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16 21:22:01

24억 탈출편

도박묵시록 카이지 분기별 게임
효도 카즈야 엔도 유우지
사랑보다도 검
구출
원 포커
24억 탈출편

1. 개요2. 설명3. 도주자와 추적자
3.1. 도주자(카이지 일행)3.2. 추적자( 제애그룹)
4. 전개
4.1. 카이지 일행
4.1.1. 도주 시작4.1.2. 사카자키와 재회4.1.3. 은신처 마련4.1.4. 경트럭 처분4.1.5. 에스티마 트랩 및 캠핑카 획득4.1.6. 향후 정책 결정4.1.7. 보험증 획득4.1.8. 현금 압축4.1.9. 이시다카, 키자키와의 만남4.1.10. 주거 확보4.1.11. 백화점 탈출4.1.12. 주거 생활
4.2. 제애그룹
4.2.1. 긴급 추격 시도4.2.2. 수색본부 발족 및 수색 시작4.2.3. 카이지 친가 감시4.2.4. 이바라키현 수색4.2.5. 캠핑카 수색4.2.6. 마리오 추적4.2.7. 효도 회장의 호출4.2.8. 주거 수색
5. 비판
5.1. 가볍고 지지부진한 묘사의 연속5.2. 개연성이 없는 플롯 및 설정 오류
5.2.1. 현금 압축 방법 관련5.2.2. 제애그룹의 권한 관련5.2.3. 백화점 탈출 관련
5.3. 작가의 본편 연재 중단 및 문어발식 연재
6. 관련 문서

1. 개요

이토 카이지, 그리고 그의 동료인 중국인 창과 필리핀인 마리오가 원 포커로 획득한 24억 엔을 들고 탈출하는, 그리고 그런 카이지 일행을 추적해 24억을 회수하려는 제애그룹의 추적을 그린 편이다.

2. 설명

카이지가 원 포커를 통해 기적적인 승리를 이룩, 지뢰 게임 17보, 원 포커를 통해 하룻밤 사이 300만 엔이라는 돈을 24억까지 불리는데 성공한다. 창과 마리오에게 주는 6억씩을 빼도 단 하룻밤 만에 300만 엔을 12억 엔으로 만든 셈. 특히 마지막 원 포커에서 효도 카즈타카의 둘째 아들 효도 카즈야를 쓰러뜨리고 거액을 획득한 카이지는 돈을 들고 탈출할 때 카즈야의 경호원들을 따돌리며 결국 24억의 회수를 위한 제애그룹의 추적까지 받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여태까지 도박의 과정에서 수작을 부리더라도 벌어진 결과에 대해서는 군말 없이 승복하던 제애였지만, 24억이라는 돈은 여간 큰 게 아닌데다,[1] 경우에 따라서는 효도 카즈야의 협박 및 상해의 혐의까지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2] 대대적인 추적조를 짜서 카이지, 창, 마리오를 체포하기로 한다. 이때 제애에서 카이지를 잘 아는 엔도 유우지에게 손을 내밀어 추적 부서의 부장으로 임명한다. 일단 통상 업무도 있는지라 검은 양복을 대략 80여명밖에 동원할 수 없지만, 엔도는 전국 각지에 존재하는 제애의 채무자들을 이용해 카이지를 몰아넣기로 결정. 본격적으로 카이지 일행 VS 제애그룹의 도주와 추적이 시작된다.

기본적으로 운과 규칙에 지배받는 도박을 다루고 있었던 다른 편들과 달리 순수하게 도주와 추격만을 그리고 있는 것이 특징. 비록 도박을 다루진 않더라도 그 안에서 어떻게든 제애를 뿌리치고 도주하려는 세 사람과 어떻게든 세 사람을 잡으려는 엔도 유우지의 두뇌싸움과 심리전이 오고가는 등 후쿠모토 특유의 잘 짜여진 심리묘사가 돋보인다. 특히 이번 편은 도박이라는 주제에서는 좀 동떨어져있다 보니 도박의 룰과 진행에 매달릴 필요 없이 양 진영 각각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심리묘사가 주우욱 이어진다는 특징도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도박묵시록 카이지가 가진 작품 특유의 어두침침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24억 탈출편에서는 상당히 완화되어 작품의 분위기 자체가 몹시몹시 가벼워진 것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외전 작품인 중간관리록 토네가와, 일일외출록 반장의 영향을 받았는지는 모르나, 작중에서 개그의 빈도도 엄청나게 늘고 이전에는 알 수 없었던 조연 등장인물들의 속마음도 자주 묘사되는 등 전반적으로 가볍고 경쾌한 도주극이 되어버렸다. 이는 호불호가 꽤 크게 갈리는 요소인데, 긍정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그간 있었던 등장인물들의 의외의 면모를 볼 수 있고 무엇보다 25년을 넘는 현실 시간 동안 빚, 배신, 중노동, 죽음에 대한 위협 등으로 개고생을 해 온 카이지가 드디어 돈과 동료를 얻어 얼굴 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플러스 점수를 주기도 하지만, 부정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이 점이 정반대로 먹혀 기존의 생사를 걸고 싸우던 카이지 특유의 분위기를 탈출편에서 보기 어려우며 심하면 원작이 외전에 잡아먹혔다고 날 선 비판을 가하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주인공인 이토 카이지 본인에게 있어서는 이번 24억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도주극이야말로 역대급으로 좋은 조건에서 벌어지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일전의 도박판에서는 카이지에게 있어서 본인이 원하지도 않는 상당히 불합리한 조건과 상대방만이 허용된 치트나 다름없는 속임수까지 동원되는 등 기본적으로 카이지에게 매우 불리한 여건에서 치러졌다. 하지만 이번 도주극은 제애의 입장에서는 완전히 예상 밖의 상황인데다 도주를 하는 카이지 일행만큼이나 제애 측도 상당히 불리한 여건들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만큼 이번엔 카이지의 역경뿐만 아니라 그를 추적하는 제애의 역경 또한 같이 묘사된다.

현재 작가의 나이가 고령이기도 하고, 카이지 자체도 예전에 비하면 인기도 매우 줄고 여러 비판들을 많이 받았던지라 대체적으로 24억 탈출 편 또는 그 다음 게임에서 엔딩이 날 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하다. 후쿠모토 작가가 2024년 연재를 재개하면서 24억 탈출편의 다음편이 엔딩이라고 공언했는데, 결국 카이지 일행과 엔도 일행이 결국 다시 만나게 되어 카이지 일행의 자유를 허락하는 조건으로 24억을 두고 펼쳐지는 마지막 도박 게임이 시작되는 전개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분명히 카이지는 카즈야와의 도박에 승리해서 24억엔을 가져갔음에도 불구하고 제애가 이 룰을 어기고 탈출-추적극이 벌어졌는데 이를 두고 결과를 인정하냐 마냐 여부로 또다시 도박 게임을 벌인다는 전개가 공감을 받긴 힘들 것이다. 이미 도박의 룰을 제애가 파기했는데, 무엇을 믿고 똑같은 일을 반복하도록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인지는 전혀 알 수 없다.

3. 도주자와 추적자

3.1. 도주자(카이지 일행)

일본인 이토 카이지와 중국인 창, 필리핀인 마리오 3인조로 구성되는 도주단.

상기하듯 지뢰 게임 17보 원 포커 두 번의 도박을 통해 24억 엔이라는 거금을 획득했으며, 카이지는 두 사람에게 목숨을 걸며 자신을 도와준 대가로 각각 6억 엔에 해당하는 금액을 그들에게 지불했다. 즉, 카이지의 몫 12억 엔과 외국인 2인조의 몫 12억 엔. 거기에 카이지는 본인 몫에서 이번 도박 자금인 300만 엔을 마련해준 사카자키 코타로에게 1억 800만 엔 가량을 주었다.

상기했듯 카이지 입장에서는 역대급으로 좋은 조건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수중에 당장 24억이라는 거금을 가지고 있는지라 목적을 이룸에 있어서 추적조보다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게 가능하다. 수중에 돈이 있는 이상 도주에 필요한 자금의 조달만큼은 걱정할 필요도 없을 뿐더러 카이지 일행은 고작 3명뿐인 소수인지라 상대적으로 움직이기도 쉽다는 장점이 있다. 그 전에 아무리 천하의 제애그룹이라고 해도 일본 전역에서 특정 3인만을 색출하기도 쉽지 않다.[3] 게다가 제애그룹이 사채업을 주체로 하는 회사인지라 제애그룹 혹은 사채업자에게 부정적인 사람들이 있고, 그들에게 제애그룹의 추적을 방해해달라고 부탁하는 식으로 협력자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전국 각지에 제애그룹에서 돈을 빌린 채무자들의 눈과 귀가 있어 마냥 안심하긴 어려운데다 도주에 필요한 차량에 대한 운전면허는 오직 중국인 창만이 가지고 있는지라 창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쉽게 발이 묶인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비슷한 상황에 한 번 처하기도 했다.

3.2. 추적자( 제애그룹)

엔도 유우지를 비롯한 80여명의 검은 양복으로 이루어진 추적부서.

통상적인 업무도 있는 까닭에 80여명 정도밖에 동원할 수 없지만, 대신 수많은 채무자들을 아군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게다가 전국 각지에는 제애그룹의 지점도 있으니 여차할 때 도움을 받는 것도 가능. 3명밖에 없는 카이지 일행에 비해 수가 많고, 무거운 돈뭉치 때문에 행동에 제약이 있을 수 있는 도주자들에 비해서 제약이 덜하다는 점이 있다.

다만 아무리 제애그룹이라고 해도 엄연히 사기업이며 불법적인 도박자금을 추적하는 중이기 때문에 공공기관과 공공인프라[4]의 도움을 절대 받을 수 없어 순수하게 목격담이나 물리적인 추적을 통해서만 잡아야 하며, 시대가 1990년대 후반 일본인 만큼 정보전달이나 감시, 통신에 있어서 하자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간 힘든 상황이 아닐 것이다. 제아무리 채무자들을 아군으로 쓰고 있다고 해도 그 넓은 일본 전국을 80여명으로 이잡듯이 뒤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5] 게다가 제애그룹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서 카이지 일행의 부탁에 따라 추적을 방해받을 수 있다. 작중에서 거의 처음으로 제애그룹이 상당한 불리한 여건을 짊어진 상황이다.

4. 전개

4.1. 카이지 일행

4.1.1. 도주 시작

카즈야에게 승리하고 24억을 획득한 후 죽을 뻔한 카즈야를 살려내는데 성공한 셋은 24억을 챙겨 경트럭에 실은 뒤 빠르게 창고를 떠나기로 한다. 아무리 도박에서 승리했다고는 해도 24억이라는 돈은 여간 큰 게 아닌데다, 경우에 따라서는 효도 카즈야의 협박 및 상해의 혐의까지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카이지 일행으로서는 도망치는 것이 최선의 수였기 때문.

하지만 하필 카즈야를 경호하던 검은 양복 일행은 출입구의 정면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창고를 둘러싼 울타리를 빠져나갈 수 있는 출구는 단 한 곳뿐이었는데 이미 검은 양복들이 리무진 두 대로 출구를 막고 차 밖으로 나와있는 상황. 하지만 뒷쪽 차량에 틈이 있는 것을 보고 검은 양복이 치이든 말든 무조건 밟아서 빠져나오는데 성공하고,[6] 검은 양복들은 다시 차에 타느라 시간을 낭비한데다 방향전환이 불편한 리무진이라는 점 때문에 출발에 시간이 너무 걸려버려 카이지 일행을 놓치고 만다.

일단 당장은 탈출에 성공했으나, 카이지는 창과 마리오가 이기는 것은 돈을 가지고 조국에 돌아갔을 때라며 즉시 집에 있는 여권을 가져와야 한다고 충고한다. 만약 제애가 먼저 여권을 확보하면 일본을 떠날 수 없기 때문. 카이지의 충고대로 둘이 집에 도착하자 뜻밖에도 미츠야마와 마주친다. 구출 게임에서 둘을 배신하고 7045만 엔을 챙겼던 미츠야마는 둘이 오기 전에 빠르게 철수하자고 생각했던 것. 하지만 어차피 시간이 없던 둘은 그냥 무시하고 여권만 챙겨간다. 이 모습을 본 미츠야마는 마지막 양심이라는 듯이 100만 엔씩 주겠다고 하지만, 이미 6억이라는 거금을 가진 둘은 필요 없다며 내던지고 당신은 쭉 배신자일 뿐이라고 욕하며 밟아놓고 간다. 사정을 모르는 미츠야마는 저 둘이 돈을 걷어찬 것에 뭘 멋부리냐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득이라고 좋아하며 다시 돈을 챙기고 가려다, 제애의 연락을 받고 창과 마리오가 여권을 들고 튀었음을 말한다.

이후 현재 탄 트럭이 추격당할 것을 염려해 렌터카를 빌리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그 후 편의점 음식으로 간단히 축하를 한 뒤 1달에 걸쳐서 자신이 어째서 카즈야에게 승리할 수 있었는 지를 설명한다.

4.1.2. 사카자키와 재회

본격적으로 도주하기 전, 카이지는 자신에게 300만 엔을 제공해 믿을 수 없는 승리를 안겨준 사카자키에게 그 보답을 해야 한다면서 돈을 들고 찾아가지만, 사카자키는 '보나마나 이 망상주의자가 돈을 탕진하고 정신이 나갔나보다'면서 기를 쓰고 쫓아내려 하고 카이지는 그런 사카자키를 설득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 심지어 돈을 땄다는 말에도 그냥 안 믿는 게 아니라 안 받겠다면서, 사카자키는 "설령 네가 진짜로 이겨서 돈을 꽤 많이 땄더라도, 너한테 300만 엔을 되돌려 받을 생각은 없으니까 꺼져!"라고 한사코 거부한다.[7]

카이지는 결국 룰렛의 최고 배율인 36배의 배당을 주겠다며, 300만 엔을 1억 800만 엔으로 돌려주겠다면서 돈을 직접 보여주지만, 사카자키는 처음엔 놀라다가 곧이어 위조지폐일 거라며 계속 믿지 않고 쫓아낸다. 결국 카이지는 보답하는 걸 포기하고 떠나면서 자신의 신용이 이처럼 바닥인 것에 충격을 먹는다.

그러나 그 직후, 사카자키가 자신의 집과 딸을 지켜낸 것에 기뻐하던 중 카이지가 흘린 지폐 몇 장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에는 자신이 생각한 대로 위조지폐라고 여기나 면밀이 확인해봐도 진짜 돈이었다. 이에 자신이 집은 것은 맨 위에 눈속임용으로 있던 진짜 돈이고 나머지는 위조지폐인 것으로 여기나 이내 다른 돈도 진짜 돈임을 실감하고 황급히 카이지를 쫓아온다. 카이지는 자신을 쫓아와 황설수설하는 사카자키에게 살짝 당황하나 이내 사카자키에게 그의 몫인 1억 800만 엔을 준다.

아까까지 쫓아낼 땐 언제고 돈이 탐나서 금방 태도를 바꾸는, 조금 치졸해보이는 사카자키의 모습에도 카이지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은 도쿄를 떠날 것이고[8] 언제 돌아올 지도 모르겠고 어쩌면 영영 못 만날 수도 있다고 작별인사를 한다. 사카자키는 그러거나 말거나 돈에만 관심이 있는 모습을 보이는가 했지만 트럭이 출발하고 나자 결국 감정이 북받쳐서 따라오다가 주저앉아 언제라도 좋으니 자기집에 놀러오라고 외치며 눈물을 흘리고, 카이지도 사카자키와의 생사고락을 추억하며 눈물을 흘린다.

이후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기는 중 창의 물음에 카이지는 그는 과거의 동료라고 이야기해준다. 이에 창이 그 사카자키란 자가 도박 자금을 주긴 했지만 1억 800만이나 돌려주는 것은 좀 과하다며 잘 쳐줘도 1천만 엔이었으면 충분하지 않았냐고 묻자, 카이지는 창의 말을 긍정하면서도 기적적인 승리 뒤에 남은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한 일종의 액땜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말을 하기가 무섭게 순찰차에게 검문을 받는다. 카이지: 액땜 소용 없잖아! 이 정도 금액의 돈을 수상쩍게 트럭에 싣고 가는 걸 경찰이 보면 조사하느라고 국고에 들어갈 것은 뻔한 일. 그 순간 트럭 짐칸에 누워있던 마리오가 기지를 발휘해, 냅다 뛰어내려 지나가던 여자의 가방을 소매치기한다. 당연히 경찰들은 곧장 마리오를 뒤쫓아가고, 카이지는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창을 시켜 트럭을 몰아서 마리오가 들어간 골목 앞쪽 길로 이동, 마리오를 태우자마자 곧장 출발해 경찰들의 눈을 따돌린다.[9] 마리오의 기지로 한시름 놓았지만 카이지는 트럭과 새파란 시트가 너무 눈에 띈다며 당장 렌터카를 빌릴 결심을 한다.

4.1.3. 은신처 마련

다만 문제가 있었는데 렌터카를 바로 빌리면 차가 두 대가 되는데, 면허를 가진 건 창뿐이라서 트럭은 렌터카 업체 근처에 버려지게 되므로, 제애그룹이 트럭을 찾으면 렌터카 업체까지 쉽게 찾을 것이기 때문. 물론 업체 측에선 프라이버시 때문에 쉽게 입을 열진 않겠지만, 제애는 적어도 몰래 잠입해서 서류를 뒤져보는 정도는 할 테니 굉장히 위험해진다. 그걸 대비해 창이 혼자서 트럭과 돈을 담았던 트렁크를 최대한 멀리 버리고 오고, 그동안에 돈을 보관하고 머물 장소로 폐허, 즉 빈집을 찾기로 한다.

한낮의 주택가에서 골목 끄트머리에 있는 낡고 버려진 폐가를 찾아낸 셋은 돈이 든 트렁크를 모조리 폐가로 옮겨놓은 뒤, 창과 마리오가 떠난 사이 카이지는 혼자서 트렁크 속의 돈을 안방에 옮겨놓고, 사카자키에게 준 1억 800만 엔을 제외하고 총 22억 9200만 엔의 돈 중 창의 몫 6억과 나머지를 나눠서 정리한다. 그동안 창과 마리오는 여러 가게에서 이사를 핑계로 종이박스를 얻어오고, 등산 가방과 방한시트, 먹거리를 사온다. 이후 창이 자기 몫 6억을 가방에 담고, 카이지와 마리오는 빈 트렁크를 트럭에 싣고 시트로 덮고 묶어놓는다. 그리고 창은 혼자서 트럭을 버리러 떠나는데, 가기 전 카이지가 길을 잃었을 때를 대비해 이웃집 문패를 메모하라고 조언한다. 그 말대로 창은 이웃집 문패를 메모하고, 그 와중에 치한 주의 포스터를 보고 피식 웃는다.

그 뒤 카이지는 마리오와 함께 돈을 종이박스에 옮겨담는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트렁크보다 평범해보이고, 이삿짐이라고 둘러댈 수도 있기 때문. 그리고 혹시라도 들켜서 쫓겨날 경우를 대비해 돈을 2층에 옮겨놓고, 최대한 기척을 죽이면서 창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4.1.4. 경트럭 처분

유일한 면허 소지자인 창은 우선 본인 몫의 돈을 도쿄 시노역 코인로커에 넣어둔 뒤, 한참을 운전해 히로시마에 도착, 곳곳에 있는 쓰레기장과 수풀 속, 벼랑 아래에 빈 트렁크 가방을 하나씩 나눠서 처분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트럭을 폐기할 곳을 찾던 중 외진 곳에 있는 버려진 거대 미로를 발견하는데, 수많은 폐차들로 가득한 것을 보고 트럭을 폐기한 후 근처의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그런데 버스 도착 예정 시간이 지나도 오지를 않자 의아해하던 도중, 지나가던 아저씨가 갑자기 말을 건다. 창은 애초에 최대한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으려 했었기 때문에 그냥 버스 기다린다고 하며 넘어가려 했지만 아저씨가 버스 노선은 이미 사라져서 지금은 그냥 정류장만 남아있는 거라고 하자 당황한다. 아저씨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냐고 묻자 창은 히치하이킹을 했는데 버스 정류장이 보이길래 그냥 내려달라고 했다고 둘러댄다. 창은 어쩔 수 없이 가까운 역까지 걸어가 보겠다고 하는데, 이에 아저씨는 걸어가면 10시간 정도는 걸리는데다가 이 근처에는 묵을 곳도 없다고 하더니, 대뜸 자기 집에서 자고 가라고 한다. 자기가 토요타 코롤라를 갖고 있는데 지금은 이미 한 잔 걸쳤으니 내일 차로 역으로 바래다주겠다는 것. 창은 한시가 급한데다가 원래 최대한 다른 사람 눈에 안 띄려고 했었기 때문에 주저하지만, 괜히 너무 거절하면 의심을 살까봐 걱정된데다 아저씨가 아내가 죽고 아들이 가출하여 외롭다는 압박까지 해오니 결국 승낙한다. 그런데 집은 정말 거의 다 무너져가는 폐가 수준인데다가 창이 들어오기 전에 잠시 집 안 좀 치우겠다며 거실에 걸려있던 수많은 표창장을 치우는 수상쩍은 모습을 보인다.

