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2. 특징3. 작중 행적
3.1. 1권
4. 능력5. 소지품6. 인간관계7. 평가8.
OST9. 작가 블로그에서 공개된 설정10. 기타3.1.1. 첫 번째 이야기 <액받이>3.1.2. 두 번째 이야기 <넋보자기>3.1.3. 세 번째 이야기 <천 년의 달빛>3.1.4. 네 번째 이야기 <귀화(鬼畵)>3.1.5. 다섯 번째 이야기 <저승손님>3.1.6. 여섯 번째 이야기 <신거무 장터>3.1.7. 어느 날의 이야기 <청명>
3.2. 2권3.2.1. 첫 번째 이야기 <그믐밤의 귀녀>3.2.2. 두 번째 이야기 <영혼식당>3.2.3. 세 번째 이야기 <곡두기 놀이>3.2.4. 네 번째 이야기 <바람의 소원>3.2.5. 다섯 번째 이야기 <등나무꽃 아가씨>3.2.6. 여섯 번째 이야기 <도원향>3.2.7. 어느 날의 이야기 <시우(時雨)>
3.3. 3권3.3.1. 첫 번째 이야기 <숨골>3.3.2. 두 번째 이야기 <여름의 그림자>3.3.3. 세 번째 이야기 <단 하나의 하늘빛>3.3.4. 네 번째 이야기 <기린몽>3.3.5. 다섯 번째 이야기 <빗속의 사자>3.3.6. 여섯 번째 이야기 <귀명부>3.3.7. 어느 날의 이야기 <비나리>
3.4. 4권3.4.1. 첫 번째 이야기 <오뉴월 손님>3.4.2. 두 번째 이야기 <칠석야의 연인>3.4.3. 세 번째 이야기 <인어전설>3.4.4. 네 번째 이야기 <귀신의 신부>3.4.5. 다섯 번째 이야기 <인생 카메라>3.4.6. 여섯 번째 이야기 <망량선>3.4.7. 어느 날의 이야기 <천녀의 등롱>
3.5. 5권3.5.1. 첫 번째 이야기 <서천꽃신>3.5.2. 두 번째 이야기 <귀혼>3.5.3. 세 번째 이야기 <요마화필>3.5.4. 네 번째 이야기 <외다리 수호천사>3.5.5. 다섯 번째 이야기 <만월요괴대회>3.5.6. 여섯 번째 이야기 <액신제>3.5.7. 어느 날의 이야기 <나비의 꿈>
3.6. 6권3.6.1. 첫 번째 이야기 <버들고리상자>3.6.2. 두 번째 이야기 <몽환상점>3.6.3. 세 번째 이야기 <윤회의 수레바퀴>3.6.4. 네 번째 이야기 <불가사의 학교>3.6.5. 다섯 번째 이야기 <달이 없는 숲>3.6.6. 여섯 번째 이야기 <더부살이>3.6.7. 어느 날의 이야기 <유리상자 학교>
3.7. 7권3.7.1. 첫 번째 이야기 <사몽의 궁전>3.7.2. 두 번째 이야기 <도깨비의 왕>3.7.3. 세 번째 이야기 <신룡맞이>3.7.4. 네 번째 이야기 <천명(天命)>3.7.5. 다섯 번째 이야기 <환상열차>3.7.6. 여섯 번째 이야기 <하늘에서 온 여우>3.7.7. <맺는 이야기>3.7.8. 어느 날의 이야기 <금어성시>
3.8. 외전3.8.1. 첫 번째 이야기 <여우초롱>3.8.2. 두 번째 이야기 <맹동각시>3.8.3. 세 번째 이야기 <나례놀이>3.8.4. 네 번째 이야기 <맞거울 괴담>3.8.5. 다섯 번째 이야기 <무구리 인형>3.8.6. 여섯 번째 이야기 <악몽병동>3.8.7. 어느 날의 이야기 <버드나무 손님>
3.9. 특별단편3.9.1. 어느 날의 이야기 <몽유(夢遊)>
3.10. 작가 블로그1. 개요
나쁜 꿈은 끝났어.[1]
반월당의 기묘한 이야기의 주인공.[2] 드라마 CD의 성우는
김명준.성이 류, 이름이 단인 외자 이름이며 웹툰을 보면 한자는 柳丹으로 추정된다.
柳 자는 귀신을 쫓아내는 신목(神木)으로 무속에서 사용된 버드나무의 특성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는데, 버드나무뿐만 아니라 왕버들과 관련된 해석도 있다. 양楊이 왕버들처럼 하늘을 향해 뻗는 버드나무라면 류柳는 보통 버드나무 하면 떠올리는 땅을 향해 처진 버들을 의미한다. 왕버들은 물가와 습한 곳을 선호해 왕버들 고목은 대부분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렇게 생긴 구멍과 관련하여 도깨비 이야기가 있으며[3] 한자 이름도 귀신이 사는 버들이란 뜻으로 귀류鬼柳 또는 개울 옆에 잘 자란다고 하여 하류河柳라 부른다. 또 왕버들은 민간에서는 양기가 강하다 여겨지며 벽사의 상징으 새싹(신엽)이 붉은색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丹 자는 불명이나 2차 창작에서는 유단을 모란(牡丹)으로 비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1권에서 "백란은 푸른색과 붉은색 모란꽃을 좋아한다"는 언급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또 도교에서 단丹은 연단煉丹이나 단전丹田이며 생명의 거듭남을 의미하기도 하고, 단사丹砂 즉 경면주사의 재료라 벽사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 외에 일편단심一片丹心, 단풍丹楓을 뜻하기도 한다. 단풍은 반월당 본편에서 직접적으로 묘사되기 때문에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단풍의 꽃말은 사양, 은둔, 절제, 소중한 추억, 염려, 변치 않는 귀여움으로 사랑과 이별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아름다운 단풍잎은 변화와 순환의 상징이고 시간이 지나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기에 연인의 마음을 담고 있다고 보았다. 반월당 본편이 불교를 주제로 무속적 요소를 섞어서 나오지만 도교적 설정도 일부 등장하기 때문에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2. 특징
어릴 적 괴이를 만나 생존한 뒤 괴이를 보는 눈인 천안을 얻게 된 17살의 고등학생. 본편 시점에서는 고등학교 1학년생이며 외전 1부에서는 2학년으로 올랐다. 우연히 요괴가 들고 다니던 액구슬을 건드렸다가 액을 뒤집어쓰고 죽을 위기에 처한 것을 반월당의 도움으로 해결하면서 인연이 생겼다. 보통의 경우에는 무의식의 영역에서 괴이를 망각하려 애쓰기 때문에 반월당의 존재는커녕 요괴조차 잊기 마련인데 유단의 경우는 왜인지 잊지 않았다. 오지랖이 넓은지 지나가던 귀신이나 괴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도와주거나 해결하는 성격으로평소에 하도 귀신이나 괴이를 숱하게 보다 보니 너무 뻔하기까지 한 비디오 귀신들을 보고 겁먹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버럭한다. 너무 전형적이고 고전적인 귀신들이라서 황당했다고. 잡요괴들도 무서워하는 어지가한 괴이를 보고도 안 쫄고, 상대에 따라서는 공포보다 분노를 더 느낀다. 하지만 평소 징하게 시달리는 탓에 호러 게임은 절대 사절.
가족으로는 중국에 장기 출장 중인 아버지가 있으며, 어머니는 과거 팔목귀라 불리는 괴이의 습격으로 사별했다. 그 때문에 유단 본인은 30평대 아파트에서 혼자 거주 중. 부모님 대신 외가 쪽 친척들[4]이 보호자 대리로 유단을 대신 챙겨주고 있었다. 실제 집안 일은 도우미 아주머니가 해주는 듯. 아버지와의 관계는 서로가 껄끄러운 사이로 전화만 할랍시면 아버지 측에서는 전부 유단 때문이라며 욕설과 저주를 퍼붓곤 한다. 다만 실제로 유단을 미워하는 것은 아니고[5] 본인도 어째서 유단만 보면 욕설을 퍼붓게 되는지는 모르겠다고.[6] 그 때문에 유단 본인도 아버지와의 통화는 심히 부담스러워 하지만 백란의 권유로 천명 편에서 어느 정도 화해하게 되었다.
천안의 힘을 쓰면 눈이 붉게 물든다는 서술이 있는지라 일러에선 한쪽 눈이 붉은 오드아이로 표현된다. 웹툰에서는 줄곧 오드아이로 묘사되지만, 원작 1화에서 눈이 붉게 변했다가 검게 돌아온다는 서술이 있고 일반인들이 오드아이라고 언급하지 않는 걸 보면 실제로는 힘을 제대로 쓸 때만 붉게 변하는 듯.[7] 외모에 대해서는 눈매 사납고 인상이 무섭다는 묘사가 많지만, 작화상으로도 그렇고 여러 언급을 보면 실제로는 고양이상의 미남인 듯.[8] 학교를 비롯해 일반인에게는 (귀신 상대하느라) 늘 인상을 쓰다 보니 무섭고 다가가기 꺼려지는 인간 취급 받지만, 은근히 처녀귀신들이 많이 엮이는 것도 그렇고 낙동강 용왕의 딸(!)이 유단을 보고 한눈에 반한 걸 보면 미남이 아니라고 보기는 어렵다. 키는 본편 기준으로 173cm. 외전 1부는 본편에서 1년이 지난 뒤이기 때문에 더 성장했을 가능성도 있다.
요괴는 하대하기에 백란을 비롯한 반월당 식구에게도 반말. 그렇지만 백란이 늘 놀려먹는 것에 비하면 별 것 아니다. 5권 외전 나비의 꿈에서 유단이 물어온 괴이 앞에서 '바쁜 척하면서 약올리기 1시간, 도와주는 척하면서 구박에 2시간, 그것도 모르냐며 바보 취급에 1시간=총 4시간'이 할당되어 있다고... 또한 천상 세계의 신 같은 존재에게는 존대하는 편. 싸가지가 좀 없기는 해도 의협심이 강하며 반월당 요괴들보다는 훨씬 상식적인 성격이다. 그리고 츤데레다. 어릴 때가 애교 고양이라면 현재는 까칠한 츤데레 고양이라는 평. 웹소설과 웹툰 모두 초반에는 싸가지 없어 보이는데 너무 고생복이 터져서 뒤로 가면 갈수록 동정하게 되는 캐릭터. 전생까지 포함하면 그야말로 사망전대다. 고생 덕분에(?) 인기가 백란 다음으로 많다.
3. 작중 행적
3.1. 1권
3.1.1. 첫 번째 이야기 <액받이>
합천 사또 아무개의 아들은 본래 오만방자하여 사람 구실을 못 하였다. 그러나 해인사 주지의 가르침을 받고 개심해 이후 평양감사의 자리에 올랐다. 주지는 모월 모일 모시에 한 승려를 보낼 테니 반드시 한 방에 데리고 자라고 신신당부하였다. 몇 년 후 과연 해인사의 승려가 찾아왔기에 감사는 주지의 당부대로 하였다. 도중에 비린내가 진동하여 불을 켜보니 스님은 칼에 배를 찔려 죽어 있었고 바닥에 피가 흥건했다. 조사해 보니 이는 관노가 한 짓이었다. 감사에게 원한이 있었던 그는 아랫목에 당연히 감사가 누워 있으리라 생각하고 칼로 찔렀다 하였다. 주지는 모든 것을 미리 알고서 일부러 스님을 보내 대신 액을 받도록 했던 것이었다. 『청구야담靑丘野談』 |
웹소설 1~6화, 웹툰 1~5화
3.1.2. 두 번째 이야기 <넋보자기>
옛날 어느 고을에 만석꾼 윤 부자라는 사람이 살았다. 어느 날 그의 삼대독자가 갑자기 혼절하여 뻣뻣하게 굳어 버렸다. 용한 의원에게 물어본즉, 요물이 아이의 넋을 빼갔으니 반드시 오늘 밤이 가기 전에 반혼초를 달여 마셔야만 정신을 차릴 거라 했다. 윤 부자는 신도 못 신고 허둥지둥 달려 나갔다. 개울가에 반혼초가 한 무더기 자라는 것을 분명히 봤는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헤매고 또 헤매다 보니 달빛이 서서히 희미해졌다. 그때 물가에 불룩한 보따리를 안고 앉아 있는 아낙이 눈에 띄었다. “이 주변에서 반혼초를 보지 못하였소?” 윤 부자가 묻자 아낙은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둑 너머를 가리켰다. 윤 부자는 반가워서 한달음에 둑을 넘었다. 하지만 눈앞에는 오직 검은 물만 흐를 뿐이었다. 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그것이 요물이었구나. 아낙이 끌어안고 있었던 것이 바로 내 아들의 넋이 든 넋보자기였구나. 황망히 그 자리로 돌아갔으나 아낙은 이미 간 곳이 없었다. 대신, 아낙이 깔고 앉았던 자리에 반혼초 한 무더기가 짓눌린 자국만 새벽빛 속에 푸르게 빛나고 있을 따름이었다. 『매곡야담梅谷野談』 |
웹소설 7~10화, 웹툰 6~9화
어린 유단은 발자국을 보고 돌아오기를 바랐던 것이니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후 밝혀지는 유단의 정체를 생각한다면 돌아오기를 바란 자를 위해 죽음에서 끊임없이 돌아왔던 유단의 인생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3.1.3. 세 번째 이야기 <천 년의 달빛>
……이것은 특히 신라 시대 이후부터 성행하였으며, 여러 가지 목적이 있었지만 주로 주술적인 의미가 컸다. 또한, 여기에 기원을 담으면 원하는 바가 이루어진다고 하여 그렇게 하는 사람이 많았다……. 『해동풍속지海東風俗志』 |
웹소설 11~13화, 웹툰 10~11화
이때 토우는 유단에게 "지켜야 할 것"이 생길 거라 조언하는데, 이후 스토리를 보면 그 대상은 백란임을 알 수 있다.
3.1.4. 네 번째 이야기 <귀화(鬼畵)>
옛날 한 선비가 녹의홍상의 아름다운 여인을 그린 그림을 우연히 얻어 방에 걸어두고 애지중지하였다. 그런데 그는 얼마 못 가 수척해지더니 죽고 말았다. 모두 그것이 사람이 아니라 귀신을 그린 그림이라며, 산 사람의 정기를 빼앗아간다고 매우 두려워하였다. 민심이 흉흉해지자 고을 부사는 사람을 시켜 그 그림을 관아로 가져왔다. 억울함이 있으면 나와서 호소하라 하였으나 여인은 나타나지 않았고, 곧이어 부사마저도 급사하고 말았다. 겁에 질린 이들이 그림을 불태웠으나, 그림은 며칠 후 원래의 자리로 멀쩡히 되돌아왔다. 어느 의생 하나가 아무것도 모르고 그림이 마음에 든다며 그것을 가지고 떠났는데, 이후 그도 급사했다는 소문이 전해져 왔다. 그 후로 그 그림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녹의홍상의 여인이 누구이며 무슨 사연인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은 것이다. 『괴몽초怪夢抄』 |
웹소설 14~16화, 웹툰 12~16화
반월당 에피소드 중에서도 가장 잔혹하고 무서운 에피소드 중 하나. 이 에피소드의 빌런인 귀화의 괴이는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한국 귀신보다는 일본 귀신 하면 떠올리는, 우라미(恨み)[9]를 벌이는 모노노케(物の怪) 같다는 평이 있다. 다만 한국 귀신의 일반적인 이미지와 다를 뿐 한국에서도 두억시니처럼 무차별 살인마적인 귀물에 대한 전승이 없는 것도 아니고, 흑무경담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악귀를 달래주거나 성불시키는 게 아니라 강제로 몰아내는 굿이나 주술도 많았기 때문에 고증오류는 아니다.
어느 봄날, 날이 더워졌다고 생각하며 기껏 시험을 앞두고 학교 수업이 빨리 끝나자 아무렇게나 걷던 중, 문득 낯선 고미술 화랑가에 도달한다. 처음 보는 곳이었지만 기왕 온 김에 안에 들어가 보는데, 목련꽃이 막 피기 시작하는 화랑가에 사람은 별로 없고 귀물들만 숨은그림찾기처럼 포진해 있었다. 유단이 지나가자 몇몇 귀물들이 유단을 의식하고, 유단이 노려보던 찰나 자동차가 급정거하더니 양복 입은 남자가 '고서화 매매'라는 가게로 종이가방을 내팽개치는 광경을 목격한다.
손님은 가게 사장에게 진짜로 귀신이 나오냐며 겁에 질려하고, 사장은 내가 경고했는데 사갈 때는 언제고 그러냐고 혀를 찼다. 유단은 처음에는 이런 곳에서 산 물건이 멀쩡하겠냐며 잡귀 하나 때문에 별 난리 친다고 코웃음쳤지만,[10] 양복 남자는 환불이고 뭐고 필요없다며 소금 뿌리고 신발을 거꾸로 신으며 도망쳤다. 표구사 영감은 손님이 무당이라도 찾아갔나 추측하고, 이걸 구한 적이 없는데 여러 손님들이 말려도 멋대로 사가더니 곧바로 치를 떨며 돌려보낸다고 의아해한다. 종이가방 안에는 붉은 종이로 싸인 족자가 있었는데, 유단은 여자의 환영을 보고 노인이 서랍장 안에 쑤셔넣으려고 하자 족자가 도망치려는 걸 알고 붙잡아서 펼쳐본다.
그림을 본 유단은 괴이라 확신하고, 그림을 확인한다. 그림은 조선 시대로 보이는 여자가 그려져 있었는데 수백 년이나 되었음에도 형상이 뚜렷했고 여자는 금박무늬가 새겨진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마루 위에 머리카락을 길게 풀어헤친 채 창백한 얼굴로 앉아 있었으며 한쪽에는 경대와 빗이 놓여 있었다. 낡은 마루에는 수탉, 돼지, 공작새도 그려져 있었지만 다들 눈이 없었다. 주인장은 유단의 몸이 얼음장인 걸 보고 놀라서 그림을 회수하려고 하지만, 유단은 그림에서 한기가 자신의 몸을 잠식하는 걸 알면서도 내버려둘 수 없어서 주인장에게 갖고 가겠다 말하고 그대로 가게를 나가버린다.
이것은 해롭다.
하지만 지금 놓으면 분명히 또 도망갈 것이다. 아마 두 번 다시는 못 찾을 것이고.
그것은 무척이나 신경 쓰이는 일이다.
유단은 괴로워하면서도 반월당에 가서 대단한 걸 찾았다며 잘난 척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며 반월당에 가려고 했지만, 저도 모르게 집에 도착했다. 불길함을 느끼고 족자를 펴자 아까는 대청마루만 보이던 집 안이 마루 옆의 다른 방들도 보였으며 유단의 집의 현관문까지 생겼다.하지만 지금 놓으면 분명히 또 도망갈 것이다. 아마 두 번 다시는 못 찾을 것이고.
그것은 무척이나 신경 쓰이는 일이다.
큰일 났다. 뭔가 아주 크게 잘못됐다. 여우요괴가 했던 말처럼, 아주 위험한 이 미로 같은 세계를 돌아다니다가 결국 만나서는 안 될 것과 마주쳐 버리고 말았는지도 모른다.
이때 귀신이 나타나고, 유단은 귀신은 그동안 질리도록 상대했다며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돌렸지만 이번 귀신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오래전에 죽었으되, 썩어 없어지지도 못하고 먼지로 스러지지도 못하고 생사의 경계선에 떠돌며 영원히 부패하는 것. 길게 드리운 머리칼 사이에 눈 대신 자리한 깊고 깊은 공동空洞에는 지옥이 담겨 있었다. 한 번 보기만 해도 평생 잊지 못할 끔찍한 모습이었다. 유단은 지금까지 사람들을 이런 방식으로 해쳐왔다는 것을 깨닫고 분노가 앞서 원하는 게 뭐냐고 고함을 치자 가위가 풀리고 귀신은 사라졌다.유단은 당장 창문 아래로 내던질까 했지만 위험성을 이해하고 반월당에 가서 족자를 전한다. 유단은 반월당에서 족자를 넘기자마자 쓰러져 버리고 약방으로 실려가는데, 유단은 감기로 착각했지만 쌍둥이는 이건 동티라서 동자삼으로는 안 낫는다고 설명한다. 백란이 족자를 받자마자 붉은 실로 꽁꽁 묶어 벽에 매단 뒤 금줄로 쳤지만 증상이 낫지 않았다. 도씨는 이전에 신라 시대 진품 토우를 깬 대신 귀신이 들리긴 해도 조선 시대 진품 그림을 구해온 거냐며 대견하다는 헛소리를 했지만 곧바로 흑요가 송장 치우게 생겼는데 뭔 소리냐고 도씨를 갈군다. 흑요는 본인 취향의 약을 타왔지만 하필 사약처럼 생겨서(...) 유단은 거부하고, 실랑이가 벌어지다가 대야를 엎자 금줄 매듭을 묶고 있던 백란이 다 쫓아낸다.
유단은 백란이 족자를 받을 때부터 결박하고 금줄을 묶을 때까지 왼손만 써서 오른손을 다쳤냐고 물었지만 백란은 아니라 대답하며 오른손을 등 뒤로 감출 뿐이었다. 유단은 이상하다 생각하지만 머리가 아파서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고, 백란은 금줄의 마지막 매듭을 묶으며 그건 우연히 간 게 아니라 왼쪽 천안이 이상한 게 있으니 좀 보라며 데려간 거라고 설명한다. 유단은 그 말을 듣고 천안을 원망하지만 백란은 본 것까지는 좋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며, 일일이 지적하는 건 잔인한 일이겠지만 잔인해질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유단을 놀리고는 유단이 손을 뻗어 붙잡았을 때 귀신이 유단의 목숨줄의 절반을 붙잡아서 이대로 저승으로 끌려갈 상황이라 설명한다.
유단이 아무 생각 없이 족자로 시선을 돌렸다 위험을 느끼고, 백란은 조금 더 눌러둬야겠다며 '눈 먼 귀신 훼'라는 글자를 부적에 써서 붙인다.[11] 부적으로 여자의 얼굴을 가려서 조금은 보기 편해졌지만 더 섬뜩한 무언가를 느끼고, 백란이 구석의 막대기를 들어 그림을 살짝 건드리자 뭔가 팍 터지는 소리와 함께 핏빛 안개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백란은 이 그림이 그동안 사람을 많이 죽였지만 붉은 종이에 싸였던 걸 보니 이미 한 번 봉인이 된 덕분에 최근의 사람들은 죽지는 않고 끝났다고 추측한다. 유단이 그림의 정체를 묻자 백란은 이 그림을 귀신을 그린 귀화鬼畵라 설명한다.
그것은 녹의홍상, 그러니까 녹색 저고리에 붉은 치마를 입은 귀신을 그린 그림에 대한 이야기였다. 삽화에 표현된 모습은, 그저 평범한 부인의 초상화인데도 불구하고 눈을 떼지 못하도록 소름 끼쳤다. 그것을 손에 넣은 선비도, 고을 부사도, 의생이란 사람도, 전부 급사했다. 그런데…….
유단은 글을 본 뒤 “진짜 끝이네. 그 사람들이 사실은 이 부인을 살해한 범인이었다거나, 그런 결말이 아닌 거야?”라 의아해하고, 백란이 이걸로 끝이라고 답하자 그럼 그냥 무차별 살인이냐고 의아해한다.“그조차 알 수 없습니다. 바로 그것이 귀화의 무서운 점입니다. 먼 옛날부터 인간이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설명할 수 없는 불가해한 현상들이었습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치는 번개. 돌연 나타나 태양을 뒤덮는 검은 그림자. 예상치도 못했던 폭풍우. 그 연유를 알 수 없기에 온갖 이유를 상상해서 갖다 붙이며 공포에 떨었습니다. 그러다 하나하나 이치를 깨닫게 되면서 공포를 이겨냈지요. 지식을 통해 지배하게 된 것입니다. 동화에도 그런 내용이 많지 않습니까? 신비한 힘을 가진 존재의 이름을 알아맞히면 내기에서 이긴다거나 하는 이야기요.”
백란은 누가 무슨 목적으로 귀화를 그렸고, 이 귀신은 누구이며 어떻게 죽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불가해성이 귀화가 지닌 힘의 원천으로, 그 공포에서 힘을 얻는다고 설명한다. 그림에 문이 생긴 건 그림과 현실의 경계가 불분명해진 것으로 귀신은 그 경계선을 통해 현실로 나와 해코지하는 것이라고. 백란은 귀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귀신의 사연을 알아야 하지만, 아까 자신이 확인해 보니 고통, 원망, 증오의 감정으로 새까맣기만 해서 자신으로서는 간파할 수 없기에 귀신과 이어진 상태인 유단이 확인해볼 것을 권한다.그런데 백란의 오른쪽 소매에서 머리카락 같은 것이 튀어나오더니 백란의 목을 휘감으려 하고, 백란은 이를 깨닫지 못한 채 시간을 벌어볼 테니 그림 안의 허점을 찾으라고만 말한다. 유단이 소리를 지르자 머리카락은 유단의 목을 휘감고, 유단이 목 졸려 죽을 뻔하자 백란은 머리카락을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감으로 단도를 휘둘러 머리카락을 잘라낸다. 부적으로 눈을 가리자 소리를 내게 만들어 위치를 찾은 것이라고. 심지어 부적에 그린 글자조차도 원념으로 지워버린 상태였고, 유단이 누가 끌려간다고 화를 내자 마음대로 되는 일이라면 비명횡사는 벌어지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이때 유단은 어지러움을 느끼며 백란의 과거를 본다.
아주 먼 옛날이다.
신령한 산에 머무는 금빛 털의 여우요괴에게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열이 올라 사경을 헤매는 아이를 내려놓았다. 귀신이 이 아이를 잡아가려 하니 제발 살려달라고 빌었다.
여우는 아이를 방에 눕히고 금줄로 결계를 만들었다. 주술을 담은 칸막이를 쳐두고 나가려는데, 인간들이 엎드려 애원했다.
-천호님. 인간은 약합니다. 부디 곁에서 지켜주십시오.
여우는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등불을 켜두고 밤새도록 아이의 곁을 지켰다.
칠흑 같은 어둠을 타고 귀신이 찾아왔다. 들어오지 못하게 가로막자 미친 듯 날뛰었다. 여우는 그것을 벌했다. 그 목을 잘라 한 손에 들고 칸막이를 걷었다.
그러나 아이는 이미 죽어 있었다.
여우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아이를 내려다봤다. 고요하던 황금빛 눈동자에 처음으로 어떤 감정이 떠올랐다.
정말, 인간은 약하구나…….
백란은 그때의 일을 떠올린 건지,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인지 오른손에 힘을 주었고 소매가 꿈틀거렸다. 그러다 갑자기 고개를 든 뒤 얼른 시선을 돌렸고, 유단은 들여다봐서는 안 되는 걸 본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백란은 유단을 눕힌 뒤 단도로 손가락에다 피를 내 바닥에 천령보화구미영호天靈保和九尾靈狐라는 글자를 써서 주술을 발동시키고[12] 통째로 막았다고 설명한 뒤 발을 치며 누가 뭐라고 해도 절대로 발을 걷어서도 나가서도 안 된다고 경고하고, 유단은 오히려 자신이 백란을 안심시켜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백란이 평소와 달리 크게 발소리를 내며 자리를 뜨자 요괴도 트라우마가 있나 의아해하다 목이 부은 걸 확인한 뒤 그림을 노려보았다. 한편 밖에서 개구리 정승이 사정을 듣고는 그 흉악한 것이 그대로 자리에 있었으면 많은 사람들을 해쳤을 테니 그건 잘된 일이지만 인간이 요와 귀 사이에서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며 유단을 걱정하고 천지신명이 잘 보살펴주기를 기도한다.신령한 산에 머무는 금빛 털의 여우요괴에게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열이 올라 사경을 헤매는 아이를 내려놓았다. 귀신이 이 아이를 잡아가려 하니 제발 살려달라고 빌었다.
여우는 아이를 방에 눕히고 금줄로 결계를 만들었다. 주술을 담은 칸막이를 쳐두고 나가려는데, 인간들이 엎드려 애원했다.
-천호님. 인간은 약합니다. 부디 곁에서 지켜주십시오.
여우는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등불을 켜두고 밤새도록 아이의 곁을 지켰다.
칠흑 같은 어둠을 타고 귀신이 찾아왔다. 들어오지 못하게 가로막자 미친 듯 날뛰었다. 여우는 그것을 벌했다. 그 목을 잘라 한 손에 들고 칸막이를 걷었다.
그러나 아이는 이미 죽어 있었다.
여우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아이를 내려다봤다. 고요하던 황금빛 눈동자에 처음으로 어떤 감정이 떠올랐다.
정말, 인간은 약하구나…….
유단은 천안으로 발 너머를 바라보자 백란은 종이를 잔뜩 쌓아놓고 부적을 쓰고 있었는데, 오른쪽 소매가 꿈틀거리고는 맥박이 뛰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 자세히 보자 핏자국이 보이더니 뭔가 새빨간 것이 유단을 확 끌어당겨 놀라 일어난다. 꿈을 꾼 건가 의아해하면서도 역시 오른손 다친 거 아니냐며, 아까 귀신 머리채가 왜 튀어나온 건지 의아해하지만 백란은 단서라도 찾아낸 거냐며 유단을 갈군다.
대청마루에 머리를 풀고 앉아 있는 아가씨.
옷은 저렇게 화려한데 집은 왜 낡고 좁은 것일까. 옷을 사들이다 집이 망해서 한을 품고 죽은 것이 아닌가. 그런 말을 했다가 여우요괴에게 비웃음을 샀다. 저 집은 아마도 그녀의 집이 아닐 것이라 했다.
