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The Sound and the Fury국역판 제목은 '소리와 분노', '고함과 분노' 등으로 다양하다.
미국의 소설가 윌리엄 포크너의 남부 고딕 소설이다. 남북 전쟁 후에 서서히 몰락해가는 미국 남부와 그에 관련된 절망 그리고 허무함을 훌륭하게 그려낸 소설.
제목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 나오는 그 유명한 맥베스의 독백에서 따온 것. 이 독백은 참고로 소설 전체의 내용을 암시하기도 한다. 바보가 말하는 이야기의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파트 1에서 벤지는 말할 것도 없이 멍청이고, 나머지 세 파트의 화자들도 시간에 얽매여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과거를 그리워하며 그로 회귀하려는 "멍청이"들이니. 결국 이 소설은 멍청이들의 이야기. '맥베스'의 문맥상 "헛소리와 분노"라고 해야 더 적절하다는 견해도 있다.
(중략)
Life's but a walking shadow, a poor player
That struts and frets his hour upon the stage
And then is heard no more: it is a tale
Told by an idiot, full of sound and fury,
Signifying nothing.
(중략)
인생은 걸어다니는 그림자일 뿐.
무대에서 잠시 거들먹거리고 종종거리며 돌아다니지만
얼마 안 가 잊히고 마는 불행한 배우일 뿐.
그것은 백치가 떠드는 이야기와 같아
소리와 분노로 가득 차 있지만
결국엔 아무 의미도 없도다.
Life's but a walking shadow, a poor player
That struts and frets his hour upon the stage
And then is heard no more: it is a tale
Told by an idiot, full of sound and fury,
Signifying nothing.
(중략)
인생은 걸어다니는 그림자일 뿐.
무대에서 잠시 거들먹거리고 종종거리며 돌아다니지만
얼마 안 가 잊히고 마는 불행한 배우일 뿐.
그것은 백치가 떠드는 이야기와 같아
소리와 분노로 가득 차 있지만
결국엔 아무 의미도 없도다.
나오자마자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각광을 받으며 미국 각지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필수요소로 자리잡았지만, 수많은 학생들에게서 지탄을 받았다. 이유는 바로 이 소설이 사용하는 기법 때문이다.
의식의 흐름 (stream of consciousness)이라는 기법을 사용하는데, listverse에서 제임스 조이스의 피네간의 경야에 이어 난해한 문학작품 2위로 선정했다. 화자의 시점에서 화자의 생각과 기억 그리고 외부세계의 묘사를 섞어버리는 것이다. 외부세계의 묘사와 화자의 생각과 기억이 뒤엉키는 것을 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경련을 일으키며 싫어한다. 때문에 시점이 중구난방으로 바뀌어, 한 문단에서도 현재와 과거가 널뛰듯, 아무런 설명 없이 바뀐다. 거기다가 배경이 20세기 초 남부인지라 남부 사투리+흑인 슬랭이 뒤엉켜 독해도 힘들다. 따라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 책을 읽을 때면 대부분 스파크노트로 전향한다. 심지어 너무 난해해서 상업적으로는 묻혔다. 포크너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그의 작품 다수는 진즉 절판되어 노벨상 수상 작가의 작품을 찾아 서점을 방문한 독자들은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급히 재간해서 해결했는데 포크너 스스로 노벨상 아니었으면 재간이 힘들었을 거라고 인정했다. 음향과 분노는 포크너의 4번째 장편으로 쫄딱 망한 앞선 3작품보다는 잘 팔렸지만 객관적으로 많이 팔리진 못했다.[1]
단, 이 책을 잘 알아두면 AP시험을 치를 때 아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일단 이 책은 사실상 거의 매번 리스트에 올라오는 책이기도 하고, 책에서 파생되는 주제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돌려막기급으로 거의 모든 질문에 써먹을 수 있다.
명문가인 콤슨가의 몰락을 그려냈다. 술주정뱅이 아버지, 막장인 어머니, 인텔리지만 자살을 택한 퀜틴, 성적으로 문란한 캐디, 태어날 때부터 정신지체아인 거세된 벤지,[2] 그리고 세상을 삐뚤어진 시각으로 바라보는 투덜이 스머프 제이슨이 구성원. 하인들도 몇 명 있다.
