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15 10:10:26

흑연


1. 개요2. 용도3. 생산4.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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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파일:흑연 광석.jpg 파일:연필심.jpg

/ Graphite, Plumbago

탄소 동소체의 일종으로, 다이아몬드처럼 주 구성 성분은 탄소지만 분자구조가 판 형식으로 되어 있어 잘 부스러지는 암석이다. 그래서 연필심의 주요 재료로 사용된다. 연필의 연(鉛)은 연자인데, 흑연 연필 이전에 사용하던 납 펜과 비슷하게 쓸 수 있다 하여 '검은 색을 내는 납', 즉 "Black lead"라고 칭한 것이다. 한자어 명칭인 흑연(黑鉛)도 이 단어를 옮긴 것. 오늘날에는 혼동을 피하기 위해 'Graphite'를 쓰는 경우도 많으며[1] 잘 쓰이지는 않지만 석묵(), 즉 '돌로 된 '이라고도 부르는데 중국어로는 석묵이라는 용어도 꽤 쓰이는 듯 하다.

탄소 원자 하나당 3개의 탄소 원자와 공유 결합하는데, 이 때 남은 전자 하나는 자유전자가 된다. 흑연이 도체인 이유도 이 때문. 층과 층 사이에는 판데르발스 힘이 작용한다.

모스 굳기계에서는 1.5로 활석 석고 사이에 위치한다.

2. 용도

15세기 말 즈음에 영국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당시에는 목장에서 양이나 나무 울타리에 표시를 하는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 영국의 흑연 광맥이 차츰 고갈되고 다른 광산에서는 좋은 연필을 만들 만큼의 크기를 가진 흑연 덩어리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프랑스에서 흑연 분말과 점토를 섞어 구워내는 공법이 개발되었다. 이것이 바로 현대의 연필심.

연필 이외에도 여러 용도로 사용하는데, 약 3948K를 넘어야 승화하기 시작하는 엄청나게 높은 내열성으로 인해 로켓의 엔진 내벽이나 화학 공정에서의 내열성 장비의 재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전기가 통한다는 점 덕택에 전극으로도 쓰이는데, 전기아크로의 전극으로서 고철을 녹이는 데 쓰이거나 전기 분해 기구의 재료로 사용된다.

기계 분야에서 감마제(마모를 줄여주는 역할), 윤활제의 용도로도 쓴다. 흑연은 분자 구조가 층층으로 느슨하게 얽혀 있어서 잘 미끄러지기 때문이다.[2] 따라서 기존의 윤활유 등을 사용하기 곤란한 환경에서 이 흑연을 윤활제로 이용한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예시는 자동차 와이퍼. 소음과 마찰 저감을 위해 고무 접촉면에 흑연이 코팅되어 있다.

강철의 탄소 함량 조절을 위해서 제강 공정에도 쓰인다.

순도 높은 흑연은 중성자 단면적이 낮아 원자로의 감속재로 쓰이기도 했다. 덕택에 일정 순도 이상의 흑연은 전략물자 +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물질 취급을 받는다. 맨해튼 계획이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마그녹스 등의 원자로에서 사용했으며,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도 흑연감속로로 추정하고 있다.[3] 다만 요즘에는 더 안전한 재료인 (중수, 경수)을 감속재로 주로 쓴다.

흑연 감속재도 무조건 위험한 것은 아니고, 물과 비교하면 장단점이 제각기 있다. 앞서 말했듯이 흑연은 물에 비해 감속재로서의 효율이 더 뛰어나므로 연료의 농축 수준도 낮게 할 수 있다. 게다가 물 감속재는 그 자체가 냉각재 역할도 하기 때문에 만약 감속재가 소실될 경우 원자로가 내뿜던 열과 방사능을 컨트롤할 수 없게 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바로 이런 식으로 발생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체르노빌, 셀라필드에 위치한 윈드스케일 파일[4]에서 사고가 난데다, 특히 체르노빌의 충격이 너무 강해서 흑연 감속재는 오늘날에는 거의 쓰지 않는다. 이산화탄소를 냉각재로 쓰면 안정성은 물보다 더 높아지지만, 이건 영국밖에 안쓴다.

