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일본어 로마자 표기법은 크게 다음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로마자 표기법이 더 잘 정착돼 있어서, 로마자 표기 시 자기 멋대로 표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헵번식 로마자 표기법: 사실상의 표준. 일본어를 로마자로 표기할 때는 이 표기법이 상당히 잘 지켜지는 편이다. 영어권 등에서 일본 관련 자료를 찾을 경우, 이 표기법을 숙지해 두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일본어 교과서도 이 표기법을 따르는 게 많으나, 밑의 훈령식을 따르는 교과서도 있으니 주의할 것.
- 일본식 로마자 표기법과 훈령식 로마자 표기법: 일본인이 쓰고 읽기 쉬운 일본인 중심적인 표기법이다. 잘 쓰이지 않으나 일본은 초등학교 때 배우고, 한국의 일부 일본어 교과서의 반절표가 이 표기법을 따른다.[1] ISO 3602로 표준화되어 있지만, 큰 의미는 없는 수준. 한국어 로마자 표기법과는 달리 일본 국내에서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또, 흔히 사용되는 건 아니나 훈령식을 수정한 JSL 로마자 표기법(일명 일본어의 예일식 로마자 표기법)이라는 것도 있다.
물론 로마자 표기법에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지 않은 표기가 종종 보인다. 특히 게임 등에서 단순히 '멋내기' 위해서 등장인물의 이름을 로마자로 표기하는 경우는 더 그렇다. 본래의 형태나 발음을 추측할 수 있으면 대부분의 경우 크게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로마자 표기법을 따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국 수준으로) 아주 제멋대로 표기하지는 않는다.
2. 로마자 표기법과 로마자 입력법의 차이
간혹 로마자 '표기법'과 일본어 IME의 로마자 '입력법'을 헷갈리기도 하는데, 로마자 입력법이 로마자 표기법을 기반으로 한 것은 맞으나 둘은 서로 다른 개념이다. 아래 예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아래 예에서 로마자 표기법은 헵번식임).단어 | 로마자 표기법 | 로마자 입력법 |
大(おお)きい | ōkii | ookii |
王(おう) | ō | ou |
追(お)う | ou | ou |
遠(とお)い | tōi | tooi |
里親(さとおや) | satooya | satooya |
ぢ, づ | ji, zu | di, du |
조사 は, へ | wa, e | ha, he |
로마자 표기법은 발음을 기준으로 하는 데 비해, 로마자 입력법은 가나 표기를 기준으로 한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 입력법은 발음이 동일한지를 떠나 '문자'를 입력하는 방법이므로 그렇다. 한국어 발음과 한글 표기를 예로 들면, 음절을 끊어서 발음하여 음절의 끝소리 규칙이 작용되게 한다는 전제하에 '낟, 낱, 낫, 났-, 낮, 낯, 낳-' 모두 [낟]과 같이 발음되나, 문자의 차원에서는 받침 자모를 달리 써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2][3] 로마자 표기법은 大(おお)きい의 おお와 王(おう)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ō로 표기하는 데 비해, 로마자 입력법은 이 둘을 oo와 ou로 구분한다. 대신 로마자 입력법은 로마자 표기법이 (헵번식 기준으로) ō와 ou로 구분하는 王(おう)와 追(お)う를 구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일본어 입력기의 로마자 입력법으로 ou를 쓰면 로마자 표기법에서 ō에 해당되는 것[4]과 ou에 해당되는 것을 모두 제시한다. 그리고 とお도 로마자 표기법에서는 遠(とお)い tōi에서와 같이 tō가 될 수도 있고 里親(さとおや) satooya에서와 같이 too가 될 수도 있지만, 로마자 입력법에서는 두 경우의 구분 없이 too이다.
비슷한 예로 중국어 한어병음 '표기법'과 중국어 한어병음 '입력법'이 있다. 표기법은 원칙적으로 성조까지 그대로 표기해야 하고 l과 n 뒤의 ü를 그대로 적어야 하나, 입력법에서는 성조를 생략하고 l과 n 뒤에서 ü 대신 v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女의 한어병음 표기법은 nǚ이나, 한어병음 입력법은 nv이다.
