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4-12 11:39:44

빈센트 볼라키아/작중 행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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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본편 이전
2.1. 홍색희담 (EX 5권)2.2. 최우기행 (EX 4권)
2.2.1. 왕국의 사자들2.2.2. 황제 암살 계획2.2.3. 구신장의 습격2.2.4. 쿠데타 저지2.2.5. 쿠데타의 진실
3. 본편
3.1. 7장 (26권 ~ 33권)
3.1.1. 나츠키 스바루와의 만남3.1.2. 성곽도시 점령 작전3.1.3. 마도에서의 공방3.1.4. 성곽도시로의 귀환3.1.5. 루프가나 제도 결전
3.2. 8장 (34권 ~)

1. 개요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의 등장인물인 빈센트 볼라키아의 작중 행적이다.

2. 본편 이전

2.1. 홍색희담 (EX 5권)

파일:리제로 EX 5권 컬러.jpg

당시 20살 무렵이었으며, 부하인 세실스와 함께 프리스카의 저택에 방문하며 등장한다. 아라키아를 도발해대는 세실스를 제지하며, 아버지가 형제들 모두를 집합시켰다는 것을 알린다. 이후 양검을 집어들고 선제의 의식에 참전한다.

결국 선제의 의식 최후반부에는 프리스카와 자신만 살아남게 되고, 프리스카를 살리기 위해 그 부하인 아라키아에게 주인을 배신하고 자신의 휘하로 들어올 것을 명한다. 아라키아도 그것을 거부하지 못해 치샤가 가져온 독주를 마셨고, 프리스카가 아라키아를 살리기 위해 인공호흡을 하자 프리스카 또한 쓰러진다. 결국 프리스카는 의식에서 패배한 뒤 조라 펜달튼 중급백의 아내로 들어갔으며, 아라키아를 거두고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그러나 마음대로 날뛰는 프리스카를 계속 제국에 둘 수 없었기에, 조라의 저택에 아라키아와 고즈 랄폰을 보내 표면적으로는 프리스카를 데려올 것을 지시한다. 그러나 아라키아는 프리스카를 차마 죽이지 못한 채 보내주고, 프리스카는 서류상으로 사망한 채 사실상 제국에서 추방당하게 된다.

2.2. 최우기행 (EX 4권)

2.2.1. 왕국의 사자들

루그니카 왕족이 전염병으로 전원 사망에 이르자 루그니카는 볼라키아 제국에 사절단을 보내 불가침 조약을 체결하기로 결정한다. 헌데 이때 볼라키아 측에서는 황제의 명령으로 사절단에게 기묘한 요구사항을 전달하는데, 첫 번째는 라인하르트가 8살 때 제정된 라인하르트법[1]을 무시하고 검성을 사절단에 동행시켜 달라고 한 것. 그리고 두 번째는 라인하르트를 볼라키아 제국에 들이는 대신 『복종의 목줄』이라고 불리는 목걸이를 라인하르트에게 착용하게 하여 사용할 수 있는 힘을 제한시킨 것이다. 루그니카 사절단은 이 조건을 받아들여 현인회 소속인 마이크로토프 보르도 2명, 기사단 소속이자 저 두명의 호위역으로 율리우스, 페리스, 라인하르트 3명으로, 총 5인으로 정해졌으며 이들은 곧 수정궁이라 불리우는 볼라키아 황제의 황궁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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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침조약을 체결하기 위해 온 루그니카 왕국의 사절단을 황궁의 알현실에서 맞이하면서 처음으로 등장.[2] 사절단 5명이 예의에 따라 고개를 숙인 채로 알현실로 들어가자 빈센트는 "짐이 허하니 고개를 들라."고 말한다. 율리우스는 빈센트를 보며 세상에는 그 존재감만으로 주위를 지배하는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게 존재하지만, 눈앞의 빈센트는 그중에서도 최고로 걸출한 존재라고 평한다.

그러나 율리우스가 빈센트에게 품는 절대적인 감상과는 정반대로 빈센트는 율리우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으며 한쪽 눈을 감고서[3] 입을 열었고, 빈센트의 발언은 마이크로토프를 향한다.
빈센트 : "잠시 보지 못한 사이에 한결 더 늙었군, 마이크로토프."
마이크로토프 : "황제 폐하께오선 더더욱 왕성해지신 듯합니다. 그에 비교하면 이 노구는 이제 말라비틀어질 뿐이지요. ...이처럼, 머리도 하얗게 물든 꼬락서니라."
빈센트 : "혓바닥이 매끄럽게 돌아가는 늙은이로다. 짐이 제위에 앉은 지 7년이 되지만 그대에게 색이 있었던 적은 처음 봤을 적부터 한 번도 없다."
마이크로토프 : "그러했습니까? 흐음. 그렇다면 제 기억이 잘못된 것이겠지요. 나이가 나이다 보니 말입니다. 슬슬 본격적으로 은거할 준비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빈센트 : "그대가 물러나면, 그거야말로 루그니카에게는 치명타일 테지. 제국에는 바람직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만. ㅡ떠보는 건 충분하다. 뱃속을 까 보아라, 마이크로토프."
마이크로토프 : "배를 가르시라니, 또 무시무시한 말씀을 하십니다."
빈센트 : "또 시답잖은 헛소리. 현실로 만들어도 상관없다만, 혓바닥에 의존하다가 늘그막에 욕을 보지 않게 조심하도록."
작중의 가상의 문학 작품 '마그리처의 단두대'를 인용하여 외교 회담의 시작에 돌입하는 두 정치 고수의 대화.

교양으로서는 어디서 밀리지 않는 이 둘은 서로 '마그리처의 단두대'라는 문학 작품의 대사를 인용해 대화를 나누는데, 상술했듯 원작의 내용 자체가 꽤나 살벌한 표현인데다가 둘 다 적국의 수뇌부로서 마주하고 있다보니 장본인들은 그냥 책의 내용이나 인용하며 대화를 나누는데 주변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살벌해지는 진풍경이 벌어진다.[4]

이윽고 교착 상태는 보르도가 두 사람의 대화에 폭언을 끼얹음으로서 붕괴된다. 보르도는 빈센트에게 듣던 것보다 더한 폭군이라며 볼라키아의 황제답게 오만하다고 정면으로 황제를 비판한다. 당연히 경계를 서고 있던 수많은 제국병들은 황제를 모욕한 자를 용서하지 않았고, 대기하던 병사들이 곧장 보르도에게 달려들어 보르도의 목에 검을 들이댄다.

하지만 보르도는 그 일촉즉발인 상황에서 자신에게 들이밀어진 검들을 둘러보다가 콧방귀를 뀌면서 일어섰고, 보르도의 천성적인 체격으로 인해 보르도가 병사들을 내려다보는 상황이 되어 형세가 역전된다. 보르도의 수십 년에 걸친 무장으로서의 귀기에 올려다보는 꼴이 된 선두의 병사는 기가 죽어 칼끝을 흔들거린다. 그러나 이 병사 역시 제정신을 차림과 동시에 다시 칼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고, 칼부림 사태가 벌어지기 바로 직전의 순간에 빈센트가 병사들을 물린다.

일부러 병사들을 물리는 텀을 조절하여 유혈사태가 벌어지기 직전까지 간 다음에야 검을 거두라는 명령을 내린 빈센트에게 보르도는 정말로 자신이 죽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임에도 기세가 죽지 않은 채로 퍽이나 자상하다며 빈센트를 도발한다. 특사는 관용으로 대하라는 점괘라도 받았느냐는 보르도의 도발에 빈센트는 짐이 거느린 점성술사[5]가 훌륭한 건 사실이지만 네놈의 처우 따위는 점성술사에 의존할 것도 없다며, 교육도 지능도 덜 되어 먹은 개가 짖었다고 발작하는 것만큼 웃기는 행동도 없다고 보르도의 도발을 더욱 센 도발로 받아낸다.

보르도는 자신이 모욕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하지만, 그 순간 보르도를 만류하고자 율리우스가 말을 꺼낸다. 율리우스가 방금 전의 대화는 문학 작품 '마그리처의 단두대'의 한 구절이라며 설명하자 빈센트는 처음으로 의식 밖에 버려 두고 있던 인물들 중 하나인 율리우스에게 주목한다. 이에 율리우스는 염치 불고하고 환담에 끼어들었다고 사죄하나, 빈센트는 교양이 부족한 개와는 다르게 조금은 사리 분별이 되는 인간이 끼어 있다며 자신은 그런 인간들에게는 관대하다고 말한다.

보르도는 율리우스의 설명으로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마이크로토프에게 괜한 망신을 샀다고 자책하고, 직후 빈센트에게 정식으로 자신의 불경함과 무지함을 사죄하겠다고 말한다. 이에 빈센트는 자신도 개라고 부른 걸 철회하겠다며, 보르도에게 『맹견』 체르게프 경이라고 말하며 이미 보르도의 내력을 훤히 꿰뚫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보르도는 자신의 내력이 밝혀졌다는 것뿐 아니라 처음에 개라는 소리를 들은 시점에서 과거 자신의 이명이었던 『맹견』을 암시하던 것임을 깨닫지 못한 자신에 대한 분노로 마뜩잖은 표정을 짓는다.

직후 마이크로토프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면서 빈센트에게 허락을 구했고, 이에 빈센트는 시간은 유한하기에 재물을 넘어서는 가치가 있으며 특히 자신의 시간이라면 더더욱 그러하기에 이를 허용하겠다고 한다. 마이크로토프는 허락받자마자 바로 왕국과 제국 사이의 불가침 조약을 맺고자 한다는 본론으로 치고들어갔고, 이와 같은 발언 내용에 주변의 제국병들과 율리우스, 페리스, 라인하르트까지 숨을 집어삼킨다. 동요가 없었던 이는 보르도와 마이크로토프, 그리고 정면에서 그 제안을 받은 빈센트뿐이었다. 빈센트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노현인을 말없이 내려다보았고 이내 긴 침묵이 이어진다.[6] 직후 빈센트가 이미 국왕 란드할 루그니카를 위시해 모든 왕족이 병마에 굴했으며, 이로 인해 친룡왕국의 기반도 치명적으로 흔들린 것 같다며 말을 시작한다. 사실을 어떻게든 숨겨야만 하는 측인 마이크로토프는 이에 능청스레 대답하지만, 빈센트는 온동네에 소문이 퍼질 지경이라면 그건 남의 귓구멍에 속삭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 하찮은 탐색전에 어울려 줄 마음은 없다며 강하게 압박한다.[7]

왕족에게 봉변이 생겼다는 것이 이미 알려진 이상 이 외교의 가치는 현격히 떨어져 무가치나 마찬가지라고 비하하는 빈센트는 계속해서 왕족에 대한 폭언을 늘어놓는다. 빈센트는 왕국의 왕족들이란 어차피 용이라고 하는 뒷배가 없으면 사람 좋을 뿐인 어리석은 것들이라고 비하하지만, 이를 듣고 있는 율리우스는 빈센트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님을 인지한다.[8] 하지만 율리우스는 이를 사실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자신과 달리 과거 왕족과 깊은 인연을 맺었던 페리스가 이 자리에 동석하고 있었던 것에 초조감을 느끼고, 이 불안한 예감은 적중한다.
빈센트 : " 거기 반짐승, 무슨 문제가 있으면 눈이 아니라 말로 하라."
평소의 페리스와 달리, 지금 빈센트를 보는 페리스의 노란 눈에는 격정이 휘몰아치고 있다. 그 이유는 못 들은 척할 수 없는 황제의 발언이었다. 세상을 뜬 왕족에 대한 모욕. 그것은 페리스의 몇 없는 역린 중 하나였다.
페리스 : "황공하오나 황제 폐하께 아룁니다. 설혹 황제 폐하라 하실지언정 국왕 폐하와 왕가분들에 대한 모욕은 들어 넘길 수 없습니다. 저희는 왕국의 사절단, 저도 근위기사 중 한 명입니다."
빈센트는 변함없는 표정으로 페리스의 적개심을 받아들였다. 서 있는 자리가 다르다, 그런 말을 듣는 감각에 페리스는 더더욱 성을 내며 말을 이었다.
페리스 : "황제 폐하께서는 그리 말씀하셨습니다만, 왕가의 여러분께서는 충의를 맹세하기에 걸맞은 인격자셨습니다. 저도 진심으로 전하께 봉사를..."
빈센트 : "충용, 충절, 충도. 달리 빼어난 재능이 없는 자일수록 그까짓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인지 뭔지를 신성시하지. 충의를 위해서라면 생명조차도 던질 수 있다고. 하나..."
빈센트가 페리스의 항변을 차분히 가로막고 옥좌의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그리고 검은 눈을 도열한 제국병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ㅡ.
빈센트 : "거기 잡병. 그래, 너다."
지명당한 것은 방금 보르도의 맨 앞에서 검을 겨눈 병사였다. 황제가 친히 지명하자 앞으로 나선 병사는 깊이 묵례했다.
황제는 고개를 조아린 병사에게 말했다.
빈센트 : "그 검으로 자신의 목을 쳐라."

빈센트의 발언에 페리스는 아연한 목소리를 흘렸으나, 빈센트는 그에 개의치 않고 다시 말을 이었다. 자신은 관대하기에 두 번까지는 용서하겠으나, 당장 그 검으로 자신의 목을 치지 못하겠느냐는 빈센트의 말에 병사는 목을 떨었다가 즉각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머리에 쓴 투구를 벗은 뒤, 허리의 검을 뽑아 곧장 팔에 힘을 주어 단번에 자신의 목을 베려 하였고, 이를 라인하르트가 눈 깜빡할 사이에 제지한다. 분명히 무릎을 꿇고 있었을 라인하르트가 말 그대로 눈 깜빡인 사이에 몇 미터의 거리를 이동해 그 병사의 옆에 서서 검을 잡고 있었던 것. 『검성』의 실력을 처음으로 목격한 빈센트는 소문으로 듣기는 했지만 풍문 따위는 믿을 게 못 된다며, 평가를 한참 오인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라인하르트는 특유의 자기비하적인 면때문에 빈센트의 말을 '터무니없이 강하다는 소문과 달리 직접보니 별거없다.'라 이해해 기대애 미치지 못했다고 사과하나 별다른 반응없이 그런 의미가 아니라 순수하게 칭찬해준 것이라며 정정해준다.

어찌됐건 빈센트는 페리스를 다시 바라보며 충의 같은 걸 대단한 거랍시고 자신 앞에 내세우지 말라며, 통치자로서 통제에 따라붙어야 할 덤에 불과한 것을 고집하는 쪽의 그릇이 훤하다면서 페리스를 비하한다. 빈센트는 페리스를 까내릴 대로 까내린 후 흥이 식었는지 자신이 목을 치라고 했던 병사에게는 물러나라고 명령한다. 동시에 혼혈을 괴롭히는 즐거움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면서 페리스의 용모를 보고 혼혈임을 한눈에 간파했다는 사실을 시사함으로서 페리스에게 다시 한번 굴욕을 선사한다. 빈센트에게 긍지를 짓밟힌 페리스는 결국 숙이고 싶지 않은 고개를 다시 숙이고야 만다.

마지막으로 빈센트는 다들 유쾌한 얼굴들이 모였다며, 왕국 사절단이 아니라 무슨 서커스단이었냐고 비웃지만 이에 마이크로토프는 재주 하나쯤은 부려줄 수 있다고 받아친다. 노현인의 대답에 빈센트는 사절단의 요구는 들었다며, 이에 대한 판단은 추후에 내리겠다고 말하면서 물러나라고 명령한다.[9] 이에 사절단 일행이 앞으로 나선 안내역 병사를 따라가 알현실로부터 퇴장하기 직전, 느닷없이 빈센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에 다섯 명이 뒤돌아보려던 순간 빈센트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빈센트 : "짐은 세 번은 말하지 않는다. 그리 말했을 텐데?"
무료하다는 표정으로 황제가 뇌까렸고, 그 직후 꺼림칙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검이 피로 물들고 목의 절반까지 강철이 박혔다.
검을 손에 든 젊은이가 신음하고, 피거품을 뿜으며 그 자리에 거꾸러졌다. 그 사실에 숨을 집어삼킨 페리스가 쓰러진 병사에게로 달려가려 했으나, 주위의 제국병들이 검을 뽑아 페리스의 접근을 막았다.
페리스 : "뭣..."
빈센트 : "이것이 볼라키아의 통제다. 절대 잊지 마라."
칼끝 앞에 말문을 잃은 페리스에게 황제의 잔혹한 목소리가 닿았다. 그것은 페리스에게도, 다른 일행에게도 무겁고 쓸쓸하게 가슴에 울리는 현실.
볼라키아 제국의 철학과, 루그니카 왕국의 철학은 절대로 상종할 수 없다고.

들린 목소리는 다름아닌, 이전에 명령한 자살을 속행하라는 것. 실제로 빈센트는 검성의 실력에 감탄했을 뿐 자신의 명령을 취소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자신이 말을 이어나가다보니 '미뤄진 것'일 뿐이고 이야기가 끝난 시점에서 결국 자신이 내린 명령을 수행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빈센트의 태도에 페리스는 치유술사로서의 긍지를 다시 한번 짓밟혔고, 이에 페리스는 자신을 막지만 않았어도 그 병사를 살릴 수 있었을 거라며 크게 분해한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페리스에게 안내역이었던 구신장[10] 중 한 명인 발로이 테메글리프는 제국식 환영이 다른 나라 분들에게는 자극이 좀 셀 거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해준다. 또한 빈센트가 아무런 죄도 없는 병사를 죽음으로 몰고간게 아니라고 대신 해명해주는데, 죽은 병사는 보르도에게 검을 겨눴을때 오히려 자신이 겁을 먹어버렸고 그토록 많은 사람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준 건 볼라키아의 가치관상 '약졸'로 낙인찍히며 약졸과 붙어있으면 마찬가지로 약졸이 된다는 볼라키아의 가치관에 따라 어차피 자살을 강요받는다고 한다.[11]

이후 황궁에 있는 접객실에서 쉬고 있던 5명의 사절단에게 한 명의 제국병이 와서 빈센트 본인이 라인하르트 혼자만을 모셔 오라고 했다는 말을 전한다. 사절단은 당황하지만, 애초에 검성의 동반이 볼라키아 제국의 요구였기에 마이크로토프는 이를 허한다. 이에 율리우스와 페리스는 도대체 라인하르트와 빈센트가 무슨 일로 만날 이유가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율리우스의 불의 준정령 '이아'가 볼라키아 제국의 황궁 내에서 벌어진 이변을 감지한다. 제국병들이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하는 기척을 감지한 율리우스와 페리스는 라인하르트가 불려간 현 상황에서 이런 소동이 벌어진다는 것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소동이 일어난 곳으로 달려간다. 이윽고 페리스의 후각이 피 냄새를 감지하였고, 두 사람은 곧 소동이 일어난 장소에 도착한다.

제국병들이 어떤 방의 철문을 망치로 후려쳐 부수고 있었고, 이윽고 철문이 날아가면서 방 안의 상황이 확인되는데, 제국병들도, 율리우스와 페리스도 방 안의 참상을 보고 목소리 하나 못 내고 굳어버렸다.
파일:용의자 라인하르트.jpg
어지럽혀진 방 안, 차가운 바닥 위에는 피웅덩이에 거꾸러진 여러 병사들. 그 안에 율리우스도 잘 아는 얼굴이 있었다. ㅡ발로이 테메글리프다.
구신장 중 한 명, 제국의 최고 전력, 발로이가 피웅덩이에 쓰러져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 옆에서 고꾸라진 희생자들을 내려다보는 그림자가 하나ㅡ
율리우스 : "ㅡ라인하르트."
ㅡ피 냄새로 충만한 실내에 빨강 머리 『검성』이 홀로 상처 없이 서 있었다.

2.2.2. 황제 암살 계획

이러한 상황에 율리우스는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라인하르트만은 이렇게 경솔한 짓을 저지르지 않았으리라 판단한다. 기묘한 상황 속에서 냉철하게 판단을 내린 율리우스는 페리스에게 발로이 일장을 치료하도록 하지만, 제국병들이 곧장 페리스의 앞을 가로막고 검을 뽑아 겨눈다. 율리우스는 얌전히 투항하는 것도 수단이겠지만 제국병들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살기등등하여 이에 대한 판단을 망설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들려온 낭랑한 목소리에 율리우스도, 페리스도, 제국병들도 믿기 어려운 것을 들은 표정을 띤다. 유일무이하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하며 들려온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빈센트 볼라키아였다. 제국병들이 조건반사적으로 터준 길을 유유히 걸어온 빈센트는 실내의 상황을 이해했다는 듯이 끄덕이고서는 라인하르트를 쏘아본다. 라인하르트는 이에 대해 상황 설명을 하려 했지만, 라인하르트의 호소는 성난 제국병들의 함성소리에 묻히고 만다. 하지만 빈센트는 루그니카 왕국의 사자가 구신장을 살해한 전대미문의 사건을 앞에 두고서도 따분한 눈매로 부자연스러운 상황을 언급한다.
빈센트 : "확실히 이 상황이 보이는 대로의 사정이라면 이자들의 소행은 실성한 거나 마찬가지로다. 짐의 슬하에서 이 만행, 정상적인 판단력이 있다면 할 턱이 없어."
라인하르트 : "ㅡ황제 폐하!"
그 순간, 라인하르트가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빈센트의 몸에 달려들었다. 『검성』은 그 팔에 황제를 붙잡고 순식간에 방 안쪽으로 뛰어 물러났다. 한순간의 행동에 율리우스를 포함한 전원이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리하여 왕국의 사자가 제도에서 당당히 황제를 억류하는 최악의 상황이 완성되었다.
제국병 : "네놈, 각하로부터ㅡ."
빈센트 : "『오오, 죄 많은 반역자여! 달도 별도 고개를 돌릴 만큼 끔찍하고 어두컴컴한 죄인이여! 그다지도 내 목숨을 원한다면 그 더러운 강철이 나의 피를 빨도록 하라!』"
다음 순간, 황제가 온 방에 울려 퍼지는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것은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라인하르트를 도발하는 내용.
ㅡ하지만 딱 한 명, 율리우스만은 황제의 진의를 다른 형식으로 해석했다.
한순간, 황제의 시선이 율리우스를 포착했다. 자기 자신을 『짐』이 아니라 『나』라고 칭한 황제가 마치 무언가를 시험하듯이.
율리우스는 어금니를 깨물고 황제의 기대라는 중책에 고심했다. 방금 빈센트의 대사는 고전 문학 『마그리처의 단두대』의 한 장면, 노왕이 간신을 속이고 자신이 고용한 자객더러 자신을 데리고 나가게 할 때의 대사를 고스란히 따른 것이다.
황제의 노림수. 상황의 변화. 라인하르트의 존재. 내려야 할 판단은 하나뿐이다.
율리우스 : "라인하르트, 폐하를 모시고 창문으로!"
율리우스의 지시에 라인하르트는 주저 없이 즉각 따랐고, 그는 빈센트를 왼팔에 안은 채로 뒤돌아서서 창문을 깨뜨리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율리우스는 페리스의 여린 몸을 끌어안고 라인하르트가 뛰쳐나간 창밖으로 몸을 날렸다.
타국의 장군을 살해하고 황제를 유괴해서 도주. 사태는 바야흐로 최악의 일로를 더듬고 있었다.
볼라키아의 강고한 제정을 지탱하는 두 지주인 황제와 구신장이 동시에 위협받는다는 상황에 놓이자, 구신장인 고즈 랄폰을 중심으로 임시 지휘 체계가 편성된다. 황궁에 남아 있던 보르도와 마이크로토프는 제국병들의 철저한 감시 하에 놓이고, 제도(帝都) 루프가나 전역에 계엄령이 내려진다.

