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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레오 레뮤엘은 인더스트리얼 월드 벨리알 출신의 임페리얼 가드로 정확히 기술되진 않으나 약 30년 이상 마카리안 성전에 참전했고 개전 초기 세운 전공을 발판으로 마카리우스의 총애를 받아 그의 경호원으로 25년 이상 복무했다. 솔라 마카리우스는 레뮤엘과 트리오를 이루는 안토니예프, 이반을 3교대로 엮어 상시 자신을 수행토록 했으므로 레뮤엘과 일당들은 마카리안 성전의 핵심에 접근한 증인이 되었다. 마카리우스 사후 연대미상의 시기에 그는 칼라돈 행성에서 그린스킨을 상대해 진지를 사수하다 실종되었다. 그 전장에서 그는 신화적인 마카리우스의 실체를 자신에게 질문하는 신병들의 유언에 답해주게 된 것을 계기로 마카리우스의 실체에 관한 진실을 자신이 죽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야 할 필요성을 느껴 끝내 마카리안 성전의 비망록을 완성한다. 그가 작성한 주인 없는 비망록은 그가 담당했던 벙커의 폐허에서 발굴돼서 훗날 솔라 마카리우스 성자 시성의 검토 자료로 쓰였다.마카리안 크루세이드 트릴로지 Angel of Fire, Fist of Demetrius, Fall of Macharius에 등장한다.
2. 마카리안 크루세이드
“마카리안 성전”은 392-399.M41 의 7년간의 협소한 기간을 말하나, 마카리우스가 로드 하이 커맨더로서 주도한 성전은 392년 이전부터 시작하여 약 30년을 넘기는 기간 동안 지속되었다. 마카리우스가 인류제국의 국경선을 황제와 호루스 넘어서 해일로 존까지 확대시킨 것은 대부분 성전 후기에 이루어졌다.
3. 성전 초기
3.1. Angel of Fire
3.1.1. 카르스크 IV
392M41 이전, 성전이 시작된 지 몇 년 지나지 않은 극초기에 일어난 일이다. 로드 하이커맨더 휘하의 일곱 로드 커맨더 중 최선임인 세야누스는 카르스크 성계에 대해 정벌을 단행했고 그 가운데 카르스크IV는 아직 제국으로부터 전격적인 푸쉬를 못 받고 있던 마카리안 성전에 군수생산기지로서의 기반을 제공해 앞으로 성전의 향배를 결정할 요충지였다.용암이 바다처럼 넘실대고 싱크홀이 타이탄을 삼키고 모래폭풍이 사람을 인수분해하는 이 카르스크는 아이언 그라드라 명명된 인더스트리얼 하이브를 중심으로 한 황철광의 명산지였다. 자연환경이 이렇다시피 완전한 기계화 부대가 아니면 그것을 극복할 수 없는 바, 완전 기계화가 이뤄진 벨리알 7 연대가 이 행성에 투입되었고, 중요한 전장인 이곳엔 로드 하이 커맨더 마카리우스가 직접 행차하였다. 로드 하이 커맨더를 배알하는 사열식에서 베인블레이드 ‘지배불가’의 조종사 레오 레뮤엘과 동 전차의 포탑수 안토니예프, 이반은 개전 직후 연전연승을 기록하는 신적인 대총사 마카리우스를 직접 목격하게 된다. 그 첫인상을 당시 이등병이던 레오 레뮤엘은 이렇게 기록했다.
마카리우스는 그야말로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제국 영웅의 표상이었다. 넓은 어깨의 사자 같은 거인이었다. 그의 두발은 금색이었고 눈은 금색이었고 피부도 금색이었다. 그의 동작은 단순하고 우아했으며 그의 제복은 그에게 완벽히 딱 맞는 것이었다. 범인으로서 중년을 지난 그분이었음에도 완벽한 연명처치에 그는 내 이상가는 연배로 보이지 않았다. 젠장, 그는 훨씬 젊어 보였고 더 어울려 보였다. 황제가 인간 사이를 거닐던 그 시기를 상상하라, 그는 사람 이상이었다. 그가 말할 때면 말하는 바가 명확한 그의 목소리는 깊고 완벽하게 조율돼 있었고 거기엔 각이 있었다. 그것은 위대한 고양이과 포식자가 가지는 그런 음성이었다. 그가 지날 때 그의 시선이 내게 머물렀다, 처음엔, 그것은 등골 시렸다. 그 금색 눈 안엔 인간 외적인 차가운 뭔가가 있었고, 그러나, 그가 미소짓자 그의 얼굴은 밝아져서 그는 즐거움으로 충만해 보였다.
군수공장 하이브 시티 아이언 그라드 정복에 앞서 병사들에게 연설하는 로드 하이 커맨더 솔라 마카리우스.
곧 가볍게 도약한 마카리우스는 지배불가의 동체를 딛고 서서 사열한 군단을 바라본다. 그를 수행하는 기계교 사제들이 고대의 해석불가한 장비들을 마치 마카리우스를 암살하기라도 하려는 듯 로드 하이 커맨더를 향해 겨냥하자 마카리우스는 형상은 곧 허공에 거대한 영상으로 반영되어 전군이 그를 1:1로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병사들에게 세세한 작전계획을 설명해주는 성전의 대총사에게서 기대하기 힘든 소박한 태도에 사열한 병사들은 자신이 우주적 계획의 핵심에 서서 그 자신의 필요에 대한 신앙심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마카리우스의 압도적 인상에 대해 동료들의 반응을 레뮤엘은 이렇게 기록해 놓았다. 그들이 마치 고향의 예배당에 처음 출석해 설교를 듣고 광신도가 된 것처럼 로드 하이 커맨더가 제국에 불패의 승리를 안겨줄 것을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병사들 또한 그의 그림자에 서서 그의 전설의 일부가 되리라, 그것은 진실이었다. 병사들의 환호가 아이언 그라드에서도 들릴 거라 생각하는 레오 레뮤엘이 마카리우스의 전설적 카리스마를 목격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마지막이 아닐 것이었다.
벨리알 7 연대는 북서쪽을 통해 상기한 것과 같은 지옥같은 길을 통해야 했는데, 그것은 아이언 그라드의 주력을 남쪽의 수월한 진격로에서 묶어두곤 반대 방향에서 주공을 들이미는 계획이었다. 자연환경을 뚫고 지뢰밭을 몸빵해 길을 내고 드문 드문 설치된 경비포탑의 하향각을 향해서 돌진해 공격을 피하고, 기타 등등의 난관을 몇날 며칠 걸친 끝에 그들은 인구 소개가 이뤄진 진격로상의 주거지에서 이상한 구조물을 목격하게 된다.
3.1.2. 불의 우리
그것은 불탄 우리였다. 거대한 금속 새장처럼 생겼고 아래쪽에서 가열하는 방식이며 그 안엔 X자의 형틀이 줄지어 서 있었다. 물론 형틀엔 화형된 시체들이 가득했는데 피형자들이 소사하기 전에 질식사하지 않도록 호흡기까지 달려 있었다. 이것은 작은 것이 아니라 대단위로 시행되는 일종의 종교적 제의였고 아이언 그라드에 근접할 수록 우리의 출현빈도와 숫자는 늘어만 갔다. 병사들은 이 행성의 이단 혐의가 깊음을 확신하게 되었다.마카리우스의 오른팔로서 성전의 시작부터 끝까지 대총사를 수행한 제국 행정부의 성전 고문, 그리고 대이단심문관 하이로니무스 드레이크는 개전에 앞서 우주 곳곳에 자신의 세작을 뿌려 놓았다. 그는 이 시점에서 카르스크IV의 이런 소신제의에 대해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그의 보고서에 의하면 카르크스IV에는 ‘불의 천사 교단’이라는 황제교의 이단 컬트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느덧 회색 지평선 너머로 남쪽 방향의 전화와 함께 거대한 회색 하이브가 치솟아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 수천만이 살 듯한 대규모의 하이브 시티를 보고 레뮤엘의 심리에선 종전에 마카리우스의 작전에 가졌던 신뢰감이 조금이나마 흔들렸다. 북쪽에서 적을 흔드는 기만술이 저 거대한 규모 앞에서 얼마나 유효할 것인가 하는 그런 의문이었는데 최종적으로 그 작전은 유효했다. 고화력 떡장갑의 방어탑과 수만명의 수비병력이 내달리는 하이브 외벽은 범위에 들어오는 모든걸 순삭했지만 그 사정거리 바깥에서 제국군의 베인블레이드가 가하는 포격을 상대하기 위해 적들은 성문을 여는 우를 범했다. 섀도우 소드를 비롯해 아이언 그라드의 타이탄 킬러 떼거리가 뛰쳐나온 열린 성문은 1순위 목표물이었고, 아무리 인더스트리얼 월드 특성상 깔볼 수 없는 장비를 지니고 있대도 PDF와 제국 정규군은 인적자원에서 질이 틀렸다. 곧 깨져서 퇴각하는 적들을 다시 수용한 성문이 무언가 기능이상이라도 생겼는지 폐쇄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각 전선 지휘관들과 사령관, 로드 커맨더의 눈에 들어오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는 것이라 곧장 문을 확보하라는 지령이 최전선에 하달됐다. 이 지령은 목숨을 내놔야 하는 것이었는데 만약 저 반쯤 열린 채 닫히지 않은 문이 적의 유인책이라면 가장 먼저 뛰어든 자는 죽음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점은 레오 레뮤엘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뒤에서 지시내리는 데는 돈이 들지 않는다고 주저하는 그에게 전차장인 중위의 질책이 떨어지고 별 도리가 없이 레뮤엘과 일당들이 탄 ‘지배불가’는 눈 딱 감고 적의 성문을 최초로 돌파한다. 다행히도 그것은 함정이 아니었고 그것이 천행이란걸 전차장도 알았는지 그는 행운이었단 반응을 보인다. 중위 밑에 배속돼서 계속 비위나 맞추던 새까만 간부 후보생은 어렵사리 행운이 아니라 올바른 판단의 결과였다 윤색했다고 그렇게 레뮤엘은 기록했다. 얕은 저항 속에서 제국군은 황철광 제련 공장구역의 코앞 까지 진출한다.
3.1.3. 유인책
그 날 밤, 지배불가를 선두로 공장구역의 주진입로를 수비하고 있던 제국군에게 일련의 소규모 적들이 구조물과 성벽들 사이에 터를 잡곤 각종 중화기 보병들을 데리고 게릴라 역습을 가해온다. 다만 특이한 점은 그들 가운데 제국군의 커미사르와 비슷한 입지에 있는 듯한 전에 보지 못했던 무언가가 있다는 것으로, 그것은 불의 천사 교단의 사제들이었다. 그리고 그 사제들은 발화계 사이커였다. 두상에 해일로처럼 불을 두르고 있는 그 사제들에게 라스건이나 라스캐논의 열과 빛은 무용지물로서 되려 그들을 강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전차 포격까지 견뎌낼 역량은 안 되었는지 모조리 격파되었다.문제는 다음 날이었다. 행성방위군의 적갈색 제복의 물결이 파도와 같이 밀려들어 전날의 올린 스코어를 뺏어가겠다는 듯이 제국군을 모조리 쓸어버렸고, 제국군의 베인블레이드는 전부 행성방위군의 섀도우 소드가 뿜어낸 볼케이노 캐논을 맞고 불덩어리로 화했다. 레오 레뮤엘과 일당들이 탄 지배불가의 머신스피릿도 중과부적 끝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수백년의 생명을 다하고 적갈색 인해 속에 거대한 섬으로 남게 되었다. 중위를 포함한 다수의 승무원이 폭압과 파편에 피격당해 전사하고 지휘권 인수를 해야 할 간부 후보생은 중위의 뇌수를 뒤집어 쓰곤 실성했고 어린 부사수는 도움이 안 되는 상태에서 숨죽이고 있진 못할 망정 적들의 바다에 수류탄을 까대며 같이 죽자는 안톤과 이반을 보면서 레뮤엘은 처음엔 이 광인들이 뭐하나 싶었지만 멈추지 않는 그들에게 자포자기해 웃음을 터뜨린다. 역시나 얼마 안가 그들은 발각되었고 화재와 적의 침입이 겹쳐서 절명위기에 처한 그들에게 황제의 기적이 찾아온다. 그것은 하늘과 땅에서 동시에 나타났다. 스페이스 마린과 워로드 타이탄이었다.
격파된 베인블레이드 위에 드롭포드를 타고 떨어진 스페이스 마린 챕터 데스 스펙트리는 곧장 거칠것 없이 몸 한군데 닿는 순간마다 적들을 초살하곤 저 멀리 사라져 갔고 거대한 기계신이 제국군을 이끌곤 지축을 울리면서 적을 그들이 온 방향으로 온 적이나 있냐는 듯이 불과 잔해와 시체만 자리에 남긴 채 하이브 내부로 진군해갔다. 어느덧 지배불가의 승무원들은 상황정리된 허허벌판에 방기돼 있었고 레뮤엘은 이 작전의 진의를 깨닫는다.
대총사 솔라 마카리우스가 알보병들을 상대로 작전을 직접 브리핑한건 다름이 아니라 작전의 완성을 위해 투입될 병사들에게 딱 필요한 정도만 알려준 것이었다. 첫 번째로 성문을 뚫은 제국군은 남쪽 전역에 밀집한 적의 주력을 다시 꾀어내기 위한 일종의 미끼로 활용된 것이었는데 카르스크의 행성방위군 주력은 남에서 북서로 하이브를 종단하느라 그 심장부로 향하는 통로를 제국군에게 그 자신들과 함께 노출시켰고 때를 기다리고 있던 북서쪽의 타이탄을 동반한 공격대는 이 기회를 틈타 하이브를 손아귀에 넣은 것이었다. 레오 레뮤엘은 미끼가 되었다는 사실에 불만은 없었다고 이 비망록에서 밝힌다. 원래 가드맨이란 서서 죽는 존재고 스페이스 마린을 투입해 주었다는 것은 그래도 로드 하이 커맨더가 미끼역의 안위를 신경 써 주었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라 하였다. 지배불가의 생존자는 이 시점에서 모두 총 12명 중 다섯이었다고 쓸데없이 확실한 임페리얼 가드의 전사자 기록은 전한다. 중위 부사수 라이커, 상등병 헤세, 이등병 레뮤엘, 안톤, 이반, 그리고 이름이 나오지 않는 레뮤엘의 부사수가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하이브를 최초로 돌파한 공훈을 기념해 항복한 총독의 사치스러운 이동수단을 타고 나타난 솔라 마카리우스로부터 직접 수훈되었고, 레오 레뮤엘은 그 순간을 이렇게 묘사했다.
우리 전부가 마카리우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온 우주가 버티고 있는 듯 했다. 예식의 대한 기대로 차오른 이 분위기는 전에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이었다. 난 베인블레이드 두대 사이에 가설된 연단의 왼쪽에 서 있었는데, 나는 느꼈다. 모든 병사들이 꼭 말 한마디로 그들의 인생을 개조할 수 있는 선지자의 도착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어떤 메마른 세상의 표면도 적실 것 같은 어마어마한 군중의 종교적 열기 속에서 그 분위기에 고조되지 않은 사람은 중위 부사수 한명 뿐인 것 같았다. 빛나는 타원형 비행정이 도시의 머리 위에 나타나자 거대한 함성이 마카리우스의 도착을 알렸다. 그건 군용이 아니라 호화로운 황금과 홍옥으로 장식된 행성총독의 자가용이었다. 다른 상황이었더라면 그건 우중충한 듀라스틸 전차들 사이에서 지독하게 촌티날 것 같아도 그러나 거기 탑승한 인물이 마카리우스라는 생각만 해서도 모든 걸 바꿔버렸다. 그 비행정은 세계의 정복자에게 완전히 딱 맞는 물건이었다. 그 하강한 황금 차량의 열린 문에서 뻗어나온 계단을 밟으며 수행원에게 둘러싸인 마카리우스가 제왕처럼 나타났다.
플랫폼 바로 옆에 있던 내 위치에서 난 그분의 형상을 완벽히 볼 수 있었다. 언제나와 같이 그는 필멸자 신 같았다. 그가 입은 개인 보호 장구로 가릴 수 없는 광휘가 서린 그는 심지어 이단심문관 드레이크와 스쿼트들, 근육질의 세야누스 장군같은 가공할 인물들도 간단하게 일식처럼 가려버렸다.
그때의 기록을 보노라면 군대의 환호, 갈채를 자신의 당연한 몫인 듯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받는 그의 모습은 지금의 당신이 보더라도 오만이 아닌 합당한 자격으로 비칠 것이다. 마카리우스껜 당신이 필멸자 이상의 존재를 마주하고 있다 느끼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는데, 그는 당신을 사소한 것으로 격하시키는 스페이스 마린이 가진 품격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하지만 그것은 또 스페이스 마린들과는 다르게 인간과 동떨어진 존재로서의 그것이 아니라 그는 여전히 인간이셨다. 그리고 그가 생을 사는 고원한 경지에까지 당신을 끌어올리는 그런 인간으로서 당신을 대해주시는 그런 인간 말이다.
이런 아우라를 두른 인물이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자신들을 주목하자 레뮤엘과 일당들은 부끄러움에 제대로 대처할 줄 몰랐고 레뮤엘 자신은 수훈이 어떻게 되고 마카리우스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제대로 신경쓰지 못한 채 그가 말하면 대답하고 그게 칭찬하면 감사하며 얼어 있었다고 한다. 마카리우스의 한번 쳐다보는 시선에서 시선의 대상은 마카리우스의 관심 전체가 대상을 향해 쏟아져 내리는 걸 느끼고 마카리우스가 한번 말하는 데엔 그의 진실된 관심이 묻어나는 것 처럼 들렸다 한다. 수훈받은 ‘지배불가’의 생존자 중에서 마카리우스의 그런 모든 것에도 저 멀리 떨어진 무언가처럼 미동도 보이지 않은 건 중위 부사수 한명 뿐이었다고 레뮤엘은 전했다.
내가 기억하는 그분에 관한 대부분은 그의 인상에 관한 것이다. 꼭 오직 그분만이 굳건한 존재이고 그 분 주변의 나머지 전부는 그림자로 되돌려 버리는 마카리우스 그분은 진정으로 거기 존재한 분이셨다. 젠장, 난 내 여생 전부를 그 분을 어떻게 묘사해야 될까 단어 고르는데만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결국 아무리 골라봤자 다 의미 없을 것이다. 그것들은 그 인간의 순수한 원초적 권능을 하나도 당신에게 전달할 수가 없을 거니까.
레오 레뮤엘은 더불어 써 놓기를 그 당시 자신은 이것이 자신이 마카리우스를 보게 될 마지막 순간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물론 그 예상은 틀렸다.
3.1.4. 아이언 그라드와 불의 천사 교단
당시 이단심문관이던 前 대이단심문관 하이로니무스 드레이크가 대이단심문관 톨에게 보낸 보고에서 불의 천사 교단이 무엇인지 찾아볼 수 있다. 하이로니무스 드레이크는 아이언 그라드가 점령되기 직전만 해도 불의 천사 교단의 위험성을 간과한 채 황제교의 이단인 이것을 흥미롭게 파악했으며 자신들 스스로가 우주적 진실의 소유자라 믿는 이 행성과 목숨을 바칠 준비가 돼 있는 그 PDF들을 보곤 ‘이런 믿음을 고수하려 드는 태도는 경이로울 정도며 이 행성의 참 신앙으로의 재교육이 가치 있는 일이라 믿는다.’ 정도로 써 놓았다. 동 보고서에서 그는 ‘성스런 불의 자식들’ 이라 일컬는 교단의 사제집단을 샘플로 생포했으나 이들이 우려스럽게 강한 사이킥 파워로 자결을 택한 것을 보곤 사이킥 능력을 지닌 이단들 뒤에는 항상 악마적인 힘이 원천으로 있었노라고 이들의 능력의 근원이 인류의 적에게서 오는진 알 수 없으나 그에 관하여 우려도 표시한다. 하지만 이 두려움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보다 거대한 것으로 바뀐다. 그의 후속 보고서에 따르면 총독은 사실 허수아비고 카르스크IV의 실세는 불의 천사 교단으로서 수천년에 걸친 제국 중앙과의 단절 끝에 불의 천사 교단의 상위 기구여야 할 황제교단은 이미 뼉다구만 남고 무력화 된 지 오래였다. 이것은 단순히 이단이 있다는 정도의 문제를 떠나서 이 행성에서의 대민對民전략의 전면 수정이 필요함을 뜻하는 것으로, 언제나 창업보단 수성이 어렵단 말처럼 마카리안 크루세이드를 진행하는 제국군은 결국은 이 행성에 영구주둔하고 지키고 있을 것이 아니라 다음 목표물로 이동해가야만 할 운명이었기 때문이었다. 행성의 정부가 항복해도 행성의 성민들이 이후 제국에 불복종하면 정복과 재정복의 헛된 소모가 초래될 것이다. 불의 천사 교단은 행성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체된 것이라 민간과 이것을 분리해 낸다는 것은 가능해 보이는 일이 아니었을 뿐더러 더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그들의 교리였다.불의 천사 교단의 가르침 속에서 황제는 여전히 근본적인 존재로 설정돼 있으나 그의 업적과 행위는 절대적 인격신의 그것이 아니라 자연신, 아니, 개념신적인 배경에만 앉아 있는 존재로 전락해 있었고 그 자리를 대신 꿰찬 것은 황제의 메신저로서 황제의 지시를 전달해 나르고 집행하는 황제의 우편에 앉은 ‘불의 천사’로 어느 새 변조돼 전해 내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불의 천사가 황제의 메신저이자 메시아로서 모든 중생의 영혼을 불로서 정화해 다시 황제께로 귀환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교단의 교리에 입각해 이 불의 천사 교단과 카르스크IV엔 화형과 소신제의가 일상화된 것으로 진상이 드러났다.
더불어 항복한 총독이 자신의 일족이 집권하는 카르스크V로의 도주에 성공했는데, 어이지는 드레이크의 보고서는 하필 그 시간동안 임페리얼 네이비의 행성 포위에 틈이 생겼고 이것은 네이비 사령관이 가드 총사령관 세야누스가 일전에 그의 복장문제를 지적한 것에 앙심을 품고 저지른 앙갚음이었다는 실로 어이없어서 되려 믿음이 가는 행위로 인한 것이라 이 사태의 전말을 전했다.
때문에 제국군의 주공방향이 다시 IV에서 V로 이동해 감에 따라서 카르스크IV와 아이언 그라드엔 전에 비할 바 없는 치안유지군 수준의 병력만이 남게 되었다고 레오 레뮤엘의 비망록은 당시 상황을 전한다. 멈출 수 없는 강철 괴물을 타고 막을 수 없는 화력을 쏟으며 뚫을 수 없는 장갑 안에서 베인블레이드 전차병으로 복무하던 자신이 파리목숨인 땅개 알보병으로 전락했다는, 그리고 그 느려터친 제국의 관료주의로 새 전차에 배속받을 시기라면 늙어죽고 백년 뒤에나 가능할 거라는 생각에 레뮤엘은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그리고 치안유지 임무는 만만치 않게 위험했다. 불의 천사 교단의 사이커들은 광선무기도 실체탄도 통하지 않고 리만러스 및 제국군 MBT를 쇳물로 만들어 버리는 괴물들임이 시간이 갈 수록 드러난 것이었다. 하이로니무스 드레이크의 보고서에서 그는 교단의 사제들은 전원이 언생션드 사이커로서 그 능력의 강함이 위계의 척도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그들의 배후에 파멸의 힘, 카오스가 관여하고 있다고 두려움에 찬 확신을 가진다. 마카리우스는 하이브 시티를 점령한 후 즉각적인 특명으로 모든 화형 우리를 철거하라 명하고 반대로 반란자들은 인정사정 없이 잔혹하게 화형에 처할 것을 명했지만 불의 천사 교단의 게릴라 행위는 기승을 부리길 계속했다. 레오 레뮤엘은 어느 날 어퍼 하이브의 광장에 고위 사제무리가 사병들을 데리고 나타나 군중을 대상으로 하는 설교를 진압하라 명받고 중위 부사수의 지휘에 따라 현장에 투입된다.
3.1.5. 악화일로
키메라 안에서 라이커가 레뮤엘 일당들 및 가드맨들에게 한 브리핑에서 당시의 전황을 살펴볼 수 있다. 레뮤엘 트리오 가운데 한명인 안톤의 물음에 라이커는 이렇게 답했다. 무조건 광역기에 안 걸려 들도록 하차 즉시 산개하고 적들에게 무용지물이니 차량을 엄폐물로 삼지 말 것이며 라스건은 사이커를 강하게만 할 뿐이니 실체탄이 있으면 쓰고 없으면 수류탄 위주로 대응하되 사이커가 아닌 적의 사병들이라도 자살폭탄을 메고 있으니 접근을 허용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동시에 차량에 탄 전원의 시선에 레뮤엘에게 집중됐다. 레뮤엘은 자신이 라스건이 아니라 싸제무기인 샷건을 들고 있고 그게 실체탄 무기이기 때문이란걸 잘 알고 있었다. 샷건은 임가가 주로 처하는 근접전에서의 난전에 압도적 우위를 제공했지만 산탄을 쓰는 이유로 사용자가 아군의 등 뒤에 서지 못하게 만드는 난감한 약점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레오 레뮤엘이 이후 마카리우스의 경호원으로 복무하며 그의 등 뒤에 샷건을 들고 선 자로서 마카리우스가 그에게 보내는 신임의 상징 혹은 척도로 타인들에 눈에는 비치는 것 같았다고 레뮤엘 스스로는 적고 있다. 물론 전장에서 그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항상 남들의 앞에 서야 되는 운명을 이 샷건과 함께하게 된다.불신자 제국군을 화염으로 맞이하는 사제들에게 레뮤엘의 이 샷건은 그닥 효용성이 없다고 판명됐다. 산탄의 쇠구슬들은 사제들이 두른 열기 덕택에 접근도 못하고 녹아버렸고 대책없이 당하는 전우들에게 사제의 시선이 고정된 틈을 타 레뮤엘이 죽음을 무릅쓰고 깐 수류탄도 사이실드에 막혀 비슷한 길을 걷게 되었다. 분노한 사제의 손에 그대로 재가 될걸 예상해 영웅적으로 수류탄을 던졌음에도 마지막에는 별로 영웅적이지 못하게 눈을 꼭 감은 레뮤엘에게 이번에도 황제의 구원이 찾아왔다. 스페이스 마린들이 썬더호크를 타고 현장에 나타난 것이다. 라이브러리안의 힘 앞에 사이커들은 저항하지 못하고 곧 자신들이 가드맨에게 그랬던 것처럼 소멸돼 버린다. 자신의 용기를 칭찬하듯 어깨를 한번 쳐주고 지나가는 스마를 보고 레뮤엘은 이번 작전에서도 자신들이 이전과 유사한 미끼역으로 투입되었음을 깨달았다. 본 작전은 라이브러리안과 스페이스 마린을 상대로 불의 천사 교단의 이단자들이 얼마나 상대가 될 수 있는지 가늠해 보는 것이 그 목표였던 것이다.
