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16 12:53:24

스카리 빌파

피를 마시는 새의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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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특징3. 행적4. 성격5. 차기 황제의 자격

1. 개요

소설 피를 마시는 새의 등장 인물. 소설 시작 시점에서 31세, 인간 남성으로 락토 빌파의 아들이자 눈물을 마시는 새에 등장한 그룸 빌파의 손자. 이른바 일만금의 불알을 가진 사나이[1]

2. 특징

발케네 공작 락토 빌파의 후계자로서, 공작 예우를 받을 자격 갖춘 인물이다. 태생적인 신분만으로도 아라짓 제국의 최상위 인사에 속하는 것이다. 공작의 지위는 제국 최고관료인 삼고(三高: 사도/태위/천경유수)와 대등하며, 이는 태위의 아래인 대장군이자 백작위를 가진 엘시 에더리보다 서열이 높다. 이 때문에 하전사 강등 후 불명예 전역한 후로도 발케네공의 자격만으로 대장군인 엘시를 하대할 수 있다. 물론 이런 태생적인 지위를 바보가 늘 그렇듯 특유의 순수함과 무능함으로 깎아먹는 위인.

원래는 군문에 들어 상장군의 지위까지 오른 인물이었으나, 쥐딤에서 레콘들의 기습 당시 본인은 물론 휘하 장교들까지 인사불성으로 취하게 만드는 추태를 보인 이후로 하전사 강등 후 전역했다.[2] 큰 위기에 빠질 뻔 했던 진압군을 수습하여 승전을 이끌어낸 것은 엘시 에더리였다. 당시 교위였던 엘시 에더리 역시 스카리의 강권으로 술을 마신 상태였는데, 그 상태에서 진압군을 지휘하여 쥐딤 반란 진압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낸다. 이 일로 인하여 스카리는 곤두박질쳤고 마흔이 되기 전에 가지리라 공언했던 대장군 자리는 엘시에게 돌아간다. 자신이 엘시에게 목숨을 빚졌다는 것도 그저 남 탓을 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을 의식적으로 거부하고 있다.[3]

3. 행적

소설 시작 시점에서는 하늘누리 유수부 소속 경비병으로 일하고 있다. 발케네의 후계자인 스카리가 고작 경비병으로 일하는 불명예까지 감수해가며 하늘누리에 사는 것은 짝사랑 상대인 부냐 헨로와 연적인 엘시 에더리가 하늘누리에 살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늘누리 하늘치 위에 건설되었다는 특성상 거주 가능 인구가 매우 제한되기 때문에 아무리 고위 귀족이라 해도 하는 일도 없이 놀고 먹을 수는 없는데, 이 때문에 경비병이라도 하면서 눌러 앉아 있는 것일 것이다. 아무리 발케네공의 적자라 해도 이미 공적인 자리에서 추태를 보인 바 있는 인물에게 중요한 직책을 맡기지는 않을테니 경비대원 정도만 하게 된 듯. 물론 경비대원을 맡으면 치천제를 알현하러 오는 엘시 에더리를 만나기가 더 쉬워지기 때문에 스카리로서도 딱히 마다할 일은 아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짝사랑 상대 때문에 경비병 일도 마다하지 않는 모습 덕에 작중 초반에는 독자들에게 '좀 덜떨어지긴 하지만 낭만적인 청년'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첫 등장부터 부냐 헨로의 약혼자이자 부냐를 석방할 권한을 가졌으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 엘시 에더리에게 부냐를 풀어주라며 분노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4] 반역 혐의로 잡혀간 딸 때문에 폐인이 되다시피 한 도르 헨로 자작과 그 식구들을 도울 명분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모습 역시 마찬가지다. 바둑 고수로 유명한 헨로 자작에게 '바둑에 재능 있는 청년'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어 헨로 자작의 바둑 제자가 된 후 제자라는 명목으로 이런 저런 도움을 주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 하지만 스카리 자신은 바둑을 전혀 두지 못했기 때문에 파라말 아이솔에게 몰래 바둑을 배워 헨로 자작을 속일 정도의 기력을 갖추려 했다. 비밀 교습이 한참 진행된 뒤에야 스카리로부터 계획을 들은 파라말은 그 정도의 사기를 치려면 상대방 이상의 기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계획이라고 평하기야 했지만, 발케네 사나이의 전형이라 할만큼 단순무식한 스카리가 이 정도로 품위 있으면서도 발케네인다운 책략을 세웠다는 사실에 감탄하기도 했다.