한편 황궁을 빠져나와 도주한 빈센트와 라인하르트, 율리우스와 페리스는 시가지가 아닌 삼림 쪽을 향해 숨어들었고 주위의 인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발을 멈춘다. 빈센트는 갑작스레 무례한 행동을 취했다며 사죄하는 라인하르트에게 자신의 의도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니 용서한다고 말한다. 빈센트는 라인하르트에게 안겨 달리는 중에 느낀 위화감인 바람도 진동도 느껴지지 않은 기현상에 대해 질문하고 이에 라인하르트는 지룡이 가지고 있는 바람막이의 가호의 영향이라고 말하는데, 빈센트는 지룡들만이 가지는 가호가 사람의 자식에게 있는 점이 문제라며 태클 아닌 태클을 건다.

빈센트는 율리우스를 바라보며 용케도 자신의 의도를 이해했다면서 칭찬한다. 이에 대해 율리우스는 미리 알현실에서 '마그리처의 단두대'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면 자신도 눈치채지 못했을 거라 말한다. 그와 동시에 그곳에 있던 다른 제국병들이 빈센트의 뜻을 알아차렸을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고 묻는 율리우스에게 빈센트는 그런 잡병들은 문학의 가치를 한 소절도 헤아리지 못할 터이니 괜한 걱정이라며 은근히 제국병들을 돌려깐다.

빈센트와의 급한 이야기가 끝나고 율리우스와 페리스는 라인하르트에게 어째서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냐고 질문한다. 우선 발로이와 병사들이 라인하르트를 갑작스레 습격해서 이에 무력으로 대처했을 가능성을 물어보는 율리우스와 페리스였지만, 라인하르트는 『복종의 목줄』 때문에 가뜩이나 힘이 제한되어 있는 상태에서 발로이 경 수준의 실력자를 상처 하나 없이 쓰러뜨리는 건 쉽지 않다며 그 추측을 부정한다. 라인하르트는 정확히 말해 어떤 상황이었는지조차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시점에서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라인하르트가 말하기를, 모두가 아는 대로 빈센트의 단독 호출을 받은 자신은 그 방에 안내받았고 그곳에는 황제 폐하의 호위라고 말하는 발로이와 병사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순간 무언가가 라인하르트의 의식을 강하게 짓눌렀고, 이에 1~2초 정도 의식을 잃은 라인하르트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그 참상이었다고. 이에 아무리 생각해 봐도 조작된 상황이라고 말하는 율리우스와 페리스였지만, 다시 빈센트가 대화 도중에 끼어든다.
율리우스 : "역시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커. 라인하르트, 너는 함정에 빠진 모양이다."
라인하르트 : "...그렇지, 제국의 장군을 살해한 혐의가 걸렸어."
빈센트 : "ㅡ혐의라니, 의식이 미적지근하군. 성의 인간은 그게 사실이라고 여길 것이다. 변명할 기회를 포기한 채 짐을 데리고 달아났으니까."
율리우스와 라인하르트의 대화에 빈센트가 끼어들어 물러터진 인식을 지적한다. 그러나 황제의 발언에 페리스가 "잠깐."하고 눈썹을 세웠다.
페리스 : "높으신 분께 이런 말씀드리고 싶진 않은데요, 라인하르트가 함정에 빠졌다면 주모자는 제국인이잖아요? 그렇게 남의 일처럼..."
빈센트 : "추론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은 망언의 부류를 진지하게 검토하라고? 그대 자신이 입에 담았듯이 이자의 설명에는 모자라고 미흡한 부분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야 대관절 누구의 수긍을 끌어낼 수 있겠나? 말해 두겠지만 제국민은 『검성』의 맹우가 아니다."
왕국기사들의 대응을 대놓고 씹으며 촌철살인을 내지르는 빈센트.
일부러 자신의 측근들인 제국군을 멀리하고 왕국의 기사들과 도주하는 길을 택하고서는 이리도 유유히 있을 수 있는 빈센트의 태도에 율리우스는 애초에 왜 그 방으로 향한 것이냐고 질문한다. 만일 라인하르트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그 방에 걸음을 옮긴 것이라면 현 상황은 예정되어 있지 않은 불의의 사고일 텐데, 지금 빈센트의 태도는 미리 짜 놓기라도 한 듯하다는 것. 율리우스의 추측을 빈센트는 어렴풋한 기대나 희망이라고 일축했고, 대강 맞췄다며 합격점은 주겠다고 말한다.

빈센트는 다시 라인하르트에게 고개를 돌리며 그 방에서 갑작스럽게 자신을 보호하듯이 붙잡은 것은 감싸려는 뜻이었는지에 대해 질문한다. 이에 라인하르트는 그 말씀이 옳다며, 갑작스런 적의의 고조를 느껴 빈센트를 빠르게 확보했다고 말한다. 빈센트는 이에 그 자리에서 라인하르트에게 살기를 보낸 게 한두 명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라인하르트는 '간과할 수 없는' 적의였기에 빈센트를 확보했던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인즉슨 라인하르트에게는 그 자리에 있던 수십 명의 제국병 따위는 간과해도 상관없는 수준이라고 단정지은 것과 마찬가지인, 제국에 대한 모욕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는 발언이었다. 허나 빈센트는 라인하르트를 불손한 남자라고 평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대화를 종료하고 율리우스의 질문에 대답한다. 빈센트는 자신이 그 방으로 향한 것은 황궁, 즉 수정궁의 맥동이 원인이라고 답한다.
빈센트 : "짐이 그곳으로 간 것은 수정궁의 맥동이 원인이다."
율리우스 : "수정궁의 맥동, 말씀이십니까?"
빈센트 : "구태여 시시콜콜 설명해 줄 맘은 없다. 무엇보다 그 시간도 없을 것이야."
율리우스 : "시간ㅡ."
그 유무를 왜 언급하느냐고 율리우스가 미심쩍게 눈썹을 찌푸린 직후였다. 주위를 경계하던 준정령 두 개체가 동시에 율리우스에게 경고했다. 바람과 열, 그 양쪽이 접근하고 있는 모종의 존재를 포착했다고.
빈센트 : "그래, 힘껏 발버둥쳐 보아라. 짐이 변덕을 부려 너희를 단념하기 전에."
가학적인 웃음과 함께 빈센트가 그 말을 왕국기사들에게 내뱉었다.

2.2.3. 구신장의 습격

빈센트의 마지막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율리우스는 머리 위에서 자신에게 육박해 오는 적을 발견하고 자신의 기사검을 뽑아 적에게 찌르기를 날린다. 찌르기를 정통으로 맞은 그 수인(獸人)은 아파 죽겠다며 욕지거리를 내뱉고, 율리우스는 그 수인이 온몸에 무기를 두른 엽견인[12]임을 확인하고서 구신장의 『6』인 그루비 검렛임을 알아챈다.

이에 그루비는 언제 봤다고 아는 척을 하냐고 성질을 내지만, 여기서 빈센트가 라인하르트와 페리스에게도 그루비를 설명한다. 빈센트 왈 율리우스의 말대로 그루비 검렛은 구신장의 일장이자 별종만이 모인 구신장 중에서도 목소리가 쓸데없이 크기로는 첫째 둘째를 다툰다고. 그리고 그루비는 그 막말을 통해 왕국기사들에게 포위된 인물이 빈센트임을 확신하고 기뻐한다.[13]

발로이가 당했다는 말을 들은 그루비는 그놈은 매가리가 없긴 해도 괜찮은 놈이었다며 율리우스 일행과의 대화를 일체 거부하고서는 왕국기사들이 들은 적 없는 한 단어를 내뱉는다.
그루비 : "변명 집어치워! 들은 척이나 할 것 같냐, 썩을 것들아! ㅡ모그로!"
그 낯선 단어가 의미하는 것은 곧바로 율리우스의 코앞에 나타난다. 율리우스의 바로 뒷편의 땅속에서 적동색의 인간형 광물이 튀어나온 것. 율리우스는 그 모습을 보고 육체가 광물로 이루어져 있는 강철인이라는 아인종임을 알아챘고, 당대 구신장에 그 종족 출신이 속해 있음을 알고 있던 율리우스는 곧바로 그가 구신장의 『8』인 모그로 하가네임을 알아챈다. 율리우스의 뒤에서 땅을 뚫고 튀어나온 모그로는 페리스의 다리를 잡고 거꾸로 공중에 매달아버렸고, 율리우스가 자신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해박하다고 칭찬하면서도 무섭다고 말한다.
파일:그루비 검렛/모그로 하가네.jpg
율리우스는 땅속으로 잠행하여 준정령들의 경계를 피한 모그로의 은밀 성능에 경악하면서도 붙잡힌 페리스를 탈환하려 한다. 하지만 강자들의 등장에 전율하는 세 명의 왕국기사들 앞에서 빈센트는 구신장 중 6위와 8위의 두 명은 자신의 탈환을 위한 자객치고는 어설프다고 평한다. 빈센트의 감상에 율리우스는 제국의 일장이 두 명이나 있는데 약한 전력이라고 평하다니 황공하다고 말하며 라인하르트와 함께 페리스를 탈환하기 위해 덤벼든다.

현재로서 자신들을 쫓는 구신장들의 목적은 황제의 탈환과 왕국기사 세 명의 포박이었고, 황제의 알 수 없는 의도에 따라 제국의 중심부로부터 멀어져야 하는 율리우스 일행으로서는 구신장들에게 붙잡힐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구신장을 해치게 되면 양국 간의 외교관계는 돌이킬 수 없이 멀어지게 될 것이므로 상대를 적절하게 때려눕히는 게 최선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율리우스의 검 끝에 살기가 실리지 않은 것을 간파한 그루비는 이를 모욕으로 간주하고 첫 공격과는 비교도 안 될 속도로 율리우스를 공격한다.

그러나 그 순간 라인하르트가 율리우스를 지키듯이 돌아들어 모그로가 후려치는 손도끼 양 자루를 틀어막는다. 라인하르트가 그루비의 발을 묶는 도중 율리우스는 페리스의 다리를 잡고 있는 모그로와 전투하나, 모든 심혈을 기울여야만 가까스로 상황의 대처가 가능한 율리우스와 달리 모그로는 율리우스의 강함에 놀라워하며 살짝 제대로 하겠다고 선언할 정도의 여유가 남아 있었다.[14] 모그로는 갑작스레 팔로 지면을 내리찍고 율리우스는 뒤로 피하였지만, 모그로는 무시무시한 기세로 땅속으로 파고들며 말 그대로 땅 속으로 잠수한다. 이는 모그로의 신체가 워낙에 강인하다는 점을 살린 재주였기에 아직 모그로의 손에 잡혀 있는 페리스를 잡고 땅 속으로 완전히 잠행하게 된다면 페리스의 육체는 찌부러지며 파괴될 수밖에 없었고, 이에 율리우스는 라인하르트와 상대를 맞바꾼다.

그루비는 마석이 박혀 있는 기묘한 장갑을 끼고 율리우스에게 정권지르기를 내지르고, 이에 율리우스는 그루비의 주먹을 기사검으로 찍어 떨어뜨린다. 그러나 그 순간 공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율리우스는 신음하고 뒤로 물러섰다. 율리우스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일격을 옆구리에 정통으로 맞은 것. 이에 그루비는 웃음을 터뜨리며 자신이 낀 장갑을 마수갑(魔手甲)이라고 소개하며, 마석이 박혀 있어서 원거리에서 마법을 갈길 수 있다고 소개한다. 비록 한 발밖에 쏘지 못하지만 썩을 놈을 썩히기에는 충분하다고.[15] 하지만 율리우스 역시 자신의 준정령들의 힘을 빌려 자신을 더욱 강화했고, 이에 율리우스와 그루비가 서로를 노려보고 둘 사이로 어깨부터 뜯겨나간 모그로의 팔이 날아간다. 라인하르트가 말 그대로 강철과 동일한 강도인 모그로의 어깨를 잘라내어 페리스를 구출한 것.

갑작스레 팔이 날아와 율리우스와의 싸움을 방해당한 그루비가 모그로와 말싸움을 벌였고, 모그로는 잘라낸 팔을 다시 자신에게 부착시킨다. 서로가 가진 패를 까기 시작하며 왕국과 제국 양 진영이 교착 상태로 진입하려는 그 순간이었다.
빈센트 : "ㅡ이제 그만. 따분한 공연은 보기 질렸다."
별안간 그때까지 전장을 멀찍이서 두고 보던 황제가 말했다.
그 즉시 뜨거워지던 숲길의 공기가 단숨에 얼어붙었다. 그것은 싸움에 몸을 둔 전사의 패기와 다른,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의 강렬한 귀기였다.
왜 이렇게 피가 얼어붙을 듯한 감각을 맛보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검을 휘두르면, 마법을 사용하면 이쪽이 빈센트보다 훨씬 강하다.
그런데도 왜 빈센트의 일거수일투족에 영혼이 휘둘리는지, 알 수 없었다.
빈센트 : "그루비, 모그로. ㅡ네 녀석들, 짐의 신병을 탈환하는 일을 무어라 아는 것이냐."
그루비 : "가, 각하...그거야..."
빈센트 : "여기가 네 녀석들의 애들 장난을 선보이는 유희장으로 보이더냐?"
빈센트의 어조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그것이 최후통첩을 의미함을 이 자리에 있는 전원이 이해했다.
빈센트의 최후통첩에 그루비와 모그로는 즉각 여유를 지우고 공격 모드로 들어가고 이에 율리우스가 몸을 굳히지만 라인하르트가 나서서 두 구신장을 동시에 상대하겠다고 한다. 라인하르트 왈 현재 우리의 패배 조건은 황제 폐하의 신병을 빼앗기는 것인데다가 모그로가 지닌 추적자로서의 재능을 고려하면 자신이 둘을 지연시키는 게 최적의 수라고. 그것을 승낙한 율리우스는 전투에 돌입하는 라인하르트를 뒤로 하고 서 있던 빈센트의 팔을 거머쥔 후 실례하겠다며 달린다.

그렇게 라인하르트를 후위로 남기고 숲길을 내달려 온 율리우스와 페리스, 빈센트. 빈센트는 짐을 뛰게 만들다니 제법 불경하다며, 『검성』처럼 안고 달릴 마음은 없느냐며 율리우스에게 묻는다. 율리우스는 지룡의 가호도 없는데다 라인하르트보다 실력이 훨씬 떨어진다며 빈센트에게 라인하르트처럼 편히 모실 수 있을 거라는 보증도 없고, 자객의 습격이 있었을 경우 지켜드리기도 어려워진다며 거절한다. 그러자 빈센트는 율리우스의 현실적인 답변에 입만 살았다며 불만의 내색을 드러낸다.

빈센트는 숲길을 자신의 발로 달리는 와중임에도 생각 외로 여유로운 표정이었고, 오히려 페리스가 체력적으로 및 심적으로 불안을 보인다. 율리우스는 라인하르트에 대한 페리스의 걱정을 해소시켜주고 화제를 다시 수정궁에서 있었던 일로 되돌린다. 마이크로토프와 보르도의 안위를 걱정하는 율리우스의 속마음을 꿰뚫어본 빈센트는 고즈 랄폰이 지휘를 잡고 있다면 왕국기사들의 역정을 사지 않기 위해 그 둘의 신병에는 아무 위험도 가하지 않았을 거라며 안심시켜준다. 이에 율리우스는 덕분에 불안이 하나 해소되었다고 말하고, 아직은 알 수 없는 점이 많다며 빈센트에게 여쭈어 봐도 괜찮겠느냐고 묻는다. 이에 빈센트는 내용에 따라 다르지만, 아마 율리우스의 관심은 수정궁의 맥동에 있을 것이라 대답한다. 빈센트가 이토록 속내를 모조리 알아맞히자 율리우스는 할 말이 없을 따름이었다. 율리우스가 생각하기를 처음부터 그리되도록 대화의 흐름이 유도당해 있었는데다 빈센트의 경우에는 탁월한 화술뿐 아니라 자신이 놀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게 하는 천성적으로 분위기를 지배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빈센트는 수정궁은 수많은 마정석을 사용하여 만들어져 있으며, 그 마정석의 효력을 이용한 방위 기구가 있어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뛰어난 역할을 발휘하는 성이라고 설명해 준다. 소문으로는 들어보았다는 율리우스에게 빈센트는 이 말인즉슨 수정궁은 존재하기만 해도 막대한 마나를 비축한다는 소리라고 추가로 말해준다.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있냐는 빈센트의 물음에 율리우스는 빈센트의 말이 가리키는 진실을 나타낸다. 제도 루프가나의 중추이자 볼라키아 제국의 권위의 상징이라는 수정궁은 실로 막대한 마나를 비축하며 일종의 정령으로 재탄생한 것.

이에 경악하는 율리우스의 반응을 보고서 빈센트는 또 한 가지 그대들이 제국을 살아서 나갈 수 없는 이유가 늘었다며 재밌어한다. 이에 페리스는 자기가 대답해 놓고서는 이게 왠 망발이냐고 어이없어하지만, 빈센트는 오히려 자기를 누구냐고 생각하냐면서, 자신에게 물었을 때 나오는 대답은 어느 것이나 제국의 중대사로 이어진다면서 웃기지 말라고 대답한다. 빈센트와의 문답을 통해 율리우스는 수정궁의 사건이 벌어진 순간에 라인하르트에게서 의식을 한순간 빼앗아가고 발로이를 비롯한 제국병들을 전멸시킨 특별한 마법이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떠올린다. 이에 빈센트는 율리우스에게 총명하다고 칭찬하지만, 지금은 페리스 쪽이 자신의 취향인 반응을 하고 있다며 조금은 더 동요해 보라고 말한다.

그런 식으로 빈센트는 율리우스의 추론을 긍정하면서도 페리스를 놀려먹는 것을 잊지 않는, 여유인지 황제 나름의 처세술인지 알기 어려운 태도를 보여준다. 이러한 황제의 태도에 율리우스는 그나마 표적이 된 처지를 완강하게 부인하거나 과도하게 비판하기보다는 훨씬 말이 통한다며 안심한다. 어찌됐건 율리우스는 발로이의 죽음에 수정궁이 관계되어 있다면 수정궁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였고, 바로 그 순간 율리우스의 발이 멈춘다.
갑자기 율리우스가 발길을 멈추자 페리스가 허둥지둥 멈춰 섰다. 마찬가지로 빈센트도 두 사람에게서 몇 걸음 떨어진 위치에서 발을 멈추고 검은 눈을 가늘게 뜨며 율리우스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율리우스는 페리스의 부름에도 빈센트의 시선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ㅡ그럴, 경황이 아니었다.
세실스 : "ㅡ어이쿠. 혹시, 이 거리에서 눈치챘어요?"
파일:세실스 등장이오.jpg
율리우스는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남자의 외형적 특징만을 보고서 그가 구신장의 『1』인 세실스 세그문트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챈다. 그러나 세실스는 그런 율리우스의 전율 같은 건 개의치 않고 갑자기 몇 미터 거리까지 다가와선 감탄사를 내뱉는다. 그러고선 율리우스보고 꽤나 미형이라며 칭찬하고, 거기에 이쪽 반짐승 분도 미인인데다 자신까지 그림이 되는 세 사람이 줄줄이 모여들었다며 지 혼자 좋아한다. 이에 페리스는 또 별난 사람의 등장이냐며, 이번에는 몇 번이냐며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을 짓지만 율리우스로서는 아직 위협을 깨닫지 못한 페리스가 차라리 부러울 따름이었다.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율리우스는 페리스를 빈센트 쪽으로 밀어내고서는 두 사람을 감싸듯 기사검을 뽑고 대치한다.
율리우스 : "세실스 세그문트 님으로, 보입니다."
세실스 : "아아, 그래그래, 그게 맞아요! 이야아, 역시 한눈에 알아보시겠어요? 이국 손님에게도 알려졌다니 이거 참 난처한데, 하하."
율리우스가 차분하게 억누른 말을 건네자 세실스는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과는 정반대로 하나도 난처해보이지 않는 기색으로 미소 지었다.
페리스는 세실스라는 이름만을 듣고서는 잘 모르겠다는 눈치였으나, 세실스가 자신의 이명인 『볼라키아의 푸른 뇌광』을 꺼내들자마자 적대하던 군대를 혼자서 전멸시켰다는 괴물이라며 경악한다. 이에 세실스는 괴물 취급은 너무하다면서 '이 세계의 선택받은 주연 배우, 세실스 세그문트'라고 말해 달라고 한다. 그리고 세실스는 율리우스 뒤에 대범하게 서 있는 빈센트에게 손을 흔들며 말한다.
세실스 : "그런고로, 각하! 다름 아닌 제가 맞으러 온 이상 이제 안심하십시오. 쓱싹 정리하는 모습을 평소처럼 거들먹대며 구경해 주세요!"
빈센트 : "멍청한 것. 몇 번씩 말해도 네 무례한 말투는 교정되지 않는군. 나 원, 손을 쓸 도리가 없는 멍청이로다. ㅡ그래도 그 무례를 웃어넘길 가치가 있는 남자다만."
세실스를 평하는 빈센트의 말의 전반부는 세실스를 향해 날린 말이며, 후반부는 율리우스를 향해 날린 경고였기에 율리우스는 식은땀이 흐른다. 빈센트의 신병을 빼앗기면 왕국이 변명할 기회는 사라지므로, 현재로서는 율리우스에게 왕국과 제국 간의 전쟁의 여부가 걸려 있는 셈이었다. 직후 벼락과도 같은 속도로 세실스가 돌진해 왔고, 율리우스는 준정령의 힘을 사용하여 신경을 과잉 활동시킴으로서 세실스의 첫 일격을 겨우겨우 막아낸다.

