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8-26 01:03:44

2015 코파 아메리카 칠레/팀별 리뷰

1. 소개

2015 코파 아메리카 칠레에서 있었던 팀들에 대한 리뷰를 모은 문서이다.

2. 조별 라운드 탈락

2.1. 에콰도르

에콰도르는 베네수엘라와 함께 남미에서 최하위를 다투던 나라로, 21세기 이전에는 남미에서 베네수엘라와 함께 유이하게 월드컵도 나가보지 못한 두 나라였다. 그러나 에콰도르는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에서 처음으로 월드컵에 나가면서 나름 잘 나갔는데, 4년 후 2006 FIFA 월드컵 독일에서는 예선부터 우루과이를 플레이오프로 떨어뜨리고 본선에 가더니,[1] 본선에서는 폴란드를 떨어뜨리고 16강까지 올랐다. 16강에서 잉글랜드에게 패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남미에서 두드려 맞기만 했던 동네북이기만 했던 에콰도르였기에 월드컵 16강만 해도 경사가 아닐 수가 없었다. 2010 FIFA 월드컵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예선에서 떨어지며 위기도 있었지만, 2014 FIFA 월드컵 브라질에서는 또 다시 우루과이를 플레이오프로 떨어뜨리고 7승 4무 5패,[2] 예선 4위로 본선에 올랐다. 프랑스와 스위스에 막혀 조별 라운드에서 떨어지기는 했지만, 21세기의 월드컵에서만큼은 페루보다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에콰도르는 이번 코파 아메리카에서는 부진을 면하지 못했다. 같은 조에 호스트 칠레가 있었고, 그들에게 개막전에서 0-2로 패한 건 칠레가 워낙 떠오르는 강국이기에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에콰도르와 마찬가지로 홈에서만 잘하기로 유명한 볼리비아는 에콰도르가 충분히 어떻게 해볼만 한 나라들이었다. 그러나 에콰도르는 볼리비아와의 2차전에서 전반에만 세 골을 내주며 무너졌고, 결국 이 패배는 에콰도르의 8강 진출을 막아버렸다. 마지막 경기에서 멕시코를 이기기는 했지만, 이미 2패를 당해 멕시코를 이겨도 승점은 3점에 불과했다. 3위 자리는 어찌 찾아갔지만, 그들과 순위 경쟁을 하게 된 다른 조의 3위들은 무려 우루과이와 콜롬비아였다. 결국 조별 라운드에서 승점 4점씩을 올린 우루과이와 콜롬비아에 밀려 에콰도르는 3위를 하고도 조별 라운드에서 떨어진 유일한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사실 에콰도르의 줏대없는 경기력은 지난 월드컵 예선에서부터 알 수 있었다. 홈에서는 아르헨티나와만 비기고 다 이길 만큼 강력했지만, 적지에서는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대회는 에콰도르가 아닌 칠레에서 열리는 대회였다. 그들은 적진에서도 싸우는 법을 1년 동안 연구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으니 에콰도르의 부진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였다.

총 성적: 1승 2패(A조 3위), 조별 라운드 탈락

2.2. 멕시코

멕시코는 남미 국가가 아니기는 하지만 1993년부터 코파 아메리카에는 특별 초청국 자격으로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출전했다. 이 중 준우승을 2번이나 차지해봤고, 준결승 진출도 세 번이나 해보는 등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던 멕시코이지만, 이번 대회에는 코파보다는 북중미 대회인 골드컵에 더 치중하려고 했던 것 같다. 만약 그들이 총 전력으로 나왔으면 토너먼트 진출은 물론 우승을 차지해도 이상하지 않을 강국의 모습을 보였겠지만, 2군으로 그런 모습을 보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첫 경기에서 볼리비아와 지루한 경기 끝에 무를 캤고, 칠레를 상대로는 3-0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3-3까지 따라잡으며 2군이라도 역시는 역시 역시인 듯한 경기력을 보였다. 하지만 그래놓고 자신보다 CONMEBOL 순위도 낮은 데다가 2연패로 이미 답도 없는 에콰도르에게 패하면서 결국 조 최하위로 광탈하고 말았다.

그리고 약 한 달 뒤, 멕시코는 총 전력으로 출전한 골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였다.