이 책에 대해 쓰여진 에세이 중에 장폴 사르트르가 쓴 게 유명하다.
한국어 번역판은 동서문화사판(오정환 역), 북피아판(정인섭 역), 문학동네판(공진호 역), 열린책들판(윤교찬 역) 4가지가 있다. 북피아판은 가뜩이나 어려운 소설을 더욱 이해하지 못하게 만드는 개판번역으로 악명높으며, 특히 이 중 "내게는 신성한 나무가 자라고 있는 창녀리 산 언덕이 보여요."라는 문장이 있다. 갈보를 일괄적으로 창녀라고 바꾸는 과정에서 갈보리가 창녀리로 치환된 것이다. 동서판은 이 출판사 역본 다수가 그렇듯이 일본어 중역이다. 북피아판같은 못 알아먹을 나쁜 번역은 아니며 4가지 역본 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쉽다. 한국 번역계의 특징인데 어려운 책이 일본어 중역을 거치면 상대적으로 쉬워진다. 영어 원문 번역은 문학동네판과 열린책들판 등등이 있다. 문학동네판은 《소리와 분노》라는 제목[3]으로 출간되었다.[4] 발매 직후 독자 항의가 상당했다. 가뜩이나 난해한 책인데 번역자의 한국어 구사능력이 나빴기 때문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독자들의 항의가 빗발쳐서 출판사와 번역자가 원문을 최대한 살려서 번역했다고 항변하는 사건이 있었다. 반면 '소리와 분노'의 번역본은 공진호가 번역한 문학동네 판본이 제일 좋다는 평가도 있다. (다른 판본들은 제목을 '음향과 분노'라고도 번역했다.) 번역자가 세심하게 신경을 쓴 구석이 굉장히 많이 보이며, 미국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로 인해 이해하기 어려운 언어유희나 상징 등에 대한 설명도 간간히 각주로 표시되어 있다. 번역자는 소리와 분노에 관련된 내용을 올린 블로그를 운영한다. 2022년 8월 열린책들에서 새 번역본이 나왔다(윤교찬 역). 제목은 고함과 분노로 번역되었다.
2. 등장인물
- 제이슨 콤슨 3세: 아버지. 남부의 영광스러운 시대를 살았고, 그 시대를 상징하는 존재이지만 몰락하였기에 비관적이고 술에 찌들어 산다. 장남이 중시하는 명예에 그다지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명문가인 자신의 혈통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일단 명문대를 나온 변호사지만, 제대로 된 돈벌이 없이 집안 재산만 까먹고, 자식편애가 심해서 결국 집안을 박살내는 데 큰 일조를 한다. 덧붙여 그도 아들처럼 자살로 생을 끝낸 인물. 이분의 명대사는 장남에게 집안의 유물인 시계(음향과 분노의 가장 큰 테마 중 하나가 시간이란 걸 떠올려보며 읽어보자)를 건네주며 나온다. "나는 너에게 모든 희망과 갈망의 무덤을 주마. 내가 너에게 그걸 주는 이유는 시간을 기억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걸 지금, 그리고 단 1초뿐이라도 잊어버리고 너의 모든 노력을 시간을 정복하려고 애쓰는 데 쓰지 말라는 것이야. 왜냐하면 어떤 전투도 승리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지. 전장은 사람에게 그의 아둔함과 절망만을 보여줄 뿐이고, 승리는 철학자들과 멍청이들의 환영이란다."
- 캐롤라인 배스콤 콤슨: 어머니...지만 어머니로선 낙제다. 허구헌날 침대에 누워서 "어익후 이제 우리 집은 망했어"라거나 "배스콤 가문(친정)은 안 그래!"라며 가문드립을 치거나, "얘들아 하지 마라"면서 입으로만 집안을 다스리는 분. 친정인 배스콤보다 시가(媤家)인 콤슨이 더 명문가였다는데 자격지심이라도 있는지, 캐디나 벤지는 콤슨가 핏줄이라 말썽이고, 제이슨은 배스콤 핏줄이라 잘난 거라는 소리를 해댄다. 파트 3 시점에서는 그저 늙어서 아무 일도 안 한다. 다만 퀜틴(손녀)이 제이슨한테 얻어터질 때 달려와서 말리거나 자긴 Lady니 대우하라고 징징대는 것 정도.
