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컬러 그레이딩(Color Grading)이란, 영화 제작에 있어서 영화의 색감을 결정하는 최종 작업이다. DI 또는 Digital Intermediate의 일부 중 하나다.[1] 편의상 필름 시절 이뤄졌던 컬러 타이밍이나 색상 교정 항목도 포함한다. 영어 위키에서도 컬러 그레이딩의 하위 항목으로 이 두 작업에 대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다.촬영이 끝나고 나온 네거티브 필름이나 디지털 RAW 소스는 대체적으로 색감이 보정되어 있지 않은데, 이 보정되지 않은 원본 소스를 연출 의도에 알맞게 가공하는 과정을 바로 컬러 그레이딩이라고 부른다. 색상 교정(Color Correction)은 단순히 촬영 원본의 색감을 보존하고 오차를 교정하는 작업인 반면, 컬러 그레이딩은 더 나아가 그 원본의 색감을 수정하여 영화의 스토리텔링에 최적화된 또 다른 이미지를 구현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영화 제작 공정은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가기 시작하였고, 필름으로 영화를 촬영하던 시절에도 영화의 색감을 만들어내는 작업은 이미 아날로그 인화에서[2] CGI를 기반으로 하는 컬러 그레이딩으로 바뀌었다. 디지털 촬영이 대세가 되면서 컬러 그레이딩은 단순히 촬영본의 색감을 보정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관객들에게 선명하고 시각적으로 화려한 느낌을 주면서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결정하게 될 정도로 상당히 비중이 커졌다.
일부 비디오 게임에서도 영화적인 느낌을 구현하고자 그래픽 렌더링 부분에서 컬러 그레이딩을 넣고 있다.
흔히 일반인들이 말하는, '왜 내가 찍은 UCC는 영화 같은 느낌이 안 나지?'라는 그 차이는 대중의 오해와는 다르게 카메라에서 오는 것이 아닌 화각의 선택, 구도,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컬러 그레이딩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서 기인한다. 비싼 카메라를 쓰는 이유도 바로 컬러 그레이딩의 밑바탕이 될 영상의 품질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2. 기본적인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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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업 컬러리스트가 설명하는 '색채 대비'와 '배색'. 이는 컬러 그레이딩의 필수 요소이다. |
우리가 촬영된 푸티지를 올바른 밝기, 대비, 화이트 밸런스 등으로 고치는 작업을 컬러 커렉션(Color correction)이라고 하며, 컬러 그레이딩(Color grading)은 그렇게 컬러 커렉션을 마친 작업물에 대해 후반작업 단계에서 색채미학을 가감하여 촬영물이 본래 의도했던 예술적 표현을 더 강조하거나, 촬영 시 환경이나 예산, 기타 원인으로 미진하거나 부족했던 표현을 보완하는 데 있다. 그래서 컬러 그레이딩은 엄연히 색채학의 영역이고 미술의 영역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색보정 툴을 다룰 줄 안다는 것은 그저 '그림을 그릴 물감을 샀다'는 정도에 불과하다.[3] 근본적으로 색보정은 미술 색채학의 기본기를 갖추지 못하면 안 되는 분야이고, 많은 일반인들이 구글에서 검색한 LUT를 여럿 씌워 봐도 열에 아홉은 결과물이 이상하게 나오는 이유도 이런 부분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컬러 그레이딩은 촬영자, 촬영 공간, 미술과 연출 의도를 컷을 보고 파악하여 미학적으로 완성을 시키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모든 영상물이 필름으로 제작되던 과거에는 컬러 커렉션은 고사하고 오직 인화 작업만으로 이런 후반작업을 결정했기 때문에, 인화가 끝나면 사실상 어떻게 손을 써 볼 여지가 없었다. 오죽 심했으면, 박찬욱 감독이 친절한 금자씨를 흑백 버전으로 발매한 이유가 국내에 몇 안 들어온 당시의 최신 장비인 컬러 그레이딩 장비로[4] 흑백 작업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는 PC, 스마트폰 등의 개인 디바이스만 있어도 고차원의 후반 작업이 가능하며, 심지어 고압축 코덱, 혹은 무압축 RAW를 개인이 다룰 수 있을 만큼 기술이 보편화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필터', 'LUT'라는 이름으로 후반 프리셋이 여기저기 퍼졌고, 색보정을 단순하게 '필터 비슷한 무언가'를 복붙하는 단계 쯤으로 생각하는 오해를 낳았다. 하지만 색보정, 특히 컬러 그레이딩의 단계는 그것과 전혀 다르며, 작업자와 창작자와의 원활한 소통과 풍부한 미적감각, 색채 감각이 동반되는 작업이다. 뒤에 서술되어 있는 기법들도 사실은 정확하게 발명되거나 지명된 명칭이 아니라 사람들이 관습적으로 붙인 별명에 가깝다. 그리고 이들 또한 무조건 정답이 아니라 일종의 유행에 불과하며, 실제로 작업을 할 때는 촬영물의 컨디션과 연출자의 창작 의도에 따라 매번 새롭게 계산하고 색감을 창작해서 구성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3. 색공간: LUT, 프리셋, 필터의 차이
