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2-27 08:25:32

제2차 란테마리오 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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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란테마리오 회전
Second Battle of Rantemario · 第2次ランテマリオ会戦
날짜
우주력 800년, 신제국력 2년 표준력 11월 24일 ~12월 8일
장소
은하제국 노이에란트 란테마리오 성역
교전 당사자 파일:lion02_s.png 은하제국 로엔그람 왕조 파일:lion02_s.png 파일:lion02_s.png 은하제국 노이에란트 총독부 파일:lion02_s.png
지휘관 볼프강 미터마이어
프리츠 요제프 비텐펠트
아우구스트 자무엘 바렌
칼 에두아르트 바이어라인
오스카 폰 로이엔탈
한스 에두아르트 베르겐그륀
알프레트 그릴파르처
브루노 폰 크납슈타인
알렉산더 바르트하우저†
디터스도르프
존넨펠스
쉴러†
병력 은하제국군
미터마이어 함대[1]
함정 42,770척, 장병 4,608,900명
노이에란트 치안군
함정 35,800척, 장병 550만 명
피해 규모 피해규모불명 함정 4,580척, 장병 65만 8900명 하이네센으로 철수
결과
은하제국군의 승리

1. 개요2. 주요 인물3. 배경
3.1. 돌이킬 수 없는 길을 선택하다3.2. 어설픈 반란
4. 전개
4.1. 제국군의 진공4.2. 검으로 흥하고4.3. 검으로 쓰러지다
5. 결말

노이에란트 전역의 에피소드
우르바시 사건 제2차 란테마리오 회전 (종결)
역대 란테마리오 성역 회전
제1차 란테마리오 성역 회전 제2차 란테마리오 회전

1. 개요

  • 등장 작품
    • 은하영웅전설 9권 <회천편> 7장 ~ 8장
    • 은하영웅전설 OVA 96~97화
  • 시기 : 우주력 800년, 신제국력 2년 표준력 11월 24일 9시 50분 ~ 12월 8일 0시 40분

은하영웅전설의 전투. 노이에란트 전역의 최종결전이다. 제국의 쌍벽인 로이엔탈과 미터마이어가 싸웠기에 쌍벽쟁패전으로도 불린다.

2. 주요 인물

3. 배경

3.1. 돌이킬 수 없는 길을 선택하다

우주력 800년 9월, 오스카 폰 로이엔탈이 카이저 라인하르트를 노이에란트로 초청하는 초청장을 제국 정부에 보낼 무렵 제도 페잔에는 로이엔탈 원수가 반역을 꾀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분위기가 흉흉해지자 카이저 라인하르트는 소문을 불식하기 위해 노이에란트 순방을 계획했다.

그러나 지구교의 음모로 중간 기착지인 우르바시에서 주둔군이 반란을 일으키고 카이저 일행이 탈출하는 과정에서 코르넬리우스 루츠 상급대장이 반란군의 총격에 맞아 사망했다. 로이엔탈은 반란 소식을 듣고 알프레트 그릴파르처 대장을 우르바시로 파견해 현지의 치안을 회복하고 사정을 밝힐 것을 명령했고 하루라도 빨리 황제 일행을 찾아 보호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머지않아 루츠 상급대장이 죽었다는 흉보가 전해지자 로이엔탈은 더 이상 라인하르트와 화해할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판단, 반란을 결심한다. 사열감 한스 에두아르트 베르겐그륀 대장은 카이저에 자신의 무고함을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로이엔탈은 황제 앞에 가다가 군무상서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 원수나 내무성 차관 하이드리히 랑에게 모살당하지 않으리라 자신할 수 있냐며 거부했다.

반역을 결심한 로이엔탈은 총독부 고등참사관 욥 트뤼니히트를 감금하고, 이제르론 요새에 사자를 파견하여 이제르론 공화정부 은하제국군의 회랑 통과를 저지한다면 구 동맹령의 지배권은 물론 욥 트뤼니히트의 신병 또한 넘겨주겠다고 제안했다. 이때쯤 공화정부도 보리스 코네프가 물어온 정보를 통해 카이저가 실종되었으며 로이엔탈 원수가 반역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10월 29일, 아우구스트 자무엘 바렌 상급대장이 카이저 일행을 발견하여 보호했다. 12월 1일 카이저 일행은 바렌 함대의 보고를 받으며 우주함대 사령장관 볼프강 미터마이어 원수의 마중을 받았다. 미터마이어는 카이저의 기함 브륀힐트를 옮겨 타 황제가 무사함을 기뻐하며 나이트하르트 뮐러와 일행의 공을 칭찬했다. 그러나 카이저는 주변을 물리고 미터마이어와 독대했다.
"사령장관에게 할 이야기가 있으니, 경들은 잠시 물러나도록."

황제의 말에 뮐러를 비롯한 신하들은 복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퇴실했다.

"미터마이어."

"예"

"경을 남긴 이유는 잘 알겠지. 로이엔탈은 당대의 명장이며, 그를 꺾을 수 있는 자는 제국 전군에 단 두 사람, 짐과 경뿐일세."

"......."

"따라서 경을 남겨두었네. 의미는 알겠지?"

거듭 말할 필요도 없었다. 미터마이어의 벌꿀색 머리카락이 숙여지고, 얼어붙기 직전의 땀이 이마에 가느다란 흐름을 그렸다.