총 성적: 2무 1패(A조 4위), 조별 라운드 탈락

2.3. 자메이카

자메이카는 멕시코와 더불어 이번 대회에 초청국 자격으로 출전, 처음으로 출전하는 코파 아메리카 대회에서 화려한 데뷔전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첫 과제는 그야말로 끔찍했고,[3] 결국 3전 전패를 면하지 못했다.[4]

그리고 자메이카는, 한 달 뒤 열린 골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였다.[5] 북중미보다 몇 배는 빡센 남미 대회 가서 몸 푼 결과 미국, 코스타리카 : 이 새끼들아 반칙이다

총 성적: 3패(B조 4위), 조별 라운드 탈락

2.4. 베네수엘라

남미 공식 동네북(...)[6] 베네수엘라이지만 최근 그들은 큰 발전을 보였다. 특히 4년 전 아르헨티나 대회에서는 정말 대단했는데, 조별리그에서 대회 준우승국 파라과이 뿐 아니라 무려 브라질을 상대로도 무를 캤고, 한때 동네북 동지였던 에콰도르에게 승리를 거두면서 8강에 올랐고, 8강에서도 다크호스 칠레를 탈락시키며 준결승까지 올랐다. 비록 조별리그에서 만났던 파라과이를 다시 만나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첫 우승에 실패했지만, 후끈 달아오른 그들의 경기력은 그대로 식지 않고 3년 후에 있을 월드컵 예선까지 이어져 페루, 볼리비아, 파라과이 등을 제치고 계속 중위권에 머물며 여러 나라의 똥줄을 태웠다. 비록 아쉽게 6위를 차지하며 사상 첫 월드컵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더 이상 그들은 남미에서 동네북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대회 또한 베네수엘라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시작은 좋았다. 작년 월드컵에서 팀플레이상까지 받으며 8강까지 올랐던 콜롬비아를 1-0으로 잡으며 지난 대회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이변의 주인공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대회에서만 반짝했던 그들이 매번 코파만 오면 강해지는 페루 또 안방에서 월드컵 우승을 놓치며 약이 오를대로 오른 브라질의 맹공까지 막아낼 수는 없었다. 결국 두 경기에서 내리 패했고, 그러던 와중에 첫 경기에서 베네수엘라의 희생양이었던 콜롬비아에게 브라질을 격파하는 이변 아닌 이변을 선보이고 페루와 비기며 단숨에 승점을 역전해버렸다. 결국 베네수엘라는 1승 2패라는 성적으로 C조에서 유일하게 조별리그에서 짐을 싸고 말았다.

총 성적: 1승 2패(C조 4위), 조별 라운드 탈락

3. 8강 진출

3.1. 우루과이

4년 전과 달리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디펜딩 챔피언 우루과이의 분위기는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대체불가 에이스가 작년에 월드컵에서 또 핵이빨이라는 기행[7]을 보이며 대회에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월드컵 이후로 팀의 세대교체도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8] 결과 조별리그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한 수 아래이자 지난 대회 우승 제물이었던 파라과이에게 밀려 조 3위로 겨우 8강에 합류하기는 했지만, 수아레스를 대체해야 할 에딘손 카바니 또한 대회 도중 친부가 음주운전으로 인한 살인을 저지르며 여론의 질타를 피할 수 없었다.[9] 그런 가운데 우루과이는 자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한창 절정을 달리고 있던 칠레를 8강에서 만났고, 맨정신으로 싸워도 어려운 상대인 칠레가 그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상대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경기는 시작됐고, 아니나 다를까 우루과이는 홈 팬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칠레가 퍼붓는 닥공을 막아내는데 급급했다. 반격을 노렸지만 칠레의 수비는 공격만큼이나 발이 빠르고 빈틈이 없었다. 그러던 후반 18분, 칠레의 수비수 곤살로 하라가 카바니의 항문을 찌르는 비신사적인 행위가 발생했고, 이에 분노한 카바니가 하라의 뺨을 때리고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골을 넣어야 하는 경기에서 유일한 골루트를 잃어버리고 전의를 상실해버린 우루과이는 결국 후반 36분, 칠레의 마우리시오 이슬라에게 결승골을 내주고 짐을 싸야 했다. 최근 칠레 축구의 강세를 보면 이변까지는 아니었지만 코파 최다 우승국이자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우루과이의 이번 여정은 생각보다 짧았다.

