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16 00:16:30

고틀로프 프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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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bgcolor=#555><colcolor=#fff> 고틀로프 프레게
Gottlob Frege
파일:Young_frege.jpg
본명 프리드리히 루트비히 고틀로프 프레게
Friedrich Ludwig Gottlob Frege
출생 1848년 11월 8일
독일 연방 메클렌부르크슈베린 대공국 비스마르
사망 1925년 7월 26일 (향년 76세)
바이마르 공화국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바트클라이넨
직업 학자
분야 수학, 철학
학력 괴팅겐 대학교 (1873년 철학박사)
예나 대학교 (1874년 하빌리타치온 합격)
종교 개신교( 루터회)[1][2]

1. 개요2. 주목 받지 못했던 생애3. 뒤늦게 인정 받은 업적
3.1. 개념표기법(논리학)
3.1.1. 함수와 논항3.1.2. 양화사의 도입3.1.3. 9개의 공리들3.1.4. 선조 관계와 수열의 유전성
3.2. 뜻과 지시체(언어철학)
3.2.1. 기존 의미이론의 문제점3.2.2. 샛별과 개밥바라기3.2.3. 일반적인 지시체와 간접적인 지시체3.2.4. 프레게주의 명제3.2.5. 러셀 크립키의 뜻(sense) 개념 비판
3.3. 산수의 기초(수학철학)
3.3.1. 철학의 세 가지 방법적 원리3.3.2. 심리주의에 대한 비판3.3.3. 칸트에 대한 비판3.3.4. 형식주의에 대한 비판3.3.5. 개념과 그 개념에 귀속된 수(기수)
3.3.5.1. 기수의 암묵적 정의(implicit definition)3.3.5.2. 시저의 문제(The Caesar Problem)와 기수의 명시적 정의(explicit defition)
3.3.6. 자연수의 정의3.3.7. 프레게의 정리
3.4. 논리주의의 문제점
3.4.1. 러셀의 역설3.4.2. 증명불가능한 명제3.4.3. 수는 집합인가?
3.5. 프레게-기치 문제
4.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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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한 철학자가 분석철학적인 전통에 속해 있는가, 속해 있지 않는가를 판가름하는 것은 그가 프레게의 사상에 얼마나 근접해 있느냐에 달려 있다.”
밀턴 칼 뮤니츠 (Milton Karl Munitz, 1913년 7월 9일 ~ 1995년 9월 24일)
“모든 훌륭한 수학자들은 적어도 절반은 철학자이고, 모든 훌륭한 철학자들은 적어도 절반은 수학자이다.”

독일 제국 바이마르 공화국 수학자, 철학자. 생전에는 학계에 알려지지 않아 저평가되었으나, 사후에는 그가 논리학과 철학에 남긴 수많은 업적들이 학계에서 재평가되었다. 비록 프레게 혼자만의 업적은 아니지만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정체되었던 논리학을 혁명적으로 발전시키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하였으며, 수리철학, 언어철학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대표 저서로는 《개념표기법(Begriffsschrift)》, 《산수의 기초(Die Grundlagen der Arithmetik)》, 《산수의 근본법칙(Grundgesetze der Arithmetik)》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뜻과 지시체에 관하여(Über Sinn und Bedeutung)〉, 〈함수와 개념(Funktion und Begriff)〉 등이 있다.

2. 주목 받지 못했던 생애[3]

프레게의 생애는 아래에서 언급할 내용들을 제외하면 별로 알려진 것이 없는데 프레게의 양자인 알프레트[4]가 쓴 프레게의 전기가 제2차 세계 대전 중 손실되었기 때문이다.

1848년 독일 연방 메클렌부르크슈베린 대공국 루터회 집안에서 태어난 프레게는 21살에 예나 대학교에 입학하여 4학기를 다닌 후 괴팅겐 대학교로 옮겨 5학기 동안 물리학과 철학, 수학을 공부하였다. 1873년에 기하학을 주제로 쓴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예나대학으로 돌아와 1874년 강사생활을 시작으로 은퇴할 때까지 45년 동안 모교에서 수학을 가르쳤다.

1879년 첫번째 저서인 <개념표기법>이 출판되지만 학계에서는 별다른 호평을 받지 못했다. 다행히 <표기법> 덕분에 프레게는 같은 해에 강사에서 교수로 승진하였고 이후 5년 동안 그가 내놓은 출판물들은 <표기법>에 대한 비판에 대응에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1884년 <표기법>에 대한 비판들을 반박하고 수학의 기초에 대한 프레게의 입장이 담긴 <산수의 기초>가 출판된다. 프레게는 이 책에서 논리주의로 알려진, 산수는 논리학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주장을 처음으로 제시하게 된다. 하지만 <산수의 기초>는 <표기법>과는 달리 비판은 커녕 관심조차 제대로 끌지 못했다. 서평이라고는 3편이 다였고 그나마 전부 비판일색이었으며 거의 20년 동안 학계는 프레게에게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계속하여 1892년 그의 가장 중요한 논문 중 하나로 평가 받는 <뜻과 지시체에 관하여>를 발표하였다.[5]

1893년 프레게는 그 동안 연구해 온 성과물들을 정리하여 <산수의 근본법칙> 1권을 출판하는데 이전 저서들과 마찬가지로 <근본법칙> 또한 학계의 호응을 얻지 못해서 2권은 10여년이 지나서야 출판하게 된다. 하지만 <표기법>를 출판했을 때처럼 <근본법칙>의 출판으로 프레게는 상급 교수로 승진했을 뿐만 아니라 광학 렌즈 제조로 유명한 기업인 자이스가 설립한 재단에서 연구비까지 받게 된다. <근본법칙> 덕분에 프레게는 안정적인 지위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맺게 된다. 이탈리아의 수학자 주세페 페아노는 <근본법칙>을 읽고나서 프레게와의 논의를 통해 자신이 진행하던 산수의 공리화 작업을 수정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페아노는 1900년에 참석한 파리 국제철학자대회에서 자신의 저술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젊은 영국인 수학자에게 프레게를 소개해주는데 그 영국인 수학자가 바로 버트런드 러셀이었다.