"가혹하다는 것은 잘 아네. 경과 로이엔탈 원수는 10년 이상 친분을 쌓은 벗이었으니까. 따라서 이번에 한해 짐의 명령을 거부할 권리를 주겠네. 경에게는 오히려 모욕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9권 <회천편>, 김완, 이타카(2011), p.193~194

미터마이어는 로이엔탈 토벌을 다시 생각해볼 수 없겠느냐고 간청하지만, 코르넬리우스 루츠의 죽음과 허겁지겁 달아나야 했던 굴욕으로 자존심이 금이 가고 부하의 죽음에 안 그래도 화가 난 라인하르트는 마시고 있던 술잔을 내던져 깨부수며 분노어린 거절을 했을 뿐이었다. 더불어 이게 오해라면 왜 여태까지 사죄는 커녕 어떤 반응도 없느냐고 로이엔탈을 꾸짖는다. 라인하르트의 이유 있는 분노에 미터마이어도 더 반박할 도리가 없었고, 결국 그는 칙명을 받들어 스스로 친우인 로이엔탈을 토벌하게 된다.

로이엔탈이 이끄는 반란군은 바로 어제까지 황제와 제국에게 충성했던 장병들이다. 황제가 직접 토벌군을 이끌고 반란군을 토벌하게 된다면 자신에게 충성했던 장병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는 것이며, 이는 병사들 마음속에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던 황제에 대한 충성심에 자칫 큰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었다. 이는 양 웬리에게 패배한 것보다 더욱 위험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었고, 그래서 미터마이어는 결코 바라지 않았고 원하지도 않았지만 친구 로이엔탈을 토벌하는 사령관직을 받아들인 것이다.

한편 누구보다 로이엔탈을 싫어하는 하이드리히 랑은 반란이 터지자 신이 나서 오베르슈타인 앞에서 열심히 떠들었지만 오베르슈타인은 특사 자격으로 로이엔탈을 찾아갈지도 모르는데, 그때는 경도 데리고 가겠다는 말로 한방 먹였다. 거기에다 로이엔탈을 모함하여 이 사태를 초래한 랑을 처단하려 한 미터마이어에 의해 죽기 직전까지 몰렸지만 제도방위사령관 겸 헌병총감 울리히 케슬러 상급대장이 정론을 내세워 미터마이어를 말린 덕에 목숨은 건졌다. 그러나 이미 죽은 루츠 상급대장의 의뢰를 받은 케슬러가 페잔 대리총독 니콜라스 볼텍의 죽음이 랑이 꾸민 무고죄라는 사실을 밝혀냈고, 보고서를 받은 카이저 라인하르트는 '소인배의 권리를 지키려다 유능한 충신의 불만을 샀다'고 탄식하며 랑을 체포했다.

토벌군 사령관에 임명된 미터마이어는 진압에 앞서 로이엔탈에게 초광속통신을 보냈다. 상황이 그 지경에 이른 뒤에야, 처음으로 두 친구는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통신장교로부터 그 보고를 받았을 때, 로이엔탈은 잠시 망설였으나 통신을 자신의 개인실로 접선시키도록 지시했다.
『로이엔탈, 바쁠 텐데 미안하네.』

생각해보면 이것 또한 기묘한 인사였다.

"괜찮네. 경과 나 사이에 무얼 따지겠나."

로이엔탈도 시비를 걸거나 비아냥거릴 생각은 없었다. 둘도 없는 벗 앞에서는 그도 마음의 갑주를 벗어던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것을 잃은 죄는 자신에게 있으나, 어떤 형태이든, 단시간이나마 그것이 회복된 것은 기뻤다.

『로이엔탈, 나와 함께 카이저께 가세. 나는 경과 싸우고 싶지 않아. 아직 늦지 않았을 걸세.』

"미터마이어, 나도 경과 싸우고 싶지는 않네."

『로이엔탈, 그렇다면........』

"허나, 그래도 나는 경과 싸우겠네. 왜냐고? 싸워서 경을 쓰러뜨리지 않는다면 카이저는 나와 싸워 주지 않으실 것 아닌가."

자연스럽게 날아간 한마디가 미터마이어의 입을 다물게 했다. 로이엔탈의 검은 오른쪽 눈과 푸른 왼쪽 눈에 조용한 격정의 빛이 켜지고, 안구 전체를 각각 다른 색으로 비추었다.

"나는 내가 무엇을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는지, 오랜 기간 모르고 있었네. 지혜 없는 자의 슬픔이지. 하지만 이제야 겨우 깨달았네. 나는 카이저와 싸우고, 그로써 충족감을 얻으려 살아왔던 것이 아닐까 하고."

반론하려다 미터마이어는 보이지 않는 문에 부딪쳐 목이 막혔다. 무한처럼 여겨지는 몇 초를 들여, 간신히 문을 비집어 연 후 그는 굳이 상식적인 설득을 재개했다.

『다시 생각해보게, 로이엔탈. 경이 내게 맡겨만 준다면, 내 몸과 바꾸어서라도 경의 정당한 권리를 지킬 테니. 카이저께서는 랑을 구금하셨어. 사태는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네. 이번에 경이 성의를 보여서 그것을 가속시켜야 하지 않겠나? 네 약속을 믿어 주게.』

"질풍 볼프의 약속이라면 만금의 가치가 있지."

감사하는 마음이 목소리에 깃들었으나, 그것을 절단하듯 로이엔탈은 고개를 가로지었다.

"아니, 안 되겠네. 미터마이어. 경의 몸은 나 같은 존재와 맞바꾸어선 안돼. 경은 항상 정도正道를 나아가게. 나는 갈 수 없는 길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로이엔탈은 입을 다물었다. 그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이 경애하는 벗에게 가르쳐 주어야 하는지를. 3년 전, 립슈타트 전역이 끝나고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가 불의의 죽음을 맞은 후, 리히텐라데 공작을 체포했을 때, 그것을 보고하는 로이엔탈에게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후작은 무어라 말했던가. 수정을 깎아낸 듯한 미모에 무미건조한 미소를 담아,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에게 허점이 있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도전하라고, 실력 없는 패자가 타도되는 것은 당연한 노릇이라고.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이분은 강대한 적을 원하시는 거라고.......