반면 부친으로부터는 상당히 정확한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스카리 역시 부친을 싫어한다. 특히 부친의 계획과 달리 규리하공 비셀스 규리하가 아니라 부냐 헨로를 납치하여 발케네로 도망친 뒤에는 부친인 발케네공으로부터 엄청나게 무시받고 창피를 당했다.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아실과 만나보게 해서 아실의 두번째 제자가 되는 것을 기대하지만 결국 아실의 시험(을 받았다는 것조차 이해하지 못하고)을 통과하지 못하고 그냥 찌질한 애송이로 남는다. 결국 실망한 락토는 깊은 빡침에 의자를 창 밖으로 던진 뒤 전장에 출정하면서 발케네 공작위 계승자의 상징인 황금 열쇠를 스카리가 아닌 아실에게 수여하며, 이 때를 기점으로 스카리의 찌질함은 더욱 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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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케네성에서 자숙하라고 했던 스카리가 전장까지 찾아오자 락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대를 품지만[5] 한창 전투가 진행중인 급박한 때마저 단지 불안해하는 부냐를 달래기 위해 황금열쇠를 달라는 졸렬한 발언으로 마지막까지 부친을 실망시키고 결국 부냐와 함께 추방당하고 만다.[6]

추방당한 스카리는 사라티본의 회전이 끝나고 하늘누리가 아실과 함께 실종된 때를 기해 다시 암살성으로 돌아와 락토 빌파를 뒤에서 찔러죽이는 패륜을 저지른다. 그러나 락토는 이 때 스카리에게 용기를 버리고 승리했다.라고 말한 뒤[7] 노대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아들아.. 뭐하는 짓이냐? 공작위를 계승중입니다 아버지 스카리가 존속살인범으로 의심받아 발케네를 계승받는데 지장이 생긴다면 작위 계승 때문에 발케네가 혼란스러워질 것이기에, 발케네를 위해 자신의 죽음을 자살 내지 실족사로 위장하려 했던 것이다.

이후에는 빌파 가의 충신이었던 팔리탐 지소어를 심복으로 삼아 발케네를 운영한다. 사실 팔리탐은 스카리가 락토를 죽였음을 눈치챘고 그 증거도 가지고 있었지만, 스카리 외에는 빌파 가문의 계승자가 될 자식이[8] 없었기 때문에 그의 뒤치다꺼리를 하게 된 것이다.

락토는 감투의 위험성 때문에 무사장을 동원한 도깨비들의 반환요구를 경계하여 감투를 자주 쓰지 말라고 충고했지만, 스카리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감투를 사용한다. 회의중에 갑자기 나타나는 식으로 사용하니 잠잘 때만 사용하던 락토와 달리 대놓고 감투를 가지고 있다 광고하는 꼴.[9]

치천제와 하늘누리의 실종에 제국이 혼란에 빠져있을 때, 그 혼란을 이용해 본인이 정복 군주가 되겠다는 야망을 품고 사라티본 군과 함께 원정에 나선다. 정복 원정은 초기에는 꽤 성공적이어서 여러 지역을 점령한다. 그러나 세퀴라도에서는 자유무역당의 거대한 자금력[10][11]에 굴복했고, 하늘치라는 기상천외한 수단을 다루는 규리하도 어찌할 수 없었다. 남하할 길이 막힌 스키리는 결국 정복은커녕 제국군 패잔병이나 사냥하며 놀게 된다. 엘시 에더리와 토프탈 가문이 제국의 패권을 두고 결전을 치를 때, 이렇게 발케네에 박혀있는 스카리의 상태를 두고 제국 재건 범신민 연대의 코세 칸디드 백작은 싸움을 안 받아주는 하늘치 처녀 탓에 정치적 수음이나 한다고 촌평한다. 즉, 이 시점에서 제국 귀족들에게 있어 스카리는 황제 후보에서 완벽히 탈락했다.