이후 창에게 목욕탕과 식사를 제공해주지만, 아저씨는 또다시 술을 마시고 잔뜩 취해서 술주정을 부리고 창은 그런 아저씨를 달래느라 진땀이 다 빠진다. 이후 내일 일어나기 위해 알람시계를 찾아 알람을 맞추고 잠드는데, 창은 이틀이 넘도록 못 잔데다 술까지 마신 덕분에 폭풍수면에 빠진다.

이후 일어났을 때 알람시계가 8시를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본 창은 당황하며 아저씨에게 따지지만 너무 곤히 자고 있어서 알람을 껐다는 황당한 답변만 듣게 된다. 창은 지금부터라도 가자고 하지만 아저씨는 오늘 벌써 한 잔 했다며 안 된다고 한다. 무슨 아침부터 술이냐고 따져보지만 자기는 술은 낮부터 마신다는 말에 밖으로 나가보는데, 어둑어둑한 상태였다. 창은 너무 피곤한 나머지 아침 8시가 아닌 저녁 8시까지 자버린 것이다. 창은 자신의 6억 엔이 날라갔다는 사실에 땅을 구르며 절규한다. 코인로커의 대여 한도는 3일까지, 그 이상 돌아오지 않으면 역 측에서 열어서 확인을 해보며, 그러면 어마어마한 거금을 보고 경찰에 신고하며 조사에 들어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창은 다시 진정하고, 코인로커를 확인하는 작업을 딱 3일째 아침에 칼같이 하진 않을 것이라며 아저씨에게 차를 빌려달라고 도게자를 한다. 아저씨는 이미 술을 마셔서 운전을 못하지만 창 자신이 운전을 해서 역에 가면 아슬아슬하게 막차를 탈 수 있을 것이고, 그 다음 아저씨는 역 근처 숙소에서 하룻밤 자고 돌아오면 되지 않냐는 것. 아저씨는 떨떠름해하지만 역 근처에 있는 5성짜리 고급 호텔 스위트룸 비용을 대주겠다고 하자 결국 승낙한다. 그래서 주기로 한 액수가 무려 15만 엔. 아무리 창이 6억 엔이 있다지만...

이후 아저씨는 호텔에 묵기 위해 양복을 차려입고, 그대로 창이 운전해서 함께 역으로 간다. 가는 도중 아저씨는 대뜸 만약 가난한 여행자였으면 이렇게 뜯어먹지 않았을 거라고 하고, 이에 창은 아저씨가 자신의 가방 내용물 중 돈봉투[10]는 물론이고 수상한 락커 열쇠, 차 번호판까지 봤다는 걸 깨닫고는 경악한다. 이후 아저씨가 설명해주는데, 창이 트럭을 버린 미로는 사실 창 말고도 많은 범죄자들(도주범이나 야쿠자 등)이 자주 이용하던 차 폐기장이었고 아저씨는 그들을 신고해서 표창장을 받는 걸 삶의 낙으로 삼아왔다고 한다. 그날도 확인해보니 트럭 하나가 늘어있었는데 가다 보니 창이 있는 걸 보고 그게 창의 것임을 알았다고 한다.

근데 창이 버린 트럭 내부가 핏자국 없이 깨끗한 걸 보아 살인 같은 걸 저지른 범죄자는 아니고, 트럭에 찌그러진 부분이 없는 걸 보아 뺑소니범도 아니었다. 남은 건 야쿠자 관련인데 이 경우에는 미리 도주할 차를 같이 가져오므로 창 같이 버스를 이용하려고 하지 않을 뿐더러, 조직 생활에 필요한 핸드폰이 창에게 없었다. 또한 정말 야쿠자라면 차를 빌려달라고 도게자를 하긴커녕 그냥 강제로 차 열쇠를 빼앗았을 거라고 한다. 즉, 아저씨는 이로 인해 창이 본래는 착하지만 어쩔 수 없이 트럭을 버리러 온 불쌍한 사람이라 추리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질 나쁜 선배가 이사 같은 걸 할 때 쓰려고 훔친 트럭을 버리고 오게 시켰다거나. 그래도 원래라면 창도 신고했을 테지만, 돈도 안 되는 표창장을 모을 바에야 호텔 스위트룸 1박이 더 가치 있다고 말한다. 만약 창이 아저씨를 따라 가지 않고 도보로 역까지 가는 걸 택하거나 아저씨가 말했던 대로 나쁜 사람처럼 자신의 차를 빼앗아 탔을 경우 아저씨는 가차 없이 신고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창의 선택은 정답이었던 것이다.

결국 간신히 막차를 타는데 성공한 창은 아저씨와 헤어진 후 히로시마역에 도착한다. 오후 11시 20분, 간신히 도착은 했지만 아저씨에게 돈을 주는 바람에 여비가 거의 없어진데다 이미 신칸센은 끊긴 상황. 창은 우선 역 앞에 있는 택시를 타고 도쿄까지 가려고 했다. 그래서 택시 기사에게 가능하냐고 물으니, 기사는 화들짝 놀라면서 일단 회사에 전화를 해보겠다고 하고, 전화한 이후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돈을 먼저 보여달라고 했다. 도쿄까지 운전하면 거의 30만 엔은 나오는데, 그걸 먹튀하면 거의 한 달 치 수입이 날라가니 그런 것. 하지만 창은 돈은 충분히 있지만 그게 다 도쿄의 코인로커에 있는 상황. 그래서 목적지까지 가면 주겠다고 말하자 택시 기사는 못 믿겠다면서 문을 쾅 닫아버린다. 이런 식으로 다른 택시 기사들에게도 전부 승차를 거부당한다. 창은 비상금을 더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머리를 싸매고 후회한다.[11]

히치하이킹을 시도할 생각도 해보지만 위험 부담이 너무 컸고, 결국 창은 아침까지 기다려서 신칸센 첫차를 타고 도쿄까지 돌아오는데 성공한다. 정오 무렵 시노역 코인로커까지 가는 동안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로 긴장하지만, 다행히 돈은 무사한 상황. 코인로커의 한도는 3일이 맞지만, 그렇기 때문에 검사하는 건 3일이 다 지난 4일차였기 때문이다. 하여튼 그렇게 창은 코인로커 안의 6억을 무사히 회수하였다. 햇빛도 자신을 축하해주는 것 같다며 기뻐하던 창은, 그러나 다시 이웃집 문패의 주소지를 적어둔 쪽지가 읽을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에 좌절한다. 일전에 술주정뱅이 아저씨가 자기 집에 묵게 해줬을 때 옷을 세탁기에 돌려줬는데, 그 때 주소가 적힌 종이를 주머니에서 안 빼고 돌려버려서 하나도 읽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창은 근처 카페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본다. 애초에 주소지는 외우는 게 아니라 쪽지에 쓰느라 큰 신경을 안 써서 금세 잊어먹은 상황. 거기다 창은 집에서 나올 때 '가까운 역이 보일 때까지' 대충 운전해왔기 때문에 거꾸로 돌아가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러던 중 문득 그 이웃집 문패를 메모했을 때 시라키(白木)라는 이름을 보고 피식 웃은 것을 떠올린다. 예전에 종종 가던 이자카야 이름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화번호부에서 주변 6개 시에 사는 모든 시라키의 주소를 모조리 적어놓고 택시를 대여, 주소를 찾아 문패와 주변 풍경을 확인한 후 틀린 것을 확인하면 다시 택시로 돌아가길 반복한다. 하지만 그렇게 18곳이나 되는 주소를 모두 둘러보고 혹시 자신이 착각했을 경우를 대비해 '白'로 시작하는 비슷한 이름의 주소지들도 모조리 조사해보지만 전부 실패한다. 사실 문패에 적힌 진짜 이름은 우스키(臼木)였기 때문이다. 즉 절구 구(臼)를 흰 백(白)으로 착각한 것. 트럭 처분에 정신팔림 + 비슷한 글자임을 감안하면 헷갈릴 만도 하다.

한편 카이지와 마리오는 창이 3일째에도 돌아오지 않자 뭔가 예기치 않은 일이 생겼다고 판단, 창을 포기하고 자신이 2주 만에 합숙면허를 따는 계획을 세운다. 마리오는 하루만 더 기다리자고 하지만, 카이지는 옆집에서 목욕중이던 여자와 우연히 눈이 마주치는 바람에 더 이상 빈집에 머물 수 없다고 밝힌다. 그 와중에 엿본 거냐고 묻는 마리오와 뒤로 자빠지는 카이지. 카이지의 계획은 똑같은 가방을 12개 사서 돈을 담은 다음 코인로커에 하나씩 넣고, 가성비 좋은 비즈니스 호텔에 의심받지 않도록 하나씩 들고 가는 식으로 모두 옮긴 후 합숙면허를 따는 것이었다.

4일째 밤에도 창이 돌아오지 않자 결국 카이지는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가방을 사서 돈을 옮겨담는데... 그때 누군가 폐가에 찾아와 설마 경찰인가 했지만, 찾아온 것은 다름 아닌 창이었다. 정말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돌아오는데 성공한 것이다. 문패를 통해 주소를 찾는 것은 실패했으나, 자신이 보고 피식 웃었던 치한 주의 포스터를 발견한 덕분에 운 좋게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택시 기사에게 돈을 지불하고 돌아오는데 옆집 가족들이 모두 나와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었다. 다행히 카이지가 지금 나갈 테니 신고하지 말아달라고 빌자 가족들은 그냥 조용히 넘어가주기로 했는지 정말로 신고하지 않았고,[12] 셋은 급히 택시를 잡고 돈을 담은 가방을 모두 들고서 우선 돈을 맡기기 위해 코인로커가 있는 역으로 향한다.

4.1.5. 에스티마 트랩 및 캠핑카 획득

도주 5일째, 카이지는 제애그룹의 추격을 고려해서 렌터카 업소에서 토요타 에스티마를 빌리지만, 그 와중에 돌연 계획을 바꿔 그걸 그대로 주차타워에 맡겨버린다. 렌터카는 역시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추격에 혼란을 주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의도하진 않았지만 카이지는 다시 한 번 사카자키를 아슬아슬하게 구했다. 대신 다른 이동수단을 고려하게 되니 그것은 바로 캠핑카.

캠핑카를 획득한다면 차량 안에서 그 많은 돈의 보관 및 이동, 심지어 숙식까지 해결할 수 있는지라 안성맞춤인데다, 일전의 에스티마는 제애 측, 혹은 그 채무자들이 차량의 렌탈 기록을 확인한다면 금세 들통날 수 있는지라 차라리 에스티마를 미끼로 두고 캠핑카를 운용할 속셈이었던 것.

그리고 때마침 운 좋게도 자영업으로 운영하는 캠핑카 판매점인 '지구의 정중앙'이라는 가게를 발견하게 된다. 일단 판매점이긴 하지만 렌탈도 가능한 곳인데다, 대형 렌탈점과 달리 이런 자영업으로 운영되는 렌탈점은 본사의 회계에 걸릴 일 없이 주인만 잘 구워삶으면 되고, 가게의 이름이 너무 길어서 전화번호부에도 렌탈이 적혀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 결정적으로 구석진 곳에 위치한 낡고 이름도 이상한 가게라는 점에서 사장이 카이지와 비슷한 부류의 인간일 것이므로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카이지의 추측은 들어맞았다. 사장은 까칠하긴 했으나 카이지 일행이 행색도 꾀죄죄하고 신용카드도 없는데 150만 엔의 거금을 현금으로 내놓고, 결정적으로 자신들이 제애그룹에게 쫓기고 있으니 혹시 연락이 오면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보고 카이지 일행이 이 세상으로부터 사라질 생각이라는 것을, 힘겨운 사회에서 벗어나 어딘가 있는지도 모를 안식의 땅을 찾고자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신의 과거를 겹쳐본 사장은 왜 내가 돈 놀이하는 놈들 편을 들겠냐며 카이지 일행의 부탁을 들어주고 인생의 정중앙을 찾으라며 격려해준다. 결국 거의 원가에 캠핑카를 무기한 렌트하여 영구 양도나 다름없는 식으로 캠핑카를 획득하는데 성공한다.

4.1.6. 향후 정책 결정

카이지 일행은 코인로커에 맡긴 돈을 모두 캠핑카로 옮기고, 카이지가 가진 핸드폰을 충전하기 위한 충전기와 창과 마리오의 핸드폰을 구매한다. 이렇게 3명이 핸드폰을 확보하여 비상시 연락 수단을 마련한다.

본격적으로 근거지 및 이동수단을 획득한 세 사람은 돈의 압축화, 즉 24억이나 되는 거금을 통장으로 만들어 보관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은행에 다짜고짜 억 단위의 돈을 맡기면 수상하게 보일 테니 3000만 정도로 나눠서 20통의 통장을 만들기로 한다. 나중에 다시 현금으로 돌려놓더라도 현금보다 통장이 훨씬 안전하기 때문.

거기다 창과 마리오의 목적은 돈을 들고 출국하는 것인데, 세관에 신고만 하면 기본적으로 돈을 얼마든지 들고 나갈 수 있으므로 경찰에 걸리진 않을 테지만, 뒷사정은 빼고서라도 사실을 그대로 말한다면 카이지에게 받은 보수라는 명목의 증여금이 되므로 그 50%를 세금으로 강탈당하며, 창의 경우 위조 여권으로 입국했으므로 걸리면 감옥행이니 세관에 신고하는 것은 바보짓이므로 적당한 현금만 갖고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빼내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한 것.

하지만 통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먼저 도장. 창과 마리오의 도장은 미츠야마와 살던 집에 있는데 지금 가지러 갈 수는 없고, 다행히 외국인 등록증이 있어서 도장집에서 도장만 새로 파면 문제 없이 통장을 만들 수 있으나, 진짜 문제는 카이지. 카이지도 도장은 없었지만 이토라는 흔하디 흔한 성씨라 도장을 새로 팔 것도 없이 문방구에서 간이도장을 사면 그만이었지만, 카이지의 신분증이 없었던 것. 신분증 역할을 하는 보험증이 집에 있었던 것이다.[13] 게다가 엔도를 통해 집주소도 이미 제애가 다 파악한 상태. 전화로 어머니에게 연락을 해도 도청기가 설치돼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함부로 쓸 수가 없었다. 결국 카이지가 선택한 방법은 직접 집으로 방문하는 것. 아파트 단지라는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4.1.7. 보험증 획득

도주 9일째, 예상대로 제애가 카이지의 집에 감시를 붙였기에 카이지는 아줌마로 변장을 하고 직접 집으로 들어가서 5년 만에 어머니와 재회한다. 제애의 감시팀은 이 아줌마가 카이지의 집이 있는 라인으로 들어가는 것까지는 확인했지만, 카이지의 집이 있는 3층이 아닌 2층까지만 보이는 걸 보고 2층에 들어간 줄 알고 무시했다. 카이지가 이들을 속이기 위해 2층까지는 그냥 올라간 다음 3층에는 고개를 숙여서 복도 창 밖으로 보이지 않게 이동한 것이다. 도청기가 집안 곳곳에 설치되어있음을 확인한 카이지는 유일하게 설치가 안 된 욕실로 어머니를 데려가 그간의 자초지종을 말한다. 그동안 있었던 험난사들을 최대한 순화시켜서 풀어나가는 카이지의 모습이 압권.[14] 그러다가 갑자기 전화기가 울리고 자신이 카이지라는 신호가 온다. 제애의 도청팀이 뭔가 수상하게 여겨서 시험 삼아 보낸 것이었다. 직후 어머니가 전화를 받고 카이지가 집에 있다고 말해버리자 카이지는 매우 당황하지만, 곧이어 어머니가 어설프게 카이지 흉내를 내자 황당해진 도청반은 그냥 끊어버린 덕에 위기를 모면한다.

재회가 끝나고 보험증을 챙긴 카이지는 집을 나서려 하는데... 문 밖에서 엔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처음에 엔도는 그냥 평범하게 현재 상황을 확인하러 온 것뿐이었다. 그런데 감시팀이 처음 보는 아줌마가 2층에 갔다고 언급하고 도청팀도 카이지 어머니가 욕조에서 혼잣말을 하길래 떠봤지만 별 거 아니었다고 하자, 동시에 두 번이나 이상현상이 일어난 것은 뭔가 있을 것 같다고 귀신같이 감지해낸 것이다. 하지만 엔도는 아직 카이지가 여기 있다고 확신한 것도 아닌데 무턱대고 카이지의 어머니를 떠봤다가 불안감만 키워서 경찰에 신고한다거나 하는 사태가 일어나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 집 문을 두드리지 않고 돌아간다. 그러나 아직 찜찜한 느낌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서 계속 지켜보기로 한다. 엔도가 베란다 쪽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카이지는 옥상의 해치로 탈출하려 하지만 어머니가 옥상에는 아무것도 없다며 만류하고, 카이지는 최후의 방법으로 농성을 택한다.

하지만 농성을 얼마 못 할 것이라 생각한[15] 카이지는 어머니로부터 옛 친구인 타모츠가 지금도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매일 아침 헬멧을 쓰고 집을 나서서 오토바이로 출근한다는 사실을 듣고, 탈출을 위한 묘책을 짜낸다. 바로 타모츠로 변장하여 아파트를 빠져나가는 것. 마침 타모츠가 다음 날 휴일이라[16] 일이 한층 수월해졌고, 타모츠의 출근 복장은 제애의 감시반도 여러 번 봤기 때문에 아무 의심 없이 빠져나갈 수 있었다. 거기에 타모츠의 어머니에게 자신의 변장 도구를 맡기고 시선을 끌게 하는 유인책까지 마련한다. 설령 감시반이 타모츠의 맨얼굴을 본다고 해도 애초에 헬멧을 쓴 모습만 본 감시반이 타모츠의 맨얼굴을 알 리가 없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천운이 따른 덕에 카이지는 엔도의 감시망을 피해 유유히 아파트를 탈출한다. 덤으로 어머니에겐 100만 엔과 함께 위험한 돈이 아니니 걱정 말라는 쪽지를 남겼지만, 카이지의 흉터를 본 어머니는 걱정스러운 생각을 떨쳐내지 못했다.