마침내 로이엔탈은 짐짓 야심에 찬 표정을 가장하여 화제를 바꾸었다.

"그보다 미터마이어, 경이야말로 어떤가? 나와 손을 잡지 않겠나?"

『경이 그렇게 서툰 농담을 할 때도 다 있군.』

"농담은 무슨. 내가 정제正帝, 경이 부제副帝가 되는 걸세. 아니, 그 반대여도 상관없지. 둘이서 우주를 분할 지배하는 것도 나쁘지 않잖나? 트뤼니히트조차 해냈던 일이야."

통신 스크린 속에서 미터마이어의 회색 눈동자에 침통한 그늘이 드리워졌다. 생기 어린 얼굴은 매력적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나, 활력과 패기 때문에 오히려 고집불통 소년 같은 인상이 강하다. 그 얼굴에 무채색 그림자가 피어올랐다.

『경은 취한건가.』

"술은 안 했는데."

『술 이야기가 아니네. 핏빛을 띤 꿈에 취했다는 걸세.』

그 지적에 이번에는 로이엔탈이 입을 다물었다. 미터마이어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로이엔탈은 스크린을 통해 그 한숨을 느꼈다. 한숨에 질문이 이어졌다.

『꿈은 언젠가 깨기 마련이지. 깬 다음에는 어찌 되겠나? 경은 말했지. 카이저와 싸워 충족감을 얻고 싶다고. 그러면 싸워서 이긴 후에는 어떻게 할 텐가? 카이저께서 사라진 후, 어떻게 경은 마음의 굶주림을 채울 생각인가?』

로이엔탈은 눈을 감고 입을 열었다.

"꿈일지도 모르지만, 어찌 됐건 나의 꿈일세. 경의 꿈은 아니야. 보아하니 접점도 없을 것 같은데, 무익한 이야기는 그만 접지."

『잠깐, 로이엔탈. 조금만 더 이야기를 들어 주게.』

"......잘 있게, 미터마이어.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우습지만, 카이저를 잘 부탁하네. 이건 나의 본심이야."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9권 <회천편>, 김완, 이타카(2011), p.235~238

미터마이어는 로이엔탈에게 반란을 그만두라고 끊임없이 설득했으나, 로이엔탈은 거부했다. 결국 협상은 결렬되고 미터마이어는 통신이 끊긴 뒤 미친 듯 분통을 터뜨렸는데, 그 모습이 마치 사관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 장교 같았다고 한다.

신제국력 11월 16일, 은하제국 정부는 황제의 이름으로 포고를 발령하여 오스카 폰 로이엔탈에게 원수 칭호와 노이에란트 총독직을 공식적으로 박탈했다. 그와 동시에 제국 정부는 우주함대 사령장관 볼프강 미터마이어 원수를 최고 지휘관으로 아우구스트 자무엘 바렌 상급대장, 프리츠 요제프 비텐펠트 상급대장 등이 포함된 진압군을 편성하여 노이에란트로 파견하였다. 그와 동시에 제국 본토에 주둔하던 에르네스트 메크링거 상급대장에게는 이제르론 회랑을 거쳐 노이에란트에 진입하도록 했다.

3.2. 어설픈 반란

오스카 폰 로이엔탈은 스스로 미터마이어의 제의를 거부하면서 로엔그람 왕조 최초의 반역자가 되었다. 로이엔탈은 곧 들이닥칠 제국군에 맞서 방어 준비를 정해야 했지만, 반란 자체가 충동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에 수많은 문제가 그 앞에 놓여져 있었다.

오스카 폰 로이엔탈 원수 휘하 노이에란트 치안군의 병력은 함정 3만 5800척, 장병 550만 명으로 구 자유행성동맹군 제1차 란테마리오 성역 회전에 동원한 병력을 웃도는 대군이었다. 그러나 로이엔탈이 상대해야 할 은하제국군은 수십만 척에 달하는 함정을 가지고 있었고, 그 병력의 질 또한 치안군에 밀리지 않았다. 여기에 그가 상대해야 할 지휘관은 미터마이어를 필두로 바렌과 비텐펠트라는 제국군의 명장들이었다.

여기에 지리적 문제 또한 로이엔탈에게 불리했다. 이제르론 회랑 이제르론 공화정부가 지배하고 있었는데, 공화정부는 반 제국 세력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친 로이엔탈 세력이라고 하기는 어려웠다. 거기에다 회랑 전투 양 웬리 암살사건으로 수많은 사람이 공화정부를 떠나 전력이 약화되어 수립 이래 별다른 반 제국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공화정부가 제국과의 관계 개선을 노리고 제국군의 회랑 통과를 허용한다면 로이엔탈은 양면전선의 위험에 놓일 수 있었다. 그리고 페잔 회랑 로엔그람 왕조의 수도가 있는 곳으로, 제국군이 다수 주둔하고 있어 회랑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2] 따라서 로이엔탈은 옛 자유행성동맹처럼 회랑 출구 방면에서 적을 막는다는 작전을 쓸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보다 더 큰 문제는, 이 반란의 명분 자체가 애매했다는 것이다. 카이저 라인하르트는 골덴바움 왕조의 폐단을 시정하고 사회를 개혁하여 내정 부문에서 높은 성과를 올렸고, 자유행성동맹 문벌귀족연합군이라는 강대한 적을 격파하고 우주를 통일하였다. 일반 병사들 입장에서 라인하르트는 군신에 가까운 존재로 여겨질 정도였다. 물론 로이엔탈도 휘하 병사들로부터 믿음을 받고 있었지만, 이는 '카이저 라인하르트의 신하'로서 로이엔탈을 따르는 것이었지 '반역자' 로이엔탈이나 '독립세력' 로이엔탈을 따르는 것이 아니었다. 다행히도 로이엔탈의 카리스마 덕에 치안군이 싸우지도 않고 와해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로이엔탈은 휘하 병사들에게 '황제에게 반역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의 간신을 친다'는 반역의 명분을 설명해야 했다.