1902년 <근본법칙>의 2권이 막 인쇄 중인 상황에서 프레게는 케임브리지에서 연구하고 있던 러셀로부터 <근본법칙>에서 제시된 6개의 공리들 중 다섯번째 공리에서 모순이 도출된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받게 된다. 러셀의 편지를 받고 나서 크게 낙담한 프레게는 5번째 공리를 수정하였으나 <근본법칙>의 체계에서는 여전히 모순이 도출된다는게 밝혀졌다. 결국 프레게는 논리주의에 대한 믿음을 버렸지만 러셀은 수학이 논리학으로 환원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연구를 계속한다.[6]

1911년 수학의 기초에 관심이 많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출신의 한 공학도가 프레게를 찾아와 배움을 청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정신적으로 지쳐있던 프레게는 젊은 공학도에게 케임브리지의 러셀을 찾아가 배울 것을 권했고 프레게의 조언을 받아들인 그는 케임브리지로 편입하여 러셀의 가르침을 받게 된다. 그 공학도의 이름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이었다.

그후 프레게는 1918년 교수직에서 은퇴하고 논리학에 관한 글들을 쓰다가 1925년 1월 양자 알프레트에게 유언을 남기며 다음과 같은 메모와 미발표 논문들을 함께 맡겼다.
사랑하는 알프레트, 내가 쓴 것들을 가볍게 여기지 마라. 비록 이것들 전부가 황금인 것은 아니지만 그 안에는 황금이 들어 있다. 나는 언젠가는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이 평가될 것들이 여기에 들어 있다고 믿는다. 아무 것도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해라. 너를 사랑하는 아버지가. 이것이 내가 너에게 물려주는 것들의 큰 부분이다.

그리고 같은 해 7월 자신이 서양철학의 역사를 바꿔 버리게 된다는 것을 알지 못한채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프레게의 죽음은 그의 저작들과 마찬가지로 학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3. 뒤늦게 인정 받은 업적

프레게가 발표한 아래의 논문과 저서들은 새로운 학문을 창시하거나 기존 철학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의 저서들의 가치를 그가 살아있는 동안 알아본 사람들은 정말 손에 꼽힌다. 앞에서 언급한 페아노, 러셀, 비트겐슈타인, 그리고 학부생 때 프레게에게서 직접 수학을 배운 루돌프 카르납 정도가 그러한 사람들이다. 다행히 이들은 프레게의 주장들을 각자 나름대로 비판하고 수용하면서 학계에 프레게의 이름을 알리게 된다.

3.1. 개념표기법(논리학)

1879년에 출판된 <개념표기법(Begriffsschrift)>(이하 <표기법>)은 100페이지가 약간 넘어가는 두껍지 않는 책이지만 이 책 한권으로 프레게는 논리학의 역사를 바꿔 버리게 된다. <표기법>에서 제시된 논리학의 새로운 계산과 이에 필요한 기호체계가 현대 논리학에서 핵심적이기 때문이다. 그가 이 책을 쓴 동기는 원래 산수의 본성을 연구하기 위해서 였다. 논리학의 법칙은 지식의 어느 영역에나 들어가 있다. 그렇다면 산수에서의 증명은 순수하게 논리학의 법칙에만 근거하는 것인가, 아니면 경험적 사실도 필요로 하는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순수하게 사고로만 전개되는 추론으로 산수를 얼마만큼 설명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프레게는 이런 과제를 수행하기에는 자연언어가 정확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그러한 작업에 적합한 자신의 기호체계를 만들어 내게 된다. 또한 그는 새로운 기호체계를 통해 언어에서 증명의 타당성과 무관한 요소들은 모두 제거하고자 했는데 왜냐하면 증명의 타당성만이 그의 탐구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레게는 자신의 완전한 기호체계가 불완전한 자연언어를 대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기호체계와 자연언어의 관계는 현미경과 육안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육안은 분명 현미경보다 뛰어난 점이 있다. 육안으로 충분히 볼 수 있는 것을 굳이 현미경으로 볼 필요는 없고 불편하기만 할 뿐이다. 현미경이 육안보다 우월한 점은 특수한 목적을 위해 필요한 높은 해상도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 뿐이다. 마찬가지로 <표기법>은 증명의 타당성에 핵심인 요소들에 초점을 맞추는 특수한 과제를 위해 고안된 것이고 자연언어는 단지 이러한 목적에 적절하지 못할 뿐 여전히 우리에게 필요하다.

<표기법>은 후대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저자인 프레게가 학계에서 외면당하게 만든 계기를 제공한 책이기도 하다.

파일:external/pds27.egloos.com/f0139781_573f192843d09.jpg

당대 수학자들조차 이해하지 못한 난해한 기호들 때문이었다. 기호들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수학자들은 자연스레 프레게의 주장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페아노가 러셀에게 프레게를 소개해주기 전까지 <표기법>은 빛을 보지 못한다. 오늘날에도 프레게의 기호들 대신 식을 구성할 수 있는 세련된 기호들이 사용되는데, 이는 러셀이 다듬은 기호들이다. 후술할 프레게의 작업들도 현대 논리학에서 쓰이는 기호들로 설명된 것이다.