4.1.8. 현금 압축

카이지는 무사히 보험증을 찾아서 돌아오고 셋은 예정대로 통장을 만들기로 한다. 하지만 자기들이 3000만 엔이나 예금하는 건 수상해보일 거라는 생각에 일단 액수를 1000만 엔으로 줄이고 자츰자츰 늘리기로 한다. 거기에 더해 거금을 맡겨도 수상하지 않을 만한 복장을 준비한다. 먼저 마리오는 부유한 청년 사업가 컨셉이었는데, 문제는 그게 하필 효도 카즈야랑 판박이였다. 사실 일본에 건너와서 처음 만난 젊은 부자가 카즈야라서 그랬다고... 창은 아버지로부터 공장을 물려받은 아들 컨셉이었다. 그리고 카이지는 할 일 없이 집을 나가서 부랑하다가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게 된 탕아 컨셉이었다. 유산 상속을 빼면 카이지의 현실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일단 조사를 위해 각자 다른 은행에서 통장을 만들기로 한다. 카이지는 이상한 차림새 때문에 잠시 주목을 받았지만 본인은 깨닫지 못했고, 1000만 엔을 꺼내 통장을 만들었지만 정작 은행 직원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카이지는 조금 실망하지만, 이윽고 지점장이 나와서 예금에 대해 물어볼 것이 있다고 한다. 당황한 카이지는 자기가 짠 설정을 줄줄 읊어놓지만 그럼 2층에서 얘기하자는 지점장의 말에 엉뚱한 공포심을 느끼고 거부한다. 하지만 사실 지점장이 말하려던 건 보통예금 계좌 대신 정기로 하자는 것이었다. 카이지는 당황하며 거부하지만, 젊은 은행 직원은 "그건 안 된다. 보통예금 같은 걸로 만들면 결국 유산을 낭비할 것이다. 아버님은 이 유산을 바탕으로 방탕한 생활에서 벗어나 성실하게 살아가기를 원하실 것이다."라고 말하고 결국 거기에 넘어간 카이지는 1년 정기, 그것도 자동연장되는 적금을 들고 오고, 마리오도 은행의 끈질긴 요구에 결국 자동연장 안 되는 3개월 정기로 타협했다는 소식에 혼자만 제대로 보통예금 계좌를 만든 창은 어이없어 한다.

결국 처음 시도한 방법은 오히려 이목만 끌 뿐 아무런 이득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17] 셋은 지극히 평범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각기 다른 은행을 다니며 일사천리로 통장을 만든다. 카이지는 이런 상황에 근자감마저 느끼고 있었지만, 우연히 옆에서 계좌를 만들고 있던 나카사카라는 사람이 지갑에서 물건을 떨어트린 걸 주워주다가 그가 제애의 채무자이며, 제애가 전단지를 통해 자신들을 수배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다행히 나카사카는 전단지를 제대로 보지 않아서 카이지의 얼굴을 잘 몰랐지만, 계좌를 만드는 동안 계속 전전긍긍하게 된다. 점차 의심을 사기 시작하던 차에 나카사카가 현금카드의 발송 주소 문제로 은행 직원과 다투면서 카이지에 대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덕에 운 좋게 들키지 않고 자리를 벗어나...려던 찰나, 은행 직원이 카이지의 이름을 부르며 증정품을 준다고 하자 카이지는 헐레벌떡 도망치고, 나카사카는 그 모습을 보고 그가 전단지의 인물이라는 것을 깨닫지만 이미 사라진 뒤였다.

자신들이 수배되었음을 깨달은 셋은 더 이상 함부로 예금 작업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 결국 카이지 일행은 이바라키현을 탈출한다. 제애는 카이지 일행이 숨겨뒀던 렌탈 에스티마를 거의 안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전철로 시선을 돌렸고, 캠핑카에 대해선 여전히 모르는 상황이므로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무사히 탈출한다.

이후 셋은 다른 현에서 예금 작업을 계속한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채무자들이 있는 1층의 창구 대신 2층의 창구에서 10만 엔의 1개월 정기를 비자동연장으로 계좌를 만들고, 직후 2000만의 보통예금 계좌를 만드는 식으로 작업을 계속한다.

그러던 중 캠핑카를 빌려준 지구의 정중앙 사장에게서 캠핑카의 존재가 발각됐음을 듣게 되고, 제애가 밤에 몰래 서류를 뒤져볼 것을 대비해 사장이 서류를 들고 퇴근해달라고 부탁한다. 그 예상은 적중해서 다음 날 정말로 사무실에 침입한 흔적이 있었지만, 카이지네 캠핑카의 서류를 찾는데에는 실패하면서 당장 제애에게 마크당하는 상황은 피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캠핑카로 계속 이동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커진 상황이지만, 카이지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일단 캠핑카 생활을 계속하자고 한다.

4.1.9. 이시다카, 키자키와의 만남

오늘 밤은 어디서 자야 할지 고민하던 중 양지 오토 캠핑장이라는 간판을 보고 캠핑장에서 묵기로 결정하며 어째서 진작에 캠핑장으로 오지 않았을까 하는 말까지 나온다. 그런데 어떤 두 남자가 같이 놀자며 카이지 일행의 캠핑카를 두드린다. 카이지는 도피 중인 만큼 제애 관련자들이 아닐까 전전긍긍했지만, 창문으로 본 이들이 말 그대로 꽐라 상태인 것을 보고 제애 사람은 아님을 깨닫고 경계를 풀어 술자리까지 가진다. 이들은 이시다카와 키자키라는 남자들로 친구 사이이며 모태솔로인데, 이야기 중 카이지는 둘이 나이만 먹었지 정신연령은 중학생 수준이라는 것을 깨닫고 애당초 결혼할 수 있을 리가 없다며 황당해한다. 하지만 이시다카가 이전에 제애에게 빚을 져서 나중에 떼낼 장기에 대한 걱정을 많이 받은 적이 있는 경험을 지녀서 마찬가지로 제애와 얽힌 카이지 일행과 빠르게 친해진다. 이 과정에서 카이지와 마리오가 꽐라가 돼서는 자기들 돈을 떠벌리려 했으나, 다행히 창이 정신을 놓지 않고 이들을 제어했다. 역시 배갈의 나라 출신.

다음날 아침에 이시다카가 카이지에게 전화번호를 주고, 카이지는 탐탁치 않아 하면서 받았지만, 후에 이것이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캠핑장을 떠난 뒤, 얼마 가지 않아 마리오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해서 편의점에 들린다. 창이 차에서 대기하는 동안 카이지도 이것저것 산 다음 마리오와 함께 돌아오다가, 마쓰다 MX-5[18]를 보고 흥미가 생겨 구경하면서 이런 차를 모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한다. 그런데 정작 나타난 운전자가 도저히 이런 차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못생기고 촌스러운 사람이라 황당해하며 차로 돌아간다.

그는 이노쿠마 타케시라는 사람으로, 처음엔 별 이상한 놈들이 다 있다 하고 넘겼으나, 이들이 캠핑카에 타는 것을 보고 멈칫한다. 사실 그는 제애의 채무자 중 한 사람으로 제애가 뿌린 전단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 마주쳤을 때 카이지 일행이 곧바로 돌아간데다가 별 관심이 없다 보니 얼굴을 제대로 보지 않아 카이지 일행인지 확신하진 못했지만, 두 사람이 캠핑카에 탄 데다가 운전석 쪽으로는 안 탔으니 운전석에도 한 명이 더 있을 것이고, 그러면 딱 세 사람이니 정말로 카이지 일행이 아닌가 의심이 커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결국 쫓아가서 얼굴을 확인하기로 한다.

한편 카이지 일행은 차의 기름이 거의 다 떨어져서 마침 발견한 주유소에 정차하려 한다. 그런데 이 때 카이지가 정말 우연히 앞서 봤던 마쓰다가 자신들 차를 쫓아오는 것을 발견한다. 혹시나 싶어서 창에게 계속 가라 하면서 90도로 꺾기를 4번, 즉 일반적인 차는 전혀 하지 않을 한 바퀴 돌기를 해보는데 그 차가 그대로 계속 쫓아오는 것을 보고 카이지는 저 차가 자신들을 쫓고 있음을 확신한다. 다급해진 카이지 일행은 이노쿠마를 따돌리기 위해 갖은 수법을 쓰지만 그때마다 이노쿠마는 엄청난 집중력으로 카이지 일행의 캠핑카를 쫓아온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아직 이노쿠마가 자신들이 카이지 일행임을 확신하진 못하고 있기에 제애에 알리지는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차가 신호에 걸려 멈췄을 때, 곧장 차에서 내려 운전하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려고 다가왔기 때문이다. 즉, 이대로 자신들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은 채 달아나는데 성공만 하면 확신도 없는 이노쿠마는 제애에 알리지도 못하거나 알려도 무시당할 것이다.

하지만 안 그래도 캠핑카와 스포츠카의 속도는 비교가 안 되는데다 설상가상으로 캠핑카의 기름이 거의 완전히 떨어져버린다. 그 순간 카이지는 이시다카와 키자키를 떠올리고 바로 전화를 해서 도움을 요청한다. 바로 온다면 Q 대작전. 카이지 일행이 캠핑장으로 돌아가 타원형 순환 형태의 도로를 따라 돌아서 다시 나오고, 이노쿠마가 그 뒤를 따라올 때 중간에 주차하고 있던 이시다카와 키자키의 캠핑카가 도로로 나오려는 척 빠져나와서 이노쿠마의 차 앞을 막는 것이었다. 이 작전은 성공하여 최대한 시간을 끌긴 했지만 결국 이노쿠마가 다시 캠핑장을 빠져나오고, 심지어 카이지 일행이 간 길을 찍었는데 정확히 맞춰버린데다가 이윽고 캠핑카의 기름마저 완전히 떨어져버린다. 내리막은 그나마 관성으로 가고 있지만 오르막이나 평지는 더 이상 갈 수가 없는 것.

결국 붙잡히는 길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 순간... 카이지가 나무로 둘러싸인 별장을 발견하고 캠핑카를 별장 안에 밀어넣는 도박수를 취하자고 한다. 물론 옆을 보기만 하면 곧바로 들키지만 운 좋게 보지 않으면 넘어갈 수 있는 방법. 하지만 보통 배수 등의 이유로 집 입구의 차도는 약간 오르막이고, 그 때문에 캠핑카는 올라가질 못한다. 하지만 운전하던 창까지 내려서 세 사람이 온 힘을 다해 차를 밀자 가까스로 차는 별장 안으로 들어가고, 이노쿠마는 현상금에 눈이 멀어 앞만 보고 달려가느라 옆의 캠핑카를 전혀 보지 못한다. 그렇게 카이지 일행은 마침내 추격을 뿌리치고 승리를 쟁취한다.

환호하던 카이지 일행은 직후 별장 안에 있던 중년의 부부가 자신들을 보고 있는 것을 발견, 다급하게 '차에 기름이 다 떨어져 버렸는데, 도로 한가운데에 정차하고 있으면 위험하니까 서둘러 치우느라고 별장 안으로 들어왔다. 기름만 해결되면 최대한 빨리 나갈 테니 경찰에 신고하진 말아달라.'라고 해명해본다. 그래도 뭔가 안 믿는 듯한 표정인데다가 특히 아줌마 쪽이 요상한 행동을 하는 걸 보고 다 틀렸나 싶었지만, 다행히 두 사람은 카이지 일행을 의심하지 않았다. 아줌마는 어려운 사람이 보이면 도와주는 게 당연하다는 걸 강조하면서 요상한 행동을 했던 거고, 아저씨도 기름이 다 떨어졌다는 말에 주유소까지 갈 수 있게 흔쾌히 자기 기름을 조금 내주었다.

이후 카이지 일행은 이시다카와 키자키를 다시 만나 감사를 표한 뒤, 일단 당분간은 이시다카의 집에서 머물기로 한다. 그곳에서 이시다카의 부모와 같이 술자리를 가지다가 이시다카에게서 데이트를 위해 자기들의 캠핑카와 카이지 일행의 캠핑카를 이틀만 교환해달라는 부탁을 받자 카이지 일행은 환희에 차서 이틀 정도가 아니라 당분간 교환하자고 한다. 차를 바꿈으로써 제애에게 들킬 위험성이 적어진데다 이시다카의 캠핑카는 승용차를 개조해서 만든 거라 겉보기엔 캠핑카처럼 보이지 않아서 카이지 일행에겐 엄청난 호재였다.

문제는 두 사람이 캠핑카에 있는 돈가방들을 보게 되어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해하기 시작한 것. 카이지 일행의 캠핑카는 빌린 거라 캠핑카 업체 사장이 렌탈 계약서를 보내는 데에 시간이 걸리고, 이시다카는 집에선 왕이면서 차키까지 가지고 있는지라 돈가방을 다른 곳에 숨기기도 힘든 상황에서 두 사람은 언제든 기회만 되면 가방을 열어볼 낌새였다. 이에 카이지는 철사까지 써서 돈가방들을 꼼꼼하게 잠궈놓고, 일부러 약간 허술하게 잠근 미끼용 가방 하나에 성인 잡지를 잔뜩 넣어 그걸 열어보도록 유도, 두 사람의 의구심을 해소하면서 돈의 존재를 숨긴다.[19]

그러나 카이지가 보여준 미끼용 잡지 중에 동물이 나온 잡지가 있었고, 이것을 본 이시다카는 카이지의 취향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하필 이시다카가 강아지를 키우고 있던지라 의심은 더욱 커졌고, 어느 날 카이지가 강아지 산책 겸 바람을 쐬러 나가자 아예 확신으로 이어져버렸다. 이에 결국 그 잡지들을 다시 보여주는데, 사실 동물이 나온 잡지는 수간물이 아니라 외국인 장르였으며[20] 그저 잡지의 표지에 동물과 여성이 같이 찍혀있던 것뿐이었다. 어쨌든 마지막 오해까지 완벽히 해소.

4.1.10. 주거 확보

마침내 렌탈 계약서가 도착한 후 두 남자와의 며칠간의 동거를 끝내고 떠나려고 했지만, 부동산 업자였던 키자키가 직접 관공서에 가지 않고도 전출 서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줘[21] 그를 통해서 제애와 채무자의 시선에 안 띄는 주거지를 임대하기로 한다.

카이지 일행은 이웃들과 어울릴 생각이 없었기에 아파트나 연립주택은 제외하고, 자동차를 주차할 수 있는 단독주택을 찾기로 한다. 도망자 입장인 카이지 일행은 보통 집을 고를 때 보는 조건을 무시하고 오직 보안성만을 고려하여 대로변에 위치하거나 해서 눈에 띄는 집들은 제외한다. 그리고 7번째로 본 집이 대로변이 아닌 좁은 골목에 위치한데다, 옆집과 딱 붙어있어서 유사시 2층에서 밑으로 내려갈 수도 있고, 옆집도 키자키가 다루는 매물인데 바람이 통하게 하려고 창문을 열어놓은 것을 알고 만약 제애가 이 지역 전체에 덫을 쳤을 경우 옆집에 잠복할 수도 있음을 알고 완전히 꿀매라고 판단하여 바로 계약한다.

다음날 시청에 전출서류를 요청하고, 이곳에 많아봐야 2~3개월 머무를 것이며 그 뒤엔 창과 마리오는 모국으로 돌아가고, 카이지도 해외로 뜰 것을 계획하고 있는데 비싼 가구는 들여놔도 의미가 없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으면 불편하니 주거지에 놓을 최소한의 가구를 사기 위해 리사이클샵에 방문한다. 그런데 점장은 장사에 관심도 없는데다 불친절하고 심지어 가구를 옮길 때 쓴 구루마 비용을 청구해서 다들 황당해했고, 창은 다른 데로 가자고 하지만 카이지는 오히려 거기서 모든 것을 사야 한다고 한다. 다른 가게에 간다면 제애가 근처 가게를 탐구하고 다닐 때 증언이 여러 개가 되어 확신을 주지만, 증언이 하나뿐이라면 제애도 쉽사리 증언을 신뢰하기 힘들기 때문이며,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고 한다.

이후 카이지 일행은 다시 리사이클샵에 방문해서 가구를 고르는데, 이 모습을 본 점장은 분명히 다시는 안 올 눈치였는데 왜 금방 돌아왔는지 의문을 품고 혹시 물건을 훔치거나, 산다고 해놓고 물건을 모아놓고 안 사고 도망친다거나 할까봐 전전긍긍했지만 카이지 일행은 평범하게 물건을 살 뿐이었다. 점장은 카이지 일행이 고른 물건이 너무 중구난방인 것을 보고 이들이 도망자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들을 곯려줄 겸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려면 커튼도 사야 한다면서 고르도록 부추긴 후 이들이 고른 물건을 도둑 맞는다며 다시 넣어놓으라고 했는데, 카이지 일행이 아무 불만 없이 다시 넣어놓자 예전에 거래처 회사에 갑질을 당했던 것[22]을 떠올리며 죄책감을 가진다. 이후 침구도 사야 한다고 알려주고 이들이 고른 물건을 같이 날라주고 구루마 비용도 받지 않으면서 드디어 카이지 일행과 점장은 마음이 통한다.

이후 점장은 카이지 일행의 상황을 파악했다고 하면서 혹시 물건이 필요 없어지면 다시 가져오면 사주겠다고 한다. 이에 카이지는 추적자의 존재를 알려주면서 그들이 찾아오면 알려달라고 연락처를 준다. 점장은 자기가 이들을 팔 거라는 생각도 안 하는 거냐고 생각하고, 곧이어 자신의 명함도 주면서 헤어진다.

카이지가 이런 행동을 한 것은 이전에 말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점장은 캠핑카 렌탈점 사장처럼 카이지와 비슷한 부류의 인간이었기 때문. 장사에 관심이 없고 인간을 싫어하는 편협한 모습에, 강자 같은 사람을 싫어하고 패자를 좋아하는 부류였기에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창은 점장이 돈을 받고 우리를 팔 수도 있다고 하지만, 카이지는 점장은 카이지 일행의 이름도 집주소도 모르니 이들을 팔려면 전화를 해서 좋은 물건이 있으니 보러 오라느니 하는 말로 꼬여내는 수밖에 없는데, 애초에 점장이 그런 영업적인 말을 할 부류가 아니므로 그럴 경우 자기들을 팔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기에, 자기들을 팔든 안 팔든 상관없다고 한다. 점장이 전화를 했다는 것 자체가 제애가 왔다는 뜻이므로.

집에 돌아온 후, 카이지는 계획을 바꿔 기존의 예금 여행을 멈추고 마지막엔 집으로 돌아오자고 한다. 창은 저번에 제애론의 지점이 없는 돗토리현 시마네현에서 통장을 만들자고 계획했는데, 그렇게 하면 자기 혼자 왕복 18시간을 운전하게 된다며 사고난다고 반대한다. 카이지는 그럼 예금을 마치고 돌아올 때 오사카쯤에서 창 혼자 차에서 3시간 정도 자고 둘은 보초를 서는 식으로 진행하자고 제안하고, 창도 그럭저럭 납득한다.

이사 2일째, 전출서류가 도착하고 관공서에서 주민표를 얻어 드디어 세 명은 새 주소를 얻는다. 덕분에 카이지 일행은 은행에서 현금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되었고 따라서 도피 마지막에 외국으로 뜨기 전에 4일 만에 현금 인출이 가능하게 되었다.[23] 이후 이사 20일째가 되기까지 카이지 일행은 여러 은행에서 예금 작업을 계속하며 현금카드를 손에 넣는다. 그 과정에서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 이웃집 모네 할머니의 이목을 끌고 있었지만.

4.1.11. 백화점 탈출

새 주거지를 확보한 지 20일 후, 카이지와 창이 장을 보러 나간 사이 혼자서 거리를 산책하던 마리오는 테이쿄 백화점[24] 벽면의 어머니의 날 현수막을 본 것을 계기로 어머니께 드릴 선물을 구입하러 백화점에 간다. 2시간 넘게 쇼핑을 하고 귀가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미처 깜빡한 패션 안경을 가져가기 위해 중간에 멈춰서 3층에 내린다. 다른 엘리베이터도 이미 윗층으로 올라가던 중이라 하는 수 없이 계단으로 올라가는데, 4층에서 자신을 찾는 제애의 직원 '야스카와'가 니시지마에게 건 통화 내용을 듣게 되어 자신이 추적당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알고 보니 정말 우연히, 백화점 앞에서 마리오를 보게 된 미츠야마가 신고하는 바람에 이미 백화점 내부, 입구 등 곳곳에 제애의 병력들이 쫙 깔려있었던 것이다. 당장 마리오를 잡지 않은 건, 어디까지나 마리오를 계속 눈치 못 채게 추격해서 카이지 일행을 전부 잡아내기 위해서였을 뿐이다. 충격을 받은 마리오는 우선 화장실에 숨어서[25] 전화로 카이지에게 상황을 알리며 자신은 버리고 도망가라고 한다. 하지만 카이지는 아직 제애는 마리오가 추적을 눈치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으니, 그걸 노리면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계획을 짜준다.

