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의 단편소설 Rip Van Winkle
낮잠자고 일어났더니 세상이 바뀌어 있더라는 얘기 중 하나. 쌍둥이 역설을 일컫는 말인 립 밴 윙클 효과의 어원이 되었다.슬리피 할로우로 유명한 미국의 작가 워싱턴 어빙이 쓴 단편소설집 《스케치북》(1819~1820) 에 들어있는 단편소설로 미국 작가가 미국에 대해 쓴 최초의 소설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당시 서양사람들의 세계관에서는 당연히 유럽이 중심이었기 때문에 미국은 그냥 듣보잡이었고, 또한 당시의 미국 사람들에게 있어서 유럽이란 일종의 정신적 고향이던 시기였기 때문에 미국이 배경인 소설이 나타날 이유가 없었다. 이 소설을 쓴 워싱턴 어빙조차 미국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유럽으로 건너가서 활동을 한 작가이며, 이 소설이 실린 단편소설집인 <스케치북> 역시 주로 유럽 이야기가 쓰인 소설집으로, 립 밴 윙클을 포함한 미국 소설 몇 개는 그냥 덤으로 끼워넣은 것이라 보면 된다.
딱봐도 영어 이름이 아니라 네덜란드식 이름 같은데, 사실 소설의 배경인 뉴욕 주 허드슨 강 유역에는 영국인들보다 네덜란드 이주민이 먼저 들어와 개척해서 살고 있었다. 주인공인 립 밴 윙클은 네덜란드 이주민의 후예인 셈.
일반적으로 한글로 표기할 땐 '립 판 윙클'이나 '립 반 윙클'이 아니라 '립 밴 윙클'이라고 표기한다. 네덜란드계 이름이라 원래라면 '립 판 빙클레'가 맞는 표기이긴 하지만 영어 문학 작품이라 영어식으로 읽히는 것. 그리고 이 소설을 배우게 되는 대다수의 영문과에서는 당연히 립 밴 윙클이라고 읽는다. 미국인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아르놀트 슈바르체네거라고 부르지는 않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1.1. 간단한 줄거리
미국이 막 독립하기 직전의 뉴욕 주 허드슨 강 유역(현재의 맨하탄 주변)의 어느 마을에 립 밴 윙클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공처가인 그는 늘 마누라에게 구박받으면서 살았는데, 어느날 취미인 사냥을 나갔다가 옛날 북미 탐험을 하다 죽은 네덜란드 선조들의 유령[1][2]을 만났다. 이 유령들은 술을 마시며 볼링 게임[3]을 하면서 놀고 있었는데, 그걸 구경하던 립 밴 윙클은 이들의 술을 훔쳐 마시고 취해서 잠이 들게 된다. 그리고 일어나 보니 잠든 사이에 20년의 세월이 지나 미국은 독립국이 되었고 자신은 호호백발 노인이 되어 있었다.마을에 돌아왔을 때, 영국 왕 조지 3세의 초상화 위에 덧그린 조지 워싱턴의 초상화를 보면서[4] '이 듣보잡은 뭥미?'라고 물어보다가 왕당파로 몰려 바로 앞에 국회의원 선거유세하는 걸 보러 나온 사람들로부터 맞아죽을 위기에 처한다.[5] 그래서 일단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을 찾기 위해 20년 전 어울렸던 친구들의 소식을 군중들에게 물어보는데, 여관 주인이었던 친구 한 명은 이미 한참 전에 죽어 있었고, 마을 교장 선생님이었던 친구는 독립전쟁에 참전해서 장군까지 승진하여 지금은 의회에 가 있었다. 그래서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자기 이름(립 밴 윙클)을 말하며 그 사람은 어디 있느냐고 하자 저기 술집 구석에 있다고 해서 보니까 자기랑 거의 똑같이 생긴 사람이 술집 구석에서 술에 취해 기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알고보니 립 밴 윙클의 아들이 립 밴 윙클과 같은 이름이었고, 그 아들이 20년간 나이를 먹은 모습이었다. 이 아들도 립 밴 윙클 못지않은 게으름뱅이여서 그 모양이었던 것. 