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Stab vest, 또는 stab proof vest. 방탄복이 총알을 막는 옷이듯, 칼 따위의 날붙이로부터 착용한 사람을 보호해 주는 옷을 방검복이라 한다.
2. 구조
방탄복처럼 칼날이 잘 안박히게 조밀하게 짜서 미끄러지게 하는 특수한 섬유(스펙트라)를 사용하거나, 내부에 플라스틱 내장재나 금속 판을 넣어 사용자를 보호하기도 한다.사실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초창기 방검복은 대부분 티타늄이나 강철 판재를 삽입해 막는 형태. 그냥 조끼 안에 얇은 철판 넣으면 되니까 그냥 조끼 안에 엉성하게 주머니를 만들어서 얇은 철판을 덧대거나, 철판도 없다면 적당히 단단한 무언가[1]를 넣는 것으로도 만들 수 있다. 두정갑과 사실상 동일한 구조. 도축, 발골업 종사자들도 사슬 앞치마가 필수템이다. 군경은 작전때나 칼을 맞지만 이쪽은 일상작업이 칼질이라 아차하면 발골도가 본인을 찌르기 때문이다.[2] 귀찮아서 벗고 하다가 부상당하는 사람도 많다.
2016년 독일 경찰특공대
SEK에서 방검복으로
사슬 갑옷을 착용한 모습. 디자인도 중세 사슬갑옷 그대로다. |
일부 제품은 사슬 갑옷을 쓰기도 하는데 상어 방어용 체인메일과 거의 비슷하다.
3. 사용처
대한민국 경찰청에서 운용하는 방검복 |
국내에서는 경찰이 주로 사용한다. 미국 경찰의 경우 용의자들이 총기를 소지할 수 있기 때문에 임무 수행에 있어서는 방탄복이 적합한 반면[3][4], 국내 경찰은 방검복이 방어용품으로 적합하다. 한국의 경우 총기가 민간에 거의 유포되지 않은 반면 칼 등의 날붙이를 이용한 범죄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 예전에는 범인이 휘두른 나이프에 어이없이 순직하는 경찰들이 많은데도 이것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경찰관들이 사비를 모아 맞춰 입는 안타까운 뉴스가 보도된 적도 있다. 다만 지금도 1인 1방검복이 아닌, 순찰차에 비치해 놓고 돌려쓰는 형식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가끔 교통정리나 시설방호하는 경찰관들을 보면 방검복 없이 맨몸으로 있는 경우도 많다.
해경과 해양수산부 어업관리단 직원들의 경우에는 부력 기능이 추가된 방검복을 착용한다. 이유는 당연히 중국어선들 단속 때문. 해상 단속인 만큼 물에 빠질 경우를 대비해 부력방검복을 입는데, 이청호 경장 살해사건으로 알 수 있듯이 이걸 착용해도 불법 어부들의 흉폭함을 당해내기 힘들다.
주취자를 이송하던 도중 소방공무원들이 폭행당하는 사건이 계속되면서 119구급대는 방검복은 물론 수갑, 포승, 가스분사기까지 경찰에 뒤지지 않는 장비를 갖추는 중이다.
간부급 조폭이나 조폭과 손을 잡고 일하는 특수업종 종사자들(주류도매상 혹은 사채업자)의 애용품이기도 하다.[5]
군견이나 경찰견에게 입히기도 한다.