-
퀜틴 콤슨 3세: 장남. 남부의 전통적인 신사.
하버드 인텔리다. 그의 파트 2는 초반에는 그나마 읽어줄 만하지만 후반으로 가면 벤지처럼 기울임체도 쓰지 않으며, 심지어는 어떤 구두법도 쓰지 않는 경지에 도달한다.[5] 만약에 파트 1을 살아남고 계속 읽은 사람들의 비율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높다면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욕설과 저주를 받은 캐릭터일 것이다. 여동생 캐디가
혼전성교를 일삼는 걸 보고 (후기에 따르면) 그녀의 처녀성으로 지탱되는 콤슨가의 명예라는 관념에 집착했던 그는 캐디에게 충고하지만 실패하고, 빡쳐서 캐디와 잔 사람 중 한 명에게 달려가서 결투를 신청하지만 싸우지도 못하고 분에 차서 쓰러지게 되는데, 결투 상대가 오히려 그를 동정한다. 상대가 "이봐, 나한테 너무 화낼 건 없어. 내가 아니었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따먹었을 거야"라고 말하자 화를 내면서도 그 말에는 직접적인 대답을 못하는 퀜틴이 감상 포인트.
캐디를 숲으로 끌고가서 "우리 여기서 자살할까"라고도 해보지만 실패하고, "아빠 저하고 캐디가 근친상간을 했어염"이라고 거짓말을 하지만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 아버지는 "얘야 구라치지 말거라"라면서 타이른다. 하지만 퀜틴은 결국 강에 투신자살을 한다. 부록(후기)에 따르면, 그가 구라를 친 동기는 장로교적인 '영원한 지옥'에 대한 갈망으로, 근친상간이라는 죄로써 신이 아닌 그가 그와 여동생을 지옥으로 보낼 수 있기 때문. 여기서 지옥이란 것은 구체적으로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캐디와 그 단둘만이 떨어져서 영원한 불 속에서 영원히 그의 여동생 캐디를 지킬 수 있는 곳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캐디가 저지른 죄인 혼전성교보다 더 큰 죄인 근친상간으로 이를 덮으려 한 셈. 작중 묘사를 보면, 오히려 본인은 동성애자가 아닌가 하는 흔적들이 종종 보인다. 룸메이트와의 관계라거나... 그러나 그가 진정으로 사랑해왔던 건 여동생보다도, 그녀의 순결보다도 죽음. 다만 그가 죽기를 결심한 동기는 여동생의 결혼과 대학 학비 때문에 목장을 판 일인 듯하다.
이 인물의 교육비를 대려고 땅까지 팔았건만 정작 대학 가서 자살을 택했다. 또한 포크너의 또다른 명작 "압살롬, 압살롬!"에 주인공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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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 캔디스 콤슨: 장녀. 정작 그녀에게 할애된 장은 없지만 거의 모든 장의 서술자에게 중요한 인물이기도 하다. 모든 등장인물들에게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퀜틴이 그녀 때문에 자살을 했고, 벤지는 그녀 덕에 환상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제이슨은 그녀의 기억을 곱씹으며 악당이 되어버린다. 어렸을 땐 활달했지만 커서 성에 눈을 뜨고는 문란하게 놀다가 결국 임신까지 하게 된다. 그러다 퀜틴의 하버드 동창인 허버트 헤드와 결혼한다. 그러나 곧 이혼하고 딸은 친정에 맡기고 멀리 떠난다. 어머니인 캐롤라인이 절대로 아이에게 엄마의 존재를 알지 못하게, 아이 앞에서 캐디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조차 금하지만, 캐디는 제이슨을 통해 틈틈이 딸아이에게 용돈과 편지를 보낸다.[6] 오빠인 퀜틴이 그녀와 자신이 근친상간을 맺은 관계라는 얘기를 했는데, 오히려 상대방을 더 사랑한 쪽은 그녀. 오빠가 죽음을 원하고 사랑하는 것을 알면서도 질투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는 후기의 서술이 있다. 딸인 퀜틴의 이름을 지은 동기도 그 때문. 뱃속에 있을 때부터 이미 성별 상관없이 퀜틴으로 짓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어렸을 때에는 특히 제이슨을 괴롭히는 걸 좋아했다. 퀜틴도 가끔 편을 들기도 했고. 아버지는 제이슨을 유난히 싫어했다. 이리하여 제이슨은 결국 퀜틴과 그녀의 딸 퀜틴이라면 치를 떨게 되었다. 다른 가족 구성원은 말할 것도 없고. 가끔 찾아와서 제이슨한테 돈을 주고 자신의 딸을 만나게 해달라고 하지만 제이슨의 반응은 매번 "꺼져 쌍년아!![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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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콤슨 4세: 차남. 꼬마 때부터 악동이긴 했지만 파트 3 시점에서는
고인드립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사람들한테도 불친절한 인간이 되었다. 캐디한테서 돈을 삥뜯기도 하고, 완전한
악당.