그리고 짐승들은 왜 눈이 없을까. 대체 뭘 뜻하는 걸까.
백란은 세 짐승이 모두 수컷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돼지는 비록 겉모습만 가지고는 성별을 알기 힘든 동물이긴 하나, 수탉과 공작새와 함께 셋이서 어떤 남자들을 상징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들이 이 그림 속 여자의 죽음과 깊은 관련이 있으리라는 것이다.
뭔가 다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듯했다. 단서 하나만 있으면 전부 풀릴 것 같은데.
유단은 아까 전에도 한 번 논의해본 거였지만 아는 게 없어서 단서를 찾지 못하고, 다른 방법이 없나 생각하던 찰나 파도 치는 섬으로 의식이 옮겨진다. 눈이 없는 세 마리 짐승은 조각상처럼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않았고 주위를 보다 마루 위의 경대와 빗을 발견한다. 경대 안에 무언가가 비치는 듯해 확인하려다 무릎으로 빗을 쳐서 마루 밑으로 떨어지고, 누가 손으로 유단의 손을 쳐내자 순간 현실로 돌아오고, 그림에서 마루 위에 있던 빗이 바닥에 떨어지고 자신의 발자국이 생긴 걸 보고 그림 속에 들어간 것을 깨닫는다.옷은 저렇게 화려한데 집은 왜 낡고 좁은 것일까. 옷을 사들이다 집이 망해서 한을 품고 죽은 것이 아닌가. 그런 말을 했다가 여우요괴에게 비웃음을 샀다. 저 집은 아마도 그녀의 집이 아닐 것이라 했다.
그리고 짐승들은 왜 눈이 없을까. 대체 뭘 뜻하는 걸까.
백란은 세 짐승이 모두 수컷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돼지는 비록 겉모습만 가지고는 성별을 알기 힘든 동물이긴 하나, 수탉과 공작새와 함께 셋이서 어떤 남자들을 상징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들이 이 그림 속 여자의 죽음과 깊은 관련이 있으리라는 것이다.
뭔가 다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듯했다. 단서 하나만 있으면 전부 풀릴 것 같은데.
생명력을 빨리는 기분을 느끼면서도 한 번 더 시도하고, 다시 그림 속에 들어가서 거울에 손이 닿기 직전 자기 집 방에서 일어나 밖의 사람이 불 나서 대피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집 안에 연기가 자욱한 걸 보고 현관문으로 나가려다가 자신이 언제 집에 왔냐며 이상함을 깨닫고, 자신이 발을 스스로 걷으려 했다는 걸 깨닫고 겁에 질린다. 현실보다 더 생생한 환영이라며 혼란스러워하던 찰나 백란이 깨우고, 유단이 단서를 찾았다고 말하자 백란은 내내 자더니 무슨 소리냐고 의아해한다. 유단은 귀신이 듣는 걸 막기 위해 말하는 대신 족자로 시선을 돌리고, 그림의 형상이 바뀐 걸 본 백란은 그림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듯이 사람이 병을 앓거나 취하면 이성의 경계가 흐려지는데 그걸 역이용해서 정상적인 상태로는 불가능한 걸 가능케 했다고 추측한다.
백란도 귀신 때문에 말을 아꼈지만 누가 그림 안에 들어가라 했냐고 어이없어하고, 유단은 나는 조선 시대에 대한 지식 같은 게 없어서 그림 봐도 뭐가 뭔지 모르지만 어디를 건드렸는데 필사적으로 막는다면 그게 허점일 거라 추측하며 이번에는 확실히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말한다. 이때 유단이 이번에 들키면 어떻게 되냐 묻자 백란은 그림 속에 영원히 박제될 거라며, 아까 안 들킨 게 기적이라 평한다. 유단이 괜히 물어봤다고 투덜거리자 태연히 대꾸하며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이겨낼 수 없고 그럴 수 없다면 지금 놓을 거라며 오른손을 들어 소매가 펄럭거리는 걸 보여준다.
“그 마음이 변하지 않는 한, 사악한 것들과 계속 마주칠 수밖에요. 그들은 교활합니다. 한 순간만 판단을 잘못해도 함정에 빠집니다. 위험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습니다. 도움을 요청해도 닿지 않을 수 있고, 운 좋게 닿는다 해도 서로 어긋나기가 쉽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돼?”
“결국 자신한테 달린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인간이 스스로 강해져야 합니다. 인간이 아닌 존재의 호의에 기대지 말고 강해져야 합니다. 그럴 수 없다면, 차라리 지금 놓아 버릴 겁니다.”
유단은 오른손에 뭔가를 숨기는 걸 알아채고 그게 약점이냐 묻지만 백란은 빨리 가라며 유단을 그림 속에 던져버린다. 유단은 거울을 확인하려던 찰나 그동안 석상처럼 가만히 있던 동물들이 시선을 돌리고, 귀신이 왔다는 걸 깨달은 유단은 확인부터 하려 하지만 몸이 강력한 힘에 짓눌려 움직이지 않은 채 귀신이 유단을 붙잡아 자신을 보게 한 뒤 머리카락으로 유단의 다리를 휘감고, 유단은 극심한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어떻게든 가위를 풀고 거울을 잡아 확인하는데 성공한다. 이때 거울에 비친 상을 보고 그제서야 유단은 마루 위에 여자들이 목을 매어 죽어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창밖에서는 군대의 함성 소리와 함께 푸른 병사들이 푸른 배를 타고 몰려오고 있었다.“그럼 어떻게 해야 돼?”
“결국 자신한테 달린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인간이 스스로 강해져야 합니다. 인간이 아닌 존재의 호의에 기대지 말고 강해져야 합니다. 그럴 수 없다면, 차라리 지금 놓아 버릴 겁니다.”
유단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고가 멈추지만, 백란이 이젠 알았으니 나와도 된다고 설명한다. 유단은 온몸이 머리카락에 묶인 걸 깨닫고 끝났다고 슬퍼하면서 백란에게 "난 끝까지 하려고 했어. 정말이야. 호의에 기대지 않았어. 짐을 지우려고 하지 않았어."라 말하고, 백란은 "압니다. 그러니까 제발 좀 그렇게 앞서가지 마십시오."라 말하며 유단을 끌어내자 머리카락이 끊어진다. 백란은 이제서야 오른손으로 유단의 목숨줄의 절반을 쥐고 있었으며 몇 번이고 놓고 싶었다고 푸념하고는, 미리 말하면 지금처럼 방심했을 거 아니냐며 그림 밖으로 데려온다.
유단은 굴러서 벽에 부딪치지만 대나무 발 안의 봉인 덕분에 무사하고, 밖에서는 족자가 날뛰며 사악한 기운이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었고 백란은 명부마도의 무리를 뒤에 거느리며 창을 들고 귀신을 쳐다보았다.[13] 백란은 “서로에게 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일단 보면 붙잡아 버리고 맙니다. 나쁜 버릇이 생긴 겁니다. 아니, 나쁜 것은 그들입니다.”라 읊조리며 목숨줄을 놓자 손바닥에 검게 탄 흔적이 남고, 귀신에게 괘씸함을 느끼며 네 죽음의 진실을 알았다고 쏘아붙이자 귀신은 분노하며 백란에게 덤벼들지만 명부마도의 무리가 시선으로 귀신을 제압하고, 존귀하고 깨끗하다는 이유만으로 죽어야 했던 시대가 있었다며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가 하나라도 틀리면 놓아주겠지만 전부 맞으면 떠나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거래(?)한다.
푸른색 군대는 청나라의 군대라는 뜻으로, 청淸과 청靑은 다르지만 귀신은 바다처럼 푸르고 무서운 군대로 상상하고 있었다. 양반댁 출신의 처녀는 전쟁 중에 일가족이 섬으로 피난을 왔지만 청군이 바다까지 건너자 가문의 남자들은 오랑캐가 어머니와 누이를 겁탈해 가문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것을 두려워해 명예살인으로 처와 딸들을 죽였던 것이다.[14] 귀신은 분노해 글자가 지워져 바닥에 떨어진 부적들을 백란에게 던졌지만, 백란은 손짓으로 가볍게 떨쳐냈다. 족자에 그려진 짐승들의 정체는 아버지와 오라비들이었는데, 허울 좋은 명예에 얽매여 멀쩡한 가족을 죽인 것이 눈이 있는데도 보지 못한 답답한 짐승과 같다 하여 그렇게 된 것이다.[15][* 참고로 족자에서 아버지와 오빠들이 변한 형상인 수탉, 공작, 돼지는 불교에서 탐(애착), 진(분노), 치(어리석음/방관)을 뜻하며 공작새는 명예와 위신에 대한 허영을 상징한다고 한다. #
어머니와 언니들은 모두 목을 맸지만 막내딸만은 살려달라 애원했고, 그들이 뜻을 굽히지 않자 도망쳤지만 붙잡혀서 목이 졸린 뒤 두 오빠는 양팔을 붙잡고 아버지는 천을 들고 왔다. 그러자 유단의 눈에 양반댁 처녀가 죽을 당시의 모습을 보게 된다. 양반댁 처녀가 머리를 풀고 있던 건 규방에서 어머니, 언니들과 함께 머리를 빗느라고 잠시 풀고 빗질을 하던 도중에 아버지와 두 오빠가 방에 쳐들어와서 죽음을 강요한 것이었다. 막내딸만은 여자들만, 그것도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죽어야 하냐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반항했고, 바깥이 점점 소란스러워지자 아버지가 칼을 뽑아서 찔렀다. 하지만 초조한 상황에서 찌른 거라 급소를 피해 어깨를 찔렀고, 조급하게 여러 번 찌른 탓에 단번에 죽지 못하고 고통스럽게 난자당해 죽었다.[16]
내년이면 혼담이 오갈 것이라 하였다.
이번 달 안에는 꼭 모란 자수를 완성하려 했는데. 뒤뜰 장독대에 숨어 사는 늙은 고양이에게는 이제 누가 몰래 먹이를 갖다 주나.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버지는, 그토록 자상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손으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늘 웃음 짓던 오라버니들의 눈은 어째서 저리도 무정한지.
발버둥 치던 손발에서 점점 힘이 빠져나갔다.
너를 위해서다. 너를 사랑하기에 이러는 것이다.
모두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나를 그냥 살게 해주면 안 됩니까.
귀신이 족자 속에서 피눈물을 흘리자 백란은 간절히도 살고 싶었지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죽어야만 해서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미워 무차별 연쇄살인을 저질렀다 동정을 표하면서도 이래서는 안 되며, 이제는 그만둬야 한다는 말과 함께 족자를 내려찍어 귀신을 족자 밖으로 쫓아낸다.[17] 백란은 귀신에게 더 이상 이 세상에 네가 머물 자리는 없다며 쫓아내지만 귀신은 간신히 버티고 있었고, 백란이 창으로 한 번 바닥을 찍어 두 힘이 충돌해 회오리가 일어나 약방의 일부가 부서졌다.이번 달 안에는 꼭 모란 자수를 완성하려 했는데. 뒤뜰 장독대에 숨어 사는 늙은 고양이에게는 이제 누가 몰래 먹이를 갖다 주나.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버지는, 그토록 자상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손으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늘 웃음 짓던 오라버니들의 눈은 어째서 저리도 무정한지.
발버둥 치던 손발에서 점점 힘이 빠져나갔다.
너를 위해서다. 너를 사랑하기에 이러는 것이다.
모두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나를 그냥 살게 해주면 안 됩니까.
귀화는 미스터리로 힘을 발휘하기에 지금의 귀신은 귀화가 아닌 그냥 원귀 A일 뿐이었지만, 유단이 방심하던 찰나 소란 중에 거의 풀려 있던 목도리가 대나무 발 밖으로 삐져나와 귀신이 목도리를 빼앗아 가려고 했다. 유단이 목도리를 붙잡아서 버티다가 목이 졸려 죽을 상황에 놓이고, 이때 복도에서 들어온 나머지 요괴들이 이 광경을 보고 사람을 해치려는 건가 생각하지만 백란은 쫓겨나 도망치는 상황에서 영혼 하나를 데려가는 건 너무 무겁기에 이대로 쫓겨나는 게 원통해서 물건 하나를 뺏어가려는 거라 설명한다.
안 돼.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절대 안 돼. 절대 빼앗길 수 없어.
유단은 죽더라도 뺏길 수 없다며 버텼고, 요괴들은 허둥지둥거리며 백란에게 유단을 살려달라 부탁하자[18] 결국 백란이 대나무발 안에 들어가서 번개를 튕기며 "놓으십시오."라고 언령을 사용하지만 유단은 "절대 잃어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버텼다. 백란은 이대로 목 부러져 죽는 게 잘하는 짓이냐 따지지만, 유단은 죽은 엄마와 지킬 수 있는 약속은 이제 이것뿐이라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자 백란은 어떻게 죽든 자신의 선택이라며 더 이상 참견하지 않겠다 말하면서도, 무릎을 굽히고 앉아 황금빛 눈으로 유단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우리는 그들에게 좀 져줘도 됩니다. 그들이 가장 원해도 결코 가질 수 없는 것을 갖고 있으니까요."라고 말해 유단의 뜻을 꺾는다.그들이 가장 원해도 결코 가질 수 없는 것.
우리는…… 그래도 살아 있으니까.
결국 그 말을 들은 유단은 죽어도 놓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손을 놓고 귀신에게 목도리를 넘겨주었다. 처녀귀신은 거대하고 흉측한 뱀의 형상으로 변해 목도리를 두른 채로 도망치고, 유단은 백란에게 내버려둬도 되냐 묻지만 백란은 저런 염매厭魅는 존재 자체가 지옥이라 오히려 소멸시키는 게 구원이라며 내버려둔다. 하지만 그리 차가운 눈은 아니었다고. 유단은 슬퍼하면서 왜 목도리를 원한 걸까 의아해하자 백란은 목숨 대신 소중한 걸 빼앗아 가려고 했거나 그저 추웠을지도 모르겠다고 추정하며 장지문을 닫는다. 직후 족자에 그려진 귀화가 소멸하고 빈 종이만 남자 도씨에게 넘겨주고, 도씨는 인상을 썼다.우리는…… 그래도 살아 있으니까.
그렇다. 정말 그런지도 모른다.
살아 있다는 건, 어쩌면 가장 좋은 것을 가진 걸지도 모른다.
생각해 봐. 살아 있으니 이렇게 걸을 수도 있고, 바람도 느낄 수 있고, 화창한 봄의 풍경을…….
다음 날, 봄 날씨를 만끽하던 유단은 뒤통수에 뿔이 달린 두꺼비요괴들에게 부딪치고 유단이 집에나 가라고 손을 휘저어 주위에서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당한다. 요괴들은 유단이 목도리를 잃은 걸 안타까워하면서도 안 그래도 올해는 이상고온인데 이런 날씨에 계속 두르다가는 열병으로 죽는다고 뒷담하고, 흑요는 유단을 문화재 파괴자라고 까며 패션이 영 아니던데 진작에 자기 말대로 벗어뒀으면 안 이랬을 거라고 씹어댄다.[19]살아 있다는 건, 어쩌면 가장 좋은 것을 가진 걸지도 모른다.
생각해 봐. 살아 있으니 이렇게 걸을 수도 있고, 바람도 느낄 수 있고, 화창한 봄의 풍경을…….
유단은 그 말에 화를 내면서 들어가고, 유단이 목도리를 두른 걸 보고 백란까지 포함해 다들 크게 놀라며 채설이 순간 목도리가 귀신이 된 거냐고 의아해했지만 진짜인 걸 확인하고는 그 귀신에게서 되찾아온 거냐 감탄하지만 유단은 집에 목도리가 여덟 개 더 남아 있다고 설명한다. 그 말을 들은 흑요는 머리 아홉 달린 뱀이냐 황당해하고, 유단은 잘 잃어버려서 엄마가 많이 만들어줬다고 설명한다. 그 말에 도씨가 화내다가 실수로 찻잔을 쳐서 백란이 들고 있던 책이 차에 젖고, 백란은 여러 개 있는데도 그 난리를 쳤냐며 화를 내며 위층으로 올라가 버린다. 그러자 흑요가 정말 오랜만에 내려온 건데 이게 뭐냐며 당황하고, 유단에게 지금 밖에 벚꽃도 잔뜩 피었는데 무슨 목도리냐며 벗으라고 화내지만 유단은 씹지만 그래도 슬슬 풀 때가 된 것 같다 생각하며 귀화 편은 끝난다.[20][21][22]
어쩔 수 없다. 봄은 항상 남들보다 늦게 오니까.
그렇긴 한데…….
목에 둘둘 감긴 천을 내려다봤다.
역시 좀 더운가? 아마 며칠 내로 풀기는 풀어야 할 것 같았다.
유단은 보풀이 살짝 일어난 천을 아쉬운 듯 쓰다듬으며 눈을 감았다.
그렇긴 한데…….
목에 둘둘 감긴 천을 내려다봤다.
역시 좀 더운가? 아마 며칠 내로 풀기는 풀어야 할 것 같았다.
유단은 보풀이 살짝 일어난 천을 아쉬운 듯 쓰다듬으며 눈을 감았다.
본편에서 유단과 엮인 주요 괴이는 모두 최종보스의 간섭이 있었다는 걸 보면 다른 손님과 달리 유단만 목숨줄이 귀신에게 붙잡힌 건 최종보스의 소행으로 추정되지만 결국 조선시대의 누가 무슨 목적으로 귀화를 그렸고 도중에 누가 한 번 봉인시켰는지, 족자에 있던 처녀귀신의 아버지와 오빠들의 영혼들의 행방은 끝내 맥거핀으로 남았다.[23]
3.1.5. 다섯 번째 이야기 <저승손님>
옛날에 의좋은 어린 형제가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강을 건너다 배가 뒤집혀 형은 죽고 아우만 살았다. 홀로 남은 아우가 베갯잇을 눈물로 적시며 슬퍼하고 있는데, 문득 문이 열리며 형이 걸어 들어왔다. 정다운 얼굴이 생시와 조금도 다름없었으나, 다만 걸음을 옮기는 곳마다 물에 젖은 발자국이 남는 것만이 달랐다. 죽은 형은 그로부터 매일 밤 아우를 찾아와 함께 글을 읽고 어울려 놀았다. 뭇사람들은 이를 알고 매우 놀랐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뚜렷한데 어이하여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저승손님은 상서롭지 않다, 제 아우를 데려가려고 온 것이 틀림없다, 모두 이렇게 말하며 결국 귀신을 쫓는 방책을 써서 형의 혼령을 멀리 쫓아 버렸다. 이를 안 아우는 피를 토하듯 슬퍼했으며, 그대로 일어나지 못하고 얼마 안 돼 죽고 말았다. 『기문기이奇聞奇異』 |
웹소설 17~20화, 웹툰 17~19화
저승손님 편은 후에 밝혀질 유단과 백란의 관계를 은유한 것이기도 하다.
3.1.6. 여섯 번째 이야기 <신거무 장터>
옛날 어느 노부부가 백일치성을 드려 겨우 자식을 얻었다. 그런데 태어난 아기는 거미를 닮은 괴물이었다. 사람들은 이 아이를 신거무라 불렀다. 신거무는 천하장사였으나 모두 그를 피하고 따돌리기만 했다. 그러자 신거무의 성정은 점점 난폭해져, 조금만 거슬려도 사람을 파리 잡듯 죽이게 되었다. 특히 새 현감이 부임해 오면 그날 저녁에 바로 죽여 버리곤 하였기에, 아무도 현감으로 내려오려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낙향해 있던 정승의 아들이 이 소문을 듣고……. 『위림한화葦林閑話』 |
웹소설 21~24화, 웹툰 20~25화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움트게 하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으며…….」[24]
유단에게 있어서 어머니는 "살아있었다면 더 많은 걸 해줄 수 있었을 텐데"라는, 무언가를 해주고 싶고 지키지 못한 사람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백란이 신거무 장터 편에서 첫등장할 당시 우산을 쓰고, 어머니의 혼령이 양산을 쓴 채 나타난 것은 어머니는 "지키고 싶었던 존재", 백란은 "앞으로 지킬 존재"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3.1.7. 어느 날의 이야기 <청명>
웹소설 25화, 웹툰 26~27화3.2. 2권
3.2.1. 첫 번째 이야기 <그믐밤의 귀녀>
웹소설 26~27화, 웹툰 28~30화3.2.2. 두 번째 이야기 <영혼식당>
……어머니의 몸은 꼬챙이 같았는데 배만 불룩했으며, 목구멍은 바늘구멍이라 물 한 모금 제대로 넘길 수 없었다. 어쩌다 밥을 움켜쥐어도 순식간에 불덩어리로 변해 이글이글 타올랐다. 어머니는 창자를 쥐어짜는 허기를 견디지 못하고 그 불덩어리를 허겁지겁 삼켰다. 이 참혹한 모습에 목련존자는 대성통곡했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 이것이 어찌 된 일이옵니까?” 부처는 대답했다. “네 어머니는 생전에 악업을 너무 많이 쌓았다. 그리하여 절대 채워지지 않는 허기에 영원토록 고통받는 아귀餓鬼가 되어 버린 것이다.” 『목련존자전木連尊者傳』 |
웹소설 28~32화, 웹툰 31~36화
3.2.3. 세 번째 이야기 <곡두기 놀이>
이것은 내가 영천에 머물 때 실제로 본 이야기다. 어느 날 마을 아이 하나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온 마을 사람이 횃불을 들고 찾아 나섰으나 도무지 행방을 알 수 없었다. 부모가 식음을 전폐하고 하늘에 빌기를 몇 달. 문득 하늘에서 아이의 잘린 머리채가 툭 떨어졌다. 머리를 땋은 모양새며 댕기의 빛깔이, 사라지던 날 아침에 매만져준 그대로였다. 아이 부모는 통곡했으나, 아이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청허문집淸虛文集』 |
웹소설 33~38화, 웹툰 37~
3.2.4. 네 번째 이야기 <바람의 소원>
나의 숙부는 소싯적부터 별난 언행을 자주 보여 이인異人이라 불렸다. 한 번은 무등산에 유람을 가자고 하여 따라나섰다가, 민가에서 하룻밤 묵게 되었는데, 집주인을 보더니 “저자가 많은 목숨을 해치겠구나.” 하며 즉시 짐을 챙겨 일어났다. 의아하게 생각하며 따라나섰는데, 다음 마을에 닿기도 전에 소문이 들려왔다. 그 집주인의 여식이 어느 향촌 양반에게 희롱을 당하자, 격분한 그자가 도끼를 들고 양반 일가를 모조리 찍어 죽인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사가 벌어졌다는 것이었다. 기이하게 생각하고 숙부에게 묻자, 숙부는 그자에게서 죽은 자를 싣고 가는 황천의 수레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본즉, 한 번에 많은 사람이 죽으니 저승차사도 오랏줄로 전부 포박해 갈 수가 없어서 수레를 끌고 온 것이 아닌가 하여, 급히 그 자리를 피했다는 것이었다. 『구암유초丘岩遺草』 |
웹소설 39~42화, 웹툰
3.2.5. 다섯 번째 이야기 <등나무꽃 아가씨>
신라 제24대
진흥왕 때,
서라벌 점량부에 홍화와 청화라는 아름다운 자매가 살았다. 두 자매는 공교롭게도 어느 늠름한 낭도를 똑같이 사모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꿈에도 모르다가, 전쟁터에 나가는 낭도에게 꽃을 바치러 가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홍화와 청화는 서로를 위해 애써 낭도를 잊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낭도가 전사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자매는 그를 잊기로 한 것도 잊고 큰 슬픔에 잠겨 연못에 몸을 던졌다. 하지만 그것은 헛소문이었다. 화랑이 되어 돌아온 낭도가 연못가로 달려갔을 때, 그 자리에는 두 그루의 등나무가 서 있었다. 한 나무에는 홍화처럼 붉고도 화사한 꽃이 피어 있었고, 다른 나무에는 청화처럼 푸르고도 단아한 꽃이 피어 있었다 『연춘집年春集』 |
웹소설 43~45화, 웹툰
3.2.6. 여섯 번째 이야기 <도원향>
옛날 어느 나무꾼이 산에서 나무를 하는데 사슴 한 마리가 나타났다. 나무꾼은 사슴을 뒤쫓아 어두운 동굴로 들어갔다. 뜻밖에도 그곳은 굴이 아니라 복숭아꽃이 우거진 별천지였다. 마을 사람을 붙잡고 이곳이 어디인지 묻자 ‘도원향桃園鄕’이라 하였다. 그들은 먼 옛날에 환란을 피하여 이 마을로 들어왔는데, 지금까지도 불로불사하며 신선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무꾼은 그곳에서 꿈결 같은 환대를 받고 돌아와, 가족들을 데리고 다시 도원향으로 향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두 번 다시 그곳을 찾을 수 없었다. 『만유원담萬有原談』 |
웹소설 46~49화, 웹툰
3.2.7. 어느 날의 이야기 <시우(時雨)>
웹소설 50화, 웹툰자전거를 타고 가다 세우고는 봄이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더운 거냐며, 흐리지만 이상하게 푹푹 찌는 날씨가 제일 싫다고 속으로 욕한다. 미지근한 물을 마시며 길 건너편을 보다가 우연히 조그만 털복숭이 요괴 한 마리가 수풀에서 삐져나와 쓰레기통을 뒤지던 다른 요괴에게 우산을 건네주고, 다른 요괴가 삿갓을 꺼내거나 다른 조그마한 것들이 우산을 펴드는 광경을 본다. 이상함을 느낀 유단은 하늘을 보다가 어느 순간 구름이 시커멓게 변해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비가 세게 퍼붓자 급히 자전거를 돌리고, 갑자기 쏟아진 비 때문에 가게들도 소란스러워진 상황에서 반월당으로 들어간다. 비를 상당히 많이 맞았는지 재채기를 하고는 이러다가 감기 걸리는 건 아니냐 걱정했다가 쌍둥이가 주술로 물기를 말려준 덕분에 좀 나아졌다. 오늘 일기예보에 비 온다는 말 없었다고 푸념하는데, 쌍둥이 말에 따르면 오늘은 평소보다 손님이 없다고. 비가 그치지 않는 상황에서 주변을 둘러보다 우연히 삽화가 살아 움직이는 옛날 중국 소설을 발견하는데, 다름 아닌 수호전이었다.
쌍둥이는 눈을 빛내며 수호전을 읽어보라 추천하다가 채설이 엔딩에서 전부 죽는다는 스포일러를 해버리고 일장청(一丈靑) 호삼랑(扈三娘)을 추천한다. 그러자 채우는 소이광(小二廣) 화영(花榮)이 제일 멋있다며 서로 말싸움을 하고, 급기야 자기가 치운 물건들을 던져가며 싸우는 병림픽을 펼친다. 당황한 유단은 도씨에게 말려보라 말하지만 도씨는 지다성(智多星) 오용(吳用)이 제일이라며 오용의 일화를 들려주는 스포일러를 하고 쌍둥이는 갈수록 격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러다 도자기를 깨뜨리는 사고를 쳐서 흑요를 달려오게 만들고, 상황을 파악한 흑요는 부엌에서 도끼 한 쌍을 들고 와 흑선풍(黑旋風) 이규(李逵)가 제일이라며 쌍도끼를 휘두른다.
어찌어찌 물건들을 치워서 상황이 정리되자 흑요는 유단을 노려보고, 유단은 나는 스포일러당한 것밖에 없다고 항의하자 흑요도 안다며 오늘만 문을 여는 가게에서 살 게 있다며 짐꾼으로 부리겠다 말하자 유단은 처음에는 항의하지만 쌍도끼로 협박하자 결국 따라간다.
흑요와 말싸움을 하며 걷다가 개를 데리고 가는 여학생들을 보는데, 비옷을 입은 하얀 강아지가 유단과 눈이 마주치자 인사해준다. <저승손님> 편에서 저승손님으로 온 귀신 소년이 귀여워한 그 백구로, 새로 입양간 집에서 잘 적응한 것이었다. 흑요가 어리둥절해하자 아무것도 아니라며 넘어간다.
다음에는 한강에서 본 어떤 남자가 그때는 너무 화가 나서 그를 차로 치어 죽이고 싶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며 계속 그렇게 살라고 투덜거리는 말을 듣는다.
다음에는 맞은편에서 <넋도둑> 편에 나왔던 남매를 보는데, 촐싹대는 어린 동생을 보고 여고생 누나가 초조해하자 아이는 저번에 엄마 아빠 학술대회 갔을 때 자기 잃어버려 울었던 거 다 봤다고 놀리자 여고생이 화낸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보이는데, 이 모습을 본 흑요는 상황을 깨닫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다음에는 한 부부와 어린 딸이 나오는데, 이때 <곡두기 인형> 편의 납치당한 아이 이름이 혜지라는 게 밝혀진다. 혜지의 부모는 아이가 돌아온 것에 감격한 모습을 보이는데, 혜지는 어린아이라 그런지 황금색 여우가 술래잡기할 때 옆에 있어 줬다고 제법 많이 기억하고 있었다.[25] 혜지는 사막여우 인형이 자신이 기억하는 여우와 다르게 생겼다고 말하면서도 사막여우 인형을 꼭 들고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본 흑요는 조용히 웃었다.
그 뒤 작은 천막에 작은 초롱등불을 단 포장마차를 발견한 흑요는 사 가지고 나올 테니 기다리라며 유단을 두고 가고, 그 뒤 <액받이> 편에 나온 요괴가 자기 친구와 대화하면서 푸념하는 모습이 나온다. 액구슬을 넘긴 뒤부터 유독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 앞가림하기도 바쁘다며, 그때 그 인간이 원귀가 되어 달라붙은 게 아닌지 의심스러우니 용한 무당 찾아가서 굿 하는 게 낫겠다나. 요괴는 우산에 가려진 유단을 알아보지 못하고 목발을 쥔 채 걸어가는데, 존댓말을 하면서 움츠러든 모습을 보면 그사이 많이 고생한 모양이다.[26]
이후 포장마차에서 커다란 비닐봉지를 두 개 들고 흑요가 밖에 나왔다가, 흑요는 깜빡한 게 있다며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유단은 우산을 들고 서있다가 어느 건물 1층 현관에서 한 아이를 발견하는데, 그 아이는 비에 젖은 상태에서 목도리만큼은 젖는 게 싫다며 둘둘 말아서 품에 끌어안고 있었다.
