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18 15:10:21

부부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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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양상3. 입장4. 부계 성씨와의 관계5. 기타

1. 개요



혼인 시에 부부가 서로 자신이 가진 고유한 성씨를 유지하는 가족 및 호적 관련 제도. 부부동성의 반대.

'부부별성'이라는 말은 주로 일본에서 쓰이는 표현으로 보인다. 일본어 사전에서는 찾을 수 있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고, 부부별성으로 검색하면 주로 일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이나 중화권에선 부부별성이 당연하기 때문에 굳이 이를 지칭할 단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인 듯하다.

2. 양상

[팩트체크] 한국은 왜 결혼 후 남편 성을 안 따를까?

아시아권은 대체로 이 제도를 택하고 있다. 그런데 아랍권은 성씨가 아니라 부칭(父稱)이기 때문에 상황이 또 다르다. 서양으로 치면 아이슬란드와 같다. 그리고 스페인 식민지였던 필리핀은 1902년 미국-스페인 전쟁 미국의 승리로 통치자가 미국으로 바뀌어도 그대로 스페인/문화의 영향을 받아 남편의 성으로 변경된다. 이 나라는 원래 부모의 성을 같이 물려받는데, 결혼과 동시에 어머니의 성은 없어지고 아버지의 성은 미들네임으로 가운데에 위치하며 남편의 성이 최종적으로 기재된다.

반대로 서양은 부부동성이 많다. 아시아 국가 중에 예외적으로 일본은 부부동성인데, 원래부터 그런 건 아니고 메이지 시대 서양의 풍습을 흉내내서 만들어진 민법이 실행되면서 보편화되었다. 다만 서양에서는 어디까지나 관습이며 법적으로 따라야 할 의무까지는 없다. 예를 들어 힐러리 클린턴도 원래 결혼 후 한동안 자기 성(로댐)을 유지하다가 남편이 정계에 입문할 때즘에 보수성향의 유권자 표심을 신경써서 나중에 성을 바꿨다고 한다. 영화감독 부부인 크리스토퍼 놀란- 에마 토마스 역시 부부별성이다.

비록 서양일지라도 남유럽에서는 보통 부부별성이 일반적인 편이다. 그리스에서는 1983년 결혼법 개정 이후 부부별성이 강제되고 있다. #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이 두 국가의 식민지배를 받은 라틴아메리카의 경우에도 부부별성이 일반적이며, 관습적으로 자식은 부모의 성을 같이 표기한다.[1] 스페인 법률에 따르면 자식은 부모의 성씨 중 어떤 것을 먼저 표기할지 선택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부부별성이 일반적이며, 여성이 원할 경우 남편의 성씨를 같이 사용할 수 있다. #

중화권은 기본적으로 부부별성을 택하고 있지만 여성들이 자신의 성 앞에 남편 성을 붙이는 관습이 있었다. 이를 관부성(冠夫姓)이라고 하며 위진남북조 시대부터 있었던 관습으로, 중국 대륙에서는 중공 건국 직후까지 남아있었지만 이후 성평등 의식의 확립에 따라 관부성 관습이 사라져서,[2], 사극이나 무협소설 등 현대기 이전을 소재로 한 작품에서나 볼수 있는 수준이지만, 대만이나 홍콩에서는 주로 중·장년층 이상에서 가끔씩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홍콩처럼 아예 구미권 국가의 식민지였던 지역의 중국계 여성들은 중국식 이름과는 별도로 구미식 이름을 정할 때 자신의 성이 아니라 남편 성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선 본래 지방분권 체제[3]여서 성을 가지는 것은 상류계급의 특권으로, 평민은 아예 성을 쓸 수 없었고 사실 쓸 필요도 없었다. 상류계급에서도 성씨 자체보다는 '어디어디의 영주'라는 것이 더 중시된지라, 성씨를 바꾸는 것은 흔한 일에 속했다.[4] 그러다 메이지 유신 이후 부부동성이 대세가 되었다.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한국은 역사적으로 드물게 부부동성을 채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나라이다. 최근뿐만 아니라 한국사 전체를 통틀어서도 아내가 남편을 따라 성씨를 바꾸었다는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조선 말엽에 윤치호의 친척인 윤치의 아내 윤고려가 남편의 성을 따라 윤씨로 성을 바꾸었다는 것이 그나마 알려져 있다. 교육을 받았던 신여성들은 남편의 성을 따랐던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다 본성으로 표기한다.[5]