세실스는 연속해서 율리우스에게 접근하며 칼부림을 펼치고, 십수 번에 달하는 검격을 율리우스가 모조리 쳐 내자 점점 흥이 오른다며 사방팔방에서 웃으며 덤벼든다. 하지만 세실스가 사실상 놀아주고 있는 상황임에도 율리우스는 치명상을 피하는 게 한계였고, 둘은 말 그대로 넘사벽의 실력차가 나 점점 수세에 몰린다. 방어일변도인 율리우스의 모습에 페리스는 초조감을 띠고, 빈센트도 세실스가 놀고 있기에 구원받은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빈센트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역시 저 기사는 음흉한 자라고 평하며 율리우스의 노림수를 궤뚫어보았고, 거기에 율리우스 본인이 그런 평가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이 해학적이라며 6장 이전의 율리우스가 가지고 있던 기사로서의 마음가짐까지 모조리 파악해낸다.

이윽고 율리우스와 대치하던 세실스가 무언가 벼락같은 느낌이 없다고 말하며 율리우스가 자신의 속도를 음의 준정령을 통해 낮추었다는 사실을 간파하지만, 세실스는 그런 잔재주를 짓밟고 돌파하는 것이야말로 세계의 주연의 의무라며 율리우스의 심장을 향해 자신의 검을 내지른다. 그러나 율리우스의 심장을 꿰어 버리려던 검의 진로상에 율리우스의 기사검이 앞질러 위치했다. 두 검이 맞부딪히는 순간 세실스의 손아귀에서 카타나가 파괴되었고, 무기 파괴를 성공시킨 율리우스는 세실스에게 추가타를 가한다. 이것이 바로 빈센트가 꿰뚫어본, 같은 검사인 세실스조차 알아채지 못한 율리우스의 노림수였던 것.

율리우스의 무기 파괴에 세실스는 감탄하며 5번 카타나라고는 해도 자신의 카타나를 부러뜨리기에 이르렀다며 불타오르는 전개라고 혼자 기뻐한다. 그런 세실스에게 빈센트는 자신의 탈환을 명령받아 놓고선 5번 카타나라니 웬 망발이냐며 어이없어하고, 자신의 신명은 볼라키아의 중대사이니 자신의 최선을 다할 의무가 있지 않느냐고 꾸중한다.
빈센트 : "네 이놈, 세실스. 짐의 탈환을 명령받았는데 5번 카타나라니 웬 망발이지? 짐의 신명은 볼라키아의 중대사, 네놈도 자신의 최선을 다할 의무가 있지 않느냐."
세실스 : "하하, 각하, 죄송합니다. 1번이랑 2번은 갈고닦느라 어디 보내놔서요. 원래 오늘은 낮잠 자다가 튀어나온 참이다 보니 창졸간에 손에 잡힌 게 이것뿐이라서..."
팔짱을 낀 빈센트의 말에 세실스가 겸연쩍은 표정으로 뺨을 긁었다. 그리고 구신장 필두는 허리의 다른 한 자루ㅡ방금 것보다 도신에 흉흉한 무늬가 떠오른 다음 카타나를 뽑았다.
세실스 : "3번 카타나. 여기에 더해서 이번에는 신발을 벗고 상대할까 하는데요. 어떻겠습니까?"
빈센트 : "짐이 이렇게나 말을 했는데, 여전히 자신의 한계를 보일 마음은 들지 않는가."
세실스 : "그게 제 성미인 건 각하도 아실 터! 그리고 제가 진짜로 했다가는 웬만한 상대는 시작 직후는커녕 알기도 전에 죽는다고요. 약자를 베는 건 나름대로 볼 만한 장면이라지만 그것뿐이라서야 관객이 질립니다. 제 무대를 어떻게 연기할지는 제 마음대로 하게 해 주시죠."
황제를 상대로 불경하기 짝이 없는 발언. 그러나 빈센트는 그 말을 꾸짖지 않고 팔짱을 낀 채로 끄덕였다.
세실스 : "역시 각하! 말이 통하셔!"
그리고 그 직후 세실스는 율리우스를 향해 3번 카타나를 겨누지만, 대치 중이었던 두 사람 사이로 적동색 거체가 나무들을 쓰러뜨리며 굴러왔다. 이미 율리우스가 알고 있었던 그 모습은 모그로였다. 직후 모그로가 날아온 쪽에서 그루비가 호쾌하게 날아왔고, 지면에 튕기며 비명을 지르다가 모그로와 충돌하여 멈춘다. 그루비는 욕설을 내뱉으며 분해하고,[16] 둘이 날아온 방향으로부터 라인하르트가 상처 하나 없이 등장한다.

라인하르트의 등장에 율리우스는 만일 세실스가 무대의 주연 배우임을 자칭한다면 그 대항마는 반드시 저 친구가 될 것이라며 전투태세를 푼다. 이에 세실스는 그런 싸구려 도발에 자신이 넘어갈 것 같냐며 웃지만 빈센트는 당연히 눈이 뒤집히고도 남을 것이라고하고, 그와 동시에 세실스가 빈센트의 말을 인정하며 도발에 넘어가 라인하르트에게 공격을 가한다. 그러나 라인하르트는 부러진 세실스의 5번 카타나의 칼끝으로 세실스의 일격을 막아냈고, 이에 경악하며 수백에 달하는 잔영을 만들어내며 돌진하는 세실스의 공격을 라인하르트는 부러진 카타나 조각으로 막아내고, 받아넘기고, 흘려보낸다. 이어진 라인하르트의 발차기를 요격하려는 세실스였으나 라인하르트는 발을 세실스의 목에 명중시켰고, 이에 세실스는 의식이 끊겨 기절하고 만다.

명색이 제국 최강의 검사인 세실스가 당했음에도 빈센트는 놀라지도 않고 낙담하지도 않으며 따분하다는 태도로 멍청히 서 있는 두 구신장을 바라본다. 수에 기대려도 질에 기대려도 답이 없는 상황에서 목숨을 헛되이 버리겠다면야 뭐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빈센트의 말에 그루비와 모그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세실스를 확보하고 물러난다. 이쪽을 응시하는 두 구신장을 바라보며 빈센트는 거기 어리석은 자에게 다음에는 1번과 2번을 지참할 것이며 패배는 용서치 않는다고 전하라고 하고서 율리우스 일행과 함께 숲으로 들어간다.

빈센트는 아까 세 명의 패배로 더 이상 제국 측의 추적자는 없을 것이라 단정짓는다. 무의미하다는 걸 알고서도 군대를 부리는 작자들은 지휘를 맡지 않기 때문이라고. 또한 그렇기 때문에 재미없고 따분하다고도 말한다. 어찌되었건 빈센트의 입으로 더 이상 추적자가 쫓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안 율리우스 일행은 북쪽 산악지대의 작은 관리소 안으로 들어간다. 빈센트는 앞으로의 방침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훤칠한 다리를 우아하게 꼬면서 묻는다.[17]

자신의 신병을 확보하고 구신장마저 물리쳤으니 이대로 한번 자신의 몸을 방패 삼아 제국에 혼란과 혼돈을 불러보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황제였지만, 율리우스는 그러다가 최후에 단두대의 이슬로서 사라지는 것은 사양하겠다며 비극적인 폐막은 이야기 속에만 남겨두겠다고 대답한다. 페리스가 율리우스의 외상과 내상을 치유하자 빈센트는 처음으로 멍하니 페리스를 응시하는데, 페리스가 이에 그 표정은 뭐냐고 묻자 빈센트는 감탄하며 검도 쓰지 못하는 반짐승이 어째서 기사 행색을 하고 따라다니는지 의문이었지만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었다는 데에 놀라고 있다고 대답한다. 거기에 추가로 빈센트는 셋 다 그럭저럭 볼 만한 구석이 있으면 승기도 보이기 마련이라고 혼잣말한다.

율리우스는 빈센트에게 이제 방해할 사람은 없으니 폐하의 의중을 여쭈어 보고 싶다고 직접적으로 말한다. 구신장들에게 응하지 않고 율리우스 일행의 도주에 협력적인 태도를 보아 이미 빈센트는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고.
율리우스 : "폐하의 의중을 여쭙고 싶습니다. 제 생각에 이미 폐하께선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만."
빈센트 : "짐의 견식이 미치는 범위에 한정한다마는. 이 세상 모든 것은 자신에게 편리한 대로 움직인다며 큰소리치던 자도 예전에 있었지만... 짐은 그렇게까지 오만하지 않다. 세계 전역의 모든 것이 자신의 지배하에 있다며 자만하지도 않아. 아는 것, 알 수 있는 것. 그뿐이다."[18]
페리스 : "빙빙 돌리며 복잡한 표현... 결국, 폐하는 뭐라시는 거니?"
라인하르트 : "폐하께서 알 수 있는 범위의 사정이 있기에 저희에게 협력해 주신다...는, 그런 말씀이십니까."
갸우뚱한 페리스의 의문에 라인하르트가 황제의 말을 간략하게 정리했다. 황제는 그 말에 위엄 있게 끄덕이고, 낡은 의자의 등받이가 삐걱거리도록 등을 기대며 팔짱을 끼었다.
빈센트 : "그대들 왕국인도 이 볼라키아의 전통적인 훈계는 알고 있겠지?"
율리우스 : "제국주의... '제국민은 정강하여라'라는 가르침 말이군요. 개인적인 의견은 삼가겠습니다만, 오늘날 제국의 번영에 빠트릴 수 없는 훈시가 아닐까 합니다."
빈센트 : "옳다. 그리고 그 훈시는 제국 전토, 황제 자리조차도 예외가 아니다. 그 어떤 지위든 명예든, 힘이 있어야 얻을 수 있으며 힘에 빼앗기는 것이 필연이다."
빈센트가 제국주의를 거론하자 왕국기사들은 눈썹을 모았다. 왜 이 흐름에서 제국의 본질을 세 사람에게 설명한다는 말인가. 하지만 금세 셋 모두 같은 답에 이르렀다.
페리스 : "혹시, 누군가가 황제 자리를 노리구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는 뜻이에요?"
빈센트 : "감이 좋구나, 반짐승. ㅡ본래라면 타국의 자객을 의심하겠지만 제국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우리에게는 한 식솔이 목을 노리는 쪽이 훨씬 친근한 일이야."
페리스 : "하, 하지만, 폐하를 암살해서 자리가 비어진 다음에 앉을 사람이 주모자인 걸 뻔히 다 알잖아요. 그런 짓을 했는데 누가 옥좌를 인정해요?"
율리우스 : "페리스, 그 생각은 틀렸어. 그건 왕국의 사고방식... 제국에선, 그게 통용돼."
빈센트 : "그래, 통용된다. 힘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것. 그건 황제의 자리 역시 예외가 아니야."
지금까지 일어난 일련의 사건이 쿠데타 시도일 가능성을 내비치는 빈센트.

2.2.4. 쿠데타 저지

빈센트의 설명에 세 명은 빈센트의 암살을 노리는 자가 제국 내부에 있을 가능성을 깨닫고, 그렇다면 발로이는 어째서 죽은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이에 빈센트는 발로이가 자신을 노리는 쿠데타 세력의 계획을 눈치챘기에 입막음을 당한 것이거나 황제의 측근을 가능한 한 많이 죽이기 위해 발동시킨 마법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하지만 빈센트는 발로이는 구신장의 『9』인데다가 혼자서는 전력을 발휘할 수 없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후자의 목적이라면 살짝 애매하다고 추가로 읊조린다. 거기에 율리우스가 추가로 말하기를 발로이가 사망한 건으로 수정궁의 소동을 괜스레 키우면 도리어 빈센트 측의 경계를 살 수도 있었다고. 율리우스는 거기에다 타국에서 사절단이 와 더욱이 경계가 삼엄해진 수정궁에서 소동을 일으키는 것은 무언가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율리우스의 추리의 모순점과 모호한 점이 늘어만 가자 빈센트는 물론 목적이 자신의 제위만이라면 목표가 이상하다고 볼 수 있지만, 세 명의 왕국기사들이 처한 상황을 추측에 더하면 쿠데타 세력의 진정한 목적이 뚜렷해진다고 조언을 준다. 이에 율리우스는 쿠데타 세력이 왕국과 제국 간의 전쟁을 바란다는 것을 깨닫고서 빈센트에게 질문한다. 빈센트는 율리우스의 대답을 긍정하며 빼앗은 옥좌에 어울리는 공적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쟁만큼 좋은 것도 없다고 한다.

즉, 쿠데타 세력은 발로이를 죽이고 이를 왕국기사들의 소행으로 꾸민 후, 빈센트의 목숨까지 빼앗아 왕국과 제국 사이의 전쟁을 발발시키려 한 것. 그리고 현 상황에서 빈센트가 죽으면 쿠데타 세력이 지금까지의 소동을 꾸몄다는 것을 알고 있는 마지막 제국인이 죽게 되므로 왕국기사들이 발뺌할 기회는 사라진다. 즉 현재 빈센트의 목에 왕국과 제국 간의 전쟁이 걸려 있었고, 왕국기사들은 이를 막기 위해 빈센트를 목숨 걸고 지켜야만 하는 셈.

여기까지 전부 설명해 준 빈센트는 이제 그대들은 목숨 걸고 자신을 지켜야만 할 것이라고 말하며 자기 몸이 표적인 상황에서도 흡족하다는 듯이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19] 그리하야 왕국에 충성을 맹세하고 검을 잡은 율리우스 일행은 볼라키아 제국의 황제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렇게 말한 빈센트는 발로이를 표적으로 삼은 이유를 물은 율리우스의 최초의 질문에 쿠데타의 흑막이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 불운하게 죽은 남자였다고 대답한다.

라인하르트의 등장에 율리우스는 만일 세실스가 무대의 주연 배우임을 자칭한다면 그 대항마는 반드시 저 친구가 될 것이라며 전투태세를 푼다. 이에 세실스는 그런 싸구려 도발에 자신이 넘어갈 것 같냐며 웃지만 빈센트는 당연히 눈이 뒤집히고도 남을 것이라고하고, 그와 동시에 세실스가 빈센트의 말을 인정하며 도발에 넘어가 라인하르트에게 공격을 가한다. 그러나 라인하르트는 부러진 세실스의 5번 카타나의 칼끝으로 세실스의 일격을 막아냈고, 이에 경악하며 수백에 달하는 잔영을 만들어내며 돌진하는 세실스의 공격을 라인하르트는 부러진 카타나 조각으로 막아내고, 받아넘기고, 흘려보낸다. 이어진 라인하르트의 발차기를 요격하려는 세실스였으나 라인하르트는 발을 세실스의 목에 명중시켰고, 이에 세실스는 의식이 끊겨 기절하고 만다.

명색이 제국 최강의 검사인 세실스가 당했음에도 빈센트는 놀라지도 않고 낙담하지도 않으며 따분하다는 태도로 멍청히 서 있는 두 구신장을 바라본다. 수에 기대려도 질에 기대려도 답이 없는 상황에서 목숨을 헛되이 버리겠다면야 뭐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빈센트의 말에 그루비와 모그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세실스를 확보하고 물러난다. 이쪽을 응시하는 두 구신장을 바라보며 빈센트는 거기 어리석은 자에게 다음에는 1번과 2번을 지참할 것이며 패배는 용서치 않는다고 전하라고 하고서 율리우스 일행과 함께 숲으로 들어간다.

빈센트는 아까 세 명의 패배로 더 이상 제국 측의 추적자는 없을 것이라 단정짓는다. 무의미하다는 걸 알고서도 군대를 부리는 작자들은 지휘를 맡지 않기 때문이라고. 또한 그렇기 때문에 재미없고 따분하다고도 말한다. 어찌되었건 빈센트의 입으로 더 이상 추적자가 쫓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안 율리우스 일행은 북쪽 산악지대의 작은 관리소 안으로 들어간다. 빈센트는 앞으로의 방침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훤칠한 다리를 우아하게 꼬면서 묻는다.[20]

하지만 율리우스는 이에 대해 너무나도 부자연스럽다고 의문을 제기한다. 적은 발로이와 라인하르트 둘을 동시에 죽이는 길을 고르지 않은 것. 이 부자연스러운 상황에 대해 율리우스는 적에게는 라인하르트가 아니라 발로이밖에 노리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채고 자신의 추론을 정리한다.
율리우스의 추론에 페리스가 혼란스러워할 때, 그 과정을 뛰어넘어 빈센트가 이해를 드러냈다. 황제의 입술이 옆으로 찢어지고 검은 눈동자가 율리우스를 직시했다.
율리우스는 등골이 얼어붙는 듯한 감각을 맛보며 얼굴을 다잡고 그 시선을 마주했다.
빈센트 : "찬찬히 대답하도록. 그대의 추론으로는, 역적놈은 왜 『검성』이 아니라 발로이 놈을 노렸지? 양국 간의 전쟁으로 유도하고자 하는데도 『검성』을 가만둔 까닭은 무엇이냐?"
율리우스 : "그것은..."
적의 목적, 라인하르트가 아니라 발로이가 '살해당한' 이유는ㅡ
율리우스 : "ㅡ구신장 중 한 명, 발로이 테메글리프의 생사가 적의 계획 중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사망했다고밖에 볼 수 없던 발로이가 죽음을 위장하고서 쿠데타 세력과 협력했다는 것을 밝히는 율리우스.
즉 쿠데타 세력은 구신장이었던 발로이를 한편으로 삼아, 처음부터 죽는 배역을 맡게 한 것. 왕국기사들에게 적절히 누명을 씌우면 뒷감당은 다른 구신장들이 처리해 줄 것이므로 왕국기사들의 입은 봉쇄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쿠데타 세력으로서는 두 가지 예상치 못한 사태가 생겨 버렸다. 쿠데타 세력이 지금까지의 소동을 꾸몄다는 것을 충분히 추리해낼 수 있는 지력을 지닌 빈센트를 처음의 방에서 암살하지 못한 것이 그 첫 번째. 라인하르트가 방에서 느꼈다고 말했던 '간과할 수 없는' 살기는 발로이가 죽은 척을 하고서 빈센트를 노리고 있었던 살기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는 라인하르트의 직감과 빈센트의 판단, 율리우스의 행동력에 의해 실패하고 말았다.

그리고 두 번째는 왕국기사들의 역량이 구신장들조차 속속들이 패퇴시킬 수준이었다는 점. 왕국기사들의 역량으로 인해 왕국기사들을 처리해 주리라 기대했던 구신장들이 모조리 패주하자 쿠데타 세력은 빈센트의 입도 왕국기사들의 입도 봉쇄하지 못한 것. 이에 율리우스는 수정궁까지 빈센트를 모시고 가서 제국병들과의 대화를 통해 쿠데타 상황임을 이해시킨 후 적의 정체를 폭로하기만 하면 승리라고 말한다. 율리우스의 추리에 빈센트가 훌륭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라인하르트 역시 율리우스가 없었으면 거기까지 떠올리지 못했을 거라며 빈센트의 칭찬에 편승한다.

하지만 승리 조건이 뚜렷해진 만큼 발로이 테메글리프를 포함한 쿠데타 세력 역시 빈센트와 율리우스 일행의 전멸을 노릴 것이고, 율리우스는 방심하지 못할 전황을 예상하며 나머지 셋과 함께 관리소 건물을 빠져나온다. 그러나 건물을 빠져나온 순간 빈센트와 율리우스 일행 모두 무수한 적의와 살의에 포위당했다는 것을 눈치챈다. 쿠데타 세력이 준비한 자객들이 50 이상의 수를 자랑하며 건물을 포위하고 있었던 것.

빈센트는 이들이 제국에서 으뜸가는 사냥개인 『충롱족』인 것을 알고 있었고, 이에 페리스는 아시는 사이라면 한 번 따끔하게 꾸짖어 퇴치해 주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빈센트는 모반에 협력한 이상 자신은 놈들을 용서하지 않으며, 저들도 이를 알면서도 자신을 해치러 온 것이라고 말한다. 헌데 거기에 추가로 빈센트는 보아하니 달콤하게 들리는 꼬임에 넘어간 패거리라며, 자기가 황제 자리를 내놓으면 약소 부족의 대우가 바뀌기라고 할 거라고 기대했느냐며 헤프고 범속한 놈들이라면서 신랄하게 까댔고, 이에 주위의 패거리가 내뿜던 적의는 한층 더 강해진다.

추적자들이 쇄도해 오자 빈센트는 어디 한번 자신을 지켜 보라고 했고, 이에 율리우스는 적을 분석하였으며 라인하르트는 명을 완수하겠다며 답하고 페리스는 납득이 안 간다며 울분을 터뜨린다. 벌레와 인간을 섞어 놓은 듯한 『충롱족』의 모습에 빈센트는 자신의 안에 끔찍스러운 벌레를 기르는 종족이라며 생활 방식은 추악하지만 『검성』 상대로도 나약하지는 않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빈센트의 경고가 무색하게도 라인하르트는 초견킬러라 불리우는 충롱족들의 다양한 공격을 처음 보는 공격이 통하지 않는 『초견의 가호』로 막아내었고, 한 번 본 공격이 통하지 않는 『재견의 가호』를 통해 충롱족들을 압도한다. 이에 빈센트는 라인하르트라는 불꽃 속에 날아들어 타죽는 날벌레를 보는 듯하다는 감상평을 남기며 못 배길 노릇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해도 적의 수는 너무 많아 숫자에 장사 없다는 말을 부정할 순 없었고, 결국 이번에도 라인하르트가 최후미를 맡고 율리우스와 페리스가 빈센트를 데리고 수정궁을 향해 도망치게 된다. 율리우스는 쫓아오는 몇몇 충롱족들을 바라보면서 사념에 사로잡힌다. 이들은 자신들의 일족의 지위 향상을 바라서 이번 모반에 가담하였고 그 방식은 잘못되었지만, 과연 그 희망까지 잘못되었다고 단정지을 수 있냐고 생각하던 율리우스의 사념을 빈센트의 목소리가 털어낸다. 빈센트는 그러한 싸구려 동정을 이유로 놈들이 숙원을 달성하게 둘 셈이냐며 율리우스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무자비한 말을 퍼붓는다. 빈센트는 제아무리 연민해 봤자 그들의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자비든 관용이든 적선이든 전부 강자의 우월감에 불과하다고 단정짓는다.