왜 비가 오는 거야.
아이는 그런 표정으로 땅바닥을 노려봤다.
비도 싫고, 다들 우산을 쓰고 가는 것도 싫고, 집에 돌아가면 아무도 없는 것도 싫고. 그래서 저렇게 아무도 없는 곳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던 날. 일 년에 몇 번씩 소나기가 내릴 때마다, 지겹도록 반복되던 기억.
유단은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라 아이를 한참 바라보다 아이에게 우산을 건네주고, 아이는 처음에는 주저하다 우산을 받고 감사를 표한 뒤 들고 떠난다. 흑요가 유단이 비에 젖는 걸 보고 우산을 유단에게 씌워주고, 유단이 뭘 잊었냐 묻자 흑요는 카레 가루라 설명하고 둘이서 반월당으로 돌아간다.아이는 그런 표정으로 땅바닥을 노려봤다.
비도 싫고, 다들 우산을 쓰고 가는 것도 싫고, 집에 돌아가면 아무도 없는 것도 싫고. 그래서 저렇게 아무도 없는 곳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던 날. 일 년에 몇 번씩 소나기가 내릴 때마다, 지겹도록 반복되던 기억.
3.3. 3권
3.3.1. 첫 번째 이야기 <숨골>
북쪽의 깊은 바다에 한 물고기가 있는데 그 이름을 곤鯤이라 한다. 곤은 그 크기가 몇 천 리인지 알 수가 없다. 곤이 변하여 새가 되는데 그 이름을 붕鵬이라 한다. 붕의 등은 그 크기가 몇 천 리인지 알 수 없다. 힘껏 날아오르면 그 날개는 하늘에 드리운 구름 같다. 이 새는 바다가 요동치면 남쪽의 깊은 바다로 옮겨가는데, 그 바다를 천지天池, 하늘의 못이라 한다. 『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 |
웹소설 51~53화, 웹툰
3.3.2. 두 번째 이야기 <여름의 그림자>
계축일에는 날이 맑고 무더웠다. 오전에 무경이 찾아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문득 밖이 소란하여 내다봤더니 마을 사람들이 놀라 떠들고 있었다. 윗마을의 한 여인이 평소 다툼이 있었던 이웃집 노파를 찔러 죽이고 관아로 압송되어 갔다는 것이다. 그르매에 씐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왔기에 괴이쩍게 여기고 여러 사람에게 자세히 물었다. 들은 것을 여기에 정리한다. 그르매란 본디 그림자를 뜻하는 토속어지만, 어떤 잡귀를 가리키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것은 그림자가 또렷해지는 여름에 잘 나타난다. 그림자를 잡아먹고 대신 그림자가 되어 이상한 형상을 지어내며 사람을 홀린다. 그르매에 씐 사람은 사리 분별을 잃고 제멋대로 행동한다. 남의 집 부엌에 들어가 밥을 훔쳐 먹거나, 의복을 벗어던지고 괴성을 지르며 춤을 추거나, 평소 앙심을 품었던 자에게 해코지하기도 한다. 『중용』에 이르기를 ‘행불괴영行弗愧影’이라 하였다. 홀로 다녀도 스스로 자신의 그림자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그르매에 대한 것은 촌부들이 떠드는 허황된 이야기라 할지 모르나, 공교롭게도 옛 성현의 말씀과 통하니 어찌 사사로이 넘길 수 있단 말인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도록 마음을 갈고 닦아야 한다는 가르침으로 삼을 만하다. 『백사일록白沙日錄』 |
웹소설 54~58화, 웹툰
3.3.3. 세 번째 이야기 <단 하나의 하늘빛>
도기의 빛깔이 푸른 것을 고려인은 비색翡色이라 칭한다.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圖經』 고려의 비색은 천하제일이다. 『수중금袖中錦』 |
웹소설 59~62화, 웹툰
다른 에피소드와 달리 국립중앙박물관을 배경으로 한다.
이른 아침 병원에서 환자복을 입고 링거 주사기를 꽂은 귀신이 자동차를 통과해 차도를 건넌 뒤 길가에서 주사기를 벗어 던지고 홀가분하게 사라졌다. 유단은 그 광경을 본 뒤 학교에서 고려시대 문벌귀족에 대한 설명을 듣지만, 날도 덥고 수업이 하도 지루했던 탓에 학생들은 대부분 졸았고 선생님조차 지루해하고 있었다. 창밖을 쳐다보던 유단은 어느 구름이 여우 머리같이 생겼다는 감상을 품고, 한동안 과제부터 집 정리까지 바빠서 반월당에 못 갔음을 떠올린다. 수업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하도 공부를 안 해서 집중은 당연히 1도 안 됐고, 다시 여우 머리같이 생긴 구름을 보면서 '하얀 여우'를 떠올린다. 고대인은 천호가 처음 나타났을 때 너무 눈부셔서 흰 여우인 줄 알아 백란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는 말을 떠올리가 10년 전에 본 흰 여우의 환영을 떠올린다.
신거무 장터에서 인랑이 보여준 괴물의 모습에 겁먹자, 백란은 그날 그곳에 자신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걸 듣자 머릿속에 어떤 장면이 떠올랐다. 어둠을 밟고 내려와 괴물 앞을 막아섰던 새하얀 여우. 아홉 꼬리가 달린 거대한 여우.
백란은 나중에 그게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상했다. 천호는 황금빛이 아닌가. 백란의 말을 듣고 자신이 지어낸 것이었다면 당연히 황금색 여우를 상상해야지. 하얀 여우라니, 천호를 처음 본 고대인의 목격담과 똑같지 않나?
혹시 그건 자신이 만들어낸 기억이 아니라 실제로 봤던 장면이 아닌가. 아무런 사전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천호를 처음 보고 새하얗다고 착각한 게 아닌가.
유단은 학교가 끝나자마자 반월당으로 달려갔지만, 정작 백란은 약방에서 뻗어 있었다. 이걸 보고 황당해한 유단은 천벌 받았냐 물어보지만, 그르매 사건 때 오랜만에 햇볕을 쐬어 더위 먹어 쓰러진 것이다. 유단은 30분도 안 됐는데 그거 가지고 저러냐고 황당해하지만 백란은 인간들이 오존층을 너무 파괴해서 유해 광선이 심해졌기 때문이라 투덜거리지만, 백란이 마지막에 대낮에 나왔을 때가 1945년 8월 15일(...)[27]이라는 말을 듣자 유단은 그냥 심각한 운동 부족이라고 깐다. 너무 방구석 폐인으로 사는 거 아니냐고 하자 백란이 폐요라고 정정하는 건 덤.백란은 나중에 그게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상했다. 천호는 황금빛이 아닌가. 백란의 말을 듣고 자신이 지어낸 것이었다면 당연히 황금색 여우를 상상해야지. 하얀 여우라니, 천호를 처음 본 고대인의 목격담과 똑같지 않나?
혹시 그건 자신이 만들어낸 기억이 아니라 실제로 봤던 장면이 아닌가. 아무런 사전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천호를 처음 보고 새하얗다고 착각한 게 아닌가.
백란은 천것들이나 밖에 나가는 거라고 뻗댔지만 유단은 그래서 고상하게 더위나 먹은 거냐며 운동이나 시키라고 요괴들을 닦달한다. 평소와 달리 요괴들은 솔직히 이번에는 유단의 말이 맞다며 운동 좀 하라고 동의하고,[28]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될 뿐이라고 늘 말하지 않았냐고 도씨가 강조하자 백란은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무시한다.
요괴들은 유단이 괴이 때문에 온 거라면 한동안 무리니까 돌아가라고 했지만, 유단은 백란은 분명 황금색 여우인데 눈이 여덟 개 달린 괴물이 사람들을 죽이던 사건 당시 본 환영은 흰 여우의 형상이었다고 물어본다. 그 말을 들은 백란은 평소에 물어보면 대답을 못하더니 이번에는 말이 술술 나오냐고 놀라고, 유단도 그걸 깨닫고 다시 말하려고 하지만 천안이 격통을 느끼고 말이 막힌다. 백란은 책도 못 읽고 이렇게 누워지내다가는 진짜로 쇠약사할 것 같다 투덜거리고 쌍둥이도 간호하다가 지쳐서 쓰러진다.
도씨는 백란에게 햇볕 적응시킬 겸 주말에 한번 한강변에 유단과 갔다 오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고, 유단은 숙제 때문에 박물관 가야 한다고 거부했지만 오히려 그 말을 들은 백란과 요괴들이 솔깃해하더니 백란이 박물관에 가보고 싶어한다. 그 말을 들은 유단은 가고 싶으면 그냥 갈 것이지 왜 하필 내 숙제에 따라오겠다는 거냐고 항의하지만 요괴들은 거긴 인간들 눈치가 너무 보여서 요괴만 가면 부담스럽다고 기각하고, 결국 백란이 이전에 유단이 그르매에게 홀려서 칼 들고 협박한 것 때문에 스트레스로 쓰러졌다고 협박하자 결국 받아들인다.
결국 주말이 되자 이걸로 그르매 건에 대해 딴소리 못하게 확답을 받고 백란, 쌍둥이와 함께 나가지만 하필이면 이들의 변장이 너무 범죄자 같아서(...)[29] 마스크는 벗기고 데려간다. 도씨와 흑요는 가게 지킨다고 가게에 남았고, 유단은 백란을 안 데려가려던 건 백란이 평소에 유단을 하도 괴롭히다 보니 방해가 되어서였지만 오늘은 컨디션도 안 좋으니 괜찮을 거라 판단한다. 이참에 백란을 유해 광선에 적응시키기 위해 지하철이 아닌 버스를 선택하고, 제법 거리가 있는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간 뒤 버스에 가서 4명분의 교통비를 유단이 다 낸다. 백란이 햇볕 안 들어오는 구석에 가자 잡아서 햇볕이 잘 쏘이는 창가로 옮기고, 쌍둥이도 이번에는 유단의 편을 든다.
유단이 평소 골동품을 그리도 쌓아두면서 왜 박물관에 흥미를 가지냐 묻자 백란은 "자기 보물 백 개보다 남의 보물 한 개가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도둑놈 같은 대사에 유단은 나까지 빨간 줄 긋게 하지 말라 까고, 백란은 박물관의 진짜 구경거리는 따로 있고 혼자 볼 거라고 의기양양해한다. 이 와중에 손으로 햇볕을 가리자 내리게 한 건 덤. 그렇게 차도 막혀 가며 국립중앙박물관에 도착하고,[30] 요괴들은 일부러 박물관을 조사 안 해서 신기해한다.
유단은 박물관 건물 바깥은 대충 조사해서 설명해주고, 안은 귀찮아서 안 했다고 설명한 뒤 박물관 안에서 어느 때처럼 사건에 말려들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미리 싸둔 도시락을 들어가기 전에 먹는다. 백란은 배 안 고파서 그냥 안 먹었지만. 박물관 안에 있는 보안요원들을 보고 백란과 쌍둥이는 정체 들키는 거 아닐까 은근히 쫄고, 채설이 갑자기 어디로 사라져서 당황하지만 채설은 안내판을 보고는 '요괴 입장금지'는 없다고 안도한다.
전시실에서 채우는 골동품 카메라로 막 찍고(...) (원래 이러면 안 된다) 유단은 귀찮아서 대충 구석기 시대 주먹도끼를 보고는 저거 할까 하면서 백란에게 너 썼냐고 묻자 백란은 설명서 안 보냐고 깠다. 쌍둥이가 신석기 시대의 유물들을 보면서 신기하다고 떠들어대자 다른 걸로 할까 해서 더 둘러보다 추천경과 비슷한 느낌을 자아내는 청동기 시대 청동 거울을 잠깐 보고, 그르매에게 씌었을 때 이층 창고에서 뒤진 물건들과 닮았다고 평한다.
고구려 금관 장식이 백란이 가지고 있는 황금 단도와 비슷해 보여서 고구려 출신이냐고 묻지만, 백란은 대단히 불쾌해하면서 신라로 정정한다. 외국에 나가서 중국인이나 일본인 취급 당하는 느낌이라고.[31] 그 말을 들은 유단은 고구려와 백제 망한지가 언젠데 아직도 저러냐고 의아해하고, 신라실에 가보고 싶냐고 물어보자 백란은 좋은 추억이 없다고 그건 그것대로 정색한다.
유단은 신라실에 황금 유물이 많은 걸 보고 신라가 황금의 나라라 불렸다더니 황금색 여우인 백란과 잘 어울린다 평하고, 백란은 심드렁하게 구경하다 말 탄 사람 모양의 토기를 보고는 옛날 일을 떠올리더니 도깨비 모양의 화살집을 보고는 신이 나서 말투까지 바꿔가며 옛날 일을 자랑하다[32] 일반인 관람객들의 눈총을 샀다.(...) 괴이라서 관람객들이 백란을 잊어버릴 거라 망정이지...
결국 셋은 그냥 모르는 척하는 게 낫겠다며 백란을 혼자 두고 나가버리고, 채설은 백란이 싫어할 줄 알았고 채우는 좋아할 줄 알았다고 돈 걸고 내기했는데 채우가 이겼다며 채설이 돈을 준다. 유단은 말하는 걸 보면 쳐다보지도 않을 줄 알았는데 유물 다 버린 거 아니냐 묻자 채우는 버린 게 아니라 잃어버린 거라고 정정한다. 유단은 이전에 쌍둥이가 백란 덕분에 목숨을 부지했다는 일에 대해 물어보자 쌍둥이는 다음에 설명하겠다며 패스하고, 백란이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아 초조해하다 백란이 나오자 유단은 결국 떠들어서 쫓겨난 거냐 묻지만 백란은 재미 없어서 금방 나왔다고 대답한다.[33] 유단과 쌍둥이가 신라실에서 나온 덕분에 고려와 조선 파트는 그냥 생략했다고.
이후 2층의 기증관에 올라가서 오래된 도자기들을 보던 쌍둥이는 혹시 도씨의 친척도 있을지 모른다며 카메라로 찍고, 백란은 전시대 앞에서 책 펼쳐진 부분을 읽고 있었다. 이걸 본 쌍둥이는 백란을 데리러 가고, 유단은 2층에는 사람이 없어서 요괴들을 방치하고 숙제거리를 찾다가 박물관의 사물령들이 유단의 천안을 보고 신기해하는 목소리를 듣는다. 유물들이 유단을 구경한답시고 막 흔들리자 유단이 자신의 기로 유물들을 눌러놓고, 나무 인형들이 마음에 들어서 이걸로 할까 했다가 상여에 꽂는 데다 쓴 걸 알고 기각하려던 찰나 나무 인형을 비롯한 유물들의 안에서 영혼 같은 게 빠져나가 위층에 올라가는 것을 보고 놀라 요괴들에게 간다.
백란은 서예실에 걸려 있는 붓글씨와 탁본들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유단의 설명을 듣고 사물령이 본체를 오래 떠났다가는 그 물건이 소멸해 버리기 때문에 빨리 되돌려 놓아야 한다며 사물령이 떠난 3층으로 올라간다. 일본실과 중국실의 사물령도 올라갔는데, 중국실에 있던 증장천왕增長天까지 올라가는 걸 보고 긴장한다. 그나마 괴이 현상 때문에 사람들이 위층에 안 와서 다행이었다고. 3층에 올라가자마자 사물령들이 덤벼들려 하자 백란이 창을 꺼냈지만 너무 눈부셔서 유물들이 망가질 뻔하자 집어넣는다.[34]
사물령을 때렸다가는 본체까지 망가지기 때문에 백란은 네 눈의 힘으로 대충 쫓아내라면서 유단의 뒤로 숨고, 유단이 눈싸움을 하면서 시간을 벌지만 백란은 더위 먹은 후유증 때문에 머리 아프다고 어지러워하다가 유단의 핸드폰을 가져가서는 비밀번호를 풀고 얼마 전에 호기심으로 멋대로 설치한 모기 퇴치음을 켠 뒤 주술로 영들이 싫어하는 소리를 만들어 극대화시키는 것으로 물러나게 만든다. 사물령들을 일단 쫓아낸 뒤 확인해 보니 청자실에서 고려시대 도공 귀신이 도공일을 하고 있었다.[35]
도공은 아까 사물령들 때문에 자신이 죽어서 무간지옥에 온 걸로 착각하고 있었는데, 고려시대 도공 귀신은 옛날 송나라에 가서 송나라 청자를 보고 자기 이상과 다르다며 자신만의 이상적인 청자를 만들기 위해 평생 노력하다가 완성하지 못하고 죽은 귀신이었다. 중국 현장에서 이게 무슨 최고의 청자냐고 소리 질렀다가 당연히 현장에서 쫓겨났고 스승에게서도 욕먹고 쫓겨났다고.[36]
아까 사물령들은 도공의 집념에 이끌려 온 것이었고, 도공은 유단 일행도 죽어서 지옥에 온 자들인 줄 알았지만 백란은 그가 죽을 때 눈이 심하게 망가져서 귀신이 된 뒤에도 앞이 거의 안 보인다는 것을 간파한다. 백란은 쌍둥이를 시켜 그의 시력을 회복시켜 주고, 시력이 돌아온 도공은 자신이 추구하던 이상의 청자가 박물관에서 여러 개 전시된 광경을 보고 자신의 꿈이 이루어졌다며 기뻐하며 사라진다. 이 도공은 이 박물관에 있던 고려청자 중 가장 오래된 고려청자에 깃들어 있었다는 것으로 보아 죽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만든 청자는 성공했지만 눈이 망가져서 인지하지 못하고 사물령으로 깃들어 버린 모양.[37]
박물관 직원이 시간 다 되었다며 나가라 해서 나오고, 백란이 더위 먹은 게 다 나은 걸 확인한 유단은 혹시 박물관 귀신을 보러 온 거 아니냐고 추궁하지만 백란은 스무스하게 넘기면서 숙제를 추궁하고,[38] 쌍둥이는 유단이 청자 이야기 썼다가는 어디서 판타지를 쓰냐며 까일 게 뻔해서(...) 쌍둥이가 미리 사진으로 찍어 둔 주먹도끼로 정한다.
결국 유단의 예상대로 박물관에서 생고생한 덕분에 배는 다 꺼졌고, 유단이 아까 소란 속에서 폰을 잃어버려서 백란이 거짓말로 유단을 욕하다가 쌍둥이에게 까이자 결국 백란이 박물관으로 갔지만 이미 시간이 다 지나서 결국 다음 날에야 돌려받을 수 있었다. 유단이 입구를 나왔다가 해외교포같이 생긴 노인들을 보고, 노인들이 불교회화실을 묻자 모른다 대답하고 헤어진다. 그런데 「반세기 만의 귀환-국외 유출 조선불화 ‘칠성도’ 특별 전시」라는 포스터에 그려진 일곱 명의 나이든 신의 모습이 아까 노인 관광객들과 닮았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돌아가서 주차장에서 헤매고 있던 노인들에게 박물관의 방향을 가르쳐준다. 일반인들은 노인들을 인식하지도 못했고, 노인들은 간만에 돌아왔더니 동네가 많이 변했다,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다는 감상을 남겨서 유단이 황당해하고[39] 불교회화실의 위치를 찾아서 가르쳐준 뒤 노인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인간이 정말로 정성을 다하면, 예술품에도 영혼이 깃든다.
라는 말을 떠올리고 박물관을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3.3.4. 네 번째 이야기 <기린몽>
태종 무열왕의 왕비
문명왕후 김씨는
김유신의 누이다. 왕후가 되기 전, 그녀의 언니인 보희가 꿈에 서원산 정상에 올라 소변을 보니 서라벌이 온통 잠겼다. 잠에서 깨어 동생에게 그 이야기를 하자 문명은 농담 삼아 언니의 꿈을 사겠다며 비단치마로 그 값을 치렀다. 그 후에 김유신은 무열과 축국 놀이를 하던 중 일부러 그의 옷끈을 발로 밟아 찢었다. 유신은 자신의 집이 가까우니 거기 가서 끈을 달자고 하였다. 술을 대접한 후 보희를 불러 바느질을 시키려 하자, 보희는 이런 사소한 일로 가벼이 귀공자를 가까이할 수 없다며 사양하였다. 이에 문명이 와서 끈을 달았다. 무열은 아름답고 고운 문명이 마음에 들어 그녀를 부인으로 맞아들였다. 이윽고 아들을 낳으니 법민이라 하였는데, 나중에 문무왕이 되었다. 『성호선생전집星湖先生全集』 |
웹소설 63~66화, 웹툰
3.3.5. 다섯 번째 이야기 <빗속의 사자>
승려 혜통惠通은 가문의 내력이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다. 어느 날 그는 집 동쪽의 시냇가에서 놀다가 수달 한 마리를 잡아 그 뼈를 동산에 버렸다. 이튿날 아침 그 뼈가 사라졌기에 핏자국을 따라 찾아갔더니, 수달의 뼈는 자신이 살던 굴로 돌아가 다섯 마리의 새끼를 안고 웅크리고 있었다. 그는 이를 보고 한참 동안이나 놀라워하며 이상하게 여겼다. 감탄하기도 하고 어찌할 줄을 모르다가 문득 속세를 버리고 출가하여 이름을 혜통으로 바꾸었다. 『 삼국유사三國遺事』 |
웹소설 67~69화, 웹툰
3.3.6. 여섯 번째 이야기 <귀명부>
서평부원군西平府院君 한준겸韓浚謙 공의 친척은 귀신을 부릴 줄 알았다. 그가 책을 한 권 꺼내어 귀신들의 이름을 불러 점검하면 귀신들이 떼를 지어 들어와 죽 늘어서서 절을 하며 복종하였다. 그러면 그는 인간 세상에 해를 끼친 귀신들을 찾아 벌을 주었다. 그가 가진 신비한 책은 본래 산사에서 만난 노승에게 물려받은 것으로, 귀신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명부라고 하였다. 『천예록天倪錄』 |
웹소설 70~73화, 웹툰
3.3.7. 어느 날의 이야기 <비나리>
웹소설 74~75화, 웹툰3.4. 4권
3.4.1. 첫 번째 이야기 <오뉴월 손님>
경남 양산에 송 아무개라는 자가 살았는데, 어린 딸이 울 때마다 자꾸 그러면 저승사자에게 시집보내겠다고 농을 했다. 그 딸이 장성하여 혼처를 알아보던 중, 사모관대 차림의 새신랑이 홀연히 찾아와 딸을 달라고 했다. 사람이 아님을 알고 놀라 내쫓으려 했으나, 신랑의 앞을 막는 자는 모두 뻣뻣하게 굳어 쓰러졌다. 딸은 울면서 새신랑을 따라갔다. 그 후로 그는 두 번 다시 딸을 보지 못했다. 『요이기妖異記』 |
웹소설 76~78화, 웹툰
3.4.2. 두 번째 이야기 <칠석야의 연인>
아득히 먼 견우성. 찬란히 빛나는 직녀성. 곱디고운 흰 손을 들어 찰칵찰칵 베를 짜네. 종일 짜도 끝이 없어 눈물만 비 오듯 흐르네. 맑은 은하수 깊지도 않건만 서로의 거리 멀지도 않은데 찰랑찰랑 강물을 사이에 두고 하염없이 바라만 보네. 『문선文選』 |
웹소설 79~82화, 웹툰
3.4.3. 세 번째 이야기 <인어전설>
황해도 장연진 아랑포에서는 해무가 자욱하게 깔리고 난 후면 어김없이 인어가 몇 마리씩 잡히곤 했다. 인어는 얼굴이 미인처럼 아름다웠으며 지느러미는 투명하고 옥처럼 빛이 났다. 어부들은 인어를 잡으면 해신이 노한다 하여 바다에 도로 놓아주었다. 그런데 한 번은 박남이라는 어느 어부가 사또의 친척인 김을귀에게 남몰래 인어 한 마리를 팔았다. 김을귀는 인어를 자기 집 연못에 풀어 기르려 했으나, 며칠 후 인어의 구름 같던 머리칼이 모조리 빠지고 곱던 얼굴이 추악하게 변하더니 죽어 버렸다. 박남은 이 일로 끌려가 곤장을 맞았다. 그 후로 아랑포의 어부들은 아무리 값을 후하게 쳐줘도 인어를 팔지 않았다. 『우몽산고友夢散稿』 |
웹소설 83~87화, 웹툰
3.4.4. 네 번째 이야기 <귀신의 신부>
옛날 어느 벼슬아치가 외동아들을 잃고 깊은 슬픔에 잠겼다.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도승이 죽은 아들로부터 자손을 보는 사자생손死者生孫의 명당을 알려주었다. 도승은 무덤에 은장도 한 자루도 같이 묻으라고 일렀다. 어느 날 사또의 딸이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다가 한 남자를 만나 은장도를 받고 그로부터 얼마 후 임신을 하게 되었다. 사또는 가문에 먹칠을 했다며 딸을 죽이려 했다. 딸은 부친에게 은장도를 보여주며 눈물로 호소했다. 차마 딸을 죽일 수 없었던 사또는 은장도의 주인을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이 소식을 알게 된 벼슬아치는 한달음에 달려가 며느리와 손주를 만났다. 사람들은 이를 죽은 나무에서 꽃이 핀다는 ‘고목생화枯木生花’의 미담이라며 널리 칭송하였다. 『각수집覺睡集』 |
웹소설 88~91화, 웹툰
3.4.5. 다섯 번째 이야기 <인생 카메라>
예종 9년 3월 초하루 정축일. 개경 도성 안의 어느 대궐 같은 저택 담장에 하룻밤 새에 홀연히 커다란 얼룩이 나타났다. 눈이 밝은 사람들은 그것이 예전에 그 집에 살았던 홍 장군의 모습과 똑같다고 하였다. 장군의 모습은 날이 갈수록 또렷해져서 그가 입은 경번갑鏡幡甲과 허리에 찬 큰 칼까지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소문이 퍼지자 장군을 아직 그리워하는 이들이 보러 왔다. 그런데 그 얼룩은 어느 날 갑자기 또 홀연히 사라졌다. 무슨 연유로 나타났다 사라졌는지 아무도 모르니 이를 화요畵妖라 하였다. 『수언견문록水彦見聞錄』 |
웹소설 92~96화, 웹툰
3.4.6. 여섯 번째 이야기 <망량선>
전하여 이르기를, 안개 속에서 홀연히 나타나는 커다란 배가 있다. 이 배를 망량선이라 한다. 배에 탄 것은 전부 망자들이다. 이 배를 자세히 보면 그들이 겪은 참혹한 재앙과 괴변의 모습이 보인다. 망량선을 보는 자는 죽는다. 『고요경古妖經』 |
웹소설 97~101화, 웹툰
3.4.7. 어느 날의 이야기 <천녀의 등롱>
웹소설 102~103화, 웹툰3.5. 5권
3.5.1. 첫 번째 이야기 <서천꽃신>
“네 정녕 너희 어머님의 원수를 갚으려거든, 이 수레멸망악심꽃과 도환생꽃과 웃음웃을꽃을 가지고 가거라. 천년장자의 집에 가거들랑 내 할 말이 있으니 장자 집의 일가친척을 전부 한 자리에 불러 모아달라고 청하거라. 그래 놓고 웃음웃을꽃을 내던지면 한바탕 웃음판이 벌어질 것이고, 싸움싸울꽃을 내던지면 한바탕 싸움판이 벌어질 것이며, 마지막으로 수레멸망악심꽃을 내던지면 천년장자의 일가친척이 모조리 죽어 나자빠질 것이다. 딱 하나 작은딸아기만 살려두고 어머님을 죽여 던져 버린 곳을 알려달라 하여, 그 장소를 알려주면 도환생꽃을 놓아 네 어머님을 살려오너라.” 『이공본풀이』 |
웹소설 104~107화, 웹툰
3.5.2. 두 번째 이야기 <귀혼>
장화張華의 『물류상감지物類相感志』에 이르기를, “도망친 자의 옷을 우물 속에 늘어뜨리고 빙빙 돌리면 도망친 자가 스스로 돌아온다.”고 하였다. 『본초本草』에 이르기를, “도망친 자의 머리칼을 물레 위에 놓고 빙글빙글 돌리면 정신이 어지러워져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게 된다.”고 하였다. 오늘날의 풍속에서는 도망친 자의 성명을 종이에 써서 대들보 위에 붙여놓는데, 그 또한 비슷한 종류이다. 『지봉유설芝峰類說』 |
웹소설 108~112화, 웹툰
3.5.3. 세 번째 이야기 <요마화필>
신라 시대의 화공
솔거는 태어나면서부터 재주가 뛰어나 그림의 신이라 불렸다. 한 번은 어느 미인의 초상화를 그렸는데, 그림이 어찌나 진짜 같은지 미인의 영혼이 그림에 붙어 따라오고 말았다. 화폭 안에서 살아 숨 쉬며 때로는 미소를 짓고 때로는 한숨을 짓는 미인의 모습은 신기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에 욕심을 품은 자가 미인도를 희롱하니, 비로소 영혼은 그림을 떠나 본 주인에게로 돌아갔다. 『대동만천야록大東萬千野錄』 |
웹소설 113~119화, 웹툰
3.5.4. 네 번째 이야기 <외다리 수호천사>
우리
주상 전하께서는 관측기구를 두어 천문과 기상을 관측하도록 하시고, 물시계를 새로 만들어 시각을 바로 알도록 하시었으며, 궐내의 서쪽에 세 칸의 각을 짓고, 호군護軍 장영실蔣英實에게 명하여 세 명의 신과 십이지신을 만들어, 사람을 대신하여 시각을 알리도록 하시었다. ……(중략)…… 하늘과 어긋나지 아니하여 진실로 그곳에 귀신이 있어 지키는 것과 같았으니, 이를 보며 놀라고 감탄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 세종실록世宗實錄』 |
웹소설 120~124화, 웹툰
3.5.5. 다섯 번째 이야기 <만월요괴대회>
추석이란 즉 팔월 십오일을 가리키는 것이다. 신라사新羅史에 이르기를, 칠월 보름에 왕이 왕녀로 하여금 육부의 여자들을 인솔해 넓은 뜰에서 길쌈을 시작하도록 하였다. 팔월 보름이 되면 그 솜씨를 시험하여, 지는 쪽이 술을 대접하고 함께 더불어 춤추며 노래했으니, 이를 가배회嘉俳會라 하였다.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
웹소설 125~130화, 웹툰
3.5.6. 여섯 번째 이야기 <액신제>
어느 양반집에 경사가 있어 큰 잔치를 열었는데, 홀연히 열대여섯 살 되어 보이는 더벅머리 아이가 나타났다. 내쫓으려 했으나 아무 말도 없이 꼼짝도 않고 서 있었다. 여럿이 잡아끌어도 소용이 없고 밧줄로 묶어 당겨도 소용이 없었다. 무인 대여섯 명이 때려죽일 듯 매질을 했는데도 여전히 끄떡하지 않았다. 그제야 모두 그 아이가 사람이 아닌 것을 알고 겁이 더럭 나서 엎드려 빌었다. 아이는 한참 후 얼굴에 비웃음을 떠올리더니 또 홀연히 사라졌다. 다음날, 주인과 모든 손님들 사이에 지독한 역병이 퍼졌다. 아이를 꾸짖고 때렸던 이들과 무사 및 노복들은 며칠 만에 죽었는데 모두 머리가 깨져 있었다. 잔치에 있었던 이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세간에서는 그 아이를 ‘두억신頭抑神’이라 불렀는데 어디서 근거하는지는 알 수 없다. 『천예록天倪錄』 |
웹소설 131~136화, 웹툰
멘탈이 나간 유단은 학교를 그냥 째버리고 방황하는데, 근처 여학교에서 여학생들이 학교 운동장에 있는 거대한 느티나무에 나무신이 깃들어 있는데[40] 물어보면 물어보는 대로 그에 맞는 질문을 해줬지만 최근에는 그 말을 들었다가 사람 여럿이 죽을 뻔하거나 병원에 실려가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수군대는 말을 듣는다.