총 성적: 1승 1무 2패(B조 3위), 8강 진출

3.2. 볼리비아

해발 3600m라는 살인적인 고도를 자랑하는 홈 이점 덕에 볼리비아는 안방 챔피언이라는 비아냥을 피할 수 없었다. 코파 대회에서도 자신의 안방에서 열린 두 번의 대회에서만 결승까지 올랐고, 그 중 한 번은 그들의 유일한 코파 아메리카 우승으로 이어졌다. 다른 나라에서 열린 코파 대회에는 22번이나 출전했지만 토너먼트에 진출한 건 겨우 1번이었다.[10] 그야말로 경기력은 남미의 동네북 베네수엘라와 비슷비슷하지만 다른 나라 선수들은 공포에 질릴 수 밖에 없는 고도라는 무기를 장착해 베네수엘라보다는 강하다는 느낌을 받은 나라가 바로 볼리비아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첫 경기에서 멕시코를 상대로 실점 없이 경기를 마쳤고, 두 번째 경기에서는 에콰도르에게 3-2로 승리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칠레에게 5-0으로 깨지며 앞의 거품이 모두 빠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난 월드컵에 출전하기도 했던 에콰도르를 잡은 게 크게 작용해 조 2위로 토너먼트에 올라갔다. 이후 8강에서 코파의 강자 페루를 만나 페루의 최다 득점자 파올로 게레로에게 해트트릭을 얻어맞고 탈락하기는 했지만, 그들에게는 20년 만에 토너먼트에 오른 것만으로도 값진 성과가 아닐 수 없을 듯하다.

총 성적: 1승 1무 2패(A조 2위), 8강 진출

3.3. 콜롬비아

월드컵과는 유독 인연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던 콜롬비아는 작년 월드컵에서 그 평가를 제대로 뒤엎었다. 남미 예선부터 당시 인간계 최강 스트라이커라고 불리던 라다멜 팔카오를 필두로 막강 화력을 자랑하며 아르헨티나에 이어 2위로 16년 만의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었고, 이 과정에서 치솟은 피파랭킹 덕분에[11] 시드배정을 받고 꿀조에 배정되어[12] 3전 전승으로 16강에 올랐다. 이후 16강에서는 이빨 빠진 호랑이 우루과이를 상대로 대회 최고의 골과 함께 2-0으로 승리하며 8강까지 올랐고, 8강에서는 개최국 브라질을 만나 2-1로 패했다. 정말 무서운 사실은 당시 월드컵에는 한창 전성기를 보내고 있던 팔카오가 대회 직전 부상으로 나오지 못했는데, 그런데도 콜롬비아 역대 최고 성적을 수립했다는 것이다. 물론 대회 득점왕까지 차지하며 팔카오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운 하메스의 덕도 컸지만...

월드컵에서의 성적 때문에 이번 코파 아메리카에서 콜롬비아 역시 우승후보로도 많이 꼽혔지만, 막상 대회가 시작되니 콜롬비아는 급격히 부진했다. 첫 상대인 남미 최약체 베네수엘라에게 쩔쩔매더니 0-1로 패하면서 베네수엘라에게 이번 대회 유일한 승점을 선물했다. 두 번째 상대는 자국에서 열린 두 번째 월드컵에서 제대로 피본 브라질. 비록 콜롬비아는 센터백 헤이손 무리요의 결승골[13]로 1-0으로 승리하면서 2년 전 월드컵에서의 한을 풀기는 했지만 경기 종료 후 네이마르 주니오르와 또 다시 부딪혀 네이마르는 징계를 받게 되었고, 2년 전에도 서로 으르렁댔던[14] 두 나라의 사이는 더 악화되기만 했다. 그런 와중에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는 코파 아메리카 강자 페루. 접전 끝에 무승부로 경기를 마친 콜롬비아는 페루에게 다득점에서 밀려 C조 3위가 되었고, 3위 간의 승점 비교에서 에콰도르를 밀어내고 천신만고 끝에 8강에 올랐다. 하지만 그들의 8강 상대는 남미 최강의 전력을 갖춘 아르헨티나. 그들의 전후반 내용은 너무나도 일방적이었다. 콜롬비아는 아르헨티나에게 신나게 쥐어터지기만 했고, 아르헨티나는 정신없이 막기만 하는 콜롬비아의 골문에 결국 골을 넣지 못했다. 그렇게 이들의 90분 경기는 0-0으로 끝이 났고, 승부차기로 승자와 패자를 가리게 되었다.