3.1.1. 함수와 논항

3.1.2. 양화사의 도입

3.1.3. 9개의 공리들

3.1.4. 선조 관계와 수열의 유전성

<표기법>의 3부에서 프레게는 속성의 유전성이라는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속성 [math(F)]는 계열 [math(R)][7]에서 유전적이다. [math(\Leftrightarrow)] [math(\forall)][math(x)][math(()][math(Fx\to \forall)][math(y)][math(()][math(Rxy)] [math(\to)] [math(Fy)][math())][math())]

속성 [math(F)]가 [math(R)] 계열에서 유전적이라는 말은 무언가가 속성 [math(F)]를 지닌다면 그것과 [math(R)] 관계를 맺는 모든 것들 또한 그 [math(F)]를 가진다는 뜻이다.[8] 이어서 프레게는 유전성 개념을 이용해 '어떤 계열에서 다음에 나옴'이란 개념을 정의한다.
[math(b)]는 계열 [math(R)]에서 [math(a)] 다음에 나온다. [math(\Leftrightarrow)] [math(\forall)][math(F)][math(()][math(()][math(Fa)] [math(\wedge)] [math(\forall)][math(x)][math(()][math(Fx\to\forall)][math(y)][math(()][math(Rxy)] [math(\to)] [math(Fy)][math())][math())][math())] [math(\to)] [math(Fb)][math())]

[math(b)]가 계열 [math(R)]에서 [math(a)] 다음에 나온다는 것은 계열 [math(R)]에 대해 유전적이면서 [math(a)]가 속하는 모든 속성 [math(F)]를 [math(b)]가 가진다는 뜻이다. 어떤 계열 [math(R)]에서 다음에 나옴이란 관계는 계열 [math(R)]에 대한 선조 관계라고도 불리는데 선조가 그 후손에 대해 갖는 관계가 이러한 관계의 한 예이기 때문이다. b가 a의 자식이거나, 그 자식의 자식, 그리고 등등이라면, a는 b의 선조된다. 예를 들어 관계 [math(C)]가 ‘~의 자녀’라면, [math(C)]에 대해서 철수가 가지는 모든 유전적인 속성들을 영수가 가질 때 그는 [math(C)] 계열에서 철수 다음에 나올 것이다.(즉 철수의 후손이다.) 프레게는 유전성 개념을 이용해 '그리고 등등'이라는 표현에 대한 직관적인 이해가 반영된 정의를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위 정의로부터 다음이 증명된다.
[math(a)]가 계열 [math(R)]에 대해 유전적인 속성 [math(G)]를 지니고, [math(b)]가 계열 [math(R)]에서 [math(a)] 다음에 나온다면, [math(b)]는 속성 [math(G)]를 가진다.

속성 [math(G)]는 [math(a)]가 그것에 속하고 계열 [math(R)]에 대해 유전적이므로 계열 [math(R)]에 대해 유전적이면서 [math(a)]가 속하는 모든 속성들을 가지는 [math(b)]는 당연히 속성 [math(G)]를 가질 수 밖에 없다.

프레게는 <산수의 기초>에서 자연수를 정의할 때 위 정의들을 이용한다.

3.2. 뜻과 지시체(언어철학)

3.2.1. 기존 의미이론의 문제점

프레게의 언어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대 이전의 언어철학에 대한 대략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언어철학의 주요 문제 중 하나는 "언어의 의미란 무엇인가?"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전의 의미이론들은 이에 대해 비교적 간단한 대답을 제시하면서도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레게의 언어 철학은 이전 의미이론들에 대한 비판적 성격을 지니는 동시에 보완적 성격을 지닌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언어 철학 초기의 철학자들이 생각한 의미이론을 소박한 의미이론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단어’의 의미는 그것이 지시하는 대상이라는 생각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를테면 '칸토어' 같은 고유이름의 의미는 그 단어가 지시하는 실제 수학자 칸토어를, '수학자' 같은 일반명사 혹은 '[math(x)]는 수학자이다'라는 술어의 의미는 그 표현을 만족시키는 실제 수학자들의 집합을 가리킨다는 것이다.[9]

이러한 소박한 의미이론의 설명은 상식에 매우 잘 부합한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문제점도 매우 많았다.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문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1. 대한민국의 18대 대통령은 박근혜이다.
2. 둥근 사각형은 존재하지 않는다.
3. 철수는 마크 트웨인이 <톰 소여의 모험>의 저자라는 것을 안다. 마크 트웨인은 사무엘 클레멘스와 동일인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철수가 사무엘 클레멘스는 <톰 소여의 모험>의 저자라는 것을 안다고 할 수 있는가?

1번의 문제는 서로 다른 언어적 표현이 동일한 대상을 지시하고 있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대한민국의 18대 대통령'과 이름 '박근혜'는 모두 실제 대상인 박근혜 대통령을 지시하고 있다. 이렇게 언어적 표현이 지시하는 대상을 지시체(referent)라고 부르는데, 소박한 의미 이론에 따르면 이 지시체가 바로 언어적 표현의 의미가 되어야 한다. 즉, '대한민국의 18대 대통령'과 '박근혜'는 (소박한 의미 이론에 따르자면) 의미가 동일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위 두 표현의 의미가 동일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혹자는 둘의 의미가 같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박근혜'의 지시체가 '대한민국의 18대 대통령'의 지시체와 동일한 것은 단지 우연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둘의 의미는 같지 않다. 이 점이 이해되지 않는다면 다음과 같은 예를 떠올려보자. 소박한 의미이론에 따르자면 '박근혜'는 '한국의 18대 대통령'과 동일한 의미를 지니고, 따라서 '박정희과 육영수의 장녀'와도 동일한 의미를 지녀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18대 대통령'과 '박정희와 육영수의 장녀'의 의미도 동일해야 할 텐데, 이 두 표현의 의미는 명백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두 표현의 지시체가 같은 이유는 단지 박정희와 육영수 사이에서 태어난 첫째 딸이 어쩌다가 한국의 18대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이지, 박근혜가 필연적으로 한국의 18대 대통령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10]

2번은 지시체(reference)가 존재하지 않는 언어적 표현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소박한 의미 이론에 따르자면 "둥근 사각형"이라는 표현은 그것이 지시하는 대상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무의미하며, 이렇게 지시체를 결여하고 있는 "둥근 사각형"에 관한 진술들 역시 모두 무의미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표현이 주어로 포함된 '둥근 사각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장은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참(true)이라는 것도 분명하다! 게다가 지시 대상이 없는 언어적 표현은 의미가 없어야 할텐데, ' 셜록 홈즈'와 ' 레스트레이드 경감', 두 단어는 의미가 있는 것처럼 보이며 서로 다르다는 것도 분명하다.[11] 당장 나무위키에 등재된 수많은 가상인물들(판타지, 신화,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등)에 대한 문서들을 살펴보자. 거기에서 설명하는 인물들이 현실세계에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겠지만 그들에 대한 문장들의 의미가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소박한 의미이론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문제 역시 해명하기 어렵다.

