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6-30 16:26:07

붐앤줌

1. 개요2. 상세

1. 개요

Boom and Zoom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의 항공기 도그파이트 전술로, 에너지 파이팅 전술의 일종이다.

충분한 고도를 확보한 상태에서 급강하(Boom)하며 일격, 이때 얻은 가속도를 바탕으로 적 무장 사거리 밖으로 신속히 이탈한 뒤 급상승(Zoom climb)하여 다시 일격이탈을 반복하는 전술이다.

2. 상세



동역학적으로 말하자면 미리 확보한 고도 우위, 즉 위치에너지 우위를 운동에너지 우위, 다시 말해 속도 우위로 전환하며 공격했다가 다시 속도를 고도로 바꾸면서 재공격 위치를 잡는 데서 보이듯, 에너지 우위 상태를 활용하여 상대를 수세로 몰아넣는 전술이다. 따라서 붐앤줌 전술을 활용하기 알맞은 기종은 고속에서의 에너지 보존율이 좋고, 강하 제한 속도가 빠르며, 엔진 성능[1]과 기총 화력이 강력한 기종이었다.[2]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속에서의 에너지 보존율로, 고속, 고고도 영역에서 적기보다 에너지 보존율이 나쁘면 에너지 파이팅은 해도 붐앤줌은 할 수가 없다. 강하 제한 속도와 화력 역시 증요한데, 강하 제한 속도가 빨라야 적을 빨리 따라잡아 공격하고 신속히 이탈 가능하고, 기총 화력이 강해야 짧은 급강하 공격 순간 치명타를 먹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의외로 상승률과 수평 최고 속도는 그렇게까지 중요하지는 않다. 전투가 벌어지기 전이라면 몰라도 자신이 고속에서의 에너지 보존율이 낮다면 상승률이 좋다고 해도 전투 도중 에너지 우위를 점하거나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최고 속도는 보통 고속에서의 에너지 보존율이 좋은 기체들이 빠른 경우가 많지만 수평 최고 속도보다는 강하 제한 속도가 더욱 중요하다. 붐앤줌은 고도와 속도 양면에서 많은 에너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전술이기에 강하 도중 속도를 줄이는 등의 행동으로 에너지를 잃어서는 안 돠기 때문이다.

공격 시도 도중에도 공격에 실패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들 경우, 또는 공격이 빗나가는 경우 급강하하며 붙은 속도로 빠르게 이탈하며 재공격 기회를 보거나 아예 도주하여 전투를 회피할 수 있는, 공격자에게 있어 안전한 공격 방식이다. 붐앤줌을 모범적으로 할 경우 난입하는 적기를 제외하면 위험 요소는 없다고 봐도 된다. 적기가 날카로운 선회로 공격을 회피했다고 해도 일단 이탈 후 다시 공격하면 된다. 날카로운 선회를 했다면 에너지가 빠졌을 것이고 붐앤줌을 했다는 것은 자신의 에너지 보존율이 더 좋다는 뜻이기에 속도를 적기보다 훨씬 적게 잃고 순식간에 적기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날 것이다. 이를 반복하다 보면 적기의 에너지는 점점 고갈될 것이고 결국 회피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순간이 온다. 만약 고속에서의 에너지 보존율이 적기보다 나쁠 경우 한두 번 안에 적기를 끝장내지 못하면 진입 후 이탈하는 과정에서 속도가 느려져 적기의 사정거리 내에서 빨리 벗어나지 못해 결국 격추될 것이다.

이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기체의 엔진 출력이 받쳐줘야 했다. 강력한 엔진 출력이 있어야 설계부터 단단한 골조를 사용할 수 있고, 빠르게 상승하여 상대보다 먼저 고도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로센 하야부사가 부족한 엔진 출력으로 선회력과 속도, 항속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과도한 경량화를 추구하여 상승률은 좋았음에도 기골 강도 문제로 급강하에 제한이 걸린 대표적인 예시이다.

유럽전역에서는 프랑스 침공 영국 본토 항공전 Bf 109를 필두로 이미 기본 전술로 사용되고 있었던 전술이었다.[3] 태평양 전역에서 미 해군 항공대가 채택했는데, 이 전술의 채택에는 전쟁 초기 동남아시아에서 제로센과의 전투를 치른 플라잉 타이거즈의 경험을 바탕한 클레어 센놀트 소장의 보고서가 큰 역할을 했다. 당시까지도 마땅히 2차 세계대전 수준의 '현대적인 공중전'에 대한 경험이 없던 미국으로선 괄목할만한 성과였다.

