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08 21:19:48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Щ-854. Один день одного зэка (Оди́н день Ива́на Дени́совича)
One Day in the Life of Ivan Denisovich
파일:One_Day_in_the_Life_of_Ivan_Denisovich_cover.jpg
위키백과 러시아어 / 영어

1. 개요2. 줄거리3. 등장인물4. 작품의 특징5. 기타

1. 개요

В пять часов утра, как всегда, пробило подъём — молотком об рельс у штабного барака.
아침 다섯 시, 여느 때처럼 기상을 알리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본부 막사의 레일을 망치로 두드리는 소리다.[1]

소련 굴라크를 배경으로 한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단편소설. 작가가 원래 붙인 제목은 "Щ-854. 어느 죄수의 하루"(Щ-854. Один день одного зэка)지만,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라는 제목의 인지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원제에서 "Щ-854"는 주인공인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의 죄수 번호이며, "зэка"는 죄수를 가리키는 은어이다.[2]

솔제니친은 독소전쟁에 장교로 종군하던 중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스탈린 및 소련 체제를 풍자하고 비난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1945년부터 1953년까지 약 8년 가량 굴라크에서 복역하였으며, 석방 후 1957년부터 이 작품을 저술하기 시작해 1962년 소련 문학 잡지였던 <노비 미르>에 투고했다.

솔제니친이 처음 투고했을 때 잡지 편집장이었던 알렉산드르 트바르돕스키는 작품에서 등장한 생생한 수용소 생활 묘사에 감명받아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에 직접 작품 출간을 허용해 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이를 접한 중앙위원회 간부들은 대부분 이 작품에 반대했지만 당시 스탈린 격하 운동을 주도하던 니키타 흐루쇼프가 작품을 마음에 들어하면서 출간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스탈린 이후의 소련이 이러한 자체 비판적인 작품까지 공개 발표할 수 있을 정도로 달라졌음을 대내외에 보여주겠다는 취지였다.

영역본의 경우 판본이 다양하여 최소 다섯 종의 판본이 존재하는데, 이 중에서 하나를 읽어야 한다면 윌레츠(H. T. Willetts)가 번역한 판본을 추천한다.[3] 해당 번역본은 거의 유일하게 러시아어 정본에서 직접 번역했고, 생전 솔제니친의 인가를 받은 유일한 영역본이기 때문이다.

2. 줄거리

1951년 1월 1일[4] 중노동 수용소[5]에 수감된 주인공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가 기상 신호를 듣고 잠에서 깨어 강제 노동 후 취침에 들어가기까지 꼬박 하루 동안 그와 주변 인물들에게 일어난 일들을 통해 당시 소련 굴라그의 생활상을 묘사하고 있다. 이걸 보면 스탈린 치하의 소련이 얼마나 막장이었는지 알 수 있다.

수용자들은 빈대 투성이인 낡은 침구를 쓰고 죄수복도 낡아 빠진 옷감으로 만들어져 추위를 막기 역부족이다. 끼니라고는 취사반원들이 자기 몫으로 실컷 빼돌려 겨우 몇 숟가락밖에 안 되는 (гречневая каша)[6], 썩은 생선 야채로 멀겋게 끓인 수프(баланда)[7], 제대로 굽지 않은 딱딱한 흑빵(хлеб)[8]과 썩어서 곰팡내가 진동해 아무도 마시지 않는 최하급 가 전부다. 그나마 5일 중 하루는 절식일[9]로 지정해 이것조차 최저한의 보장된 양만을 배급하기 때문에 그 때마다 죄수들은 주린 배를 움켜쥐며 버텨야 한다. 교도관들은 죄수를 거의 인간 취급하지 않고, 좀 걸리적거리거나 뭔가 수상쩍어 보이면 채찍을 휘두르는 악질 교도관도 나온다.

이들은 각 작업반 별로 한 명씩 일종의 프락치 역할을 하는 죄수를 골라 수상한 동료들을 밀고하게 만든다. 죄수들이 몸이 아파 의무실에서 가면 의무관은 진찰은 커녕 그저 애매한 소리만 늘어놓고 까딱하면 의무실에 갔다는 것만 가지고도 작업 태만으로 부르[10]에 수용되기 일쑤다.

노동 환경도 가혹하기 이를 데 없는데 소설만 해도 주인공이 소속된 작업반은 본래 바람막이, 난로조차 없는 '사회주의 생활 단지'라는 주택 단지를 건설하는 공사에 투입될 예정이었으나 반장과 부반장이 교도관들을 뇌물로 구슬러서 그나마 바람도 막을 수 있고 잠시동안 몸을 녹일 난로도 있는 크게 간섭받을 일 없는 곳에서 벽돌 쌓기 작업을 하는 것이 '행운'으로 여겨질 정도의 노동 환경을 보여준다.[11] 이를 위해 어떤 다른 작업반이 사회주의 생활 단지로 간다는 묘사가 있듯 그런 가혹한 노동환경은 수용소 내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었다.

1월의 굴라그가 얼마나 추운지에 대한 묘사도 곳곳에서 나온다. 점심시간이 되어 그나마 기온이 올랐을 때 주인공인 슈호프가 "따뜻해졌군. 영하 18도쯤 될 걸. 벽돌 쌓기에 좋은 날씨야."라고 중얼거릴 정도니 이곳이 얼마나 추운 곳인지 알 수 있다. 그래도 이곳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라 지나치게 온도가 내려가면 죄수들의 강제 노동 역시 중단되는데 그 기준은 영하 41도. 그 때문에 죄수들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식당이나 건물 안 등의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들어가 난로의 불을 쬐려고 하고 작업장에서 나무조각을, 심지어 멀쩡한 자재도 바람막이와 땔감용으로 사용하는 등 보온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작중에서 묘사된 수준의 혹한일 경우 보온은 그야말로 생존에 직결된 문제일 테니 당연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극중에서 묘사된 하루는 주인공 슈호프가 수용소에서 보낸 10년, 즉 3,653일[12] 가운데 막바지에 해당하는 8년째가 되던 어느 날로 묘사되었다.

