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4-01 12:19:42

명예

1. 개요2. 명예를 추구하는 심리적 이유3. 명예와 관심병의 차이4. 명예의 강요5. 명예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6. 명예직7. 대한민국 법에서의 의미: 명예에 관한 죄

1. 개요

명예(/Honor)는 도덕적 또는 인격적으로 두루 인정받아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공적이나 성과 등을 나타내는 말이다.

2. 명예를 추구하는 심리적 이유

많은 사람들은 명예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그 열망은 금전욕보다 강할 수도 있다. 실제로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할려고 하거나, 혹은 직장인들이 열심히 일해 부자가 되려는 목적은 그를 통해 얻는 돈보다는 그를 통해 얻는 명예인 경우가 많다.[1]

3. 명예와 관심병의 차이

단순히 '대중에게 주목 받고픈 욕구' 정도라면 어그로성 악성 댓글이나 세상을 경악하게 만들 흉악범죄를 통해 얼마든지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2] 그러나 이는 명예와는 분명히 다르다. 그것은 목숨을 걸고 전쟁에 참전한다거나, 위험하고 낙후된 지역으로 가서 봉사, 선교활동을 하거나 하는 등 스스로가 생각하는 소중한 의미를 위해 이에 자기희생하는 것과 이러한 일들을 성취한 자들에게 대중이 보내주는 긍정적 시선과 대중적 인지도이다. 그것이 바로 명예라고 볼 수 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엄청난 재력을 가진 부자들이 굳이 정치나 사회 공헌 활동에 뛰어드는 것 또한 명예욕에서 기인된 행동이라 볼 수 있다. 정치인들 중에 상당수는 정치판에 안 뛰어들었으면 돈푼 깨나 만지고 목에 힘주고 살았을 사람들이다. 무능하다고 인식되는 일부 정치인들도 자신이 종사했던 분야에서 크게 성공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정계에 입문한 경우가 태반이다. 자수성가란 바로 이렇다는 것을 말해주는 정치인들도 상당하다. 또한 불로소득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금수저라 할지라도 굳이 취업하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자나 유명인까지 안가도 일반인들만 보더라도 일부 기성세대들의 경우 근검절약이 미덕인 경우가 많고, 이렇게 저축으로 돈을 모을려는 이유는 부자가 되기 보다는 자신이 젊은 시절에 모아왔던 돈을 모두 세상 떠나기 직전에 모두 학교[3], 병원[4]같은 곳에 기부할려는 목적인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명예욕에서 기인한 행동이라 볼수 있다.[5]

이러한 명예(구체적으론 명예를 위해 하는 행동 그 자체들)는 분명 인류에 있어서도 이득이 되는 행위인지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가장 중시하던 가치이기도 했다.

명예를 얻는 방법도 그야말로 천차만별인데, 일단 문명권을 막론하고 그 방법은 공통적으로 '나 자신이 속한 사회에 이득이 되는 행위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문화에 따라 명예를 얻는 수단은 제각각이다. 흔히 문명사회에서는 야만적이다며 비난하는 식인, 할례같은 행위들도 그 야만사회의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명예로운 일로 취급될 수 있다. 반대로 오로지 물질만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명예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저게 무슨 바보짓인가? 저럴 시간에 돈을 몇배나 더 벌 수 있을텐데!'하며 오히려 비난하고 멸시하는 상황도 일어날 수 있다.
파일:external/i189.photobucket.com/Honor-BeingTheHumanShield.jpg
명예
선인과 악인의 차이점은 그들이 인간 방패 사용하느냐,
아니면 그들 스스로를 인간 방패로 세우느냐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류 문명권에서 공통적인 명예가 있었으니, 이른바 ' 군인 계급'의 명예가 그것이다. 사실 실제로는 군인만 있어선 사회가 유지될 수 없었기 때문에 다른 신분계급( 농민, 대장장이, 정치인, 상인, 지식인 등)도 분명 중요한 것이지만, 군인 계급은 본인의 생명을 걸어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만큼 존중받을 수밖에 없었고 그 덕분에 군인의 명예가 더 많이 존중받는 경우가 대다수다. 자신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싸우겠다는 사람에게 칭찬을 해주기는 망정 '너넨 그저 집 지키는 개에 불과할 뿐이야!'라며 멸시한다면 누구도 그런 말을 하는 사회 따위를 위해 싸워야만 한다는 의지가 생기지 않을 따름이다. 때문에 고대부터 현대까지 자기 목숨을 걸고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은 언제나 존중받아왔으며, 영국 왕실 등 몇몇 왕족/귀족 국가들의 고위층들이 구태여 그 잔혹하고 더럽기 짝이 없는 전장에서 한 사람의 군인으로 복무해왔던 것에 대해서도 명예에 대한 욕망이 작용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즉, 왕족/귀족으로써 먼저 모범을 보이며 고위층 스스로 자신을 증명하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다.

