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7-23 10:45:50

생명의 양식

1. 개요2. 서로 다른 노래를 착각하는 사례3. 세자르 프랑크의 'Panis angélicus'(천사의 양식)
3.1. 본문
3.1.1. 본문의 특징 요약3.1.2. Panis angélicus(천사의 양식)의 라틴 말 원문과 한국어 번역3.1.3. 한국 음악계에서 통용되는 잘못된 번역 '생명의 양식'
3.2. 곡
4. Suzanne Toolan의 'I am the Bread of Life'
4.1. 작곡 배경과 노래의 특징4.2. 모국어 대중 성가 장려 정책과 발맞춰 얻은 인기

1. 개요

한국 가톨릭 한국 개신교를 비롯한 그리스도교에서 '생명의 양식'이라는 제목으로 불리는 노래가 여럿 있다.

2. 서로 다른 노래를 착각하는 사례

'생명의 양식'이라고 불리는 서로 다른 노래를 착각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가톨릭 성가』 166번에도 수록된 'I am the Bread of Life'를 '생명의 양식(I am the Bread of Life)'라고 쓰지 않고 '생명의 양식(Panis angelicus)'이라고 소개하는 것이 그 사례이다. 이러한 일은 'Panis angélicus'의 잘못된 한국어 제목과 'I am the Bread of Life'의 통상적인 한국어 제목이 모두 '생명의 양식'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러나 아래의 설명에서 볼 수 있듯, 'Panis angélicus'와 'I am the Bread of Life'는 가톨릭 교회의 성체성사와 연결된다는 점을 뻬면 아무 관련 없다.

한편 'Panis angélicus'를 노래하는 서로 다른 곡조의 여러 노래를 착각할 수도 있다. 이는 하나의 찬미가에 대해 여러 곡조가 마련될 수 있음을 간과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3. 세자르 프랑크의 'Panis angélicus'(천사의 양식)

3.1. 본문

파일:상세 내용 아이콘.svg   가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성 토마스의 성체 찬미가 문서
번 문단을
Panis angelicus 부분을
참고하십시오.

3.1.1. 본문의 특징 요약

Panis angélicus는 가톨릭 도미니코회 수도사제인 성 토마스 아퀴나스가 지은 여러 성체 찬미가 'Sacris solémniis'(거룩한 잔치들)의 마지막 두 절을 가리킨다. 그 두 절의 첫 두 단어가 'Panis angélicus'이기에 두 절을 가지고 만들어진 무수히 많은 곡들도 'Panis angélicus'라는 제목으로 일컬어진다.

보다 자세한 것은 성 토마스의 성체 찬미가 문서의 'Sacris solémniis'(거룩한 잔치들) 문단에 언급되어 있으나, 이 'Sacris solémniis'의 특징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Panis angélicus 절을 포함한 모든 절에 라임이 있다.
  • 성체성사와 사제직에 관한 가톨릭 교회의 교리가 그대로 들어와 있다.