반란이 터지자 치안군 병사들은 반역의 명분과 정당성에 대해 서로 토론하곤 했는데, 여기서 명분의 애매함과 병사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다.
"우리야 로이엔탈 원수님을 따라갈 뿐이지, 달리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어?"
"하지만 카이저와 싸우다니? 다른 분도 아닌 카이저하고!"
이들이 말하는 '카이저'라는 일반명사에는 신화적인 외경심이 담겨 있었다. 전장에서 승리를 거듭하고, 대군을 이끌어 별의 대양을 정복하고, 역사상 둘도 없는 판도를 지배하는 젊고도 아름다운 황제. 병사들에게 그 존재는 군신에 가까웠다.
"황제 폐하와 싸운다면 우리도 역적이 되는 거잖아?"
"아니야, 폐하와 싸우는 게 아니지. 폐하 곁에서 폐하를 무시하는 간신배들을 타도하는 거라고."
"군무상서 말인가? 나도 그자는 좋아하지 않지만, 사리사욕을 탐하는 자는 아니라던데."
"그걸 누가 알아? 듣자하니 요즘 폐하께서 자주 병환을 앓으시니까 국정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다던걸."
"아무튼 우리가 지금 당장 싸울 상대는 폐하도 군무상서도 아닌, 질풍 볼프잖아."
병사들의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흥분에 가까운 마음이 뜨겁게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거 엄청난걸......."
누군가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제국군의 쌍벽이 서로 부딪친다면, 어느 쪽이 이길까?"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9권 <회천편>, 김완, 이타카(2011), p.240~241

4. 전개

4.1. 제국군의 진공

신제국력 2년 11월, 볼프강 미터마이어 원수가 지휘하는 제국군 대병력이 노이에란트로 진공하자 로이엔탈은 이를 막을 작전을 수립했다.
1. 노이에란트 각지에 배치한 병력으로 여러 겹 방어선을 만들어, 진공하는 미터마이어 함대에 최대한 타격을 주며 전진속도를 늦춘다.
1. 적 주력부대를 행성 하이네센까지 깊숙이 끌어들인 다음 후방을 차단한다. 혹은 차단을 가장해 적 후퇴를 유발한다.
1. 적이 후퇴할 때는 각지에서 배치한 병력을 재집결해 요소를 가로막고, 하이네센에서 주력부대가 출동하면 이와 호응하여 앞뒤에서 협공해 패배로 이끈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9권 <회천편>, 김완, 이타카(2011), p.242
이 작전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했는데, 작전이 완료될 때까지 이제르론 회랑에서 적 병력이 침입해 양면전선을 형성해서는 안 되며, 노이에란트 각지에 배치된 치안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재집결할 인재를 지휘관으로 임명할 것이었다. 첫번째 조건은 이제르론 공화정부에서 신제국에 협력해서 제국군의 통과를 허용한 탓에 실패했으며, 두번째 조건은 사열총감 한스 에두아르트 베르겐그륀 대장이 발탁되어 묵묵히 준비했으나, 준비만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 작전이 미처 발동도 걸지 못한 상태에서 막을 내린 이유는, 미터마이어가 그 별명 '질풍 볼프'에 걸맞게 다른 용병가들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속도로 진격하여 로이엔탈에게 작전을 구축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았다는 데에 있었다. 물론 로이엔탈도 그 점을 감안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고 예측도 했지만, 결과가 그 예측 중 최악의 지점을 짚었던 것이다. 결국 로이엔탈은 작전을 포기해야 했으며, 명령에 따라 분산하려던 병력을 간신히 집결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황급히 온 탓에 미터마이어 함대 단독으로 와서 침공한 제국군의 숫자는 노이에란트 치안군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는 점이었다. 로이엔탈은 휘하 전 병력을 동원해 미터마이어를 요격하기로 마음먹는다.

이 역시 미터마이어의 예측대로였다. 승리가 필요한 로이엔탈은 최대한 많은 전력을 동원해 미터마이어 함대를 격파하여 최대한 전략적 승리에 가까워질 필요가 있고, 부족한 명분과 불충분한 준비 탓에 근본적으로 결속력이 낮을 수 밖에 없는 치안군 중 일부를 하이네센에 남겨두었다가 그들이 배반하여 제국군에 투항하면 로이엔탈은 본거지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4.2. 검으로 흥하고

우주력 800년 표준력 11월 24일. 로이엔탈과 미터마이어는 란테마리오 성역에서 대치했다. 같은 날 9시 50분, 쌍방의 거리가 5.4광초,光秒,에 접근했을 때 양군의 일제포격을 시작으로 제2차 란테마리오 회전이 시작되었다. 이때 양측의 병력은 로이엔탈 520만, 미터마이어 259만으로 로이엔탈 군이 두 배 정도 많았기 때문에 로이엔탈은 공세를, 미터마이어는 방어에 나섰다. 숫적으로 로이엔탈이 훨씬 우세했지만 미터마이어는 직속 기동병력으로 로이엔탈 군의 침투를 막아내어 최대한 버티는 데 성공하였다.

