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섭

"삼가 생각하건대, 화주(華州)의 치소는 이윤보(李潤堡)에 위치해 있는데, 비록 소량(少梁)의 옛 땅이고 진(晉)과 예(芮) 두 나라가 차지했던 땅이긴 하나, 지금은 오랑캐들이 내속하여 그들이 거주하는 마을이 되었습니다. 이 성은 옛 읍(邑)이나 선대의 이름이 아니며, 국가 초기에 강족(羌族)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작은 수비대가 있던 곳이었습니다. 이후 진(鎮)으로 승격하고 군(郡)을 설치하였으며, 산세를 따라 주(州)를 세우고 창고와 관청을 두었으나, 명칭과 실질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습니다.

삼가 보건대, 빙익(馮翊)의 옛 성은 강(羌)과 위(魏) 두 백성이 교류하는 곳이며, 허(許)와 낙(洛)으로 통하는 수륙의 교통 요지입니다. 전한 시기에는 좌보(左輔)의 역할을 하였고, 황위(皇魏) 시대에는 우익(右翼)으로 기능하였으며, 지세가 뛰어나고 명성이 높은 도시로서 실제로 서번(西蕃)의 중요한 거점이었습니다. 지금 주가 위치한 곳은 단지 옛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언덕에 자리 잡고 이윤의 강물을 마시며, 계곡의 혼탁한 물이 섞여 있어 오르내리기 힘들고, 왕래하는 데 몇 리나 걸리니, 아침저녁으로는 예의와 교육에 손상이 있습니다.

빙익은 화산(華山)과 위수(渭水)를 마주하고, 넓은 들과 늪을 품고 있으며, 우물은 얕고 연못은 평탄하여 나무를 하고 목축하기에 넉넉하고 광활합니다. 화음(華陰)에서 목재를 채취하면 육로로 70리만 운반하면 되고, 용문(龍門)에서 나무를 베면 물길을 따라 흘러 내려옵니다. 옛 성벽을 보수하는 데도 힘이 덜 들고 작업이 쉬워, 사람들이 각자 자기 일로 여기고 이를 수고롭게 여기지 않습니다. 옛날 송나라 백성들은 우물이 없어 우물을 파게 되자, 사람들은 크게 기뻐했습니다. 하물며 성 전체에 물이 없다가 물을 얻게 되면 온 집안이 경사스럽지 않겠습니까?

삼가 듣건대, 이전의 자사들(刺史)은 물 문제에 대해 무관심했던 것이 아니라, 혹은 전쟁이 일어나거나 흉년을 만나, 그로 인해 여의치 않아 지금까지 미루어졌던 것입니다. 지난해 곡식이 잘 익고 가을에 큰 수확을 이루었으며, 사방이 평온하고, 수도에도 특별한 일이 없습니다. 비용은 인당 10전(錢)을 넘지 않고, 사람들은 80일의 수고도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손실은 적고 이익은 크니, 부디 살펴 주시기를 청합니다."

"한 번의 수고로 영원히 편안해질 수 있으니 이주를 허락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