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2-16 21:34:16

마르 아데타 성역 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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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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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 아데타 성역 회전
Battle of Marr-Adetta ・ マル・アデッタ星域会戦
날짜
우주력 800년, 신제국력 2년 표준력 1월 16일
장소
자유행성동맹령 마르 아데타 성역
교전 당사자 파일:lion02_s.png 은하제국 로엔그람 왕조 파일:lion02_s.png 파일:560px-Flag_of_the_Free_Planets_Alliance.svg.png 자유행성동맹 파일:560px-Flag_of_the_Free_Planets_Alliance.svg.png
지휘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볼프강 미터마이어
오스카 폰 로이엔탈
아달베르트 폰 파렌하이트
프리츠 요제프 비텐펠트
나이트하르트 뮐러
에른스트 폰 아이제나흐
알프레트 그릴파르처
브루노 폰 크납슈타인
알렉산드르 뷰코크
춘우 지엔
랄프 칼센
병력 은하제국군
10만 척 이상으로 추정(원작)
함정 13만 척(후지사키 류 코믹스)
자유행성동맹군
함정 20,000~22,000 척
장병 230만~250만 명
피해 규모 피해규모불명 2만여 척 격침
결과
은하제국군의 승리
자유행성동맹군 우주함대 전멸
자유행성동맹 멸망

1. 개요2. 배경
2.1. 반년의 평화와 위기2.2. 무기력한 동맹정부2.3. 제국의 선전포고
3. 전개
3.1. 모든 깃발에 등을 돌리고3.2. 철군 교섭3.3. 마르 아데타3.4. 동맹군의 분전3.5. 자유행성동맹군의 최후
4. 반응
4.1. 제국군4.2. 혁명군
5. 동맹의 멸망6. 후지사키 류 코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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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라그나뢰크 작전의 에피소드
제10차 이제르론 공방전 마르 아데타 성역 회전 겨울장미원의 칙령

1. 개요

  • 등장 작품
    • 은하영웅전설 7권 <노도편> 6장
    • 은하영웅전설 OVA 71~72화
    • 후지사키 류 코믹스 은하영웅전설 195~198화
  • 시기 : 우주력 800년, 신제국력 2년 표준력 1월 16일 10시 30분 ~ 23시 45분

은하영웅전설의 전투. 우주력 800년, 신제국력 2년에 벌어진 자유행성동맹군 우주함대 최후의 전투. 이 전투를 끝으로 자유행성동맹군 우주함대는 마지막 우주함대 사령장관 및 총참모장과 함께 역사 속으로 퇴장하였다.[1] 그야말로 자유행성동맹 우주함대의 최후의 저항. 본 문서는 원작소설과 OVA판의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되어 있다.

전투라고는 해도 이미 시작하기 전부터 그 승패가 분명했던, 그리고 양측 모두 그것을 알고 있었던 싸움으로 사실상 자유행성동맹의 비장한 장례식과 마찬가지였던 전투. 전투의 분위기가 그래서인지 OVA에서는 브금이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2. 배경

2.1. 반년의 평화와 위기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에서 패배한 자유행성동맹은 간신히 멸망만은 피할 수 있었지만 바라트 화약이라는 굴욕적인 평화조약을 맺어, 제국의 보호국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이 화약을 맺은 지 불과 반년 뒤, 제국은 다시 동맹을 침공한다.

이렇게 된 원인은 바로 양 웬리 원수 모살미수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동맹 주재 은하제국 고등판무관 헬무트 렌넨캄프 상급대장이 양 웬리를 향한 의심을 바탕으로 어떠한 근거도 없이 동맹 정부를 압박했고,[2] 여기에 과도하게 위축된 동맹 정부가 무리하게 양 웬리 퇴역 원수와 휘하 부하들을 체포하다 못해 제거하려 했다.

그런데 오히려 전 양 웬리 함대 구성원들이 집결하여 동맹 정부를 향해 대거 반격을 개시,[3] 하이네센 시내에서 동맹 국가원수 조안 레벨로 평의회 의장이 인질로 잡혀버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인질로 잡힌 레벨로 의장은 양 웬리에게 되려 설득당해 렌넨캄프를 인질로 삼아 하이네센을 탈출하겠다는 양 웬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4] 양 웬리의 계획은 퇴역중장 발터 폰 쇤코프와 휘하 로젠리터 대원들의 활약 덕분에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렌넨캄프를 붙잡는 데 성공했고, 인질로 잡혔던 레벨로는 하이네센 모처의 공원에 석방되었다. 다만, 양 웬리와 부하들이 하이네센을 탈출하는 도중 렌넨캄프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건 누구도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동맹에 파견된 제국 고등판무관이 인질로 잡혔고 심지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오딘에서는 제독들이 긴급 소집되어 사태를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사태의 전모를 어느 정도 알게 된 제독들은 이 자리에서 사건의 1차적인 책임은 렌넨캄프의 폭주이지만, 그의 행동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 하고 사태를 악화시킨 동맹정부에도 2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봤다. 사건의 당사자 중 하나인 양 웬리는 종전부터 제국군 수뇌부가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고, 렌넨캄프의 폭주와 여기에 대책없이 휘둘린 동맹 정부의 헛발질에 엮인 일방적인 피해자라고 밖에 할 수 없어 오히려 정당방위를 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5] 이후, 이미 렌넨캄프는 스스로 자살함으로써 어느 정도 죄값을 치렀으니 최종적인 책임은 결국 동맹정부에게 물어야 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수뇌부의 이러한 의견에는 황제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역시 동의하고 있었으나 조금은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이미 5개월 전에 바라트 화약을 통해 자유행성동맹을 이미 반절 이상 시체로 만든 것이나 다름없었는데, 그 목을 베는 것에 대해서는 왠지 찜찜하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렌넨캄프의 시신이 반환된 이후 제국군 3대 장관(군무상서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 통수본부총장 오스카 폰 로이엔탈, 우주함대사령장관 볼프강 미터마이어) 등과 회동한 자리에서도 "모처럼 공화주의자들이 추태를 부리고 있는데 자멸하는 꼴을 지켜보는 것도 재밌겠지"라 하며 당장은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굳혔다.

2.2. 무기력한 동맹정부

제국이 상황을 관망하던 사이, 사태 수습에 사력을 다하고 있어야할 자유행성동맹 정부의 대응은 볼프강 미터마이어가 평한 대로 ' 우왕좌왕' 그 자체였다.

동맹 정부는 양 웬리 원수 모살미수사건을 최대한 은폐하려 들었지만 수도 하이네센폴리스의 제8고속국도나 제국 고등판무관부 등지에서 격렬한 시가전이 벌어졌던 탓에 동맹 시민들은 수도 한복판에서 엄청나게 큰 사건이 벌어졌다는 사실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다. 언론들은 정부에게 진실을 요구하였지만 최고평의회 의장 조안 레벨로는 정부의 명예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진상을 은폐하고, 시가지 내 총격전에 대해서도 '논평할 필요도 없는 사고'로 치부하기만 했다. 실종된 렌넨캄프의 행방은 제국 고등판무관부도 침묵을 지키고 있었으므로 같이 입을 다물었고, 양 웬리의 행방은 일개 민간인의 동향을 정부가 어떻게 아느냐는 논리로 답변하지 않았다.