3. 등장인물

등장인물 절대다수는 굴라크의 죄수들과 간수들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들의 수감 환경보다 더 기가 막힌 이들의 "수감 사유"를 보면 스탈린 정권이 인민들을 얼마나 개차반 취급했는지 알 수 있다.
  •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Иван Денисович Шухов)
    주인공. 평범한 농가 출신의 농민. 독소전쟁 당시 징집되었다가 레닌그라드 전선에서 독일군에게 생포되어 이틀 동안 포로로 잡혀 있었다. 이후 다른 부대원 한 명과 함께 탈출해 복귀했는데, 상관이 적에게 회유된 스파이라고 몰아붙이는 바람에[13] 졸지에 국가 반역죄를 저지른 죄수가 되었고 그렇게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처음에는 우스티-이지마(Усть-Ижма)[14]라는 대규모 굴라그에 수용되었다가 영양실조로 죽을 뻔했으며, 이후에는 이야기의 주 무대인 현재의 굴라크[15] 수형 생활을 하고 있다.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데다 별다른 인맥도 없어 식량 소포를 받지 못하는[16] 빈곤한 처지의 수감자지만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다. 작업장 내에서 벽돌 공사 등을 맡는 등 기술을 가지고 있고,[17] 고프치크가 훔쳐온 알루미늄 전선을 녹여 숟가락을 만든다거나 버려진 쇠톱 조각으로 작은 줄칼을 만드는 등 손재주가 좋은데다 타 수감자들의 잔심부름을 통해 식량이나 담배 등을 얻어내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한다. 장기간의 가혹한 수용소 생활에도 연민과 위엄을 잃지 않았으며[18], 맡은 일을 성실히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도 않아 타 수감자들과의 관계도 좋은 편이다. 믿음직스러운 성격에 근면성실하게 일하며 삶을 사랑하는 러시아 인민 전체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 안드레이 프로코피예비치 튜린(Андрей Прокофьевич Тюрин)[19]
    주인공이 속한 작업반인 제104반의 반장(бригадир). 과거 모범적인 군인으로 복무하고 있었으나, 아버지가 쿨리크(부농)라는 이유로 강제 전역을 당한 뒤 굴라크에 수감되었다.[20] 슈호프와 달리 계속해서 형기가 늘어나고 있고, 사실상 종신형을 선고받은 신세라 "교정 수용소의 아들"이라는 웃지 못할 별명까지 가지고 있는 수용소 내 최고참 죄수이다. 반장이기 때문에 타 수감자들과는 거리를 두는 편이며, 밥을 특별히 더 많이 받아 먹는 등 나름의 특권을 가지고 있다.[21]
    정직하고 똑똑한 우수한 인물로 묘사되며, 특히 자신의 반에 대해 책임감과 애정을 가지고 있다. 뇌물로 간수들을 구워삶아 자신의 반을 상대적으로 편한 작업 현장으로 배치시키고 작업장 감독을 연장을 들고 위협해서까지 반원들의 대우를 좋게 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이에 같은 반원들도 튜린을 실망시키지 않으려 하는 모습을 보인다. 작중 슈호프와의 접점은 별로 없는 편이지만 슈호프와 같은 우스티-이지마 출신이었고, 슈호프를 자신의 반으로 데려온 것도 튜린이었다.
  • 부이노프스키(Буйновский)
    전직 해군 중령(Кавторанг). 발트해 북극해에서 활약 군인이었으나, 자신 앞으로 온 기념품 때문에 25년형을 선고받고 굴라크에 수감되었다.[22] 수감된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군 생활 당시의 습관이 그대로 남아 있어 무의식적으로 다른 죄수들에게 명령조로 말하기도 하지만, 요령을 피우지 않고 충실하게 일을 하는데다 사람 자체가 강직하고 활기차 죄수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의미가 없을지언정) 죄수들의 권리에 목소리를 내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이며, 작중 악질 교도관에게 개겼다가 독방(부르) 신세를 지게 된다. 탈출을 방지하기 위해 죄수들은 강제 노역을 나갈 때 사복을 입어서는 안 되지만 닥치는 대로 껴입어도 미치게 추운 시베리아가 배경이다 보니 여유가 되는 사람들은 있는대로 사복이고 뭐고 옷을 껴입곤 했다. 부이노프스키 또한 내복을 입고 있다 걸렸는데, 속옷 검사를 하는 장교 볼코보이에게 항의하다가 선을 넘은 막말을 하는 바람에[23] 제대로 빡친 볼코보이에 의해 부르 10일 처분을 받는다.[24][25]
    솔제니친이 굴라크에서 만나 친하게 지낸 모 해군 장교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이다. 다행히 해당 인물은 스탈린 사후 석방될 때까지 살아남았다.
  • 체자리 마르코비치(Цезарь Маркович)
    영화 감독. 자신의 첫 영화가 개봉도 하기 전에 높으신 분들에게 알 수 없는 이유로 찍혀서 들어왔다.[26] 다만 연줄 있는 인텔리인데다 부유한 집안 출신이다보니, 매달 받는 푸짐한 식량 소포를 이용해 교도관과 작업반장들을 구워삶아 따뜻한 서기실에서 일하며 손에 굳은살 박힐 일 없이 살고 있다. 쉽게 말해 땡보.
    당시 부유했던 지식인들을 반영한 인물로, 반쯤 현실과 동떨어져 살고 있다. 중령 출신이었던 부이노프스키나 모스크바 출신 지식인 등 자신과 급이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들하고만 주로 어울리며[27] 자신보다 급이 낮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을 무의식적으로 무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정작 현실 문제에서는 무능한 모습을 보이며[28] 슈호프처럼 자신보다 "급 떨어지는" 사람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다만 엘리트주의적 면모를 제외하면 본성 자체는 좋은 사람이고 욕심을 크게 내지도 않아, 반에 은근슬쩍 도움을 주기도 한다. 슈호프하고도 좋은 관계로, 마지막 담배 한 모금을 슈호프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29]