사실 이렇게 된 것은 막장집안, 특히 캐디의 역할이 크다. 제이슨은 그 나이쯤 되면 당연한 장난을 좀 친 것이지만, 캐디는 벤지를 감싸느라 제이슨이 조금만 벤지를 수틀리게 했더니 날카로운 가위를 들고 "가위로 널 찔러버린다?"하며 위협을 한다든가, 퀜틴과 싸우는 도중에도 제이슨이 다가오자 둘이 입을 모아서 "꺼져"라고 하든가, 아버지한테 고자질하면 후두려 패겠다고 한 것이 좋은 예. 거기다가 우리의 젠틀맨 퀜틴은 캐디를 감싸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는 퀜틴과 캐디는 화롯가에 앉아서 무릎에 올려 주며 다정하게 놀아주는데 구석에 쭈그려 앉아서 울고 있는 제이슨한테 기껏 하는 말이라는 것이 "얘야 좀 조용히 하려무나." 거기다 집안 재산에서도 농장을 팔아서라도 하버드에 간 퀜틴이나, 남자 잘 만나 자동차[8]를 받은 캐디와 달리, 아무것도 받지 못한 상태. 그나마 캐디의 남편에게 약속받은 은행 일자리도 캐디의 이혼으로 날아갔으니, 이에 대한 분노 + 보상심리가 폭발하는 건 당연한 셈.
이런 불행한 유년시절 덕에 파트 3 시점에서는 그야말로 악역으로 변했다. 풍비박산난 집안을 휘어잡는 유일한 인물로 성장해서 다른 가족구성원들을 먹여 살리려고 나름 열심히 일하며 살고 있지만, 문제는 그의 태도이다. 주변 사람들이나 가족한테 불친절한 것은 기본이고 특히 조카인 퀜틴한테 하는 처사가 매우 가혹하다. 시작부터 기모노를 입고 축제를 간다고 하는 퀜틴의 머리채를 끌고 들어와서 옷을 찢어버리고 고래고래 욕을 하며 패려 한다. 그리고 딸 좀 만나게 해잘라고 사정사정하는 캐디한테서도 돈만 뜯고 꺼지라고 하는 비범함도 보여준다.[9]
결국 도주하는 퀜틴이 그동안 고이 모아두었던 돈을 모두 가지고[10] 도망가자 마을사람들한테 도움을 청하지만 비웃음만 받고, 결국 혼자서 추격하지만 실패하고 분노에 가득 차서 돌아온다.
-
"벤지" 벤자민 "모리"[11] 콤슨: 막내. 선천적 정신 지체아.