우선 화장실에 숨어 추적이 끊긴 30~40분 동안 어디에 있었는지를 꾸며내기 위해, 마리오는 8층 식당가에 있는 중화요리집의 외부에서 잘 안 보이는 자리에 앉아 맥주와 안주 3종 세트를 시켜, 오래 전부터 천하태평하게 낮술을 하고 있던 것처럼 위장한다. 그 사이 카이지와 창은 차를 몰고 백화점 근처에 도착한다.

카이지의 작전은 먼저 백화점을 한 바퀴 돌아 사전답사 후 근처에 차를 주차하고 택시를 잡아 마리오를 태우고 즉시 출발해 제애를 따돌리는 것. 백화점 입구를 제애가 지키고 있고 도로에는 제애의 차들도 서있으며 더군다나 엔도까지 있다는 것을 확인한 카이지는 신호가 없는 뒷문의 길에 택시를 세우기로 한다. 하지만 자신들의 사정을 대강 설명하자 모든 택시가 귀찮은 일에 휘말릴까봐 승차를 거부한다. 그런데 때마침 지나가던 괴짜 택시 기사 할아버지가 이들을 태워주겠다고 한다. 영 미덥지 못했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에 대강 상황을 설명하고, 마리오에게도 이를 전달하여 패션 안경을 회수하면서 직원에게 뒷문이 어딘지 물어보고 신호를 보내면 그곳으로 나오라고 한다.

한편 마리오는 여전히 추적을 눈치채지 못한 척 하며 자연스럽게 계산을 하고 식당을 나온다. 제애 측은 마리오를 발견했을 때부터 추적반 한 명을 들여보내 지금 마리오의 테이블에 있는 것과 같은 양의 음식을 시켜먹게 했었다. 다 먹고 나가면서 계산했을 때 금액이 얼마나 차이나는지 보고 마리오가 과연 식당에 얼마나 있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990엔이나 차이가 나서, 제애 측은 마리오가 정말로 꽤 오래 테이블에 죽치고 앉아있었기에 이미 한 번 테이블을 치운 것이라고 짐작하고 추적반에게 여전히 미행만 하라고 지시한다. 그런데 추적반 중 한 명인 야스카와가 문득 음식 값 990엔이 대체 어떻게 나왔나 계산을 해보던 중, 아무리 계산해봐도 합이 990엔이 안 나와서 의아해하다가 슬쩍 본 전표에 '냉'이라고 적힌 것과 벽에 붙은 포스터를 보고 330엔짜리 포장 냉동만두 3팩을 산 것을 깨닫는다. 이에 즉시 보고를 했고, 엔도는 마리오가 추적을 눈치챘다고 여겨 어쩔 수 없다며 그냥 마리오를 잡기로 한다. 다만 그렇다고 백화점 내에서 잡느라 소동을 피우면 백화점 측이 개입할 것이기 때문에[26] 백화점 입구에서 잡기로 한다. 그걸 모르는 마리오는 여전히 제애 측이 자신을 몰래 뒤쫓으려 한다고 생각하며 태연하게 패션 안경을 회수하고 직원에게 뒷문의 위치를 물어보지만, 정확한 위치는 듣지 못하고 대신 3~4단의 계단과 비탈길이 있다는 정보를 듣는다. 그 뒤 마리오가 아이쇼핑을 하는 척 하는 사이 카이지와 창은 택시를 타고 백화점에 도착하는데, 할아버지가 카이지의 말을 듣지 않고 멋대로 백화점 주변을 돈 덕분에 제애가 백화점 입구를 둘러싸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카이지는 즉시 작전을 변경하고, 마리오는 화장실로 들어간 후 제애가 모르게 사라지는데...

그 방법은 바로 여장. 어머니께 선물로 드리려고 샀던 원피스며 스카프, 선글라스에 모자까지 최대한 동원해서 꾸민 것이다. 비록 얼굴을 자세히 보면 금방 들통날 어설픈 여장이지만, 오로지 마리오의 원래 복장에만 신경을 쓰고있었고 설마 여장을 했으리라고는 생각치 못한 추적반 인원들을 제대로 따돌리는데 성공한다. 출입구에는 엔도와 니시지마, 검은 양복 등 제애의 직원들이 여전히 잠복하고 있어 위험했지만 결국 마리오는 과감하게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고 마음먹으며 백화점 직원에게 들었던 것처럼 계단과 비탈길이 있는 서쪽 출입구로 향한다. 도중에 거울에 비친 자신의 수상한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렸지만, 마침 같은 타이밍에 나오는 아줌마 무리에 슬쩍 붙어서 밖으로 나가고, 마침 엔도와 니시지마는 야스카와의 전화에 정신이 팔려있어 무사히 지나간다.

하지만 그 전화는 마리오의 여장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야스카와 및 추적반이 화장실들을 탐색하다가, 여자화장실 청소도구함에서 마리오가 입고 있던 옷들을 발견한 것. 이를 통해 엔도와 니시지마는 마리오가 여장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순간 조금 전 자신들을 지나쳤던 여자의 뒷모습을 보다가 그게 마리오라는 사실을 알아챈다. 마리오는 다른 옷은 다 바꿔치기했지만 신발만은 유일하게 갈아신지 않아 운동화 차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순간 카이지와 창이 택시에서 마리오를 불렀고, 이에 마리오는 빠르게 뛰어서 택시에 타고 도망치는데 성공한다.

이후 제애는 엔도의 지시에 따라 빠르게 택시를 추격하지만, 택시에는 기사 말고 아무도 없었다. 사실 카이지 일행은 처음에 코너를 돈 순간 내려서 자신들의 차를 타고 스리슬쩍 현장을 떠났으며, 기사에게는 선금을 주고 혼자서 제애를 유인하도록 시킨 것이다. 그래서 빈차 램프가 꺼져있었던 것.

이때 카이지가 기사에게 전화를 하자 엔도는 전화를 가로채서 기사의 성대모사를 하지만, 당연히 카이지는 눈치채고 비웃는다. 그러자 엔도는 카이지 일행의 차가 뭔지 묻는다. 당연히 카이지는 그런 걸 말할 리 없지만 엔도는 네놈들은 여유로우니까 조금이라도 서비스하라고, 사실상 알려달라고 싹싹 빈다. 그러나 카이지는 자기들은 리어카에 돈을 싣고 일본 전국을 떠돌고 있다면서 엔도를 놀려먹고 전화를 끊어버린 뒤, 배꼽을 부여잡고 마구 웃어제낀다. 그리고 셋이서 축배를 든다.

하지만 아무튼 이번 사건은 상당한 위기였기에 앞으로 한 달간 은행 업무가 끝날 때까지 최대한 집에서 잠수를 타기로 한다.

4.1.12. 주거 생활

그러나 잠수를 타려던 계획과 달리, 백화점 탈출이 끝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카이지가 이웃집 모네 할머니와 마주치게 된다. 그동안 문패가 이토와 카마치로 계속 바뀌거나 없어지거나 한 것, 배달부에게 현금등기우편(사실 은행카드)을 받은 것 등을 추궁받자 적당히 둘러댔는데, 이 탓에 카이지는 친가의 어머니에게 용돈을 받고 사는 백수로 찍혔고, 안 그래도 이웃에게 간섭하기 좋아하는 할머니의 성격에다 카이지의 모습이 남편과 꼭 닮은 점까지 겹쳐 카이지를 갱생시키겠다는 의욕이 생겨버린다. 얼마 후에는 창과 마리오와도 마주치게 되고[27] 둘이 외국인이고 자국에 돈을 송금하러 일본에 왔으면서도 똑같이 백수 신세에 자국에서 되려 돈을 받고 있다는 말에 더더욱 의욕이 생겨버린다. 결국 행정사무소에 창과 마리오를 본국으로 강제송환해달라고 요청하지만 당연히 먹힐 리 없었다.

이후 TV에서 중국의 계획생육정책, 필리핀의 스모키 밸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창과 마리오의 출신을 짐작하고, 그런 놈들이 본가에서 송금을 받을 수 있을 리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를 통해 3인방이 백수가 아니라 일을 하고 돈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은행을 통해 송금받는 대신 일부러 현금등기우편을 통해 돈을 받는다는 것은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이고, 즉 이들은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으며, 폭력조직이나 신좌파 같은 집단의 앞잡이라고 추측하여 3인방을 경찰에 신고하는 짓을 저지른다.

물론 경찰도 신고를 받았으니까 왔을 뿐,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를 믿지는 않았지만[28] 만약을 위해 세 명의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경찰견까지 데려와 마약 재배나 폭탄 제조 같은 짓을 하지는 않았는지 확인한 후 가버린다.

이렇게 큰 의심까지 받는 상황에서 카이지는 할머니의 오해를 푸는 동시에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진실을 말하기로 결정한다.[29] 할머니가 오해를 하긴 했지만 카이지를 갱생시키려는 점에서 3인방을 나쁘게 보지는 않다는 것을 이용해 진실을 말해서 할머니를 이해시키고는, 할머니가 동네 사람들에게 카이지 일행을 쫓고 있는 제애의 존재를 알려서 제애의 추적자들을 경계를 하는 센서 역할로 끌어들이려는 것.

그러기 위해 할머니의 오해를 풀기 위해서 마리오가 백화점에 갔던 날에 들었던 방식으로 오해를 풀기 위한 성의를 내기로 한다. 성의의 표현은 '봉천'의 양갱으로, 카이지는 밤 11시부터 줄을 서서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양갱을 구매한 후 할머니의 집에 방문한다. 할머니는 양갱을 내밀며 이야기 하고 싶어 하는 카이지를 보며, 죽은 남편을 떠올리며 카이지 일행에게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한다.

카이지 일행은 할머니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자신들의 상황을 설명한다. 우선 현금카드 다발을 꺼내들어 보여주며, 현금카드는 창과 마리오가 받은 일당을 손버릇이 나쁜 다른 동료들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만든 것이며, 본인들 것뿐만 아니라 다른 동료들 몫까지 만드느라 많은 양의 카드를 발급했다고 설명하였다. 이후 현재 일을 하지 않고 있지 않냐고 할머니가 되묻자, 카이지는 제애의 비밀 카지노에서 돈을 딴 후, 현재 돈을 회수하려는 제애에게서 도망다니는 중이라며, 이와 관련하여 할머니에게 인덕 네트워크로 제애의 추적을 감시해달라고 부탁했고, 할머니는 이전에 남편이 제애에게 돈을 빌린 탓에 제애에게 시달렸던 적이 있어서 그 부탁을 들어준다.

그 후 할머니가 얼마나 땄길래 쫓기고 있냐고 묻자 카이지가 '10월'이라는 힌트를 알려줬고, 카이지 일행이 돌아간 후인 밤에 며느리에게서 10월이 영어로 October라는 걸 듣자 카이지 일행이 딴 액수가 억 단위라는 것을 알아내고는[30] 쫓기는 이유를 이해하며 경악한다.

4.2. 제애그룹

4.2.1. 긴급 추격 시도

본래 카즈야를 경호하던 검은 양복 일행은 카즈야가 이길 거라고 생각하고 출입구의 정면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카이지 일행이 경트럭을 몰고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당황한다. 그 중 한 명은 긴급히 카즈야에게 달려가 구급차를 부르고 나머지는 리무진 두 대로 출구를 막고 차 밖으로 나와서 카이지 일행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뒷쪽 차량에 틈이 있는 것을 본 카이지 일행이 무작정 액셀을 밟아 빠져나오자 추적을 위해 다시 차에 타느라 시간을 낭비한데다 방향전환이 불편한 리무진이라는 점 때문에 출발에 시간이 너무 걸려버려 카이지 일행을 놓치고 만다.

이후 미츠야마에게 연락해보지만 창과 마리오가 이미 여권을 들고 튀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결국 본격적으로 카이지 일행을 놓치고 만다.

4.2.2. 수색본부 발족 및 수색 시작

카이지 일행이 도주한 후 제애그룹은 본격적으로 '24억 강탈범 카이지 창 마리오 수색본부'를 창설하고, 엔도 유우지[31]를 수색부서의 부장으로 발탁한다. 제애에 7억이나 되는 손해를 입힌 장본인이었으나 그것을 한참 뛰어넘는 24억의 탈환이 걸려있는 이상 과거의 일은 덮기로 한 것이다.

통상 업무도 있는 이상 동원할 수 있는 제애 측의 인원은 80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대신 전국 각지에 퍼져있는 수많은 채무자들의 눈과 귀를 이용하기로 결정, 그들에게 카이지 일행의 용모를 전단지로 만들어 뿌린 후 현상금을 내건다.

엔도는 한편으로 차를 추적할 것을 명령한다. 카이지 일행이 지금 필요한 건 수상한 경트럭 폐기 후 새로 타고 다닐 자가용 교통수단인데, 차를 훔치면 당연히 경찰에 신고가 들어가 추적받을 게 뻔하니 하지 않을 테고, 사려면 자기증명을 위해 관공서에 가야 하니 일단 관공서에 사람을 배치시켜 놓도록 하되 카이지 일행도 이게 위험한 행동인 걸 모를 리가 없고, 위임장을 작성해 대리인을 보내도 걸릴 수 있기에 엔도는 이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유일한 선택지는 빌리는 것뿐이니 채무자 중 렌터카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을 찾아 카이지 일행이 차를 빌린 흔적을 찾아나선다.

하지만 창이 경트럭 폐기에 시간을 지체한 것이 오히려 행운이 되어 카이지 일행은 5일간 차를 렌탈한다는 순서에도 가지 못했고, 때문에 제애는 렌터카는커녕 경트럭의 흔적조차 찾지 못한다. 결국 엔도 입장에서는 카이지 일행이 행방불명이라도 된 것처럼 느껴지게 되고, 설마 지인에게 빌렸나 생각하던 중 사카자키를 떠올리고 그에게 차를 빌렸다고 오판하여 사카자키를 다짜고짜 납치해 본부로 데려온다. 사카자키의 자가용은 집에 그대로 있었고, 주변 렌터카 업체에도 사카자키의 명의로 차를 빌린 흔적은 없었지만, 중고차를 사주는 방법도 있다며 엔도는 사카자키의 변론을 듣지 않는다. 더군다나 사카자키가 카이지로부터 1억 800만 엔을 받은 건 사실이었기 때문에 어쨌건 우연히 성공했고, 이 때문에 사카자키는 모른다고 잡아떼면서도 돈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머리를 굴려야 했는데, 이것이 수많은 채무자들을 상대해온 엔도에게 수상한 감을 느끼게 하는 바람에 오히려 의심은 증폭된다.

사카자키는 거짓말 탐지기라도 써보라고 항변하는데, 엔도는 그럼 가져오겠다며 에서 나왔던 피의 매니큐어[32]로 사카자키를 고문하려 한다. 그 타이밍에 다행히도 카이지가 렌터카를 빌렸다는 제보 전화가 와서, 엔도는 바늘을 빼 주고 웃으면서 "석방!"이라고 하는 개그 장면을 선보인다. 당연히 사카자키는 따지지만 엔도는 귀까지 막으면서 바쁘다고 사카자키를 쫓아낸다. 그래도 표정을 보면 약간 미안하기는 했는지 당황한 표정으로 땀을 흘리고 있다. 사카자키는 열받아서 사무실의 정문을 걷어차지만 그래도 돈은 지켰다며 조용히 나간다.

4.2.3. 카이지 친가 감시

카이지가 도주한 다음날부터 제애는 엔도의 지시로 카이지의 집에 2인 1조로 각각 감시와 도청을 한다. 도청반은 그렇다 치고 감시반은 아무리 차와 사람을 바꾼다고 해도 계속 단지에 차가 서있는 모습이 수상해 주민들이 캐물은 적이 있지만 흥신소 일이라고 둘러대서 어떻게든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카이지가 계속 나타나지 않는 탓에 감시반은 모조리 게으르고 불평 가득한 모습이 되어버리고, 이를 이용해 카이지가 아줌마로 변장해 단지에 들어갔을 때도 뒷모습만 겨우 본데다 그 아줌마가 카이지의 집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가지 않은 것을 보고[33] 의심을 풀고는 꾸벅꾸벅 졸아버린다.

한편 카이지가 집에 들어간 후 도청반은 TV가 켜진 거실과 욕실에서 동시에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수상하게 여겨 카이지의 집에 보이스피싱 전화를 걸어 확인한다. 카이지의 어머니가 지금 집에 카이지가 있다고 말하자 곧바로 집중하지만, 곧이어 어머니가 어설프게 카이지 흉내를 내자 황당해진 도청반은 그냥 전화를 끊어버리고, 도청반 역시 감시반처럼 게으름을 피운다.

그러나 뜻밖에도 306화에서 엔도가 카이지의 집 앞에 서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우연히 카이지가 집에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엔도가 확인차 방문을 했다. 이때 뭔가 특이한 일이 없었냐고 묻자 감시반이 별로 대수롭지 않게 웬 아줌마가 카이지가 사는 아파트의 단지 입구로 들어갔지만 3층에는 가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엔도는 귀신같이 뭔가 수상함을 느끼고 도청반에게도 연락해봤다. 도청반 역시 별 일 없었다고 하려다가 그냥 문득 생각난 것처럼 거실과 욕실에서 동시에 소리가 들려 보이스피싱 전화로 확인한 일을 언급한다. 사실 두 일 모두 어쩌다 그냥 일어난 일로 치고 넘길 수 있는 일이지만, 엔도는 한 번에 두 가지 해프닝이 동시에 일어난 건 수상쩍다며 비상한 직감으로 귀신같이 물어버린 것.

하지만 문앞까지 오긴 했으나 노크하기는 주저한다. 카이지가 숨어있다 하더라도 나올 리는 없으니 나오는 건 당연히 카이지의 어머니일 테고, 늦은 시각에 엔도처럼 딱 봐도 수상한 사람이 찾아와서 아들에 대해 묻는다면 대답해주긴커녕 십중팔구 냅다 문을 닫아버릴 거고, 그걸 넘어서 경찰에 신고할 확률도 높다. 카이지가 없다면 최악의 실책이 될 것은 뻔하고, 사실 카이지가 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 그렇기에 엔도는 할 수 없이 그대로 물러난다. 하지만 여전히 카이지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하고 있기에 감시반에게는 감시를 강화하라고 지시하고, 자신 역시 직접 카이지 집의 베란다를 감시하기 시작한다. 이후 감시반 중 심야반이 도착하자 그들에게도 아줌마에 대해 묻는데 이들은 낮에도 감시를 한 적이 있었으나 역시 아줌마를 본 적이 없었고 엔도는 그 아줌마가 카이지라고 결론을 내린다.

이후 감시반에게 자신들이 본 주민들의 모습을 그리게 해서 복사 후 전달한 다음, 카이지가 취할 수를 2개로 유추한다. 첫째는 아침의 출근 시간에 사람들 틈에 섞여 탈출하는 것으로, 이 경우 당연히 카이지는 다른 복장을 입고 나올 테니 그때는 주민 리스트에서 누구와도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찾으면 된다.

이때 감시반 중 밤반이 이제 교대가 왔으니 퇴근해보겠다고 하자 엔도는 황당해하며 수수께끼의 아줌마를 본 건 네놈들뿐인데 네놈들이 가버리면 어쩌냐며 마구 구박한다. 결국 남긴 했으나 자기는 바깥에 서있는데 너무 춥다고 차 안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엔도는 저 녀석들은 그냥 서있기만 하는 개, 허수아비, 간판, 도로 표지판 같은 녀석들이라고 생각하다 KFC의 커넬 샌더스상을 떠올리고, 이윽고 거기서 연상이 되어 치킨이 땡기기 시작한다. 그래서 밤반을 시켜 치킨을 사오도록 하는데, 치킨집이 전부 문을 닫아서 편의점 오뎅을 사오자 당황하며 "편의점에서도 치킨은 팔잖아?"라고 한다. 그랬더니 밤반이 "겨울이라 오뎅이 더 좋을 것 같아서요"라고 대답해서 극대노하여 오뎅을 얼굴에 던져버리...는 상상을 하다 결국 분을 삭이고 오뎅과 맥주로 허기를 달래고 부하들과도 나눠먹으면서 화해한다.