3.1.2. Panis angélicus(천사의 양식)의 라틴 말 원문과 한국어 번역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편찬한 『미사 밖에서 하는 영성체와 성체 신비 공경 예식』 2020년판에 Sacris solémniis 여섯 절 전체의 한국어 번역이 실려 있다. 그중 마지막 두 절인 Panis angélicus의 번역은 다음과 같다. 이 책은 『로마 미사 경본』과 『미사 독서』를 바탕으로 편찬된 지금의 공식 전례서이므로, 여기 수록된 번역도 한국 천주교 공식 번역이 된다.
라틴 말 한국어
Panis angélicus fit panis hóminum;
dat panis cǽlicus figúris términum;
O res mirábilis! mandúcat Dóminum
pauper, servus et húmilis.
천사의 양식은 우리 양식 되고
천상의 양식을 우리게 주시네.
오묘한 신비여, 가난한 주님 종
주님을 모시는 커다란 이 감격.
Te, trina Déitas únaque póscimus:
sic nos tu vísita, sicut te cólimus;
per tuas sémitas duc nos quo téndimus,
ad lucem quam inhábitas.
Amen.
삼위의 하느님, 간절히 비오니
우리의 정성을 어여삐 보시어
하느님 계시는 광명의 나라로
당신의 백성을 이끌어 주소서.
아멘.
물론 이 공식 번역에는 의역이 일부 들어가 있다. 1절 둘째 줄 'figúris términum'이 바로 그것이다. 직역으로는 눈에 보이는 형상 상태가 종료되었다는 뜻이며, 이는 성체를 영한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에 위처럼 ' 우리게 주시네'라는 의역이 나온다.
『성무일도』에 수록된 한국어 옛 번역
{{{#!folding [ 펼치기 · 접기 ]
가톨릭 교회는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다음 목요일( 한국 교구들에서는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다음 주일)에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지낸다. 이 대축일의 시간 전례 독서 기도의 찬미가로 이 Sacris solémniis를 바친다. 『성무일도』 한국어판에도 Sacris solémniis 여섯 절 전체에 대한 한국어 옛 번역이 3-4-5조로 수록되어 있으며, 자연히 그 마지막 두 절은 Panis angélicus의 한국어 옛 번역이 된다.
<tablealign=center> 라틴 말 한국어
『가톨릭 성가』 187번 188번
Panis angélicus fit panis hóminum;
dat panis cǽlicus figúris términum;
O res mirábilis! mandúcat Dóminum
pauper, servus et húmilis.
천사빵 사람에게 양식되시어
보이는 형상속에 숨어계시네
천한종 주님몸을 받아먹으니
이토록 놀라운일 어디있으랴
Te, trina Déitas únaque póscimus:
sic nos tu vísita, sicut te cólimus;
per tuas sémitas duc nos quo téndimus,
ad lucem quam inhábitas.
Amen.
삼위신 하느님께 간구하오니
경배를 받으시고 찾아오시어
우리를 목적지로 인도하시고
당신의 빛속으로 받아주소서.
아멘.
}}}
『가톨릭 성가』에 수록된 한국어 옛 번역
{{{#!folding [ 펼치기 · 접기 ]
한국 가톨릭 신자들 사이에서는 예수회 신부 루이 랑비요트의 곡(『가톨릭 성가』 188번)도 유명하다. 『가톨릭 성가』 187번 188번의 한국어 가사는 지금의 공식 번역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가톨릭, 개신교를 통틀어 라틴 말 원문에 가장 충실한 번역이었다.

세자르 프랑크가 작곡한 Panis angélicus가 『가톨릭 성가』 503번에 '생명의 양식'이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 제목과 한국어 가사는 원래의 라틴 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따라서 Panis angélicus 가사를 제대로 이해하고자 하는 이는 『가톨릭 성가』 503번을 보지 말고 성 토마스의 성체 찬미가 문서의 'Sacris solémniis' 문단에 소개한 공식 번역을 보는 것이 좋다.
<tablealign=center> 라틴 말 한국어
『가톨릭 성가』 187번 188번
Panis angélicus fit panis hóminum;
dat panis cǽlicus figúris términum;
O res mirábilis! mandúcat Dóminum
pauper, servus et húmilis.
천사의 양식은 우리 양식되고
천상의 양식을 우리게 주시네
오묘한 신비여 가난한 주의 종
주님 모신 이 큰 감격
Te, trina Déitas únaque póscimus:
sic nos tu vísita, sicut te cólimus;
per tuas sémitas duc nos quo téndimus,
ad lucem quam inhábitas.
Amen.
삼위의 천주여 주께 구하오니
우리의 믿음을 어여삐 보시어
하느님 계시는 광명의 나라로
당신 백성 이끄소서
아멘.
}}}

3.1.3. 한국 음악계에서 통용되는 잘못된 번역 '생명의 양식'

이 노래의 제목을 한국 음악계에서는 주로 '생명의 양식'이라고 명명한다. 그러나 Panis angélicus뿐 아니라 라틴 말 본문에는 '생명'을 뜻하는 'Vita'나 그 파생 표현이 없기에 '생명의 양식'은 Panis angélicus의 정확한 번역이 아니다. 또 아래에 있는 번역은 한국 음악계에서 많이 사용되는 한국어 가사인데, 이것도 원래의 라틴 말 본문과 크게 관련이 없다.

그리고 제목과 가사의 출처도 불분명하다. 즉 이 가사가 누구의 작품인지, 그리고 그것이 번역인지 창작인지조차 확실치 않다.
한국 음악계에서 통용되는 한국어 제목과 가사
{{{#!folding [ 펼치기 · 접기 ]
<tablealign=center>생명의 양식

생명의 양식을 하늘의 만나를
맘이 빈자에게 내리어 주소서
낮고도 천한자 긍휼히 보시사
주여 주여 먹이어 주소서
주여 주여 먹이어 주소서

주님이 해변서 떡을 떼심과 같이
하늘의 양식을 내리어 주소서
낮고도 천한자 긍휼히 보시사
주여 주여 먹이어 주소서
주여 주여 먹여 먹여 주소서
}}}

3.2.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Panis angélicus를 가사로 삼는 노래는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세자르 프랑크가 곡을 입힌 Panis angélicus이다.

