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25 14:17:33

수성 병기

1. 개요2. 전근대의 수성 병기3. 근대의 수성 병기4. 현대의 수성 병기

1. 개요

수성 병기(守城兵器)는 성채 방벽을 지키기 위해서 적의 공격을 격퇴하는 것이 주된 목표인 공성전에서 쓰이는 병기를 말한다. 반의어는 공성 병기(攻城兵器)이다.

수성 병기도 수성에 도움이 되면 대부분 채용했기 때문에 각종 공성 병기 중 투석기 발리스타 같은 투사체형 무기들은 적군의 공성병기를 파괴하거나 공격군에 타격을 주기 위해 방어자들도 사용했다.

2. 전근대의 수성 병기

전근대에 쓰였던 수성 병기들의 대부분은 중국에선 춘추전국시대, 서양에선 고대 그리스 고대 로마 시대에 등장한 것들이다.

2.1. 쇠뇌

중장거리를 담당가능한 투사체이므로 당연히 주 무기가 된다. 쇠뇌는 특히 방어전에서 위력을 발휘하는데, 가장 큰 단점인 긴 재장전 시간을 성벽이 깔끔히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탑은 채광용으로 창을 낼 때 비싼 유리창 대신 아주 좁게 틈만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마저도 전시에는 최소한만 남기고 다 돌로 막아버리므로 정말 운이 어지간히 나쁘지 않은 이상은 공격측 화살에 의해 저격당할 우려가 없다.

그리고 수성전에 특화된 화기도 존재한다.
  • 내노(內弩)
    묵자 52장 비성문에 나오는 쇠뇌로, 좁은 장소에서 사용하는 작은 수성용 쇠뇌다.
  • 전사기(轉射機)
    내노와 같은 장에 나오는 수성 도구로, 화살을 잇달아 쏘는 기계라고 짤막하게만 나온다. 일종의 연노인 듯.

2.2. 끓는 물

끓는 같이 유동체를 뜨겁게 가열했다가 성벽 아래나 성벽을 기어오르는 적에게 부어버린다. 재료로는 꼭 끓는 물만 사용한 것은 아니며 타르나 녹은 금속도 상황에 따라서 사용했다. 끓는 기름을 붓는 경우는 대중 매체에서 많이 등장하지만 공성전 시대에는 공성전 방어용으로 쓸 정도로 기름의 생산량이 많지 않아서 잘 쓰이지 않았다.

해당 공격을 당한 적은 심각한 화상을 입고 아래로 떨어져서 즉사하거나 재기불능의 중상을 입는다. 그냥 냅다 끓는 물을 붓는 방식이기에 구식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활처럼 좁은 공격 범위를 가지는 투사 무기와 달리 생각보다 넓은 범위로 쏟아져서 많은 적을 한 번에 격퇴할 수 있고, 죽기 전까지 상당한 고통을 주며 시체도 훼손되기 때문에 상당히 효과적인 방어수단이다. 덤으로 이렇게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동료를 지켜보는 적군의 사기 저하까지 노릴 수 있다.

흔히 공성전의 필수요소로 여겨지고, 실제로도 한번에 막강한 제압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매우 강력한 방어 수단이지만, 실상 정석적으로 쓰인 방어 수단은 아니었다. 해당 공격방식을 사용한 기록 자체는 간간히 나오는 편이라 실제로 사용되었음은 분명하지만 고도화된 요새 전투가 발달한 곳일수록 끓는 액체가 기록에 등장하는 일이 극히 드물며, 특히 유럽은 매우 드물어서 공성전을 설명하는 옛날 책들에서 언급조차 없다.

