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장편 연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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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1982년작 첩보 액션 영화. 톰 클랜시의 선배격인 영국 작가 크레이그 토마스(1942~2011)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배급은 워너 브라더스.
영화감독으로도 유명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주연만이 아니라 제작과 감독을 맡았다.
2. 줄거리
1980년대 소련이 MiG-31이라는 신형 전투기를 제작한다는 정보가 미국을 비롯한 NATO측에 입수된다. NATO 코드네임 파이어폭스로 지정된 이 전투기는 마하5가 넘는 스피드와 스텔스 기능,[1] 방어용 후방 발사 미사일, 조종사의 사고를 읽어 화기 관제를 하는 시스템을 갖춘 최첨단 전투기로 파이어폭스가 양산될 경우 서방측은 대응할 방법이 전혀 없기에 파이어폭스의 탈취를 기획한다.그리고, 이 임무를 수행할 요원으로 F-105의 조종사로 베트남전에서 싸우다가 격추되어 포로로 끌려가던 도중, 구출 작전 도중에 눈앞에서 민간인 아이가 죽는 모습[2]으로 인한 PTSD에 시달리면서, 숨어 살던 미합중국 공군 조종사인 미첼 갠트( 클린트 이스트우드) 소령을 선택해 소련으로 침투시킨다. 이 작전에 투입할 요원 선발 조건이 뛰어난 조종사면서 러시아어를 할 줄 알고(단지 말만이 아닌 생각까지 러시아어로 하는 게 가능한 정도), 가족이 대대로 러시아 사람이어야 하며, 원래 파이어폭스의 조종사와 비슷한 체격[3]이어야 하고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미국에 충성하는 러시아계 미국인이어야 한다는 뭔가 무지막지하게 복잡하고 어려운 조건이었는데 하필 그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이 미첼 갠트[4]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냄새를 맡은 콘타르스키 KGB 대령[5]은 사냥개처럼 끈질기게 갠트를 추격해온다.
소련에서 다른 스파이들과 협력자들 전원의 도움과 희생[6]으로 갠트는 파이어폭스 1번기를 탈취해 이륙한다. 그러나 예비기로 보관중이던 2번기가[7] 갠트의 1번기를 격추하기 위해 뒤이어 날아오른다.[8]
많은 팬들이 가장 인상깊은 장면으로 꼽는 소련 해군 순양함과의 교전 장면. 떠 있던 헬리콥터 1대가 파이어폭스가 발사한 미사일에 격추된 뒤, 막 순양함에서 이함하던 헬리콥터가 마하 5로 순양함 위를 비행하는 파이어폭스의 풍압에 밀려 추락하고, 순양함이 발사한 대공 미사일이 파이어폭스를 따라잡기 전에 연료가 떨어져 낙하한다.
갠트가 파이어폭스 탈취를 위해 소련으로 침투해 접근하는 과정은 첩보물, 탈취부터는 항공 액션물의 두가지 느낌이 들어 2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재미가 있다. 옛날 영화다보니 합성이 심하게 티가 나지만 초고속 전투기와 바렌츠 해를 배경으로 접전을 벌이는 장면은 상당히 명장면에 속한다. 특히 생각으로 무기를 발사하는 특성상 후반부에 파이어폭스 1, 2호기 간 교전 장면에서는 대사가 거의 없다. 갠트가 실속에 빠졌을 때 베트남 포로 시절 자기 눈앞에서 녹아버린 아이를 떠올리며 죽을 각오를 하다가 겨우 기체를 컨트롤하자 보스코프 중령이 옆으로 날아와서 살짝 경의를 표하는 장면도 있다.[9] 모두 대사 같은 것 전혀 없이!
영화 속에서는 소련 서기장이 굉장한 또라이로 나온다. 갠트의 MiG-31이 소련을 기만하며 휘젓고 다니자 온갖 머리를 굴리면서 갠트를 요격할 방법을 연구하는 부하에게 이거 다 너 때문이라고 갈구질 않나... 시대가 소련에 대한 적개심으로 충만한 1980년대라서 그런지 소련 체제의 기상천외한 부조리와 압제를 까는 장면이 적지 않다.
