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30 05:07:16

파워 트리오

1. 개요2. 상세3. 특징

1. 개요

파워 트리오(Power Trio)는 록밴드의 구성 중 하나로 일렉트릭 기타, 베이스 기타, 드럼 3인조로 구성된 밴드를 말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버디 홀리가 정립한 보편적인 록 밴드의 리드 기타, 리듬 기타, 베이스 기타, 드럼 구성에서 기타 파트가 하나로 통합된 형태이다. 1960년대 중반 크림이 최초의 파워 트리오로 등장했고, 이후 록 음악의 보편적인 구성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2. 상세

파워 트리오의 등장은 1960년대 들어 음향 기술이 발전하면서 그 배경이 갖추어졌다. 음향 기술의 발달로 각 악기들의 소리가 왜곡되거나 묻힐 위험 없이 보다 크고 선명한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자, 밴드들은 사운드의 제약 없이 좀 더 자유롭게 편성을 실험할 수 있게 되었다. 록 음악이 발전해가며 연주자들의 실력이 점차 상향평준화된 것도 파워 트리오의 등장에 영향을 끼쳤다. 에릭 클랩튼, 제프 벡, 피트 타운젠드, 로리 갤러거 등 당대 신예 기타리스트들은 리드 기타, 리듬 기타, 기타 솔로 등 다양한 기타 파트를 혼자서도 무리없이 소화해낼 수 있었다. 또한 당대 재즈계에서 유행한 오르간 트리오 구성[1] 머디 워터스, 버디 가이 시카고 블루스 아티스트들의 3인조 백밴드 구성[2]도 파워 트리오의 등장에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록 음악의 트리오 구성은 몇몇 블루스 아티스트나 프랭크 자파 등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에 의해 먼저 실험되었지만, 파워 트리오의 시조는 명실상부하게 크림이다. 1966년 결성된 크림은 에릭 클랩튼, 잭 브루스, 진저 베이커라는 당대 최고의 실력자들이 모인 록 음악 최초의 슈퍼밴드였고, 3인조 구성이었지만 블루스에 기반한 당시로선 엄청난 음량의 하드 록 음악을 작곡했으며 라이브에서는 관객들의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의 엄청난 즉흥 연주를 선보여 당대 최고의 인기 밴드가 되었다. 그리고 크림의 등장 직후 또다른 위대한 파워 트리오 밴드가 등장하는데 바로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 지미 헨드릭스, 노엘 레딩, 미치 미첼로 이루어진 이 밴드는 크림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결성되었지만 그들에 결코 꿀리지 않는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었으며,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는 당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천재적이고 혁신적인 기타 연주를 보여주며 일렉트릭 기타 연주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이후 이들의 성공을 바탕으로 블루 치어, 그랜드 펑크 레일로드, ZZ TOP, 테이스트 등의 파워 트리오 밴드들이 연이어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1970년대에도 파워 트리오 구성의 밴드들은 꾸준히 등장했고, 꼭 3인조가 아니더라도 당시 하드 록 밴드의 상당수는 파워 트리오 밴드들의 사운드 포징을 받아들였다. 레드 제플린, 블랙 사바스, 스투지스 같은 밴드들은 실질적으로 파워 트리오에 보컬리스트 한 명을 더한 형태였다. 그 외에도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처럼 기타를 신시사이저로 대체하거나 러시처럼 프로그레시브 록 사운드를 도입하기도 하고, 버지, 모터헤드처럼 헤비메탈 사운드의 파워 트리오가 나오는 등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졌다. 80년대에는 폴리스 뉴 웨이브 파워 트리오로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다이노소어 주니어, 허스커 두, 프라이머스, 베놈 등 각종 록 음악의 하위 장르에서 파워 트리오 형태의 밴드가 등장했다. 그리고 90년대 들어서는 너바나가 당대 록 음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이후로도 그린 데이, 플라시보, 뮤즈, 파라모어 등 많은 파워 트리오 밴드들이 활약하고 있다.

3. 특징

파워 트리오는 기존의 밴드 구성에서 리드 기타 리듬 기타를 하나로 합쳐버린 것에서 시작되었다. 음향 기술이 발달하며 기타 한 대로도 2대 못지 않은 음량을 낼 수 있게 되자 "아예 기타 하나로 연주하면 안 되나?"라는 의문이 생겼고, 그것을 실제로 구현한 것이 파워 트리오였다. 그래서 파워 트리오에서 기타는 가장 중요한 파트로, 리드 기타와 리듬 기타의 역할을 병행하며 곡을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 비중이 높은 만큼 기타리스트에게 가해지는 부담도 크며, 그래서 초기 파워 트리오 밴드의 기타리스트들은 에릭 클랩튼, 지미 헨드릭스, 로리 갤러거 등 당대 최고의 테크니션들이 많았다. 이러한 특징으로 이후 록 음악에서 기타 파트의 비중이 높아지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기타가 한 대로 줄어들면서 베이스의 역할도 커졌다. 기타가 아무리 큰 소리를 낸다 해도 한 대인 이상 기존의 기타 2대 편성에 비해 소리가 빈 구간이 많아지는데, 베이스는 소리가 빈 느낌이 들지 않도록 이 구간을 적절하게 채워 넣어야 했다. 이로 인해 베이스는 단순히 근음으로 저음부를 반주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리프를 연주하거나 센스있게 필인을 추가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었다.[3] 또한 일렉트릭 기타처럼 퍼즈, 디스토션 등 이펙터를 추가해 기타가 솔로를 연주하는 동안 반주를 더욱 음향적으로 채우기도 했다.

