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7-25 18:30:46

에기르와 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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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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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신과 익사자의 여신
에기르와 란
Ægir / Rán
파일:Aegir_Ran_and_Daughters.png
《에기르와 란, 아홉 딸들의 빚는 광경》
Jenny Nyström 作

1. 개요2. 목록
2.1. 에기르2.2. 란2.3. 자식들
2.3.1. 아홉 딸들2.3.2. 아들
3.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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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바다 거인들이자 동시에 바다의 신 부부. 애시르 신족의 일원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2. 목록

2.1. 에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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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800px-Molin5.jpg
《에기르와 아홉 딸들의 분수대》
J. P. Molin 作
Ægir

고대 노르드어로 바다(Sea)를 뜻하며, 똑같이 바다를 의미하는 흘레르(Hlér)[1]나 삼키는 자(Engulfer)라는 의미가 있는 기미르(Gymir)[2] 라고 불리기도 했다. '아에기르'라는 다른 발음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 상징하는 동물은 대왕고래.[3]

애시르 신족과 사이가 나쁘지 않은 거인 중 하나로, 아스가르드에 초청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환대받을 때 기만적인 환상(illusions)이 쓰였다는 걸 보면 마냥 좋은 대접을 받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신들의 연회에 쓰일 에일 혹은 벌꿀술을 빚고[4] 자신의 궁전을 연회의 장으로 제공하는 것[5]이 일과이나 본인은 이에 짜증을 내고 있다.[6] 당장 토르의 주량을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이런 불만이 쌓이다 못해 애시르 신들을 골탕먹인다고 한 짓이 다름아닌 히미르의 술 빚는 가마솥을 가져오라는 요구를 한 것.[7] 하지만 토르 티르가 이 가마솥을 진짜로 가져오는 바람에 파티 주최자로서의 고생을 계속 이어나가게 된다.

포르뇨트(Fornjót)라는 아버지와 로기[8], 카리[9]라는 형제를 두고 있다고도 전해진다.

기미르라고 불리기도 하다보니 프레이의 부인인 게르드가 그의 딸로 취급되기도 한다. 단순히 이름만 같은 다른 거인으로 취급[10]되는 게 아니라 동일인물설이 맞다고 한다면, 게르드는 아홉~열 명이나 되는 바다 거인 자매(남매)들을 이복자매(남매)로 두고 있는 셈이다.

스칼드의 시에는 는 에기르의 말(Ægir's horse), 은 흘레르의 불(Hlér's fire)[11] 로 빗댄 케닝(kenning)[12]이 많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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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파일:Ran_by_Johannes_Gehrts.jpg
《그물에 걸려든 뱃사람을 끌고 가는 란》
Johannes Gehrts 作, 1901년
Rán

고대 노르드어로 강도질, 훔치는 것(plundering, theft, robbery)을 뜻한다. (Ron)이라고도 불렸다.

남편처럼 바다를 의인화한 거인이지만 동시에 익사자의 여신으로, 커다란 그물을 사용해 바다에 빠진 사람들을 끌고 간다고 한다. 이렇듯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바닷속으로 데려가는 모습이 강도질하는 것처럼 보인 나머지 도둑같은 이름이 붙었고, 심하게는 악신 취급도 받는다.[13] 바이킹 시대 후기 아이슬란드에서는 에기르를 선한 바다의 신으로,[14] 란을 악한 바다의 신으로 나눠서 묘사해 자원을 제공해주기도 하지만 사람도 해치는 바다의 이중적인 모습을 표현할 정도였다.

동종업자라 할 수 있는 헬헤임에 떨어진 망자들을 잘 보살피는 것처럼, 끌고 온 익사자들을 백성처럼 여겨 바다 밑바닥에 있는 자신의 왕국에서 쉬게 해준다고는 한다. 죽은 사람들도 편하게 잘 산다고 해 줘야 사람들의 불만이 없었을 테니 그런 전승이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죽어서도 개고생한다고 하면 듣는 사람 짜증나니까

안드바리에게 몸값으로 쓸 황금을 뜯어내 드워프 왕 흐레이드마르에게 인질로 잡힌 오딘과 회니르를 풀어주려는 로키에게 자신의 그물을 빌려준 적이 있다. 로키는 그 그물을 써서 창꼬치고기로 변해 있었던 안드바리를 잡아 금을 얻었고, 저주받은 반지까지 가져오게 되면서 볼숭 사가의 단초를 제공하게 된다.