영화의 마무리는 당연히 갠트의 승리다. 후방에서 기관포 사격을 해오는 2호기를 요격하기 위해 갠트가 후부 미사일 발사를 시도하지만 되지 않자 당황하는데, 파이어폭스의 개발자가 갠트에게 해준 "You must think Russian. THINK RUSSIAN!"이라는 충고를 떠올리고 재시도를 한다. 갠트가 영어로 생각했기에 뇌-컴퓨터 인터페이스가 알아듣지 못했던 것. 그래서 갠트가 러시아어로 생각을 하자마자 후방으로 미사일이 발사되어 2호기를 격추시키고, 갠트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라는 말과 함께 공해상으로 사라지는 것으로 영화가 마무리된다.
3. 평가 및 흥행
반공 액션물 수준이라는 평이 많았지만 그래도 볼만한 액션물로 꼽히고, 몇몇 부분에서는 호평을 받기도 한다. 제작비는 1800만 달러. 전세계에서 7천만 달러를 벌어들였다(북미흥행은 4670만 달러). 한국에서도 1983년 7월 개봉하여 서울관객 13만 5천 명을 기록했다. 1989년에 워너 브라더스 영화를 독점계약해오던 SKC 비디오에서 비디오로 냈고 그 해인 1989년 7월 29일에 주말의 명화로 초반 더빙 방영되었는데 극중 클린트 이스트우드 성우는 박일. 이후 더티 해리 시리즈(다만 주말의 명화로 1989년 9월 9일에 방영한 더티 해리 2는 김관철이 맡았다)나 1993년 8월 28일에 주말의 명화로 방영한 핑크 캐딜락 등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목소리를 전담으로 맡았다.이 영화의 특수효과는 ILM 창설 멤버로 스타워즈의 특수효과를 담당했던 존 다익스트라가 맡았다.
2023년 11월에 케이블TV 영화 채널인 채널액션에서 방송하기 시작했다.
국내 웹에 도는 한국어 자막은 서양권 해군과 타군종이 섞여 등장하는 영화들이 다 그렇듯이 계급체계 번역이 좀 개판인(그리하여 상호간 존댓말 쓰는 관계가 뒤집히는)[10] 부분이 없지 않으나 그럭저럭 재미를 해칠 여지는 없는 수준이다.
참고로 실제 MiG-31이 영화 개봉 1년 전에 나왔는데, 당시 소련 측에서 비밀리로 유지한 채 공개를 하지 않았던 탓에 당시 미국은 이 사실을 곧바로 알지 못했다. 실제 MiG-31은 고공 초고속 요격 전용기인 MiG-25를 복좌화한 컨셉의 기종으로 폭스하운드라는 NATO 코드를 부여받았다.
4. MiG-31 파이어폭스
소련군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최신형 전투기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이용하므로 조종사의 생각만으로 전투기를 조종할 수 있다. 4,000 km 이상의 항속거리,[11] 마하 5 이상의 속도, 방어용 후부 발사 미사일,[12] 후방에 장착된 감시추적 카메라,[13] 쌍방향 레이더,[14] 중거리 미사일을 적어도 8발 이상 탑재 가능한 내부 무장창,[15] 쌍발 기관포, 플레어 혹은 채프, 서방제-소련제 모두를 커버 가능한 연료 시스템, 실속시 복구 시스템, 레이더-적외선 경보 시스템, 지상 매핑 시스템, 헬멧 마운트 연동 시스템,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그 성능은 나토 방공망을 완전히 무력화한다.[16] 현재까지도, 아니 6세대 전투기가 나온다 해도 윙맨 시스템을 풀로 가동하지 않는 이상 적수가 없을 지경.
마하 2급 전투기가 주종인 1980년대에 이런 괴물을 굳이 만들 필요가 있겠냐만, 미국이 1960년대에 개발한 SR-71은 마하 3으로 순항할 수 있고, 시행착오를 통해 다듬어진 외양과 전파흡수물질을 이용해 스텔스 능력을 갖추었다. SR-71이 스텔스기인지는 이견이 있겠지만 본격적인 스텔스기인 F-117을 개발한 스컹크 웍스의 벤 리치는 자서전에서 SR-71이 스텔스기라고 밝혔다. 게다가 미국은 SR-71의 요격기 버전인 YF-12까지 연구한 바 있다. 냉전 시기의 특성상 소련이 이에 자극받아 파이어폭스를 연구할 가능성은 충분했다. 영화 내적으로는 개발할 개연성을 갖춘 셈이다.