소설 내의 묘사를 보면 생각하는 수준은 일반인과 비슷하지만 문제는 일단 말을 똑바로 못한다는 것이다. 벤지가 말을 하려고 하면 기껏해야 끙끙거리는 소리나 문자 그대로 "으헝헝" 거리거나, 수틀리면 소설 내에서 흔히 말하는 대로 동네가 떠나가라 "울부짖는" 것이 전부. 생각하는 것도 완전한 것은 아니고, 캐디를 연상시키는 것을 볼 때마다 그녀에 관한 기억으로 의식이 잠기어 버리기 때문에[12] 그야말로 바보라는 이름에 걸맞은 캐릭터.
캐디가 어렸을 때 편들어준 것도 있고 해서 매우 그녀를 잘 따른다. 무너져가며 구성원들이 모두 마이페이스인 집안에서 유일하게 모성애 가장 비슷한 것을 보여준 것이 바로 그녀이기에. 이에 벤지는 틈만 나면 캐디한테 달라붙으며 그녀와 놀려고 한다. 하지만 캐디가 순결을 잃어버린 날부터 캐디의 체취가 달라진 것을 느끼고[13] 더 이상 캐디는 예전의 캐디가 아닌 것이라는 걸 느끼고 울부짖지만, 캐디가 재빨리 달래줘서 일시적으로나마 가라 앉는다. 결국엔 캐디는 떠나지만.
따지고 보면 이 소설에서 가장 초자연적인 캐릭터이다. 위의 체취사건도 그렇지만, 할머니가 세상을 뜨기 전에 눈물을 흘리며 며칠을 소리쳤다고 한다. 이를 두고 집안사람들은 "저 아이는 죽음을 감지할 수 있나봐"라고 한다.
고자인데, 이렇게 된 이유는 가족들이 깜빡하고 울타리문을 잠구어 놓지 않은 어느날에 늘 하듯이 여학생 무리가 지나가는걸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중 한명이 캐디를 매우 연상시키는 지라 좋아라고 그녀를 쫒아갔다가 그녀가 비명을 고래고래 지르는 바람에 마을사람들이 붙잡아서 거세시킨 것이다.[14] 자세한 묘사는 안 나오고 "눈앞이 매우 번쩍하고 아팠어염" 이런 식으로 써져있다. 지못미.[15]
파트3에서는 똑같이 잉여짓을 하고 있다. 그나마 캐디의 딸인 퀜틴에게 좋아라고 달라 붙지만 퀜틴은 결코 그녀의 엄마를 닮지 않은지라 질색을 하고, 결국엔 떠나간다.
후속작인 멘션에서 어머니 배스콤의 간청덕에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만, 2년만에 자신의 집에 불을 질러 자살한다.
여담으로 장영희가 문학의 숲을 거닐다라는 문학 에세이의 "대장님!"에서 부모의 정략결혼 강요로 인해서 유아퇴행까지 해버린 자신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던 대학생인 관호를 이 캐릭터에 비유하기도 했다.
-
딜시 깁슨: 콤슨 가문의 충실한
하녀. 자식이 3명이며 말 잘 안듣는 손자 러스터한테 벤지를 돌보게 하고[16] 집안을 장악한 제이슨의 분노를 진정시키려고 하루종일 몸이 10개여도 모자랄 사람. 캐디를 제외하면 콤슨가에서 유일하게 모성을 지닌 인물로, 천덕꾸러기인 벤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주기도 하는 사람.
파트4에서는 교회 집회에 나가서 찬송가를 부르며 십자가를 보다가 콤슨 가의 막을 수 없는 몰락을 깨달으며 눈물을 흘려준다. 일생을 부려먹힌 집안의 몰락을 보면서 눈물을 흘려주는, 어느 의미에서는 대인배.
-
"미스" 퀜틴 콤슨: 캐디의 사생아. 파트 3 시점에서는 고등학교를 다니는 왈패가 되어있다. 성격이 하도 드세서 다혈질인 제이슨이 그녀와 정상적으로 대화하려고 해도 늘 결론은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맞는 걸로 끝난다. 시쳇말로 발랑 까져서, 나이도 어린데 남자관계가 문란한 듯.
모친을 상당히 닮았다고 한다. 그 때문에 캐디에 관해 안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제이슨이 그녀만 보면 성질이 뻗쳐오르고, 또한 캐디를 사랑하는 벤지가 허구헌 날 그녀한테 와서 달라붙는다. 물론 퀜틴은 둘 다 질색.