간신히 풀려난 레벨로는 서서히 무너져가는 자유행성동맹을 떠받들기 위해 격무를 자처했지만, 그 노력은 오히려 사람들의 눈을 찌푸리기만 했을 뿐이었다. 적어도 선전선동 능력은 대단해서 민심을 고무할 수 있었던 욥 트뤼니히트와 달리, 레벨로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잠재우지도, 정부를 떠받들지도 못했다. 레벨로는 최대한 진상을 은폐하고 도망친 양 웬리를 추격했으며, 독립을 선언한 엘 파실 자치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또한 우주함대 사령장관 대리를 맡고 있는 춘우 지엔 대장을 사령장관에 임명하려 했지만 지엔은 양 웬리만이 사령장관을 맡을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황 루이 역시 친구를 돕기 위해 면회를 요청했지만 일련의 사건으로 뇌에 과부하가 걸린 레벨로는 주변의 의견을 듣지도, 친구를 만나주지도 않았다.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정부에 태도에 동맹의 여론은 연일 격렬해지고 있었다. 하루아침에 국가원수나 제국 고등판무관 모두 공식석상에서 사라져버렸으니 의문은 커져만 가고, 동맹 정부나 제국 고등판무관부 모두 입을 굳게 다물고 있을 뿐이니 동맹 시민들의 답답함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심지어 독립을 선언한 엘 파실 성계 정부는 양 웬리 퇴역원수가 자신들쪽으로 합류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었으니[6] 시민들 사이에는 양 원수의 소재에 대해 여러 유언비어가 나돌기까지 했다.

이런 동맹 정부의 무기력함은 어처구니 없는 에피소드를 하나 만들어내고 말았다. 어느 날 순찰 중이던 동맹군 함정이 양 웬리의 '비정규함대'를 발견하였다. 그런데 양 웬리가 직접 스크린에 나타나 "정부의 특명을 받고 극비리에 활동 중이다"라고 밝히자 모두 감동한 나머지 체포는 커녕 경례로 배웅해주었다. 체포 명령을 내렸으면서도 정작 양 웬리를 체포해야 하는 이유를 밝히지 못하는 정부의 행태가 빚어낸 촌극이었다. 훗날 이 일이 밝혀지자 고관들은 "사실을 밝혔으면 양을 따라갔을걸"이라고 생각했다. 동맹 사람들은 이제 동맹 정부보다 양 웬리를 더 흠모하고 있었다.

2.3. 제국의 선전포고

이러한 사정으로 제국과 동맹 사이에는 조용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으나 그것도 곧 끝이 났다. 11월 1일에 열린 어전회의에서 슈바르츠 란첸라이터 사령관 프리츠 요제프 비텐펠트 상급대장이 카이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을 향해 주전론을 쏟아내면서 내뱉은 한 마디가 황제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폐하께서 이제까지 상승불패,常勝不敗,하실 수 있었던 까닭은 역사를 움직이셨기 때문입니다. 왜 이번에만 수수방관한 채 역사가 움직이기를 기다리신단 말입니까?"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7권 <노도편>, 김완, 이타카(2011), p.51

이 말을 들은 라인하르트는 즉시 결단을 내렸다. 우주 통일이라는 원대한 명분 앞에서 구구한 정당성 따위 논할 가치도 없다고 판단한 라인하르트는 즉시 비텐펠트에게 동맹령에 침입하여 우르바시에 있는 슈타인메츠 제독의 함대와 합류하여 자신이 올 때까지 현지의 치안을 유지하라고 명령했고,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에게는 선전포고문을 작성하라고 명령했다.
『동맹 시민에게 고한다. 그대들의 정부가 그대들이 지지할 가치가 있는지를 재고할 순간이 왔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7권 <노도편>, 김완, 이타카(2011), p.84

우주력 799년, 신 제국력 1년 11월 10일. 슈바르츠 란첸라이터의 출격을 전후하여 카이저 라인하르트의 연설이 전 우주를 향하여 보내졌고, 그 내용은 동맹 시민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제국 고등판무관 헬무트 렌넨캄프 상급대장의 자살, 동맹군 퇴역 원수 양 웬리의 수도 탈출, 그런 결과를 야기한 제국 판무관부의 간섭과 동맹 정부의 책략... 동맹 시민들이 얻을 수 없었던 전반적인 정보가 이 때 공개 되었다.
『......짐은 스스로 불민했음을, 아울러 제국 정부가 식견이 부족했음을 인정한다. 이는 비난을 받아 마땅한 일이며, 유능한 인재를 잃고 우주의 평온을 깬 데 단장,斷腸,의 염을 금치 못하는 바이다. 그러나 동시에.......』
(중략)
『그러나 동시에 짐은 동맹 정부의 무능함과 불성실함을 간과할 수 없다. 고 렌넨캄프 고등판무관이 양 원수의 체포를 요구하였던 것은 부당했다. 동맹 정부는 그 부당함을 짐에게 호소하여 동맹 최고의 공로자인 양 원수의 정당한 권리를 옹호했어야 하는데도, 강자에게 아첨하기 위해 스스로 규정한 법조차 어겼던 것이다. 게다가 그 책동이 실패하자 보복을 면하기 위해 고등판무관의 신병을 팔아넘길 줄이야!』
(중략)
『한순간의 이익을 위해서는 국가의 공로자도 팔아넘기고, 그 후에는 손바닥을 뒤집어 짐의 대리자를 팔아넘겼다. 공화정 체제의 긍지와 존재의의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정의가 땅에 떨어진 현실이 이러한 정치 체제의 존속을 방치해놓은 것이다. 바라트 화약의 정신은 이미 더럽혀졌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실력을 행사할 수 밖에 없다.』
(중략)
『양 원수에게 사태의 책임이 조금도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는 피해자이며 자신의 권리를 지켰을 뿐이다. 양 원수가 짐 앞으로 출두한다면 짐은 그와 그의 일당을 후히 우대하리라.』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7권 <노도편>, 김완, 이타카(2011), p.85~86
계약금도 주려나?[7]

일부 동맹 고관들은 이렇게라도 다 밝혀지니 차라리 속이 후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동맹에서는 이미 한 번 극도로 손실된 데다 바라트 화약 때문에 스스로 파기하고 있던 마지막 우주함대를 규합하여 강대한 제국군을 맞아 싸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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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연설을 들은 최고평의회 의장님마지막 정신줄이 무너졌다.

3. 전개

3.1. 모든 깃발에 등을 돌리고

전쟁을 선언한 제국군은 대규모 원정군을 꾸려 다시 한 번 전쟁에 나섰다. 1진은 미터마이어 원수가 지휘하였으며, 황제 라인하르트가 직접 본대를 지휘하고 후방은 나이트하르트 뮐러 상급대장에게 맡겼다. 여기에 렌넨캄프의 부하였던 알프레트 그릴파르처 대장과 브루노 폰 크납슈타인 대장이 원정군에 합류하였다. 페잔에는 군무상서 파울 폰 오베르슈타인원수가 행성 페잔 방위 사령관을 겸임하여 잔류하고 군무는 군무상서가, 민정은 공부상서 브루노 폰 질버베르히가 맡게 되었다. 또한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처럼 이제르론 요새에서도 함대가 출동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코르넬리우스 루츠 상급대장이 양 웬리의 야바위에 휘말리는 바람에 참가하지 못했다. 라인하르트는 루츠가 자신의 명령을 무시하고 움직이지 않는 것에 격노했으나 힐다의 진언에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고 거듭 출격을 재촉했다.