4. 단점
현대에 검이나 도끼 같은 무겁고 큰 냉병기를 쓰는 일은 거의 없으니 방탄복은 플레이트 없이 방탄섬유로만 구성된 저등급 방탄복이라도 단검 정도의 작은 무기에 한해 어느 정도 저항성을 가진다.[6] 또한 소총탄을 막는 고등급 방탄복은 두꺼운 세라믹 패널이나 고강도 금속 재질인 방탄판을 삽입하는데, 이러면 단검은 물론, 전투용 활이나 롱소드도 막아 낼 수 있다. 플레이트가 없는 소프트스킨 방탄복이라고 해도 방탄섬유 자체가 '매우 질긴 섬유'이고 두께도 두껍기 때문에 손으로 휘두르거나 찌르는 한손칼 정도라면 의외로 어느 정도는 막아준다.[7] 반면 방검복은 총탄에 속수무책이라 미국처럼 총기가 허용된 동네에서는 거의 쓸모가 없고, 총기가 금지된 나라라고 해도 범인이 불법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면 역시 무방비가 된다. 오패산터널 총격 사건에서 범인에게 총이 있는지 모르고 방검복만 입고 긴급출동한 경찰이 순직한 이유.또한 둔기나 도끼와 같은 타격 무기에 대한 방어력이 약하다는 것도 단점이다. 단, 약하다고는 하지만 없는 것보단 몇 배는 낫고 애초에 둔기에 대한 효과적인 방호력을 확보하고 싶다면 방탄판이 들어가는 3~4등급 이상의 방탄복이나 전신을 감싸는 튼튼한 진압복, 갑옷을 입어야 한다. 게다가 저런 장병기는 동작이 크고, 그냥 멀리서도 보이니 이상하다 싶으면 도망가거나 미리 원거리 무기로 제압하면 그만이지 일부러 위험하게 근접하여 방검복 성능에 의지할 필요가 없다. 다만 직업이 경찰이나 해경이라 도끼 든 사람을 근거리에서 제압해야 한다면 그땐 방패나 총기를 쓸 수 있기를 빌어야 한다.
다른 단점으론 방어력이 높을수록 무겁다. 어찌보면 당연할 수 밖에 없을 단점인데 어느 정도의 방검 능력이 나오기 위해서는 당연히 무거운 패널이나 판을 삽입해서 제작해야 하다보니 이 무게 때문에 무거워질 수 밖에 없다. 현장에서 방검복을 사용하는 경우가 적과 교전 시의 방어를 위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피의자나 피고인 등을 추격, 검거할 때에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민첩성 하락은 상당히 큰 단점이다. 때문에 피의자나 피고인 등을 추격, 검거할 때에는 방검복 사용을 꺼리다가 피의자 등의 공격으로 다치는 일이 생각 외로 빈번하다. 실제로 시위대의 전성기를 이루던 70년대, 한국의 전경들은 방석복과 방패 등 갑주(...)를 차려입은 중보병 부대와 청바지와 운동화를 신은 경보병으로 나뉘어 중보병이 정면에서 막는 동안 경보병이 빠르게 달리는 전술을 사용했다. 고대시대나 현대시대나 몸이 무거우면 걸음이 느려진다.
그리고 상대방으로부터 오히려 목이나 고간 같은 급소에 대해 집요한 공격을 유발시키는 단점도 있다. 경호업체 종사자들은 방검복을 맹신하지 말고 위험한 시기에는 차라리 경호원을 고용하든가 누군가를 대동하고 다니라고 조언한다. 호신술 항목과 비교해 보면 좋은데, 최고의 호신술은 호신술이 필요할 상황을 아예 안 만드는 것.
그래도 방검 능력은 있는 게 없는 것보다는 나아서, 베트남 전쟁에서 방검 처리 같은 건 아닐지라도 강화 플레이트를 넣은 미 해병대의 M1955 방편복이 가진 방검 능력[8]이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베트남전 당시 부비트랩에 걸려 사망하는 미군의 사상사 수가 거의 정규 전투 사망자 수와 비슷할 정도로 부비트랩이 잦았는데, 부비트랩의 경우 보통 총 대신 폭탄이나 죽창, 칼 등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도움이 된 것이다. 또한 베트콩이 분변이나 독을 바른 못 함정을 자주 이용했기 때문에 바닥에 철판을 댄 안전화도 인기를 끌었다.