  • 파블로(Павло)
    제104반의 부반장. 서부 우크라이나 출신이다.[30][31] 수감 사유는 나오지 않는다.
    튜린만큼의 카리스마는 없지만, 튜린의 부재 시 대신 교도관들과 협상해 작업량을 늘리고 튜린의 식사 셔틀도 대신 해주는 등[32] 나름대로 굴라크에서 강한 생활력과 수완을 보여준다.
  • 페튜코프(Фетюков)[33]
    슈호프와 같은 반의 죄수. 전용 관용 차량까지 있을 정도로 고위 관료였다. 수감된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
    작중 반원들 중 가장 추잡하고 구차한 모습을 보여주며, 죄수들부터 교도관까지 모두한테서 경시받는다.[34] 남들이 피우다 버린 꽁초와 먹고 남은 죽의 찌꺼기라도 얻기 위해 이리저리 싸돌아다니다가 부이노프스키한테서 "입에서 매독이 옮겠다"고 한 소리를 듣기도 하고, 어디서 몰매맞고 돌아와 얼굴을 쓸며 우는 경우도 많다. 높으신 분이었다 보니 제대로 노동하는 법도 몰라 말 그대로 잡다한 허드렛일밖에 하지 못한다. 가족이 있지만[35] 가족 모두에게서 버림받았다. 당연히 슈호프도 좋게 보지 않으며, "저 자는 형기를 채우지도 못할 것이다. 여기서 살아남는 법도 모르는데."(Срока ему не дожить. Не умеет себя поставить)라고 평한다.
    수용소 군도를 보면 해당 인물과 유사한 인물 "Л. В. З."[36]이 등장한다. 엔지니어로 호의호식하며 무식하고 추잡하게 살았으며 입을 함부로 놀리고 불륜을 저지르는 등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나들며 살던 중 별장 건축 자재를 제공해 달라던 어느 지방 검사의 청탁을 무시한 게 결정타가 되어 루뱐카에 갇히게 되었다고 한다. 페튜코프와 달리 가족과 끈은 아예 끊어지지 않아서 아내한테서 푸짐한 사식을 제공받고 다른 죄수들에 비해 굴라크로 끌려가더라도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슬프고 비참해 보였다는 솔제니친의 서술이 백미.
  • 알료시카(Алёшка)[37]
    슈호프와 같은 반의 죄수. 무해하고 온순한 성품의 젊은 청년이다. 독실한 침례교도로 신앙 때문에 수감되었다. 원래도 독실했지만 수감 생활을 거치며 더욱 신앙심이 강해지고 있으며, 수형 생활 또한 시련이며 자신이 예수와 더욱 같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맑고 깨끗한 눈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성경[38]을 밀반입해 막사에 짱박아두고 틈날 때마다 읽고 있다. 슈호프를 전도하고자 애를 쓰며, 슈호프 옆에서 일부로 소리를 내며 성경을 읽기도 한다. 슈호프는 딱히 전도받을 생각은 없어하지만[39] 알료시카 본인에 대해서는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고, 없는 살림에도 알료시카를 안쓰러워하며 체자리에게 얻은 비스킷을 나누어 주기도 했다.[40]
  • 세니카 클레프신(Сенька Клевшин)[41]
    슈호프와 같은 반의 죄수. 한 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 슈호프처럼 병사였으며, 슈호프와 비슷하게 독일군에 생포되어 포로가 되었다. 부헨발트 강제수용소에 끌려갔다가 수용소 내 봉기를 위해 무기를 몰래 들여왔는데, 이게 발각되어 흠씬 두들겨 맞는 고문을 당했음에도 살아남아 탈출하였다. 그리고 슈호프와 마찬가지로 반역죄를 선고받고 똑같이 굴라크에 수용되었다(...) "반항하면 살아남지 못한다"(Будешь залупаться — пропадешь)는 삶의 원칙을 가지고 있어,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기만 하지 자신이 먼저 입을 열거나 대화에 끼어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튜린과 마찬가지로 주어진 형기가 끝나도 같은 죄목으로 형기가 추가되기에 사실상 석방되지 못하는 신세이다.
  • 야니스 킬디그스(Janis Kildigs)[42][43]
    슈호프와 같은 반의 죄수. 라트비아인이지만 러시아어를 원어민만큼 유창하게 구사한다.[44] 슈호프와 친하게 지내며, 농담을 잘 하여 인기가 많다. 슈호프의 독백을 빌리자면 굴라크에 온 지는 2년 밖에 되지 않았으나 "투정하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다"(не выкусишь — не выпросишь)는 굴라크의 원칙을 벌써 잘 알고 있다고 나온다. 튜린과 마찬가지로 주어진 형기가 끝나도 같은 죄목으로 형기가 추가되기에 사실상 석방되지 못하는 신세이다.
  • 고프치크(Гопчик)
    슈호프와 같은 반의 죄수. 반원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 14살 때 숲에 있던 어떤 모르는 사람에게 우유를 가져다 줬는데 하필이면 그 사람이 " 반데라 일당" 즉 우크라이나의 반공 빨치산이었기에 부역죄로 수감되었다. 당연하지만 형기는 알짤없는 25년.
    마치 강아지와 같이 서글서글하고 유화적으로 잘 달라붙는 성격이라 반원들 모두와 사이가 좋으며, 슈호프 또한 고프치크를 볼 때마다 자신의 죽은 아들이 떠오르기에 잘 대해주고 있다. 다만 소포로 받은 음식을 혼자 독차지하기 위해 밤중에 몰래 쓱싹 해치우는(...) 귀여운 약은 면모도 보인다. 슈호프도 그 약은 모습을 보면서 얼마 뒤에는 급식 배급조는 충분히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흐뭇해 한다(..)
  • 판텔레예프(Пантелеев)[45]
    슈호프와 같은 반의 죄수...지만 사실상 반에서도 없는 사람 취급받는다. 제104반의 프락치로, 매일 하는 일이라고는 의무 검진을 핑계로 교도관실에 가서 밀고나 하고 오는 것이 전부다. 대놓고 천하의 개쌍놈 취급을 받으며[46] 애초에 작중 거의 등장하지도 않는다. 페튜코프에 대한 이미지가 "저 추잡한 놈"에 가깝다면, 판텔레예프는 그냥 기수열외 취급이다.