그 이유는 자원 소모다. 금속은 말할 것도 없고, 물은 설령 썩은 물이라해도 잡다한 용도로 귀중하게 사용되는 자원이며, 청수라면 식수니 결코 쓸 수 없다. 기름은? 당연히 아주 쓸모가 많은 물건이며, 못 먹는 기름이라 하더라도 연료를 비롯해 온갖 쓸모가 있으므로 전혀 쓸만하지 않다. 심지어 타르조차도 성벽 수리등 이곳저곳에 요긴하게 쓰이므로 함부로 쓰기 어렵고 대량을 비축해두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용케 어디서 달궈서 던질 유동체가 굴러다닌다 해도, 그걸 달구는 데에는 연료가 소모된다. 공성전에서 연료가 얼마나 귀할지는 두말하면 잔소리. 겨울이 다가오는 상황이라면 뭘 달구는 것은 시도조차 해선 안될 미친짓이고, 당장 연료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대장간에도 연료가 필요한데 굳이 그걸 뭘 달구는데 쓰는 건 타산이 맞기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 쓴 것도 아니고, 간간히 비정규적으로 쓰이곤 했다. 즉 거의 쓰지 않았지만, 굳이 일부러 안 쓴 것도 아닌 방어 수단이다. 유럽에서도 기록이 아예 안 나오는 것도 아니고 잊을만 하면 간간히 기록이 나오는데다가 분명 가열된 액체가 가지는 순간적인 제압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급한 불 끄기에는 최적이라 마냥 비효율적이기만 한 방어 수단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너무 늦게 발견한 적의 땅굴을 틀어막으려면 녹인 금속이라도 붓는 수밖에 없기도 하고.

또한 사용할 액체를 쉽게 수급할 수만 있다면 비용 문제는 의외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비교하자면 활을 쏘는 것도 화살을 만드느라 목재와 철을 계속 소모하게 되어 돈과 자원이 들어가지만, 가열한 액체 투하는 대충 내다 버려도 상관 없는 액체가 존재한다는 조건 하에서는 연료 소모만 든다. 어차피 화살 만드는 데에도 나무가 들어간다는 걸 생각하면 차라리 무기를 만들 수 없는 잡다한 땔감으로 뭘 달궈서 투하하는 게 더 싸게 먹힐 수도 있다.

타르 같은 인화성 물질은 쏟아부은 다음 횃불이나 불화살로 불을 붙여서 추가타를 줄 수 있으며, 목재로 된 공성 병기라면 통째로 태워버리는 기회를 노려볼 수도 있다. 사막 같은 곳에서는 안 그래도 귀한 물 대신 사방에 널린 모래를 달궈서 쓰기도 했다. 이 경우, 모래는 진짜로 아무 쓸모도 없기 마련이라 모래를 달굴 연료 값만 문제가 된다. 도자기에 엄청 뜨겁게 달군 모래를 채운 원시적인 수류탄에 가까운 물건을 사람한테 던지는 경우도 있었다. 얼마나 뜨거웠는지 모래가 흰색으로 빛날 정도인데다, 천 같은 물건은 모래가 닿는 순간 불타버렸다 하니 그걸 뒤집어쓴 사람은 끔찍한 화상을 각오해야 했다.

몽골의 고려 침략 때는 처인성 전투에서 몽골군이 성에 접근해 굴을 파려 하자 주민들이 용광로에 녹인 쇳물을 퍼부어 굴째로 무너뜨려 버렸다고 전해진다. 여기가 본래 다인철소(鐵所), 즉 철이 흔한 수공업 지역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는 충분히 가능한 일인데, 성벽 밑에 땅굴을 팔 때는 충분한 수의 아군이 신속하게 성 안으로 침투하도록 굴을 넓게 파야 하기 때문에 굴이 무너지지 않도록 내부에 나무 지지대를 설치해야 한다. 굴 내부에 대량의 액체가 쏟아지면 지반이 약해지고 지지대가 파괴되어 굴이 무너지는 일은 당연한 일. 물론 쇳물 그 자체로 적을 태워버릴 수도 있다.

2.3. 오물

이름 그대로 썩은 똥오줌을 적에게 뿌린다. 분뇨야 넘쳐나니 구하기도 쉽고, 당하는 쪽은 사기가 떨어지고 위생문제를 겪기 때문에[1] 괜찮은 방법. 상대에게 물과 위생 물자가 부족하다면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다만, 성벽 밖으로 던졌다 해도 똥이 성벽에서 충분히 멀리 사라져주는 건 아니기 때문에 (...) 마냥 골치아픈 분뇨를 배출(?)하면서 적에게 엿을 먹이는 요긴한 수단이라고 생각하긴 곤란하며, 이 분뇨를 굳이 쌓아 모아두는 것도 굉장히 골치아픈 난관이다. 화살에 바르거나 대나무와 막대에 천을 감아 만든 대나무 피스톤(분포(糞砲)라고 한다)으로 적에게 뿜어대기도 한다. 화포 시대가 도래한 이후에는 이 역시 자원 소모 때문에 쓰기 어려워졌는데, 똥을 모아다가 질소 화합물 만들어서 화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똥도 함부로 내던질 수 없다.