치천제의 귀환 이후에는 부냐를 인질로 잡혀서 치천제의 유능한 부하 정도의 모습만 보여주게 된다. 마지막에는 감투를 쓰고 정우를 급습하나 틸러 달비에게 가로막혀 본인은 사자패주에 맞아(...) 코피를 쏟고, 감투는 찢어진다. 하지만 스카리는 락토를 살해하고 얻은 감투도 가지고 있었기에 무사히 도주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졸렬한 성격[12][13] 때문에 제국군 패잔병이었던 팡탄에게 목숨을 잃을 뻔했고, 결국 팡탄을 막기 위해 팔리탐이 죽게 된다. 팔리탐의 유언은 "이 패륜아야. 제발 좀 잘해봐라!"였다.

4. 성격

교육이 잘못된 건지 그 나이가 되도록 아직 철이 덜 들어서 하는 짓이 이이타 규리하는 커녕 시카트 규리하만도 못하다.[14] 발케네판 지그림 자보로. 그야말로 호전적이고, 생각이 짧고, 감정에 휘둘리는 데다, 속도 굉장히 좁은 등 위정자로서는 좋지 않은 모습만을 보여준다. 부친인 락토 빌파가 강력한 통치력을 보여주는 뛰어난 인물인 것과는 반대다.

정리하자면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자신보다 잘난 타인은 사람들이 뭘 잘 몰라서 고평가를 받는 것이라며 깎아내리고, 욱하는 심정에 충동적 결정을 일삼고, 허영심에 눈이 멀어 근시안적 태도를 보이고,[15] 감정에 휘둘려서 부하들의 신망을 깎아먹거나[16] 큰 이득이 될 기회를 날려버리고,[17] 자신이 싫다는 이유로 경시해선 안 될 사람마저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것, 쓸데없는 자만심 때문에 잘 될 일을 여럿 그르치는 것, 주위 사람들의 충고를 절대 듣지 않고 편협하여 자신의 생각을 고치려 들지 않는 것[18] 등 지도자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들을 한 폭군이다.

다만 이런 스카리도 장점은 있다.[19]
스카리는 즐거운 폭군에 가까웠다. 분명 그는 손님의 취향이나 기호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신이 즐기는 오락에 동참할 것을 강요했다. 하지만 또한 스카리는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귀한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어떤 놀이라도 즐거운 것으로 바꾸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설마 이것이 암살공류의 권력 이양 방식인가? 제국군에 복무하고 하늘누리에서 근무하느라 오랫동안 발케네를 떠나있었던 스카리에게는 발케네 내의 지지 세력이 희박하다. 만약 암살공이 후계자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면 자신을 악역으로 만드는 식의 연출도 해봄직하다. 보다 평화로운 시기라면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쟁 상황이다. 발케네의 힘은 암살공에게 집중되어야 한다. 그리고 후계자를 영웅으로 만들고 싶다면 전쟁 상황 내에서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다. 좋은 부관을 붙여준다면, 아니, 제국군 군단장까지 올랐던 스카리이니 혼자서 전공을 세우는 것도 어렵잖을 것이다.

스카리는 나름대로 군사적 능력을 갖추고 있고,[20] 사람들과 잘 어울려 노는 능력[21]도 있다. 작중 초반에는 나쁘게 보면 거칠고 좋게 보면 호탕한 사나이다운 성격이었고, 작중 중후반에 나오는 망가진 성격을 원래부터 내보내고 다녔다면 제국군 군단장까지 올라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정말로 치천제의 귀환 이후로는 치천제의 충실한 수족이 되기도 했으니 누군가의 부하로 열심히 구를 때 최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군주나 대장군 등 권력과 가까운 고위직에 올라설 재목은 결코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보다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지만 군주의 자질이라는 측면에서는 치천제, 락토 빌파, 엘시 에더리 등 쟁쟁한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수준이다.