이에 페리스는 빈센트에게 너무 율리우스를 괴롭히지 말라고 하고, 숨을 헐떡이면서도 눈빛에 담긴 힘만은 풀지 않고서 빈센트를 노려보며 말을 잇는다. 그런 식으로 말로 율리우스를 찍어눌러 봤자 어른스럽지 못할 뿐이라고 말하는 페리스에게 빈센트는 페리스를 반짐승만도 못한 반반짐승이라고 부르며, 예의는 어미 뱃속에 두고 왔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페리스는 빈센트의 패기에 지지 않고 황제 폐하보다는 그릇이 더 큰 분에게 예의를 배웠다며 받아친다. 그런데 빈센트는 페리스의 말에 눈을 가늘게 뜨다가는 별안간 웃음기를 띠었다. 그리고는 창끝을 율리우스에게서 자신에게 돌리고자 도발하는 모습이 갸륵하다고 빈센트 특유의 칭찬을 한다. 이에 페리스는 모르는 척을 했지만, 율리우스까지 페리스에게 고맙다고 전함으로서 페리스는 내심이 전부 드러나버려 부끄러워한다.

이윽고 산기슭에서 숲길로 들어가 수정궁으로 빈센트를 환궁시킨다면 사태가 잘 마무리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율리우스였으나,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그 낙관적인 전망을 깨부수듯이 빈센트의 오른팔이 어깨로부터 날아간다.

빈센트가 쓰러지자, 율리우스는 즉각 빈센트의 몸을 안아 들고 페리스가 날아간 빈센트의 팔을 붙잡아 치유 마법을 발동시키려고 하지만 사방에서 원거리 마법을 이용한 저격이 날아든다. 페리스는 나무 그늘에서 치유마법으로 빈센트의 팔을 접합시키고, 율리우스는 원거리 저격을 선보이는 적을 발로이라고 짐작하고서 그의 주의를 끌기 위해 평지로 나서 싸운다.

빈센트의 안색은 좋지 않은데다 팔이 날아간 충격에 의식도 전무했다. 이에 페리스는 라인하르트와 율리우스의 분전을 믿으며 빈사의 중상을 입은 눈앞의 빈센트의 치료에 전념한다. 부탁이니 죽지 말아달라며, 이런 일로 전쟁이라니 웃기지도 않는다고 말하는 페리스에게 빈센트가 의식을 되찾고 신랄한 한 마디를 내뱉는다.[21]
파일:빈센트를 치유하는 페리스.jpg
빈센트 : "...귓가에서, 조잘대지 마라. 범골도 못 되는, 반반짐승아."
페리스 : "ㅡ정신 차리자마자 얄미운 소리라니. 페리, 깜짝이야."
빈센트 : "어지간히 간이 철렁했나 보군. 짐이 숨을 거두면 제국과 왕국의 전쟁은 피하지 못하지. 그 중책, 네 연약한 어깨에는 자못 무겁겠어."
페리스 : "네ㅡ, 네ㅡ. 그러합니다요. 그러니까 죽지 말아 주세요, 황제 폐하. 이런 걸로 바보 같은 전쟁이나 할 수는 없다구요."
빈센트 : "그대도 분할 테지. 루그니카의 왕족이 건재하고 용과의 맹약만 탄탄했더라면 여기서 짐을 구할 필요도 없었거늘."
페리스 : "ㅡ."
빈센트 : "그대의 치유술은 대단한 것이야. 짐도 군말 없이 인정해 주마. 그 고절한 실력을 충의를 바친 상대에게 쓰지 못하고 가상의 적에게 베풀어야만 하다니... 그대의, 사나운 팔자에는 더 할 말도 없구나."
페리스 : "익ㅡ우습게 보지 마! 분해? 구하고 싶지 않아? 당신이, 나에 대해 뭘 안다고..! 우습게 보지 마, 볼라키아 황제. ㅡ나는, 내 주군과 사자왕의 치유하는 손. 그분들의 마음씨가 사람을 가리지 않는데, 그 손인 내가 어떻게 감히 구할 사람을 가릴 수 있을까. 설혹 왕족 분들이 건재했어도 나는 나를 바라는 목소리에 따를 거야. 그렇게 결심했어."

페리스는 자신의 처지를 비웃는 빈센트의 말에 폭언을 쏟아내며 무례를 거듭하였지만 마음 속에서는 후회 따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빈센트는 페리스의 큰소리에서 무언가를 느꼈는지, 아니면 그저 자신 취향의 반응이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침묵하다가 페리스에게 정보를 건넨다. 빈센트는 페리스에게 이 저격은 발로이 테메글리프가 확실할 것이라고 말해 준다. 또한 발로이의 특기는 비밀을 풀지 못하면 마냥 얻어맞고만 있을 수밖에 없다며, 설령 술수를 폭로한다 해도 혼자서는 가망이 없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혼자서는 가망이 없더라도 두 명이 있으면 발로이에게 이길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페리스는 아직 라인하르트의 합류는 멀었다고 생각하지만, 빈센트는 머리에 있는 그 귀는 장식이냐며 『검성』의 존재에 관계없이 '두 명' 있으면 이길 수 있다고 말한다. 이에 페리스는 자신의 무력함을 한탄하지만, 빈센트는 그래도 좋다며 어디 한번 일의 추이를 얌전히 지켜보라고 도발한다. 무력함을 한탄할 뿐인 페리스의 모습에 빈센트는 코웃음을 날리며 다시 조롱을 날린다.
빈센트 : "지켜보는 게 아니라 포기할 것이냐? 네가 잘하는 짓이긴 하겠구나. ㅡ역부족으로 충의가 갈 곳을 잃었듯이 이번에도 똑같이 해라."
페리스 : "큭ㅡ! 열 뻗쳐..! 알았어! 알았다구요! 하면... 하면 되잖아요, 진짜!"
빈센트 : "그럼 듣거라, 반반짐승. ㅡ그저 그 생명만 걸어도 충분하다."
페리스가 도발에 넘어오자 빈센트가 도로 붙인 오른손으로 손짓했다. 그리고 그가 제공한 작전에 페리스는 얼굴을 구겼다.
페리스의 반응에 빈센트 또한 처음으로 비웃음 외의 웃음을 띠었다.
그것은 마치 사악한 장난을 떠올린 어린아이 같은, 잔혹하고 아름다운 미소였다.
빈센트는 당연히 자신의 직속 부하인 구신장들의 공격 수단과 그 특성에 대해 전부 꿰뚫고 있었다. 발로이의 경우 자신의 비룡을 타고 초장거리 저격을 하면서 양과 바람의 마법을 동반하여 자신의 위치를 속이는 것이 주 전투 방법이었으며, 이러한 공격 방식에 율리우스는 방어 일변도로 몰리게 된다. 하지만 빈센트가 건네준 조언에 따라 페리스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치유 술식을 미리 발동시키고서[22] 율리우스가 싸우던 평지로 뛰쳐나갔고, 발로이는 율리우스의 동요를 이끌어내기 위해 페리스의 몸을 저격한다.

하지만 그 순간 페리스의 몸에서 치유 술식이 발동되며 푸른 불꽃이 타올랐고, 뛰쳐나온 페리스의 치유술을 믿고 있던 율리우스 대신 발로이가 당황하고 만다. 율리우스는 페리스를 저격한 방향을 발견하고 발로이의 속임수를 간파하였으며, 당황하며 고도를 높이려던 발로이를 알 크라우제리아로 저격한다. 추락한 발로이의 기룡은 알 크라우제리아에 직격하여 사망하였으며 발로이도 중상을 입었고, 일기토 끝에 율리우스가 발로이를 쓰러뜨린다. 발로이는 왜 쿠데타 세력에 합류했느냐는 율리우스의 물음에 오로지 『검성』에게 자신의 형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였다고 밝히고 사망한다.

율리우스는 발로이의 유언[23]을 듣고서 발로이와 더 말을 나누고 싶었다고 탄식한다. 그리고 자신 혼자였다면 졌을 거라며 페리스에게 고마워하고, 그런 둘의 뒷쪽 숲에서 빈센트가 라인하르트에게 어깨를 부축받으며 걸어나오고 있었다. 그리하야 왕국을 끌어들인 제국의 반란도 종식의 때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빈센트는 제도 루프가나의 대도를 당당히 걸으며 수정궁으로 귀환한다. 발로이와 충롱족의 정예를 물리침으로써 이미 반란은 실패로 돌아갔다고 판단한 빈센트의 승리 선언이었다. 율리우스는 피가 부족해서 체력이 한계에 달했는데도 제국민 앞에서는 조금도 내색하지 않고서 부축조차 받지 않으려는 빈센트의 처신에 대단함을 느낀다. 얼굴에 핏기가 가신데다가 온몸이 피로 범벅된 황제를 본 제국민들은 처음에는 얼떨결한 눈치였으나, 금세 제정신을 차리고는 유유히 걷는 황제의 모습에 무릎을 꿇고 조아린다.

너도나도 고개를 조아리는 제국민들의 모습에 페리스가 감탄하고, 그 소리를 들은 빈센트는 하루동안 수 없이 보여준 낯익은 조소를 페리스에게 보낸다. 이것이 황제의 위엄이며, 자신의 치세의 응당한 모습이라고 선언하는 빈센트에게 페리스는 그냥 황제에 대한 공포로 쪼그라든 거 아니냐고 묻는다. 그러자 빈센트는 진정으로 사람을 다스리겠다면 힘과 공포로 통제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하다며, 자신에게 돌이 날아오지 않는 것이 그 증거라고 답한다. 이에 페리스는 사랑받는 왕도 돌 같은 건 안 맞는다고 말하고, 빈센트는 페리스의 항변에 코웃음친다.[24]

빈센트는 세 명의 왕국기사들을 뒤에 거느린 채로 자력으로 걸으며 성문을 넘어 떨고 있는 제국병들을 밀어젖히고 수정궁에 들어간다. 수정궁의 홀에 오르자 임시 지휘를 맡고 있었던 고즈 랄폰이 소란스럽게 야단법석을 떨면서 빈센트의 무사를 환영한다. 이에 빈센트는 네놈이 입을 열면 제국 망신이니 입을 다물라고 한 명령을 잊었느냐고 묻고, 하지만 성내에 혼란이 남아 있다는 고즈 랄폰의 말을 다시 입을 다물라고 명령하는 것으로 침묵시킨다.

빈센트는 네놈들에게 맡겨서는 제국의 위신이 땅에 떨어질 테니 이번 사건은 자신이 직접 재단하겠다고 말한다. 빈센트는 왕국기사들에게 죄를 씌우려 한 머저리와 그 패거리에 붙은 발로이가 이번 사건을 계획하였다고 사건을 요약해 말해주었고, 이에 고즈는 크게 놀란다. 한편 그와 동시에 볼라키아 제국의 재상 벨스테츠 폰달폰이 각하의 말씀이 옳다며 제국병들을 이끌고 등장한다.

빈센트는 벨스테츠가 병사들을 대동하고 나타난 것에 대해 재상이 병사를 이끌고 있다니 별난 일도 다 있다며 벨스테츠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파악하려 들고, 벨스테츠는 빈센트의 납치 소식을 듣자마자 자신의 몸뚱이에 채찍질을 한 것뿐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파일:고즈 랄폰/벨스테츠 폰달폰.jpg
빈센트 : "에둘러 말하지 마라, 노물. 속히 방금 한 말의 진의를 설명하도록."
벨스테츠 : "...각하께선 신속을 존중하시는 분. 하오나 서둘러서는 일을 그르칠 때도 있을 겁니다. 부디 잊지 마시길."
빈센트 : "짐에게 간언하겠다 이 말이냐? 하면 그 망령 난 짓이 네 마지막 봉사가 될 줄 알라. 두 번째다. 속히 설명하도록."
벨스테츠 : "간언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ㅡ그저, 서둘러서 일을 그르친 자의 말로가 여기에 있기에."
벨스테츠는 빈센트의 채근에 연륜 있게 응수하고서는 등 뒤의 사병 한 명을 앞으로 내보냈다. 그 병사는 품속에 안고 있던 나무 상자를 빈센트에게 바치듯 내밀었고, 그 상자의 뚜껑을 벨스테츠가 옆에서 열어제낀다. 그러자 목이 베여 죽은 남자의 머리가 드러났고, 벨스테츠는 상자 안에 있는 것은 간신인 그램다트 홀스토이 상급백의 목이라고 밝힌다. 이번 사건의 모든 것은 홀스토이 백작의 음모였다고 말하는 벨스테츠에게 빈센트가 칭찬의 말을 건넨다.
빈센트 : "수완이 빠르기도 하구나, 벨스테츠."
벨스테츠 : "성에서 테메글리프 일장이 사망했다는 보고 후 홀스토이 백작의 별장에 기룡이 내려왔다고 하기에 백작으로부터 사정을 듣는 건 자연스럽지 않을까 합니다. 독단으로 움직인 문제는 사죄드리겠습니다만."
빈센트 : "그것까지 포함해서 일 처리가 빠르다고 칭찬한 것이니라."
벨스테츠는 곧바로 빈센트에게 서한을 내밀었고, 빈센트는 그 내용을 훑어보고 다시금 나무 상자 안의 목에 시선을 돌린다.
빈센트 : "이번 사건, 전부 이 목의 꿍꿍이라."
벨스테츠 : "각하를 시해하고 그 죄를 왕국기사에게 씌워서 복수를 구실로 옥좌를 찬탈하고자 한 것 같습니다. 야심의 크기는 제국답기는 합니다만 다소 생각이 짧더군요."
빈센트 : "구신장 중 한 명을 배신하게 했음에도 생각이 짧고, 부족하다 할 줄이야."
벨스테츠 : "모략이 실패했으니 그리 평가받을 도리밖에 없겠지요."
벨스테츠의 신랄한 의견에 율리우스는 일련의 사태가 종결될 것을 감지했다. 하지만 사건의 해결과 정반대로 이 살갗이 찌르르한 감각이 늘어나는 건 어째서인가. 그 원인인 흉흉한 패기는 틀림없이 빈센트의 등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 패기를 조금도 풀지 않은 채 빈센트는 숨을 내뱉었다.
빈센트 : "그런데, 벨스테츠."
벨스테츠 : "옛, 무엇입니까."
빈센트 : "명령한다. ㅡ움직이지 마라."
미소와 함께 응답한 벨스테츠에게 황제는 고요히 허공에 떠 있는 칼자루를 오른손으로 잡았다.
직후에 대기의 칼집에서 뽑힌 것은 칼자루부터 칼날까지 진홍으로 물든 보검이었다. 아름답게 장식되어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을 보검 중의 보검ㅡ.
그 검이 주저없이 우뚝 선 벨스테츠의 목을 후려쳤다.
벨스테츠 : "ㅡ각하답지도 않으신, 희롱을."
빈센트 : "희롱하느라 뽑을 만큼 『양검』은 가벼운 것이 아니다. 짐이 베고 싶은 것을 베고, 태우고 싶은 것을 태우지. ㅡ보아라."
분명 벨스테츠의 목 정도는 쉽사리 날리고도 남을 보검의 속도와 날카로움이었으나, 아무도 피를 보지 못하였으며 베였어야 할 벨스테츠는 자신의 목을 살며시 손으로 만지고 있었다. 거기에 빈센트의 마지막 말에 맞추어 느닷없이 옆에 있던 병사가 들고 있던 나무 상자 안에 새빨간 불길이 피어오른다. 양검이 일으킨 불꽃에 나무 상자를 들고 있던 병사가 놀라 이를 떨어뜨리지만, 그 불길은 홀의 융단이나 나무 상자는 전혀 태우지 않고 그저 잘린 머리만을 불살랐다.
벨스테츠 : "양검은 황제 자리에 걸맞은 자에게만 빛난다. ㅡ역시, 아름답고, 두렵습니다."
빈센트 : "그 불길로 주인을 시험하는 오만한 검이다. 하나 써먹을 데는 있지."
눈을 가늘게 뜬 벨스테츠 앞에서 빈센트가 보검을 빙글 돌렸다. 그리고 그 손잡이 쪽을 벨스테츠에게 내밀었다. 재상이 검을 내려다보자 황제는 웃었다.
빈센트 : "시험해 보겠느냐? 노물에게 옥좌를 얻을 자격이 있을지."
벨스테츠 : "...장난이 과하십니다. 그와 같은 대망, 이 늙은 몸에겐 과분한 바입니다. 사후 처리는 맡겨 주십시오. 각하께선 부디 옥체를 첫째로 생각하시길."
마지막으로 그런 말을 남긴 벨스테츠는 병사에게 명령해 재가 된 주모자를 회수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빈센트 : "ㅡ흥. 너구리 꼬리까지는 미처 못 잡았나."[25]
떠나는 재상의 등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빈센트가 가증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벨스테츠가 떠나고서야 겨우 율리우스와 페리스는 아군끼리 나눈 서슬 퍼런 대화로 인한 긴장감을 추스렸다. 율리우스가 라인하르트에게 이번에는 빈센트를 말리지 않은 이유를 묻자 라인하르트는 양검에 '살의는 실려 있었지만, 진심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고. 라인하르트의 해괴한 답변에 페리스는 그걸 당최 어떻게 분간하느냐 묻는다...

그러면서도 율리우스의 관심은 빈센트가 마지막으로 중얼거렸던 말에 쏠렸고, 자진한 상급백의 모습과 황제와 재상간의 대화를 감안하고 빈센트에게 질문을 던지려 하나 그 순간 세실스가 수정궁으로 쳐들어온다. 황제의 비통한 원수를 갚겠다고 말하는 세실스에게 빈센트는 이쪽을 보라고 말하여 세실스를 뒤돌아보게 만든다. 세실스는 멀쩡한 빈센트를 보더니 왕국기사들의 비열한 함정에 빠져 한 맺힌 죽음을 맞이한 뒤 되찾으려고 필사적인 자신의 앞에 머리만 남아 등장하여 각성의 계기가 되는 것 아니었냐는 대사를 내뱉는다. 그렇게 대경실색하는 세실스를 쳐다보며 빈센트는 이쯤 되면 네놈의 광대 짓도 차라리 멋지다고 평할 수밖에 없다며 콧방귀를 뀐다.

이에 고즈가 힐끔 시선을 빈센트에게 보내 입을 열라는 허가를 받고 사건이 다 끝났다는 것을 세실스에게 말해주자, 세실스는 라인하르트를 멍하니 쳐다본다. 세실스가 라인하르트에게 그럼 우리의 결판은 어찌 되는 거냐고 묻자 라인하르트는 자신도 복종의 목줄 때문에 힘이 제한된 상태니 다음 기회를 기약하자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세실스의 안쓰러운 외침이 제국에서의 다사다난했던 하루를 마무리한다.

사태를 수습한 후 마이크로토프와 보르도를 해방하고 다시금 알현실에 왕국 사절단을 모은 빈센트는 사절단이 요구한 불가침조약에 순순히 동의한다. 정식 조약이 체결되려면 앞으로 수 차례의 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지만 이 원정의 목적은 사실상 달성한 셈. 하지만 제도 루프가나를 벗어나 왕국과의 국경에 있는 관문으로 돌아가는 용차 안에서 페리스는 여전히 불만스러운 태도였다. 사실 왕국 입장에서는 제국에서의 쿠데타와 그로 인한 북새통에 아주 제대로 시달렸으니 그럴 만도 하나, 이에 마이크로토프는 이번 사건은 전부 제국 내부의 문제였다며 따라서 그 불편을 겪은 왕국의 사절단에게는 그에 걸맞은 편의, 즉 불가침 조약으로 화답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순간, 율리우스는 계속 자신의 마음속에 걸리던 말을 마이크로토프에게 꺼내든다.

2.2.5. 쿠데타의 진실

율리우스는 마이크로토프에게 이번 사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빈센트의 손에서 놀아난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이에 라인하르트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냐고 묻지만, 율리우스는 말 그대로 발로이 테메글리프의 배신부터 홀스토이 상급백의 반란과 자멸까지 모조리 빈센트에게 놀아난 거라고 추론하고 있다고 밝힌다. 이에 페리스는 반란을 알았으면 왜 일어나기 전에 처리하지 않았냐며, 애초에 자신의 치유 마법이 아니었더라면 빈센트는 분명히 죽었을 거라고 말하다가 마이크로토프에 의해 말이 끊긴다.

마이크로토프가 페리스의 말을 끊고 율리우스의 질문에 대해 "빈센트 볼라키아 황제께서는 매우 합리적인 사고를 하시는 분이다"라고 답한다. 마이크로토프의 답변에 율리우스는 또 하나의 확신을 얻고서 마이크로토프에게 재차 질문한다. 마이크로토프 님께서도 황제 폐하의 의중을 짐작하고 계셨냐는 율리우스의 물음에 마이크로토프는 그저 웃음지었고, 율리우스는 마이크로토프의 통찰력에 경탄한다.

즉, 빈센트는 현 시점에서 왕국과의 전쟁을 바라고 있지 않았던 것. 하지만 그러한 빈센트의 의도와는 반대로 제국의 국민들의 여론은 용과의 맹약이 끊어진 지금이야말로 왕국을 침공할 적기라고 주장하고 있었고, 때문에 빈센트는 여론을 고려한다면 왕국이 요구하는 형편 좋은 불가침 조약을 수락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빈센트는 제국이 왕국에 굳이 양보를 해야만 할 이유를 만들어냈고, 그것이 바로 왕국의 사절단을 끌어들인 반란의 조장이었다. 그리고서 빈센트 자신이 직접 사건의 톱니바퀴가 자신의 의중에 맞아 떨어지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가며 반란을 적절히 제어하고 유도했던 것.

율리우스가 펼친 추론을 긍정한 마이크로토프는 적절한 인물을 보내 그 반란을 자신의 손아귀 내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준비하였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이에 율리우스는 필시 발로이가 그 인물이었을 것이라 대답한다. 이번 쿠데타 건에서 가장 부자연스러웠던 것은 뭐니뭐니해도 빈센트가 가지고 있었던 근거 없는 확신. 그 근거 없는 확신이 사실은 근거 있는 확신이었다면, 빈센트는 모반 세력의 중앙에 발로이를 꽂아 넣어 언제든 모든 상황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도록 한 것. 율리우스는 추가로 발로이만한 실력자가 한방에 빈센트의 머리를 적중시키지 못한 것도 그 증거라고 말한다.