2.4.

성벽을 올라오는 적에게 이나 통나무 같은 무거운 물건들을 떨어뜨린다. 높이가 높은 성벽 위에서 무거운 돌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위력적인 병기가 된다. 위치만 잘 조정하면 돌을 맞은 사람이 떨어지면서 뒤쪽에 올라오던 사람들까지 덮쳐서 한 번에 여러 명을 처치할 수 있다. 인간 볼링 특별히 신경 쓸 필요 없이 대충 겨누어서 던지기만 해도 사람 잡기는 어렵지 않기에 돌만 충분하면 좋은 방법. 수성전에 사용하는 돌이 크고 무거울 필요도 없다. 벽돌 정도만 되어도 사람 두개골은 가볍게 깨진다.

업그레이드판으로 떨어뜨린 돌을 다시 끌어올려서 재활용하기 위해 돌에다가 밧줄 등을 묶은 것이 있다. 원래 돌 같은 것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의외로 성 내부에는 별로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장기간의 공성전 시 돌이 부족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만일 적이 돌에 묶인 밧줄을 붙잡거나 하면 밧줄을 손쉽게 끊어버리면 끝이니 안정성도 높다. 비록 돌은 아니지만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장벽을 기어오르는 와일들링을 상대로 밧줄에 매단 거대 낫을 떨어뜨리는 장면이 있다.

이것 역시 공성전의 필수 요소처럼 인식됨에도 불구하고, 실상, 끓는 물, 금속, 타르 따위와 마찬가지 이유로 공성전이 매우 격렬하게 진행된 사례에서 그다지 사용되지 않았던 방어 수단이다. 왜냐면 성벽 수리 재료이기 때문이다. 벽돌을 쓰는 성벽이라 하더라도 급하게 때우기엔 적당한 돌덩이 모아두는 것 이상으로 쓸만한게 없기 때문에 돌을 함부로 소모할 수 없다. 돌을 쌓아 만든 성벽이라면 더더욱 돌을 함부로 쓰기 곤란할 것이다. 물론, 이런 성벽은 아무 돌이나 쌓아 만들 수 없긴 하지만 어쨌든 성벽에 구멍이 났다면 당장 아무 돌이라도 쌓아 때우는 수 밖에 없긴 마찬가지다.

2.5. 뇌(檑)

고대 중국에서 처음 개발된 동아시아의 수성 도구로, 사다리를 걸치고 성 위를 기어오르는 적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는 일종의 대형 롤러다. 목뢰, 니뢰, 전뢰, 야차뢰, 차각뢰가 있으며, 특성은 다음과 같다.

다른 물건 던지기 부류의 방어 수단과 마찬가지의 모순을 가지고 있는데, 뭘 굴릴 물건의 재료는 십중팔구 아주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이걸 1회성으로 소모하기에는 타산이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목뢰라 하더라도, 목재가 무기 재료가 되는 것은 물론 땔감이나 성벽 수리 재료로도 쓰이므로 격렬하게 진행되는 고도화된 공성전에서는 쓰지 않는 것이 정석이다.

물론, 한번 던져넣으면 그대로 벽을 들쑤시던 적이 일시적으로나마 소탕되니 못 쓸 것도 없며 적이 기어오르는 것을 도저히 막기 힘들때 비상 대책으로 쓰기에는 충분하다. 장기적으로 계속 쓰기에는 여러모로 무리.
  • 목뢰
    통나무. 통나무에 철침 여러 개를 박아 살상력을 높이기도 한다. 다만 이 통나무를 적들이 노획한 뒤 공성 무기로 활용하기도 해서 기름으로 불을 붙여 굴리기도 했다.
  • 이뢰(泥檑)
    진흙을 빚어 만든 원기둥 모양의 뢰.
  • 전뢰
    진흙을 빚어 만든 뒤 구워서 강화시킨 뢰. 이뢰와 달리 겉이 울퉁불퉁하다.
  • 야차뢰
    목뢰와 비슷하지만 바퀴와 줄을 달고 도르래와 연결해 놓아, 적을 향해 떨어뜨린 뒤 줄을 감아올려 재사용할 수 있다. 사극 대조영 초반부 안시성 전투에서 고구려군이 낭아박과 같이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차각뢰
    야차뢰와 비슷하지만 큰 바퀴 모양이다.
  • 낭아박
    위의 야차뢰와 비슷하지만, 야차뢰의 타격부가 통나무 모양인 데 반해 낭아박의 타격부는 철침이 잔뜩 달린 판자다. 사극 대조영에 등장했다.

