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는 이탈리아의 작곡가 프란치스코 칠레아(Francesco Cilea, 1866~1950)가 실존했던 여배우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1902년 작곡한 4막 오페라다.2. 배경
오페라의 제목에 나온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의 본명은 18세기 초 프랑스의 유명한 연극배우 아드리앙 르쿠브뢰르(Adrienne Lecouvreur, 1692~1730)로,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연기로 명성을 얻었으나, 작센의 백작이면서도 프랑스의 원수였던 모리스 드 삭스(Maurice de Saxe, 1696~1750)와의 로맨스와 모리스 드 삭스를 좋아하던 부용 공작부인 루이즈 앙리에트 프랑수아즈 드 로렌(Louise Henriette Françoise de Lorraine, 1707~1737)에게 독살당했다는 소문으로도 유명하다. 이 이야기는 칠레아 이전에도 유명하여 르쿠브뢰르의 일생을 바탕으로 칠레아 이전에도 오페라가 적어도 3곡이 작곡되었으나, 이 곡의 존재와는 별개로 오늘날에는 그 이름만이 겨우 전해지는 상황이다.대본은 외젠 스크리브[1]와 에르네스트 레구베[2]가 1849년 쓴 연극 '아드리앙 르쿠브뢰르'를 바탕으로 아르투로 콜라우티(Arturo Colautti, 1851~1914)가 작성했는데, 이 대본은 상술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허구가 상당히 가미되어 있고, 무대를 위해 쓰여진 가장 혼란스러운 텍스트 중 하나로 비난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작곡은 손초뇨(Sonzogno) 악보출판사의 위촉으로 1899년 2월부터 시작되었으나, 작곡자와 대본작가와의 협력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작곡이 지연되어 1902년 가을에야 겨우 완성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초연은 1902년 11월 6일 밀라노의 테아트로 리리코에서 클레오폰테 캄파니니[3]의 지휘로 치러졌는데, 초연은 '신이탈리아 악파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고귀한 선율에 넘치고 있다'라는 평을 들으며 대성공으로 끝났다. 이 공연에서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 역은 안젤리카 판돌피니[4], 마우리치오 백작 역은 엔리코 카루소[5]가 맡았으며, 공작부인 역은 에드비지 기바우도(Edvige Ghibaudo, 생몰년 미상)가 맡았다.
타이틀 롤인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 역은 테시투라[6]가 비교적 낮으면서도 강한 성악적 힘과 극적인 연기를 요구하고 있는데, 특히 2막을 제외한 모든 막에 아드리아나 역의 소프라노가 노래가 아니라 대사를 낭독하는 부분이 있기에 이 부분에서 드라마틱함을 요구한다고 한다.
인지도는 상당히 낮으나[7], 길이도 2시간 30분 내외로 오페라치고는 그리 긴 편은 아닌 데다가, 음악도 매우 아름답고 다소 대중적인 감각이 가미된 편이니 오페라 입문용으로 가장 추천할 만한 작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3. 내용
배경은 1730년 3월의 파리이다.3.1. 1막
배경은 코미디 프랑세즈의 백스테이지다.3.2. 2막
배경은 세느 강 인근에 있는 여배우 뒤클로의 별장이다.3.3. 3막
배경은 부용 공작의 저택이다.3.4. 4막
배경은 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의 저택이다.4. 주요 음악
곡 전체에 굉장히 아름답고 서정적인 아리아들이 배치되어 있으며 관현악의 음향은 감미로우면서도 극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음악적으로는 쥘 마스네[8]를 위시한 프랑스 작곡가들의 요소들과 나폴리 악파의 전통적인 요소, 베리스모적인 요소가 칠레아적인 즉흥적인 선율과 같이 혼재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주요 등장인물마다 라이트모티프도 마련되어 있다.[9]4.1. 1막
아드리아나의 아리아 'Io son l'umile ancella(나는 창조주의 미천한 종에 지나지 않습니다)[10]마우리치오의 아리아 'La dolcissima effigie(참으로 감미로운 미소)'[11]
4.2. 2막
공작부인의 아리아 'Acerba voluttà(쓰디 쓴 쾌락)'마우리치오의 아리아 'L'anima ho stanca(내 마음은 지쳤고)'
4.3. 4막
아드리아나의 아리아 'Poveri flori(불쌍한 꽃)' & 아드리아나와 마우리치오의 이중창 'No, più nobile(아니, 더 고귀한)'5. 기타
-
초연 직후인 1902년 12월 1~3일 무렵, 초연에 참여한 엔리코 카루소는 작곡자의 피아노 반주로 4막 후반의 아드리아나와 마우리치오의 이중창을 테너 독주로 편곡한 버전을 어쿠스틱으로 녹음해 음반으로 발매했다.