술집 밖에 나오자 마을 사람들이 모두 수군거리며 쳐다보는데(머리와 수염이 20년간 기른 그대로였으니), 울고 있는 어린애를 달래고 있는 한 부인을 보니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었다. 립 밴 윙클은 뭔가 짐작가는 게 있어서 그 부인에게 아버지 이름을 물으니까 '립 밴 윙클'이라고 대답하면서, 20년 전에 아버지가 사냥하러 갔는데 돌아오지 않고 데리고 갔던 개만 돌아왔다고 하면서,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어서 단념했다고 했다. 립 밴 윙클이 다시 어머니(자신에게는 마누라)의 소식을 묻자, 얼마 전 죽었다고 했다. 즉, 이 부인은 자신의 딸이었던 것. 그래서 립 밴 윙클이 ' 내가 니 애비다.' 라고 하지만 당연히 안믿었는데, 마침 마을 사람 속에 있던 한 노인이 나타나서는 '이 사람 립 밴 윙클 맞음' 하면서 인증을 해줘서 결국 립 밴 윙클로 인정받게 되고, 자신과 똑같은 생활무능력자인 아들 대신에 딸네 집에 가서 행복하게
우라시마 타로와는 달리, 립 밴 윙클은 자식들이 살아있어서 그 집에서 신세도 지게 되었고, 친구들은 많이 죽어버렸지만 남아 있는 이웃들도 있었던 데다 자신의 입담을 살려 젊은이들과 즐겁게 놀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난폭한 마누라도 이미 오래전에 죽어버려서 바가지 긁힐 일도 없어졌다. 결국 저런 일을 겪은 덕분에 오히려 편하게 잘 먹고 잘 살게 되었다는 미국인다운 낙천적인 결말같아 보이지만 잘 보면 마지막에 마누라 잔소리와 같이 가정을 이끄는 게 지겹고 지쳐서 립 밴 윙클이 마셨다는 그 술을 마셔보고 싶어하던 남자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로 끝나는 걸 생각하면 그렇게 낙천적인 이야기인 것도 아니다.
미국 초창기 소설로 유명하다보니, 미디어로도 많이 만들어졌다. 1896년에 흑백 무성영화까지 나왔으나 필름이 사라져 전설의 영화가 되었다. 호주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Famous Classic Tales(KBS-1에서 세계명작동화 만화영화라고 더빙해 무수히 방영했다)에서도 들어갔으며 이 또한 KBS-1에서 더빙으로 방영했다.
삼성전자 또 하나의 가족 광고를 연출한 미국 클레이 애니메이션 전문 애니메이터 윌 빈튼(1947~2018)도 1978년 28분 정도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이걸 만든 바 있다.
2. 헬싱의 등장인물 립 판 빙클레
[1]
금성출판사 전집본에서는 이들의 정체를 탐험 항해 중
선상반란으로 인해 배에서 추방당한 후 행방불명된
헨리 허드슨 일행으로 결론지었다.
[2]
미국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에선 숲 속의 드워프들, 난쟁이로 나왔고 이들에게 술을 얻어마셔 잠들었던 걸로 나왔으며, 미국 드라마에선 술을 훔치지 않고 마시는데, 그거 마시고 잤다가 깨면 유령들이 골치아픈 일이 싹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3]
이들이 하는 볼링은 현재와는 달리, 핀이 9개인 나인핀즈(nine pins) 게임이다.
[4]
다시 말해 조지 3세 초상화를 지우고 그 자리에 조지 워싱턴의 초상화를 새로 그리기 귀찮아서 원래 있던 조지 3세 초상화를 옷차림 등등만 고쳐 놓은 다음 그 밑에 조지 워싱턴의 초상화라고 써붙여 놓은 것. 쉽게 말해 조지 3세와 조지 워싱턴의 짬뽕. 조지 3세와 조지 워싱턴이 똑같이 '조지'라는 걸 노린 언어유희이다.
[5]
독립전쟁 직후인 당시의 미국인들 입장에서 영국은 당연히 안좋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