3번은 형이상학에서 흔히 말하는 라이프니츠 법칙의 반례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라이프니츠 법칙이란 [math(a)]와 [math(b)]가 동일하다면 [math(a)]가 가지는 모든 속성을 [math(b)]도 가지고, [math(b)]가 가지는 모든 속성을 [math(a)]도 가지기 마련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위 예에서 나왔듯이 철수는 마크 트웨인이 <톰 소여의 모험>의 저자라는 것을 알지만 마크 트웨인과 동일한 사무엘 클레멘스가 <톰 소여의 모험>의 저자라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충분히 있을 것 같다. 철수가 대학교에 들어 오기 전 서점에서 진열된 <톰 소여의 모험>의 표지에 저자가 '마크 트웨인'이라고 적힌 걸 보고 마크 트웨인이 <톰 소여의 모험>을 썼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미국문학사 시간에 조는 바람에 마크 트웨인과 사무엘 클레멘스가 동일인물이라는 설명을 듣지 못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언어철학식으로 바꿔 말하자면 어떤 문장에 포함된 단어를 그 단어와 동일한 대상을 지시하는(공외연적) 단어들로 대체했을 때 바뀐 문장의 진리치가 이전 문장의 진리치와는 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라이프니츠 법칙의 반례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소박한 의미론에서는 해결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3.2.2. 샛별과 개밥바라기

프레게는 이러한 단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자신의 새로운 의미 이론으로 소박한 의미 이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보았다. 그는 언어적 표현의 의미(meaning)를 뜻(sense)과 지시체(reference) 두 가지로 구분하여 제시하였다. 그에 따르면 지시체는 언어가 대응하는 세계 속의 대상을, 은 그러한 지시체를 제시하는 방법(mode)을 말하며 단어의 지시체는 그 단어의 뜻에 의해 결정된다.

1번 문제를 보면, '박정희와 육영수의 장녀'라는 명사구와, '대한민국의 18대 대통령'이라는 명사구에 대응하는 대상-지시체-은 박근혜로 동일하다.그러나 두 어구가 지시체를 제시하는 방식-뜻-은 다르다. 또한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와 ''여전히 아름다운지'를 부른 토이의 객원 보컬'은 역시 명사구에 대응하는 대상-지시체-은 김연우로 동일하지만, 두 어구가 지시체를 제시하는 방식-뜻-은 분명 다르다. 프레게는 이러한 구별을 '샛별'과 '개밥바라기'를 예로 들어 설명하였다.
언어적 표현 뜻(지시체 제시 방식) 지시체(세계에서 언어와 대응하는 대상)
' 박정희 육영수의 장녀' 박정희 육영수의 장녀 박근혜
'대한민국의 18대 대통령' 대한민국의 18대 대통령
'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 김연우
'여전히 아름다운지'를 부른 토이의 객원 보컬' '여전히 아름다운지'를 부른 토이의 객원 보컬
' 샛별' 새벽 동쪽 하늘에 반짝이는 별 금성
' 개밥바라기' 해 진 뒤에 서쪽 하늘에 반짝이는 별

2번 문제도 비슷하게 해결이 가능한데, '둥근 사각형'이라는 표현은 분명히 지시체(의미)가 결여돼 있기는 하지만, 표현의 뜻, 다시 말해 표현이 주어지고 있는 방식까지 결여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둥근 사각형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은 무의미한 문장이 아니라 유의미한 문장이다. '셜록 홈즈'와 '레스트레이드 경감'도 둘 다 지시체가 없는 표현이라는 점에선 동일하지만, 두 표현이 주어지고 있는 방식은 다르므로 두 표현의 뜻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프레게는 언어 자체가 지닌 의미를 두가지로 분리했다. 그러나 명사나 명사구의 지시체는 직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하나의 문장(서술문)에 대응하는 지시체는 생각하기 어렵다. 프레게는 문장에 대응하는 지시체는 그 문장의 진리치(참/거짓)이라고 생각했고 그 문장의 뜻을 '명제'(proposition) 혹은 '사고'(thought)라고 불렀다. 나무위키식으로 말하자면 분명히 다른 뜻의 문서 이름으로 검색했는데 동일한 문서로 리다이렉트된 경우라고 생각할 수 있다.

3.2.3. 일반적인 지시체와 간접적인 지시체

프레게는 3번 문제도 뜻과 지시체의 구분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우선 외연적 문맥내포적 문맥을 구분하는데 외연적 문맥이란 한 문장안에 있는 단어를 동일한 지시체를 가진 다른 단어들로 대체해도 전체 문장의 진리치가 보존되는 문장들을 말한다. 예를 들어 참인 문장 '[math(1+1=2)]'에서 숫자 '[math(2)]'를 그것과 동일한 대상을 지시하는, 예를 들어 정수 [math(2)]를 지시하는 '[math(5-3)]'이라는 표현으로 대체해서 얻는 문장 '[math(1+1=5-3)]'은 진리치가 변하지 않는다.

