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차이나의 제조 과정.
1. 개요
Bone China / 골회자기(骨灰磁器)소의 뼛가루를 주 성분으로 제조한 도자기로 1708년 독일 마이센에서 처음 발명되었으며, 이후 영국에서의 인기를 타고 영국을 중심으로 크게 발전했다. 일반적으로 뼛가루(골회분, bone ash)가 3-40%이상 함유된 것을 본차이나라고 부르며 장식을 화려하게 입힌 것은 파인 본차이나(Fine bone china)라는 분류로 따로 구분된다.
2. 본차이나의 역사
유럽인들은 16세기경부터 중국 도자기를 지속적으로 수입해오고 있었다. 특히 커피와 차문화가 널리 퍼지면서 도자기의 소비량이 늘게 되었고 18세기 초 영국에서 차가 보편화되고 도자기 수요가 늘게되자 영국 도공들은 값비싼 중국산 도자기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찾기 위해 고심했다. 초창기 영국인들은 기존의 도기인 브라운베티(brown betty)나 솔트 글레이즈드 도기(salt glazed ceramic) 같은 전통적으로 영국에서 이용해온 재질을 쓰거나 아예 은으로 다기를 만들었지만 같은 시기 독일 작센 선제후국의 마이센에서 자기(porcelain, fine china)를 제조하는 데 성공하고 자기제조기술이 영국에도 전파되면서 영국에서도 자기류를 제조하게 되었다.하지만 영국에서는 백자를 소성할 수 있는 견고한 가마축조기술이 없었고, 백자의 기본인 고령토를 구하기가 힘들었다. 때문에 각종 방법을 동원해 자기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많은 이들이 연구에 나섰고, 그 중 토마스 프라이(Thomas Frye)라는 도공이 1748년, 그의 공장 근처에 위치한 도살장에서 소의 부산물 가운데 아교질과 지방질을 태워 얻은 흰 뼛가루를 고령토 대신 혼합하는 방법으로 본차이나를 처음으로 개발하게 되었다. 즉, 시작은 중국 백자의 짝퉁이었던 셈. 그의 새로운 도자기는 중국산 도자기 엇비슷하게 희고 투명하고 튼튼했지만 사업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했다.
1789-1793년 사이에 오늘날 스포드(Spode)사의 설립자인 조사이어 스포드(Josiah Spode)가 토마스 프라이의 제법을 응용해서 오로지 뼈만 구워 얻은 가루를 자기 배합물(china clay)에 섞는 방법으로 최초의 현대적인 본차이나를 선보이게 되었다. 특히 산업 혁명의 영향으로 스포드는 대량생산체제를 갖춘 공장을 설립해 본차이나를 대량납품하게 되었다. 이 스포드 사는 무려 200년이 넘도록 존속해오다가, 2009년에 포트메리온에 인수되었다.
3. 본차이나의 특징
본차이나는 전통적인 자기에 비해 가볍고, 푸르스름한 기운이 남아있는 조선백자나 창백한 흰 바탕을 가진 중국 징더전 백자와 달리 따뜻한 우윳빛의 흰 바탕을 가지고 있다. 또한 뼛가루의 섬유질 성분때문에 반투명한 특징이 있기 때문에 전등을 비추어도 은은하게 그 빛이 통과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때문에 본차이나는 전등갓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강도면에서도 전통적인 자기에 비해 대략 3배 정도 강한 편이라 그릇들끼리 서로 부딪혀도 이가 잘 나가지 않으며, 열에도 강해서 갑자기 펄펄 끓는 물을 부어도 깨지거나 금이 가지 않는 특징이 있다. 보온성도 좋아서 그릇에 담긴 음식이나 차가 천천히 식는 특징이 있다. 초창기부터 이러한 점 때문에 다기로 주로 사용되었다.제조방법은 뼛가루를 섞었기 때문에 전통적인 물레성형을 하기에는 태토가 너무 연하기 때문에 틀을 이용해서 성형하는데, 물처럼 흐르는 태토를 틀에 붓고 반건조시킨 다음에 손으로 필요없는 부분을 다듬고, 초벌구이를 한 다음, 유약을 입혀 재벌구이를 한 다음 마지막으로 장식을 하고 다시 한번 유약을 입혀 구워 완성한다. 태토의 특성 때문에 이 과정에서 불량률도 전통적인 자기에 비해 높은 편이다. 뼛가루의 함량을 낮추면 불량률도 낮아지지만, 그만큼 성능과 색감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가격도 전통적인 도자기나 대량생산 도자기에 비해 비싼 편인데, 일단 뼛가루의 제조방법이라는게 비싼 소의 뼈를 태워서 얻는 뼛가루의 양이 적기 때문에 원자재값부터 비쌀 수밖에 없으며, 높은 불량률, 일일이 손으로 다듬어야 하는 점때문에 인건비도 많이 들어가는 편이다. 