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7 05:30:19

프로레슬링은 쇼다

1. 사건의 시작2. 프로레슬링은 쇼다!3. 이후4. 케이페이브(Kayfabe)5. 여담

1. 사건의 시작

파일:external/img.kbs.co.kr/6.jpg
이 사건으로 본의 아니게 프로레슬링 팬들에게 공적이 된 장영철(1928-2006)
1965년 11월 27일 저녁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5개국 친선 프로레슬링 대회의 메인 이벤트는 한국 챔피언 장영철과 일본 오쿠마 선수와의 3전 2선승제 경기에서 벌어진 돌발상황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한 경기씩 주고 받아 1대 1 상황에서 벌어진 세 번째 경기에서 오쿠마가 장영철을 코너에 몰아붙여 보스턴 크랩을 시도했다. 그러나... 원래 각본상 장영철이 2대 1로 승리를 거둬야 했으며 이 공격을 풀어야 했으나 오쿠마가 각본을 무시하고 계속 보스턴 크랩을 가했고 링사이드에서 지켜보던 장영철의 후배들은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링에 올라가 오쿠마의 머리를 병과 의자로 내리치고 난투극을 벌였다.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 속에 경기는 중단됐다. 이 사건은 다음날 전국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한 큰 사건이었다. 왜냐면, 그 해 한일협정이 체결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시기의 프로레슬링은 각본의 이해도와 완성도라는 것이 부족했으며 지금과 달리 다른 단체간 선수들이 경기를 했기 때문에 각본을 무시하고 상대를 진짜 때리는 선수들도 많았으며, 폴리스맨과 시멘트 매치는 반쯤 공개적으로 존재하다시피했다.

2. 프로레슬링은 쇼다!

그런데 경찰 조사 과정에서 장영철은 돌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의 전말에 대해 설명했는데 프로레슬링에 대한 이해가 없던 경찰이 그럼 다 짜고 하는 거냐라며 장영철을 심문했고 이 때문에 프로레슬링의 내부 사항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 당시 장영철은 오쿠마가 과도한 플레이를 한 배후에 김일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순수 국내파인 장영철, 천규덕 등과 다르게 김일은 일본 프로레슬링을 배우고 온 유학파로 당시 김일의 인기 때문에 상대적인 박탈감이 심했으며 국내파 vs 유학파의 내분이 있었다는 것을 입증한다. 그러나 이런 내부 사정은 상관없이 언론이 흥미 위주로 포장하면서 프로레슬링은 쇼다라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사태가 커졌다.

이 사건으로 벌어진 실전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 장영철은 본래 국내파 2인자였지만 당시 김일과 교류를 깊이 가지기 시작하던 천규덕과 1967년 9월에 1 대 1 실전 대결을 가지게 되었으나, 둘 다 차마 상대를 제대로 공격하지 못하고 별 일 없이 끝나게 되었다. 당시 동아일보에서는 화석처럼 노려만 보고 있다가 끝났다고 표현을 하였다.

3. 이후

이때 장영철의 도전을 받은 김일은 장영철을 2분만에 쓰러뜨릴 수 있다면서 장영철의 '프로레슬링은 쇼다' 발언에 대해선 "프로레슬링은 사전에 승부를 조작할 수 없다. 실력에 의해서만 승패가 결정된다"며 반박하였다. #

이 사건으로는 장영철을 비롯한 국내파 1세대 프로레슬러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주었을 뿐, 당시 최고의 스타였던 김일에게는 그다지 큰 타격이 아니었다. 1970년대 김일의 후계자 세대인 이왕표의 등장으로 프로레슬링은 인기 스포츠 자리를 지켜왔고, 김일과 동문인 안토니오 이노키가 한국으로 경기하러 오는 등 프로레슬링의 인기도는 어느 정도 선을 유지했다. 물론 이때의 여파로 한일간 프로레슬링 교류가 많이 위축되어서 피해를 보긴 했지만 당시에는 크지 않았던 영향.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하는 부분이 있는데 "프로레슬링은 쇼다!" 발언으로 한국 프로레슬링의 인기가 식은 것도, 위상이 추락한 것도 아니다. 한국 프로레슬링은 1970년대에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좀 더 자세한 사건의 전말을 다룬 글.