제국군의 침공 사실이 알려지자 동맹사회는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동맹시민들은 결사항전을 주장하는 자, 전면항복을 주장하는 자, 피난하는 자, 자조하는 자 등등 극도의 공황에 빠졌고, 폐쇄된 우주항 게이트에서 시민과 치안경찰이 충돌하여 천 명 단위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혼란을 가라앉히고 전시내각을 이끌어야 할 조안 레벨로는 최고평의회 빌딩 지하실에 앉아서 라인하르트의 탄핵에 벌벌 떨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버밀리온 성역 회전 직후 퇴역하여 아내와 함께 여생을 보내던 알렉산드르 뷰코크 퇴역 원수가 11월 12일 군복을 입고 우주함대 사령부를 방문하여 현역 복귀를 자청했다. 앞서 양 웬리 퇴역원수의 수도 탈출 이후 동맹정부가 내린 현역 복귀 요청을 수 차례 거부한 바 있었으나, 제국군의 재침공이 가시화되어 국가의 운명이 다시금 위기에 처하자 주저없이 나섰던 것이다. 비록 몇 달이지만 그를 보좌했던 순 수울 소령은 뷰코크가 복귀하자 감격에 겨워 그를 사령장관 집무실 책상에 앉히려 들었고, 함께 싸우겠다고 자청했다. 춘우 지엔 대장도 뷰코크의 복귀를 환영하며 장관 대리에서 물러나 총참모장으로 돌아왔다.
"뷰코크 원수는 양 웬리와 싸우기를 거절했는데, 상대가 카이저 라인하르트라면 싸운단 말인가?"
춘우 지엔은 극히 온화하게 반론했다.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잖습니까?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뷰코크 원수님은 오랜 기간에 걸쳐 각하와 친교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도 왜 각하를 만나려 하지 않을까요? 국가원수 자리에 오르기 이전의 각하를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안 드십니까?"
"......내가 변했다 이건가?"
"뷰코크 원수님이 변한 것은 아닙니다. 그 점은 인정하시죠?"
레벨로는 생기가 사라진 두 눈을 춘우 지엔에게 향했으나 시선은 누가 보더라도 그를 지나 본인에게만 보이는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입이 살짝 뻐끔거리고, 낮은, 온도가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춘우 지엔은 시각신경의 기능을 총동원했다. 레벨로는 도망친 양 웬리의 죄상을 고발하고 있었다.
"실례인 줄은 압니다만, 각하. 양 웬리는 각하를 죽일 수도, 우주 저편으로 납치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가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은......"
춘우 지엔은 말을 끌까지 잇지 않았다. 상대가 그의 말을 듣지 않고 있는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우주함대 총참모장은 한숨을 쉬며 일어났다. 경영부진에 빠진 빵집의 장래를 근심하는 표정이었다. 레벨로의 집무실을 나설 때 경호실장에게 무언가 말을 하려다 그만두었다. 이미 의장이 정신적으로 자살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7권 <노도편>, 김완, 이타카(2011), p.114~115


반면 레벨로는 복귀한 뷰코크를 보고 위 인용문처럼 빈정거리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진실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레벨로는 몰라도 뷰코크나 춘우 지엔은 최소한 양 웬리가 잘못한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싸우기야 하겠다만 그 심정은 거북했을 테고, 결정적으로 양 웬리를 보고 "우와 우리의 양웬리님이다!" 하면서 투항할 사람이 대다수로 예측되지만(...) 반면 제국군은 엄연히 적이므로 죽을 때까지 싸울 것이라 생각했고, 정말로 그렇게 되었다.

이 때 동맹군은 이미 반쯤 군 조직이 붕괴한 수준이었다. 제국령 침공작전의 실패와 암릿처 회전의 대패, 구국군사회의 쿠데타, 제8차 이제르론 공방전을 겪으며 전력의 70%를 상실하고,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의 패배와 바라트 화약으로 남아있던 전함과 우주항모 상당수를 상실한 자유행성동맹군으로써는 제국군이 갑자기 미쳐서 자기들끼리 내전이라도 벌이지 않는 한 몰려오는 제국군을 이기기는 커녕 막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이번에야말로 항복하게 되면 동맹이 멸망한다는 것은 당연지사. 따라서, 편성된 우주함대는 오로지 죽기 위해 편성된 것이나 다름없으니 필요한 최소한의 함대만을 남기고 가능한 많은 함선, 인력, 물자 등을 긁어모아 양 웬리에게 넘겨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 뷰코크 원수와 춘우 지엔 대장의 최후의 결정 사항이였다.

우선 "30대 이하 젖비린내 나는새파란 청년들은 참가자격 박탈"을 선언했고, 이 조건에 걸린 순 수울 소령에게는 "내 복수를 하려 들지 마라"란 메시지와 함께 자신의 집에 보관해 두었던 명품 술을 양 웬리에게 전달하도록 명령했다. 이 때 뷰코크 원수는 춘우 지엔도 수울 소령과 같이 보내려 했으나, 그의 생각을 미리 예상한 지엔이 자신은 38세라 참가 자격이 충분하다며 뷰코크와 함께 했다. 양 웬리에게는 한 사람이라도 인재가 필요할 게 아니냐는 뷰코크의 말에, '선배들이 너무 많으면 젊은이들이 거북해 할 것입니다[8], 양 제독에게는 카젤느 중장 한 사람이면 충분할 겁니다'라 답했다. 그 사이 춘우 지엔은 무라이, 에드윈 피셔, 표도르 파트리체프를 각자의 임지에서 호출하여 최대한 모아놓은 5560척의 함선과 물자를 따로 편성하여 공식적으로 양 웬리에게 양도한다. 이 함대는 엘 파실 독립정부로 가는 과정에서 동맹군 및 제국군과 접촉을 피하기 위해 변경성역을 돌아가다가 파리피라 성역에서 큰 사고를 겪지만, 겨우겨우 수습하고 우주력 800년 1월 말 엘 파실 혁명군에 합류했다.

양 웬리에게 동맹의 마지막 희망을 넘겨 준 뷰코크 원수는 남아있는 모든 함대를 모아 자유행성동맹군 최후의 회전을 준비했다. 이 시기 자유행성동맹 정부는 최고평의회 의장 조안 레벨로의 정신이 반쯤 붕괴돼서 마비, 통합작전본부는 본부장 록웰 대장부터가 후방근무본부에서 근무하다가 제1차 라그나뢰크 작전이 끝나 뷰코크 대장을 포함한 여러 장성들이 퇴역하여 본부장 직을 맡을 사람이 없으니 계급에 맞춰 대충 임명한 사람이라 사실상 마비된것이나 다름 없었다. 결국 1차 라그나뢰크 작전과 마찬가지로 뷰코크 원수의 우주함대 사령부에서 모든 업무를 담당해야만 했다. 한국군으로 비유하면, 당장 적군이 대규모 함대를 이끌고 쳐들어 오는데 민간 정부의 내각은 물론이고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모두 마비 상태에 빠져서 해군작전사령부가 모든 대처를 하는 막장 상황인 셈이다. 이런 모양새다 보니, 수많은 자료와 기록들이 파기되어 마르 아데타 성역 회전에 동원된 동맹 측 병력 숫자조차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렇게 해서 양 웬리에게 보낸 병력을 제하고도 함선 약 2만 ~ 2만 2천척, 병력 약 230만 ~ 250만명이 하이네센에 집결했다. 당시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 정도 병력도 상당한 숫자가 모인 셈이었는데, 집결된 장병 모두 다시는 돌아오지 못 할 길을 나서는 것임을 잘 알면서도 뷰코크 원수에 대한 개인적인 존경과 경애심, 그리고 자유행성동맹의 최후를 함께 할 것이라는 미묘한 감정에 이끌려 따라 나선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9] 연이은 패전으로 우주함대는 걸레짝이 되었지만 주력함을 서류상으로만 폐기 처리하여 최대한 빼돌렸고, 제국군의 침략으로 폐기 직업이 중단되었기에 상당한 군함을 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제국군은 그 몇 배에 달하는 대함대를 이끌고 오고 있었고, 동맹군은 전 병력의 1/5인 5560척을 양 웬리에게 양도하여 더더욱 열세에 몰렸다.[10]

3.2. 철군 교섭

이런 상황에서 뜬금없이 윌리엄 오데츠라는 방송인 출신 정치가가 나서 세 치 혀로 제국군을 물러나게 하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선보이며 특사를 자청했다. 조안 레벨로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오데츠를 특사로 임명하여 함정 10척을 딸려보냈다. 이 ‘사절단’은 선발대로 전진하던 슈바르츠 란첸라이터 함대와 접촉하였는데, 하필 그때 통신 체계가 고장나서 통신을 할 수 없었다. 자꾸 알짱대는 소함대에 짜증이 치솟은 비텐펠트는 당장 박살내서 원정의 제물로 삼으라고 명령했고 제국군 100여척이 소함대를 공격하려 들었지만 그 타이밍에 통신이 회복되었다. 사절단은 철군 교섭을 요구했지만 전진하기에도 바쁜데 웬 귀찮은 게 달라붙었나 식으로 반응하던 비텐펠트는 '자신은 교섭 권한이 없다. 후속으로 오고있는 미터마이어 원수와 이야기 하라, 이후 항행의 안전은 보장해 주겠다.'며 구축함 하나를 붙여 미터마이어에게 이 귀찮은 특사를 떠넘겨버리는 잔머리를 시전하고 그대로 전진했다. 오데츠도 비텐펠트보다는 미터마이어가 더 말이 통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순순히 지시를 따랐고 사흘 뒤 미터마이어와 조우했다.

