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05 09:53:46

저속총(듄 시리즈)

1. 개요2. 상세3. 미디어 믹스

1. 개요

저속총은 홀츠만 방어막이 발달한 듄 시리즈 세계관에서의 고전적인 무기 체계로, 말 그대로 느린 속도로 발사되는 총기를 말한다.

2. 상세

듄 시리즈 속 세계에서는 홀츠만 방어막이 보편적으로 사용되여 총기가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암살자 전쟁의 교전 규정을 정하는 최고대표자회의에서 총기 기술 사용까지 금지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각 가문의 병사와 사다우카 사이에선 저강도 분쟁이나 치안유지 등에 사용되기 위한 총기가 여전히 쓰이고 있지만, 저속총이라는 이름 그대로 느린 속도로 발사되는 총기가 개발되어 주로 쓰이고 있다. 저속총의 개발 연유를 자세히 짚기에 앞서 듄 세계관의 기술 발달 수준과 제도적 제약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 일정 속도 이상의 모든 물리적 상호작용을 튕겨내는 홀츠만 방어막의 보편화. 개개인이 휴대하고 다닐 정도로 보편화된 홀츠만 방어막의 특성상 탄약을 사용하는 현대 화기는 물론, 전근대적 원거리 무기인 쇠뇌, 심지어는 단순한 투척조차 전부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
  • 광학무기 라스건의 개발. 그렇다고 화기 기술이 아예 퇴보한 것은 아니라서 광학 병기가 보편화되어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탄약 화기보다 홀츠만 방어막에 사격했을 때 부작용이 크다. 탄약 화기나 투척 병기야 튕겨나가기만 하지, 라스건이 방어막에 직격하면 아원자 융합반응이 발생도시 규모의 핵폭발이 일어난다는 골 때리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 심지어 라스건과 방어막 둘 중 하나만 폭파되느냐, 둘 다 폭파되느냐마저 무작위라 폭발하기 전에는 알 수 없다.
  • 버틀레리안 지하드로 인한 인공지능 기술의 완전 금지. 그렇다면 "방어막 코 앞에서 감속하여 방어막을 통과한 뒤 재추진하는 지능탄을 만들면 어떻겠느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하필 이 소설이 설정상 인공지능을 강경 배척하는 듄 시리즈라서 문제다. 그나마 이와 비슷한 헌터 시커마저 조종사가 근거리에 숨어서 조작해야 하는 데다가, 이마저 호버링 장치의 홀츠만 반응 때문에 카메라 시야가 왜곡되어 정지한 물체를 제대로 인식할 수 없다.
  • 암살자 전쟁으로 대표되는 최고대표자회의의 핵무기 사용 금지. 정확히는 대규모 전쟁으로 인한 인류 멸망의 위기를 막기 위해, "인간을 상대로 핵무기를 쓸 수 없다"는 규정이다. 유일하게 핵무기만큼은 그 압도적인 물리력으로 홀츠만 반응을 무시하고 방어막을 파훼하거나 자기가 죽든 남이 죽든 라스건을 방어막에 난사할 수도 있지만, 대다수의 가문이 이 규정 때문에 핵무기와 그와 유사한 핵반응을 무기로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 조항을 어긴 가문은 최고대표자회의가 가문과 함께 그 소유 행성을 파괴하는 것으로 모자라 기록말살형까지 내리기 때문.

그 결과 듄 세계관의 '제식화기'가 된 저속총은 상대의 방어막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게 느린 속도로 발사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 화력은 목표물과 투사체 사이의 속도 차이, 그리고 방어막의 최소 보호 설정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진다. 당연히 방어막을 통과할 정도로 느린 속도라면 막판에 재추진시킨다 해도 침으로 툭 하고 찌르는 정도의 피해밖에 입히지 못하므로, 결국 투사체에 독이나 화학 물질을 바르는 경우가 많다. 즉 미래 기술이 적용된 일종의 바람총이나 마찬가지인 물건. 굳이 탄자를 고속으로 발사할 필요가 없으니 자이로켓이나 레일건 형태도 있지만 가스 압력식 에어건 형태도 사용되며, 심지어 프레멘의 경우엔 간단하게 유지보수할 수 있도록 스프링으로 작동하는 마울라 권총(Maula pistol)을 사용한다.