사실 한국 프로레슬링의 몰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은 전두환의 집권이라고 봐야 한다. 김일을 청와대로 초청해 잘 먹어야 힘을 낼 수 있다면서 고기까지 먹였을 정도로 프로레슬링을 좋아했던 박정희와 달리 씨름과 축구, 복싱을[1] 더 좋아했던 전두환은 프로레슬링에 대한 이렇다 할 지원을 하지 않았고 결국 프로레슬링 자체의 한계와 맞물려서 점차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2] 물론 높으신 분들의 취향에 따라 업계 하나가 떴다가 가라앉을 만큼 당시 한국의 스포츠 시장이 후진적이었던 것도 있지만, 프로레슬링 업계 자체가 대중 트렌드의 흐름을 놓친 것도 있었다. 특히 전두환 집권 이후 3S 정책의 일환으로 프로야구 등이 출범하며 프로레슬링의 관심도 자체가 식어버리는 와중에 또다른 흥행 요소나 스타를 발굴하지 못하고 몰락한 게 컸다.

실제 한국 프로레슬링의 주요 테마였던 한-일 대결도 10년 이상 하면서 국내에선 애국 마케팅도 이젠 식상하다는 반응이 슬슬 나오고 있었고, 일본 측에서도 점차 자국 내 흥행과 미국 프로레슬링과의 연계를 우선시하면서 한국 측과의 관계를 끊었기에 한국 프로레슬링 몰락은 이게 더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저 사건이 없었다고 해서 프로레슬링 인기 몰락을 막을 수는 없었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당시에 있어 프로레슬링은 쇼다라는 발언은 프로레슬링을 영화, 연극 보듯이 보는 게 아니라 복싱이나 종합격투기 경기를 보는 심정으로 봤던 당시의 일반인들 입장에선 승패를 가지고 미리 짜고 치는 사기 종목이라는 뉘앙스로 받아들인다. 프로레슬링은 승패는 영화처럼 정해진 각본의 일부이며, 프로레슬링의 본고장 미국 역시 이 사실을 다 알고 있고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반면, 한국인들이 갖는 스포츠, 아니 사회 전체에서 볼 때 터부시하는 것을 직접 건드린다는 이유가 이런 부정적인 시선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 유독 종합격투기가 프로레슬링에 비해 압도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것 또한 이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당시에 경기를 보던 사람들이야 프로레슬링에 각본이 있을 거란 사실 자체를 모르고,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고, 프로레슬러 자신들도 그렇게 선전했을 것이기에 본의 아니게 속인 것이 되어 버렸지만... 1980년대 중반 이후 복싱처럼 각본이 없는 투기 종목 스포츠면서 룰이 더 자유로운 이종격투기나 종합격투기 등등으로 실전 격투에 대한 지식이 대중들에게 늘어나면서 이 시기를 기점으로 프로레슬링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고, 그게 각본을 따르는 쇼라는 것이 탄로난 21세기부턴 아무도 그걸 실전 격투라 안 하고, 게다가 괜히 입 잘못 놀렸다가 "그럼 한번 싸워보자"라고 들어오면 프로레슬링 기술만 가지고는 답이 없다.[3] 실전 격투기에 원래 베이스가 있는 프로레슬러의 경우 나중에 종합격투기로 넘어가서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도 간혹 있고, 그 반대도 있지만[4], 액면 그대로 프로레슬링에서 하던 기술을 쓰지는 않는다. 프로레슬링은 프로레슬링 자체로서 즐길 뿐이다.

특히 한국에 MMA가 상륙하면서 실전 격투의 메커니즘이 밝혀지고 프로레슬링의 화려한 기술들은 상대가 소위 접수를 하지 않는 한 시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과거 팬들은 한국 프로레슬링을 UFC인줄 알고 봤기에 문제가 됐다. UFC같이 각본이 없는 실전을 표방하는 격투 스포츠에서 서로 짜고 져주는 것은 축구 경기 결과를 조작하는 것처럼 UFC 단체를 망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스캔들이다. 반대로 프로레슬링에서는 정해진 각본을 이탈해서 선수들끼리 실전 싸움이 일어나는 것이 사고다. 과거엔 인터넷 시대가 아니라서 정보의 유통이 극히 제한적이던 시절이었고 그 때 사람들은 프로레슬링 한일전을 보며 마치 UFC에서 한일전을 보는 듯한 그런 느낌으로 열렬히 응원했는데 알고보니 짜고 했다니까 '당연히' 충격을 받고 논란이 되었다.

