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18 15:10:19

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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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 Jerez (헤레스)
영어: Sherry (셰리)
프랑스어: Xérès (그제헤스)
포르투갈어: Xerez (쉬레스)

"페니실린이 병자를 치료할 수 있다면, 스페인 셰리는 죽은 이를 살려낼 수 있다."
- 알렉산더 플레밍(세균학자)-
"셰리는 문명화된 음료다."
- 윌리엄 서머싯 몸(소설가)-

1. 개요2. 특징3. 종류4. 등급5. 유명 생산자6. 기타
6.1. 매체에서의 등장

1. 개요

스페인 남부의 헤레스 데 라 프론테라(Jerez de la Frontera) 근처의 지역에서 자란 백포도로 만든 강화 포도주. 셰리(sherry)는 영어 명칭이며 스페인에서는 '헤레스(Jerez)'[1]라고 부른다.

2. 특징

일반적인 포도주의 알코올 도수가 10% 내외인 데 반하여 셰리는 숙성 완료된 포도주를 증류하여 만든 오드비를 넣어 15%에서 20% 내외의 강한 풍미를 지니게 하여 만들어낸 포도주이다. 헤레스(Jerez-Xérès-Sherry) D.O.로 분류되며, 스페인의 포도주 생산량 중 5~10% 정도의 비율을 차지한다.

스페인 전통의 주정강화 포도주로 같은 주정강화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포르투갈의 포트, 그리고 한국의 과하주와도 유사한 제조 방식을 갖는다. 포트와는 달리 대체로 숙성이 끝난 후에 브랜디를 넣는 식으로 주정 강화를 하기 때문에 페드로 히메네스나 모스카텔, 블렌디드 셰리 정도를 제외하면 드라이한 물건들이 많다. 애주가들도 자주 찾는 술이다.

3. 종류

셰리는 팔로미노(Palomino)페드로 히메네스(Pedro Ximénez, PX), 모스카텔 세 가지의 품종으로 만들 수 있으나 90% 이상이 팔로미노로 양조되고, 나머지는 대부분 PX로 양조되며, 모스카텔은 굉장히 적게 양조된다. PX와 모스카텔로 만들어진 셰리는 다시 대다수가 직접 음용하지 않고,[2] 팔로미노 셰리에 가당하는 형태로 사용된다.