미터마이어도 비텐펠트가 이 귀찮은 놈을 떠넘겼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우주함대 사령장관이니 적국의 특사를 내쫓을 수도 없었다. 기함 베어볼프의 사령장관실에서 철군 교섭이 시작되었는데, 오데츠는 바라트 화약 제1조를 근거로 은하제국의 철수를 종용했다. 그러나 미터마이어는 귀찮은 듯한 모습을 보였고 칼 에두아르트 바이어라인은 너희들이야말로 렌넨캄프를 해를 가해 화약을 어긴 주제에 헛소리를 하느냐고 격분했다. 그러자 오데츠는 바이어라인과 논박을 벌였는데 하필 "라인하르트도 양 웬리를 해치지 못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감당하겠나"는 폭탄발언을 내뱉었다. 분노한 바이어라인은 오데츠를 살해하려고 했지만 미터마이어가 "그래도 무장도 안하고 왔는데 죽여봐야 무슨 무공이 남겠냐" 라고 해서 죽이진 않았다. 미터마이어는 양 함대는 양 웬리 하나를 위해 목숨도 거는 자들이 즐비하지만 동맹 정부에는 그만한 자가 없으니 이것이 라인하르트가 동맹정부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양 웬리를 조심스러워하는 까닭이라고 대답한 뒤 교섭을 결렬시켰다.

겨우 자신의 함으로 돌아온 오데츠는 모든 자존심을 잃어버리고,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라인하르트를 만나기 위해 페잔으로 갔다. 며칠 뒤 미터마이어는 오데츠의 행방을 묻고는 그가 페잔으로 갔다고 하자 그대로 잊어버렸다. 그리고 라인하르트는 오데츠를 만나주지도 않았고, 말 그대로 막간 해프닝으로 끝나야 했지만 그에게 아드리안 루빈스키가 접촉하면서 또 다른 방향으로 사건이 흘러갔다.

3.3. 마르 아데타

우선 비텐펠트의 슈바르츠 란첸라이터가 제국 원정군의 선두에 서서 진격하기 시작했다. 카이저 라인하르트의 본대보다 앞서 동맹군의 미약한 저항을 제압하면서 동맹 수도 하이네센을 목표로 이동하였으나 동맹군 보포트 준장이 게릴라 활동으로 보급선을 끊어버리면서 끊어진 보급선을 잇고 보포트 준장의 근거지를 없애는 데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그리고 볼프강 미터마이어는 루지아나에 있는 동맹군 조병창을 공격하여 주둔군을 궤멸시켰다. 여기 사령관인 바운즈골 기술 중장은 조병창과 같이 장렬히 전사했지만 부사령관 데슈 준장에게 막 만든 군함들을 가지고 루지아나의 동맹군 절반을 이끌고 양 웬리에게 가도록 마지막 명령을 내려 이들은 살아남아 엘 파실 독립정부로 망명하였다.

동맹 수도성 하이네센에서는 자유행성동맹군 최후의 우주함대가 출격하였고, 동맹군의 심각한 통신방해 전술로 제국군 본대와 슈바르츠 란첸라이터 간의 통신이 완전히 두절되기도 하였다. 1월 8일에는 1천 척 가량의 동맹군 함대가 나타나 도전을 해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도망가는 것도 아닌 상태를 유지하면서 자극을 해왔다. 이에 로이엔탈은 뮐러에게 보급로의 안전 확보를 주문하였고, 미터마이어는 정찰부대를 편성하여 동맹군의 소재를 파악하게 하였다. 13일까지 계속된 정찰을 통해 동맹군의 규모를 파악하였고, 뷰코크 제독이 제국군 전방에 포진하였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문제는 뷰코크 제독이 기다리고 있는 마르 아데타 성역이었다. 이 곳은 과거 제1차 란테마리오 성역 회전이 벌어졌던 란테마리오 성역에서 불과 6.5광년 떨어진 장소로, 무수히 많은 소행성들이 실핏줄처럼 연결된 장소였다. 게다가 소행성들이 하나같이 불안정하여 주기적으로 표면 폭발을 일으키고 있었고, 항성풍으로 인해 각종 에너지와 소행성 파편들이 무질서하게 이동하는 장소였다. 그 중에서 안정지대라고 할 수 있는 회랑 형태로 존재하였는데, 그 난감한 장소에 뷰코크 원수가 지휘하는 동맹군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르 아데타 성역의 주변 환경 여건상 대규모 함대가 작전을 펼치기에는 상당히 고생을 할 수 밖에 없으며, 숫적으로 불리한 동맹군에게는 제국군을 방어하는데 있어 상당히 유리한 위치라고 할 수 있었다. 당연히 제국 원정함대의 지휘관들은 이구동성으로 아놔 영감님 왜이런 힘든 장소를 골랐냐며 불평하기도 했으나 뷰코크 원수의 탁월한 전장 선택 능력에 대해서 경탄하기도 하였다.

다만 마르 아테타 성역은 어디까지나 하이네센을 향하는 길일 뿐 달리 전략적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니 동맹군을 무시하고 지나가도, 동맹군의 숫자가 제국군에 비해 극히 열세이니 함대를 나누어 미터마이어나 로이엔탈에게 동맹군을 상대하게 하고 라인하르트 본인은 하이네센으로 향해도 상관이 없었다. 실제로 황제 수석부관 아르투르 폰 슈트라이트 중장이 이를 건의하였으나 카이저 라인하르트는 역전의 노제독이 죽음을 무릅쓰고 도전한 만큼 무시하면 결례가 된다고 거부했다. 오스카 폰 로이엔탈은 이걸 보고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 일어난 전투이며, 자유행성동맹의 장례에 바치는 의식이라고 평했다. 그리고 후세 역사가들 중 일부는 마르 아데타의 전투는 라인하르트와 뷰코크 간의 사전,私戰,이라고 평했으나, 뷰코크는 동맹의 깃발을 들고 싸웠으며 당시 동맹군에 합류한 장병들은 수도에 숨어 있는 정부 및 군부의 높으신 분들이 아니라 뷰코크야말로 동맹의 상징이라고 생각했다.

제국군은 알프레트 그릴파르처 대장, 브루노 폰 크납슈타인 대장을 선봉으로 하고 좌익에 볼프강 미터마이어 원수, 우익에 에른스트 폰 아이제나흐 상급대장, 후위에 나이트하르트 뮐러 상급대장을 배치하고 예비대 아달베르트 폰 파렌하이트 상급대장의 함대를 마르 아데타 성계 외곽에 배치하여 동맹군과 맞서 싸울 준비를 끝냈다. 카이저 라인하르트는 통수본부총장 오스카 폰 로이엔탈 원수와 함께 총기함 브륀힐트에서 전투를 총지휘하게 되었다.

14일, 제국함대는 마르 아데타 성역에 침입하였다. 동시각 이제르론 요새는 양 웬리의 책략에 의하여 점거되었지만 마르 아데타와 이제르론 사이 거리가 멀어 라인하르트의 본대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물론 이미 제국 함대가 마르 아데타 성역에 침입하여 동맹군과 대치하고 있는 이상 이제르론 요새를 상실했다는 보고가 올라왔어도 전황에 영항을 주지는 못했을 것이다.