현대 디지털 촬영, 특히 UHD 촬영이 보편화 된 시점에 들어서 LUT이라는 개념이 널리 퍼졌다. 원래는 상업현장에서 사용하던 개념이었지만, 이제는 상업 뿐 아니라 유튜버나 개인방송, 개인영상 작업자들 까지 용어와 작업방식이 널리 퍼지게 된다.LUT이란 "Look Up Table" 의 약자로 비디오 색상값에 적용할 수 있는 숫자값을 의미하는데, 간단한 적용 한 번으로 화면의 컬러를 바꿀 수 있다는 특징이 일반인 레벨에서 쉽게 곡해되어 LUT를 프리셋, 필터와 동일한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그러한 잘못된 지식을 가르치는 강의 영상도 많을 정도. 이것들을 혼동하면 작업 중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거나 협업과정에서 사고가 터질 수도 있다.[5] 필터, 프리셋, LUT은 결과가 같아 보여도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프리셋은 후반에서 쓰던 용어로, 사실 용어 자체는 영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진, 음악 등의 작업에도 쓰이는 매우 포괄적인 개념이다. 프리셋이란 단순히 작업물에 적용된 효과와 세팅값을 편리하게 작업하도록 저장 및 불러오기하는 개념이기 때문. 따라서 LUT 또한 영상 분야에 있어서는 특정 촬영 세팅에 대응하도록 만든 '프리셋'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으나, 둘을 완전히 같은 개념으로 묶기에는 프리셋이 훨씬 더 포괄적인 개념이며 작업과정에서 혼동하기 쉽다. 예를 들어 프리셋에는 변경된 색상 보정값을 포함해서, 블러, 노이즈 캔슬링, 스테빌라이징 등과 같은 부가적인 영상효과도 들어갈 수 있다. 더구나 프리셋에는 LUT와 달리 색공간에 대한 디테일한 옵션이 포함되지 않으며, 무엇보다 후반에만 쓰이는 개념이므로 컬러 그레이딩 단계에서 오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필터는, 더욱 혼용되기 쉬우나 필름 카메라로 촬영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편하다. 디지털 보정이 없던 시절에는 촬영물에 뭔가 색상을 입히려면 컬러 필터라는 것을 렌즈 앞에 달아 필름에 들어오는 빛에 직접 색을 입혀야 했다.[6] 흔히 말하는 필터란 그것을 디지털화한 것인데, 간략하게 정리하면 카메라의 기본 색공간에 컬러를 덧씌우고 그런 촬영본을 저장하는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즉, 프로덕션에서 들어가는 색상 변경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이렇게 필터가 사용되어 색상이 변경된 촬영물은 변경점이 실시간으로 눈에 보이기 때문에 일반인 사용하기 편리하고 SNS에 바로 공유하기도 간편하다. 하지만, RAW 촬영물이 따로 저장되는 장비가 없는 한 촬영본 자체를 비가역적으로 가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만약 촬영 환경에 의해, 혹은 촬영자에 의해 명도가 틀어지거나, 암부가 끓어오르거나하는 등 촬영이 잘못 되었을 시 수정이 매우 어려워진다. 또한 이러한 필터는 모든 카메라의 색상값과 현장의 조명 상태의 맞춰서 제작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 환경에서는 만족스럽다가 다른 환경에서는 그 느낌이 나오지 않는 등 일관적인 결과물을 낼 수 없다.
이에 반해, LUT은 색공간을 만지고 색공간의 색상 정보를 변경하는, 보다 세분화된 개념이다. 그리고 LUT은 카메라용 LUT과후반용 LUT이 별도로 존재한다.[7]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다. 일단 촬영본이 RAW파일 혹은 원본 색상값이 그대로 안 바뀐 상태에서 저장되며 저장본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이 점이 필터와의 차이다. 카메라용 LUT은 카메라용 디스플레이에만 적용하여, 촬영 카메라의 색 공간을 조정, 변경하여 모니터용 디스플레이에만 보여준다. 즉, 촬영본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촬영본에 대한 색상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용도로만 사용된다.
그리고 후반용 LUT는 상영환경의 컬러스페이스를 고려해서 색공간을 조정, 변경한다. 촬영용 LUT는 현장에서 색감과, 색상값에 따라 변경된 밝기,대비 등을 조절하면서 작업하기 위해서 쓴다. 그리고 후반용 LUT은 상영환경 시 최종적으로 어떻게 보여질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색보정에 사용한다. 바로 이 점이 프리셋과의 가장 큰 차이이다.
예를 들면 촬영용 카메라를 ARRI 사의 알렉사 카메라로 찍었다면, 프리뷰 모니터에 ARRI사 카메라용 LUT를 넣어 확인하면서 촬영하면 된다. 그런데, 그 ARRI 사 카메라의 촬영물을 맥 컴퓨터에서 색보정한다면, 맥에서 사용하는 색공간(YUV)과 촬영용 카메라의 색공간이 서로 다르다. 물론 다행히도 프로그램 만드는 사람도 그걸 잘 알기 때문에 색보정 프로그램은 그런 상황에 맞게 각 카메라에 맞는 색공간으로 변경 작업할 수 있도록 옵션이 있다. 그런데 상영환경이 만약 극장이라면? DCI-P3 색공간까지 염두에 두어서 촬영본을 색보정해야 한다. 이 때 눈대중으로 작업하지 않고 각기 다른 색공간에서의 변화를 직접 보며 정확히 작업할 수 있도록 사용하는 LUT가 바로 후반용 LUT이다.[8] LUT이란 기본적으로 이런 개념을 깔아두고 그 LUT의 색상값에 변경점을 주어 결국 촬영, 후반, 상영시의 색상값을 일치시키고 거기에 더 나아가 색을 예술적인 접근으로 변화시키는 개념이므로 프리셋과는 전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색보정에 대해서 진지하게 접근을 하고자 한다면, 필터,프리셋, LUT과의 차이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4. 특수 기법
1940~50년대 테크니컬러 시절을 대표하는 영화 파웰과 프레스버거의 흑수선.
영화 산업에서 컬러를 결정하는 일이 중요해진 것은 1940~50년대 테크니컬러가 등장하면서였다. 1930년대에 첫 등장했지만, 노출 지수의 까다로움 때문에 애니메이션 분야를 제외하면 잘 쓰이지 않다가 전후 산업/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폭발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다. 이 당시 컬러 그레이딩은 말그대로 염색을 통해 이뤄졌다. 정확히는 3색분해 촬영한 세 개의 네거티브 필름을 각각 메트릭스 필름에 인쇄하여 부조 화상을 만들고 옥색, 주홍, 노랑 특수염료로 염색하였다.