세상에 냉병기 공격을 100% 보호하는 방검복은 없다.[9] 본격적인 방검 효과를 노리려면 플레이트 삽입이 가능한 것을 써야 한다. 플레이트가 없는 방검복은 위력 있는 둔기에는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보호 효과가 없다.[10] 예를 들어서 범죄자가 망치 같은 타격력이 강한 공구나 파이프, 무거운 물건들을 흉기로 집어 들고 나타날 경우 방검복만 믿고 얕보는 것은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짓이다. 만약 타격력과 관통력을 동시에 갖춘 도끼, 삽, 곡괭이 같은 흉악한 위력의 공구들을 범죄자가 휘두르면 방검복도 뚫린다. 문명사회에서야 공구를 제외하면 대형 냉병기를 상대할 일이 실질적으로 없으며 저시인성도 중요하니 소프트 스킨 방검복이 가장 적합하지만, 본격적으로 냉병기가 사용되는 소설 등이라면 방검복을 갑옷처럼 묘사할 생각은 버리자. 현실의 보안업체 등에서 근접 전투를 상정하고 방검복을 구할 경우 적어도 플레이트가 들어간 수준을 구하든가 강력한 둔기에 대한 방어력은 포기하고 민첩성을 올리든가 양자택일 해야 한다. 그리고 당장에 냉병기가 사용되던 시절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도 둔기로 작정하고 두들길 경우 착용자는 골병들기 십상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냉병기를 100% 방호하는 방검복은 현실성은 전혀 없으며 판타지의 마법도구나 SF의 강화복의 영역이다.
본격적인 근접 전투를 상정할 경우 방검복보단 차라리 중세 기사들이 쓰던 고릿짝 판금갑옷이 더 뛰어나다. 방검복은 예상치 못한 검격으로부터 흉부와 복부 등 주요 신체기관을 보호하는 데는 적합하지만, 이미 방검복을 인지하고 본격적으로 공격해오는 상대에겐 다른 급소도 얼마든지 많기 때문에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 방검복이 감싸지 않는 머리나 하체를 주로 노리게 되고, 헬멧을 써서 머리를 보호하고 있어도 얼굴이나 목, 방검복이 없는 틈새를 노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독일에서 방검복으로 사슬 갑옷 형태를 채용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 의해서이다.
다만 방검복을 입은 것을 상대가 인지하고 공격할 경우, 흉기가 날아올 경로가 좁아지니 예측해서 제압하는 난이도가 더 내려간다는 장점은 분명히 있다. 동체의 주요 부위가 방검복으로 가려지면 공격자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된다. 적어도 충분한 운동성이 보장되는 유형의 방검복은 흉기를 든 상대론 입는 편이 실전에서 더 좋다.
현재 쓰이는 방호복 중 냉병기 공격을 가장 잘 막을만한 건 AR500 강철판과 같은 금속판들이다. 투석기 같은 공성 무기를 제외하면 비 화약무기 중 이 금속판을 뚫을 물건들은 극소수다. 애초에 AR-500 강판은 사격장에서 무수하게 총알을 얻어맞아야 하는 금속 표적판으로 쓰던 물건이고, 그 특징을 살려 방탄판으로도 쓰고 있다. 막은 납 탄환이 깨지며 파편이 튀어서 목과 팔에 튈 수 있어서 방탄판으로는 별로라는 평을 받기는 하지만 철갑탄 이하의 개인화기 탄환은 대부분 막아낼 수 있는 대단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으니, 사람 힘으로 쓰는 냉병기는 뚫을 방법이 없다.
5. 방검복의 기준
방검복의 보호 테스트는 미국의 경우 전통적인 "아이스 픽(송곳)" 방식이 쓰였다. 인간 성인이 아이스 픽을 들고 내리찍었을 때 관통하느냐 버티느냐를 나타내는 수치로, 1980년대 중반 미 캘리포니아 교정갱생국(범죄자의 교도와 가석방 관리 기관)에서 만든 기준인데, 송곳을 7.3kg 무게추에 매달아서 153cm 높이에서 떨어트려서 109줄의 위력으로 찍는 형태다. 방검복 뒤에 진흙이나 발리스틱 젤라틴을 놓아서 인체에 어느 정도 상해가 남는지 확인한다.사실 인간의 신체능력을 지나치게 높게 잡은 기준이긴 하지만, 하여튼 한때 방검복 계를 풍미한 기준으로, 당시에는 아직 베기에 대한 저항은 고려하지 않았다. 이 테스트가 도입되고 초창기에는 티타늄 판, 강판을 삽입한 딱딱한 방검복만이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었으나 차차 매우 조밀하게 짠 유연한 섬유제 방검복도 테스트를 통과하면서 섬유제 방검복 시대가 열린다. 전 섬유제 방검복이 최초로 테스트를 통과한 것은 1993년 터틀스킨 베스트라는 제품.
