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王敦
266년 ~ 324년

1. 개요2. 생애3. 일화

3.1. 《진서 왕돈전》3.2. 《세설신어》

1. 개요

동진 초기의 권신이자 반역자.

승상 왕도의 사촌 형이며 자는 처중(處仲)으로 서주 낭야국 임기현 사람이었다.

2. 생애

팔왕의 난을 피하려고 했던 낭야왕 사마예에게 왕도는 건업으로 피하라고 했고, 이때 왕돈은 사마예, 왕도와 함께 강동으로 내려갔다. 315년에는 도독 강주, 양주, 형주, 상주, 교주, 광주 6주제군사 및 강주자사[1]가 되었으며 한안후에 임명되었다. 이윽고 서진의 민제 사마업이 전조의 유요에 의해 생포되면서 진왕이 된 원제 사마예에 의해 대장군의 자리를 수여받아 군권을 장악했다.

그러나 322년, 반란을 일으켜 무창에서 거병했는데 대의명분은 중종 원제 사마예의 측근이었던 유외와 조협을 죽인다는 것이었다. 사마예가 이들을 중용하며 왕도와 왕돈을 멀리했기 때문으로 석두성을 수비하던 군대를 손아귀에 넣었다. 당시 조카 왕윤은 왕돈의 반란 모의를 우연히 듣게 되었고, 이에 입에 손가락을 넣고 일부러 구토를 하여 병자를 가장해 목숨을 건졌다. 왕돈은 석두성에서 유외와 조협 등이 이끄는 관군을 무찌르고 원제 사마예의 항복을 받아냈다. 유외는 후조의 고조 명황제 석륵에게로 달아났고, 조협은 나이가 많아 말을 타지 못하여 수행원들에게 모든 걸 맡겼다가 배신당해 그 수급이 왕돈에게 전달되었다. 그리고 왕돈은 무창으로 돌아가 상주자사 초왕 사마승, 양주자사 감탁(甘卓)까지 죽여버렸다. 자신의 수족을 모두 잃은 사마예는 왕돈에게 실권을 넘기고 승상에 임명했다. 전권을 손에 넣은 왕돈이 마음대로 사람들을 살육하고 옛 무덤을 도굴하는 등 전횡을 부리니, 사마예는 이내 분사하고 말았다. 명제 사마소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즉위했다.

원래 왕돈은 그를 싫어하는 사마소를 꺼려 모함을 했으나, 실패했으며 예상대로 사마소는 황제가 되자 마자 왕돈이 저지른 악행을 구실로 그를 처벌하려고 했다. 323년, 명제 사마소는 왕돈을 역적으로 규정하며 정벌하라고 조칙을 내렸다. 이에 왕돈은 제위 찬탈을 노리고 다시 반란을 일으키려 했지만 거병 직전에 병으로 쓰러졌다. 이때 왕돈은 점쟁이 곽박에게 길흉을 점치게 했다.

곽박: "이번 거사는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왕돈: "나의 수명은 어떠한가?"
곽박: "움직이지 않으시면 장수하실 것이나 거사를 일으키면 반드시 죽게 될 겁니다."

이에 화가 난 왕돈이 마지막으로 곽박에게 물었다.

왕돈: "너의 수명은 어떠한가?"
곽박: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이에 왕돈은 곽박을 죽이고 병이 든 자신 대신에 형 왕함을 대장으로 세워 출병시켰다. 그러나 왕함은 324년 7월 수도 건강 인근까지 진격했다가 월성에서 명제의 관군에게 대패했다. 패전 소식을 듣은 왕돈은,

"우리 형은 늙어빠진 하녀처럼 쓸모없구나!"