이쯤 되면 스카리 빌파가 차기 대장군감으로 지목받았다는 것조차 과연 그 자신의 능력으로 이룬 것일까 의심이 가기도 한다. 혈통과 능력은 있지만 실제로는 조종당하기 쉬운 허수아비같은 면이 있는데다가 폭군의 자질을 보여서 치천제가 차기 황제감으로 점찍어놓고 승진시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카리가 황제가 되어 제국을 어지럽게 만들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신의 존재에 의지할 테니까. 그러다가 하라면 다 하는 데다가 특이한 체질인 엘시 에더리가 등장하자 이에 위협을 느낀 락토 빌파가 자신의 사후 스카리에게 방해가 될 게 뻔한 엘시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발케네 전쟁을 일으키게 된 원인 중 하나가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22][23]

시종일관 부냐 헨로만을 사랑하기는 했으나, 이것도 정말 사랑한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 애초에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남자가 술처먹고 하녀에게 도깨비 감투 씌우고 동침하는 것이 정상적인 행동은 아니다. 물론 옆에서 힌치오가 부추기긴 했지만. 부냐는 스카리와 말싸움을 하던 도중 네가 날 원한 것은 그저 내가 엘시의 여자였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어느 정도 사실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24]

우선 니어엘 헨로가 회상하는 "엘시와 부냐의 첫 만남" 이후 모디사 헨로가 처음으로 니어엘과 친모녀 간처럼 화목하게 지낼 수 있었다는 언급이 있는데, 스카리 빌파가 대놓고 부냐를 좋아했다면 모디사가 이런 반응을 보일 수 없다.[25] 모디사가 몰랐을 가능성도 없는 것이, 스카리가 수줍음이나 귀천상혼 따위 때문에 연심을 숨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26] 결국 그 헛바람 가득 든 모디사 헨로조차 스카리 빌파가 사윗감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있어야 이 반응이 설명된다.

게다가 정작 데려온 이후에도 스카리는 발케네 전쟁이 시작됐을 때부터 레콘 낙오병을 손수 체포하러 뛰어다닐 때까지 부냐와 함께 있었던 적이 별로 없다. 참고로 저 시간차는 1년이 넘는 시간이다. 1년이 넘게 부냐를 혼자 성 안에 처박아두고 '바쁜 일이 있었다', '도저히 중단시킬 수 없는 회의가 있었다', ' 모디사 헨로가 옆에 있다' 등 갖은 핑계를 대가며 부냐와 함께 있는 걸 거부한다. 이에 지친 부냐는 왜 나를 계속 혼자 두냐, 그깟 낙오병 잡으러 왜 당신이 직접 나서냐며 스카리를 힐난하는데 이때 스카리가 하는 말이 닥쳐라.(...) 그러고는 바로 성을 빠져나왔댄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 부냐가 몸종이랑 침대에서 뒹구는 걸 스카리가 목격한 장면에서는
(중략) 남자는 정신없이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이런 경우 흔히 도피로가 되어주는 뒷문이나 창문 같은 것은 없었다. (중략) 스카리는 왜 이 방에 그런 것이 없는지 알고 있었다. '내 보물을 안전한 곳에 두고 싶었거든.' (중략)

라는 독백이 지나가는 데, 이는 부냐를 엘시에게 우승한 증거물같은, 일종의 트로피로 여긴다는 것을 나타낸다. 정작 스카리 본인은 자신이 부냐를 사랑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지만[27] 사실 그건 증오하는 엘시에게 이겨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강박에 의해 만들어진 수단일 뿐이다.[28] 몸종과 일을 벌이기 전에 부냐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하단 언급이 있는데 아마 창문도 조그마한 감옥같은 방에서 발케네공의 수인처럼 산다는 자각이 들어서인 듯.

아무튼 부냐의 방을 박차고 나와서 하는 말이 모든게 엘시 때문이다. 몸종을 보낸 놈이 엘시이고 부냐를 탈옥시키게 만들어 이 꼴을 겪게 만든 것도 엘시 때문이다(...) 라는 되먹지도 않은 남탓을 하며 오열하는데 그 뒤에 부냐와 결혼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이유도 엘시에게 지지 않기 위해서. 부냐를 트로피로서 사랑하는게 확실하다고 봐야 된다.[29]

위에서 여러 번 스카리가 레콘의 납병례에 대해 무지한 것이 나오는 데, 제국군 상장군까지 올라가고 차기 발케네 공작이라는 자가 (본인이 길 장사치라고 매도하는 유료도로당도 아는) 이런 중요한 상식도 모르는 것은 정말로 큰 일이다.[30][31], 특히 이런 상태로 레콘 여단까지 지휘하는 대장군 자리에 올랐다면 진짜로 무슨 사단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32]

5. 차기 황제의 자격

작중 내내 수많은 사람에게 까이는 스카리 빌파이지만 단 한명, 그를 극찬한 사람이 있다. 바로 치천제. 치천제는 스카리 빌파에 대해 "보기 드물게 진솔한 인물이다." 라고 평가했으며, 동시에 엘시 에더리에게 넘어가야 할 차기 황제의 자격이 스카리 빌파에게도 있다고 평했다. 후자는 엘시 에더리와의 공통점이므로 엘시 에더리와의 비교를 통해 근거를 찾아낼 수 있다.