남편과 마찬가지로 그녀를 빗댄 케닝이 여럿 있었는데, 란의 땅(Ránar-land), 란의 저택(Ránar-salr), 란의 길(Ránar-vegr), 란의 침대(rán-beðr)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전부 바닷속을 의미한다고. 바다의 여신에게 누군가를 던져주다(to give someone to the sea-goddess)라는 표현도 나오는데, 이는 사람을 바다에 빠트려 죽이거나 바닷물로 익사시키는 걸 가리킨다. 폭풍같은 자연재해에 휩쓸려 익사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해전에서 죽은 자나 배에서 떠밀리는 방식으로 살해당한 자들도 그녀의 관리 하에 있는 모양.

단순히 그물만 쓰는 게 아니라 예언도 할 줄 아는 모양인지 기미르의 앞을 내다보는 아내(Gymir's spæ-wife), 즉 볼바 중 하나로 취급하는 판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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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자식들

2.3.1. 아홉 딸들

파일:The Daughters of Ægir and Rán.png
《아홉 파도, 에기르와 란의 딸들》
Hans Dahl 作
파도를 의인화한 존재들로, 아홉 파도라고도 불린다. 간혹 헤임달의 아홉 어머니들과 혼동되거나 아예 동일시되기도 한다.[15] 어머니가 끌고 갈 익사자들을 마련하려고 거대한 파도를 일으켜 배를 삼키는 등 선한 거인들은 아니며, 끽해야 아버지를 도와 같이 술을 빚는다는 묘사만 나올 뿐 신화 상에서의 역할은 미미하다.
  • 블로두가다(Blóðughadda)
    핏빛 머리카락(Bloody-hair)을 뜻한다.
  • 빌갸(Bylgja)
    밀려오는 파도(Billow)를 뜻한다.
  • 드로픈(Dröfn) 혹은 바라(Bára)
    드로픈은 거품이는 바다(Foaming sea), 바라는 파도(Wave)를 뜻한다.
  • 두파(Dúfa)
    바라와 마찬가지로 파도(Wave)를 뜻한다.
  • 헤프링(Hefring) 혹은 헤브링(Hevring)
    들어올리는 것(Lifting)을 뜻한다.
  • 히밍글레바(Himinglæva)
    위에서 봤을 때 속이 들여다보이는 것(Transparent-on-top), 즉 맑은 바닷물을 뜻한다.
  • 흐론(Hrönn)
    바라와 두파와 마찬가지로 파도(Wave)를 뜻한다.
  • 콜가(Kólga)
    시원한 파도(Cool-wave)를 뜻한다.
  • 우드르(Uðr) 혹은 운느(Unn)
    바라, 두파, 흐론과 마찬가지로 파도(Wave)를 뜻한다.

오딘이 질문한 발두르의 장례식 절차에서 이들이 울어 파도를 높이 일으킨 영향으로 시신과 재물을 태운 흐링호르니를 띄워야 한다는 추측이 있으나 앙그르보다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않았다. 애시르 신족과 친한 거인 일족이니 적어도 장례식에 참여는 했을 듯.

2.3.2. 아들

스네르(Snær)라 불리는 외동아들로, 을 뜻한다. 하지만 에기르의 아들이 아니라 카리의 손자, 즉 에기르의 종손(조카 손자)라는 설도 존재한다. 그 설에 의하면 프로스티[16] 혹은 요쿨[17]이라 불리는 아버지를 뒀다고.

3. 기타

  • 여타 신들처럼 평범한 인간형으로 묘사되지만, 다른 지역의 전설에 영향을 받아 물고기 비늘이 덮인 사람이나 인어로 그려지는 때도 있다. 만화로 보는 북유럽 신화에서는 란이 비늘과 지느러미가 달린 인어 비스무레한 모습으로 묘사되었고, 다른 가족들은 그에 비하면 인간형에 더 가깝게 그려졌다.
  • 피마펭[18]과 엘디르[19]라는 이름의 시종들 또한 두고 있다. 로카센나에서 한창 연회가 벌어지는 도중 신들이 두 시종을 칭찬하자 질투심이 솟은 로키가 피마펭을 살해하며, 피마펭 살해 건으로 연회에서 쫓겨났지만 다시 돌아온 로키를 막지 못하고 들여보낸 엘디르의 모습이 묘사되었다.
  • 같은 바다의 신인 뇨르드에 비하면 원초적인 바다의 힘을 상징하는 자연의 존재에 가깝다.