그리고 코파 역사에 남을 역대급 예능 승부차기가 시작되는데...

초반은 양국 모두 나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와 콜롬비아 모두 세 명의 키커들이 연달아 성공했다.[15] 그리고 루이스 무리엘이 콜롬비아의 네 번째 킥을 시도했다. 하지만 웬일인지 공은 하늘로 향해 날아가버렸고, 아르헨티나는 준결승에 오를 결정적인 첫 번째 기회를 맞이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네 번째 키커로 등장한 선수는 에세키엘 라베찌. 그의 성공으로 콜롬비아는 반드시 넣어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였고, 그 킥의 주인공 에드윈 카르도나는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끌고 갔다. 그래도 아르헨티나의 마지막 키커 루카스 빌리아가 골을 성공시키면 여지없이 주저앉게 되는 콜롬비아였다. 하지만...

빌리아의 킥 역시 골문을 벗어나고 말았다! 아르헨티나 또한 마지막 키커가 실축을 해버리면서 승부는 다시 균형을 맞췄고, 두 나라 모두 5명의 키커가 킥을 했음에도 승부가 나지 않아 승부차기는 서든데스까지 가버렸다. 죽다 살아난 콜롬비아의 6번 키커는 후안 수니가. 하지만 수니가의 킥이 이번에는 아르헨티나의 세르히오 로메로 골키퍼에게 막혀버리면서 콜롬비아는 다시 벼랑 끝으로 몰리고 말았다. 이번에야말로 아르헨티나는 긴 승부를 끝낼 마지막 두 번째 기회를 맞이한 셈이었다. 하지만… 또?

이번에도 아르헨티나는 승부를 끝내는데 실패해버렸다. 그 웬수는 바로 마르코스 로호. 로호가 킥을 힘껏 시도한 것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와버리면서 콜롬비아는 이번에도 죽다가 살아났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두 번의 기회를 모두 날려버리면서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고, 그러던 와중에 콜롬비아의 7번 키커이자 이번 대회 콜롬비아의 유일한 득점자 헤이손 무리요가 등장했다. 극적으로 찾아온 콜롬비아의 두번째 기회. 하지만 무리요도 웬일인지 공은 허공으로 높게 띄워버리고 말았고, 삼연뻥 달성 아르헨티나는 다시 승부를 끝낼 세 번째기회를 맞이했다. 키커는 4년 전 승부차기에서 실축을 하며 아르헨티나의 8강 탈락의 주범이 되어버렸던 카를로스 테베스. 4년 전의 데자뷔가 될 것인지, 안 좋은 기억을 날려버릴 것인지 기로에 선 테베스는 노련하게 킥을 성공시켰고, 경기는 아르헨티나의 승리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코파에서도 보여주기를 원했지만, 두 번이나 찾아온 기회를 놓친 게 두고두고 아쉬울 콜롬비아였다.