유단은 다시 무서운 생각에 사로잡혔다.
이게 본모습이 아닐까. 감염을 계기로 진짜 본성이 드러난 게 아닐까. 자신은 원래 괴물이었던 게 아닐까.
머릿속이 엉망으로 뒤엉켰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모두를 감쪽같이 속인 건가? 이상한 것을 볼 줄 아는 외가 친척들도? 천호 같은 대단한 요괴들도? 이제껏 마주친 온갖 귀신과 괴물들도? 심지어 자신마저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괴물이기 때문에 십 년 전 그 사고에서 살아남은 것일 수도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인간인 척하면서 자신과 똑같은 존재들을 응징해온 건가? 웃기지도 않잖아. 도대체 뭔데? 무슨 괴물이기에 자기 자신마저도 속이면서 살아남았는데?
(중략)
겁이 더럭 났다.
만약, 아주 끔찍한 괴물이면 어떡하지?
아주 솔직한 심정은 그것이었다.
진실을 아는 것이 두려웠다. 총소리에 놀라 눈 더미에 얼굴만 파묻는 꿩처럼. 바보 같더라도 그냥 도망치고 싶었다.
강한 요기 때문에 후드에 목도리로 다 가리고 있는데도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불길함을 느끼며 힐끗거리고, 상가 화장실에서 자신의 모습을 한번 더 확인한 뒤 자신이 사실 괴물의 모습이 본모습이고 괴물이었기에 10년 전에 악귀에게서 살아남은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평소 같았으면 반월당에 가서 도움을 요청했겠지만 요괴의 괴력을 시험해 보고는 자신이 정말로 괴물이 맞을 경우에는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가지 못하고 집에도 못 가고 방황한다.이게 본모습이 아닐까. 감염을 계기로 진짜 본성이 드러난 게 아닐까. 자신은 원래 괴물이었던 게 아닐까.
머릿속이 엉망으로 뒤엉켰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모두를 감쪽같이 속인 건가? 이상한 것을 볼 줄 아는 외가 친척들도? 천호 같은 대단한 요괴들도? 이제껏 마주친 온갖 귀신과 괴물들도? 심지어 자신마저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괴물이기 때문에 십 년 전 그 사고에서 살아남은 것일 수도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인간인 척하면서 자신과 똑같은 존재들을 응징해온 건가? 웃기지도 않잖아. 도대체 뭔데? 무슨 괴물이기에 자기 자신마저도 속이면서 살아남았는데?
(중략)
겁이 더럭 났다.
만약, 아주 끔찍한 괴물이면 어떡하지?
아주 솔직한 심정은 그것이었다.
진실을 아는 것이 두려웠다. 총소리에 놀라 눈 더미에 얼굴만 파묻는 꿩처럼. 바보 같더라도 그냥 도망치고 싶었다.
편의점에서 빵과 우유를 샀다가 사람이 말을 걸자 두려워서 현금을 주고 도망쳤고, 가을비가 쏟아지자 노숙자로 위장된 귀물들이 숨어있는 굴다리로 숨어들어간다. 이 바닥은 조금이라도 약한 모습을 보이면 바로 찢겨 죽기에 다른 귀물들이 접근하자 도깨비 뿔을 불러 위협해서 쫓아내고, 다음 날 인근에 있던 귀물들이 모두 도망친 것을 확인한 뒤 오늘도 학교를 째면서 학생들을 부러워한다.[41]
폰의 배터리가 떨어지자 지하철역의 무료충전소에서 약간 충전하고, 명절임에도 외가에 오지 않는 것에 평소 같으면 외가에서 문자를 보냈을 텐데도 아무것도 오지 않아 의아함에 미아에게 전화를 걸지만 어째서인지 받지 않았다.[42] 이때 천리안으로 미아의 상황을 확인하는데 미아는 허생에게서 재개발 공사를 하다가 공사장 지하에서 무언가를 단단히 봉한 단지 하나를 잘못 건드려 동티가 심하게 나 사람들이 여럿 실려갔다는 말을 듣는다. 유단은 사진만으로도 아주 위험한 무언가라는 것을 직감하고, 이들이 동료들 데리고 평소처럼 액막이하러 가자 유단은 저들 수준으로는 어떻게 안 된다는 걸 깨닫고 초조해한다.
미아는 야무지다. 자신과는 다르다. 자기 앞가림쯤은 알아서 잘한다. 하지만, 상상하기도 싫지만, 만에 하나라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건 절대 안 된다. 가족이란 게 한 순간에 어떻게 무너지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모네도 자기네 집처럼 될 수는 없다.
막아야 한다.
정신이 돌아온 유단은 급한 대로 전화를 수십 통이나 건 끝에 미아와 연락이 닿아 현장에 가지 말라고 소리 치지만 미아는 하나도 이해 못하고 오늘 자신은 급한 일이 생겨서 집에 못 온다는 말만 하고 끊어버린다. 결국 배터리가 다 나가버리자 그냥 문자를 보낼 걸 그랬다며 후회하고 급히 현장으로 뛰어간다. 자신의 정체에 대한 고뇌 때문에 잠깐 주저하기는 했지만 자칫하다 미아가 죽어버려 이모네 집도 자신처럼 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그건 절대 안 된다. 가족이란 게 한 순간에 어떻게 무너지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모네도 자기네 집처럼 될 수는 없다.
막아야 한다.
요괴화된 상태의 유단은 평소보다 기척을 예민하게 느낄 수 있었고 다른 요괴들처럼 지붕과 지붕 사이를 넘거나 자동차 지붕을 타고 넘는 등으로 순식간에 현장에 도착하고, 악귀조차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철저하게 기척을 숨긴다. 이 능력에 이유 모를 익숙함을 느낀 건 덤. 현장에서 무당이 국사 서낭신을 부르며 부정굿하는 소리를 듣고 현장에 도착한다. 유단은 좋은 굿이기는 하지만 그걸로는 소용없다 평하고, 미아 일행은 도착했을 때 이미 무당이 굿을 하는 도중이라서 대기하고 있었기에 미아가 무사한 것에는 안도한다. 무당이 각종 수호신들을 부르며 굿하는 광경을 보다가 먼저 위험을 느끼고, 결국 사악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무당과 굿판에 있던 관람객들이 단체로 실신해서 그제야 미아 일행은 단순한 동티가 아님을 깨닫고 도망친다. 유단은 시간이라도 벌어주고자 뛰쳐나와 악귀의 실체를 파악하고 목을 찌르지만[43] 목에다 도깨비 뿔을 꽂은 상태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와 휘말린다.
악귀의 내면에 말려든 유단은 근대와 현대의 과도기쯤 되어 보이는 시대 배경을 보고 배경 지식이 없어서 이해를 포기하고, 서로 꼬리를 문 상태에서 도깨비 뿔과 함께 악귀를 간신히 붙들고 있음을 직감한다. 하지만 악귀의 내면 세계에서 들키지 않은 채 기원을 알아내야 했기에 악귀의 기억이 구현된 사람들을 피해 숨고 옷에다 흙먼지를 잔뜩 끼얹은 뒤 마을을 돌아다녔다.
마을 사람들이 더벅머리 꼬마의 모습을 한 인간을 두억시니라 부르며 어느 날 마을에 나타나 마을에서 온갖 해를 끼치다 살인미수까지 벌이자 두억시니 퇴치를 결심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44] 결국 그날 밤 마을 사람들은 서낭당과 비슷하지만 다른 집에다 아이를 붙잡아 끌고 온 뒤 살인미수를 벌였던 딸의 아버지인 양 주사를 필두로 여기서 죽이지 않으면 마을 사람들이 전부 죽는다며 아이를 두 번에 걸쳐 참수해 버린 뒤 머리를 항아리에 넣고 꽁꽁 묶어 봉인해 버린다.
하지만 퇴마 과정이 잘못되어 그날 밤 아이의 형상이 되살아나 마을 사람들을 쳐다보는 것만으로 목을 터뜨려 죽여버리고, 이에 겁에 질린 많은 사람들이 타지로 도망치고 도망칠 여유가 없던 사람들은 용하다는 무당을 불렀다. 무당은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즉석에서 굿상을 꾸린 뒤 굿으로 강한 신을 부르고, 무당은 신장들을 부르려고 했지만 거대한 힘이 소용돌이친 끝에 뜬금없이 백란이 불려온다. 사람들은 매구가 불린 거냐고 경악하고, 유단은 유단대로 왜 이 여우가 여기에 튀어나오냐고 황당해했다.
백란은 소환되자마자 대나무 발을 내려 모습을 가렸지만 유단은 천안 때문에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고, 백란은 이 상황에 불쾌해하다가 무언가를 깨닫고 큰일 났다고 놀린다. 무당은 백란이 강력한 신임을 간파했기에 잡귀잡신을 소멸시켜 달라고 청하지만 백란은 상황 파악이 안 되었냐며 액신(厄神)이라 정정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정확히 설명하라 고압적인 태도로 묻지만 마을 사람들은 여우의 형상 때문에 신용할 수가 없어서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45] 백란은 임시방편으로 비방을 써주고, 유단은 백란에게는 다른 자들과 달리 독자적인 힘이 느껴졌기에 사람들이 다 떠난 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백란에게 몰래 접근한다.
백란은 유단을 얼굴을 꽁꽁 가린 처음 보는 요괴로만 인식하고 마을에 놀러 왔냐 묻지만, 유단은 사람들이 속이고 있다고 말하고 백란은 알지만 어쩔 수 없다고 대꾸한다. 백란은 유단에게 잘못해서 액신이 들러붙으면 곤란해질 테니 산으로 돌아가라 말하지만 유단이 꼭 잡겠다고 말하자 백란은 먹어서 힘을 키울 생각이라면 체할 거라고 대답한다. 유단은 액신의 기억이 구현된 존재라면 잘못 말했다가는 안 도와줄 수도 있기에 자세히 밝히지는 않고 도움을 요청한다. 이에 백란이 자신은 대가가 비싸다고 놀리지만 평소 백란을 상대했던 유단은 백란이 이런 일에 돈을 안 받는다는 걸 알기에
“두억시니의 유래인 ‘두억신頭抑神’은 글자 그대로 하면 ‘머리를 짓누르는 신’입니다. 아주 사나운 악귀를 뜻하지요. 임방의 『천예록』에 따르면, 그러니까 임방이라는 이름의 인간이 쓴 글자들이 가득한 종이 뭉치에 따르면…….”
“책이 뭔지는 알아!”
“의외네요. 인간 세상에 자주 놀러 왔던 겁니까? 하여튼 그 『천예록』에는 잔칫집에 더벅머리 소년의 모습을 한 두억시니가 나타났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아무리 끌어내려 해도 꼼짝도 않고 손님들을 노려보다 이윽고 비웃으며 사라졌는데,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머리가 깨져 죽었지요. 두억시니는 이렇듯 갑자기 찾아와 아무 이유도 없이 해코지를 하는 사나운 악귀입니다.”
“그래서 이상하게 죽였구나. 칼로 목을 자르고, 부적 같은 것도 둘둘 감고, 머리는 항아리에 따로 넣고.”
“나름대로 신경을 썼지만 뭔가 잘못되어 동티가 났군요. 그래서 악귀보다도 더욱 강력한 액신이 되어 돌아온 것 같습니다.”
“액신이라니. 나도 액에게 당해서 죽을 뻔했던 적이 있었는데. 액의 신이라면 엄청나게 강하겠지?”
“네. 재앙을 내리는 신이지요. 물론 여기서 ‘신’이 정말로 전지전능한 신적인 존재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고 ‘상급 귀신’ 정도의 의미지만. 어쨌든 그 액신을…….”
“제자리로 돌려보내야지.”
유단은 그간 봐온 걸 백란에게 설명하고 백란은 두억시니라는 말을 듣고 나름 퇴치하겠다고 공을 들였지만 도중에 잘못되어서 동티가 나 악귀를 넘어서 액신으로 진화해 버렸다고 추측한다. 액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유단은 예전에 액에 당해 죽을 뻔한 걸 떠올리고 질려하고 습관적으로 "제자리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말해버려 백란이 알던 사이였냐 의아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유단이 적당히 둘러대자 백란은 유단이 머리 나빠 보인다고 까면서 설명해준다.“책이 뭔지는 알아!”
“의외네요. 인간 세상에 자주 놀러 왔던 겁니까? 하여튼 그 『천예록』에는 잔칫집에 더벅머리 소년의 모습을 한 두억시니가 나타났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아무리 끌어내려 해도 꼼짝도 않고 손님들을 노려보다 이윽고 비웃으며 사라졌는데,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머리가 깨져 죽었지요. 두억시니는 이렇듯 갑자기 찾아와 아무 이유도 없이 해코지를 하는 사나운 악귀입니다.”
“그래서 이상하게 죽였구나. 칼로 목을 자르고, 부적 같은 것도 둘둘 감고, 머리는 항아리에 따로 넣고.”
“나름대로 신경을 썼지만 뭔가 잘못되어 동티가 났군요. 그래서 악귀보다도 더욱 강력한 액신이 되어 돌아온 것 같습니다.”
“액신이라니. 나도 액에게 당해서 죽을 뻔했던 적이 있었는데. 액의 신이라면 엄청나게 강하겠지?”
“네. 재앙을 내리는 신이지요. 물론 여기서 ‘신’이 정말로 전지전능한 신적인 존재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고 ‘상급 귀신’ 정도의 의미지만. 어쨌든 그 액신을…….”
“제자리로 돌려보내야지.”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것들은 대부분 우리처럼 복합적인 성정을 띠고 있지요. 그런데 간혹 완전히 어둠뿐인 것들도 생겨납니다. 그 아이가 그런 경우입니다. 이미 악귀였거나, 악귀에 한없이 가까운 인간이었던 겁니다. 그것을 죽여 버리는 순간 탈이 났지요. 죽음은 끝인 동시에 시작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맞아. 이승에서는 끝이지만 저승에서는 시작이지.”
“네. 그렇게 생각하면 어떤 존재들에게는 육신이 감옥인 셈이지요. 속박에서 풀려나는 순간, 그것은 한 단계 더 진화해 액신이 되어 버렸습니다. 생명을 죽이고 혼돈을 불러오기 위해 존재하는 거대한 재앙 덩어리요. 그렇다면 그 반대에 선 우리들.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들은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없애 버려야지.”
“맞습니다.”
백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돌아가야 할 자리는 ‘무無’입니다.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합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이 액신제厄神祭입니다.”
액신제厄神祭라는 이름의 사냥을 한다는 말에 유단이 의욕을 다지자 백란은 산에서 늘 하는 사냥 말고[46] 미끼로 유인하는 것이며 공포를 부르기 위해 강력한 상대를 미리 꺾어야 해서 부르기만 하면 바로 온다고 설명한다. 마을 사람들이 도망친다고 수군대는 말을 들으며 둘이서 몰래 버려진 양 주사의 집에 도착하고, 혹시 알아볼 것을 대비해 도깨비 뿔을 버려진 천으로 꽁꽁 묶는다. 백란은 유단을 놀리다가 왠지 익숙한 기분이 든다며 후드를 들추려고 해서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지고, 왜 이리 긴장감이 없냐고 유단이 항의하자 백란은 예의상 안 가르쳐준다며 웃어넘긴다.“맞아. 이승에서는 끝이지만 저승에서는 시작이지.”
“네. 그렇게 생각하면 어떤 존재들에게는 육신이 감옥인 셈이지요. 속박에서 풀려나는 순간, 그것은 한 단계 더 진화해 액신이 되어 버렸습니다. 생명을 죽이고 혼돈을 불러오기 위해 존재하는 거대한 재앙 덩어리요. 그렇다면 그 반대에 선 우리들.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들은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없애 버려야지.”
“맞습니다.”
백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돌아가야 할 자리는 ‘무無’입니다.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합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이 액신제厄神祭입니다.”
적당한 빈터를 정한 뒤 백란은 소금을 뿌려 퇴로를 막고 뒤로 물러나는데, 유단은 잠깐 섭섭함을 느꼈지만 이건 자신의 일이라며 마음을 다잡는다. 줄곧 숨기던 기척을 처음으로 드러내자 액신이 바로 튀어나오고, 백란이 너무 반응이 빠르다고 의아해하지만 유단은 속으로 액신도 자신의 내면에 침입한 자신을 찾고 있었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액신은 아까 유단이 뿔로 목을 찔러서 목의 절반이 이미 잘린 상태였고[47] 액신을 보고 분노를 느낀 유단은 액신과 싸운다.
“물론 적당히 할 테니 걱정 마십시오. 이것은 자신에게 아주 중요한 싸움이 아닙니까? 자기 손으로 꼭 해내야 하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맞아.”
“그런데 왜 그렇게 움츠리고 있습니까? 정체를 꽁꽁 숨기고요. 물론 다들 두려워하니까 자꾸 숨고 싶겠지요. 하지만 그러면 안 됩니다. 주변에 비슷한 종류가 없다 보니 자신이 얼마나 강하고 무서운지 모를 텐데.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모두 두려워해? 강하고 무서운? 역시 백란은 자신이 어떤 괴물인지 알고 있는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또 가슴이 서늘했다. 백란은 그런 줄도 모르고 웃으면서 나뭇가지를 주워들었다.
“자, 뒤를 조금 봐줄 테니까. 또 붙잡혀 끌려가는 일은 없도록 해줄 테니까. 망설이지 말고 다시 해보십시오. 이미 반쯤 잘라놓은 저 목을 완전히 자르는 겁니다.”
도중에 액신에게 붙잡혀 죽을 뻔했지만 백란이 도와줘서 풀려나고, 백란은 도와주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도와줬지만 지금의 이건 네가 꼭 해내야만 하는 아주 중요한 일 아니냐며 더 이상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네가 얼마나 강한지 깨달으라는 백란의 말에 유단은 백란이 설마 처음부터 자신이 괴물인 걸 알고 있던 게 아닐까 두려워하면서도 액신 퇴치에 집중하기로 한다.“맞아.”
“그런데 왜 그렇게 움츠리고 있습니까? 정체를 꽁꽁 숨기고요. 물론 다들 두려워하니까 자꾸 숨고 싶겠지요. 하지만 그러면 안 됩니다. 주변에 비슷한 종류가 없다 보니 자신이 얼마나 강하고 무서운지 모를 텐데.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모두 두려워해? 강하고 무서운? 역시 백란은 자신이 어떤 괴물인지 알고 있는 것이다. 그 생각을 하니 또 가슴이 서늘했다. 백란은 그런 줄도 모르고 웃으면서 나뭇가지를 주워들었다.
“자, 뒤를 조금 봐줄 테니까. 또 붙잡혀 끌려가는 일은 없도록 해줄 테니까. 망설이지 말고 다시 해보십시오. 이미 반쯤 잘라놓은 저 목을 완전히 자르는 겁니다.”
이런 것들이 싫다.
그 순간 머리가 맑아졌다.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이 어떻게 변한다 해도, 이런 존재들을 미워하는 마음만은 여전했다. 나는 괴물인가 인간인가. 괴물이라면 어떤 괴물인가. 지난 며칠 동안 끙끙 앓았던 문제가 갑자기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다.
상관없어.
유단은 어깨를 폈다. 괴물로 변한 후 처음이었다.
어렸을 때. 교실 창밖으로 몸을 내민 아이를 떠밀려던 귀신에게 처음으로 용기를 내서 손을 뻗었던 순간. 그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은 항상 똑같았다.
백란이 또 끌려가지 않게 도와주자 정신을 다잡은 유단은 그동안 고민해온 자신의 정체에 대해 "무엇이든 상관없다"며, 어릴 때 귀신에게 살해당할 뻔한 여자아이에게 손을 뻗었을 때부터 자신이 할 일은 명확하다며 망설임을 끊는다.그 순간 머리가 맑아졌다.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이 어떻게 변한다 해도, 이런 존재들을 미워하는 마음만은 여전했다. 나는 괴물인가 인간인가. 괴물이라면 어떤 괴물인가. 지난 며칠 동안 끙끙 앓았던 문제가 갑자기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다.
상관없어.
유단은 어깨를 폈다. 괴물로 변한 후 처음이었다.
어렸을 때. 교실 창밖으로 몸을 내민 아이를 떠밀려던 귀신에게 처음으로 용기를 내서 손을 뻗었던 순간. 그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은 항상 똑같았다.
이런 사냥을 해본 적이 있었다. 자신의 기억은 아닐 텐데. 그 또한 괴물의 유전자에 새겨진 감각일까? 상대가 거대하다고 해서 두렵지 않았다. 형체가 없는 강력한 것에 얻어맞는 고통도 그냥 넘겨 버렸다. 사악하면 사악할수록 더욱 미웠다.
이건 꼭 내가 없애 버릴 거야.
예전에도 이런 "사냥"을 한 듯한 느낌을 받으며 퇴마의 의지를 강하게 다잡고 도깨비 뿔에 불을 일으켜 싸운 끝에 액신의 목을 완전히 베어버리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방심한 사이 액신의 힘이 폭발해 휘말려 죽을 뻔했다가 백란이 도와줘서 겨우 무사하고, 소멸한 걸 확인하자 이제 안전하다고 기뻐한다. 백란은 유단이 모두를 지키기 위해 싸웠음을 알고 착하다고 칭찬하고, 유단은 마음 놓고 잠수할 수 있어서 기쁜 거라고 정정하지만 백란은 뭔 소리냐며 대충 넘긴 뒤 "오랜만에 아주 좋은 꿈을 꾸었다"는 말을 해서 유단의 어이를 날려버린다.이건 꼭 내가 없애 버릴 거야.
알고 보니 백란은 무슨 이유인지 현실세계에서 잠을 자다가 꿈을 통해 액신의 내면에 불려온 진짜였고,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유단은 당시 무당이 부른 건 다른 신이었음을 깨닫는다. 유단은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 도망치려고 했지만 백란도 그제서야 유단이 든 게 도깨비뿔임을 깨닫고 자기 내면이 유단을 모방해서 만든 허상인 줄 알았더니 진짜였냐고 분노하며[48] 후드와 목도리를 벗겨버린다. 유단이 복숭아를 먹었음에도 오히려 요괴화가 심해진 걸 보고 얼이 빠지고,[49] 유단은 백란을 쳐내고 도망친다.
“이젠 신경 안 써! 그런 건 안 중요해! 날 구해줬던 걸 후회해도 상관없어! 어쨌든 나는 나니까! 앞으로도 계속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아무리 흉악한 괴물이어도 상관없어!”
“하지만…….”
“말하지 마!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렇게 소리치고 돌아섰다. 백란이 뭐라고 하는 것 같았지만 그냥 뛰어가 버렸다.
구해줬던 것을 후회한다.
사실 그게 제일 무서웠다는 걸 깨달았다. 그건 너무 비참하니까. 무서운 나머지 그냥 자기가 먼저 말해 버렸다. 멍청이 같다.
유단은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나쁜 꿈은 끝났다.
도망친 끝에 현실세계로 돌아오고[50] 망가진 굿판에 사람들이 없는 걸 보고 전부 도망치거나 실려간 것에 안도하지만 갑자기 자신의 육체가 요괴에서 인간으로 되돌아온 걸 보고 어이없어한다.“하지만…….”
“말하지 마! 아무 말도 하지 마!”
그렇게 소리치고 돌아섰다. 백란이 뭐라고 하는 것 같았지만 그냥 뛰어가 버렸다.
구해줬던 것을 후회한다.
사실 그게 제일 무서웠다는 걸 깨달았다. 그건 너무 비참하니까. 무서운 나머지 그냥 자기가 먼저 말해 버렸다. 멍청이 같다.
유단은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나쁜 꿈은 끝났다.
사건이 끝난 뒤 유단은 며칠 전 여학교의 여학생들이 말하던 느티나무 여학생 귀신을 찾아간다. 네가 왜 죽었는지는 아무도 안 물어봤을 거라며 이유를 묻자 느티나무의 여학생 귀신은 수학여행 버스가 미끄러져 언덕 아래로 떨어졌는데 자신만 죽었고, 귀신이 되어버린 뒤 학교에 머물다가 소문을 듣고 찾아온 여학생들의 고민상담을 수십 년간 들어주었다고 설명해준다.[51]
하지만 수십 년이라는 세월 동안 여학생 귀신은 점점 액신으로 변질되어갔고, 수십 년간 용하다는 소문만 듣고 뭣 모르고 말을 들었다가 여학생들 여럿이 죽을 뻔했던 것이었다. 유단은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이미 망가져 버린 여학생 귀신을 동정하며 소멸을 종용하고, 여학생 귀신은 그제야 상황을 깨닫고 체념하며 소멸을 받아들였다.
악의가 없었다 해도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뒤틀려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소녀의 영혼은 그것을 이해하고 순순히 흩어졌다. 수없이 많은 바람이 되어 갈래갈래 날아갔다.
유단은 그 바람을 바라봤다.
사람의 일도 귀신의 일도 결코 쉬운 건 없다. 아무 생각 없이 때리고 다녔던 때가 속 편했다. 이제 와서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다시 나무에 등을 기댔다.
“그냥 아무도 죽지 않을 수는 없는 거지?”
조용했다.
당연하다. 무엇이든 대답해주는 나무의 신은 이미 떠나갔으니까. 떠나기 전에 물어볼 걸 그랬나. 그랬다면 뭐라고 대답했을까.
직후 백란이 유단의 앞에 나타나 "마음대로 살 거라 선언하고 뛰쳐나가더니 또 귀신 쫓고 있냐"고 면박을 준다. 유단은 며칠 전부터 손볼 생각이었다 대답하고, 백란은 가출도 하고 액신도 잡고 정체성 고민도 하다니 바쁘다면서,[52] 백란은 대답해주는 나무의 신 흉내를 한번 내보겠다며 이번에는 질문하면 대답하기로 한다.유단은 그 바람을 바라봤다.
사람의 일도 귀신의 일도 결코 쉬운 건 없다. 아무 생각 없이 때리고 다녔던 때가 속 편했다. 이제 와서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다시 나무에 등을 기댔다.
“그냥 아무도 죽지 않을 수는 없는 거지?”
조용했다.
당연하다. 무엇이든 대답해주는 나무의 신은 이미 떠나갔으니까. 떠나기 전에 물어볼 걸 그랬나. 그랬다면 뭐라고 대답했을까.
유단은 일단 자신이 숨어있던 걸 어떻게 알았냐 묻자 백란은 인간으로 돌아갔으면 바로 복수하러 달려왔을 텐데 안 오는 걸 보고 바로 이상함을 깨달았다고 대답한다. 유단은 자신은 대체 무슨 괴물이냐 묻자 백란은 너는 엄연히 인간이 맞으며 정말로 어둠의 존재였으면 처음 만나자마자 서로 간파했을 거라고 일축한다. 유단이 그럼 왜 자신은 요괴 상태가 그렇게 자연스러웠다가 돌아가려 할 때는 안 되더니 뜬금없이 인간으로 돌아왔다고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리려 하자 백란이 저지한다.
돌아보지 마십시오.
천 년 넘게 살다보면, 말을 줄이면 줄일수록 현명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요. 저야 그러거나 말거나 제 마음대로 살고 있지만, 그래도 어떤 말들은 정말로 할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들으니까요.