팔로미노 100%로 양조되는 셰리의 대다수는 피노와 올로로소, 또는 그 중간 형태로 양조된다.
  • 피노(Fino): 잔당이 남아 있을 때 가당하여 단맛을 살리는 포트 마데이라와 달리 잔당이 거의 남지 않은 시기에 효모가 죽지 않는 15% 언저리로 주정 강화를 한다. 덕분에 효모가 번식하면서 플로르(Flor)라는 효모 막이 포도주 위에 퍼지며 포도주와 공기의 접촉을 막아 산화를 방지한다. 이렇게 산화 숙성이 배제되면서 피노 특유의 상쾌하고 가벼운 풍미를 얻는다. 효모가 당분을 먹고 알콜을 생산하면서 드라이한 풍미를 가지게 되고, 이 때문에 디저트 와인으로 소비되는 포트 등과 달리 식전주나 타파스로 함께하는 반주( 테이블 와인)로 이용된다.
    강화 포도주이지만 다른 강화 포도주들처럼 산화 숙성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개봉 후 바로 소비해야 한다. 개봉 후엔 냉장 보관을 하더라도 다른 포도주처럼 하루이틀밖에 버티지 못하며, 그보다 더 지나면 맛이 간다.
    • 페일 크림(Pale Cream): 피노에 농축 포도[3]를 블렌딩하여 달콤한 맛을 낸 것을 말한다. 피노의 가벼운 풍미에 마시기 쉬운 단맛을 첨가한 형태로, 영국에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 올로로소(Oloroso): 알콜 함량을 피노(Fino)보다 높은 17~18% 정도로 높인 것으로, 효모가 사멸하여 플로르가 생기지 않는다. 플로르가 생기지 않으니 포도주와 공기가 직접 접촉하고, 산화 숙성을 통해 묵직한 견과류 느낌의 풍미가 올라온다. 농도가 짙고 호박색에 가까운 빛을 낸다. 피노와 마찬가지로 식전주로 마시지만, 하몽 같은 이나 치즈와 함께 식후주로 마시기도 한다. 도수가 높으며 이미 산화 숙성을 거쳤기에 개봉 후에도 냉장보관 기준 1~2개월은 거뜬히 버틴다. 장기 숙성된 올로로소는 이미 산화 숙성마저 끝난 상태라 개봉 후에도 냉장보관 시 거의 1년을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솔레라(Solera)라는 특유의 숙성 체계를 갖고 있는데, 600L 오크통을 사다리꼴로 쌓아올려 가장 위쪽 오크통에 매년 새로운 셰리를 채우며 바로 아래통으로 셰리를 내려보내고 또 내려보내고 해서 맨 아래 통에서 매년 20%에서 30% 정도를 빼낸다. 따라서 논 빈티지의 형태로 판매되며, 고숙성 제품들도 상당히 많다.
    • 크림(Cream): 올로로소에 PX를 15~25% 정도로 블렌딩한 셰리. 스위트 와인으로 분류되고 건포도 혹은 캐러멜 맛이 제법 강하여 달달함이 느껴지며 맛이 굉장히 깊다. 특히 영국에서 인기가 많은 포도주이다. 영국에서 피노가 아닌 셰리는 대부분 크림이다. 토니 포트와 비슷하거나 약간 더 달다. 색깔은 백포도주라는 분류가 무색할 정도로 진한 갈색이다. 크림 셰리가 너무 달달해서 피노와 올로로소보다 평가가 떨어지며 셰리의 우아한 이미지를 망친 시장용 스위트 와인이라고 비난을 받는다는 잘못된 이야기가 돌기도 한다. 이는 ' 이원복 교수의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이라는 도서에서 언급된 사항인데 사실과 일치한다고 보기 힘들다.[4]
  • 아몬티야도(Amontilado)[5]: 피노를 6~7년 이상 장기숙성 시킬 경우 플로르가 섭취할 양분이 부족해지고, 알코올 함량도 17% 언저리로 높아지면서 결국 플로르가 사멸한다. 플로르 사멸 이후에는 산화 숙성이 시작되어 올로로소와 피노의 중간 정도의 풍미를 얻을 수 있다. 이름 처럼 아몬드같은 견과류 향이 특징이다.
    • 미디엄(Medium): 이전에는 스위트 아몬티야도라고 하여, PX를 블렌드한 형태도 있었으나 2012년 해당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었고, 미디엄이나 아몬티야도 블렌드 등으로 표기하게 되었다.
  • 팔로 코르타도(Palo Cortado): 피노나 아몬티야도를 만드는 도중에 플로르가 갑작스레 사멸한 형태이다. 플로르가 중간에 사멸했기 때문에 부패의 위험이 있어 추가로 주정을 투입하여 17~18%까지 도수를 높인다. 때로는 20%를 넘게 강화하는 경우도 있다. 올로로소의 풍부한 맛과 아몬티야도의 상쾌한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셰리의 1~2% 정도만 이러한 형태로 플로르가 사멸하지만, 이러한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최근에는 피노를 숙성시키다 중간에 주정을 투입하여 강제로 플로르를 사멸시키는 방식도 종종 사용된다.
  • 둘세(Dulce)[6] : 모스카텔이나 PX를 사용하여 만든 단맛이 강한 셰리이다.
    • 페드로 히메네스(Pedro Ximénez): 같은 이름의 포도를 햇볕에 건조-농축하여 양조한 셰리이다. 달달한 주정강화 포도주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포트의 당분 함량이 70~100g/L이며, 당도가 높은 경우라도 120g/L를 넘기 힘든 데에 비해 PX 100% 셰리는 그 어떤 것도 당분 함량이 200g/L는 거뜬히 넘으며 400g/L을 넘는 제품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단 건조 포도주와 유사하게 건포도와 캐러멜 풍미와 단맛이 굉장히 강렬하게 다가와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나, 단 걸 좋아한다면 디저트와 함께 먹기 좋다. 엄청난 당도와 17% 가량의 높은 도수로 장기 숙성 잠재력이 높다. 기본적으로 8년 이상의 숙성을 거쳐 판매되는 경우가 많으며, 고숙성 제품들도 수가 많다. 셰리 장르들 중 기본가가 가장 높은 편이다.
    • 모스카텔(Moscatel): 같은 이름의 포도를 바로 양조하거나, 또는 PX처럼 건조-농축하여 만든 셰리이다. PX만큼 달진 않아서 상대적으로 그대로 마시기에 부담이 적으나 그래도 상당히 달다. PX에 비해 드물게 생산되는 편이다.
  • 만사니야(Manzanilla): 산루카(Sanlucar) 지역에서 만드는 피노 스타일의 셰리로, 기후가 온화해 일 년 내내 플로르가 활동하며, 플로르로 인한 영향이 더 커진다.
    • 만사니야 파사다(Manzanilla Pasada) : 만사니야를 6~7년 가량 숙성하여 플로르가 사멸을 시작할 시기에 병입한 셰리이다.
    • 만사니야 아몬티야다(Manzanilla Amontillada): 만사니야로 만든 아몬티야도 스타일의 셰리이다.
    • 만사니야 올로로사(Manzanilla Olorosa): 만사니야로 만든 올로로소 스타일의 셰리이다.