라고 말하며 스스로 선두에 나서려고 했으나, 병이 나서 힘을 다하고 쓰러져 그대로 죽었다. 이후 왕함을 포함한 잔당들은 왕도가 이끄는 진압군에 의해 모두 소탕되었고 왕돈의 무덤은 파헤쳐져서 시신이 부관참시된 후, 목이 명제에게 바쳐졌다. 그외 왕돈의 가족들도 전부 처형되었다. 그러나 왕도 일족은 무사했고 왕도는 이 공으로 승상으로 복귀해 도간, 유량, 치감과 함께 실력자로 부상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동진 내 신하들은 역적은 본디 9족을 멸하는 법이니 왕도는 왕돈의 사촌이니만큼 그와 그의 가족도 죽여야 한다고 우겼지만 명제는 "왕도가 왕돈과 촌수가 가까운건 맞소. 하지만 그와 그의 일가는 왕돈 일가와 관계를 끊고 지내며 부황을 도운 충신이니만큼 더 이상은 따지려 들지 마시오!"라고 단호하게 일축하였다.

참고로 왕돈이 죽인 조협의 아들 조이는 왕돈 토벌전에 참가해 아버지의 원수를 갚았는데 조정에서는 감탄하며 벼슬을 내렸고 이에 조이는 입신양명하여 서주자사까지 올랐다. 그러나 조이의 아들 조규, 조창(刁暢) 형제는 동진 말기 환현의 측근으로 지내다가 유유에게 피살되었다.(404) 조창의 아들 조옹(刁雍)은 북위로 망명하여 청주자사를 지냈고, 484년 95세의 나이로 사망했으며 자손들은 번창했다.

한편 달아난 유외는 승상좌장사에 임명되어 석호와 함께 장안에서 반란 일으킨 하동왕 석생을 토벌하러 가다가 동관 전투에서 반란군에게 패하고 전사했다. 유외의 아들 유수(劉綏)는 젊은 시절에 수재로 올랐고 부마도위까지 올랐으나, 아버지와 함께 함께 동관에서 전사했다. 유수의 아들 유파는 석호 사후 후계 다툼으로 난장판이 된 후조를 빠져나와 동진으로 도망쳤고, 왕흡(王洽)[2]의 참군이 되어 관군장군, 남군상을 거쳐 산기상시가 되었다. 유파의 아들이자 유외의 증손자였던 유염(劉淡)은 여강태수가 되어 권신인 환온과 교류가 있었다.

3. 일화

위에서 보듯 성질머리가 상당히 패악무도하고 악독하기로 악명을 떨쳤다. 아래에 나오는 일화들의 출처는 모두 《진서 왕돈전》과 《 세설신어》이다.

3.1. 《진서 왕돈전》

석숭이 자기 집의 화장실을 침실처럼 화려하게 꾸몄기에 손님들은 석숭의 집 화장실을 침실로 착각하였고, 또 시녀를 시켜 손님들의 손을 씻겨주고 옷을 갈아입게 해줬기 때문에 손님들은 부담스러워하며 이를 꺼렸으나, 왕돈만은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았다.

왕돈의 사생활은 지극히 난잡하였는데, 자신의 집에 수십 명의 첩과 하녀를 둘 정도였다. 다른 사람들이 이를 두고 뭐라 하자 왕돈은

아주 간단하다.

此甚易耳。

라는 짧은 말과 함께 이들을 한번에 모두 내쫓아보냈고, 이에 사람들이 모두 크게 놀랐다고 한다.

3.2. 《세설신어》

<태치>편에 의하면, 어느 날 왕돈은 사촌 동생 왕도와 함께 석숭의 연회에 참가했다. 석숭은 시종들을 매우 가혹하게 대우했는데, 예를 들어 기녀가 권한 술을 손님이 거절하면 제대로 대접하지 못 했다는 이유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죽였다.

왕도는 석숭의 소문을 잘 알고 있던지라 평소 술에 약했음에도 죄없는 기녀들이 죽어나가는 꼴을 못 봐서라도 열심히 술을 마셨지만, 왕돈은 석숭에 대해 알면서도, 주당이지만 끼가 도졌는지 일부러 술을 마시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았다. 결국 왕돈 때문에 죄없는 기녀가 셋이나 죽어나갔고, 보다 못한 왕도가 왕돈에게 "어떻게든 간에 제발 술을 한 모금이라도 마셔 주시오. 이러다가 불쌍한 기녀들이 모두 죽겠소."라고 걱정스럽게 한소리하니 왕돈이 되려 크게 화를 내며 말하길,

"자기집 기녀를 자기가 죽인다는데 뭔 상관이냐?"