디지털 시대 이전에 필름으로 촬영하던 시절에는 대체적으로 블리치 바이패스 기법으로 많이 쓰였으며 2000년대에서는 영화 속 암울한 분위기와 역사적으로 오래된 듯한 분위기를 주기 위해 디지털적인 방식을 통해 의도적으로 이 기법을 사용하기도 하였다.
1990년대부터 할리우드는 이미 디지털 기반의 컬러 그레이딩이 쓰이기 시작되었고[9] 생생한 색감과 강렬한 대비를 추구하는 디지털 시대에서 어필하는 또렷한 색감를 살리기 위하여 2000년대부터는 틸 앤 오렌지 기법이 널리 쓰였는데 사실은 역설적으로 디지털로 넘어가면서 흔히 말하는 씨네룩을 디지털로 구현하기 위한 방편으로도 유행하였다. 당시에는 디지털이 어떻게 하면 씨네룩과 비슷하게 될까 모두가 열을 올리던 시기였는데, 마침 틸 앤 오렌지는 과거 코닥필름의 감성을 담으면서 디지털에서도 수요하는 색감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2010년대에는 거의 모든 영화들이 이런 기법이 유행처럼 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비디오 게임에서 고품질 그래픽을 영화적인 색감을 내고자 틸 앤 오렌지 기법을 따라하려는 경향이 나타났다.
색감은 소품이나 세트, 의상, 촬영, 조명 같은 요소에도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영화 제작에 들어가기 전 감독은 색감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결정하고, 컬러 그레이딩 단계에서 그 색감을 강조하거나 조절한다. 블리치 바이패스와 틸 앤 오렌지은 컬러 그레이딩 단계에서 결정되는 대표적인 트랜드일 뿐, 이외에도 다양한 컬러 그레이딩 기법들이 있다. 예를 들어, 왕가위와 니콜라스 빈딩 레픈은 틸 앤 오렌지 기법을 뛰어넘어 극단적인 원색 위주로 컬러 그레이딩을 하기로 유명하며, 반대로 2010년대 이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처럼 부드러운 톤에 빛바랜 사진과 같은 색감을 구사하는 감독도 있다. 웨스 앤더슨 역시 컬러 그레이딩 과정에 상당히 신경쓰는 감독.
4.1. 블리치 바이패스
블리치 바이패스(Bleach Bypass)는 생동감 넘치는 느낌보다는 빛이 바래고 암울한 옛날 영화의 영상미를 구현하기 위하여 전처리를 통해 촬영본의 채도를 낮추고 세피아 톤 위주로 색감을 통일시키는 기법이다. 실은 필름 시절의 기법인데, 원조는 일본으로 1960년 이치카와 콘의 남동생에서 처음 쓰였다고 한다. 영화 필름 현상 단계에서 블리치 단계를 건너뛰면(Bypass) 필름에 은 입자가 거칠게 남고 특유의 낮은 채도가 구현된다. 이 기법으로 그레이딩이 이뤄진 영화는 대비가 높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보여주는 색감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파일:oldboycapture2.jpg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외에도 블리치 바이패스 기법이 적용된 대표적인 영화로 구로사와 기요시의 회로(위)와 박찬욱의 올드보이(아래)가 있다. 위 라이언 일병 구하기 스샷을 확대해서 보면 입자가 곱게 깔려있는 걸 알 수 있는데, 이 두 영화에서는 입자가 극단적으로 도드라지고 뭉개지는 현상을 보인다. 특히 회로 같은 경우 입자의 뭉개짐이 화면 전반에 일어나 16mm 필름으로 찍은게 아니냐는 평도 있었을 정도. 라이언 일병 구하기보다 밤 장면이 많아 고감도 필름이 쓰인데다 헐리우드의 그레이딩 기술력이 훨씬 노련했기에 때문에 발생한 차이점이다.
화질 면에서는 선예도와 해상도를 희생하기 때문에 그레이딩 기술자의 노련함이 필요하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할리우드의 기술력으로 당시에도 해상도를 잃지 않으면서도 룩을 구현했지만, 올드보이는 화질이 거칠다는 논란이 많았다. 2004년 DVD 출시 당시 화질 논란도 이 블리치 바이패스 기법 때문에 일어났다.
4.2. 틸 앤 오렌지(Teal and Orange)
1990년대의 일부 영화와 2000년대 이후 대부분의 영화들에서 보여지는 공통적인 색감이 있는데, 바로 푸른 색 계통인 파랑색(Blue), 청록색(Teal)과 누런 색 계통인 주황색(Orange), 노란색(Yellow). 이를 헐리우드에서는 틸 앤 오렌지(Teal and Orange) 트렌드라고 일컬으며, 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헐리우드 영화들에는 이 기법이 사용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현대적인 색감을 대표하는 트렌드이다. 이 기법을 통해 광원 상태나 화이트 밸런스에 맞춰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색감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기법에 대해 쉽게 말하면, 촬영본에 아주 약간 노랑색을 올리는 후반처리를 해서 빛의 가산혼합으로 파랑과 노랑을 청록(Teal)과 오랜지(Orange)로 만들기 때문에 틸 앤 오렌지라는 명칭이 붙은 것이다.
두 화면을 보면 원색 같아 보이지만 묘하게 색감이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하늘 부분만 보게 되면, 실제 색보다 노란색이 첨가되었음을 알 수 있다.