3. 장음 처리 시 주의할 점
형태소 경계(한자가 다른 경우나, 어간과 어미 사이거나, 별개의 단어일 경우 등)에서는 장음으로 치지 않는다. 헵번식을 기준으로 예를 드나, 이는 다른 로마자 표기법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井上(いの·うえ) Inoue (× Inōe), 里親(さと·おや) satooya (× satōya), お送(おく)り ookuri (× ōkuri), 唐揚(から·あ)げ karaage (× karāge), 濡(ぬ)れ縁(えん) nureen (× nurēn), 小浦(こ·うら) Koura (× Kōra) / 高良(こう·ら) Kōra
- 食(く)う kuu (× kū), 松浦(まつ·うら) Matsuura (× Matsūra), 思(おも)う omou (× omō), 追(お)う ou (× ō) / 王(おう) ō
- 言(い)う iu (× yū)
-oう를 예로 들자면, 히라가나 표기에서는 장음인 -oう와 장음이 아닌 -oう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똑같이 적는다. 하지만 로마자 표기 시에는 이 둘이 서로 구분되는데, 장음인 -oう는 -ō로 표기하고, 장음이 아닌 -oう는 -ou로 표기한다.
위 예에서 보이듯, 小浦와 高良의 히라가나 표기는 모두 こうら지만, 전자에서는 こ·うら로 나누어지며 う가 장음을 나타내지 않고, 후자에서는 こう·ら로 나누어지며 う가 장음을 나타낸다. 로마자 표기는 이를 구분해 小浦는 Koura, 高良는 Kōra로 표기한다. 즉 -oう가 -ō가 될지 -ou가 될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는 현대 가나 표기법의 모호성에서 오는 문제이지 로마자 표기법의 문제는 아니다. -uう도 마찬가지. 그리고 현대 가나 표기법의 이러한 모호성은 히라가나/가타카나 → 로마자 변환기를 만들 때 걸림돌이 된다. 사실 외래어 표기법/일본어에 따라 한글로 표기할 때도 마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小浦는 '고우라', 高良는 '고라').
자세한 것은 일본어 장음 판별법 문서를 참고할 것.
4. 기타 주의할 점
- 실제 발음상으로 모음이 탈락될지라도 로마자 표기 시에는 이를 반영하지 않는다. 모음 탈락은 어디까지나 수의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그것까지 표기법에 반영하면 표기법이 지나치게 복잡해진다.
- でした deshita (× deshta), 横須賀(よこすか) Yokosuka (× Yokoska), 畜生(ちくしょう) chikushō (× chikshō)
- 악센트는 반영하지 않는다. 그래서 あめ(雨)와 あめ(飴) 모두 ame로만 표기되며, 전자를 áme로 적는다거나 후자를 amé로 적지는 않는다. 따라서 로마자 표기법으로도 일본어의 악센트는 변별되지 않는다. 유일하게 학술적 용도로 쓰이는 JSL 로마자 표기법이 악센트를 지원한다.
5. 기타
모든 일본어 로마자 표기법에서 작은 가나(ぁ, ぃ, ぅ, ぇ, ぉ, っ, ゃ, ゅ, ょ, ゎ)가 단독으로 쓰였을 경우의 로마자 표기는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는 일본어 로마자 표기법(세 종류 모두)이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역사적 가나 표기법이 쓰이고 있었고, 역사적 가나 표기법에서는 작은 글자를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표준 일본어에서는 작은 가나가 단독으로 쓰일 일이 없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로마자 '입력법'상 작은 가나를 단독으로 입력하려면 앞에 l(L) 또는 x를 붙이고 입력하면 된다(예: la → ぁ, xya → ゃ). 이 방법은 일부 지방에서 볼 수 있는 합요음을 입력할 때 유용하다. 예를 들어 くゎんさい를 의도하고 kwansai라고 입력하면 くぁんさい라고 나오는데 이럴 땐 くゎ에 해당하는 부분을 kulwa 또는 kuxwa로 입력하면 된다.
일본어에는 띄어쓰기가 없지만 한자와 가나를 모르는 구미권 오타쿠들끼리는 위에 나타난 로마자 표기법대로(주로 헵번식) 일본어를 적기도 하는데 장문의 일본어를 로마자로 띄어쓰기 없이 죽 이어 붙여 쓰면 가독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5] 단어 단위로 띄어쓰기를 한다. 다만 한국어와는 달리 조사와 앞 말을 띄어 쓴다(예 : 夜の空 - Yoru no Sora).
[1]
네이버는 왠지 몰라도 일본어 반절표, 사전의 표기가 이것을 따른다.
[2]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일본어
IME로 일본어를 입력할 때 단어의 '발음'을 쳐서 입력한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단어의 '가나 표기'를 쳐서 입력한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3]
당연하게도, 가나 표기를 기준으로 하는 로마자 표기법도 존재하긴 한다.
[4]
물론 이 중에서 가나 표기가 おお여서 로마자 입력을 oo로 해야 하는 것은 제외.
[5]
Watashiwagakuseidesu라고 써져 있는 것을 보고 한 번에 I am a student라는 뜻이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한자가 대신해주던 단어 분류를 띄어쓰기로 대신 해준다. Watashi wa gakusei desu 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