체를 유지할 뿐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전속부관 아르투르 폰 슈트라이트가 탈출 셔틀을 마련했으니 탈출할 결심을 내리라고 진언했다. 그러나 라인하르트는 "필요하지 않을 때 도망치는 전법을 그 누구에게도 배우지 못했다"며 비겁자가 마지막 승자가 된 예가 없다고 탈출을 거부했다. 슈트라이트는 여기서 도망친다 해도 패배하는 것은 아니며, 다른 제독의 함대를 규합하여 복수전을 꾀하라고 간청했지만 라인하르트는 에밀 폰 젤레에게 한 말을 까맣게 잊고,[11] 여기서 양 웬리에게 죽는다면 나도 그 정도밖에 못 되는 것이고, 지옥에서 내게 패한 자들이 비웃을 거라고 반박했다. 친위대장 귄터 키슬링 준장이 부디 탈출하여 재기를 꾀하라고 애원했지만 라인하르트는 듣지 않았다. 이에 귄터 키슬링 준장이 슈트라이트 소장의 지시 아래 무례를 무릅쓰고 라인하르트를 강제로 탈출함에 탑승시키려고 라인하르트를 강제로 끌어내리려던 그 순간 브륀힐트를 호위하던 전함 세척이 동맹군의 집중 포화를 맞아 폭발했고, 그 충격이 브륀힐트를 강타했다. 브륀힐트는 크게 흔들렸고 라인하르트를 빼고 함교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바닥에 넘어졌다. 그런데 그 다음 순간, 갑자기 동맹군이 공격을 멈추었다. 그리고 브륀힐트의 오퍼레이터는 상황 파악을 한 후 환희에 찬 보고를 했고, 함교의 모든 사람들이 환성을 질렀다.
"뭘러 함대입니다. 뮐러 함대가 원군으로 와 주었습니다! 살았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299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299
5.4. 철벽 뮐러
나이트하르트 뮐러는 곡물, 고기, 사료, 다이아몬드 등 각종 식량과 자원을 보관하고 있던 류카스 성역의 물류기지를 공격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뮐러는 동맹군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의외로 기지 쪽에서 순순히 투항 의사를 밝혀왔다. 이는 물류기지 책임자 오브리 코클랭이 부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내린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심지어 주요 물자를 파기하거나 방사능에 오염시키자는 주장도 민수용이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과격파들이 코클랭을 감금하고 물자를 제국군에게 넘겨주지 않으려고 했지만 다른 부하들에게 진압당했다.뮐러는 처음 코클랭의 행동을 듣고 배신자의 그것과 동일하게 여겨 경멸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듣고나서는 곧 생각을 고쳐 물자와 금전 관리를 맡기려고 했지만 코클랭은 거절하고, 대신 물류기지의 물자를 민수용으로만 쓸 것, 자신과 부하들을 하이네센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허가해줄 것을 요구했다. 뮐러는 이를 받아들였고, 코클랭과 부하들은 수도로 무사귀환했지만 부하들의 고발로 코클랭은 이적행위 혐의로 체포당했다. 이후 코클랭은 미결수 수용소에서 재판을 기다리다가 아사할 뻔 했지만, 2년 뒤 뮐러가 코클랭을 구하여 경리감에 임명했다.
어쨌든 당초 예정보다 빨리 상황을 정리한 뮐러는 즉시 반전하여 버밀리온 성역으로 직행했다. 그리고 그 결과 라인하르트가 위기에 빠진 순간 전선에 도착하여 구원해줄 수 있었다. 이는 라인하르트도, 양 웬리도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었다. [12] 그러나 뮐러 함대는 서둘러 달려온 탓에 수많은 탈락자가 발생하여 버밀리온 성역에 도착한 함정은 전체의 60% 정도인 약 8천 척에 불과했다.
어쨌든 뮐러 함대의 참전으로 상황은 다시 바뀌었다. 구원군이 도착하자 제국군은 공세로 전환하여 동맹군 함정을 격침했고, 동맹군도 밀리면서 제국군 함정을 하나하나 격침해나갔다. 가장 먼저 뮐러 함대의 공세를 받은 라이오넬 모튼 제독의 제14함대였는데, 함정 3,960척을 보유하던 14함대는 단 1시간 만에 1,560척으로 줄어 손실률 57.7%를 기록할 정도로 학살당했다. 동맹군은 포위망을 유지하면서 돌진하는 제국군 함정을 격침해 나갔으나 바깥쪽에서 밀어붙이는 뮐러 함대의 기세를 이기지 못했다. 결국 라이오넬 모튼 제독은 전사하고 남은 함대는 제국군의 막대한 포격을 맞으면서도 간신히 질서를 유지하여 본대와 합류했다.
만약 뮐러가 제 전력을 유지했다면 이 시점에서 양 웬리 함대를 외곽에서 역 포위하여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도 있었으나, 워낙 급하게 오는 바람에 4할 이상의 병력이 낙오된 상태였다. 따라서 일단 라인하르트를 구한 후 포위망의 일각을 뚫어 라인하르트 직속 함대의 구조를 우선시하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대로 당한다.
5.5. 뮐러의 내응, 그러나 여전한 제국의 패색
뮐러 함대의 도착으로 동맹군은 앞뒤에서 포위된 형국이 되었다. 허나 아직 동맹군의 포위망이 붕괴되지 않은 공역에서는 여전히 동맹군이 때리면 제국군이 두들겨맞는 구도가 유지되고 있었다. 알트링겐과 브라우히치 함대는 함대라고 부를 전력조차 남아있지 않았으며 그뤼네만과 투르나이젠, 카르나프 함대는 병력이 남아있기는 했으나 그뤼네만은 기함이 피격되어 사령관이 중상을 입고 후송되어 참모장이 지휘를 대신하고 있었다. 투르나이젠 함대는 반격은 커녕 방어선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치고 있었고 카르나프 함대도 24시간 이상 포위망에 갇혀 두들겨맞다 보니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더 이상 버티지 못한 카르나프는 본진과 통신이 연결되자 증원부대를 요청했지만, 라인하르트의 답신은 간결했다. 아군을 지원할 예비 병력이 남아있었다면 애초에 전황이 이렇게까지 불리해질 리가 없다, 제국군 본진에는 단 1척의 여유도 없었고 최후의 최후까지 와서 숙적 양 웬리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던 라인하르트는 카르나프 함대에 자신의 악감정을 실어 차갑게 답신을 하달하였다.
"나에게 잉여 병력은 없다. 그곳에서 전사하라.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발할라에서 듣겠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305~306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305~306
몇 시간동안 심장이 비틀리는 심정으로 비참한 방어전을 펼치며 전선을 유지하기 위해 온 신경을 쏟던 카르나프는 라인하르트의 답신을 받자 기어코 폭발하고 만다.
"죽으라고?! 오냐, 죽어주마. 먼저 죽으면 발할라에서는 내가 고참이지, 험하게 부려먹어 줄 테니 두고 봐라,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306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306
카르나프는 남은 함대를 총동원하여 전면 공세에 나섰다. 외곽에서 뮐러 함대에 공격당하던 양 함대의 포위망 일부가 허물어졌고 포위망 내부의 제국군은 한시라도 빨리 탈출하기 위해 내달렸고 외부의 제국군은 갇힌 아군을 구하기 위해 난입했다. 그렇게 포위망이 뚫린 공역은 순식간에 무수한 제국군 함정으로 꽉 차버렸다.
허나 이 또한 양 웬리의 함정이었다. 외곽에서 뮐러 함대의 공세가 거세지자 양 웬리는 포위망의 일부를 일부러 열어주어 안 쪽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제국군과 이를 지원하기 위해 돌입하는 뮐러 함대가 좁은 공역에 밀집하기를 노렸던 것. 제국군이 작전대로 움직이자 양 웬리는 휘하 함대에 집중 사격을 지시,[13] 몰려든 제국군에게 일점집중포격이 날려들어 카르나프를 기함째로 날려버리고 무수한 제국군 군함을 격침했다.
결국 뮐러 함대의 합류도 소용없이 제국군은 또다시 구석에 내몰렸고 구원하기 위해 달려온 뮐러마저 위기에 빠져버린다. 기함 뤼벡은 이미 여섯 번이나 피탄당하고 핵융합로마저 위험에 빠지자 뮐러는 하는 수 없이 퇴함하여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전함 노이슈타트로 사령부를 옮겼다.[14] 그런데 전함 노이슈타트는 사령부를 옮기자마자 공격에 노출당해 항행불능 상태가 되었고, 뮐러는 또 기함을 옮겨야 했다. 퇴함 5분만에 노이슈타트는 침몰했고 뒤이어 옮긴 전함 오펜부르프마저 버티지 못하여 2시간 뒤에는 전함 헤르텐으로 사령부를 이전했다.[15] 뮐러는 끝까지 기함을 바꾸며 항전하고 있었지만 패색은 명백했고, 동맹군은 어느새 전함 브륀힐트를 함포 사정권 내에 포착했다.
그런데...
5.6. 동맹정부의 항복 선언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는 당초부터 고작 함대 1개뿐인 양 웬리와 결전을 벌이는 도박이 아니라 동맹 수도성 하이네센을 집중 공격하여 양 웬리 함대를 정치적으로 무력화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라인하르트 입장에서는 제국의 군주된 입장상 스스로의 자긍심과 제국 함대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하여 이를 무시하였다. 힐데가르트는 그렇다면 기함에 동승시켜 달라고 요청했지만 라인하르트는 이번 전투는 매우 위험하며, 힐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부군 프란츠 폰 마린도르프 백작을 볼 낯이 없다고 거절했다. 라인하르트는 알로이스 폰 릴리엔크론 중위가 지휘하는 호위대에 힐데가르트를 맡긴 뒤 함대를 이끌고 출정하였다.그러나 힐데가르트는 간다르바 성역을 지키는 제국군 고급장교를 설득해서 고속순양함 1척을 빌려 버밀리온 성역으로 항했다. 힐데가르트는 버밀리온 성역에서 양 웬리의 첫 대공세를 지켜본 후 최고 속도로 미터마이어가 있는 엘류세라 성역으로 달려가 5월 2일 미터마이어 함대와 조우했다.[16] 사령관실에 들어온 힐데가르트는 미터마이어에게 지금 달려가봤자 라인하르트를 구할 수 없다며 차선책으로 동맹 수도 하이네센 을 공격하자고 주장했다. 엘류세라에서 버밀리온까지는 나흘이 걸리지만 바라트까지는 이틀밖에 걸리지 않으며, 하이네센에 있는 동맹정부를 항복시켜 그들이 정전 명령을 내리게 하자고 힐다는 설명했다.
미터마이어는 그 주장에 수긍하는 듯 했지만 승기를 잡은 양이 왜 동맹정부의 정전 명령에 따르겠냐고 의문을 제기했으나 힐다는 지금까지의 행적을 보아 양 웬리는 권력보다 이념을 더 중요시하는 인물이며, 이는 칭송해야 마땅한 것이지만 지금은 그것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진언했다. 미터마이어는 설령 그렇다 해도 양이 마음을 바꿀지도 모른다고 재반박했으나, 그렇다면 자신의 제안을 채택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냐고 반문하는 힐다의 말에 수긍하여 작전을 바꾸었다.
방침을 바꾼 미터마이어는 혼자 가지 않고, 또 다른 제독을 동행하고자 했다. 군인으로서 결벽성을 가진 미터마이어에게 만약 혼자 갔다가 자신의 야심 덕에 주군을 죽도록 내버려두었다는 비판은 견디기 힘든 것이기 때문이었다. 미터마이어는 가까운 성계에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오스카 폰 로이엔탈 상급대장을 동행자로 삼아 하이네센으로 진격했다.[17]
출발한 은하제국군 함대는 5월 4일 바라트 성계에 진입했다. 아르테미스의 목걸이는 구국군사회의 쿠데타 당시 모두 격파되었고 동원가능한 함선들은 모두 긁어모아 양 웬리에게 주었으니 하이네센에는 행성을 방어할 만한 수단이 전혀 없었고, 제국군이 하이네센 근방까지 진군하는 것을 그냥 바라만 봐야 했다. 우주력 799년 5월 5일 하이네센에서 6,000km거리의 공역까지 진군한 제국함대 30,000척은 다음과 같은 통신을 보내 동맹정부에게 항복을 강요했다.
『나는 은하제국군 상급대장 볼프강 미터마이어다. 그대들의 수도 하이네센 상공은 이미 아군이 제압했다. 나는 자유행성동맹 정부에 전면 강화를 요구한다. 즉시 모든 군사활동을 중지하고 무장을 해제하라. 따르지 않는다면 수도 하이네센에 무차별 공격을 가할 것이다. 회답까지 세 시간을 기다리겠으나, 그 전에 여흥 한 가지를 보여 주겠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323
통신을 보낸 제국군은 즉시 극저주파 미사일을[18] 발사하여
자유행성동맹군 통합작전본부의 지상 부분을 날려버렸다. 이는 권력자들은 시민의 안위에는 신경도 쓰지 않지만 관공서가 파괴되면 극도로 민감해지는 것을 노린 것이었다. 힐다는 여기에 더해 동맹 정부의 결정에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거라며 동맹 정부에 라인하르트의 이름으로 항복한다면 최고책임자의 죄를 묻지 않겠다고 맹세한다는 통신을 보내자고 제안했고, 미터마이어는 힐다의 제안에 따랐다.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323
그러나 자유행성동맹 정부는 진작에 정신차린 월터 아일랜즈 국방위원장과 알렉산드르 뷰코크 우주함대 사령장관을 위시하여 양 웬리의 승리를 확신하며 제국군의 항복 요구를 거부하려 했다. 그러나 제국군이 페잔을 점령했다니까 잽싸게 유감 성명 하나 발표하고 숨어버린 욥 트뤼니히트가 스리슬쩍 나타나 정부와 군부의 고관을 불러모아 국방조정회의를 개최했다. 여기서 트뤼니히트는 항전을 주장하는 아일랜즈 국방위원장에게 과거 그가 저지른 부정부패를 들면서 조롱하고 아르테미스의 목걸이를 파괴한 양이 이 사태를 초래한건데 누굴 믿느냐는 식으로 조롱이나 하고 있었다.