총 성적: 1승 2무 1패(C조 3위), 8강 진출

3.4. 브라질

64년을 기다린 자국에서의 월드컵에서 다시 한 번 비극을 쓰고만 브라질. 이전의 슬픔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도 큰 슬픔이었기에 그 슬픔을 완전히 잊지는 못하겠지만, 코파 아메리카 우승으로나마 자국민들을 달래기 위해 총 전력으로 대회에 참가했다. 하지만 페루를 상대로 한 첫 경기부터 전반 1분 만에 선제골을 내주며 흔들렸다. 물론 이내 네이마르 주니오르가 동점골을 성공시켰고, 경기 막판에 더글라스 코스타가 결승골까지 터뜨리며 승리는 거뒀지만, 비극으로 인한 팀의 어수선함은 여전히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콜롬비아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 0-1로 패하고 말았다! 물론 콜롬비아도 축구 강국이라 패할 수는 있었지만, 문제는 경기 후 브라질의 에이스 네이마르가 콜롬비아의 수비수 파블로 아르메로에게 공을 세게 차서 맞추는 행위로 출전 정지를 받게 된 것이다. 브라질에서 네이마르가 빠지면 어떻게 되는지 작년에 제대로 지켜본 자국민들이었기에 이러다가 광탈하는 거 아니냐라는 말도 많이 나왔지만, 다행히도 마지막 상대는 남미 최약체 베네수엘라였다. 승리는 거뒀지만 졸전이 아닐 수 없었고, 짜증나던 와중에 브라질은 8강에서 4년 전의 빚이 있는 파라과이를 만나고 말았다. 분을 풀기에 적합한 상대를 만난 브라질은 조별리그와 달리 초반부터 호비뉴의 선제골로 앞서갔고, 이 분위기라면 무난히 준결승으로 올라가 영원한 라이벌 아르헨티나와의 빅매치가 형성되는 듯했다. 하지만 경기 종료를 10여 분 앞두고 브라질의 치아구 시우바가 페널티 박스에서 공에 손을 대고 말았고, 결국 페널티킥을 얻어낸 파라과이가 동점을 만들며 다시 한 번 두 나라는 승부차기로 준결승행을 겨루게 되었다.

두 나라 중 이기는 법을 더 잘 아는 나라는 브라질이었을텐데도, 이상하게 브라질은 승부차기에서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다. 물론 실책이야 할 수는 있지만, 골키퍼에게 막힌 것도 아니고 골대를 벗어나는 슛을 두 번이나 선보이면서 다시 한 번 파라과이에게 8강에서 승부차기로 패하기 일보직전의 상황까지 되고야 말았다. 그러던 중 파라과이의 로케 산타 크루스가 준결승행을 결정지을 수 있는 슛을 허공으로 날리고 말았고, 브라질의 쿠티뉴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제 제페르송 골키퍼가 파라과이의 마지막 키커이자 동점골의 주인공, 데를리스 곤살레스의 킥을 막기만 하면 승부를 더 끌고 갈 수 있는 브라질. 하지만 곤살레스는 브라질과 달리 떨지 않고 킥을 시도했고, 브라질은 4년 전에 이어 이번에도 파라과이에게 무릎을 꿇으며 작년의 슬픔을 달래지 못했다.

총 성적: 2승 1무 1패(C조 1위), 8강 진출

4. BEST 4

4.1. 파라과이

최근 다른 나라들의 급부상에 밀려 브라질 월드컵 예선에서 번번히 최하위로 탈락해서 그렇지 파라과이는 월드컵에도 몇 차례 나가봤고, 토너먼트에도 두 번이나 올라가 본 나름 잔뼈가 굵은 나라다. 심지어 불과 5년 전에는 월드컵 8강까지 올라가기도 했고, 4년 전 코파 대회에서는 전 경기 무승부로 결승까지 올라가 결승전에서 패해 5무 1패라는 경이로운 성적으로 준우승도 차지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브라질도 승부차기로 잡았었는데, 이번 대회에서 그 경기가 데자뷔가 될 줄은 그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조별리그에서 1패도 없이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8강에 올랐지만, 그들의 상대는 브라질이었다. 4년 전에도 파라과이 때문에 코파 대회에서 짐을 싼 원한, 작년 월드컵에서의 좌절, 네이마르의 중도 하차 등으로 흥분할 대로 흥분한 브라질의 분풀이 상대가 될 위기에 처한 파라과이는 의외로 브라질에게 호락호락 당하지 않았다. 호비뉴에게 선제골을 내주기는 했지만, 계속 브라질에게 맹공을 퍼부은 끝에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성공시키며 지난 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브라질을 승부차기로 끌고 오는데 성공했다.