백란은 지금 이곳은 나무의 신이 머물다 떠난 빈자리라 지금 이 시간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라서 이곳에서 떠도는 말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며 있는 대로 설명해 준다. 백란은 유단의 풍사가 악화되었던 건 본인 정신의 문제였으며, 풍사를 통해 요괴로 변해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깨닫게 한 것이라고 추측한다.[53]천 년 넘게 살다보면, 말을 줄이면 줄일수록 현명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요. 저야 그러거나 말거나 제 마음대로 살고 있지만, 그래도 어떤 말들은 정말로 할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들으니까요.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사냥의 기본은 알고 계시겠지요? 미끼를 던져, 덫으로 유인해, 때가 오기를 기다려, 숨통을 끊는다. 여기서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때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훌륭한 사냥꾼은 기다릴 줄 압니다. 기다리고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린 것처럼. 사냥 자체를 잊어버린 것처럼. 나무가 되고 바위가 되고 바람이 됩니다. 그래야만 사냥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기다려왔다는 거야?”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명심하십시오. 오늘 이곳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었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듣지 않은 것이기도 합니다. 전부 잊어버리셔야 합니다.”
유단은 백란이 천계로 돌아가지 않는 건 너도 무언가를 쫓기 때문이 아니냐 묻고, 백란은 잠깐 멈췄다가 사냥 중임을 인정한다. 유단은 인간에게 배신당했다는 것도, 자신을 죽이려는 괴물도 그 사냥 대상이냐 묻자 백란은 모두 긍정하고 이 정도로 단서를 찾아낸 건 처음이라 말한다. 그렇게 공백이 다 끝나자 유단은 대화 자체는 기억하지만 못 들은 척하고, 천호가 떠난 뒤 나무 신이 소멸한 느티나무에 기대며 잠시 흘러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지금까지 그렇게 기다려왔다는 거야?”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명심하십시오. 오늘 이곳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었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듣지 않은 것이기도 합니다. 전부 잊어버리셔야 합니다.”
나쁜 꿈은 끝났다.
하지만 어떤 것은 끝인 동시에 시작이기도 하다.
모두 꼬리를 감추고 일상으로 다시 돌아간다. 때를 기다리면서. 그것이 사냥의 기본이다.
유단은 일어났다.
나도 할 수 있어.
하지만 직후 반월당 요괴들이 이런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것과, 반월당을 들르는 온갖 존재들에게 자신의 요괴화 해프닝이 소문으로 쫙 퍼졌음을 깨닫고 잠깐 좌절하다가 다시 기운을 차리고 이번에는 기념으로 케이크를 여러 개 사는 것으로 <액신제> 편은 끝난다.하지만 어떤 것은 끝인 동시에 시작이기도 하다.
모두 꼬리를 감추고 일상으로 다시 돌아간다. 때를 기다리면서. 그것이 사냥의 기본이다.
유단은 일어났다.
나도 할 수 있어.
작가 Q&A에 따르면 액신제의 유단은 단순한 고양이 요괴가 아니라 어리숙한 산신 흑호 같은 것이었다고 한다.
3.5.7. 어느 날의 이야기 <나비의 꿈>
웹소설 137~138화, 웹툰3.6. 6권
3.6.1. 첫 번째 이야기 <버들고리상자>
옛날 옛적에 이야기를 무척 좋아하는 어떤 총각이 살았다. 그는 재미난 이야기를 들으면 큰 자루에 가둬두고 주둥이를 꽁꽁 묶어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했다. 이야기들은 매우 답답했다. 그래서 총각이 혼례를 올리는 틈을 타 그를 죽이고 탈출하기로 했다. “저놈이 신부 집으로 가는 행차 길에 독이 든 청실배와 독이 든 옹달샘과 바늘이 든 방석으로 변해서 죽여 버리자꾸나.” 그런데 하인이 이를 엿듣고서 청실배를 먹지 말고 샘물을 마시지 말고 방석에 앉지 말도록 하여 총각을 살렸다. 총각은 이 일로 크게 뉘우쳐 그다음부터는 이야기를 들으면 널리 퍼뜨리고 다시는 자루에 가둬두지 않았다. 『옥여집玉輿集』 |
웹소설 139~143화, 웹툰
3.6.2. 두 번째 이야기 <몽환상점>
……날이 저무니 온 천지가 칠흑처럼 어두워 동서남북을 분간할 수 없었다. 밤이슬을 맞으며 한참을 헤매다 겨우 객주를 발견했다. 그 안에 들어가니 실로 별천지였다. 술이 철철 흘러넘치고 고기가 산처럼 쌓인 가운데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흥청망청 즐겼다. 그런데 뜻밖에도 거기 나의 오촌 당숙이 앉아 있었다. 당숙은 나를 보고도 그다지 반기지 않더니, 주모가 내오는 술을 손으로 쳐서 쏟아 버리고 고기도 엎어 버리고 방석에도 못 앉게 하며 나를 떠밀어 밖으로 내보냈다. 서운한 감정을 누르며 밤길을 걷다 문득 생각하니, 당숙은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뜨고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좀 전에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추호도 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나는 걸어온 길을 즉시 돌아갔다. 그러나 객주가 있었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옥여집玉輿集』 |
웹소설 144~149화, 웹툰
3.6.3. 세 번째 이야기 <윤회의 수레바퀴>
옛날 서울 광희문光熙門 안에 살았던 어느 무인武人이 커다란 구렁이를 보고 성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머리를 쏘아 죽여 버렸다. 얼마 후 그의 아내에게 태기가 있어 사내아이 하나를 낳았는데, 그 아이는 아버지만 보면 화를 내고 노려보며 울부짖었다. 어느 날 무인이 낮잠을 자려 할 때 아이가 와서 또 아버지를 노려보더니 급기야는 칼을 들고 찔러 죽이려고 했다. 화가 난 무인은 그 자리에서 아이를 때려죽이고 이불로 덮어두었다. 그런데 나중에 그 이불을 걷어보니 머리에 화살 자국이 선명한 구렁이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천예록天倪錄』 |
웹소설 150~156화, 웹툰
3.6.4. 네 번째 이야기 <불가사의 학교>
영남 어느 고을에 한 아이가 태어났는데 세 살도 되기 전에 가마니를 번쩍 들고 일곱 살이 되자 커다란 바위를 공깃돌처럼 가벼이 옮겼다. 모두 이 아이를 두두리장수라 불렀다. 십여 년 후 혹독한 가뭄이 들고 황충의 재해까지 겹쳐 민심이 흉흉해지자, 두두리장수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관아에서는 이를 꺼림칙하게 여겨 그를 잡아들여 죽였다. 그럼에도 소문이 잦아들기는커녕 두두리장수가 다시 살아 돌아올 것이라는 괴이한 노래가 날로 퍼져 나갔다. 관아에서는 두두리장수의 시신을 다시 파내어 토막을 내서 여러 군데의 사거리에 나누어 묻었다. 괴이한 소문은 비로소 잦아들었다. 『휴암지携巖志』 |
웹소설 157~165화, 웹툰
3.6.5. 다섯 번째 이야기 <달이 없는 숲>
그때 내 나이는 겨우 예닐곱 살이었다. 사촌들이 산으로 글을 읽으러 간다기에 따라나섰다가 길에서 매우 참혹한 사람을 보았다. 문둥병을 앓는지 온몸이 썩어 문드러졌는데, 들짐승에게 이곳저곳을 물어뜯기기까지 하여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었다. 우리는 한참이나 그 사람을 바라보다가 불쌍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그냥 돌아왔다. 나중에 집안 어른께서는, 그런 자는 큰 죄를 저질러 천벌을 받는 천형죄인天刑罪人이니 가엾게 여길 필요가 없으며, 혹여 또 마주치더라도 절대 말을 걸거나 쳐다보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다. 내 나이 예순에 이르매 크고 작은 일들은 희미해졌으나 어릴 때의 그 기억만큼은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남륜일기南倫日記』 |
웹소설 166~171화, 웹툰
백란이 흉신악살의 저주를 받아 쓰러지자 그를 낫게 하기 위해 찾아간 신림(神林. 관악구 아니고 종로구 종묘 근처라고 한다)에서는 수호신들에게 부정한 것으로 취급받아 쫒겨났고, 도망치던 도중 우연히 보게 된 환상에서 어릴 적의 백란과 함께 자라던 전생의 자신을 보게 되었다.[54] 그러나 환상의 끝에서 전생의 자신이 백란의 목을 베어 참혹하게 살해하는 광경을 보고 놀라서 도망쳤으며, 그때 나타난 몽환상점을 보고 또 다시 요괴 공주가 벌이는 수작이라 생각해서 들어갔다가 사몽의 함정에 빠져 버렸다.
3.6.6. 여섯 번째 이야기 <더부살이>
세간에서는 업구렁이, 업두꺼비, 업족제비와 같이 집안에 깃들어 살며 복을 가져다주는 상서로운 짐승이 있다고 믿는다. 업 가운데는 사람의 형상을 띤 것도 있으니 이를 인업人業이라 일컬으며, 누가 집 앞에 아이를 버리고 가면 업동業童이라 하며 정성껏 키웠다. 그런데 이 업동이 집안을 일으켜 보은하는 경우가 있는 한편, 횡액을 끌고 들어와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집에 사람이 잘못 들어오면 망한다거나, 검은머리 짐승은 거두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조상이 나타나는 꿈이 길몽일 수도 있고 흉몽일 수도 있는 것처럼, 이 또한 보통 사람은 섣불리 그 결과를 알 수 없는 일이라 하겠다. 『향일재문집向日齋文集』 |
웹소설 172~175화, 웹툰
가짜 몽환 상점에서 몽롱한 상태로 받은 것은 갈림길의 시계로, 물건을 잡은 뒤 곧바로 10년 전 팔목귀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의 나이로 돌아가버리고만다. 다행히 백란의 도움으로 반월당으로 가 지내게 되는데, 평소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55] 하지만 아무리 해도 꿈에서 깨어나지 않는 탓에 백란이 사몽의 절반을 대신 받아서 사몽에 빠지게 된다.
3.6.7. 어느 날의 이야기 <유리상자 학교>
웹소설 176~177화, 웹툰<불가사의 학교> 편의 후일담을 다룬다.
3.7. 7권
3.7.1. 첫 번째 이야기 <사몽의 궁전>
김국오金國旿는 재상의 아들로 우대독자였다. 열두 살 때 어느 날 잠자리에 들었는데 모친이 들어와 신신당부하기를, “만약 붉은 너울을 쓴 여인과 황포돛배를 타고 가는 꿈을 꾸게 되거든, 어디에라도 머리를 들이받아 반드시 꿈에서 깨어난 후 즉시 어미를 찾아오라.”고 하였다. 세월이 흘러 김국오는 과거에 급제해 벼슬길에 오르게 되었다. 어사화를 머리에 꽂은 바로 그날 밤, 그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꿈을 꾸었다. 의아하여 자세히 보니 배에는 누런 황포 돛이 걸렸으며, 뱃전에는 붉은 너울을 쓴 여인이 앉아 있었다. 김국오는 모친의 당부를 상기하고 눈앞의 돛대를 힘껏 들이받았다. 그 순간 딱 소리가 나며 이마가 선뜩하여 눈을 번쩍 뜨고 보니, 잠결에 찻주전자를 들이받아 피가 흥건했다. 그는 상처를 싸맨 후 곧바로 혼자 말을 타고 모친에게 가서 방금 일어난 일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모친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세상에는 사람을 저주하여 죽이는 사몽死夢이라는 꿈이 있다. 너는 열두 살 때 그 꿈의 앞부분을 꾸었고 오늘밤 그 뒷부분을 꾼 것이다.” 그리고 모친의 모습은 붉은 너울을 쓴 여인으로 변하였다. 『인정집仁庭集』 |
웹소설 178~182화, 웹툰
다시 백란을 구하기 위해 흑요와 사몽 속으로 뛰어들어
무연을 통해 자신이 과거 흑요의 주군이었으며, 천형죄인이라 불리던 존재가 맞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그것을 백란에게 추궁했다. 그에 백란은 마침내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 결심하고 반월당 식구들에게 자신만이 알고 있던 1,500년 전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3.7.2. 두 번째 이야기 <도깨비의 왕>
……
도화녀의 남편이 죽고 열흘 후, 왕이 생시와 똑같은 모습으로 찾아와 이레를 머물렀다. 그러자 항상 오색구름이 집을 뒤덮고 방 안에 향기가 가득하였다. 도화녀는 곧 잉태하였고, 천지가 진동하는 속에 아들을 낳아 그 이름을
비형이라 하였다.
진평대왕이 이 기이한 이야기를 듣고 아이를 데려다 궁에서 길렀는데, 아이는 매일 월성을 날아 넘어 서쪽으로 가 황천 언덕 위에서 도깨비 무리를 거느리며 놀았다……. 『 삼국유사三國遺事』 |
웹소설 183~187화, 웹툰
유단의 전생은 도깨비의 왕이라 불리던 신라의 삼왕자 소류이자, 전설에 나오는 비형랑이다. 자세한 내용은 소류 항목 참조.
3.7.3. 세 번째 이야기 <신룡맞이>
……는 곰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황금으로 된 네 개의 눈을 가지고 있으며 검은 옷에 붉은 치마를 입고 창을 들고 방패를 휘두르며 백 명의 노예를 거느리고 나례를 주관하여 역귀를 퇴치한다. 『주례周禮』 |
웹소설 188~193화, 웹툰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이후 온 천하에 천형죄인임이 들통났기에 온 세상의 불운이 모여드는 기현상을 겪게 되었다. 그 사태를 해결하고, 지금까지 자신을 죽여 온 괴이인 팔목귀를 상대하고자 유단이 지니고 있던 태고의 도깨비 뿔에 신력을 불어넣기로 하여[57] 신룡을 부르는 의식을 간신히 치르게 되었다. 고대 의식이 그렇듯이 왕의 대리자가 필요했기 때문에 이 역할은 유단이 대신했고 이매망량, 유단에게 호의적이었던 신수와 영수들의 도움으로 어떻게든 의식을 치르는 데는 성공했지만 무리한 의식의 여파로 반월당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해서 결국 반월당 요괴들을 집에 들이게 되었다.
3.7.4. 네 번째 이야기 <천명(天命)>
……한밤중에 자리에 막 누웠는데 바깥에서 커다랗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잡았구나 싶어서 서둘러 가보았는데, 뜻밖에도 호랑이가 아니었다. 사람도 아니고 짐승도 아니고, 걷는 것도 아니고 기는 것도 아닌 괴이한 형상에 나도 모르게 몸서리를 치면서 저것이 무엇인고? 하고 물었더니 뭇사람들이 대답하기를
도깨비라 하였다. 나는 도깨비를 처음 보았기에 대복이 만류하는 것을 뿌리치고 가까이 가서 관찰하였다. 도깨비는 매우 흉포하고 난폭하여 장대로 건드릴 때마다 누런 이를 드러내며 물어뜯으려 하였는데 딱! 딱! 소리에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러다 어떤 이가 덥수룩한 머리털을 홱 젖히자 머리칼에 엉겨 붙은 나무 비녀가 드러났다. 그것을 보고 다들 안색이 파리해지며 뒷걸음질을 쳤다. 왜들 그러는지 물었더니, 저것은 사람이 변하여 된 ‘인도깨비’라는 것이었다……. 『완당일록緩堂日錄』 |
웹소설 194~201화, 웹툰
그러나 천형죄인이 또 다시 천호에게 접근해서 해치려 한다고 오해한 천계의 판단에 의해
유단은 이때 어릴 적의 소류가 착각해서 납치한 기린 중 막내와 재회했는데, 다 늙어 죽고 막내만이 노구로 살아있었고 기린은 소류의 환생임을 알아보며 다가갔다.[60]
3.7.5. 다섯 번째 이야기 <환상열차>
……다시 북서쪽으로 수백 보를 갔더니 험준한 절벽 아래 동굴이 하나 있었다. 동굴은 작고 얕아 보였으나 안을 들여다보니 그 깊이를 측량할 수 없었다. 나와 홍명弘明이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우리를 안내한 사미승은 극구 만류하면서 이곳에 얽힌 전설을 한 가지 들려주었다. 백여 년 전에 왜구가 쳐들어와 난리가 나자 길목마을에 살던 사람들은 모두 이 동굴로 피신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왜구가 물러간 후에도 아무도 돌아오지 않고 감감무소식이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사람들이 찾아가 보았더니 동굴 안에는 놀랍고도 참혹한 현장이 펼쳐져 있었다. 피신했던 사람들이 서로 죽고 죽여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 사람도 살아 있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도리가 없으나, 그 후로 그들의 혼백을 제사 지낼 무렵에 이 동굴 근처를 지나가는 이들은, 안에서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오고 뭇사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을 반드시 목격하게 되었다. 그러다 자칫 기이한 변고에 이끌려 들어갈까 두려워, 다들 발길을 끊은 지 오래라는 것이었다. 『옥인지玉仁誌』 |
웹소설 202~208화, 웹툰
이후 결판을 내기 위해 팔목귀의 초대에 응해 환상열차에 탑승한다. 반월당의 요괴들이 하나하나 스스로를 희생해서 비극을 막아섰지만 결국 지옥도가 강림하는 것은 막지 못하고 백란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지옥에 뛰어들었다.
3.7.6. 여섯 번째 이야기 <하늘에서 온 여우>
천리 바깥의 일을 능히 알 수 있으며, 사람을 미혹하여 넋이 나가게 만들 수도 있다. 천 년을 살게 되면 하늘과도 서로 통하니, 이를 천호天狐라 한다. 『현중기玄中記』 천호는 꼬리가 아홉 달렸으며 털이 황금빛이다. 일월궁日月宮에서 임무를 맡아 일하며, 부적이나 제사를 통하여 음양의 이치에 통달할 수 있다. 『유양잡조酉陽雜俎』 |
웹소설 209~214화, 웹툰
지옥에서 스스로 유체이탈을 하면서까지 백란을 찾아낸 뒤 팔목귀의 본체와 조우, 여기서 과거 회상을 통해 두 방상시가 어떻게 비형랑을 미치게 만들었는지 그 정황을 알게 되었고 거기서 팔목귀의 약점을 찾아내어 팔목귀를 소멸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후 지금까지 반월당에서 도움을 주었던 모든 이들의 도움으로 다같이 지옥에서도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스스로 누명을 벗기는데 성공했기에 상제에게 그 공로를 치하 받아 천계의 관리(시랑)로 임명되기까지 했지만, 스스로 관리직을 고사하고 천계의 관리들(동방청제&수려)을 모조리 내쫓아 버렸다.
3.7.7. <맺는 이야기>
웹소설 215~217화, 웹툰역시나 백란이 없는 반월당 일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생만 하던 중[61] 홀로 독서를 하던 흑요가 마침내 천호의 기록을 찾아낸다. 간절한 바람이 천호의 소환 조건임을 알고 반월당 요괴들과 함께 뭔가를 결의하듯 웃음을 지으며 끝맺는다.
3.7.8. 어느 날의 이야기 <금어성시>
웹소설 218~220화, 웹툰작가 Q&A에 따르면 금어성시 편은 본편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된 후의 단편이라 정말 갔을 수도 있고 단체로 꾼 꿈일 수도 있다고 한다. 어느 쪽이든 모두가 겪은 일은 맞다고.
3.8. 외전
3.8.1. 첫 번째 이야기 <여우초롱>
……그때 홀연히 한 노인이 연못에서 나와 거타지에게 말했다. "나는 서해의 신이오. 매일 아침 해가 뜰 때마다 하늘에서 어떤 중이 내려와 다라니를 외우며 이 연못을 세 바퀴 돌면 우리 부부와 자손들이 전부 물 위에 떠오르게 되는데, 그럼 그 중이 내 자손들의 간을 빼먹는다오. 이제 우리 부부와 딸 하나만 남게 되었소. 내일 아침 그놈이 또 찾아올 것인데 그때 그대가 그놈을 활로 쏴 주시오." 거타지는 대답했다. "활쏘는 것은 자신 있으니 어르신의 부탁을 들어드리겠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고맙다고 하며 사라졌다. 이튿날 아침 거타지가 숨어서 기다리고 있으려니 과연 하늘에서 중 하나가 내려와 주문을 외우며 늙은 용의 간을 빼먹으려 했다. 거타지가 활로 쏘아 맞히자 중은 늙은 여우로 변하여 땅에 떨어져 죽었다…… 『 삼국유사(三國遺事)』 |
웹소설 외전 1~7화, 웹툰
해당 에피소드가 음력 5월 12일이므로 본편 엔딩에서 반년 정도 뒤를 배경으로 한다.
가게에 나름 적응해서 책임감 있게 이끌고 있지만 여전히 괴이에 대한 상식은 많이 부족하며, 괴이인 가게가 아직도 텃세를 부리고 있어서 걸핏하면 여기저기 갇히며 강제 방탈출 게임 중이다. 본편 에필로그에 나온 천마 자전거는 일반인이 감당할 수 없는 물건이라서 어떻게든 유단이 복종시켜 가게 전용 탈것으로 삼는 데 성공했다고.
백란이 떠나고 몇 달 동안 별의별 일을 다 겪었는데 이때까지는 강력한 괴이가 유단에게 접근하지 않아서 어떻게든 굴러갔지만 천형죄인 누명이 풀리고 팔목귀가 소멸하든 말든 유단의 강력한 힘을 노리는 괴이는 늘 죽이러 오는지라 여전히 인생이 편하지 않다. 사실 소류 시절에도 소류의 강력한 힘을 노리거나 소류의 입장을 싫어해서 죽이려던 괴물들은 많았고 팔목귀가 처음으로 성공한 거라서, 팔목귀와 상관없이 유단의 인생이 고될 것은 예고되어 있었다.
인간인 유단이 주인이 되다 보니 가게의 존재감이 현실성을 가지게 되어 일반인들이 겉으로는 전통 찻집인 반월당을 잘 인식할 수 있게 되어 문자 그대로 카페 기분으로 온 손님들도 많이 생겼다고 한다. 또 단골인 옥린공주가 인기 많은 유튜버 활동을 하면서 가게 홍보를 도와주고 있지만, 유단은 여전히 무시 중이다. 하지만 가게 자체가 워낙 사건사고를 부르다 보니 일반인이었으면 진작 가게 접었어야 하는 수준이라고.
백란의 생일이 음력 5월 12일인 걸 알게 되어 요괴들이 백란 때문에 울적해하자 당사자가 없어도 기념으로 생일 잔치를 열고 여우초롱을 하늘로 띄워 보내는 등 잘 놀았지만, 마지막 순간 골목길에서 가면을 쓰고 검은 옷을 입은 백란이 나타났다 곧바로 사라져 버렸다.
3.8.2. 두 번째 이야기 <맹동각시>
서 아무개라는 자에게는 금이야 옥이야 기른 외동딸이 하나 있었다. 딸이 남몰래 어느 가난한 청년과 백년가약을 맺자, 그는 화가 나서 마을 사람들과 작당해 청년을 죽여 물속에 던져버렸다. 딸은 이 사실을 알고 통곡하다 뒤따라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그날 밤 죽은 딸이 곱게 단장한 새색시 모습으로 아버지 앞에 나타나더니 "체면만 따지고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이 눈은 내가 가둬가겠다."라며 눈을 뽑아 죽였다. 곧이어 이 일에 관여했던 마을 사람들도 전부 똑같이 눈이 뽑힌 채 죽었다. 이 변고가 있고 난 뒤부터 마을에는 걸핏하면 곱게 단장한 새색시 귀신을 만나 눈을 빼앗기고 죽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맹동(盲洞)이라는 지명은 바로 여기서 유래하였다. 민간에 전하기로는, 귀신이 눈을 빼앗기는 것을 막는 방법이 하나 있는데…… 『북헌야담(北軒野談)』 |
웹소설 외전 8~15화, 웹툰
3.8.3. 세 번째 이야기 <나례놀이>
호랑이가 사람을 한 번 잡아먹으면 그 혼령은
창귀 굴각(屈閣)이 되어 호랑이의 겨드랑이에 붙어 다닌다. 굴각은 호랑이를 민가의 부엌으로 끌어들이는데, 호랑이가 부엌에 있는 솥을 핥으면 집주인은 갑자기 허기가 져서 부인을 부엌으로 보내게 된다. 호랑이가 사람을 두 번 잡아먹으면 그 혼령은 창귀 이올(彝兀)이 되어 호랑이의 광대뼈에 붙어 다닌다. 이올은 높은 곳에 올라가 대신 망을 봐주며 만약 호랑이를 잡으려는 함정이나 쇠뇌가 있다면 먼저 가서 쓸모없게 만들어 버린다. 호랑이가 사람을 세 번 잡아먹으면 그 혼령은 창귀 육혼(鬻渾)이 되어 호랑이의 턱에 붙어 다닌다. 육혼은 호랑이에게 자신이 생전에 알았던 친구들의 이름을 모조리 알려준다. 『호질(虎叱)』 |
웹소설 외전 16~26화, 웹툰
3.8.4. 네 번째 이야기 <맞거울 괴담>
'백룡지(白龍池)'는 한때 하얀 용이 노닐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연못은 예로부터 신령하여 요물이 사람과 아무리 비슷하게 둔갑하더라도 그 본모습을 바로 비춰 보였다. 어느 날 한 서생이 백룡지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우연히 어떤 물건이 손에 쥐여지길래 움켜쥐고 나와 봤더니 거울 반쪽이었다. 이 거울에는 요물과 귀신의 정체를 분간하는 힘이 있었기에, 비로소 연못의 신통력이 바로 이 물건에서 왔음을 알게 되었다. 서생이 거울로 큰돈을 벌자 이웃에 살던 한량은 샘이 나서 그 길로 연못에 뛰어들어 나머지 거울 반쪽을 찾아냈다. 한량도 곧 큰돈을 벌게 되었으나, 날이 갈수록 욕심이 생겨 이 신비한 거울을 독차지하고 싶은 마음에 서생의 거울을 몰래 훔쳐내기에 이르렀다. 한량이 두 거울을 나란히 놓고 하나로 합치려 하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벼락이 치며 크게 꾸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인이 놀라 달려왔더니 남편이 거울 안에 들어가 있었다. 한량은 꺼내 달라고 고함을 질렀으나 거울을 아무리 깨부수려 해도 부서지지 않았다. 반나절이 지나자 거울 속 한량의 모습은 홀연히 사라져 그 후로 아무도 그의 행방을 알지 못하게 되었다. 『만유원담(萬有原談)』 |
웹소설 외전 27~39화, 웹툰
3.8.5. 다섯 번째 이야기 <무구리 인형>
오늘 서연(書筵)에서 아침 강론을 마친 후 낮 강론을 시작할 때, 동궁 빈청 남쪽 울타리 위에 사람 머리 모양으로 만든 물건을 하나 발견하였는데, 머리통을 종이로 바르고 머리칼과 눈, 코, 입을 또렷하게 조각하여 목패에 매단 모습이었습니다. 목패 양면에는 글이 적혀 있었는데, 흉악하고도 무엄하며 도리를 크게 벗어나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 중종실록(中宗實錄)』 |
웹소설 외전 40~55화, 웹툰
3.8.6. 여섯 번째 이야기 <악몽병동>
이씨 성을 가진 어느 별좌(別坐)가 급사했을 때 그자의 약지를 찔러 피를 내어 이마 위에 '귀(鬼)'자를 쓰면 다시 살아난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도 선뜻 믿지 못하였는데, 마침 어떤 이가 중악(中惡) 병증으로 갑자기 죽게 되었다. 숨이 끊어진 지 이미 반나절이나 지나 시신의 심장 밑이 싸늘하게 썩었는데, 왼손 약지를 찔러보자 한참 후 피가 나오기에 한번 비방대로 해보았다. 그랬더니 죽은 이가 정말로 다시 살아났다는 것이었다. 듣자 하니 이 비방을 통해 살려낸 이가 세 명이나 된다고 하였다. 비록 어찌된 이치인지는 밝혀내지 못하였으나, 효험을 보았다고 하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패관잡기(稗官雜記)』 |
웹소설 외전 56~70화, 웹툰
백란은 천계 부동산 압류 때문에(...) 반월당에 복귀하지만 여전히 반월당의 주인은 유단인 상태라서 방탈출 게임부터 시작해서 가게에 봉인되어 있던 각종 귀물들이 튀어나와 유단을 징하게 괴롭혀대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잃어버린 오른쪽 천안이 괴이가 되어 날뛰는 탓에 아직 사건이 끝나지 않았음을 예감한다.
오른쪽 천안이 돌아오는 게 위험한 이유가 '착著' 때문이 아니냐는 설이 있다. 소류가 백란에게 집착했기 때문에 불행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천호에 사로잡힌 오른쪽 천안을 버리고 절연을 선언했던 백란을 통해 불교의 무연이 이루어졌고 이것이 쌍을 이루어 공空에 도달했지만 오른쪽 눈이 돌아오면서 여우에 대한 착까지 돌아와 번뇌에 사로잡힌다는 해석이다. 오른쪽 천안의 행동으로 인해 백란이 돌아오자 힘의 근원인 삿된 것에 대한 분노까지 잊을 정도였고, 오른쪽 천안으로 인해 백란을 죽였을 당시의 감정이 돌아와 자멸할 뻔했던 걸 생각한다면 외전 2부는 여우에 대한 애집에서 벗어나는 전개일 수도 있다.
3.8.7. 어느 날의 이야기 <버드나무 손님>
웹소설 외전 71화, 웹툰경제관념 없는 요괴들 때문에 가게 수익에 가장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보니 고등학생임에도 꽃등심 가게의 번호표를 보고 "얼마 벌려나"같은 말부터 튀어나오는 자영업자가 다 되어버렸다.(...)