그리고 전사 계급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자원하는 사람은 적을 수밖에 없는 3D 직종이다. 그것도 아주 지독한 수준으로. 돈을 많이 벌든, 복지 혜택이 빵빵하든, 신체에 직접적으로 위해가 되는 환경에서 굴러야 하는데다 경우에 따라선 죽음까지 감수해야 한다. 즉 명예는 실용적인 목적도 있다. 돈을 보고 하기엔 너무 고되고 위험한 일이기에, 말 그대로 정신적인 가치인 명예에 살고 명예에 죽으라고 하는 것이다. 순직한 이들에게 계급을 올려주거나 훈장을 부여하는 일은 따지고 보면 그냥 완장 하나를 수여하는 정도의 별다른 용도가 없는 일이지만, 그것이 명예를 올려주는 일인만큼 전사 계급 직종에 속한 사람들이 얼마나 명예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지 알 수 있다. 반대로 전사 계급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불합리한 일과 폭력 등을 저질렀을 때, 감옥을 보냈으면 보냈지 계급을 강등시키는 일은 어지간하면 일어나지 않는다.[6] 또한 직설적으로 말해서, 명예 빼곤 그 직업에 종사할 이유가 없다. 총 맞아서 고통에 신음하다 죽을 수도 있는 일을 하려면, 그 직업에 돈을 초월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게 명예다.

전사 계급 외에도 서양 문화권에선 특히 성직자나 학문에 종사하는 직업들이 명예로운 직업으로 인정받았으며, 유교 사상의 영향을 받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교육자들 역시 명예로운 직업으로 꼽힌다.

4. 명예의 강요

상기한 '범죄로서 주목받는 경우'는 일단 적어도 나 자신에게 금전적, 정신적, 신체적 이득이 확실히 주어지게 되어있지만, 명예로운 일로서 주목받는 경우는 당장은 나 자신에게 어떠한 이득이 생기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문제가 내포되어 있다. 사실, 명예를 얻은 사람들은 이렇게 자신의 이득을 포기하고 남들의 이득을 위해 헌신하였기 때문에 명예를 얻는 경우가 태반. 대한민국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여서, 명예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나부터 살자는 속셈으로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한 친일반민족행위자와 그 후손들은 광복 직후에도 각종 정부의 요직을 맏는 등 나름대로 사회적으로 승승장구하며 살아왔지만,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한 독립운동가들과 후손들은 비록 명예는 얻었으나 광복 전후 삶이 매우 빈궁해져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적도 많았다. 명예가 밥 먹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산증인들.

실리가 명예보다 더 쓸모있으며 돈이 최고라는 인식이 현대사회에 퍼짐에 따라. 쓸모없는 허세나 만악의 근원 취급당하기도 한다. 조선시대가 실리는 버리고 명예만 앞세우다 망했다는 인식[7] + 정신적 가치보다는 물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급격한 자본주의화의 영향일 듯하다.

