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에 대한 내용은 카이샤쿠(만화가) 문서 참고하십시오.
1. 개요
카이샤쿠(介錯 かいしゃく, 개착)은 할복하는 사람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참수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이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을 카이샤쿠닌(介錯人 かいしゃくにん, 개착인)이라고 한다.2. 특성
보통 일본인이 아닌 사람이나 할복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은 카이샤쿠라는 존재를 잘 모르고, 할복은 그냥 스스로 배를 갈라 죽는 것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할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카이샤쿠다. 카이샤쿠가 중요한 이유는 간단한데, 자기 스스로 배를 갈라 죽는다는 할복 행위가 사실 매우 어렵고 고통스럽기 때문. 즉, 외부의 도움이 없으면 몇 시간 동안이나 엄청난 고통에 고통스러워하다가 결국 흉한 꼴로 죽는다는 것.때문에 결국 할복을 할 경우, 실질적으로 할복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존재가 바로 뒤에서 목을 쳐주는 카이샤쿠닌이다. 이 카이샤쿠를 행하는 사람의 격에 따라서 할복을 하는 사람의 격이 정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서, 아는 사람이 인맥을 총동원하여 초빙해 불러왔다는 예도 있고, 그 밖에도 변변치 않은 가문에서는 돈을 주고 카이샤쿠를 해줄 사람을 몰래 구해왔다는 기록도 있다.
그렇기에 카이샤쿠닌 역시 할복자의 죽음에 이르게 할 때에는 단번에 목을 베어주는 것이 미덕이였으며, 이는 할복자와 할복자의 가문, 그리고 그의 가족의 명예를 지켜주는 것이라고 여겼다. 애초에 명예롭고 덜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기 위해 선택한 할복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 번 이상 베면 사실상 참수형을 한 것으로 취급되어 결과적으로 할복자와 그의 가문과 가족을 모욕하는 행위가 되면서 사회적으로 카이샤쿠의 자격을 박탈당한다. 그래서 카이샤쿠도 자신의 칼로 한 번 베었는데 안 죽으면 두 번 베기 싫어서 죽을 때까지 방치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당연히 할복자가 고통스럽게 죽게 되기 때문에, 카이샤쿠닌의 역할을 박탈당하지는 않더라도 평판이 폭락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카이샤쿠닌은 끝없이 검술을 연마하며, 카이샤쿠용 칼은 본인이 소지한 칼 중에서 가장 날이 잘 선 것으로 한다. 아무리 실력이 좋은들, 날이 무디면 베다 걸려버리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카이샤쿠에도 작법이 있었다. 각 지방마다 달랐다고 하지만 보편적으로 으뜸으로 치는 것은, 바로 목이 완전히 절단되지 않고 가죽이 한 장 붙어서 들러붙어 있는 상태. 그렇게 자르면 목이 땅바닥을 구르지 않고 죽은 자의 품 안에 안기기 때문에 그렇다는 듯하다. 여기서 유래한 일본의 관용어구로 "목의 가죽 하나 차이로 매달려 있다/살아있다"(首の皮一枚で繋がる)라는 말이 있다. "약간의 가능성이나 가망이 남은 상태" 혹은 "위태롭게 간신히 버티는 상태" 정도의 의미로, 당연히 실제로 그런 상태가 되면 죽는다(...) 이론적으로는 이게 이상적이라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았다. 물론 어느 나라든 도부수들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전술한 대로 진짜 목이 가죽 한 장만 남기고 깨끗하게 절단하는 데에 성공하면 약 금화 20량 정도의 상당한 사례비를 받는다.[1]
할복에 심취한 작자들은 "카이샤쿠가 뒤에 서 있기 때문에 할복자 스스로도 미련 없이 더 비장하게 깊숙히 배를 가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하면서 할복 과정의 물리적이자 논리적이자 심리적인 완성이라고 논하기도 했다. 그러나 카이샤쿠도 하는 사람의 담력과 검술이 어느 정도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담력이 좋아도, 목을 깨끗하게 썰어버리는 수준의 검술 실력이 없으면 제대로 치지 못한다. 따라서 명예고 실력이고 담력이고 하나라도 부족하다 싶으면 본인이 거부하기 때문에[2] 보통 구하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리는 게 대부분이었고, 그렇게까지 노력과 시간을 끌 가치가 없는 신분의 사형수라고 판단되면 그냥 막부나 영주( 다이묘)가 직접 참수형을 명한 뒤 대충 부채나 주고(...) 참형시키고 서류에만 할복으로 기록하는 게 보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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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쌍직전영신류의 카타 '카이샤쿠(介錯)' | 몽상신전류의 카타 '준토(順刀)' |
3. 매체
주로 일본의 개그(...) 매체물에서 당사자가 영 좋지 않은 상태에 처했을 때 할복시늉이 나오고 절친이나 친구가 뒤에서 카이샤쿠 포즈를 잡아주는 만화적 허용이 종종 나온다.닌자 슬레이어에서는 인살어로 변형되어, 그냥 마무리 처형 일격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본래의 뜻처럼 세푸쿠(할복)하는 상대의 목을 치는 상황도 나온다.