실제로 소련의 최고속 전투기인 MiG-25는 미국에서 마하3급의 속도를 가진 XB-70 발키리 폭격기를 개발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이를 요격하기 위해 허겁지겁 개발에 착수한 요격기였고, 정작 미국이 발키리 폭격기의 개발을 포기한 후 초고속 전투기 MiG-25의 소문이 돌자 이게 두려워서 미국이 개발한 제공전투기가 F-15 이글이다. 즉, 이미 대응전략과 개발은 시작되었으며 여기서 한발 앞서간 셈이다.
그런데 사실 소련은 미국의 SR-71의 견제와 여러모로 부족했던 전작 MiG-25의 대체를 위해 이미 영화가 개봉되기 1년 전인 1981년부터 실제로 MiG-31을 제작했다.
영화가 나온 1980년대 기준으로는 상당히 멋지고 아름다운 외형을 갖고 있었고, 성능도 대단히 위협적인 전투기였으며,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사용한다는 조종체계 등이 매우 인상적이었기에 영화가 나온지 30년이 지나고 실제 MiG-31이 등장한 현재까지도 해외 밀리터리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모형을 만들거나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 애드온으로 나오는 등 인기가 유지되고 있을 정도다.
5. 대중매체에서의 파이어폭스
파이어폭스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일본 서브컬처에 여러모로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탈출과정에서 추격해오는 2호기와 교전하려다가 미사일이 발사되지 않자 "러시아어로 생각해!"라는 파이어폭스 개발자의 충고를 되새기는 장면이 유명하다. 이 장면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에반게리온 2호기의 첫 출격 장면에서 패러디되었으며, 에반게리온의 뇌파 싱크로 장치는 파이어폭스의 영향력이 짙게 깔려있다.비디오 게임 소닉윙즈에서 자주 등장하는데 저작권 문제 탓에 '아이스폭스(Icefox)'라는 이름으로 나오며 항상 2기가 등장한다. 1편에서는 러시아 스테이지 보스, 2편에선 미국 스테이지의 중형기, 스페셜에서는 1편과 같이 러시아 스테이지에서 등장하지만 동체가 파괴되면 앞부분이 분리되어 소형 전진익 기 형태로 계속 싸운다.
영화는 갠트가 2호기를 격추하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라는 말과 함께 공해상으로 사라지는 것으로 마무리되지만 사실 원작자인 크레이그 토마스는 '파이어폭스 다운'이라는 후속작을 썼다. 2호기와의 싸움에서 연료 탱크를 맞은 파이어폭스는 소련 국경 근처 핀란드의 어느 호수에 불시착하고 갠트에 의해서 호수 밑바닥에 은닉된다. 갠트는 쫓아온 KGB 요원들에게 체포되지만 역시 소련 내부의 협력자[18]의 도움을 받아 탈출하고 뒤이어 미/영 특수부대의 도움으로 다시 파이어폭스를 몰고 탈출한다는 줄거리다.
이 후속작도 인기가 있었는지 토마스는 이후 '윈터 호크'라는 작품을 또 썼다. 갠트가 파이어폭스 이후로 제일 치명적인 기체를 훔치는 역할이다.
6. 게임
이 영화를 기반으로 한 아타리의 레이저디스크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이 있다.
[1]
최초의 스텔스 전투기인 미국의
F-117이 실전배치된 게 1983년 10월이었다.
[2]
말 그대로 네이팜에 녹아버렸다. 이 아이의 잔상은 결정적인 순간에 자꾸 갠트를 괴롭힌다.
[3]
파일럿 슈트를 입고 헬멧으로 얼굴을 가린 상태에서 파이어폭스를 조종해 탈취하는 작전이었다.
특촬물 덕후들이 체형만으로도
슈트 액터를 추측하기도 한다는 점을 보면 작전을 위해 필요한 조건이었다.
