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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킹스 크로스 역 화재사건


주의. 사건·사고 관련 내용을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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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s Cross fire

1. 개요2. 상세3. 관련 문서

1. 개요

1987년 11월 18일 영국 런던 킹스 크로스 세인트 판크라스 지하철역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고심도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 버려진 성냥에 의해 발생했다. 이 사고로 31명[1]이 사망하였으며 60명 이상의 사람들이 화상과 질식으로 치료를 받았다. 북아일랜드 분쟁이 있었던 시절에 일어난 사고인지라 초기에는 IRA 테러한 줄 알았다고 한다.

2. 상세

사고가 발생한 에스컬레이터는 제2차 세계 대전 직전인 1939년에 설치된 것으로, 발판이 목재로 이루어진 심하게 노후화된 시설이었다. 성냥이 버려진 이유는 당시 지하철역에서 흡연하는 탑승객이 많았기 때문. 이미 수년 전 옥스포드 서커스 역에서 발생한 화재 이후 런던 지하철의 고심도 노선에서는 열차 내 및 역사 내에서 금연이 실시되고 있었다. 하지만 사건 당일 킹스 크로스 역을 이용한 누군가는 그것을 무시하고 지하철역에서 흡연했고 성냥으로 불을 땡긴 뒤 그냥 에스컬레이터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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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포드 역의 목재 에스컬레이터. 킹스 크로스역의 목재 에스컬레이터와 유사한 기종이다.

문제의 목재 에스컬레이터는 내부 청소도 안 해서 안이 그리스 등 기름때와 먼지로 범벅되어 있었다고 하며 여기에 불도 덜 꺼진 성냥이 들어갔으니 당연히 화재가 발생했다.[2]

사실 에스컬레이터에서 성냥으로 담배를 키고 버리는 일은 빈번했고 그로 인해 에스컬레이터에 작은 화재가 발생하는 일은 자주 있었다고 한다. 이들 작은 불씨는 대부분 에스컬레이터의 움직임 자체만으로도 알아서 꺼졌다고 한다. 일단 이 작은 화재를 발견한 한 시민이 에스컬레이터를 멈추게 하였다.

이것만이었다면 작은 화재인 데다 조기 발견을 했으니 쉽게 진압이 가능해 보였다. 실제로 화재가 본격화되기 전 소방관이 출동해 화재 지점을 확인하였고 에스컬레이터 계단 한 단 정도만 불타고 있던 매우 작은 불길이었기에 그들은 쉽게 진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호스 하나만 가지러 갔다. 불이 난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통로는 당연히 폐쇄되었고 승객들은 경찰과 직원의 안내에 의해 다른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대피하고 있었다. 대피 절차도 전혀 문제 없이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호스 가지러 간 사이에 불길이 갑자기 커졌다. 목격자의 증언에 의하면 마치 화염 방사기처럼 불길이 매표소를 덮쳤다고... 거기다 대피에 이용된 다른 에스컬레이터의 도착지점이 불이 난 에스컬레이터와 같은 곳이었기에 대피중인 승객들을 불길이 덮쳐 버렸다. 이 탓에 삽시간에 31명이 목숨을 잃었고 20명 이상이 중상을 입었다. 매표소에서 호스를 기다리고 있던 소방관 대장 콜린 타운슬리[3]는 4년간 자신을 상사로 둔 소방관 로버트 몰튼의 도움으로 쓰러진 상태로 화재 현장에서 나오는 데는 성공했지만 병원으로 이송 도중 끝내 사망했다.[4]

아주 작은 불씨가 1분도 안 돼서 역내에 화염방사를 뿜어댄 기존 과학 지식으로는 도무지 말이 안 되는 것 같은 화재였다. 열차풍이 원인이라는 이야기도 언론을 통해서 돌았지만 실험 결과 사실무근으로 확인되었다. 풀무 현상을 일으키기에 당시 열차풍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

결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도움을 얻어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돌려서 열이 어떻게 전파되는지 알아봤는데 열이 기존의 상식과는 달리 에스컬레이터 경사면을 타고 전파되는 것을 발견했다. 너무 의외의 결과가 나와 처음에는 시뮬레이션을 잘못 돌린 줄 알고 다시 돌려 봤는데도 결과는 동일했다. 이 시뮬레이션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모조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실험까지 해 보고서야 진짜 원인을 알아냈다. 진짜 원인은 에스컬레이터가 가지고 있던 경사면 구조 그 자체였다. 경사면 구조인 데다 가연성 발판 양옆이 불연성 철제 난간으로 막혀 있기 때문에 열이 옆으로 확산되지 못했고 경사면 위쪽을 달구기 시작했다. 거기다 하필이면 천장에는 수십 년간 덧칠한 약 20겹의 페인트가 겹겹이 쌓여 있었는데 이것이 열을 가두는 효과를 내다가 에스컬레이터 온도가 발화점을 넘자 순식간에 불이 붙고 이것이 사방으로 번지면서 화염방사를 일으켰던 것. 이때 발생한 에너지는 제트 여객기 하나를 이륙시키는 에너지와 맞먹었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이를 도랑효과(trench effect)라고 이름 붙였다. 여기까지 알아내는 데 11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고 이후 화재 메뉴얼에 경사면 화재에 대한 특수 조항이 추가되었다.

이 사고 이후 모든 런던 지하철 대심도 노선의 에스컬레이터 발판이 금속재로 교체되었고[5] 스프링클러와 화재 감지기 설치가 시작되었으며 직원들에게 화재 시 대피 안내 교육을 실시했다.

지하공간에서 불이 나면 답이 없으니 대비를 잘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 비슷한 사고로는 대구 지하철 참사가 있다.

이 당시 충격이 매우 컸기에 희생자들의 장례식에 다이애나 스펜서를 비롯한 영국 왕실 인물들도 참석했다. 당시 수상이던 마거릿 대처도 사고 현장을 방문하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사상 최악의 참사에서도 다루었다.

3. 관련 문서



[1] 마지막으로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스코틀랜드 폴커크 출신의 알렉산더 팰런(향년 72세)이며 17년 동안 신원미상 상태였다가 2004년 DNA 검사를 통해 신원이 확인되었다. [2] 예전 학교들의 청소 후 나뭇바닥을 생각하면 된다. 번쩍번쩍한 기름이 잘 마르지 않는데 그런 것이 수십 년 단위로 뭉쳐 있다고 생각해 보자. [3] 당시 그는 45세로 런던 소방대에 23년간 몸담아온 헌신적이고 열정이 넘쳐서 부하들의 존경과 충성을 받았던 리더이자 두 딸을 둔 가장이었다. 은퇴 후, 프랑스에 있는 한 교회 마을에 작은 농장을 사는 것이 꿈이었으나 영영 이룰 수 없게 되었다. [4] 사인은 유독가스로 인한 질식사 [5] 유일한 예외가 최초로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Greenford station(위의 사진)이었다. 여기는 대심도는커녕 지하역도 아니고 그냥 도로를 입체교차하는 다리 위에 있는 일종의 고가역이고 역사도 한 층 아래 지상에 있는 구조라서 킹스 크로스역과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발판을 목재로 남겨둔 것도 일종의 기념 차원. 하지만 2014년에 경사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서 이 목재 에스컬레이터는 철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