작품 내에서 이름이 직접적으로 언급된 인물 외의 등장인물도 있다.
  •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받은 소포의 물품들을 짱박아 뒀다가 동료들에게 밀매해 호강하는 다른 작업반의 라트비아인 죄수, 간첩 누명을 쓰고 들어온 게 아니라 진짜 간첩질을 하다가 잡혀온 뒤[47] 작업 현장에서 몰래 짱박혀 자다가 발각되어[48] 독방 신세를 지는 몰도바 출신 고문관 죄수의 에피소드도 잠깐 나온다. 몇 시간을 자버린 것 때문에 공사장에 근무하는 모든 작업반의 저녁 자유시간을 날려먹은 대가로 욕을 먹고 처맞은 뒤 10일 영창 신세를 지게 된다.
  • 교도관들의 이야기도 가끔 나오는데 "볼코보이(늑대)"라는 별명의 악질 장교는 수감자들을 인간 취급하지 않아 항상 고압적인 태도에 가죽채찍을 들고 다니며 거슬리거나 말을 안 듣는 수감자들을 후려치고 다녀 수감자들 사이에서 공포의 대상이라고 하며[49] 열악한 굴라크의 환경은 교도관들이라고 예외가 아니라서 교도관들의 근무 여건도 좋지 못해 식량배급 문제로 다투는 모습도 보이며 수감자들의 식량소포나 수용소 내 물자를 빼돌려 횡령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한다. 반면 도입부에 잠깐 나온 타타르라는 장교는 기상시간에 늦잠을 잔 슈호프가 원래대로라면 독방 3일의 벌을 받아야함에도 교도관숙소를 청소하는 가벼운 벌만 내리고 용서해주는등 나름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외 수용소의 경비대는 수감자들의 통제는 자신들의 권한 밖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수감자들에게 간섭하지 않지만 탈옥수가 발생하면 잡을 때까지 무장한 상태로 잠도 못 자고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악에 받쳐 탈옥수를 추적해 원칙대로면 생포해야 함에도 무조건 사살한다고 한다.

4. 작품의 특징

— Ты, Ваня, восемь сидел — в каких лагерях? — Кильдигс перечит. — Ты в бытовых сидел, вы там с бабами жили. Вы номеров не носили. А вот в каторжном восемь лет посиди! Еще никто не просидел.
— С бабами!... С бала'нами, а не с бабами... С бревнами, значит.
В огонь печной Шухов уставился, и вспомнились ему семь лет его на севере. И как он на бревнотаске три года укатывал тарный кряж да шпальник. И костра вот так же огонь переменный — на лесоповале, да не дневном, а ночном повале. Закон был такой у начальника: бригада, не выполнившая дневного задания, остается на ночь в лесу. Уж заполночь до лагеря дотянутся, утром опять в лес.
— Не-ет, братцы... здесь поспокойне'й, пожалуй, — прошепелявил он. — Тут съем — закон. Выполнил, не выполнил — катись в зону. И гарантийка тут на сто грамм выше. Тут — жить можно. Особый — и пусть он особый, номера тебе мешают, что ль? Они не весят, номера.
— Поспокойне'й! — Фетюков шипит (дело к перерыву, и все к печке подтянулись). — Людей в постелях режут! Поспокойне'й!...
— Нэ людин, а стукачи'в! — Павло палец поднял, грозит Фетюкову.
"어이, 바냐! 수용소 생활 8년 째라면서, 어느 수용소에서 생활했나?" 킬디크스가 다시 말을 꺼냈다. "보통 수용소와 다른 곳에 있었지? 여자들하고 같이 살았고? 번호표도 달지 않았을 테지? 여기 같은 중형 수용소에서 8년째 있어보게!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어."
"여자들하고 같이 살았다니!... 여자가 아니라 통나무하고 같이 살았지... 통나무 말이야."
슈호프는 난로 속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무심히 바라보며 북쪽에서 지낸 7년의 세월을 떠올렸다. 3년간은 산판에서 통나무와 침목 나르는 일을 했다. 지금 타오르고 있는 불길처럼 그때도 이렇게 혀를 날름거리며 모닥불에 타올랐다. 다만 숲이었다는 것이, 그리고 지금처럼 낮이 아니라 밤이었다는 점만 다를 뿐이었다. 낮에 작업량을 다 채우지 못한 반은 밤중에도 남아서 계속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 곳 소장의 규칙이었다. 자정이 다 되어야 수용소로 돌아올 수 있었고, 이튿날 아침이면 다시 새벽부터 산판으로 끌려나갔다.
"다들 봐봐, 꼭 그렇진 않아... 오히려 여기가 더 나은 편이야." 슈호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선 죄수들이 작업을 마쳤건 말건 시간만 되면 막사로 보내주지. 거기다 배급량도 100그램이나 더 많다고. 여기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 특수 수용소인게 무슨 대수고, 또 번호표가 또 무슨 소용인가? 못 달고 다닐 만큼 무거운 것도 아니지 않나."
"더 나은 편이라고!" 페튜코프가 끼어들었다. (때가 점심 휴식 시간이라 다들 난로 곁으로 모여든 것이다) "자다가도 칼빵을 맞고 나자빠져가는데! 그러고도 여기가 더 낫다고..."
"죽어나간 건 사람이 아니라 밀정놈이었지요!" 파블로가 손가락을 들어 페튜코프에 대고 으르렁거렸다.