엘시는 스카리 빌파처럼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자신을 속이고 있다. 엘시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사적인 충동을 지니고 있지만[33] 항상 '바르지 않다'며 그런 자신을 억누르는데, 그 정확한 동기는 '바르게 행동하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즉 '자기애'로 인한 행동이다. 본디 도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이지만[34] 엘시는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동기에 타인을 개입시키지 않기에[35] 존중해야 할 사람과 존중해야 할 가치(도덕)가 부딪힐 때 괴로워하면서도 가치를 선택한다. 치천제가 엘시를 세상에서 가장 부도덕한 자라고 평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 가치 판단에 타인이 개입할 수 없으므로 엘시 에더리는 어떤 설득도 소용없는 '고집불통'인 셈.

그리고 스카리 빌파 또한 엘시만큼이나 자기애가 넘치는 고집불통인 사람이다. 심지어 고집을 위해 자기 자신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속인다는 점까지 똑같다. 차이점은 엘시보다 무능하다는 것 도덕으로 자신을 겉포장하지 않는다는 것. 스카리는 절대 세상의 여론과 비교해 옳고 그름을 파악하지도 도덕을 말하지도 않는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므로 자기 자신의 형편에 맞다면 그것이 정답이고, 세상이 틀렸다고 말하면 틀린 건 세상이 된다.[36] 사실 스카리 역시 현실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자기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신마저 속인다.[37]

방향은 달라도 엘시 에더리와 무척이나 비슷한 모습이지만, 그는 자기 자신을 사랑할 때 도덕이라는 소도구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냥 바라니까 추구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속이더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어느 의미에서 어린아이 같은 행동이고, 치천제가 스카리 빌파를 보기 드물게 진솔한 인물이라고 평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 [38][39] 천경유수 지알데 락바이에 의하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도덕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하는데, 그 말을 전제로 해석한다면 스카리는 세상 누구보다도 도덕적인 인물일 것이다.

이는 치천제가 스카리 빌파에게도 차기 황제의 자격이 있다고 말한 이유로도 이어진다. 치천제는 사람의 신이 되려고 하고 있었다.[40] 그리고 그 과정에서 차기 황제는 사람의 신인 치천제를 영원히 숭배하는 제사장이어야 하고, 설령 세상 전부가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그것이 틀렸다고 외치더라도 차기 황제인 그만은 신이 옳으며 신은 언젠가 다시 돌아올 거라고 굳게 믿어야 한다. 즉 차기 황제의 덕목이란 광신도의 덕목인 것. 즉 주변이 뭐라 말하든 절대 자신을 바꾸지 않은 두 사람, 엘시 에더리와 스카리 빌파는 광신도로서 분명히 보기 드문 인재인 셈. 스카리를 충성시키는 건 불가능해 보일 수 있지만, 만약 스카리가 자기 자신을 긍정하기 위해 치천제를 긍정할 필요가 생긴다면, 스카리는 그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자기 자신을 긍정하기 위해 치천제를 숭배할 것이기 때문에[41] 적어도 치천제에게 있어 스카리는 엘시와 비교해도 간단히 뒤쳐지지 않는 귀한 하인 후보였을 것이다. 그저 엘시 에더리가 이미 있어서 스카리는 필요가 없었을 뿐.[42]