반면에 내포적 문맥은 3번 문제에서 예를 든 '철수는 마크 트웨인이 <톰 소여의 모험>의 저자라는 것을 안다.'와 같은 문장들이다. 이러한 문장들의 특징은 술어의 목적어로 명사나 대명사가 아닌, 영어문법에서 말하는 that절과 같은 접속사절이 쓰인다는 것이다. 한국어 문장 '철수는 마크 트웨인이 <톰 소여의 모험>의 저자라는 것을 안다.'를 '[math(P)]'라고 할 때 술어 '안다' 뒤에 'that'과 같은 접속사 없이 목적어 '마크 트웨인이 <톰 소여의 모험>의 저자라는 것'이 바로 뒤따라 나온다. 하지만 [math(P)]를 영어로 번역하면 [math(P)]의 술어 'know'의 목적어가 'that Mark Twain is the author of <The Adventures of Tom Sawyer>'인 것을 알 수 있다.[12]

프레게는 내포적 문맥안의 단어들, 정확하게 말하자면 that절 이하에 속하는 단어들을 그것들의 공외연적 표현들로 대체해도 전체 문장의 진리치가 보존되지 않는 이유를 그 that절 이하에 포함되어 있는 단어들의 지시체가 그것들이 외연적 문맥에서 사용되었을 때의 지시체와는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외연적 문맥에서 사용되는 단어의 지시체를 일반적인 지시체 혹은 직접적인 지시체라고 부르고 그 단어가 내포적 문맥에서 사용될 때 그것의 지시체를 삐뚤어진 지시체 혹은 간접적인 지시체라고 부른다. 그리고 한 단어의 간접적인 지시체는 그 단어가 외연적 문맥에서 쓰일 때 그것의 뜻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즉 프레게에 따르면, 외연적 문맥 '마크 트웨인은 <톰 소여의 모험>의 저자다.'에 나오는 '마크 트웨인'의 뜻이 위에서 언급한 [math(P)]의 that절 이하에 나오는 단어 '마크 트웨인'의 지시체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프레게는 같은 단어도 어떠한 문맥에서 쓰이느냐에 따라서 지시체가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단어 외연적 문맥 일반적인 지시체 내포적 문맥 간접적인 지시체
'마크 트웨인' '마크 트웨인은 <톰 소여의 모험>의 저자다' 마크 트웨인 '철수는 마크 트웨인이 <톰 소여의 모험>의 저자라는 것을 안다' 외연적 문맥에 속한 '마크 트웨인'의 뜻
' 이세돌' '이세돌은 알파고를 이긴다' 이세돌 '영수는 이세돌이 알파고를 이기기를 바란다' 외연적 문맥에서 속한 '이세돌'의 뜻
'에베레스트' '에베레스트는 지구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에베레스트 '영희는 에베레스트가 지구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고 믿는다' 외연적 문맥에 속한 '에베레스트'의 뜻

3.2.4. 프레게주의 명제

위와 같은 언어철학에 기초하여 프레게는 명제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사상 - 논리적 탐구(Der Gedanke - Eine logische Untersuchung)』라는 논문에서 소개하였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항목 참조.

3.2.5. 러셀 크립키의 뜻(sense) 개념 비판

3.3. 산수의 기초(수학철학)

자기에게 가장 낯익고 아주 단순해 보이는 대상에 관해 그토록 불분명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그 학문에게는 창피한 일이 아닌가? 수가 무엇인지를 말하기란 더더욱 불가능할 것이다. 만일 어떤 위대한 학문의 기초 개념이 어려움을 야기한다면, 그 개념을 더 정확히 검토해서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는 일이 확실히 시급한 과제이다. 왜냐하면 산수의 전체 구조의 기초에 관한 통찰에 결함이 있는 한, 특히 음수, 분수, 복소수에 관해 아주 명확하게 하는 일은 성공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13]

3.3.1. 철학의 세 가지 방법적 원리

3.3.2. 심리주의에 대한 비판

3.3.3. 칸트에 대한 비판

프레게는 모든 수학을 논리학으로 환원하는 것의 첫걸음으로, 자연수를 논리학으로 환원하고자 했다. 당시 자연수에 대한 개념은 밀(John Stuart Mill)로 대표되는 경험론적 수학철학에 기초하고 있었는데, 이는 초등학교 때 사과와 배를 세면서 수를 익히듯 경험적인 당연함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쉽게 설명하면, 왜 1+1=2인가? 하는 질문에 돌멩이 한 개와 돌멩이 한 개를 더하면 두 개가 된다는 경험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프레게는 밀로 대표되는 이러한 견해가 수학의 보편성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으며, 경험론적 사실이 사변적이고 추상적으로 고도화된 수학적 진리를 설명하지 못할뿐더러, 수학의 학문적 토대를 추락시키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심지어 수학자들조차 수에 대해 모르면서,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무지에 대한 지가 빠져있다.) 고 생각했다.

3.3.4. 형식주의에 대한 비판

3.3.5. 개념과 그 개념에 귀속된 수(기수)

프레게는 수를 정의하기에 앞서 우선 세상의 존재자들을 대상(object)과 개념(concept)으로 분류했다. 여기서 대상은 뜻과 지시체 항목에서 설명한 이름들의 지시체이다. 이름은 고유이름(proper name)처럼 단순할 수도 있지만 한정기술구처럼 복합적일 수도 있다.('박근혜', '한국의 18대 대통령', '1', '가장 작은 홀수' 등등)[14] 프레게는 개념을 함수의 일종으로 설명하는데 오늘날 수학에서 흔히 쓰이는 함수와는 약간 다르다.[15] 일반적으로 수학에서의 함수는 정의역과 치역 모두 그 원소가 수들(정수이든, 유리수이든, 실수이든)인 집합이다. 예를 들어 [math( f(x)=x+1 )]일 때 '[math( x )]' 값이 어떤 수이든 '[math( f(x) )]'의 값은 그 [math( x )]에 [math( 1 )]을 더한 수가 된다. 다시 말해 '[math( x )]'의 값이 무엇이 되느냐에 따라서 '[math( f(x) )]'의 값이 결정될 것이고 이는 어떤 수일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의 표현을 고려해보자.
'[math( x )]는 철학자이다.'[16]