틸 앤 오렌지 기법은 과거 블리치 바이패스 기법과는 달리 마치 채도가 높고 색영역을 넓은 것처럼 착시시켜서 관객들이 실제 영화 속 현장에 있는 듯한 생동감을 주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람의 눈은 색을 인지할 때, 색의 보색 효과가 두드러지면 기본적인 원색이 아니라도 원색의 영역이라고 인지하는 경향이 있다. 틸 앤 오랜지는 블루 영역에서 완전한 블루가 아닌 청록, 남색, 등을 쓰고 노랑색 영역에서 주황색을 사용하여 관객의 눈으로 하여금 원색을 보고 있다고 느끼지만 색감이 풍부해 보이도록 착시를 일으키는 것이다. 보통 그것을 위해서 필름 시절에는 촬영 필름에 난색 계열이 강하게 표현되는 코닥필름을 사용한 후 백광 조명과 미술로 조절하거나, 혹은 화이트밸런스를 약간 높게 잡거나 촬영 시에 컬러렌즈 필터를 사용하는 식으로
틸 앤 오렌지는 사실 피사체가 가진 본래의 색감을 상당히 왜곡하는 색보정 기법이지만, 관객들은 오히려 색감이 사실적이고 선명하다고 착시를 일으키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높은 생동감과 강한 인상을 주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미술적 배경과 소품, 세팅이 뒷받침되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만약 환경이나 미술, 공간의 색이 정리되어 있지 않거나 카메라의 동세까지 크다면, 오히려 화면이 유치해 보이고 주 피사체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 난잡해 보이게 되는 부작용이 있다.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만 하더라도 제작 당시인 1990년대 초반인데도 최근 영화들에서 유행하는 푸른 색감과 붉은, 노란색과의 보색대비를 필름, 그리고 조명과 미술을 이용하여 풍부한 색감으로 표현하였고, 틸 앤 오렌지를 상업영화에서 본격적으로 성공시킨 사례로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단순히 영화에 푸른색을 썼다고 틸 앤 오렌지 작품이라고 지칭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는 오히려 무분별한 헐리웃 룩이라 진부하다는 인식 또한 박히기 시작했기에, 2020년대에 들어서는 씬의 분위기와 공간의 색 영역에 맞춰 비교적 섬세하게 틸 앤 오렌지를 사용한다. 그리고 그런 재해석된 틸 앤 오렌지를 가장 멋들어지게 쓰인다고 평가받는 영화가 바로 존 윅 시리즈다.
5. 사례
5.1. 블리치 바이패스
후술할 목록들을 보면 알겠지만, 전체적으로 텁텁하고 인위적인 느낌이 강한 기법이라 드라마 영화보다는 장르 영화, 특히 도회적인 호러나 스릴러, 세기말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작품처럼 과거에 선호 되었던 방식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해상력 저하라는 엄청난 단점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영상의 스타일이 너무 올드해보일 정도로 지금의 트렌드와는 많이 뒤떨어져있다. 그래서 지금은 부분적으로 회상신이나 환상신 같은 일부에서도 잘 사용 되지 않는다.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 마이너리티 리포트,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의 케이조쿠 극장판,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회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에이리언 3, 세븐,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원신연 감독의 구타유발자들 등이 이 기법을 통해 색감이 만들어졌다.
5.2. 틸 앤 오렌지
2000년대부터 상당히 많이 쓰이기 시작했고, 2010년대에 나오는 거의 모든 영화들에는 이 기법이 사용되었다고 보면 된다.트랜스포머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스토리적인 완성도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비평받는 작품이지만, 틸 앤 오렌지를 과도하게 남발하였다는 이유로 시각 부분에서도 크게 까였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포함되는 영화들도 틸 앤 오렌지 기법을 통해 컬러 그레이딩이 이루어졌는데,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대비를 강조하는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 몇몇 MCU 영화들은 낮은 대비로 상영되었다는 점이다. 그 이유로는 일종의 디즈니가 보유한 CG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더불어 다큐멘터리 같은 색감으로 영화에서 일종의 현실성을 부여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현실성은 가졌지만 영상미가 떨어진다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이후로는 오히려 강렬한 색감대비를 쓰는 쪽으로 다시 선회하였다.
2000년대 중반 부터 쓰이기 시작해서 보편적으로 한국 영화 및 한국 드라마에서도 이 기법이 주로 쓰인다. 영화에선 신세계, 타짜, 곡성, 끝까지 간다, 부산행, 감시자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반도 등 상당히 많은 작품이 있으며 드라마로는 미생, 미스터 선샤인, 사랑의 불시착, 수리남, 스위트 홈, 살인자ㅇ난감, 지금 우리 학교는, 밤이 되었습니다, 동조자 등이 대표적인 사례.
비디오 게임에서도 그래픽 연출에서 컬러 그레이딩이 추가되는 경우가 많아져서 틸 앤 오렌지 기법이 쓰인 게임들도 늘어난다.
배틀필드 1에서는 틸 앤 오렌지 기법에 맞춰서 청색과 주황색을 강조하는 컬러 파레트를 게임 엔진에 포함시켜 헐리우드 영화같은 느낌이 들면서도 색감이 훨씬 깔끔하고 대비도 개선되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5.3. 그린 톤
매트릭스 시리즈의 경우 전체적으로 초록색이 많이 쓰였다. 영화 포스터에서도 그렇고 매트릭스하면 생각나는 색상이 되었다. 그린은 자연의 색으로 인식하지만, 실제로는 자연적인 광원에서는 오로라 현상이 아닌 이상 나오지 않는 색상이다. 오직 식물이나 염료 같이 빛에 의한 반사로만 나오므로 전체적으로 인공적인 느낌을 첨가한다. 감독의 의도 또한 현실과 다른 가상현실이고 인공적인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그린을 사용했다. 다만, 4K 블루레이 버전에서는 틸 앤 오렌지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린 톤은 스킨톤과는 구별되면서 파랑과 노랑의 사이에 있기 때문에 화면 속 색공간이 교묘하게 넓어진 것 같은 심리적인 효과 또한 있다. 그래서 공간이나 색채들이 밀도 있어 보인다. 쉽게 요약하면 어디에 넣던 색이 정의되기엔 모호한 색이면서 또 잘 어울리는 색이라는 뜻.