[4]
이 때의 인연으로 마치
존 클라크가 톰 클랜시 소설 단골 주인공인 것처럼 갠트도 크레이그 토마스 소설의 단골 주인공이 된다. 후술할 '파이어폭스 다운'이나 소련 군부의 우주무기 파괴나 전직 CIA 요원의 테러나 걸프전 참전 등.
[5]
배역을 맡은 케네스 콜리(Kenneth Colley)는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과
제다이의 귀환에서
퍼무스 피에트
제독역을 연기했다.
[6]
콘타르스키 대령의 수사망에 걸려서 말 그대로 모두 죽었다. 초장에 접선할 때부터 좀 무모하게 다니는데, 갠트가 입국 과정에서 도용하던 신분의 실제 인물인 마약 밀매상을 다짜고짜 때려죽이고 도망간다. 협력자들의 희생 묘사가 상당히 처절한데, 파이어폭스 개발팀의 과학자 부부가 총상을 입고 죽어가면서 파이어폭스에 탑승하는 갠트를 바라보는 장면이라든지, 갠트를 공군기지로 데려다 준 협력자가 KGB 병사들의 군견에 쫒기다가 이륙한 파이어폭스가 사전에 계획된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고 갠트가 성공했음을 짐작한 후 자결하는 장면이라든지...
[7]
원래 파이어폭스의
테스트 파일럿 유리 보스코프 중령을 처리하고 탈출해야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전쟁 트라우마로 인해서 죽이지는 못하고 옷만 벗겨 입고 간다. 당연히 보스코프 중령이 2번기를 몰고 간다.
[8]
소련의 방공망을 피하기 위해 거리상으로는 훨씬 가까운 남쪽의 그리스 방향이 아닌 북극을 가로지르는 루트로 탈출한다. 물론 연료보급을 위해서 미국의 북극 탐험대로 위장한 핵잠수함이 북극해에 잠입하여 급유를 해주고 돌아가는 형식이다.
[9]
보스코프 역시 극중 묘사로는 다혈질 전투조종사가 아니라 비행기를 좋아하고 평화로운 하늘을 마음껏 나는 것을 좋아하는 테스트 파일럿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설정에도 불구하고
죽을 악역은 죽는다.
[10]
하지만 갠트는 베트남전 종전 후 PTSD로 인해 공군에서도 예편하고 촌동네에서 오랜 기간 숨어 살았다는 설정이기에 미 해군 잠수함 함장(중령~대령급이다)과 상호 존대를 하더라도 어색하지 않게 볼 수도 있다. 물론 함장에게 상호 존대를 넘어 반말로 대하는 것은 에러지만.
[11]
첼랴빈스크로 여겨지는 러시아 한가운데서 카라 해를 거쳐 북극 빙붕까지 중간에 전속력으로 소련 방공미사일을 피하기도 하며 날았다.
[12]
이것으로 추적기인 2호기를 떨군다.
[13]
추적기가 동일 기종이라 레이더로 확인할 수 없었는데 뜬금없이 공대공 미사일이 날아오자 이것으로 적을 확인한다.
[14]
소련의 리가급 방공순양함의 추적 레이더 파를 날개 뒷쪽으로 파악하는데 이로 미루어봐서 날개 전체에 패시브 레이더 소자가 장착되었다고 유추 가능하다.
[15]
마지막 대결에서 뇌파로 무장을 연결하는 장면에서 무기가 4개, 덩어리(?)가 4개 나온다. 이것은 폭탄, 그중에서도 유도 가능한 클러스터 폭탄을 의미할 가능성이 크므로 적어도 4+4=8발의 중형 유도무기 장착이 가능한 셈이다.
[16]
도입부 브리핑 시에 영국 첩보기관을 통해 시험비행 이륙지점과 시간, 비행경로를 모두 알았음에도 방공 레이더로 식별하는 데 실패한다.
[17]
비슷한 예시로
탑건의
MiG-28이 있다. 다만 탑건의 경우 실제 전투기가 나올 때의 혼동을 막기 위해 처음부터 기체의 이름을
현실과 다르게 짝수로 지었다(실제
MiG사는 넘버링을 홀수로만 매긴다). 참고로 탑건에서 MiG-28의 역할로 등장한 전투기는 미국의
F-5.
[18]
갠트를 심문하는
KGB 고위 간부의 연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