독자들은 죄수들이 대부분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이반의 시선은 오히려 조금 비관적일지언정 이상하게 담담하고 심지어 몇몇 대목에서는 유쾌하게 보인다.[50] 이는 일종의 아이러니를 노린 접근인데 슈호프의 입장에서는 본인의 수완과 행운을 통해 수용소에서도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는 것을 서술하면서[51] 그것이 오히려 독자들에게 더욱 안타까운 느낌을 주는 아주 세련되면서도 슬픈 묘사다.

솔제니친이 훌륭한 작가이기도 했지만 솔제니친이 수용소 생활을 생생하게 잘 표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솔제니친 본인이 굴라그에서 오래 살아 봤기 때문이다.[52] 만약 이보다 더 노골적으로 정권을 비판하고 수용소의 실태를 직접 묘사했다면 스탈린 사후의 해빙기에도 출판되지 못했을 거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물론 솔제니친은 이 작품 외에도 ' 수용소 군도'나 ' 암 병동' 등의 작품으로 계속 소련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건드렸고 결국 정부에 찍혀 망명 생활을 하게 되었다.

소련 작가의 작품이었지만 작가 자신이 반체제 인사였던 데다 반공을 국시로 삼았던 60~70년대의 한국에서는 일종의 정치적 선전 효과를 노리고 보급하기도 했다. 비슷한 경우가 조지 오웰의 < 동물농장>이다.[53] 다만 이걸 군대에서 읽히니 오히려 사병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정치범에 이입한다든지, 시민이나 학생들이 그렇게 빨갱이 욕하면서 빨갱이스러운 일이나 해댄다고 은연히 욕해대는 웃긴 일들이 많았다. 이 당시 군대환경이 많이 개판이었기도 했고, 성인들 대상으로도 시덥지않은 이유로도 간첩조작하거나 머리모양과 미니스커트를 단속하던 시기였기도했었기때문이었다.

5. 기타

  • 작중에서 체자리와 부이노프스키가 소련 영화 전함 포템킨에 대해서 토론하기도 한다.
  • 한국에 대한 이야기가 지나가듯 언급된다. 슈호프가 다른 작업반에 있는 라트비아인에게서 담배를 살 때 같은 반 죄수들이 한국에서 발발한 전쟁을 주제로 떠들고 있었다.
  • 1970년에 영국과 노르웨이의 합작으로 영화화되었다. 대사를 영어로 하긴 하지만, 본작의 재현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다만 연기가 영 별로고 분위기는 책보다 훨씬 더 어둡고 적막하다. 영화에서 나오는 음식 비주얼은 정말 끔찍하다. 덤으로, 슈호프의 죄수번호가 Щ-854가 아니라 С-854로 나왔다는 옥의 티가 있으며 고프치크고 알료시카고 모든 인물들이 (굴라크의 노동을 감안하더라도) 심각한 노안으로 나온다(...)
  • 대한민국의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된 적이 있다. 7차 교육과정 당시 디딤돌에서 발간한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이 소설의 일부가 수록되었다.