하지만, 명예는 상기한대로 사회에 이득이 되도록 누군가가 헌신하였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보자면 사회로서는 상당한 이득이 되는 셈이다. 사회가 앞으로 움직이는데 명예가 한몫 했다는 점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만약 각 국가들의 국민들이 '명예고 뭐고 일단 나부터 살고 보자!'면서 군입대를 거부하였다면 아마 국제 정세의 결과는 조금 달라졌을 것이고, 오늘날의 국제 정세의 모습도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며.[8] 사회에서 힘있는 강자들이 명예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았다면 갑질이나 자신의 사회적 힘을 이용한 패악질이 만연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9]

또한, 상기한 대로 명예가 사람 또는 사회 등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상대적인 개념인지라 명예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흔히 존재한다. 주로 어떤 종교에서 '우리의 명예를 위해!'라며 폐를 끼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역시 명예가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일반 대중들은 명예롭지 못하다고 여기는 것을 해당 단체에서는 명예로운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5. 명예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흔히 명예에 대해 범국가적, 혹은 세계적 등등 거대한 사회 단위로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명예는 그렇게까지 거창한 것이 아니며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즉, 모든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명예를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법을 지키는 까닭은 법을 지키지 않음으로 생기는 불이익 때문에 자신의 사회적 명예가 훼손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10]

즉, 인간이 명예고 뭐고 실리만을 추구하는 존재였다면 '법? 지금 내가 저걸 갖고/하고 싶은데 그딴 거 알 게 뭐야!' 면서 오로지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막장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실리보단 명예를 더 우선시하는 욕구 때문에 '법을 어겼다간 사람들이 나를 욕하고 손가락질 하겠지?'하는 생각 때문에 법을 지키는 것이다. 어째서 다른 사람을 욕보이는 것을 '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는지를 생각해보자. 상대가 그만큼 명예가 엄청 대단한 사람이라서 명예훼손죄가 붙는 것인가? 아니다. 이는 그 사람이 인간으로서 기초적으로 지니고 있는 사회적 명예를 정당하지 않게 훼손하였기 때문에 처벌하는 것이다. 대단한 명예를 지닌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닌 것이다![11]

다수에게 모욕받고 조롱당하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견디기 어려우며, 다수의 존경과 찬사가 주는 성취감과 만족감은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실제로 '더 이상 잃을 명예라는 것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막장 행보를 보여온 사람들도 정작 자신에게 가해지는 비판과 조롱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태반이다.[12][13]

각종(이른바 '비문명권') 사회에서도 종종 터지는 명예살인 또한 그 희생자나 가해자가 진짜 대단한 사회적 명예를 가져서 집행되는 것만은 아니다. 이 경우도 '우리(희생자 포함)의 명예를 위해 니가 다 끌어안고 가라'는 식의 살인인데, 희생자나 가해자가 그런 짓을 해야 할 만큼 뭔가 국제적으로 대단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14]

6. 명예직

명예 훈장, 명예 학위, 명예 계급 등 높은 직위나 직함을 특수한 공헌자에게 수여할 때 "명예"를 붙인다. 긍정적으로는 해당 분야에 대한 경력은 없지만 크게 공헌한 사람의 공헌도를 인정하는 용도로 쓰이지만, 많은 경우 실권은 없고 이름만 있는 감투로 쓰인다. 명예회장이라든가, 명예부회장이라든가. # 이 경우는 "실권은 안 줄 거지만 뭔가 사람들이 봤을 때 대단해보이는 직함 정도는 줄게." 라는 뜻이다. 실제로 어떤 집단에 속한 것은 아니지만 그 집단의 속성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을 때도 쓰인다.[15] 명예 아리아인과 비슷한 맥락인 듯.