[1] 작중 스카리가 니어엘 헨로의 목을 가져오면 금편 5천 닢을 주겠다는 현상서를 돌렸는데 이후 어느샌가 스카리의 불알 한 쪽을 가져오면 5천금을 주겠다는 현상서가 나돌게 되었다. 물론 범인은 니어엘 헨로. 당연히 스카리가 건 현상서에 대한 보복 + 특유의 유머로 역 현상서를 내건 것. [2] 만일 이 때 전역당하지 않았다면 차기 대장군의 자리를 노릴 수도 있었고, 이렇게 되었다면 가히 제국 최강의 권신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거기에 치천체의 목적상 그 이상인 황제도 가능했을 수 있다. [3] 엘시를 과도하게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의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고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4] 엘시 에더리에게 찾아가 만병장인 엘시 에더리와 죄수 신세인 부냐의 모순을 통렬하게 지적하고 마지막으로 엘시 에더리에게 사내가 되라고 말하며 그 강철같던 엘시 에더리가 눈물을 쏟게 만들면서 바르고 모범적인 엘시 에더리와 반대되는 거친 발케네 사나이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더더욱. [5] 스카리가 자신을 도와 제국군과 싸우러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갑옷 없는 가벼운 복장은 자신을 돕기 위해 급하게 달려온 것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기대가 컸다. 행복회로 풀가동 [6] 어찌나 실망이 컸는지 가슴을 부여잡고 잠시 아무 말도 못한채 스카리만 노려보고 있었다. [7] 이게 칭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확실한 건 알 수 없다. 원시제의 말도 그렇고 락토의 인생철학이 '삶은 패배하기 위해 사는 것'이고 사모 페이가 엘시에게 용기를 가지고 패배하라고 말한 적도 있기 때문에 이게 진짜 칭찬인지는 의심의 여지가 있다. 삶을 살아갈 줄도 모르는 멍청이라고 빈정거린 것이라고도 볼 수 있으나, 막상 스카리에게 마지막 충고를 한 뒤 스카리를 위해 스스로 노대에서 뛰어나려 자살한 것처럼 보이게 한 것을 보면 온전히 비꼬는 의도만 담겨있다고 보기도 함들다. 각자 알아서 해석할 부분. [8] 피마새 세계관에선 여성도 상속권자가 될 수 있으므로 공작의 딸인 헤어릿도 가문을 물려받을 수 있었지만 헤어릿은 사생아이고 헤어릿이 스카리의 상속권을 위협하는 걸 원치 않았기에 락토에게 인정 받지 못해 성이 빌파가 아닌 에렉스였다. 그래서 사실상 스카리 외에는 빌파 가문을 이을 수 있는 자가 없었다. 작중에서도 헤어릿이 에렉스가 아닌 빌파였다면 팔리탐은 주저없이 스카리를 죽이고 헤어릿을 모셨을 거라는 언급이 있다. [9] 스카리는 자신의 권위를 강조하고 지배자로서 신하들에게 공포를 주기 위해 감투를 자주 쓰고 다녔지만 당연히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역효과가 날 수밖에 없는 방식이다. 군주가 신하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나 다름없기 때문. 락토의 잘 때만 사용하는 방식은 도둑놈들의 땅인 발케네에서는 오히려 조심성있는 모습이므로 그리 큰 흉은 아니다. [10] 스카리의 힘이라고 할 수 있는 사라티본 부대와 발케네 군을 전부 돈으로 매수당해버리는 걸 두고 보거나 세퀴라도를 침공하지 않는 대가로 돈 좀 받고 물러가거나 하는 조건에 굴복해 물러났다. [11] 물론 절반은 블러핑이었다. 확실히 발케네를 매수할 수는 있지만 자유무역당도 동시에 망할 것이라고. [12] 레콘 패잔병을 잡을 때, 항복하는 것도 굴욕적인데 자존심을 건드리고 또 건드리고 거기다 여신의 이름을 걸고 한 맹세까지 무시했다. 결국 이 때문에 팡탄은 원한을 품게 된다. [13] 사실 이 부분은 스카리의 부족한 상식이 한 몫 한다. 스카리는 레콘에게 납병례가 단지 인간이 무기를 버리는 것 쯤으로 알고 있었다. [14] 이이타 규리하는 경험이 부족할 뿐, 작품 내내 훌륭한 발전을 이루는 성장형 인물이며 하늘치를 얻은 이후에는 부친인 아이저에게도 규리하의 지배자로서 인정받았으며, 사랑을 위해 귀천상혼을 받아들이는 품위 있는 소년이다. 