거기에 발로이가 가지고 있었던 마지막 사념인 라인하르트에 대한 목숨을 건 복수를 떠올린 율리우스는 빈센트가 발로이의 복수심마저 꿰뚫어 보고 자신이 조성한 장기판의 설득력을 보강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마저 들었고, 이를 다시 마이크로토프가 긍정한다. 이에 대해 마이크로토프는 왕국기사들에게 빈센트에 대한 한줄평을 내린다.
마이크로토프 : "자신이 본 것을, 자신의 생각을, 그리고 하늘이 자신을 선택할 것을 믿는다. ㅡ볼라키아 황제는 매우 합리적이며, 또한 궁극의 찰나적 판단을 내리는 분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율리우스가 다다른 결론을 마이크로토프가 에두른 말투로 긍정했다. 솔직히 말해서 막연한 두려움밖에 느껴지지 않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단시간이기는 하지만 황제와 동행한 율리우스는 믿을 수 있다.
빈센트 볼라키아는 희대의 모략가이자 신산귀모를 지닌 고고한 황제라고.
신성 볼라키아 제국의 본질을, 누구보다도 잘 체현한 존재. 그것이 그 남자였다.
마이크로토프는 왕국기사들에게 왕국도 이러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였고, 이에 세 기사 모두에게서 침묵이 우러나온다. 라인하르트에게는 어릴 적부터 짊어져 온 숙업에서 비롯한 각오가, 페리스에게는 평생의 주군과 지금은 세상을 뜬 은인에 대한 절대적인 충의가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율리우스는 주위의 두 사람에게 필적할 것이 자신에게 있을지 자문한다.[26] 세 왕국기사의 대답에 대해 마이크로토프는 어느 것이나 좋은 답이라고 답하고, 왕국에도 차세대가 싹트고 있으니 무척이나 의미가 있던 외교라고 말하며 율리우스 일행의 분량이 마무리된다.

한편, 같은 날 같은 시각 제도 루프가나의 수정궁에서 빈센트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린 4명의 구신장의 앞에서 옥좌에 앉으며 고개를 들 것을 명한다. 빈센트는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서 왼손의 손가락으로 라인하르트에게 채워져 있던 『복종의 목줄』을 흔든다. 원래는 흔해빠진 미티어 중 하나였을 그것은 『검성』의 목에 채워져 있었다고 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부가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빈센트가 곧바로 라인하르트에게 이 미티어를 맬 것을 강요한 이유를 드러낸다.
빈센트 : "모그로 하가네."
손가락으로 목줄을 흔들면서 황제가 무릎 꿇은 일장 중 한 명을 불렀다. 그 말에 얼굴을 움직인 것은 금속과 강철이 혼합된 육체를 가진 강철인.
빈센트 : "예상 밖의 사태도 있었지만, 『검성』의 꿀은 빨았을 테지. 얼마나 채워졌지?"
모그로 : "ㅡ두 발. 무리, 하면, 세 발."
그루비 : "세 발이라고라...? 웃기지 말라고, 제기랄, 그 괴물, 바탕이 어떻게 되어 먹은 거야."
고즈 : "상식을 벗어난 건 알지 않았나. 우리도 그 덕에 비장의 수를 보충할 수 있었지. 그렇다고 해도..."
모그로 : "나, 생각한다. 그 남자, 위험. 처리한다, 우선시."
모종의 마법을 위한 수정궁의 마력을 『복종의 목줄』을 통해 라인하르트에게서 빨아들여 공급한 후 구신장들의 반응.
라인하르트의 미쳐돌아가는 전력에 빈센트와 치샤 골드를 제외한 전원이 경악에 빠진다. 이에 치샤는 다른 의견을 내려 하지만, 고즈는 우리 셋이서 위협을 잘못 가늠한 거라면 그 비방은 그쪽이 받아야 한다고 맞받아친다. 고즈는 추가로 평시에는 빈센트의 대역으로 활동하는 치샤가 중요할 때 빈센트를 대신해서 다치지 못하는 추태가 어디 있냐며 치샤를 비난한다. 이에 치샤는 기존에 빈센트에게서 사정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거기에 빈센트의 통찰력을 신뢰했기 때문에 대역을 맡지 않은 것 뿐이라며 받아친다.

둘의 입싸움과 눈싸움이 이어지자 빈센트는 전부 자신이 내린 판단이니 불만이 있거든 자신에게 말하라 명한다. 이에 고즈가 알겠다며 신명을 걸고 따르겠다고 말하지만, 빈센트의 세 번째 침묵 요구에 중간에 침묵한다. 치샤는 빈센트에게 팔을 날리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었다면 당연히 빈센트의 대역을 맡았을 거라고 하지만, 빈센트는 치샤의 말에 웃으면서 그만한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왕국의 확신은 살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애초에 치료 시에 그 반반짐승이 알아차렸을 수도 있다고 말해 치샤를 납득시킨다. 거기에 목숨까지 걸 이유는 없지 않냐고 반문하는 치샤에게 빈센트는 애초에 발로이에게 머리와 심장은 노리지 말라고 분부했다며 치샤와의 문답을 끝낸다.

다음으로 그루비가 전모를 애초에 알던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고, 그루비의 물음에 빈센트가 대답한다.
빈센트 : "너나 모그로가 2할, 치샤 놈이 5할, 거기 조용한 고즈가 1할, 시끄럽고 버릇이 없는 그자는 0이다."
이 자리에조차 불리지 않은 제국 최강은 완전히 이야기에서 소외되었다는 뜻이다. 단, 그것은 황제가 그를 신용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빈센트 : "그자에겐 그자가 활약할 자리가 있지. 걸맞은 적을 붙여 주면 완벽하게 제 몫을 할 것이야. 짐은 그 이상을 그자에게 바라지 않는다."
그루비 : "이기는 게 그 녀석 역할이라고 한다면..."
빈센트 : "한 번 졌지. 다음은 없다. ㅡ본래라면 두 번째도 없어야 한다마는.
턱을 괸 빈센트의 입술이 옆으로 찢어졌다. 그 흉흉한 웃음에 모두가 알아차렸다. ㅡ세실스의 패배조차 황제의 의도대로라고.
꺾이는 것을 모르는 제국 최강이 왕국의 『검성』과 싸워 패배를 맛봤다. 그 경험의 유무가 세실스 세그문트라는 검사를, 라인하르트 반 아스트레아 상대로 뒤지지 않는 존재로 완성한다.
빈센트 : "목줄도, 반란도, 최고 전력의 패배조차도."
모든 게 황제가 머릿속에 그린 대로라면, 그 심모원려에 말도 나오질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역시 빈센트 본인이 목숨을 걸 이유는ㅡ.
빈센트 : "그저, 확실성을 올리기 위해서만."
오로지 그 때문에 자신의 생명조차도 패 중 한 장으로 가차없이 내놓는다.
그것이 바로 빈센트 볼라키아의 강점이며 볼라키아 황제의 올바른 모습.
전율하는 중신들 앞에서 빈센트는 한쪽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생각을 하다가 문득 빈센트는 누구도 알지 못할 웃음을 지었다.
빈센트 : "이 세계는, 네게 편리하게 이루어져 있다고 했더냐."
그것은 옛날, 빈센트가 아는 『세계』의 주인이 떠들던 마법의 말이었다.

3. 본편

7장에서는 쿠데타로 인해 황제의 직위를 상실한 채로 등장한다.[27][28]

우선 자신을 쫓는 제국군의 추적을 피하면서 제국에 충성을 바치지 않고 은거하며 살고 있는 슈드라크의 민족의 힘을 빌리기 위해 제국의 동부에 위치하는 바드하임 밀림까지 도망친다.[29] 버드하임의 밀림에서 옛 볼라키아 황제의 무덤을 뒤져 각종 도구 및 불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반지 형태의 미티어와 귀족의 문양이 새겨진 단검 하나,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지울 수 있는 『은형』 망토를 발견한다.

이를 보고 마음을 추스린 빈센트는 아무래도 시들어 떨어질 거라 한탄할 필요는 없겠다고 독백하며 물건들을 감싸고 있던 하얀 천을 잘라내고는 자신의 얼굴에 결코 풀리지 않도록 단단히 감는다. 그리고 1인칭을 '짐'(朕, 친)에서 '나'(俺, 오레)로 바꾸며 일을 시작하기에는 이보다 더 어울리는 땅도 없을 것이라 읊조리고 바드하임 밀림으로 향한다.[30]

3.1. 7장 (26권 ~ 33권)

3.1.1. 나츠키 스바루와의 만남

두 번째 루프 렘을 찾아 헤매던 스바루는 얼떨결에 바드하임 밀림에 인접한 초원에 진입하고 누군가가 야영을 하던 흔적을 발견한다. 이에 스바루는 첫 번째 루프에서 자신을 살해한 사냥꾼일 가능성을 떠올리고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나이프 한 자루라도 구하려 빈센트가 꾸며 놓은 야영지로 침입한다.
스바루 : "최소한, 나이프나 그 비슷한 것이 발견되면ㅡ."
빈센트 : "호오, 칼이 필요한가. 마침 꽤 좋을 때 나타났군."
스바루 : "...나는 얼마나 재수가 없는 거냐고."
빈센트 : "멍청한 것. 누가 말해도 된다고 했나. 언동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고르도록. 네놈의 생명이 이쪽의... 나의 수중에 있음을 잊지 마라."
빈센트 : "입을 다물고 이것저것 잔머리를 굴리는 것으로 보이는군. 하나 목숨을 버리고 반격을 시도하는 것도 아니야. ...흠."

빈센트는 계속 혼잣말을 하면서도 특유의 통찰력으로 스바루의 모습을 통해 추리를 해간다. 빈센트는 스바루의 의상이 바드하임의 기후에 맞지 않는 복장이고, 피부도 하얀 것을 보아 현지 사람이 아님을 추측해낸다. 빈센트의 냉철한 판단을 듣고서 스바루는 자신에 대해 해명하려고 했지만 추적자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었던 빈센트에게 목덜미를 얕게 베이고 침묵한다.

빈센트는 그런 스바루를 계속해서 관찰하며 허리의 채찍도 숲에서 사용하는 데에는 불편할 뿐이며, 육체 역시 그럭저럭 단련하고는 있지만 볼라키아 제국병으로 인정받을 수준은 아니라고 말하고 스바루가 자신을 쫓아온 것 같지는 않다고 추리해낸다. 혼잣말을 그만둔 빈센트는 침묵하는 스바루에게 왜 입을 다물고 있냐며 스바루의 말을 듣고자 함을 표방하고, 이에 스바루는 아까는 안 된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또 되는 거냐며 엉망진창이라고 항변하려다 뒤통수에 꽂히는 빈센트의 시선에 또 다시 침묵한다.

빈센트는 그런 스바루의 목에서 검을 거두고 스바루의 얼굴을 보고자 천천히 뒤돌아보라고 말한다.
빈센트 : "단, 천천히 뒤돌아봐라. 이상한 짓을 하면."
스바루 : "목을 치겠다고?"
빈센트 : "아니. 손발을 자르고 심장을 파내어 네놈이 보는 앞에서 태우겠다."
스바루 : "사악하기 짝이 없는 협박!"
그저 으름장만이 느껴지는 상대의 위협에 스바루는 두 손을 들고 반항할 생각이 없음을 증명하면서 천천히 뒤돌아보았다.
스바루 : "...이게 실화냐."
파일:빈센트와 스바루의 첫 조우.jpg
빈센트 : "뭐지? 그 얼빠진 생김새는."
스바루 : "얼빠진 표정이라면 또 몰라도, 생김새는 날 때부터 이랬으니까 그냥 흉보는 거 아니냐... 뭐고 자시고, 당신 풍모를 보면 이렇게 되어도 어쩔 수 없잖아."
빈센트 : "함부로 말하는군. 나도 네놈의 눈매를 보고 또다시 자객인지 의심하던 참이다."
스바루 : "눈매로 직업이 결정되는 게 아냐! 애초에 내 역할은 자객하고 딱 정반대라고. 난 공격하는 쪽이 아니라 오히려 지키는 쪽이니까."
처음 만난 상대끼리 만담을 펼치고 있는(...) 빈센트와 스바루.

눈을 제외한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 때부터 빈센트가 별칭을 말해 주기 전까지 스바루가 부르는 호칭은 복면남. 스바루는 자신에게 말할 여유가 주어지자 빈센트에게 지금 가장 궁금했던 점을 질문한다. 스바루가 혹시 순간이동할 수 있거나 투명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냐고 묻자 빈센트는 이에 흥미로움을 느낀다. 빈센트가 스바루에게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묻자, 스바루는 자신이 이 야영지에 다가오기까지 충분히 경계했음에도 빈센트를 감지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초월자들[31]과 만나며 익힌 감에 비하면 빈센트의 무력은 그럭저럭 수련을 쌓은 일반인 레벨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어서 스바루가 그렇다면 자신이 사전에 빈센트를 눈치채지 못한 이유는 순간이동이나 투명화라고 결론을 내리려는 순간, 빈센트가 위에서 손에 넣은 『은형』 망토의 능력을 이용하여 스바루 앞에서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만든다. 스바루가 이에 모습은 사라졌지만 기척은 그대로 느낄 수 있다고 말을 내뱉자마자 스바루의 말을 긍정하며 『은형』은 기척까지는 지우지 못한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스바루의 말에 긍정한 순간 빈센트의 『은형』이 해제되었고, 스바루가 이에 상대와 접촉하거나 의식되면 해제되는 거냐고 읊조리자 이 말 역시 긍정하며 숨을 멈추고 잠복하기에는 안성맞춤인 도구라고 대답해 준다. 이어서 침상은 애초에 자신의 미끼였으며, 거기서 조금 떨어진 지점에서 숨을 죽이고 기다리고 있자니 네놈이 우스꽝스럽게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고 한다.

이어서 빈센트는 검을 내리고, 괜찮은 거냐며 묻는 스바루에게 네놈은 추적자가 아니며 이유도 의도도 전혀 모르겠지만 길 잃은 사람이 맞을 터라고 말한다. 이어서 그렇다면 자신이 그것을 목청 높여 규탄할 이유도, 칼날로 깨우칠 필요도 없다고 말하며 다툴 의사가 없음을 표방하듯 칼집에 검을 꽂는다. 그 모습을 지켜보자 스바루 역시 몸에서 긴장이 풀리고 자신이 기억상실 직후인 에게 기절당하고 깨어난 직후이며 렘이 루이를 데리고 도망갔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스바루 : "이봐, 질문만 해서 미안하지만 파란 머리의 여자아이를 보지 못했어? 이 주변에서 헤어졌거든."
빈센트 : "파란 머리? 아니, 보지 못했다. 오히려 이곳에 발길을 옮기고 처음으로 본 것이 네놈의 면상이다. 어떻게 해 줄 테냐."
스바루 : "어쩌지도 못하거든? 어쩌지도 못하지만... 이봐, 혹시나 해서 묻는데, 내가 사람 찾는 것을 도와주지는..."
빈센트 : "ㅡ."
스바루 : "그러시겠죠..."
스바루는 복면 남자의 차가운 눈초리를 대답으로 여기고 다시 렘 수색을 시작하고자 숲 쪽으로 돌아섰다.
빈센트 : "잠깐, 이 숲에서 헤어졌다면 그리 쉽게 합류할 수 없을 거다. 자신이 살아남는 것을 우선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만?"
스바루 : "ㅡ미안하지만 그럴 수는 없어. 진짜로 내 목숨보다 소중한 아이야. 무슨 수를 써서든 합류할 거야. 아니, 데리고 돌아가야 해."
빈센트 : "목숨보다 소중하다라. 가희의 시가도 아닌데 실제로 들으니 빈말로만 느껴지는군. 그렇기는 한데, 재미있는 것은 네놈의 눈이야. 허위를 읊는 눈이 아니군. 실제로 자기 목숨과 같이 저울에 올라가야 알 일이지만, 적어도 이 자리에서 기만을 읊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스바루 : "그렇다면... 그렇다면 어쨌다는 건데? 내가 하는 말이 사실이라면, 그래서."
빈센트 : "ㅡ그래서 다소는 흥이 생기는군. 내가, 지혜를 빌려주마."
그 답변에 '웃기지 마'라고 고함치자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스바루의 목에서 그런 매도는 튀어나오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이 또한 신기한 이야기지만, 남자를 의심할 기분이 들지 않는다. ㅡ아니, 수상쩍기는 하다. 그러나 그 이상의 설득력이 있었다.
그것은 필시 남자가 가진 천성의 카리스마다.

하여 스바루는 빈센트가 묻는 대로 렘과의 사이에 일어난 사건을 설명했다. 렘의 기억이 혼란스러우며, 스바루를 기절시키고 도망친 것과 무지하게 위험한 어린아이까지 데리고 갔다는 점을 전해들은 빈센트는 섣부른 짓을 했다고 평가한다. 빈센트는 이어지는 스바루 특유의 잡담을 분위기만으로 중지시키고는 스바루에게 그 소녀의 머리 회전이 좋은지에 대해 묻고, 평소의 렘의 영리함을 알고 있던 스바루는 이를 긍정한다. 그러자 빈센트는 스바루가 렘의 함정에 빠졌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 대답에 당황해하는 스바루에게 빈센트는 현 시점에서 기억의 유무는 문제가 아니며, 중요한 것은 상대 소녀에게 쫓긴다는 자각이 있고 추적자에 관해 이것저것 생각할 능력이 있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이어서 빈센트가 말하길 렘은 자신의 손으로 초원에 흔적을 남겨 도망친 방향을 위장했다는 거라고. 빈센트의 말을 들은 스바루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서 이를 긍정한다.

돌이켜 보면 풀 위에 남은 흔적은 너무나도 그럴싸한 느낌이 강했으며, 자신을 다른 방향으로 보내 도망칠 시간을 번 것이라고 판단한 스바루에게 빈센트가 첨언한다. 그럴 때 도망자가 선택하는 방향은 으레 정반대이며, 심리적으로 가장 멀어지는 방향을 택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말해주는 빈센트.

빈센트는 스바루에게 가지고 가라며 자신이 황제의 무덤에서 발견한 나이프를 빌려준다. 스바루가 고맙긴 하지만서도 자신은 아무것도 갚을 수 없다고 말하자, 이에 빈센트는 자신도 가끔은 베풀고 싶을 뿐이라고 말한다. 아니면 아예 그 나이프로 자신을 제압하고 짐을 모조리 뺏어보겠냐는 일종의 도발은 덤. 하지만 스바루는 빈센트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의리 없는 짓은 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서 묵례하며 감사를 드러낸다.[32]

그런 스바루의 모습에 빈센트는 코웃음치고선 도망친 소녀의 믿음을 쟁취하라고 말해 준다. 그리고 스바루도 일단은 은인인 빈센트에게 충고를 던진다. 스바루는 빈센트에게 이 숲 안에는 무서운 사냥꾼이 있어서 멀리서 활로 해치우려 들기 때문에 이 숲은 우회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이에 빈센트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알았다며 명심하겠다고 답하고, 스바루는 또 보자는 말을 남기고 숲속으로 뛰어들어 빈센트가 해준 조언과 빌려준 나이프로 렘을 찾는다.

점포특전에서 드러난 스바루가 제국군의 진지에 있는 동안의 빈센트의 행적(접기/펼치기)[* 본 접기/펼치기의 내용은 26권까지의 내용에 해당하는 본 문단까지의 내용을 전부 읽은 다음에 돌아오는 것을 추천한다.]
점포특전에서 스바루가 렘을 찾아내고 제국군의 진지에 있는 동안의 빈센트의 행적이 드러나는데, 스바루의 1인칭 시점에서 전개되는 본편과 달리 빈센트의 1인칭 시점에서 전개된다.

빈센트는 나이프를 들고서 숲을 향하는 스바루의 등을 바라보고서야 주위에 대한 경계를 풀었다. 처음 야영지에 접근했을 때와 그 후의 대응에서 숙련된 자객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지만, 행여나 익숙지 못한 부류의 자객일 가능성 때문에 끝까지 경계는 지우지 않고 있었다고. 빈센트는 스바루를 시시한 좀도둑 겸 미아(...)로 평가하며 오랫동안 잠복해 있던 노력이 조금 맥 빠지는 결과로 끝나버렸다고 생각한다.

이어서 빈센트는 스바루가 마지막에 말을 남긴 사냥꾼에 대해 생각한다. 스바루가 그 사냥꾼에 대해 말하는 순간 빈센트는 스바루의 눈에 불안과 긴장, 그리고 공포가 실려 있다는 것을 감지한 것. 그냥 사냥꾼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면 그 정도의 눈을 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짐작한 빈센트는 스바루가 어떠한 우연이 겹쳐서 겨우겨우 살아 도망쳤거나 타인이 습격을 받은 장면을 목격한 거라고 판단하면서도 추측의 영역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혀를 찬다.

빈센트는 이미 바드하임 밀림의 반대편에서는 제국병들이 진을 치고서 자신과 슈드라크의 민족째로 소탕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특히 빈센트가 주의하던 것은 황제의 무덤의 비밀을 알고 있던 자들이 자객을 풀어 자신을 공격하는 것. 그 때문에 빈센트는 우연히 만난 스바루가 자신과 같이 얼마 없는 흑발임을 깨닫고 볼라키아 제국의 귀족의 문양이 새겨져 있는 나이프를 건네주어 자객으로 하여금 자신과 스바루를 헷갈리게 한 것이다. 『은형』 망토가 있는 자신과 숲 속에서 소란스럽게 상대를 찾을 스바루를 비교하면 자신이 함정에 걸릴 확률은 지극히 낮다는 계산에서였다.

한편 빈센트는 마지막에 스바루가 알려준 이름에 대해 고민한다. '나츠키 스바루'라는 이름에 대해 볼라키아 제국에서는 아는 자가 많지 않을지 몰라도 루그니카 왕국에서는 요 1년 간 가장 이름을 올린 사람이라고. 빈센트는 나츠키 스바루에 대해 들려오는 명성이나 업적은 거짓말 같은 것들뿐이지만 소문이 퍼지는 과정에서의 과장을 고려해도 터무니없는 전과뿐인지라 표방하는 도량이 불쾌하다고 내심 생각한다.[33]

하지만 그런 전공이 있기에 진짜 나츠키 스바루가 볼라키아 제국에 들어왔을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한순간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나츠키 스바루에 기대했다고. 하지만 곧바로 자신에게 어떠한 일도 펼치지 않고 행운 같은 게 흘러들어올 리 없다며 마음을 다잡고서는 자신은 어딘가의 누구처럼 세상을 자신의 것이라 호언장담할 자격 따위 없다고 분해하며 숲속으로 발길을 돌린다.[34]

수 시간이 흘러, 『은형』 미티어가 숨길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시각 정보 뿐이었기에 빈센트는 자신의 소리와 냄새, 그리고 발자취에 주의하며 숲 속을 나아가고 있었다. 정신을 다잡고서 자칭 나츠키 스바루에 대한 흥미를 지운 빈센트는 그 남자의 단말마가 들려오지 않았기에 잘 해냈건 단말마가 닿지 않을 정도로 먼 곳에서 죽었건 어떻게든 결말을 맞이했으리라 생각한다. 어찌되었든 빈센트의 사고는 곧바로 나츠키 스바루에서 자신이 발견한 슈드라크의 민족이 설치한 함정을 향한다.