아침이 밝고 사람들이 나오자 주민 리스트에서 하나하나 대조해가던 중 어제 본 아줌마를 발견하지만 비슷한 복장의 다른 사람이었다. 수십 분이 지나도 카이지가 보이지 않자 엔도는 카이지가 취할 두 번째 수인 농성을 택했다고 판단하고, 오전 11시에 카이지의 어머니가 아르바이트를 하러 출근하자 그 틈을 노려 본가에 침입한다. 침입할 때 만약 카이지가 난동을 부려서 주변의 눈에 띄어버리면 대놓고 납치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어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니 엔도는 무엇보다도 신속하게 들이닥쳐서 입부터 막아야 할 것을 당부한다. 그리고 단지 입구를 보는 사람이 거의 없는 순간 돌격, 문을 열고 들어가며 빠르게 살펴본다. 하지만 어느 방에도 카이지는 없었고, 혹시나 해서 숨어있을 만한 곳도 다 살펴보지만 어디에도 없어 실패한다. 결국 작전 실패를 선언하고 빠르게 침입한 흔적을 지운 뒤 퇴각한다.

대체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엔도는 아줌마의 정체를 알 때까지 감시반은 4인으로 늘리도록 지시한다. 그러자 당황한 밤반이 숨겨왔던 사실을 밝히는데, 그 아줌마가 입구로 들어간 후 엔도가 올 때까지 대략 5분간 자신들이 꾸벅꾸벅 졸아버렸다는 것. 그러니까 만약 그 아줌마가 빠르게 볼 일을 마치고 돌아갔다면 이미 놓쳤으며, 이번의 모든 작전들은 죄다 허사였다는 것이다. 당연히 엔도는 극대노하여 "너희들은 입간판처럼 아무 능력도 없지만 서있는 것만으로도 제 역할은 하고 있는 놈들인 줄 알았는데, 사실 아무 쓸모 없는 쓰러진 입간판이었다니!"라고 소리치고, 이 와중에도 밤반 한 명이 하품을 하자 확실히 잠도 못 자고 있었으니 하품이 나올 만 하다며 아예 푹 자게 해주겠다면서 목을 졸라버린다. 이후 감시를 소홀히 하고 덤으로 치킨을 사오랬더니 오뎅을 사온 죄로 밤반의 2명에게 KFC에서 식고문(벌 주는 사람이 하나를 먹으면 벌 받는 사람이 3개를 먹는 식)으로 벌을 준다. 당연히 4인으로 늘리라는 지시도 취소했고, 감시반은 이전처럼 게으름 피우는 상태로 돌아간다.

4.2.4. 이바라키현 수색

그렇게 날아가버린 카이지를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던 와중, 제애의 채무자 나카사카로부터 은행에 카이지가 나타났다는 제보를 받는다. 카이지는 그 전에 채무자의 눈길을 눈치채고 탈출에 성공하나 카이지가 이바라키현에 있다는 소식을 접한 엔도는 검은 양복을 동원해 역, 비즈니스 호텔, 코인로커를 점거하여 카이지 일행을 봉쇄하려 한다.

아직 제애는 카이지 일행이 캠핑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3일 전, 카이지 일행이 주차타워에 맡겨둔 검은색 에스티마는 일주일이나 출차가 안 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주차타워 측에서 렌터카 업체에 연락하여 회수하게 하였고, 렌터카 업체에 근무하던 채무자가 제애에 연락하면서 발각되었다. 에스티마의 주행거리가 고작 2km였다는 사실을 알고 제애 측은 그제서야 이게 카이지 일행의 미끼였음을 깨달았지만, 캠핑카라는 발상은 떠올리지 못하고 차가 아닌 전철로 이동한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작전을 짠 탓에 당연히 실패한 것. 결국 이바라키현 봉쇄 작전이 실패한 뒤에도 엔도는 카이지 일행이 돈을 코인로커에 맡기는 대신 1명이 예금하는 사이 나머지 2명이 찻집 같은 데서 지키고 있다가 들킬 경우 택시로 탈출하는 작전을 세웠을 것이라고 오판한다. 그리고 이제까지의 방침에 변경은 없다며 비즈니스 호텔, 은행, 역 일명 BBS를 주시하는 방침을 유지한다.

그래도 나카사카의 제보를 통해 카이지 일행이 돈을 압축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게 되었고, 24억이나 갖고 있는 이상 아직 예금 작전이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 은행을 집중적으로 감시하라는 전단지를 배포한다. 그 결과 다음 날 일본 전역의 은행에서 카이지 일행을 목격했다는 채무자들의 전화가 폭주하지만, 제보를 받고 근처의 제애 직원들이 은행에 가봐도 모조리 다른 사람이었다. 그렇게 모든 제보가 오보였기에 헛된 기쁨과 절망, 아무 소득도 보람도 없이 실망만 이어지자 결국 엔도는 정신이 피폐해지다 못해 전화에 노이로제가 걸려버려, 자기 전화선을 빼놔버릴 지경이 되어버린다.

4.2.5. 캠핑카 수색

카이지 일행이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 지를 알아내지 못하고 있던 엔도에게 쿠로사키 요시히로가 나타난다. 엔도는 쿠로사키가 대체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할지 겁먹지만, 사실 쿠로사키는 그냥 엔도에게 숨을 돌리게 해줄 겸 캠핑장에 데리고 가려던 것뿐이었다. 쿠로사키는 엔도를 데리고 캠핑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지만, 엔도는 제애의 2인자와 같이 있어서 언제 고문당할지 겁을 먹다가 이윽고 쿠로사키 전용의 캠핑카를 보고 안에 뭔가 무시무시한 게 있을 거라 생각해서 벌벌 떨었으나, 알고 보니 지극히 평범한 캠핑카였다고 안심하지만 검은 양복들은 당황하며 최고급 캠핑카인데 무슨 소리냐고 하고 쿠로사키는 삐져버린다. 엔도는 당황하며 캠핑카를 극찬하고 한 번쯤 이런 데서 자보고 싶었다고 하다가 정말로 쿠로사키와 둘이서 같이 캠핑카에서 자게 된다. 설마 엔도는 자신을 덮치려는 것인가 생각해서 한 숨도 못 자고 벌벌 떨었지만, 사실 쿠로사키는 자기도 효도 회장이 거북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쿠로사키도 이야기를 못하는 바람에 오해는 풀지 못한다.

다음날 아침, 엔도는 초췌해지고, 쿠로사키는 이렇게 좋은 캠핑카를 갖고도 아내와 자식들에게 외면받는다며, 언젠가 퇴직하면 캠핑카를 타고 자유롭게 일본을 돌아다니며 여행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도무지 사용할 일이 없다는 말에 엔도는 아마 캠핑카를 사용할 수 있는 인간이라면 쿠로사키와 반대의, 사회에서 튕겨져나간 낙오자나 도망자일 것이라고 이야기하다가 카이지 일행이 캠핑카를 손에 넣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드디어 수색에 빛이 보여 기뻐했지만 쿠로사키에 의해 점심시간까지도 계속 캠핑장에 잡혀있느라 엔도는 휴식으로 인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

복귀한 엔도는 부하들에게 카이지 일행이 캠핑카를 손에 넣었으며, 채무자들에게 캠핑카를 주시하라고 알리고 캠핑카 렌탈 회사를 찾아서 닥치는 대로 전화해보라고 지시한 후, 일단 자신은 집에 돌아가서 잔다. 이를 본 부하들은 대체 어제 무슨 일을 당했는지 궁금해하는 한편, 캠핑카 같은 건 예단이라며 찜찜해하지만, 그 예단은 사실 정확했다.

다음날, 캠핑카 렌탈 회사를 모조리 수색한 결과 무기한 렌탈은 없었지만 5일 이상 빌려간 것이 3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한편으로는 판매점이지만 렌탈도 하는 업자도 모두 찾았는데, 그 중에는 카이지 일행이 이용한 '지구의 정중앙'도 있었으며, 에스티마가 발각된 곳과 같은 동네라는 것을 알고 이곳이 제일 유력하다고 판단하여 직접 가서 조사한다.

엔도는 쿠로사키와의 캠핑 경험을 토대로 캠핑을 좋아하는 아저씨로 위장해 가게를 찾아가지만, 매우 까칠한 사장의 태도에 열이 받는다. 그래도 일단 숨기고 렌탈하러 왔다고 하고 무슨 차가 있는지 묻지만, 사장은 딱 한 대만 보여주고 이게 전부이며 지금 렌탈해주고 있는 다른 차는 없다며 카이지 일행을 숨긴다. 엔도는 사람 좋은 태도로 지인에게 여기서 다른 차를 빌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심문을 해보지만 사장은 넘어가지 않고 오히려 엔도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꿰뚫어본다.

결국 엔도는 쫓겨나던 차에 캠핑카를 걷어차고 딱 잡아떼서 사장이 화내게 만들고, 그 순간 카이지의 이름을 댄다. 카이지라는 이름을 듣고 상대방의 모습을 봐서 거짓을 가려내기 위해서. 하지만 사장은 정말로 몰랐는데, 차를 렌탈할 때 3인방 중 유일하게 운전면허가 있던 창의 명의로 했기 때문에 카이지의 이름은 알지 못했다. 엔도도 이를 알아채고 창의 이름을 일부러 '총'이라 말해서 사장이 정정하게 유도하려고 했지만, 그럼에도 사장은 넘어가지 않았다.

결국 실패하고 싸움이 붙는다. 엔도는 사장을 실컷 두들겨 패지만 사장은 스패너를 들고 중간중간에 엔도에게 한타를 먹여버리고, 엔도는 분노에 차서 사장을 마구 밟다가 지나가던 사람에게 들켜 경찰에 신고당할 뻔하자 즉시 도망친다. 이후 사장이 없는 밤에 몰래 들어가서 서류를 뒤져보지만, 그 전에 사장이 카이지의 지시대로 서류를 가지고 퇴근해서 실패한다. 결국 사장과 카이지 일행의 관련성을 전혀 찾지 못하고 돌아간다.

4.2.6. 마리오 추적

계속 걸려오는 실속 없는 신고 전화에 엔도 포함 모두가 정신을 놓고 있던 중,[34] 우연히도 외출을 나온 마리오를 발견한 미츠야마의 신고전화를 받는다.[35] 하지만 백화점에서 여자 선물을 사고 있다는 말에 엔도는 여태 채무자들이 보내온 것과 같은 쓰레기 정보라고 판단하고 무시했다. 이후 미츠야마가 이전에 따로 만났던 '니시지마'라는 토요카와 지점의 제애 직원과 통화를 시도하고, 니시지마가 엔도에게 전화로 미츠야마가 마리오의 지인이기에 채무자들의 신고보다 정확도가 높다고 알려주자 그제야 정확한 제보였다는 것을 알고 마리오가 있는 테이쿄 백화점[36]으로 출동한다.

니시지마는 바로 마리오를 확보하려고 했으나, 엔도는 마리오를 미행해 아지트까지 가서 창과 카이지까지 줄줄이 붙잡는 것을 노리고 확보를 중지시킨 후 근처 제애 지점의 직원들과 함께 마리오가 들어간 백화점을 에워싸기 시작한다. 우선 니시지마가 미츠야마가 본 사람이 진짜 마리오가 맞는지 확인한 후 마리오가 미츠야마를 알아볼 것을 우려해 미츠야마를 돌려보내고 니시지마를 포함한 4명이 마리오를 감시한다. 이후 도착한 엔도와 검은 양복들은 바깥에서 백화점 입구 세 곳을 지키고, 근처 제애 지점의 직원들은 마리오의 용모를 확인한 후 각 층별로 1명씩 배치하고 남은 6명 중 3명은 백화점 입구 세 곳의 안쪽에서 대기하고, 2명은 1층의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지키고, 남은 1명 '야스카와'는 니시지마와 교대하여 감시를 한다. 이렇게 완전히 마리오 포위망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다.

마리오가 쇼핑을 끝내고 짐을 회수하기 시작하자 나가서 택시를 잡을 것을 대비해 각 층별로 배치한 인원을 모두 철수시키고 양쪽 도로에 세워놓은 차에서 대기시킨 후, 엔도 자신도 니시지마와 교대하여 차에 타고서 만반의 준비를 한다. 그러다 마리오가 4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까지 내려가려고 하자, 주변에서 감시하던 제애의 직원 4명 중 야스카와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고 다른 3명은 에스컬레이터로 먼저 1층으로 내려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기로 한다. 하지만 하필 엘리베이터가 거의 만원이라 마지막에 탄 야스카와는 도로 내려야 했다. 이에 야스카와는 어쩔 수 없이 내려서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층을 확인한다. 중간에 엘리베이터가 멈춰서 3명이 1층으로 내려갈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1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에는 마리오가 없었다. 당황한 4명은 마리오가 중간에 내렸다고 판단해서 2층과 3층을 급히 수색해보지만 20분이 넘도록 전혀 찾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보고한 다음 실컷 욕을 먹는다. 엔도는 운전자를 제외하고 차에서 대기하던 인원들을 다시 백화점으로 보내 각 층을 모두 수색하지만 그럼에도 30, 40분째 마리오를 찾지 못한다. 그나마 유일한 희망은 아직 어느 입구에서도 마리오가 발견되질 않았으니 백화점을 아직 나오지 않은 건 확실하다는 것.

그러던 중 40분 만에 겨우 백화점 8층 식당가의 중화요리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마리오를 찾아내는데, 하필 찾은 녀석이 자기 옆에 타고 있던 얼빠진 녀석이라 엔도는 당황하면서 진작에 가게 안을 찾았으면 더 빨리 찾았을 거 아니냐고 지적한다. 그 녀석은 가게 안을 두리번거리고 다니는 건 너무 수상하고 혹시 마리오와 마주치면 들킬지도 모른다고 항변하지만, 엔도는 어차피 수상한 일이래봐야 오늘만 있는 일이고 마리오를 만났다 해도 손님인 척 임기응변을 발휘하면 그만이라고 하는데 정작 그 녀석은 임기응변이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조차 모른다.

결국 이런 얼빠진 녀석을 최전선에 둘 수 없다고 판단한 엔도는 그 녀석을 차로 도로 보낸 뒤 고민한다. 애초에 도망자 주제에 사람들이 가득한 백화점 식당 안에서 얼굴을 드러내고 천하태평하게 낮술을 하고 있을 리가 없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이라면 그런다는 거지 마리오가 어떻게 생각하는 지는 알 수가 없다. 무턱대고 잡았다간 어쩌면 카이지에 창까지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리는 셈. 따라서 마리오가 언제부터 중화요리집에 들어와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지 조사해서,[37] 진짜로 오랫동안 있었다면 계속 헤엄치게 놔두고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제애의 포위를 눈치채고 의태한 것이니 곧바로 잡는다는 계획을 세운다. 그래서 우선 검은 양복 한 명을 차에 대신 태워놓고 자신은 니시지마와 함께 백화점 입구에서 대기한다.

우선 제애의 직원 1명이 마리오가 다른 가게에 간 적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한편, 2명은 중화요리집에 손님으로 들어가 따로 앉아서 마리오를 감시하면서 그 중 1명이 지금 마리오의 탁자 위에 놓인 것과 같은 음식을 시켜먹고 나중에 계산할 때 계산액을 대조해보기로 한다. 만약 계산액이 같다면 마리오는 40분간 중화요리집에 앉아서 아무것도 안 시켰다는 소린데 그건 부자연스러우므로, 실제로는 40분간 제애의 포위를 눈치채고 백화점 어딘가에 숨어서 탈출할 궁리를 하고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

하지만 마리오의 계산액은 3870엔, 제애 직원의 계산액은 2880엔으로 990엔의 차액이 나오자 마리오가 실제로 40분간 중화요리집에 앉아서 자신들이 발견하기 전 무언가를 시켜먹고 치운 것이라 생각하여 확보를 중단한다. 그런데 여기서 야스카와 혼자 990엔이라는 금액에 수상함을 느낀다. 그래서 식당에 들어가 라멘을 주문한 다음 메뉴판의 음식 값을 계산해본다. 하지만 아무리 해봐도 990엔이 나오질 않아 의아해하다가 점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 전표를 슬쩍 훔쳐보는데, 거기엔 '냉' 990엔이라고 쓰여있었다. 이게 혹시 숨겨진 메뉴라도 되는 걸까 계속 의아해하던 도중, 마리오가 앉았던 기둥 옆자리의 전단지에서 비로소 990엔의 정체를 깨닫는다. 바로 330엔짜리 포장 동만두 3팩이었던 것. 야스카와는 즉시 이를 보고하며 마리오가 추적을 눈치챘다는 것을 알린다.

결국 마리오를 즉시 확보하기로 결정하지만, 백화점 안에서 마리오를 붙잡았다간 난리가 나서 경비원이 달려올 테니 백화점 안에 있는 인원을 모두 세 곳의 출입구로 끌어모아 마리오가 나오는 순간 확보하기로 한다. 백화점 입구에서라면 난동을 부리든 어쩌든 백화점 입장에선 개입하기 어렵다는 것. 천천히 뒤따라가던 도중 마리오가 갑자기 화장실에 들어가자 1명이 뒤따라 들어가고 3명이 밖을 지킨다. 그러나 남자화장실 변기칸에 있던 건 다른 사람이었고, 여자화장실을 뒤져보지만 아무도 없었다. 당황하던 차에 화장실 옆에 비상계단으로 이어지는 비상구가 있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아무리 1~2초 정도 눈을 뗐다고는 해도 그 짧은 시간에 비상계단으로 갔다는 건 말이 안 되고, 비상계단을 타고 다 내려가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고 다른 층으로 도로 들어간 경우도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 일단 보고하고 제대로 털린 이후, 비상계단 밑에 한 명을 세워두고 엔도의 지시에 따라 화장실을 다시 수색한다. 모든 칸은 물론 천장도 수색해보지만 당연히 마리오는 없었고, 별 기대 없이 청소도구함을 열어보는데 거기서 마리오의 옷과 가방을 발견한다. 순간 야스카와는 마리오가 백화점에서 여성용 의상 등을 사고 다녔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침내 마리오가 여장을 했음을 파악해 곧바로 보고하는데, 이때 엔도와 니시지마는 전화를 받느라 바로 코앞을 지나가는 마리오를 놓치고 만다.

하지만 야스카와의 보고를 통해 엔도와 니시지마는 마리오가 여장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무심코 방금 지나간 여성의 뒷모습을 본다. 그러다가 유일하게 갈아신지 않은 운동화를 확인하고 마리오임을 눈치챈다. 하지만 딱 그 순간에 맞춰 카이지가 탄 택시가 도착해 마리오를 불렀고, 마리오가 한 발 앞서 택시에 타고 가버린다. 그 순간 엔도는 택시의 번호 중 앞의 두 자리 63을 재빨리 기억하고 서둘러 차로 돌아가 백화점 입구에서 대기하던 인원과 함께 자동차 추격전을 시작한다.

모든 차량에 택시의 정보를 전달하고 카이지 일행이 향한 첫 번째 골목으로 들어간 후, 카이지 일행이 백화점 쪽으로는 도망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각 갈림길마다 1대씩 우회전시키고 엔도의 차는 직진하지만, 5분간 아무도 카이지 일행의 택시를 발견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때 반대쪽에 세워놓은 1대가 역방향으로 가다가 번호판 앞의 두 자리가 63인 택시를 발견하였고, 엔도는 카이지 일행이 자기들의 수를 읽고 일부러 백화점 쪽으로 도망쳤지만 뜻밖의 요행에 걸려 악운이 다했다 생각하며 모든 차량을 동원해 그 택시를 쫓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택시를 당장 쫓고 있는 것은 1대뿐이었기에 만약을 위해 운전자에게 연락하는데, 하필 마리오를 찾았던 그 얼빠진 녀석이었다. 차에 돌아갔더니 다른 사람이 타고 있어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리오의 확보가 결정되자 다시 차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다. 이때 다른 직원들도 이 녀석의 폐급 같은 아우라를 느끼고 어지간해서는 일이 없을 구석에 짱박아둔 것. 그런데 운명의 장난으로 오히려 그런 녀석이 카이지 일행의 택시를 최전선에서 추격하게 된 것이다. 이 녀석이 뒤에서 보기엔 택시에 손님이 없었지만, 빈차 램프는 꺼져있었다는 말을 듣고 엔도는 카이지 일행이 추격을 눈치채고 택시에서 엎드려있다고 판단한다. 엔도는 당장은 이 녀석에게 맡길 수밖에 없으니 이름이 이시바시 주스케라는 걸 듣고 도덕이나 법률 따윈 무시하고 카이지 일행이 신호를 어기든 차를 버리고 도망치든 간에 무조건 쫓으라고 일러둔다.