여기서 미터마이어가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먼저 도전을 시도했는데, 로이엔탈이 각개격파를 목적으로 나올 것을 예상해 지구책,持久策,을 버리도록 유도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전술적으로는 단기결전, 전략 차원에선 아군이 후속병력이 확보될 때까지 수비를 고수함으로써 최종 국면을 유리하게 전개시키겠다는 것이 미터마이어의 기본자세였던 셈이다. 그리고 지구전을 벌이지 않음으로써 아군, 적군 모두의 희생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었다.

11월 25일 8시 30분, 슈바르츠 란첸라이터가 전장에 도착하여 전선의 균형이 맞춰졌다. 슈바르츠 란첸라이터는 강행군을 거듭하여 낙오자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1만 척이 넘는 전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미터마이어에게 아침식사 할 시간을 남겨주자며, 비텐펠트의 기함 쾨니히스티거는 병사들의 선두에 서서 맹추격을 시작했다. 이 때 풍문으로는, 비텐펠트는 아침 식사로 프랑크푸르트 소시지에 머스터드 소스를 잔뜩 발라 씹어먹으며 지휘봉을 휘둘렀다고 한다.[3]

기함 트리스탄의 함교에서 슈바르츠 란첸라이터 참전 소식을 들은 로이엔탈은 적으로 만나니 거대한 압도감이 육박하는 것을 실감하였다. 슈바르츠 란첸라이터가 돌진하자 로이엔탈 군 좌익은 동요하여 진형이 흐트러졌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미터마이어는 9시 15분 3연속 일제사격을 개시하여 전진하기 시작했다.

슈바르츠 란첸라이터 함대는 구 파렌하이트 함대와 섞인 혼성함대인데다, 유능하고 개성이 강한 부대인 만큼 다른 부대와의 융합도 쉽지 않아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제국군 동지끼리의 싸움이니 똑같은 형태의 함정이 뒤섞여 피차 적과 아군을 구 별하는 데 애를 먹었다. 또한 아달베르트 폰 파렌하이트 장군이 전사한 원인은 회랑 전투에서 비텐펠트가 저돌적으로 나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병사들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3년 전 립슈타트 전역 때 로이엔탈이 이끌었던 라인하르트 군과 싸웠던 자들도 더러 섞여 있었다는 점이 사기에 지장을 주기도 했다.

25일 19시. 슈바르츠 란첸라이터에 이어 아우구스트 자무엘 바렌 함대도 작전을 개시함으로써 양군의 전력비,戰力比,는 거의 대등한 경지에 이르렀다. 그런데 최정예로 여겨지는 로이엔탈의 직속 병력이 기묘한 움직임을 보였는데, 미터마이어는 잠시 생각하다가 적 부대의 목적이 돌출된 칼 에두아르트 바이어라인 함대의 후방을 차단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바이어라인은 혈기에 취해 공세에 미터마이어의 충고를 잊고 로이엔탈의 유인책에 이끌려 전진하다가 별동대에 의해 배후가 차단당했다. 로이엔탈은 그걸 보며 "풋내기에게 용병술을 가르쳐 주면서까지 싸워야 하다니, 짜증이 나는군 그래. 안 그런가, 레켄도르프?"라고 말했고, 즉시 십자포화를 퍼부어 바이어라인 함대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바이어라인은 반격과 탈출을 동시에 시행했지만, 로이엔탈에게 계속 선수를 빼앗기다가 미터마이어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하였다. 그러나 부사령관 레머 중장과 세 명의 제독을 잃었고, 바이어라인은 미터마이어에게 사죄했다.
『당했습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통신 스크린에 나타난 바이어라인의 개탄에 미터마이어는 웃지도 않고 대답했다.
"지금도 당하고 있으니 아직은 완료형으로 말할 수 없네. 조만간 역접 접속사를 붙이고 싶군."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9권 <회천편>, 김완, 이타카(2011), p.251

이 상황에서 미터마이어는 알프레트 그릴파르처가 배신했으며 브루노 폰 크납슈타인이 이에 공모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으나, 그들이 로이엔탈과 생사를 함께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며, 그런 이유로 전력을 집중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막대한 화력이 크납슈타인 함대를 강타했고, 크납슈타인 함대는 순식간에 붕괴하였다. 그릴파르처가 언제 배신할지 초조해하던 크납슈타인은 11월 29일 6시 9분, 적극적으로 배신하지도, 적극적으로 반역하지도 않은 자신이 누구보다 먼저 무의미한 전투에서 전사해야 하는 세상의 불공평함에 절규하며 기함과 함께 산산조각났다. 10분 뒤 크납슈타인의 부고를 접한 "그런가, 크납슈타인에게 미안하게 됐군."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를 배신행위에 끌어들인 그릴파르처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의 부고를 들었다.

그릴파르처는 전우를 잃었으나, 이때야말로 배신할 적기였다. 그러나 미터마이어 함대의 공격이 너무 강해서 공격을 멈추었다가는 그릴파르처 함대도 크납슈타인 함대처럼 함렬이 분단되어 함대가 와해될 것이 뻔했기 때문에 배신할 수 없었다. 그 상황에서 로이엔탈은 화력으로 단층을 만들어 미터마이어 함대와 슈바르츠 란첸라이터를 가르고, 슈바르츠 란첸라이터를 향해 막대한 화력을 쏟아부었다. 슈바르츠 란첸라이터는 치안군의 공세에 수세에 약하다는 단점을 보이면서 패주 위기에 빠졌으나, 비텐펠트가
"물러나지 마라! 물러나지 말라고 그랬지!"
비텐펠트는 오렌지색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리며 쾨니히스티거 함교 바닥을 발로 쾅쾅 굴러댔다.
"물러나고 싶으면 물러나! 쾨니히스티거 주포로 날려버려 주마! 비겁자로 살아남는 것보다야 훨씬 명예롭겠지!"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9권 <회천편>, 김완, 이타카(2011), p.254

부하들에게 E를 클릭호통을 쳤고[4] 부참모장 오이겐 소장이 이 말을 통신회로에 흘려보냈다. 그 결과 각 함정이 다시 방향을 정반대로 바꾸어 공격에 나섰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은 슈바르츠 란첸라이터 함대의 진면목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보고 있던 로이엔탈 왈, "비텐펠트라면 어떤 폭거라도 저지를 법하다고 생각한 거겠지. 악명도 때로는 쓸모가 있나 보군."