[1] 소설의 첫 문장. [2] 러시아어 형용사 "заключённый"(자클류촌니, 갇힌)의 약자에서 유래하였다. 키릴 문자에서 з는 "зэ"(제)로, к는 "ка"(카)로 읽는다. з/к, ЗК, ЗэКа 등으로 쓰기도 한다. [3] One day in the Life of Ivan Denisovich, New York: Noonday/Farrar Straus Giroux, 1991. [4] 본문 중에 "오늘부터 새해가, 곧 1951년이 시작된다."라는 구절이 있다. [5] 작중 해당 수용소가 중노동 수용소라는 언급이 있다. 다만 후술하겠지만, 슈호프에 따르면 오히려 여기가 더 나은 면도 있다고 한다. [6] 원래 카샤는 보리, 메밀 등의 곡물로 끓이는 죽인데, 저질 재료의 공급 + 취사반의 횡령으로 인해 무슨 지푸라기 같은 것을 썰어넣은 누런 반죽 비슷한 게 나온다고 한다. 어쩌다 귀리죽이 나올 때가 있는데 이때는 모두가 한 그릇이라도 더 먹고 싶어 환장한다. 원래 귀리는 가축용 사료로나 사용되는 작물이다보니, 작중 슈호프는 어릴 적 집에서 기르던 말에게 귀리를 주던 걸 떠올리며 내가 이 여물을 먹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생각한다. [7] "발란다"는 멀건 야채 수프 혹은 오트밀을 가리키는 러시아어 단어다. 작중 설명에 따르면 수프의 재료는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 원래는 저장해 둔 채소( 양배추, 당근 등)로 죽을 쒀 배급하다가 6월이 되면 채소가 모두 바닥나서 곡물을 사용하고(이때가 그나마 가장 잘 먹는 달이라고) 7월엔 곡물마저 바닥나 쐐기풀로 수프를 만들어 배급한다. [8] 러시아의 빵은 흘렙(хлеб)과 불카(булка)로 나뉜다. 흘렙은 가난한 러시아의 농민들이 전통적으로 먹어오던 호밀 흑빵을 의미하고, 프랑스어 boule에서 유래한 단어 불카는 서구식 빵으로 밀로 만든 고급 흰빵을 의미한다. 수용소의 빵은 당연히 흘렙이다. 수필 수용소 군도에는 솔제니친이 루뱐카에 갇혀 있던 시절 배급받던 빵에 대해 묘사하는 장면이 있는데 1인당 1일 450g에 호밀보다 감자가 더 많이 섞이고 제대로 굽지도 않은 저질 빵으로 나온다. 당연히 버터나 계란 같은 건 들어가 있지도 않다. 작중 수용소의 빵도 이보다 나쁘면 더 나쁘지 좋을 일은 없을 것이다. [9] 해당 책에 나오는 내용이지만, 기본적으로 수용소(라게리)의 작업반은 전부 급식을 배급받던가, 전부 굶던가 둘 중 하나로 정해진다. 반의 업무량(노르마)를 채우면 업무량에 비례해 급식을 배급받는다. 그런데 그거조차 아끼기 위해 5일 중 하루는 무조건 최저량으로 지급한다는 것. [10] БУР(BUR). Барак Усиленного Режима(강화수감실)의 줄임말이며 사실상 굴라그의 영창에 해당한다. [11] 사회주의 생활단지는 허허벌판에서 하는 공사다. 간단하게 공사로 말하자면 토목공사라는 것. 보통 토목공사는 건물의 기초를 만드는 공사이기 때문에 진짜 가시설조차 없는 허허벌판이라는 말이다. 즉, 이곳에 배치되면 허허벌판에서 자신들의 탈주를 막을 철조망부터 설치하고 집짓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지어지는 주택들이 어느정도 형태를 갖추어 바람막이 및 난로 설치가 가능해질 때까지 대략 한달 정도는 영하 20~30도의 허허벌판에서 바람까지 맞으며 일해야 하는 환경이다. [12] 보통 10년이면 365 × 10이니까 3,650일인데 거기서 3일이 더 늘었다. 이에 대해서는 "윤년이 끼어 있어서"(즉, 2월 29일이 있었던 해가 세 차례 있어서)라고 설명하는데 그것이 본작의 마지막 문장이다. [13] 일단 한 번 잡혔는데 풀려났으니 놈들과 한 패가 되어 풀려난 것이고, 탈출했더라도 늦게 도착했으니 뭔가 수상쩍다는 것이 그 사유였다. 실제로도 수없이 일어났던 일이었다(...). [14] 한국어 번역에서는 "우스치"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우스티"에 가깝다. 현 코미 공화국 이젬스키 구에 위치한 지역 이름으로 "이지마(Ижма) 강의 하구(устье)"에 위치해 있어 붙은 이름이다. 코미어 지명은 이지와웜(Изьвавом). 실제로 이 지역에 굴라크는 없었으나 근처에 우흐토-이지마 강제노동수용소(Ухтижемлаг)라는 굴라크는 실존했다. 이름에서 보이듯 같은 이지마 강을 따라 위치해 있다. 1938년부터 1955년까지 존속했으며 석유, 천연가스, 아스팔트, 라듐의 채굴, 생산 및 가공에 특화된 굴라크였다. 일부러 이름을 비튼 것인지 작가의 착오인 것인지는 불명. [15] 시베리아의 오지에 있으며 우스티-이지마보다는 좀 더 작은 굴라크이다. [16] 막장 환경이던 굴라크라도 조금 완화된 굴라크에서는 소포나 인편 정도는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참고로 슈호프는 편지도 몇 번 받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받은 편지 내용을 떠올리며 가족 걱정을 하고 석방 이후를 생각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17] 벽돌 쌓는 일은 통념과 달리 그리 쉽지 않은 편이고, 실제로 작중에서도 이는 기술을 가진 이들의 몫이다. [18] (몇몇 죄수들마냥) 다른 사람이 잔반통에 둔 국그릇의 밑바닥을 핥아먹는 모습을 혐오하며, 꼭 모자를 벗고 실내에 들어가는 등 자신만의 선은 지키려 노력한다. 또한 자기보다 형편이 어려운 동료 알료샤에게 음식물을 나눠주는 선행을 보이기도 한다. [19] 한국어 판본에서는 구개음화를 반영하여 "추린"(츄린)이라고 표기한 경우가 많다. [20]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추방시킨 군 장교들도 대숙청 때 모조히 숙청되었다. 