승전에 다리가 풀린 제국군들의 목전에서 스페이스 마린들은 무언가 충격적인 보고를 받고는 황급히 현장에서 이탈했다. 어딘가 더 긴급하고 중요한 전장으로 향하는 것임이 분명했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제국군들이, 뿐만 아니라 그들의 적들도 알게 되는데, 이로 인하여 카르스크IV의 상황은 반전된다. 보다 제국군에게 명백한 악화로. 그것은 로드 하이 커맨더 솔라 마카리우스가 전투 중 중상을 입고 쓰려졌다는 것이었다.
3.1.6. 탈취된 승리
누군가는 그가 중상을 입었다 하였고 누군가는 그가 이미 죽었다 하였다. 도대체 어쩌다 제국의 최고 사령관이 최전선에 나가서 전투를 하는 일이 일어날 수나 있는가? 제국군의 사기는 곤두박질 쳤고 머잖은 명절에 아이언 그라드에선 대봉기가 일어날 거라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이라면 부상당한 대총사가 어퍼 하이브의 귀족 병원으로 수송되리란 것이었고, 마카리우스를 자청해 지키려는 듯 비번을 맞은 수천의 제국군이 병원의 앞에 운집해 있었다. 마카리우스가 대수술을 거쳐 회복실에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그에 얼마 안 있어 라이커 휘하 일전에 마카리우스로부터 수훈받았던 ‘지배불가’의 생존자들은 벨리알 7연대 상부로 불려가 마카리우스의 호위 임무를 명령받게 된다. 로드 하이 커맨더 정도의 최고위 인사는 그 경호임무에 있어서도 그 영광의 분배비율을 맞출 필요가 있었다는 게 이 명령의 배경에 있었으리라고 레뮤엘은 짐작한다. 그리고 수훈자인 자신들은 아주 좋은 전시거리였고.그리고 레뮤엘과 5인의 일당들이 타 연대에서 지원된 경호병력들과 교대로 경호를 선지 얼마 되잖은 밤, 하이브에선 예고되었던 대봉기가 일어났다. 수십만의 군중이 불의 천사 교단에 등을 떠밀려 마카리우스가 체제한 병원으로 밀려들자 제국군의 전차장벽은 발포를 시작한다. 야밤에 이런 긴급사태를 맞이해 기상한 레뮤엘 일당은 비무장 시민과 적군을 무분별하게 학살하는 제국군 중화기에 경악을 금치 못하지만 레뮤엘은 이것이 제국군으로부터 돌이킬 수 없는 민심이반을 초래하기 위해 교단이 획책한 것임을 눈치챈다. 저지선을 돌파한 적군이 아직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은 이미 피바다였는데, 애시당초 이 적진의 복판에 있었던 본 시설엔 적의 작전원들이 침투해 있었던 것이었고, 사태의 심각성을 아는지 모르는 파악할 수 없이 무미건조한 표정을 한 중위 부사수 라이커는 5인의 대원들을 이끌고 마카리우스의 호위를 최우선 목표로 선정해 로드 하이 커맨더의 병실로 직행한다. 샷건을 든 레뮤엘은 분대의 최선두라는 자신의 자리를 여기서도 지키게 되는데, 곧 그들은 기이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들이 정리한 적의 대원을 외에도 그들을 척살하는 누군가가 이 건물에 있다는 것이었다. 샷건도 아니고 라스건은 더욱 아닌 어떤 실탄병기가 적들을 반드시 뒤에서 겨냥해 사냥한 흔적이 그 증거였다. 적들의 내분이었을까, 그들은 알지 못했으나 이미 마카리우스의 병실은 쓰러진 경호원들을 뒤로 하고 전장이 되어 있었다. 천장이 달린 거대한 침대를 엄폐물 삼아 적과 교전하던 마카리우스를 레뮤엘 일당은 구조해 내는데, 라이커의 목소리를 들은 마카리우스는 한번 보면 놓치지 않는 초인간적 기억력으로 소리만으로도 그들 여섯명이 누구인지 기억해낸다. 인간이자 초인인 마카리우스는 정상적인 운신을 할 수 없었음에도 가공할 무력을 가진 빛나는 존재였으나, 기세등등한 마카리우스와 감정이라곤 상실한 라이커의 지휘를 받으며 방을 벗어나던 레뮤엘은 마카리우스의 얼굴을 빛내는 안광 속에서 빛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발견한다. 그리고 레뮤엘은 어쩌다 대총사가 최전선에서 중상을 입었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고, 그 이유를 이렇게 기록했다.
그는 창백해 보였고 상체와 두부는 붕대처리가 돼 있었다. 더 많은 수의 경호원들이 땅에 널브러진 채 그의 곁에 쓰러져 있었다. 그들은 마지막 한명까지 그를 수호하다 죽은 것이다. 마카리우스 그 자신은 우리에게 씨익 웃었다. 그의 눈 속에서 반짝이는 것은 광기에 가까운 것이었다. 나는 그때 어째서 로드 하이 커맨더가 공격을 진두지휘하고 어쩌다 그의 부상들을 얻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는 전투를 즐겼고 불타는 열정으로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그도 그런 사람의 하나였다. 우릴 겨냥하던 그의 볼트 피스톨은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 말할 필요도 없이 나는 그가 어떤 저항이라도 있다면 즐겁게 그것을 사용할 것임을 의심치 않았다.
마카리우스는 사령관이고 군인이고, 전사였다. 그는 장기복무한 많은 군인들이 그렇듯 전투의 쾌감이 삶의 필수요소인 중독된 전사였다. 로드 하이 커맨더라는 직위는 그의 개인적 무용에 대한 욕구를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머지않아 그들은 병동 복도 한 가운데서 레뮤엘 일당과 면식이 있는 의외의 인물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피로 전신을 적시고 한자루 장총을 든 여자 간호사로서 레오 레뮤엘은 앞으로 펼쳐질 20여 년간의 기록에 그 여성의 이름을 ‘안나’ 라고만 표기하였다. 레오 레뮤엘은 임페리얼 가드를 집으로 둔 군인으로 정주하지 않고 떠돈 행성과 전장마다 다수의 여자들과 만났음을 비망록에 숨기지 않았으며, 이 ‘안나’라는 인물은 그가 카르스크IV에서 마음에 담은 여자라고 할 것이다. 레뮤엘은 그녀의 간호사 동료들과 함께 소개팅을 가진 적이 있었으되 당시 안나는 불의 천사 교단의 극렬 추종자로 자처하는 인물로서 레뮤엘은 이 여자가 제발 그 극단적인 발언들을 물러주길 바랐고, 그것을 거부할 시 그녀를 헌병대에 넘기고자 마음먹은 적 있었다. 동시에 그 소개팅에 나온 다른 5인의 간호사 중 가족이 소신제의에 희생된 한명만을 제외하고 아무도 안나의 발언을 제지하지도 않고 오히려 긍정하는 반응을 나타내었으니 이는 당시 천연가스가 불타는 날개의 대천사 성상으로 빠짐없이 치장된 이 행성의 불의 천사 신앙이 교단으로부터 강요된 것이 아니라 행성에 깊이 일체화 된 것임을 나타내는 바라 할 것이었다. 그런 여자가 적들이 마카리우스를 노리는 이 자리에 무장한 채 나타났으니 저 여자를 알고 있는 레뮤엘 트리오의 총구가 곧장 그녀를 겨냥했다.
그러나 솔라 마카리우스가 그들을 제지했다. 그가 말하길 그녀는 인퀴지터 하이로니무스 드레이크의 수하라는 것이었고, 그녀는 주어진 임무에 따라 마카리우스를 지키러 달려온 것이었다. 마카리우스의 지시에 따라 그녀는 마카리우스와 일행을 병동의 탈출구로 안내하였고, 적의 사이커들과 인해가 제국군의 전차방벽을 뚫고는 마침내 병동에 진입했으나 때는 늦었다. 로드 하이 커맨더와 레뮤엘 일당, 그리고 인퀴지션의 암살자 ‘안나‘는 사살한 교단 신도의 복장으로 환복하고 적의 무리 가운데 떠돌다 인파에 섞여 현장을 무사히 이탈한 것이었다.
3.1.7. 마카리우스의 고백
하이브 시티내부에서 모든 제국군이 축출되고 마카리우스와 ‘지배불가’의 수훈자들은 수천만 적갈색 이단의 바다 가운데 고립되었다. 그들은 일단 적이 점령한 어퍼 하이브가 아니라 치외법권이고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언더 하이브에서 사태를 관망하기로 결정한다. 피로 물든 간호부 의상을 하고 무장한 패거리가 언더 하이브에 나타나자 마카리우스 일행을 신생 갱단으로 인식해 시비터는 하이브 갱들은 감정을 상실한 중위 부사수의 공격을 받고 내뺀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솔라 마카리우스의 차도가 악화되기 시작했다. 대수술을 한 직후 격한 거동을 한 후유증이 닥쳐온 것이다. 혼수상태에 빠졌다 회복되기를 반복하는 그와 나눈 대화를 이등병 레오 레뮤엘은 기록하였다. 마카리우스의 자기에 대한 믿음과 제국을 향한 신념에 관한 것이었다. 질문을 시작한 것은 마카리우스였다. 대총사가 알보병과 많이 소통한다는 사실은 알려진 것이었기에 레뮤엘은 이때 당황하지 않았다. 레뮤엘은 병자의 몸으로 언더하이브의 폐허에 누운 로드 하이 커맨더의 심정이 이때 궁금했다고 비망록에 써 놓았다, 그는 일순간 모든걸 손에 쥔 자에서 모든걸 잃어버리고 전락한 상황이었다.‘벨리엘에 대해서 말해보게, 레뮤엘, ‘어떤 곳인가.’
‘무엇에 대해 알고 싶으십니까, 장군님.’
‘뭐하는 곳인가, 일종의 포지월드인가.’
‘인더스트리얼 월드입니다, 아뎁투스 메카니쿠스와 제휴관계이긴 하지만 포지월드까진 아닙니다, 주로 부품을 납품했죠, 그게 확실히 어떤 것들이었는진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만, 대분열 시기동안 교역로가 불안정했고 무역선이 뜸했습니다.‘
‘공장서 일했나?’
‘길드 공장 소속이었습니다, 장군님. 제가 제국군에 지원하기 이전이었죠, 저희가 전부 그랬습니다, 안톤도 그렇고 이반도 그렇고 저도 그렇습니다.’
‘지원동기가 뭔가, 모험인가?’
‘무엇에 대해 알고 싶으십니까, 장군님.’
‘뭐하는 곳인가, 일종의 포지월드인가.’
‘인더스트리얼 월드입니다, 아뎁투스 메카니쿠스와 제휴관계이긴 하지만 포지월드까진 아닙니다, 주로 부품을 납품했죠, 그게 확실히 어떤 것들이었는진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만, 대분열 시기동안 교역로가 불안정했고 무역선이 뜸했습니다.‘
‘공장서 일했나?’
‘길드 공장 소속이었습니다, 장군님. 제가 제국군에 지원하기 이전이었죠, 저희가 전부 그랬습니다, 안톤도 그렇고 이반도 그렇고 저도 그렇습니다.’
‘지원동기가 뭔가, 모험인가?’
이 ‘심문’은 약간 자신을 불편하게 만들었다고 레뮤엘은 밝힌다, 레뮤엘은 지역 갱단한테 죽는것 말고는 다른 살길이 없어서 지원했다고 말하길 원치 않았고 고개만 주억이는 그에게 마카리우스는 레뮤엘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 시점에서 레뮤엘은 마카리우스가 자신에게 하는 질문을 바탕으로 눈 앞의 로드 하이 커맨더가 자신에게 같은 질문을 해 주기를 간접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이 반대로 마카리우스에게 물었다. 그리고 레뮤엘은 마카리우스가 자신의 이런 생각도 윗사람이 필히 갖추어야 할 덕목인 사람의 심리를 읽는 통찰력으로 이미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장군님께서도 그러하시었는지요.’
이 질문에 마카리우스는 자신의 이상에 대한 회고를 시작한다.
다른 사람이 말하면 비웃었을 내용은 마카리우스의 앞에서 심각하고 진지한 것이 되어 정언 선언처럼 떨어졌다.
‘그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지, 레뮤엘. 황제 폐하를 위하여 난 봉사하고 싶다. 난 그분의 평화를 회복시키고 그분의 빛을 우리가 차지한 우주의 구석까지 밝히고 싶단 말이다.’
‘가치있는 목표이옵니다, 장군님.’
‘오로지 가치있는 목표지, 레뮤엘.’‘인류를 대분열은 나약하게 만들었고 우리의 영토를 그것은 외계인과 이단자에게 허용하였고 수천개의 우리의 세계와 수천억의 우리의 동족을 우주적 악의 사냥거리로 만들었다. 우리가 그것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그것을 변화시킬 수가 있음이야.’
‘거대한 일일 것 같습니다, 장군님.’
‘가치있는 목표이옵니다, 장군님.’
‘오로지 가치있는 목표지, 레뮤엘.’‘인류를 대분열은 나약하게 만들었고 우리의 영토를 그것은 외계인과 이단자에게 허용하였고 수천개의 우리의 세계와 수천억의 우리의 동족을 우주적 악의 사냥거리로 만들었다. 우리가 그것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그것을 변화시킬 수가 있음이야.’
‘거대한 일일 것 같습니다, 장군님.’
레뮤엘이 말했다.
‘지나치게 거대하다 자네는 생각하겠지, 그러나 아니다. 제국군 전체에게는 그렇지 않다. 단 한사람이나 몇십만 정도에게는 너무 큰 꿈이겠지, 하지만 제국이 동원할 수 있는 저력 앞에서 너무 거대한 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함께하지 않는다면 우린 파멸한거나 다름없지, 이상하게 들리겠지, 난 분리주의자들이 뭘 믿는지, 아직도 폐하를 믿음 속에 간직하는지 그런 건 상관하지 않아. 레뮤엘, 내가 신경쓰는 것은 인류의 영역에 남은 반역의 파편이 우리를 찢어놓고 있다는 사실이지. 황제의 통치 아래서 우리는 무적이다. 분쟁하는 수천개 열국으로 쪼개지면 우리는 몰락한다. 누군가는 이것을 모두 되돌려야만 한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귀하 본인이시라 생각하시옵니까, 장군님?’
‘그리고 그 누군가가 귀하 본인이시라 생각하시옵니까, 장군님?’
그것은 레뮤엘이 비망록에 회고하길 자신으로서는 거의 무례한 질문이라고 하였으나 동시에 마카리우스는 이상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했다. 로드 커맨더 솔라 마카리우스가 이병 레오 레뮤엘과 교환한 대화는 마카리우스 본인의 자문자답이기도 하였고 그런 그를 보고 레뮤엘은 마카리우스가 앓는 부상이 그에게 영향을 끼쳤으리라 생각한다. 마카리우스가 말했다.
‘더 나은 자가 없다면, 레뮤엘, 그렇다. 그자가 바로 나다.’
3.1.8. 이단심문관 하이로니무스 드레이크
마카리우스의 고백이 있기 전, 언더 하이브에 안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검고 껑충한 인영 하나가 그들과 접선했다. 마카리우스는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고 일행은 그를 적대했으나 안나에게 명령해 곧장 총을 내려놓게 만든 그는 이단심문관 하이로니무스 드레이크요 마카리우스의 오른팔로서그는 키가 크고 길며 창백한, 수도사와 같이 금욕적인 얼굴을 가졌다. 두건이 늘어진 무거운 검은 긴 망토를 입은 그는, 나중에 내가 알게 되었고 차라리 몰랐으면 좋을 그 자는 다름 아닌 드레이크였다. 그 당시의 내가 느낀 것만 해서도 그자는 당신이 눈을 마주치길 바랄만한 인물이 아니었고, 내 직감은 이런 쪽에서 항상 들어맞았다.
드레이크는 사이커였고 이 점은 안토니예프를 비롯한 병사들의 거부감 섞인 두려움으로 나타났는데, 공포를 주는 것에는 익숙하되 이단심문관이라는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을 가지고 높은 자에게든 낮은 자에게든 그들이 뭔가를 자신에게 요구하거나 자신의 요구를 거부하는 행위에 익숙하지 않는 그는 뜻대로 안되는 것에 불쾌감을 표시하는 태도를 상당히 오랬동안 떨치지 못한다. 이런 그의 반응은 마카리우스에게도 해당됐다. 언더 하이브에서 어퍼 하이브와 동태파악이 완전히 차단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이단심문관에게 그의 사이킥 능력을 동원해 아직 하이브 상층에 잔류한 이단심문관의 친위대 및 정보원과 접촉해 보거나 도시 밖에 포진한 제국군 본대의 사이커들과 텔레파시 통신을 시도해 보거나 아니면 적의 동태를 살펴 보라는 대총사의 지시에 드레이크는 ‘적의 사이커가 우리의 위치를 역탐할까 두렵다, 너무 멀어서 안된다’ 등으로 난감함을 표했고 레뮤엘의 비망록엔 이때 마카리우스가 이에 쏘아붙인 말까지도 기록돼 있었다.
‘어렵다 어렵다 어렵다, 자네는 나한테 어렵단 소리밖에 못하나?’
드레이크는 불쾌감 섞인 눈으로 마카리우스를 쏘아보았지만 제국군의 로드 하이 커맨더란 직위는 그 자신이 군부가 아니라 행정부의 명을 받고 왔되 성전에 소속된 이상 일개 이단심문관로서 거부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장시간 명상을 통해 이러저러한 시도를 해보던 그는 어느 순간 피눈물을 흘리더니 탈진하여 자신을 찾아온 예지의 내용을 전한다, 교단이 생포한 제국군을 제물로 악마 소환을 시도한다는 것이었다.
3.1.9. 침투
그것은 전쟁을 위한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그것 참 안좋은 소식이다’고 추임새를 넣는 안톤을 병신을 보는 듯 쏘아보더니물론 계획은 필요했다. 레뮤엘은 스페이스 마린 챕터 수십개가 필요할 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닥치고 있었고 드레이크는 극기의 참을성으로 앞으로 20년 이상 갈 빈정거림을 억눌러 ’제가 믿기로 그것은 당신의 분야입니다만.’ 수준에서 그친다. 이 소환을 막아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지상 최대의 명제처럼 선언한 마카리우스가 내놓은 계획은 그들이 문제의 성당으로 가서, 즉, 그 자리에 모인 아홉명이 수천만 이단자를 뚫고 의식이 집전되는 성당으로 걸어들어가 그것을 파토내자는 무척이나 비상식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도리가 있나, 그 사실을 알고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그들 뿐인 것을, 황제의 영광과 불굴의 용기라는 대단히 식상한 말을 하며 마카리우스와 일행은 다시 어퍼 하이브의 혼돈을 틈타 대성당을 참배하는 신자로 위장하여 소신제의가 이뤄지는 생생한 현장을 목격한다.
어퍼 하이브 전체에는 이상한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흥분한 인파가 발하는 기대감이 충만한 이 웅장한 하이브는 여전히 일상의 현장이었으나 주말에 차오르는 활기처럼 다가올 거대한 축제의 일부로서 동시에 존재하는 것 같았다. 성지순례를 하듯 끊임없이 신도들이 성당의 입구로 들어서고 있었다. 인간이 쌓아올린 산과도 같은 성당은 도시에 몰아치는 열기와 신앙이 농축된 뜨거운 공간이었다. 끝이 안보이는 계단과 정신이 혼미해지는 열기는 단순한 분위기 이상을 넘어서 불의 천사 교단이 집전중인 마법이 레뮤엘 자신에게도 영적, 육체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이었다. 레뮤엘이 남긴 비망록은 기록하길 무한한 계단의 위에서 자신이 그 날 떠올리고 겪었던 신성모독적인 상념마저 적혀 있었다. 간호사들과의 소개팅에서 지금 그 자신과 함께 대성당의 계단을 오르는 레뮤엘의 햇병아리 부사수는 화형으로써 곧 불의 천사가 죄인들의 죄악을 씻어내 황제의 곁으로 데려간다는 교단의 교리를 접하곤 마치 흑선에 체포돼 아스트로노미칸의 연료로 인생을 종칠 사이커들더러 황제교가 강론하는 교리와 비슷하다고 발언했다가 레뮤엘 트리오로부터 신성모독이니 입조심하라는 경고를 들은 바 있었다. 지금 레뮤엘은 교단의 마법과 신도들의 신앙이 내뿜는 열기와 계단을 오르는 노동으로 지치는 육체 속에서 불의 천사에 대한 믿음 한복판에 선 자신과 가치관이 흔들리는 믿음의 시험을 겪는 스스로를 발견하였다.
불의 천사 교단이 정말로 죄악인 것인가? 이들은 이들의 질서와 도리를 구가하면서 살고 있었고 반대로 제국과 황제의 빛을 전달한다며 이들의 대지를 침공한 우리가 죄인인 것은 아니었을까,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악마 소환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쓰게 만들었을까, 그것은 바로 제국군의 침공 때문이었다. 원인 제공자는 레뮤엘과 바로 그 자신이었다. 그들은 수십억 불의 천사의 신도 아래 던져진 단 아홉명 던져진 황제신자, 그들의 세계속에서 도리어 비정상이고 이단자는 우리 스스로가 아닌가. 레뮤엘은 이때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꼈다. 그런 그의 어깨를 부여잡는 누군가가 있었다. 이단심문관 드레이크였다. 이단심문관이 그에게 해준 말은 저항하라는 것이었다. 그 순간 이단심문관의 얼굴을 본 레뮤엘은 깨달았다. 레뮤엘은 이런 신앙심의 시험을 눈앞의 이단심문관은 항상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한다. 사이커였던 그는 소환중인 엄청난 악마의 영압에 짓눌려 내상을 입었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는데 그의 이런 고행을 보고 레뮤엘은 미안함에 가까운 감정을 느낀다.
이 화형이라 함은 종교적 제의의 산업화와 관광 코스로서의 상품화를 이뤄낸 무언가였다고 레뮤엘은 기록으로 설명하고 있다. 불의 우리가 희생자를 전부 불사르고 나면 이후 곧바로 다른 신선한 희생자를 붙들어 맨 새 우리가 자동화 체계에 의해 배치되며 우리 하나 당 한번 입장하는 신도들의 단위기준이 되는 것이다. 복층 예배당의 테라스 위에서 참배객들은 불의 우리가 화형을 집행하는 모습을 외경이나 두려움, 혹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참배하고 곧 출구를 향해 나가 다음 화형을 관람객들과 교대했다고 레뮤엘은 기록한다.
대성당 내부를 한바퀴 돌아 참배를 끝내고 나온 출구 주변엔 노점상들이 불의 천사 피규어나 불의 우리를 본뜬 기념품을 팔고 있었는데 일행은 무시무시한 화형과 대조되는 이런 일상적 광경에서 참으로 묘한 기분을 받는다. 우리의 교체 시스템을 살펴서 대성당의 어디에 제국군 포로들이 붙잡혀 있는지 파악한 마카리우스는 곧장 나가자마자 불의 우리들이 적재돼 있는 창고를 기습해가지곤 모든 제국군 포로를 해방해 적진에 혼란을 일으켰다. 마카리우스의 이름을 듣고 열병에 걸린 것처럼 사기충천한 그들과 함께 서서 일행은 싸우지 않았다. 가슴 아프게도 이 포로들의 역할은 적들을 시선을 돌리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었다. 그들은 포로를 구하기 위해 대성당에 온 것이 아니라, 파멸의 힘이 현세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포로들을 막기 위해 경비병력이 이동하자 마카리우스와 레뮤엘 일행은 눈에 띄지 않게 움직이고 때론 적들에게 팀킬을 하도록 유도해가면서 드레이크가 감지한 의식의 장소에 도달한다. 그 곳은 대성당 최상층에 위치한 내당이었는데 그 천장이 안 보이는 광대하기 이를 데 없는 공간에는 성당을 돌파하면서 일행의 눈에 띄지 않았던 대부분의 교단 사제들이 집결해 있었다고 한다. 그들의 사이킥이 집중되는 대상이 바로 연단 위에 서 있는 대사제였는데, 그 노인을 척살하면 소환의식은 중지될 것이었기에, 마카리우스는 곧 그를 처단하려 했으나 경비병력이 너무 많았다. 사제들은 트랜스 상태에 들어 있었는지 명상에서 깨어나지 않았지만 무수하게 몰러든 경비병력은 9인이 돌파하기에 너무 많았다. 슬슬 사제들이 명상에서 깨어나기 시작하고 마카리우스는 도망치는 대사제의 멱살을 잡아채지만 이미 늦었다. 그들은 이제 탈출해야만 했다. 임페리얼 가드의 전사자 기록은 여기서 레뮤엘의 비망록을 보충하여 그들이 헤세 상병을 잃었음을 확인하고 있다. 그는 악질이 아니었던지라 레뮤엘은 그의 죽음에 상심했다고 한다. 가스관이 설치돼서 항상 날개에 불이 붙은 채로 설치돼 있는 불의 천사 동상은 이 카르스크IV의 일종의 문화양식에 가까운 것이었다. 이 내당에도 3미터 크기의 상대적으로 작다면 작은 동상이 서 있었고, 마카리우스는 후퇴하기 직전 그 날개를 파괴해 가스관을 노출시키고는 수류탄으로 발화시켜 대폭발을 일으켰다. 그런 뒷수습에 힘입어 마카리우스와 레뮤엘 일행은 탈출에 성공하였다.
3.1.10. 재진격
결과는 좋지 않았다. 대사제를 제거하는 데는 실패하여 최종적으로는 가스폭발 사고로 의식이 일시 중단된 약 3일간의 시간여유를 획득했을 뿐이었다. 이미 적들은 경비를 강화했을 것이기에 재침투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고 마카리우스는 하이브 시티를 탈출해 제국군을 동원하는 것으로 노선을 수정한다. 제국군은 마카리우스의 생사여부도 모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때문에 일행은 우선 비행정을 훔치기로 한다. 어퍼 하이브보다 더 위층의 이착륙 플랫폼으로 훔친 차량을 타고서 돌진한 그들은 생사의 촌각을 논하긴 했지만 예상보다 수월하게 비행정을 획득한다. 포탑수이긴 했되 전차병한테 뭘 기대하냐며 총좌를 안 잡는 친구들한테 욕을 한바탕 퍼붓고 레뮤엘은 기총을 잡았다고 비망록에 서술하고 있다. 추격하는 적기를 상대로 하이브를 맴돌며 도그 파이팅을 벌인 그들은 결국 도시 대공방어망을 벗어나 로드 커맨더 세야누스의 본대와 접촉하는데 성공했고, 이때는 이미 불의 천사가 현세에 강림하기까지 하루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에 마카리우스는 그의 생환을 환호하는 목소리, 행성의 지하자원과 하이브의 생산시설을 확보하려는 목표, 하이브 내부에 단계적으로 진입하기 위한 모든 전략적 고려를 제쳐두고 연대의 전병력을 동원해서 쾌진격 하나만 전술의 요소로 설정했다. 그가 실패하면 궤도의 하이브는 궤도상의 네이비에서 치솟은 익스터미나투스의 작렬점이 될 것이다.정확히 소환완료를 12시간 앞두고 하이브는 전력을 뿜어낸 제국 지상군에게 파죽지세로 돌파당했다. 먼지로 하늘을 가리는 제국군의 진격이 마치 세상의 끝으로의 돌격 같았다고 레뮤엘은 적고 있다. 적의 손아귀에 다시 들어간 방어체계와 적의 군세에 의해 참혹한 피해가 초래됐지만 이는 단순한 감수의 대상이었다. 이미 변고가 목전에 임박했다는 징조가 행성의 지표면에 드리우고 있었다. 회색 암석의 지각이 쩍쩍 갈라지고 치솟은 마그마 사이에서 핑크빛 괴물들이 솟아나 불꽃을 뿜었는데 이것을 더러 이단심문관은 젠취의 하급 악마 호러라고 설명했다고 했다. 이미 진격계획을 수립할 때 하이브를 중심으로 갈라지는 지각의 형상이 마치 마카리우스 본인이 직접 대사제의 멱살에서 뜯어왔던 목걸이의 문양과 닮았다는 사실로 그들은 사태의 배후에 딛고 선 악의 존재가 무엇인지 어는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곧 뒤집힐 것 같이 갈라진 땅이 그린 건 젠취의 인장이었다.