미국식 테스트와 병행해서 영국에서도 나름대로 테스트 기준을 마련했는데, PSDB 스탠더드니 HOSDB니 하는 것은 영국식 기준이다. 미국식과 조금 다른 것은, 미국식은 무게와 중력으로 내리찍어 높은 에너지를 내는 방식이지만 영국식은 에너지 기준은 25, 35, 45줄로 낮게 책정하는 대신 나이프의 속도를 높게 잡는 방식으로 현실성을 가미했다. 테스트에는 흔히 파는 나이프 몇 종을 구매해서 공기대포로 쏘아 날렸다.
또한 근래에는 커팅 레지스턴스 테스트도 추가로 하는데, 미국식 드롭 방식을 사용하되 상용 커터칼을 수평으로 매달아서 방검복을 측면으로 쭈욱 긋고 지나가는 형태. 섬유재 같은 것을 저미고 자르는데 특화된 칼날(서레이션)이 등장하면서 이런 베기 저항력 역시 크게 중시하게 되었고 현대적인 방검복 테스트는 찌르기와 베기 양자를 모두 한다.
미국식과 영국식 테스트 기준이 통합되면서 NIJ 기준 새로운 방검복 기준이 마련된다.
- 레벨 1(24줄) : 한손으로 순간적으로 찌르는 동작의 위력
- 레벨 2(33줄) : 한손으로 크게 휘두르는 위력
- 레벨 3(43줄) : 양 손으로 잡고 내리찍는 위력
방검 등급은 방탄 등급을 나타내는 NIJ 방탄 등급과는 별개의 것이다. 현대적인 아라미드 방탄섬유로 조밀하게 짜서 만드는 시판 방탄방검복 중에는 NIJ 방탄 3A급이면서, 방검 등급은 NIJ 방검 1급밖에 안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소프트 스킨 방검복은 찌르는 칼날을 아주 얇고 날카로운 나이프 날로 하여 힘껏 찌르면 뚫리더라는 유감스러운 결과가 나와서 아직 본격적인 방검복 레벨 2와 레벨 3에는 치명 부위를 보호하는 부가적인 판금이 덧붙여지는 편이다. 그래서 방검복 세계에서 레벨 2, 레벨 3짜리를 막는 것은 어지간한 라이플 방탄복보다 귀하고, 대부분의 방검복은 NIJ 방검 1 레벨 밖에 안된다.
이것은 사실상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흉기난동은 한손으로 쥐고 쓰는 짧은 흉기를 급작스럽게 빠르게 휘둘러서 찌르는 것이기 때문에 NIJ 레벨 1 이상의 방검 능력을 요하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레벨 2 정도면 칼이 아니라 도끼 같은걸 휘두르거나 하는 정도고 레벨 3에 준하는 에너지가 나오려면 상대방 몸 위에 올라타서 칼을 양 손에 쥐고 온 힘을 다해 내려찍어야 하는 수준이다. 무슨 중세시대도 아니고 현대의 군인, 경찰이 저런 걸 막아야 하는 상황은 거의 없다.