3.9. 특별단편
3.9.1. 어느 날의 이야기 <몽유(夢遊)>
원성왕 11년 을해년,
당나라에서 사신이 와
서라벌에 한 달간 머물다 돌아갔다. 그런데 다음날, 어느 두 여인이 왕궁에 찾아오더니 왕 앞에 고하였다. "저희는 동지(東池)와 청지(靑池)에 사는 용들의 부인인데, 당나라 사신이 하서국(河西國) 사람 두 명과 함께 와서는 저희 부군들과 분황사 연못에 사는 또 다른 용에게 주술을 걸어 작은 물고기로 만들어 통에 담아 잡아갔습니다. 대왕께서는 부디 그 두 사람을 꾸짖으시어, 저희의 두 부군과 분황사의 용이 다시 호국룡(護國龍)이 될 수 있도록 하시옵소서." 『 삼국유사(三國遺事)』 |
웹소설 특별단편 1~7화
3.10. 작가 블로그
3.10.1. 설 특집 제야(除夜)
제야는 섣달그믐이라는 뜻으로 음력설 전날로, 역사서에서는 주로 제석(除夕)이라고 표기된다. 시간대상으로는 이때 백란은 천계로 도망친 당시라 작가 공인 비공식이다.[62]섣달 그믐날이니 깨끗하게 씻고 새해를 맞으라며 대뜸 물을 끼얹고는 강제로 사극에나 나올 법한 목욕통 안에 집어넣었는데, 유단은 무슨 음모라고 생각했지만 뭔지는 파악하지 못했으며, 온도를 뜨겁게 해놔서 삶겨 죽이려는 거냐고 깐다.[63] 그런데 이때 처녀귀신이 목욕통 한가운데에서 불쑥 나타나서 비명을 질렀고, 이때 반월당 요괴들이 붙잡아서 머리를 북북 감겨버린다. 귀신은 머리카락을 스스로 감을 수가 없어서 천장에서 사람이 머리카락 감을 때 슬쩍 늘어뜨려서 대신 감기게 만드는데[64] 이번에 새해 기념으로 이 목욕탕을 터줏대감 격으로 삼는 처녀귀신을 각 잡고 감기려고 했던 것이다. 흑요와 채설은 시원하게 머리카락을 감기지만 미성년의 남성이 목욕하는 중에 쳐들어온 거라서 유단은 항의하지만 씹힌다. 채우의 말에 따르면 흥분해서 그런 거라 1시간 뒤면 상황을 깨달을 거라고. 작가 말에 따르면 유단도 나름 섬세한 미성년자라고 한다.
목욕이 대충 끝난 뒤 퍼져 있다가 '묵은세배 사절합니다.'라는 팻말을 본다.[65] 백란은 없던 시절이 더 좋았다며 묵은세배가 생기기 전부터 살아왔다고 언급하는데, 멋대로 유단의 스마트폰을 빼앗아서 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었다. 옛날에는 유단이 게임하던 걸 한심하게 보더니 게임에 맛 들리고 나서는 유단이 반월당에 올 때마다 폰을 뺏어서 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다고. 암호에 지문인식을 해놔도 다 털린다고 한다.
백란은 일본산 <네코아츠메> 류의 게임 한글어판을 돌리고 있었는데 유단은 고양이 모으기가 안 되지만 백란은 아주 능숙하게 되어서 신기해한다.[66] 백란의 말에 따르면 옛날 요괴들 모으던 시절이 떠오른다나. 백란이 섣달그믐에 대해 해설하면서 한 해 동안 뭘 했냐고 유단에게 묻자 유단은 "남의 일에 열심히 쫓아다녔다"고 대꾸한다. 그런데 게임 중독에 빠진 백란이 멋대로 과금을 시도하자(...) 화내는데, 백란은 케이크는 사주면서 왜 과금은 안 되냐고 항의하지만 백란의 게임 중독 증상을 보고 기겁해서 폰을 뺏는다.
그런데 폰이 요괴화되어 멋대로 반월당을 뛰어다니며 물건들을 박살내는데 평소 유단의 천안에 쏘이는 상황에서 백란이 폰 가지고 논다고 요기를 추가로 쐬어버려 요괴화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백란이 당장 퇴치해야 한다고 하자 빨리 게임이나 이어서 하고 싶은 거냐며 요괴들에게 백란을 내일 센터에나 데려가라고 까지만 백란의 말에 따르면 한 해가 넘어간 요괴와 그렇지 않은 요괴는 차이가 크기 때문에 오늘 안에 처리해야 하는 거라고 대답한다. 백란은 폰을 냅다 약수에 끼얹어서 요기를 빼 정화시키는데 성공하지만 대신 폰이 맛이 가버렸고(...) 약수는 특별한 물이라서 맛이 안 가는 줄 알았던 유단은 당연히 화낸다.
둘이서 얼빠진 태도를 보이자 흑요가 화려하게 저녁상 차리려고 했더니 왜 둘이서 덩달아 바보가 된 거냐고 화내고, 유단은 이모가 치킨 시켜주기로 했다며 그냥 가려고 한다. 채설이 치킨 차려달라고 하자 흑요는 씹고 가락지 하나를 빼서 폰 하나 사오라고 시키지만 방금 분질러진 폰은 신형이라서 흑요의 가락지 하나로는 못 산다고 한다.
유단은 그냥 드라이기에 말리면 된다고 말하지만 채설은 폰을 드라이기로 말리면 뭐가 손상된다고 반대하고, 백란은 바람이면 되는 거냐며 위층 서재의 서랍장을 마구 뒤져서 백우선을 하나 꺼낸다. 그걸 본 요괴들은 제갈량이 썼을지도 모른다며 꺼내지도 않던 걸 게임 하겠다고 꺼내냐고 황당해하고, 백란이 방에서 백우선을 쓰려고 하자 흑요가 집안 박살난다는 이유로 지붕 위에 올라가서 써야 한다고 저지한다.
백란이 지붕 위에 올라갔다가는 묵은세배 하겠답시고 요괴들이 몰려오기 때문에 유단과 채설만 올라가서 사용한다. 추위에 덜덜 떨면서 백우선으로 바람을 일으켜서 죽어라 흔든 끝에 겨우 폰에 불이 들어오고, 채설은 백란이 저렇게 뭐 하고 싶다고 조르는 건 드문 일이니까 과금 들어주면 안 되겠냐고 졸라서 유단의 화를 돋구어 티격태격하다가 채설이 폰을 뺏는다.
채설이 내려가면서 저녁밥 먹자고 하자 유단은 한겨울 밤에 지붕 위에 있었더니 춥다며 목욕탕에 한 번 더 들어가고 싶다고 투덜거리고, 채설은 그제서야 유단이 목욕하다가 목욕탕에 쳐들어간 걸 떠올리고 부끄러워한다. 유단은 이제야 깨달았냐고 화내고 채설은 연기 때문에 못 봤고 자신은 2백 살도 넘었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하면서 횡설수설하다가 추락하고, 채설은 요괴라서 무사했지만 대신 폰이 완전히 박살나 버렸다.(...) 이 광경에 모두 경직되고, 마침 치킨 배달 온 배달원이 반월당 안에 들어와 이 광경을 보지만 한창 연말연시라 바쁜 치킨 배달원은 여우네 뭐네 신경 쓸 여유가 없어서 도씨에게 치킨 값을 받고 나가자 정신 차린 반월당 패밀리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말하는 것으로 마무리.
3.10.2. 할로윈 단편 삼하인(森霞刃)
작가가 블로그에서 연재한 할로윈 특집 개그 단편으로 진혼기와의 크로스오버다. 설 특집처럼 실제 본작의 시간대와 따로 놀지만 그와 별개로 연재 시기와 백란의 말투를 보면 외전 1부 이후로 추정된다.할로윈 날 볼일이 있어 반월당에 찾아가는데 쌍둥이는 뱀파이어, 흑요는 위치, 도씨는 미라로 분장한 채 나타난다. 쌍둥이가 트릭 오어 트릿을 시전하자 평소라면 이런 근본 없는 날에 서양 하급 요괴 따위로 분장하겠냐고 무시할 줄 알았는데 의외라고 놀라고, 쌍둥이가 사탕 수금이 낭만적이라 그랬다고 말하자 유단은 수금이라는 시점에서 낭만이 없다고 까면서도 할로윈 특제 컵케이크 세트를 선물로 주고 넷은 차를 준비하겠다고 잠깐 자리를 비운다.
유단이 넷의 분장 장식이 진짜 같다고 감탄하는데, 백란은 진짜에게서 뺏은 거라 말하고 유단이 건물 한가운데에 있는 해골 인테리어를 보고 진짜냐 묻자 백란은 시선을 피했다. 그러자 유단은 경찰에 신고하겠다 화내고 백란이 저건 플라스틱이라며 우릴 뭘로 보냐고 따지자 "돈 아끼려고 얼마든지 진짜 해골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쓸 수 있는 범죄자들"이라고 욕한다.
유단은 할로윈이 여러모로 어수선한 날이라서 악령들이 설칠까 걱정되어 돌아다니다 처음 보는 요괴를 발견해서 백란에게 넘기는데,[67] 백란이 확인해 보니 한국에서 최근에 태어난 잭 오 랜턴 요괴였다. 한국에서 할로윈 축제가 자리를 잡자 그 영향으로 한국에서 토착화된 할로윈 계열의 요괴가 태어난 것으로, 백란의 말에 따르면 이 잭 오 랜턴은 위험하지 않다고.[68] 유단은 할로윈을 미국인의 상술로 만든 날로 알고 있었지만 백란은 할로윈의 유래가 되는 고대 아일랜드의 축제를 설명하려다 누가 밖에서 폭죽을 잘못 터뜨려 호박 요괴가 놀라 방방 뛰고, 잘못 부딪혀서 가게의 골동품들 중 보석들이 박힌 고대 켈트족의 황금검이 떨어진다. 황금검과 할로윈의 특성이 맞물려 이계의 문이 열리고 둘은 이계로 끌려들어간다.
이세계로 날아와 보니 유단과 백란은 둘 다 토우가 되어버려서 절규하고, 이전의 칠석 사건처럼 세계의 법칙으로 인해 힘을 쓸 수 없고 몸도 제대로 안 움직여서 곤란해한다. 이때 설영과 자하가 나타나는데, 설영이 백팔나한에 악령이 숨어있는 것 같다며 냅다 부숴버렸는데 안 나와서 주지인 광덕 스님이 매우 크게 화를 냈고 자하가 감싸주었지만, 그 대신 자하에게 갈궈지고 있었다. 자하의 말에 따르면 설영의 도끼질 솜씨가 형편없어서 97개를 자기가 부쉈다고. 설영은 이번에는 진짜로 실패한 거라서 의기소침해져 있었다.
유단과 백란이 안 움직여지는 토우의 몸으로도 낑낑거리며 움직이는 걸 보고 설영이 귀신 들린 인형인가 싶어서 영안으로 쳐다봤다 유단의 천안을 자극하는데, 유단의 왼쪽 눈만 붉게 변하자 설영은 주작인가 의아해하고 자하도 금색 영기를 두른 눈으로 쳐다봐서 유단의 천안을 자극하는데 주작성도가 아니라 결론 짓고 놔둔다. 사전에 자하에게 자기의 주장이 틀리면 혼자 기록을 다 읽고 분석하기로 내기를 했던지라 목간을 펼처서 읽는데, 이걸 본 유단은 이 직장인들은 무슨 일을 내기로 하냐며 월급도 내기로 받냐고 어이없어했다.
유단과 백란은 악덕 상사(자하)에게 잘못 걸리면 부서지는 토우가 108개가 아니라 110개가 될 거라 직감하고 알아서 탈출하기로 하는데, 진혼기 세계의 매개가 된 검을 발견하고 백란이 요력을 실어서 설영에게 말을 걸었지만 설영은 환청으로 착각하고 씹었다. 평소라면 말을 들어줬겠지만 하필 이번에는 본인이 실패해서 의기소침해진지라 무시한 거라고. 이대로 있다가는 흙인형과 완전히 동화되어 의식도 소멸할 거라는 말에 경악한 유단은 설영을 '귀신 보는 형'이라 부르며 도움을 요청하지만 같이 씹히고, 결국 알아서 탈출하기 위해 점프하다가 딱 자하에게 걸려버렸다.
자하는 두 토우가 자기 서재의 물건에 간섭해서 수작을 부리려는 걸로 착각해서 부숴버리려 했지만, 유단이 살려달라고 난리를 치자 설영이 직감적으로 나쁜 영혼들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하려는 것뿐임을 알고 막는다. 유단은 설영이 실패해서 상관에게 대판 깨지고 벌 받는 상황에서 이렇게 나서다니 불쌍한 영혼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마음이 매우 강한 사람 같다며 감동한다. 설영은 이상하게 들릴 건 알지만 이야기나 한번 들어보자며 자하와 내기를 하고, 유단은 또 틀렸을 때 목 자르려는 거 아니냐고 불안해한다.
설영은 둘을 들고 있다 내려놓으며 차라리 자기 소지품에 들어갈 것이지 하필이면 비천택의 물건을 건드린 거냐고 말을 들어보려 하지만, 힘이 약해진지라 이번에는 말이 전해지지 않았다. 그러자 백란은 자하가 자기 소지품을 다 파악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몸을 움직여 먹물을 쏟은 뒤 힘을 써서 먹물의 방향을 움직여 문양을 그리는데, 유단이 협조했음에도 힘이 부족하자 설영이 자기 영기로 둘을 도와줘서 삼태극(三太極)의 문양을 그리는데 성공한다. 이걸 본 자하는 머나먼 서쪽 나라에서 구한 황금검의 문양임을 깨닫고 가져오고, 황금검의 빛이 유단과 백란을 감싸자 대충 상황을 파악한다.
설영은 이번에는 자기가 이겼다고 기뻐하지만 조금 전에 자하가 내기한답시고 쓴 글자는 불사불흉不邪不凶이었다. 사실 설영이 고집을 부리는 걸 보고 상황을 대충 파악하고 동의했던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설영은 부끄러워하면서 고맙다 말하고 자하는 돌아서서 웃는데, 죽을 뻔했던 유단과 백란은 웃고 있다며 설영에게 고자질하지만 설영은 못 들었다. 그와 별개로 백팔나한 내기에 대한 벌칙은 유효해서 다시 읽는데, 이걸 본 유단은 자하를 보고 역시 악덕 상사가 맞는 것 같다고 까지만 백란은 내기는 내기라며 옹호해줬다.
유단은 설영을, 백란은 자하를 좋게 말하면서 어쨌든 둘 다 좋은 사람 같다며 훈훈하게 이별하려 했지만... 사라지려는 걸 본 설영은 둘을 이역만리 타향에서 죽고 토우에 깃든 사령으로 착각하고 원왕생을 빌어줬다.(...) 유단과 백란은 우리 안 죽었다고 항의했지만 안 들렸고, 자하도 거기에 동참한 데다 도와주겠답시고 설영이 부적까지 쓴 덕분에 하마타면 유단과 백란이 강제로 유체이탈할 뻔했다. 하여튼 유체이탈하는 사고 없이 유단과 백란은 반월당 세계로 돌아가는데 성공한다.
돌아온 뒤에는 사건의 발단이 된 황금검을 확인하는데, 황금검에는 고대 켈트족의 제일(祭日)인 서우인을 음차한 삼하인이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었고 이를 통해 이 검과 자하가 가진 황금검이 둘 다 고대 켈트족의 서우인의 제례에서 사용한 주구임을 깨닫는다. 자하가 말한 삼태극은 고대 켈트족의 트리스켈리온 문양을 뜻한 것.
황금검을 통해 이세계로 날아갔다 왔다는 것을 깨달은 유단은 왜 하필이면 토우 형태냐고 씹어대지만, 유단은 이세계인이었던 자신들이 본의 아니게 그쪽 세계의 악몽이 될 수 있기에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우주적 안배였으리라 추정했다.[69] 하여간 백란은 이걸로 악몽은 끝났고 오늘도 심심하지 않았다며 에피소드를 마무리짓는다.
4. 능력
본편과 외전에서 일부 묘사되는 소류의 힘을 보면 엄청나게 강했다는 게 절대로 허튼 소리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70] 멘탈이 일시적으로 흔들린 사이에 팔목귀가 세뇌하지 않았으면 역으로 팔목귀가 털렸을 수준으로, 괜히 팔목귀가 편집증적으로 소류의 환생들을 죽인 게 아니다.소류의 육체는 보통 인간으로 수명도 보통 인간과 다를 게 없었지만 영혼은 인간도 망량도 아닌 상태로 늘 경계를 자유롭게 오갔다고 한다. 하지만 팔목귀의 망량화 때는 이 점을 악용당해서 쉽게 변질되었고 기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사후 귀신이 된 뒤에는 귀신 상태일 때에 한해서는 괴이이며[71] 신체 일부만 가지고도 하나의 괴이가 될 정도다.
이외에도 왕권의 대리자이자 고대 제사장의 권한으로 제례를 관장할 수 있다는 언급을 보면 제사장의 권한도 가지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주변인의 언급이나 과거회상을 보면 종합적으로 고대 신라(한반도 남부)의 무속+불교+도교 계열의 힘으로 보인다.
4.1. 천안(天眼)
단순한 영안이 아닌 생사의 이치를 꿰뚫어보는 천고의 보물. 워낙 보기 드문 눈이라 하늘의 존재부터 사물령까지 어떻게 그 눈을 가지고 있냐고 신기해한다. 눈 자체가 워낙 대단하다 보니 이놈 저놈이고 다 노리고 있어서 외전에서도 천안을 탐내고 덤벼드는 놈들이 많으며, 모종의 이유로 다른 힘은 다 못 쓰는 상태에서도 천안만은 쓸 수 있는 경우가 많다.소류였던 시절부터 영혼에 깃든 눈으로 환생할 때마다 가지고 있었으며, 다른 힘은 다 잃어도 이것만은 아까워할 정도로 본인도 애지중지하는 능력이다. 1500년 동안 천형죄인으로 고통받으면서도 그 힘을 선행에만 베풀었기에 천안의 힘은 시대가 지날수록 점점 강해졌으며 평범한 수단으로는 없앨 수 없다.
단순히 귀신이나 괴이를 보는 눈이 아닌 상대의 사념을 읽어서 과거나 미래를 볼 수도 있고 사용이 능숙하면 그 자체로 고성능 탐지기로 쓸 수 있다. <무구리 인형> 편에서는 피해자의 사진을 보고 피해자가 납치당한 장소를 간파하는 등 간접적인 단서로도 찾아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외전 1부에서는 탐정 조수 흉내를 낼 때 천안을 탐지기로 써서(...) 정보를 찾기도 했다. 오죽하면 유단은 천안을 "유서 깊은 신라 시대 고성능 생체 탐지기"라고 부른다.
외전 1부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의 힘은 각각 타고났고 약간 차이가 있다. 탐지는 왼쪽 눈이 특화되었고 오른쪽 천안은 정신 간섭이나 영혼 포박 등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또 천안은 AI 비슷한 것이 있는데, 왼쪽 천안은 <귀화> 편에서는 귀화의 힘을 탐지하고 유단을 무의식적으로 이끌기도 했고 오른쪽 천안은 괴이화된 상태이기는 했지만 명확하게 의지가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천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氣)를 통해 일종의 폭풍을 일으키는 것도 가능한데 이건 일종의 폭주 모드라서 아무 때나 가능한 건 아닌 듯.
소류는 양쪽 눈에 다 갖고 있었지만 대한제국 시대 모종의 사고로 괴이가 되어버리자 오른쪽 천안을 스스로 포기해서 현생인 유단일 때는 왼쪽 눈에만 남았다. 대신 7살 때 팔목귀에게 살해당할 뻔했을 때 초대 이후 처음으로 완전히 개안(開眼)했다. 하지만 유단은 본편 초반까지는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고 어설프게 사용했다가 고장 나서 <바람의 소원> 편에서는 며칠 동안 치료를 받아야 했다.
진혼기에도 영사라는 능력이 나오지만, 이건 영안을 매개로 한 주술이며 위력도 편의성도 천안이 훨씬 위다. 하지만 진혼기 세계에서는 천안이 존재하지 않거나 어지간히 보기 드문지 귀신과 요괴들과 어울려 자랐던 설영은 물론이고 상선인 자하조차 특이한 영기가 깃든 눈 정도로밖에 생각을 못했다. 세계의 이물질로 취급되어 대부분의 힘이 봉인된 상태에서 천안만은 제대로 작동한 걸 보면 개념 자체가 없다기보다는 너무 보기 드물어서 몰랐던 모양.
외전 1부에서 오른쪽 천안의 형태를 보고 도깨비 눈 같다고 유단이 평한 걸 보면 도깨비 눈의 형상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4.2. 예지몽
마찬가지로 소류 시절부터 있던 힘 중 하나로, 꿈을 통해 천기를 읽고 미래를 내다본다. 본편 초반부터 예지몽을 꾸는 등 꽤 일찍부터 각성한 능력. 소류는 유단보다 더 능숙하게 쓸 수 있었는지 팔목귀에게 당하기 전 수백 년 이상 자신의 수하들(반월당 요괴들의 전생)과 자신이 흩어진 채 고통받을 것임을 내다보기도 했다.본래 천기누설은 그 특성상 미래를 바꿀 수 없고, <귀신의 신부> 편에서는 실제로 위험을 내다보았음에도 바꾸지 못했지만 <망량선> 편에서는 백란이 망량선에서 썰려 죽을 것을 내다보고 얼떨결에 바꿔서 하늘에서 동방청제가 강림해 천사추심이 일어나기도 했다. 천사추심 자체는 <요마화필> 사건을 통해 무마되지만, 이후 <천명> 편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 사실 망량선 사건 자체가 천명 편을 위한 천의(天意)의 중간 과정으로 일어난 사건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 마디로 B의 미래를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A의 미래를 보여줬다는 식.
4.3. 무술
소류는 검을 늘 차고 다녔는데 절대 폼으로 달고 다니던 게 아니라서 외전의 회상에서는 초인적인 신체능력을 발휘하며 괴물을 썰어 죽이기도 했다. 천계에서 동방청제에게 검술을 배웠다는 걸 보면 천계의 무술을 구사 가능했던 걸로 보인다. <액신제> 편에서 요괴화 상태의 유단이 초인적인 신체능력을 발휘할 때 익숙함을 느낀 걸 보면 인간의 육체인 것과 별개로 초인적인 신체능력의 소유자였던 것으로 보인다.외전에서는 전생의 도씨에게 배운 궁술을 발휘하기도 하는데 눈 감고도 필중시킬 수 있는 신궁의 레벨로, 도깨비인 전생의 도씨에게 배웠다는 걸 보면 도깨비의 무술인 듯.
유단의 신체능력도 일반인보다는 훨씬 좋지만 초인은 아니고, 무엇보다 제대로 무술을 배운 적이 없는지라 본편에서는 도깨비 뿔을 막 휘두르는 식이었고 외전에서 천지령까지 손에 넣은 뒤에는 둘이 알아서 움직이게 놔둔다.
4.4. 소환술
소류가 각종 도깨비들과 귀신들에게 추앙받았다는 점에서 이들을 부리는 건 당연하고, 백란이 본편에서 데리고 다니는 이매망량들도 본래는 소류의 부하였다. 백란이 이매망량들을 모은 것도 흑막을 죽이기 위한 세력이 필요해서 소류의 흉내를 냈다고 하며, 반월당 요괴들도 전생에는 소류의 부하였던 걸 보면 동식물 계통의 요괴들도 수하로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본편 초반부터 잡요괴들이 유단에게 기는(...) 모습이 많은 것도 이와 관련된 듯.유단은 지식이 없어서 제대로 구사 못하지만 능력 자체는 남아있는데 본편 마지막에 지옥에서 탈출할 때 도깨비들의 영혼을 소환해 다리를 만들게 하기도 했고, 외전 1부에서 보조 신구(神具)인 천지령을 손에 넣은 뒤에는 나례놀이 때 각종 신수와 영수를 소환하기도 했다. 강력한 신수들을 연달아 소환하는데도 별로 힘들어 하지 않는 건 덤. 유단은 지식이 아니라 직감으로 쓰는 거라서 본인도 어쩌다가 된다는 느낌에 가깝지만, 본편에서도 유단이 액신의 심상세계에 말려들었을 때 도움이 필요해서 무의식적으로 백란을 소환하는 등 유단의 소환술 능력이 대단하다는 묘사가 있다.[72]
5. 소지품
5.1. 고대 도깨비의 뿔
기린몽 편에서 꿈의 신 몽희를 상대로 사기를 쳐서 고대 도깨비의 뿔을 얻는다. 정확히는 사기를 쳐서 원래 백란이 가지고 있던 고대 도깨비 뿔의 출처를 세탁해서 유단에게 주고, 사기를 쳐서 얻은 뿔은 부순다. 나름 강력한 물건인지 유단 입장에선 요긴하게 써먹는다. 다만 천계의 입장에서 보면 사기를 쳐서 얻은 거라 걸리면 털릴 여지가 있다는 듯(...) 사실 유단이는 공범이지, 실질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은 백란이다.약간의 지능이 있어서 유단의 분노에 반응하기도 하며, 퇴마에 특화된 불꽃을 만들거나 길이를 조절해서 검처럼 휘두르는 것도 가능하다.
기원을 알 수 없는 최초의 도깨비이자 고대 도깨비의 왕의 유해로, 도깨비왕이라 불렸던 소류가 도깨비의 유해를 정성껏 매장한 대가로 손에 넣었다. 이 과정에서 백란은 딴 생각 하다가 미움을 사서 건드리지도 못하게 되었지만. 백란은 팔목귀 퇴치를 위한 비장의 패로 일부러 이름을 짓지 않고 미스터리의 존재로 놔두고 신앙을 축적시켜 일종의 유사 신으로 만든 뒤, 신룡맞이 의식을 통해 도깨비 뿔에 힘을 깃들이게 하는 것으로 팔목귀를 소멸시키는데 성공했다. 단 1회용이라서 두 번은 못 한다.
본편 마지막에는 너무 혹사해서 한동안 힘을 잃었지만 외전에서는 팔목귀의 저주와 천형죄인의 형벌에서 벗어난 유단 덕분에 더더욱 힘이 강해졌으며 외전에서 합류한 천지령과 합체 및 변신을 한 뒤 알아서 움직여 악귀들을 두들겨 패 소멸시키기도 한다.
5.2. 검
소류의 회상에서 늘 차고 다니는 검. 고대 제례 의식과 관련이 있으면 작가 말에 따르면 소류가 제례용 장검을 갖고 있던 건 모종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보통 무기로는 죽일 수 없는 천호인 백란을 토막쳐버릴 수 있는 무시무시한 물건이며, 그르매를 단검으로 찔러 죽인 걸 보면 영체를 베어버리는 것도 가능한 모양. 불꽃 무늬가 그려진 아주 화려한 검이라고 서술된다.장검은 평소 소류가 차고 다니는 검으로 외전의 회상에서 지네인지 뱀인지 모를 괴물 하나를 썰어 죽일 때 쓰는 모습이 나온다. 하지만 소류가 백란을 죽일 때(...) 사용한 이후 행방불명되었다가 본편 막바지에 팔목귀가 갖고 있었음이 밝혀진다. 하지만 팔목귀를 퇴치하고 지옥에서 탈출한 이후로는 다시 행방이 묘연하다.
단검은 백란이 갖고 있는데 자해(...)나 유단을 협박(...)할 때 주로 사용한다.
5.3. 천지령(天地鈴)
외전 1부에서 손에 넣게 되는 물건으로, 도깨비 뿔을 제외하고 소류가 가진 신구(神具) 중에서 유일하게 현존하는 물건이다. 나머지는 소류가 천형죄인이 되었을 때 모두 파괴되었다고. 고대에는 천지령을 가지고 방울을 울리며 도깨비들에게 나례놀이를 해주기도 했고, 천지령을 통해 중국과 한반도 전승에 나오는 주요 신수와 영수들을 연속으로 소환하는 것도 가능하다. 도깨비 뿔과 마찬가지로 약간의 지능이 있어서 서촌 도깨비들을 거부하고 소류의 환생을 불러달라 요청하거나 자기 의지로 악귀들을 두들겨 패기도 한다.서촌 도깨비들이 우연히 발굴한 뒤 보관하고 있다가 본편에서 팔목귀 결전 전후에 각성했고 외전 1부에서 서촌 도깨비들이 도깨비들을 노린 창귀의 습격으로 인해 유단에게 천지령을 가지고 나례놀이를 해달라고 부탁해서 유단에게 소유권이 넘어간다. 나례놀이를 한 것은 긴 세월 동안 천지령이 힘을 많이 잃어서 힘을 되찾기 위한 것도 목적이었다.
이후 도깨비 뿔과 뜻이 잘 맞아서 종종 합체해서 변신한 뒤 악귀들을 두들겨 패고 다닌다. 전생과 달리 무술을 못해서 대충 휘두르고만 다니는 유단에게 있어 알아서 움직이며 악귀들을 패서 강제 소멸시키는 매우 편리한 능력이다.