2.6. 자차(藉車)

파일:attachment/공성전/ZU14.jpg

적차라고도 한다. 묵자에 나오는 수성 도구로, 수레 위에 여장을 장착하고 안전하게 몸을 내밀어 아래의 적에게 화살을 쏘고 돌과 통나무 등을 떨어뜨려 공격이 가능한 이동식 수성 플랫폼이다.

2.7. 전투 마차

고대 중국에서 인력식 전투 마차들은 앞에 방패판과 창날 등을 달고 대기병전에 사용되던 것이지만, 공성전에서는 적의 화살로부터 아군을 보호하는 용도로 공성 탑과 같이 사용되었고, 수성 측에서는 성벽이나 성문이 무너지거나, 적이 시가지로 진입했을 때 적의 돌격을 막는 임시 바리케이드로도 사용되었다.

2.8. 마름쇠

바닥에 깔아놓아서 적의 전진과 전투행동을 방해하는 무기로 종류로는 목질려, 마름쇠(철질려), 녹각목이 있다.

목질려는 마름이라는 식물의 열매로서, 날카로운 가시가 있어 말려 보관하다 수성시 뿌려두면 효과적이다. 마름쇠는 목질려를 본떠 만든 것으로, 아무렇게나 던져도 날이 위로 서게 만든 철침으로 정사면체의 각 꼭지점 부분으로 침이 솟아있는 모양이다. 녹각목은 끝을 날카롭게 깎은 나뭇가지를 말한다. 성벽 주변에 설치해 적의 돌격을 저지하는 역할을 한다. 사슴의 뿔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녹각목이다.

단점은, 목질려나 녹각목 등을 쓰는 경우에는 굳이 성벽 내부에 먹을게 아닌 식물을 쌓아두는 것이 보관 효율 부분에서 모순이라는 것과, 둔전이 있다 해도 비좁은 둔전에다 굳이 못 먹을 걸 키울 이유가 마땅치 않다는 것. 하지만 잡초(...)니까 부담없이 모을 수 있는데다가 수틀리면 땔감으로도 쓸 수 있으니 다른 "뭔가 던지기" 부류의 수단에 비하면 효율적이다.

마름쇠의 경우 아무래도 쇠붙이니까 비교적 재활용(?)이 용이하고 썩어서 손실될 일도 없다보니, 구비 비용이 비싼걸 감안해도, 포위 당하기 전에 미리 준비해 둔다면 비효율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물론, 이것도 창고에서 보관하는 동안에는 공간을 소모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항시 설치 해두는 방해물로 대체하는 게 더 효율적이긴 하다.

2.9. 화공

화공(火攻)은 여러가지 종류가 있지만 수성전에서는 주로 적한테 던질 만한 물건에 인화성 물질을 묻히고 불을 붙여 던지거나 불화살을 날리는 방법을 쓴다.

대포 이전의 공성병기들은 대부분 주 재질이 목재라서 불에 매우 취약했다. 공성 측은 이에 대한 대비로 공성 병기 외부를 철로 보강하거나 생가죽을 씌웠고, 물을 지참해서 틈틈이 뿌렸다. 또 공격에 나서는 병사들에게도 물을 뿌려 적셔두기도 했다. 영화 킹덤 오브 헤븐에서 잘 묘사가 되어 있는데, 공성탑을 오르는 병사들에게 물을 마구 끼얹는 모습이 나온다.