라고는 하지만 한국인이라고 전부 다 바보도 아닌데 사람들이 프로레슬링이 쇼라는 사실을 죄다 몰랐을 리가 없다. 사실 그보다는 오히려 프로레슬링 업계에서 더 프로레슬링이 쇼라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던 것이 더 문제였다. 사실 애국 마케팅을 끝까지 바꾸지 않고 써먹었던 게 한국 프로레슬링 업계였던 만큼 보수화되어 머리가 굳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WWE가 인기 폭발이었을 때 이 흐름에 동참하지 못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미국 프로레슬링의 선두주자인 WWE는 아예 이름에 E(엔터테인먼트)를 달았으며[5], 과거에 프로레슬링이 진짜냐는 질문에 베이더가 목을 조르는 퍼포먼스를 보였다가 실제로 감옥에 가게 된 것은, 베이더는 각본으로 전해듣고 그대로 행동에 옮긴 건데, 인터뷰어가 사전에 공지를 못 받아서 일어난 헤프닝일 뿐이었다. 한번도 '우리 프로레슬링은 진짜 싸움!'이라고 한 적은 없다. 즉, '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상태였다. 하지만 한국 프로레슬링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계속 '진짜'라고 우겼다. 아래 후술하는 호기심 천국에서 프로레슬링의 비밀을 방영한 적이 있는데, 당시 한국 프로레슬링협회에서 항의하며 이왕표를 통해 해명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이왕표는 저기서는 막 선수들이 무슨 면도칼로 자기 머리에 상처를 내고 이러는데, 우리 프로레슬링은 진짜라고 애절하게 항변하며, 막 진짜 시합 도중 정말로 상처가 나서 피를 흘리는데 관중들이 저거 가짜라고 하면 가슴이 아프단 말도 했다. 그리고 호기심 천국 진행자들은 '한국 프로레슬링만큼은' 진짜라고 강조하면서 방송이 끝이 났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소위 천창욱 난입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이왕표와 홍키통크맨과 붙었는데, 경기 도중 해설자인 천창욱이 난입하여 홍키통크맨에게 분노의 체어샷을 선사하여 이왕표가 극적으로 승리했다. 헌데 방송 후 네티즌들 사이에서 저거 다 각본이라는 논란이 일자 당시 천창욱이 해명 글을 올렸는데, 요약하면 각본이 아닌 리얼이라는 것이다. 전날에 자신이 홍키통크맨에게 넥브레이커를 당하고 물고문을 당하여 너무 화가 나서 우발적으로(...) 난입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방송 사고였다는데, 정말 방송 사고였을지는 각자 판단에 맡긴다.

미국 프로레슬러들은 어디 가서 '프로레슬링은 각본 없는 진짜!'라고 절대 하지 않는다. 오히려 유명 프로레슬러들의 자서전 등에서 여러 적나라한 뒷얘기들을 그대로 다 풀어놓고 베스트셀러에 오른 적도 있는데[6], 만약 이들이 어디가서 '프로레슬링은 각본 없는 진짜인데, 쇼라고 하는 사람들 때문에 억울하다!'라고 말하고 다녔다면 사기꾼이라고 욕먹었을지도 모른다.

한편, 천창욱의 '체어샷 사건'과 관련하여 각본은 없었다는 천창욱 본인이 남긴 해명글이 오랜 기간 논란이 되었는지 약 5년 즈음 지난 2008년 본인이 당시 사건에 대해 해명을 하긴 했었다. 사실 그때 당시 선수와 어느 정도 합의가 있었다며, 거짓말을 할 의도는 없었지만 그때는 짜고 한 것이 아니라는 글을 게시판에 남겼다고 실토했다. 그때 당시 한국 프로레슬링은 기믹이나 대립 등의 스토리 등에 대한 거부 반응이 상당해서 그랬다고 하는데, 즉 당시만 해도 프로레슬링을 각본이 있는 드라마가 아닌 실전 격투인 UFC라고 생각하고 봤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당시 홍키 통크 맨[7]이 저지른 만행(?)은 인터뷰하러 대기하는데 사이코패스도 아니고 느닷없이 스윙넥브레이커를 갈기지 않나, 이왕표에게 못 이길 것이라고 하니 물고문하듯이 물속에 처박아버렸다(...). 한국에 돈 벌러 온 것이 명백한 홍키 통크 맨이 카메라맨이 버젓이 촬영(채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초면인 해설진을 대놓고 폭행한다는 것도 이상하고 그것도 주먹으로 때린 게 아니라 프로레슬링 기술로 말이다. 또 분노한 해설진이 경기 도중에 난입해 체어샷으로 응징한다는 스토리는 누가 봐도 각본 냄새가 진하게 풍겼으나, 당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리얼'이라고 우기던 시절이었다. 링밖에서 벌어진 갈등을 법이 아닌 링 안에서 해소한다는 스토리는 전형적인 각본 클리셰가 아니던가.