함정을 발견하고서 덩굴로 이루어진 덫을 베어내자 머리를 초록색으로 물들인 『슈드라크의 민족』 중 한 명[35]이 찾아온다. 함정 바로 앞에서 당당히 팔짱을 끼고 있는 빈센트를 본 쿠나는 이곳이 어디인지는 아느냐고 협박조로 묻지만, 빈센트는 그 말을 도중에 끊으며 당연히 알고 있으니 쓸데없는 대화는 생략하라고 말한다. 이에 쿠나는 기세가 꺾여 어정쩡한 소리를 내고, 그 모습을 본 빈센트는 자신의 검, 가죽 부대와 『은신』 망토까지 쿠나의 발밑에 던져놓는다.

말문을 잃은 쿠나의 눈앞에서 마(魔)를 봉한 반지까지 던져 주고서는 자신의 물건들을 가지고 가되 버리지 말고 잘 보관해두라고 말한 빈센트. 그와 동시에 빈센트는 자신의 행동에 당황해하는 쿠나를 보며 이쪽의 의도를 알 수 없어 혼란해하는 상대의 표정을 보는 것은 제법 유쾌하다며 오랜만에 곤궁했던 심정에서 그리움을 느낀다. 이어서 빈센트는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는 슈드라크에게 잡혀 있어 주겠다면서 자신의 목숨을 맡기겠다고 선언한다. 이에 빡침을 느끼는 쿠나였지만 빈센트를 공격해오지는 않았고, 이에 빈센트는 최초의 도박에는 이긴 것 같다고 판단한다.

빈센트는 쿠나를 따라가면서 『슈드라크의 민족』과 숲 밖의 제국병, 거기에 자신과 자칭 나츠키 스바루까지 패로 삼으며 수를 어떻게 둘 것인가를 고심하고, 외국의 영웅을 자칭하는 좀도둑 겸 미아까지 패로 삼지 않으면 안 되는 절망적인 상황을 재확인한다. 앞서가는 쿠나가 우리의 족장은 예쁘거나 잘생긴 남자를 매우 밝힌다고 말하며 얼굴의 붕대를 풀 것을 요청하자 빈센트는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라고 거짓말하면서 이에 대해 용서하라고 명령한다.

이윽고 빈센트는 이 앞부터는 한 번 내디디면 걸음을 멈출 수 없는 승부가 시작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자신에게 훈계하듯이 숨을 가다듬고 앞을 향한다.[36]

세 번째 루프에서 토드에게 쫓기다 굴러 떨어져 의식을 잃은 스바루의 머리를 즈려밟아 깨우며 재등장. 스바루는 자신의 상처들이 그대로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서는 죽지 않았다고 읊조리지만, 이에 빈센트는 죽은 자가 말을 하기라도 하겠느냐며 지금 네놈의 꼬락서니는 어설픈 광대의 행동보다 훨씬 보는 맛이 있다며 칭찬 아닌 칭찬을 한다.

그 오만한 대꾸를 이해한 스바루는 서서히 몸을 일으키고 자신이 목조 감옥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빈센트는 제국병에게 다시 사로잡혔다고 생각하며 초조해하는 스바루에게 추적자는 여기에 없다고 말해 준다. 안심하라고 이르기에는 다소 답답한 상황임은 부정하지 않겠다고 하는 빈센트의 복면을 쓴 얼굴을 본 스바루는 눈을 부릅뜬다. 스바루의 반응에 빈센트는 설마 네놈의 얼굴을 다시 보게 될 줄을 몰랐다고 말하며 오만하게 웃는다. 스바루와 마찬가지로 우리 안에 갇힌 채로...

빈센트는 스바루에게 숲을 헤매던 중에 덫에 걸렸다더라면서, 짐승을 잡으려는 덫에 인간이 걸렸다며 촌락에서 소란이 일어났다고 말해 준다. 그 말을 들은 스바루는 철창 너머로 보이는 키 큰 나무들과 목제 가옥들을 보고서 그간의 경험을 통해 이곳이 『슈드라크의 민족』의 촌락임을 알아챈다.

스바루가 슈드라크의 민족이라는 말을 내뱉자 빈센트는 그 사나운 몰골을 보면 고작 하루 만에 자못 큰 고난을 짊어진 것일 터라며 스바루의 처지를 대충 파악한다. 빈센트의 헤어진 여자는 찾았느냐는 물음에 스바루는 덕분에 찾을 수는 있었다고 답한다. 슈드라크 녀석들도 자신과 네놈을 어떻게 하는 게 정답일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는 빈센트의 여유로운 감상에 스바루는 도대체 어디에서 그 여유가 나오냐고 묻고, 이에 빈센트는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빈센트의 일갈에 스바루는 정신을 차리고 자신이 지금 제국병들의 진지에 렘을 두고 온 상황임을 깨닫고, 토드의 무시무시한 판단력과 실행력을 고려하면 렘을 위해 당장이라도 제국병들의 진지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임을 말한다. 이에 빈센트는 어쩐지 포로 경험이 많은 생김새라고 생각했다고 여유롭게 말하고, 이 터무니없는 여유로움에 스바루는 너도 마찬가지 아니냐며 따지다가 두 번째 루프에서 자신을 죽인 소녀인 우타카타를 보고서는 침묵한다.

그렇게 감정이 홱홱 변하는 스바루를 보고서는 빈센트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남자라고 평하고, 일일이 소리치지 않아도 상대가 알아서 이야기를 들으러 온다고 말한다. 빈센트의 말에 스바루는 창살 밖을 내다보고서 아까 우타카타를 포함해 10명 정도의 여성 집단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슈드라크 민족들과 족장인 미젤다의 심문에서 빈센트가 밝힌 이름은 아벨.[37] 스바루는 제국병들이 『슈드라크의 민족』을 공격하려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다. 하지만 스바루는 교섭 과정에서 본의치 않게 슈드라크의 민족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인 '싸움에 대한 긍지'와 '대대로 내려오는 약정'을 업신여기는 말을 해버렸고, 이에 미젤다가 대화의 끝을 선고하고 슈드라크 집단은 스바루와 아벨이 갇혀 있는 감옥으로부터 멀어진다.

아벨은 『슈드라크의 민족』이 명예롭게 여기는 가치를 짓밟아 교섭에 실패한 스바루를 보고 조소하며 꼴사나운 거짓말이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스바루는 자신의 한심한 교섭을 거짓이라고 평가한 아벨에게 두 번째 루프에서 본 대로 볼라키아의 군대가 첫 수단으로 바드하임 밀림을 통째로 불태울 것이라는 사실을 전한다. 스바루가 전한 사실에 아벨은 처음으로 놀란 듯한 눈치를 띠었고, 스바루는 전 회차에서 슈드라크의 민족도 이곳에 잡혀 있었을 아벨도 자신이 죽인 셈이라고 읊조린다.

아벨은 그런 스바루를 보며 왜 고작해야 여자 한 명을 위해서 그렇게까지 하는 거냐고 묻지만, 스바루는 그 아이는 고작이라는 말로 치부할 수 없는 존재라고 맞받아친다. 이어서 스바루는 당신이야말로 거기서 잡힌 상태로 자신이 하는 일에 토만 달지 말라고 하고, 아벨은 자신은 때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에 스바루는 무슨 때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벨에게 물었고, 아벨은 반상이 갖추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서 제국병들이 숲을 불태울 작정이라면 이대로는 여유 부리고 있을 수 없겠다며 일어서서 스바루를 곧게 바라본다. 그 시선을 받은 스바루가 자신을 믿고 있기라도 하냐고 말하자, 당연히 믿지 않으며 『슈드라크의 민족』의 긍지를 더럽히고 옛 약정조차 모욕한 후세에 길이 남을 실패 교섭을 했다며 신랄하게 디스한다. 아벨의 신랄한 평가에 스바루는 한순간 고꾸라졌지만, 아벨은 말을 이으며 자신은 그러한 긍지나 약정에는 관심이 없으며 필요한 것은 스바루가 가져온 사실뿐이라고 발언한다.

이에 스바루가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어쩔 거냐 묻자, 아벨은 목숨으로 갚으라고 받아친다. 스바루는 그 말에 깊은 무게를 느끼며 지금 아벨은 자신에게 각오가 되어 있는지를 질문하는 것이라고 알아채고, 아벨은 그런 스바루에게 각오가 되어 있는지를 묻는다.
빈센트 : "깊이 명심하고 대답하라, 나츠키 스바루. 네놈은 자신이 구하고 싶은 것을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할 각오가 있느냐?"
스바루 : "ㅡ그런 각오는 없어."
빈센트 : "ㅡ."
스바루 : "내가 내밀 수 있는 것은, 나 하나뿐이야. 그것뿐이라면 전부 걸 수 있어."
이것이 아벨의 물음에 대한 스바루의 거짓 없는 답변이다. 이거든 저거든, 모든 것을 희생하라고 해서 그 말을 받아들이기란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러기에는 이 세계에 스바루의 소중한 것이, 아직 보지 못한 눈부신 것이 너무 많다.
빈센트 : "시건방진 대답을 하는군, 화가 치미는 광대놈."
스바루 : "ㅡ."
빈센트 : "하나, 네놈은 거짓을 읊지 않았지. 그렇다면 태우지 않고 놔두겠다."
스바루와 빈센트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나타내는 대사로, 이때부터 빈센트는 스바루의 각오는 어설픈 영웅 환상에 불과하다고 평한다.
아벨은 스바루의 대답을 아니꼽게 받아들이고서는 멀찍이서 이곳을 보고 있던 우타카타를 불러 『혈명의 의식』[38]을 치르겠다는 말을 꺼낸다. 그리고 웃음지으며 슈드라크의 민족을 설득하는 데에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스바루에게 말한다.

스바루는 아벨에게 『혈명의 의식』이 무엇인지를 묻고, 아벨은 이에 긍지와 약정의 가치를 높이 사는 슈드라크의 민족에게 있어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관습이라고 대강 설명해 주고 다시 스바루에게 제국병들의 진지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묻는다. 이에 스바루는 잡무도 하고 어깨와 등에 상처도 입었다고 설명한다. 그 대답에 아벨은 스바루의 왼손을 바라보며 왼손의 손가락 세 개가 부서진 것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 것을 보아 쫓고 있던 여자에게 당했다고 추리해냈고, 네놈이 손가락을 부러뜨리는 여자를 사모하는 바보라는 증거가 된다고 말한다.

이어서 스바루에게 진지의 배치를 물으려는 순간 다시 미젤다를 비롯한 십수 명의 『슈드라크의 민족』들이 감옥 쪽으로 찾아온다. 미젤다는 『혈명의 의식』은 분명 슈드라크 사이에서만 전해지는 의식일 것이라고 말하며 험악한 시선을 내뿜고, 아벨 역시 웃기지 말라고 하면서 인간이 두 명 있으면 반드시 비밀은 누설되기 마련이라고 대답한다.

혼자서 고압적으로 나가는 아벨을 저지하기 위해 스바루는 자신은 아벨처럼 모든 걸 희생할 수는 없지만 자신 하나뿐이라면 얼마든지 판돈으로 던질 수 있다며 미젤다에게 『혈명의 의식』에 대해 가르쳐 달라고 호소한다. 이에 미젤다는 아벨과 스바루가 『혈명의 의식』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판단하였고, 스바루와 아벨에게 『혈명의 의식』이란 슈드라크에게 예로부터 전해지는 성인식이라고 설명해 준다. 거기서 스바루가 우리는 슈드라크의 민족이 아니라고 딴지 아닌 딴지를 걸지만, 아벨이 이에 어이없어하며 중요한 것은 의식의 본질이라고 설명해 준다. 그 말에 스바루 역시 『혈명의 의식』이란 슈드라크의 민족과 대등하게 대화를 나누기 위한 통과의례임을 깨닫고, 이를 다시 아벨이 긍정한다.

스바루가 의식의 본질을 이해하자 미젤다는 스바루와 아벨에게 『혈명의 의식』에 도전한다면 각오해 주어야겠다고 말한다. 헌데 아벨은 갑자기 또 혼자서 의욕 만점이 되어서 공교롭게도 단순히 해방만 시켜 준다는 형편 좋은 이야기를 기대할 만큼 한심한 두뇌는 갖고 있지 않다며 도발한다. 이에 스바루는 그 페이스에 휘말려서 『혈명의 의식』을 받겠다고 선언하게 된다.

미젤다는 『혈명의 의식』은 그것이 시행될 때 있는 가장 큰 난관이 선택된다며, 그것이 바로 '엘기나'라고 말한다. 그 단어를 듣자 그 자리에 있던 슈드라크의 민족 모두가 긴장감에 휩싸이며 흠칫하고, 이 반응은 스바루에게 불안을 촉발시키기 충분하고도 남았다. 하지만 아벨은 그곳에서 나도 네놈도 무를 수는 없다며 각오가 됐는지를 묻고, 이에 스바루는 나이프 하나 빌려준 것 가지고 지나치게 마음대로 군다며 불평한다. 그리고 그런 긴장감 제로의 두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미젤다가 주위의 동포에 지시를 내려 두 사람을 감옥에서 해방하고 아벨과 나츠키 스바루가 『혈명의 의식』에 도전함을 선언한다.

아벨과 스바루는 감옥에서 나와 『혈명의 의식』에 도전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었다. 다른 슈드라크 무리들과 온화하게 대화하던 스바루는 『혈명의 의식』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이들에게 첫 번째 교섭의 실패의 영향은 남지 않았다고 판단하였고, 이거라면 혹시 만약 의식의 성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다시 교섭의 자리에 앉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런 스바루의 생각을 정확하게 읽어낸 아벨은 참 속 편한 생각을 하는 얼굴이라면서 스바루를 돌려깐다.

스바루는 토드 때도 그렇고 제국인은 남의 안색이나 눈빛만으로 생각을 읽어낼 수 있는 사람뿐이냐며 투정하지만, 아벨은 제국의 인간은 왕국의 인간과 달리 살아가면서 상대를 잘 관찰하는 법을 배우는 것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선 아벨은 스바루에게 이 틈에 도망치자는 생각은 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스바루는 그런 묘한 유혹을 던지지 말라며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벨은 감옥에 갇혀 있을 때보다는 훨씬 틈이 많지 않느냐 물어보지만, 스바루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서도 자신이 도망치면 아벨은 어떻게 되느냐며 가장 현실적인 이유를 말한다. 하지만 아벨은 스바루의 답변을 듣고선 정색하며 스바루에게 혐오스럽고 시답잖은 영웅 희망자라고 디스한다.

이에 스바루는 발끈해서 아벨에게 달려들려 하지만, 미젤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이곳이 바로 『혈명의 의식』을 받을 장소라고 말해 준다. 그 순간 스바루는 등을 떠밀려 급경사에 진입하였고, 넘어지지 않도록 신중하게 미끄러져 내려가 간신히 아래에 도착하여 숨을 골랐다. 하지만 그 직후 비키라는 말과 함께 등에 강렬한 충격을 받아 앞으로 고꾸라진다. 아벨 역시 급경사에 미끄러져 내려온 것.

이곳이 의식의 장소인 듯하다고 말하는 스바루의 말을 받은 아벨은 '엘기나'라는 단어에서 '엘'에는 '크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하며 그 뜻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고 직후 아벨과 스바루의 발밑에 천보따리가 굴러온다. 그것을 본 아벨은 자신의 짐과 네놈의 쓰레기라고 말하고, 이에 스바루는 자기 것도 짐이라고 맞받아친다.

그리고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슈드라크 여성[39]이 거대한 바위를 굴리면서 유일한 입구를 막고, 스바루는 경악한다. 한편 아벨은 스바루에게 두 손이 얼마나 움직이는지 물었고, 스바루는 오른손은 전혀 올라가지 않고, 왼손도 세게 쥘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자 아벨은 시간이 없다며 나은 쪽의 손가락에 끼워 두라고 말하면서 반지 하나를 스바루에게 던진다. 마(魔)를 봉한 반지이므로 쓰기 전에 입맞춤을 해 두면 한도는 있지만 불을 뿜어낸다고 설명하는 아벨에게 스바루는 어안이 벙벙해하지만, 아벨은 그런 스바루는 무시하고 "온다."고 말한다.
파일:아벨과 스바루 vs 엘기나.jpg
미젤다 : "자, 싸워라, 전사의 증거를 보여라! 슈드라크의, 사냥의 눈이 지켜보겠다!"
스바루 : "크아아악! 역시 그거냐!!"
빈센트 : "온다, 나츠키 스바루!"
스바루 : "보고 있어! 젠장, 요즘 내내 시험만 받고 있군!"[40]
엘기나를 보고서 '엘'이 크다는 의미라면 '기나'는 뱀이라는 단어에 해당하므로 그것을 검증해 문화인류학에 공헌하고자 하는 감상은 나중 일로 미뤄 둔 스바루는 무심코 베아트리스를 부르려다 반응이 늦고 말았다. 아벨은 그런 스바루에게 얼빠져 있을 때냐며 다그치고선 스바루의 뒤통수를 머리털째로 잡아 자신 위에 눕히고서 『은형』 망토를 발동시켜 모습을 숨긴다. 포효하는 엘기나를 바라보며 아벨은 『혈명의 의식』이 실력 시험 말고 다른 것이었다면 가망도 있었을 터라고 읊조리며 운이 없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이 위기 상황에서 두 만담 콤비는 서로 짜기라도 한 듯 서로를 디스한다.
스바루 : "이쪽의 두 손은 고장 중에, 아벨의 검술은 이류... 거지 같은 상황이군."
빈센트 : "이류라니 못하는 말이 없군. 네놈은 현재 내 팔을 잡아끌 팔도 못 쓰는 꼴이 아니냐."
『은형』 망토 안에 두 사람이 엎드린 상태에서 스바루는 아벨에게 반지의 사용법을 확인하고, 아벨은 스바루와 작전을 세워 스바루가 미끼가 되어 반지의 불로 주의를 끄는 동안 자신이 공격하겠다고 말한다. 한편 엘기나가 피트 기관[41]을 이용해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스바루는 바로 반지에 입맞춤을 하고 엘기나에게 불꽃을 날렸고, 이 틈을 타 아벨이 검격을 날려 뱀의 목덜미를 노린다.

하지만 아벨의 혼신의 일격은 마수의 비늘에 튕겨나가 버렸고, 아벨은 신음을 내며 튕겨나간 오른팔을 붙잡고 뒷걸음친다. 스바루는 꽤 벅차다고 미젤다에게 호소하려 하지만, 위에 선 슈드라크의 민족들 전원이 화살을 시위에 재고서 두 사람을 조준하고 있었기 때문에 말을 중간에 끊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스바루에게 아벨은 한 번 시작한 『혈맹의 의식』에 도망칠 곳은 없으므로 저 마수를 타도하지 않으면 네놈의 바람은 이루지 못할 뿐 아니라 그 생명조차 건질 수 없다고 선고한다.

아벨은 스바루에게 눈이나 입을 통해 뇌를 노리는 작전을 제시하지만, 이래봬도 마수 전문가인 스바루는 그 위에 있는 마수의 뿔을 부러뜨리는 작전을 제안한다. 뿔이 부러지면 마수는 무조건 부러뜨린 상대에게 복종하므로 그 수가 제일 확률이 높을 거라는 발상이었다. 그런 스바루의 계획에 아벨은 작전에 대해 물었고, 이에 스바루가 다시 재치 있게 답한다.
빈센트 : "작전은."
스바루 : "아까 제안대로. 내가 미끼, 공격수는 수상한 복면 남자."
빈센트 : "수상해? 여기에 있는 것은 고귀한 복면 남자뿐이군."
입으로는 절대 지지 않는 두 만담 콤비의 마지막 작전 수립.
스바루가 엘기나의 머리 위에 있는 나무를 채찍으로 잡고 날아오른 뒤 반지로 불꽃을 내뿜어 사방을 불바다로 만들고, 그 때문에 피트 기관이 무력화된 엘기나를 향해 『은형』 망토로 자신의 모습을 숨긴 아벨이 돌진한다. 뱀이 그나마 불꽃이 적은 곳으로 도망치자 매복해 있던 아벨이 절벽에서 뛰어내려 뱀의 뿔을 양단하려 든다.

하지만 엘기나가 마지막 발악으로 머리를 틀어 검의 궤적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자 숙련된 전사가 아닌 아벨의 검광은 어긋나고 일격이 뿔 중간에서 멈추어 버린다. 아벨은 그 상태에서 더욱 힘을 주어 다시 한번 일격을 넣으려 했지만, 엘기나의 꼬리가 아벨을 후려치고 이에 아벨의 몸이 수평으로 날아가 골짜기를 굴렀다. 아벨은 기침하는 목에서 피를 토하며 그 얼간이처럼 할 수는 없는 거냐며 자책한다.

하지만 그 순간 스바루가 사망귀환을 발설하여 마녀의 잔향을 내뿜어 엘기나를 자신 쪽으로 유인한 후 반지째로 엘기나의 뿔에 박혀 있는 아벨의 검을 때린다. 그러자 칼자루와 충돌한 반지의 마석이 깨지며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고, 스바루의 오른손과 엘기나의 머리가 통째로 폭발해 날아가면서 아벨과 스바루는 『혈명의 의식』에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스바루는 오른손이 날아가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이었고, 그런 스바루를 아벨이 가까스로 부축해 세운다.
파일:스바루를 부축하는 아벨.jpg
빈센트 : "들어라, 슈드라크의 민족이여! 보는 바대로다! 『혈명의 의식』을 완수해 우리는 전사의 증거를 세웠다! 그렇다면, 동포인 네놈들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을 테지!"
미젤다 : "그래, 슈드라크의 족장, 미젤다가 지켜보았다! 전사여, 나의 동포여! 무엇을 바라는가! 무엇을 하라고 외치는가!"
빈센트 : "대답해라, 나츠키 스바루. 네놈의 소망을 말해라. 네놈의 모든 것을, 쥐어 짜내라."
스바루 : "렘, 을..."
빈센트 : "뭐냐!!"
스바루 : "구, 해..."
빈센트 : "들었나, 슈드라크의 민족이여. 이것이 새로운 동포의 소원이다. 이자는 자신의 생명을 걸고 증명했을 터다. 자신의 소망을, 본 것을, 그렇다면!"
미젤다 : "끝까지 말하지 마라. 우리에게는 긍지도, 용기도 있다."
몸의 힘이 빠져 축 처져서 의식이 멀어진다. 억지로 잡아 두려던 목소리도 이번에는 그러려고 하지 않는다. 천천히, 천천히, 멀어지고ㅡ.
빈센트 : "네놈은 자신의 책무를 다했다. 여자는 맡겨 둬라."
마지막의 마지막,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러나 믿음직한 목소리만이 들린, 느낌이었다.