6. 방탄방검복
현대적인 방탄복과 방검복 효과를 겸하는 제품은 거리 순찰 중에 총 맞을 일과 칼 맞을 일이 모두 흔한 영국과 유럽 등지에서 요구되면서 등장한다. 미국에서는 주로 총 맞는 일만 흔한지라[11] 방탄방검복은 흔하지 않은 편. 일단 NIJ에서 방검복 테스트도 겸하기 때문에, 방탄복 업체가 제품 테스트하고 기준 매길 때 방검복 테스트도 같이 해달라고 하면 해준다.방탄방검복을 대놓고 입을 사람은 경찰뿐인지라, 고객들은 겉옷 안에 입을 수 있는 저시인성 얇은 조끼형 소프트아머를 주로 원하기 마련이다. 시판되는 민수용은 NIJ 방탄 레벨 2~3A와 NIJ 방검 레벨 1정도다. 미군은 군인이 경찰 치안 활동을 할 때를 대비해서 저시인성 제품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그 기준이 9mm 철갑탄과 캘리포니아식 아이스픽 기준을 통과하는 정도다.
방탄 성능과 상관없이 소프트가 아니라 하드 플레이트 방탄판을 쓴다면 기본적인 방검 성능은 당연히 갖추고 있다.
7. 국내에서 구매할 시
시판되는 방검복은 크게 레벨 인증이 없는 저가형(10만원 미만) 방검복과, 전문 업체에서 만드는 인증받은 방검복으로 나눌 수 있다.보안용품을 판매하는 업체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저렴한 경제형 방검복은 그냥 천으로(혹은 케블라 섬유로) 만든 조끼에, 알루미늄이나 단단한 플라스틱 판[12]을 넣어서 칼질을 막는다. 형태상 언더셔츠로 입기는 어렵고, 조끼형을 사용한다. 일부는 사실상 방어력이 레벨 1도 안 되지만 미약하나마 방검 효과가 있다고 방검복이라고 판매하기도 한다. 이런 염가 방검복은 NIJ 테스트 같은 것은 전혀 하지 않아서 레벨 따지긴 좀 어려운 물건이지만 이거나마 아쉬운 사람들이 사입으며, 소프트 아머 방검복의 방어력도 어차피 시원찮기 때문에 그럭저럭 쓸 만하다고. 청원경찰이나 경비업체, 보안업체 사람이 방탄복 비슷하게 두께가 있는 것 같은데 방탄복은 아닌 듯한 조금 추레한 조끼를 입고 있다면 이런 경제형 방검복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만드는 저가형 방검복이 약 5만원 이하로 매우 저렴하게 판매되는 추세다.
그래도 이런 경제형이라 해도 안 입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레벨 인증을 안 받았다고 해서 방어력이 무조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식칼을 휘둘러서 금속이나 플라스틱 판을 단번에 뚫거나 쪼개버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13] 본격적인 살상용 냉병기가 아닌 식칼, 과도 정도는 가죽이나 두터운 섬유만 되어도 약간의 방어력을 제공하고[14], 강화 플라스틱이나 금속 플레이트 정도면 상당한 방어력을 제공한다. 물론 판금갑옷 수준은 아니므로 한 대 맞아주며 도망가든, 한 대 맞아주며 상대를 제압하자. 한국은 총기범죄가 극히 드물고, 흉기를 사용한 범죄도 휴대 가능한 주머니칼, 식칼이나 회칼 등이지 도끼나 장검 등 본격적인 살상용 냉병기는 드물기 때문에 방검복 성능도 그에 맞추게 되는 것이다. 또한 굳이 미국으로 제품을 보내 NIJ 인증까지 받아가며 판매할 의사가 없는 업체도 많다. 드물긴 하지만 자체적으로 아이스픽 드롭 테스트를 해서 판매하는 업체도 있긴 하다.
주의할 점으로는 방검복이 아니라 얇은 방검/베임 "저항" 셔츠나 조끼 같은 것을 판매하는 곳도 있는데, 이런 제품들은 정육점이나 기타 날붙이를 쓰는 작업장에서 일할 때 부상을 줄여주는 보호구로서 제대로 된 방검성능은 기대하지 않는것이 좋다. 보통은 찔리는 것 보다는 베이는 것의 방호에 더 중점을 둔 물건들이다.