사실, 당시 이들이 당할 때 접수(...)하는 듯한 장면을 볼 수 있으며, 애초에 저런 넥 브레이커는 접수하지 않았다면 시전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프로레슬링 기술들은 상대가 접수하지 않으면 시전 자체가 불가능한 기술[8]들이 많고, 또한 접수 한번 잘못했다간 매우 큰 부상을 입을 정도로 접수가 중요한데 당시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은 것을 보면 제대로 접수했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프로레슬링 기술은 깔끔하게 들어가야 안전하며, 어설프게 들어가면 아예 죽거나 불구가 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위험하다. 하다못해 접수를 제대로 하더라도 위험성이 매우 높은 기술들이 대부분. 아무리 접수를 잘하는 프로레슬러들도 부상을 달고 살며, 이 때문에 진통제를 달고 살 정도의 그 문제가 발생한 적도 있었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프로레슬링을 진짜 격투 시합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인터넷 시대인 지금도 이런 판국에, 하물며 정보의 창구가 거의 없다시피했던 과거에 프로레슬링을 UFC인줄 알고 봤다가 알고 보니 각본이 존재했었다니 배신감을 느낀 사람들이 많았던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프로레슬링은 장르 자체가 원래 쇼다. 운동 경기가 아니라 하나의 액션 영화, 연극 보는 것처럼 생각해야 하는 것. 하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피, 땀, 눈물은 쇼가 아니라 진짜다. 똑같이 각본대로 합을 겨루면서 촬영하는 액션 영화도 이런 스턴트를 하지만, 안전장치를 든든하게 달고 스턴트맨을 동원하거나, CG로 합성하여 원테이크로 찍은 것처럼 보이도록 눈속임을 하는 등 여러 대비책을 강구한다. 하지만 프로레슬링은 안전장치도 매우 부실한 데다[9], 심지어 관중들 앞에서 하는 공연이라 원테이크로 기술을 성공시켜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괜히 따라하지 말라고 Don't Try This At Home이라는 문구가 담긴 영상을 매 쇼마다 내보내는 게 아니다.

4. 케이페이브(Kayfabe)

프로레슬링계에서는 이러한 극(劇)으로서의 요소를 통틀어 "케이페이브(Kayfabe)" 혹은 "워크(work)"라고 부른다. 일본 프로레슬링계에서는 "케페이(ケーフェイ)". 그 어원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Be fake"를 적당히 섞어서 나온 은어라는 설도 있다. 그 반대말은 "슛(shoot)". 예를 들어 프로레슬링 캐릭터 더 락으로서의 인터뷰는 '케이페이브 인터뷰'지만, 프로레슬러이자 영화 배우 드웨인 존슨으로서의 인터뷰는 '슛 인터뷰'인 셈이다.

케이페이브의 실체가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시절에는 "케이페이브"라는 용어 자체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업계인들의 은어로 쓰이기도 했다. 이를테면 업계인들끼리 있는데 프로레슬링의 실체를 몰라야하는 외부인이 불쑥 나타날 경우, "야, 케이페이브!"하고 외부인이 나타났다고 주의를 주는 게 업계의 관행이었다고 한다. # # 하지만 업계의 여러 은어들이 널리 보급된 2020년대 기준으로 케이페이브는 이제 팬들 사이에서도 자연스럽게 쓰이는 용어가 됐다. 이를테면 프로레슬러가 캐릭터를 깨고 실제 자신의 모습으로 발언할 경우, "케이페이브를 깬다"고 한다.

5. 여담

  • 어느 기자가 프로레슬러 김일에게 "프로레슬링은 잘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한다는데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고 묻자 김일은 허허 웃으면서 "인생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 아니겠소?" 라고 명쾌하게 대답을 한 적이 있다.[10]
  • 미국에서도 프로레슬링의 비밀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이 제작되었으며 해당 프로그램은 한국에 수입되어 호기심 천국에서 방영된 적이 있다. 한국 프로레슬링계에서는 해묵은 선입견이 되살아날 것을 우려하여 처음에는 방영을 반대하였으나, 실제 프로그램은 무분별하게 프로레슬링 기술을 따라할 때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나중에는 이왕표 등 한국 레슬러들이 직접 출연하기도 하였다.
    물론 저도 그게 가짜고 연출인 건 압니다만, 어떻게 130kg이나 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착지하는 것까지 가짜로 만들겠습니까?



