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9:20:49

태조 왕건/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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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터넷 밈 문화의 효시2. 최고 시청률의 명암3. 미국에서의 인기

1. 인터넷 밈 문화의 효시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당시 공식 홈페이지의 시청자 게시판이 엄청나게 활발했다. 그 당시는 댓글 기능이 없었기 때문에 한 글에 새 글로 리플이 줄줄이 달리면서 계속 페이지가 넘어갔고, 전성기때는 하루에 몇 페이지가 넘어가는 건 기본이었다.[1]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도 가지가지였는데, 단순한 소감이나 잡담 외에 키배도 자주 벌어졌다. 그리고 자주 올라오던 글의 패턴들이 몇 개 있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잊을만 하면 꼭 올라오던 장수들의 삼국지 게임식 무력 추정[2], 닉네임 "드라마 킹"이라는 정체불명의 유저가 항상 올리던 미리보기, "다시보기 왜 안 뜨나요?"라며 징징거리는 글, "태조 왕건 주제가 가사" 혹은 "용의 눈물 주제가 가사"라는 제목이고 클릭해 보면 아~ 아~ 아~아아~가 가득 쓰여있던 글 등등.

그리고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인터넷 온라인 활동이 이전보다 더 커진 뒤에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무료로 전체 200회를 스트리밍 해주면서 밈으로 접했던 것들의 전체를 직접 보면서 기존의 밈은 물론 새로운 밈들까지 만들어지면서 태조 왕건을 못 보고 자란 세대들까지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3]

2. 최고 시청률의 명암

대규모 물량을 동원하여 전쟁 장면을 묘사한 소위 블록버스터 사극의 시초로 이로 인해 인기를 얻으면서 시청률이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는 21세기 주말 드라마 시청률 1위(60.5%)를 자랑[4]하고 있다. 2위는 2004년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57.4%이며, 그 다음부터는 50% 미만이다. 2000년대 2010년대를 지나면서 미디어의 발달로 전체적으로 드라마 기대 시청률이 낮아졌다 보니 앞으로도 태조 왕건의 최고 시청률이 깨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2010년 제빵왕 김탁구가 50%을 넘긴 것이 마지막이다.[5]

반면, 이 사극 이후로는 대규모 물량을 동원한 스펙타클한 전투 신을 보기 어려워졌다. 1화에 나오는 철원성 전투의 전쟁 장면을 찍기 위해 2달에 걸쳐 세트를 지었는데, 이걸 하루 만에 홀랑 태워먹었다. 이건 사실 조선왕조오백년 임진왜란편에서 경복궁 태우는 게 먼저였는데, 그건 그나마 미니어처였다. 그 이후에는 조령 관문을 이용해서 대야성 전투를 찍었는데 역시 화염을 이용하다 보니 성 군데군데가 그을리는 바람에 욕을 대차게 먹었고[6], 그 이후에는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전투 신을 보기 어렵게 되었다. 아니, 성을 이용한 전투가 많이 등장하지를 않았다. 920년경의 견훤의 3차 대야성 전투나 조물성 전투 초반을 제외하고는 대개 성 바깥에서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후 사극들에서는 성과 관련된 전투는 실제 성이 아닌 세트를 지어서 장면을 찍었다.

얼마나 대박을 치고 화제가 되었는지, 이례적으로 예능 프로그램까지 진출하면서 가족오락관, 출발 드림팀에서도 각자 '설특집 왕건 오락관' ( #), '출발 왕건 드림팀'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태조 왕건의 출연진들만 모아놓고 특집을 방영했을 정도였다. 심지어 타 방송사였던 MBC 주말 예능 브레인 서바이버에서도 직접 드라마 제목만 언급 안 될 뿐이지만, 출연진들을 모아놓고 사실상 태조 왕건 특집을 방영을 했던 적도 있다.

3. 미국에서의 인기

게다가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원래는 지역 한인들을 위해 편성한 프로인데, 미국인들도 덩달아 보게 되었다고 한다. 방송국 사정으로 한 회 쉬고 넘어 갔더니 항의 전화가 쇄도했다고 한다. 펜실베이니아 뉴저지주를 비롯해 뉴욕 워싱턴 D.C의 일부까지 커버하는 필라델피아의 공영 채널인 WYBE방송(채널 35)에서는 이 드라마가 대박을 치자,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려 6시간이나 '태조 왕건 쇼'를 돌려댔다.[7] 한 자원봉사자는 기부행사에서 궁예처럼 한쪽 눈을 가리고 기부 전화를 받기도 했다. # 누구인가? 지금 누가 기부를 안내었어?

미국에서 의외의 인기를 끈 이유는 전투씬이 의외로 웅장하고 박진감이 넘쳐서라는 얘기가 있다. 우리 입장에선 이해가 가지 않을 지 모르지만, 당시 서구권에서는 영화에 비해 드라마의 위상이 매우 낮았기 때문에 제작비가 부족해서, 전투씬의 경우 간단하게 넘어가거나 주몽 수준으로 몇 십명이 소박하게 치고 받는 경우가 잦았다. 그 후, HBO를 시작으로 밴드 오브 브라더스같은 블록버스터 드라마들이 방영돼 문화충격을 안겼고, 그 후 왕좌의 게임과 같은 초대형 블록버스터 드라마들이 여럿 초대박 성공을 거두게 되어, 미드에서 초대형 블록버스터 대작들이 쏟아지게 된다.


[1] 이 문서에 나온 태조 왕건에 대한 비판들은 그 당시에 이미 게시판에 올라온 것들이다. 방영 당시에는 스케일 큰 사극이 보기 드물었으므로 인터넷 게시판에도 태조 왕건에 대해 옹호적이었고, 고증을 다소 무시하더라도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대세였다. 그리고 이런 반응은 드라마 제작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어 수많은 막장 사극이 범람하는 원인이 된다. [2] 이건 무인시대에 가서도 계속되었다. [3] 궁예 역할을 맡은 배우 김영철은 젊은 세대들도 모두 아는 인물이 되었다. [4] 120화의 궁예의 최후 장면. 여담으로 드라마 전체를 보면, 1995년 첫사랑65.8%. [5] 덧붙이면 최근 사극들은 전부 퓨전 스타일이고 태조 왕건같은 정통형 사극이 사실상 사장화되었다. 가장 최근 정통 사극은 태종 이방원, 고려 거란 전쟁이 방송된 게 전부다. [6] 다른 것도 아니고 조령 관문 자체가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야말로 문화재보호법 위반과 비슷하긴 하다. [7] 초반 클라이막스인 금성이 배경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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