위 표현에서 '[math( x )]'의 값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은 무엇일까? 프레게는 '[math( x )]'의 값이 정해짐에 따라 얻은 문장의 진리치가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만약 '[math( x )]'가 플라톤을 지시하는 표현으로 대치된다면, '플라톤은 철학자다.' 혹은 '<국가론>의 저자는 철학자다.'라는 참인 문장을 얻을 것이고 '[math( x )]'가 철학자가 아닌 것을 지시하는 표현으로 대치되면 그 문장은 거짓이 될 것이다. 즉 '[math( x )]는 철학자이다.'는 함수를 지시체로 가지는 표현이고 그 함수가 바로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의 설명을 정리하면 개념은 대상을 정의역으로 받아 진리치를 그 값으로 가지는 함수이다.[17] 따라서 '철학자'라는 개념은 다음과 같은 함수이다. 철학자[math(=)]{<플라톤, [math(T)]>, <아리스토텔레스, [math(T)]>, <프레게, [math(T)]>, <유재석, [math(F)]>, <박명수, [math(F)]>, ...}[18] 프레게는 어떤 개념이 주어졌을 때 그것의 값으로 [math(T)]만을 산출하는 대상들 혹은 그 개념 아래 포섭되는 대상들의 집합[19]을 그 개념의 외연(extension) 혹은 치역(range)[20]이라고 불렀다. 예를 들어 '철학자'라는 개념의 외연은 철학자들의 집합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이 될 것이다.

프레게는 수를 2차 개념으로 정의하는데, 수는 대상들이 가진 속성이 아니라 속성이 가지는 속성이라는 것이다.[21] '소녀시대 멤버들은 예쁘다.'라는 문장은 각각의 소녀시대 멤버들은 예쁘다는 속성을 갖는다를 의미하지만 '소녀시대 멤버들은 10명이다.'라는 문장은 각각의 소녀시대 멤버들이 10이라는 속성을 갖는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프레게는 각 자연수 n을 어떤 속성(1차 개념)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수적 속성이 논리적으로 추상화된 것으로 보았다. 그러므로 그는 각 자연수 [math(n)]를 그 외연에 속하는 원소의 갯수가 [math(n)]개인 1차 개념들의 집합으로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여자 배트맨과 남자 원더우먼이라는 개념에는 [math(0)]개의 대상이 속한다.(즉 그 개념들의 외연에 속하는 원소의 갯수는 [math(0)]이다.) 지구의 위성,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이라는 개념에는 [math(1)]개의 대상이 속하며, 다비치의 멤버라는 개념에는 [math(2)]개의 대상이 속한다. 이런 개념들의 외연을 이용해서 자연수를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math(0)][math(=)]{{[math(x)]│[math(x)]는 여자 배트맨이다}, {[math(x)]│[math(x)]는 남자 원더우먼이다},…}
[math(1)][math(=)]{{[math(x)]│[math(x)]는 지구의 위성이다}, {[math(x)]│[math(x)]는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이다},…}
[math(2)][math(=)]{{[math(x)]│[math(x)]는 컬투의 멤버이다}, {[math(x)]│[math(x)]는 다비치의 멤버이다 },…}

즉 자연수 [math(n)]은 그 원소의 개수가 [math(n)]개인 집합들의 집합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 정의에는 문제가 있다. 첫째, 정의되는 것이 이미 그것의 정의 안에 포함되어 있다. '자연수 [math(n)]은 그 원소의 개수가 [math(n)]개인 집합들의 집합이다.'라는 정의는 분명 순환적이다. 둘째, 위 정의에서는 무한히 많은 1차 개념들을 열거해야 하지만 세상의 모든 수적 속성을 가진 개념들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으므로(그러한 개념들이 무한하니까), 이런 정의는 무의미하다. 셋째, 자연수 [math(n)]을 설명하는 개별 개념에 대해 알지 못할 경우 그 수의 정의를 이해할 수 없다. 예를 들면 다비치라는 그룹을 모르는 사람은 [math(2)]의 정의를 이해할 수 없고 이러한 정의는 받아 들일 수 없다. 결정적으로, 자연수 [math(n)]의 정의에 사용된 개념들은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는 것들인데, 이는 수가 순수한 사고만을 이용해 정의되어야 한다는 프레게 자신의 목표와도 충돌한다.
3.3.5.1. 기수의 암묵적 정의(implicit definition)
프레게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일대일 대응을 이용해서, 모든 1차 개념들의 외연을 열거하지 않고 (경험에 의존하지 않는 논리적 법칙들만 이용해서) 수를 정의하려 한다. 프레게는 식탁 위에 있는 접시들의 갯수와 그 옆에 놓인 나이프들의 갯수를 비교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접시와 나이프의 수를 비교하는 흔한 방식은 접시의 갯수를 다 세고 나서 나이프의 갯수를 세고 비교해 보는 것이다.(나이프의 수를 먼저 세고 접시의 수를 세도 상관없다.) 하지만 하나의 접시 옆에 나이프가 한 개씩 있는지만 확인해보면 접시의 갯수와 나이프의 갯수가 몇개인지 모르더라도 접시들의 갯수와 나이프들의 갯수가 같은지 다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접시들과 나이프들이 한 개씩 짝지을 수 있는지만 확인해 보면 접시와 나이프의 수를 비교할 수 있다. 프레게는 이러한 방법을 '개념의 동수'를 정의하는데 끌어들인다.
개념 [math(G)]와 개념 [math(F)]는 동수(equinumerous)다. [math(\Leftrightarrow)] 개념 [math(G)]의 외연과 개념 [math(F)]의 외연 사이에 일대일 대응이 성립한다.(혹은 전단사함수가 존재한다.)[22]

