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22 22:37:53

문백이독

파일:漢.svg 파일:漢_White.svg 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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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상세

1. 개요

문백이독()은 일부 한자를 문독(文讀)과 백독(白讀)이라는 두 가지 독음으로 다르게 읽는 현상이다. 문독은 주로 전문용어를 읽을 때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용되는 서면어 독음을 말하고, 백독은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구어 발음을 말한다. 일부 관화를 제외한 모든 중국 지역어(방언)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며, 언어학에서 쌍형어(雙形語, Doublet)의 일종으로 설명하는 현상이다.

2. 상세

중국에서는 고대부터 공통어가 존재하였다. 춘추전국시대까지 아언(雅言), 한나라 시대에는 통어(通語), 그 이후에 정음(正音)이라고 불렸으며 공통어음대로 문헌을 읽는 것이 정통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과거 중국 교육기관에서 이러한 교양있는 발음, 즉 문독을 기준으로 사람들에게 한자를 가르쳤다. 한편 표준어와 방언 사이에도 단어의 음가 차이가 있듯이, 문독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발음인 백독과 어느 정도 차이가 있어[1] 문백이독 현상이 생겼다.

주로 백독이 보수적이고 해당 지역어(방언) 음운구조를 따르고, 문독이 당대 공통어 음운구조를 따른다. 대개 백독이 문독보다 더 오래되었다. 민어(閩語), 오어(吳語), 월어()- 광동어(廣東語)- 등 남중국 언어와 서남관화(西南官話, 사천성, 운남성, 귀주성 일대 지역어)가 그러하다. 하지만, 공통어이던 강회관화(江淮官話, 남경 주변 일대)나 보통화는 반대로 문독이 백독보다 더 오래되었다. 보통화는 유연관화(, 북경 및 인근 하북성 일대 지역어)을 기반으로 하여 제정되었는데, 보통화의 문독은 북경이 수도가 된 몽골 제국( 원나라) 이전 중국 중원 지역에서 널리 사용되던 장안음, 낙양음을 기반으로 하는 반면에, 보통화 백독은 북경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한 음운 변동 현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백독이 대체로 더 이전 시기의 발음을 반영하는 점에서 과거 음운 구조를 밝히는 근거로 활용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고무 순경음(古無輕脣音; 고무경순음, 조기 중고한어 시절까지 옛날에 순경음이 없었다), 고무정치음(古無正齒音, 조기 중고한어 시절까지 또는 상고한어 시절까지 옛날에 정치음, 치경구개음 또는 교설음이 없었다), 낭일귀니(娘日歸泥) - 상고한어로 돌아갈수록 娘母(차탁성 / 불청불탁 정치음, /ȵ/ 또는 /ɳ/(교설 비음)과 日母가( 반치음이) 泥母(차탁성 / 불청불탁 치두음, /n/(치경 비음))에 동화된다.- 3개 설을 밝히고 정설이 되게 하는데, 경순음~ 순치음(), (), () 한자음이 민어 문독음에서 에 대응되는 /h-/ 성모고 민어 백독음에서 (전청성 중순음, 무성유기 양순 파열음(/p/), (차청성 중순음, 무성유기양순파열음 /pʰ/) 성모가 됨을 근거로 삼아 고무순경음론을 논증하였다. 또 서남관화에서 치경음 교설음이 혼동됨 등으로 고무정치음론을 논증하였다.

대체로 정치, 문화 권력이 강하거나 강했던 지역일수록 문백이독 현상이 약하게, 그렇지 않은 지역일수록 문백이독 현상이 강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공통어인 지역어(음이)가 고대부터 중세까지 중원 장안, 낙양의 독음이 통용되었다 이후 청나라 초기까지 남경음이 통용되었고 청나라 중후기부터 북경음이 통용되었고, 공통어음도 수없이 변했음으로 특정 지역어(방언)에서 문독음 갯수가 여러 개인 경우도 존재한다. 민남어 절운을 기반으로 한 문독, 시대에 통용된 관화를 기반으로 한 문독이 혼재한다. 또한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된 이래로 북경화를 기반으로 한 보통화를 전국적으로 널리 보급함에 따라 지역별로 통용되는 독음과 보통화 독음의 차이가 나는 경우도 발생한다.

현재 중화인민공화국 보통화에서 문독과 백독 중 어느 하나만을 표준으로 삼아 정리했기 때문에 문백이독 현상이 적다. 문독을 표준으로 삼은 경우는 學 등이 있고, 백독을 표준으로 삼은 경우는 白, 黑 등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문백이독이 어느 정도 남았다. 예를 들어 는 일반적인 '얇다'의 뜻일 때는 백독인 báo로 읽지만, '적다', '불친절하다'의 뜻일 때는 문독인 bó로 읽는다. 의 경우, 일반적인 '주다'의 뜻일 때는 백독 gěi로 읽으나, 給, 給의 어휘 단위로 쓰일 때는 문독 jǐ로 읽는다.

한편, 중화민국( 대만) 국어도 똑같이 표준화했지만, 기준이 달라서 표준 독음이 차이가 나는 경우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중국 보통화에서 을 일반적인 '피'란 의미일 때는 백독 xiě로 읽지만 혈관일 때는 문독 xuè로 읽는다. 한편 대만 국어에서 의미 상관없이 모두 백독 ㄒㄧㄝˇ(xiě)로 읽는다. 대체로 대만 국어음이 북경화를을 그대로 반영하였고, 보통의 독음이 광운에 더 부합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서는 표준중국어/양안 간의 독음 대조 참조.


[1] 아울러 전근대 중국 역사의 대부분 기간 동안 문해율은 상당히 낮았기 때문에, 문독음이 백독음을 대체할 만큼 널리 확산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