레뮤엘은 금색과 녹색으로 도장된 마카리우스의 베인블레이드 ‘마카리우스의 사자’의 운전석에 착좌했다. 일전 대성당 침투 당시에 자신이 마카리우스의 등 뒤 허점을 노리고 달려든 적을 총살하자 마카리우스가 자신을 돌아보고 고개를 끄덕였던 것으로 분명 로드 하이 커맨더가 이것을 의식하고 있으리라 여겼던 것이 이런 형태로 나타났다. 레뮤엘은 ‘자리의 원래 주인은 어디로 갔을까’, 또는 ’이 차가 표적이 되기 딱 좋게 생겼다‘는 자신의 상념 뿐 아니라 한 동시에 이것이 자신과 그때에 함께 한 일행들에게 내린 대총사 나름의 보상이리라고 비망록에 밝히고 있다.
이런 행성을 흔드는 징조의 중심인 하이브는 이미 마경이었다고 묘사되고 있는데, 사람들은 이러한 징조 앞에서 공포에 떨며 집 안에 틀어박혔으며 인파들로 가득한 거리는 광기의 도가니였고 하이브의 공중은 물밀듯 닥치는 제국군을 허공을 수놓는 불비로 환영하는 플레이와 스크리머로 가득했다 한다. 그 악마들은 임페리얼 가드 대기갑 군단의 궤도바퀴 아래와 포화 앞에 남아날 수가 없었다. 하이브의 문화,미술양식으로서 사방을 채운 작게는 몇미터에서 크게는 수십미터의 쇳덩어리 천사상들이 살아 움직이며 하늘에서 쇳덩어리들의 비가 돼서 뛰쳐 내렸다고도 기록엔 써 있는데 하이브의 시민들은 자신들이 섬기던 존재의 기괴하게 일그러진 형상을 보곤 공포에 질렸다 한다. 그 동상들엔 모두 악마가 깃들어 있었다.
죽은 동상들이 살아서 뛰쳐내리기 시작할 때 드레이크가 신음을 흘렸다. 찔러드는 공포스러운 감각으로부터 그가 느끼고 전달한 것은 마신이 도래하기까지 채 한시간도 남지 않았단 것이었다. 째깍이는 초침이 천근같은 이때 마카리우스의 얼굴엔 아무런 긴장감도 걱정도 드리우지 않았다고 레뮤엘은 회고한다. 사령석에 앉아 지령을 내리는 마카리우스는 하이브의 3차원 구조도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말 한마디로 적진에 폭발을 일으키고 격화되는 전장에 전력을 투입하기를 자신의 수족을 움직이는 것처럼 능란히 하였다 했다. 곧 제국군은 대성당 주변의 탁 트인 공간을 확보했고 그 오엽된 하늘 위로 수킬로미터 높이 치솟은 권능의 건축물이 제국군을 압도했다. 저기 어딘가 높은 곳에서, 불경한 저 높은 장소에 서 있던 초고층 빌딩에 준하는 크기의 천사상들이 불타는 눈의 굶주린 시선을 한 채 깨어나 성당 주변에 포진한 이단자의 대군에 합류하여 제국군을 향해 돌격한다. 그러나 이 모든 적들의 시도는 키메라에서 하차한 수만 제국군 발과 기갑군단의 궤도 아래 핏물과 쇳덩어리의 잔해로만 남게 되었다.
보이는 것을 모조리 휩쓸어 버리더니 마카리우스의 베인블레이드는 대성당 정문을 무너뜨리고 내부에 돌입했다. 계단을 올라야 했다. 내당으로 향하는 그 길은 전차가 아니라 사람의 발로 걸어야 했다. 흰색과 황금색으로 몸을 두르고 최선두에 서서 돌진하는 로드 하이 커맨더에게서 더 이상 부상의 흔적은 느낄 수 없었다. 레뮤엘은 말한다. 로드 하이 커맨더, 솔라 마카리우스에게는 이상한 생명력이 있어 모든 상처를 빠르게 치유시켰다고 말이다. 레뮤엘이 대총사가 스페이스 마린과 같았다고 말한 것은 그의 분위기나 품위만이 아니었다. 볼트 피스톨과 체인 블레이드를 양손에 든 그의 앞에서 용력과 무력으로 버틸 수 있는 인간은 없었다. 인해의 장벽을 뚫으며 시체산을 쌓는 마카리우스의 용력과 무용은 인간임에도 스페이스 마린에 비견될 그런 것이었다고 비망록은 전한다.
유황냄새가 진동했으며 용광로처럼 뜨거웠고 인간을 미물로 만드는 대성당은 기이한 빛으로 빛나고 있었는데, 근원을 모를 그 빛에 사방이 너무도 밝았고, 때때로 벽엔 그 빛 안에서 있을 수 없는 그림자가 어떤 거대한 생물이 움직이는 듯 생겨나 흐르며 움직였다고 레뮤엘은 설명하고 있다. 엄청난 초자연적 무언가의 어마어마한 압도감이 느껴젔다. 공장단지에서 목도했던 워로드 타이탄 앞에 레뮤엘은 벌레였다. 그것과 비슷한 기분이었지만 이것은 그때의 수천배였다. 그때 자신이 벌레였다면, 지금은 미생물이다. 이때 레뮤엘에게 든 생각은 이단자들의 행위와 그들의 외경심 어린 숭배에 대한 이해였다. 자신들이 살아서 증거하는 신의 면전에 있다고 어떤 존재 앞에서 얼마나 많은 인간이 말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신성모독이지만, 레뮤엘은 밝히고 있다. 이 신적 존재와 비견될 것은 죽은 황제폐하의 옥좌와 그 안에 안치된 불멸의 존재 외에는 없을 것이라고. 좋든 나쁘든, 레뮤엘은 자신이 신성한 존재의 목전에 서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것은 악했고 끔찍했으며 신비스러웠다. 이런 경험은 인간의 인생에서 고된 순례행 끝에 단 한번 맞이할 수 있는 위대한 것이다.
내당을 향해 한 계단 더 올라갈 수록 천사들린 합창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곡조는 귀신들렸고 끔찍했고 아름다웠는데 그 한마디 한마디가 해골 속에서 메아리쳤노라고 레뮤엘은 고백하고 있다. 불의 천사를 향한 찬송가, 그의 영광과 믿는 자들에게 그가 약속한 보상과 거역하는 자들에게 내릴 처벌을 이야기하는 그 노래는 그냥 봤을 땐 황제교 신앙의 악의적인 모사처럼 보였지만 레뮤엘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불의 천사 교단에게, 적어도 그들에게 이것은 명백한 진실이었다. 발 디딜 틈도 없는 밀집한 공간에서 이뤄진 백병전 끝에 솔라 마카리우스가 이끄는 제국군이 그 내당에 돌입했고, 마카리우스의 곁에서 샷건을 들고 서 있던 레뮤엘은 이미 마신이 세상에 현계했음을 보게 되었다.
3.1.11. “불의 천사“
제국군이 마주한 공간에서는 막대한 무리의 사제들이 불쾌한 곡조를 노래하고 있었는데 그런 악마적 의식의 집중 가운데 있는 자는 가장 앞에 서 있던 일전의 대사제였다. 그러나 마카리우스가 이끄는 제국군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그 사제가 아니었다 한다. 천사였다. 그것은 내당의 광대한 공간 안에 이미 현현해 있었던 것이다. 불타는 열기의 날개에 내당의 휘장은 타오르고 천사는 자신이 뿜어내는 아지랑이 속에 서 있었다. 인간을 수백배 키운 비율을 가진 그것이 제국군을 굽어보았다고 레뮤엘은 적고 있지만, 그것은 그 현실에서의 육체의 한계일 뿐으로 실제로는 더 거대할 것이라고 그의 비망록은 설명을 더하고 있다.그것은 더 커 보였다, 마치 무한대한 어떤 존재가 현세에 허락되는 협소한 공간에 자신을 압축한 듯이 말이다. 그것은 크기에 한계도 의미도 없는 어딘가에서 왔음이었다. 심리 속에서 나는 그것이 그 아름다운 손톱으로 전 세계를 감쌀 수 있는 행성보다 더 거대한 존재일 것이라 상상했다. 그것의 피부는 구릿빛이었고 하늘거리는 예복은 흰빛이었다. 얼굴은 아름다웠고 두 눈은 불꽃으로 충만했다. 등 뒤에 부풀어 오른 날개는 가스화된 구전이었다. 엄청나 보이는 그것은 그러나 아직 물질화되지 않았다. 모든 신전의 화염이 그것을 향해 회오리쳤고 그들의 신을 경배하여 춤추는 신도들은 무릎을 꿇었다.
불의 천사는 우리를 내려다 보며 미소지었다.
불의 천사는 우리를 내려다 보며 미소지었다.
그것이 바로 레뮤엘 자신을 쳐다보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그리고 분명 모든 이 개개인이 똑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고 레뮤엘은 확신에 찬 기록을 남겼다. 그것은 가장 어두운 비밀과 원죄의 입자를 가늠하며 영혼을 꿰뚫는 시선으로 대상을 들여다 보았다. 기억의 주인들조차 잊어버렸던 어둡고 증오스러운 것들을 포함해 불의 천사는 기억의 주인보다 그들을 더 잘 알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들을 그들 자신보다 더 잘 아는 불의 천사가 이리로 오라며 손짓했다. 그 섬뜩한 손짓의 동세가 뜻하는 것은 환영이었다. 레뮤엘, 마카리우스, 제국군에게 앞으로 발걸음 하여 함께하자고 뜻하고 있었다. 연옥의 불꽃 속에서 재탄생 할 것을 주문하고 있었다. 그 몸짓 속에는 불멸과 소망들에 대한 약속이 있었고, 레뮤엘은 앞으로 걸어 나아가 추종자들의 무리 속에 섞여 불멸자들과 하나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목전의 그 우주적 존재를 자신의 영혼 안으로 환영하여 그의 신도들의 군단 가운데 일부가 돼서 그 장소를 벗어나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다. 불의 천사의 이름 아래서. 그는 고백했다. 불의 천사가 보여준 광경을.
장려하고도 영원한 광경이 내 앞에서 춤췄다. 나는 수많은 세상들을 통치하는 세계의 지배자였다. 내 적들은 나를 두려워 할 것이요 여자들은 나를 흠모할 것이었다. 나는 그 어떤 왕보다도 위대한 존재였다. 나는 얼어붙었다. 기이하게 들리겠지만 돌이켜 보건대 그때 내 영혼을 건져낸 것은 호기심이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마카리우스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그가 제시하는 길을 따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 또한 얼어붙어 있었다. 마카리우스의 눈은 악마적 천사에게 못박혀 있었는데, 그들 사이에 무슨 직접적인 소통이 있는 듯이 보였다. 나는 궁금했다, 그가 보는 광경이, 어떤 시험이 그의 앞에 펼쳐져 있는지. 세계의 정복자가 되는 선물을 나는 제안 받았다. 그런 건 이미 가지고 더 많은 것을 그는 가지고 있었다.
‘도대체 그에게 늘어놓을 수 있는 게 무엇이란 말인가.’
‘도대체 그에게 늘어놓을 수 있는 게 무엇이란 말인가.’
오직 나는 짐작만 할 수 있었지만 이 악마의 거래에서 무엇이 그에게 제공될런지 상상하는건 큰 무리가 아니었다. 마카리우스 같은 자를 붙들어 맬 수 있을 만 한 단 하나의 위대한 상상은 그것이었다, 소유할 가치가 있는 단 하나의 옥좌는 그것이었다. 나는 악마의 엄청난 제안이 의미하는 그 충격을 생각했다. 저 멀리 테라에 위치한 모든 세계의 옥좌가 그것이었다.
레뮤엘은 그것이 가능할 수 있다 여겼다고 비망록에 고백한다. 제국군 타락의 역사에서 제국 장군, 제국 장군보다 더 위대한 수많은 자들이 카오스의 유혹에서 무릎꿇곤 마신들의 힘을 업고는 일시적이지만 어쨌든 은하의 수많은 부분을 정복했다. 마카리우스가 제안받은 것이 이런 것이었으리라고 레뮤엘은 동시에 밝힌다. 그리고 그는, 레뮤엘은, 이단심문의 가능성을 무릅쓰고 진실을 말하자면 그때 불의 천사의 그 제안이 마카리우스의 고려대상이었으리라고 기록하고 있다. 마카리우스는 음울해 보였고 눈은 가늘어졌으며 인상을 쓰고 있었다. 공격할 의사가 없이 미동도 없는 이단자들은 마카리우스가 받고 있을 시험에 대해 레뮤엘의 의심을 더했다. 제국군이 외경심으로 목전의 마신을 관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아무런 움직임 없이 못박혀 있었는데, 어쩌면 불의 천사가 그들에게 대기 명령을 내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때는 정말로 이단자들에게 마카리우스와 그의 제국군을 격파할 절호의 기회가 내려진 셈이었지만 적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것은 마카리우스를 향한 천사의 뜻을 받들어 감수하는 위험이었다.
비망록을 작성하는 수십년 뒤의 이 시점에도 레뮤엘은 이 시험에 든 마카리우스에 관한 글줄에 의문을 남기고 있다. 이 운명이 자신의 앞에 마카리우스를 오게끔 하는 악마의 교묘한 예지였는지, 아니면 이 두 위대한 존재의 조우는 터지는 우연이 만든 사고로 인한 조우인지. 카르스크 성계에서 벌어진 모든 대립이, 이 세계의 운명이 마카리우스를 이 유혹의 지점에 이르게 하는 상황의 사슬이 아닌가 하는 그런 의심이었지만, 그리고 레뮤엘은 그 대답을 자기에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제국군은 노예가 되어 도출될 결과만 기다리고 있었고. 타오르는 눈의 불의 천사가 그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3.1.12. 결투
최종적으로 솔라 마카리우스는 시험을 극복했다는 것은 역사가 설명한다. ‘나는 거절한다’는 그의 외침이 들리자 그의 곁에 서 있던 레오 레뮤엘은 곧바로 샷건을 들어 의식을 집전중인 대사제의 머리통을 날려 버렸고, 그 총성이 폭풍전야의 정적을 깨는 타종이 되어 울리자 환상에서 깨어난 제국군과 이단자들 사이에 일제히 전투의 회오리바람이 일어난다. 대사제가 죽자 의식은 중단되고, 현현 도중이던 불의 천사는 죽은 대사제의 시신에 빙의해 손에 불칼을 들고 마카리우스에게 달려들었다고 레뮤엘은 그렇게 기록하고 있다. 타오르는 열기 속에서 악마와 칼을 겨루는 마카리우스를 지키기 위해 병사들은 앞 다투어 목숨을 버리면서 그 사이에 뛰어들었다고 하며, 드레이크가 의식을 막기 위해 긁어모은 사이커들은 악마를 워프게이트 너머로 되돌려 보내기 위해 영혼을 바쳤다고 한다. 레뮤엘의 지기인 이반은 역시 악마의 열기로부터 마카리우스를 지키는 방벽으로 스스로를 바쳤지만 바이오닉스로 좌반신을 수술했던 그는 소사한 다른 병사들과 다르게 녹아내린 반신만 얻고는 목숨을 지킬 수 있었다 했다.열려 하였지만 결국 닫힌 워프게이트를 뒤로 하고는 악마는 마카리우스의 칼과 사이커들의 영혼 아래 패퇴했고, 카르스크IV에서 제국군이 최종적으로 승리하였다.
3.1.13. 마카리우스와 이단심문관
이단심문관 하이로니무스 드레이크는 대악마가 마카리우스를 유혹하였던 이 사건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종국에 난 불의 천사의 가장 불경한 내실에 선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나를 보위하겠다 맹세한 스톰트루퍼에 둘러싸여 임페리얼 가드 군단의 심장부에 서서도 난 안전한 곳이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워프 이면의 베틀로부터 자아내진 측정불가능한 광대한 거미줄이 내 앞에 집중되어 발현했다. 나는 깨달았다. 실로 위대한 악 앞에서 내 자신이 얼마나 작아질 수 있는지.’
‘이 자가(마카리우스가) 정녕 우리가 기다려 온 자라면, 그는 진정 끔찍한 그릇이 될 것이다. 그것은 용납되어서는 안 되었다.’
황제 곁으로 돌아간 병사들의 시신이 이제 공기중으로 돌아가는 하이브시티 남쪽의 소각로에서 다음날 드레이크는 마카리우스를 만났다 했다. 자신을 부른 이유를 묻는 인퀴지터에게 로드 하이 커맨더가 질의로써 대답한 것은 불의 천사와 관련한 이 사건의 이단심문청에 대한 보고여부였다. 정복한 세계와 그의 힘이 미치는 군대를 이끌고 제국을 향해 반기를 든다는 그 가능성 앞에서 그는 원치 않는 시험에 들었다. 그리고 그 사정이 어쨌건간 그의 군대는 쪼개질 것이고 그는 잠든 사이 암살되거나 제국의 다른 무기에 의해 제거될 것이다. 드레이크는 무기를 든 마카리우스의 손에서 그가 대답여하에 따라 자신을 죽일 의사가 있음을 깨달았고 웃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카리우스에게 내가 아니더라도 제국의 눈과 귀는 많으며 자신이 사건을 왜곡 보고하리라는 뜻을 표한다. 왜냐는 물음에 드레이크는 제국의 재통합을 꾀하는 마카리우스의 이상을 대답으로 들려주어 그의 허영심을 충족시켜 주었다고 써 놓았다. 인퀴지션에는 로드 하이 커맨더의 죽음을 바라는 자들만큼 그의 생존을 바라는 계파도 많다는 것까진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기억에 새겨지겠다는듯 작동하지 않던 컨베이어 벨트가 병사들의 유해를 싣고 화로 속으로 향하기 시작했고 수만명의 시신이 모두 연기로 화할 때까지 마카리우스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고 이단심문관이 남긴 기록은 전하고 있다.
4. 성전 중기
‘ 드미트리우스의 주먹‘ 이라 일컬는 유물에 관한 작전을 회고하는 레오 레뮤엘의 비망록에서 레뮤엘은 마카리우스의 선택을 받은 이후 벨리알 7연대에서 마카리우스의 친위대인 라이온 가드로 연대를 이적했고, 지난 10년 동안 ’지배불가‘의 생존자들이 대총사의 경호원으로서 그림자가 되었음을 설명하고 있다. 제국군의 전사자 기록은 삽입되어 있지 않으나 죽은 자들과 같이 묶여서 회고되는 그때의 몇몇 수훈자에 대한 기록은 레뮤엘의 어린 부사수가 이 10년동안 사망했음을 짐작하게 한다.4.1. Fist of Demetrius
4.1.1. 영광의 정점
그가 카르스크 성계를 칠 당시만 해도 이단심문청은 그들의 의사대로 마카리우스 생사를 다투고 있었고, 마카리우스는 당시로서도 불패의 신이었지만 성전의 진행을 위한 자구노력을 구할 정도로 마카리안 크루세이드는 제국의 최우선 전역이 아니었다. 1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의 힘은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거대한 것으로 자랐고 그는 만년 전 쪼개진 모든 제국 영토를 석권한 은하의 정복자였다. 그가 정복해 제국의 빛과 황제의 가르침을 전달한 은하의 변경에서는 솔라 마카리우스를 신으로 기리는 성당이 세워졌고 성전이 시작 된지 10년 이상이 지난 이 시기 로드 하이 커맨더 솔라 마카리우스는 영광과 권력의 정점을 달리고 있었다.그가 부리는 다른 장군들이 좀 더 편하게 살고 은하계적인 승리에 도취돼 흥청대도록 만든 그 10여년의 시간이 육체를 쇠하게 하기라도 하련만은 연명처치를 받은 마카리우스는 그의 맹우로서 그에게 봉사한 드레이크와 다르게 오히려 더 젊고 더 강력해졌다고 레오 레뮤엘은 회고했다. 그 금빛 사자는 여전히 적이 자기의 발톱아래 죽어나가는 것을 즐겼고, 때문에 세그멘툼 파시피쿠스의 드미트리우스 행성에서 마카리우스는 ‘당신이 위험을 감수해선 안된다’ 라는 이단심문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직접 적의 지구라트가 서 있는 최전선에 뛰어들었다. 물론 레뮤엘과 안톤, 이반은 그의 전속 경호원이었으므로 그가 가는 곳에는 항상 그들이 있었고, 그리고 레뮤엘은 거기서 드미트리우스의 주먹이라는, 드레이크와 마카리우스가 그렇게도 원하던 유물을 목격하게 된다. 드레이크에게는 그 유물이 제국의 존귀한 것이라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지만, 대총사가 거기에 걸고 있는 기대와 그것을 추구하는 이유와 목적은 좀 더 다른 것이었다.
4.1.2. 드미트리우스의 주먹
‘안 좋은 생각이라고 내가 말했잖습니까’ 라는 비아냥이 조그마한 엄폐물 뒤에서 흙비를 뒤집어쓰는 신세가 된 마카리우스에게 드레이크가 한 말이었다고 한다. 라스 볼트가 빗발치는 전장에서도 언제나 초인적인 유연함과 육체능력으로 힘입어 그것을 피해가는 이상한 능력이 있는 마카리우스와 다르게 드레이크는 마카리우스처럼 그렇게 상황을 즐기기에는 자기 자신이 이런 깡촌 행성의 자잘한 신전 앞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전장에서 죽기엔 너무 중요한 존재라고 여기는 그런 인물이었다고 레뮤엘은 기록하고 있다.이단자들이 하얀 늑대인간 무리를 앞세워서 몰려온다는 절체의 상황을 보고하는 라이커의 침착함은 자신감으로 여유 넘치는 마카리우스의 그것과는 좀 다른 침착함이었다. 마치 레이션이 배달왔다고 말하는 듯한 그의 흔들림 없이 무미건조한 태도는 10년 전 중위의 뇌수를 뒤집어 쓰고 실성한 뒤 레뮤엘이 알기론 한번도 달라진 적이 없었다. 마카리우스는 전투 현장의 어디어디서 무슨 아군 부대가 몇 초 간격으로 어떻게 나타나리라고 구체적으로 확신하곤 자신만만하게 90초만 버티라고 이야기했고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그 말대로였다. 드미트리우스 행성은 마카리우스의 손에 떨어졌고 드레이크와 마카리우스는 목적했던 유물을 회수하게 되었다. 그것은 스페이스 마린에게도 비대할 어떤 쇠장갑이었다.
4.1.3. 습격
워프와 우주엔 항상 따라다니는 괴담이 있다. 워프가 공간의 제약을 초월하게 하는 것 뿐 아니라 악마의 입 속에 함선을 떨구고 수백년 수천년의 시간의 미아로 사람을 전락시킨다는 그런 사실은 레뮤엘과 그 일당들이 두려워하기 충분했다. 유물을 회수했지만 호사다마라고 워프 폭풍이 로드 하이 커맨더의 기함 빛의 황제를 덮쳤고, 세그멘툼 파시피쿠스의 군수물류 기착지인 ‘황제의 영광’ 행성으로 워프 드라이브하던 그들은 파시피쿠스로부터 100광년 정도 떨어진 프로크라스테스 성계로 파손당한 채 내동댕이쳐진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모종의 계획을 띠고 프로크라스테스를 침공했던 다크 엘다 카발이 습격하는데 레뮤엘의 기록에 남은 이단심문관 드레이크와 대총사의 당시 대화로 미루어 그 당시 제국은 엘다와 다크 엘다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레뮤엘은 회고하길 로드 하이 커맨더 솔라 마카리우스가 우주전에 기호가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기함이 공격을 받아 남들이 두려워 해도 홀로 여유만만하던 그도 우주전에서는 자신의 능력이 제한받는다는 이유에서 그것을 싫어하였고, 오랜 세월에 걸쳐 마카리우스라는 물 샐틈 없는 존재로부터 조금이나마 배어나오는 인간적 부분들을 알게 된 레뮤엘에 의하면 자기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을 마카리우스는 가장 견디기 힘들어 했다고 한다. 거의 전지전능한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어진 데에 신경이 거슬린 대총사가 팔걸이에 손가락을 튕기는 것을 보던 레뮤엘은 마카리우스가 드레이크로부터 노예를 잡아들이는 이 외계인 놈들의 특성을 전해 듣자마자 갑자기 활기를 회복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로드 하이 커맨더는 곧 엘다들의 함상돌격을 예상하고 엔진실과 사령실에 직접 군대를 이끌고 대비하였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공격력과 기동성을 무기로 속전속결을 노렸던 엘다들은 점점 중요한 길목마다 가로막히고 그것을 우회하려 시도하다가 협공의 여지를 상실한 채 더욱 잘게 쪼개져 각개격파되고 종국엔 도망치듯이 격퇴당했다. 현장에서도 살육과 고문을 즐기고 기술을 뽐내는데 열중하던 이 외계인들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애써야 했다는 것은 놈들의 그 높은 자존심이 받았을 타격을 상상케 했다. 파손된 하등종족의 우주선 하나 쯤은 가볍게 요리하리라고 그들이 교만을 부리고 있었음은 또한 놈들의 작은 규모에서 짐작이 가능한 것이었지만, 그러나 소규모라는 것이 말하는 것은 그 제노 무리와 인류제국군 간의 압도적인 화력차이를 반영하고 있었다고 한다. 제국군과 외계인이 기록한 교환비는 30대 1에 달하는 것이었고, 악의와 오만으로 똘똘 뭉친 엘다들이 자신의 부하들에게 남기고 떠난 놈들의 종특을 보고 마카리우스가 표출한 분노는 그로서도 10년의 동행 끝에 처음 목격한 것이었다고 레뮤엘은 설명하고 있다.
마카리우스는 이때 복수를 다짐하고 있음이 틀림 없었다.