이는 드럼 역시 마찬가지였다. 드럼은 적재적소에 노트를 꽂아 넣는 연주로 기타와 베이스 두 악기의 중심을 잡아 한데 이끌어가야 했다. 이러한 특징 탓에 밴드원 개개인의 역량이 중요해졌고, 기타가 하나 줄었음에도 오히려 기존 밴드에 비해 화려하고 더 시끌시끌한 음악이 되었다. 그래서 초기의 파워 트리오 밴드들은 대게 하드 록 밴드들이었으며, 이후 하드 록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4]

따라서 파워 트리오는 구성이 단순한 만큼 블루스, 록, 메탈 등의 장르에서 개개인의 연주력이 돋보이기에 좋다. 일반적으로 악기 편성이 늘어날수록, 개개인 연주자의 개성과 돋보이고 싶은 욕심이 클수록 리듬이 충돌하거나 화음이 어긋나지 않게 편곡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파워 트리오는 구성이 단순하되 허전한 느낌이 들지 않게 채워줄 수 있는 연주력이 필요하고, 거꾸로 말하면 이런 연주력이 충분할 때 연주의 자유도가 여타 구성에 비해 매우 크다는 이점이 있다. 지미 헨드릭스, 에릭 클랩튼, 로리 갤러거, 지미 페이지, 스티비 레이 본, 존 프루시안테, 존 메이어 등 기타 즉흥 연주의 대가들이 대부분 파워 트리오 또는 그에 준하는 구성의 밴드를 경험했다는 것 역시 이에 기인한다.

달리 말하면 여러 멜로디 악기들의 복잡한 앙상블과 다채로운 사운드가 특징적인 장르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이 구성으로 프로그레시브 록, 아트 록 같은 음악을 시도한 변태밴드도 많지만 이들은 많은 경우 스튜디오에서 여러 악기를 연주하고 각종 오버더빙을 한 것이다. 그래서 이런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하려면 많은 세션을 필요로 했다. 굳이 음악적 실험을 하지 않더라도 많은 파워 트리오 밴드들이 녹음에서는 스튜디오 오버더빙이나 세션을 동원한다. 아무리 기타 사운드가 발전했다 해도 기타 한 대만으로 여러 음색의 멜로디들을 동시에 낼 수 없다는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그냥 그 발전한 기타를 2대 쓰는 것만 못하기 때문이다.(...)[5] 이후 헤비메탈의 시대가 되자 많은 밴드들이 트윈 기타로 선회하거나 스튜디오에서 기타 트랙을 오버더빙했다. 인스트루멘탈 밴드가 아닌 이상 3명 중 한명은 연주와 동시에 보컬을 해야 하는 것도 난점. 그래서 많은 록 밴드들은 파워 트리오 + 보컬리스트( 프론트맨)라는 4인 구성을 선호했다. 이 파워 트리오 구성은 일반적인 록밴드의 최소 편성으로 여겨지며, 여기서 멤버가 더 줄면 변칙적인 밴드 구성으로 볼 수 있다.[6]


[1] 하몬드 오르간, 드럼, 색소폰 혹은 일렉트릭 기타로 구성. [2] 일렉트릭 기타, 베이스 기타, 드럼으로 구성. [3] 즉 베이스에 대한 이해도와 기본기가 탄탄해야 가능하다. 안정적인 박자감은 기본이고, 지판 음과 기본적인 스케일 폼들이 암기되어 있어야할 뿐더러 화성학적 지식도 어느 정도 갖춰야 한다. [4] 그래서 기타/베이스/드럼의 3인조라도 록 사운드에 기반하지 않으면 파워 트리오로 불리지는 않는다. 파워가 없잖아 요 라 텡고 The xx도 3인조 밴드지만 이들을 파워 트리오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5] 파워 트리오의 시초로서 상기된 크림과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조차도 라이브를 3인조로 소화했을 뿐, 앨범 녹음 당시에는 대부분의 곡에 오버더빙으로 기타 솔로를 반주했다. [6] 아예 한명이면 원맨 밴드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