6. 인간관계
- 나미아
- 나수현
- 흑요
- 채설
- 채우
- 도씨
- 개구리 정승
- 동방청제
- 수려
- 틈새귀신
- 옥린 공주
- 북촌 도깨비들
- 서촌 도깨비들
6.1. 백란
처음에는 그냥 재수없는 여우 요괴였지만 갈수록 악우 내지는 현실 형제의 모습을 보인다. 외전 1부로 가면 서방님이 되어간다는 평이 있을 정도. 평소에는 티격태격하지만 언제든지 서로를 위해 모든 걸 걸 수 있는 사이. 전생까지 포함하면 1500년에 걸쳐 수십 번의 생이나 이어진 친구 관계로 이 때문에 어린 백란의 환영을 보았을 때 자신과의 인연의 끈이 엄청나게 많이 묶여 있었다고 한다.처음 만났을 때부터 의문의 기시감을 느꼈고, 결국 누구보다 강한 운명으로 묶여 있었음이 밝혀진다.[73] 소류가 천형죄인의 형벌과 팔목귀의 음모로 인해 끊임없이 고통스러운 살해를 반복하면서도 부서진 영혼을 수복하며 환생을 반복한 건 오로지 백란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백란이 개화기 때 소류를 포기했을 때도 소류는 백란을 위해서 포기하지 않았고,[74] 본편에서도 백란이 포기하고 유단이 백란을 붙잡는 구도가 많다. 소류에게 먼저 손을 내민 건 백란이었지만 백란을 붙잡은 건 소류와 유단이었던 것.
백란이 떠났을 무렵에는 다른 반월당 요괴들보다는 침착했지만 내가 소류가 아니라서 그렇게 떠난 걸까 고뇌하며 그리워하기도 했다. 결국 외전에서 모든 게 밝혀진 뒤에는 과거와 현재 모두 자신임을 받아들이고 화해한다.
6.2. 소류
전생의 자신인 만큼 다소 복잡한 관계. 유단은 칠석 에피소드 때 어린 시절의 소류와 마주쳐서 대화한 적도 있는데, 이때는 서로의 정체를 몰랐다. 훗날 신림에서야 유단은 그때 기린 사건을 벌인 소년이 전생의 자신임을 깨달았다. 작가 피셜 둘은 닮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으며, 백란은 유단을 볼 때마다 소류와 닮은 점과 다른 점을 떠올린다고.보통 전생에 매우 강한 힘을 지녔다는 설정이 있으면 그 힘을 깨우치거나 과거에 인연이 있던 자들에게 전생과 동일인물 취급당하는 경우가 매우 많은데 작중에선 이상할 정도로 그런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 유단은 과거의 기억도 없을 뿐더러 나름 평범한(?) 고등학생이니 굳이 전생의 힘을 되찾으려 할 이유는 없지만 전생의 유단과 친한 친구였던 백란은 유단을 동일인물로 취급하지 않았으며 다른 이들이 유단을 전생과 동일하게 대하면 먼저 다른 이라고 못을 박는 모습을 보였다.
이 이유는 외전인 <맞거울 괴담> 편에서 밝혀졌는데 소류의 초반 환생 중 한 명은 빠르게 소류의 힘과 기억을 되찾았으나[75] 백란을 보자마자 소중한 친구를 자신의 손으로 죽였다는 죄책감에 플래시백을 일으켜 괴로워하다 자살하였고 이때의 일로 큰 충격을 받은 백란은 유단이 자신과 전생을 동일인물로 생각하지 않도록 둘을 분리시켰다. 백란은 소류가 자신을 잊더라도 그저 살아있기만 하면 그걸로 족했다고.
사실 본편과 외전에서 백란의 언행을 자세히 보면 의식적으로는 타인 취급하지만 무의식적으로는 동일시하는 걸 확인 가능하고, 유단도 마찬가지로 본편에서 무의식적으로 소류와 자신을 동일시했고 외전의 맞거울 괴담 편 이후로는 기억의 유무와 별개로 확실히 동일시한다.
소류의 성격인 대가를 요구하지 않고 삿된 것들에게서 인간을 지키고 삿된 것들에 분노하며 퇴마하려는 의지는 1500년 동안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사라지지 않고 본능으로 남았다. 팔목귀에게 복수하고 백란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얼마나 강했는지 매번 팔목귀에게 영혼이 갈갈이 찢겨나가 가루가 되어도 기어코 수복하고 환생을 반복할 정도. 외전에서 나온 바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개화기 당시 오른쪽 천안이 본체에서 분리되어 괴이가 되고 사람들을 해치자 내버려둘 수 없어 힘을 잃는 위험을 감수하고 스스로 오른쪽 눈을 부숴버리기도 했다.
어째서인지 동방청제와 몇몇 천계의 반월당 손님들을 비롯한 천계 사람들은 유단의 정체를 한동안 못 알아봤다가 종묘 사건 때야 알아차리는 병크를 보였다. 오히려 본편 초반~중반부까지 천안 때문인지 몰라도 천신이 유단에게 의뢰하거나 조선시대 견습 박수무당에게 서낭신 대타로 불려가는 등 신성한 존재에 가까운 취급을 받았다.
소류의 환생 묘사를 보면 초반의 환생들은 천형죄인임이 일찍 탄로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유단은 물론이고 바로 전생인 개화기의 환생은 나이가 스물 정도가 될 때까지 천형죄인이 탄로나지 않고 잘 살다가 팔목귀에게 살해당했고, 유단이 소류의 환생임을 본편에서 바로 알아본 건 백란과 팔목귀뿐이었는데, 외전에서 소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 것과 유단 본인이 "환생을 반복해서 얼마나 달라졌는데 2%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한 걸 보면 영혼이 박살났다가 수복해서 환생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이 달라졌기 때문인 듯. 또 비형랑을 알고 있던 이매망량이 유단의 외모를 보고 안 닮았다고 말한 걸 보면 설정상으로는 그렇게 닮은 외모가 아닌 모양이다.[76]
6.3. 팔목귀
본편의 최종보스이자 유단과 백란의 인생을 소류 시절부터 나락으로 보내버린 불구대천의 원수이자 만악의 근원. 전생에 수십 번이나 팔목귀로 인해 누명 쓰고 끔살당한 건 물론이고 현생에서도 7살일 때 유단을 죽이려고 환상열차 사건을 일으켜서 유단은 운 좋게 살아남았지만 이 과정에서 유단의 어머니가 사망했다. 결국 이 악연은 본편 마지막에 유단이 신룡의 힘을 빌려 소멸시키는 것으로 지긋지긋한 악연이 마무리된다.한편 팔목귀는 소류를 집요하게 죽이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후예 비슷한 존재였던 소류에게 흥미가 있었는지 포섭 시도를 하기도 했다. 겉으로만 추앙받을 뿐 실제로는 백란을 제외한 모두에게 경계선의 괴물 취급을 당하던 소류의 처지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멘탈을 흔들어 조종하기도 했으며 소멸할 때도 너도 나처럼 타락할 거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단은 너는 홀로 미쳐갔지만 나는 내가 대단해질 생각이 없고 모두와 함께 이겨나갈 거라고 반박했다.
팔목귀와 소류는 간접적인 관련성이 있다. 방상씨 신앙은 중국보다 한반도와 일본에서 더 널리 퍼져 방상씨 탈을 쓴 각종 의례가 고려와 조선의 왕실과 민간에서 성행했는데, 중국 남부에서 성행한 나(儺)계통의 세습무는[77] 한반도 남부의 세습무와 문화적으로 연관성이 지적되며[78] 소류는 도깨비들에게 나례놀이를 해준 적이 있는데 방상씨 탈을 쓴 의식은 나례의 원조이기도 하다. 방상씨 탈의 기원이 된 팔목귀가 소류를 자신의 후예로 취급한 것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6.4. 오른쪽 천안
대한제국 시대 사고로 포기한 오른쪽 천안이 백란의 선대 천호의 유해에 깃들어 탄생한 천호의 형상을 한 새로운 괴이인 호구신이 되어 외전 1부의 최종보스가 되었다.호구신은 자신의 존재를 완성시키고자 유단과 백란을 죽이고 힘을 빼앗으려 했는데, 본체(소류)가 자신을 부순 것에 원한이 있었는지 백란은 처음에는 나가리로 만들고 방치했지만 유단은 처음부터 작정하고 죽이려고 했다. 호구신의 성격이 실제의 백란보다 많이 온순해서 유단이 가짜임을 깨달았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오른쪽 천안이 기억하던 불행을 겪기 전의 백란의 성격이 반영되었거나, 선대 천호의 성격이었거나, 오른쪽 천안의 의사의 영향이거나 셋 중 하나일 듯.
유단이 가짜로 인해 위험에 처한 걸 알고 천계에서 틀어박혀 있던 백란이 지상으로 내려오는 원인을 제공했고 유단의 안에 있는 소류의 PTSD를 자극해서 자멸시키려고 했다가 역효과를 불러서 결과적으로 천호가 반월당에 복귀하고 소류의 트라우마를 해소하는데 본의 아니게 크게 기여했다. 결국 악몽병동 편에서 유단이 호구신을 소멸시키면서 일단락되지만 오른쪽 천안의 힘은 소멸하지 않고 지상에 남아서 새로운 위협이 된다.
백란과 소류의 추억이 깃든 천지령에 집착하거나 나례놀이를 보면서 그리움을 느낀 것, 본체(소류)보다 늘 보던 백란이 더 익숙해서 스스로를 백란으로 착각했다는 걸 보아 환생할 때마다 기억상실을 반복하던 본체보다 소류의 기억과 감정을 강하게 보존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79] 유단의 기억을 읽었기 때문에 소류와 유단이 다른 사람임은 알고 있었지만, 소류가 유단으로 환생하기 전 소류의 귀신 상태일 때 분리된 탓인지 유단을 그냥 소류의 연장선으로 취급한 정황이 있다.
7. 평가
백란이 '판을 짜고 오답을 피한다'면, 유단은 직감으로 '정답을 쥐는 사냥꾼'이라는 평을 듣는다.- 어린 왕자의 왕자
유단과 백란의 관계가 어린 왕자에 나오는 어린 왕자와 여우의 관계가 모티브가 아니냐는 추측이 있다. 전생인 소류까지 고려하면 어린 왕자의 장미도 백란이라 볼 수 있다. 어린 왕자는 생텍쥐페리가 기른 사막여우에서 따와 밀색 털이라고 묘사되지만 종족은 붉은여우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은데, 밀색 털을 가진 붉은여우라는 점이 백란과 일치한다. 백란의 까다로운 성격과 식물로 비유된다는 점에서 아름답지만 가시투성이인 장미와도 유사하다.
그저 별을 좀먹을 뿐인 바오밥나무(자연에서 난 재앙)을 제거하며 단 한 송이 피어있는(천호라는 종족의 희귀성) 장미를 기르던 어린 왕자의 행성은 소류의 세상과 유사하다. 여우가 먼저 서로에게 유일하고 특별해지기를 원했기에 먼저 어린 왕자에게 접근한 점, 어린 왕자와 장미의 관계와 갈등 등등이 소류와 백란의 관계와 유사하다. 엔딩이 몸을 버리고 자기 별로 돌아간다는 엔딩은 소류의 최후와도 연이 있는데, 차이점이 있다면 소류는 죽었지만 환생에서 자신의 장미이자 여우인 백란과 끝내 재회했다는 점이다.
유단 또한 어머니가 죽은 뒤 고립된 세계에서 괴이들에 시달리며 살다가 우연히 장미(백란)와 만났고 서로 갈등과 화해를 겪으며 가까워졌고, 백란과 서로 특별한 관계가 되었지만 결국 엔딩에서 헤어졌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구도는 반대인데, 유단이 첫 만남부터 백란에게 반해 서로 특별해지기를 원해 접근했고, 떠난 것도 백란이었지만 결국 외전에서 유단을 위해 백란이 유단에게 돌아왔기 때문.
- 무속적 해석
무당이라는 묘사는 없지만 굿(강신술)이나 점복을 쓰지 않을 뿐 귀신을 성불시키거나 마귀를 퇴치하고 전생에는 도깨비왕으로서 나례놀이를 하거나 신룡맞이 때는 왕권의 대리인이자 고대 제사장의 권한으로 의식을 집행한 걸 보면 고대 신관(세습무) 계통의 무당으로도 볼 수 있다. 본편에서도 두억시니의 기억을 구현한 세계에서 굿하는 장면을 빌려 백란을 무당의 강신술로 소환하는 등, 유단은 무속적 능력을 가진 캐릭터다. 참고로 나례는 상술했듯 방상씨 의식에서 유래된 것으로, 소류가 도깨비들에게 나례놀이를 하는 것은 방상씨의 의식을 물려받은 제사장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한 독자는 반월당 본편의 이야기는 '청산', '씻김굿'이라 표현했다. 새로 앞으로 나아가기에 앞서 짓밟혀 죽어버린 과거와 억울함과 원한을 씻어낸다는 뜻. 백란이 소류의 부하였던 망량들을 모은 것도 일종의 한풀이, 살풀이로도 볼 수 있다. 많은 선행을 베풀었음에도 단 하나의 잘못으로 인해 천형죄인이 된 그를 기리고 하늘의 심판을 바꾸기 위한 1400년에 걸친 증명이었던 셈.
또 삼국유사에서는 김용수의 증손자인 신문왕 대의 일화인 만파식적을 소류가 주술로 만들어 부는 게 가능한데, 후술할 양류관음과 만파식적은 국가의 위난을 구해주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만파식적은 강력한 왕권을 확인하는 신물이기도 한데, 유단의 전생인 소류가 신라의 왕자지만 도깨비의 기준에서는 왕이었다는 걸 생각한다면 도깨비의 왕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소류는 검은 호랑이로 변신하는 힘이 있는데, 호랑이는 고대부터 근대까지 식인 맹수로서 호환의 상징이었지만[80] 동시에 산군(山君)이라 불리며 단군 신화에도 등장할 정도로 유서 깊은 토템 신앙의 대상이기도 했기에 비형랑이 후세에 두두을신과 동일시되었듯 소류의 신성(神性)을 나타내는 설정이라 볼 수 있다.
- 불교적 해석
진혼기와 마찬가지로 무속계임에도 불구하고 불교와 관련된 설정과 능력도 많이 보이는데, 이는 당대 신라 왕실이 법흥왕 이후 진덕여왕 때까지 불교에서 왕족의 이름을 따오며 전륜성왕을 자처할 정도로 불교와 연관이 깊었던 걸 고려한다면 이상하지 않다. 당시에는 불교가 자리잡으면서 무속과 결합되기 시작하던 시기였기 때문.[81]
백란이 모은 소류의 부하 망량들을 '명부마도'의 무리라 불렀는데, 명부마도는 아수라도라는 뜻도 있다. 선하기도 악하기도 하고 지혜와 힘을 가졌지만 아직 번뇌를 버리지 못해 서로를 물어뜯으며 악착같이 싸우는 이들, 그보다 위로 가기엔 아직 악업이 남아있으나 그 아래로 떨어지기엔 분명한 선행을 하는 이들이라는 뜻이라고. 어떤 무고와 핍박을 받아도 묵묵히 선행을 이어갈 정도로 선한 사람이지만 퇴마의 과정에서 많은 업을 쌓았던 소류 및 유단의 캐릭터성과 일치한다.
관세음보살의 육항상서六向六誓[82]
아약향도산(我若向刀山) 도산자최절(刀山自催折)
아약향화탕(我若向火湯) 화탕자소멸(火湯自消滅)아약향지옥(我若向地獄) 지옥자고갈(地獄自枯渴) 아약향아귀(我若向餓鬼) 아귀자포만(餓鬼自飽滿) 아약향수라(我若向修羅) 악심자조복(惡心自調伏) 아약향축생(我若向畜生) 자득대지혜(自得大智慧) 내가 칼산지옥을 향해 나아가면 칼산지옥이 저절로 소멸되며 내가 화탕지옥을 향해 나아가면 화탕지옥이 저절로 소멸되며 내가 지옥을 향해 가면 지옥이 저절로 말라 없어지며 내가 아귀가 있는 곳으로 가면 아귀의 배가 저절로 불러지며 내가 아수라의 세계로 가면 악한 마음이 저절로 조복되며 내가 축생의 세계로 가면 축생 스스로 큰 지혜를 얻으리라. |
유단이 퇴마를 하는 행적을 관세음보살과 결부시켜 해석하기도 한다. 보면 알겠지만 본편에서 유단이 퇴마를 한 대상들과 연관이 있다. 또 <넋보자기> 웹툰에서 나미아가 유단에게 "네가 구세주처럼 보이겠지"라는 대사에서 유단의 뒤에 광배가 비친 모습으로 묘사되는데, 불교의 광배 묘사와 동일하다. 보살의 사전적인 의미는 보리(깨달음)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나 부처와 달리 만인을 구제하기 위해 경지에 도달하거나 도달할 수 있음에도 지상에서 윤회를 겪으며 사람들을 구제하고 수행하는 사람을 뜻하기도 하는데, 백란과 인간들을 구하기 위해 온갖 오욕을 감수하고 고통스러운 윤회를 반복했던 소류의 행적과도 맞아떨어진다. 반월당의 불교적 모티브를 해석한 독자의 말에 따르면 유단과 소류는 무속 신화에서 유래된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두두을신의 원형 중 하나가 비형 신화다) 불교풍이 강한 캐릭터라고.
백란이 대한제국기에 '소류'의 인연을 끊는 것으로 유단은 무연無緣이라는 불교적 경지로 백란과 마주했고, 사람을 구하는 과정을 통해 팔목귀를 파훼하는 불교적 경지에 도달하게 되었고 유단이 팔목귀의 궤변을 파훼하는 대사를 불교의 사상과 연관지어 해석한 독자가 있는데, 소류의 본명이 관세음보살의 응신應神 중 하나인 양류관음(楊柳觀音)이며 유단의 대에 이르러 허무를 반박하는 공(空)의 깨달음에 도달했다고 얻었다고 해석한다.[83] 양류관음은 관세음보살의 33화신 중 하나로 버들가지와 정병을 든 관세음보살의 형상인데 바이샬리에서 대규모 역병이 돌자 사람들이 열심히 기도했고, 관세음보살이 노파의 형상으로 나타나 사람들의 역병을 치유하자 사람들이 양류관음이라 부르며 병고를 없애고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로 믿은 데서 유래되었다.[84]
관세음보살은 보살이지만 <관음삼매경觀音三昧經>, <천수다라니경千手陀羅尼經>, <무량수경無量壽經>에서는 전생에는 석가모니불과 아미타여래의 스승인 정법명왕여래(正法明王如來)였으나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스스로 보살이 되었다고 여겨지는 등 굉장히 격이 높은 보살이다. 신라에서는 관세음보살뿐만 아니라 각종 보살이 여러 화신으로 나타나 중생을 계도하거나 구제하는 설화가 많은 등 보살 화신 관념이 강했는데 소류는 백란과 함께 서라벌과 신라 각지를 오가며 인요의 화평이라는 이상을 꿈꾸고 각종 이능으로 퇴마를 하는 등 신라 백성들에게 왕자보다 구세주에 가까운 존재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런 소류에게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의 이름을 진평왕이 지어줘도 이상하지는 않다. 다만 버드나무는 무속적 의미도 강하기에 무속적인 의미로 버드나무에서 유래된 이름을 가졌다가 불교적 의미가 덧붙었을 수도 있다.[85][86]
추가로 백란은 유독 빛나는 것으로 번뇌를 사라지게 한다는 묘사(무량광無量光)와 요괴라서 흉내 내는 거지만 부처의 힘을 흉내낼 수 있다는 점, 팔목귀 퇴치 때 서방정토 운운한 점에서 무량광불無量光佛, 즉 아미타불이 모티브 중 하나라고 추측하는데 둘을 합치면 그 유명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南無阿彌陀佛 觀世音菩薩이 된다.
도깨비도 천호(여우 신앙)도 본래는 불교의 전래로 인해 영락한 무속 신앙이지만, 동시에 불교와의 습합으로 공존하며 현대까지 명맥이 유지되었다는 점에서 이 둘이 무속적인 면 이상으로 불교적 특성이 강한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뜬금없이 웬 치우냐 싶을 수도 있지만, 작중 포지션이 치우와 은근히 겹친다는 평도 있다.
모 독자는 <천명> 편에서 유단이 황제(黃帝)(황제皇帝가 아니다)에게 심문받는 장면을 치우 신화를 결부시켜 해석하기도 했다. 본작 세계관에서 방상씨는 "황제의 사목을 빌린 황금사목"이라 백란이 언급하고 황제가 우리가 그런 악귀를 만들었냐고 화내는 장면이 있다. 오체분시당해 죽어 단풍으로 화했다는 치우를 죽인 건 황제인데, 황제에게 처형당한 치우, 팔목귀에게 당한 소류와 백란, 천계로 끌려와서 무고로 처형당할 뻔한 유단의 포지션을 비교한 것.
<불가사의 학교> 사건이 사실 치우의 부활을 꾀한 사건으로 해석하기도 한다.[87] 반월당에서 종종 유단이 인상적으로 묘사하는 붉은색 단풍도 치우가 황제에게 오체분시당해 죽은 뒤 그 피 또는 수갑에서 자랐다는 전설이 있는데, 맥거핀으로 끝난 해당 에피소드의 괴이가 치우를 연상케 한다는 것.
8. OST
드라마 CD에서는 캐릭터 송이 2개 나온다.반월당의 기묘한 이야기 : 戀, 歌. |
미련한 고백 연습 성우 : 김명준(유단) 하루씩 당신 속에 귓가에 맴돌아 셀 수 없이 고친 가사 바보 같다고 웃진 않을까. 뭐라고 말해도 뭐라고 말해도 농담 같은 걸 자나 깨나 한숨 쉬고 머릴 쥐어 짜도 그저 그런 말 뿐인 걸 어떻게 속으로 수 없이 눈앞에 너에게 말 걸어 보지만 지나가는 네게 입도 벙긋 못하고서 네 등 뒤만 봐 미련하게도... |
반월당의 기묘한 이야기 : 人, 緣. |
단명 성우 : 김명준(유단) 관상적인 하루 원치 않는 문제 반복되는 나날들 모든 게 지루해 누군가 말했지 모두 그렇다고 정처 없는 여정 운명은 없다고 그 언젠가 본 듯한 안개 덮인 골목길 아직 반쪽 뿐인 달이 눈부시게 캄캄한 하늘 너머에 반절은 아직 감춰져 있어 |
9. 작가 블로그에서 공개된 설정
- 신은 어떤 추상적인 관념으로 형체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유단은 동방청제를 젊은 인간 남자의 얼굴로 인식하는데, 유랑화사와 외모 묘사가 다른 건 사람마다 다르게 보이기 때문. 백란처럼 본체가 여우로 고정된 경우는 제외.
- PC&콘솔 게임 파라(대형 화면+웅장한 사운드 선호) 스위치를 출시 때부터 갖고 있지는 않았지만 링피트가 나왔을 때 쌍둥이가 알려줘서 백란이에게 시키려고 셋이 작당해서 샀다.
- 스벅은 굳이 찾아가지는 않지만 굳이 피하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무신경. 괴이와 관련된 모종의 이유로 자주 방문해야만 한다면 닉네임은 안 만들겠지만 어느 날 누군가 몰래 바꿔 놓고 "귀요미다니다니 고객님~" 이렇게 불리게 하며 좋아한다.
- 콜라, 탄산류, 햄 들어간 빵 종류를 자주 먹는다. 라면은 질렸지만 누가 끓여주면 종류 상관없이 먹는다. 아주 배고픈 게 아니라면 그냥 1개.
- 옷 고르는 걸 굉장히 귀찮아하지만, 꼭 필요할 경우 귀신 없는 가게를 찾아 들어가서 대충 기존에 입던 스타일과 비슷한 카테고리에 있는 옷을 찾아 빠르게 계산하고 나온다.
- 소류는 장발이었다.[88]
- 남한테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없어서 머리를 공들여 손질하지는 않지만, 거울을 보고 자기 기준 거슬리지 않게 체크 정도는 한다. 하지만 자기 외모를 싫어하는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면 안 좋은 점만 과장되어 보인다.
- 노래방은 괴이와 관련되지 않는 한 자주 안 가서 18번은 없다. 그래도 쌓인 게 많아서 대충 파워풀한 노래를 선택한다. 영어는 잘 몰라도 영국 쪽 락 음악을 선호.
- 스토리가 있는 대작 게임보다는, 장비를 레벨업해서 몬스터를 사냥하거나 특수요원이 돼서 임무를 해결하는 게임을 선호한다. 인기 게임들은 이것저것 건드려보지만 공포 게임은 사양.
- 여름철 고택이나 눈 내리는 산장처럼 조용하고 마음 편한 곳을 좋아하지만, 실제 여행지로 선택하는 건 자기가 좋아하는 곳이 아니라, 자기가 남들을 데려갔을 때 남들이 좋아할 만한 곳들이다. 만약 요괴들을 데려간다면 현대문명을 자랑할 수 있는 호캉스 같은 곳에 데려가서 잘난 척한다.
- 수학여행, OT, 대학 족보 등등은 포기했다. 그래도 대학 가면 눈에 띄어서 주변에서 이래저래 챙겨주기는 한다.
- 폰은 늘 이런저런 이유로 망가지는지라 그때그때 갈아치우기 편한 sams*ng폰 같은 걸로 갈아타고 아이폰은 AS경험 때문에 배척한다. AS할 때 뭔 일이 있었던 건지...
- 평소 귀물들을 하도 쫓아다녀서 신체 능력치가 상향되고 있지만 자각은 없다.
- 반월당 요괴들은 유단이 기술도 없고 앞가림도 야무지게 하지를 못해서 대학은 꼭 가야 남들처럼 회사원이라도 된다는 생각해서 고3의 엄마마냥 긴장하지만 공부를 가르친다기보다는 무조건 잘 보라고 부담만 준다. 덕분에 대학과 취직은 요괴들이 어떻게든 시키려고 한다.
- 대학은 취업을 목적으로 가려는 거라서 취업이 잘 되는 쪽으로 단체로 머리를 굴리며 토론한다. 나수현이 수의학과 가면 자신이 도와주겠다 말하고 외가에서도 지지해서 수의학과를 생각하기는 하는데, 요괴도 치료할 줄 아는 수의사라는 전문성에 혹하지만 그놈의 성적이 문제. 아무튼 본편 이후에는 제법 규모 있는 부동산 물주가 돼서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정작 그 가게가 늘 파산 직전이지만...
- 이름을 부르지 않는 건 '그래서는 안 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기 때문. 서로 위험한 입장이라 이름을 막 불렀다가 팔목귀 같은 것들이 듣고 찾아올 것을 걱정한다. 어릴 땐 잘 불렀다. 또 이름을 부른다는 건 잘 모르는 상대를 인식하기 위해서도 쓰는데, 상대의 존재가 가장 안쪽에 있는 경계선 안에 들어오면 '너는 그냥 너, 유일무이한 그 사람'으로 보기에 굳이 부를 필요를 느끼지 않는 특별한 유대감 또는 동지의식이다. 다 떠나서 유단은 가족을 제외한 타인에게 살갑게 이름 부르며 소통하는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도씨나 흑요에게 이름을 부르면 상대가 도끼눈을 뜰 거라고.
- 유단의 외모는 부모를 반반씩 닮았다.
- 반월당 운영 때문에 팔목귀를 처치해도 평범하게 살지는 못한다.[89]
- 어른이 되기 전에는 연애를 하기 힘들다. 어른이 된 뒤는 상상에 맡긴다.
- 아버지가 화해해도 갑자기 사이가 돈독해지지는 않고 한동안은 어색해한다.
- 소류는 본인의 출생과 힘 때문에 절대로 편하게 살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팔목귀로 인해 천형죄인이 되지 않았으면 백란과 소류는 훨씬 나은 삶을 살 수 있었다.
- 유단이는 소류와 외모와 성격이 닮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90] 이 때문에 백란은 유단을 볼 때마다 소류와 닮은 점과 다른 점을 떠올린다.
- 반월당은 자주 갈 때는 매일 오고, 안 갈 때는 며칠씩 안 가는 식이라 정해서 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반월당을 떠맡은 뒤에는 어쩌다 하루 빠지는 일은 있어도 어지간하면 매일 간다.
- 케이크는 갈 때마다 꼭 사는 건 아니라도 꽤 자주 산다. 케이크 가격은 용돈을 넉넉히 받는 유단에게도 만만치 않지만, 예나 지금이나 보통 인연이 아니다 보니 가격이 비싸면 어떻게든 더 마련하지 가격을 부담스러워하지는 않는다.
- 용돈은 어느 정도 재량도 있고 어지간하면 부족하지 않다.[91] 재물복이 있는 편인데 이건 유단의 운명과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
- 소류가 백란에게 만들어준 인형은 백란이 다 좋아했지만 그중 사람들이 이렇게 저렇게 생활하는 모습을 웃기게 표현한 토우(인형)를 특히 좋아했다.
- 소류의 본명은 김소류도 김비형도 김유단도 아니다. 본명은 따로 설정되어 있다.[92]
- MBTI는 설정하지 않았다.[93]
- 반월당은 서울특별시 종로구 어딘가에 있고 유단의 집은 서대문구의 연식이 꽤 있는 구축 중형 아파트 단지로 반월당과 버스로 20분 정도 떨어져 있다.
- 만약 대구 반월당에 가게 되면 요괴들이 대구에 똑같은 전통상점 반월당이 있는데 거긴 사장이 너무나도 장사를 잘해서 그 이름을 딴 지하철역마저 생겼고 닭강정 사업까지 확장해서 전국구 정복 중이라던데 신라(?)의 자존심(??)이 있지 우리가 그 반월당에게 지면 되겠냐는 식으로 장난 친다. 그러면 유단이 혼자 아무 의미도 없는 경쟁심을 불태우고 다들 재미있어한다.
- 고1임에도 공부를 안 하다 보니 모든 과목 성적은 바닥이다. 그나마 한국사는 도씨와 쌍둥이가 일부러 유단 앞에서 옛날 이야기를 하는 덕분에 조금은 높다. 그 이전에 유단이 앉혀 놓고 하는 공부 자체가 성격상 맞지 않다. 그래도 2학년이 된 뒤에는 1학년 때보다는 집중한다.