일단 마르 아데타 성역 회전에 참여한 동맹군은 전략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저 알레 하이네센 장정 1만 광년 이래 300년간 민주공화정을 계승, 보존한 자유행성동맹이 멸망의 길을 피할 수 없게 되어 군인으로써 목숨이 다할 때까지 싸우기로 했을 뿐이다. 결국 마르 아데타 성역 전투는 단순한 전투가 아닌, 은하제국과 함께 수백년간 인류 사회를 양분하여 통치해 오던 자유행성동맹의 장례식을 상징하는 전투나 다름 없었다. 동맹군은 하이네센에서 출발할 때부터 이미 살아남을 생각을 접었고 제국군이나 동맹군이나 이 전투에서 동맹군이 전멸할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만 주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각하?"
"음, 그럴 생각이네만 역시 기왕 싸울 거라면 스스로 수긍할 수 있는 싸움을 하고 싶어서 말일세."
"괜찮습니다. 카이저 라인하르트도 만족할 테니까요."
"나도 그랬으면 좋겠군. 하지만 나 혼자라면 모를까, 많은 젊은이들이 죽겠지. 새삼스러운 말이네만, 참으로 죄 많은 몸이로군."
"다음 세상에선 의사로 태어나십시오. 그러면 균형이 맞겠네요."
뷰코크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참모장을 쳐다보았다. 춘우 지엔이 다음 세상이라는 말을 쓸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아마 행복한 몸일 걸세. 인생 마지막에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과 양 웬리라는, 비할 데 없는 위대한 용병가들과 만날 수 있었잖나. 그리고 두 사람 중 어느 한쪽이 상처를 입고 쓰러지는 광경을 보지 않아도 되니 말일세."
‘게다가 자유행성동맹이 완전히 멸망하는 모습도......’ 춘우 지엔의 청각이 아니라 통찰력이 들은 노원수의 소리 없는 한마디였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7권 <노도편>, 김완, 이타카(2011), p.206

3.4. 동맹군의 분전

1월 16일, 제국군은 표준 돌출진형을 펼치면서 서서히 동맹군을 압박해 나갔다. 그리고 10시 30분 양군은 첫 포격을 시작했고, 동맹군은 한 차례 응전한 뒤 재빨리 퇴각했다. 선봉을 맡은 그릴파르처와 크납슈타인이 추격에 나섰고 그들은 회랑으로 진입하는 동맹군의 후열에 상당한 손실을 입혔으며 10시 50분 경에 회랑 내부로 돌입하는 데 성공했다.

11시 20분, 갑작스레 불어닥친 항성풍이 제국군의 좌측을 강타하면서 제국군의 질서가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회랑 바깥에 있던 제국군 본대는 미터마이어가 빠르게 함대를 수습하여 상황을 정리했으나 회랑 내부로 진입한 그릴파르처 함대는 밀집된 상태로 동맹군과 교전하다 불어친 항성풍에 휘말려 일방적으로 동맹군에게 떡이 되도록 두드려맞고 있었다.[11] 마구 두들겨맞는 와중에도 간신히 상황을 정리한 그릴파르처는 잽싸게 후퇴하려 하였으나, 동맹군이 맹렬하게 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항성풍이 정면을 때리면서 여기에 실린 에너지와 함선의 파편들에게 공격받는 처지에 놓였다. 사력을 다한 끝에 그릴파르처는 3할 가량의 병력을 상실한 끝에 간신히 회랑에서 탈출할 수 있었고, 뷰코크도 더 이상의 추격을 하지 않았다.

12시 10분, 전황을 살펴보고 있던 라인하르트는 아달베르트 폰 파렌하이트 상급대장을 불러 동맹군 후방으로 진출하여 회랑에서 끌어낼 것을 주문하였다. 그리고 13시 그릴파르처와 교대한 크납슈타인이 회랑으로 진입을 시도하였다. 이는 어디까지나 파렌하이트의 우회기동을 감추기 위한 술책이었고, 동시에 동맹군의 전력을 어느정도 깎아 나중에 있을 협격에 대비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하지만 동맹군의 집중포격을 맞자 궁지에 몰렸고 결국 경험 부족을 드러내면서 자멸했다. 라인하르트는 뷰코크의 용전분투를 칭찬하는 발언을 하고 있었고 수석참모로 보좌하고 있던 로이엔탈도 이 의견에는 동의했으나 구원병력 투입 시점을 조율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15시 40분, 동맹군의 후방으로 진출한 파렌하이트는 동맹군의 후방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동맹군의 똥침을 놓으면서 전방으로 끌어내기 위한 시도였지만 동맹군이 맹렬히 응전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고전하게 되었다. 이에 강행돌파 계획을 보류하고 동맹군의 돌출 타이밍을 노려 영거리 사격을 가할 계획으로 부하들을 후퇴시켰다. 작전대로 일부러 쫒겨나는 것처럼 움직이던 파렌하이트 함대는 16시 20분, 랄프 칼센 제독이 지휘하는 별동부대에 함대 옆면을 거세게 얻어맞으며 진짜로 쫒겨나는 처지에 놓였다. 뷰코크 원수는 제국군 함대가 후방으로 우회할 것을 예측하고 있어 칼센 함대를 회랑 뒷쪽에 매복시켰던 것이다.

이 무렵 라인하르트는 로이엔탈과 몇 가지 전술적 대응 사항에 대해 논의하다가, 양 웬리가 이야깃거리로 대두되었고 설령 후방을 교란하더라도 그대로 하이네센을 점령하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게다가 양 웬리는 현재 유랑 중이고 움직이는 낌새가 없으니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20시 30분까지 소강상태이던 전황은 칼센 제독이 제국군의 후방을 공격하면서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하였다. 뮐러는 오목 진형을 펼치면서 상대하였고, 파렌하이트가 칼센의 후방에서 접근 중이었다. 게다가 크납슈타인이 뷰코크 부대의 뒤쪽으로 진출하고 있었으므로 충분히 동맹군을 격파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뷰코크는 미리 부설해둔 기뢰들을 시간차를 두고 폭발시켜 크납슈타인을 관광태웠으며, 안정권이 확보되자 뮐러, 파렌하이트 따위 무시하고 그대로 제국군 총기함이 있는 본진으로 쇄도했다.

뮐러는 즉각 3할 정도의 병력을 차출, 뷰코크 함대를 저지하도록 하여 어느정도 둔화시키기는 했으나 완전히 막아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로이엔탈이 침착하게 응전하면서 뷰코크 함대를 저지했고 이로 인해 전황이 반전되었으며, 칼센 함대는 뮐러와 파렌하이트 함대 사이에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 가루가 되도록 얻어맞았다.

21시 8분, 에른스트 폰 아이제나흐 상급대장이 전장을 크게 우회하여 뷰코크 함대의 후방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동맹군이 잠시 궁지에 몰렸으나, 22시 정각부터 항성풍의 기류가 변해 아이제나흐 함대의 좌측 전방에 소용돌이를 이루었고 이로 인해 아이제나흐 함대의 함렬이 무너졌다. 뷰코크는 이 기회를 노려 뮐러와 파렌하이트를 봉쇄함과 동시에 라인하르트의 본진으로 쇄도하였다. 그리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미터마이어 함대가 측면에 포격을 퍼부어 함렬에 구멍을 만들고 그 사이에 침입하여 동맹군의 돌진을 저지하려 들었다. 그 때문에 총기함 브륀힐트 주변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3.5. 자유행성동맹군의 최후

22시 50분, 지나치게 늘어난 동맹군의 진형이 오그라들기 시작하고 라인하르트의 본대도 포문을 열고 공세에 나섰다. 그리고 통신방해로 고립당한 슈바르츠 란첸라이터가 마침내 마르 아데타에 당도하였다. 비텐펠트는 슈타인메츠가 보낸 통신을 수령한 뒤 출병한 동맹군의 뒤를 쫓아 마르 아데타로 온 것이다. 파렌하이트는 뜬금없이 후방에 등장한 슈바르츠 란첸라이터를 적의 별동대로 착각했지만 비텐펠트는 파렌하이트가 경악하든 말든 돌격을 거듭하여 지친 동맹군을 무너뜨렸다. 이 모습을 보고 로이엔탈은 적이 궤계를 마련했을지 모른다고 주의를 주었지만 라인하르트는 비텐펠트가 너무 자중하면 슈바르츠 란첸라이터의 장점이 사라진다고 변호했다.