그리고 제노들이 마카리우스의 수장고에 들어가 드미트리우스의 주먹을 털어갔음이 확실해지자 그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4.1.4. 적
이때 로드 하이 커맨더가 보였던 모습은 그에게서 예상하기 힘든 집착적이고 흐트러진, 일종의 멘붕같은 것이었다. 레뮤엘의 비망록에서 말하고 있고 또 거기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무언가 자신의 적에 맞서 싸우기 위한 솔라 마카리우스의 대계에서 중요한 요소였던 주먹을 빼앗겼단 사실이 순간 그를 무너뜨렸단 것이었다. 앙다문 주먹으로 그는 폭풍과 습격을 겪은 배를 이끌고 다시 유물을 찾으러 진로를 되돌리길 바랐고 유물이 강탈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는 함을 모조리 수색하라고 지시했으며 차후에도 워프 폭풍을 뚫고 프로크라스테스로 향하도록 임페리얼 네이비에게 명령했다. 하지만 네이비 사령관은 미래의 가능성을 포함해서도 딱 잘라 거절했다. 로드 하이 커맨더의 명령이 네이비 사령관에게 듣지 않은 것이다. 폭풍이라는 명백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명분이 있었기에 마카리우스는 강요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명령거부가 결코 그들이 말한 명분 그대로의 일차원적인 것이 아님을 대총사는 알고 있었다고 한다.‘그 친구가 당신이 듣고 싶지 않아 할 소리를 한 것 같습다만?’
‘그랬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저놈이 날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의심이 드는구만.’
‘그런 네이비 사령관은 저 자가 처음이 아닐 겁니다.’
‘그랬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저놈이 날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의심이 드는구만.’
‘그런 네이비 사령관은 저 자가 처음이 아닐 겁니다.’
여기서 드레이크는 이 지점에서 논쟁을 할 의향이 없었는지 미묘하게 방어적인 선을 선택했다고 레뮤엘은 전한다.
‘이런게 갈 수록 다발하고 있다고.’
‘당신의 위치에 선 자는 적들을 만드는 법입니다.’‘ 그건 불가피한 일이지요, 당신이 거물들과 적대하는걸 난 경고했습니다. 행정부의 군주들이 당신을 위협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난 당신에게 경고했습니다. 당신에게 대항하는 첫 단계 움직임이 보아하니 시작된 것 같군요.’
‘당신의 위치에 선 자는 적들을 만드는 법입니다.’‘ 그건 불가피한 일이지요, 당신이 거물들과 적대하는걸 난 경고했습니다. 행정부의 군주들이 당신을 위협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난 당신에게 경고했습니다. 당신에게 대항하는 첫 단계 움직임이 보아하니 시작된 것 같군요.’
하지만 주먹을 되찾으려는 마카리우스의 의사는 당연히 꺾이지 않았다. 네이비가 명령을 사보타주 한다고 해도 그가 전쟁을 통해 얻은 넘치는 재산으로 이루지 못할 당면 목적이 아니었다. 이반과 안톤이 의문을 표하듯 레뮤엘도 느끼고 있었다. 불의 천사를 만난 뒤 10년 동안 그 천사로부터 무언가 전해 듣기라도 한 듯 대총사가 유물을 수집하는데 열을 올리고 그것으로 세그멘툼 파시피쿠스에 위치한 자신의 호화찬란한 궁전을 거의 박물관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황제의 영광’을 비롯해 우주 곳곳에 로드 하이 커맨더는 거대한 궁전을 세웠고 그 안에서 임페리얼 가드는 제공되는 한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시녀들이 쟁반을 들고 제국군의 시중을 들었고 마카리우스의 모행성과 가문에서 파견된 라이온 가드가 친위연대로서 받는 혜택은 더욱 큰 것이었다. 그들은 막사에 묵지 않았다. 레뮤엘의 묘사로 따르면 마카리우스 가문의 그의 친족들은 모두 마카리우스의 신같은 형상을 조금씩 열화해 놓은 듯 그와 흡사한 금색 외모와 분위기를 지녔다 하는데 ‘지배불가’의 수훈자들은 마카리우스의 그림자처럼 그의 뒤를 시위하는 이들이었기에 레뮤엘 일행은 마카리우스의 방과 가장 가까운 방에 호화로운 개인실을 제공받았다. 그의 동료들은 낮은 계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귀족의 처녀들로부터 구애받았고, 그런 삶이 제공하는 것들을 즐겼다. 그리고 레뮤엘 자신이 해산하여 돌아온 자신의 방 침대 위에는 그가 10년 전 카르스크에서 만난 암살자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실명은 아니겠지만 드레이크의 하수인인 ‘안나’는 지난 10년간 레뮤엘과 성전의 전역에서 서로 교차하면서 내밀한 관계를 끊이지 않고 유지했고 그것은 이 시점의 일은 아니되 이후 레뮤엘이 마카리우스 최후의 전쟁이 종군하는 그 순간까지 이어졌다고 비망록은 기록하고 있다. 그녀는 암살자였다. 레뮤엘의 목숨을 원한다면 그냥 내줘야 될 죽음의 암살자를 품 속에 안고 그녀와 나눈 대화를 그는 적어놓았다. 그는 그녀가 어째서, 누구의 지시를 받고, 무슨 의도에서 자신에게 그러한 정보들을 발설하는지 알 수 없었고, 그녀가 대답하지 않을 그 이유를 굳이 레뮤엘이 질문할 때 마다 안나가 그에게 반복하는 말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것이었다 한다. 레뮤엘은 이미 마카리우스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의 핵심을 보았고 너무 깊숙이 들어온 그는 이미 물러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난 아직도 당신이 여기 있는 이유를 모르오.’
‘로맨스를 모르시네요, 레오.’
‘로맨스를 모르시네요, 레오.’
베겟머리에서 안나는 말했다. 마카리우스를 상대할 거대한 적들의 동맹이 움직이고 있고, 대총사라는 사자 밑에서 하나로 모였던 유능하고 충성스러웠던 제장의 억눌린 욕망은 지난 10년 끝에 한계에 다다랐으며, 로드 하이 커맨더 솔라 마카리우스라는 그 이름의 멍에를 벗고 스스로 대군주로 서고자 하는 장군들의 이리같은 분열과, 그들과 제국 행정부와 재무부에 포진한 마카리우스의 적들이 손을 잡았으니 마카리우스를 신봉하여 레오 레뮤엘은 부정할지라도 솔라 마카리우스를 능가하지 못하는 제국의 많은 군주들도 하나로 모이면 마카리우스를 능히 쓰러뜨릴 수 있다고, 그리고 마카리우스도 그것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4.1.5. 권리 혹은 부패
이러한 말을 하고 사라진 암살자가 공기중에 흩뿌린 의미심장함을 두려워하여 레오 레뮤엘은 정적의 암살로부터 마카리우스를 지키고자 경계하지만 적들의 마카리우스에 대한 그들의 도전은 직접적이지 않았다.마카리우스가 세운 궁전 안에서 레뮤엘에게는 때로 잔혹하고 차가운 전장에 대한 향수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완성되지 않았으나 완성된다면 이 섹터의 우주에서 가장 위대한 기념물이 될 그 궁전엔 수십만의 인부와 조각가와 화가가 벌떼처럼 벽에 달라붙어 마카리우스의 승리를 그렸다 했다. 궁전의 천장화와 벽화 속에서 천사들의 군단을 지휘하여 하늘로 몰아치는 빛나는 금빛의 마카리우스의 옆엔 지난 10년간 로드 하이 커맨더를 수행했던 자신의 형상 또한 찾아볼 수 있었다고 레뮤엘은 비망록에 기록하고 있다. 레뮤엘의 눈에 그것은 거대한 낭비처럼 보였다. 미술가들이 궁전의 다른 구역으로 떠나면 그 그림을 감상할 자는 아마도 몇 되지 않을 것이고, 어쩌면 레뮤엘 혼자가 그 영원한 감상자가 될지도 몰랐다. 누군가는 이들이 짓는 이것이 흡족할지도 모른다. 관료들이 도급업자들의 뇌물에 살찌는 소리를 듣거나 단 한 사람을 위해 이 기념비를 수주한 건축가의 과대망상을 레뮤엘은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모든 것이 때론 의문스러웠다고 레뮤엘은 고백한다. 마카리우스의 어떤 점이 그로 하여금 이런 허영의 기념비를 짓게 했을까 하는 그런 의문을 그는 가졌다. 그는 이미 황제의 제국을 구한 가장 명성높은 이였고 그 이름은 인류가 지탱하는 그날까지 울릴 것인데 이런 거대한 궁전을 쌓는다고 그의 명성은 더 윤색되지 않을 것이었다.
레뮤엘은 그것을 ‘암시’라고 기록했다. 레뮤엘에게 있어 이 허영의 기념비는 뭔가 마카리우스 스스로의 중요성을 이런 방식으로 플라스크리트와 세라마이트처럼 굳건하게 확인하고자 하는 시도였고, 그러한 괴물같은 자만심이 대총사 안에서 자라나고 있었다는 그런 암시였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생각이 자신의 불충에서 나온 것이리라고 그는 동시에 적고 있다. 마카리우스에게 있어 이것은 예상된 수순일지도 몰랐다. 그는 은하계 전체를 기념비로 난장판을 만들어도 될 첫째가는 제국 사령관이요 제일가는 위대한 정복자였고 또 앞으로 없을 마지막 사람일 것이라는 것이 비망록에 남겨진 설명이었다. 그리고 레뮤엘은 이렇게 말한다. 자신이 이런 생각을 품고 있을 때 로드 하이 커맨더는 유쾌하고 친애어린 미소를 하고서 무척이나 자신과 동료들을 소중히 여기는 목소리로 그를 대해주었노라고, 그리고 그런 마카리우스의 태도에 그는 한때나마 자신이 품었던 생각에 부끄러워졌다고 했다.
머잖아 있을 로드 커맨더 회의를 위해 ‘황제의 영광’으로 귀환하는 세야누스를 기다리며 드레이크가 마카리우스와 나눈 대화는 레뮤엘 자신의 불충한 생각과 안나가 레뮤엘에게 전한 로드 하이 커맨더와 그 적들의 대립을 모두 시사하는 것이었다.
‘행정부가 끼치는 실망을 당신은 더 용인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은 거대한 기계여서 작동이 느립니다. 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작동하지요.’
‘내 사람들의 목숨이 알맞은 물자가 알맞은 시간에 알맞은 장소에 도착하는데 달려있네, 용기와 신앙만큼이나 모든 군대가 여기에 의지한단 말일세.’
‘난 당신의 그 생각에 반대하려는 게 아닙니다. 거기 대해선 당신이 나보다야 훨씬 잘 알고 있겠지요.’
‘하지만 그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한편으로는 말입니다, 나는 제국이 통치되는 어떤 방식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수정할 수 없는 사람들을 당신은 수정하려 들고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의 방식에 위협을 느끼지 않는 자들입니다. 그들이 당신의 기대에 부응을 못 했다고 당신이 그들을 처형으로 심판할 수 없습니다. 당신은 그들을 당신의 동맹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어드미니스트라툼의 높은 데에 끈 닿아 있다는 그 도급자들이 뇌물로 살찌는 동안 내 병사들은 포탄 없이 전선에 나가야 하고 내 전차들은 그 담당자들의 직무유기로 연료없이 전장에 나가야 한단 말인가,’
‘내 사람들의 목숨이 알맞은 물자가 알맞은 시간에 알맞은 장소에 도착하는데 달려있네, 용기와 신앙만큼이나 모든 군대가 여기에 의지한단 말일세.’
‘난 당신의 그 생각에 반대하려는 게 아닙니다. 거기 대해선 당신이 나보다야 훨씬 잘 알고 있겠지요.’
‘하지만 그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한편으로는 말입니다, 나는 제국이 통치되는 어떤 방식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수정할 수 없는 사람들을 당신은 수정하려 들고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의 방식에 위협을 느끼지 않는 자들입니다. 그들이 당신의 기대에 부응을 못 했다고 당신이 그들을 처형으로 심판할 수 없습니다. 당신은 그들을 당신의 동맹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어드미니스트라툼의 높은 데에 끈 닿아 있다는 그 도급자들이 뇌물로 살찌는 동안 내 병사들은 포탄 없이 전선에 나가야 하고 내 전차들은 그 담당자들의 직무유기로 연료없이 전장에 나가야 한단 말인가,’
드레이크는 마카리우스와 그 장군들은 어떠하냐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그가 마카리우스와 함께 서서 대총사의 최선임 로드 커맨더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그의 권세와 그의 자신감과 장군과의 친밀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누군가는 말할 겁니다, 넘쳐나는 정복지의 부로 당신의 장군들이 부유해지고 있다고.’
‘그들은 그들이 흘린 피와 그들의 용맹의 대가를 취한 것이지.’
‘황제의 병사들이 흘린 피와 황제를 향한 신실한 용기의 대가겠지요. 황제의 공장신전들, 그리고 황제의 세계에서 징수한 부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제국은 입각한 정당한 몫을 가져가고 있다, 병사들은 승리의 포상들은 분배받고 있음이야.’
‘요점은 그게 아닙니다.’
‘그럼 뭔가.’
‘부패란 것은 관점이란 말입니다. 내가 볼까요, 만약 내가 보려고 한다면 당신의 장군들이 승리의 보상을 분할하는 과정에서 그걸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어떤 객관적 관찰자라도 그럴 겁니다. 하지만 오직 당신에게 대항하는 일이 있는 자리에서만 당신은 그러려 하지요.’
‘자네가 말하는 그 진짜 부패라는 게 어딨는지 난 알 것 같군.’
‘의심할 여지가 없죠, 그리고 의심할 여지도 없이 당신이 맞습니다. 당신이 당신의 장군들을 이전에 당신이 상급으로 주었던 콩고물들을 가지고 숙청하겠다면 그들이 어떤 생각을 품을 것 같습니까.’
‘자네가 지금 내 장군들하고 각료들의 부패 정도를 한번 비교해 보자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내 질문에 당신은 대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당신의 장군들이 이제껏 처럼 당신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리라고 생각합니까? 부당하게 핍박받았다고 그들이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수사 의문문은 그만 둬 주겠나.’
‘그들은 그들이 흘린 피와 그들의 용맹의 대가를 취한 것이지.’
‘황제의 병사들이 흘린 피와 황제를 향한 신실한 용기의 대가겠지요. 황제의 공장신전들, 그리고 황제의 세계에서 징수한 부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제국은 입각한 정당한 몫을 가져가고 있다, 병사들은 승리의 포상들은 분배받고 있음이야.’
‘요점은 그게 아닙니다.’
‘그럼 뭔가.’
‘부패란 것은 관점이란 말입니다. 내가 볼까요, 만약 내가 보려고 한다면 당신의 장군들이 승리의 보상을 분할하는 과정에서 그걸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어떤 객관적 관찰자라도 그럴 겁니다. 하지만 오직 당신에게 대항하는 일이 있는 자리에서만 당신은 그러려 하지요.’
‘자네가 말하는 그 진짜 부패라는 게 어딨는지 난 알 것 같군.’
‘의심할 여지가 없죠, 그리고 의심할 여지도 없이 당신이 맞습니다. 당신이 당신의 장군들을 이전에 당신이 상급으로 주었던 콩고물들을 가지고 숙청하겠다면 그들이 어떤 생각을 품을 것 같습니까.’
‘자네가 지금 내 장군들하고 각료들의 부패 정도를 한번 비교해 보자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내 질문에 당신은 대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당신의 장군들이 이제껏 처럼 당신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리라고 생각합니까? 부당하게 핍박받았다고 그들이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수사 의문문은 그만 둬 주겠나.’
이 시점에 이르러 이단심문관의 어조를 불쾌할 정도로 정확하게 흉내내면서 마카리우스는 이죽였고, 거기 전혀 영향을 안 받곤 드레이크는 계속 말을 이었다고 레뮤엘은 기록했다.
‘당연히 안 그럴 겁니다. 그들은 실망할 것이고 당신이 이제 와 게임의 룰을 바꾸겠다고 한다면 불공평하다고 생각하겠죠.’
‘우리가 지금 게임을 하고 있는 거로구만, 그런가?’
‘귀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진짜로 진지합니다. 로드 하이 커맨더.’
‘아, 직함으로 날 불렀군, 분명 이제 자네가 내 갈빗대 사이로 칼날을 밀어넣을 준비가 됐다는 뜻이겠지, 물론 은유일세만.’
‘우리가 지금 게임을 하고 있는 거로구만, 그런가?’
‘귀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진짜로 진지합니다. 로드 하이 커맨더.’
‘아, 직함으로 날 불렀군, 분명 이제 자네가 내 갈빗대 사이로 칼날을 밀어넣을 준비가 됐다는 뜻이겠지, 물론 은유일세만.’
그냥 바라만 보는 드레이크에게 마카리우스가 웃음에 쏟아붓는 매력을 담고 쏘아붙였다.
‘느리고 고통스럽게 자네의 요점을 강조하려고 하는군.’
‘제 요점은 무척 간단한 것입니다. 당신이 타락했다고 비난하는 그 자들은 단지 그들이 항상 해오던 짓을 하고 있을 뿐이란 겁니다. 그 시스템을 만든 게 그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그렇게 자랐고 그저 자기의 아버지가 자기들보다 먼저, 그리고 그 조부들이 먼저, 아마 황제폐하께서 그분의 옥좌에 처음 드시는 그때부터 해온 일들을 해오고 있을 뿐이란 겁니다.’
‘그래서 그들의 애비와 할애비가 무능하고 부패했다고 내가 그놈들의 무능과 부패까지 용서해야 한다는 말이지?’
‘아뇨, 하지만 당신은 그들이 남들이 다 하고 그리고 언제나 저질러지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당신은 당신이 만들 필요 없는 적을 만들고 있단 말입니다. 당신이 타락했다고 생각하는 그자들은 당신이 너무도 쉽게 당신 멋대로 룰을 바꾸려 든다고 생각하고 있단 말입니다. 당신이 당신의 독보적 권력강화를 위해서 그들의 밥통하고 특권을 벗겨댄다고 그놈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이 그들을 그들의 이권에서 내쫒고 거기에 당신의 사람들을 꽂아 넣는다고 생각하고 당신이 자기들보다 더 악질이라고 보고 있지요. 그들은 자신들의 것을 빼앗는 당신이야말로 타락한 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놈들이 잘못된 거지.’
‘당신의 관점에서 그것은 맞습니다. 그들의 관점에서-,’
‘자네는 나한테 그들의 부패를 용인하라 말하고 있네, 맞는가?’
‘제 요점은 무척 간단한 것입니다. 당신이 타락했다고 비난하는 그 자들은 단지 그들이 항상 해오던 짓을 하고 있을 뿐이란 겁니다. 그 시스템을 만든 게 그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그렇게 자랐고 그저 자기의 아버지가 자기들보다 먼저, 그리고 그 조부들이 먼저, 아마 황제폐하께서 그분의 옥좌에 처음 드시는 그때부터 해온 일들을 해오고 있을 뿐이란 겁니다.’
‘그래서 그들의 애비와 할애비가 무능하고 부패했다고 내가 그놈들의 무능과 부패까지 용서해야 한다는 말이지?’
‘아뇨, 하지만 당신은 그들이 남들이 다 하고 그리고 언제나 저질러지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당신은 당신이 만들 필요 없는 적을 만들고 있단 말입니다. 당신이 타락했다고 생각하는 그자들은 당신이 너무도 쉽게 당신 멋대로 룰을 바꾸려 든다고 생각하고 있단 말입니다. 당신이 당신의 독보적 권력강화를 위해서 그들의 밥통하고 특권을 벗겨댄다고 그놈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이 그들을 그들의 이권에서 내쫒고 거기에 당신의 사람들을 꽂아 넣는다고 생각하고 당신이 자기들보다 더 악질이라고 보고 있지요. 그들은 자신들의 것을 빼앗는 당신이야말로 타락한 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놈들이 잘못된 거지.’
‘당신의 관점에서 그것은 맞습니다. 그들의 관점에서-,’
‘자네는 나한테 그들의 부패를 용인하라 말하고 있네, 맞는가?’
이 말을 하는 마카리우스는 그로서는 흔하지 않게 짜증이 난 듯 했다고 전한다.
‘당신이 우리가 사는 현실을 용인해야 한다는 겁니다. 당신은 적을 만들고 있습니다, 마카리우스, 당신이 만들지 않아도 될. 당신이 친구로 만들 수 있는 용의 이빨을 당신은 세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들을 할 만큼 도발했고 그리고 그들은 당신을 파괴할 겁니다. 그들에겐 권력이 있습니다.’
‘나도 그렇다.’
‘그렇습니다. 잠시 동안 말이지요, 이 순간 당신은 모든 창조물의 면전에서 가장 강력한 사람 같지요. 그러나 당신이 영원히 그러하진 않고, 때문에 당신에겐 동맹이 필요하다 이겁니다. 당신이 만들 수 있는 모든 동맹 말입니다. 드높게 날아오른 자는 추락할 길도 먼 법입니다.’
‘그건 거의 협박처럼 들리는데.’
‘조언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나도 그렇다.’
‘그렇습니다. 잠시 동안 말이지요, 이 순간 당신은 모든 창조물의 면전에서 가장 강력한 사람 같지요. 그러나 당신이 영원히 그러하진 않고, 때문에 당신에겐 동맹이 필요하다 이겁니다. 당신이 만들 수 있는 모든 동맹 말입니다. 드높게 날아오른 자는 추락할 길도 먼 법입니다.’
‘그건 거의 협박처럼 들리는데.’
‘조언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마카리우스의 적이 이들 뿐만이었을까, ‘마카리우스의 날‘에 펼쳐진 연회에서 공중부양 옥좌에 앉아 미소 뒤에 가문의 이익을 노리는 귀족 영애들을 양 팔에 안은 마카리우스를 환영하는 그 자들 중에는 마카리우스의 적도, 동지도 있을 것이었다. 안나와 드레이크가 말한 마카리우스로부터 거세당한 군수업자들, 성전 지속을 위해 그에게 개조당하고 상권을 잃은 거대 재벌들, 마카리우스에게 재정복당해 제국 휘하로 재편되고 통치권을 잃은 호족들, 새로운 세력이 들어서서 기존의 위치를 빼앗긴 유력가들 이들은 모두 마카리우스의 실각을 바라는 그의 이루 헤아리는 게 불가능 한 은하의 별이요 해변의 모래알 같은 적들이었다. 그리고 마카리우스의 동지는? 말 할 것도 없이 그들이 사라짐으로 인해서 그들의 자리에 앉은 새로운 세력이었노라고 레뮤엘은 전한다. 그리고 마카리우스 뒤에 20년동안 함께한 자신의 샷건을 들고 서서 적과 동지가 뒤섞인 혼돈의 도가니를 응시했노라고 하였다.
4.1.6. 충성 혹은 야망
7인의 로드 커맨더가 연회가 끝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서로 경쟁자였고 적대하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었으니 모두 로드 하이 커맨더 솔라 마카리우스의 동료들이요 그의 인도 아래서 열국으로 분열된 제국의 호족들을 진압하고 다시 제국의 영토를 불렀다는 것이다. 모두 기립하는 그들에게 앉으라고 마카리우스는 지시하였으나 그의 맞은편에 앉은 인퀴지터는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제국군 소속이 아니었다.베인블레이드 만큼이나 큰 원탁에서 마카리우스의 바로 우편의 화려한 사장의자에 앉은 자는 로드 커맨더 세야누스였다. 분명 전날 과음한 그는 상 위에 다리를 얹고 싶기라도 한 듯 한쪽 발을 움찔거렸다고 레뮤엘은 기록하고 있다. 그의 오른쪽엔 화려찬란한 기병제복에 거울처럼 윤을 낸내고 멋을 부린 부린 타르카 장군이 앉아 있었는데 오크를 유리 조각만으로 쓰러뜨린 그는 결투에서 따라올 자가 없었으며 그의 부인을 두고 벌어지는 결투에 대한 악의적 루머를 세자면 끝이 없었다. 그 옆에 앉아서 반쯤 자는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자는 파비우스 장군으로, 진격로 선택과 포위섬멸로 이름 높은 그는 오크 워로드와의 전투에서 한 팔을 잃었다 했다. 지금 그 자리엔 쇠로 가루로 만들 기계팔이 기능을 대신하고 있었다. 파비우스의 오른 쪽은 아리안 장군으로, 각잡지 않은 후줄그레한 제복을 걸친 그는 원탁에 팔을 대고 턱을 괸 채 한 팔론 탁자에 손가락을 튕기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어떤 자들은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다른 자들은 그가 성스러운 빛의 인도를 받았다고 하였다. 누구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확신하진 못했으나 아무도 그가 가마라12에서 이단자라고 선고내려진 10만명의 어린이들에 대한 학살을 주도했다는 것은 잊지 않았다. 그런 그와 적대관계인 라이샌더 장군은 마치 아리안 장군에게 자신 좀 그만 쳐다보라고 말하고 싶은 것만 같았는데, 마카리우스보다도 더 거구에 창백한 피부와 흑발을 지닌 그는 지금 방 안에 오크가 뛰처들더라고 육탄전으로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다음은 이 스테인드 글라스가 빛나는 회의실 안에서 가장 키가 큰 사이러스 장군으로 가드맨 핼멧을 즐겨 쓰기라도 하는 듯 그의 머리칼은 짧게 깎여 있었다. 연명 처치를 여러번 받은 그의 눈은 젊었으나 지혜가 넘쳤고, 그의 손은 한시도 멈춤없이 무언갈 기록하고 있었다고 레뮤엘은 전하는데, 첨언하길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은 해저에서 융기하는 화산 같았고, 수천년에 걸친 분열을 잠시간의 반란으로 정의하는 그의 안계는 우주적 시간의 개념으로 회전하는 제국의 시간관념에 걸맞은 것이기에 레뮤엘은 사이러스 장군을 개인적으로 높게 여겼다고 한다. 마지막은 크라수스 장군이었고, 그는 중키에 그 키만큼이나 넓은 어깨를 가진 인물이라고 했는데, 그가 자신에게 허용된 전리품 이상을 취한다는 평판에도 불구하고 그가 거두는 연전연승에 아무도 그를 탓하려고 하진 않았다.
일곱명의 로드 커맨더가 짧은 보고를 끝마치자 마카리우스가 그들에게 말했던 것은,
지금까의 성전 너머로 역사할 성전이었다고 비망록은 기록하고 있다.
‘축하하네, 친구들. 항상 그런 것처럼 내 기대 대로 자네들은 최상을 달성했고 날 실망시기지 않았다.’
이 말을 들은 장군들은 기뻐하면서도 자신들이 개인적으로 지목되지 않은데 대해 다소 실망한 눈치였다고 레뮤엘은 기록했고,
그런 장군들에게 달콤한 목소리로 웃으면서 마카리우스가 말을 이었다.
‘걱정 말라, 제군, 정복할 세계들은 저기에 차고 넘치니.’
‘그렇다, 그 수는 기실 무한대에 가깝다.’
‘저기에 은하 전체가 있다.’‘황제께서 도달하지 못한 장소마저도.’
‘그렇다, 그 수는 기실 무한대에 가깝다.’