한국에서는 이미 신라시대 때부터 매우 오래전부터 이 제도가 유지되어 왔는데, 가문을 중요시하다 보니 여성측의 가문을 상징하는 성씨를 보존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정확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타임지에서 한국은 특별한 법이 없음에도 성씨를 유지하는 제도가 있다 소개했다고 한다.[6]

부부동성이 대세인 나라에서도 결혼 전부터 연예인, 정치인, 학자 등 공인으로 널리 활동하던 인물들은 결혼 후에 부부별성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공인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라고 볼 수 있는데 결혼하면서 성이 바뀔 경우 기존의 이름으로 쌓아온 인지도에 손상이 갈 수도 있기 때문. 법적 이름은 남편의 성을 따라도 활동은 계속 처녀적 성을 쓰는 경우도 많다.[7]

3. 입장

부부동성이 좋다는 쪽과 부부별성이 좋다는 쪽이 서로 나뉜다. 부부동성이 좋다는 쪽은 부부동성이 가족공동체로써 유대감과 합일감을 느낄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며, 부부별성은 여성을 가족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바깥사람으로서 취급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에 성차별적인 느낌이 들어 부부동성이 좋다고 한다.

이에 반해 부부별성이 좋다는 쪽은, 부부동성은 여성이 가지고 태어난 고유의 정체성이 남성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여성차별적이라 주장한다. 이 제도에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반발하는 부분은 부부동성 제도에서 여성은 결혼하면 수십년간 써온 성을 버리고 단지 누군가의 부인(Mrs.~)으로 불려야 하는 것이다. 또한 본인의 원래 이름으로 쌓아온 커리어와 명성도 날려먹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부부동성은 일단 형식상으로는 부부가 같은 성을 쓰는 걸 의미하며 여성이 남성쪽 성으로 바꿔야만 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일본의 법도 어디까지나 부부가 같은 성을 쓰라고 요구할 뿐 무조건 여성만 성을 바꾸란 의미는 아니지만 반대의 경우는 드물다.

한국이 부부별성이 엄격히 지켜지는 이유는 혈통을 중요시하다 보니 여성측의 혈통을 상징하는 성씨가 유지되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사서를 보면 남성과 달리 여성들은 아무리 신분이 높은 황후, 왕후일지라도 휘(이름)가 기록된 사례는 없다시피하고 OO씨라고만 기록되어 있다. 반대로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로 간주한다는 부부동성이 뿌리박힌 서양에서는, 이상하게도 귀족이었다면 여성들의 이름도 거의 전부 기록이 된다. 따라서 부부동성이 여성을 남편 아래에 두는 성차별적인 제도이고 부부별성은 대단히 선진적인 풍습이다고 보는 것은 비약이다.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부인보다는 처가/장인(사돈) 가문소속 남성들 자체의 권위를 존중했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부부별성을 취하는 나라는 부부별성의 지지자가 많으며 부부동성을 취하는 나라는 부부동성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익숙한 쪽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8] 다만 부부동성을 사용하는 국가에서 부부별성을 쓰자고 주장하는 것은 정말 쉽게 찾을 수 있지만[9] 그 반대는 찾기 힘들다. 부부동성 항목에서 언급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 때문인 듯. 어떻게 보면 결혼한다는 이유로 한 쪽에게만 자기네 가족의 성을 버리라고 강요하는 격이기도 하고. 다만 서양은 어디까지나 관습일 뿐이며 부성주의도 부부동성도 법으로 강제하진 않는다. 그때문에 자식에게 모성을 물려주는 일이나 남편이 아내쪽으로 성을 바꾸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렇게 하는 일이 극히 드물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랑 달리 선택의 자유는 법으로 보장되어 있다. 중국은 부성주의뿐만 아니라 형제동성동본 의무도 오래 전에 폐지된 상태다.

4. 부계 성씨와의 관계

부부별성/부부동성과 무관하게 자식의 성씨는 대체로 아버지의 성을 따르기 때문에,[10] 부부별성의 나라의 가정에선 어머니 혹은 아내만 성이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식에게 물려주는 성씨에 대한 담론은 성씨 참조.