이렇게 방어막 대응을 위해 온갖 제약을 덕지덕지 붙인 물건이지만, 실적이 영 좋지 못해 듄 세계관 속에서 총기제일주의가 사장된 증거물로 묘사된다. 정작 상대가 빠르게 움직여 탄자가 방어막 최소 보호 설정 속도보다 빠르게 다가오면, 저속총으로 쏜 총알이라 한들 여지없이 튕겨나가기 때문. 거기에 듄 시리즈는 인간의 신체 능력을 고평가한 작품[1]인 만큼, 훈련된 병사라면 역으로 달려들어 대 방어막 검술로 썰어 버리는 게 더 효율적이다. 작중에서도 개인화기 형태의 저속총은 유격전 등에 제한적으로 사용되며, 극적인 전투가 필요한 시점에선 백병전이 선호된다. 대신 오니솝터나 함선 등에 사용되는 대형 저속총은 탄자 자체를 키울 수 있어 이러한 문제가 덜한지, 여전히 라스건과 별개로 범용적으로 쓰이고 있다. p = mv, 저지력 확보에 속도가 문제라면 탄두의 질랑을 높이면 된다.

3. 미디어 믹스

웨스트우드가 만든 RTS 듄 시리즈( 듄 2, 듄 2000, 엠퍼러 : 배틀 포 듄)을 포함해서 듄 세계관 기반 비디오 게임에서 나온 대부분 실탄계 원거리 화기들은 방어막을 장비한 유닛에게 어느 정도 피해를 줄 수 있는 등의 모습으로 볼 때 설정상 저속총으로 봐야 한다. 데이비드 린치의 듄에선 평범한 SF 블래스터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드니 빌뇌브 2021년작 듄에선 홀츠만 방어막 묘사에 공을 들인 만큼 방어막을 작동시킨 상대에 대한 저속총 관련 무기 묘사도 세밀하게 나온다. 대체적으로 방어막에 적중하는 순간 고깔 형태의 탄자가 방어막에 끝없이 파고들면서 관통하는 형태로 묘사되며, 오니솝터에 달린 무기도 자이로켓처럼 추진제를 가지고 발사되고, 낙하산이 달려 있어 방어시설이나 전함까지 아주 천천히 이동한 뒤 방어막을 관통하는 폭탄도 등장한다. 개인화기 형태의 저속총은 빨리 쏠 필요도 없으니 격발시 큰 소음도 거의 나지 않는 것도 인상적.

그러나 보병간 전투에서는 대부분 전투가 백병전으로 이루어지는 터라 개인화기 형태의 저속총은 매우 드물게 등장한다. 대부분 저속총으로 적을 제압한 모습은 기습에 한정되며, 던칸 아이다호와 사다우카 사이의 교전[2]을 통해 개인화기로서의 저속총이 전면전에서 얼마나 쓰기 힘든지 단적으로 묘사된다. 황제의 정예병인 사다우카에 손에 들려도 이 정도니, 정말 서로가 방어막을 사용할 수 있는 대인전에선 칼이 총보다 빠른 셈.

반면 듄: 파트 2에 나온 하코넨의 오니솝터에 달린 도어건은 위 묘사와 반대로 대인병기로서 화끈하게 활약하는데, 현대적인 유탄 기관포마냥 예광탄까지 쓰고 발포시 착탄 지점에 산탄으로 십수 발이 꽂히며 순식간에 지상의 프레멘 병사들을 갈아버린다. 이는 작중의 저속총 관련 설정을 완전히 역행하는 연출이지만 상대가 방어막을 쓰지 않는 프레멘이라 가능한 것인데, 그야말로 하코넨에서 프레멘만을 학살하기 위한 전용 무기를 만든 셈. 이 저속총은 후반부 아라킨 전투에서 한번 더 등장하지만 이미 모두가 방어막을 켠채 백병전을 펼치는 난전 상태였고, 하코넨 측이 너무 절박해서 그냥 갈기고 보는 거였는지 아무 효과도 보지 못했다. 대충 아무곳이나 갈기다 보면 몇번 도탄되다 속도 떨어저서 눈먼 총알 한놈맞아 다치겠지 급.


[1] 20세기 인간 컴퓨터를 뛰어넘는 수준의 계산을 혼자 해내는 멘타트, 예지 능력을 각성시켜 주는 멜란지, 유전자 단위의 기억을 계승시킬 수 있는 베네 게세리트 교모단, 죽은 자의 세포로 만들어 생전의 유전자 기억을 전승시키는 골라,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마음대로 확인할 수 있는 퀴사츠 해더락 등. [2] 분명 사다우카 병사가 손목에 장착된 저속총을 정확하게 명중시켰지만, 탄자가 방어막을 뚫느라 잠시 멈춘 사이 던칸이 저속총 탄자를 칼로 튕겨내 버린다. 이에 뒤이어 연사한 총알도 계속 명중했지만, 아예 던칸이 전력으로 사다우카 방향으로 달려들어 사다우카 병사를 참수시키는 바람에 전부 방어막에 도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