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08 02:34:14

세계 3대 진미

세계 3대 진미 *
캐비어 트러플 푸아그라
일본식 표현으로, 서양 현지에서는 지명도가 없는 표현이다.


1. 개요2. 진실3. 여담4.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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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세계 3대 진미([ruby(世界三大珍味, ruby=せかいさんだいちんみ)], 세카이산다이친미)는 1980년대 버블경제로 황금기를 달리던 일본에서 일반 가정도 돈이 넘쳐나면서 미식붐[1]이 발생해 서양의 비싼 요리에 눈독 들이면서 만들어진 용어로, 일본인들이 생각하기에 " 유럽인들이 최고로 치는 3가지 식재료들을 뜻한다."고 알려진 식품들을 말한다. 이 기준은 이후 일본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한국에도 상륙하여 언론이나 잡지 등에서 무분별하게 인용하면서 확산되었다.

2. 진실

세계 3대라는 표현이 으레 그렇듯 출처도 불분명하고 실제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안 쓰이는 말이다. 애초에 북미나 유럽에서도 비싼 재료지만 게슈탈트 붕괴나 'TPO'같이 일본인들이 자의적으로 창작한 신조어로, 일본에서만 검색된다. 사실 각종 매체에서 ' 삼대 XX' 같은 임의의 표현을 만들어 내는 것은 일본에서 자주 나타나는 일이다.[2] 실제로 해외에선 아무도 그렇게 안 부르거나 관련 없다 보는 것을 엮기도 한다.

영어 위키백과에도 3대 진미라는 문서는 없으며 푸아그라, 트러플, 캐비어 어느 문서를 보아도 이 식재료들이 3대 진미에 속한다는 언급조차 없다. 실상은 그냥 좀 희귀하고 비싼 식재료의 대명사일 뿐이다. 아래의 진미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에 위 식재들은 특별히 맛있다고 볼 수도 없고 평소에 흔히 먹는 일상식보다도 취향을 타는 식재료들이다. 북미나 유럽인들 중에도 캐비어의 어란 비린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푸아그라는 비인도적이거나 지나치게 느끼하다고, 트러플은 기름 향이 너무 강하다고 싫어하는 사례도 많다. 오히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호불호가 크게 안 갈리면서 일반인, 미식가, 쉐프들 다수가 진미로 뽑는 식재료는 캐비어나 트러플이 아니라 소고기 새우살, 킹크랩 같은 보편적인 재료다.

즉,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식재를 진미라고 할 수 있을까? 만약 치킨이 무척 희귀하고 비쌌다면 이 세계 3대 진미를 뛰어넘는 진미로 랭크되었을 것이란 진실비아냥도 있다. 게다가 프랑스 3대 진미도 아니고 세계 3대 진미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전 세계에는 수많은 진미들이 셀 수 없이 있고 프랑스 요리만 해도 그렇게 별미들이 많은데 겨우 그 세 가지를 가지고 '세계'라는 표현을 붙인다는 것 자체가 너무 과하다. 세계 3대 진미가 아닌 유럽 3대 진미라고만 해도 범위가 너무 넓은데 엄청 오버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캐비어는 앙트레(애피타이저 혹은 전채)용 식재료이다. 메인디시의 곁두리가 될 수는 있지만 메인디시가 되기 힘든 식재다. 그런 의미에서는 조금 미묘한 위치에 서 있기도 하다. 트러플은 메인디쉬에 향신료로 많이 쓰거나, 향유로 만들어 음식의 향을 살리는데 사용한다. 푸아그라는 테린느 같이 전채 요리로 나가기도 하지만 통으로 구워 메인디시로 쓸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가격만 비싸고 실속은 없는 허세 식재료로도 볼 수 있다. 푸아그라는 그나마 프랑스의 일반인도 1년에 한 번쯤 감당이 가능한 음식이자 일종의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으로서의 가치라도 있지만 트러플은 향만 보고 먹는 음식이라 오일을 써도 구분하기 힘들며 캐비어는 음식에 섞어주면 연어알이랑 구분도 못 한다. 그러니 못 먹어서 안달하지 말고 그냥 이런게 있구나 하고 넘어가자. 물론 이건 트러플이 비싼 재료라 조금 써서 그런거고 실제로 듬뿍 넣으면 향이 굉장히 강하다. 단지 처음 맛 보는 사람이 감당하기엔 매우 기묘하고 비린 향[3]이 나서 문제지.

처음 먹는 사람의 반응을 보면 캐비아는 매우 짜고 비리며 트러플은 냄새 밖에 없으며 표고버섯과 별반 차이가 없다. 먹으면 독하고. 그나마 푸아그라가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편이지만 지방간이기 때문에 느끼하다는 반응도 존재한다. 순대 먹을 때 같이 나오는 돼지 간이랑 맛이 비슷하다는 평도 있다.

쉽게 말해 일본에서 와전된 말이 한국에 수출되어 널리 퍼진 결과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은 이런 식으로 유럽/북미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나 부풀리기가 심한 편이다. 당장 파리 신드롬이란 말이 어디서 나오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자.

덤으로 비싸기로 악명 높은 식재료는 소위 3대 진미 말고도 매우 많은 편이다. 식용 금박을 제외하더라도 고베 와규, 루왁커피, 최고급 하몽, 최고급 와인, 송이버섯, 참다랑어, 사프란 등도 3대 진미 못지않거나 그 이상의 수준으로 비싸기로 악명이 높으며 일본의 몇몇 과일들[4]은 경우에 따라서는 3대 진미보다 비싸다.

3. 여담

  • 요리킹 조리킹에서 대마왕 쿡이 전성기의 꼬불레옹에 대적해 셋 음식을 소재로 "딜리셔스"라는 요리몬을 소환한다. 그러나 볶음밥을 소재로 한 푸카룡에게 간단히 쓰러진다.
  • 아귀의 간 (안키모)는 맛이 좋아서 바다의 푸아그라라고 불리기도 한다.
  • 일본의 버블경제 시절에는 캐비어, 트러플, 푸아그라를 밥 위에 얹은 세계3대진미돈부리가 나온 바 있다. 현재는 몇몆 호텔에서 한정으로 팔기도 하는데 자기주장이 강한 식재료들을 한데 모아뒀기 때문에 맛은 별로라고 한다.

4. 관련 문서


[1] 이 시기의 일본은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이 고급요리 칼럼들을 내는 등 미식 비평가들이 많이 생겨났고 이들을 중심으로 이 3대 진미를 먹지 않으면 미식가라고 할 수 없다며 허세성까지 더해지면서 심화되었다. [2] 숫자 3을 완벽하고 적당한 수라고 생각하던 문화의 영향으로 보인다. [3] 라이터 가스 향이 난다. [4] 루비로망 포도, 유바리 멜론, 덴스케 검은 수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