직위가 높은 장교들은 사실상 숙청=사형이었으니 목숨줄은 붙어 있다는 점에서 튜린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여담으로 군대에서 쫓겨난 이후 기차를 타고 가다 여대생 몇몇의 도움을 받은 일이 있었는데, 이후 이들과 다시 굴라크에서 재회하게 되자 튜린이 손을 좀 써 주어 편하게 지낼 수 있게 해 주기도 했다. 돌고 돌아 결국 굴라크에서 다시 만나는 기묘한 인연 [21] 식당이 아닌 곳에서 밥을 먹거나, 밥을 식당 바깥으로 반출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고 슈호프의 독백에서 묘사된다. 걸리면 압수는 물론이요 얄짤없이 부르로 끌려간다. 튜린 정도의 권력은 가지고 있어야 가능한 일. [22] 조국전쟁 당시 북해 영국 해군에 파견 근무를 나갔다가 영국 제독과 인맥을 텄는데, 그 제독이 전후 보내준 기념품이 화근이 되었다. 앞뒤 사정 따지고 보면 이해가 가능할 법도 하지만, 냉전의 발발 + 의심 많은 스탈린과 물어뜯을 준비가 된 수하들의 눈에 앞뒤 사정 따위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23] 처음에 부이노프스키가 "형법 XX조를 모르냐!"고 주장하면서 겉옷을 벗기고 속옷까지 검사하는 건 인권침해라고 주장할 때까지는 볼코보이도 참았다. 하지만 "너는 소비에트 사람이 아니다, 너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다."라고 하는 바람에 제대로 폭발한다. 당시 소련 기준 이는 패드립 이상의 발언이다. 반대로 50년대 대한민국 교도소 수감자가 간수한테 '너 빨갱이지 이 새끼야'라고 했다고 생각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24] 해당 사건이 아침에 사역을 나가던 당시 불심 검문에 걸린 일이었으니 잘 하면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무렵 볼코보이가 까먹지도 않고 부이노프스키를 호출해서 부르에 보내버렸다. [25] 부르란 곳에 수감되면 난방도 제대로 안 되는데다 그 쥐꼬리만한 배급량도 대폭 줄여버리기에 여기서 오래 버틴 사람은 없었다. 더군다나 부이노프스키는 상당한 노령이고 작중에서도 몸이 서서히 쇠약해져 간다고 나온다. 즉 독방에서 죽거나 죽기 직전까지 갈 운명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26] 당시 소련 예술계 인사들은 당국의 눈에 거슬리는 표현이나 묘사만으로도 공공연한 비판의 대상이 되었으며, 이를 이유로 굴라크에 수감될 수도 있었다. 허위 밀고로 수감되었다가 1년도 못 버티고 총살된 이사크 바벨의 사례나 스탈린을 조롱하는 시를 썼다가 굴라크에 끌려가 병사한 오시프 만델시탐의 이야기가 유명하고, 소련 클래식 음악계의 거장이었던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는 1934년 자신이 연출한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이 스탈린의 마음에 안 들었다는 이유와 더불어 당시 숙청된 인사와 친했다는 이유로 숙청 직전까지 갔다가 교향곡 제5번으로 재기에 성공하면서 간신히 숙청을 피했던 적이 있었다. [27] 작중 노닥거리며 부이노프스키와 전함 포템킨 그리고 세르게이 에이젠시테인에 대해 토론하는 장면이 묘사된다. [28] 가지고 있으면 유용한 주머니칼 하나 구하지 못하고, 소포의 수령이나 보관 등도 어설퍼한다. 참고로 둘 다 슈호프가 도와주었다. 그래도 도움만 받고 입을 씻은 건 아니고, 그날 자기 몫의 저녁식사를 양보하는 등 대가는 치렀다. [29] 체자리가 담배를 피우면 주변에 다른 수감자들이 몰려들어 마지막 한 모금만 남겨달라고 애원하는 것이 거의 관례로 자리잡았는데, 이거 하나 때문에 체자리는 원래 궐련을 피다가 파이프로 바꿨을 정도였다. 작중 아주 입에서 담배를 꺼낼 기세로 구걸하는 페튜코프를 떨쳐낼 겸, 그리고 평소 관계도 있고 해서, 체자리는 마지막 담배 한 모금을 슈호프에게 양보했다. [30] 러시아어를 구사할 수 있으나 우크라이나어 억양이 강한 편이다. 작중 파블로의 첫 대사는 "이반 데니소비치, 갇히지 않았네요? 살아 있네요?"인데 원문에 "Нэ посадылы, Иван Денисыч? Живы?"라고 나온다. 러시아어 모음 е와 и가 구개음화되지 않는 것은 우크라이나어의 특징인데 이러한 언어적 특징을 반영하여 파블로의 발음을 "들리는 그대로" 러시아어식으로 받아적은 것이다. (우크라이나어에서 /je/와 /ji/ 발음은 각각 є와 ї로 적는다) 러시아어 초급자라면 이 문장을 보고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러시아어에 능숙한 사람이라면 э와 ы가 자동으로 е와 и로 읽혔을 것이다. [31] 슈호프는 파블로를 가리켜 "서부 우크라이나인은 익힌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그들은 수용소에서도 상대에게 부칭을 쓰고, 존대말을 쓴다"(Украинцев западных никак не переучат, они и в лагере по отчеству да выкают)라고 독백한다. 러시아에서 상대를 부를 때 이름과 부칭을 같이 부르는 것은 상대를 존중하거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상대를 호칭할 때 사용하는 방식이며, "존대말을 쓴다"라고 번역된 "выкать"라는 동사는 T-V구분이 있는 러시아어에서 상대를 너(ты)가 아닌 당신(вы)으로 부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한국의 경어법과는 좀 다르다) 파블로는 부반장 신분으로 이반 데니소비치보다 상위 계급에 있늠에도 이반 데니소비치에게 격식을 차려 말하고 있다. 