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20 14:43:03

습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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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상세3. 종류

1. 개요

/ tracing paper

붓글씨(字) 연습(習)을 할 때 쓰는 반투명의 매우 얇은 종이. 화선지와는 약간 다르다. 주로 목재의 부드러운 속심으로 만들기 때문에 섬유가 길고 부드럽고 결이 일정해서 매우 얇은 두께에 비해서는 질긴 편이다.

2. 상세

재질이 워낙 얇아서 책 같은 곳에 올려두면 반투명하게 뒤가 비치는데, 글씨 교본 위에 습자지를 깔고 비치는 모양을 따라 그리면서 글자를 연습하는 것이 본래 용도이다. 요즘은 붓글씨 연습 보다는 만화같은 그림 원본에 대고 연필로 선을 베끼는데 많이 쓰이기 때문에 Tracing paper 라고 부르는 일이 많다. 반투명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재질이 얇고 부드러워 글씨 연습의 용도 이외에도 제기, 종이꽃 등을 만드는 데에도 사용된다. 물기에는 매우 약한 편이고 색깔이 들어간 습자지는 물이 닿으면 색이 빠진다.

또 과거 계약서나 증명서 등 중요한 문서 작성에도 쓰이기도 했는데 이는 종이가 얇기 때문에 아래에 검은 먹지를 끼워 2-3부 정도의 동일 필적의 복사본을 만들기도 좋고 또 얇아서 지우개로 지운다든가 하면 찢어져 내용을 변조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관용적으로 "습자지 같은 지식"이라는 말이 있는데, 아는 것이 그만큼 얕고 보잘것없다는 뜻이다. 글씨 연습이라는 본래 용도와는 달리, 습자지가 "얇은 것"에 대한 묘사를 할 때 비유적으로 거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종류

비슷한 종류로 미농지(美濃紙)가 있는데 반투명하지만 약간 노란기가 돌고 습자지보다 약간 더 두텁고 질긴 종이. 일본의 기후현의 미노(美濃)지방의 주요 특산물이었다. 한지나 화지의 재료인 닥나무로 만들어 꽤 질기고 습기에도 어느정도 견디므로 일본 전통가옥 등에서 유리 대신 창호지 등으로 쓰기도 하고 무늬가 들어간 미농지도 있어서 아름답고 고급스런 느낌을 주어 장식용이나 화과자 등 선물포장용으로도 널리 쓰인다. 가볍고 질겨서 미농지를 쓴 일본 고서나 고문서도 많다. 특히 과거 일본 토지 대장이나 호적부는 반드시 미농지를 썼다고 한다. 복사기가 등장하기 전 소량 인쇄에 널리 쓰였던 등사기 인쇄에 쓰이는 원고를 만드는 등사원지도 미농지에 파라핀을 입혀서 만들었다. 일본 전통가옥은 기둥 사이에 목재 벽을 세우는데 그 목재 벽칸에 중간에 열고 닫는 창문을 넓게 달면 비를 막는데 불리하므로 통풍을 위한 최소한의 창문만 내고 벽의 상부 전체를 고정식 창으로 삼아 반투명의 미농지를 발라서 창문 역할을 하게해 낮에도 채광 밝기를 확보한다.

또 비슷한 것으로 유산지(流酸紙)가 있는데 우리가 흔히 기름종이라고 부르는 것. 영어로는 parchment paper. 나무섬유를 황산(일본에선 유산 流酸이라고 부른다)로 섬유를 풀어 처리해 만든 대표적인 화학지이다. 반투명한 종이지만 표면이 매끄럽고 물과 기름에도 강해서 컵케익이나 쿠키 등을 구울 때 담거나 밑에 까는 제과나 제빵용 종이로 널리 쓰인다. 습기를 잘 막아주므로 비스켓 같은 것을 포장하는 포장재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과거에 전장식 머스킷 소총에서 흑색화약을 담는 탄포 포장지로도 쓰였다. 현재는 전량 인도네시아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서양에서는 반투명지는 vellum paper 라고도 부르는 데 원래 vellum은 양피지의 일종으로 새끼양이나 송아지 등의 동물의 반투명한 내피 피부막을 얇게 가공한 동물성 종이를 말하지만 지금은 목화 넝마 등 식물성 섬유와 수지 등으로 만든 반투명한 종이를 말한다. 제법 두께도 있고 매우 질기고 습기에도 강해서 과거에는 설계도 제도지 용으로 널리 쓰였다. 벨룸지 위에 먹물 제도펜으로 건축이나 기계설계도를 그리고 그걸 원본으로 청사진 방식으로 여러 장으로 복사하여 쓰는 것. 청사진은 빛을 이용하므로 반투명한 벨룸지를 제도지로 썼던 것이다. 지금은 인체해부도나 지도 같이 여러 그림을 중첩하여 보는 overlay 페이지에 벨룸지를 쓰기도 한다.

벨룸지는 CAD 등이 등장하기 전에는 전자회로 설계도에도 쓰였는데 벨룸지 위에 연필로 대충 스케치를 해서 배치를 하고 먹물 제도펜으로 회로패턴을 그리거나 흑색 비숍 테이프(단면 PCB) 또는 청색/적색 등 칼라 테이프 (양면 PCB)를 손으로 일일이 붙여서 실제 PCB의 회로패턴을 작성한다. 간단한 회로는 PCB와 실물 1:1 크기로 만들어 직접 감광성 PCB원판에 대고 전사하기도 하고 복잡한 회로는 실제 크기보다 2-4 배 크게 그리고 아래에서 형광등 등으로 빛을 비추는 라이트 베드(light bed)에 올려서 사진을 찍어 축소한 필름으로 PCB를 양산한다. IC 등 반도체 집적 회로 양산에 필요한 마스크의 원도도 초기에는 PCB 제작과 마찬가지로 벨룸지나 완전히 투명한 아세테이트 필름 위에 칼라 비숍 테이프로 회로를 배치해서 사진으로 찍어 축소시켜 마스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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