‘저기에 은하 전체가 있다.’‘황제께서 도달하지 못한 장소마저도.’
마카리우스가 가리키던 홀로 맵이 줌아웃 되었고, 성전으로 이미 정복된 광대한 영역은 순식간에 축소되어 하나의 작은 빛나는 점으로만 표시되었다. 그의 청중들에게 무엇이 도래할 것인지 지켜보라는 듯 마카리우스는 아주 잠시 뜸을 들였다, 마치 능숙한 투우사의 칼이 소의 심장을 찔러들기 전에 그렇듯. 레뮤엘은 극을 고조시키는 마카리우스의 심리를 점쳐 보았다고 했다.
‘저기엔 한 사람이 일생을 바치고 백번의 생을 바쳐서 정복해도 다 못할 세계가 있다.’
‘그대들 모두에게 차고 넘치고 그러고도 남을 세계들이 있단 말이다.‘
‘그대들 모두에게 차고 넘치고 그러고도 남을 세계들이 있단 말이다.‘
레뮤엘은 전한다. 그때 마카리우스의 음성에 깃들어 있던 무언가는 바로 ‘약속’이었노라고. ❮그대들 모두에게 충분한 세계❯라는 마카리우스의 그 말에서 그는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자신 하나가 아닐 거라고 확신했다.
황제가 도달하지 못한 곳이라 앞서 칭했던 바로 이 은하의 모서리에서 솔라 마카리우스는 제국을 창건할 뜻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바로 이 로드 커맨더들은 그 제국의 태수가 될 것이란 말인가?
레뮤엘은 드레이크를 자신이 바라보았고, 뒤늦게서야 모든 장군들과 자신이 시선의 대상의 공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눈을 반쯤 감은 인퀴지터의 그 형상은 뛰쳐나갈 준비가 된 위대한 육식동물 그 자체였노라고 레뮤엘의 비망록은 설명하고 있다. 그 이단심문관의 반응을 장군들이 주시하는 자리에서, 레뮤엘은 이것이 저 멀리 떨어진 제국 중앙부로부터 파견된 대변인의 목전에 마카리우스가 제장을 대상으로 펼쳐놓은 시험의 장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졌다. 동시에 이것은 드레이크를 향한 시험이기도 하리라, 마카리우스의 시험 앞에서 그가 선택한 결과는 대총사의 제장들이 그로써 얻는 결과와 똑같을 것이었다. 일평생 대총사를 수호한 레뮤엘의 말에 따르면 마카리우스는 그들이 일말의 대역무도함이라도 가지고 있었더라면 자신이 만든 극 위에 세워서 마카리우스 본인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 천부적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레뮤엘은 숨을 죽이고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를 지켜보았다고 써 놓았다. 다시 지도를 조작하며 대총사가 말했다.
‘여기다, 제군. 우리의 다음 목표가 이곳이다. 황제의 이름으로 우리가 되찾을 땅이 이곳이다. 수천개의 항성계에 조의 조를 넘어서는 영혼들이 있고, 쳐부숴서 몰아낼 제노들의 문명이 있다.’
입술을 핥는 크라수스 장군을 보고 레뮤엘은 장군이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저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광범위한 전역은 황제의 시기 이후로 없었다. 사이러스 장군이 말했다.
‘놀라울 정도로, 너무도 큰 영역입니다, 로드 하이 커맨더. 아마도 성전에 참전한 군세 전부로 감당하기에도 너무 클.
‘내 선발대들이 저기 사람들 사이에 섞여있다. 황제의 축복을 갈구하는 저 인간 세계에 말이지. 그들은 우리에게 동참할 것이다. 저기엔 우리가 새 군단을 길러낼 수천개의 세계들이 있고 그들을 입힐 군수물자를 찍어낼 세계가 있고, 그들을 먹일 어그리 월드가 있고, 베테랑 병사들로 하여금 식민화할 빈 땅이 있다. 태산같은 새 부가 창출될거다. 저 새 영토를 다스릴 인물들이 필요할 것이다.’
‘내 선발대들이 저기 사람들 사이에 섞여있다. 황제의 축복을 갈구하는 저 인간 세계에 말이지. 그들은 우리에게 동참할 것이다. 저기엔 우리가 새 군단을 길러낼 수천개의 세계들이 있고 그들을 입힐 군수물자를 찍어낼 세계가 있고, 그들을 먹일 어그리 월드가 있고, 베테랑 병사들로 하여금 식민화할 빈 땅이 있다. 태산같은 새 부가 창출될거다. 저 새 영토를 다스릴 인물들이 필요할 것이다.’
바로 또 그것이었다. 제국에 대한 약속, 그리고 지금 뻗어나간 어떤 인류 영역 안의 어떤 것보다도 거대한 부, 그리고 장군들과 노병들을 모두 충족시키고 남을 새 영지 말이었다. 마카리우스의 이런 약속 앞에 자신 또한 대총사의 손발로서 행성까진 필요 없고 하이브 하나쯤은 가지고 싶다는 미친 것 같은 욕망과 각종 가능성들이 머리 속에서 스쳐갔노라고 레뮤엘은 말하며, 뇌리에 전염병처럼 확산되는 망상과 야망에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억눌렀다고 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가 돌아본 장군들 또한 그들 앞에 던져진 유혹 앞에 파도치고 있었다. 레뮤엘 자신이 그런 상상을 할 지경이었다면 로드 커맨더의 자리에 착좌한 그들의 머리와 가슴에 회오리칠 그 욕망은 어림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고 그것들은 그들에게 있어 망상이 아니라 정말로 팔 뻗어 잡기만 하면 될 그러한 것이었다. 또한 레뮤엘은 말했다. 마카리우스의 약속 앞에서 시험에 든 이는 제장 뿐만이 아니었노라고, 드레이크가 손을 잡기만 한다면, 마카리우스를 지그시 쏘아보는 드레이크 또한 마카리우스의 군세가 점령하고 해방할 세계의 억조창생을 황제의 빛 속으로 품어들이는데 일익을 담당할 것이다. 레뮤엘은 자신이 이단심문관의 눈 속에서 일순간 번뜩이고 다시금 억눌러진 야망을 보았다고 했다.
타르카 장군의 이어진 발언이 상징적이었다. 그 말은 무슨 뜻이었을까.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분명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손아귀에 쥘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면 치명적인 일이 벌어질 겁니다.’
‘분명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손아귀에 쥘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면 치명적인 일이 벌어질 겁니다.’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그 말을 하면서 그는 인퀴지터를 쳐다보고 있었다고 한다. 대성전이 닿았던 영역 너머로 나아가겠단 선언부터 시작해서 마카리우스의 발언들은 드레이크가 마음먹는 즉시 제국에 대한 반역으로 해석될 그러한 것들이었다. 이것은 레뮤엘이 누차 반복했듯 이 십수년간 인퀴지터가 바쳐온 충심이 어디를 향해 있느냐에 대한 시험일지도 몰랐다. 속전속결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리라는 라이샌더 장군의 발언이 지나고 마침내 잠자코 있던 이단심문관이 입을 열었다.
‘당신이 가진 야망의 크기에 숨막힐 지경입니다.’
이 말에 모든 장군들의 얼굴이 얼어붙었다.
‘난 재정부로부터 인력과 물자를 위해서 더 나올 예산이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전역을 담당할 예산은 우리가 이미 정복한 세계로부터 충당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제국에 추가했고 앞으로 추가할 영역으로부터 보급될 것이야. 성전은 재정자립하고 스스로 속개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한 당신의 권한은?’
‘난 세계를 황제의 빛 속으로 회귀시키는 책무를 맡고 있다, 난 그 책무 그대로 할 것이고 거기에 일말의 부족한 권한도 없지.’
‘아주 좋습니다.’‘당신의 그 야망의 크기를 적절한 권한을 가진 상부에 내가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재주껏 얼마든지 하도록 하게. 내 야망이 내 자신이 아니라 제국을 위한 봉사임을 확실히 달아두도록.’
‘당신의 단어 한마디들까지 정확히 보고하겠습니다.’‘그리고, 내 열의 때문에 내가 당신의 회의를 방해했군요, 부디, 친구들이여, 회의를 계속해 주시길 바랍니다.’
‘전역을 담당할 예산은 우리가 이미 정복한 세계로부터 충당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제국에 추가했고 앞으로 추가할 영역으로부터 보급될 것이야. 성전은 재정자립하고 스스로 속개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한 당신의 권한은?’
‘난 세계를 황제의 빛 속으로 회귀시키는 책무를 맡고 있다, 난 그 책무 그대로 할 것이고 거기에 일말의 부족한 권한도 없지.’
‘아주 좋습니다.’‘당신의 그 야망의 크기를 적절한 권한을 가진 상부에 내가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재주껏 얼마든지 하도록 하게. 내 야망이 내 자신이 아니라 제국을 위한 봉사임을 확실히 달아두도록.’
‘당신의 단어 한마디들까지 정확히 보고하겠습니다.’‘그리고, 내 열의 때문에 내가 당신의 회의를 방해했군요, 부디, 친구들이여, 회의를 계속해 주시길 바랍니다.’
인퀴지터의 좌석으로 마카리우스가 걸어갔다. 그는 우뚝 서서 이단심문관을 내려다보았고, 그리고 미소지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인퀴지터에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레뮤엘은 비망록에 기록해 놓았다. 비망록을 쓰는 그 순간까지도 공기중에 감돌던 긴장과 둘 사이의 불길한 기운을 잊을 수가 없었다고 말이다. 그 기운을 흩어버린 것은 인간과는 다른, 그 이상의 존재였다.
4.1.7. 퍼스트 파운딩 챕터
회의실의 문이 터지듯 열리고 한명의 야수가 뛰어들었는데, 그의 출현에 당황하여 인사를 하려는 인퀴지터를 오만한 자세로 일축시키고 모든 로드 커맨더를 얼어붙게 만든 그는 전설 속에서 나온 하늘같은 존재였는데, 그가 황제가 인간 사이를 걷던 그 시절 활동한 군단이요, 이제는 퍼스트 파운딩 챕터인 스페이스 울프의 챕터 마스터 울릭 그림팽이었다고 레뮤엘은 전한다.이때 레뮤엘은 다소 이성을 상실한 짓을 자신이 했다고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그 스스로에게는 아닐지 모르나 누가 보더라도 위협적인 자세로 마카리우스에게 접근하는 그림팽과 마카리우스 사이에 자신이 뛰어들어 그레이트 울프에게 샷건을 겨냥했다고 써 놓았는데 오묘한 눈치로 자신을 내려다 보면서 냄새를 맡는 그레이트 울프에게 ‘제가 개스를 뿜었는지요?’ 하고 얼빠진 질문을 이때 그는 했다고 한다. 마카리우스가 총을 내려도 된다고 하기 전까지 그는 실금하지 않고 그레이트 울프의 용모에서 뿜어나오는 위압감을 버텼고 그런 그를 가상하게 여긴 그림팽으로부터 그가 권한 술잔을 하사받는 영광을 누렸다 한다. 그리고 이것이 상상할 수 없이 엄청난 영광이었음을 그가 안 것은 스페이스 울프를 환영하는 거대한 연회가 끝나고 치사량의 주독에서 빠져나온 한참 뒤였다고 레뮤엘은 비망록에 써 놓고 있다.
장갑, 늑대인간의 별 드미트리우스에서 찾은 거대한 쇠장갑에 관한 것이 대총사와 그레이트 울프간의 표면적인 회담 목적이었다. 그 추정되는 장갑의 정체는 엄청난 것이었는데 후일, 아니라고 밝혀지지만 그 시점에 그것은 사라진 프라이마크 리만 러스의 장갑으로 추정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면의 목적은 더 간단하고 명백한 것이었다. 프라이마크의 유물에 홀려서 이것의 본질을 못 알아차릴 그림팽이 아니었다. 인류제국에 대한 자신의 이상을 말하는 마카리우스는 자신의 성전에 스페이스 울프가 힘을 실어줄 것을 부탁했고, 전쟁을 위해 존재하는 펜리스의 늑대들은 영광과 먹이를 찾아서 그들이 걸맞다 여기는 전장으로 달려온 것이었다.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한 마카리우스의 성전이 확고해지는 순간이었다고 기록은 전하고 있다.
4.1.8. 보복전
네이비가 아니라도 마카리우스가 손 뻗으면 얻을 수 있는 전함은 많았고, 로드 하이 커맨더는 로그 트레이더의 재벌들로부터 제식 군함은 커녕 자신의 기함보다도 더 강력한 개인선을 빌리고 거기 난파선 신세였던 종전관 다르게 막대한 기갑부대를 그득그득 실어서 최고의 네비게이터를 의뢰해 워프 폭풍마저도 헤치고 프로스크라테스로 진군한다. 드레이크의 언급이 있어서 그는 확신하고 있었다. 자신이 그들에게 복수하려는 것처럼 교만하기 짝이 없는 자존심에 손상을 입은 엘다들 또한 장갑을 인질로 마카리우스 자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수천년 전 제국으로부터 쪼개져나간 인간의 도시국가들이 통치하는 그 행성을 윽박 반 협조 반으로 복종을 얻어낸 뒤 마카리우스는 궤폭과 대기갑 군단을 끌고 다크 엘다가 포진한 산맥 한 가운데의 계곡으로 진군한다. 마카리우스는 눈치 채고 있었다. 주변 행성계를 연속적으로 급습하는 다크 엘다의 머릿수가 전함 한척만을 끌고 온 자신들을 까마득히 상회해 보이는 듯 하나 그 습격이 보여주는 시간차는 놈들이 그 특유의 기동성을 이용해 신출귀몰하며 자신들의 수를 더 많아 보이도록 위장한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놈들은 제국군보다 소수였다.
그들이 포진한 계곡은 고대 엘다제국의 잔재가 남은 곳으로서 여기에 사는 인간들은 엘다의 만신전을 모사한 그 신들의 계곡을 신성한 땅으로 여기어 섬기고 있었노라고 레뮤엘은 전한다. 이단자인 그들에겐 걸맞은 황제의 계몽이 필요할 것이었다. 기습의 교과서적인 좁은 계곡은 궤도폭격으로 엘다들을 견제하는 사이 투입된 공병대에 의해 곧 베인 블레이드가 행차할 만 한 대로로 변했다. 엘다들의 일부는 흩어져 계곡으로부터 도주했고 다른 일부는 유적 지하의 미궁으로 대피했다고 한다. 승리라고 하기엔 부족한 이것은 제국군이 맞서야 될 또 다른 위기였는데, 이것은 모루와 망치였다. 드미트리우스의 주먹을 찾고 엘다를 완전토벌 하기 위해 지하미궁으로의 돌입을 피할 수 없는 제국군은 다크 엘다가 이곳을 본진으로 삼았듯 계곡이라는 한 지점에 못박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하의 엘다들이 제국군의 주공을 붙들어 매는 동안 곧 계곡 밖으로 도주했던 엘다와 이 행성, 그리고 항성계 전체에 퍼져 있었을 카발의 군세가 곧 지상과 우주의 제국군을 공습할 것이었다. 수성을 해야만 할 제국군이 기동성으로는 상대할 수 없는 다크 엘다에 맞서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울릭 그림팽은 작전에 1개 중대 가량의 아스타르테스를 지원했다. 그들을 이끄는 자는 후일, 아마겟돈 전쟁에서 활약하고 그레이트 울프로 등극할 로간 그림나르였다고 레뮤엘의 비망록은 기록하고 있는데, 협조자로서 성전에 동참한 그들은 마카리우스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지 않았고 전투에 있어서 광범위한 재량권을 행사했다. 사냥감을 노리는 늑대가 돼서 그들은 개별적으로 지하 미궁 속으로 흩어져 버렸다. 1대 30을 기록한 다크 엘다의 초월적인 능력도 스페이스 마린 앞에서는 가소로운 것에 지나지 않았다.
지상전에서는 제국군이 압도적인 수를 이용해 버티고 있을 뿐 누적되는 끔찍한 손실을 입고 있었는데, 생체와 기계가 기괴하게 융합된 엘다들의 병기가 땅 위를 누볐고 칼날 모양의 스피더가 하늘을 배회했고 고문의 비명소리가 계곡을 가득 메운 가운데 의미없고 지루한 소모전이 계속됐다. 몇 번 목숨의 위기도 넘기고 레뮤엘은 지금 이 상황이 뭐하는 상황인가 의심도 들었으되 자신의 눈에 비친 마카리우스의 얼굴은 언제나처럼 여유만만 그 자체였다고 한다. 이것은 제국군이 마침내 전차들로 쌓은 장벽이 돌파당해 그 철의 성벽 안으로 귀신같은 엘다들이 쏟아져 들어와 대총사 자신의 지휘실이 피바다가 되고 마카리우스의 칼이 직접 외계인의 목을 따고 레뮤엘의 샷건과 안톤의 스나이퍼 라이플과 이반의 바이오닉스 주먹과 드레이크의 사이킥 번개가 사령실 안에 몰아치는 그 지경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투라는 것은 항상 타이밍이고 상황은 언제나 반전되는 것이다.
마지막 일격을 가하러 쏟아져 들어온 엘다의 주력은 곧 다시 닫힌 기갑성벽 안에 포위되고 엘다들을 둘러친 제국군의 장벽에서 뿜어낸 라스빔이 그들을 모두 섬멸하자 엘다들은 모든 승기를 잃어버렸다. 지하에서도 지상에서도 우주에서도 그들은 모두 사냥당하는 입장으로 전락했고, 코모라 밖으로 무언가를 노리고 위험스럽게 행차한 한 카발의 운명이 이렇게 끝나는 듯 하였다. 그러나 마카리우스와 그림나르, 드레이크와 레뮤엘 일당은 엘다가 어째서 이 프로크라스테스에 도래했는지, 왜 죽은 신들의 형상만 널린 이 유적지를 뒤지고 있는지 잊지 않았다. 로간 그림나르가 지하에서 잡아온 놈들의 고위급 하나를 드레이크가 사이킥으로 취조한 결과 이들 역시도 제국군과 마찬가지로 어떤 강대한 고대 엘다 유물을 발굴하기 위해 여기 진을 치고 있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물론 장갑도 장갑이지만 이걸 그냥 두고 보아선 안되었다.
동시에 지하에서 발견해 제국군이 수비하고 있었던 웹웨이 게이트 하나가 열리더니 차원이 다르게 비범한 실력을 가진 엘다 하나가 일군의 친위대를 데리고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는 보고를 받자 마카리우스는 자신 또한 라이온 가드를 거느리고 웹웨이 내부로 그들을 추격해 뛰어들었다. 그 웹웨이는 마치 워프처럼 내부의 시간과 현실의 시간이 다르게 작용하는 장소였고, 내부에서는 긴 시간이 현실에서는 찰나에 불과했다고 레뮤엘은 기록하고 있다. 이때 로드 하이 커맨더는 레뮤엘에게 먼저 한번 뛰어들어 보라고 명령했는데, 레뮤엘은 처음에는 겁이 나서 거부할까 하더라도 그게 말도 안되는 생각이고 대총사의 명을 거역해서 남는건 총살밖에 없다는 생각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여겨 발걸음을 하였으나 무사했다고 자세히 기록해 놓았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자신이 뛰어들어서 다시 현실로 돌아오기까지의 순간이 상당히 시간차가 난다는 사실은 이미 그 안에 돌입한 다크 엘다의 아콘 일당과 그들을 추격해간 로간 그림나르가 벌써 후미에 남은 제국군과 돌이킬 수 없을 만큼이나 멀어졌다는 사실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르자 마카리우스의 결단은 바로 내려졌다.
4.1.9. 멸망의 장소
레뮤엘은 기록한다. 그 안에 들어온 드레이크가 두려움에 떨며 대총사에게 한시 빨리 이곳을 벗어나길 권했노라고. 돌이켜 생각해도 그 웹웨이는 인간이 들어와서는 안될 장소였다고 한다. 웹웨이는 통로에 불과했고 그 단순한 구조 안에서도 그림나르가 남겨둔 표시로서 제국군은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문제의 핵심은 그 구조보다는 그 내부를 치장한 신상들의 형상이었다.지상의 유적과 지하의 미궁의 모습을 레뮤엘이 표현하길 한없이 사랑과 기쁨으로 넘치는 외계인들의 길쭉하면서도 인간을 닮은 모습은 이 통로 안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지하미궁을 행군하는 도중 레뮤엘의 표정에 떠오른 기이함을 읽고 대총사는 네가 담은 생각을 말해보라고 지시했었다고 한다. ‘우리가 상대한 그 악의로만 똘똘 뭉친 엘다들과 이 유적을 만든 자들이 같은 자들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게 아니냐.’ 는 요점으로 레뮤엘이 한 말에 드레이크는 외계인들의 불경한 정신을 우리가 알게 뭐냐고 무시하였다 하나, 마카리우스는 그의 생각에 공감을 표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 웹웨이 통로는 빛나는 엘다의 신상과도, 사악한 고문자들과도 다른 무언가였다. 그것은 악마적인 것이었고 레뮤엘은 이 웹웨이에서 자신이 느끼는 힘을 전에도 느낀 적 있었다. 그리고 그가 마카리우스와 마지막으로 종군하는 그 날에 한번 더 느낄 것이었다. 그가 느낀 힘은 불의 천사의 대성당에서 느낀 그것이었다.
어디서 뿜어나오는지 모를 푸르고 하얀 빛이 감돌던 통로의 내부는 갈 수록 보라색과 기괴한 빛으로 일그러졌고 아름답던 신상들은 젖가슴이 여러개 달린 우두인신의 괴물이나 집게발을 한 뿔난 미녀의 형상으로 교체돼갔다. 그렇게 신상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 석상들은 기존에 있던 신상들을 개조한 흔적이 있었으며, 레뮤엘의 묘사로는 그것이 원래 있던 엘다의 두상과 손을 잘라내고 돌을 용접해 붙인 듯한 이해할 수 없는 기술이었다고 설명되어 있다 그 한 가운데서 그들은 꿈을 꾸었다.
4.1.10. 멸망의 시간
고향 벨리알에서 그를 임페리얼 가드에 합류하도록 만든 갱단에게 쫒기던 레뮤엘은 목숨을 살리기 위해 제노들의 한 가운데로 뛰어들었다. 레뮤엘은 꿈 속에서 엘다가 되어 있었고, 꿈 속에서 그가 서 있는 장소는 지상의 그 계곡이었음을 그는 곧 눈치챘다. 주변을 둘러 보았을 때 그는 수정과 돌로 지어진 달걀형 건축물과 타원형 첨탑들이 가득한 휘황찬란한 도시 한 가운데 자신이 서 있었음을 발견했다. 계곡 아래를 내려다 본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하고 친숙하고 오래 된 신전이었고 신들이 그들의 축복받은 신도들을 내려다 보았다.보라색과 녹색의 법복을 입은 설교자가 거리에 있었는데, 더 없이 행복한 듯 그는 보행자들에게 사랑과 자비와 희망을 설교했고, 그는 곧 다가골 새로운 신의 탄생을 이야기했다. 엘다를 다시한번 더 높고 위대한 영혼의 경지로 인도할, 길 잃은 자를 인도하고 낙담한 자에게 희망을 주고 곤경에 처한 자에게 평온을 주는 그런 신 말이다. 그 신이 엘다를 간단하고 끝모를 기쁨으로 넘치는 삶으로 이끌리라는 것이 설교의 핵심이었다.
설교자는 달콤한 목소리로 경구를 전했고 인파는 그의 말에 귀 기울였는데, 그 사이에는 레뮤엘도 끼어 있었다. 그러나 레뮤엘은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무언가 이질감을 동시에 느겼다. 이미 꿈속의 그의 동족, 즉 엘다들은 성취할 수 있는 위대함을 성취했고 가난도 없었고 굶주림도 없었고 마음 속에 품은 증오도 없었다. 그 새로운 신이 우리에게 부여할 것이 어떤 의미가 더 있다는 말인가 하는 그런 의문이 들었다. 그 설교자의 말 가운데 해답이 있었다. 그것은 영혼의 문제였다. 모든걸 성취했지만 아직 엘다들은 영혼의 문제를 겪고 있었다. 행복 속에서 사회가 겪는 순수한 지루함이라는 문제가 그들의 혼이 나아갈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아직 다른 종족들은 전화에 휩싸여 있었으나 그것은 그들의 일일 뿐이었다.
시간이 지났고 사회는 변했다. 도시는 더 이상 이전과 같이 청결하지 않았고 뚜렷하지 않았다. 빛이 이전보다 침침해졌기 때문이다. 더 많은 그림자가 도처에 깔려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파국이 초래한 것이 아니라 도시의 거주자들이 그것을 원했고 이런 방식을 추구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제 그림자를 원했다. 사람들은 그들이 홀로 존재하고 담배를 피우며 다른 이의 팔 안에 안겨서 좀 다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어둡고 조용한 영역을 원했다. 그들 사이엔 금색과 자색과 초록색의 사제가 함께하며 만족스러운 듯 웃고 관용과 안락을 설교하며 즐거움을 쫓는 사람들을 격려했다. 인생은 달콤했고 욕망은 충족됐고 무슨 경험이라도 허용되었다. 곧 빛나는 금빛 신이 나타나 우주를 그의 빛으로 개조하라리는 설교자의 강연을 듣게 된 레뮤엘은 약간의 기만적인 불편함을 느꼈지만 이내 연인과 함께 미약을 탄 담배를 즐기면서 그만의 평온 속에 빠져들었다.
시간이 더욱 지났다. 사람들은 오래된 신들로부터 등을 돌렸고 사원들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새로운 신에 의해 점령당했다. 신전들은 무관심 속에 방치됐고 공양은 이뤄지지 않았다. 일상이 이상한 것으로 바뀌어서 사람들은 생업도 때려치우고 잠과 백일몽과 환각 속에서 날들을 소모하였다. 소수의 사람들은 그들의 사업을 계속했지만 오직 밤에만 출몰하며 군중들을 대상으로 약을 팔고 술을 팔며 괴상한 사랑을 제공했다. 이제 사제들은 무리들을 이끌고 그들의 신의 엄청난 위용을 설교했고, 사람들은 그것을 보며 기다렸다. 신이 도래하기를, 세계가 곧 영원히 개변되리라는 것을 감지하면서. 땅 속의 지하에 신에게 바치는 상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는데 그것들은 과거의 신들처럼 친근하게 보이는 그런 것이 아니었고, 모든 사람들이 그것에 동조하고 군중과 함께 하는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설교자가 나타났다.
무언가 잘못됐다고, 엘다 문명을 파괴할 우주적 위기의 거대한 재앙이 임박했노라고. 소수는 그들에게 주목했고, 때때로 그들은 죽은 채 발견됐으며 약에 절여져 사라져 버렸다. 레뮤엘은 보았다. 금색,자색,녹색의 사제들이 그들의 시신을 밟고 서 있는 것을. 누군가들은 그들의 가족과 식솔을 데리고 새로운 별을 찾아 거대한 세계선에 몸을 싣고 떠나버렸다. 어떠한 이들은 웹웨이와 직결되는 거대한 대피소를 짓고 세계를 재구성하기 위한 장치를 만들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남았다. 움직이기엔 너무도 취해 있었고 사원에서 새로운 신께 바치는 의식을 제외하곤 인생의 쾌락에 압도돼 있었다.