    제임스 롤프, AVGN 149화 프로레슬링 게임 편 중.
  • 짜고 치는 것이 어떨 땐 더 어렵거나 더 괴로울 수도 있는 게, 100kg이 넘는 거구가 날아오는 걸로 짰으면 그걸 피할 수가 없기 때문. 때문에 맞는 측에서는 그걸 맞고도 버틸 수 있도록 몸을 단련해야 하고, 때리는 측에서도 가급적 안 상하게, 그러면서도 관객들에겐 티가 안 나게 때릴 수 있도록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즉, 짜고 하는 시합이라 해서 이들이 다른 격투가들만큼 훈련도 안 하고 편히 놀고 먹을 거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리고 접수 항목을 보면 알겠지만 연출을 위해 상대방의 기술을 돋보이려고 상대방의 공격에 호응하는 경우도 있다. 즉, 막거나 피하기는 커녕 더 아프게 맞아주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거기다 몸 축나는 걸로는 어떤 의미에선 일반적인 격투기 이상이다. 격투기는 무에타이 같은 사람 잡는 종목이 아니라면 1년에 네 번 싸워도 바쁘게 살았다는 평을 듣는데, 프로레슬링은 스토리 라인을 이어가는 본방송이 매주 한 번이고 WWE 같은 경우 수입을 위해 추가로 도는 하우스쇼나 여타 투어 덕분에 일정이 더욱 빡빡해진다. 이런 스케쥴을 항상 부상의 위험을 염두에 두고 소화해야하는 것이다. 또한 기본적으로는 쇼인 만큼 일반적인 격투기에선 난이도 문제나 시전자가 다치기 쉬워 쓰이지 않을 기술이라도 보는 맛이 있겠다고 판단되면 기술 목록에 멀쩡히 포함된다. 체어샷만 해도 근육질의 성인 남성이 철제 의자로 후려치는 기술인데, 여기서 합이 맞지 않으면 초상이 나는 수가 있다. WWE에서도 이거 쇼 맞지만 위험한 건 마찬가지니까 절대 집에서 따라하지 말라고 경고한다.[11] 실제로 가끔씩 사망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12] 여기에 압정, 철선 등을 동원하는 하드코어나 데스매치까지 가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보니 인터넷에서는 안 짜고 하면 사람 하나 죽는다는 말로 프로레슬링의 각본성을 변호하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
  • 기레기들의 신나는 보도로 졸지에 모든 오명을 다 뒤집어쓴 장영철은 은퇴 이후 말년에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비참한 삶을 지내다가 2006년 만 78살로 김일과 같은 해에 세상을 떠났다. 사망 6개월 전인 2006년 2월에 자신이 있던 시설을 찾은 김일과 쌓인 앙금을 풀어내고 화해했다.
  • 미국판 '프로레슬링은 쇼다'로는 WWE 올드팬이라면 대부분 아는 커튼 콜 사건이 있다. 다만 이 경우는 '쇼'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팬들이 충격받았던 게 아니고, 링 위에서 각본상 싸워야 하는 선수들이 갑자기 경기 뒤에 껴안고 우정을 나눠버렸기에 논란이 된 것이다. 프로레슬링 암묵의 룰을 어겼으니까 말이다. 쉽게 말하면 친한 두 배우가 드라마에선 원수지간으로 나오는데 촬영 도중에 갑자기 캐릭터를 버리고 친근하게 행동하는 방송사고다. 당시에도 클릭 멤버들이 사석에서 친한 것들이야 익히 다 알려진 사실이었고 링 밖에서 친하게 지내는 것까지야 말릴 수 없는 일이지만, 각본을 수행해야 하는 링 위에서 선역/악역이 나뉘었음에도 친한 모습을 보여줬으니 논란이 된 것이다. 자세한 것은 항목 참고.
  • 이미 1960년대 한국에서도 레슬링이 진짜 싸움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65년 신문에서도 목숨이 걸린 대결보단 내용이 충실한 것이 관객이 원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었다. 또 하나의 연극이라는 건 상식이라는 말이 뉴스에 나오기도 했었다. 이 당시 유명한 일화로 전두환이 보안사령관이던 시절에 청와대에 들어가 박정희 당시 대통령과 프로레슬링을 본 일이 있었는데 프로레슬링을 싫어하던 전두환이 "각하, 프로레슬링은 쇼인데 뭐하러 보십니까?"라고 했다가 분노한 박정희에게 먼지나게 맞았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박정희 대통령은 프로레슬링 마니아였기 때문이다.
  • 사실 프로레슬링이 각본과 접수를 통해 진행된다는 것이 무슨 극소수만 아는 비전이나 대외비도 아니고, 프로레슬링 관계자들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인데 60년대 한국이라고 이 사실을 아는 사람 자체가 없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특히 스포츠계 인사들과 밀접히 교류하는 스포츠 전문 기자라면 모를 리가 없는 것이다. 단지 정보의 전달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고 창구도 다양해진 20세기 말~21세기에 비해, 당시에는 몇몇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정보가 사회 전체로 잘 퍼지지 않았고, 이 때문에 관계자들은 알지만 일반 시청자들은 잘 모르는 정보가 많았던 것뿐이다. 조형기 음주운전 뺑소니 시신유기 사건은 당시 지상파 뉴스와 신문에 분명히 보도되었음에도 인터넷 시대가 되기 전까지는 조형기는 아무 제약 없이 활동을 했고, 태반이 ' 킬러조' 사건을 몰랐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자. 더군다나 TV에서 프로레슬링 중계를 할 때 해설진이고 뉴스고 '각본'이란 언급을 하지 않고 마치 일반 스포츠 실황 중계와 똑같이 전달했으니 일반인들은 복싱 등 다른 스포츠와 대등하게 생각했지, 설마 각본이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심지어 2003년까지도 천창욱 등 한국의 해설진들은 인터넷의 각본 논란에 대해 절대 각본이 아니라며 적반하장을 했었고 나름 먹혀들 정도였다.[13]