그러나 화염을 지속적으로 퍼붓거나 하면 돌파되기 때문에 중국은 맹화유궤, 동로마는 그리스의 불과 같은 원시적인 화염방사기를 사용해 적에게 불 세례를 퍼붓기도 했다. 1453년의 콘스탄티노폴리스 공방전(1453년)의 경우 진짜로 그리스의 불 세례를 맞고 오스만 측 공성탑이 홀라당 타버린 적도 있었다.

역시 불을 붙이는데에는 대량의 땔감이 소모된다는 모순이 있기 때문에, 격렬하게 오래 진행되는 공성전에서 함부로 사용하기 곤란한 방어 수단이다. 그리스의 불 같이 원체 살상력이 출중해서 꽤 요긴한 경우도 있긴 하다만 이것도 연료 소모가 극심한 만큼 장시간 쓸 수는 없고 수성전에서는 가능한 안 쓰는게 나았을 것이다. 어쨌든 불이란 점에서 살상력은 어느 상황에든 보장되고, 따라서 급한 불을 끄는 불로는 아주 요긴하다.

2.9.1. 불을 붙인 동물

파일:external/depts.washington.edu/6wjzfrox.jpg 파일:external/cdn.theatlantic.com/catbomb3-thumb-615x464-112810.jpg
중국의 화우. 예시 서양에서도 사용하였다. 예시

중국 문헌에 등장하는 화우(火牛), 화금(火禽)이란 게 등장하는데, 소나 날짐승에 몸에 가연성 물질(화약 등)과 불씨를 매달아 날려보내 자폭시키거나 불을 질러 공성군의 진영이나 공성무기에 피해를 주는 것이다. 공성전에서 공성측이 적 성에 불을 지르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의 명장 전단이 뿔에는 칼을 달고 꼬리에 횃불을 단 황소들을 적진으로 내몰아 공황을 일으키는 화우지계로 즉묵성을 공격하던 연나라 공성군을 궤멸시켰다.

불을 붙이는 과정에서 땔감이나 부싯돌 등의 자원 소모가 있긴 하지만, 동물 자체가 연료(...)이므로 연료 소모 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화공 계열 방어 수단이다. 안타깝게도 동물에 불을 붙인다는 게 상상 이상으로 어려운데다가, 산 동물일 경우 곱게 불이 붙게 해줄리도 만무하므로 난장판을 만들기 십상이라 과연 실용적인지에 대해서는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다.

2차 세계대전 버전으로 대전차 견 이 있다.

2.10. 청음기

고대 중국 제자백가 중 하나인 묵가에서 발명한 수성 장치. 대략 지하수가 나올 정도로 땅을 깊이 파고 안에 항아리를 고정시킨 뒤 사람이 들어가 소리를 듣는 것으로, 땅굴을 파오는 것에 대비하는 장치다. 소리는 기체보다 밀도가 높은 액체, 고체를 타고 전파될 때 훨씬 빠르게, 훨씬 효율적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확실하게 성능을 발휘할 수 있었으며 Mythbusters에서 실제로 시험을 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 유효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3. 근대의 수성 병기

일반적으로는 화포가 본격적으로 사용되는 18세기부터 제2차 세계 대전기까지 쓰였던 무기들이다.

3.1. 요새포

공성전 말기에 등장한 수성용 3대 병기의 첫 번째로 주로 장거리를 담당한다. 공성포와 포화를 주고받으면서 최대한 원거리에서 공성군을 박살낸다.

위력이 막강한 관계로 집중공격의 대상이었으며 공성포에 대항하기 위해서 계속 발전한 결과 다양한 종류와 모습을 가지게 되었으며 전함의 주포탑 형태로 해안포를 만들어서 장착한 드럼 요새 샤른호르스트급 전함 2번함인 그나이제나우의 주포탑을 요새포로 이식한 것과 세바스토폴 공방전에서 세바스토폴을 지키던 막심 고리키 요새의 요새 주포인 임페라트리차 마리야급 전함의 주포탑이 대표적인 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공성포와 기존 방식의 요새가 쇠퇴하면서 같이 쇠퇴하였으며, 21세기의 시점에서는 공군이나 야포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3.2. 기관총

공성전 말기에 등장한 수성용 3대 병기의 두 번째로 주로 중거리에서 근거리를 담당한다. 공성전의 전성기가 지난 후에 등장해서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관총이 등장한 후 요새에서 대량 채택하지 않은 적이 없다.