틸 앤 오렌지의 열풍이 지나고 근래에는 그린 톤이 2020년대에 한국 영화에 자주 다시 쓰이기 시작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틸 앤 오렌지의 연장선이지만, 매트릭스처럼 모노톤에 가까울 수준의 강한 그린 사용이 아니라, 색영역에서 미디엄 영역에 녹색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수준으로만 사용한 후, 조명 혹은
5.4. 파스텔 톤
보통 뮤직비디오와 광고 등의 매체에서 상당히 애용하는 톤이다. 높은 밝기에 높은 채도로 마치 파스텔처럼 부드럽거나, 산뜻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사용된다. 하지만 분위기가 상당히 아기자기하고 달달해지므로 촬영 목적에 따라 신중히 선택해야 하고, 소품과 미술에 매우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소품을 파스텔 톤으로 맞추었다면 배우들의 메이크업도 이에 맞게 밝게 맞추어야 하고, 반대로 주제가 되는 소품과 피사체를 배경과는 구분하면서 채도가 어긋나지 않게 준비해야 한다. 해당 색을 소품과 미술이 아니라 후반에서만 만지려고 할 경우 높은 색상정보(최소 4:2:2)를 기록할 수 있는 고급 카메라로 찍어야 색이 깨지는 밴딩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영화 옥자의 경우에도 부분 신에서 옥색, 자홍색 위주로 컬러 그레이딩을 했는데 동화적이고 부드러운 파스텔스러운 색감을 연출한 것이다. 또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도 사용되었는데, 오징어 게임의 경우는 오히러 아지자기한 놀이터와 같은 공간에서 펼쳐지는 잔혹한 생존게임이라는 모순적인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5.5. 레트로 톤
5.6. 흑백
천연색으로 촬영된 영상을 흑백(Monochrome)으로 전환하는 것은 회상 장면, 과거 장면 등으로 쓰인다. 이외에 흑백 장면은 감독이 의도하는 스토리텔링 전략에 맞게 쓰인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흑백화면인 작품은 드물다. 아무래도 컬러영상이 보편화 된 지금 흑백으로 작업하기에는 투자사나 배급사에서 꺼리는 경향이 짙다.흑백으로 작업할 시 컬러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쉽다고 착각하곤 한다. 하지만 반대로 컬러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모든 표현을 흑과 백으로 표현해야 하는 만큼 컬러 작업과는 격이 다른 디테일을 요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비로 인한 질감과 양감 표현이 제대로 표현 되지 않으면 화면이 뭉개지거나 피사체 구분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촬영 때부터 강조할 피사체나 주제를 철저하게 계산해서 조명을 설치하고 후반작업을 해야한다.
경험이 많지 않은 컬러리스트들은 흑백작업으로 적정 노출값과 깊이감. 양감, 명도, 대비에 대한 감을 익히려고 연습하고 한다. 그만큼 기본기에 충실하면서도 통달하기는 어려운 기법이다. 디지털 시대 흑백 영화는 전성기 흑백 영화의 풍부함이 잘 안 산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
더 기버: 기억 전달자는 2010년대에 제작된 영화인데도 영화 중후반까지 흑백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다가 끝 부분에서 천연색으로 바뀌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자객 섭은낭은 흑백 시퀀스와 천연색 장면이 반복돼서 전개된다.
쉰들러 리스트는 굉장히 독특하게 현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전체가 흑백으로 꽤나 도전적인 기법을 사용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 마지막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에피소드의 경우 흑백으로 촬영 되었다. 물론 감독이 폭력을 향한 시선을 위해 사용하였다고 밝혔지만, 다른 이유로는 당시 컬러필름을 살 돈이 없어서(...) 였다고. 당시엔 지금의 류승완 감독과 다르게 완전 신인에 노가다를 뛰며 제작비를 벌던 시절이었기에, 영화를 찍기 위해서 다른 상업영화 현장의 짜투리 필름을 빌려왔다는 전설은 유명하다. 그 당시에는 컬러 그레이딩 툴은 커녕 오직 필름이었기 때문에 중간에 필름통이 개방 된 사고로 화면이 화이트로 상당수 촬영본이 크게 날아 갔지만, 그런 사고 촬영본도 자르고 잘라서 겨우겨우 완성했는 전설이 있다. 영화는 독립영화에도 불구하고 8만 관객으로 제작비에 몇 십배를 능가하는 흥행을 했고, 지금은 충무로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감독으로서 천만 관객 영화감독에 동생까지 톱스타(류승범)인 감독인걸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다.
동주, 자산어보에서 이준익 감독이 한국영화에서는 드물게 흑백으로 촬영했다. 예산적인 문제와 더불어 흑백이 가지는 고유한 질감 표현을 위해 샤프한 질감을 가진 소니센서 카메라로 촬영했다고 밝혔고, 놀랍게도 그 중에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미러리스 카메라도 사용 되었다.
컬러 영화 시대 이후의 '의도된' 흑백 영화는 완벽한 흑백이 아니라 세피아, 인디고 톤 같은 '컬러 있는 흑백(?)'으로 작업하는 경우도 있다. 빅터 플레밍의 오즈의 마법사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스토커가 가장 대표적이며[14] 그 외에도 아오야마 신지의 유레카, 오시이 마모루의 붉은 안경 같은 작품이 있다. 작품 전체가 아니라 과거 회상 등에서만 짤막하게 쓰는 경우라면 TV 드라마 등에서도 나름 흔하게 보인다.
친절한 금자씨, 기생충은 컬러로 촬영 되었지만, 흑백으로 후반에서 재작업된 버전이 있다. 친절한 금자씨의 경우는 컬러로 시작했다가 점점 흑백으로 변하는 식이며, 기생충은 처음부터 흑백버전으로 시작하는 특별판이다. 둘 다 컬러로 촬영하고 후반에서 흑백으로 맞춘 케이스이기 때문에 흑백을 감안하고 한 촬영이 아니어서 암부나 피사체, 공간에 대한 문제가 생겼고 후반에서 따로 상당히 손을 많이 썼다고 한다.