그러나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다가 최종적으로 택시는 한 전철역에 도착한다. 이시바시는 카이지 일행이 전철로 도망치거나 다른 픽업 자동차로 도망칠 것이라 예상하지만, 어째선지 택시는 아무 미동도 없었고, 곧이어 엔도 일행도 도착한다. 하지만 택시에는 기사 말고 아무도 없었다. 사실 카이지 일행은 처음에 코너를 돈 순간 내려서 자신들의 차를 타고 스리슬쩍 현장을 떠났으며, 기사에게는 선금을 주고 혼자서 제애를 유인하도록 시킨 것이다. 그래서 빈차 램프가 꺼져있었던 것.

이때 카이지가 기사에게 전화를 하자 엔도는 전화를 가로채서 기사의 성대모사를 하지만, 당연히 카이지는 눈치채고 비웃는다. 그러자 엔도는 카이지 일행의 차가 뭔지 묻는다. 당연히 카이지는 그런 걸 말할 리 없지만 엔도는 네놈들은 여유로우니까 조금이라도 서비스하라고, 사실상 알려달라고 싹싹 빈다. 그러나 카이지는 자기들은 리어카에 돈을 싣고 일본 전국을 떠돌고 있다면서 엔도를 놀려먹고 전화를 끊어버린다. 결국 제애는 마리오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허무하게 놓친 것도 모자라 조롱까지 듣는 처지가 되었다. 그나마 마리오가 남기고 간 옷과 가방을 조사해봤지만 거기서도 마리오를 추적할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다음날 결국 엔도는 쿠로사키 요시히로의 전화를 통해 효도 회장이 자신을 호출했음을 알게 된다.

4.2.7. 효도 회장의 호출

엔도는 바깥에 쿠로사키가 도착한 것을 보고 어차피 도망쳐 봐야 아무 소용 없으므로 도망치지 않기를 선택, 쿠로사키에게 사죄하며, 불운한 사고와 있을 수 없는 일이 겹쳐서 그랬다고 설명한다. 우선은 쿠로사키의 자동차에 탑승한 엔도는 쿠로사키에게 회장님이 어제의 일을 알고 화가 나시지 않으셨냐고 묻지만, 쿠로사키는 어제의 일을 말했다간 엔도가 회장에 의해 숙청당하고 어제의 사건에 관련된 말단들이 전원 지하행으로 업무에 지장이 생길 것이기에 어제의 일을 전하지 않았고, 자신의 선에서 끝낼 것이라고 말한다. 중간관리직이 할 일.

그렇다면 왜 효도 회장님이 자신을 호출한 것이냐는 엔도의 물음에 쿠로사키는 한 달 반이 지나도록 성과가 제로인 정체 상황에 화가 치밀어 직접 카이지 수사의 진척 현황을 듣기 위해 그를 부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쿠로사키는 엔도에게 이 알현은 그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버텨야 할 고비, 자칫하면 나는 오늘 본부장을 잃게 된다라고 경고한 뒤, 방금처럼 불운한 사고이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니 운운하는 것은 NG라고 주의해준다.

엔도는 잠시 생각해보더니 쿠로사키에게 한 달 반이나 성과를 못 내고 있는 자신 말고 다른 적임자가 있지 않겠느냐며 자신도 스트레스 받고 부담스러우니 차라리 해임당하는 편이 좋지 않겠느냐고 한다. 하지만 쿠로사키는 본부장을 잃는다는 게 단순히 엔도가 해임당한다는 뜻이 아니라 너의 기일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라 하고 엔도는 식겁한다.

물론 이것은 최악의 경우의 이야기다. 하지만 원래 효도 회장은 냉혹하면서도 합리적이기에 엔도를 고문한다고 해서 카이지를 잡긴커녕 되려 수색조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갈수록 순간적으로 분노에 사로잡혀 날뛰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그래서 쿠로사키 자신도 최대한 개입하긴 하겠지만, 그렇게 해도 반기일, 즉 반죽음 정도로 끝날 수도 있다고 한다. 엔도는 당연히 그것도 원하지 않았고, 쿠로사키 역시 자신도 그건 원하지 않지만 회장은 오히려 그런 걸 좋아한다고 한다. 결국 사실 쿠로사키도 대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 의외로 한두 마디 잔소리 하고 열심히 하라고 끝낼 수도 있지만 당연히 그 가능성은 낮고, 하물며 평소의 한도를 넘어선 탓에 회장님을 도무지 파악할 수가 없다며 카이지 일행이 도망쳤던 그날의 이야기를 해준다.

카이지 일행이 24억과 함께 도망쳤던 그날, 카즈야는 검은 양복에게 발견된 후 곧바로 입원했고 소식을 들은 효도 회장은 서둘러 병원으로 가 카즈야와 대면한 후, 의사에게 혼수상태일 뿐 뇌에 손상은 없다는 말을 듣고 한시름 놓는다. 하지만 이때도 "만약 죽게 하면 죽인다!"고 협박해서 의사가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 후 원 포커를 했던 마더 소피가 있는 창고에 직접 가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했다. 그곳을 둘러본 다음 같이 온 쿠로사키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쿠로사키는 어젯밤 카즈야와 카이지 일행이 원 포커 승부를 하고 우여곡절 끝에 서로 자신의 생명의 붉은 라이프를 걸고 승부해 카즈야가 패배하고 낙하했지만, 카이지 일행이 앞질러가 시트로 카즈야를 받아내 구했던 것이라고 정확히 추리한다.[38]

효도 회장도 그 정도는 파악한 듯하나, 마지막에 '카이지 일행이 카즈야를 구했다'는 점만은 부정한다. 의아해하는 쿠로사키에게 효도 회장은 그것은 카이지 일행이 자기 목숨을 구한 것이라고 한다. 아무리 서로 지면 죽는다는 것을 알고 도박을 했어도 만약 카즈야가 죽게 되면 효도 회장이 카이지 일행을 용서할 리 없고, 카이지 일행은 그것을 알기에 카즈야를 구했을 것이다. 즉 놈들에게 털끝만큼도 감사할 필요가 없다는 것.

여기까지는 애초에 인간불신인 효도 회장이니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이 다음 논리가 가관이다. 그에 따르면, 이렇게 카즈야의 목숨을 살려준 것으로 카이지 일행은 '붉은 라이프를 걸고 지면 죽는다'는 게임의 규칙을 어겼다. 그러니 이쪽에도 놈들의 승리를 무효로 하여, 24억을 몰수할 권리가 생긴다.[39] 그러므로 카이지 일행을 붙잡아서 돈을 회수하고, 돈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었다면 그만큼 제애그룹 지하노역장으로 보내 갚게 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쿠로사키도 일단 지시를 듣자마자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지만, 설마 저런 논리를 주장할 지는 상상도 못했는지 상당히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그 말을 전해들은 엔도 역시 완전히 벙찐 얼굴이었다.[40]

물론 엔도는 어제 카이지 일행이 마리오를 구한 것처럼 카즈야를 구한 것은 순수한 선의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그것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 효도 회장의 심리에 겁을 먹는다. 쿠로사키는 그런 엔도를 진정시키며 이번에 성공하면 제애 간부의 길이 열린다며, 회장님에게도 조금이나마 인간의 마음은 있다며 거짓말을 치지 않고 회장님의 환심이나 마음의 심금을 울리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엔도는 속으로 그게 제일 어려운 거잖느냐고 생각하고, 마침내 40분 후 알현 자리에 도착하는데, 그곳은 회사가 아닌 병원이었다. 엔도는 회장님이 입원하신 건가 생각하지만 실제로 입원한 쪽은 카즈야였다. 엔도는 카즈야가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사실은 들었지만 아직도 깨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고, 그 옆에서 효도 회장이 자고 있는 것에 또다시 놀란다. 쿠로사와는 회장님은 잠들었다 깨어나면 한 번 뇌 속이 리셋돼서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총명해지신다며 다행이라고 하는데, 그 직후 효도 회장이 깨어난다.

효도 회장은 깨어나자마자 카즈야를 바라보고, 어쩌면 카즈야가 내가 자는 동안 깨어나지 않았을까 항상 생각하지만 매번 안 된다고, 누가 카즈야를 깨워달라고 한탄한다. 그러자 옆에 있던 검은 양복이 저희들도 기도하는 것밖에 할 수 없어서 마음이 괴롭다고 하는데, 효도 회장은 너는 단지 멍하니 서있었을 뿐이잖느냐며, 진심으로 기도했다면 무릎 꿇고 손을 모으며 호소했을 거라고 하자 검은 양복들은 당황해서 카즈야를 붙들고 호소하는데, 효도 회장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지팡이를 들더니 병원균이 가득한 그 더러운 손으로 약해져 있는 카즈야를 만져서 죽일 셈이냐고 검은 양복들을 마구 때리고, 그 모습에 엔도는 물론 쿠로사키조차 당황한다.

효도 회장은 그 직후 다시 잠들려 했으나, 곧이어 쿠로사키를 보고 자기가 내린 지시를 떠올리고 그대로 엔도를 한 달 반 동안 뭐했냐고 추궁하고, 계속해서 말꼬투리를 잡으며 갈구지만, 순간 '너도 그렇냐'는 말을 캐치해낸 엔도가 그대로 공감을 하면서 마음을 얻는데 성공한다. 쿠로사키는 회장님은 사람들과 공감할 기회가 거의 없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상대를 원하고 있기에, 엔도가 공감대를 이끌어낸다면 좋은 방향으로 이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엔도는 그 생각대로 효도 회장의 생각에 계속 공감해주는데, 순간 효도 회장이 '너도 죽고 싶어지는 일이 있었냐?'고 묻자, 엔도는 공감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긍정하지만, 그 말을 들은 효도 회장은 창문을 열더니 "자살해라"라고 말한다.

당연히 엔도가 겁먹고 꺼리자 효도 회장은 거짓말을 한 거냐며 따지고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 엔도는 도게자를 하면서 기회를 달라고 빌 수밖에 없었는데, 효도 회장은 지금 기회를 주고 있는 거라며, 이대로 잡혀서 고문당하다 죽느니 지금 자살하는 게 편하지 않냐고 한다. 결국 엔도는 병원 창문으로 향하는데, 병원 바로 앞에 심어진 나무들을 보고 나무 쪽으로 뛰면 잡지는 못해도 최소한 감속해서 목숨은 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만에 하나 살아남았을 경우 용서해주시지 않겠냐고 묻는다. 효도 회장은 진의를 알아채고 원래는 용서할 수 없지만 마음에 들었다며 승낙한다. 물론 한 눈에 봐도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실낱같은 희망에 몸을 맡기고 뛰려던 찰나... 쿠로사키가 여기서 엔도가 죽는 것은 불쌍하다며 제지한다.

효도 회장은 불쌍하다는 말에 극대노하여 너도 같이 뛰라고 하지만, 쿠로사키 자신은 엔도에게 조금도 연민을 품고 있지 않으며, 불쌍하다는 것은 카즈야 도련님에게 한 말이라고 둘러댄다. 만약 카즈야가 깨어나서 자신의 원 포커 패배가 카이지 일행의 수색, 그 수색의 실패로 인해 책임자가 자기 병실에서 자살한 것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알면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것. 효도 회장도 그 말에 넘어가 엔도가 뛰어내리지 못하게 막고 지금 네가 할 일은 카이지 일행 수색에 매진하는 것이라며 마구 구타하고, 엔도는 구타당하면서도 내심 해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엔도는 살아남아 병원에서 나오게 된다.

4.2.8. 주거 수색

간신히 수색본부로 돌아온 엔도는 무리해서라도 결과를 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지금까지의 정보를 정리한다. 우선 어제 백화점에서 마리오와 조우하고 카이지 일행이 마리오를 구출하러 온 점에서 셋은 흩어지지 않고 공동 생활을 하고 있음이 확정되었다. 그 다음으로 비즈니스 호텔이나 캠핑카의 정보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카이지 일행이 집을 사서 주거 생활을 하고 있음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세 번째로 그 백화점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카이지 일행의 집이 있다는 게 확정되었다. 마리오가 여성복 따위를 샀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선물하기 위한 것이고, 전국 일주 중에 그런 걸 사재기할 리가 없으며, 그 정도로 많은 선물을 살 수 있을 정도로 공간에 여유가 있다는 건 비즈니스 호텔이나 캠핑카 따위가 아니라 제대로 된 집이 있다는 뜻이기 때문. 물론 아닐 수도 있겠지만 달리 수가 없는 엔도는 이것에 걸기로 한다.

따라서 새로운 생활을 위해 쇼핑을 하러 갈 만한 가전양판점, 가구점, 리사이클샵을 집중 탐문하고, 거기서 나오는 게 없다면 백화점 근처 역을 지나가는 버스 노선의 모든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는 편의점과 슈퍼마켓을 뒤지기로 한다.

5. 비판

5.1. 가볍고 지지부진한 묘사의 연속

에피소드 자체의 분위기가 가벼운 것은 앞서 말했듯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가 될 수 있는데, 그 가벼운 분위기를 가지고 지나치게 늘어지게 만드는 부분이 탈출편의 큰 비판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카드 한 장을 가지고 몇 개월을 낭비하던 원 포커보다 나은 수준이긴 하지만, 기존 후쿠모토 작가의 강점 중 하나가 무거운 분위기에 적절한 늘어짐을 섞어 긴장감을 고취시킨다는 점이었는데 탈출편은 분위기가 가벼워져서 후쿠모토 작풍 특유의 긴장감을 느끼기가 어렵다.

그나마 엔도와 채무자, 그리고 카이지가 서로 수 싸움을 두는 장면이 수없이 등장하며 이 덕분에 진행 속도 자체는 상당히 빠른 편이지만, 갑작스럽게 나타나 분위기를 유머러스하게 만들면서 화수를 낭비하는 몇몇 에피소드가 이런 장점을 깎아먹고 있다. 카이지가 자기 어머니에게 자신의 인생역정을 풀어내는 장면, 아리마가 엔도와 쓸데없는 설전을 벌이는 장면, 쿠로사키가 엔도를 캠핑장에 데려가 재충전을 시켜주는 장면, 캠핑장에서 만난 아저씨들과 폭음을 하는 장면 등등 메인 플롯과 전혀 관계가 없는 장면들이 연달아 등장하며 독자들을 피로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장면들은 정말 한 화 몇 페이지 정도로만 묘사해도 전혀 문제가 없는데 계속 등장하여 속도를 늦췄고, 그 결과 작품이 연재된 지 4년이 지났는데 예금 통장 만드는 일만 2년 넘게 할 정도.

게다가 2015년 들어 후쿠모토 작가는 작품에 없어도 될 섹드립을 삽입해서 보는 독자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경우가 잦았는데, 탈출편에서 이 비판이 정점을 찍었다. 특히 350화 이후 이시다카, 키자키라는 캐릭터가 등장하며 현재진행형으로 중년 유머를 남발해대고, 366~376화에서는 에로잡지, 수간잡지라는 저속한 키워드[41]3달 동안 쓰면서 카이지를 꾸준히 보던 독자들을 경악시켰다. 저속한 수준이 아니라 아예 상상 속으로 나체인 카이지가 양한테 박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여기에 후쿠모토 특유의 못 그린 화풍이 역효과를 일으켜서 흥분되기는커녕, 오히려 불쾌한 골짜기만 잔뜩 생성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스토리 전개상으로 전혀 필요하지도 않은 부분이라 안 그래도 느린 진행 속도를 더 느리게 만든 건 덤. 이전 에피소드가 문제의 원 포커라서 상대적으로 괜찮게 보이는 거지, 이쪽도 구조적으로 문제가 굉장히 많은 에피소드이다.

한술 더 떠서 396화부터 시작된 백화점 탈출 편은 아예 반 년이 넘도록 질질 끌었다. 그렇게 연재 6년. 하지만 뚜렷히 탈출이 종료되는 떡밥이나 기미 같은 것도 없이 이대로는 급전개나 흐지부지한 결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훨씬 긴 연재 끝 종결을 염두에 두는 거라면 비슷한 시기에 연재한 원피스가 2022년 최종장에 돌입했는데 아무리 장르가 다르다지만 작가의 성의문제를 따지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와중에도 작가인 후쿠모토는 2023년 마작최강전 저명인 부문에 출전하거나(...) 6월에 휴재를 선언한 뒤 '니카이도 지옥 골프'라는 신작의 연재로 돌입하는 등, 오죽하면 작가조차 지금 전개를 도저히 수습할 수 없어서 해결 방법이 생각날 때까지 유기했다는 소리가 나돌 정도로 무성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5.2. 개연성이 없는 플롯 및 설정 오류

24억 탈출편 자체가 '어떻게 제애를 따돌릴 것인가'에 지나치게 초점을 둔 나머지 '어떻게 돈을 들고 도주할 것인가'를 비롯한 나머지 플롯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어서 부자연스럽다.

5.2.1. 현금 압축 방법 관련

연금 상태를 방지하기 위해 여권을 챙긴다든가 검은 양복의 포위를 돌파하며 연막을 치는 등의 다양한 탈출 수단까지는 좋지만 문제는 정작 핵심이 되어야 할 돈을 들고 갈 방법에 대한 언급이 지나치게 부족하다. 현대에서도 국가 간에 들고 이동할 수 있는 외화는 기껏해야 1000만 원(약 100만 엔) 정도가 한계인데 6억 엔을 들고 세관을 어떻게 통과할지에 대한 문제가 무게감 없이 다뤄진다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일단 작중에서도 설명하긴 한다. '세관에 신고만 하면 기본적으로 돈을 얼마든지 들고 나갈 수 있으므로 경찰에 걸리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무조사에서 뒷사정은 빼고서라도 사실을 그대로 말한다면 카이지에게 받은 보수라는 명목의 증여금이 되므로 그 50%를 세금으로 강탈당하며, 창의 경우 위조 여권으로 입국했으므로 걸리면 감옥행이니 세관에 신고하는 것은 바보짓이다.'이라고 언급되기는 한다. 문제는 그 대책으로 세운다는 게 현금을 통장으로 압축하는 방법이라는 점. 물론 현금 압축의 본 목적은 부피의 감소로 들고 다니기 편하게 하는 게 1차적인 목적이긴 하지만 대체 압축한 현금을 '어떻게' 안 들키고 들고 갈 것인지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 통장 수십 장은 현금보다 작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세관에서 안 걸릴 수준은 아니다.

이 문제는 거의 100화 가까이 언급되지 않다가 마침내 395화에서나 제대로 언급되는데, 주거를 확보하여 현금카드를 새로 마련한 아지트로 배송받을 수 있게 되며 탈출 직전에 ATM에서 현금카드로 출금할 수 있게 되었다고 언급된다. 그러나 이 설명조차도 허점이 너무나도 많다. 첫 번째로, 현금카드 문제가 주거 확보 뒤에야 해결된 문제라면 그 이전까지 현금카드를 받지 않은 계좌는 어떤 방식으로 출금할 것인지 아무것도 설명되지 않는다. 두 번째로 ATM도 내부에 저장할 수 있는 액수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 한 군데에서 다 뽑기는 힘들고 ATM을 이곳저곳 찾아다녀야 하는데, 아무리 심야 시간을 노린다고 해도 100개가 넘어가는 통장을 한도 맥시멈으로 뽑아내며 이곳저곳을 둘러다니면 4일 내에 가능한 수준의 노동이 아닌데다 눈에 안 띌 수가 없다.