그러자 알렉산드르 뷰코크 사령장관이 트뤼니히트를 통렬히 비판했다.
"예, '아르테미스의 목걸이'가 있었더라면 이 행성만큼은 분명 지킬 수 있었겠지요. 하지만 다른 성계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 행성, 그리고 당신네들의 권력만 무사하다면 다른 성계가 아무리 불바다가 되더라도 태연히 전쟁을 계속하겠다 그거로군요."
일흔 살이 넘은 노장의 목소리는 격렬하지는 않았으나, 트뤼니히트의 폭언 앞을 화강암과도 같이 막아섰다.
"쉽게 말해 동맹은 이제 수명을 다 써버린 겁니다. 정치가는 권력으로 장난치고, 군인은 암릿처에서 봤듯 투기적인 모험에 골몰하고. 입으로는 민주주의를 부르짖으면서 이를 유지할 노력을 태만히 했지요. 아니, 국민들조차 정치를 일부 정치꾼에게 맡긴 채 참여할 생각이 없었으니....... 전제정치가 쓰러지는 것은 군주와 중신들의 죄 탓이라지만, 민주정치가 쓰러지는 것은 모든 국민 책임입니다. 당신을 합법적으로 권력의 자리에서 몰아낼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으나 스스로 그 권리와 책임을 포기하고 무능하고도 부패한 정치가들에게 자기 자신을 팔아치운 거지요."
"연설은 다 끝났소?"
욥 트뤼니히트는 엷게 웃었다. 양 웬리가 이를 보았더라면 한때 인상에 깊게 박혔던 공포와 혐오의 감정을 새삼 다잡았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소. 연설할 때는 이미 지났소. 이젠 행동으로 나설 때지. 잘 들으시오, 트뤼니히트 의장. 나는 힘으로라도 당신을 저지할 것이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327~328
그런데 난데없이 하전입자 라이플로 무장한
지구교도 10여명이 지하회의장에 난입하여 트뤼니히트를 호위하고 반대파를 위압하였다. 트뤼니히트는 반대파를 감금한 뒤 뻔뻔하게 최고평의회 의장 명의로 '국민을 무차별 공격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우주력 799년 5월 5일 22시 40분 모든 동맹군, 특히 양 웬리 함대에게 적대행동 중지 및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였다.일흔 살이 넘은 노장의 목소리는 격렬하지는 않았으나, 트뤼니히트의 폭언 앞을 화강암과도 같이 막아섰다.
"쉽게 말해 동맹은 이제 수명을 다 써버린 겁니다. 정치가는 권력으로 장난치고, 군인은 암릿처에서 봤듯 투기적인 모험에 골몰하고. 입으로는 민주주의를 부르짖으면서 이를 유지할 노력을 태만히 했지요. 아니, 국민들조차 정치를 일부 정치꾼에게 맡긴 채 참여할 생각이 없었으니....... 전제정치가 쓰러지는 것은 군주와 중신들의 죄 탓이라지만, 민주정치가 쓰러지는 것은 모든 국민 책임입니다. 당신을 합법적으로 권력의 자리에서 몰아낼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으나 스스로 그 권리와 책임을 포기하고 무능하고도 부패한 정치가들에게 자기 자신을 팔아치운 거지요."
"연설은 다 끝났소?"
욥 트뤼니히트는 엷게 웃었다. 양 웬리가 이를 보았더라면 한때 인상에 깊게 박혔던 공포와 혐오의 감정을 새삼 다잡았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소. 연설할 때는 이미 지났소. 이젠 행동으로 나설 때지. 잘 들으시오, 트뤼니히트 의장. 나는 힘으로라도 당신을 저지할 것이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327~328
동맹정부가 항복을 선언할 때, 미터마이어와 로이엔탈, 힐데가르트는 공동사령부가 있는 전함 베어볼프에 있었다. 동맹정부의 항복을 받아낸 미터마이어는 힐다에게 감사의 말을 건넸고, 힐다도 두 제독을 칭찬했다. 미터마이어는 동맹 권력자들을 한심하다고 비웃었으며, 힐다는 1억 명이 1세기 동안 쌓아올린 것을 한 사람이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평했다. 로이엔탈은 내심 민주주의자의 기개조차 내던지고 항복한 동맹 권력자들에게 실망하면서도 우리는 은하계를 삼분하던 골덴바움 왕조, 자유행성동맹, 페잔 자치령이 멸망하는 것을 지켜봤다며 투르나이젠의 표현을 빌려 후세 역사가들이 부러워하겠다고 감상을 남겼다.
5.7. 양 함대의 항복
트뤼니히트가 항복을 선언한 순간, 버밀리온에서 양 함대는 제국군 총기함 브륀힐트를 주포 사정권 내에서 포착한 순간이었다. 승기를 잡은 양 함대 장병들은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전명령과 그에 따른 함대 후퇴에 분노와 망연자실에 빠져 버렸다. 더스티 아텐보로는 정전명령을 듣자 정부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한편 발터 폰 쇤코프는 정전명령을 수신한 직후, 양 웬리에게 정전명령에 불복종하고 라인하르트를 사살할 것을 요구했다.
"자, 정부의 명령 따위 무시하고 전면 공격을 명령하십시오. 그러면 당신은 세 가지를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공작의 목숨과, 우주와, 미래의 역사를 말입니다. 결단을 내리십시오! 이대로 전진하기만 하면 역사의 한복판을 걸을 수 있습니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311~312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311~312
그 발언에 기함 히페리온에는 침묵이 돌았으나, 그것도 양 웬리의 말에 깨졌다.
"......응. 그런 방법도 있겠지. 하지만 내 사이즈에 맞는 옷은 아닌 것 같군. 그린힐 소령. 전군에 후퇴 명령을 전달해 줘."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312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312
양 웬리의 명령대로 동맹군은 함대를 후퇴하여 전투행위를 중단했다. 그러나 동맹군 병사들은 분노와 망연자실함에 사로잡혔다. 일부 병사들은 정부의 정전선언을 이적행위로 규정하면서 명령에 불복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드높였다.[19] 하이네센에 가족이 있는 몇몇 장병들은 정부의 정전명령을 지지했으나, 그것도 정부를 비난하는 대다수 전우들이 풍기는 살벌한 분위기에 입을 다물어야 했다. 몇몇 병사는 양 웬리를 찾아가 정전명령에 불복종할 것을 요구하려고 했다.
그 시각, 기함 히페리온의 회의실에는 동맹군 간부들이 집결해 있었다. 가장 먼저 발언한 것은 은하제국 정통정부군 소속 베른하르트 폰 슈나이더 중령이었다. 슈나이더는 동맹정부의 결정이므로 정전은 어쩔 수 없지만, 동맹군이 보신을 위해 메르카츠 제독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면 슈나이더로서는 이를 방관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은 슈나이더의 말에 동의하면서 메르카츠 제독에게 훗날을 대비해 몇몇 함정과 장병을 이끌고 은둔해줄 것을 요구했다. 메르카츠는 양 웬리가 남아 책임을 지려는데 혼자 도망칠 수 없다고 거절했지만 양 웬리는 단순히 메르카츠의 신변을 지키기 위함이 아닌, 훗날을 대비해 동맹군의 최정예 병력을 빼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재기할 희망이 있다고 순식간에 패배감을 벗어던지고 흥분했다.
가장 먼저 올리비에 포플랭이 그 계획에 끼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자존심 없는 여자에게 매력을 못 느끼는 것처럼 제국의 속령이 된 동맹에는 미련이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포플랭의 행동에 사람들은 용기를 얻었고 이번에는 카스퍼 린츠가 이미 제국에서 망명했는데 이제와서 제국 밑에 들어갈 수 없다고 동참을 요구했다. 그리고 양 웬리에게 충성을 맹세했는데 카젤느는 이걸 듣고 군벌화의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그리하여 올리비에 포플랭, 카스퍼 린츠 등 몇몇 간부들이 양 웬리가 고안한 ' 움직이는 셔우드 숲' 함대에 합류했고, 카젤느, 쇤코프, 피셔, 아텐보로 등 대다수 장성급 장교들은 제국군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합류하지 않고 처분을 기다리기도 했다. 양 웬리가 빼돌린 '움직이는 셔우드 숲' 함대의 전력은 전함 8척, 우주항모 4척, 순양함 9척, 구축함 15척, 무장수송함 22척, 공작함 2척에 장병 11,820명으로, 서류상으로는 모두 파괴 또는 전사 처리되었다.
반면에 라인하르트는 동맹군이 자신의 기함 코앞까지 전진했기에, 양 웬리가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바로 우주먼지로 전락할 예정이였다. 하지만 동맹군이 다 이긴 전투를 갑자기 포기하고 정전을 요청하는 모습에 심히 당황해했다.
"어이가 없군! 왜 갑자기 그런 짓을 한단 말인가!! 앞으로 한 걸음, 아니, 반 걸음이면 놈들은 승리하는 것 아니었나?! 눈앞의 승리를 내팽개칠 정당한 이유가 어디에 있지?!"'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341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341
전투가 중단되고 머지않아 하이네센을 점령한 미터마이어, 로이엔탈 함대로부터 세밀한 보고가 올라왔다. 그제서야 라인하르트는 사태의 전모를 파악했으나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라인하르트는 버밀리온 성역 회전 이전부터 자신의 부하들이 양 웬리에게 패배하자, 인내심이 폭발해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당당히 전투에 나섰다. 하지만 본인마저 양 웬리에게 패배하다 못해 처참하게 유린당하고, 전사 직전까지 몰렸다가 겨우 목숨을 부지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라인하르트의 자존심은 갈기갈기 찢어져버렸다.
"......난 승리를 양보받았단 말인가?"
사정을 깨달은 라인하르트가 검은색과 은색 군복에 감싸인 우아한 몸을 지휘석 깊이 묻고 중얼거렸다.
"한심한 이야기로군. 나는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승리를 양보받은 거야. 마치 거지처럼......."
라인하르트는 웃었다. 그에게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웃음이었다. 그 웃음에는 화려함과 생기가 결핍되어 있었다.
조각과도 같은 웃음이었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341~342
사정을 깨달은 라인하르트가 검은색과 은색 군복에 감싸인 우아한 몸을 지휘석 깊이 묻고 중얼거렸다.
"한심한 이야기로군. 나는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승리를 양보받은 거야. 마치 거지처럼......."
라인하르트는 웃었다. 그에게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웃음이었다. 그 웃음에는 화려함과 생기가 결핍되어 있었다.
조각과도 같은 웃음이었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341~342
우주력 799년, 제국력 490년 5월 5일 22시 40분, 12일간 계속되었던 버밀리온 성역 회전이 종결되었다. 은하제국군의 함정 손실률 87.2% 장병 손실률 72%, 자유행성동맹군의 함정 손실률 81.6% 장병 손실률 73.7%. 양 군에서 약 250만 명이 사망하였다. 말 그대로 사투였다.
5.8. 두 명장의 만남
동맹정부의 정전명령으로 전투가 종결 된 뒤, 뒤늦게 달려온 비텐펠트, 파렌하이트, 바렌, 슈타인메츠, 렌넨캄프 함대는 버밀리온 성역에 주둔한 양 웬리 함대를 4만 척의 우주함정으로 포위했다.[20] 그러나 이미 메르카츠 제독을 비롯한 60척의 함대가 버밀리온 성역을 이탈하여 제국군에게서 모습을 감춘 뒤였다.역사에 기록될 두 명장의 만남은 전투가 끝난지 만 24시간이 지난 우주력 799년 표준력 5월 6일 23시였다. 자유행성동맹군 이제르론 요새 및 주둔함대 사령관 양 웬리 원수는 은하제국군 총기함 브린휠트로 가서 제국군 최고사령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원수와 역사적인 회담을 하게 되었다.
브륀힐트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양 웬리는 '허공의 귀부인'이라 불리는 브륀힐트의 아름다운 내부 구조를 보고 경탄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제국군 간부들도 양 웬리를 보고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에게 있어 라인하르트처럼 뛰어난 미남도 아니고 켐프처럼 건장한 장부도 아닌 양 웬리의 모습은, 도무지 불패의 마술사라는 별명에 걸맞지 않은 대학에서 강의나 할 청년학자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슈타인메츠 제독은 "내가 저런 놈에게 졌단 말인가"라고 속으로 말했다가 외모로 모든 것을 판단한 자신을 뉘우쳤다고 한다.
양에게 처음으로 인사를 한 것은 '양장' 나이트하르트 뮐러 대장이었다. 뮐러는 양 웬리가 제국에 태어났다면 자신은 바로 양에게 용병술을 배우러 갔을 거라고 말했고, 양은 뮐러 같은 장수가 동맹에 있었다면 자신은 지금쯤 집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을 거라고 말했다.[21] 뮐러의 안내를 받은 양은 라인하르트의 개인실에서 처음으로 라인하르트를 보게 되었다.