5.7. 기타
브루노 델보넬이 촬영한 영화 전반적인 색조가 상당히 어둡다. 그의 대표작인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 인사이드 르윈, 다키스트 아워에서 잘 두드러진다. 다만 그가 촬영한 모든 영화의 색조가 어두운 것은 아니고 아멜리에는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인데다가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의 영향으로 빨간색, 초록색을 주로 쓰고 파란색과 주황색(노란색)도 들어갔으며, 2012년 장 피에르 주네가 직접 감수한 고화질 리마스터링 버전에서는 더욱 알록달록하고 선명한 색감이 돋보인다.해리 포터 실사영화 시리즈는 처음에는 분위기에 맞게 밝은 색감을 썼으나 3편 아즈카반의 죄수부터 호그와트 실내 분위기가 다소 어둡게 달라지며, 연회장도 밝은 색감에서 다소 어두운 색감으로 바뀐다. 6편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부터는 선술한 브루노 델보넬의 영향으로 유별나게 대비가 낮고 뿌연 질감이 높다. 5편도 약간 몽환적인 느낌이 나긴 했지만 마라톤 해봐도 유별나게 부드러운 영상미와 칙칙한 색감이 두드러지는 편으로, 전형적인 스릴러 영화들의 보정 방식이다. 이 분위기는 브루노 델보넬이 나가고 난 뒤인 7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 1부,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 2부에서도 그대로 가서 어두침침하게 나온다.
게임인 배틀필드 3의 경우 블루 레이어 또는 블루 틴트(Blue Layer, Blue Tint)를 통해 전쟁터의 음침한 느낌을 표현함과 동시에 헐리우드 영화같은 느낌을 주려고 하였으나, 보색 관계에 있는 주황색감이 과도하게 사라져서인지 사용자들에게 대비가 너무 약해졌고 색감이 상당히 부자연스럽다는 비판을 받았다.
컬러 그레이딩이라고 하면 그림자, 미드톤, 광원 간의 보색 관계를 통해 대비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배틀필드 3의 경우 오히려 컬러 그레이딩을 강제적으로 없앤 것이 나을 정도로 보색 관계를 살리지 못한 나머지 청록색이나 파랑색으로 도배되어 있으면서 대비가 매우 낮다는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6. 논란
6.1. 흑백 영화의 천연색 복원에 대한 논란
디지털 컬러 그레이딩이 막 발전하려던 1990년대에는 흑백 영화를 디지털 작업을 통해 컬러로 변환하는 유행이 불었으나, 오래가지 못했고 호된 비판만 받았다.후세의 사람들이 억지로 컬러 정보가 없는 영상에 자의적인 해석을 통해 색을 입히는 것은 원제작자의 제작 의도를 무시하는 독단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6.2. 고전 영화와 현대적 색감
틸 앤 오렌지 기법은 2000년대 이후 영화계의 주류 색감이나 다름없는데다, 때마침 고전 영화 리마스터링 유행이 겹쳐져 색감 왜곡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리마스터링 과정에서 틸 앤 오렌지 기법을 과도하게 사용하여 파란색과 청록색을 넣어 색감을 과도하게 수정했다가 비판 받았던 프렌치 커넥션의 구버전 블루레이(왼쪽)과 개봉 당시 색감으로 나온 신판 블루레이(오른쪽) 간의 동일한 장면의 이미지를 비교해보자. 처음부터 이 색감으로 맞춰져 제작된 영화들은 별 문제가 없으나, 이 색감이 적용되기 이전에 만들어진 영화들을 디지털 리마스터링 후 DCP 작업을 할때 이 색감을 억지로 적용해 문제가 생기고 있다. 히트, 프렌치 커넥션이 대표적. 특히 프렌치 커넥션 구판 블루레이는 윌리엄 프리드킨이 직접 나서서 억지로 틸 앤 오렌지 기법을 적용했다가 제작 당시의 촬영 감독에게 욕을 들어먹고 사과하는 스캔들로 번지기도 했다.
노란색과 주황색 색감에 집착하다가 색감이 왜곡된 케이스로는 로버트 알트만의 세 여인 복원판이 있다. 이 영화는 1970년대 알트만 영화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의 조명과 이스트먼 필름 특유의 자연스러운 색감을 활용한 영화인데, 복원 전 필름을 쓴 크라이테리온 콜렉션 판본(위)과 달리 새로이 작업한 복원판(아래)는 복원 결과물과 별개로 작업으로 맞춰진 현대적인 오렌지 톤의 색감과 이질적인 대비 때문에 감독의 의도를 훼손했다고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탈리아 시네마테크 볼로냐의 복원 전문 업체 리마지네 리트로바타가 하도 이 색감을 억지로 적용해 원래 색감을 망치는 걸로 악명 높다. 고전 영화광 사이에서는 리트로바타(Ritrovata'ed) 당했다라고 표현한다.
리마지네 리트로바타가 작업한 에르만노 올미의 나막신 나무 복원판. 왼쪽은 복원 전 DVD 장면이고 오른쪽은 복원판 블루레이 장면인데, 지나친 청색/녹색 보정으로 복원 전 색감과 달라진걸 확인할 수 있다. 다른 피해 사례로는 그 유명한 석양의 무법자가 있다. 세 여인과 비슷하게 노란색/주황색이 강한 나머지 하늘 색감이 노랗게 보여서 팬들의 불만이 하늘에 찔렀을 정도. 리트로바타 이외에도 프랑스의 복원 전문 업체 에클레르도 비슷한 비판을 받는 중. 에클레르 복원작 중 복원 색감으로 문제가 됐던 영화로는 판타스틱 플래닛, 코스타 가브라스의 고백, 계엄령이 있다.