이 시점부터 동맹군은 전면적인 붕괴 상황에 직면했다. 애초부터 1:1로 흑색창기병의 상대가 될 수 없는 동맹군 함정들은 에너지까지 다 떨어지자 대항조차 못하고 사냥당할 뿐이었다. 결국 23시 10분, 동맹군은 병력의 8할을 잃었고 용전분투를 하던 칼센 제독이 전사했다. 이하는 OVA에서만 나오는 대사이다. 원작에서는 그냥 장렬히 전사했다는 보고가 올라올 뿐.
참모: 각하, 미사일도 에너지도 다 소모되었습니다. 이제는..
칼센: 나는 사관학교를 나오지 않아서 말이네, 지금까지 통합작전본부의 엘리트들에 대한 경쟁의식 만을 가지고 싸워왔네. 이런 시대가 아니었으면 함대 사령관까지 출세하지 못했을 걸세. 거기에다 카이저와 대적하여 싸우기까지 했지.. 이제 충분하지 않겠나.[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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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너져가는 기함 디오메데스에서 최후까지 탈출하지 않고 랄프 칼센 중장은 기함과 함께 운명했다.
춘우 지엔: 이미 아군은 8할 이상이 손실되었고, 조직적인 저항도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뷰코크: 결국 여기까지로군, 이곳에서 전멸한다 해도 무익할 뿐이지. 전 함선에게, 전선 이탈을 허가한다. 함장, 미안하네만 본 함선은 아군을 한 척이라도 더 탈출시키기 위해 최후까지 버텨주지 않으면 안 되네.
에머슨: 알고 있습니다, 기함의 함장이 되었으니 최후까지 사령장관과 함께 하겠습니다.

일방적인 사냥극이 전개되자 용기로는 뒤지지 않는 장병들마저 승패를 인정하고 탈출을 모색했다.[13] 뷰코크가 지휘하는 동맹군 사령부는 기함 리오그란데를 중심으로 100여척이 모여 마지막까지 전장에 남아 아군의 퇴로를 확보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퇴각한 병력들은 OVA에서 춘우 지엔이 언급하기를 양 함대에 합류했다고 한다. 그런데 일부 함선이 전선을 이탈하라는 명령을 수신했음에도 이를 거부하고 리오그란데 근처로 모여들었다.[14]
"뭘 하고 있는 건가."
"이 함선 한 척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고 생각한 거겠지요."
"...바보같은 놈들이로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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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영웅전설 OVA 72화

계속되는 뷰코크의 용전분투는 라인하르트가 경탄하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는데,[15] 옆에서 보좌 중이던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가 승자의 아량으로 적장에게 항복을 권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내놨다. 당초 라인하르트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다. 제의한다고 받아들일 상대도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생각을 바꿔 23시 30분에 모든 제국 함선에 포격 중지 명령을 내리고 미터마이어 원수를 통해 항복을 권고했다.
"적장에게 고한다. 경들은 아군에게 완전히 포위되었으며, 퇴로는 이미 사라졌다. 더 이상의 항전은 무의미하다. 동력을 정지하고 항복하라. 카이저께서는 경들의 용전에 관대한 처우로 보답하실 것이다. 거듭 고한다. 항복하라."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7권 <노도편>, 김완, 이타카(2011), p.220

당초, 이런 항복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다. 따라서 여기에 대한 답변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때 아무도 기대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뷰코크 원수가 총참모장 춘우 지엔 대장과 함께 통신에 모습을 드러냈고, 항복 요구를 정중하게 거절하였다.
『카이저 라인하르트 폐하, 본관은 귀하의 재능과 기량을 높이 평가하고 있소. 손자가 있다면 귀하 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군. 그러나 귀하의 신하가 될 수는 없소.』
뷰코크는 시선을 옆으로 움직였다. 머리에 피가 배어 나온 붕대를 솜씨가 좋다고는 할 수 없는 모양으로 칭칭 감은 그의 총참모장이 위스키 한 병과 종이컵 두 개를 들었다. 노원수는 미소를 지으며 스크린으로 시선을 되돌렸다.
『양 웬리도 귀하와 친구가 될 수는 있겠지만 역시 신하는 되지 않을 거요. 남의 일이기는 하지만 내 보장할 수 있지.』
뷰코크가 내민 손에 종이컵이 들리는 것을 라인하르트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지켜보았다.
『왜냐하면, 잘난 척하는 것 같지만, 민주주의란 대등한 친구를 만드는 사상이지 주종관계를 만드는 사상이 아니기 때문이오.』
노원수가 건배하는 시늉을 해 보았다.
『나는 좋은 친구를 원하고, 남에게 좋은 친구이고 싶소. 허나 좋은 주군도, 좋은 신하도 모두 필요 없소. 그렇기 때문에 귀하와 나는 같은 깃발을 우러러볼 수 없는 것이오. 호의에는 감사드리지만 이제 와서 귀하에게도 이런 폐물은 필요가 없을 테지.』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7권 <노도편>, 김완, 이타카(2011), p.221
『......민주주의에 건배!』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7권 <노도편>, 김완, 이타카(2011),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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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하르트는 관대하게 항복을 권했다가 거부당한 셈이었지만, 이를 불쾌하게 여기기는 커녕 뷰코크의 당당한 태도에 감명받은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위대한 적수의 최후를 맺어주기 위해 함대에 포격명령을 내렸다. 라인하르트가 내린 무언의 명령을 이해한 로이엔탈이 한쪽 손을 들었다 내리자 열 가닥도 넘는 광선들이 동맹군 총기함 리오그란데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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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침되어 가는 기함 리오그란데 함교에서 뷰코크 원수와 춘우 지엔 대장, 리오 그란데 함장 에머슨 중령은 생애 마지막 술을 마시며 산화하였다. 이를 끝으로 자유행성동맹군 우주함대는 200년이 넘는 역사를 뒤로하고 최후의 사령관, 참모장과 함께 완전히 소멸했다. 23시 45분 라인하르트는 최후의 적장 뷰코크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모든 장병들이 전장에서 이탈하기 전까지 리오그란데가 있던 자리에 거수경례를 하도록 지시했다.[16]

4. 반응

4.1. 제국군

자유행성동맹 우주함대가 소멸하면서 제국군은 전쟁에서 사실상 승리를 거두었다. 모든 제국군이 패배한 적에게 경의를 표하는 한편 승리를 기뻐했지만, 불과 세 시간 뒤 칼 로베르트 슈타인메츠 상급대장이 이제르론 요새 양 웬리 원수가 지휘하는 엘 파실 혁명군에게 함락당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급속도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또 양 웬리에게 당했다고 생각한 라인하르트는 포도주잔을 바닥에 내팽개칠 정도로 분노했다. 하지만 코르넬리우스 루츠 상급대장이 고개를 숙이면서 패배를 사죄하자 조금 분노가 가라앉았다. 라인하르트는 물론 오스카 폰 로이엔탈 볼프강 미터마이어도 뷰코크가 제국군을 잡아두는 사이 양 웬리가 이제르론 요새를 탈취했다고 여겨 씁쓸해했다.

하지만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이번 패배는 두 사람의 연계 플레이가 아니라 독립적인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어차피 미리 책략을 맡아두었다면 굳이 양 웬리가 요새 탈환에 나설 필요가 없다. 하지만 라인하르트를 상대할 수 있는 자는 온 우주를 통틀어 양 웬리 뿐이다. 따라서 뷰코크가 요새를 공략하고 양 웬리가 라인하르트를 상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한 뷰코크를 잃는 것은 양 웬리의 성격에도 맞지 않으며 실리에서도 큰 손해를 본다. 따라서 이번 전투는 그저 개인 플레이가 빚어낸 결과라고 힐다는 주장했다.