물론 역으로 실제직함을 바지사장으로 세워두고 명예직함을 단 자가 실권자 노릇을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합법을 가장한 편법 사용에 악용되는 방식이다. 그 대표적인 사건이 장영자 이철희 금융사기 사건이다. 대화산업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두고 이철희는 대표이사직을, 장영자는 명예회장직을 맡은 상태에서 장영자가 주범 노릇을 했다.

명예교수는 테뉴어(정교수 임용)를 받고 정년까지 근무한 뒤 은퇴하고 나서도 강단에 남아있는 교수를 의미하므로 위의 감투들과는 다르게 실제로 명예로운 직책이다. 현직 교수들의 한참 선임. 대학교에서 위의 경우들과 비슷하게 누군가에게 감투를 줘야 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명예교수가 아닌 ' 명예 박사'를 수여한다. 사실 외국어 표기로는 명예교수(Professor emeritus)는 다른 '명예'가 붙는 감투들(honorary~, honor~)과 아예 달라 외국인들은 헷갈릴 일이 없다.

한국에서는 특이하게도 '정치인'이나 '고위공무원'을 명예로운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명예는 그 사람을 따라가는 것이지 특정 직업 따위에 종사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명예는 갑자기 생기지 않고 감각할 수 없는 무형의 성질이기 때문이다. 물론 직업과 명예가 어느 정도는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에서 명예롭게 취급받는 소방공무원들이 명예직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지만 물론 불명예스러운 소방관들은 얼마든지 차고 넘치기 때문에 직업 하나만을 가지고 성급히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7. 대한민국 법에서의 의미: 명예에 관한 죄

대한민국 법에서의 명예란, 지금까지 설명한 명예(권위와 존경을 이끌어내는 숭고한 업적)와는 의미가 약간 다르다. "자신이 살아오면서 정당하게 쌓아온 삶의 발자취로 인해서 정당하게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사회 안에서 정당하게 자신을 내세울 수 있는 권리" 정도를 말하는 것 같다.

국내법상 명예훼손죄는 진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실추시키는 것을 처벌하고 있는 것을 다루며, 모욕죄 는 명예에 관한 죄로 분류되며 피모욕자의 외부적 명예 즉 사회적 평가가 실추될만한 상황에서 적용된다.

진실한 사실을 적시한 경우로서 명예훼손죄로 처벌이 가능한 경우를 생각해보면, 그 "사실"의 적시가 공익을 위해서 적시한 것이 아니면서, 그것이 '그 자체로서 피해자의 사회적 실각을 불러올 수 있을만큼''' 심각한 비위사실임이 요구한다.