이렇게 되는 이유로는 컬러 그레이딩 과정 도중 영화관에서 영사된 필름처럼 보이게 하려고 상영용 프린트 에뮬레이션 LUT를 돌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LUT 값이 강한 나머지 색감이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리마지네가 이 LUT를 애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보다못한 블루레이 제작사에서 다시 후보정을 하는 케이스도 있을 정도. 관계자 말로는 상당히 귀찮고 힘든 일이라고 한다. 링크
보통 이런 경우엔 당시의 의도를 재현하기 위해 감독이나 촬영 감독이 참여하기도 하나, 이 사람들이 2000년대 이후에도 활동하면 참여했음에도 색감이 왜곡되는 막장 케이스가 발생하기도 한다. 상술한 윌리엄 프리드킨도 그렇고 이탈리아 고전 영화부터 지옥의 묵시록 촬영감독으로 유명한 비토리오 스토라로가 대표적. 스토라로는 지옥의 묵시록이나 다리오 아르젠토의 수정 깃털의 새 같은 대표작 홈비디오 작업에 참여해 홈비디오에는 이렇게 하는게 어울린다는 이유를 들며 색감 뿐만이 아니라 화면비마저 망가트리는 바람에 영화광들 사이에서 영감님 눈이 삔 거 아니냐는 비난을 들었다. 마틴 스콜세지의 좋은 친구들 복원판 컬러 그레이딩도 스토라로 정도는 아니지만 원본과 달리 색감이 틸 앤 오렌지 기법에 맞춰져서 논란이 된 바 있다.
6.3. 인물의 피부색 왜곡
블루 톤과 오렌지 톤의 광원색을 강조하는 틸 앤 오렌지 기법은 배우들의 피부색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컬러 그레이딩 방식이다.한국인의 피부색이 채도가 강한 황색이기 때문에 서양 영화에 등장하는 백인이나 흑인과는 다르게 틸 앤 오렌지 기법을 사용한 영화에서 비춰지는 한국인 배우들의 피부톤은 대체척으로 광원에 맞게 바뀌기 보다는 특유의 피부톤이 강하게 도드라져 보이는 경향을 보인다.
반면, 서양인들은 피부색의 채도가 낮기 때문에 주변 광원에 따라서 장면 별로 보여지는 피부색이 제각각 바뀌기도 한다.
6.4. 시각 개성이 사라지는 HDR 영화
4K 블루레이 버전으로 재출시하는 몇몇 영화들은 HDR로 리마스터링하는 과정에서 색감이 상당히 많이 바뀌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의 경우 3D 재개봉 및 4K 블루레이 버전으로 리마스터링하는 과정에서 색감이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1990년 개봉 당시에 차가운 색감을 구현했던 것과는 달리 틸 앤 오렌지 기법을 씀으로 인해서 이전 개봉판에 비해서 상당히 이질적이고 영화의 분위기에 전혀 맞지 않다는 비판이 압도적이다. 이전 개봉판의 경우 청색톤과 청록색 톤을 일관적으로 유지하며 시각적으로 영화의 분위기가 잘 전달이 된 반면에 이번 재개봉판은 장면마다 푸르딩딩한 색감이 보이다가도 갑자기 누리끼리한 색감까지 보이면서 영화의 색감이 자주 바뀐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암울한 분위기가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 편.
매트릭스 시리즈의 경우에도 4K 블루레이 버전에서 색감이 많이 바뀌었다. 워쇼스키 감독들의 검수 하에 본편의 촬영 감독인 빌 포프가 1편부터 3편까지 리마스터링을 하였는데, HDR이라는 시청 환경을 고려하여 녹색 톤을 줄이고 생동감을 선사하는 틸 앤 오렌지 색감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이렇다보니 팬들 사이에서는 매트릭스 시리즈 특유의 영상미는 사라지고 그저 평범한 헐리우드 영화같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바뀐 색감을 더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시각적으로 색감이 너무나도 평범해졌다는 점에서는 비판론자와 의견을 같이한다.
이렇게 영화 업계에서 HDR의 장점인 화려한 색감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나머지 너도나도 사실적인 색감으로 영화를 리마스터링하여 4K 블루레이로 출시하는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서 4K 블루레이로 출시되는 영화들은 시각적인 개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7. 여담
- 색보정을 하기 전에는 자신의 모니터가 정확한 색상값을 가지고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원칙이다. 2010년대 이후 나오는 시중 모니터들은 색상을 선명하게 한다며 색온도를 약간 높게 잡혀서, 선명도를 최대한 올리고 나오는 게 공장 초기화 세팅으로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모니터 컬러와 색온도, 채도 등을 표준으로 맞추고 작업해야 한다. 각 모니터 제조회사마다 제조명에 맞춰 컬러 프로파일을 제공하고 있지만, 오래된 모니터일 경우 이 사이트에서 컬러 프로파일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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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영상이 최종적으로 상영 될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지 염두에 두고 작업공간을 세팅하는 것이 기본 중 기본이다. 예를 들어 극장용 영화로 틀 경우 작업공간에 빛을 원천 차단하고 작업하는 것이 원칙이다. 반대로 유튜브나 TV에 올릴 영상을 작업한다면 작업공간에 백색광을 켜고 작업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 이유는 화이트의 색온도 기준 때문이다. 눈은 금방 화이트의 색온도를 맞추는 오토 화이트 밸런스가 되는 감각이다. 그리고 백색광은 평균적으로 5300~6500K의 색온도를 가지는 데, 모니터가 아무리 밝아도 공간의 주광이 내뿜는 색온도에 반사를 받아 눈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런 주변의 색온도가 아예 없는 어두운 공간에서는 색온도에 따라 화이트 밸런스가 틀어지는 경우는 적어지지만, 반대로 영상의 채도가 약해보이고, 콘트라스트가 실체 촬영본 보다 옅어보이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래서 이런 어쩔 수 없는 시각의 한계 때문에 영화 색보정 프로덕션에서는 상영환경에 기준을 맞춰서 빛을 차단한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것이다.