브라질은 두 번째 키커 에베르통 히베이루부터 흔들렸다. 구석을 노리고 살짝 찬 공이 완전히 골문을 벗어나고 말았고, 파라과이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두 번째 킥을 성공시키며 유일한 고지를 선점했다. 침착하게 세 번째 키커까지 파라과이가 모두 성공을 시키자, 평정심을 완전히 잃은 브라질의 네 번째 키커 더글라스 코스타전날 아르헨티나와의 승부차기에서 콜롬비아 선수들이 선보인 그 장면을 그대로 재현하고 말았다. 경기는 마침내 파라과이의 네 번째 키커 로케 산타 크루스가 성공시키면 파라과이가 올라가는 상황으로까지 가 버렸고, 산타 크루스는 그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며 브라질에게 일말의 기대를 안게 했다. 하지만 이미 승패는 너무도 기울어 있었고, 브라질과 파라과이의 마지막 키커들이 모두 골을 성공시키면서 파라과이가 1점 차이로 다시 한 번 브라질을 집으로 보내고 준결승에 올랐다.

이후 준결승에서는 조별리그에서 만났던 아르헨티나를 다시 만나 1-6으로 완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3,4위 결정전에서도 페루에게 패해 목은 허전하게 대회를 마감했다.

총 성적: 1승 3무 2패(B조 2위), 4위

4.2. 페루

명불허전의 강호 브라질과 신흥 강호 콜롬비아까지... 만만찮은 조였지만 페루도 코파에서만큼은 주눅들 이유가 없었다. 코파에서만 6연속 토너먼트 진출이라는 진기록도 세우고 있던 페루인데, 이 기록을 가지고 있는 다른 나라는 브라질 뿐이다.[16] 하지만 1년 뒤 브라질은... 첫 경기에서 만난 브라질에게는 역전패하기는 했지만 경기 초반부터 선제골을 넣는 등 선전했고, 다음 경기에서는 콜롬비아를 잡고 한창 분위기가 좋던 베네수엘라를 꺾으며 단잠을 제대로 깨워줬다. 마지막 경기에서도 전 경기에서 브라질을 잡은 콜롬비아를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고 무승부로 경기를 끝냈다. 이 과정에서 콜롬비아보다 1득점을 더 기록한 페루는 다득점 원칙에 따라 콜롬비아를 3위로 밀어내고 C조 2위로 8강에 오르며 7연속 코파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했고, 그 다음 상대로는 피투성이가 된 채 겨우 8강에 오른 볼리비아를 만난 덕에 이번 대회 처음이자 마지막 헤트트릭까지 거두며 승리, 단숨에 준결승까지 올랐다.

준결승 상대는 개최국이자 강력한 우승후보 칠레. 하지만 페루의 코파 집중력은 정말이지 대단했다. 전반 41분에 에두아르도 바르가스에게 선제골을 내주면서 끌려가나 싶더니, 칠레를 끈질기게 위협한 끝에 칠레의 센터백 가리 메델의 자책골을 유도하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버렸다. 이후 칠레의 바르가스에게 원더골을 내주면서 1-2로 패하긴 했지만, 한 명이 퇴장당한 상황에서도 졌잘싸의 표본의 경기력을 뽐내며 왜 자신이 코파 강자인지를 보여주었다. 이후 3, 4위 결정전에서는 아르헨티나에게 관광당한 파라과이를 상대로도 2-0 승리를 거두면서 4년 전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최종 3위, 두 대회 연속 3위를 달성하였다.

총 성적: 3승 1무 2패(C조 2위), 3위

4.3.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가 2014 월드컵 결승전에서 우승을 놓친 것은 두고두고 한이 되었다. 클럽에서는 수없이 정상에 올랐지만 국가대표팀에서는 정상과 연이 없었던 아르헨티나의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의 대관식이 될 수도 있었고, 우승했다면 남미의 영원한 라이벌의 안방에서 들어올리는 우승이었기에 더 큰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월드컵은 놓쳤지만 아르헨티나는 다음 해에 와신상담하여 코파 아메리카 우승을 노렸다. 아무래도 아르헨티나는 코파 우승 경험도 14번이나 있고, 그들에게는 자신과 더불어 남미의 양대산맥인 브라질만 제외하면 월드컵보다는 훨씬 난이도가 수월했기에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메시 세대의 첫 우승컵을 들어올리겠다는 각오로 이를 악물고 대회에 참가하였다.