두 사람의 회견은 아스타테 회전의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라인하르트는 아스타테 회전에서 양이 자신의 통신에 답신하지 않은 것을 꺼냈고, 양은 이에 자신의 무례를 사과했다. 그러자 라인하르트는 양 웬리에게 제국원수 계급을 줄 테니 제국으로 전향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양은 자신이 제국에 태어났다면 바로 라인하르트에게 달려갔을 것이지만, 동맹에서 태어나 제국 사람과는 다른 물을 마시며 자랐으니 몸에 맞지 않는 물을 먹으면 탈이 난다고 거절한다.
그러자 라인하르트는 거대한 무훈에 비해 부족한 보상과 지나친 견제를 받지 않느냐고 물었고, 양은 차마 연금만 받으면 장땡이라고 말할 수 없으니 스스로 충분히 보상받았으며, 자신의 충성심은 민주주의에서만 성립된다고 답했다. 그러자 라인하르트는 좀 더 근본적인 주제, 민주주의의 결점에 대해 논한다.
"민주주의란 그렇게나 좋은 것일까? 은하연방의 민주공화정은 루돌프 폰 골덴바움이라는 추악한 기형아를 낳지 않았던가."
"......."
"게다가 경이 사랑해 마지않는, 아...... 이건 내 생각이네만, 그런 자유행성동맹을 내 손에 팔아넘긴 것은 동맹의 국민 다수가 자신의 의지로 선출된 국가원수였네. 민주공화정이란 국민이 자유의지로 자기 자신의 제도와 정신을 타락시키는 정치체제인가?"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354
그러자 양은 라인하르트의 말은 화재의 원인이 된다는 이유로 불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고 반박한다. 그 말을 들은 라인하르트는 그 것은 전제정치도 마찬가지며, 폭군이 출현한다 해서 전제정치의 장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답한다."......."
"게다가 경이 사랑해 마지않는, 아...... 이건 내 생각이네만, 그런 자유행성동맹을 내 손에 팔아넘긴 것은 동맹의 국민 다수가 자신의 의지로 선출된 국가원수였네. 민주공화정이란 국민이 자유의지로 자기 자신의 제도와 정신을 타락시키는 정치체제인가?"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354
그러자 양은 자신은 전제정치의 장점을 부정할 수 있다고 말하며, 전제정치의 해악을 논한다.
"국민을 해칠 권리는 국민 자신에게만 있기 때문입니다. 바꾸어 말하자면 루돌프 폰 골덴바움, 또한 그보다도 훨씬 소인배지만 욥 트뤼니히트 같은 자를 권좌에 앉힌 것은 분명 국민 자신의 책임입니다. 남을 책망할 수 없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점입니다. 그 죄악의 크기에 비하면 100명의 명군이 베푸는 선정도 조그맣게 보일 정도지요. 하물며 각하처럼 총명한 군주가 출현하는 일이 지극히 드문 것을 고려해 본다면 장단점은 명백해지지 않을지요......."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355[22]
그 말에 허를 찔린 라인하르트는 양의 주장이 참신하지만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자신을 설득할 생각이냐고 말했다. 양은 그 말에 자신은 라인하르트의 주장에 대한 안티테제를 제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답했으며, 우주에 유일무이한 진리가 있을 수도 있지만 자신의 팔은 거기에 닿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라인하르트는 자신은 진리 따위는 필요하지 않고 오직 싫어하지 않는 자의 말을 듣지 않는 힘만이 필요했다고 말하며, 양에게 싫어하는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 양은
자기만 안전한 곳에 숨어 전쟁을 찬미하고 애국심을 강조하며 타인을 전장으로 떠밀고 후방에서 안락한 생활을 하는 자를 싫어하며, 라인하르트는 그런 자들과 달리 항상 진두에 선다고 높이 평가한다. 그 말에 라인하르트는 양 웬리의 인정을 받아 기뻐하고, 죽은 벗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의 이야기를 꺼냈다. 라인하르트는 오래 전 키르히아이스와 함께 둘이서 우주를 손에 넣을 것과 비열한 대귀족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을 맹세한 것과 키르히아이스를 위해 언제든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었으나 정작 매번 희생한 것은 키르히아이스라고 중얼거렸다.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355[22]
키르히아이스 이야기를 끝낸 라인하르트는 다시 주제를 현실로 돌려, 양의 상관인 우주함대 사령장관 알렉산드르 뷰코크 원수가 책임은 자신이 지겠으니 다른 자의 죄는 묻지 달라고 호소한 것을 꺼냈다. 양은 뷰코크 사령장관다운 말이지만 뷰코크 혼자 책임을 진다면 면목이 없다며 그 청을 거절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자 라인하르트는 제국의 문벌귀족과는 달리 동맹군은 호각의 적수로 생각하기 때문에 제복군인 1인자인 통합작전본부장을 수감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쳐도 전쟁이 끝난 후 피를 흘리는 것은 자신이 바라는 바가 아니라고 답했다. 그리고 양을 자유롭게 풀어준다면 어떻게 처신할 건지 물었고, 양은 이 말에 퇴역하겠다고 답했다. 그 대답을 들은 라인하르트와 고개를 끄덕이면서 회담은 끝났다.
회담 이후 라인하르트는 생애 처음으로 하이네센에 발을 디디게 된다. 이후 역사는 바라트 화약으로 이어진다. 이것이 두사람의 처음이자 마지막 대면이기도 하다.
6. 결과
완파 | 반파 | 손상률 | 전사 | 부상 | 사상률 | |
제국군 | 1만 4,820척 | 8,660척 | 87.2% | 159만 4,400명 | 75만 3,700명 | 72.0% |
동맹군 | 7,140척 | 6,260척 | 81.6% | 89만 8,200명 | 50만 6,900명 | 73.7% |
손상률, 사망률만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숫자로 따져보면 제국군은 동맹군보다 두배나 많은 대군을 이끌고도 같은 비율의 손해를 봤다. 간단하게 말하면 동맹군 1명을 잡자고 제국군 두명이 죽은 셈. 심지어 라인하르트는 뮐러의 지원까지 받았음을 고려하면 전투 자체는 양 웬리에게 주도권이 넘어간 상태였고 사실 상술된대로 양 웬리가 교전을 포기한 덕분에 비슷했지 항복이 몇초만 늦었더라도, 또는 양 웬리가 동맹 정부의 정전 명령을 무시하기만 했더라도 제국군의 피해는 숫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겉잡을수 없이 커졌을 것이고 남은 세력 조차 구심점인 라인하르트의 전사 이후 갈갈이 찣겨나갈게 뻔했다.
이 전투에서 동맹군은 제14함대 사령관 라이오넬 모튼, 제국군은 카르나프가 전사했다. 그뤼네만은 중상을 입었지만 전사하지는 않았다. 그 외에 죽거나 부상을 입지는 않았으나 전투 중 라인하르트와 오베르슈타인에게 단단히 찍힌 투르나이젠은 좌천당해서 다시는 일선에 나오지 못했다(...).
한편 동맹정부가 최후의 신뢰를 저버리면서 정부가 우려하던 양 함대의 사병화는 급속히 진전되었다. 포플랭은 대놓고 제국에 굴종한 동맹을 매력 없는 여자에 비유했으며 카스퍼 린츠는 로젠리터를 대표하여 양 웬리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결국 일부 부대가 메르카츠 지휘 아래 비밀리에 양의 명령을 받아 활동하며 양의 사병이 되었고, 양 웬리와 함께 퇴역했던 군 간부들은 양 웬리 원수 모살미수사건을 계기로 재결집, 동맹에 대한 연을 끊고 하이네센을 탈출하면서 완전한 사병화가 이루어졌다.
7. 평가
이 회전의 승자가 제국군과 동맹군 중 어느 쪽인지, 이 점에 관해서는 전쟁사 연구가들의 견해가 분분하다. 양측 사상률이 모두 7할을 넘는 것은 군사상 상식을 넘어서는 일이었으므로 소수점 이하 몇 퍼센트의 미세한 숫자로 승패를 결정하는 행위는 무의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럼 과연 이것을 '무승부'라 해야 할까.
(중략)
당사자들의 심경은 어땠을까. 이에 대해서는 명백한 기록이 남아 있다. 두 최고지휘관들은 모두 자신을 승리자라고 보지 않았다. 라인하르트는 자신이 이긴 것이 아니라 승리를 훔쳤다는 혐오감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반면 양은 어떤가 하면, 전술적 승리보다 전략적 승리를 훨씬 중시하는 자신의 군사사상에 비추어 보았을 때 승리를 확신할 마음은 도저히 들지 않았다. 어쩌면 과대평가일지도 모르지만, 두 사람 모두 상대가 성공한 면을 누구보다도 높이 평가하고 있었으며, 오히려 콤플렉스마저 자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345~347
(중략)
당사자들의 심경은 어땠을까. 이에 대해서는 명백한 기록이 남아 있다. 두 최고지휘관들은 모두 자신을 승리자라고 보지 않았다. 라인하르트는 자신이 이긴 것이 아니라 승리를 훔쳤다는 혐오감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반면 양은 어떤가 하면, 전술적 승리보다 전략적 승리를 훨씬 중시하는 자신의 군사사상에 비추어 보았을 때 승리를 확신할 마음은 도저히 들지 않았다. 어쩌면 과대평가일지도 모르지만, 두 사람 모두 상대가 성공한 면을 누구보다도 높이 평가하고 있었으며, 오히려 콤플렉스마저 자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345~347
보급 함대 격멸을 시작으로 하여 버밀리온 성역 회전까지의 양 함대의 전투는 후세에 '군사 활동의 예술' 전략사상 획기적인 거대한 양동작전으로 '최후의 목표는 따로 있었다' 등으로 극찬을 받게 된다. 라인하르트의 기동적 종심방어도 나름 획기적인 것이나 전술적으로 패배하는 바람에 그 가치를 깎아먹고 말았다.
후세에 전략 연구가들은 이 전투의 진정한 승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는데, 이는 이 전쟁에서 양측의 주요 인물인 양과 라인하르트 양측 모두 자신이야말로 패배자라고 주장했던 것도 컸다.[23]
동맹군의 승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라인하르트의 종심진이 무너진 이후부터 동맹군이 쭉 주도권을 잡고 있었고, 양이 정부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으면 양이 완전한 승리자로 기록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제국군을 지지하는 자들은 "제국군이 하이네센을 쳐서 항복을 받아낸 것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법을 썼을 뿐"이라며 "제국군이 전쟁 목표를 달성했고, 동맹군은 이를 저지하는 데 실패했다"고 반박했다. 몇몇 이는 약간 공정성을 기하여 전략적, 전장 외에서는 제국군의 승리, 전술적, 전장 내에서는 동맹군의 승리라고 주장했지만 논쟁은 끝나지 않았고 버밀리온 성역 회전이 끝나고 나서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이 전투의 승자를 논했다.
7.1. 라인하르트에 대한 논란
후세에 양 웬리의 군사적 예술이라 평가받은 이러한 게릴라 작전은 제국군 중추부에 양 함대를 제거하지 못하면 동맹은 정벌할 수 없다는 생각이 심어 주었다. 하지만 힐데가르트나 비텐펠트가 주장한대로 양 웬리의 도발따위 무시하고 하이네센으로 직행했으면 전쟁이 더 빨리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24]하지만 당시 제국군 제독들은 양 웬리의 성향을 몰랐다. 한참 양 웬리에게 털려서 욱한 비텐펠트가 수도 공격을 주장했을 때는 미터마이어는 "하이네센 점령하고 주력함대 뺀 다음에 남은 병력만으로 양 웬리 함대랑 싸워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으며 양이 하이네센을 탈환하고 동맹을 재건하면 헛수고"란 말로 반박했다. 당시 문벌귀족을 타파하고 개혁을 진행해 국가재정이 풍족해진 제국이었으나 이런 대원정을 계속 반복하기엔 전비 부담이 너무 극심해진다. 그러니 일반적인 관점에서 미터마이어의 주장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들 관점에서 양 웬리가 끝까지 항복하지 않고 동맹령 전역을 돌아다니며 게릴라전을 벌이는 것은 악몽 그 자체다.[25] 실제로 동급 병력으론 제국의 명장들이 양 웬리한테 상대가 안 된다는 게 무려 3번이나 연속으로 증명되었으니. 사실상 제국의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에서 제국이 입은 피해는 동맹의 제국령 침공작전 실패로 입은 손실에는 못 미쳤어도 엄청난 피해였다. 제1차 란테마리오 성역 회전에서 입은 손실도 적지 않은데 양 함대에게 3개 함대가 괴멸되었고 2천만 원정군의 각종 보급물자도 우주의 먼지가 되어 버렸다. 이중 제1차 란테마리오 성역 회전을 제외한 나머지 손실이 모두 양 함대에 의한 것이니 양 웬리를 의식하는 건 당연하다. 여기에 제1차 란테마이로 성역 회전조차 막판에 양 웬리가 끼어든 바람에 적 함대를 완전히 궤멸시키는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으며 심지어는 일시적으로 제국군이 패닉 상태에 들어가게 했으니 의식을 넘어 은연중에 공포심을 가졌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그리고 사실, '일반적인 성향'이 아니라 '양 웬리의 성향'에 따라 대처했다고 하더라도 제국의 입장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었을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양 웬리를 무시하고 바로 하이네센을 공격하여 동맹 정부를 항복시켰다면 양 웬리 역시 그 항복 명령에 따랐을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어차피 제국의 주력군 전부가 동맹에 주둔할 수는 없는 이상 소수의 점령군만 남고 주력 함대는 본토로 귀국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정부의 직접적인 명령에 따르지 않는 것과 달리, 점령군을 격파해서 국가를 재건하는 것은 군인의 본분에 해당하는 일이므로 양 웬리가 거부감을 가질 이유가 없다. 즉, 소수의 주둔 병력만 남아서 양 웬리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은 마찬가지인 셈. 그렇다고 대규모 병력을 주둔시키면 [26] 그건 그것대로 보급과 그로 인한 재정문제, 제국 본토 주둔 병력의 감소로 인한 통제력 악화, 동맹령 주둔 병력에 대한 통제와 지휘관 문제 등등 제국이 감당할 수 없는 문제들이 생기게 된다. 뭐, 동맹에게 항복조건으로 양 웬리의 제거를 요구한다면 문제가 달라지겠지만 그렇게 따지면 버밀리온 성역 회전 종료 후 바로 제거할 수도 있었으므로 논외다. [27]
오히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버밀리온 성역 회전에서 양 함대가 입은 손실이 없었다고 가정한다면 제10차 이제르론 공방전이나 회랑 전투에서 양 함대의 전투력이 증강되는 결과를 불러왔을 수도 있다. 사실 양 웬리에게 1차 라그나뢰크 작전에서 잃은 병력이 4만 척 초반대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 손실이 더 늘어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제국의 동맹 점령 계획 자체가 구조적으로 붕괴할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을 정도.[28]
즉, 양 웬리를 중심으로 한 동맹군의 전투능력 자체를 파괴하지 않으면 하이네센을 점령하고 정부의 항복을 받아낸다고 해도 동맹을 완전히 무너트렸다고 말할 수 없다는 인식 자체는 옳았던 셈. 다만 그 과정에서 라인하르트 자신이 위험에 처하게 됨으로써 양 웬리를 무너트리지 못하고 동맹 정부의 항복으로 전쟁을 종결함으로써 이후 또 한 번의 대규모 전쟁을 치르게 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보면 미터마이어와 라인하르트의 계획이 실패하기는 했으나, 비텐펠트나 힐데가르트의 계획에 따라 성공했더라도 결과는 어차피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게 양 웬리 원수 모살미수사건과 이후 줄지어 일어나는 제10차 이제르론 공방전- 회랑 전투- 제11차 이제르론 공방전- 시바 성역 회전을 통해 사실임이 드러났다.