힐다의 주장을 이해한 라인하르트는 납득하면서도 로이엔탈에게 "경의 위대한 공적도 1년을 가지 못했군"이라고 평했다. 로이엔탈 역시 양 웬리가 그 정도로 주도면밀한 궤계를 짜놓았으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해서 허를 찔린 반응을 보였다.

회전에서의 제국군의 피해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의외로 자유행성동맹군이 분투하면서 제법 피해를 입긴 했지만, 차후의 작전 진행에 지장을 줄 수준은 아니었다.

4.2. 혁명군

양 웬리는 뷰코크의 부고를 듣고 전 함대에 72시간 동안 상복을 입으라고 지시하면서 이렇게 뷰코크 원수가 사망할 것이었다면, 차라리 하이네센에서 원수를 강제로라도 모시고 왔어야 했다!며 크게 화를 냈다. 양 웬리는 동맹 정부가 한번 퇴역한 노령의 뷰코크 원수를 다시 복귀시킬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17] 차라리 양 웬리가 마르 아데타에서 동맹군을 지휘하고 그 사이 뷰코크 원수나 메르카츠 원수가 이제르론을 공략했다면 뷰코크 원수와 춘우 지엔 대장이 허망하게 전사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18]

어쨌든 아내인 프레데리카 그린힐이 옆에서 필사적으로 다독여주었고, 양도 곧 마음을 가라앉혔지만 양의 성격 상 상처가 치유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언급을 하였다. 프레데리카는 뷰코크의 전사를 알리기 위해 스스로부터가 마음을 가다듬는 데 시간을 들이고, 남편에게 보고할 때 도움이 될까 하여 뜨거운 홍차에 브랜디를 탄 종이컵을 건넸는데, 보고를 듣고 충격을 받은 양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바람에 도리어 남편의 손이 화상을 입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양은 프레데리카의 치료를 받는 한편 뷰코크를 추모하는 분위기를 함대에 선포하면서도 종이컵에서 쏟아진 뜨거운 홍차를 뒤집어 쓴 손에 입은 화상에 대해서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며 큰 정신적 충격을 입은 모습을 보였다.

동맹군도 마찬가지였다. 순 수울은 15년만에 눈물 샘이 넘치도록 통곡했다. 다른 장군들이나 장교들도 뷰코크의 인망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 명복을 빌고 슬퍼했다. OVA에서는 울고 있는 순 수울 곁에 쇤코프가 술잔을 쳐들면서 숙연한 얼굴로 명복을 빌었다. 무라이는 동기이던 춘 우 지엔을 기리며 명복을 비는 경례를 했다. 이런 반응에 알렉스 카젤느만 이제 그만 슬퍼해야 한다고 아내 오르탕스에게 말했다가 한소리 듣기도 했다.

5. 동맹의 멸망

뷰코크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으로부터 벗어난 어느 날, 양 웬리 프레데리카 그린힐에게 조안 레벨로 의장이 제국군에 붙으려는 군부 과격파들에게 암살당했을 거라고 추측했다. 그 근거는 바로 반년 전쯤에 레벨로 의장이 국가의 안전을 위해 양 웬리를 희생하려 했기에, 그걸 외형만 흉내내려는 자들이 똑같은 일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말대로, 레벨로는 과격파에 의해 암살당했다.

제국군이 하이네센을 점령하기 직전, 제국 고등판무관 수석보좌관 우드 디터 훔멜은 통합작전본부장 록웰 대장을 비롯한 군 내 불만분자들에게 레벨로 암살을 교사했다. 레벨로의 목을 바쳐 보신을 꾀한 록웰은 즉시 몇몇 장교와 함께 의장 집무실로 달려가 레벨로 의장을 죽였다. 양 웬리 일당에게 납치당한 이후 폐인이 되어버린 레벨로는 죽기 직전 과거의 총명함을 되찾고 냉정하게 록웰 일당의 속셈을 지적했지만 록웰은 듣지 않고 레벨로를 쏴죽인 뒤 제국군에게 항복해버렸다.

레벨로의 부고는 혁명군 정보원 바그다슈 대령과 칼 로베르트 슈타인메츠 제독을 통해 혁명군과 제국군 모두에게 알려졌다. 라인하르트는 2월 9일 하이네센에 무혈 입성했으며, 점령지에 필요한 몇 가지 사후조치를 취했다. 또한 레벨로의 묘지에 참배하고 슈타인메츠 제독을 장례위원장에 임명하여 레벨로의 장례를 치렀으며, 투항한 록웰 일당를 모두 총살형에 처했다. 이때 라인하르트는 "그 늙은이는 신선처럼 당당했다."라고 말하며 하이네센 시내가 내다보이는 창가에 백포도주를 뿌리며 전투에서 희생된 이들을 기렸다. 그리고 겨울장미원의 칙령으로 공식적으로 동맹을 멸망시켰고, 은하계를 통일했다.

하지만 이제르론 요새에는 여전히 양 웬리 함대가 버티고 있었다. 라인하르트는 부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정복 전쟁의 마지막 과업으로 양 웬리를 무릎꿇릴 것을 천명했다. 그러나 로이엔탈 원수 탄핵사건이 터지면서 전쟁은 잠시 미뤄진다.

이후 역사는 로이엔탈 원수 탄핵사건, 하이네센 대화재로 이어진다.

6. 후지사키 류 코믹스

우주력 799년, 헬무트 렌넨캄프 상급대장이 사적인 감정으로 양 웬리를 무고하다가 되려 양 함대에게 납치당해 자살했다. 동맹정부 원수 조안 레벨로는 이 사건에 대해서 철저하게 양 웬리를 보호하려고 했으며, 양 웬리가 부득이 수도를 탈출하자 양 웬리는 그저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 했을 뿐이니 관대한 조치를 바란다는 보고를 제국에 올렸다. 라인하르트는 이 건에 대해 어차피 무력한 동맹을 정벌했다가는 동맹 시민의 원한은 물론 제국 신민의 비난까지 받을 수 있으니 동맹의 죄를 유예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싸우고 싶어 근질거린 비텐펠트가 탄원하자 라인하르트는 태도를 바꿔 페잔 천도 후 동맹의 죄를 묻겠다며 결론을 내렸다. 그에 따라 13만 척에 달하는 제국 함대가 동맹으로 발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레벨로는 알렉산드르 뷰코크 제독을 찾아가 현역 복귀를 요청했고, 뷰코크는 이를 받아들여 우주함대 사령장관에 복귀했다. 뷰코크와 춘우 지엔은 전투에 앞서 무라이, 피셔, 파트리체프에게 우주함대 일부를 양도하고, 남은 우주함대 2만 2천 척을 이끌고 마르 아데타 성역으로 발진했다. 그들은 결전에 앞서 동맹군이 보유한 모든 전파방해장치를 살포하여, 슈타인메츠 제독과 합류하기 위해 간다르바 성계로 돌진하던 슈바르츠 란첸라이터를 고립시켰다. 마찬가지로 슈타인메츠 제독과도 연락이 두절되었으며, 이제르론에 있는 루츠 제독도 양 웬리의 간계 때문에 움직이려 들지 않았다. 그래서 제국군은 싸우기도 전에 3개 함대를 잃고 전투에 돌입했다.