[1] Anderson, C., Kraus, M. W., Galinsky, A. D., & Keltner, D. (2012). The local-ladder effect: Social status and subjective well-being. Psychological science, 23(7), 764-771. [2] 관심을 받기 위한 경우 흉악한 중범죄를 저지른다. [3] 흔히 자신의 모교나 혹은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KAIST, 포항공대 등 명문대에 기부한다. [4] 특히 대학병원. [5]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한평생 김밥을 팔고 벌어들인 돈을 한푼도 안쓰고 저축했고, 이렇게 모은 돈 전액을 별세하기 2년 전이었던 1990년에 충남대학교에 기부했던 이복순 여사. [6] 군대에서도 영창 가는 사람은 흔하지만 강등 당하는 사람은 웬만하면 보기 힘들다. 대놓고 군법 상에서 강등은 중징계에 속한다. [7] 특히나 돈 많은 백정보다 땡전 한푼 없어도 양반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대했다는 등 현대 사회에서 보자면 부조리한 상황들이 연출되었으나, 어디까지나 전통적 신분제가 제도적, 의식적으로 완전 철폐된 현대 한국 사회의 기준. 물론 겨우 신분 따위로 사람을 판가름하는 제도는 분명 옳지 않으며 그렇기에 19세기 말 조선(대한제국)도 제도적으론 철폐했다. [8] 세계 각국이 쓸데없이 '자국의 명예'를 내세우며 두차례나 세계구급 전쟁을 일으킨 덕에 '아, 다음번에 또 이런 전쟁 한번 더 일어나면 너도나도 다 망하겠구나. 전쟁은 언제나 명예로운 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갖추게 되면서 오늘날처럼 국제기구를 설립하고 전쟁 방지 조약을 맺는 등 평화적인 경로로 갈 수 있었던 것이지, 세계구급 전쟁이 단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세계는 오늘날까지도 세계대전의 비참한 실태는 커녕 그런 개념 자체를 아예 몰라서 아직도 국가간 문제만 발생하면 바로 군대를 풀어서 싸우게 하는 등 불안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을 것이며, 더불어 그렇게 혼란스러워진 사회속에서 민주주의니 공산주의니, 좌파니 우파니 하는 이념 같은 것 없이 닥치고 '우리를 지켜줄 킹왕짱 군주님!' 하며 절대군주정 밑에서 지내야 했을 것이다. [9] 재력가, 정치인 등 유명인들이 법만을 무서워해서 갑질을 자제하는 게 아니다. 이들은 법의 허점들을 꿰뚫고 있으며 최상급 법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자들이다. 법 처벌의 리스크는 아무렇지도 않게 감수하고 해도 되지만 자신의 행적이 사회에 알려질 경우 자신의 이미지가 추락하고, 명예가 훼손당하는 것을 꺼려서 자제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10] 이런 말이 있다. "사람들은 자기 죄의 대가로 아무도 모르게 으슥한 감옥에 끌려가서 몇년을 썩는 것보다 광장에서 '나는 죄인'이라는 팻말을 달고 채찍을 맞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 실제로 사회에서는 자신이 죄인이라는 것을 타인이 아는 것이 몇년 간 자유를 제한 당하는 것보다 여러모로 나쁘다. 특히 장기적으로 취직이나 배우자를 선택하는 일처럼 타인과 엮이는 일에서. [11] 무한도전 법정 특집 죄와 길 편에서도 길성준이 유재석을 (진짜는 아니고 프로그램상 짜여진 전개이지만 아무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까닭은 길성준이 유재석보다 사회적 명예가 대단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길성준에게 있는, 한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기초 명예가 훼손당하였기 때문에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이다. 당시 유재석의 변호인 역할인 정형돈 노홍철도 길성준을 가리키면서 '명예가 없는 친구인데 무슨 명예훼손이냐'며 따져들었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이는 명예의 개념을 위에 서술한 것처럼 너무 큰 것으로만 잘못 이해한 것이다. [12] 트럼프가 대표적인 오해 사례인데, 사람들은 어그로의 최종 보스답게 트럼프 정도면 아무리 놀림이나 조롱을 당해도 아주 쿨할 거로 생각했지만 이는 사람들의 착각이었다. 오바마의 반격으로 공개석상에서 웃음거리가 되자 트럼프는 조크있게 되받아치지도 못하고 표정 관리 정도나 간신히 했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냐 [13] 사회의 수많은 어그로 관심병 종자들과 타인의 반응이 어떻든 상관없다고 하며 소위 돌직구를 던진다는 사람들이 정작 자신에 대한 논란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소전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이 원해서, 어느정도 논란을 예상하고 스스로 논란을 자초한 경우가 아닌, 타인에 의해 자신의 이미지가 추락하고 명예가 훼손당하게 될 경우에는 180도 돌변해 공격적인 면모를 보이는 경우가 태반이다. [14] 물론 그런 짓을 한 사실이 국제적으로 알려지면 엄청난 비난을 듣게 될 것이다. 허나 비슷한 문명권의 거주민들은 오히려 잘하였다며 칭송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진정 명예가 뭔 줄 몰라서 그러는 것일까? 아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그것이 명예로운 것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15] 이를테면 명예 패션 같은 것이 있다.

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