레뮤엘은 느꼈고 그런 자는 레뮤엘 혼자만이 아니었다., 전능한 존재가 모든걸 관찰하고 있었음을, 시간을 재며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음을, 무언가를 종결시킬 존재, 무리들을 절박학 분노 속으로 몰아넣는 그런 존재 말이다. 사람들이 더 어두운 쾌락에 탐닉하자 거리엔 피가 흘러넘치고 그 피는 동참을 거부하는 희생자들의 것 만이 아니었다.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웅장한 북소리가 울리고 관악기의 불혐화음이 만드는 지옥같은 소리 속에서 흥청대는 춤사위가 이어졌다. 나체의 엘다들이 피로 그리고 흉터로 새긴 문신을 하고 거리를 내달렸다.
새로운 신을 위한 인신공양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제정신의 흔적은 말끔히 소멸되고 금색,자색,녹색의 방탕한 사제들이 향락의 무리를 이끈 채 대로를 활보하며 극상의 열정을 담아서 광기어린 계시록의 경구들로 귀 앏은 자들을 취하게 하였다. 강림의 시간이 시시각각으로 도래했다. 더더욱 거칠게 없어진 그들의 설교가 맹위를 떨쳤다. 막대한 인구를 사제들은 의식의 찬양 속으로 이끌며 옛 신들의 얼굴을 깎아내고 그 자리에 새롭고도 불건전한 우상을 세웠다. 그들이 나타났다. 밤이 세상을 뒤덮으면 달빛 아래서 중독적인 향내의 구름을 내뿜는 집게발의 인영들이 나타나 숨쉬는 모든 자들을 더욱 그리고 더더욱 높은 경지의 쾌락으로 몰아갔다.
마침내 그 날이 도래하자, 수천개 세계에서 하늘이 갈라졌다. 신이 나타나 그들의 백성들을 미소로 굽어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그토록 숭배하던 신의 용모를 보고 그들은 두려움에 비명을 질렀다. 비명은 갓난아기 신이 들숨으로 그들 모두의 몸에서 영혼을 빨아 자신의 아가리 속으로 삼키는 그 순간까지 계속되었고, 빨려나간 모든 영혼은 새롭게 탄생한 신의 권능과 용력이 되었다. 순간 순간이 지날 수록 더욱 저항하고 인내하기 힘들어졌다. 나약한 영혼을 먹잇감의 시작으로 신의 힘은 가장 강력한 이도 버티지 못할 그때까지 성장하였다. 이 비명 소리를 들으라, 파멸로부터 도주하기 위해 발광하던 자도 더 이상 저항치 못하고 거기에 몸 바쳐 복종해 버린다. 그들의 비명이 공포에서 곧 최악의 쾌락의 그것으로 변모해 가는 것을 레뮤엘은 똑똑히 들었다.
마신이 포식할 때 마다 생기와 영혼을 빨린 시체가 거리에 널리고 도시는 시체로 가득 찼다. 조종할 자를 잃은 함선들은 하늘로부터 추락하고 차량은 도로를 굴렀고 이윽고 모든 거주자가 새 신적 존재의 일부로 화해버린 도시는 이제 정적으로 가든 찼다. 도시의 불빛은 여전히 살아 있었고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으나 그것의 증인들은 이미 간데 없었다. 레뮤엘은 알았다. 이것이 엘다가 발디딘 전 우주에서 일어난 일임을. 모든 신도들의 영혼을 딛고 생겨난 적의로 가득한 우주적 창조물이자 다른 혼돈의 힘과 우주의 패권을 놓고 투쟁할 새로운 악이 탄생했다.
창졸지간에 텅 비어버린 수천개의 세계가 레뮤엘의 뇌리를 스치는 동안 그는 새로운 신의 존재를 느낀다. 그 탄생의 파문으로 생겨난 뇌성벽력같은 단 한마디 울림이 그의 심리 안에 진동했다. 그 이름은 슬라네쉬였다. 악몽에서 깨어난 레뮤엘은 자신이 똑같이 비명을 지르는 다른 병사들 한 가운데 있음을 깨달았다.
4.1.11. 로드 하이 커맨더의 의지
레뮤엘이 보기에 이 꿈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난 자는 불침번을 위해 잠들지 않은 나머지 절반의 병력과 10년 전에 이미 미쳐서 모든 인간적 감정을 상실한 라이커 말고는 없어 보였다고 한다. 하이로니무스 드레이크 마저도 잠에서 깨어나 마각을 드러낸 두려움의 정체에 떨며 파멸의 힘에 오염되었음이 분명한 이 장소에서 프라이마크의 유물이고 뭐고 이미 오염됐을 것이니 어서 떠나자고 마카리우스에게 종용하였다. 그러나 대총사의 의지는 명확했고, 그가 명령한 것은 진군이었다. 공포냐 충심이냐, 마카리우스에 대한 경애와 외경과 충성심은 제국군으로 하여금 카오스의 위협을 극복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었다 했다.웹웨이 안에는 다크 엘다 아콘의 친위대가 남아 제국군의 발목을 잡으며 시간을 끌려 애썼고 그것은 단순히 통로에 불과했던 웹웨이를 빠져나가 목적지에 도달한 그 이후에도 그러했다 한다. 그들 한명 한명은 분명 강력하지만 이 자리의 제국군 전력을 정면으로 상대할 수 없는 그들이 그렇게 게릴라 전술을 펴는 이유는 레뮤엘도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것은 아직 그들의 주인이 원하는 것, 즉 엘다의 유물을 얻지 못하여 시간을 벌고자 하는 희망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제국군과 엘다의 손실률 교환비는 5:1로 떨어졌다고 하는데, 레뮤엘은 아마도 제국군이 일전과 다르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리라고 짐작하였다.
마카리우스가 이끄는 제국군은 어떤 밀폐되어 있으나 광대한 공간에 펼쳐진 이미 폐허가 된 도시를 주파하고 있었고 꿈을 꾼 제국군들은 이 도시가 바로 꿈속의 그 도시임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기이한 일이었다. 지상에 있었을 도시가 어째서 지하도 아니고 웹웨이를 통해 연결되어있는 위치불명의 아공간에 똑같이 재현돼 있다는 말인가. 이러한 상념 속에서 늑대의 울음소리와 볼터의 총성이 들리더니 로간 그림나르가 제국군을 환영하였고, 그리고 그의 손엔 다크 엘다 아콘이 데려온 마지막 친위병력이자 그의 애첩으로 보이는 서큐버스 한명이 들려 있었다고 하였으니, 이제 남은 적은 단 하나 뿐인 것이었다.
4.1.12. 현실화 장치
그들이 폐허가 된 성탑 안에서 아콘과 대면했을 때 레뮤엘은 비로소 아공간 속 도시의 정체를 깨달았노라고 밝힌다. 아콘은 이미 고대 엘다 제국의 유물과 동조하여 그것을 재가동 시키는데 성공하였던 것이다. 폐허가 된 도시는 간데 없이 사라지고 무에서 셀 수가 없는 다크 엘다 전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자세히 보면 눈치 챌 수 있었다. 그 전사들은 무언가 이상했으니 그들의 형체는 뚜렷하지 않았고 정교했던 갑주는 밋밋하기 짝이 없었다. 무한대로 생성되는 엘다 전사들 앞에서 마카리우스의 제국군은 풍전등화였다. 무한대의 전사들이 새롭게 생성될 때 마다 더더욱 뚜렷해지는 형체와 그 정교한 외양과 신들린 듯한 전투능력을 보고는 그림나르와 마카리우스, 드레이크, 레뮤엘 일당 할 것 없이 그들은 엘다 유물의 정체와 전선에 나서지 않고 그것을 조작하는데만 전념하는 아콘이 지금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레뮤엘은 비망록에 기록한다.그것은 그들이 멸망의 악몽 속에서 목격했던 무언가였다. 크래프트 월드를 타고 멸망으로부터 멀어지고자 한 엘다들이 있었다면 웹웨이 너머에 파멸로부터 자신들을 지킬 방공호를 지은 엘다들도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대피소 안에 무언가 장치를 준비하였다. 문명을 재건하고 대피소 안에서 자기들의 편의를 도모할 장치 말이다. 바로 현실화 장치였다. 방공호의 엘다들이 어째서 결국엔 파멸했는지, 어째서 그들의 웹웨이가 슬라네쉬에 의해 정복당했는지는 자명한 일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누리던 쾌락을 그 장치로 재현하려다 자신들이 초래한 결과에 파멸을 맞이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현실화 장치 위에 놓인 물건은 바로 드미트리우스의 주먹이었다.
로간 그림나르가 문제의 중심인 아콘을 쓰러뜨리기 위해 이 온데 없는 엘다 전사들을 주파하고 레뮤엘은 그림나르의 그림자에 몸을 숨기고는 그의 뒤를 따랐다. 엘다들의 독묻은 칼날과 슈리켄 앞에서 그림나르는 결국 쓰러져 버렸으나, 무에서 생겨난 외계인 전사들의 칼이 자기의 숨통을 파고들기 직전 레뮤엘이 현실화 장치에 던진 수류탄은 그 목적을 달성했다고 레뮤엘은 회고하고 있다. 현실화 장치와 아콘의 동기화가 풀렸는지 승기를 잃었음에 좌절한 그가 분노로 레뮤엘을 죽이기 위해 채 발걸음을 옮기기도 전에 모든 엘다 전사는 원래 없었던 대로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다. 레오 레뮤엘은 그 외계인들의 집정관이 자신에게 출수하기 앞서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네 고통으로 내가 잔치를 즐길 것이다, 필멸자.’
그 엘다의 동작은 너무도 빨라 샷건을 들어올릴 새도 없었다고 한다. 망치로 치는 듯한 주먹질에 사출기에서 쏘아진 듯 뒤로 날아가기라도 하련만 자신을 그 자리에 그대로 붙들고 있었던 것은 자신의 흉부를 관통해 그대로 등을 거머쥔 끝에 메스가 달린 엘다의 손가락이었다고 레뮤엘은 말한다. 상처 주변을 파고드는 그 뜨거움은 독이었는지 쇼크였는지 짐작되지 않았다. 그것은 어쨌든 그 상황에서 문제가 아니었다. 반격하려 샷건을 들어올렸으나 날아든 발길질에 팔목과 손가락은 부러지고 반격의 수단을 잃었다. 엘다는 레뮤엘을 땅에 내동댕이치며 그대로 뜯어낸 살덩어리을 내보였다고 한다. 외계인의 차가운 웃음소리가 그의 헬멧을 통해 기계음이 되어 울리고 레뮤엘은 죽음을 확신하여 남은 수류탄으로 동귀어진을 노렸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그걸 차 버리는 아콘에겐 통하지 않았다. 그리고 레뮤엘은 웃었다. 그 자리에 마카리우스가 서 있었다.
피스톨을 든 채, 적을 겨누고, 탄창이 빌 때까지 그가 당긴 방아쇠에 아콘은 회피기동했으나 숨이 끊기기까지 반격의 기회는 허용되지 않았다. 그때 레뮤엘은 감사의 말을 중얼거리려다 아주 기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마카리우스를 보았다 했다. 그런 그를 보고 레뮤엘은 라이커를 떠올렸다. 그때 마카리우스의 표정은 너무나 많은 것을 목격해버린 사람과 같았다고 한다. 후세의 역사가 증명하듯 그림나르는 레뮤엘과 마찬가지로 살아남았고, 보다 더 멀쩡했다고 했다. 앞서 밝혔지만, ‘드미트리우스의 주먹’을 그는 챕터의 고대 유물이기는 하되 프라이마크의 소유였던 것은 아니었노라고 판별하였다.
이로써 드미트리우스의 주먹과 관련된 모든 사건은 종결되었노라고 기록은 전한다.
5. 성전 말기
만년 전 워마스터의 반역에 의해 열국으로 분열한 제국의 호족들을 진압하고 재통일시킨 뒤, 황제와 프라이마크들이 이뤄낸 영역너머로 진군하겠다는 마카리우스의 야망은 진실이었다. 프로크라스테스로부터 10년이 다시 지나고, 마카리안 크루세이드는 황제의 빛이 이르는 그 한계까지도 확장을 멈추지 않았다. 그 10년간 레오 레뮤엘은 완전한 노병이 되었고, 그는 비망록에 그 시점에 20년 전 카르스크에서 중위 부사수이던 라이커는 대령까지, 자신은 하사, 두 전우인 이반과 안톤은 병장으로 진급했음을 기술하고 있다.5.1. Fall of Macharius
5.1.1. 반역
그리고 헤일로 월드 ‘로키’에 서 있는 레뮤엘과 전우들은 더 이상 로드 하이 커맨더 뒤에서 시위하는 그의 그림자일 수 없었다. 당시 장장 2년 이상을 지속중이던 이 전장은 마카리안 크루세이드에서 전에 없던 곳으로서 그 전과는 좌절스러운 것이었고 정복전쟁이 아닌 이것은 치욕스러운 싸움이었다. 이것은 반역 진압이었다. 마카리우스와 수십년간 함께한 제자로서 신임받는 제국군 사령관이었던 ‘리쳐‘는 이 장소를 정복하고, 이곳의 원주민과 동화되었으며 끝내 마카리우스와 제국을 향해 독립을 선포하고 반역을 기도했다. 그리고 지금 제자를 상대로 한 이 진압전쟁엔 마카리우스가 이끄는 제국군의 패색이 드리우고 있었다. 믿기 힘든 일이었다.비망록에 따르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추적거리며 내리는 빗줄기 속에서 독가스가 시시 때때로 솟구쳐 나오는 무의미한 평야를 차지하기 위해 2년 동안 쉴 새 없이 백골이 쌓이고 다시 그 위에 시체가 쌓였다 한다. 하사관이 되어 전우들과 부하들을 데린 채 이 전장 최전선에 발을 디디고 있다는 것은 레뮤엘에게 자랑거리가 아니었는데, 마카리우스의 호위병마저도 최전선에 투입되어야만 한다는 이 사실은 이 전역에서 라이온 가드가 어떤 처지에 처해 있는지를 방증하는 것이었다. 레뮤엘이 당시 딛고 있는 땅은 영광의 전장이 아니라 발을 잠아채는 참호 속의 수렁이었다.
밤이 되면 빗 속의 독가스 지대에서 자신을 죽여달라는 부상당한 제국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끓는 구더기와 함게 썩어들어가는 내장을 안고 죽음을 구걸하는 그를 안톤은 라이플로 아무렇지도 않게 쏴 죽였고, 아군을 사살한데 대해 레뮤엘 자신이 보내는 책망의 눈초리와 목소리는 곧 무감각해진 감정으로 되돌아왔다고 했다. 어제의 전우였던 시체는 교활한 시궁쥐들의 식사거리가 되었고 살아있는 자도 산채로 썩는 이 습기찬 녹갈색 대기에서 상처를 입는다는 것은 바로 그 전투능력의 상실을 의미했는데, 이 지옥의 수렁에 투입된 제국군은 고작 두 개 연대에 지나지 않았고, 그 연대마저도 전대미문의 가혹한 자연환경 속에서 참혹하게 무너져 내려가고 있었다고 하였다. 지옥을 여러번 헤쳐온 안톤과 이반은 레뮤엘에게 이것보다 더 힘든 것도 겪어왔다고 스스로 호언장담하며 기력을 내려 하였지만, 레뮤엘은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장소보다 더 열악했던 전장은 없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마카리우스가 약속한 지원군과 보급품은 2년 동안 한번도 오지 않았으며 그들 모두는 기다림에 지쳤다. 베인블레이드를 타고 전장을 누비던 과거의 전역은 진흙탕의 망각 속에 잊혀져 갔고 더 이상 연료가 없는 리만 러스는 이미 녹슬어버린 엄폐물로 전락한지 오래되었다고 한다. 이같은 일은 이해할 수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방독면을 쓰지 않고서는 한 순간도 살 수 없는 질병과 부패로 가득한 대기 속에서 병사들은 곰팡이의 회색 털로 가득한 자신의 폐 속에서 질식해 죽었고 유감스럽게도 어그리 월드의 인간에 우호적인 환경을 고향으로 둔 그로스 랜더 연대는 벨리알 출신인 레뮤엘 일행관 다르게 방독면에 익숙하지 않았으며, 게다가 작금의 현실은 생존의 필수품인 방독면마저도 엄청난 불량률을 자랑하고 있었다.
로키의 주변엔 다수의 위성이 궤도를 그리며 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여러개의 달 중 가장 크게 빛나는 해골형상의 달이 내뿜는 빛 아래서, 저 비인구역의 평야에 널린 탄착공을 오가며 리쳐의 데스코만도가 야습해 오고 있단 걸 깨달은 레뮤엘과 안톤은 길게 경계의 나팔을 불었다. 적들의 습격이 또 다시 시작되었다. 해일로 존의 괴상한 역장 앞에 전자장비들은 그 내구연한을 빠르게 소진하였고 알람과 신호기같은 사소한 도구마저도 맥없이 부서져 나가는 이 진흙탕에서 나팔은 차라리 유용한 것이었노라고 레뮤엘은 기록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평소에는 독가스가 뿜어져나오는 비인구역의 평야 너머로 방독장비로 무장한 회색 군복의 적들이 뼈와 시체의 바다를 인해로 채우며 몰려들었다고 한다.
비망록의 묘사에 따르면 리쳐의 군대엔 항상 호흡기계 질병을 앓는 듯한 가래끓는 군가를 배경으로 전쟁의 북소리가 함께 했고 그 수는 지표면을 가리는 무한대한 것이었으며, 이미 이 평야 위에서만 수십만이 죽어나갔을 그들은 언제나 부족함 없는 인해전술을 동원했다 하였다. 그들은 죽여도 죽여도 끝이 보이지 않는 제파식 소모전으로 제국군의 물자를 소모시켰고 그들을 참호와 독가스의 수렁 속에서 지쳐 쓰러지게 만들었다. 이 독악한 행성의 어떤 하이브에서 저만한 인적 자원을 징발할 수 있었는지 이 시점에서 자신은 다만 추측만 하고 있을 뿐 진실을 알 수 없었다고 레뮤엘은 기록하고 있는데, 다만 공공연한 비밀은, 저 방독면과 투구 너머의 적병들의 그 용모가 모두 같은 태내에서 태어난 것처럼 흡사했단 것이었다고 한다. 병사들 사이에는 리쳐가 황제와 제국이 이 은하에 도래하기 이전에 있었던 암흑의 기술을 부린다는 소문이 돌았다. 리쳐의 전사들, 복제인간으로 추측되는 그들은 배양기에서 끊임없이 뿜어져 나와 새로운 모델들이 전장에 투입되었으며, 더 강인하고, 곰팡이와 질병과 가스와 병충 앞에서 나약한 제국군과 다르게 끄떡이 없었다고 기록은 전한다. 그들의 영혼없는 행군이 계속될 때 적진은 무언가 주문을 외는 듯한 가래끓는 목소리가 사이하고 단조로운 곡조를 반복했다고 레뮤엘은 동시에 적고 있는데, 그 이단자들이 끊임없이 외웠고 자신이 아직 정체를 알지 못했던 그 한마디 단어는 ‘너글’ 이었다.
마카리우스 휘하에 있었으나 그로스랜더와 라이온 가드는 별도의 명령계통을 따른다. 회색 군복의 바다를 맞이하는 그로스 랜더를 뒤로 하고 자신에게 배속된 라이온 가드를 이끌고서 레뮤엘은 적들이 구사하는 양동작전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적들의 코만도스가 침투할 만한 측방의 참호로 이동했다고 기록했다. 참호족에 걸린 발들을 재촉해서 적들이 뚫고 들어오리라고 여겨지는 곳으로 향하던 레뮤엘과 그의 분대는 예상대로 참호들의 교차지점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의 오물 투기장 근처에 죽어 쓰러진 라이온 가드의 순찰부대를 발견하였지만 정작 적이 침입한 흔적이나 경로를 찾을 수 없었다. 지휘력을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적을 찾아 내야만 했다. 이미 방어선 중 어딘가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돌파당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던 사이 그가 발견한 것은 배설물로 가득한 하수도에서 솟아오르는 기포였다고 하였다. 그 순간 스노클을 끼고 악취나는 변소 속에 숨어 있었던 적들이 일제히 솟아올라 자신들에게 기습을 가했노라고 레뮤엘은 기록하고 있다. 라이온 가드는 마카리우스의 정예중의 정예로서 이런 기습에 쓰러질 자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몸 상태가 정상이라는 전제를 놓고 수적 열세 앞에 놓이지 않고 앞 뒤 양쪽에서 공격받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서 그러했다. 그들의 뒤에서마저도 적들이 나타나 기습을 가하자 레뮤엘이 이끌던 병사들은 삽시간에 무너져 내렸다 한다.
30년 넘도록 그와 함께한 샷건을 장전하곤 그는 회전했다. 일군의 이단자들이 레뮤엘을 향해 돌격해 왔다고 하였다. 심장이 한번 박동하는 순간 조준을 끝마치고 그가 당긴 샷건의 방아쇠가 비산시킨 산탄이 그 적들을 모조리 휩쓸어버렸다. 적들을 피해 마찬가지로 그들이 솟아나온 시궁창으로 뛰어들어 몸을 피한 그는 자신의 부하가 마스크를 베어낸 적병의 얼굴을 목격한다. 그 끔찍한 얼굴은 핏줄이 돋아 붉게 물든 눈에 붉은 고름이 터지는 수포가 허여멀건한 알비노의 살가죽 위로 돋아난 형상이었다 한다. 놈은 도저히 운신할 상태가 아닌 병자로 보였지만 그래도 그는 아직 열정적인 힘을 광전사처럼 발휘해 싸우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배양조의 생산물이었다고 레뮤엘은 전한다. 그가 샷건의 개머리판으로 후려친 놈의 머리는 달걀처럼 깨져버렸고 사방으로 비산하는 뇌수 가운데 파리가 가득했다. 레뮤엘의 비망록은 자신이 그 순간을 이해할만한 여유가 없었다고 한다. 그의 대부분의 병사가 쓰러졌다. 무려 세 개 분대가 두 배 가량의 적의 기습을 받아 전멸한 것이다. 소수의 동지들은 여전히 적과 싸우고 있었으나 그들 역시도 곧 쓰러지고 말 것이고 무기의 우월함에 힘입어 순간을 번 레뮤엘도 이대로라면 곧 그 뒤를 따르게 되리라. 참호 위로 세워진 방어시설물 사이에 조금의 틈을 발견하고서 비인구역을 향해 도약한 레뮤엘의 주변을 오토건이 휩쓸고 지나갔다. 륜형 철조망에 걸린 검은 옷조각을 뒤늦게 본 그는 적병이 저곳을 넘어 침투했음을 깨달았다고 기록에 남겼다. 다리를 찢겨가며 철조망을 넘은 그가 참호 속에 남은 6개 분대급 적을 수류탄을 까서 전멸시켰을 때 자신의 병사들을 자신이 죽이는 행위가 그것이 아니었기를 바랐다고 한다.
피묻은 다리짝을 빼낸 그는 참호 땅 위에 서서 참호를 따라 연달아 밀려드는 적들을 발견하는 족족 수류탄을 던져 그들을 육편으로 만들어 버렸다. 안톤과 이반이 보였다. 다행히도 무사한 그들은 자신과 다르게 여전히 각각의 분대를 이끌고 싸우고 있었고, 그들에게 합류한 그는 모든 분대를 잃은 자신에게 날아올 비난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들은 고개만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 더 안 좋은 소식이었다. 모든 참호가 적들에게 일제히 압도당했단 것이다. 정황을 설명하는 그에게 어떻게 된거냐고 물었던 전우들은 이젠 똥 쌀 때도 사주경계를 해야 된다는 말이냐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들의 귓전에 들려온 소리는 세 번의 짧은 나팔소리였고, 그것은 적들의 대군이 몰려든다는 신호였다. 2년간 기약도 없이 마카리우스라는 희망 하나에 매달려 이 뼈투성이 황무지를 고수하기 위해 감내한 그 엄청난 대가가 모조리 수포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했다.
5.1.2. 신념 혹은 회의
바다의 밀물을 피하듯 라이온가드와 그로스랜더가 퇴각한 장소는 후방의 전진요새였다고 기록은 전한다. 토치카가 가득한 작은 산같은 요새의 흙을 덮은 표면엔 ‘여기 와서 죽어라.’라는 흰 글자가 써 있었다고 레뮤엘은 비망록에 적고 있다. 그리고 그 글자가 적들의 백골화한 두개골을 쌓아서 만들었단 것을 관찰하고는 그래도 후방은 여유가 있구나 하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요새의 사령관은 레뮤엘도 잘 아는 인물이었다고 한다. 표현을 정정하자면 그를 잘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이나 상대적으로 잘 안다는 것이다. 25년에 걸친 동고동락 끝에 레뮤엘은 보고하러 온 자신을 응시하며 ‘레뮤엘 하사’라고 나직히 읇조렸던 그의 목소리만으로도 어째서 현장지휘관인 중위가 오지 않고 자네가 왔냐는 의미의 물음이 그 멘트 속에 담겨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했다. 물론 자신이 온 것은 그 중위가 안톤이 쏴죽이기 전까지 날뛰어댄 적의 저격수에 의해 죽었기 때문이었다.요새는 눅진거리지 않고 건조했으며 전선과 다르게 청결했고, 그리고 어느 전장이든 꿀빠는 개새끼는 있는 법이라 혐오스러운 자들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눈길을 사로잡는 건 전등 하나만 멀쩡한 사령실과 렌즈 하나가 없어서 작동하지 않는 홀로 맵, 그리고 벽과 탁자를 채운 채 핀과 붉은 표시, 마커가 그어진 셀로판지가 겹쳐진 원시적인 전역지도였다고 레뮤엘은 기록한다. 무엇이 제국군을 이렇게 궁핍하게 만든단 말인가. 무엇이 그 영광스러운 마카리우스의 친위대를 이렇게 전락하게 만들었는가. 대령 라이커는 보고에 앞서 레뮤엘에게 더 시급한 게 무언지 놓치지 않았다고 하는데, 지휘관이 하나라도 더 필요한 시점에 레뮤엘이 바이오닉스 시술은 꿈도 못 꿀 이 전장에서 다리를 썰어야 되는 상황을 그는 원치 않았다고 기록으로 레뮤엘은 남기고 있다.
배양조에서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나사를 쳐내듯 찍어져 나오는 적들의 군대와 다르게 제국군에게 질병은 두려운 것이었다. 이단자들이 질병 앞에 무적이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넘쳐나는 숫자 만으로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는 제국군을 무가치한 죽음 속으로 몰아가는 그들은 그 질병에 죽어도 무방한 가치없는 소모품이었다. 그리고 만명이 질병으로 죽으면 곧 그 자리는 새롭게 찍혀나온 만명이 채울 것이다. ‘이런걸 조심해야 한다’는 게 알콜소독 후 거즈를 두르는 의무중위의 설명이었는데, 거즈를 두르는 이유는 치료용 단백질 주입기가 이미 한달 전에 다 바닥났기 때문이었다고 레뮤엘은 설명했다.