더군다나 "돌아가신 파렌하이트 원수의 용명을 부끄럽게 하지 마라! 멧돼지 같은 슈바르츠 란첸라이터 놈들이 거들먹거리게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며, 파렌하이트 휘하의 용장으로 알려진 호프마이스터 중장이 선두에 나서서 반격하는 바람에 오히려 더 용전했다. 작중에서는 전술 이론과는 무관한 시너지만큼 용병가의 계산을 뒤엎는 것도 없다고 했으니, 이 슈바르츠 란첸라이터의 활약이 로이엔탈 함대에게 큰 피해를 준 듯 보인다. 결국 로이엔탈은 질서정연하게 전선을 후퇴시켰다.[5]

11월 30일. 아직도 전투는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었다. 쌍방의 지휘관은 호각지세의 역량을 갖고 서로 상대방의 전술을 정확하게 꿰뚫어보고 있었다. 따라서 그때그때 신속하게 대처하다 보니, 피해를 입어도 치명적인 상태에는 이르지 않아 차츰 지구전의 양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6]

12월 1일 16시. 항상 전화,戰火,의 중심부에 있던 비텐펠트가 일시 후퇴하여 함렬을 재편하는 바람에 로이엔탈 군이 적보다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이때 로이엔탈은 정면의 전력을 줄인 다음, 집중 포화를 퍼부어 미터마이어 군의 전진을 저지했다. 그러는 한편 기동력 중심의 직속부대를 지휘, 적의 왼쪽 측면을 찌르려고 했다.

그 작전이 성공하면 반포위의 고리에 의해 미터마이어 군은 좌우로부터 화력의 세례를 받아 꼼짝달싹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함몰될 것이었다. 하지만 이 극적인 공세는 아우구스트 자무엘 바렌 상급대장이 신속하게 맞서 나오는 바람에 실패했다. 양측의 포화가 작렬하는 과정에서 바렌의 기함 살라만더가 두 차례 피탄당해 발퀴레 제2격납고와 함교 아래가 파손되었고, 함교에만 사망자가 8명, 중경상자가 20명이 나왔다. 이때 바렌 본인도 왼팔 절반이 날아갔지만, 다행히도 왼팔이 의수였던 탓에 다치지는 않았다. 바렌은 손상된 의수를 절단하고 걷어차 동요하는 부하들을 진정시켰다.

세 시간이 지나고, 미터마이어가 전선 곳곳에 돌파구를 만든 뒤 이를 확장하여 전진을 꾀하자 로이엔탈은 더 이상 바렌 함대를 공격하지 않았다. 미터마이어는 실제로 성공할 뻔했고, 하필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 배신자 그릴파르처라서 로이엔탈은 이때 패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러나 그릴파르처는 배신할 타이밍을 잡지 못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부하들은 열정적으로 반격하였다. 그릴파르처는 미터마이어의 공격을 끌어들여서 로이엔탈 군을 무너뜨리는 계책을 고안해냈지만 미터마이어의 압력이 강한 탓에 구멍을 뚫었다가는 제일 먼저 압사당할 두려움 때문에 배신은 커녕 살기 위해 전력으로 반격을 가해야 했다.

그릴파르처의 필사적인 저항은 로이엔탈이 직속부대를 이글고 구원하러 올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릴파르처는 아예 항복할 생각이었지만 통신회선이 연결되기 직전에 로이엔탈이 나타나서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로이엔탈은 정밀한 화력 집중으로 미터마이어의 돌파구 하나를 없애고, 다른 하나는 반격을 가해 가로로 긴 종대를 만들어 미터마이어 군에 측면공격을 가했다. 짧지만 격렬한 전투 끝에 미터마이어는 60만 km 후퇴하였다.

4.3. 검으로 쓰러지다

12월 3일, 에밀 폰 레켄도르프 소령이 이제르론 회랑에서 제국군 함대가 하이네센으로 진공하고 있다고 로이엔탈에게 보고했다. 이제르론 혁명군 사령관 율리안 민츠는 심사숙고 끝에 로이엔탈의 제안을 거절하고, 에르네스트 메크링거 함대의 회랑 통과를 허가하였다.
결국 이렇게 되었으니, 싸움을 계속해 나간다는 건 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메크링거가 하이네센을 점령한다면 노이에란트 치안군은 근거지를 잃고 양면전선의 위험에 빠질 수 있었다. 결국 로이엔탈은 후퇴를 결정했으나, 미터마이어는 좌우 양 날개에 바렌과 비텐펠트를 완전히 자기 관제하에 두고서 로이엔탈 군의 좌우 양쪽을 교대로 공격하여 손해를 입힘으로써 확실하게 압박하는 작전을 펴기 시작했다. 그러나 로이엔탈은 직속부대의 포화로 적의 전진을 일시 정지시킨 다음, 그 틈을 이용하여 병력을 순차적으로 전선에서 이탈시켜 별다른 희생 없이 후퇴했다. 미터마이어는 별다른 손실 없이 후퇴하는 로이엔탈의 용병술에 감탄했으나, 반란이 길어지면 노이에란트의 민중과 공화주의자들이 반제국 봉기를 일으킬 것을 우려하여 즉각 추격에 나섰다.