제로센을 비롯한 일본군 주력 전투기들의 큰 단점 중 하나가 이 급강하 속도에서의 열세인데, 이는 기체강도의 부족에 기인한 것이다. F4F 와일드캣의 급강하 속도는 772km/h였는데 제로센은 629km/h (21형)이었다. 일본 해군 항공대의 주력 전투기인 제로센은 와일드캣에 비해 우세한 상승률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중기형까지는 기골강도가 약하고 무게가 가벼워 붐앤줌 전술을 써먹지 못했다. 오히려 우세한 공격 위치를 잡아놓고서도 한계속도가 훨씬 빠른 와일드캣이 급강하로 내빼버리면 닭 쫓던 개꼴이 되기 일쑤였다. 물론 와일드캣도 한계속도는 높았지만 에너지 보존이 좋은 기체가 아니었고 기체 형상 문제로 항력이 커 가속력이 느렸기에 A6M에 비해 에너지 파이팅 시 불리한 점이 있었으며, 유기적인 전술로 이러한 단점들을 극복해야 했다. 후기형에선 기골 강도가 강화되어 좀 나아졌지만 후기형 나올때 쯤이면 와일드캣보다 더 빠르고 강한 F6F 헬캣 F4U 콜세어가 날아다니고 있을 때이다. 육군기인 P-47 썬더볼트 P-51 머스탱과 비교하면 저 둘보다 더욱 큰 차이가 난다. 썬더볼트는 대출력 엔진, 머스탱은 항력이 적은 설계로 인해 에너지 보존율이 일본기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좋은데다 한계 속도도 훨씬 높기에 라이덴, 시덴, 하야테와 같은 최고 속도와 상승력이 우수한 후기형 일본기들조차 공격을 봉쇄한 채 일방적으로 공격할 수 있었다.

붐앤줌 전술이 도입되기 전에는 미군은 제로센에 쇼크를 받고 있었다.[4] 그러나 이러한 대응전술이 자리잡기 시작하며, 제로의 악명도 점차 꺾이기 시작했다. 과달카날 전투에서 활약한 미 해병대 + 미 육군 항공대의 혼성 부대 캑터스 항공대는 상대적으로 저공에서의 성능이 좋은 육군의 P-39 에어라코브라 P-40 워호크가 미끼역할을 하고, 일본기가 미끼를 물면 고공에서 대기하던 해병대의 와일드캣이 붐앤줌으로 공격하는 낚시성 전술로 일본기들을 괴롭히기도 했다. 무전기가 있어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일본 전투기들인지라 이런 식의 유기적인 협동 전술은 불가능했다.

가장 극단적인 예시가 제로센 머스탱이었다. 제로센은 수평 선회에서 압도적으로 강하고 둘의 상승률도 그렇게까지 큰 차이는 나지 않았지만 제로센은 고속에서의 에너지 보존율이 아주 나쁘고 최고 속도도 느렸기에 상승으로 에너지를 쌓아도 아주 쉽게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반면 머스탱은 고속에서의 에너지 보존율이 매우 우수하며 최고 속도와 한계 속도도 매우 높은 편이라 제로센은 머스탱이 붐앤줌을 제대로 할 경우 아예 대응을 할 수도 없었다. 위에서 말한 대로 회피를 한다 해도 에너지를 점점 잃고 결국에는 격추될 것이다. 머스탱은 고속에 항력이 적었기에 붐앤줌에 매우 적합한 기체였고 붐앤줌으로 대부분의 기체를 압도할 수 있었다. 게다가 최고 속도도 빨랐기에 대부분의 상황을 주도할 수 있었다.[5] 그래서 머스탱은 2차대전 최고의 전투기 중 하나로 평가된다. 다만 제로센이 미군기들이 붐앤줌을 할 경우 쪽도 못 쓰는 기체로 기억되고는 하지만 붐앤줌 성능 열세도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라 데뷔할 때 맞닥뜨렸던 중국 공군의 I-15 I-16을 상대로는 자유자재로 붐앤줌을 할 수 있었고 대전 초기의 미군기들을 상대로도 어느 정도는 가능했다.

일본보다는 좀 낫지만 2차대전기 소련 공군도 붐앤줌에 꽤 약한 모습을 보였는데, 저공에서는 독일 전투기들보다 강했지만 상대인 독일 전투기들이 고속에서의 에너지 보존율이 우수했고 과급기 기술 미비로[6] 고공에서의 성능이 나빴으며 한계 속도도 독일기들보다 느려 독일기들이 붐앤줌을 하면 상대하기 힘들었다. 초기 일본기들은 장갑판이 없고 기체 골조도 그리 튼튼하지 못하다고 해도 전금속제였지만 소련기들은 전금속제조차 아니고 기체 일부가 목제라 성능에 비해 방어력이 그리 좋지 못했던 것은 덤이다. 비슷하게 독일 공군을 상대했던 프랑스 공군의 경우 에너지 보존율과 상승력, 최고 속도와 한계 속도에 화력까지 전부 뒤쳐졌기에 소련보다도 공중전에서 훨씬 나쁜 전과를 거두었다. 이탈리아 전투기들의 경우 미국이나 독일 전투기들에 비하면 붐앤줌 성능이 뒤쳐지는 편이었지만 주로 영국 전투기들이나 구형 미국산 전투기들과 싸웠고 이들의 붐앤줌 성능은 이탈리아 전투기들과 대등하거나 못한 편이었기에 성능 열세가 드러날 일은 얼마 없었다.