그리고 세 번째로 이게 가장 큰 문제인데, 대체 출금을 어디서 하는 지에 대한 묘사가 뒤죽박죽이다. 현금카드의 이익 관련 서술을 보면 "ATM이 아닌 실제 인출을 받을 때 은행에 오래 있다가 제애에 잡힐 수 있다"라는 묘사를 보면 마치 일본 내의 은행에서 다시 출금을 한다는 것처럼 나오는데, 기껏 세관 통과를 위해 현금을 압축해놓고 출국 전에 다시 출금해서 그대로 현금을 갖고 가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이미 세관 신고의 위험성을 설명해놓고 정직하게 세관에 신고할 셈인가? 정 그럴 셈이었다면 애초에 통장을 만들 것도 없이 도주 직후 여권만 챙겨서 바로 공항으로 가서 돈의 절반을 뜯기거나 위조 여권이 걸릴 위험성을 감수하고 세관에 신고해서 남은 돈을 들고 출국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게다가 일본은 2015년 이전까지는 현금카드의 마그네틱을 국제표준이 아닌 일본식 표준에 맞췄고, 작중 시점은 국제현금카드를 지원하는 유초은행이나 세븐은행 같은 게 생기기도 전인 1998년인지라 일본에서 만든 계좌의 돈을 해외에서 출금할 방도가 아예 없으니 카드든 통장이든 그걸 들고 출국하는 순간 아무 가치도 없는 데이터 쪼가리에 불과해진다.

물론 카이지 3인방의 과거 행적 및 경험치를 근거로 판단했을 때, 해외로 현금을 가지고 가는 행위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평생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거액을 가지고 어떻게 출국심사/보안검사/입국심사/세관을 통과할지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어 현실성 없는 망상만 되풀이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의도였다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또한 389화에서 창이 저번에 제애론의 지점이 없는 돗토리현 시마네현에서 통장을 만들자고 계획했는데 그건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데 이 부분은 이전화에서 언급된 적이 없고 389화에서 처음 나온 내용이다. 물론 이전에 나오지 않았어도 개연성만 있다면 문제될 것은 없으나, 문제는 그것도 없다는 것. 390화에서 이렇게 할 것처럼 정해놓고 395화에서 예금 작업과 함께 현금카드를 개설하는 장면이 나와서 당초 예정대로 돗토리현과 시마네현에서 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사실 396화에서 밝혀지길 카이지 일행은 집과 가까운 도쿄도, 치바현, 사이타마현, 가나가와현의 은행에서 예금 작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작 5~6화만에 아무런 설명도 없이 계획을 뒤집어 버린 것이다. 이미 만들어놓은 통장의 현금카드를 신청하러 갔다온 것이라는 핑계도 불가능한 것이, 통장을 먼저 만들고 그 직후 현금카드를 만드는 모습이 그려져있기 때문이다. 이럴 거면 390화에서 창이 카이지가 처음 계획한 작전을 결사반대하고 결국 계획을 바꿔서 가까운 현에서 통장과 현금카드를 만드는 것을 택하는 식으로 진행해야 했다.

결국 아직까지도 문제점이 지나치게 산재해있어 이렇다 할 만한 전개가 나오지 않고, 문제를 덮기 위한 설정이 새 문제를 만들어내면서 현금 압축만 쳇바퀴 돌듯이 하고 있는 셈이다. 굳이 끼워맞추자면 "카이지 월드에선 된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암만 카이지 월드라 한들 법적 문제가 아닌 개연성 문제에서 구멍이 뻥뻥 뚫려있으면 해결할 방도가 없고, "작중 시점에서의 출금 한도" 등등을 언급하는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 현실과 비슷한 세계를 가정하는 것이 기정사실이므로 해결책도 아니다.

차라리 가진 돈으로 브로커를 매수해 밀항으로 일본을 빠져 나간 후 남은 돈으로 성형수술 및 신분증 위조를 한 후 남은 여생을 해외 은둔 생활로 살아가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이다. 정정당당하게 돈 들고 비행기 타고 튈 거라는 목표를 잡아놓은 순간부터 무리가 크다.

그리고 위의 과정에서 또 한 가지 설정 오류가 있는데, 통장을 파기 위해 신분증과 도장이 필요하다 하여 창과 마리오는 여권과 외국인등록증+막도장으로 해결하였으나 카이지는 신분증이 없다고 본가에 잡입해 건강보험증을 획득했다. 그런데 문제는 카이지가 지뢰 게임 17보에서 '위조 白패를 만드는데 은행 카드를 이용해 종이를 잘라냈다'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즉 카이지는 이미 은행 카드를 소지하고 있었으며, 그러면 이미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카드로 ATM도 이용할 수 있는 상태였다는 것이 된다. 굳이 집에 들어가 보험증을 받아 올 이유가 없었다는 것. 다만, 이건 그냥 유효기간도 다 지났지만 그냥 안 버리고 지갑에 꽂아두기만 하던 카드였다 치면 별 문제는 없다. 애초에 지뢰 게임 17보에서 카드를 쓴 건 종이 잘라내는 용도로 쓴 것이고, 그 전에 사카자키 네에 얹혀살 때 카이지가 쓸 수 있는 돈은 미코코가 주는 용돈뿐이며 그마저도 빠칭코로 다 날려먹었다고 언급된다.

전개 자체가 너무 느려서 이런 추측이 의미가 있나 싶긴 하지만, 어차피 탈출편에서 탈출에 실패한다는 결말을 미리 깔아두었다고 해석하면 아예 말이 안 되진 않기는 한다. 작품 특성상 이대로 정말 카이지 3인방이 제애를 따돌려서 해외로 도피한 뒤 잘 먹고 잘 살았다고 결말을 내기에는 미해결 떡밥도 지나치게 많은데다 독자들도 진짜 도피해서 해피 엔딩을 내는 것을 그다지 바라지 않기 때문에 결말에선 결국 도주에 실패하고 돈을 빼앗기든 자신들의 자유와 돈을 걸고 최후의 도박을 하든 새로운 도박으로 끌려갈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기 때문에 굳이 탈출 후 루트 및 플롯을 구상하지 않았다 생각하면 본 문서의 문제 자체를 작가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실제로 후쿠모토 작가는 2024년 3월 22일 인터뷰를 통해 카이지의 완결은 24억 탈출편의 다음 장에서 난다라고 공언하며 24억 탈출편을 엔딩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했다.

다만 이것도 아예 문제가 없지는 않은데, 결국 엔딩이 나는 것은 미래의 일이며 그것이 현재의 전개에 설득력을 하나도 못 주는 것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그게 무슨 한두 달 전개의 옥의 티라면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오류를 바탕으로 5년을 연재했는데 아무튼 결말에선 의미가 없으니 문제가 없다고 취급하는 건 말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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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 제애그룹의 권한 관련

기존에 카이지 월드에서의 제애그룹은 뒷세계는 물론이고 정치인까지도 연줄이 닿은 악덕 기업이며, 그 덕에 수많은 비윤리적 범법 행위를 저지를 수 있는 거대한 권력을 가진 기업으로 묘사되었다. 파계록의 여러 장면이나 스핀오프를 비롯한 여러 매체로 제애 흑복들에 대한 인식은 나아졌으나, 어쨌건 제애라는 기업 자체의 관점에서 보면 권력이 너무 세서 인권 따위 밥 말아먹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범법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만연해있었다. 카이지는 1권 1화에서부터 엔도가 입을 빌어 위법도 법이야 같은 소리를 하는 등, 범법 행위가 기본 인권도 침해할 수준의 막장 세계관이다. 그러나 24억 탈출편에서 보여주는 제애그룹의 권한과 제약은 지금까지 보여준 것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따지고 보면 카이지 수색 본부의 권한 범위부터가 말이 안 된다. 제애의 통상 업무가 있으니 80명 정도밖에 동원하지 못하는데다 사기업이라 공공인프라를 이용할 수 없다고 나오는데, 여기서부터 이미 기존에 보여준 제애그룹과의 이미지와 너무나도 다르다. 전 총리대신과도 연줄이 닿을 정도에 벼락부자든 뇌가 타버린 VIP든 살인 도박에 초대할 정도로 관계가 깊고, 에스포와르 호 같은 도박선에 합법적 대형 파이낸스 회사의 스폰을 받고 제애그룹 지하노역장 같은 범법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기업이, 이제 와서 인프라의 도움을 못 받고 다른 업무가 있고 하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카이지 추적에 제약을 덕지덕지 붙여놓은 건 말이 안 된다.

현실의 잣대에 비춰보았을 때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라는 여러 가지 반박이 나오는데, 이 문단에서 지적하는 건 개연성이 아니라 핍진성이다. 현실의 관점, 현대의 관점에서 말이 안 되는 상황인 걸 모르는 독자는 없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건 1990년대 후반, 후쿠모토 월드라는 세계관에 비춰보았을 때 24억 탈출편의 제애가 그 이전의 제애랑 동떨어져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말이 안 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지금껏 계속해서 은밀한 범법 행위를 저질러온 기업이 갑자기 합법의 울타리를 두르고 대적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제애가 카이지를 추적하는 건 단순히 카이지가 20억을 강탈한 이유만 있는 게 아니다. 카즈야를 상해했다는 의혹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기업 전체가 효도 회장의 개인 왕국이나 다름없는 기업에서, 그런 효도의 아들을 해치고 도주한 카이지의 추적을 설렁설렁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효도가 자식이 죽든 말든 관심 없는 매정한 부모라면 모를까, 작중에서 몇 번이고 효도는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사디스틱한 사이코패스지만 자식에게만큼은 한없이 자상하고 관대한 아버지라는 사실이 몇 번이나 보여져왔다. 물론 그게 중요하다는 걸 알아서 쿠로사키도 제애의 돈을 떼먹은 엔도를 다시 부를 정도로 카이지 추적을 중요시하고 있는 모습은 보이는데, 막상 추적조가 받는 지원은 터무니없이 적다.

다만 이 방면에서의 오류를 어느 정도 변호해주자면 결국은 카이지의 장기 연재가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초반에 제애가 막나가던 시절은 1996 ~ 2004년 등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전의 일이었으며, 당연히 치안 붕괴 및 범죄 조직의 규모가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되던 시절이다. 시대가 2020년이 넘어가고 제애의 권한도 현대적으로 바뀌어가는데 작중 시점은 안 변하니까 오류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카즈야 편 초기에서도 카즈야가 자기가 살인 도박 프로듀스를 하려고 얼마나 법의 울타리를 깨부수려고 애를 썼는지 일일이 설명해주는 모습이 나온다. 외전의 이야기지만 일일외출록 반장도 지하노역장이란 게 어떻게 법적으로 성립하는지를 설명해주는 부연 설정이 붙는다. 그러다보니 현실 독자 입장에서 이제 옛날 제애의 권력은 말이 안 되는 수준이라 어느 정도 감소시켰기에 오류가 생긴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추가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의문이, 왜 제애그룹이 경찰을 동원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물론 독자는 작가가 그려낸 장면을 통해 모든 진상을 알지만, 작중 세계관의 제3자의 시점으로 보면 '이토 카이지 외 2인은 모처에서 효도 카즈야와 만남을 가졌다. 그런데 그들이 갑자기 해당 장소를 급히 떠났고 얼마 후 효도 카즈야가 중상을 입은 채 발견되어 혼수상태이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누가 봐도 카이지가 용의자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고, 경찰에 신고한다 하더라도 이상하게 여겨질 일이 없다. 실제로, 24억 탈출편에서 카이지 일행이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렸다가 마리오의 기지로 경찰의 시선을 분산시켜 겨우 탈출하는데, 이 때 제애그룹이 경찰에 카이지 일행을 신고하고 그들의 신상정보를 알렸다면 꼼짝없이 붙잡힐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물론, 이후 에피소드에서 효도 카즈타카 본인의 발언을 통해 그의 목적이 '아들에 대한 복수‘가 아니라 '승부가 무효이니 제애그룹의 돈을 다시 빼앗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경찰력을 동원하지 않는 것인지는 설명되지 않는다. 일단 경찰이 카이지 일행을 붙잡게 한 후, 대충 합의를 봤다든가 특별히 선처를 해준다는 식으로 둘러대 고소를 취하하게 하고, 바로 카이지 일행의 신병을 확보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5.2.3. 백화점 탈출 관련

가뜩이나 개연성 문제로 말이 나오던 에피소드였는데, 백화점 탈출 편에서 그 정점을 찍었다. 전개를 우연에 의존하는 정도가 도를 넘었고, 캐릭터들의 행동조차 납득하기 어렵다. 탈출편 내의 다른 큰 줄기들은 비판을 받았을지언정 최소한의 납득할 여지들을 마련해놓았는데, 백화점 에피소드도 플롯 하나하나는 납득할 수 있을지언정 그런 것들이 너무 쌓이고 쌓여서 둑을 넘었다.

우선 에피소드를 시작할 때, 마리오는 백화점에 붙은 어머니의 날 현수막을 보고 고향에 남겨두고 온 어머니를 생각하며 감정에 복받쳐 백화점에서 선물을 사는 것부터 시작한다. 문제는 마리오는 돈 때문에 이웃집 할아버지, 친형, 친형의 친구까지 죄다 죽어버린 트라우마를 가진 캐릭터라는 것이다. 홀로 남겨진 어머니에게 무작정 선물을 보냈다간 호세 할아버지랑 똑같은 꼴이 될 걸 모를 캐릭터가 아닌데, 뒷일은 생각도 못하고 그냥 명품들을 과소비하며 자기만족에 빠져버린 모습은 납득하기 힘들다. 사실 이 경우에 마리오는 처음부터 이성보다는 감정에 휘둘렸다는 묘사가 있으며 쇼핑 역시 충동구매에 가까운 형태로 진행되었고, 현실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은 목돈을 쥐었을 때 충동적인 과소비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므로 납득할 여지가 없지는 않다.

이 때도 마리오는 충동에 휩싸이면서도 자기가 쫓기는 처지인 걸 잊지는 않았기에 모자와 마스크로 최대한 자신을 가려 추적을 막는다. 문제는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 미츠야마가 우연히 있어서 들킨다. 미츠야마가 원래 살던 식당이나 집 근처라는 묘사도 없고, 미츠야마가 굳이 그 백화점을 들러야 할 이유도 딱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들킬 수 있는 딱 하나 유일한 경우의 수에 걸려서 재수없게 백화점에 포위당한다. 당시 수배에 연일 헛탕을 치던 엔도는 모든 전화를 장난전화라 치부할 만큼 히스테리에 빠진 상황이었는데, 하필이면 설득력 있는 증인이 걸려서 엔도 측을 움직인 것이다. 이쯤 되면 카이지 일행을 위기에 빠뜨리긴 해야 했는데 카이지 측이 너무 유리하다 보니 억지로 위기에 빠뜨린 수준이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엔도와 마리오가 멘탈이 심하게 나간 상태라는 설정 때문에 무리수를 둔 것이고, 창작물에서 사건이 우연으로 시작되는 경우는 많다 보니 이를 지적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래서 어쨌건 마리오가 눈치채지 못 하게 백화점 내외에 포위망을 두고 이변을 알아차리지 못한 마리오를 확보하기 위해 움직이는데, 여기서부터 일본 만화 역사상 손에 꼽을 수준으로 개연성 파괴가 신나게 폭발하기 시작한다.

충동구매 때문에 이성을 잃어버린 마리오는 제애에 의해 포위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데, 문제는 그 과정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1층으로 내려가려던 마리오는 우연히 길을 잃어 에스컬레이터를 못 찾아 엘리베이터를 선택하고, 우연히 한 자리 남은 엘리베이터에 탑승해서 제애가 직접 포위를 하지 못 하는 틈에, 우연히 다른 층에 두고 온 걸 잊어버린 선글라스가 그 때 생각나 다음 층에서 이탈하고, 다시 올라가야 하는데 우연히 엘리베이터가 다 한참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 계단으로 올라가다 우연히 야스카와가 엔도 측과 통화하는 걸 엿들어서 자기가 포위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어쨌거나 추적을 알아챈 마리오는 여자화장실에 들어가는 임기응변을 발휘하고, 카이지가 자신을 구출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겸 제애에게 자신이 실종된 동안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백화점 최상층의 식당에 들어간다. 그리고 여기서 우연히 마리오 추적조로 빡대가리가 걸려버리는 바람에 마리오가 식당에서 밥을 먹는 위장을 할 시간이 생겼다. 그러나 어쨌든 엔도는 아무리 긴장이 풀려도 도망자 신세에서 태평하게 낮술을 할 리가 없다며 마리오가 자신들의 추적을 알아차렸을까 의심하였고, 여기서 엔도와 마리오와 야스카와가 한 수를 둬 가며 최종적으로 마리오가 추적을 알아차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카이지와 창까지 일망타진하는 건 포기하고 마리오만 확보하기로 작전을 변경하는데, 문제는 이 수를 너무 노골적으로 두는 바람에 마리오의 구출을 위해 온 카이지가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수상하게 행동한다. 더 큰 문제는 이 때 카이지는 마리오를 구출하기 위해 제애와 추격전이 가능할 정도로 담 큰 택시 기사를 찾아 나서는데, 우연히 그 상황에 딱 맞는 택시 기사 할아버지를 만나 도움을 받고, 너무 오래 정찰하면 들킬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카이지였지만 우연히 그 할아버지가 별종이라 억지로 한 번 더 정찰을 시켜주는 바람에 제애의 노골적인 포위를 발견하고, 제애에게 마리오의 연막이 들켰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결국 당초 세웠던 달려서 탈출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카이지는 마리오에게 여장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탈출을 할 것을 제의한다. 사실 이 때도 한국 일본 막론하고 독자들의 대부분이 마리오가 여장 탈출을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기에 결론까지 도달하는 게 너무 느리다고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이 마리오의 여장 탈출 자체가 우연의 도미노로 진행된다.

마리오는 여장을 위해서 여자화장실로 뛰어들어가는데, 우연히 그 백화점의 화장실은 남녀칸 앞에 칸막이가 있는 형태라 야스카와에게 여자 화장실로 들어가는 걸 안 들키고, 우연히 남자 화장실에서 변기 칸을 사용하는 손님이 있었고 우연히 여자 화장실에는 사람이 없었는데 우연히 그 뒤에 다른 아줌마 둘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왔기에 제애는 마리오가 그 남자 화장실 칸에 있는 줄 알았으며, 마리오는 여장 후 아줌마 두 명 뒤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나오는데 그걸 처음부터 계속 보고 있던 제애 조직원이 마리오를 의심하지 않는다.[42][43][44] 그런데 우연히 마리오가 탈출한 뒤에 남자화장실을 사용하던 손님이 나와서 마리오가 사라진 걸 눈치채는데, 우연히 화장실 앞에 비상계단이 있어 혹시 거기로 탈출한 게 아닌가 시선을 돌리는 바람에 제애가 한 발 늦어버리고 만다.

여기서 제일 큰 문제는 우연이 지나치게 겹친 것도 문제지만, 이 우연들은 현실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이라는 말도 안 되는 내레이션의 변호와, 이렇게 된 건 마리오에게 붙어있는 수호령의 영력 덕분이라는 어처구니없는 합리화가 덧붙었다는 것이다. 한두 개 정도야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을 지 몰라도 하필 그 상황에서 마리오가 무사히 탈출할 수 있게 짜여진 듯 한 번에 발생한 것은 우연의 영역으로 치부할 수 없는 부분이다.[45]

게다가 어쨌거나 제애의 포위망을 돌파한 건 사실이나 결국 여장을 통해 엔도를 비롯한 입구의 포위망을 돌파해야 하는 순간, 우연히 아주머니 일행이 나타나 섞여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이 영력을 다한 수호령이 최후의 영력을 발휘하여 만든 상황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마리오가 그 일행에 섞여나가는 순간 야스카와가 우연히 그 타이밍에 마리오가 여장을 위해 버렸던 원래 옷을 발견하고, 우연히 마리오가 입구를 지나치는 그 순간 엔도에게 전화를 걸어 시선이 분산됐고 마리오가 그 틈을 타서 포위망을 지나쳐버린다.