5. 기타

대한민국에서는 부부동성 제도 혹은 관습을 따르는 나라, 특히 일본산 창작물을 번역, 현지화할때 꽤나 머리를 굴리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11](이를테면 노하라 미사에[12]→박영란 / 봉미선)


[1] 스페인과 대부분의 남미 국가들은 보통 아버지 성-어머니 성 순으로 하지만 포르투갈 브라질은 어머니 성-아버지 성 순서가 일반적이다. [2] 현재 중국에서는 부성주의, 형제동성동본에 대한 법적인 의무도 폐지되었다. 대체로 자식들이 부계성을 따르긴 하나, 법적인 강제성은 없어서 관습일 뿐이다. [3] 고대 주나라든지 중세 유럽같은 봉건-장원제도를 생각하면 쉽다. [4] 하시바 등의 여러 성씨를 거쳤다가 도요토미 성씨를 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대표적인 예. [5] 이화학당 교사로 유관순 등에게 영향을 끼쳤던 하란사는 본래 김씨였다가 미국 유학 중에 남편 하상기의 성인 하씨를 따라 하란사(Nancy를 한자로 쓴 것)라고 고쳤고 그 이름으로 건국훈장까치 추서되었으나, 친정 조카들이 "김씨로 고쳐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여 최근에 김란사로 수정되었다. 찾아 보면 이런 예가 적지 않을 것이다. [6] 이또한 별성이 너무 당연한 관계로 결혼하면 성씨를 바꾼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터라 관련법이 미미했던 것이다. 그러다 성평등 개념이 확산한 2000년대에 와서 호주제 폐지로 성문화 되었다. [7] 드문 경우로 헤일리 비버는 본래 알렉 볼드윈의 조카인 헤일리 볼드윈으로 알려져 있었다. 근데 남편 저스틴 비버가 더 유명하면 유명했지 결코 덜 유명하지는 않기 때문인지 활동명과 실명 모두 헤일리 비버로 바꾸었다. [8] 예컨대 한국에서는 "부부동성, 즉 여성이 결혼하면 남편 성으로 갈아야 한다는 발상이 기괴하지 않냐? 뭐하러 바꾸냐?"라는 정서가 일반적이다. 반대로 일본에서는 "소속된 가가 바뀌면 성도 바뀌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거고 오히려 씨(氏)를 주지 않으면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지 않는 거다"라고 생각하여 부부별성에 불쾌함을 느끼며 반대하는 여자들이 많다. [9] 서양에서는 페미니스트들이 결혼 후에도 여성의 성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자식들에게 어머니의 성을 물려주자는 주장을 자주 하며, 일본에서도 부부별성을 하자는 민법 개정안이 나온 적이 꽤 많다. [10] 한국에서도 어머니 성씨도 물려주는 것이 가능은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호주제가 폐지된 2008년 이후에는 혼인신고 당시에 자녀의 성본을 모의 것을 쓰기로 하는 협의서까지 작성 제출하여야 가능하다(일단 혼인신고를 하고 나서 나중에 협의하는 건 불가능하다). 참고로, 호주제가 있던 2007년 이전에는, 입부혼을 했다면(즉 아내가 남편 호적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남편이 아내의 호적에 들어갔으면), 자녀가 모의 성본을 따르도록 되어 있었다. 그밖에도 부부가 이혼할 경우 친권을 어머니가 가져가면 어머니쪽 성으로 바꿀 수도 있다.(그런데 협의에 의해 기존 성을 유지할 수도 있다) 다만 현정부 법무부에서 부성우선주의의 폐지 권고를 했고 여당 국회의원이 법을 제출한 상황이라 변화의 가능성도 있다. 현재는 부성우선주의에 대한 위헌소송이 제기된 상황이다. [11] 소년탐정 김전일 유령여객선 살인사건 애니메이션 판 등장인물인 토키하라 료가 오리엔탈호 침몰 사고로 남편을 잃었다는 사실을(원작에선 성씨도 다른 등교 거부한 여고생이다.) 김전일이 신문 기사로 알았다고(토키하라는 흔한 성이 아니기 때문.) 눈치채는 장면, 귀화도 살인사건에선 범행의 원인과 용의자 중 한 명이 남매인데 결혼 후 용의자가 결혼해서 성이 바뀐 거라는 걸 김전일이 눈치채는 장면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부부별성이라 번역이 어렵다. 다만 후자는 돌림자를 사용해서 비슷한 이름으로 만들어 둘이 남매임을 눈치채기 쉽게 만들었다. [12] 결혼 전 성씨는 코야마. 코야마 요시지, 코야마 무사에 등 외가 쪽 캐릭터에서 이를 알 수 있다. 당연히 이런 친척들도 모두 박씨 혹은 봉씨 가문이란 설정으로 현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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