이후 아벨은 스바루가 의식불명 상태인 동안 스바루에게 약을 먹여 스바루의 기억에 있던 진지의 배치를 알아내었으며, 그 배치를 바탕으로 슈드라크의 민족들을 지휘하여 제국병들의 야영지를 습격하고 렘을 구한다. 거의 다 마무리가 되어가는 도중에 스바루가 일어나자 스바루와 우타카타가 대화하는 목소리를 듣고 스바루에게로 온다. 아벨은 스바루의 오른손이 다시 멀쩡한 상황을 보고 원래대로 돌아왔다면 상관없다며, 마봉석 반지째로 후려쳐서 손목이 날아갔기 때문에 살아남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자신의 손목이 날아갔다는 말을 듣고 스바루는 기겁했고, 자신의 오른손이 날아갔다고 하면 지금의 오른손은 뭐냐고 묻는다. 그러자 아벨은 그것이 바로 끔찍하고도 기묘한 현상이라고 말하며 상황을 설명한다. 약을 써서 진지의 배치를 들은 직후에 스바루가 죽을 줄로만 알았지만, 스바루의 손에서 검은 얼룩이 뿜어져 나오며 그것이 순식간에 팔의 형상을 취하고 팔로 변해 있었다고.

이에 스바루는 카펠라가 뿌린 이른바 용의 피라는 것에 의해 이런 상황이 된 것이라 자각하면서도 오른손과 오른발 이외에는 방치하는 융통성 없는 서비스에 대해 불만을 표한다. 그런 스바루를 보고 아벨은 결국 말할 수 없는 사정이냐며 꽤 비밀이 많은 모양이라고 말하고, 스바루는 얼굴을 비밀로 하는 녀석에게서만은 듣기 싫은 말이라고 대꾸한다.

그리고 그 순간 스바루는 에 대해 떠올려내고 일어서려 했으나 온몸의 격통으로 신음하고, 이에 빈센트는 자신은 분명 스바루가 죽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말하며 오른팔이 다시 난 정도로 빈사의 육체가 회복될 리 없다고 말해준다. 하지만 스바루가 목숨이 사라져가는 감각을 맛보면서도 렘의 걱정을 계속하자 자신을 따라오라고 말해 스바루에게 제국병들의 야영지가 불타오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스바루가 슈드라크의 민족의 공격에 죽어가는 제국병들의 참상을 목격하고 아연해하자 아벨은 네놈이 바라고, 네놈이 가져온 정보로, 네놈의 동포들이 올린 전과라며 이에 웃지 않고 어디에 웃겠느냐고 말한다. 전장으로 변해 버린 야영지를 바라본 스바루는 의식이 아득해지고, 그 말이 견디기 어려운 나머지 스바루는 아벨의 멱살을 잡고서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아벨은 유혈 없이 소원이 이루어지기라도 할 줄 알았느냐며 스바루를 거세게 매도한다.
빈센트 : "나츠키 스바루. ㅡ네놈은, 자기 자신 외의 유혈 없이 소원이 이루어질 줄 알았던 거냐?"
스바루 : "ㅡ아."
빈센트 : "같잖은 생각이다. 어리석고 구제할 길 없는 믿음이다. 자기 자신이 피를 흘리면, 다투는 제삼자들을 말릴 수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던 것이냐? 그것은 네놈이 내건 시답잖은 영웅 희망 같은 것보다 더욱 질이 나쁜, 영웅 환상이다."
스바루 : "ㅡ."
빈센트 : "네놈은 인간이다, 나츠키 스바루. 영웅도 현자도 아니다. 따라서, 네놈이 있든 말든 인간은 피를 흘리고 목숨을 잃으며 빼앗고 빼앗기기를 반복한다."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스바루는 그것을 수용할 수 없다. 그것을 당연한 것이라고, 그렇게 수용할 수 있는 세계를 살아오지 않았다. 이세계까지 와서도 여전히 나츠키 스바루의 윤리관은 일본의 고교생인 채다.
빈센트 : "나는 영웅을 바라지 않는다. 놈들에게 매달리고, 의존하고, 기대지는 않는다. 온갖 것을 짊어지고 풍요로운 쪽으로 나아간다. 영웅에게, 그것은 불가능해."

하지만 스바루는 아벨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얼굴도 보이지 않는 놈하고 무슨 이해를 나누겠느냐고 체념한다. 그러나 그 호소를 들은 아벨은 얼굴을 보여 주겠다고 말하며 자신의 복면을 벗는다.

얼굴을 드러낸 아벨은 어쩌면 자신이 앉아야 할, 옥좌가 있는 수도까지도 갈 것이라며 거창하게 선언한다. 이때 스바루는 아벨의 얼굴에 눈을 뗄 수 없었다.[42] 그런 스바루에게 아벨은 자신의 본명, '빈센트 아벨쿠스'를 밝힌다. 그러면서 다시 옥좌에 앉기 전에는 이 이름을 댈 것이라고 말하고, 본명보다는 약칭인 아벨 쪽으로 언급하는 것이 더 현명할 거라고도 읊조린다.

한편 미젤다가 아군 사망자 0명으로 진지의 제압을 완료했다며 두 사람에게 다가오고, 한순간 아벨의 미모에 넋이 나간 미젤다였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홀리에게 루이를 이쪽으로 데려오게 한다. 홀리가 렘과 루이를 팔로 안고서 데려왔고, 그 품에 안겨 있는 렘을 목격한 스바루는 아벨과 전장의 업화를 포함한 모든 걸 잊고 그저 렘을 향해 달린다.

스바루는 렘에게 뺨을 맞으면서도 렘의 몸을 끌어안고, 렘은 추가타를 날리려다가 스바루의 만신창이인 몰골을 깨닫는다. 이에 렘은 당장 치료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묻지만, 미젤다는 스바루의 상처는 치료를 한다고 나을 것이 아니며 지금은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지만 그것도 곧 끊어지리라고 전한다. 이에 어째서냐고 묻는 렘의 질문에 미젤다는 당연히 자기 여자를 되찾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고, 스바루는 마지막으로 렘에게 웃어 줬으면 한다고 말하고 의식이 끊어진다.

스바루의 의식이 끊어지자 미젤다를 필두로 하여 슈드라크의 민족 모두가 합창하여 스바루의 넋을 애도하는 노래를 불렀고, 렘은 스바루의 편안한 듯한 얼굴을 보며 죽지 말아 달라고 영혼에 호소한다.

그때 루이가 렘의 어깨에 손이 닿자 치유 마법이 발동하고 그 상황에 당황해하는 렘을 향해 발동이 끊어지지 않게 자세를 유지하라고 말한다. 그렇게 렘으로 하여금 스바루를 치유하도록 한 아벨은 생명을 용케도 부지한 스바루에게 탄식하고 참으로 악운이 강한 남자라는 인상을 품는다. 다 죽어가는 상태로 슈드라크의 민족의 마음을 거머쥐고, 그런 다음에 되찾고 싶은 것을 되찾은 끝에 자신의 생명까지 건진 것이니 말이다. 한편 렘이라고 하는 소녀를 되찾으면 자기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타산적으로 생각했을까도 추측했지만, 빈센트는 그렇게 요령이 있는 남자였다면 우선 자신의 손가락을 진작에 고쳤을 것이라며 이 추측을 부정한다.

렘에게 부러진 손가락도 놔두고서 피와 진흙으로 범벅이 되어가며 렘의 탈환을 소원한 스바루를 보며 아벨은 말 그대로 '영웅'의 모습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는 남자라 평한다. 그리고서는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스바루에게 알려준 것에 대해 숨을 거둘 남자에게 마지막으로 줄 선물로 삼을 작정이었다고 말하며 살아남는다면 그건 그거대로 좋다고 독백한다.

그대로 아벨ㅡ빈센트 아벨쿠스라 이름을 댄 남자는 아득한 서쪽, 신성 볼라키아 제국의 중심인 제도 루프가나를 향해 바라보며 선언한다.
파일:따라와 주어야겠다, 나츠키 스바루. 내 손에, 볼라키아 제국을 되찾기 위해서.jpg
아직, 이 땅의ㅡ 아니, 이 제국 내 태반의 사람이 깨닫지 못했다.
강국인 신성 볼라키아 제국에 찾아든, 전대미문의 정변을.
빈센트 : "재상 벨스테츠, 돌아선 구신장, 그리고 정점을 모르는 어리석은 제국병들이여."
신성 볼라키아 제국의 중심, 제도 루프가나. 탈환해야 할 옥좌가 있는 땅ㅡ.
빈센트 : "나의 귀환을 떨면서 기다려라."
그리고ㅡ.
빈센트 : "기왕 살아남은 것이다. 따라와 주어야겠다, 나츠키 스바루. ㅡ내 손에, 볼라키아 제국을 되찾기 위해서."

3.1.2. 성곽도시 점령 작전

의식을 찾은 스바루가 찾아와 단 둘이 이야기하자고 하자 그와 대화한다. 붕대를 벗고 그 대신 헌상받았다는 오니 가면을 썼으며[43] 스바루가 제국병 건에 대해 항변하자 차갑게 대꾸하며 스바루와는 확연하게 다른 가치관을 보인다. 네가 신이라도 되는 줄 아냐는 스바루의 말에 볼라키아의 황제라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황제 자리에서 쫒겨난 현재의 상황을 말해준다. 슈드라크의 협력을 받아 전쟁을 할 것이라고 하자 스바루는 거기에 동참할 수 없다며 슈드라크와 가장 가까운 마을의 정보를 알려달라고 하고 렘, 루이와 떠난다.

그러나 과랄에 제국병이 있을거란 사실은 말해주지 않아서, 실컷 당하고 돌아온 스바루에게 한 방 맞는다. 스바루가 데려온 플롭 오코넬과는 상성이 맞지 않았지만 그가 상인이라는 사실에 흥미를 보이고 성곽도시 과랄의 함락이라는 계획을 밝힌다. 그러나 플롭은 자신의 지식이 과랄을 치는데 이용된다면 협력할 수 없다고 밝히고, 그와 교섭하려 하지만 잘 되지 않던 중 들어온 스바루에게 과랄에 무혈입성할 방법이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그 방법은 바로 여장. 유랑 음악단으로 위장해서 과랄에 잠입하는 것. 달리 다른 방도가 없었기에 실행하기로 한다. 인원은 스바루, 플롭, 아벨 본인과 진짜 여성인 타리타와 쿠나. 다만 스바루와 달리 여성의 목소리를 낼 수 없기에 내내 입을 다물고 있기로 한다. 어찌저찌 현재 도시를 통제하는 이장인 지크르 오스만에게 도달하고, 칼을 목에 대면서 성곽도시를 점령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얼마 안 지나 제도에서 온 구신장 2위 아라키아가 도시청사를 습격한다. 네놈이 왜 내 밑으로 들어왔는지 잊었느냐며 항변하나, 아라키아는 "속였어. 용서 못 해."라며 담담하게 답한다. 아라키아의 강풍으로 창밖으로 떨어져 커튼에 매달리는 상태가 되어 죽기 직전까지 몰리나, 비룡을 타고 날아온 프리실라 바리에르 알데바란의 도움으로 아라키아를 쓰러뜨리고 목숨을 건진다.

이후 상황을 정리한 뒤, 계속될 전쟁을 위해 스바루, 프리실라, 지크르와 논의한다. 전력을 모으기 가장 좋은 방책으로 구신장들의 포섭을 최우선 사항으로 삼고, 구신장 7위인 요르나 미시구레를 끌어들이기 위해 마도 카오스프레임으로 가기로 결정한다. 인원은 아벨 본인과 스바루, 알데바란, 미디엄, 타리타의 5인 편성이었으나, 루이가 마도로 향하는 용차에 몰래 탑승하며 6명이서 가게 된다. 야영을 하던 중 미디엄과 플롭의 과거 이야기를 듣고, 두 사람이 있던 보육원이 위치한 마을[44]을 물은 뒤 자신이 다시 왕위에 오르면 마땅히 대처하겠다고 말한다.[45] 이후 자신이 자는 모습에 참견하는 스바루에게 "분수를 알아라, 네놈은 스스로의 역할을 다하면 된다."는 식으로 응수한다.

3.1.3. 마도에서의 공방

마도 카오스프레임에 도착하고, 스바루에게 마도가 통치되는 방식을 이야기해준다. 요르나가 읽을 친서를 직접 작성하고 홍유리성에 진입할 스바루, 알데바란, 미디엄에게 그것을 전할 것을 명령한다.[46] 본인은 루이, 타리타와 함께 바깥에서 대기한다. "이 성에서 무사히 나가는 조건으로 친서를 읽고 답장을 해주겠다"는 답변을 받은 세 사람이 돌아오고, 황제 행세를 하는 치샤가 스바루 일행과 동시에 홍유리성에 온 이유[47]를 추리해 알려준다.

그러나 다음 날, 홍유리성에 들어갔던 세 사람이 어린아이가 되어버리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 아벨은 오르바르트 덩클켄의 짓이라 추측했고, 그것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작전 회의를 하는 와중 오르바르트가 탄자의 뒤를 따라 몰래 들어와서는 자신의 짓이라 순순히 인정한다. 스바루는 오르바르트를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아벨은 귀면을 벗어 정체를 밝힌다. 그러나 오르바르트는 늙은이의 마지막 영광으로 황제를 시해하고 싶었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타리타, 미디엄, 알데바란이 순식간에 살해당한다. 아벨 앞에 스바루, 스바루 앞에 루이가 일렬로 오르바르트를 막아서고, 당연히 스바루 또한 살해당하며 사망회귀된다.[48]
오르바르트: 각하는 혼자서 죽을 거라 철석같이 믿었거늘.
아벨: 그 누구도, 네놈의 눈어림으로 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다음 루프에서는 스바루 측에서 오르바르트의 야심을 캐내지만, 본인이 황제라는 것은 밝히지 않아 전멸당하는 참사는 막았다. 동시에 서로의 이해관계를 위해 숨바꼭질이라는 내기를 제안한다. 스바루 일행이 이기면 세 사람을 원래대로 되돌려주고, 오르바르트가 이기면 황제를 지키는 양검의 비밀을 말하는 조건. 오르바르트가 숨겠다 선포한 첫 번째 장소는 눈꺼풀 뒷면. 이세계 전이 초기에 베아트리스와 추격을 벌이던 스바루의 경험으로 바로 찾아낼 수 있었고, 오르바르트가 다음 장소는 전망이 좋은 나락이라고 말한다. 일행과 추리를 거듭하다가 사람이 많은 술집을 찾아보기로 하고 여관을 나가려다 갑자기 살해당한다.

다음 루프에서는 첫 번째로 오르바르트를 찾는 것까지는 똑같이 진행된다. 그러나 여관 밖을 수백 가량의 아인들이 포위하고 있었고, 저들이 공격하지 않는 것은 자신들이 어떤 조건을 충족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추론한다. 그 조건이 무엇이냐고 스바루를 다그치지만 스바루는 당연히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다. 결국 유일한 전투원인 타리타를 미끼로 삼은 채 퇴각. 나머지 4명에게 요르나 미시구레가 마도 주민 전원과 공유하는 혼혼술, 유각인종들이 왜 자신들을 위협하는지를 추리해 설명한다.
파일:리제로 29권 일러스트.jpg

그러나 숨 돌릴 새도 없이 유각인종들이 추격해와 전투가 벌어지고, 루이의 권능을 이용한 기술들로 위기는 간신히 넘긴다. 전투 후 유각인종들을 지휘하는 것이 누구인지를 추리하지만, 자신을 연기하는 치샤와 요르나가 이런 짓을 할 이유가 없고 결국 범인은 요르나의 오른팔인 탄자, 그에 협력하는 오르바르트인 것을 알아낸다. 직후 알데바란과 함께 루이의 정체를 묻는데, 폭식의 대죄주교라는 것을 솔직하게 고하자, 썩어문드러지는 표정으로 "이 제국에서, 마녀를 추종하는 자는 어떠한 이유가 있을지라도 처형된다."라고 냉정하게 으름장을 놓는다. 결국 스바루가 루이와 함께 도망치자, 스바루를 데려와야 한다는 알데바란과 미디엄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일단 오르바르트를 찾아 사태를 수습하는 것을 우선시한다.

이후 여인숙으로 오르바르트가 숨겨놓은 탄자를 찾아가 모든 사정을 듣는다.[49] 탄자 측에서는 요르나를 전쟁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호소하나, 빈센트는 어차피 결정하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요르나라고 답한다. 곧바로 탄자는 그렇지 않다고 반론하며, 친서의 내용을 몰랐지만 그토록 소녀같은 표정을 짓는 요르나의 표정에서 알 수 있었다고 답한다. 탄자에게 목숨을 빼앗는 것으로 처벌을 가하지는 않겠다고 선언하며, 동시에 요르나에 대한 탄자의 충성과 애정을 아름답다고 아무도 모르게 평가한다. 탄자는 요르나를 전쟁에 끌어들이지 말라 다시 부탁하지만 어차피 지금 참전하지 않아도 요르나는 이 전쟁에 휘말릴 것이고, 그것이 그자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라며 거절한다. 대화가 끝나고 곧바로 오르바르트와 접촉했을 스바루를 만나러 가기로 하는데, 미디엄과 알데바란의 유아화는 풀어도 좋지만 스바루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당연히 두 사람은 납득하지 못해 따져드나, 아벨은 단순히 필요한 일이라며 말을 흐린다. 그리고, 검은 그림자가 홍유리성을 덮치고 마도의 모든 사람이 경악에 빠진다.

치샤와 동시에 그 자리의 유일한 전투원인 카프마 일루쿠스를 지명해, 검은 그림자의 발을 묶을 것을 지시한다. 치샤와 각자 데려온 인원의 상태를 점검하고, 요르나 미시구레와 대화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간다. 요르나, 루이와 마주하고, 스바루가 검은 그림자에 삼켜졌다는 것을 듣는다. 마도를 포기하고 퇴각전에 들어갈 것을 제의하는데, 요르나가 도저히 그럴 수 없다고 거부하자 하찮은 감상이라며 조소한다. 동시에 요르나에게 친서를 조달한 것의 의미가 밝혀지는데, 사자 세 명이 무사히 돌아오느냐 아니냐로 요르나의 희망, 자신이 틀린지 옳은지 재 볼 작정이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마도를 포기하라는 말을 번복하자 루이에게 배를 맞은 뒤,[50] 양검은 뽑을 생각이 없으며, 네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야 할 이유도 없다고 단언한다.

요르나와의 협상이 결렬되고 다시 타리타, 미디엄과 합류한다. 타리타가 검은 그림자를 대재앙이라 칭하자, 타리타를 별점지기로 단정짓는다.[51] 미디엄에게 별점지기의 정의를 설명해주고, "나를 죽이면 대재앙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왜 아직까지 죽이지 않았냐, 네가 천명에 저항할 정도의 의지가 있지는 않아보인다"라며 타리타를 몰아붙인다. 그러던 와중 그림자가 세 사람을 덮치고 타리타에게 구해진다. 일관성이 없는 행동에 대해 진의를 캐묻지만 그보다 먼저 고맙다고 해야 한다면서 미디엄에게 면박을 듣는다. 직후 타리타에게 네가 아는 대재앙은 저것이 맞냐며 질문하는데, 타리타는 또 다른 별점쟁이가 저것은 자신의 담당이 아니라고 했다고 전한다. 잠시 수긍하고 생각한 뒤, 희미하게 웃으면서 "그렇다면 도중에 발목이 잡힐 이유는 없지. 반상에서 사라져 줘야겠다. 무례한 놈"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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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나, 루이, 카프마의 전투를 보며 도움을 바라는 스바루의 의지가 검은 그림자에 반영되었다는 것을 파악한다. 그러나 인간미 없을 정도로 차가운 아벨의 태도에 미디엄은 질색하면서 태클을 건다.
미디엄: 아벨찡은 왜 그렇게 태연해!?
아벨: 태연하게 보이나? 놈이 내부에서 저것을 흘린 까닭에 계획이 무너졌다. 재고할 필요가 있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어. 그래도 내가 태연하게 보인다고?
미디엄: 그런 소리가 아니야! 아니라고, 그게 아니라니깐! 그게 아니라... 스바루찡이 도와달라는 거잖아! 그런데 왜 태연하냐고 묻는 거야!
아벨: 저것의 고통을 다독이면 사태가 수습되나? 공교롭게도 현실은 그만큼 유연하지도, 우애로 가득하지도 않다.
상대할 시간도 아깝다는 태도로 요르나와 다시 대화하러 가기 위해 등을 돌리나, 미디엄도 따라나선다. 자신이 나아가는 근거는 스바루가 자신을 싫어하기에 관심도 없을 것이라는 것인데, 거기에 네가 끼면 어쩌냐고 항변한다. 그러자 미디엄은 자신이 나서면 전투에 보탬이 될 뿐더러 아벨을 노릴 가능성도 적어진다고 논리정연히 대답한다. 잠시 심사숙고하나, 어려진 몸으로는 미끼 역할조차 힘들고 네가 죽으면 나머지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각시킨다. 직후 유아화가 해제된 알데바란이 나타나고, 미디엄은 자신이 싸우면서 지키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몇 시간 전까지 극도의 공포에 떨고 있었기에 자신을 어떻게 설득시킬 것인지 의문을 표하나, 어차피 네가 허락하든 말든 갈 것이라는 알의 태도에 만류하는 것은 포기한다. 셋이서 전장으로 나아가며, 홀로 멈춰선 타리타에게 천명에 따를지 거역할지 결정하는 것은 너 자신이라고 타이른다.