위 정의는 흄의 원리(Hume's principle)로 불리는데 프레게는 수 동일성에 대한 정의를 일찍이 이 제시한 적이 있다고 언급한다.[23] 그리고 그는 '개념의 동수'를 이용해서 '개념의 기수'를 정의한다.
3.3.5.2. 시저의 문제(The Caesar Problem)와 기수의 명시적 정의(explicit defition)
개념 [math(G)]의 기수[math(=)]'[math(G)]와 동수인'이라는 개념의 외연

즉 '개념 [math(G)]의 수(기수)'란 그 외연이 G의 외연과 일대일 대응하는 개념들만을 원소로 가지는 집합인 것이다. 그리고 그는 [math(x)]≠[math(x)]를 만족하는 대상이 없다는 사실, 즉 자기 자신과 동일하지 않은 존재자가 없다는 사실로부터 경험에 의지하지 않고 순수사고로 [math(0)]을 정의하였다.

[math(0)][math(=)]{[math(C)]│[math(C)]는 {[math(x)]│[math(x)]≠[math(x)]}와 일대일 대응된다.}

위 정의에서는 원소의 갯수나 개별적인 개념들을 일일이 언급하지 않으며, 경험적인 사실에도 의존하지 않으므로 앞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math(1)]의 정의부터는 막힌다. 하나의 대상만이 속하는 외연을 가지는 1차 개념을 순수 사고만으로 도출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프레게는 또 한번 놀라운 기지를 발휘하는데, [math(0)]을 정의했으므로, [math( x=0 )]를 만족시키는 대상이 하나 뿐임을 이용하여 자연수 [math(1)]을 정의한 것이다. 이런 방식에 따라서 개별적인 자연수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math(1)][math(=)]{[math(C)]│[math(C)]는 {[math(x)]│[math(x=0)]}와 일대일 대응된다.}
[math(2)][math(=)]{[math(C)]│[math(C)]는 {[math(x)]│[math(x=0\vee x=1)]}와 일대일 대응된다.}
[math(3)][math(=)]{[math(C)]│[math(C)]는 {[math(x)]│[math(x=0\vee x=1\vee x=2)]}와 일대일 대응된다}
.
.
.

하지만 이러한 개별적인 수에 대한 정의만으로는 수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을 뿐더러[24] 자연수에 대한 정의도 불가능한데, 개별적인 자연수들(유한수)을 일일이 정의하는 것만으로는 무한한 자연수 집합의 원소가 되기 위한 조건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3.3.6. 자연수의 정의

프레게는 이러한 자연수의 정의로부터 '자연수는 무한히 많다.', '각 자연수는 다음수를 갖는다.'를 증명하였다. 이렇게 프레게는 자연수를 완전히 논리학의 개념들로 환원시켰고, 수학적 엄밀함의 기틀을 마련하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시작하였다고 생각했다.

3.3.7. 프레게의 정리

3.4. 논리주의의 문제점

3.4.1. 러셀의 역설

3.4.2. 증명불가능한 명제

3.4.3. 수는 집합인가?

3.5. 프레게-기치 문제

메타윤리학적 입장에서 윤리적 언어표현은 서술문이 아니라 감정과 정서의 표현이라고 본 'A. J. 에어(A. J. Ayer)'의 정의주의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영국의 철학자였던 '피터 기치(Peter Geach)'가 제시한 것이지만, 그 문제의 바탕이 프레게 논제에 있기 때문에 프레게-기치 문제라고 한다.

정의주의에 따르면 윤리적 문장은 사실은 서술문이 아니라 감정을 나타내는 감탄문에 불과하다. 그러나 윤리적 논증과 추론에서 윤리적 문장이 사용되는 경우 논증과 추론에서 사용한 윤리적 문장을 감탄문으로 나타낼 경우 언어적 의미가 무의미한 문장이 된다. 프레게-기치 문제는 정의주의를 비판하는 논거로 사용된다.

프레게 논제란 "임의의 문장 S에 대해, S가 단독으로 나타나건 다른 복합 문장의 일부분으로 나타나건 S의 뜻과 지시체는 항상 동일하다."라는 것이다.

4. 기타

  • 위의 설명들을 봐도 알겠지만 프레게는 한국인이 공부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철학자 중 한 명이다. 이는 그의 주저 중 한국어로 번역된 것이 《개념표기》와 《산수의 기초》 딱 두 권뿐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다. 프레게의 업적들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다른 철학자들과 달리 철학뿐만 아니라 수학, 논리학에 대한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논리학, 수학, 철학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세 가지 분야에 다 능통한 한국인이 적은건 아니지만 프레게의 책을 번역하기 위해서는 프레게가 사용한 수학적 기호와 그의 철학적 주장들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그러한 주장들을 한국어로 번역까지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말인데,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2003년에 수학적 기호가 별로 들어가 있지 않은 《산수의 기초》가 한국어로 나왔고, 2015년에서야 《개념표기》가 한국어로 나오게 되었다. 1996년에 울산대학교출판부에서 《산수의 근본 법칙 1》이 출간되었는데 절판되었다. 《산수의 기초》는 현재 절판된 상태라 전자책으로밖에는 구매할 수가 없다.
내가 수년 동안 많은 시간을 들여 그의 사유에 대해 몰두하였던 철학적 견해를 가진 사람이 적어도 그의 생애 말기에 특히 유태인을 싫어한 인종 차별주의자였다는 사실은 나에게는 어떤 아이러니처럼 보였다. 이러한 사실은 프레게가 유물로 남겨 놓은 일기장의 일부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그 일기장은 그 밖의 나머지 부분들과 함께 한스 헤르메스(Hans Hermes) 교수가 편집한 "프레게 유고집"(Freges nachgelassene Schriften)으로 발간되지 않았다. 그 일기장은 프레게가 의회 정치제도, 민주주의, 자유주의, 카톨릭, 프랑스에 대해 매우 적대적인 견해를 가졌으며, 무엇보다도 유태인들을 싫어하여 유태인들의 정치적 권리를 박탈하고 독일로부터 추방할 것을 선호하는 매우 극우적인 정치적 소신들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나는 그 일기장을 수년 전에 처음 읽었을 때 매우 충격을 받았다. 왜냐하면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프레게가 적어도 호감이 가는 사람은 아닐지라도, 절대적으로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존경했었기 때문이다. 나는 프레게의 유고집의 편집자들이 그러한 특정한 항목을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일로부터 내가 그때까지 유감스럽게도 잘 알지 못했던 인간에 관한 어떤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아마도 그러한 사실은 유럽인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마이클 더밋, Frege: Philosophy of Language, p. xii[25]
더밋에게 이러한 사실을 전해 들은 버트런드 러셀은 "그의 정치적 견해가 날 고통스럽게 하지만, 더 뼈 아픈 것은 수학을 기하학에 근거지으려 했던 그의 바람이다."라고 반응했다.[26]