란마 1/2에서 사오토메 란마의 어머니이자 겐마의 부인 노도카는 늘 일본도를 들고 다니는데, 겐마가 노도카를 놔두고 어린 란마와 수행을 떠날 때 "란마를 남자다운 남자로 키우지 못하면 부자가 할복 자살하겠다."라고 약속했기 때문에, 카이샤쿠가 되어 둘의 할복자살을 도와주기 위함이다. 그런데 그렇게 떠난 부자는 남자다운 남자는 커녕 아빠는 팬더, 아들은 여자로 변하는 몸이 되어 일본에 돌아왔고, 덕분에 둘은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한동안 텐도 가에서 신세를 져야만 했다.
귀멸의 칼날에서는 카이샤쿠의 존재 이유가 간접적으로 언급되는데 아가츠마 젠이츠가 카이가쿠에게 할복했을 때 카이샤쿠가 목을 쳐주지 않으면 긴 시간동안 고통을 느끼며 죽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젠이츠가 이 말을 한 이유는 스승인 쿠와지마 지고로가 제자인 카이가쿠가 도깨비가 된 것에 대한 책임으로 카이샤쿠 없이 할복해서 죽었기 때문.
원피스 와노쿠니 편에서는 조로가 누명을 쓰고 할복할 처지가 됐을 때 옆에서 대기하던 카이샤쿠가 그대(조로)가 괴로워하기 전에 목을 쳐주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3]
코이케 카즈오의 픽션만화에서는 "카이샤쿠만 전문으로 해주는 카이샤쿠닌[4]이 있다"고 나오는데, 실제로 망나니처럼 정해진 직책이 있는 건 아니고, 가문이 좋은 자 + 검술에 뛰어난 자가 임명되는 임시직이었다. 다이묘나 하타모토를 할복시킬 때는 할복을 도울 카이샤쿠닌을 정하는데 몇 달씩 걸릴 정도였는데, 아무리 막부의 명령이라도 할복 명령을 받은 자의 일족의 원한이 카이샤쿠닌을 향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큰 돈 준다고 덥썩 받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드라마 야인시대에서는 가미소리가 할복자살을 하는 장면에서 미우라가 카이샤쿠를 하는 장면이 있다.
불멸의 이순신에서는 센노리큐, 간스케, 오가와, 마나베 사마노조가 할복을 한 장면도 나왔고 히데요시의 부하가 카이샤쿠를 해줬다.
각시탈에서는 우에노 히데키의 호위무사 긴페이 가토가 할복을 하는 키쇼카이 단원에게 카이샤쿠를 해준다.
4. 기타
전근대 일본에서 카이샤쿠는 할복의식에서 할복자에게 존엄사를 부여하던 영예로운 역할이었지만 현대 일본에서 카이샤쿠는 확인사살의 의미만 남아서 안락사를 시켜주는 이의 비유 혹은 아예 당사자한테 결정적으로 치명타를 날린 자의 속어로 변질되었다.(...)가이에키와 헛갈리기도 하는데 가이에키는 다이묘 혹은 사무라이의 봉토를 삭탈 처분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물론 할복할 정도면 으레 가이에키를 당하는 사례가 많고 역으로 가이에키 이상의 죄를 범한다면 할복에 처해질 것이다.
5. 관련글
[1]
오늘날 물가로 치면 인서울 신축 아파트 한 채 정도 살 수 있는 돈이다.
[2]
카이샤쿠의 격이 할복자의 격과 직결되기에 격이 떨어지는 자는 카이샤쿠를 하지 못하고, 담력이 부족하면 칼을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고, 실력이 부족해서 카이샤쿠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자신의 평판이 폭락할 뿐만 아니라, 할복자의 가문에게 할복자를 고통스럽게 죽였다고 원한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3]
물론 조로가 진짜로 할복하지는 않았고, 진범이였던 관리한테 할복용 단도로 참격을 날려 건물채로 관리를 베어버렸다.
[4]
介錯人, 한국어로 읽어 개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