12월 7일, 볼프강 미터마이어 함대는 오스카 폰 로이엔탈 함대의 후미를 사정거리 내에 포착했다. 미터마이어 함대의 접근을 눈치챈 치안군은 즉각 역습하려 했으나, 이 때를 기회로 여긴 그릴파르처 함대의 배신으로 혼란에 빠지고 만다.

그릴파르처는 이 때야 말로 로이엔탈에 배신할 기회로 여겼으나, 그 실행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배신계획 자체를 비밀로 한 탓에 그릴파르처 함대의 대부분 장병들은 난데없이 아군을 포격하라는 함대 사령부의 명령을 이해하지 못했으며, 알아서 자중지란에 빠졌던 것이다. 갑자기 아군을 배신하고 뒷통수를 치라는 명령에 그릴파르처 부하들은 상당수가 뭐가 뭔지 몰라 갈팡질팡했는데 OVA에서는 이런 걸 설명하는 나레이션과 같이 대사없는 연출로 한 함선의 내부가 나온다. 갑작스런 배신 명령에 함장이 벌떡 일어나서 오퍼레이터에게 와서 대체 무슨 말이냐고 어이없어하다가 뒤에서 쏟아지는 아군...아니 크납슈타인 함대 맹공에 맞고 빚과 같이 사라진다. 그 순간까지 함장이나 부하들은 대체 이게 어찌된건지 모르는 얼굴로 순살당했다.

여기에 전투에서 전사한 브루노 폰 크납슈타인을 애도한 크납슈타인 함대 생존자들은 그릴파르처에게 분노를 쏟아내며 열광적으로 반격했다.[7] 갑작스러운 노이에란트 치안군의 혼란을 미터마이어는 이해하지 못했으나, 방수된 통신에서 배신자를 연발하자 그제서야 사태를 깨달았다. 이런 추악한 그릴파르처의 배신에 매우 분노했다. 로이엔탈 본인도 저놈은 이런 기회를 노렸던 거냐라며 씁쓸하게 말하면서 반격을 명령한다.

치안군의 내전이 한창 달아오를 때, 치안군 총기함 트리스탄에 1시 방향으로 레일 캐논 포탄이 날아왔다. 트리스탄은 회피 기동으로 포탄을 피했으나, 하필 회피한 방향으로 다른 포탄이 날아와 장갑을 뚫고 함내에서 폭발했다. 폭발의 충격으로 40cm 크기의 세라믹 파편이 로이엔탈에게 날아왔으며, 로이엔탈의 쇄골에 박혀버렸다. 사령관의 부상에 놀란 레켄도르프 소령이 "각하!"라고 외쳤으나 로이엔탈은 태연하게 "다친 건 경이 아니니 비명을 그만 지르게." 라고 말하며 손수 세라믹 파편을 뽑아냈다. 급히 군의관이 달려와 응급처치를 수행했으며, 수술을 해야 한다고 진언했으나, 로이엔탈은 이를 거부하고 다른 부상자의 치료를 명령했다. 응급처치를 받는 도중 에밀 폰 레켄도르프 소령은 그릴파르처를 응징하자고 했으나, 그는 배신자 그릴파르처의 말로를 뻔히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카이저께서 그냥 놔둘거 같냐며 내버려두었다.[8] 피탄된 트리스탄은 전투력과 방어능력이 떨어져 12월 8일 0시 40분 전장에서 이탈했다. 치안군은 일부 부대의 배신과 사령관의 부상이라는 이중 악재를 만났지만 로이엔탈의 침착한 지휘로 질서정연하게 후퇴했다.

기껏 배신해 놓고 별 소득 없이 투항한 그릴파르처는 로이엔탈의 벗인 미터마이어를 피해 바렌 함대에 항복했다. 미터마이어는 투항자와 얼굴을 맞대기를 거절했다. 그를 만나면 자기가 어떤 말을 내뱉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한편, 전투 직후 다수의 치안군 병력이 제국군에 항복했다. 고급장교들은 "로이엔탈 원수에 등을 돌린 것이 아니라, 카이저께 귀순하여 제국군인의 정도로 돌아가는 것이다"라고 정당화했으나 한 소년병은 "질풍 볼프, 슈바르츠 란첸라이터와 목숨 걸고 싸웠으니 로이엔탈 원수 각하께 의리를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심문에 답했고, 그 말을 들은 미터마이어는 내전이 끝났음을 직감했다. 근본적으로 반란의 명분 자체가 부족했던 만큼 장병들은 싸울 이유를 찾지 못했고, 그나마 로이엔탈의 카리스마와 통솔력으로 여기까지 장병들을 통제할 수 있었지만 그것도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550만 명에 이르렀던 노이에란트 치안군은 투항자와 탈영병이 급증해 급속도로 해체되었고, 미터마이어 군은 이 투항자들을 수습하기 위해 진격이 둔화되었다. 투항자를 정리하는 역할은 폴커 악셀 폰 부로 대장이 맡았으며, 미터마이어는 투항한 치안군 장교로부터 로이엔탈이 하이네센으로 퇴각했다는 사실을 듣고 하이네센으로 출격 준비를 갖추게 했다.

5. 결말

12월 11일, 에르네스트 메크링거 상급대장 함대가 간다르바 성계 외곽에서 미터마이어 군과 합류했다. 메크링거 함대는 행성 우르바시에 주둔하여 우르바시 사건 이후 동요하고 있는 우르바시의 질서 재건과 유지를 담당하고, 미터마이어, 바렌, 비텐펠트 함대는 하이네센으로 출발했다.