우승을 충분히 노릴 수 있는 이 줄줄이 8강에서 짐을 싸면서 아르헨티나의 우승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4년 전, 자국에서 열린 코파 대회에서 아르헨티나를 8강에서 떨어뜨리고 우승을 차지했던 우루과이는 루이스 수아레스가 징계로 불참한 가운데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8강에서 떨어졌고, 브라질 역시 대회 도중 네이마르 주니오르가 콜롬비아와의 경기 후 보인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징계를 받으며 어지러운 분위기 속에 8강에서 짐을 쌌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8강에서 만난 복병 콜롬비아를 승부차기 끝에 어렵게 이겨 준결승에 올랐고, 조별리그에서 무승부를 거두며 찝찝했던 상대 파라과이마저 준결승에서 6-1로 탈탈 털어버리며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마침내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눈 앞에 두었다. 결승 상대는 아르헨티나와 더불어 이번 대회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준 개최국 칠레. 쉬운 상대는 아니었지만 칠레는 코파 결승전에 4번 올라와 4번 모두 패하고 준우승을 차지한, 결승전과는 악연이 있는 나라였다. 당연히 많은 이들이 아르헨티나의 승리, 그리고 우승을 예상한 가운데 마침내 그들의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아르헨티나는 초반부터 칠레를 거세게 몰아붙였지만, 이상하리만큼 그들의 공격을 결실을 맺지 못했다. 특히 최전방 스트라이커 곤살로 이과인작년 월드컵 결승전에서 보였던 실망스러운 모습을 다시 보이면서 아르헨티나는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그들의 경기는 결국 연장으로도 승부가 가려지지 않아 승부차기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칠레의 선공으로 시작된 승부차기에서 양국 모두 첫 번째 키커가 구석으로 골을 성공시키며 첫 킥에서는 승부를 가리지 못한 아르헨티나와 칠레였다. 칠레의 두 번째 키커인 아르투로 비달 또한 킥을 성공시키고 등장한 아르헨티나의 두 번째 키커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만회하기 위해 나선 스트라이커 곤살로 이과인. 하지만...

그의 공은 골대를 크게 벗어나고 말았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1년 뒤 다시 재현된다 그것도 이 분의 발에서... 승리가 칠레 쪽으로 기운 가운데, 칠레의 세 번째 키커 샤를레스 아랑기스는 이과인과 다르게 깔끔하게 성공시켰고, 아르헨티나의 세 번째 키커 에베르 바네가가 등장했다. 8강에서 콜롬비아를 상대로 한 승부차기에서도 3번으로 등장해 성공한 바가 있는 바네가. 이 킥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우승은 98% 이상 칠레로 기울게 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마침내 공이 바네가의 발을 떠났고, 바네가의 킥은 콜롬비아 전에 그랬듯이 골문 오른쪽 아래로 향했다. 하지만 그 공은 칠레의 애국자 골키퍼 클라우디오 브라보에게 막혔고, 마침내 칠레는 네 번째 킥만 성공시켜도 우승을 차지하는 유리한 고지를 밟게 된다.

그런 와중에 마침내 등장한 칠레의 네 번째 키커. FC 바르셀로나에서 메시에 가려져 벤치 신세를 면치 못하다 팀을 떠나야 했던 칠레의 왕 알렉시스 산체스였다. 메시가 보는 앞에서 왕이 될 기회를 잡은 알렉시스 산체스는 메시가 보란 듯이 골대 한가운데로 공을 살짝 차는 파넨카킥을 시도했고, 왼쪽으로 몸을 날린 아르헨티나의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는 끝내 그 공을 막지 못했다. 승부차기 스코어 1-4. 칠레의 완승으로 이렇게 결승전은 끝났고, 아르헨티나와 메시는 작년 결승전에서의 좌절을 다시 한 번 경험하고 말았다.