1차 대전 시기 에이스들에 의해 초기적인 형태의 붐앤줌 전술교리가 등장했지만 당시에는 목재복엽기들이 한 번 잃은 고도를 회복하는 데 긴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붐앤줌 전술보다는 선회기동력을 중시한 전투기 설계가 중시되었다. 그래도 이때부터 속도와 급강하 성능을 중시하는 조종사들이 꽤 있었는데, 칼같은 선회의 포커 삼엽기보다 빠른 알바트로스를 더 선호한 붉은 남작이 대표적이다.

한편 오늘날에는 더 이상 쓰이지 않는 전술인데, 그 이유는 당연히 무장의 사거리가 너무 길어졌기 때문이다.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가진 상대만 해도 붐앤줌을 걸었다 충분히 빠른 속도로 이탈하지 못하면 그대로 후미에 미사일을 맞기 십상이고[7],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남겨두고 있는 상대에게는 그냥 끔살 확정이다. 특히 R-73, AIM-9X, ASRAAM 같은 고기동 미사일과 이를 조준하는 HMS의 등장, 포스트스톨 기동능력으로 전방위 사격이 가능해진 전투기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근접 공중전 자체가 사양세에 접어든 오늘날의 전장 환경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붐앤줌 전술의 근본 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에너지 우위의 확보와 활용"은 BVR 공중전의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남아 다른 방식으로 응용되고 있다. 특히 미사일의 로켓 엔진과 전투기의 제트 엔진의 특성, 그리고 유도를 위한 로직을 모두 활용해 미사일 회피등을 위해 BVR에서도 에너지 우위는 여전히 중요하다.

전체적으로 보면 1차 대전기에서 2차 대전기, 2차 대전기에서 냉전기로 오면서 고도 우위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속도 우위의 중요성이 커진 편인데 그 이유는 과거 프로펠러 전투기들은 속도를 통해 애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도를 통해 에너지를 저장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고도를 속도로, 또 속도를 고도로 바꾸는 능력인 고속에서의 에너지 보존율이 우수한 기체들이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술이 붐앤줌이었던 것이다. 제트기 시대로 넘어가면서 전투기들의 최고 속도와 가속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최고 속도가 높은 전투기들은 속도를 통해서도 많은 에너지를 쌓을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고속에서의 에너지 보존율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예전처럼 속도와 고도를 변환해 가며 싸우지는 않게 된 것이다. 4세대 이후의 전투기들은 이전 세대보다 익면적이 넓어졌고 따라서 기동성이 더욱 우수하지만 조종 계통의 향상과 대추력 엔진을 통해 가속력과 에너지 보존 능력 역시 놓치지 않았다. 고기동 미사일의 시대에도 에너지는 여전히 중요하다. 미사일이 고기동화된 것도 발사 후 수 초 안에 위치와 자세를 잡아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적기를 추적하는 데에 온전히 쓸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고, 또 이러한 고기동 미사일을 회피할 수 있게 하는 원천도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당연하지만 BVR은 얼마나 미사일에 에너지를 실어서 강하게 날리느냐, 또 미사일을 피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가질 수 있느냐의 싸움이기에 에너지가 아주 중요하다. 지대공 미사일도 마찬가지이다.


[1] 단순히 출력만 좋은 물건이 아니라 고공에서의 성능 저하도 적어야 한다. [2] 대표적으로 Fw 190 P-47 썬더볼트. [3] 스핏파이어가 대부분의 성능 지표에서 Bf 109를 능가함에도 둘이 대등히 싸울 수 있던 이유가 Bf 109가 붐앤줌에 유리한 성능 요소, 즉 에너지 보존율과 한계 속도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4] 하지만 타치 위브 등의 현장전술로 교환비는 앞서고 있었다. [5] 상황의 유불리를 판단하고 교전을 시작할지 말지를 머스탱이 결정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6] 대전기 소련의 항공 기술은 과급기 기술 한정으로는 일본보다도 뒤쳐졌다. 소련의 과급기 기술은 2차 대전이 끝나고 나서야 추축국과 연합국 출처의 기술들과 적극적인 항공 기술에의 투자로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항공기 기술에 힘업어 크게 진보하게 된다. [7] 포클랜드 전쟁 최초 공대공 격추 기록의 희생양이 된 아르헨티나 공군 미라주 IIIEA 전투기가 이런 식으로 시해리어에게 당했다. 강하 공격 실패 후 미련이 남아 시저스를 잠깐 돌다가 뒤늦게 이탈하려고 하는 순간 뒤통수에 시해리어의 AIM-9L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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