[1] Gottlob Frege: German mathematician and philosopher,” 브리태니커 대백과사전, 2022년 11월 4일 수정됨. [2] Gottlob Frege,” NNDB: Tracking the entire world, 2023년 2월 18일 접속함. [3] <프레게 현대 분석철학의 창시자에 대한 소개>, 안토니 케니 지음, 최원배 옮김, 서광사, pp. 15-27. [4] 프레게의 자녀들은 어린 나이에 모두 사망하였고 결국 양자를 들여 가계를 이어나갔다. 학문에서나 개인적 삶에서나 불행의 연속이었던 셈. [5] 대부분의 서양철학사가들은 <뜻과 지시체>가 발표된 1892년에 분석철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본다. [6] 프레게는 기하학이 논리학으로 환원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 반면 러셀은 기하학까지도 논리학으로 환원하려 하였다. 하지만 그의 계획도 실패로 돌아간다. [7] 관계로 이해해도 상관없다. [8] 읽고 나서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프레게의 '유전성' 개념은 결국 수학에서 말하는 관계, 혹은 연산의 '닫혀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9] 이러한 언어적 표현과 대상 사이의 지시관계는 현대논리학의 의미론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인다. [10] 좀 더 설명하자면 철학에서 말하는 필연과 우연의 의미는 일상언어에서 말하는 바와 조금 다를 수 있다. 철학에서 말하는 필연적이라는 말은 어떠한 경우에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박근혜가 한국의 18대 대통령이 아닌 경우는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언뜻 생각해 보면 박근혜는 무조건 한국의 18대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으니까.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당시 선거 결과라던가 불의의 사고 등등으로 인해 박근혜가 당선되지 못했을 수도 있으므로 박근혜가 한국의 18대 대통령이라는 것이 필연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11] '셜록 홈즈'와 '레스트레이드 경감' 둘 다 지시하는 대상이 없으니 두 표현의 의미는 동일해야 한다. [12] 예시로 든 문장 [math(P)]의 술어 'know' 이외에 접속사절을 목적어로 취하는 'believe', 'hope' 같은 동사로도 내포적 문맥을 만들 수 있다. [13] <산수의 기초>, 고틀로프 프레게 지음, 박준용/최원배 옮김, 아카넷, p. 29 프레게가 자신이 어떠한 작업을 하려하는지를 명확히 표현한 말이라 할 수 있다. 결국에는 실패하지만. [14] 프레게는 고유이름(고유명사)이나 한정기술구, 심지어 문장(서술문)까지 이름으로 분류하지만 러셀은 고유이름과 기술구를 구분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고유이름을 한정기술구로 환원할 수 있음을 보이고자 했다. 그리고 50년짜리 키배가 막을 올렸다 [15] 현대 수학에서는 집합론을 기반으로 수 개념부터 좀 더 엄밀하게 정의하기 때문에 프레게가 쓰는 개념들은 오늘날 수학 교과서에서 설명하는 개념들과 약간 다르다. [16] 이 표현 자체는 문장이 아니라는 것에 주의할 것. [17] 프레게가 말하는 개념이 지시함수(indicator function)와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8] 함수는 관계의 일종이고 수학에서 관계는 순서쌍들의 집합이다. 함수 항목 참조. [19] 여기서 프레게가 쓰는 집합이란 현대의 공리적 집합론에서 말하는 집합(set)이 아니라 칸토어의 소박한 집합론에서 말하는 집합, 혹은 모임(class)으로 봐야 한다. 그 이유는 러셀의 역설 참조. [20] 이 용어 역시 현대 집합론에서 쓰는 치역과는 의미가 다르다. 항목 참조. [21] 정확히 말하자면 이것은 러셀의 생각이다. 프레게와 러셀 모두 수가 '동수인 집합의 집합'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프레게는 집합을 대상으로 봤던 반면, 러셀은 집합을 대상이 아니라 개념 혹은 속성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프레게에게는 수가 대상이지만 러셀에게는 수가 속성들의 속성, 곧 고차 속성이 된다. [22] 정의를 보면 알겠지만 동수관계는 결국 동치관계의 일종이다. [23] 흄이 이미 그런 수단을 말한 적이 있다. "한 수가 다른 수의 각 단위에 대응하는 단위를 언제나 가지도록 두 수가 결합될 때, 우리는 그 두 수가 같다고 말한다." <산수의 기초>, pp. 160-161 [24] 러셀은 무한 공리를 도입함으로써 자연수가 존재하고 무한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부담을 없애버렸다. [25] 번역문은 M.K. 뮤니츠의 "현대 분석 철학"에서 인용된 것으로 추정. [26] 1954년 9월 16일 러셀이 더밋에게 보낸 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