또한 시카트는 아집이 강하고 비상식적인 억지를 부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기는 하지만 이는 최소한 아직 많이 어려서 철이 없는 탓이라고 이해해줄 여지가 있으며, 작중에서도 자신의 잘못을 지적받거나 깨달을때마다 부족하나마 조금씩이라도 고치고 반성함으로써 결국 나중에는 형의 결혼도 존중해주고, 누나도 인정하는 등 인간적으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서른살이 넘고도 전혀 철이 들지 않은 스카리와 비교할수는 없다. [15] 쓰잘데기 없는 명예욕 때문에 온 사방에 허언을 일삼고 다닌 것. [16] 제국군 하장군인 레콘 팡탄에게 충성 서약을 받으며 '납병하고 튈 거지?'라고 한다. 레콘이 무기를 놓는 것과 인간이 무기를 버리는 것은 차원이 다른데 그걸 알지도 못한 것. [17] 팔리탐이 '사리타본군을 해체해 부친에게 상속받은 '제국의 살해자'라는 정치적 부담을 청산하고, 엘시와 손을 잡아 다른 세력을 압도하자고 하지만, 엘시 에더리가 싫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걷어찬다. 만일 이게 이루어졌다면 발케네와 제국간의 알력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황제에게 빚을 지게 할 수도 있었다. [18] 이것은 정말이지 군주로서는 최악의 자질이다. [19] 스카리의 조부가 되는 그룸 빌파는 눈마새에서 덜떨어진 모습을 보여줬지만, 본작에서는 냉철한 군주의 모습을 어필했다. 물론 단 하나의 예시기는 하지만, 비나간에서 철수할 때 보여줬던 모습을 생각하면 차후에 냉철한 군주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단, 자신을 제어해줄 아버지와 지식을 알려줄 동생이 있었던 그룸과, 아버지를 죽이고 능력이 부족한 와중에 공작위에 올라 부하들에게 평판을 해친 스카리는 사정이 다르므로, 결과가 다를 수도 있다. 사실 그룸은 멍청해서 그렇지 인성이 되먹지 못한 인간은 아니었기에... [20] 제국군의 계급은 연공서열 따위로 올라가지 않는다는 서술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스카리가 단지 가문의 후광만 가지고 거기까지 올라가진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애당초 작중에서 장군 자리까지 오른 자들 중 교활하거나 자기보신에 목매는 자는 있을지언정 무능한 자는 등장하지 않았다. [21] 작중 서술을 비꼬는 내용으로 해석하면 이건 주위 사람들이 억지로 비위를 맞춰주는 부장님 개그의 특성과 완전히 상통한다. 그런데 의외로 스카리에 비해 전혀 꿀릴 게 없는 파라말 같은 인물도 스카리를 고평가하는 걸 보면, 우호적인 사람과는 잘 지냈던 모양. 이러한 묘사를 보면 부장님이 맨날 부장님 개그를 치는데 그걸 정말 재미있게 쳐서 부하직원들이 부장의 권력 때문에 억지로 웃는게 아니라 정말 재미있어서 웃게 만드는 독특하고 귀한 재능을 가졌다는 것으로 보인다. [22]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제국의 불안정성에 대해 의심을 갖고 있으며 북부는 북부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락토 자신의 신념이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 [23] 애시당초 발케네의 공작이라는 지위만으로도 엘시 에더리를 견제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정도다. 발케네 공작은 엘시가 황제 자리에 오르는 것도 충분히 견제할 수 있고 설령 엘시가 황제 자리에 오르더라도 이 점만큼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황제 또한 굳이 일부러 발케네 전쟁을 받아준 것이기도 하다. [24] 다만 여자와 뒹군 것은 필름 끊길 정도로 퍼마신 뒤 힌치오가 슬쩍 여자를 밀어넣은 탓이긴 하다. 훗날 비나간에 머무르는 동안은 아무리 늦더라도 반드시 부냐에게 돌아갔다고 서술된다. 일단 어떤 형태로든 부냐를 아끼고는 있다. [25] 왜냐하면 스카리와 결혼하면 부냐는 발케네 공작부인이 되지만 엘시와 결혼하면 칼리도 백작부인이 되는 게 고작이기 때문. 엘시가 대장군이어서 스카리보다 높아보였다는 것도 말이 안되는 것이, 제국 관제상 공작에 준하는 것은 삼고 뿐이다. 실제로 작품 초기 엘시는 스카리에게 존대를 했으며, 스카리는 엘시에게 반말했다. 엘시처럼 고지식한 사람이라면 자기가 존대를 하더라도 상대가 반말하게 두지 않는다. [26] 사실 아라짓 제국이 귀천상혼을 따졌을 지도 의문이다. [27] 치천제가 스카리에 대해서 말하길 "스카리는 지키멜을 놓친 것을 변명하러 왔지만 짐이 부냐를 보러 온 거냐고 물은 후부터는 그 어떤 진실에 비교해도 손색없는 진실이 되었다. 