한편, 로이엔탈은 하이네센으로 돌아왔으나 이미 병력의 9할 가까이를 잃은 상태였다. 로이엔탈 지휘 하에 하이네센으로 돌아온 병력은 함정 4,580척, 장병 658,900명이 불과했다. 여기에 치안군 주요 간부 중 알렉산더 바르트하우저와 쉴러는 전사했고, 디터스트로프는 부상을 입고 제국군에 항복했다. 로이엔탈은 하이네센에 상륙함과 동시에 모든 장병들에게 더 이상의 저항을 중단하고 대기하는 지시를 하달했으나, 약 4천 명의 장병들이 총독과 함께 최후를 다하겠다며 로이엔탈 원수의 명령을 거부하고 총독부 근처로 집결하였다.

총독부에 복귀한 오스카 폰 로이엔탈은 자신이 죽은 뒤 다른 사람들에게 해가 가지 않도록 민정장관 율리우스 엘스하이머에게 뒤를 부탁하고 뒤이어 욥 트뤼니히트를 총독부로 호출해 쏴죽이는 마지막 선행을 하고 숨을 거둔다. 로이엔탈은 12월 16일 16시 51분 노이에란트 총독 집무실에서 사망하고, 몇 시간 뒤 미터마이어가 이끄는 제국 함대가 하이네센에 상륙하며 내전을 마무리 지었다.[9]

미터마이어는 "카이저께 관대한 조치를 부탁드릴 테니 섣부른 짓은 하지 마라."라고 치안군 장병들에 공포했고 대부분 장병들은 그에 따랐으나, 한스 에두아르트 베르겐그륀 지크프리트 키르히아이스에 이은 상관의 죽음에 슬퍼하며[10] 자살하여 미터마이어를 우울하게 하고, 자신의 친구인 폴커 악셀 폰 부로를 절망시켰다.

볼프강 미터마이어는 이 싸움의 승자로 불릴 때마다 "나에게는 비텐펠트 바렌이 있었지만, 로이엔탈에게는 아무도 없었다. 어느 쪽이 승자라 불릴 가치가 있는지는 이론의 여지도 없다."며, 자신이 사실상 진 싸움이라고 정정했다.

[1] 미터마이어 함대, 바렌 함대, 슈바르츠 란첸라이터를 합한 수치. [2] 페잔 회랑 노이에란트 방면 출구는 샤텐부르크 공역이라 하여 미터마이어를 필두로 한 제국 주력 우주함대들이 모여 있었다. [3] OVA 애니에서는 소시지를 먹으며 말하는 게 덧붙여졌다. "미터마이어 원수에게 식사할 시간을 주는 거다!" [4] 물론 비텐펠트가 진짜로 부하들을 날려버릴 리는 없다는 서술이 나온다. 하지만, 비텐펠트는 그러고도 남았을 거라는 인상만은 확실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호통에 욕설까지 퍼부어가며 소리를 질러댔으니 다들 "이러다가 진짜 적군에게 먼지 되기 전에 아군에게 먼지가 되는 거 아닌가?" 라는 두려움이 들었을 만하다. OVA에서는 이를 들은 직속부하로 추정되는 이들이 경악하는 모습이 나온다. [5] OVA에서는 나레이터가 협조나 연계와는 무관하게 슈바르츠 란첸라이터는 공포를 뛰어넘었다...라기보다는 공포를 무시하는 열광을 가지고 쇄도해오는 죽음과 맞서 이를 분쇄했던 것이다. 로이엔탈은 냉정한 용병가답지 않게 아연하여 전황을 보다가 결국 실소를 금치 못하며 후퇴를 명했다. 라고 말했다. [6] 거기다가 미터마이어를 처부숴도 라인하르트의 본대까지 있으니 로이엔탈은 자신과 똑같은 처지였던 양 웬리의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로이엔탈 입장에선 양은 도대체 어떻게 이긴건지 궁금해할듯 [7] 매체에 따라서 그릴파르처와 크납슈타인의 행위에 대해서 배신을 알았다고도 몰랐다고도 하는데, 어느 쪽이든 크납슈타인의 부하들은 분노할 만하다. 알았다면 함께 배신하기로 해놓고는 눈치보다가 크납슈타인이 죽게 내버려두고 자기 혼자 열매를 독차지하려는 놈으로 보이게 되고, 몰랐다면 저만 살려고 빠져나가려는 미꾸라지 같은 놈으로 보이게 되기 때문. [8] 그릴파르처는 5중의 추태를 드러내고 말았다. 첫째로 황제 라인하르트에 대한 로이엔탈의 모반에 가담한 것, 둘째로 표면적이라 하더라도 일단 로이엔탈과의 맹세를 배신한 것, 셋째로 배신한 시기를 잘못 택했다는 것, 넷째로 배신을 성공으로 이끌지 못하고 로이엔탈에게 격파당했다는 것, 마지막으로 그 어떤 결실도 맺지 못한 상태에서 진압군에게 두 손 들고 항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말이 좋아 5중이지, 우르바시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것과 로이엔탈을 꼬드긴 것까지 합한다면 무려 일곱 가지다. 어쩌면 제국판 트뤼니히트라고 봐야 할지도... [9] 로이엔탈이 사망하기 전에 저항을 멈추라는 명령을 하달했기에 하이네센에 있던 노이에란트 치안군은 미터마이어군의 하이네센 상륙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다만 총독부에 집결한 병사들의 일부가 여전히 저항 의사를 드러내며 총독부 건물에 들어가려는 미터마이어와 참모진들에 대해 총을 겨누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로이엔탈의 참모였던 존넨펠스 중장이 이들을 제지하여 더 심각한 사태로 번지진 않았다. [10] 둘 다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이 원인을 제공했으나, 사실상 라인하르트가 이를 방조한 측면도 있었다. 결국 절망에 빠진 베르겐그륀은 황제를 향한 원망 섞인 악담을 유언으로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