알데바란과 미디엄이 그림자와 맞서는 사이 다시 한 번 요르나에게 마도를 포기할 것을 제안하며, 요르나가 가진 마도와 주민들에 대한 본질적 착각을 바로잡아준다.
자신의 깃발 아래에 선 이를 모두 젖먹이로 여기나? 칭얼대면 어르고, 젖을 주기를 기다리는 갓난아기라고. 그것은, 내 견해와 다르군. 민초는 어리석다. 아프지 않으면 저항하는 것을 잊고, 적이 없으면 자신을 무장하는 것조차 하지 않지. 재앙이 없으면 뭉칠 줄을 모르고, 죽음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 자체로부터 눈을 돌린다. 하지만 그 약하고 고식적인 어리석음이야말로 녀석들을 녀석들답게 만들지. 제국은 철혈의 규정으로 민초를 옭아매고 마도에서는 너의 자세가 주민의 자세를 단속해왔다. 따라서, 녀석들은 너를 위해서라면 굶주림이든 비든 견디겠지. 그리고 너와 함께 다시 태양이 뜨고 배를 채울 날을 바라기를 선택하지. 마도를 포기해라. 녀석들이 갈 곳은 너와 같은 곳. 그리고 기댈 곳은 너 자신이다.
이후 탄자가 검은 그림자에 뛰어들어 희생하고, 그것을 막으려는 요르나를 타리타가 화살로 제압하며 마도의 혼란은 종식된다.

사건이 끝난 직후 요르나가 자신들의 진영으로 올 것이라는 것을 일행에게 통보한다. 그러나 그림자에게 집어삼켜진 스바루는 사라졌고, 잔해 더미에서 스바루를 찾는 루이와 다시 대면한다. 스바루가 죽을 리가 없다는 미디엄의 감정적인 현실부정을 냉정하게 가로막지만, 알데바란은 형제는 살아 있다고 주장한다. 근거를 묻자 세상이 멸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답하는데, 네 헛소리를 들을 여유는 없고 광대 짓은 프리실라 앞에서나 하라며 흘려넘긴다. 아벨은 검은 그림자가 대재앙이 아니었다면 그자가 할 일이 남아 있을 거라면서 스바루의 생존을 추측한다. 어딘가로 날아갔을 스바루를 찾을 방법을 고안해 알려주는데, 흑발 흑안의 황제의 사생아가 있다는 거짓 정보를 여론에 퍼뜨리는 것. 이는 스바루의 안전과 전쟁의 명분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계획이기도 하다.
─빈센트 볼라키아의 서자, 흑발 흑안의 사생아가 부왕의 지위를 노리고 있다. 그야말로 『마그리처의 단두대』의 재현이라고 말이다.

3.1.4. 성곽도시로의 귀환

마델린 에샬트가 성곽도시를 침공해 도시가 반파되고 며칠 뒤, 일행들과 요르나 미시구레를 대동하고 귀환한다. 도시청사로 올라가 상황을 정리하며, 스바루와 렘을 찾기 위해 제국에 잠입한 에밀리아, 베아트리스, 오토, 가필, 페트라, 프레데리카와 마주한다.[52] 에밀리아에게 자신은 현재 스바루의 동료라는 것을 설명하고, 일장의 침공으로부터 도시를 잘 지켰다며 지크르를 칭찬한다. 그러나 베아트리스와 오토가 아벨이 데려온 루이의 존재에 경악하고, 폭식의 대죄주교인 것을 밝히며 회의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극도로 험악해진다. 루이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온갖 말싸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냉정하게 중립을 지키나, 당당하게 회의에 참석하는 프리실라가 요르나를 어머니라고 부르는 예상 밖의 사태가 벌어진다. 곧바로 동요를 감춘 뒤 요르나가 산드라 베네딕트[53]냐고 프리실라에게 따져묻고, 프리실라는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서도 요르나를 대하는 태도로 긍정한다. 곧바로 화제는 루이의 처우로 돌아가는데, 지금까지 보여준 행동이 있기에 구속까진 하지 않더라도 계속 감시하는 것으로 결정난다. 이후 제국에 소문으로 나도는 흑발의 황태자가 나츠키 스바루가 맞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뒤, 프리실라가 회의장을 나가자 요르나와 단둘이 대치한다. 본래라면 죽었어야 하는 프리스카를 어떻게 살려놓았냐는 질문의 대답을 거부하고, 네 비원을 이루고 죽었어야 할 딸도 구하고 싶다면 더욱 분발하라고 극도로 싸늘하게 대답한다.

제도를 습격하기 전 에밀리아 일행과 제대로 대화를 나눈다. 에밀리아는 자신들의 힘이 싸움에 큰 이점이 될 것이고, 도움이 필요하면 직접 도와달라고 말하라며, 그런 식으로 굴다간 언젠가 로즈월처럼 맞을 거라고 충고한다. 동시에 "스바루가 서자의 위치에 서고 자신들이 제도에 잡힌 렘을 구하기 위해 참전해야 하는 상황이 모두 당신의 의도대로냐"고 따져묻는 페트라에게 아무리 자신이라도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으며, "이 모든 상황이 내가 의도한 바라면 나는 참으로 바쁘겠군"이라는 식으로 페트라를 조롱한다. 이에 분개하는 에밀리아를 보고 너희의 우두머리는 속내 하나 숨기지 못하냐며 오토와 가필에게 따지는데, 오토는 인정하고 가필이 그에 이어 " 논리만 따지며 모든 길을 틀어막아 옭아매는 자식보다는 보람이 있다."라며 응수한다. 하지만 렘은 물론 스바루도 입장상 제도에 있을 가능성이 높기에 에밀리아 일행에게 제도에 가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었고, 아벨도 이를 전쟁에 참전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3.1.5. 루프가나 제도 결전

지크르를 비롯한 제국병, 슈드라크의 민족, 에밀리아 진영이 정점을 뚫기 위해 제도의 각 전장에 투입되고, 후방에서 지휘를 맡는다. 자신도 전장으로 가겠다고 하는 미디엄을 만류하던 중, 오토가 언령의 가호를 통해 전장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를 활용해 미디엄을 전령으로 정보를 받고, 프레데리카를 보내 각 전장에 전달하는 전술을 확립한다.

이후 지크르와 함께 제 3정점으로 향한다. 전투 도중 비룡대를 이끌고 참전한 세레나 드라클로이, 우비르크와 만난다. 세레나에게 곧 다가올 대재앙에 대한 후속 대응을 맡긴 뒤, 혼자 수정궁으로 들어가 자신으로 위장한 치샤와 다시 대면한다. 몇 마디의 대화를 주고받고, 치샤는 부활한 발로이 테메글리프의 공격으로 심장이 꿰뚫려 즉사한다. 발로이는 아벨 또한 죽이려고 했으나, 사전에 치샤의 지시를 받은 모그로 하가네의 난입으로 목숨을 건진다. 모그로의 오른손에 매달린 채로 발로이와의 전투에 휘말려, 발로이에게 어째서 살아있냐고 묻는다. 발로이는 대답을 거부하며 자신의 존재는 허상도 뭣도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다시 전투를 벌이던 중 메조레이아의 의식을 차지한 마델린 에샬트가 전투에 난입하고, 전세는 2대 1이 된다. 아벨의 몸은 충격파를 견디지 못해 모그로의 손에서 나가떨어지는데, 우비르크와 다른 별점쟁이들이 설치해놓은 천으로 살아남는다. 우비르크의 멱살을 잡으며 정황을 따져묻고, 뒤이어 풀려난 고즈 랄폰 벨스테츠 폰달폰, 마델린을 추격한 세실스 세그문트와 그를 쫓아온 오르바르트 덩클켄이 한 자리에 집결한다. 결국 귀면을 벗어던지고, 모두의 시선을 장악해 자신이 황제라는 것을 밝히며 7장 종료.
나는 너희들의 황제, 빈센트 볼라키아─ 제국의 검랑, 그 중 하나다.

3.2. 8장 (34권 ~)

오르바르트에게는 모그로의 엄호를, 고즈에게는 사람들을 끌어모을 것을 명령하면서 가능한 최대한의 인원을 연환용차에 피신시킨다. 이후 스바루 일행과 합류. 일행과의 재회를 마친 스바루와 대치하기 위해 그 방 앞으로 가나, 렘이 그 사람은 아벨 씨의 적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은 아벨 따위가 아닌 빈센트 볼라키아라고 선언하고, 렘에게 이름이 무엇이냐 묻는다.[54] 렘은 지금은 확실히 자신이 렘이라 대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후 다시는 시간을 뺏지 말라 하는 것으로 대화를 끝내고 스바루가 있는 방에 들어간다.

깨어난 스바루는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네가 황제로 돌아가서 다행이라며 넉살을 떠나, 사과를 깎는 칼을 난데없이 스바루의 목에 들이댄다. 대체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네놈이 그린 그림이었냐며 작중 최고조로 분노하는 모습을 보인다. 빈센트는 원래 자신이 옥좌에서 죽을 계획이었으나, 치샤가 대신 사망하고 별점쟁이라 인식한 스바루에게 그 화살이 돌아간 것이다. 친구를 잃은 상실의 아픔과, 늘 싫어했던 별점쟁이(스바루)에 대한 분노가 합쳐진 행동인 것. 물론 별점쟁이가 아니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르는 스바루는 빈센트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칼을 꽉 쥐며 손에 피가 나자, 걱정해주는 스바루를 뿌리치며 앞뒤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을 구하려는 태도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다. 결국 혼자 현타가 온 건지, "계획이 틀어졌지만 방법은 있으며 네놈들은 필요없으니 왕국으로 돌아가라"라고 일방적으로 명령하고 방을 떠나려 든다. 그러다가 열받은 스바루에게 주먹으로 얻어맞는다.

결국 냉정한 태도는 다 집어던지고 스바루와 말싸움을 벌이다가, 다시 기회가 와도 모르는 사람보다는 싫어하는 너를 구할 거라는 스바루의 말에 끝내 오열한다. 이후 스바루에게 여태 짜증나게 군 건 네가 나를 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끔 유도한 것이라는 사실을 털어놓고, 어긋난 관계를 맞춰나가기 시작한다.
빈센트: 수많은 무례를 사과하지. 왕국의 기사여.
스바루: 수많은 불경은 사과하지 않겠어. 제국의 황제.


[1] 라인하르트의 국외 유출을 금하는 법률. [2] 사실 이 때의 빈센트는 구신장 4석인 치샤가 변장한 모습이며 이후 황제 납치사건때 진짜 빈센트가 첫등장한다. [3] 이후 본인의 독백을 통해 이런 기행의 이유가 밝혀졌는데, 고심하거나 누군가를 내려다볼때만 취하는 습관으로 상대를 무시해서 양쪽 눈을 안뜨는게 아니라, 상대를 경계하기 때문에 양쪽눈을 떴다가 필연적으로 눈을 감아버릴 찰나조차 허락하지 않고 어떻게든 한 쪽눈으로라도 쉼없이 상대를 관찰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본인 왈 '정점에 선 자 나름의 (반역에 대처하기 위한)각오'라는 듯. [4] 실제로 장본인 둘을 빼면 그 책에 대해 알고 있던 건 율리우스 뿐이었다. 이후 둘의 말투를 보면 저 대화의 진의는 '늙은 주제에 머리는 아직 돌아가냐? 치매 걸린거 아니지?' '진짜 치매 걸린 노인 연기라도 해봐?' 정도로 친구 사이에서 볼법한 대화수준이다. [5] 星詠み [6] 이때 빈센트의 검은 눈빛은 열량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태워 버릴 만큼 강한 힘을 띠고 있었으며, 이 안광을 정면으로 받아내는 마이크로토프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고. [7] 7장에서도 빈센트는 이와 비슷한 맥락의 대사를 읊는다. 그때에도 "비밀을 아는 사람 두 명이 있으면 반드시 비밀은 유출된다"라고 발언한 것을 보아 비밀은 절대 유지될 수 없다는 자신만의 신념이 있는 듯. [8] 실제로 루그니카 왕족들은 국제적으로는 물론 국내에서도 빈센트의 말과 다를바없는 평가를 받고 있었으며, 과한 인덕은 정치적으로 무능하다고 험담을 들을 때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무능의 직접적인 사례로 금화에 넣는 금의 비율을 줄인다면 재정을 아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고등학교 수준 경제도 안 배우고 온 선왕을 마이크로토프가 악을 써서 뜯어말린 경우가 있다. [9] 이때 율리우스의 말에 의하면 마이크로토프를 제외한 4명 전원 샛길로 빠지기만 할 뿐 진짜로 중요한 이야기는 하지도 않았다는 감상을 품었다고. 결국 나머지 4명은 이러한 회담에 수긍은 가지 않으면서도 황제의 방자한 태도에 이골이 난 듯한 마이크로토프의 태도를 본받을 뿐이었다고 한다. [10] 제국병의 계급은 아래에서부터 병졸, 상등병, 삼장, 이장, 그리고 오로지 아홉 명만이 존재하는 일장으로 편성되어 있다. 이 중에 일장은 제국의 핵심 전력이자 황제의 측근으로 '구신장'이라고도 불린다. [11] 실제로 작중에선 여기까지 언급되진 않았으나 해당 병사는 황제를 호위할 정도로 나름 뛰어난 병사였음에도 타국의 사절단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고도 황제의 명령탓에 어쩔수없이 죽는다.라는 방식으로나마 명예를 지켜줬으니 오히려 빈센트의 처우는 관대한 편에 속한다. [12] 엽견인(鬣犬人)이란 하이에나를 닮은 종족으로, 입가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즐비하며 갈색 체모가 온몸을 뒤덮고 있다고 한다. [13] 기뻐하면서도 빈센트의 막말에 대해 욕지거리를 내뱉기는 했다. [14] 율리우스 왈 모그로 하가네의 전투법에 단련 및 기술의 흔적은 털끝만큼도 없었으나, 그저 태어날 때부터 강인한 신체를 가지고 자신의 적을 때려 부수고자 하는 생물이라는 점이 모그로를 구신장의 위치까지 이끈 자질이라고. [15] 7장에서 빈센트 역시 비슷한 능력을 지닌 반지를 가진 채로 등장한다. 책의 초반 부분에 페리스의 입을 빌려 제국에는 우수한 마석 세공사들이 많다고 말하는 것을 보아 제국에서는 이런 류의 무기가 상당히 많은 듯. [16] 그루비 : "제기랄, 아주 제 세상이구만! 왕국의 썩을 자식, 심상치 않아! 인간이긴 한 거냐?" [17] 이때 빈센트는 조잡하게 만들어진 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음에도 그 나무 의자는 빈센트가 앉는 즉시 역사적인 골동품처럼 보였다고. 빈센트가 그곳에 앉는 것만으로 관리소의 분위기가 재구성되어 알현실과도 같이 가꾸어졌다고 한다. [18] 이 대사를 통하여 독자들은 빈센트가 프리실라와 구면이라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19] 이 미소를 본 페리스는 완전 징그럽게 웃는다며 마음에 안 든다는 어조로 읊조렸지만, 율리우스도 라인하르트도 페리스가 한 말에 대해서 태클을 걸지 않는다. [20] 이때 빈센트는 조잡하게 만들어진 나무 의자에 앉아 있었음에도 그 나무 의자는 빈센트가 앉는 즉시 역사적인 골동품처럼 보였다고. 빈센트가 그곳에 앉는 것만으로 관리소의 분위기가 재구성되어 알현실과도 같이 가꾸어졌다고 한다. [21] 이때 빈센트는 빈사 상태인데다 체력도 고갈 직전이었기에 페리스는 빈센트가 말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지만, 빈센트의 악담을 듣자 생명은 끊임없이 살고자 하는 자의 손을 들어주기에 고통 속이나마 악담을 할 수 있다면 마음이 죽을 걱정은 없어 안심했다고. [22] 페리스의 치유술이면 죽지만 않는다면 다시 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치유가 가능한 상처는 몸이 관통당한 수준까지이다. 사지절단의 경우 절단 부위가 맞지 않거나 아예 절단된 부위를 잃어버리면 되돌릴 수 없고, 머리가 날아가면 그대로 사망이다. [23] "왕국과 싸울 거면, 멸망시킬 때까지 하라고 빈센트에게 전해 달라." 발로이가 죽어가면서 생각하기를 인생 최후의 농담이겠거니 했는데 율리우스가 진심으로 받아들여서 당황했다고. [24] 책에서 서술되기를 백성에게 사랑받는 루그니카의 국왕과 백성에게 두려움을 받는 볼라키아의 황제 중 어느 쪽이 뛰어난 통치자일지는 역사가 판단해 줄 것이라고 한다. [25] 이 대사로 보아 7장에서 쿠데타를 일으켜 빈센트를 황제 자리에서 내쫓은 장본인이 바로 벨스테츠라고 추정된다. 그리고 이 긴장감밖에 느껴지지 않는 황제와 재상 간의 대화에서 알 수 있듯 빈센트도 벨스테츠가 자신의 제위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온갖 정치적 수단을 써 가며 벨스테츠와 대립하고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그러한 빈센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7장에서는 황제의 직위를 상실한 상태로 등장한다. [26] 그리고 율리우스는 이에 대한 답을 6장에서, 스바루의 격려와 레이드 아스트레아와의 격전을 통해 찾아내게 된다. [27] 위에서 서술한 Ex 4권에서의 빈센트와 볼라키아 제국 재상 벨스테츠 간의 긴장감을 고려하건대, 쿠데타를 일으킨 장본인은 벨스테츠로 추정된다. 이 추측대로라면 작가가 7장에서 루그니카와 볼라키아 간의 알력이 발생한다는 것을 암시하였기에 반란을 일으켜 루그니카와의 전쟁을 개전시키려 했던 홀스토이 상급백을 뒤에서 조종하던 진정한 흑막이 바로 벨스테츠라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빈센트는 이를 옛적에 알아채고서 벨스테츠와 정치적으로 대립하며 견제하고 있었던 것. 하지만 현재로선 밝혀지지 않은 모종의 이유로 빈센트는 결국 황제의 지위를 잃고 제국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28] 이 유능한 양반이 어쩌다가 의문의 기습을 받고 제위에서 쫓겨났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로서 유력한 것은 마녀와 관련된 무언가가 있다는 가능성이다. 색욕의 대죄주교인 카펠라가 구신장의 『4』인 치샤 골드와 연관점이 있다는 설, 폭식이 율리우스의 기억을 먹어서 Ex 4권에서 나온 율리우스와의 기억이 사라져 모종의 오해가 발생했다는 설, 아예 판도라가 관련되었다는 설까지 있지만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29] 이때 자신의 인생에 있어 역대급으로 막막한 상황이기는 했는지 Ex 4권과는 달리 조금 여유없는 모습도 보여준다. 볼라키아의 『선제의 의식』과 함께 양검에 불타 사라지는 황제는 도대체 무덤 아래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를 자문하기도 하고, 대폭포를 바라보며 세계가 자신을 향해 도망칠 곳 따위는 없다고 말하는 듯한 감각을 느끼며 이에 분해하기도 한다. [30] 여기까지가 리제로 26권 게이머즈 점포특전 '늑대의 나라 - 약자는 죽어야 하느니, 자비는 없다 ①'의 파트 1에서 드러나는 빈센트의 행적이다. [31] 스바루가 회상하기를 라인하르트, 가필, 빌헬름, 율리우스 등. [32] 헌데 점포특전에 따르면 자신과 같은 흑발인 스바루가 미끼 역할로 쓸 만하다고 생각하여 자신과 헷갈리게 하기 위해 귀족의 문양이 새겨진 나이프를 준 것. [33] 하기야 그럴 만도 하다. 세간에는 스바루의 업적이 과장된 채로 알려져 있는데다가 기본적인 것만 고려해도 백경 토벌, 대토 토벌, 『나태』 토벌, 프리스텔라에서의 마녀교와의 전투 총지휘 정도에 달하니까 말이다. 게다가 볼라키아의 영웅으로서 현재까지도 회자되는 구신장의 『1』인 쿠르강을 도시째로 털어 버린 『탐욕』까지 토벌했다는 말을 들으면 볼라키아인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을 터이다. [34] 여기까지가 리제로 26권 게이머즈 점포특전 '늑대의 나라 - 약자는 죽어야 하느니, 자비는 없다 ①'의 파트 2에서 추가로 드러나는 빈센트의 행적이다. [35] 이름은 쿠나 [36] 여기까지가 리제로 26권 게이머즈 점포특전 '늑대의 나라 - 약자는 죽어야 하느니, 자비는 없다 ①'의 파트 3에서 추가로 드러나는 빈센트의 행적이다. [37] 이후 스바루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본편에서는 계속해서 이 이름으로 서술된다. [38] 『슈드라크의 민족』의 성인식으로, 일족에게 인정받기 위한 의식이다. [39] 이름은 홀리. [40] 6장에서도 플레이아데스 감시탑에서 계속해서 시련을 받았는데 그걸 끝마친 지 체감상 하루만에 다시 시험받고 있는 신세니까 이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41] 뱀이 가지고 있는, 사냥감의 온도를 탐지해 사냥감을 어둠 속에서도 노릴 수 있게 해 주는 기관. 스바루의 현대 세계 지식이 도움을 준 얼마 안 되는 부분이다. [42] 스바루가 평하길 보는 이들 모두를 엎드리게 할 듯한 가공할 패기와 위압감을 띤 눈빛을 정면으로 받은 스바루는 이미 자신이 무릎을 꿇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영혼이 이미 눈앞의 인물에 굴복했다고. [43] 세수할 때마다 귀찮았다고... [44] 에이브리크라고 하는 마을이며, 제국 서부에 위치해 있다. [45] 이때 동시에 자신이 직접 할지는 별개로 친다고 말하는데, 아벨이 황제 자리로 돌아가 어쩔 생각이었는지를 감안하면 복선이었던 셈. [46] 친서를 스바루에게 건네며, 요르나가 이 친서를 읽을 때까지 누가 쓴 것인지는 함구하라는 주의를 준다. 요르나의 변심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47] 아벨의 입장에서는 당장 접촉해 아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자가 요르나 미시구레뿐이며, 치샤도 이를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선수를 친 것. [48] 루이와 아벨의 사망은 묘사되지 않는다. [49] 탄자뿐 아니라 카프마 일루쿠스, 본인으로 위장한 치샤 또한 동석 중이었다. [50] 직후 루이는 텔레포트를 이용해 전장에 뛰어든다. [51] 정확히는 타리타는 별점쟁이가 아니다. 타리타는 자신의 영혼 자매이자 진짜 별점쟁이인 마리우리에게 "흑발 흑안의 여행자를 죽이지 않으면 대재앙이 일어난다"라는 전언을 들었을 뿐이며, 7장 극초반에 스바루를 죽이려 한 것도 이것 때문이다. [52] 로즈월은 세레나 드라클로이 상급백의 도움을 받기 위해 따로 행동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53] 프리스카 베네딕트를 낳은 친어머니이며, 프리스카를 낳은 뒤 곧바로 사망했다. [54] 렘이라는 이름이 진명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국민 하나하나의 이름까지 대부분 기억하는 아벨이 렘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