파트4에서는 제이슨이 캐디가 퀜틴 앞으로 보낸 돈을 꿍쳐둔 것을 찾아내 가출을 감행하여 성공한다.
3. 각 파트 요약
- 파트 1: 화자는 벤지. 시작부터 벤지의 의식과 기억 그리고 현세가 뒤엉킨다. 벤지가 캐디를 얼마나 그리워하며[17] 캐디가 어째서 문란해졌고 일찍 결혼하여 벤지를 떠날 수 밖에 없었는지가 주된 내용. 참고로 벤지는 어느 날 밤에 가족들이 깜빡하고 뒷문을 열어놓자 캐디를 연상시키는 여학생을 좋아라고 쫓아갔다가 마을사람들한테 붙잡혀서 거세당했다. 콤슨가의 몰락도 서술되어 있다. 벤지가 얼마나 푸대접을 받는지도 나와있다.
- 파트 2: 화자는 퀜틴. 하버드 인텔리 퀜틴이 자살을 결심하고 자살하러 터덜터덜 걸어다니는 동안 하는 생각이 주된 내용이다. 주된 고민은 바로 혼전성교를 일삼다 결혼하게 된 캐디에 대한 것. 결국 캐디와 검열삭제를 한 상대를 찾아가 결투를 신청하지만 흐지부지되고[18] 결국엔 캐디를 숲으로 불러내어 "같이 자살할까" 하지만 그것도 결국 실패하고, 그 후 동생하고 근친상간을 했다고 거짓 자수를 한다.[19][20] 진실을 알고 있는 아버지는 그를 타이르지만, 퀜틴은 결국 다리에서 투신자살한다.[21] 실제로 작중 시점이 다른 인물은 모두 1928년인데 퀜틴 혼자서 1910년이다.
- 파트 3: 화자는 삐뚤어진 제이슨. 시작부터 자살한 자신의 형을 두고 " 하버드는 좋은 학교라지만 어째 수영하는 법은 안 가르쳐 주는 듯" 이라고 평한다. 자기의 말 안듣는 날라리 조카 퀜틴과의 갈등이 주된 골자이다. 대낮에 옷을 찢어버리는 것이 이의 대표적인 예시.[22] 캐디한테서 어떻게 돈을 빼앗는지도 나온다. 차를 탄 채 아기인 퀜틴을 차창에 들이민 후, 캐디가 그걸 보고 쫓아오자 급출발한다.
-
파트 4: 3인칭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충실한 하인 딜시 깁슨은 교회집회에 가서 찬송가를 부르는 동안 십자가를 보며 콤슨가의 몰락을 깨닫고 눈물을 흘린다. 한편 제이슨의 폭정을 견디지 못한 퀜틴은 제이슨이 캐디에게서 빼돌린 돈을 들고 연인과 도망친다. 뒤늦게 사실을 깨달은 제이슨은 경찰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씹히고 그 자신이 분노에 휩싸여 추격을 개시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낙담하여 돌아온다.
한편 벤지를 마차에 실어 집으로 데려다 주는 과정에서 딜시의 아들은 그만 갈림길에서 익숙한 길 대신 새로운 길로 접어들고, 벤지는 당장 울부짖기 시작한다. 제이슨이 어디에선가 나타나서 그 마부인 딜시의 손자를 후두려 패고 마차는 원래 코스로 돌아오며 벤지는 평안을 찾는다.[23]
[1]
대신 대중이 아닌 평론가들에게 포크너의 이름을 확실히 박아넣는 데는 성공했고 <내가 누워 죽어갈 때>와 <성역>으로 미국 문단의 중심으로 확고히 서게 된다.
[2]
벤자민의 애칭
[3]
문학동네의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문학동네 직원의 답변에 따르면 음향과 분노는
일본을 거쳐서 만들어진
중역본에서 따온 이름이며 영문학연구회에서도 <영미명작, 좋은 번역을 찾아서>라는
책을 통해서 소리와 분노라는
제목으로
번역하는 것을 권장했다고 한다.