그 자신이 그렇게 믿고 있는데 어떻게 그것을 거짓이라 하겠나." 후에 서술된 야리키의 발언과 이어지는 감이 있다. [28] 야리키 왈 "하늘 낚시터는 조사가 될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이지. 하지만 네게 하늘 낚시터를 만들라고 말하면 나는 곧 하늘 낚시터가 내 숙원인 것처럼 착각하게 될 거야. 그래서 조사가 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찾아보려고 하지도 않을 테고.", "인간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항상 뭐가 목적이고 뭐가 수단인지 헷갈리게 되더라고." 묘하게 스카리와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엘시에게 이기기 위한 목적으로 부냐를 빼앗는 수단에 집중한 나머지 수단을 목적과 혼동해버렸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29] 물론 엘시와 부냐가 약혼하기 전에도 부냐를 좋아하고 헨로 가에 접근했다는 얘기가 있지만, 도르 헨로 자작의 명성과 부냐의 외모 등을 생각해보면 그때는 부냐 본인이 하늘누리에서도 손꼽히는 귀족가의 신붓감이었을 가능성이 있고 스카리는 그런 "희대의 신붓감을 차지한 행운의 사나이"라는 명성을 탐한 것일 수 있다. 거기에 엘시가 나타나자 질투감까지 추가된 것이고. [30] 다만 스카리가 정말로 그 사실을 몰랐다기보다는 일단 지식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냥 그걸 신용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높다. 즉, 어지간한 사람들은 납병 = 레콘의 은퇴라고 생각하지만 스카리는 설령 납병하더라도 그게 꼭 은퇴라고 믿지 않고 페이크를 칠 가능성도 있다고 믿는 것이다. 물론 어느 쪽이든 간에 레콘에게는 말도 못 할 모욕이겠지만. [31] 애시당초 스카리는 도둑놈들의 땅 발케네 사람인 만큼 당연히 레콘이 납병한다는 핑계로 도망쳐버리는 일도 가능하다고 생각한 듯하다. [32] 물론 전술했듯이 스카리 빌파가 폭군으로서 권력을 휘두르는 것 또한 치천체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타인의 꼭두각시로 놀아난 셈이다. [33] 부냐 헨로를 '허영심 많고 아둔한 여자' 라고 생각하고, 대장군 자리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사직서를 던지고 도망친 레이헬 라보를 부러워하고 있다. [34] 타인을 자신과 동등하게 보고, 자기가 아플 때 타인 역시 동등하게 아프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 즉 타인을 사랑하는 것이 도덕의 시작이자 끝이다. [35] 타인을 존중하기에 도덕을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존중하라는 가치를 존중하기에 도덕을 실행한다. [36] 따라서 세상이 엘시를 불패의 대장군으로 칭송하더라도 그에게 엘시는 여자 하나 못지키는 얼간이고, 아버지 락토 빌파가 무슨 소리를 하건 그건 노인네의 헛소리이고, 자기가 선택한 길은 항상 옳다. [37] 그가 부냐를 사랑한 이유는 단지 엘시 에더리에 대한 반항심에 불과함에도 그는 스스로가 부냐를 사랑한다고 굳게 믿는다. [38]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순수한 자연계에서 생명이 지켜야 할 제1순위 본능이기도 하고. [39] 또 다른 해석으로는, 그가 발케네 도둑이라는 자신의 본질에 누구보다도 솔직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40] 올바름을 선포하며,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저항에 밀려 사라지지만 사람들이 의심에 가득 찰 즈음 다시 나타나 자신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 [41] 엘시 또한 도덕을 버릴 수 없어 치천제를 숭배할 수 밖에 없었다. [42] 물론 현실 파악이 불가능한 그는 엘시가 있었던 없었던 사람들에게 인정받기는 글렀고, 엘시 대신이었다 할지라도 기껏해야 광신에 미친 제사장 정도로나 인정받았겠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세상 모든 이들에게 조롱받는 비참한 꼴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