눈물날 정도로 아름답다.
1959년 11월 29일, 마그다 올리베로가 부른 '불쌍한 꽃'[12] |
- 생전에 작곡자가 가장 흡족해한 아드리아나 역의 소프라노는 마그다 올리베로(Magda Olivero, 1910~2014)다. 해당 녹음을 들어보면 어두우면서도 진폭이 큰 목소리가 극의 비극성을 잘 살려주고 있다.[13] 참고로 올리베로는 2014년 9월 8일 향년 만 104세를 일기로 사망했다.[14]
[1]
Eugène Scribe, 1791~1861, 프랑스의 극작가 겸 대본 작가. 19세기 프랑스에서 유행한 그랜드 오페라와 오페라 코미크 대본 작가로 불후의 명성을 알렸으며,
지아코모 마이어베어와의 협업으로도 유명하고, 무려 300~500여편에 달하는 무대 작품의 대본을 남긴 다작가였다.
[2]
Ernest Legouvé, 1807~1903, 프랑스의 극작가. 후에는 프랑스에서 여성의 권리와 아동의 고급 교육의 선도자가 되었다.
[3]
Cleofonte Campanini, 1860~1919. 1903년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의 뒤를 이어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의 음악감독이 되었다.
[4]
Angelica Pandolfini, 1871~1959, 이탈리아의 리리코 소프라노.
1896년에는
자코모 푸치니의 '라 보엠'의 초연에서 미미 역을 맡기도 했다.
[5]
1897년 초연된 칠레아의 전작 '아를의 여인'에서도 남주인공 역으로 출연했다.
[6]
tessitura, 특정 가수의 음역 중 가장 안정적인 음색을 내는 부분.
[7]
사실 아리아와 관현악의 아름다움이 고금의 오페라 중에서도 한 손에 꼽을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렇게 인지도가 낮다는 게 미스터리할 지경일 정도다.
[8]
Jules Émile Frédéric Massenet, 1842~1912, 프랑스의 작곡가. 대중적으로는 오페라 '타이스' 속의 독주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 '타이스의 명상곡'으로 유명하다.
[9]
물론
리하르트 바그너류의 복잡한 것은 절대 아니고, 매우 간단한 수준이다.
[10]
이하 프랑코 카푸아나(Franco Capuana, 1894~1969)가 지휘하는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 오케스트라의
1961년 7월 녹음. 참고로 이 녹음은 전곡 최초의 스튜디오 전곡반이었으며, 이 오페라에 주역으로 출연한 성악가들은 요즘말로
역대급 정도를 넘어선 전설적인 성악가들이었다. 아드리아나 역은
마리아 칼라스의 라이벌(?)로 유명했던 전설적인 리리코 스핀토 소프라노인 레나타 테발디(Renata Tebaldi, 1922~2004)가 맡았고, 마우리치오 역은 '황금의 트럼펫'
마리오 델 모나코가 맡았으며, 공작부인 역 역시 전설적인 메조소프라노 줄리에타 시미오나토(Giulietta Simionato, 1910~2010. 100세 생일 1주일 전에 사망했다.)가 맡았다.
[11]
곡이 진행되면서 아드리아나와의 이중창으로 바뀐다.
[12]
오케스트라는
나폴리 산카를로 극장 오케스트라이고, 지휘자는 마리오 로시(Mario Rossi, 1902~1992)다. 마우리치오는
프랑코 코렐리, 공작부인은 줄리에티 시미오나토, 미쇼네는 전설적인 바리톤 에토레 바스티아니니(Ettore Bastianini, 1922~1967)가 맡았다.
[13]
다만 특유의 음색이 호불호가 갈렸는지 팬들의 열렬한 지지에도 불구하고 주류 극장과 음반 무대에서는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다.
[14]
다만 무대에서는 71세에 은퇴했고(데뷔는 22세에 했다), 81세까지 리사이틀을 열었으며, 심지어 90대에도 가끔씩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