일단 아무리 못해도 소총의 유효사정거리 이상의 성능을 가지며, 지속적인 연사가 가능하므로 방어 시설물을 방패 삼아서 배치된 기관총 몇 정만 있으면 공격군이 성벽이나 흉벽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게다가 좁은 총안구를 통해서만 저격이 가능한데다가 겨우 사수를 저격해서 죽여도 내부에 있던 다른 인원이 다시 방아쇠를 잡을 가능성이 크며 다시 사수를 처리하는 동안 아군의 손실이 강요되기 때문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강력한 대포나 폭발물 등으로 기관총과 총좌 자체를 파괴해야 한다. 당장 러일전쟁 203고지에서 일본군에게 수만 명의 사상자를 입힌 무기는 러시아군이 요새에 거치해놓은 기관총이었다.

현대의 공성전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가전이나 참호전, 진지 전투 등에서도 기관총은 유용한 방어무기이다. 유일한 약점은 은엄폐를 제대로 한 끝에 성벽(또는 참호 벽) 아래에 딱 붙은 적군 병력을 소탕하기에는 사각(死角)의 문제로 인해 부적당하다는 것인데, 이것은 수류탄이 해결해준다.

3.3. 수류탄

공성전 말기에 등장한 수성용 3대 병기의 세 번째로 주로 근거리를 담당한다. 여기서 말하는 수류탄은 현대식 수류탄을 말한다. 공성전의 전성기가 지난 후에 제대로 된 물건이 등장한지라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공성전은 물론이거니와 참호전, 야전에 널리 쓰인 물건이다. 예전부터 성벽 아래에 있는 적에게 화약을 사용한 폭발물을 던지는 것은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당시의 폭발물은 무겁고 거추장스러우며, 사용 시 불을 당겨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유폭하기도 하고, 위력도 그렇게 좋지 않은데다가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부작용이 있어서 공성전의 주역으로 활약하기에는 2% 정도 부족했다.

하지만 지연신관식 수류탄이나 막대형 수류탄이 개발된 후에는 수성 측의 입장에서는 가장 골치 아픈 존재중 하나인 성벽 아래에 딱 붙어있는 적군 병력을 손쉽게 몰살하는 물건으로 잘 쓰이게 된다. 당장 수성 측에서 수류탄을 사용할 때는 야전처럼 멀리 수류탄을 던질 필요도 없으며, 그냥 안전핀을 뽑은 다음에 손만 살짝 내밀어서 수류탄을 툭 떨어뜨리면 끝나는 편리하고 안전한 공격이 가능한데, 공성 측의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파편을 뿌리는 소형 폭발물이 성벽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격이니 1-2발로도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수류탄을 피해서 도망치면 활이나 총의 좋은 먹잇감. 따라서 요새포, 기관총과 함께 공성 측 병력이 더 이상 인해전술로는 성벽에 접근할 수 없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3대 물건으로 자리 잡았다. 현대에도 수류탄이나 클레이모어 등 폭발물은 시가전과 진지 전투 등에서 근거리에 접근한 적군들을 날려버리는 역할을 수행한다. 공성전이 무시로 벌어지던 중근세 뿐 아니라 현대전에 이르기까지 근접전, 실내전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수류탄이다.

다만, 수류탄의 이러한 특성은 방어자뿐 아니라 공격자에게도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공성측 병력이 달려와 일단 성벽에 딱 붙어 사각지대에 들어가 버리면, 수성 측에서도 할 수 있는 행동은 크게 제약된다. 바로 아래에 붙은 적병을 상대로 사격이나 투석 등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성첩(성벽의 난간) 위로 상반신을 크게 드러내야 하는데, 그랬다가는 집중사격의 표적이 되어 죽기 딱 좋은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방어측 병력이 어버버하는 사이에 성벽에 붙은 공성측 병력이 수류탄을 성벽 위로 던져 올리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몰살 당할 수 있다. 실제로 신미양요 당시 미군 해병대 중대급 병력이, 어재연 휘하의 조선군이 지키는 광성보를 원거리 엄호사격과 수류탄 근접투척을 병행하여 빠르게 함락시킨 사례가 있다.