自殺伊家人，何預卿事！

이 이야기는 당시 서진 귀족들의 실상을 고발하는 성격도 띄고 있다고도 하나 왕돈의 막장성도 고발하는 것이기도 하다.

<비루>편에 의하면, 왕돈은 세조 무제 사마염의 딸 양성공주와 결혼한 부마였다. 그는 양성공주와 결혼한지 얼마 안 됐을 때 뒷간에 갔다가 옻칠한 작은 상자에 든 마른 대추를 보고는 그냥 먹었다. 그 대추는 뒷간에서 일을 볼 때 냄새를 막기 위해서 콧구멍을 막기 위한 용도로 비치되었으나, 왕돈은 이를 몰랐다.

이후 뒷간에서 나오자 시녀가 물이 든 금대야와 콩가루가 든 유리대야를 내온 것을 보고는 그냥 마셔버렸다. 이 역시 콩가루를 물에 타서 손을 씻기 위한 용도로 있었으나, 왕돈은 이것도 알지 못 했던 것이다. 이에 시녀들은 이를 보고 너무 우습고 기가 찬 나머지 모두 몰래 비웃었다. 나중에 석숭도 이를 알고 소리 죽여 킥킥 웃었다나.

<술해>편에 의하면, 왕도는 유명한 점술가 곽박에게서 벼락맞고 죽는다는 점괘를 듣고는 그가 알려준 해결책으로 자기 키만 한 죽은 잣나무를 세워 벼락을 맞게 했다. 그렇게 왕도는 벼락에 맞아 죽는 비명횡사를 피할 수 있었고 일족들도 모두 다행이라 여겼는데, 왕돈만은

"승상께선 잣나무에 죄를 뒤집어씌우셨소."

君乃復委罪於樹木。

라고 비꼬았다.[3]

이후 왕도는 진나라의 중흥공신이 되었지만 반대로 왕돈은 역적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식감>편에 의하면, 반도(潘滔)[4]가 어릴 적 왕도를 보고는

"자네의 눈은 벌처럼 나왔으나 승냥이같은 소리는 내지 못 하는군. 반드시 다른 사람을 해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해를 당할 수도 있다네.

君蜂目已露，但豺聲未振耳。必能食人，亦當爲人所食。

라는 평을 내렸다.

<호상>편에 의하면, 막장성 짙은 성질머리와 달리 의외로 북 연주 실력은 아주 좋았다고 한다. 서진 무제 사마염이 당대의 명사들을 초청하여 예술적인 재주를 논할 때 왕돈에게 무엇을 잘하냐고 묻자 못내 떨떠름한 표정으로 북을 칠 줄 안다고 대답했다.

크게 기뻐한 사마염이 그에게 북을 치게 하였고, 왕돈은 자리에서 소매를 떨치고 일어나 북채를 들고 격정적으로 연주했다. 음절이 조화롭고 경쾌했고, 기상이 호쾌하면서도 고매하였으며, 방약무인의 경지에 이를 정도였다. 이에 사마염은 크게 칭찬했고 온 좌중이 왕돈의 웅혼함과 경쾌함에 감탄했다. 막장 인성도 그렇고,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예형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1] 동진의 영토 거의 대부분이다. [2] 왕도의 3남으로 서예가로 유명하다. [3] 즉 "벼락 맞고 죽을 팔자면 그냥 맞고 죽지 그러냐?"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지만 왕돈은 왕도의 사촌 형인데다, 일족들도 모두 기뻐하는 판에 혼자 이런 말을 한 것이다. [4] 자는 양중(陽仲)으로 사마월의 부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