또한 고급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금 테두리 장식에도 의외로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기법적으로 볼 때, 본차이나의 디자인은 틀로 성형하기 때문에 복잡한 형태로도 찍어낼 수 있다. 영국식 찻잔 하면 떠오르는 복잡한 모양의 디자인도 석고로 원형만 잘 만든다면 어렵지 않게 성형이 가능하다. 장식은 시판되는 본차이나의 절대다수가 유상채(on-glaze decoration)이며 전사기법으로 장식된다. 또한 고급감을 나타내기 위해 금장식을 손으로 직접 그리거나, 전사지 기법(데칼 decal)을 이용하여 붙인 후 가마에서 소성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손으로 그린 장식을 가진 본차이나도 일부 있지만 쉽게 볼 수 있는 물건은 아니다.
최근 전자레인지에도 사용가능한 금/백금 제품이 출시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니 판매점이나 고객센터에 문의하면 제품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식기세척기같은 물리화학적 침식을 일으킬 수 있는 제품에 사용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4. 이야깃거리
본차이나(bone china)라는 이름 때문에 중국산, 그리고 싸구려라고 오해받는 경우가 많은듯 하다. 국내 본차이나 제조사 및 유통사에서도 이와 관련한 글을 쓸 정도. 물론 현재 본차이나의 최대 생산국가는 중국이다.힌두교에서는 애초에 흙으로 만든 도자기 사용을 금기시하지만 특히 본차이나는 신성한 소의 뼈를 섞어 만들었다는 점 때문에 아주 부정한 것으로 간주되는 듯하다. 본차이나에 대해 유튜브를 검색해보면 본차이나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장하는 힌디어 동영상들을 볼 수 있다. 영상(힌디어). 사실 인도 또한 본차이나의 생산 대국에 속한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1] 물론, 수요자는 타 종교인이고, 일반 소가 아닌 물소로 만드는 것이다.
이슬람교에서도 뼛가루를 사용해서 만들기 때문에 어떤 뼈를 사용하는지, 혹시나 개나 돼지같이 하람인 동물의 뼈는 아닌지, 할랄인 동물의 뼈라 할지라도 그 동물이 할랄 원칙대로 도축된 것인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때문에 이슬람이 다수인 국가중에서 본차이나를 생산하는 나라는 많지도 않고 독실한 무슬림들은 사용을 꺼리기도 한다. 하지만 튀르키예에서는 본차이나가 혼수품으로 인기있기도 하고, 튀르키예의 본차이나 제조사들은 "뼛가루는 도자기 태토에 포함되고 초벌구이가 끝나면 그 위에 유약을 입혀 재벌구이하기 때문에 뼛가루 성분이 음식을 오염시킬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물론 그래도 쓰다가 유약층이 벗겨져서 태토와 음식이 접촉하면 어쩔거냐는 우려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튀르키예 이슬람 학자들의 공식입장은 뼛가루가 들었어도 10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 모양과 형태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뼈로 볼 수 없는 도자기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19세기 영국의 노동상황은 안그래도 전방위적으로 열악했지만 특히 본차이나 원료인 뼛가루를 제조하는 공정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진짜 열악한 환경에서 일했다고 한다. 도축장에서 가져온 구더기가 들끓는 폐기물에서 뼈를 분리하고 세척하는 과정에서 온갖 썩은내와 구더기로 가득한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일해야 했다. 영상(영어)
엽문전전 영화에서 장영성의 아버지가 외국인들과 대화하던 중 본차이나 이야기가 나왔는데, 통역관이 중국산 뼈로 오인한걸 엽문이 해결해준다.
[1]
다만 인도인 모두가 힌두교인 것은 아니고, 타 종교인도 억대 규모로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