4. 등급

  • 리제르바(Reserva)[7]: 10년 이상 숙성
  • V.O.S.(Vinum Optimum Signatum): 20년 이상 숙성
  • V.O.R.S.(Vinum Optimum Rare Signatum): 30년 이상 숙성

피노는 고숙성 제품이 없고[8], 올로로소와 그 파생 장르인 크림, 아몬티야도와 그 파생 장르인 미디엄, 둘세에서 30년까지 숙성된 고숙성 제품들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올로로소와 페드로 히메네즈 셰리가 고숙성 제품이 많다. 다만 한국에는 고숙성 셰리들은 잘 들어오지 않는 편이다.

5. 유명 생산자

  • 크로프트 (Croft)
  • 에밀리오 루스타우 (Emilio Lustau)
  • 포트넘 앤 마손 (Fortnum and Mason)
  • 가베이 (Garvey)
  • 곤살레스 비아스 (González Byass)
  • 하베이스 (Harveys)
  • 이달고 (Hidalgo)
  • 후안 피네로 (Juan Pinero)
  • 오스본 (Osborne)
  • 페드로 도멕 (Pedro Domecq)
  • 산데만 (Sandeman)
  • 세이보리 앤 제임스 (Savory and James)
  • 트라디시온 (Tradición)
  • 우리움 (Urium)
  • 발데스피노 (Valdespino)
  • 윌리엄스&햄버트 (Williams&Humbert)

6. 기타

  • 헤레스 지역에서는 브랜디도 만들어지는데, 지역 이름을 그대로 따 헤레스 브랜디라고 부른다. 올로로소 셰리와 동일한 솔레라 시스템으로 만들어지며, Solera-Solera Reserva-Solera Gran Reserva로 이어지는 자체적인 등급 체계를 사용한다. 그라파, 마르와 비슷하게 일반적인 셰리 제조자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 홈메이드 베르무트의 중요 재료이기도 하다. 상기 서술한 피노를 쓰면 드라이 베르무트가 되고, 크림을 쓰면 스위트 베르무트가 된다.
  •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를 숙성시키는 데는 셰리를 보관했던 오크통을 사용하는 것이 원조다. 이는 과거 잉글랜드 정부의 탄압을 피해 증류주를 숨길 때 유용하게 사용되었던 셰리통을 사용한 것에서 위스키의 숙성 과정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셰리를 숙성하는 데 사용했던 통을 재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스페인 헤레스에서 영국으로 셰리를 운송할 때 사용했던 오크통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80년대 초 즈음에 운송에 오크통의 사용이 금지된 이후로는 오크통을 만들기 위한 초저가 셰리를 1~2년간 저장하여 싱글 몰트 숙성용 오크통을 만들거나[9] 스페인의 셰리 생산자들로부터 오크통을 직접 공수해 사용한다.[10] 이렇게 유러피안 오크로 만든 셰리통을 수급하기 어려운 데다 싱글몰트의 수요가 공급에 비해 폭증한 이유 등으로 인해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11] 미국의 버번 위스키를 숙성한 통을 사용하는 경우가 주류가 되었다.
  • 한국의 전통주 중 하나인 머루주가 셰리와 비슷한 맛이 난다고 한다. 물론 잘 담근 경우에 해당한다. 페드로 히메네스 셰리의 경우 건조 농축 과정 때문인지 곶감과 비슷한 맛이 나는 경우도 있다.

6.1. 매체에서의 등장


[1] 아랍어 지명 'شريش(샤리쉬)'가 옛 스페인어의 'Xerez(셰레츠)' 또는 'Xeres(셰레스)'로 계승되었고, 음운변화를 거쳐 현재의 형태가 되었다. [2]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 PX 100%로 양조된 셰리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3] 즙 형태로 가능하고, 끓여서 만든 시럽 형태도 가능하다. 다만, 반드시 포도로만 만들어야 한다. [4] 정 따지자면 이 크림 셰리보다도 더 강한 단맛이 나는 페드로 히메네즈 셰리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저급하다는 평을 들어야 할 텐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며 PX 100%의 셰리는 높은 빈도로 각 생산자들을 대표하는 제품 중 하나로 평가된다. [5] 영어식 발음은 아몬틸라도. 에드거 앨런 포 아몬틸라도 술통으로 알려진 그 술이다. [6] 영어로는 Sweet [7] 솔레라 리제르바 (Solera Reserva)라고도 한다. [8] 상술했듯이 피노를 계속 숙성하면 아몬티야도가 된다. [9] 여기에 사용된 셰리는 새 오크통의 강한 영향으로 인해 그냥 마시기에는 부적합한 물건이 되기 때문에, 식초로 숙성시킨 이후에 판매된다. [10] 셰리 생산자들로부터 계약을 통해 공급받지 않는 경우 솔레라 캐스크는 기본 10~30년마다 한번씩 솔레라 교체시기에만 나오기 때문에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11] 버번 위스키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아메리칸 위스키는 규정상 무조건 내부를 불에 태운 새 오크통을 써야 하기 때문에 오크통의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그러다보니 버번 증류소에서는 사용이 끝난 오크통이 처치곤란 수준으로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게 되고, 이걸 싼 값에 사다가 쓸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