실제로 작중 반장인 튜린은 이반 데니소비치를 "너"(ты)라고 부른다. [32] 앞서 언급했듯 식사의 외부 유출은 금지되어 있는데, 셔틀을 해 준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 부담을 지고 있는 중요 인물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33] 한국어 판본에서는 구개음화를 반영하여 "페추코프"(페츄코프)이라고 표기한 경우가 많다. [34] 작중 표현을 빌리자면 " 자칼처럼 행동한다."(шакалит) [35] 아내와 자식 셋. [36] 이름은 머릿글자로만 나와 있으나, 중간중간 해당 인물을 남성 이름 레오니트(Леонид)의 애칭인 료냐(Лёня)로 지칭하기도 해 이름이 레오니트라는 것까지는 알 수 있다. [37] 작중에서는 알료시카로 불리며, 이는 남성 인명 알렉세이(Алексей)의 애칭이다. [38] 정확히는 복음 내용을 필사한 책. 검열이 있을 때마다 벽의 틈에 숨겨두어 압수를 피하고 있다. [39] 신의 존재는 믿지만 지옥이나 천당의 존재는 믿지 않으며, 별 관심도 없다고 말한다. 자신이 사는 곳을 생각해 본다면 최소한 지옥의 존재는 믿어야 할 지도 모르겠지만 [40] 배급받는 음식 외에는 전혀 얻어먹는 것이 없어 빼빼 말라있다. 슈호프는 저래서 저 놈 어떻게 살아는 남으려나 하고 안쓰러워한다. [41] 작중에서는 "세니카" 클레프신이라고 불리는데, 세니카는 남성 인명 세묜(Семён)의 애칭이다. [42] 한국어 번역본에는 "킬리가스"로 번역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다수의 영어판에는 발음상 문제인지 해당 인물의 이름이 "Kil(i)gas"로 나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어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몇몇 영어판은 작중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좀 바꾼 경우가 있다. [43] 일단 러시아어 원문에서 해당 인물의 성씨는 "킬디크스"(Кильдигс)라고 나오며, 이름은 얀(Ян)이라고 나온다. 해당 인물이 라트비아인이라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이름은 "야니스"(Janis)의 러시아어식 전사라고 보는 것이 적합하며, 이름 "야니스"는 러시아어 이반(Иван), 영어 존(John)과 어원이 같다. 그러다보니 작중 슈호프는 킬디그스를 이반의 애칭인 "바냐"(Ваня)라고 부른다고 나온다. [44] 어릴 적 살던 곳 근처에 고의식파 마을이 있어서 거기서 러시아어를 배웠다고 한다. [45] 한국어 판본에서는 구개음화를 반영하여 "판텔레예프"(판쩰레예프)이라고 표기한 경우가 많다. [46] 점호 중에 안 보이자 또 밀고하러 갔냐며 대놓고 "개새끼"(сука)라고 부른다. [47] 다만, 이것이 확정적인 내용이 아니라 다른 죄수들이 그를 욕하는 장면에서 떠도는 소문으로만 언급될 뿐이다. 그 녀석은 억울하게 간첩 누명을 쓴 게 아니라, 진짜 간첩이라던데~ 이런 식으로. [48] 노동 시간이 끝나면 교도관들이 죄수들을 모두 집합시킨 후 반장들에게 각 반마다 정확하게 인원을 체크하라고 명령하는데 전체 인원 중 딱 한 명이 없어서 해당 반원들이 그를 찾아올 때까지 아무도 움직일 수 없었다. 다행히 그가 속한 제 34반의 부반장과 동료 반원 한 명이 그를 발견해 데리고 왔지만 경비병이 탈주를 시도한 것으로 의심하며 총을 겨눈다. 부반장이 그 미친 자식이 짱박혀 자고 있었다고 보고하며 재빨리 주먹으로 두들겨 패는 덕분에 총살될 위기는 넘겼지만 수백 명의 동료 죄수들에게 온갖 욕을 집어먹고 다굴당하게 된다. [49] 슈호프의 말로는 악명이 높은 걸 본인도 알았는지 작중에는 가죽채찍을 들고 다니지도 않고 이전보단 나아졌다고 한다. [50] 이반이 전에 있었던 수용소와 현재 있는 수용소의 생활을 비교하면서 "여기가 차라리 낫다. 여긴 밤 늦게까지 죄수를 부려먹지 않고 작업 할당량을 다했던 못했던 수용소로 돌려보내고 식량도 최저 100그램은 보장해주니 이만 하면 버틸 수 있다. 수용소 이름-현재의 수용소는 주로 국가 반역죄를 선고받은 죄수들이 많은 특수범 수용소다-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라는 식이다. 그 말에 페추코프는 잠자다가 칼침을 맞아 죽는 일이 있는데 뭐가 낫냐며 빈정대자 파블로는 칼침 맞은 건 사람이 아니라 밀정 놈의 새끼라면서 으르렁댄다. [51] 영창 3일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었는데도 용서받았고, 보통보다 두배나 많은 식량을 배급받았으며, 동료의 소포를 보호해준 댓가로 음식을 나눠받은데다, 걸리면 얄짤없이 영창 10일형(사실상의 사형)인 날붙이를 몰래 가져오는것까지 성공했다. 그야말로 행운에 행운이 겹친 날. [52] 독소전쟁 당시 장교로 근무하고 있던 솔제니친은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당시 소련 체제를 간간히 까곤 했는데 이게 콧수염 양반한테 걸려 버렸다. [53] 우화를 통해 소련 스탈린 체제를 비판했지만 저자 오웰은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로 자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