그냥 전개 전체에 운에 의존하지 않는 부분이 없다. 그 전에도 후쿠모토 작가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에 맞는 운의 역량(숙운)이 있다'라는 세계관을 고수하던 작가인 건 맞으나, 그 점은 어디까지나 주인공과 악역 간 대치를 위해서나 쓰여 왔고 결정적인 순간의 역경만큼은 항상 운을 배제한 지성으로 돌파해왔다. 카이지에서 우연에 의해 전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던 전례가 없던 것은 아니었으나, 어디까지나 그 우연은 우연으로만 끝나고 우연에서 시작되어 합리적인 사고를 구축하고 거기서부터 전략을 세워나갔다. 그래서 아무리 봐도 그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 필요한 우연을 말도 안 되게 남발해놓고 수호령의 영력 덕분에 그렇게 됐다고 퉁치는 순간 수많은 독자들이 눈을 의심했다.

또 해당 에피소드를 넘어서 24억 탈출편 전체의 문제와 직결되는 비판으로, 주인공과 빌런이 특출난 재기를 발휘하는 게 아니라 조연과 엑스트라들을 무능하게 만들어서 상황을 해결하는 흐름이 후반으로 갈수록 지나치게 빈번해지고 있다. 작중에서 엔도가 자신이 부리는 추격조들을 명령 없이는 자기 혼자 생각도 안 하는 무능한 놈들이라고 푸념하는 장면이 수시로 나오는데, 그 말대로 추격조들이 허당짓을 하는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사실 그 이전의 카이지의 자택 농성 때도 이런 흐름이 나왔는데 백화점 편에서는 더 심해졌다.

마리오가 절대 탈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틈을 비집는 흐름이 전부 "추격조들의 실책 → 엔도한테 전화 후 갈굼당함 → 때는 이미 늦어서 마리오는 할 일을 마침"으로 이루어진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추격조들의 실책이 도저히 납득을 못 할 수준이다. 엘리베이터 층 하나하나마다 한 명씩만 딸려보내도 해결될 상황을 다같이 1층으로 우르르 몰려가서 놓치고, 임기응변이라는 단어 자체를 모르는 저능아가 수색조에 있어서 골든 타임을 놓치고, 눈앞에서 못 봤던 아줌마가 갑자기 나타났음에도 의심조차 안 해서 놓치고, 이러다 보니 이런 상황을 돌파한 마리오와 카이지가 대단한 게 아니라 추격조들은 대체 생각이라는 걸 하고는 있냐는 의구심부터 들게 만든다. 이 흐름이 마치 "엔도는 잘 했는데 부하인 젊은 것들이 다 무능해서 실패했어요" 같이 변호하는 흐름인지라, 엔도가 작가의 꼰대 성향을 정당화하는 오너캐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돌 정도.

하지만 엔도 입장에서 잘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어림짐작에만 의존하던 추적에 한 줄기 희망이 비친 셈이다. 뜻밖의 불운(마리오 입장에서는 강운)으로 놓치기는 했지만 마리오의 행적을 토대로 카이지가 오는데 걸린 시간과 마리오가 단독행동을 한 이유를 생각하면 적어도 일정 반경 내에서 추적의 방향이 잡혔다고도 볼 수 있고 지지부진한 추적극에 실마리를 얻은 것이기도 하다.

5.3. 작가의 본편 연재 중단 및 문어발식 연재

2023년 후쿠모토는 5월 23일 연재한 460화를 끝으로 1년 넘게 후속편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그사이에 뜬금없이 <니카이도 지옥 골프> 신연재와 < 암마의 마미야> 작업을 하고 있다. 암마의 마미야는 시작부터 늘어지는 전개와 긴장감 떨어지는 대결 구도로 실망을 샀으며, 골프는 정말 뜬금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인데 이런 걸 연재하기 위해 본인의 대표작의 연재를 미루고 있다.

6. 관련 문서



[1] 사실 결과에 수긍한다고 해봤자 태생적으로 불법 도박을 하는 인간들답게 공정성이나 약자를 위하는 연민과는 거리가 먼 족속들이다. 인간 경마에서는 고작(?) 1, 2천만에도 카이지를 괴롭히고 갖은 술수를 부려댔으며, 늪 에피소드에도 기업의 신용과 이미지 문제 때문에 그대로 놔둔 것이지 돈이 아깝지 않거나 승부에 승복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즉, 바꿔 말하면 사정에 따라 얼마든지 규칙 따위는 어길 수 있다. [2] 그도 그럴 것이 원 포커 게임은 2개나 되는 히든박스의 존재로 인해 카즈야가 이기는 것이 당연했던 게임이다. 그럴진데 카이지가 카즈야를 이겨 돈을 들고 나왔다니 이상하게 여길 만하다. 부하들도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데다 카즈야는 언급되진 않지만 기절할 정도로 중상을 입었고, 설상가상으로 카즈야가 위급히 검은 양복을 부르는 데 써야 할 휴대 전화조차 마더 소피의 이동 도중 추락해서 개박살이 나는 등 카이지 입장에선 상황을 해명할 방법이 단 하나도 없는 불운한 상황이다. 다행히 제애 측에서도 카이지 일행이 카즈야를 상해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3] 경찰이라면 모를까 사기업인 제애로서는 도주자의 추적에 공공인프라(예를 들어 CCTV나 은행정보 등)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순수하게 목격담과 물리적인 수색만으로 그들을 찾아야 한다는 난관이 있다. [4] 경찰이라면 당연히 사용할 수 있는 CCTV 정보, 은행정보 등. [5] 만약 카이지 일행이 해외로 튀었다면 추격자들은 더 힘들어진다. [6] 다행히 카이지의 예상대로 검은 양복들은 모두 피해서 아무도 치이지 않았다. [7] 즉, 자기 분수에 만족하고 도박을 멈추고 사는 사카자키야 말로 카이지의 안티테제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실랑이 하는 와중에 돈을 계산하고 있는 카이지의 모습을 보며 "저건 도박 중독 직전이야!"라는 정확한 객관적인 판단까지 한다. 사실 이미 중독 말기이기에 틀린 말이다. [8] 아이러니 하게도 사카자키가 300만엔을 줄 당시에 가능하다면 도쿄를 떠나서 두 번 다시는 발을 들여놓지 않길 바란다고 했었다. 물론 직후에 좀 심했다면서 적어도 자기 동네엔 오지 말라고 했다. [9] 경찰들에게 트럭은 그냥 얼핏 보이니 검문해본 것일 뿐 뭔가 집중적으로 수상하게 여긴 것은 아니니 기억에 별로 남지 않았다. 현장에서 소매치기를 한 마리오도 뒷모습밖에 못 본데다가 트럭에서 내린 것도 다시 트럭을 타고 달아난 것도 못 봤으니 트럭과 연관짓지도 못했다. 그리고 애초에 경찰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소매치기한 것이라 차에 타자마자 가방도 버리고 떠났으니 결국 소매치기 미수 사건인 셈. 그래서 대대적인 수배령은 내려지지 않았다. [10] 창은 일이 멀쩡히 끝나면 자신이 호텔 스위트룸에 묵을 생각으로 그만큼 돈을 가져왔다. [11] 원래 여비로 쓸 돈을 꺼낼 때, 100만 엔짜리 지폐 한 묶음을 꺼내다가 문득 이건 너무 많은 것 아닌가 싶어서 그걸 뜯어서 25만 정도만 챙겼었다. 하지만 어디 여행 가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100만으로도 모자랐을지도 모른다며, 가난이 몸에 배어서 실수한 것이라고 자책했다. [12] 카이지 일행이 모두 꾀죄죄한 몰골을 하고 있으니, 그냥 아무도 안 사는 폐가에 잠깐 머문 노숙자 같은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13] 일본에서 보험증이 개인마다 지급된 건 2001년부터로, 그 전에는 1가구당 하나뿐이었다. 작중 연도는 1998년이니 하나뿐인 보험증이 집에 있었던 것. [14] 에스포와르 호부터 손가락이 잘리기까지는 자신이 생각해도 도저히 아닌 것 같아 스킵. 그래서 어머니한테는 상경 3년 후 블랙기업에 취업했다 퇴사하고, 그 후 한동안 빠칭코로 생계를 이어나가다 동료들과 창업했는데 동료의 배신으로 파산. 결국 어쩌다어쩌다 해서 토목회사에 들어갔는데 채무를 대신 갚아주고 동업한 회사 사장 아들인 동료 선로에 투신해서 자신은 쫓기는 중이라고... [15] 엔도 일당이 카이지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카이지의 어머니 때문인데, 아침에 어머니가 일하러 나가면 카이지 입장에서 가장 강력한 방패가 없어지게 된다. 그대로 재빨리 문을 따고 들어가 카이지를 납치하고 흔적을 지우면 그만인 것이다. [16] 물론 타모츠의 휴일에 대해 제애는 알 턱이 없다. [17] 생각해보면 당연한 사실이다. 단순히 수상해보인다고 계좌 신설을 거부했는데 아무 문제 없었다면 은행은 우량고객을 놓치는 셈이고, 외국인이면 차별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 설령 범죄로 얻은 돈이라고 해도 은행은 돈의 출처를 알지 못한데다 범죄에 가담한 것이 아닌, 그저 돈만 맡은 것뿐이므로 은행이 책임질 일은 없고, 나중에 범죄가 드러나 경찰이 돈을 환수하러 오면 그냥 조용히 돈만 건네주면 끝. 애초에 맡아준 돈을 그대로 다시 돌려주는 것뿐이므로 은행 측의 손해는 제로다. 따라서 제대로 서류를 작성하고 절차를 밟는다면 은행은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돈을 맡아주는 것. [18] 작중 모델은 1세대로, 작중 시대가 1998~9년임을 생각하면 결코 낡은 모델이 아니다. [19] 하필 중년 여성인 건 그냥 미끼로 쓸 잡지를 아무거나 고르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근데 또 카이지는 그 때는 정신없어서 아무거나 집었는데 시간이 있었으면 제대로 골랐을 것이라고 아쉬워한다. [20] 그 중에서도 타이완 등 동남아 쪽이 대부분이었다. [21] 그 동안 자기 주민 서류가 있는 관공서에는 100% 제애가 매복했을 거라 생각해서 가지 못해 포기하고 있었는데, 굳이 직접 안 가도 그냥 미리 집을 구한 뒤 관공서에 서류 배송해달라고 하면 된다고. [22]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3층에 있는 회사였는데, 점장이 판촉물이 든 무거운 상자들을 가지고 올라와 어디에 둘지 물어보니 1층 창고에 둘 거라고 해서 도로 가지고 내려왔다. 그런 다음 1층에서 창고가 어디에 있나 둘러보는데 창문에서 내려다 보고 비웃더니, 농담을 한 건데 그걸 재치있게 못 받아들이고 진짜로 믿어서 자기를 나쁜 사람으로 만드냐고 하면서 들릴락 말락 하게 쓰레기라고 중얼거리고는 도로 3층에 다 가지고 올라오라 했다. 그 순간 정말 살의가 치솟았지만 기껏 얻어낸 거래처이기에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대로 다시 한 번 3층에 다 갖다올려놨다. 다 하고 도장을 받았을 때 비로소 고작 이것 때문에 그런 짓을 했냐며 눈물이 났다고 한다. [23] 지금 은행 기계의 인출 한도는 100만 엔이지만, 당시에는 500만 엔이었다. 각 통장마다 2000만 엔씩 넣었으므로 4일이면 모든 현금의 인출이 가능한 것. [24] 원래는 테이큐 백화점이었으나 은근슬쩍 테이쿄 백화점으로 바뀌었다. [25] 남자화장실에 숨으려다가 제애의 수색을 우려해 여자화장실의 구석 칸에 숨었고, 덕분에 일시적으로 제애의 추적을 끊는 데 성공한다. [26] 지금 카이지 일행은 공식적으로 수배 중인 범죄자가 아니라 제애 측이 사적으로 추적 중인 자들이다. 제애의 권력이 공권력도 반쯤 멋대로 주무를 수준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로 일을 키우기는 곤란한 것. [27] 이때 카이지가 눈치를 준 덕에 창은 자신이 카마치라고 둘러댔다. [28] 평소에도 어지간히 시달렸는지, 당황하여 해명을 하는 카이지에게 지겹다는 표정으로 손사래를 치며 "(카이지 일행이 테러범이라는 신고를) 우리도 안 믿어, 안 믿어!!"하며 지긋지긋해 한다. 심지어 며느리조차도 "또다시 어머님의 망상기질이 도졌다."고 한탄할 지경이다. [29] 도박 같은 위험한 부분들은 둘러대고서. [30] October의 일본어 발음으로는 오크토바, 그러니까 オクトーバー. オク는 億(억)으로, トーバー는 賭場(도박장)으로 읽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이건 도박장에서 억 대 도박을 했다는 의미다. [31] 연재분에선 작가의 실수로 엔도 코지라 표기되었다. [32] 늪의 카지노 점장 이치죠 세이야가 카이지에게 썼었던 고문도구. 손톱 아래에 구멍을 뚫어서 손톱을 피로 빨갛게 물들인다. [33] 사실 이는 아주 간단했다. 그냥 몸을 숙이면 밖에서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34] 엔도는 담배 연기로 고리(일명 도너츠)를 만드는 데에 정신이 팔려있었고, 심지어 그걸로 오륜기를 그리는 상상까지 했다. [35] 마리오가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최대한 가렸지만 미츠야마와 몇 년 동안 같은 곳에서 살고 일하던 사이였기에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36] 원래는 테이큐 백화점이었으나 은근슬쩍 테이쿄 백화점으로 바뀌었다. [37] 사실 가게 주인에게 물어보면 간단히 알 수 있지만, 워낙 수상한 질문이다 보니 가게 주인이 경계하고 무시하거나, 더 나아가 마리오에게 이 사실을 말해버리면 끝이기에 그러지 못했다. [38] 이때 실제 카이지 일행은 시트 아래로 들어가 각자 끄트머리에서 몸을 웅크린 채로 잡아눌러 최대한 평평하게 만들었다. 그냥 손으로 잡아 당기기만 해서는 힘이 부족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금 막 현장에 와서 추측 중인 쿠로사키는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해서 그냥 손으로 잡아당기는 모습으로 상상했다. [39] 다만 이 논리는 비약이 상당히 심한데, 원 포커 승부에서 붉은 라이프를 걸고 진 패자가 치러야할 대가는 죽음이 아니라 추락이며, 패자가 추락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따라서 효도의 논리대로 따져본다고 할지라도 카이지 일행은 승리를 무효로 한 적이 없다. 카즈야는 추락함으로서 패자로서 대가를 지불했고, 카이지도 승자로서 돈을 받아갔을 뿐이다. 게다가 따지고 보면 24억 엔 중 4억 엔은 카이지가 판돈으로 쓴 자기 돈이므로 승부가 무효가 되어도 몰수할 수 있는 돈은 20억 엔까지다. 물론 카이지의 4억은 그 날 밤 비합법 도박으로 딴 돈인데다 원 포커 전광판이 라이프 개수 자체를 알려주진 않았으므로, "백수건달 카이지에게 4억엔이나 있을 리가 만무하니 24억은 몽땅 카즈야의 돈일 것"이라고 추정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그냥 작가가 까먹었거나. [40] 그러니까 카이지가 카즈야를 죽게 내버려두면 "감히 아들을 죽게 해? 복수하겠다!"가 되고, 카즈야를 살리면 "규칙을 어겼으니 승부는 무효다."가 되어 돈을 회수한다는 말로 카이지가 뭘 선택하든 효도에게 오답인 상황이다. 물론 카이지가 선택한 '카즈야를 살린다'는 선택지가 그나마 정답에 가깝긴 했는데, 카즈야가 죽었다면 카이지 일행도 똑같이 죽게 될 테지만, 카즈야를 살린 덕분에 설령 돈을 뺏기고 지하에 끌려간다 해도 생존은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근본적으로 효도 회장은 이 도박에 이러쿵저러쿵 간섭할 권리 따윈 없으며 이 일에 대해 주장할 권리가 있는 사람은 카이지와 카즈야뿐이지만 말이다. 그런 논리가 통할 정도였다면 내로남불의 화신인 효도 회장이 효도 회장이 아니겠지만... [41] 더 큰 문제는 사실 수간잡지를 사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일반 에로 잡지를 샀지만, 잡지 일부분을 잘못 보고 수간잡지를 보는 변태성욕자로 오해한 것. [42] 사실 이게 제일 말이 안 된다. 그 곳은 외진 곳이라 사건과 무관한 일반인이라고는 전혀 없고 달랑 그 진짜 아줌마 2명밖에 없었는데, 초집중 상태에서 갑자기 3명이 튀어 나오는 걸 의심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극도의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꼴랑 3명의 사람 중 한 명만 마스크로 얼굴을 다 가리고 있고, 특히 추적대상이 자신들을 인지하고 있으며, 하루종일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는 정보를 조직원 본인이 직접 쫓아다녔기에 뻔히 다 알고 있는데 고작 여성복만으로 의심을 안 할 사람은 없다. 신발도 여성 정장과 무관한 남자들의 스니커즈이기도 했고, 그것까지는 안 보더라도 2명이 들어가서 갑자기 그들과 함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3번째 사람이 나온다면 무조건 의심할 수밖에 없다. [43] 게다가 상식적으로 마리오가 아니라 진짜 중년 여성이라, 진짜 무고한 중년 여성을 붙잡았다가 그녀가 반항하고 신고하여 경찰이 오는 상황이 온다 해도 무조건 붙잡아야 맞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마리오를 한 번 놓쳤다가 다시 겨우 찾은 시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대낮의 백화점 같은 공공장소(대낮의 공공장소가 아니라 밤에 으슥한 데서 사람 멈춰세우거나 그런 짓을 하다 신고당하면 잘못하면 강도미수 등의 혐의 수사도 가능하다.)에서 무고한 사람을 잠시 멈췄다고 해서 그 사람이 신고하는 일도 거의 없으며, 혹여 신고해서 경찰이 온다 해도 멱살잡이 수준의 폭행죄조차 저지른 게 아니기에 잠깐 길만 막은 정도로 경찰서에 가지도 않으며 경찰이 와봤자 "채무자인 지인으로 오해했다. 하지만 말만 걸었지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고만 말하면 끝나며, 그 사람이 끝까지 위협당했다고 주장해서 경찰서에 가봤자 흉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위해를 가하려 했다는 증거가 전혀 없기에 구속될 일도 없다. 하다못해 잠시 멈추라고 하고 "당신 마리오씨 아닙니까?"라고 말해서, 상대가 아니라고 대답하는 여성 목소리만 듣고 여성임을 확인한 뒤 보내줘도 된다. 그걸로는 전혀 큰 소란이 나지 않는다. [44] 특히 두 명의 진짜 중년 여성은 마스크를 하지 않았고, 카이지 세계관엔 아직 신종플루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범유행전염병도 없으므로 마스크를 다 하고 다니지 않는다. 봄철 환절기라 마스크를 너도나도 쓰고 다닌다는 묘사가 있긴 해도, 마스크를 고집해야 하는 마리오를 추적하는 사람들에게 마스크 착용자는 남녀노소와 무관하게 당연히 의심 대상이다. 제애 측에서는 마리오가 남자화장실에 들어갔다고 생각해서 한 명의 남자 조직원이 화장실에 따라가게는 했지만, 마리오가 화장실에서 기습에 성공해서 큰 소리가 안 나게 기절시키거나 죽여서 은폐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마리오가 나오기 전까지 얼굴을 가리고 화장실에서 나오는 모든 사람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의심해야 함에도 너무 어이없게 풀려버린 것. [45] 애초에 창작물에서 우연으로 사건을 해결한다고 욕 먹는 부분은 그런 우연이 실제 발생할 가능성이 없느냐가 아니라 그 상황에서 어떻게 딱 맞는 우연이 발생하느냐로 따지는 것이므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란 건 변호조차 못 된다. 쉽게 예를 들어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버스가 온다는 우연은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살인마한테 쫓기고 있을 때 그런 우연이 발생해서 탈출하는 상황이 창작물에서 발생한다면 우연이라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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