총 성적: 3승 2무 1패(B조 1위), 준우승

4.4. 칠레

남미에서 칠레의 위상은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처럼 절대적인 강자는 아니어도 강국과 약국으로 자르면 강국에 무난히 들 정도이다. 하지만 의외로 그들은 코파 대회에서 준우승만 4번 하고 우승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대회가 처음 시작한지 100년이 다 되어갈 정도로 코파 아메리카는 대륙간 축구 대회 중 가장 오래된 대회이고, 그 오랜 시간 동안 칠레보다 훨씬 이름값이 떨어지는 나라들도 우승컵을 들어올린 적이 있는데, 이상하게도 칠레는 결승전에서 승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자국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칠레는 오로지 우승만을 목표로 잡았고, 전력 또한 매우 막강해서 그들이 우승을 해도 이변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물론 결승전을 앞두고는 많은 이들이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예상했다. 칠레 역시 전력이 막강했지만, 당시 아르헨티나는 브라질 이상으로 막강했다. 특히나 1년 전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눈 앞에 두고 놓친 설움은 더욱 더 우승을 향한 아르헨티나의 동기부여는 이번 대회 8강에서 브라질을 누르고 올라온 이변의 주인공 파라과이를 6-1로 쳐부술 정도로 간절했다. 하지만 이러한 동기부여는 월드컵도 아니고 대륙 대회 우승이라도 99년 동안이나 한 번도 못 해본 칠레 또한 지지 않았고, 마침내 이들은 아르헨티나의 맹공을 상대로 골문을 단단히 틀어막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경기는 승부차기로 향했고, 접전(?)[17] 끝에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의 눈 앞에서 우승컵을 가져오며 남미 최정상에 등극하였다. 하지만 이후 6위로...

총 성적: 4승 2무(A조 1위), 우승

[1] 결국 우루과이는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호주에 패해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2] 여기서 재미있는 건, 에콰도르의 7승은 모두 홈에서의 승리였다. 아르헨티나와만 비기고 모두 이긴 그야말로 안방 챔피언 그 자체였던 것. 반면, 적지에서는 3무 5패로 한 경기도 이기지 못했다. [3] 지난 대회 결승 진출국인 과이 형제 우루과이, 파라과이에 아르헨티나까지 한 조에 묶였는데,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는 코파 참가국 중 우승 경험이 가장 많은 두 나라로 우승횟수가 무려 15회와 14회에 달했고, 파라과이 또한 코파 아메리카 대회 종합 순위는 남미 10개국 중 4위에 랭크되어 있는 코파 강국이다. [4] 그래도 나름 선전한 건 모든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5] 준결승에서 무려 미국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서는 멕시코에 패했지만. [6] CONMEBOL 순위에서 꼴찌임은 물론, 현재 남미 국가들 중 유일하게 월드컵에 한 번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나라이다. [7] 조별리그 3차전이었던 이탈리아 전에서 수비수 조르조 키엘리니를 또 깨물었다. [8] 특히 중원 세대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아레발로 리오스,카를로스 산체스,알바로 곤잘레스,크리스티안 로드리게스등 중원을 구성하는 주축 선수들의 연령대가 30대 초중반으로 상당히 높게 집계되었다.결국 중원이 살아나지 못해 공격진도 힘도 죽었다.이러한 문제점은 이듬해 대회에서도 이어졌으나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로드리고 벤탄쿠르,루카스 토레이라,페데리코 발베르데등 신성 선수들을 발굴하면서 세대교체에 성공한다. [9] 여담으로, 우루과이의 8강 상대였던 칠레의 아르투로 비달 또한 당시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10] 1995년 우루과이에서 열린 대회. 다만 대회에 토너먼트가 생긴 건 1975년으로 그 전에는 토너먼트가 아예 없었다. 그렇다 쳐도 13번 중에 12번 떨어지고 1번 토너먼트 간 거다 [11] 조편성 당시 피파랭킹 4위였다. [12] 그리스, 코트디부아르, 일본과 C조에 배정. [13] 그리고 이 골은 콜롬비아의 이번 대회 유일한 필드골이 되어버렸다. [14] 경기 막바지에 후안 수니가의 반칙으로 네이마르 주니오르가 척추에 큰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결국 네이마르는 남은 브라질의 경기에 나오지 못했고, 이후 브라질은... [15] 아르헨티나 - 리오넬 메시, 에세키엘 가라이, 에베르 바네가. 콜롬비아 - 하메스 로드리게스, 라다멜 팔카오, 후안 콰드라도. [16] 우루과이 : 1997년 광탈, 아르헨티나 : 2001년 불참, 파라과이 : 2001년 광탈, 칠레 : 2004년 광탈, 콜롬비아 : 2007년 광탈. 에콰도르, 볼리비아, 베네수엘라는 말할 것도 없다.(...) [17] 승부차기에서 칠레는 모든 키커들이 성공한 반면, 아르헨티나는 메시 밖에 승부차기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그야말로 칠레의 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