- 키는 본편 시점에서 173cm이며 백란과 같다.[94]
10. 기타
유단의 본성이 사실 상당히 폭력적이고 잔혹하다는 묘사가 있다. 을씨년스러운 장소를 보고 보통 사람이라면 범죄가 일어날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유단은 '범죄를 저지르기' 좋은 장소라고 평하거나, 본성을 끄집어낸다는 그르매에게 홀렸을 때 백란을 웃으면서 토막 쳐 죽이려 한 것 등. 팔목귀가 백란을 죽이라고 부추기긴 했지만 그것도 따지고 보면 무시무시한 증오를 불어넣었다는 수준인데 굳이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토막 쳐 죽인 것도 그렇고 위험하고 불안정한 과거로 인해 무의식에 폭력성이 쌓인 모양. 물론 단이가 나설 필요 없는 수준까지 나서서 고생할 만큼 선하고 정의로운 성격인 것도 맞지만, 이러한 이중성은 유단이 인간과 망량의 경계에 걸치며 오가던 소류의 특성이 정신성으로 발현되었다는 해석도 있다.요괴화되었을 때 두억시니를 상대로 오히려 강한 호전성을 비치거나 가끔 백란에게 역공할 때의 모습도 그렇고 은근히 S다. 백란의 경우에는 자신에 대한 애정에서 기인한다는 걸 알고, 역공할 때의 타격감이 더 좋기 때문. 이 S와 약한 사람 괴롭히는 건 싫어하는 성격이 합쳐져서 마음에 안 드는 놈들 담당일진이 되었다.
고양이라 묘사되는 경우가 많고 풍사에 걸렸을 때 고양이 요괴가 되거나 아예 고양이로 변신하기도 하는데, 유단은 그게 치매 신령이 자신을 고양이로 착각해서라고 생각했지만 사몽에서 어린 시절의 유단을 반월당에 데려가자 하루만에 풍사에 걸려 고양이 요괴가 된 걸 보면 그냥 유단 자체가 고양이상이라 그런 모양. 굳이 고양이 요괴로 변신하지 않아도 외모부터 언행까지 고양이 같다는 평이 많다. 특히 웹툰의 외모와 표정 묘사가 고양이 그 자체. 반면 전생인 소류는 검은 호랑이로 변신하는 등 호랑이상이라 묘사된다. 백란이 <액신제> 편에서 고양이 요괴화된 상태의 유단을 못 알아본 것도 이런 미묘한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웹툰 묘사를 보면 딱히 각 잡고 운동을 하는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몸이 근육질이다. 작가가 유단이 달리기를 많이 해서 신체능력이 좋다고 언급하기는 하지만 <신거무 장터> 웹툰판을 보면 초반부터 웬만한 운동선수 수준으로 근육이 잡혀 있었다. 와이셔츠만 입고 있거나 가쿠란을 입은 <영혼식당> 웹툰판을 보면 큰가슴근이 상당히 두드러진 데다 떡 벌어진 어깨를 가진 역삼각형 상체가 압권. 웹툰 작화상 백란이 평평한 가슴에 가는 허리 등 전체적으로 호리호리한 체형인 것과 반대다. 덕분에 백란과 키가 같은데도 전체적인 덩치가 더 커 보인다.
고양이 변신 해프닝에 평소 언행까지 고양이상이다 보니 창작물에서 보기 드문 남성 고양이 수인 캐릭터다. 백란도 창작물에서 숫자가 적은 남성 여우 요괴인데, 이쪽은 모티브가 여우로 변신했다는 길달이라서 그런 걸 감안하면 유단이 특이한 편. 고양이 해프닝 때문에 반월당 패밀리에게 자주 고양이 마리오라고 불리며 놀림당한다. 외전에서 백란이 유튜버 할 때도 '조수 M(마리오)군'(...)이라 호칭될 정도.
반월당의 주 수입원. 실제로 경제관념이 1도 없는 반월당에서 그나마 돈 생각을 하고 돈이 될 만한 거리를 물어오고 있으며, 외전에서 유단이 주인이 된 뒤에는 일반인이 가게를 인지하기 쉬워졌고 옥린의 유튜브 홍보도 더해져서 그냥 카페 기분으로 오는 손님들도 여럿 생겼다고 한다. 단 자영업자를 기준으로 하면 늘 파산 직전에 몰렸던 옛날보다 낫다는 거지 여전히 수익이 좋은 편은 아닌 데다 요괴들이 수백 년간 가게 운영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경제 감각이 부족해서 거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하지만 독자들은 "그래도 서울에 그만한 규모의 부동산 물주가 된 게 어디냐"며 부러워했다.(...)
소류가 팔목귀에 의해 망량화되고 천계에 의해 천형죄인이 되긴 했지만 소류가 어떻게 죽었고 제정신을 되찾았는지, 팔목귀에게 세뇌당해서 유단을 저주한다 추정한 아버지가 팔목귀가 소멸한 이후에도 이게 달라지지 않은 점, 어머니의 정체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95]
[1]
사건이 해결될 때마다 사용하는 마무리 대사. 백란에게 배운 것이지만, 백란의 말에 따르면 이 대사의 원조는 유단의 전생이었다고 한다.
[2]
전 버전에는 화자라 적혀 있었는데 유단이 화자인 것이 아니라 제한적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행동 또한 유단의 관점에서 기술된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예를 들어, 백란이 도씨에게 귓속말을 할 경우 귓속말을 했다는 사실만 서술되고 무슨 내용인지 독자는 알 수 없다.
[3]
용화실못 동쪽 수문 옆에 있는 왕버들의 고목의 구멍 속에서 죽은 곤충이나 설치류의 인의 자연발화로 푸른 불꽃이 번쩍이는 걸 도깨비불로 여긴 사람들이 도깨비나무라고 불렀다.
[4]
나미아의 가족들. 미아가 무당 비슷한 퇴마 아르바이트를 하고는 있지만 집안 자체가 무속인이라는 말은 없는데(카카오페이지 연재분 기준.), 미아와 형제간인 수현도 약하게나마 귀신을 본다는 것을 보면 괴이에 감이 좋은 유전이 있긴 한 모양이다.
[5]
애시당초 유단의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가사도우미를 붙여주고, 나이에 따라 집안 가구도 수시로 바꿔주는 등 지극정성을 보여주는 걸 보면 미워하는 건 아니다.
[6]
사실 유단의 아버지 본인도 괴이에 영향을 받은 탓이다. 하지만 본편 엔딩에서 팔목귀가 소멸한 이후에도 저주가 그대로라서 그제서야 상황을 안 미아가 저주를 해결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는 언급이 있고 작가가 뒷설정이 있다고 밝혔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복잡한 사정이 있는 모양이다.
[7]
이건 소류도 마찬가지로 과거회상에서 소류가 힘을 쓸 때만 검은 눈이 붉게 변한다는 서술이 있다.
[8]
웹툰에서는 밖에 자주 뛰어다니는 것치고는 상당히 흰 피부에 눈꼬리가 올라간 커다란 눈동자, 곱상한 얼굴형을 가진 미남으로 그려진다. 거기다 특유의 표정과 송곳니 묘사 때문에 원작 일러스트보다 더 고양이같이 생겼다는 평.
[9]
한국의
한과 글자가 비슷하지만, 한과 달리
벤데타의 의미에 가깝다.
[10]
십 년도 넘게 화장실 갈 때마다 쳐다봤던 거실 벽 초상화가 남들 눈에는 풍경화로 보인다는 걸 깨닫는 정도는 돼야 귀신을 봤다고 할 수 있다나.
[11]
귀신 귀鬼에서 밭 전田이 입 구口의 형태로 변용된 글자.
[12]
한자를 잘 모르는 유단은 천 자만 읽었다.
[13]
웹툰에서는 한자들이 잔뜩 적힌 족자를 뒤에서 휘날리는 걸로 묘사된다.
[14]
청나라의 침공으로 인해 섬으로 도망쳤지만 청나라가 섬까지 쳐들어왔다는 것으로 보아
병자호란 때
강화도로 피난 갔다가 강화도가 함락당하던 당시로 보인다.
[15]
이를 보아 양반댁 처녀가 귀신이 된 뒤 이들부터 죽이고 족자에다 이들까지 같이 봉인된 것으로 보인다.
[16]
여담으로 언니가 여럿 있음에도 내년에 혼담이 들어올 것이라는 회상과 당시 양반가의 결혼 연령대를 감안했을 때 (평균 세는 나이 14세였다. 대체로 초등학교 고학년~중학생 정도. 전쟁이나 부모의 상중으로 인해 고등학생 나이대에 결혼하기도 했다) 상당히 어렸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웹툰에는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걸로 묘사되기에 각종 이유로 언니들과 오빠들의 결혼이 미루어져 본인의 혼담도 늦어진 걸로 보인다. 오빠들도 정황상 결혼 안 한 걸로 추정되고.
[17]
백란이 고대인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놀라울 정도로 당시 여성의 심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데, 요괴라서 인간 사회와는 다소 가치관이 다른 데다 처녀귀신처럼 억울하게 죽은 여자들을 성불시키거나 소멸시키는 일을 천수백 년간 해오다 보니 그런 듯.
[18]
도씨가 화서火鼠의 털로 만든 털목도리를 주겠다 말했지만 쌍둥이는 저건 어머니의 유품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못 주는 거라고 정정한다.
[19]
다만 흑요도 만약 자기 보검과 목숨을 맞바꾸라고 했으면 주저했을 거라며 약간 동정하기는 했다.
[20]
그런데 웹툰판에서는 이후에도 더위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두르고 다닌다.(...)
[21]
사실 유단에게 있어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엄마와의 약속이 중요했던 거라서 하나라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을 구하다 살해당한 어머니의 유품이고, 후술하듯 범인이 너 때문에 네 어머니가 죽었다며
가스라이팅한 데다 아버지에게 너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며
아동 학대까지 당했기에 그로 인한
PTSD 때문에 집착한 거라 보는 게 맞다.
[22]
참고로 8은 작중에서 여러 차례 강조되는 수로 본편 최종보스이자 어릴 적의 원수인 팔목귀의 8, 무한 및 완전성을 의미하는 우로보로스라는 뜻이 있다.
[23]
아마 아버지와 오빠들의 영혼은 귀화가 소멸하면서 해방되기는 했겠지만 본인들의 악행 때문에 말로가 좋지는 않을 듯하다.
[24]
어느 독자는 이 구절을 백란을 비유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4월 하면 보통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은 만우절(거짓말을 용서받는 날)이며, 라일락의 꽃말은 첫사랑과 아름다운 추억이다. 라일락의 하트 모양 꽃잎은 첫사랑의 쓴맛을 의미하며 실제로 엄청나게 쓰다고 하는데, 첫사랑(유단의 전생)이 잔혹하게 끝났지만 그 모든 것을 포함해 그와의 만남을 추억으로 받아들였던 백란의 특성과 일치한다. 그리고 백란의 생일은 음력 5월 12일인데, 라일락의 탄생화는 그레고리력 5월 12일이다.
[25]
사실 괴이를 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고려한다면 반대로 인식의 여부에 따라서는 충분히 기억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이상하지 않다. <귀화> 편의 과거회상에서 고대인이 백란을 천호라 부르며 멀쩡히 기억하는 모습을 보면 알겠지만, 괴이가 사람들에게 잊히게 된 건 본인의 안전 문제도 있지만 과학이 발달하면서 인간이 괴이의 존재를 부정하게 된 것이 주 원인이기 때문.
[26]
액구슬을 넘겼는데 오히려 불행해진 건가 싶지만, 저주는 파훼되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관념이 있다는 걸 생각한다면 액이 스스로 소멸한 뒤 액 자체는 아니더라도 타인에게 저주를 떠넘긴 것이 일종의 업보로 돌아왔을 가능성은 있다.
[27]
웹소설 연재 시기가 2010년대 중반이었으므로 70년이나 대낮에 안 나간 셈...
[28]
1500년을 산 천호나 되는 대요괴가 고작 30분간 햇볕 좀 쐬었다고 더위 먹어 쓰러지는 건 그냥 망신거리라고 한다. 요즘 어린 요괴들은 저 정도 유해 광선도 문제없이 돌아다닌다고.
[29]
후드티에 마스크 패션이라 유단은 요괴라는 생각은 안 하겠지만 박물관에 살인사건 나서 범행 현장 재현하러 온 줄 알 거라고 깐다.
[30]
작가의 설정에 따르면 반월등은
종로구에 있는데, 국립중앙박물관은
용산구에 있으므로 거리가 좀 된다.
[31]
백란이 삼국시대 출신임을 감안하면 이 중국인과 일본인 드립도 그리 가볍게 한 말은 아니다. 본인이 한반도에 거주하던 시절에 중국과 일본의 침략에 시달린 전적이 있기 때문.
[32]
옛날에 왕이 이것과 비슷하지만 더 좋은 서라벌의 보물을 직접 줬다며 평소와 달리 반말에 어린아이 같은 말투로 말했다. '왕'이 '도깨비' 모양의 화살집을 주었다는 것으로 보아
신라 왕이거나
도깨비왕일 가능성이 높다.
[33]
진짜로 재미없었을 리는 없고 볼 만큼 봤다가 질려서 나온 듯하다.
[34]
박물관은 카메라 플래시도 터뜨리면 안 되는 곳이다.
[35]
물론 귀신인 만큼 일종의 환영에 가깝다.
[36]
사실 송대의
용천청자도
고려청자와 다른 방향성에서 최고의 청자로 취급된다. 이 도공의 이상형과 안 맞아서 씹어댄 거지.
[37]
이때 백란의 발언을 보면 백란도 고려청자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 강하다. 천계에서 내려보낸 천호지만 아주 어릴 때 신라로 내려가 성장했고 내내 한반도에서 살다 보니 이쪽의 정체성이 강해서 그런 모양. 참고로 청자는 통일신라 후기부터 생산한 것이 확인된다.
[38]
작가 말에 따르면 박물관 유물 구경하는 걸 좋아하기는 하지만 혼자 가려고 하지는 않아서 누구를 따라가는 주의라고 한다.
[39]
위의 포스터를 볼 때 이들은 불화의 사물령들로 추정되는데, 본편이 2010년대 중반에 연재했다는 걸 감안한다면 1960년대에 해외로 떠났다는 뜻이니 이들 기준으로는 정말 그때보다 훨씬 잘사는 게 맞긴 하다. 이때는
6.25 전쟁으로 나라가 최빈국으로 전락한 뒤 막 경재개발에 돌입했을 무렵이기 때문. 21세기 출신인 유단은 어디가 잘사는 거냐고 이해하지 못했지만.
[40]
수십 년 전에 학교에서 죽은 여학생 귀신이 나무신이 되었다고 한다.
[41]
물론 공부가 하고 싶다는 건 아니고 보통 인간의 생활을 그리워한 것이다.
[42]
이 상태의 유단이 상당히 강한 요기를 가진 요괴로 묘사되는 것과 정체를 감안했을 때 단순한 요괴가 아니라 괴이가 되어버린 상태라서 사람들이 유단을 잊어버린 게 아니냐는 추측이 있다. 나중에 백란이 이 상태의 유단에 대해 '네가 얼마나 강한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한 걸 보면 보통 요괴 상태는 아니었다.
[43]
목을 찌른 이유는 동티에 당한 사람들이 모두 목에 주로 상흔이 생겨서 약점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44]
보통 인간이면 경찰에 신고했겠지만 두억시니라서 그냥 죽이기로 한 것이다. 설화에 나오는
두억시니 종족은 보통
도깨비에 가깝게 묘사되지만 순수 악 성향의 인간이 두억시니로 불리기도 했다. 백란도 나중에 유단에게 설명을 듣고 사람의 형상을 한 악귀거나 악귀에 극히 가까운 인간이라 추정한다.
[45]
유단은 이 광경을 보고 마을 사람들이 당시 불려온 신에게 진상을 밝히지 않았기에 악귀를 완전히 퇴치하는데 실패하고 상자에 봉인되는 걸로 끝난 게 아닐까 추측한다.
[46]
처음 보는 요괴다 보니 적당히 산에 사는 요괴로 착각한 모양이다.
[47]
아이러니하게도 두억시니를 참수할 때도 한번에 베려다 실수로 반밖에 안 잘려서 한 번 더 내리쳐서 참수했다. 사실 참수하려다 목뼈가 걸려서 여러 번 쳐야 죽는 경우가 많았던지라
단두대도 고통 없이 일격에 참수하려고 개발되었다.
[48]
꿈속의 유단이 유단인 줄 모르고 액신과 배틀하게 놔둔 거지 진짜인 줄 알았으면 가만 놔두지 않았을 거라고 한다.
[49]
만월요괴대회 때 유단의 요괴화 과정을 지켜보았음에도 이번에는 못 알아본 걸 보면 이때의 유단은 이전과는 요기가 상당히 이질적이었던 모양이다.
[50]
액신의 내면에서는 며칠이 흘렀지만 현실에서는 찰나에 불과했다고.
[51]
여학생들이 수십 년간 빗나간 게 없었다며 매우 용하다고 평한 것과 천호인 백란조차 나무의 신이라 부른 걸 보면 여학생들의 신앙으로 인해 일개 귀신이었다가 정말로 (하급신이겠지만) 나무의 신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52]
백란이 액신의 내면에 꿈을 통해 불려온 것은 유단이 <서천꽃신> 때 조선시대 박수무당이 유단을 재우고 소환할 때 사용한 기술을 배워 쓴 거라고 한다. 꿈이란 걸 알았으면 꼬리 1호 부르고 부하들 부르고 마을 부수고 인격 모독을 하면서 신나게 놀았을 거라고.
[53]
과거에는 인간이지만 이질적인 존재와 통하며 두 존재의 경계에 속했고 '악'이라 불리는 것들을 퇴치하며 약자들을 보호하던 특별한 인간들이 있었지만, 그렇기에 악한 존재들에게 노려져 모두 사멸하고 현대에는 나타나지 않게 되었다. 유단은 그 힘을 가진 자로 오랜 세월 끝에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남았고 백란은 그 힘을 가진 자가 필요해서 찾고 있었다.
[54]
이 시절에는 천안이 두 개였으며 그걸 이용해서 백란과 숨바꼭질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55]
반월당 식구가 모두 귀여워하는 것은 물론, 백란이 왜 어렸을 때가 인성이 더 훌륭하냐고 묻는다. 여기에 댓글이 압권이다.
[56]
어릴 적의 백란이 유단의 전생인 소류에게만은 진상 꼬맹이였던 탓에 유단이 왜 나한테만 이러냐고 절규하게 만들었다.(...)
[57]
백란이 1500년 넘게 정체를 밝히지 않고 가지고 있던 결과 일종의 신과 같이 변한 상태라고 한다.
[58]
참고로 이번에는 진짜로 지옥에 끌고 가서 소멸시키려고 한 것으로 이 경우에는 제아무리 비형랑이라도 소생이 불가능하다.
[59]
이때 황제가 망량화가 맞다면 영혼의 심층을 탐색해서 흔적을 찾아낼 수 있다며 유단의 영혼을 건드리려 하자 백란은 그랬다가는 인간의 영혼이 못 버티고 완전히 망가져 버린다고 저지했는데, 외전에서 나온 설정을 보면 섣부르게 비형랑의 기억을 끄집어냈다가 PTSD로 발광할 것을 우려해서 막은 것으로 보인다.
[60]
전설에 따르면 기린의 수명은 천년이기 때문에 1400년이면 정말로 장수한 것이다. 기린은 생명을 해하지 않는 존재이기에 소류의 환생인 유단에게 다가간 것을 소류의 무고를 반증하는 것이며, 중국에서 기린은 사후세계의 수호자로 여겨지기 때문에 환생이라도 소류의 영혼을 물려받은 유단을 소류와 동일시한 건 그리 특이한 게 아니다. 한국에서는 기린을 왕의 호위로 여겼기 때문에 신라의 왕자이자 도깨비의 왕이었던 소류에게 다가간 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갔다는 의미도 있다. 너무 늙어서 반월당 패밀리에 합류한 건 아니지만, 여러 의미가 있는 장면.
[61]
여기서 채설하고 비슷한 논리의 사고를 갖게 된다. 00하다가 반월당...
[62]
작가 블로그에 따르면 원래는 양력 연말에 맞춰서 연재하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놓쳐서 음력설 기념으로 썼다고 한다.
[63]
작가 후기에 따르면 인간인 유단이 추울까 봐 나름대로 배려하려고 한 거였다고.
[64]
어릴 때부터 귀신에 시달리던 유단은 여러 번 당했다고 한다.
[65]
섣달 그믐날에는 묵은세배라고 한 해 동안 신세 진 '어르신'에게 인사하러 오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있던 풍습으로 거리에 등불이 가득했다고.
[66]
작가 후기에 따르면 어째서인지 백란의 취향에 딱 맞았다고 하는데 유단을 종종 고양이 취급하는 것의 연장선일지도. <나비의 꿈>을 보면 반월당 요괴들이 고양이를 좋아해서 고양이 키우기에 로망이 있는 걸로 나오기 때문일 수도 있다.
[67]
뿔이 반응하지 않아서 나쁜 놈은 아닌 것 같지만 정체불명이라서 데려온 것.
[68]
이 호박 요괴는 한 손에 들 정도로 매우 작다고 한다.
[69]
진혼기 엔딩 스포일러를 감안하면 이 둘이 진혼기 세계에 제대로 개입했다가는 대재앙신이 그냥 레이드 당하는 엔딩으로 끝날 수 있어서라는 추측이 있다. 본편에서 팔목귀를 퇴치하기 위해서 백란이 천호의 권한으로 신룡맞이를 통해 신의 힘을 유단의 도깨비뿔에 강림시켜 소멸시켰는데, 통일신라 전성기로 신라 왕실도 건재한 상황에서 비슷한 짓을 했으면 대재앙신이고 뭐고 그냥 끝났을 것이다.
[70]
당장 같은 세계관은 아니지만 세계관이 유사한
진혼기의 등장인물 중 소류 수준의 힘을 가진 인간은 아무도 없다. 주인공인 설영과 자하도 마찬가지.
[71]
다만 살아있는 상태일 경우에는 보통 인간으로 판정된다고 한다.
[72]
<서천꽃신> 편 마지막에 노인이 된 조선시대 박수무당이 유단을 꿈을 통해 소환한 적이 있는데, 한 번 겪고 본능적으로 술리를 터득해서 백란을 재우고 소환한 것이라고 한다. 백란 스스로가 천호는 산동네 무당 정도가 마음대로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인증한 만큼, 액신의 기억 속 강신 장면을 매개로 불렀다지만 아무 준비 없이 무의식적으로 술법을 써서 백란을 소환한다는 게 얼마나 사기적인지 알 수 있다.
[73]
회상을 보면 먼저 접근한 건 백란 쪽이고 소류는 처음에는 백란의 괴롭힘에 질색하다가 접점이 생긴 끝에 매우 친해진 걸로 보인다.
[74]
비록 다른 연유로 오른쪽 천안을 잃기는 했지만 이것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달라져야 하기에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한 일이었다.
[75]
이전 서술에서는 첫 번째 환생이라 적혀있었는데, 본편 서술을 자세히 보면 소류의 첫 번째와 두 번째 환생은 백란과 만나자마자 팔목귀가 바로 끔살시켜서 기억이 돌아오고 자시고 없었다.
[76]
외전의 작화 묘사를 보면 대체적으로 소류가 유단보다 더 건장한 체구와 성숙하고 남성적인 이목구비를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웹툰의 유단 외모를 본 독자들은 소류가 고대인이라 외모가 조숙한 거고 유단도 성인이 되면 소류와 비슷해질 거라고 추측한다.
[77]
이후 중국의 무속은 대승불교와 도교에 완전히 흡수되었지만 굿을 비롯한 일부 제의가 남았다.
[78]
반면 북부 일대는 전통적으로 중국과 한반도를 가리지 않고 텡그리 신앙에 가까운 강신무가 주류였다. 이 때문에 현대 한국에서 유명한 강신무들은 대체로 황해도 및 경기도 북부에서
6.25 전쟁 때 남하한 강신무들의 후예가 많다.
[79]
본체도 죽어서 귀신이 될 때면 소류의 기억을 되찾기는 하지만 살아있을 때는
기억 같은 거 없다.
[80]
정작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한반도는 근대까지
호랑이보다
표범이 더 많이 살아서 식인 호랑이보다 식인 표범이 더 많았을 거라고 추측한다.
조선 시대까지도 정부가 아닌 민간인들은 호랑이와 표범을 구별하지 못해서 무늬를 대충 섞어 그림으로 그렸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다 싸잡아서 범(虎)이라 불렀기 때문.
[81]
정연 작가의 한국 기담은 불교에서 따온 설정과 테마가 굉장히 많은데,
진혼기도 여기에 들어간다.
[82]
천수경에 나오는 6가지 서원으로, 관세음보살이 중생이 부른다면 어느 곳이든 가서 도와주겠다는 내용이다. 또는 내가 어떤 곳에 갔을 때, 관세음보살의 힘으로 벗어날 것이라는 확신이다.
[83]
오해와 달리 불교의 공 사상은 허무주의에 빠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데 방상씨 둘이 팔목귀로 타락한 원인이 허무주의에 빠진 것을 생각하면 된다. 팔목귀의 정체인 방상씨 2인조가 중국 출신이며 도교와 연관된 캐릭터고, 중국보다 한국과 일본에서 훨씬 방상씨탈 의식 등 방상씨 신앙이 성행한 걸 생각하면 재미있는 부분. 방상씨가 중국에서 신라로 건너온 것도 방상씨 신앙의 전파와 관련된 것일 수도 있다.
[84]
관세음보살의 원어인 ‘아바로키테슈바라(Avalokitesvara)’는 산스크리트로 남성명사이며 부처의 전생을 엮은 본생담(本生譚)에 나오는 547편의 보살 이야기와 초기 관세음보살상이 남성적으로 표현되는 등 본래 남성이 맞았지만 후대에 여성적인 인상으로 바뀌었고 한자 문화권에서는 주로 여성으로 숭배되었다. 하지만 소의경전(所衣經典)인 관음경(觀音經)에 따르면 관세음보살은 남성이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여성이 되기도 하며 천(天), 용(龍), 야차(夜叉), 건달바(乾闥婆), 아수라(阿修羅), 동남(童男), 동녀(童女) 등 32응신(三十二應身)으로 변화하여 나타나는 등 보살에게 있어서 성별은 꼭 구별할 필요가 없다.
[85]
당대 신라
성골은
전륜성왕 내지는
석가모니의 가족 이름에서 따왔으며, 불교에서 이름을 따온
진골로는
부파 불교의 아비달마에서 따온
비담과
대승 불교의 창시자
나가르주나에서 따온
김용수(
김춘추의 아버지)가 있다. 나가르주나는 용수보살이라 불릴 정도의 고승이기 때문에 진지왕의 서자지만 이능 때문에 (따돌림과 별개로) 특별대우를 받았던 소류의 이름도 불교의 고승에서 유래되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86]
관세음보살은 현대에도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정도로 인지도가 높은 보살이다. 관세음보살은 석가모니와 아미타여래의 스승인 정법명왕여래(正法明王如來)가 중생 구제를 위해 스스로 부처에서 보살로 내려왔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널리 숭배되었고, 관세음보살은 여러 설화에서 여러 화신의 모습으로 나타나 중생에게 가르침을 주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소류는 고승은커녕 전문적으로 불교를 배우지도 않은 아닌 (무속)사제이자 퇴마사지만, 불교와 무속이 습합되어 가던 당대 신라 백성들에게 있어 사람들을 구제하는 요괴귀령의 중개자였던 소류를 화신으로 인식해도 이상하지 않다.
[87]
소류와 백란의 출신인
신라와는 별 상관이 없지만, 치우 신앙은 중국 동북지방에서 오래 믿어왔으며 요동에 많은 영토를 거느렸던
고구려에도 숭배되었다고 여겨진다.
[88]
본편과 외전의 회상에서 긴 머리카락을 묶었다는 서술이 나온다.
[89]
외전 1부 묘사를 보면 설령 반월당을 안 떠맡아도 유단의 힘을 노리는 귀물들 때문에 편하게 살기는 힘들다.
[90]
고대 왕의 유복자에 반인반귀였던 소류와 현대 일반 서민으로 성장했던 유단의 성장환경 차이를 감안하면 당연하다.
[91]
실제로 서울 한복판에서 버스로 반월당을 자주 오가고 케이크도 자주 사가는데도 불구하고 딱히 돈이 모자라다는 언급은 없다. 요괴들이 며칠간 자기 집에 눌러앉았던 <천명> 편에서는 5명을 먹여 살리기는 힘들어 대학 등록금까지 까서 썼지만 이건 도씨가 외상으로 달았기 때문에 다 받았을 듯.
[92]
다만
진지왕의 아들이라는 설정상 성은 김(金)씨일 가능성이 높다.
[93]
작중 묘사를 보면 I?TP일 가능성이 높다.
[94]
고등학교 1학년일 때가 기준이라 이후에는 더 클 수도 있다. 백란도 17살일 때 소류에게 토막살해 당해 성장이 멈춘 거라 성체까지 성장했으면 더 컸을 것이다.
[95]
유단의 엄마도 은근히 떡밥이 많다. 팔목귀에게 죽고 귀신으로 신거무 장터에 딱 맞춰 나타난 점이라던가, 팔목귀의 환상열차에 처음 탔을 때 다른 사람들은 세뇌당해 위화감을 못 느꼈지만 이 사람만 일찌감치 이상함을 느끼거나 흑암나락에 추락했을 때 바로 죽었지만 다른 사람과 달리 곧바로 귀신이 되어 유단을 탈출시키려 든다거나. 특히 유단의 엄마는 (이때 이미 죽은 뒤였지만) 팔목귀의 본체를 보고도 홀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