본격적인 방탄복 업체에서 만드는 방검복과 방탄방검복은 스펙트라나 스타본드 등의 방탄, 방검 소재로 만든 유연한 것 또는 방탄소재 + 급소 부위를 가리는 방검판재 정도로 만들며, 거의 NIJ 방검 레벨 1짜리뿐이다. 이쪽은 그래도 꽤 신경써서 만들고, 몇몇 제품들은 방탄효과가 있으며 보통 안에 입는 저시인성 디자인을 갖고 있다. 소프트스킨 방검복은 약 40~50만 원대이며, 방탄방검복은 방탄 레벨에 따라 70~110만 원대에 달한다.
사실 이런 저시인성이 중요한데, 대놓고 두툼한 플레이트 넣은 방검복을 입으면 지나치게 눈에 띄고 답답하기도 해서다. 베트남에서 구르던 미군이 방편복을 벗어버릴 정도로 간편함은 중요한 문제고, 동시에 비싸지는 원인이기도 하다. 남의 눈을 신경쓰지 않으면 대놓고 철판갑옷을 입으면 그만이니. 결국 각종 방탄방검복의 가격 차이에서 오는 제일 큰 차이점은 동일하거나 더 나은 방호력에 얼마나 더 무게가 가볍고 얇으며 착용하기 편한가의 기준에 달려 있다. 사용하는 기술 및 재료가 좋을수록 당연히 가볍고 편하다.
참고로 방탄방검복을 판매할 때에는 NIJ 방검레벨을 강조하기보다는 방탄레벨을 강조하는 경향이 크다. 잘 모르는 사람은 NIJ 레벨 3A라고 적혀있으니까 방검도 잘 되는 줄 알고 살 수 있는데, 아무리 비싸게 샀어도 당신의 방탄방검복은 NIJ 방검 레벨 1이다. 그러니 비싸게 산 방탄방검복이라고 안심하고 칼을 몸으로 받는 짓은 안 하는 게 좋다.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을 DIY해도 나쁘지 않다. 의외로 주변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보호구 중에 가볍고 탄탄한 것들도 괜찮은데, 예를 들자면 두터운 강화플라스틱제 팔다리 보호구이다.[15] 제품마다 내구성 차이가 있으니 주의해야 하지만 테이프나 착용끈 등으로 팔다리에 잘 부착하면 작은 나이프나 각목 정도엔 상당한 방호성능이 있다. 굳이 강화플라스틱이 아니라 아크릴 판만 되어도 조끼에 삽입하면 식칼정도는 막는다.
8. 매체
범죄도시에서 마석도가 황춘식에게 넘겨주었다. 황춘식은 이 방검복 덕에 흑룡파 조직원의 칼을 막아내어 목숨을 건졌고, 최후에 "방검복 빚은 다 갚았어라."라고 말했다.백동호가 집필한 실미도[16]에서는 혹시 모를 암살에 대비해서 교도소마다 보급되는 작은 성경책을 이어붙여 조끼의 형태의 방검복을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1]
단단하게 끓이거나 말린
가죽부터 두께가 좀 되는 플라스틱, 종이 여러 장, 합판 등 칼만 막을 수 있다면 다양한 것을 넣을 수 있을 것이다.
[2]
발골도인 만큼 일반적인 칼들보다 더 예리하기도 하고 발골작업 자체가 힘을 많이 쓰는 일이라 삐끗하기 쉽다.
[3]
어디를 막론하고 필수 착용이다. 근무복 차림으로 보이는 경찰도 자세히 살펴보면 근무복 안에 방탄복을 받쳐 입은 모양이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
[4]
대부분의 방탄복은 방검 기능 또한 갖추는 경우가 많기에 무게가 좀 더 무겁고 더 거추장스럽다는 점만 빼면 상위호환이다.