그래서 색보정사는 99.99% 안경을 쓰고 다닐 정도로 시력이 안 좋아진다여기에 더 나아가 반대로 유튜브나 TV작업을 하는 작업자는 작업공간이 어두울 필요가 없는데, 어두운 환경에서는 암부가 더 도드라져 보이고, 콘트라스트가 도드라져 보인다. 그래서 실제 상영환경에 비해 영상을 어둡게 만들거나 혹은 콘트라스트를 옅게 작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극장에 틀 일도 없는 데 주변을 껌껌하게 하고 작업하면 눈도 나빠질 뿐더러 영상도 의도보다 이상하게 색이 틀어져 보인다.만약 주변에 텅스텐 광이나 색깔 광을 치장하고 색보정 작업하는 유튜버가 있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겉멋만 든 애다.
- 한국에서는 2010년대 들어 웹툰계가 발전하면서 웹툰에서도 이 컬러 그레이딩 기법을 도입하는 경우가 있다. 포토샵 등으로 만든 색깔 필터를 씌우는 방식으로 쓴다.
8. 관련 문서
- 색 영역
- 감마
- EOTF
- High Dynamic Range
- ITU-R BT.2100 표준
- SMPTE ST 2084 (PQ; Perceptual Quantizer)
- ARIB STD-B67 (HLG; Hybrid Log-Gamma)
- HDR 이미지 포맷
[1]
DI 작업은 컬러 그레이딩 뿐만 아니라, 결과물인
DCP/필름 프린트를 뽑아내기 위한 작업 절차 전반을 지칭한다.
[2]
아날로그 인화 당시엔 컬러 타이밍이라는 명칭으로 불렸다. 당시 증언에 따르면, 미리 컬러 타이밍을 맞춰둔 레퍼런스 필름을 만들어 놓고 편집을 완료한 네거티브 필름을 광학 타이밍 기기로 일일이 노브를 조절해서 했다고.
[3]
추가로, 우리가 보편적으로 쓰는 편집 프로그램 내의 간단한 색보정 툴과, 전문가용 색보정 소프트웨어인
다빈치 리졸브, 필름라이트 등의 차이는 팀 작업을 용이하게 하는 워크플로우 구축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가를 제외하면 매커니즘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4]
당시에는 채도만 내리거나 밝기만 고치는 등 아주 기초적인 컬러 커렉션과 그레이딩만 가능했다.
[5]
보통 그런 정보를 올리는 유튜버들은 아마추어들이며, 상업 작업을 했다고 하더라도 개인 사업자로 많아야 몇 명의 촬영 인원이 작업하고, 후반도 혼자나 둘이 하는 작은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99%다. 적어도 대형 프로젝트를 해서 프로 후반업체와 같이 몇 번이라도 일을 해 봤다면 절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해당 개념은 본디 영화작업을 기준으로 잡고 나온 개념이다. 그렇기에 개인의 작업자의 개념을 배제하고 설명하는 것이 원칙이다.
[6]
규모가 있는 현장에서는
매트박스라는 일종의 필터 홀더에 필터를 꽂아서 썼다. 그래서 영화 카메라의 심볼에는 매트박스가 항상 그려져 있는 것.
[7]
흔히 유튜버나 블로그에 색보정용 LUT이라고 올라온 LUT은 REC.709 색상값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후반용 LUT이다. 일반적으로 보급된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의 경우 Slog나 S-Gamut3 설정을 하지 않는 한 REC 709를 기본 색상값으로 사용하므로 아무 거나 받아다 써도 이상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촬영용 LUT은 각 카메라 기종과 색생값에 따라 그에 대응하는 LUT를 디스플레이에 적용해야 한다. 기본 LUT의 경우 카메라 제조회사에서 제공하며, 보통은 테스트 촬영에서 나온 촬영본에 촬영용 LUT을 만져서 작품마다, 신마다 따로 디스플레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촬영감독이 가지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대다수의 촬영감독들은 그 정도로 부지런하지 않기 때문에 퍼스트에게 가지고 다니게 시킨다
[8]
이런 차이도 사실은 현업에서는 번거로운 부분이다. 그래서 신속함이 요구되는 TV 프로그램의 경우 처음부터 REC.709 표준에 맞춰서 촬영, 편집, 색보정할 수 있도록 워크플로우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HD의 색상표준이 REC 709이기 때문. 요즘은
HDR TV의 보급으로
ITU-R BT.2100 표준 색공간과
PQ
EOTF에 맞게 HDR 그레이딩을 우선적으로 하는 경우도 많다.
[9]
한국에는 1990년대 말에서야 시험적으로 도입되었다.
[10]
단순히 미술적으로 푸른색과 노란색을 조합한 것과 틸 앤 오렌지는 다소 다른 개념이다. 전자는 전문적인 색채기법 용어로 Complementary, 번역하자면
보색대비로 표현되는 일종의 색채기법일 뿐이다. 틸 앤 오렌지 또한 보색대비를 활용한 색보정 기법이므로 이에 속한다 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화면을 구성하는 색상값에 대한 후반 처리 용어이므로 이 둘은 명확히 구분하여야 한다.
[11]
대표적으로
기생충(영화),
헤어질 결심,
D.P.
[12]
범죄도시,
버닝,
악인전
[13]
전체적으로는 블리치 바이패스 기법을 썼지만, 후반에서 공간의 색감을 전부 바꾸는 식으로 응용되었다. 대표적으로 시멘트 공장 신인데, 원래는 녹색인 공장건물을 회색으로 바꿨다.
[14]
두 작품 모두 초반부의 현실 공간은 세피아 톤 화면이었다가 주인공이 비현실/비일상적 공간으로 진입하며 컬러로 전환된다는 공통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