더불어 전투에서도 다소 허술한 판단과 행동을 보여 제국군을 위기에 빠뜨렸다. 이때 라인하르트도 그렇고 오베르슈타인도 그렇고 양 웬리가 병력을 분산시키려 든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다만 라인하르트는 오베르슈타인을 참모로는 높게 평가했으나 전술지휘능력에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결국 본대에 소수 호위부대를 두고 주력 대부분을 좌측에서 깔짝거리는 동맹군에게 보내는 삽질을 저질렀고 하마터면 발할라에 먼저 갈 뻔했다.
7.1.1. 라인하르트의 전장 이탈 문제
"각하, 셔틀을 마련했습니다. 부디 탈출할 결심을......."
부관을 돌아본 라인하르트의 눈동자에는 싸늘한 광채가 어렸다. 이 순간 푸른 얼음빛은 보는 이가 숨을 들이킬 정도로 아름다웠다.
"주제넘은 짓은 하지 말도록. 나는 필요하지 않을 때 도망치는 전법을 그 누구에게도 배우지 못했다. 비겁자가 마지막 승자가 된 예가 있던가?"
"감히 아뢰옵니다. 이곳에서 전장을 이탈하시더라도 패배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뭇 제독들의 함대를 규합하여 다시 복수전을 시도하심이 옳지 않겠습니까?"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298
부관을 돌아본 라인하르트의 눈동자에는 싸늘한 광채가 어렸다. 이 순간 푸른 얼음빛은 보는 이가 숨을 들이킬 정도로 아름다웠다.
"주제넘은 짓은 하지 말도록. 나는 필요하지 않을 때 도망치는 전법을 그 누구에게도 배우지 못했다. 비겁자가 마지막 승자가 된 예가 있던가?"
"감히 아뢰옵니다. 이곳에서 전장을 이탈하시더라도 패배를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뭇 제독들의 함대를 규합하여 다시 복수전을 시도하심이 옳지 않겠습니까?"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5권 <풍운편>, 김완, 이타카(2011), p.298
양 웬리 vs 라인하르트의 결전에 집중하다보니 잊혀지는 문제지만, 사실 라인하르트가 패배를 받아들이고 전장을 이탈(탈출)했다면 제국의 승리다.
양과 라인하르트는 물론, 제국의 쌍벽 로이엔탈과 미터마이어도, 그리고 동맹의 국방위원장 월터 아일랜즈도 일반적인 상황에서 전술적 승리를 축적시켜 전략적 상황을 역전시킨 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걸 가능케 하는 것은 단 하나, 라인하르트의 생물학적 후계자도 권력서열 No.2도 없는 현실을 이용하여 라인하르트를 전사시키는 것 뿐이었다.
즉, 설사 버밀리온에서 라인하르트가 참패를 당하더라도 본인만 살아있다면 압도적인 전력차를 이용하여 여전히 동맹에 대한 우세를 점할 수 있었다. 물론 보급문제 등으로 장기 주둔이 어려워지곤 있었지만 동맹의 제국원정때처럼 즉각적인 전면철수를 고려할 정도로 나쁜 상황은 절대 아니었다. 라인하르트만 탈출했다면 버밀리온 성역 회전은 자유행성동맹과 양 웬리에게 있어 피로스의 승리에 그쳤을 것이다.
버밀리언 성역 회전에서 라인하르트에게는 두 차례의 위기가 있었는데 첫째는 양의 낚시질에 당해 예하 함대가 포위당하고 본영으로 동맹군의 별동대가 쇄도할 시점, 두 번째는 뮐러까지 양에게 당해 털리고 양이 전선을 재구축하여 브륀힐트를 함포 사정거리 내에 포착한 시점(즉, 동맹의 항복명령이 전달되기 직전 시점)이었다. 첫 번째 시점에서는 슈트라이트 준장이 탈출을 권고했으나 그놈의 자존심때문에 탈출을 거부했고, 두 번째 시점에 대한 제국측 묘사는 없었으나 첫 번째와 비슷했을 상황으로 보인다.
먼저, 첫 번째 시점에서 탈출했다면? 제국측은 라인하트트 직속 B급 제독들이 지휘하던 함대를 모조리 상실하지만 기라성같은 A급 제독들과 그들의 함대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는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뒤이어 전장에 도착한 뮐러가 보다 더 유연하게 전술을 구사할 수도 있었다. 뮐러가 함대 전력의 6할만 가지고도 양 함대에 공세를 펼치며 포위망을 분쇄하려 한 이유는 결국 라인하르트가 전장 이탈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투를 지속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포위된 제국 함대를 구원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라인하르트가 전장을 이탈한 상황이었다면 뮐러는 보다 침착하게 포위망 분쇄에 집중했을 것이고, 양 웬리 역시 라인하르트의 이탈을 알았다면 전략적 목표 달성에 실패했으니 뮐러 함대의 공세를 맞받아치고 포위된 제국 함대를 섬멸하기보다는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 철수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시점에서 탈출했다면? 첫 번째 시점보다 더 상황이 좋다. 설사 힐데가르트에 의해 하이네센 강습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이 시점 양 함대에서 실제 전투 수행이 가능한 전력은 3천 척에 불과했다. 중파된 함정들을 다 복구시킨다고 해도 1만 척에 미달한다. 동맹이 판돈을 모두 양 웬리에, 양 웬리는 그 판돈을 모두 버밀리언에 걸었던 이유, 그리고 양 웬리가 비정상적인 손실률에도 불구하고 동맹 정부가 말리기 전까지 전투를 멈추지 않았던 이유는 딱 하나, 라인하르트의 목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이 시점에서 라인하르트가 탈출했다면 라인하르트는 자신의 직할 함대 + 뮐러 함대 반수를 날리는 대가로 양 함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날리는 것인데, 물론 대가가 매우 크기는 하지만 라인하르트에게는 제국군 정규함대가 몇 개나 더 있고 양은 손실을 보충할 방법이 없다.
즉, 라인하르트가 주변의 권고를 받아들여 탈출한다면 버밀리온 성역 회전은 전술적 패배에 그칠 뿐이지만 본인의 높은 자존심덕에 탈출을 거부했고 그 결과 전략적 패배로 귀결될 수 있었다. 실제 역사에서도 유능한 지휘관들이 패전을 하면서도 후일을 기약하며 탈출하는 경우와 패배에 충격받아 자결하거나 끝까지 싸우다 죽는 경우가 많은데 라인하르트는 후자였으며, 그것도 일개 전선 지휘관이 아닌 제국이라는 거대세력의 유일무이한 정치지도자였다. 프로이센 왕국의 프리드리히 대왕이 국내적으로 정치적, 군사적 측면에서 대체하기 힘들었다는 점에서 라인하르트와 비슷한데[29] 그 프리드리히 대왕은 7년 전쟁 당시 한 번도 아니고 여러차례 숱한 패전을 겪었음에도 품 속에 넣어둔 극약을 먹지 않고 참고 또 참으며 반전의 기회를 노렸고 결국 승리할 수 있었다.
물론 양 웬리 역시 라인하르트의 성격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지만, 라인하르트는 은하제국의 유일무이한 군사정치지도자라는 자신의 입장을 확실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자존심보다 제국의 승리를 택해야 했다. 본인이야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 필요없는 때에 도망치는 법을 배운 적 없다고 외쳤으나, 필요할 때에 도망치는 법은 사관학교에서 충분히 배웠을 것이고[30] 버밀리온은 바로 그 필요할 때 도망치는 법을 써야 할 장소였다. 라인하르트는 회전 직전 정정당당히 싸우지 않고 도망만 다니는 양 웬리가 비겁하다고 비난하는 에밀 폰 젤레에게 명장은 나아갈 때와 도망갈 때를 아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호칭이며 자신도 필요하다면 도망쳤을 거라고 말했다. 그래놓고는 진짜 도망쳐야 했을 때 라인하르트는 에밀에게 한 말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그냥 죽으려 들었다.
7.1.2. 기동적 종심방어 문제
사실 은영전에 기반한 거의 모든 게임에서도, 현실의 그 어떤 종류의 전투도 상대보다 병력이 압도적으로 많지 않은 이상 이런 '겹겹이 속치마' 종심 방어진을 구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설령 가능하다 하더라도, 잠시 후 양 함대에게 처절하게 각개격파당하는 제국군을 목도하게 된다. [31] 아니 돌파가 아니라 어차피 상대방 함선이 적기 때문에 아예 섬멸을 해버리면 제국 입장에서는 축차 투입, 축차 소모가 되어버린다.이는 현실의 종심 방어 전술과 유사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처음부터 개별 제대(梯隊)로 구성된 다중 방어진을 구축하는 것에 가깝다. 방어선 붕괴 후의 재정비는 지휘통제체계가 방어선 붕괴 과정에서 와해되기 쉬워 성공적인 후퇴를 기대하기 어렵고, 공격 측도 바보가 아니라 최초 방어선 돌파 내지는 적의 후퇴조짐을 포착하는 동시에 전과 확대를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게 되기 때문.[32]
굳이 이와 비슷한 걸 꼽자면 예비대를 통한 후방 방어선 구축과 전방의 부대를 후방으로 돌려 재정비하는 것을 극단적으로 표현했다고도 말할 수는 있다. 다만 이때도 방어선 붕괴 후의 재정비가 아니라 방어선을 유지하면서 퇴각, 후발 부대와 바통 터치하고 재정비하는 것이지 본편에서 나온 것처럼 방어선이 돌파된 후에 뒤로 빠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게임이나 현실의 문제는 접어두고 소설 상에서는 이 방어진은 충분히 제구실을 했다. 제2진이 돌출해서 두들겨 맞은 것을 제외하고 라인하르트의 종심 방어진은 성공적으로 방어를 수행하며 전력상으로 열세인 양 웬리에게 출혈을 강요했고 양 웬리는 결국 방어진을 뚫는데 실패해서 다른 작전을 펼 수밖에 없었다. 이것에 라인하르트가 넘어가는 바람에 양 웬리가 전투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지 라인하르트의 전술적 패배는 오히려 기동적 종심 방어를 포기하고 양 웬리의 미끼를 물어버렸기 때문이다. [33]
7.2. 양 웬리에 대한 논란
7.2.1. 전투 개시
양 웬리의 전략은 작중 시점에서는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정치적 한계로 인해 어느정도는 모순적인 상황을 내포하고 있다 할 수 있다. 양 웬리의 전략은 지속적인 게릴라전을 통해 제국군을 소모시켜 나가며 불리한 상황을 역전시켜 보겠다는 것인데, 이 '대전략'을 실행하는 관점에서 보면 버밀리온 성역 회전은 지나치게 이른 시점에 벌어진 결전이다.이렇게 된 이유는 근본적으로 라인하르트가 간다르바 성계에 머물러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본래 계획은 라인하르트 휘하 제독들이 다른 성계를 공격하는 사이 양 함대가 간다르바 성계로 달려가서 단기결전으로 라인하르트를 쓰러뜨리는 것이었는데, 라인하르트는 다른 제독들을 보내면서 자신도 간다르바를 떠나 바라트 성계로 진격했다. 그리고 휘하 함대가 라인하르트와 가장 멀어졌을 무렵, 그는 바라트 성계에 돌입하여 수도 하이네센을 지척에 두게 된다. 따라서 양은 불리한 것을 알면서도 수도가 전투에 말려들기 전에 싸워야 했던 것이다. 실제로 바라트 성계와 전장이 된 버밀리온 성계의 거리는 3.6광년으로, 4000광년을 1달만에 주파하는 우주함대 입장에서는 매우 가까운 거리이다.