[1] 전두환은 중학생 시절 권투를 했었을 만큼 권투 좋아했다. 이를 반영했는지 제4공화국, 제5공화국 등의 드라마에선 박정희 옆에서 같이 권투를 보며 방정맞아 보일 정도로 좋아하는 전두환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그 때문인지 권투는 80년대까진 대중적인 인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2] 그래서인지 야사 중엔 박정희 집권 당시 청와대에서 TV로 프로레슬링을 보고 있던 박통에게 전두환이 "이런 걸 대체 왜 보십니까?"라고 한 마디했다가 조인트를 까였다는 얘기도 있다. [3] 물론 프로레슬링을 하면서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고 또, 기본적으로 격투기를 베이스로 입문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일반인 정도는 프로레슬러를 이길 수 없지만 진짜배기 격투기 선수라면 또 이야기가 다르다. [4] 브록 레스너 론다 로우지가 대표적이다. [5] 과거 WWF 시절에도 풀 네임은 World Wrestling Federation entertainment였다. 단, 약칭을 변경한 것은 세계자연기금과의 소송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다. [6] 한국에는 WWE스타 하디보이즈의 자서전이 출판된 적이 있고 세세한 뒷얘기가 다 들어있다. [7] 고전 오락실 게임 WWF 슈퍼스타즈에 등장하고, WWE에서 오랫동안 인터컨티넨탈 챔피언을 유지하다가 전설의 워리어에게 패하여 타이틀을 넘긴 그 유명한 선수가 맞다. [8] 드라이버, 수플랙스류, 파워 밤류 기술까지 갈 것도 없이 기본중의 기본인 크로스라인조차 접수가 제대로 안되면 목뼈가 부러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기술이다. [9] 링 바닥이나 턴버클, 테이블 등에는 톱질을 해놓는 것같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최소한이다. 기본적으로 딱딱해야 기술 시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충격을 조금만 흡수하는 정도에 그친다. [10] 다만 이 발언은 김일이 은퇴 이후에 한 이야기로 현역 시절에는 '프로레슬링은 쇼다'라는 말에 강하게 반박하였다. # [11] Yes, It is Entertainment—But the Hazards are Real. Don't try this at home 집에서 따라하지 말라고 했더니 학교나 다른데서 따라하던(...) 무개념들이 많아서 그냥 따라하지 마시오로 경고문을 바꿨다. [12]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신체 단련은 물론 각본대로 움직이는 데도 문제거늘, 그런 것 없이 싸움만 가져오면? [13] 사실 이것도 정말로 비밀이라 그랬다기보다는 약속이라 그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즉, 알면서 하는 거짓말 혹은 다 아는 거짓말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