[1] 덴마크 북해에 위치한 레쇠(Læsø) 섬이 바로 이 이름에서 따왔다. 정확하게는 신화가 쓰여지고 바이킹이 한창 나돌던 시절에 흘레르의 섬(Hlér's island)이라는 뜻의 흘레이세이(Hléysey) 라고 불렸다고. 흘레이세이 섬은 신화에서도 에기르와 그의 가족들이 사는 곳으로 묘사된다. [2] 정확한 의미는 불명확해서 번역에 따라 여러가지 뜻이 있는 이름이기도 하다. 땅같은 자(the earthly), 겨울처럼 쌀쌀한 자(the wintry one), 지키는 자(the protector) 등등. [3] 특히 일벨리와 같은 바다괴물들의 전설이 많은 아이슬란드에서는 이들로부터 보호하는 대왕고래의 지배자로 나온다. 이때문에 고래잡이를 생업으로 하던 아이슬란드 지역에서 아에기르의 위상은 토르 오딘 다음가는 위치에 있을 정도. [4] 히미르의 솥을 갖기 전에는 바다 그 자체를 양조장으로 이용했다고 한다. 술 만드는데 쓰인 재료 중 하나가 바닷물이라는 설도 있다. [5] 이것이 왕이 부하들의 집을 방문하고 잔치를 요구함으로써 자신의 권위를 부하들에게 강요하는 스칸디나비아 왕실의 관습이 반영된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6] 너그럽게 묘사되는 판본도 있지만 <히미르의 비가>에서는 앞으로도 계속 네 집에서 회식하자고 하는 상사에 지쳐 성격이 꼬여버린 것만 같은 모습이 더 부각이 된다. 당장 연회를 준비하라고 명령하는 토르를 무시하고 그의 아내 시프에게만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는 식으로 멕이기도 했다. [7] 신들이 다 같이 마실 만큼 많은 양의 술을 빚을 커다란 솥인데다 주문만 외우면 저절로 술이 빚어지는 명물이다. 하지만 솥의 주인 히미르는 신들을 적대하는 거인에다 판본에 따라 굉장한 구두쇠로도 묘사되니, 어차피 얻을 수 없는 보물이라고 여기며 내건 조건이나 다름없다. [8] Logi. 을 의미하며 형제 중 둘째이다. 우트가르트 로키가 주최한 대회에서 로키의 푸드파이터 상대역으로 나온 일화가 유명하다. [9] Kári. 바람을 의미하며 형제 중 막내이다. [10] 학계에서는 케닝을 잘못 해석해서 동명이인이 동일인물로 취급된 것 이라는 해석이 정설이다. [11] 바다 거인들은 저택의 중앙을 밝히기 위해 금의 반짝임을 이용한다고 한다. 다른 세상의 존재들이 불이나 빛으로 집안을 밝히는 것처럼 말이다. [12] 북유럽 문화권 특유의 수사법. [13] 제일 극단적으로 쓰인 예시는 에길 스칼라그림손이라는 스칼드가 쓴 시, 아들들의 돌이킬 수 없는 죽음(Sonatorrek)에서 나온다. 폭풍우로 인해 익사한 아들을 묘사할 때 바다가 내 아들을 찢었다, 칼 들고 란과 에기르를 죽이겠다고 저주하는 구절이 쓰였다. [14] 정작 에기르도 삼키는 자라는 이명에 맞게 자신의 입 안으로 배와 선원들을 빨아들인다는 묘사가 쓰인 바 있다. 이런 부정적인 묘사가 죄다 아내한테 떠넘겨진 듯. [15] 만화로 보는 북유럽 신화에서는 이 설을 채택해 에기르와 란을 헤임달의 외가쪽 할아버지, 할머니로 묘사했다. 다만 아홉 딸들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16] Frosti. 말 그대로 서리를 뜻한다. [17] Jökul. 고드름이나 얼음을 뜻한다. [18] Fimafeng. 서두르는 시중(hurrying service)이라는 뜻이다. [19] Eldir. 불을 때는 자(fire-stoker)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