그리고 전장이 이동한 만큼 로이엔탈과 미터마이어 함대와 라인하르트 본대와의 거리가 가까워졌으며, 이는 그들이 예상보다 빨리 라인하르트와 합류할 수 있음을 뜻했다. 결국 양 웬리는 제국의 쌍벽이 라인하르트를 구원하기 전에 먼저 라인하르트를 쓰러뜨려야 했으며, 실제로 그 목표를 이루기 직전까지 갔다.
7.2.2. 정전명령 복종
양 웬리가 하이네센의 정전지시를 따른 것도 논란의 대상이 되곤 한다.[34] 실제로 만약 거기서 라인하르트를 제거했다면 자유행성동맹은 생존을 보장받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 실제로 작중에서도 '통신병들이 조금만 센스있게 늦장보고를 했으면 됐잖아!' 내지는 '그냥 쏴버리자!' 하는 장병들의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다만 '하이네센 10억 죽어도 나머지 120억을 구할 수 있다'는 식의 논리를 따르는 것은 양 웬리가 작중에서 극히 혐오하고 절대 그런 식으로 소수를 희생시켜서는 안된다고 몇 번이나 강조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논리를 들이미는 것은 결국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특히 그 시점에서 하이네센이 사실상 인질이 되었음을 생각해야한다. 아르테미스의 목걸이가 없는[35] 궤도는 장악당했고, 통합작전본부 건물이 날아갔다는 것은 하이네센의 생명줄을 제국군이 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설령 항복명령을 무시하고 라인하르트를 발할라로 보낸다 쳐도 분산되었던 함대들은 이미 반전하여 돌아오고 있었다. 뮐러는 단지 그들 중 빨리 돌아온 제독 중 하나였을 뿐이며 동맹군은 뮐러의 저항을 분쇄시켰을 때 이미 정신은 둘째치고 육체적으로 한계에 직면해 있었다.
또한 양 웬리가 항복명령에 응하지 않았을 때 미터마이어와 로이엔탈이 어떻게 행동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상황에서 버밀리온의 잔당들과 반전해오는 제독들을 연파하여 결국 승리한다쳐도 양 웬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하이네센의 사형언도 또는 잿더미가 된 자유행성동맹일 수 있다. 누가 봐도 손해보는 장사고 양 웬리로선 그 불확실한 가능성에 도박을 걸 수 없다. 양 웬리가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제국군의 바라트 성계 진입을 막지 못한 시점에서[36] 체크메이트였고, 정상적인 군인이라면 여기서 항복하여 국가의 손실을 최소화해야한다. 그게 명예나 가치관을 위해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행위를 혐오하는 양 웬리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일이었다.
기본적으로, 양 웬리라는 캐릭터를 형성하는 두가지 축은 '군은 정치에 복종해야 한다' 와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혐오'한다는 것이며, 이런 점에서 본다면 그 행동은 확실히 이해할 수 있고, 오히려 거기에 따르는 게 양 웬리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양 웬리가 신념을 지켰다고만 하기엔 이후의 과정에서 모순이 있다. 양은 하지만 전쟁에서는 졌어도 민주주의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나중에 대비책으로 메르카츠를 숨겨둔다. 하지만 이럴 거라면 굳이 그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양의 생각이 옳은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37]
일단 양이 버밀리온 성역 회전을 이끌어낼 때까지의 결론으로 당시의 동맹이 제국을 격퇴하는 유일한 방법은 라인하르트라는 유능한 지도자를 제거하는 것만이 방법이라는 어떤 면에서 보더라도 자명했다. 버밀리온 성역회전을 포기하고 양이 준비했던 방법이라는 것들은 거기에 비하면 효율적인 면에서 지극히 떨어지고 성공확률도 높지 않은 것이다.
양의 버밀리온 성역 회전의 포기는 한마디로 이 시대에서 민주주의의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고 그랬다면 차라리 양은 현 시대의 역사적인 흐름을 인정하고 본업이라고 생각하던 역사가로 돌아가서 그래도 민주주의가 정당함을 주장하는 것이 차라리 옳은 일이다. 전쟁이 계속됨에 따라서 결국 사망자가 얼마나 더 발생했는지를 생각하면 과연 양이 하이네센의 시민들의 안전을 생각한 인도적인 고민만을 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양을 비난할 수만도 없는 것이 양이 마지막 순간에 라인하르트를 처치했다면 양은 민주주의는 살아남게 했어도 위의 언급처럼 자신의 신념은 모두 스스로 부인해버리는 격이 된다. 결국 양이 그 순간에 명령을 따른 것은 그의 위치와 평소의 신념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부분을 생각해보면 양의 결정은 이론과 현실의 부조화, 자기모순의 괴로움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작가가 이상이 현실과 부딪혔을 때 생기는 자기모순을 조롱하려는 의도가 담겨있을지도 모른다.[38]
한편으로는 이런 문제는 제국군에게도 있다. 힐데가르트의 조언에 의해서 로이엔탈과 미터마이어는 라인하르트에게 합류하지 않고 하이네센으로 직행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망정이지 그 자체로만 보면 항명 행위로 간주될 수 있는 문제였다. 게다가 아르테미스의 목걸이가 건재했다면 싸워보지도 못하고 토르 해머에 전멸당한 제국군들처럼 날아갈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한 행동이었다. 동맹 정부로부터 항복할 것을 요구받은 양 웬리와 묘하게 비슷한 면이 있다. 물론 라인하르트의 명령은 그다지 비합리적이고 억울할 명령은 아니었다.
7.3. 만약 라인하르트가 전사했다면?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이 전사하고 양 웬리가 생존하는 순간, 제국군은 동맹군이 몇 명이 살았든 제국군이 몇 명이 남았든 전원 제국 본토로 서둘러 철수하는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제도 오딘에서의 반란 가능성
- 라인하르트 휘하 제독들의 내분
제도 오딘에서의 반란의 경우, 문벌귀족들이 대거 몰락했다지만 라인하르트 휘하에 남은 귀족들은 무사하고 이들 또한 마음으로부터 라인하르트에 충성한다는 보장은 할 수 없으며, 설사 충성을 다한다 해도 라인하르트가 죽은 이상 이들이 딴 생각을 품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재국 재상인 라인하르트는 원정을 나갔고 황제 카타린 케트헨 1세는 젖먹이인 상황에서, 오딘은 사실상 헌병 총감 겸 수도방위 사령관 울리히 케슬러가 맡고 있었는데, 케슬러가 무능한 사람은 아니지만 라인하르트 수준의 역량은 없으며 행여나 암살이라도 당한다면 문벌귀족 잔당들이 반란을 일으켜 오딘을 점령하고 지상군과 요새 일부를 손에 넣어 원정군 병사들과 장교들의 친척들로 인질극을 벌일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승리는 보장할 수 없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귀족 세력에 의한 '지방 반란' 정도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즉, 제국군은 라인하르트의 전사를 숨기고 최대한 빨리 제국으로 철수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코르넬리우스 1세의 친정이라는 매우 모범적인 예시가 있다.
라인하르트 휘하 제독들의 내분 가능성의 대해서는, 라인하르트에 부인이나 아이 또는 명백한 2인자(생전의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가 있었다면 휘하 제독들은 그를 추대해서 그의 휘하에서 계속 싸울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이유로, 라인하르트가 전사했다면 최소한 제국군 절반은 제국으로 서둘러 철수해야 하는데, 이를 누가 지휘해야 할지 논란이 생긴다. 라인하르트 휘하에는 2인자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공동 3인자 오베르슈타인, 로이엔탈, 미터마이어 중에서 지휘관을 뽑아야 한다.
다만 오베르슈타인에 경우 우주함대 총참모장 자격으로 브륀힐트에 동승하고 있었으니 라인하르트가 전사했다면 오베르슈타인도 같이 전사했을 가능성이 높고, 설령 살아남는다고 해도 다른 제독들의 강력한 반감을 사고 있는 데다가 휘하에 함대 전력도 없으니 추대되기는커녕 살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다.[39] 그렇다면 로이엔탈과 미터마이어 둘 중 하나는 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누가 남고 누가 돌아가든 로이엔탈은 딴마음을 품을 수 있다.[40] 둘 다 제국으로 돌아간다 쳐도, 다수의 병력을 남긴다면 그들이 자유행성동맹을 함락시킨 후 딴 생각을 품을 수 있고, 1-2개 함대 정도의 소수의 병력을 남긴다면 이는 양 웬리에게 죽으라는 소리밖에 되지 않는다. 자유행성동맹군이 전멸했다 쳐도 양 웬리는 이미 제국군의 명장들을 몇번이나 엿먹였으며, 천하의 이제르론 요새를 아군 피해 전무로 함락시킨 불패의 명장이다. 양 웬리와 자유행성동맹이 건재하고 라인하르트가 전사한 상황에서, 소수의 병력을 놔두고 귀환한다는 것은 하책 이하의 우책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것은 제독들이 직책상 상관인 미터마이어와 로이엔탈을 따른다는 전제 하이다. 라인하르트 휘하 제독들 사이의 관계는 절대로 명백한 상하관계가 아니었으니 실제로는 휘하 제독들이 분열을 일으켜 콩가루가 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고 양 웬리가 예상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되면 제국 원정 함대는 양 웬리 함대에게 맛있는 먹잇감이자 한 끼 식사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어쩌면 양 웬리에게 아군의 정보를 넘겨 차도살인지계를 쓰는 제독도 나올 수 있다. 굳이 라인하르트 사후 제국군의 분열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보자면 미터마이어와 로이엔탈이 협력하여 쌍두체제를 구축하고(오베르슈타인은 만약 살아있으면 여기 협력하고) 다른 제독들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 미터마이어와 로이엔탈의 경우 일단 제독으로써 다른 제독들보다 한 단계 격이 높은 3인자군에 속하는 인물인데다 두 사람의 개인적 관계 역시 극히 절친하고 서로를 신뢰하는 친구 관계이므로 이 둘이 힘을 합쳐 다른 제독들에 대한 확고한 우위를 입증하여 상황이 수습될 가능성이 있는 것. 또 쌍두체제이므로 한명은 남아서 양웬리와 맞서며 원정을 지속(최소한 동맹과 양 웬리 견제)하는동안 다른 한명은 제국으로 귀환하여 제국 내의 정국을 안정시키는 것도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방안 역시 그 실현 가능성에는 상당한 불안요소가 많은 것이... 일단 라인하르트 휘하의 다른 제독들이 미터마이어&로이엔탈의 우월한 입장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라인하르트 막하 장수로써' 자신들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지 주군으로써의 지위까지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 있다. 즉, 상위의 권위인 라인하르트가 건재한 상태에서 상관이나 선임자로서의 두 사람은 인정했지만, 라인하르트의 권위가 사라진 상태에서 주군으로써는 인정할 수 없다고 저항할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는 것. 심하면 일대일로는 못 이길 쌍벽이라도 여러 제독들이 한꺼번에 손을 잡고 덤벼들수도 있고, 당장 정면으로 반기를 들지는 않더라도[41] 두 사람의 주도권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소극적인 반항이나 불복종적인 태도를 취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될 경우 설령 쌍벽이 협력하여 반항하는 제독들을 격파하고 굴복시키는 것은 가능하다 치더라도 발생할 혼란이나 전력 손실을 양 웬리가 결코 가만히 놔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위 서술처럼 분쟁에서 열세에 처한 제독이 양 웬리에게 아군의 정보를 넘겨 차도살인을 통한 역전을 꾀할 수도 있는 것. 이렇게 되면 양 웬리 입장에서는 그냥 내전에 돌입한 각 제국군 제독의 진영을 돌아가면서 툭툭 쳐주는 것만으로 손쉽게 격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미터마이어와 로이엔탈의 협력구도라는 전제 자체가 정치적으로 극히 불안정한 것이라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차라리 삼두체제면 상호 견제와 협력을 통해 위태로우나마 권력의 균형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어도, 쌍두체제의 경우 거의 필연적으로 양대 권력자간에 '너 하나만 잡으면 내가 짱먹음!' 라는 사생결단이 벌어지는 법이다. 당장 하나는 동맹에 남아 동맹을 압박하고 양 웬리를 견제하고 나머지 하나는 제국으로 돌아가 정국을 안정시키자고 하면, 대체 누가 양 웬리와 동맹측 잔여세력의 위협을 견뎌내야 하는 험지에 남고, 누구는 제국군의 세력기반인 제국 본토를 비교적 손쉽게 재접수하러 들어갈것이냐는 갈등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 본래대로라면 이 양자갈등에서 균형추가 되어주어야 하는 것이 3인자 3명의 나머지 하나인 오베르슈타인이지만 오베르슈타인에게는 자기 함대도 없고, 제독으로써의 경력도 없고, 하다못해 제독들 사이에서의 인망조차 없다. 분열 및 혼란기가 끝나고 다시 정치적 문제가 중요해지는 시기가 돌아오면 다시 맹활약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당장 군사적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제독간의 내전기에는 양대 명장 사이의 균형을 유지해줄 무게추가 되긴 커녕 살해나 안 당하면 다행일 것이다.[42] 그리고 2인자를 극혐할정도로 불안정한 정치체제를 싫어하는 오베르슈타인이 극히 불안한 쌍두체제를 지탱하려고 무게추 역할을 한다는 것도 우습다. 오베르슈타인의 성향으로 보면 차라리 쌍벽중 더 유리해보이는 한쪽에 붙어 다른 한쪽을 무너트림으로써 빨리 체제안정성을 다시 확보하려고 하는 쪽이 더 어울리는 것[43].