전장이 된 마르 아데타 성역은 탄생한 지 1억 년도 되지 않은 젊은 적색왜성 두 개가 공전하는 쌍성계로, 주기적으로 강력한 슈퍼 플레어를 방출하여 통신을 끊고 함렬을 흐트러뜨렸다. 그리고 두 항성 주위로 소행성대가 포진하고 있는데, 동맹군은 그 사이에 있는 좁은 회랑에 숨어 적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국군은 그릴파르처와 크납슈타인을 필두로 표준 돌출진형을 취하며 동맹군과 교전했다. 동맹군이 회랑 내부로 후퇴하자 그릴파르처가 회랑 진입을 시도했지만 그 뒤에서 마르 아데타 B가 방출한 슈퍼 플레어가 제국군을 덮쳤다. 로이엔탈의 지시로 제국 함대 대부분은 회피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릴파르처 함대는 회피하지 못하고 플레어에 휩쓸려 함이 소행성과 충돌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피해를 수습하기도 전에 동맹군의 공격이 시작되었고 그릴파르처 함대는 전력의 절반을 잃고 회랑을 탈출했다.

그릴파르처가 빠져나오자 이번에는 크납슈타인이 그릴파르처의 원수를 갚겠다며 회랑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동맹군이 회랑 내부에 살포한 기뢰에 걸려 그릴파르처와 똑같은 꼴이 되고 만다. 한편 파렌하이트는 크납슈타인의 꼴을 보면서 회랑 출구로 진입을 시도했지만 소행성대에 숨어 있던 칼센 함대와 동맹군 본대에 걸려 십자포화를 두들겨 맞고 후퇴한다. 선봉과 유격대가 빠지자 라인하르트를 호위하는 함대는 미터마이어, 아이제나흐, 뮐러까지 셋 밖에 남지 않았고 칼센은 제국군 본진으로 돌격했다. 하지만 뮐러가 나서 칼센 함대를 오목진형으로 받아치고, 후방에서 파렌하이트 함대가 추격하자 칼센 함대는 두 함대에 끼여 두들겨맞는다. 하지만 이 때문에 뮐러가 황제의 곁을 떠났고 그 틈을 타 동맹군 본대가 제국군 본진으로 돌격한다.

이렇게 되자 이번에는 미터마이어가 나서 동맹군을 막고, 아이제나흐가 연계하여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그러나 동맹군은 처음부터 슈퍼 플레어를 기다리고 있었고 또 다시 슈퍼 플레어가 양 군을 휩쓴다. 양 군의 대열은 흐트러졌고 동맹군은 이를 기회 삼아 함정 단위로 브륀힐트를 향해 돌격했다. 하지만 라인하르트를 지키는 호위함대는 동맹군의 진격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고 공세종말점에 다다른 동맹 함대는 상황을 수습한 제국군에게 포위당해 하나하나 격침당했다. 칼센 제독이 전사했고 승기는 제국군이 잡았지만 동맹군은 떠내려온 소행성을 엄폐물 삼아 반격을 수행했고 제국군도 사력을 다해 저항하는 동맹군을 끝장내지 못했다. 그러나 방해 전파 공역을 탈출한 슈바르츠 란첸라이터가 전장에 합류하여 동맹군에게 돌격했고, 동맹군의 방어 진형이 허물어지면서 제국군이 승리한다.

라인하르트는 끝장 내기 전에 힐다의 권유로 동맹군에게 항복을 권고하지만, 뷰코크와 춘우 지엔은 이를 정중히 거절한다. 남은 동맹 함대는 모두 격침당했고, 라인하르트와 제국군 장병은 경례를 올려 적에게 경의를 표했다. 패전 소식이 전해지자 록웰 대장은 제국군의 책임 추궁을 회피하기 위해 레벨로를 죽이려 들었고, 레벨로는 블래스터에 맞은 뒤 최고평의회 빌딩 밖으로 떨어져 죽었다.


[1] 비록 옛 이제르론 요새 주둔함대였던 양 웬리 함대가 남아 있었고, 이 전투에서 살아남은 동맹군 일부 함대가 양 웬리 함대에 합류하기도 했으나 이 시점의 양 함대는 엄연히 엘 파실 독립정부의 군대였지 동맹군 정규 함대는 아니었다. 동맹군의 정규 우주함대는 이 전투로 완전히 사라진 셈. [2] 양 웬리를 체포하라는 '권고'를 할 때, 근거라고는 출처도 불분명한 비방편지밖에 없었다. [3] 특히 로젠리터 연대가 동맹정부에게 반기를 들고 양 웬리에게 가담했다. [4] 물론 동맹정부가 이를 도와주는건 아니고, 양 웬리와 부하들의 행동을 묵인해 주는것. [5] 오베르슈타인만은 양 웬리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그를 처벌해야 한다고 발언했으나 모든 제독들이 여기에 동의하지 않았다. [6] 레벨로 의장은 엘 파실 성계 정부를 강하게 비난하며 독립 선언은 곧 민주공화주의에 대한 배신 행위라고 했으나 거기까지일 뿐. 정작 양 웬리 퇴역원수에 대한 말은 일언반구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7] 연설을 듣고 양 웬리의 대답을 기다리는 부하들에게 양 웬리가 농담조로 던진 한마디. [8] 단순 핑계였는지 진심이었는지는 불명이나, 실제로 양 함대의 장성들 중 더스티 아덴보로 이외의 전원은 양보다 선배고, 나이도 대부분 양보다 많다. [9] 그럼에도 이만큼의 인원이 모였고, 하다못해 전장을 이탈한 함선조차 제국과 싸우겠다며 다시 양 웬리 함대에 합류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뷰코크의 인망이 좋았다는 것과 동시에 자유행성동맹이라는 국가에 대한 국민의 진정한 신의가 드러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미 동맹 정부가 양 웬리에게 한 짓에서도 보이듯 사실상 군에 일생을 바친 퇴역원수나 국가적인 영웅조차 토사구팽 당하는 판에 일반 병사들의 충성심은 강요할 수 조차 없는 상태였고, 죽으러 가기 싫다고 탈주한들 뒤쫓아 잡을 수 있는 능력도, 명분도 없는 모양새였기 때문에 당장 빈 손으로 제국군을 맞닥뜨리게 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심지어 뷰코크 밑에 있는 이들이 230~250만이지 회랑 전투 당시 양 웬리 함대가 28000척이며 마르 아데타 성역 회전에서 살아남은 동맹군 전함이 2천척 미만이니 최대 5만척, 500만의 병력이 나라와 함께하거나 나라가 망했더라도 싸운 것이다. [10]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이 당시에 동맹 정부는 양 웬리와 적대관계다. 즉 정석적인 방식으로는 이 함대를 양 웬리에게 양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넘겨줬다는 것은 그만큼 동맹 사정이 막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1] 동맹군은 진작부터 항성풍을 예측하여 항성풍이 몰아치자 사전에 준비된대로 회랑 곳곳에 놓인 대형 운석에 배를 고정시켰다. [12] 칼센이 비사관학교 출신이라는 건 OVA의 설정이고, 원작에는 칼센 역시 사관학교 출신이다. 그래서 원작에는 이런 대사가 없다. [13] OVA에서는 아래 대사처럼 뷰코크가 직접 전선이탈을 허가했다. [14] 이 역시 원작에는 없는 OVA의 추가사항이다. [15] 100척만 남았음에도 진영이 견고하다며 마치 저 노인네의 정신과 같다고 평했을 정도였다. [16] OVA판에서는 거수경례 장면의 배경음악으로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 7번 2악장이 연주된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도 장송곡 용도로 나온 음악이다. [17] 양 웬리는 한 번 자신을 죽이려 들었어도 조안 레벨로 의장이 상황을 파악하고 자신에게 손을 뻗기를 원하고 있었다. [18] 여러모로 라인하르트를 상대하는 건 양 웬리 자신이 해야 그럭저럭 맞상대가 가능하고, 자신이 간단한 언질만 줘도 알렉산드르 뷰코크는 유능한 사람이니 이제르론 점령이 가능했을 것이다. 즉, 자신들의 위치가 뒤바뀌어야 앞으로의 일에 유리했을 것임은 확실하다. 실제로도 메르카츠가 양 대신에 이제르론으로 가서 그가 세운 작전에 따라 이제르론을 함락했으니 틀린 가정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