‘다리 말입니까?’
‘관통상, 자상, 모든 종류의 외상, 저기 밖에는 병원성 포자들이 득시글거리고 감염의 종류란 종류는 셀 수가 없네, 개중에는 구마가 불가능한 것도 있지.’
‘그게 뭡니까, 중위님’
‘관통상, 자상, 모든 종류의 외상, 저기 밖에는 병원성 포자들이 득시글거리고 감염의 종류란 종류는 셀 수가 없네, 개중에는 구마가 불가능한 것도 있지.’
‘그게 뭡니까, 중위님’
자신을 바라보는 그는 중년의 나이였고 그로스랜더 소속이었으며 연명처치 따위는 받지 못하였다고 기록은 전하는데, 그와 소속이 다른 레뮤엘 자신의 제복을 보고 군의관은 대답을 조심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말하길 이곳의 질병은 마치 저주라, 그들은 갈 수록 치명적이고 높은 전염성을 보이는 뭔가로 변모해 가고 있다고 하였다. 마치 인공적으로 종을 개량하는 개체들 같다는 것이 그의 비유였다고 비망록에는 기록되었다. 아마도 그런 비유가 어그리 월드 출신인 그였기에 생각해낸 그런 종류인 것 같다고 헛생각을 하면서 레뮤엘은 질병의 교배종에 대한 그의 가설에 어떤 근거가 있느냐고 되물었다고 하였고, 의무중위의 대답은 병사들의 사망주기가 가속하고 있으며 전염 비율이 높아지고 증상이 심각해졌다 하였다. 이것은 고대의 기술자들이 펼쳤다는 세균전이었다. 추악하다는 자신의 반응에 대한 군의관의 응답까지로 레뮤엘은 기록하고 있다. 그의 말이 세상사가 다 그렇다는 것이었다고 하였다. 가스탄과 뷴뇨 구덩이에 잠복해있던 데스 코만도에 생각이 미치자 그에게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고 비인구역에 널브러져 죽어간 수십만의 시체와 진흙 수렁 속에서 시궁쥐의 밥이 되어 잊혀져간 자들과 불량한 방독면에 의해 살해당한 자들을 상기하자 레뮤엘은 인상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자네는 마카리우스님의 보디가드라고 했지, 그런가?’
‘제국년으로 올해가 25년째입니다.’
‘그분을 뵌 적이 있나.’
‘첫번째 뵈었을 때가 저를 수훈해 주시던 때입니다, 당시엔 벨리알 7연대에 있었죠.’
‘어떤 분인가, 그분이.’
‘제국년으로 올해가 25년째입니다.’
‘그분을 뵌 적이 있나.’
‘첫번째 뵈었을 때가 저를 수훈해 주시던 때입니다, 당시엔 벨리알 7연대에 있었죠.’
‘어떤 분인가, 그분이.’
레뮤엘의 비망록은 레오 레뮤엘이 이렇게 생각했다고 전한다.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중년의 남자였다, 잘 교육받았고 균형잡히고 안정돼 보였다. 그리고 그는 아직까지도 전설에 대해 알고자 했다, 지금 이 순간에 마저도, 기나길고 연착된 실망의 계절속에서도, 로드 하이 커맨더의 머리 주변엔 성자의 광배가 빛나고 있었던 것이다.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라고 레뮤엘이 말하자 그는 마카리우스가 정말로 황제의 계시를 받은 자라고 믿는지 레뮤엘에게 물었다. 레뮤엘은 이제 뭐라고 대답하든 위험한 지점의 질문에 이르렀노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눈 앞의 이자가 광신자인지 회의론자인지도 알 수 없었을 뿐더러 부정한다면 그것은 마카리우스에게 불경이 될 것이요, 긍정한다면 자신이 뜻하지 않은 종교적 믿음을 전파하는 꼴이 되리라. 때문에 레뮤엘이 선택한 타협점은 대총사가 바로 시대 최고의 장군이라는 것이었다.
‘그분은 시대의 가장 위대한 장군이십니다.’
‘그렇다면 자네는 그분이 리쳐를 꺾으리라고 보나.’
‘그가 격파하지 못할 자는 없습니다,’‘시간만 있다면.’
‘우린 여기서 아주 많은 시간을 보냈지.’
‘그렇다면 자네는 그분이 리쳐를 꺾으리라고 보나.’
‘그가 격파하지 못할 자는 없습니다,’‘시간만 있다면.’
‘우린 여기서 아주 많은 시간을 보냈지.’
그가 차분하게 말했다 했다. 레뮤엘은 자신이 잘못 판단하지 않았나 싶었다. 그는 마카리우스에게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자일 수도 있었다. 사기가 바닥난 자일 지도 몰랐다. 단순히 그는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것일지 모르나, 이 시기에 그것은 위험한 것이었고 마카리우스의 가까운 부하 앞에서는 각별히 그러했다.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리더라도.‘ 그것이 레뮤엘의 답이었다 한다. 그리고 자신의 진의를 눈앞의 군의관이 깨달을 수 있도록, 그 말의 끝에 그는 날을 세웠다 하였다.
군의관의 대답은 이랬다. 자신도 그러길 바라나, 시간이 떨어져 가는 것이 어쩔 수 없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요새에 갇혀, 부족해지는 물자와 기약없는 지원, 밀려들어오는 이단자들의 공세를 목전에 두고서 그의 의심은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그러한 것이었으나, 레뮤엘의 뇌리를 스쳐가는 생각은 과거라면 그는 이런 의심을 표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 마카리우스를 의심하는 이들이 과거엔 단 한명도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비로소 최초로 레뮤엘은 성전의 얼마나 되는 병사들이 군의관과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비로소 처음으로, 레뮤엘 자신이 그런 의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나 자문해 보았다고 하였다. 가슴 속 심장이 몇 번의 고동을 울리는 사이, 레뮤엘은 마카리우스에 대한 자신의 흔들리는 믿음의 기산점은 바로 이 순간이 아니었노라고 인정하고 말았다.
레뮤엘은 기록하길 그런 자신에게 군의관이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비망록의 기록에 따르면 레뮤엘은 약속을 지켰다. ‘마카리우스를 만나게 되거든 그로스 랜더는 아직도 그의 뒤에 서 있음을 전해달라’ 는 것이 군의관의 부탁이었고 그것은 분명한 충성의 서약이었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그 그로스랜더가 군의관 자신 한정인지 과연 그로스랜더 전체일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의무중위는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존경받아야 할 사람이었기에 레뮤엘은 군의관의 어깨를 잡고 이행준수를 약속했다고 기록으로 전하고 있다. 제국군의 본진을 막아서는 마지막 저지선이자 최후의 전진 교두보인 이 요새를 향해서 리쳐의 이단자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섬멸할 마지막 작전을 계획한 라이커의 지시에 따라 다시 한번 수렁의 전장으로 나섰던 레뮤엘은, 거기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묵시록의 광경을 아직 알지 못했다.
5.1.3. 무한의 군세
수십년의 종군 도중 종종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의 증인이 되었던 레뮤엘에게도 로키는 그 극에 달한 곳이었는데, 처음에 그것은 착각 같았고 그와 친구들은 현상에 대한 이성적 해석을 해보려 시도했다. 신경계를 일시적으로 되살리는 이단자들이 제조한 새로운 병원균에 대한 가설은 되살아나 움직이는 시체에 대해 그들이 해본 가장 과학적인 해석 시도였다. 비록 그 시체가 부패하다 못해 복강의 내장이 터져오르고 초록색 가스를 내뿜는 그런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었다. 요새 주변에서 썩어 널브러진 시체가 되살아난데 기함한 안톤이 곧 스나이퍼 라이플로 그 머리통을 날려 버렸을 때야 발동하던 시체는 다시금 썩은 살덩어리로 되돌아갔다.대령 라이커가 구상한 전술은 이러했다. 선도 하나 긋기 어려운 작금의 현실 속 제국군이 면을 만들며 움직이는 적을 상대로 모든 전선을 고수할 수 없었다. 적을 전진요새의 제국군 주력 앞까지 끌어들이고 병목지대의 천연지형에 제국군을 집중시켜 그 선은 대신 그어야 했다. 품 안으로 해치울 수 있을 만큼의 적을 끌어들이면 곧 이어 병목을 제국군이 걸어 잠그고 요새의 주력과 병목의 퇴로를 막은 제국군이 전후 합공으로 배반자들을 섬멸한다는 것이 계획의 요점이었다. 주력이 딜링을 하는 동안 소수의 병사로 퇴로를 막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하사 레뮤엘은 이 계획의 맹점이 뭔지 물론 알고 있었다. 퇴로를 막은 자신들 역시 이미 제국군 주력이 품어들인 적들과 자신들이 중간을 끊어서 쳐낸 나머지 적들에 의해 마찬가지로 전후합공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레뮤엘은 당시로서 이것이 최선의 작전이고 또한 성공한다면 제국군은 일시적이나마 적의 주력을 섬멸할 수 있고 또한 그것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 이 작계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에게 불만은 없었다. 다만, 그의 다리를 휘감는 것은 이제 수렁이 아니라 자신의 육체라는 사실이 그에게 위기로 닥쳐왔고, 그는 그의 다리가 이미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도 이 작전의 중요성만큼이나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한다.
불결한 이단자들이 아군 주력의 품 속 정중앙으로 진군해 들어오자 중앙의 적을 피하여 양익으로 우회해 전력을 경주하던 레뮤엘의 부대는 산마루와 언덕의 병목지형을 점령하고 적군의 허리를 동강내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당연한 수순이라고나 할까, 레뮤엘은 이상한 기류를 감지했다고 하는데, 이미 제국군이 전후로 포위한 적들은 저 멀리 들려오는 포성과 함께 아군의 화망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지만 자신들 퇴로 차단부대의 배후에 남아있는 나머지 절반의 적군은 진격해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안개 속에서 포격으로 가스탄만을 쏘아댈 뿐 전면돌격을 꺼린 채 자리를 고수하고만 있었던 그들이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레뮤엘이 알아차리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무척 끔찍한 것이었다. 이미 전투 중 한계에 다다랐음을 직감했던 그의 다리는 이제 붕대 아래의 상처에서 녹색 화농을 흘리고 있었고 열병처럼 달아오른 온 몸에 레뮤엘은 정신이 혼미하였다고 적고 있다. 동료들이 그의 상태를 걱정하여 안부를 물었지만 그것이 치료제가 될 수는 없었다. 첫 번째 의문은 병사 한명이 방독면을 갈아 끼면서 분명 들이켰을 적들이 쏘아보낸 그 초록색 가스가 이제까지의 화학전과 다르게 인체에 즉각적으로 유해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한다. 폭풍전야의 침묵 속에서 찾아온 두 번째 의문은 적들의 공격이 자신들이 지키는 배후가 아닌 요새측 방향에서 재개되었다는 것이었다. 세 번째 의문은 그 적들이 이미 자신들이 몇 분 전 이단자들의 허리를 끊기 위한 격전 끝에 이미 처치했던 놈들이요, 그 놈들은 뇌도 심장도 산산조각이 나버린 시체들이라는 것이었다.
레뮤엘은 사태를 파악한다. 그는 이 광경을 본 일이 있었다. 부패한 녹색 가스의 압력에 터져버린 복강을 안고 다시 살아서 움직이던 일전의 그 요새 주위의 시체들을 그는 잊지 않고 있었고, 차이가 있다면 이 전장의 시체는 그것이 썩어오른 가스가 아니라 리쳐의 가래끓는 종들이 의도적으로 살포한 가스에 의해 되살아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레뮤엘은 작금의 사태가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작전은 실패한 것이다. 아군의 화망 속으로 내던져진 적의 무가치한 목숨들은 아군의 공세를 소진시키기 위한 포석에 불과했고,단조로운 주문을 열정적으로 외치는 적군들의 진흙땅을 밟는 발걸음이 북소리를 배경으로 다시금 들려오자 레뮤엘은 자신들에게 희망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가 해야 할 것은 하나였고 레뮤엘은 그게 무언지 알고 있었고 이후 후퇴였다.
활로를 뚫기 위해 그들이 송장과 씨름할 때 먼 곳으로부터 울려오는 북소리는 마치 분노한 신의 심장박동소리 같았노라고 레뮤엘은 회고하고 있다. 어느 순간 싸움은 멎었고 되살아난 송장들은 초록색 곤죽으로 변해 땅에 녹아내렸다 한다. 그때 레뮤엘의 머릿속은 헤엄치고 있었었고 쓰러져 부여쥔 다리는 불타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송장이 녹아내린 진액이 상처에 스며들었고 열병을 일으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늦든 빠르든 자신도 곧 저 송장들과 같은 꼴이 되고 말리라는 예감에 그는 의심하기 시작한다. 만약 레뮤엘 스스로가 이단자들과 같은 병원성 포자에 감염된 것이라면, 그들로부터 질병을 옮은 것이라면 어찌할 것인가, 그는 땀을 흘리고 있었고 호흡은 가슴을 옥죄어 들었고 이단자들과 똑같은 호흡기 속에서 뭔가가 끓어오르는 소리를 냈다. 자신이 놈들과 똑같이 되고 말리라는 게 너무 분명해 보였다고 레뮤엘은 비망록에 당시의 심정을 적었고, 아마도 그가 마음 속에 지녔던 마카리우스에 대한 패배주의적인 불충의 의사는 이러한 이단 질병의 감염으로 인한 광증이 아니었나 하는 망상도 들었다 했다. 허공에 또 하나의 포탄이 터질 때 적들의 북소리가 점점 가속하더니 이단자들은 끊임없이 송가를 외고 쉬지 않고 똑같은 이름을 반복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했는데 그것이 더해갈 때 마다 레뮤엘 자신의 숨이 넘어갈 듯 했다고 하였다. 그는 앞으로 고꾸라졌고 머릿속이 캄캄해졌다고 하며, 비망록에 레뮤엘은 그 순간 이상한 꿈이 자신의 주변에서 회오리쳤다고 기록해 놓았다.
너글, 너글, 너글, 어째서 놈의 병사들은 한때 황제를 위하여 싸울 땐 잘만 그러더니 이젠 리쳐의 이름을 외지 않는 것인가, 그리고 내 영혼 안에서 메아리쳐서 가장 칠흑같은 두려움을 일깨우는 이 이름은 대체 무언가.
온통 녹색과 갈색으로 된 거대하고 불결한 태산같은 것을 나는 보았다. 어마어마한 그 앞발로 그것은 배를 부여잡고 웃었다. 그것의 전신에 뚫린 토사구란 토사구에서 비농처럼, 설사처럼 수천마리의 자그마한 그것들이 쏟아져 나와 깔깔거렸다. 놈의 심장이 북처럼 한번 고동할 때 마다 그것의 삼겹살이 요동쳤다. 그 이상하고 불안한 이름을 모든 소악마들이 외우고 찬송하고 또 그러하였다. 시체의 콧구멍과 입과 찢겨진 살의 틈새로 비집고 들어가 놈들의 사악한 정수로 송장들을 일으켜 세우는, 그렇게 전쟁터 위에 그놈들이 춤추는 것을 나는 보았다.
숨 쉬기가 갈 수록 힘들어졌다. 난 빠져죽는 동시에 타죽고 있었다, 드리우는 해골의 달은 웃는 악마의 면상을 하고 있었고, 수십만 수백만의 소악마들을 빗발처럼 흩뿌려대는 하늘의 구름은 악마의 살가죽과 같은 빛깔이었다, 하늘을 가르는 번개의 그 섬광이 마치 천개의 포대가 천지를 진동시키는 것 같았고 작은 악마의 종자들이 땅을 때리고 튕겨오르며 죄악에 찬 초자연적인 기운을 전장에 흩뿌렸다, 그놈들이 날 향해 달려들어 주변을 맴돈다, 내게 기어오르고 조그마한 발톱들을 내 살 안에 파묻는다, 특히 다리에 말이다, 내 입과 콧구멍 안으로 꾸역꾸역 밀려들어 숨통을 조이고 내 머리채를 휘감으며 눈을 할퀸다, 그것들을 짓이기려 나는 발버둥쳤지만 놈들은 너무 많았고 계속 몰려들었다.
토해낸 가래와 비농으로 가득 찬 방독면에 질식할 것 같단 느낌이 전우들이 자신을 깨우자 마자 처음 든 생각이라 하였다. 요새에 거의 도달했지만 적에게 포위당했다. 정신이 혼미한 탓이었을까 아직 꿈 속에 있는 것일까 초록색 작은 악마들이 바늘같은 이빨을 드러내고 낄낄대면서 여전히 주위를 맴돌고 있었노라고 레뮤엘은 적고 있다. 리쳐의 병사들 사이에 서서 부상당한 아군의 상처를 파고들고 찢으며 그들을 할퀴었노라고 적고 있는데 오직 걸을 수조자 없어 부축을 받고 열병에 시달리는 자신만이 그것을 볼 수 있었다 했다. 자기의 다리가 어째서 움직이지 않는지 레뮤엘은 알고 있었다. 다른 것들과 비교도 못할 정도로 큰 1미터 크기의 악마가 물어뜯은 채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다. 놈은 자신을 노리는 악마였고 용맹한 아군이 나타나면 까불리며 사라졌다가 다시 운신못하는 병자인 자신의 곁에 누가 없으면 다시 나타나 그를 괴롭혔다고 했다.
30년을 부여쥐고 전장을 누빈 자신같은 샷건에 남은 총탄은 이미 떨어지고 없었다. 마카리우스의 경호원으로서 보급체계와 상이한 탄환을 지급받아온 것도 이미 예전에 끊겼고, 샷건을 쥐는 날도 오늘로 마지막일 것 같았다. 아직 마지막 탄환이 남아 있었는데, 그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레뮤엘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고 그는 기록해 놓았다. 절체의 상황에서 레뮤엘은 부대가 빠져나갈 길을 생각해 낸다. 몇 달 전 적들의 공세에 의해 철조망이 뚫린 참호 중 하나가 떠올랐고 그곳이 아직 복구되지 않았다면 이끄는 부대의 최후의 활로가 될 것이다. 안톤과 이반이 이미 막혔을 거라고 만류하지만 계급으로 친구들을 독촉해서 향한 문제의 통로는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할까 아직 복구되지 않은 채였다고 한다. 적들이 몰려왔고 포위망을 돌파한 것도 의미없이 참호와 지표면은 밀물같은 적에게 점령당했다. 숨이 막혔다. 레뮤엘은 안톤이 자신의 방독면 정화통을 입을 틀어쥐려는 듯 막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자신이 정상이 아니었음을 레뮤엘은 알고 있었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자신은 자기가 꿈에서 목격한 하늘을 뒤덮는 산더미같은 악마를 논하며 25년 전 카르스크에서 보았던 불의 천사를 횡설수설 지껄여 대고 있었던 것을 깨닫는다. 불의 천사, 그것은 마카리우스의 병사들이 절대 말해선 안될 금기중의 금기였고, 다행히 안톤은 레뮤엘이 질식사하기 전에 손을 떼었다고 레뮤엘은 기록하고 있다. 이미 전장은 요새의 코앞이었고 접전이 벌어졌다. 자신을 노리던 악마가 비릿한 미소를 짓곤 자기가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노라고 레뮤엘은 비망록에 적어놓았다. 그러나 이상했다. 놈이 갑자기 공포에 질리더니 도망치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찔러들기만을 기다리던 이단자들의 총검이 심장을 파고들지 않자 죽음을 예감하여 떨리는 가슴으로 그것을 수용한 레뮤엘은 이상하게 여겨 감은 눈을 떴다고 했다. 아직 전투의 폭음을 그는 들을 수 있었다. 진동하는 라스건과 피와 파편을 비산시키며 뼈를 깨부수는 체인소드와, 그리고 누군가가 외치는 황제와 마카리우스에게 바치는 찬양을 들었다. 달려들던 이단자들의 눈이 공포로 젖어든 걸 그는 보았다 전한다. 명령을 어기고 도망치기 시작하는 놈들의 배후에서 나타난 것은 라이온 가드였다. 때묻지 않은 청결한 그들의 녹색 군복은 새롭게 나타난 그 군세가 이 이 땅을 디딘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방증이었다. 그리고 치명적인 그 공세의 최첨단에서 서서 그들을 이끄는 그 드넓은 어깨를 가진 금피금모의 포식자는 그가 잘 아는 사람이었다.
날아드는 공세를 예지라도 하는 듯한 그의 움직임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요, 조준한 총탄이 스스로 그를 피해가는 것만 같은 그는 스페이스 마린이 아쉽지 않을 살인기계다. 한번 팔을 휘두르면 허초와 실초가 셀 수 없이 뿜어져 나오는 그의 몸동작에 이단자들은 수수깡처럼 부러져 나간다. 그를 바라보면 누구라도 심장으로부터 일어나는 승리의 확신을 느끼지 않고서야 배길 수가 없게 만들며 휘날리는 사자기 아래서 싸우는 그는 살아있는 전쟁의 신이다. 평생의 친구이자 투박한 반인반기계인 전우 이반이 어느새 로드 하이 커맨더의 곁에 서서 그를 보위하여 진군하고 있었고 죽음의 구렁텅이에 빠진 자신들을 향해 그가 군세를 이끌고 다가왔다고 레뮤엘은 비망록에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말한다. 자신을 스쳐지나가는 솔라 마카리우스가 그를 훑어보며 격려의 눈빛과 함께 고개를 끄덕여 주었노라고. 어디서 조직한 것인지 모를 이런 거대한 반격을 이끌고는 나아가는 족족 죽음을 남기는 대총사 뒤엔 그의 영원한 그림자인 이단심문관 하이로니무스 드레이크가 손수 뽑은 친위대를 이끌며 함께 하고 있었다. 번개와 헤일로를 전신에서 방출하는 드레이크의 눈초리가 자신에게 미친 순간 레뮤엘은 그의 다친 다리로부터 퍼져나간 악마의 오염을 간파한 것만 같은 이단심문관의 날카로운 눈총 아래서 떠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적군의 시체로 융단을 깐 마카리우스, 그리고 그런 그에게 현장을 인계한 라이커가 두 사람의 바로 발밑에 쓰러져 있던 자신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올려다 보며 레뮤엘은 수렁창 속에 드러누운 몸을 일으키려 애썼다. 이반과 안톤은 고위 장교들과 함께 순식간에 녹색 점액으로 녹아버린 적들의 산송장을 조사하느라 바닥에 쓰러진 친우를 수습할 겨를이 없었노라고 했다. 레뮤엘의 눈에는 사방에 갈고리 발톱을 한 작은 악마떼가 득시글거렸고, 놈들을 어째서 인퀴지터가 당장 쫓아버리지 않는지 궁금했다고 한다. 구역질나는 행동을 해대면서 인간을 조롱하고 까부는 그놈들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이 상황이 아직도 끓는 고열이 보여주는 환각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마음 속에서 레뮤엘은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그 악마들 속에서 해골의 달빛을 받으며 라이커와 대화하는 솔라 마카리우스의 등 뒤로 창백한 인상의 장교 한명이 접근하는 것을 보았고, 그 장교의 피부는 초록빛 기운이 돌았으며 그리고 허리춤의 홀스터를 매만지는 그자의 손을 본 순간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병자의 몸으로 자신이 다급한 경고의 신호를 보내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기록했다.
놈이 대총사를 겨누고 쏜 라스빔은 레뮤엘의 경고에 뒤돌아보던 로드 하이 커맨더의 황금색 견갑만 녹이는데 그쳤다 하였다. 그 즉시 마카리우스의 손에 들린 볼터에 가슴이 터져나간 자객은 쓰러졌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란 걸 알았기 때문에 레뮤엘은 앓는 몸을 던져 다시 살아나 버둥거리는 시체의 손에서 라스 피스톨을 빼앗았다. 그러고도 버둥거리는 놈은 분명 산송장을 처음 본 병사들에겐 놀라움의 대상이었던 것이 틀림없었는데, 살을 태우는 라스빔의 집중 사격 밑에서 그 놈은 결국 검게 탄 고기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레뮤엘은 거기서 결국 한계에 닥쳐 자신이 의식을 잃었노라고 기록하는데, ‘당신께서 또 내게 목숨을 한번 빚지셨다.’는 만족이 닫힌 눈꺼풀 너머에서 그가 떠올린 마지막 생각이었다고 그는 고백한다. 그리고 물론 그는 25년간의 삶 속에서 마카리우스가 자신을 수십번도 넘게 더 구해주었다는 사실 또한 잊지 않았다.
5.1.4. 꿈과 죽음
의식을 잃은 혼수상태에서 그는 꿈을 꾸었다. 친구들은 곁에서 울며 그를 지켰고 쇠약해진 그가 생사의 기로에 있다는 의사의 목소리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죽는다 산다 사이 어느 가능성이 더 높은지 알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아마도 그는 곧 질병으로 먼저 떠나가 영안실의 카데바가 된 동료 제국군의 전철을 밟을 것이다. 기적이라도 생기지 않는 한은. 그리고 그 기적은 모두가 잠든 밤에 찾아왔고 성별은 여자였으며 간호사 복장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30년 전 레뮤엘이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그녀의 이름은 여전히 레뮤엘과 그녀 사이에 ‘안나‘라고 불려졌다.그녀가 레뮤엘에게 미소지었다. 꿈인가, 생시인가, 주사기를 꺼내든 그녀가 보라색 혈청을 그의 몸에 주입하는 순간 죄를 씻는 연옥의 업화같은 뜨거운 느낌이 불길처럼 전신을 내달리더니 어느덧 깨어난 그의 몸에서 질병의 흔적은 쇠약해진 몸 말고는 사리지고 없었으며 자나깨나 병상에 누운 자신 위를 짓밟고 날뛰어 대던 초록색 작은 악마도 정말로 환각이었던 것처럼 증발해 버렸다고 레뮤엘은 전하고 있다. 그때의 뜨거운 고통에 레뮤엘은 안나가 자신을 죽이려 하는 줄 알았다 했다.
로키의 악마적 병마에서 생환한 그를 보고 의사는 놀라워했고 두 전우는 감격했다. 그리고 십수일만에 의식을 회복한 그에게 친구들이 전하는 전황은 그것이 귓속말로 전달된다는 사실에서부터 내용이 좋지 않을 것임을 레뮤엘은 짐작했다고 하였다. 문제는 마카리우스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전황의 불리한 양태가 상상 이상이었다는 점이었다. 전진요새는 되찾지 못했고 그들이 수년전 이미 점령한 하이브 하나에만 지금 의지한 로드 하이 커맨더의 병사들은 이제 우주공항을 수비하고 있었다 했다. 이 사실이 시사하는 것은 단 하나. 제국군은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완전퇴각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과연 다른 병실의 다른 병사들이 들어서는 안되는 내용이고 이것을 발설하는 것은 처형감이었다.