설령 미터마이어와 로이엔탈이 우정과 신뢰의 힘으로 내분이나 갈등을 피하고 협력을 유지하려고 한다 하더라도... 1인자 유고 후 1인자를 노리는 3인자간 대결정도가 되면 그건 개인의 힘으로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미터마이어든 로이엔탈이든 그 밑에 추종자의 라인이 생겨버릴 것이고, 두 사람은 서로 죽도록 싸우기 싫고 친구를 배신하느니 차라리 자기가 항복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더라도 이런 추종자들에게 떠밀려서라도 상호갈등구도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 당장 로이엔탈만 보더라도 그릴파르처의 음모에 휘말려 원치도 않았던 반란을 일으킴당했고 미터마이어의 경우에도 미터마이어 자신에게는 지극히 충성스러웠지만 동시에 로이엔탈을 극히 경계했던 바이어라인 같은 부하가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당사자들이 아무리 서로 싸우기 싫어해도 주변에서 싸워라 싸워라 밀어붙이면 떠밀리지 않고 견뎌내기는 지극히 어려우며, 권력이나 조직의 구조적 갈등에 의해 강요받는 입장을 개인의 성격이나 노력으로 극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 점에서는 은하영웅전설이라는 작품이 캐릭터 소설의 성격과 정치우화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은영전의 각 캐릭터는 캐릭터 소설의 장르적 논리에 따라 조형되고 움직이지만 이야기의 큰 줄기는 정치우화의 장르적 논리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각 캐릭터 단위로 보면 미터마이어와 로이엔탈은 결코 서로를 배신하지 않을 충직한 친구 사이이고, 제국군의 각 제독들 역시 충직함과 성실함을 가진 무인들로써 권력욕을 앞세워 서로 대립하다 나라를 붕괴에 몰아넣을만큼 어리석지는 않은 인물들로 조형되며, 제국 국내에서도 이미 문벌귀족들은 라인하르트에게 철저히 탈탈 털린 상태로 설령 라인하르트가 쓰러졌다고 해도 마땅히 반기를 들 인물조차 없는 것처럼 묘사되는 것이다. 하지만 작품의 큰 줄기는 이런 각 캐릭터와는 별개로 이야기의 큰 줄기는 '권력 앞에서는 친구도 가족도 믿을 수 없고', '자기 세력을 가진 군 지휘관은 억제력이 사라지면 언제나 최고권력에 도전하거나 군벌화 될 수 있으며', '수백년에 걸쳐 한 나라를 지배해 온 세력들은 설령 그 세력 내부가 모순과 문제점으로 가득할지라도 한순간에 뿌리뽑을 수는 없다' 는 현실적 논리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라인하르트가 전사한 시점에서 제국군은 더 이상의 군사행동을 지속할 수 없으며, 제국령으로 전 병력이 철수할 수밖에 없다. 제국으로 귀환한 뒤 내부를 안정화시키고 새로운 지도자를 뽑은 후에야 동맹으로의 재원정을 실행할 수 있으며, 어쩌면 이미 점령한 페잔 자치령에서조차 철수해야 할 수 있다. 하이네센 궤도를 장악한 로이엔탈, 미터마이어 함대가 퇴각 전 하이네센을 폭격할 가능성은 미지수이다. 다만, 아직 하이네센 궤도를 장악하기 전에 라인하르트의 전사 소식을 접하였다면 하이네센 폭격의 가능성은 확 떨어진다. 위에 나온 것처럼 당장 제국 본토로 퇴각해야 할 시점에서 하이네센 공격은 더 이상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역(逆) 청야작전의 일환으로서 철수하기 전 동맹의 힘을 빼놓기 위해 하이네센을 파괴한다는 선택지도 있을 수는 있지만, 이것도 퇴로가 보장되고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나 가능하다. 이미 동맹령 침공작전 자체가 실패하고 당장 본국으로 귀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고 퇴로도 불안하며 언제 양 웬리 함대가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행동은 심각한 낭비일 뿐이다. 남은 이유는 '라인하르트의 복수를 위한 화풀이' 정도인데 두 제독 모두 여기에 매달릴 만큼 감정적인 자들도 아니다. 결국 하이네센에서 지체하지 않고 돌아가는 것 밖에 없다. 특히 미터마이어와 로이엔탈 모두 무고한 민간인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수치로 여겼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다만 경고의 의미로 자유행성동맹 최고평의회 빌딩 정도는 폭격할 가능성이 있다.
역사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데, 바로 알렉산더 대왕의 사후 디아도코이 전쟁이다. 알렉산더 대왕은 후계자를 지명하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죽었다. 알렉산더 대왕은 아내가 있었고 곧 태어날 유복자도 있었으며 전사한 것도 아니었지만, 당시 알려진 세계의 대부분을 정복한 위대한 정복군주가 죽었다는 사실만으로 부하들이 내분을 일으켜 거대한 헬레니즘 제국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내분을 일으킨 장군들 대부분은 알렉산더와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었고 대왕이 죽은 뒤에도 변함없는 충성을 바친 장군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열을 막을 수 없었다. 즉 훌륭한 지도자의 부재, 그리고 그 후계자의 부재는 전제군주제 국가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라는 것을 입증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이 논쟁은 양 웬리가 만약 전사/암살당했다면 어땠을까로 옮겨보면 라인하르트와 양 웬리의 리더십의 차이를 보여준다. 라인하르트는 그 자신도 인정했듯이 민중들에 대한 덕이 아닌 상승의 명장으로서의 리더십이 주였다. 반면 양 웬리는 물론 그 자신도 불패의 명장으로서의 리더십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보다는 주로 부하들과의 허울 없는 사이와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 등이 강조된다고 볼 수 있겠다.[44]
한편, 자유행성동맹은 라인하르트가 전사하고 양 웬리 함대의 계속되는 공격에 제국군이 치명타를 입은 틈을 타 골덴바움 왕조와 평화를 이뤄냈을 가능성이 높다. 페잔 자치령과 이제르론 요새는 제국이 병탄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르론 요새는 자유행성동맹으로부터 유리한 조건을 위해서이고 페잔은 경제적 이득을 위해 움직이는 특성상 신뢰를 잃은 제국 대신 동맹을 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45]
지구교는 페잔을 잃었으나 동맹은 원작 마냥 국가 수뇌부를 공격하면 되고 제국은 혼란한 상황에서 공작을 하면 되니 계획을 수정했을 것이다. 양 웬리는 조국을 멸망으로부터 구해내 시민들에게 구국의 영웅으로 칭송받았을 것이며 프레데리카 그린힐과 행복한 노후 생활을 보냈을 것이다.
욥 트뤼니히트는 양 웬리 함대에게 항복 명령을 내렸다는 걸 은폐하지 않는 한 양 웬리를 처벌하더라도 지지율이 하락해 몰락했을 것이다. 그 이전에 나라를 버리고 튄 죄로 인해 국민들에 의해 탄핵당했을 것이 자명하다.[46] 최악의 경우에는 곧 태어날 레벨로 정권에 의해 모든 진실이 까발려져 극대노한 민중에게 얻어맞아 죽었을지도 모른다.[47] 또한 트뤼니히트 파벌도 욥 트뤼니히트와 비슷한 운명을 맞이했을 것이다. 단, 월터 아일랜즈는 나라를 되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으니 정치인으로서 남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동맹의 주요 정치인으로서 성장했을 것이다. 아일랜즈도 일련의 사건으로 갱생해서 참된 정치인이 되었을 것이다. 설사 그러지 못하고 레벨로, 황 루이가 그렇듯 야인이 되어도 명예는 보전되었을 것이다.
조안 레벨로는 국가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며 헬무트 렌넨캄프도 없으니 나라를 확실하게 되살렸을 것이다. 그 외의 동맹 측 인물들은 웬만해선 평범하게 생활했을 것이다.
요펜 폰 렘샤이트같은 경우는 남아있는 제국 잔당들을 긁어모아 골덴바움 왕조 내에서 지위를 획득하려 들 것이다. 단, 이미 립슈타트 전역으로 귀족들에 대한 인식은 나락으로 떨어진데다가 이 전쟁으로 사실상 골덴바움 왕조에 대한 신민들의 적개심이 드러났으니 설령 정권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예전과 같이 패악질은 벌이지 못할 것이다.[48]
8. 미디어 믹스
8.1. 게임
은하영웅전설 3에선 제국군의 경우 이제르론 폐잔도 점령했겠다 그냥 함대 뽑고 압도적인 물량을 이용해 하이네센으로 진격하면 그만이지만, 동맹 입장에선 이미 맵의 2/3를 빼앗긴 상태라 꽤 불리한 상황으로 시작한다.은하영웅전설 4EX에서는 버밀리온 성역 회전 시나리오를 선택할 수 있다. 시나리오를 시작하면 제국의 각 함대가 동맹령 곳곳을 공격하고 있고 버밀리온에서 라인하르트와 양 웬리가 맞붙고 있는 상황. 소설이나 OVA 묘사와는 다소 다르게 나타난다. 우선 함선 숫자만을 보자면 전함 숫자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제국군이 유리해 보이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라인하르트와 휘하 제독들이 맵 중앙을 중심으로 둥글게 퍼져있다. 반면에 동맹군은 양 웬리와 휘하 제독들이 맵 왼쪽 아래편에서 뭉쳐있다.
제국군이 각개격파당할 수도 있지만, 동맹군이 앞의 함대와 싸우는 사이 뒤에있는 함대 전체가 돌진하여 동맹군을 압도해버릴 수도 있는 상황인데, 여기에 동맹군이 승리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약점이 제국군에 존재한다. 바로 라인하르트의 함대편제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전투부대와 후방의 지원함선부대까지 거의 꽉꽉 차있는 양 웬리 직속함대에 비해 라인하르트의 직속함대는 기함부대를 포함해서 고작 3개이다. 전방에서 싸울 전투부대도, 후방에서 이를 지원할 보조부대도 없다. 그래서 컴퓨터끼리 맞붙여보면 동맹군이 라인하르트의 직속함대를 잡아버리고 라인하르트를 전사시키며 시작 5분만에 게임을 깨버리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은하영웅전설 VI에서는 버밀리온 성역 회전 시나리오를 전장으로 선택할 수 있다. 특징은 사실 시나리오와 제국군 쌍벽이 반전하여 버밀리온으로 진입하는 가상 시나리오 두 가지가 있는데 컴퓨터끼리 붙인다면 뭘 선택해도 동맹군이 라인하르트를 잡는다. 일단 뮐러를 위시한 구원군이 제때 오지 않으며 도착하기 전에 이미 라인하르트의 직속 부하들이 양 웬리의 직속 부하들에게 쓸려나가고, 구원군이 도착하더라도 맵상 끝에서 나오기 때문에 전장까지 가는 사이에 라인하르트 함대도 다 털리고 게임 오버다. 양쪽 제독들의 성향이나 스탯 면에서 동맹군이 조금 더 우세하다는 점이 큰 요인이다.
동맹군으로 플레이할 경우, 양 본대만 선택하고 아군들의 용전분투를 차분히 감상해도 족하다. 반면 제국군으로 플레이할 경우 약간 손이 바쁘게 된다. T.O.P.급인 양 휘하의 제독들에 비해, 싸구려 커피급인 라인하르트 휘하 잉여들의 조작이 조금은 성가시기 때문이다. 다만 전장의 묘한 지형(전장에 퍼져 있는 성간 가스로 인해 탐색, 이동 범위에 제약이 있다)과 게임의 '묘미'인 적극성을 활용(앞에서 언급한
물론 이건 컴퓨터를 상대하는 경우 한정. 사람끼리의 대전이라면 가장 밸런스 맞는 전장으로 손꼽히는 미션이며[49] 이 경우 초반 우수한 공전대를 활용한 동맹의 우위 → 중반 적극성 폭주 플레이를 활용해
은영전 반다이남코판에서 동맹군 시나리오 도중 구국군사회의 쿠데타 진압 과정에서 아르테미스의 목걸이를 '다 부수느냐', '반만 부수느냐'를 결정할 수 있는데 절반을 남겨둬도 욥 트뤼니히트는 무조건 항복한다.
덤으로 제국 측 시나리오에서 키르히아이스 생존루트로 갈 경우, 모두 우려하던 중 키르히아이스가 남아서 라인하르트 보좌하는 스토리로 가는데, 정작 바르바로사가 안 나온다.
8.2. 후지사키 류 코믹스
라이가르 성역 회전과 타실리 성역 회전에서 연달아 패한 라인하르트는 자신을 미끼로 양 웬리를 끌어내고, 직접 양을 상대하는 사이 제국군 전 함대가 반전하여 양 웬리를 덮치는 작전을 구상한다. 제국군 제독들은 미리 지정된 지역을 점령하기 위해 출정하고, 라인하르트는 전투에 앞서 기동적 종심방어 전술로 양 웬리의 돌진을 막겠다고 호언장담한다. 그러나 후방에 남은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는 전투의 주도권에 양 웬리로 넘어간 것에 불안감을 느껴 승조원에게 전투를 좀 더 앞에 가서 보고싶다고 요청한다.개전 당일, 양측은 정찰을 통해 버밀리온 성역을 전장으로 결정한다. 양 함대는 평범하게 방진을 짰지만 제국군은 수십개의 소함대가 마치 톱니바퀴처럼 생긴 특이한 진형을 짰다. 그런데 전투 개시 후 얼마 뒤 투르나이젠이 전공을 세우겠다고 멋대로 전진했다가 동맹군 모튼 중장에게 반포위당해 큰 피해를 입는다. 투르나이젠은 후퇴하려고 했지만 자신의 전진에 맞춰 후열에 있던 함대가 전진하는 바람에 스텝이 꼬여 자중지란에 빠지고 만다. 격분한 라인하르트는 즉시 투르나이젠에게 전령을 보내고, 양 웬리는 모튼을 선두로 하여 원뿔진으로 재편, 제국군의 진형 일각을 돌파한다. 그러나 그 뒤에는 몇 겹이나 되는 제국군의 횡렬진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
동맹군은 몇 번이나 제국군의 진형을 돌파했지만, 그 뒤에는 끊임없이 제국군이 있었다. 더군다나 제국군은 돌파당하는 척 하면서 양 측면에서 동맹군을 두들기고, 발퀴레로 근접격투전을 벌여 양 함대의 전력을 깎아내서 양 함대는 전력의 10%를 상실했다. 그리고 완전히 돌파당하면 후방에서 집결해 양 함대의 퇴로를 막고, 다음 함대가 오면 그대로 제국군 최후방으로 돌아가서 이 과정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다간 양 함대는 끊임없이 이기다가 전력과 시간을 소모하여 패배할 것이었다. 그러자 율리안이 직접 나서 강행정찰형 스파르타니안을 타고 제국군의 진형과, 라인하르트의 기함 브륀힐트를 목격한 뒤 발퀴레의 추격을 따돌리고 모함으로 귀환하였다. 그러는 사이 동맹군 공전대는 끊임없는 전투로 전력 상당수와 이반 코네프를 잃었다.