성 클로틸드 성당의 합창 지휘자가 된 프랑크는 1860년 미사곡 Op.12를 작곡해 이듬해 성 클로틸드 성당에서 초연했다. 하지만 반응은 시원치 않았고, 프랑크는 한동안 이 미사곡을 묻어두었다. 그러다가 프랑크가 파리음악원의 오르간 교수가 된 1872년, 프랑크는 다시 이 미사곡에 새로운 곡을 추가하게 되었는데 이 곡이 바로 Panis angélicus이다. 미사곡은 잊혀졌지만, 이 곡만은 남아서 오늘날 프랑크의 음악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 되었다.

'Sacris solémniis'의 끝에서 두 번째 절인 Panis angélicus 절만 노래할 때도 있고, Panis angélicus 절과 Te, trina Déitas 절을 모두 노래할 때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2014년), 미사의 영성체 노래로 조수미(소화 데레사)가 부르는 Panis angélicus.

4. Suzanne Toolan의 'I am the Bread of Life'

4.1. 작곡 배경과 노래의 특징


미국 가톨릭 교회 자비의 수녀회(Sisters of Mercy) 소속 수녀인 수잔 툴란(M. Suzanne Toolan)이 요한 복음 6장을 바탕으로 1964년에 작곡한 노래이다.

작곡 배경은 아래 링크에 소개되어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샌프란시스코 대교구 행사를 위해 수잔 툴란 수녀가 성가를 작곡했는데, 자신이 작곡한 노래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 노래 악보를 스스로 휴지통에 버렸다. 얼마 후 무단결석(이른바 은어로 땡땡이)한 학생이 쓰레기통에서 그 악보를 꺼내 보면서 아름답다고 평했다. 한낱 종이 쓰레기로 사라질 뻔한 노래가 한 학생 덕분에 살아나고 세계적으로도 널리 퍼진 것이다. 마치 이세건이 작사/작곡하고 이선희가 노래한 J에게와 비슷하다.

노랫말은 위의 언급처럼 요한 복음 6장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이 노래에 'the Bread of Life'라는 키워드가 있으므로 이 노래는 주로 영성체 성가로 애용된다. 또 후렴에 'I will raise you up on the last day.'가 있으므로 죽은 이를 위한 미사 중에도 활용된다.

영어로 된 원래의 가사는 『성무일도』나 『가톨릭 성가』에 있는 찬미가들과 사뭇 다른 경향을 보인다. 보통의 '찬미가'는 n절과 m절(n≠m)의 운율이 비슷하다. 그런데 이 노래에는 그러한 관계가 없다. 가령 1절의 "I am the bread of life"는 정박자에 시작하지만, 2절 "The bread that I will give ……"와 3절 "Unless you eat of the ……"는 여린내기로 시작한다. 또 1절은 숨쉬는 곳을 제외하면 4분음표와 8분음표로 도배하듯 많은 음절로 이루어지지만, 나머지 절은 두 박자나 세 박자를 끌 정도로 여유있는 음절 배치가 나온다. 실제로 이 노래가 처음 알려졌을 때는 절과 절 사이의 일관적이지 않은 운율 배치 때문에 호평을 주지 않은 이들도 많았다고 한다.

4.2. 모국어 대중 성가 장려 정책과 발맞춰 얻은 인기

이 곡이 널리 알려진 계기는 바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이다. 위에 언급된 작곡 연도인 1964년은 바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한창 진행되던 때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하여 미사를 포함한 전례를 모국어로 드리는 것이 허용되었지만, 그 모국어로 된 박절감 있는 노래가 그때는 많지 않았다( 찬미가 문서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모국어 전례문 사용 문단 참고). 그런 때에 영성체의 의미를 담은 이 곡은 마치 가물의 단비처럼 활용되었고, 세계 여러 나라로도 널리 퍼졌다.

한국 천주교에서 사용하는 『가톨릭 성가』 166번에도 이 노래가 수록되어 있으며, 그 제목이 바로 이 문서 제목인 생명의 양식이다.

앞 문단에서 소개한 'Panis angélicus'의 잘못된, 그러나 통상적인 한국어 제목이 '생명의 양식'이고, 'I am the bread of life'를 한국 천주교에서 일컫는 제목도 '생명의 양식'이다보니, 둘을 혼동하여 '『가톨릭 성가』 166번 생명의 양식(Panis angelicus)'라고 소개하기가 쉽다. 그러나 『가톨릭 성가』 166번에 해당하는 'I am the bread of life'와 앞 문단에서 설명한 Panis angelicus는 둘다 성체성사와 연결된다는 점 빼고는 전혀 관련이 없다. 따라서 원어 제목을 병기하고 싶다면, '『가톨릭 성가』 166번 생명의 양식(I am the Bread of Life)'라고 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