3.4. 기타 무기

  • 대공포
    세계 대전 당시에 일부 성을 거점으로 삼은 군 병력이 성을 대공용 진지로 이용하는 경우가 있긴 했다. 동물원 대공포탑이 이런 응용방식을 발전시킨 것인데 애초부터 대공용 진지 + 2차 대전 기준으로도 튼튼한 요새를 만들었기 때문에 전차가 접근하면 하방사격도 가능한 12,8cm FlaK 2연장 대공포좌가 철갑탄으로 집중사격해서 고철로 만들었고 소련군이 육상에서 쉽게 이동 가능한 거포중 가장 구경이 큰 8인치(203mm) B-4를 근접시켜서 직접 사격을 날려도 손상을 거의 입지 않는 방어력을 자랑하였다.
  • 수리가 불가능한 전차
    엔진이나 무한궤도 등 기동 계통이 수리 불가능 수준으로 고장났지만 포탑은 멀쩡할 경우, 방어포탑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5호 전차 판터가 차체는 땅 속에 묻어놓고 포탑만 표면 위로 올린 상태에서 운영되었다.
  • 좌초하거나 착저한 군함
    폐차된 전차와 비슷하게 운영된다. 강구트급 전함 2번함 마라가 대표적인데 군함은 이동이 불가능해져도 포탑과 함포는 사용가능하기에 지상군의 탄착관측 지원을 받으면 원거리 지원포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구경 함포는 함체가 물 위에 뜬 상태를 생각하고 포격의 반동을 물이 흡수하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좌초하거나 착저한 상태에서 대구경 함포를 지속적으로 사격하면 함체가 금이 가고 붕괴될 위험성이 있다. 그래서 항해는 불가능하지만 가능한한 물 위에서 부유는 할 수 있도록 긴급수리한 후에 부유포대로 사용하게 된다.

4. 현대의 수성 병기

사전적 정의를 만족시키는 마지막 공성전은 1945년 5월의 이터 성 전투로, 이후 공성전 시대는 막을 내렸다. 현대전에서는 포격 지원, 미사일 전략폭격기의 존재로 더 이상 공성전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으며, 전술적으로도 강습형 침투와 저격이 선호되어 요즘 세상에 성을 점령하고 깃발을 꽂는 식의 전투를 하는 군대는 없다.

그리고 성까지는 아니라도 시가전에서의 높은 건물이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벙커나 미사일 사일로와 같은 시설물이 있는데 이마저도 거의 특수부대가 CQB로 내부의 인원을 무력화해 점령하거나 벙커 버스터와 같은 전술과 무기로 빠르게 박살내는 경우가 일반적이라서 공성전이나 수성전이 벌어질 경우는 없다고 보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아우디이우카 전투처럼 아우디이우카가 지하요새 방식으로 강력하게 요새회된 관계로 2014년 7월부터 2023년 12월의 현재 상황까지 지속적인 전투가 벌어지면서 공성전과 수성전에 가까운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공성병기와 수성병기는 형태는 크게 변화하고 일반적인 병기를 많이 사용하고 개조하였으나 2023년의 시점에서도 간간히 등장한다.

범위를 넓게 보자면 대테러부대, 특수부대의 옥내 진입이나 시가전에서 저격수나 폭탄을 쓸 수 없어 특정 건물을 점령해야 하는 경우, 지하에 구축된 요새에 침투하는 경우 등에 대비해 근접 나이프 기술, 기관단총, 특수전 전용 권총[2], 전자동 산탄총, 도어 브리칭[3], 섬광탄, 단축형 돌격소총, C4, CQB 등 방어시설에 침입하고 짱박힌 적을 공격하는 데 쓰는 무기와 전술들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외에도 몇몇 군사 작전의 경우에 현장에서 냉병기를 급조해 쓴다든가 하는 특수한 사례만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이 밖에 과격한 시위 폭동이 일어난 경우 시위대에서 상술한 전근대적 병기를 직접 만들어 쓰는 경우가 있다.


[1] 상처에 똥독이라도 오르면 곤란해진다. [2] FN Five-seveN이라든지 H&K Mark 23이라든지... [3] 이것도 어떻게 보면 성문을 박살내기 위한 공성추의 축소판 후계자라고 할 수 있다. 단지 거대한 성문이 건물의 철문으로 바뀌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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