돌파를 계속한 양 함대는 소행성대에 도달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아텐보로가 의견을 냈다. 자신의 함대만 별동대로 활동하여 운석을 제국군 쪽으로 날리겠다고 제안했는데, 양은 거기서 아이디어를 내어 함대를 10개로 쪼갠 뒤, 라인하르트 한 명만 노리고 전진하는 작전을 냈다. 자신의 목숨까지 내건 작전에 간부들은 순순히 따르고, 양 함대는 900척에서 1,100척 내외의 작은 소함대 12개로 쪼개졌다. 가장 먼저 확인한 투르나이젠은 신중하게 공격 대신 라인하르트에게 의견을 물었다. 라인하르트는 전 함대에 집결 명령을 내려 양 함대를 각개격파하려고 했다. 그러나 제일 먼저 제국군의 돌진을 받아들인 모튼 제독이 남은 함대가 조금이라도 적을 수월하게 격파할 수 있도록 일부러 우현을 노출한 결과, 모튼 제독의 죽음을 대가로 나머지 함대는 제국군의 측면을 파고들어 돌진한다. 제국군은 동맹군 함대 4개를 완파했지만 우측 후방에서 2개 함대의 침투를 막지 못했고, 동맹군의 집중사격을 받아 호위함들이 모조리 터져나간다. 그러자 제국군 일부가 라인하르트를 지키기 위해 진형을 흐트러뜨렸고, 그 사이 동맹군 남은 함대가 일제히 돌진하여 제국군 진형을 파고들었다. 제국군 분함대는 모조리 붕괴상태에 놓였고, 라인하르트는 패배가 목전에 다가오자 퇴거를 거부한다. 그러자 오베르슈타인이 부하들에게 "억지로라도 라인하르트를 탈출시키고, 만약 저항이 심하면 약물을 써도 좋다"고 넌지시 지시한다. 호위함이 전멸하고 브륀힐트 혼자 남은 위기 속에서, 뮐러가 달려와 라인하르트를 구했다.
류카스 성역을 점령하러 온 뮐러는 물류기지의 무혈항복을 받아낸 뒤 급히 버밀리온으로 향했다. 다소 낙오자가 발생하여 전력이 통상의 6할 수준에 불과했지만 뮐러의 지원으로 동맹군은 제6소함대가 전멸하고 제11소함대가 전력의 7할을 잃는 위기에 놓인다. 하지만 뮐러가 라인하르트와 양 함대 사이에 끼어들려는 점을 이용하여 동맹군은 일시 후퇴, 각 지휘관은 양 웬리의 의중을 읽고 독자적인 판단으로 뮐러를 포위하여 사방에서 공격한다. 그러나 뮐러는 경사장갑의 원리를 활용하여 최대한 버티고 기함을 세 차례나 바꾸면서도 방패를 자처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한숨 돌린 라인하르트는 휘하 소함대의 전력을 재편하고, 양 웬리는 라인하르트가 재편하기 전에 끝을 보려는 생각으로 뮐러 함대를 우회하여 라인하르트를 친다. 뮐러도 함대를 나누어 양 함대의 침투를 저지하지만 뛰어난 인재가 많은 양 웬리와 달리 뮐러는 통신도 불안정한 상황에서 각 지휘관의 능력도 떨어졌기 때문에 함대의 숫자가 균일하지 못했고, 결국 아텐보로 함대에 분함대 하나가 돌파당하고 만다. 라인하르트 함대는 아텐보로 소함대의 돌파를 막아내지 못하고, 수비 부대는 증원을 요청하지만 라인하르트는 "남은 병력은 없으니 발할라에서 전사하라"는 가시돋친 답신을 보냈다. 그리고 전함 트리글라프가 방어진을 돌파하고 라인하르트를 포착한 순간, 갑자기 욥 트뤼니히트가 은하제국에 전면 항복하기로 했으니 무조건 정전하라고 명령한다.
멀리서 전투를 지켜보던 힐데가르트는 패색이 짙어지자 즉시 엘류세라 성역으로 달려가 미터마이어에게 하이네센을 공격하여 동맹 정부의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고 진언했다. 그 진언을 받아들인 미터마이어는 로이엔탈과 함께 하이네센으로 달려가 대기권에 진입, 두 지휘관의 공동 명의로 당장 항복하지 않으면 무차별 폭격을 개시하겠다고 협박한 뒤, 좋은 걸 보여주겠다며 기함 베어볼프로 미사일을 투하하여 통합작전본부를 날려버린다. 그리고 항복하면 라인하르트의 이름으로 최고책임자의 죄를 묻지 않겠다는 당근도 건네주었다.
최고평의회 빌딩에서 열린 회의에서 도슨 원수는 완전히 끝났다고 절망하지만 월터 아일랜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항전을 주장한다. 그러나 욥 트뤼니히트가 나타나 멋대로 항복하려 들고, 뷰코크가 힘으로 막으려 들자 총기로 무장한 지구교도 수십 명이 나타나 반대파를 제압하고, 트뤼니히트는 의장 명의로 항복한다. 그러나 양 웬리가 권력욕에 눈떠 정부의 정전 명령을 무시할 가능성이 있었기에 미터마이어와 로이엔탈은 안심하지 못했다. 승리 직전에 내려진 항복명령에 동맹군 누구도 납득하지 못하고, 쇤코프는 대놓고 정전 명령을 무시하라고 진언했다. 하지만 양 웬리는 그 말을 거부하고, 후퇴한 뒤 제국군에게 정전을 청한다. 나중에 오베르슈타인을 듣고 사건의 전모를 깨달은 라인하르트는 승리를 양보받았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9. 기타
이 에피소드는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의 비극적인 멸망을 모티프로 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유제프 안토니 포니아토프스키 중장이 이끄는 폴란드군은 압도적인 러시아 제국의 공세 앞에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진 폴란드를 구원하기 위해 곳곳에서 분투하다 바르샤바를 방위하기 위해 병력을 집결하고 최후의 전투를 준비했다. 그러나 부패한 타르고비차 귀족 연합이 폴란드 정부를 장악하여 종전과 이들의 무장 해제를 지시했고, 포니아토프스키는 수많은 부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정을 분을 삭이며 받아드는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그의 군은 해체되었고, 2차 폴란드 분할이 일어나 폴란드 연방은 반신불수의 괴뢰국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몇 년 뒤, 러시아에 대항하는 코시치우슈코의 대반란이 터지자 이들은 마치 2차 라그나뢰크 작전 당시의 양 웬리 함대처럼 다시 군을 재결성하여 러시아에 대항하게 된다.흔히들 두 주인공이 대등한 조건에서 벌인 전투라고 이야기되곤 하지만 실제론 라인하르트가 훨씬 유리한 전투였다. 왜냐하면 시간만 끌면 수만 척에 달하는 지원군이 오기 때문. 실제로도 뮐러의 지원군이 아니었으면 라인하르트는 진작에 전사했다. 여기에 덤으로 제국 함선 성능이 좀 더 높고 병력 또한 조금이지만 많았다. 게다가 황제직속부대이니 병사들도 정예일 가능성이 높다. 그에 비해 양 웬리쪽은 양 웬리 함대+신병+패잔병+노후함 조합이었고, 시간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양웬리에게 견제없이 처음부터 군령권, 군정권 등 재량권을 가지고 있었다면 제국에게 얼마나 위협적일 수 있는지 증명한 전투이기도 하다.
이 싸움에서의 참혹한 묘사는 OVA의 경우 더 처참하게 묘사된다. 완전 고어물.[50] 고통스럽게 죽어 가는 장병들의 모습과 불타는 욥 트뤼니히트의 사진 액자가 교차하면서 씁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가 뭘 했는지 생각해보면 버밀리온에서 전사한 동맹군 장병들이 안쓰러울 지경이다.
10. 둘러보기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의 에피소드 | ||
제9차 이제르론 공방전 | 페잔 점령 작전 | 율리안 민츠의 페잔 탈출 |
제1차 란테마리오 성역 회전 | 수송선단 습격전 | 라이가르 성역 회전 |
타실리 성역 회전 | 버밀리온 성역 회전 | 바라트 화약 |
[1]
가장 좁은 의미의 버밀리온 성역 회전이 벌어진 기간. 후세 사람들 중에는
수송선단 습격전을 버밀리온 성역 회전의 시작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 광의의 의미로는 버밀리온 회전은 2월에 개전되었기에
제9차 이제르론 공방전 못지않게 오래 간 전투다.
[2]
대외적으로는 전사 처리했지만 실제로는 비밀지령을 받고 활동했다.
[3]
병사 5명, 장교 2명
[4]
양측의 사령관이었던 라인하르트도 양 웬리도 서로 자신이 패배했다고 주장했다.
[5]
불과 1년 전,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 당시에 수도 방위에 필요하니 1함대를 지원으로 보낼 수 없다며 몽니를 부리던 과거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정말
환골탈태한 셈이다.
[6]
가장 최고의 수는 라인하르트를 포로로 잡는 것이였다. 하지만 라인하르트는 포로로 붙잡히거나 항복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고도 남을 인물이었다. 양 웬리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어 이 부분은 처음부터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7]
페잔 항로국에서 동맹령 전체의 성도를 획득한 덕분에 동맹군의 모든 보급기지 위치를 파악하긴 했지만 80개가 넘어가는 보급기지 중에 양 웬리가 어느 기지에서 보급을 받아서 어디로 이동할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8]
작중 서술에 따르면, 두 사람이 이렇게 자신의 주특기와 반대되는 전술을 구사한 것이 버밀리온 성역 회전을 혼전 양상으로 끌고 간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견해도 있었다.
[9]
오베르슈타인은 대령 시절 라인하르트에게 중용된 이후 군사적 부분보다는 정치적 부분에서 라인하르트를 보좌했다. 휘하 제독들 중 아무나, 하다 못해 힐데가르트라도 있었다면 회전의 승자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
[10]
소설 내 묘사로는 '질풍 볼프'라 불리는 볼프강 미터마이어도 경탄했을 수준의 기동성을 보여줬다고 한다.
[11]
결전 직전 라인하르트는 정정당당히 겨루지 않고 도망만 치는 양 웬리를 비난하는 에밀에게 필요하다면 도망쳐야 하고, 자신은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았기에 도망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12]
양 웬리도, 참모진도 모두 가장 먼저 도착할 함대는
볼프강 미터마이어, 속칭 '질풍 볼프'의 함대라고 생각하고 그가 오기 전에 전투를 끝마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더 빠른 시점에 뮐러 함대가 도착하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13]
이 때, 동맹군은 그간의 전투로 물자와 에너지가 부족해지던 시점이라 공격을 개시하되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감행하라는 꼬릿말을 달았는데 이 덕분에 밀집된 제국군을 향해 극도로 효율적이고 정확한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14]
이때 함장 구스만 중령도 셔틀에 태워 자살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15]
이 때의 일화로 뮐러는 '세 차례에 걸쳐 기함을 바꾼 제독'으로 후세에 이름을 떨치게 된다.
[16]
초광속통신으로 할 수도 있었지만 적진이어서 방수될 위험이 있었기에 직접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17]
이때 막간 해프닝스러운 일이 하나 생겼다. 미터마이어 휘하 제독 바이어라인은 원래부터 로이엔탈을 강하게 경계하였는데 라인하르트의 명령을 거부하고 독단적으로 하이네센을 진격하는 중대한 일을 로이엔탈과 함께 한다는 것에 더더욱 경계심을 품고 로이엔탈 함대가 합류할 때 미터마이어 몰래 독단적으로 함대 전체에 경계령을 강하게 내려놓는다. 당연히 필요 이상으로 경계를 하고있는 미터마이어 함대를 보고 로이엔탈은 의구심을 품었으나 이내 바이어라인의 독단으로 생긴 일이란 것을 알고 코웃음을 친다. 그리고 이건
후일 일어나는 일 중 하나의 복선이 된다.
[18]
OVA에서는 기함
베어볼프의 주포.
[19]
그 와중에 동맹군 통신장교도
두세시간만 모른 척하면 됐을 것을 곧이곧대로 전달했다는 이유로 매도당했다. 허나 이 장교로서도 어차피 군인인 이상 이를 재량껏 늦게 전달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20]
5개 함대 4만 척이면 평균적으로 함대당 1만 척이 안 되는 수준으로 일반적인 1개 함대 전력에 많이 미달한다. 이는 슈타인메츠, 렌넨캄프, 바렌 함대가 양 웬리에게 연이어 참패하면서 잃은 손실이 거의 보충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21]
여기서 두 사람의 견해차를 알 수 있다. 뮐러는 순수 군인이기에 용병을 배울 것이라고 말한 반면 양은 반쯤 억지로 군인이 된 사람인지라 백수가 되겠다고 한 것이다.