최초로 그래핀을 분리해낸 물질이기도 하다. 2004년,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안드레 가임(Andre Geim) 연구팀과 러시아 Chernogolovka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연구팀이 스카치 테이프를 사용해서. 그래핀을 분리하게 된 계기가 재밌는데, 그 그룹에서는 가끔씩 진행하는 연구와는 무관하게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간단한 실험이나 연구를 하곤 했다고 한다. 실제로 가임은 이런 엉뚱한 실험 중 하나인 '자기장으로 개구리를 공중부양시키기'를 연구해서 2000년 이그노벨상 물리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어느 날 "세상에서 가장 얇은 물질을 만들어 볼까?" 하면서 착안한 것이 스카치 테이프와 흑연. 그리고 곧바로 스카치 테이프에 흑연을 붙인 후 테이프를 붙였다 떼었다 하니까 기하급수적으로 얇아지면서 최종적으로 단일 원자 두께의 그래핀을 분리해 냈다고 한다. 정확한 원리는, 흑연에 스카치 테이프를 붙이면, 그래핀 표면과 스카치 테이프의 접착력으로 인한 결합이 그래핀 사이의 결합보다 더 강해지게 되고, 이 상태에서 스카치 테이프를 떼내면 그래핀이 스카치 테이프에 붙은 채 떨어지게 되는것. 안드레 가임은 이 연구로 2010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음극 재료로도 사용된다. 배터리가 충전되면 리튬 이온들이 흑연으로 이동하여 층간 결합을 한다.

3. 생산

흑연에는 인상흑연(鱗狀黑鉛)과 토상흑연(土狀黑鉛)이 있다. 흑연은 우리나라의 중요 광물 중 하나로, 한반도의 흑연 매장량은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3위이다.

1위와 2위의 차이가 넘사벽이긴 하지만... 세계 총매장량 7100만톤 중에서 중국에 5500만 톤이 매장되어 있다. 인도는 520만 톤, 한반도는 430만 톤(인상흑연) 수준이다. 대한제국 시대부터 채굴되기 시작해서 1930년대에는 세계 제1의 흑연 생산국이었고, 1970년대에도 남북한의 생산량을 합치면 소련과 중국을 제치고 세계 제1위였다. 남한 단독의 생산량만도 세계 생산량의 10%를 차지했을 정도. 지금은 중국이 (2009년 기준) 세계 생산량의 71%를 차지하고, 우리나라도 생산은 하고 있지만 인도나 중국에 비해 높은 비용으로 채산성이 없어서 거의 수입에 의존한다.

그러나 2023년 12월 1일부터 중국이 흑연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하면서, 흑연을 음극재로 쓰는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

4. 기타

흑연에 고농도의 전자를 넣으면 흑연 조각과 이웃 흑연 조각 사이가 연결돼 사실상 빈틈없이 메워질 수 있다고 한다. 2012년 9월에 독일에서 이걸 이용하여 130K 짜리 초전도체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1] 다만 Graphite는 산업계에서 소재 이름으로 쓰는 경우가 더 많고, 여전히 보편적인 경우에는 흑연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인다. 입에 넣을 가능성이 있어 독성에 민감한 어린이용 문구(이 때문에 지우개도 가소제가 들어가는 PVC 재질이 아니라고 광고하는 경우가 많다)에서는 Lead를 피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용 연령층이 높아지는 샤프펜슬이나 홀더 펜슬의 경우 샤프심 또는 홀더심을 가리키는 말로 Lead가 흔히 쓰인다. [2] 샤프심의 표면이 매우 매끄러운 것을 생각해보면 된다. [3] 북한의 원자력 연구는 구 소련이 1960년대 영변에 소형 연구용 원자로를 지어주면서 시작된 것인데, 아마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흑연감속로를 제공했을 것이다. [4] 이건 아예 불나라고 작정하고 만든 공기 냉각형 흑연 감속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