[4]
도서출판
문학동네가 이 편에 대해 협찬을 했던 EBS 영미문학관에서는 이 문학동네판 제목인 소리와 분노로 나왔었다.
[5]
벤지의 파트 1과 비교해 보자면 벤지가 "그리고 난 그녀를 봤어요, 머리카락에 꽃이 꽂혀있고, 빛나는 바람이 베일처럼 그녀를 감싸는 것을 말이에요. 캐디 캐디..."라고 한다면 퀜틴의 파트 2는 "너는
여동생이 한 명이라고 있기라도 해 응 있냐고 아니 하지만 여자들은 모두 못된 년들이야 그 말을 들은 나는 화가 나서 전력을 다해 돌진했어 하지만 나는 어느 순간 공중에 붕 떠 있고..." 이런 식이다.
[6]
물론 제이슨이 중간에서 낚아챈다.
[7]
대놓고
bitch라고 부른다.
[8]
당시로선 상당히 고가품이다.
[9]
아기일 때 캐디가 1분만 아이를 보여달라며 돈을 건네자,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차창에 퀜틴을 슬쩍 들이밀어 보여주고 속도를 높여서 가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10]
이 돈의 정체는 퀜틴의 어머니인 캐디가 퀜틴 앞으로 부친 돈이었다.
[11]
태어날 때의 이름. 하지만 개명당했다. 어머니는 남들이 그 이름으로 부르면 경련을 일으키며 싫어하지만... 원래 외삼촌 이름이었는데 '베스콤 가문'의 이름을 이어받을 자격이 없다면서 개명시켰다.
[12]
퀜틴의 교육비를 대려고 판 땅이 골프장이 되었는데, 부유하신 신사들께서 골프장에 고용된 캐디를 부를 때마다 캐디가 돌아온 줄 알고 맨날 달려나가서 울부짖는다. 의도한 바는 아니고 눈물나기까지 하지만 어쨌든 민폐.
[13]
그전까지는 벤지의 표현을 따르자면 캐디한테서는 나무 냄새가 났다고.
[14]
이 시대에는
우생학 덕에 정신지체아나 동성애자 등 사회의 "불순물"들이 번식하는 걸 막아야 한다는 통념이 멀리 퍼져 있었다.
[15]
3장에서 제이슨은 '내가 그꼴이 되었다면 자살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16]
벤지의 기억을 빼놓는다면 파트1은 전부 이 손자놈이 잃어버린 돈을 찾으려고 벤지를 갈구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이다.
[17]
캐디에 대한 그리움은 벤지를 시간이라는 전능한 힘에 귀속시키는 요소이다. 캐디에 대한 기억과 그에 연관된 과거를 떠올리고 정신지체 때문이기는 하지만 과거와 현실이 뒤엉키면서 시간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다.
[18]
상대가 결투하자고 총을 건네주자 혼자 기절해 버린다.
[19]
네이버 블로그 등을 보면 퀜틴과 캐디가 근친상간을 했다고 쓰는 블로거들이 꽤 많은데, 이는 잘못된 생각.
[20]
모 번역본에선 아예 작품 해설란에 퀜틴이 자기와 캐디가 근친상간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써있기까지 하다... 작품 내에서 정확한 해설이 없어 추측만 가능한지라 사람에 따라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긴 하지만, 이게 개인 추측이 아니라 작품의 해설이라는 게 문제.
[21]
참고로 하버드에는 퀜틴의 족적을 따라가는 프로그램이 있다. 각 장소마다 푯말까지 붙어 있다.
[22]
제이슨 또한 시간에 얽매여 있는데, 이는 어렸을 때 누나와 형에게 괴롭힘을 당한 기억을 자꾸 곱씹으며 딸을 보여달라고 구걸하는 누나와 그녀의 딸에게 가혹하게 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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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지를 다룰 줄 모르는 것처럼 보이던 제이슨이 의외로 '벤지는 좌회전을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아서, 마부에게 좌회전하지 말라고 윽박지르곤 마차의 방향을 수정한다. 제이슨이 아예 가족을 내다버린 망나니가 아니라는 일말의 희망을 보여주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