[22]
다만 양과 라인하르트 둘다 원문에서는 국민이 아니라 인민이라고 언급했다. 주장하는 바나 의미를 생각하면 인민 쪽이 좀 더 적합한 표현이다.
[23]
양은 하이네센을 내준 시점에서, 동맹정부가 결국 항복하게 만든 점에서 자신의 패배라고 여겼고 라인하르트는 '양을 물리치고 본대로 하이네센을 점령하는 것'을 실패하고 결국 동맹정부 수뇌부의 비굴함때문에 죽다 살아난 셈이라 자신이 패배했다고 여겼다.
[24]
전제군주제에서 나고 자란 제국 장성들에겐 정부의 항복으로 모든 게 종료된다고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즉, 하이네센을 점령해도 양 웬리로 대표되는 동맹 군사력이 무력화(항복)될지 확신할 수 없지만 양 웬리와 그의 함대를 격멸하면 동맹 정부는 항복 외에는 선택지가 없으며 덤으로 동맹령 지배에 불안요소가 될 수 있는 동맹군 우주전력을 확실하게 제거함으로써 향후 동맹령에 주둔시킬 제국군 함대를 최소화할 수도 있다.
[25]
이전까지 수송선단 습격전, 라이가르 성역 회전, 타실리 성역 회전 등 3 연속 제국군의 완패가 나타나자 미터마이어가 "고작 1개 함대로 우리를 농락하고 있다. 아무리 놈이 원하는 곳에 놈이 나타나고 싶은 때에 나타날 수 있다고 해도 이럴 수가 있나!"라고 분통을 터뜨린 데서 보듯 지리적으로는 동맹군이 더 유리했다. 아무리 페잔 항로국 지도를 얻었다 하나 그건 대략적인 지리일 뿐 완전하다고 볼 순 없다. 심지어
제2차 라그나로크 작전 당시의 제국군은
마르 아데타 성역 회전에서 지리적 우세를 점한 동맹군에게 약간 고생하기도 했다는 것에서 보듯 지도를 손에 넣는 것과 실제 지리를 아는 건 차이가 크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양 웬리의 게릴라전은 정말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26]
이런 경우를 가정한다면 동맹령 주둔 병력은 아무리 작게 잡아도
노이에란트 전역 당시의 3개 함대 3만 5,800척은 기본으로 넘을 것이다.
[27]
물론 앞에 있는 조건은 무시해도 되는 게 첫째 양 웬리는 퇴역했으니 군인 신분에서 벗어났고 재정문제는 동맹 정부에 맡겨버리면 된다. 오히려 제국은 안전보장을 빌미로 하여 동맹 정부에 막대한 돈을 뜯어냈으니 재정문제는 무시해도 될 수준이다. 그나마 제국령 통제력 약화만이 우려될 수준일 뿐이었다.
[28]
회랑 전투의 전초전에서 나온 설정을 통해 제국측 상황을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회랑 전투 시작 시점에서 비텐펠트의 슈바르츠 란첸레이터가 15,900척, 파렌하이트 함대가 15,200척으로 이를 기준으로 보면 제국군 우주함대의 전력은 최소 15,000~16,000 사이로 추정할 수 있다. 라이가르 성역 회전에서 슈타인메츠는 함대 전력의 2할을 간신히 건졌다. 렌넨캄프 함대의 경우 함대 정수 중 2천여 척을
제9차 이제르론 공방전에서 잃은 상황이고, 다시 라이가르 성역 회전에서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고 언급되는데 그럴경우 최소 20,000척에서 최대 25,000척의 피해다. 뒤이은 타실리 성역 회전에서 바렌 함대가 입은 피해에 대한 구체적 수치는 언급되지 않지만 꽤 컸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전력의 50%만 잃었다고 쳐도 7천척은 추가된다. 그밖에 수송선단 습격전에서 좀바르트가 잃은 호위함대 전력 800척과, 바로 이 버밀리언 성역 회전에서 완파만 15,000척을 추가해야 하니 이렇게만 더해도 최소 43,000척 ~ 최대 48,000척에 달하는 피해다. 여기에 미미하나마 로이엔탈 함대가 9차 이제르론 공방전에서 입은 피해, 그리고 제1차 란테마리오 성역 회전에서 제국군이 입은 피해를 생각하면 제국군의 누적 손실은 5만 척 이상이다. 제1차 라그라뢰크 작전때 페잔 방면군 154,600척, 이제르론 방면군이 약 5만척 내외로 추정으로 대략 20만 척으로 추정되는데 5만척이면 전력의 25%에 달하는 수치다. 거기다 제국군은 점령한 이제르론 요새와 페잔 성계를 방어하는 전력을 제외해야 했다.
[29]
심지어 자식이 없었다는 점까지 똑같았다. 다만, 프리드리히 대왕은 아내가 있었지만 남색 성향이 짙어 결국 자식을 보지 못했고 라인하르트는 나중에 돼서야 결혼하고 자식을 낳았다는 차이점이 있다. 참고로 결국 대왕 사후 프로이센의 왕위는 조카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에게로 넘어간다.
[30]
다만 적어도 실전에서는 없다시피했을 것이다. 버밀리온 회전 직전에 본인 입으로 도망쳐야 하는 걸 알고 있지만 단지 그럴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애초에 본인도 도망칠 때 도망치지 않는 경우를 사냥감에게 자랑거리만 늘려주는 맹수로 빗대기도 했고.
[31]
제국군은 이 작전을 위해 24진을 짰는데 이 경우 한 진당 수백 척의 그야말로 깨지기 쉬운 규모가 된다.(양 함대는 1만 여척의 뭉친 함대니 전력비로도 한 척이 100척을 상대해야 하는 꼴이 된다. 더욱이 작전의 본 핵심이 24개의 진이 차례차례로 양 함대를 상대해서 적당히 싸우고 뒤로 물러나 겉보기엔 진이 끝없이 나열된 것처럼 보이자 라는 건데 이렇게 되면 그냥 24진 모두 두부 썰리듯 썰려버리는 꼴이 된다. 그러면 결국에 라인하르트를 호위하는 소수 함대만 남는 거다.
[32]
전과확대에 대한 내용은
http://www.army.mil.kr/history/%C0%DA%B7%E1%BD%C7/%BF%EB%BE%EE%C7%D8%BC%B3/%C0%FC%B0%FA%C8%AE%B4%EB.htm 를 참조
[33]
시간에 쫓기는 건 양 웬리지 라인하르트가 아니었다. 라인하르트는 시간을 끌면 끌수록 승리가 확정적이기 때문에 굳이 양 웬리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승부를 낼 필요도 없었다. 그저 양 웬리가 전장을 이탈하지 못하도록 붙잡아두고 있는 것만으로도 라인하르트의 애초 전략은 달성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돌아온 부하 제독들의 대함대가 양 함대를 포위/섬멸하는 것을 느긋하게 구경만 해도 되는 상황이었다.
[34]
뷰코크조차
양 웬리 원수 모살미수사건 이후 춘우 지엔과의 대화에서 "버밀리온 회전때 양 웬리는 정부의 정전명령을 무시해야 했다. 이렇게 말해선 안되지만 그 자신을 위해서도"라는 말을 했었다.
[35]
양 웬리가 이걸 파괴한 이유는 하이네센이 안전해진다는 이유로 동맹 정부가 자신들의 안전이 100% 보장될 것이라 믿고 동맹의 군인과 민간인들을 사지로 쉽게 내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즉
제국령 침공작전 같은 막장짓은 아르테미스의 목걸이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행태였다는 것이었다. 다만 제국군이 바라트로 진입하려 들 당시에는 분명 필요한 장치였다. 게다가 당시에는 구국군사회의 때문에 아르테미스의 목걸이를 완전 박살 내지 않는다면 걔들이 하이네센 10억명을 인질로 잡아 협상을 권할 것이 분명했기에 저항의지를 완전 박살내어 항복을 받아내야 했었고 구국군사회의를 상대하느라 요충지인 이제르론 요새는 최저한의 방비만 해뒀기에 빠른 토벌이 불가피한 점을 생각했을 때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36]
상술했듯 사실 이건 라인하르트의 의도와는 관계없는 것이었다.
[37]
하지만
양 웬리 원수 모살미수사건에서 양 웬리가 만약 병력을 숨긴 것 때문에 형을 받는 것이라면 불만이 없다고 언급을 하는 것으로 보아, 자기행동의 모순적인 부분을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양 웬리가 모살 되는 것을 거부한 이유는 단지 근거 없는 소문만으로 체포를 당한 데다가 재판도 없이 정치가나 정치군인들의 자기만족을 위해 살해당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었다.
[38]
비슷하진 않지만 라인하르트 또한 큄멜 사건과 버밀리온 회전에서 충분히 살 길이 있었음에도 신념을 위해 차라리 죽으려고 했던 일이 있었다. 또한
베스터란트 학살사건과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2차 암살미수사건처럼 그 또한 버밀리온 회전의 양 처럼 자기모순을 빚기도 했다.
[39]
무엇보다 그는 함대 지휘를 해 본 경험도 없기에 인망이고 뭐고 그런 거 가리지 않더라도 아웃이다. 차라리 오베르슈타인은 지휘할 인물을 보좌하는 쪽으로 갈지도 모른다.
[40]
이는
노이에란트 전역에서 실제로 증명되었다.
[41]
일단 제도 오딘에서 반란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면 내분 가능성은 확 낮아진다. 반란군의 명분이 무엇이든 반란군은 이들의 위세를 빼앗으려 할 것이므로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선 당장에는 단결해야 하고 그렇기에 일단 명목상 상관인 미터마이어-로이엔탈 연합 차제로 만들어 따를 수 있다. 다만 리스크라면 두 사람이 버밀리온이 아니라 하이네센으로 갔다는 건데 그렇다고 해도 당장에는 문제시되지 않다가 반란 제압 후 내분이 일어날 때 명분으로 써먹을 가능성이 높다.
[42]
삼두정치에서 삼두의 한 축을 맡았던 크라수스, 레피두스의 경우 크라수스는 다른건 별로라도 돈빨로 뒤에서 정치인을 지원했고 레피두스는 카이사르 암살 직후에만 해도 삼두 중 가장 세력이 거대했다. 둘 다 나름의 기반이 있기에 삼두가 될 수 있던건데 오베르슈타인은 스스로 세력을 만들지도 기반을 만들지도 않았다. 이러니 설사 삼두가 된들 주도하지 못하고 들러리 혹은 균형자 역할이 한계일 것이다.
[43]
물론 이런 제국군 내 대분열&정면충돌이 벌어지면 양 웬리 격파나 동맹 정복은 사실상 물건너가겠지만 오베르슈타인의 성격상 쌍두체제의 불안성에 의한 체제 붕괴의 위험을 감수한 상태로 동맹령 공격을 지속하는 모험은 어울리지 않는다. 차라리 동맹 정복을 포기하더라도 체제 자체의 유지를 우선시하는 것이 어울릴 것이다.
[44]
아마도 양 웬리가 암살된 후에도 그 잔존 병력들이 결집해 이제르론 요새에서
이제르론 공화정부를 세우고 농성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이는 민주주의와 전제주의를 인간의 형상으로 하여 설명하고 있는 것이라 보아도 좋다. 전제주의 체제 하에서는 언제나 상하관계가 존재하고, 이에 따라 단 한명의 최고군주의 힘과 역량에 모든 것이 집중되며, 이는 그가 사망할 경우 그 아래의 부하들이 각자 전제주의 하의 최고군주가 되기 위해 난장판이 벌어지는데, 민주주의 하에서는 상하관계가 존재하지 않기에(전제주의와 같은 상하관계의 유무를 의미함) 각자가 스스로의 가치관에 따라 지도자를 선정하고 이는 굳이 해당 집단 내에서 서로 피튀기며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즉, 양쪽 집단 모두 ‘영웅’이라는 것이 존재하게 되고 그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그 ‘영웅’의 소멸 이후 큰 역량손실 없이 새로운 형태의 영웅, 혹은 집단을 추대하거나 건설하는 것은 민주주의 쪽이 더 낫다는 것. 단, 여기서 명시하는 ‘민주주의’와 ‘전제주의’는 그 정의적 의미를 띈 집단을 말하며, ‘
민주주의의 형태를 한 사실상의 전제주의’나 ‘
전제주의의 형태를 띈 민주주의’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45]
거기다가 동맹의 경제를 예속하고 있기도 했다.
[46]
이 경우, 국민들은 중우정치가 트뤼니히트에 의해 조국이 멸망의 코앞까지 다가가는 걸 보았으니 민주주의를 정화시킬 것이다.
[47]
사실 이러지 않아도 감옥으로 가거나 잠적했을 가능성이 높다.
[48]
루돌프가 폭정을 벌이고도 무사하지 않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루돌프는 문벌귀족들과 다르게 유능했다. 수적인 우세에도
립슈타트 전역에서 패배한 문벌귀족들은 어찌저찌 정권을 되찾는다 하더라도 폭정을 벌이면
지기스문트 2세나
아우구스트 2세와 같이 몰락할 것이 뻔하다.
[49]
단, 조건이 있는데 양측 함대 전체를 사람이 맡으면 안된다. 양측 다 2개 함대 정도는 사람이 컨트롤하고 나머지는 컴퓨터가 하게 내버려 둬야 한다.
[50]
제국군의 병사가 배 밖으로 나온 내장을 다시 집어 넣으려다 피를 토하고, 하체가 절단된채 어머니를 부르며, 동맹군의 병사가 산채로 타죽고, 머리가 절단된 시체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