[5]
실제로 방검복이 널리 알려지기 전에는 조폭 간부급들이 호신용으로
공중전화번호책 같은 책 무더기를 복대 안에 차고 다녔다. 90년대에 제작된 조폭 다큐멘터리에서는 보복 가능성 때문에 여관 방을 옮겨가며 자야 하는 한 조폭 간부가 여관방에 도착하자 복대를 푸는데 초등학생 자습서 등등이 쏟아져 나오기도. 2010년대에 MBC에서 방영한 조직폭력배에 다룬 다큐멘터리에 의하면 행동대장급부터는 필수품이라고 한다. 귀가한 조폭을 인터뷰하는데 옷을 벗은 다음 방검복도 벗어 자연스럽게 옷걸이에 걸어놓는다. 21세기에 들어서며 동네 갱단들도 자동소총에 방탄복 풀세트를 맞추는데 방검복이라고 안 맞출 리가 없다. 가격이 수십만 원이라 해도 작업도구로 간주하면 된다. 거기다 몇십만 원 아깝다고 방검복 안 입었다 칼에 찔려 중환자실에 가면 나오는 비용이 더한데다 죽으면 말할 것도 없다.
[6]
케블라, 스펙트라, M5 등의 방탄복에 사용되는 섬유는 굉장히 질기고 튼튼하며, 두께도 상당하기 때문에 과도 정도의 무기는 막을 수 있다.
[7]
옛날에 형사들이 가죽 점퍼나 청잠바 입고 다니면서 약간의 방검 효과를 노리곤 했는데, 적어도 그런 것보다는 훨씬 도움이 된다고 보면 된다. 다만 방검복 테스트 항목을 보면 알겠듯이 송곳이나 스파이크형 대검이나 창 등의 한점에 가늘게 찌르는 형태의 냉병기에는 거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본격적인 사슬 갑옷도 뚫어버리는 찌르기를 섬유로 막겠다면 양심이 없는 것이다) 일반적인 방탄복이 방검효과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이러한 형태에 대해 말하는 것이지 식칼같은 일반적인 나이프에 대한 방호력은 상당하다. 2012년 하반기 기준으로 사용되는 군-경 제식 방탄복은 방검 효과가 같이 들어있다.
[8]
당시에는
케블라나 세라믹 플레이트 같은 신소재의 부재로 인해 직격탄을 효과적으로 막기가 어려웠고, 폭발물 파편과 폭압에 대한 방호를 위해 방편복을 입었다. M1955의 경우에는 M1965와 달리 강화 플레이트를 넣은 덕분에 의도했든 아니든 방검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9]
그래서 Stab "Proof" 대신 Stab "Resistance"라는 단어를 쓰기도 한다.
[10]
엄밀하게 말하면 둔기에 대해 플레이트가 없다면 두꺼운 옷을 입은 정도의 보호력이라 생각하면 된다. 약간 보호해 주나 타격력이 워낙 커서 사용자가 큰 충격을 받는 것이다.
[11]
그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총을 들고 마구 쏜다고 보아도 그렇게까지 심한 과장이 아니기 때문에 총잡이보다 칼잡이의 입지가 매우 좁다.
[12]
도마 같은 재질을 생각하면 쉽다
[13]
오히려 인증받은 섬유형 방검복보다 이런 무식하게 철판을 넣어서 막아내는 저가형 방검복이 더 방호력이 좋은 경우도 있다.
[14]
중세 유럽에서는 가죽갑옷 입은 사람이 참격을 맞아주며 태클을 걸어 이긴 사례가 많다. 식칼이 아니라 본격적인 전투용 검 말이다. 물론 당대의
가죽 갑옷은 가죽을 무두질한 뒤, 끓이고 다시 말리거나 약품 처리를 하는 등 전투용으로 쓰기 위해 특수한 처리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쨌든 가죽이 생각보다 만만한 물질은 아니라는 것. 게다가 무두질도 안 하고, 그냥 짐승의 가죽을 벗겨서 모피째 말린 극히 원시적인 갑옷의 경우도, 12세기 영국의 기록을 보면 바이킹이 곰 모피를 갑옷처럼 두르고 침공해와서 맞서싸우려고 했는데 칼로 쳐도 가죽이 베이지 않았다는 기록도 있다.
[15]
격투기, 럭비, 인라인, 바이크 등 개조하기 좋은 보호구 기본 소재는 아주 다양하다. 물론 흉기를 막을 정도로 단단하고 몸에 잘 맞을 경우 개조 없이 그대로 써도 된다.
[16]
영화로 알려진 그 실미도의 원작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