그날 밤, 안나가 찾아왔고, 레뮤엘은 안나를 순수한 심정으로 반갑게 맞아들인다. 그녀가 있는 곳에는 항상 죽음이 있고, 레뮤엘은 바빠서 찾아오지 못했다는 그녀에게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죽는 법이다’고 인사했지만 ‘난 살인 말고 하는 게 많다’ 는 응답은 안나의 불편한 기분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레뮤엘은 묻는다. 자신을 찾아왔었던 안나를 보았다고, 내게 혈청을 놓는 그녀를 보았다고, 그리고 안나는 그 말을 부정하였다. 이 행성에서 듣는 혈청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녀의 대답이었지만, 레뮤엘은 안나가 거짓말을 하려거든 눈썹 한 올 까딱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진 않았다. 이곳은 편안하냐고 안부를 묻는 안나의 말은 모순적이었다. 죽음으로 넘쳐나는 병실은 저 밖의 전쟁터 어디보다도 안락했다. 안나가 그런 레뮤엘의 응답 안에서 그가 담은 의도 이상의 무언가가 실려 있었음을 읽었노라고 레뮤엘의 비망록은 밝히고 있다. 레뮤엘은 안나가 그때 자신에게 그를 두렵게 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노라 기록한다. 그리고 레뮤엘은 자신의 병상 바로 옆에 누웠던, 한명의 병사 이야기를 고백했다. 그 병사의 이름은 자카라이아였다.
5.1.5. 가서는 안될 곳, 봐서는 안될 것
산더미 같은 마신의 웃음에 짓눌려 비명을 지르며 정신을 차린 레뮤엘에게 진정하라고 말해준 그는 며칠 전 시체가 실려나가 빈 병상을 차지한 자였다. 그의 어쩐지 개구리를 닮은 얼굴에서 계속 꿈 속의 악마가 비쳐보여 흠칫거리는 레뮤엘에게 그자는 노란 이빨을 드러내고 웃으며 자신을 자카라이아라고 소개하였다고 한다. 병동은 신음과 고통의 비명이 울리는 밤의 병동에서 상체를 일으켜보려 힘썼던 레뮤엘은 물로 변해버린듯한 근육의 느낌만 느끼곤 포기하였다. 악몽일 뿐이라는 자카라이아의 말에 그는 동감을 표했다.‘악몽일 뿐이었소.’
‘모두가 다 그렇지’
‘나만 하겠소.’
‘모두가 다 그렇지’
‘나만 하겠소.’
약간 뭉개지는 가벼운 발음이나 특유의 쾌활함으로 보아 자카라이아는 그로스랜더였다.
다른 자들이 꾸는 악몽이 나만 하겠냐는 말을 불쑥 내뱉고 나서 레뮤엘은 미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귀신들과 악마들을 봤군, 잠자는 동안 계속 중얼거리고 있더라고 당신.’
‘그렇소’
‘질병의 전달자와 그리고 놈의 새끼들을 봤는가? 구름을 타고 시체를 타고 세상에 역병을 뿌려대는 작은 것들 말이야,’
‘자면서 말을 내가 그렇게 합디까?’
‘그렇소’
‘질병의 전달자와 그리고 놈의 새끼들을 봤는가? 구름을 타고 시체를 타고 세상에 역병을 뿌려대는 작은 것들 말이야,’
‘자면서 말을 내가 그렇게 합디까?’
이제 레뮤엘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를 쳐다보게 되었고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잘 떠오르지 않았다. 레뮤엘이 아는 그 악마에 대한 비밀은 잘못 하면 그를 포함해 자신도 죽일 수 있을 만한 성질의 것이다. 시치미를 떼는 자신에게 자카라이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고 그의 이어진 그의 대답은 듣는 레뮤엘에게 공포의 공평함을 가르쳐 주었다.
‘나도 봤지. 참호열을 앓고 나도 꿈 속에서 그것을 봤지, 다른 몇몇 놈들이 그거 떠들어 대다가 커미사르한테 총살되니 보고도 나는 계속 입을 닥치고 있었단 말씀이야. 평범한 무리들이 의미를 모를 무언가가 여기서 일어나고 있소.’
레뮤엘은 웃었다고 한다. 지금 대화하는 건초더미 별의 촌뜨기 출신은 문제의 핵심을 짚은 것이었다. 이곳에서 우리들이 알 방도가 없는 뭔가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었고, 제국 전체는 선택받은 소수만이 그들 사이에서 말하는 게 허용되는, 사람들에 의해 파묻혀지고 지켜지는 비밀의 지층 위에 세워진 것이다. 그 비밀의 파편들을 레뮤엘은 30년 동안 로드 하이 커맨더와 이단심문관, 암살자들과 아뎁투스 아스타르테스 사이에서 본의 아니게 알고 그리고 배울 수 있었다. 레뮤엘이 뒤이어 한 말에 상대는 씨익 웃었노라고 했다.
‘어째 당신은 안 죽었소.’
‘내가 참호열에 걸리니까 쏠 필요가 없었다 싶었겠지, 난 여기로 실려왔소, 그놈들이 죽을 사람 보내는 곳이지.’
‘병원이오.’
‘내 말이 그 말이야.’
‘내가 참호열에 걸리니까 쏠 필요가 없었다 싶었겠지, 난 여기로 실려왔소, 그놈들이 죽을 사람 보내는 곳이지.’
‘병원이오.’
‘내 말이 그 말이야.’
또다시 웃는 그 모습에 레뮤엘은 의심스러운 생각만 더했노라고 하였다. 자신은 자카라이아를 처음 만났는데 그는 마치 레뮤엘을 만년지기인듯 대한다.
‘아무튼 그 꿈을 꾼게 나만이 아니지,’‘당신뿐만도 아니고, 난 최전선에서 그런 자들을 수십명도 더 만났어, 그건 징조야, 바로 징조란 말이야.’‘그건 징조들이오, 뭔가 여기서 일어나고 있다는, 뭔가 끔찍한 것이 여기서 일어나고 있다는 징조.’
징조, 그가 말하는 그 단어 속에는 어떤 기이한 확신이 있었다. 분명한 믿음에 찬 그의 목소리에 광기라곤 없었고 빛나는 두 눈엔 차가움이 서려 있었다고 레뮤엘은 회고하였다.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레뮤엘은 확실하게 말하진 못했고, 그래서 그는 입을 다문 채 눈 앞의 사내가 더 말하기만을 기다렸다. 만약 이 남자가 이단적인 말을 떠들어 댄다면, 레뮤엘은 그를 드레이크와 그의 졸개들에게 보고할 것이었다. 어쩌면 자카라이아라는 이자가 죽음 앞에 흔들리는 인간들 사이에 숨어서 그들의 신앙심이 굳건한지 시험하는 드레이크의 세작일 수도 있었지만 말이다. 이에 대해 돌이켜 생각하면 왜 자신이 그런 이상한 상상을 했는지 레뮤엘 자신도 모르겠다고 그는 비망록에 써 놓았고 그 이유를 자신의 몸 상태 탓으로 돌리고 있다.
‘우리의 꿈들은 징조만이 아니오.’
그가 다시 말했다. 그리고 또 그 불길한 확신이 깃든 그 가볍고 나직한 목소리에 레뮤엘은 의문이 들었다. 대체 무엇이 이 사내를 이토록 확신케 하는지. 그리고 분명 들으면 자신도 믿게 만들 그런 저 목소리 너머에 도사린 뭔가의 정체에 대하여. 그가 그것의 정체를 말하지 않는다면 그가 하는 말 자체가 그냥 진실일 그런 그것은 끔찍할 정도로 단순한 신앙에 관련된 이야기였다. 그것은 성전의 성공에 한때 우리가 가진 믿음과 같은 것이었고, 다만, 이 눈앞의 사내에게는 그것이 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레뮤엘은 비망록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다. 징조만이 아니란 남자의 말에 무슨 뜻이냐고 물었던 레뮤엘의 질문은 솔직한 호기심의 발로였다고 한다. 그러자 자카라이아는 어깨 너머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레뮤엘 외에 아무도 자신의 말을 엿듣길 원치 않는것 같았다. 죽어가는 사람들 속에서도, 심지어 그 자신이 죽어가고 있음에도. 침투한 세작들을 경계하는 그의 모습은 이 자가 지금 진정 진심이라는 사실을 레뮤엘에게 알려주었다.
‘이야기들을 들었겠지’‘성전이 붕괴하고 있어, 우리는 너무나 멀리까지 왔단 말이야, 우리는 인간이 가서는 안될 장소까지 와 버렸고, 인간이 목격해선 안될 것들까지 보아 버렸어. 우리는 신성한 대지와 황제의 빛으로부터 너무도 멀리 떨어져 버렸어.’
맹신, 의심없는 광신자의 확신. 레뮤엘은 비로소 이 남자의 흰 병원복의 공백 위에 드러나지 않은 이자의 병종을 알 것만 같았다.
지금 눈 앞에 있는 이 남자는 원래 커미사르였다.
‘나는 우리가 로키에 오기 전까지 여러 장소를 돌아다녔지, - 우리의 항로에 걸친 모든 선적지를 다 들렀는데 거기서 나는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 나는 말하고 듣는걸 좋아하는데 난 거기서 당신의 머리칼 끝이 곤두설 내용들을 들었단 말이오.’
‘어떤 내용의?’
‘워프에서 뛰쳐나와 우리의 보급함을 파괴하고 승무원들을 노예로 사로잡으며 우리에게 약속된 물자들을 이단자들이 거하는 데몬월드로 실어나른다는 유령선 같은 그런 내용의.’
‘그런 이야긴 맨날 듣는 거 아니오.’‘내가 30년 전에 처음 우주선 타던 그때부터 들은 것 같소.’
‘물론 알지.’‘그러나 말해보시오, 그 말들을 정말로 믿어본 적이 언제인지.’
‘어떤 내용의?’
‘워프에서 뛰쳐나와 우리의 보급함을 파괴하고 승무원들을 노예로 사로잡으며 우리에게 약속된 물자들을 이단자들이 거하는 데몬월드로 실어나른다는 유령선 같은 그런 내용의.’
‘그런 이야긴 맨날 듣는 거 아니오.’‘내가 30년 전에 처음 우주선 타던 그때부터 들은 것 같소.’
‘물론 알지.’‘그러나 말해보시오, 그 말들을 정말로 믿어본 적이 언제인지.’
또 믿어주는 것밖엔 도리가 없는 그 괴상한 확신이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레뮤엘은 실종되는 우주선과 워프 속의 반역자들을 오래된 이야기라고만 여겼다. 모두가 그랬다. 그러나 해일로 월드는 우주선에 발딛지 않고도 레뮤엘이 그 괴담을 믿은 첫 번째 땅이다.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자신의 얼굴에 씌인 표정을 읽고 그의 예상을 확인한 것이었다고 레뮤엘은 말한다. 손가락을 세우고는 연달아 열변을 토하는 자카라이아는 마치 상대를 압도하기 시작한 투사 같았다고 비망록은 전하고 있다.
‘놈들이 리쳐처럼 대놓고 드러내지 않았을 뿐 장군들이 생각하는 거라곤 반역 뿐이오, 이런 악의 영역에서 물든 그들이 꾀할 수 있는 게 무엇 뿐일까? 황제의 시대 이후로 인간의 가장 위대한 영웅에 맞서 그들이 어째서 계략과 음모를 꾸미는 것일까?’
‘군대, 모든 제국군이, 이단 속으로 떨어지고 있어. 그들의 장군들은 마치 총독마냥 자신을 인간 속의 신으로 추어올리고 오래되고 사악한 권력을 위해 봉사해. 분쇄되고 또 분쇄되도 놈들은 아직도 불거져나와.’
불타는 눈으로 그가 두 번째 손가락을 치켜드는 것을 레뮤엘을 보았다.
그의 발언이 즉결심판감에 도달했다.
‘당신도 이 로키에서 보았을 거야.’‘우리의 군대들이 조각나고 있어, 우리의 병사들은 총알이 없고 우리의 차량들은 연료가 없어, 그 영광스럽기 짝이 없으신 어드미니스트라툼의 사무원 새끼들이 영웅들에 맞서서 수작을 부리고 있어.’
‘괴물에 맞서 싸우고 더 이상하고 더 이상한 괴물에 우리는 맞서 싸웠지, 그런데 그 이상한 것이란건 적들 사이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 가운데 있다는 거야.’ ‘지금은 불길한 징조의 시기요, 모든 것이 끝내는 망하고 말거야.’
그것으로 끝났다. 레뮤엘의 눈에 비친 자카라이아는 기력이 소진되고 지쳐보였으며 창백한 그의 살 위로 나타난 하얀색 병변은 그의 상태가 위중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확신으로 가득했으나 점점 희미해졌다. 그가 침대 위로 쓰러지자 갑자기 참을 수 없는 졸음이 밀려들어 레뮤엘도 곯아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문제는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다. 깨어난 레뮤엘에게 먼저 보인 것은 자카라이아의 병상을 정리하는 간호사들이었다. 레뮤엘은 묻는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멀쩡히 이야기하던 그가 어찌 되었느냐고, 그리고 간호사들의 대답은 이러했다. 그것은 거짓말 같지 않았다.
자라카이아는 이미 이틀 전에 죽었고
자신들은 그의 유해를 수습하러 왔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5.1.6. 패배주의 혹은 진실
레뮤엘이 말하면 안나는 이미 알고 있는걸 확인해 듣는듯 고개를 끄덕했고 항상 그랬으며 그녀는 레뮤엘보다 먼저 알고 있었다. 어쩌면 그 행동이 화자의 기운을 북돋워 주려는 의도였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횡설수설하는 그의 이야기를 다 들은 그녀는 당연히 아무에게도 그 내용을 발설하지 말며 혹시 자카라이아 주위에 아는 이가 있을 것 같으면 함구시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은 앞으로 레뮤엘이 마카리우스에게 같은 내용을 고하고 한번 더 들을 지시였다. 레뮤엘은 이때 인퀴지터를 떠올렸다 하는데, 관심법을 쓸 줄 아는 그는 함구해도 자신의 생각을 읽을 것이다. 안나는 그에게 ‘인퀴지터는 지금 다른 일에 정신 쓰느라 겨를이 없다.’고 안심시켰다. 그리고 그녀는 말한다. 그것은 자카라이아가 한 말과 똑같은 말이었고, 죽은 자의 말이 진실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우리는 너무 먼 곳까지 왔어요,’‘카오스가 새어나오는 장소까지 말이에요. 여기서 그것은 아주 강력하죠, 자카라이아가 당신에게 말한 건 본질적으로 맞는 말이에요.’
‘당신은 우리가 성전을 방기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거요, 돌아가자고?’
‘아마도 여기에 오지 않았으면 더 좋았겠지요, 하지만 이미 그러기엔 늦었지요.’
‘당신은 우리가 성전을 방기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거요, 돌아가자고?’
‘아마도 여기에 오지 않았으면 더 좋았겠지요, 하지만 이미 그러기엔 늦었지요.’
끝난 뒤에 말하긴 쉽다는 게 그때 레뮤엘이 한 생각이었다고 하고, 그리고 분명 안나도 표정에 써진 자신의 그런 생각을 읽었을 것이라는 게 레뮤엘이 비망록에 기록한 바이다.
‘우리는 몰랐던 거예요,’‘여기에 와서 보고가 들어오기 전까진, 우린 이제 알았고, 후퇴해야만 해요. 만약 우리가 그러지 않는다면 군대는 타락할 것이고 돌이킬 길은 없어지겠죠. 이미 시작됐어요. 보이는 자들에겐 그 신호가 보이겠죠, 리쳐가 이미 반역의 기준점을 세우고 다른 사람들은 그의 어둠 속으로 그의 전철을 밟아가겠죠.’
‘당신은 성전은 실패하고 마카리우스가 거기 함께하리라고 생각하는군.’
‘내 생각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레오.’
‘당신은 성전은 실패하고 마카리우스가 거기 함께하리라고 생각하는군.’
‘내 생각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레오.’
그녀가 침대 위에서 이미 10년 전에도 한 말이다.
‘테라의 하이로드들의 생각이 중요한 거죠, 그들이 명령을 내리는 분들이고 궁극적으로 성공과 실패를 결정할 거예요.’
‘역사와 폐하가 결정하시오.’
‘믿음이에요? 당신이? 이제 와서? 난 당신이 항상 냉소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시대 이 세계들 속에서 그건 당신의 매력적인 자질중에 하나라고요.’
‘역사와 폐하가 결정하시오.’
‘믿음이에요? 당신이? 이제 와서? 난 당신이 항상 냉소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시대 이 세계들 속에서 그건 당신의 매력적인 자질중에 하나라고요.’
그는 이반과 나눴던 대화가 생각났다고 한다. 안톤이 찾아와서 우주공항 수비 관련건을 떠들고 간 다음이었다. 성정을 잃지 않고 감정을 철두철미하게 숨기는 마카리우스가 심기가 뒤틀려 있으며 그 이유가 될만한 것들은 셀 수가 없다는 것이 30년 전우의 말이었다. 언제부터 마카리우스가 그랬을까, 어쩌면 최근일지도 모른다. 그 이유 중 뭘 고르면 좋겠냐고 레뮤엘이 되묻자 이반은 이렇게 말했다.
‘6개 전역에서 성전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장군들이 그를 실각시키기 위한 회합을 구성했다.’
‘그리고 이번의 음모엔 그 배후에 행정부 자체가 있다.’
‘장군들이 그를 실각시키기 위한 회합을 구성했다.’
‘그리고 이번의 음모엔 그 배후에 행정부 자체가 있다.’
전선 교착은 전에도 있었던 일이고 곧 회복될 일시적인 일이었다. 아랫것들이 영광을 좇는건 언제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은 위험한 일이고, 또 불가피한 일이었다. 수십년간 우주 최강자로 집권한 마카리우스는 수많은 마찰을 초래했고 행정부는 그 중심이었으며 로드 하이 커맨더의 수많은 적들이 포진해 있다는 사실은 말하기 새삼스러운 것이다. 이반의 말에 이를것 같으면 마카리우스는 이미 장수들의 회동이 있으리라 짐작되는 아케론 행성으로 언제라도 난입하기 위해 개인선을 대기시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아케론으로 달려가야 되지 않느냐는 레뮤엘의 말에 이반은 한숨을 내쉬고 리쳐에 대한 대총사의 집착에 대해 일러주었고, 그가 결코 이 전장을 떠나지 않을 거라고 말하며 눈 앞의 전우는 그래도 선택의 여지가 없단 패배주의적 발언을 대총사 앞에서 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그는 변했다는 것이다. 진실을 말한다고 해서 처벌하지 않던 그때의 솔라 마카리우스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변화를 인정하고 회복에 전념하라는 것이 이반의 말이었고, 레뮤엘은 그때 자신이 무엇이라 답했는지도 비망록에 적어놓고 있었다. 상황이 네 말처럼 돌아가고 있다면 내가 회복을 하고 싶은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는 것이 그의 대답이었다.
실각. 이미 전에 한번 실패한 그들이 다시 솔라 마카리우스를 쓰러뜨리기 위해 계략을 짜고 있었다. 일전의 암살자가 뇌리에 떠오르자 레뮤엘은 안나에게 그 암살자가 이단자가 아니리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행정부의 누군가에게 고용되거나 하수인이라라는 것이 그녀의 추측이었다고 레뮤엘은 전한다. 그러나 레뮤엘은 말했다.
‘그 자는 죽이기가 아주 힘들었소.’
이 말에 그녀는 무언가를 잠시 고려하는 듯 하더니, 마치 뭔가를 머릿속에서 돌리고 또 돌리는 것 같이, 무언가 그녀는 알지만 레뮤엘에게 말하진 않겠다고 결정한 것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작별을 고했다고 한다. 그녀는 경고를 남겼다. 당신과 친구들은 이미 사태의 중심에서 너무 많은걸 보았다는 그것은 10년 전에도 똑같이 그녀가 했던 경고였다. 레뮤엘의 기록에 따르면 안나의 보행동작엔 뭔가의 특징이 있었는데 열두 걸음을 채 떼기도 전에 그녀는 사람 사이에 섞여 없는 것처럼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그녀는 환각처럼 사라졌지만 레뮤엘의 손엔 아직 안나의 온기가 남아있었노라고 비망록은 적고 있다.
5.1.7. 저항 혹은 굴복
이반은 레뮤엘에게 마카리우스가 자기의 등을 노리는 정적의 칼이 1센티 거리에 있음에도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틀렸고, 그리고 마카리우스의 본의로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제국군은 치욕적인 전격퇴각을 감행해야만 했다. 어느 날 아침, 하이브 전체를 진동시키는 사이렌에 병동에서 당황하던 레뮤엘은 이미 전선으로 배급돼버렸거나 도난당해 암시장으로 굴러들어 갔을게 분명할 비상방독면 보관함 앞에 서서 군복도 무기도 없는 몸으로 되살아난 시체들의 습격에 직면한다. 하이브 전체에 보관중이던 이미 사망한 수십만 제국군의 유해가 죽음으로부터 깨어나 번쩍이는 초록색 안광을 뿜으며 하이브를 동란하는 전장으로 만든 것이다. 하이브가 내부로부터 무너지고 리쳐의 이단자들이 몰려들었다. 레뮤엘이 의료용 전기톱 하나로 버티고 있을 때 동료들은 그를 버리지 않았고, 군복도 샷건도 모두 되찾은 레뮤엘은 이미 모든 방어선을 돌파하고 이륙하는 함선의 표면을 두들기는 적의 포화에 맞서 우주선이 탈출할 시간을 벌려 지상에 버려지길 자청해 달려나가는 후배들에게 등을 맡기고 탈출에 성공했는데, 레뮤엘의 비망록엔 이 처참한 심정과 위기가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우리는 돌아올 것이다‘ 패배에 낙심한 이반에게 레뮤엘은 말했다 한다.검은 우주공간에서 내려다본 녹갈색 별은 바로 십 며칠 전까지 진창 속을 구른것과 대조적으로 너무나 고요했다고 비망록은 전하고 있다. 마카리우스가 회복한 자신을 환영하여 여느 때처럼 하급자들의 경험을 전해들으려 전장에서 겪은 바를 말하라 그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그런 마카리우스는 피곤해 보였다. 다른 누구에게라면 아니었겠지만 수십년의 세월동안 수백개의 세계를 곁에서 수행한 레뮤엘의 눈에는 보였다 했다. 그것은 이전에 대총사께서 가지고 있던 그 육신이 아니었고 언제나 신 같았던 로드 하이 커맨더의 육신에는 그의 실제 연령을 짐작케 하는 표시가 드러나고 있었다. 연명처치를 한 마카리우스의 몸은 여전히 크고 유연하고 근육이 돋았으며 눈동자는 맑고 머리는 금색 찬란했다. 이야기를 하자고 방으로 어깨를 잡아 이끄는 그의 아귀 힘은 억셌고 근력이 넘쳤고 카르스크에서 처음 만났을 때와 걷으로는 별 다를게 없어 보였다. 그러나 레뮤엘의 눈에는 더 자세한 것이 보였다고 한다. 어깨 위에 뭔가 무거운 것이 내려앉아 있는 것 처럼 그는 항상 그랬던 굳건히 곧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었으며 마카리우스의 금빛 두상은 쳐지길 자주 했다. 자신을 방 안으로 인도하는 그의 눈가에 내려앉은 것은 잔주름이었고, 그것은 아마 피부의 다른 곳에도 그렇게 나타나 있으리라, 그의 손이 보였다. 맨살이 드러난 손에는 회복되면 보이지 않던 상처가 이젠 사라져도 흉을 남기고 떠나간 채였다.
부하의 완쾌를 축하하는 그의 음성은 내리 떨어지는 것 같았지만 언제나 거기 서려있던 확신이나 그 뒤를 받침하던 뭔가가 사라진 것 같았다고 레뮤엘은 그때의 마카리우스를 묘사하고 있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마카리우스의 쇠락인 것일까, 아니면 패전으로 인해 레뮤엘 자신의 가슴에 똬리튼 절망이 빚어낸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말씀대로 완쾌했노라고 대답한 레뮤엘에게 마카리우스는 기쁨을 표했다고 한다. 그것은 그가 그것을 ‘기대’했기 때문과는 다른 문제였다. 마카리우스는 로드 하이 커맨더였다. 뭘 기대할 필요가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원한다면 누구에게라도 그는 뭐든 요구할 수 있었다. 정복지에서 거둬들인 온갖 진기한 전리품으로 가득한 이 익숙한 방을 오랜만에 둘러보는 레뮤엘에게 마카리우스는 로키에서 그가 자객을 막아준 데에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딱히 수훈을 하지는 않았다. 레뮤엘은 이미 받을만큼 받았다는 것이 그때 대총사가 한 말이었다고 하는데 그 말에 레뮤엘은 ‘하나쯤 더 해줘도 나는 괜찮은데’ 하고 생각했다고 비망록에 고백하였다.
마카리우스는 그를 의자로 이끌고 남자와 남자로, 전우와 전우로 대화를 나누었다고 했다. 이 점에 한해서 그는 카르스크 시기부터 달라지지 않았다. 말을 걸고 듣는 그의 태도와 자세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세상 모든 관심의 한가운데 있는 것 같이 추어올려진 듯 고무되게 만들어 누구라도 진실을 말하도록 유도하는 계산된 마력이 있었다. 다만 여기서 주로 말하고 보고하는 쪽은 일방적으로 레뮤엘이었지만 말이다. 대총사는 고개를 까딱이면서 진지하게 자신의 말을 경청했노라고 레뮤엘은 기록하고 있다. 분명 그는 레뮤엘의 경험담 속에서 자신이 직접 참호와 수렁 속을 구르고 있을게 틀림없었고, 어느 새 레뮤엘은 악마의 꿈과 역병의 전달자들에 대한 계시를 떠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한다. 하급자의 이야기가 거기에 이르자 마카리우스는 비로소 그 눈동자가 창백함으로 물들었고 그의 손가락은 주인의 긴장에 반응하기라도 하는 듯 의자의 팔걸이를 두들기기 시작했노라고 비망록은 기록하고 있는데, 대총사 스스로도 배어나오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자신에게 놀랐던지 그것을 곧 그만 두었다고 기록은 첨언한다. 그의 이야기가 어느덧 자카라이아와 안나의 거기에 이르게 되었고 레뮤엘은 어쩌면 대총사에 대한 공격이 될지도 모르는 그 내용들을 일말의 꾸밈이나 윤색 없이 정확히 기억해서 전달하려 애썼노라고 하였다. 그의 이야기는 그 굴욕적인 도주를 묘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고 대화가 끝나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는 로드 하이 커맨더를 올려다 본 그는 비로서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말았는지 깨닫곤 공포에 빠졌다. 입이 가볍다고 자신이 안톤을 혼낼 것이 못되었다. 주책없이 위대한 존재를 그의 면전에서 비평하고 그것이 설령 다른 장교들이 종종 하는 것처럼 남의 말을 전달한 것이었을지언정 각종 이단적이고 반역적인 그런 사실들을 있는 대로 떠들고 만 자신은 이 자리에서 곧 내려질 처형을 기다리면서 숨막히는 기분을 느꼈노라고 레뮤엘은 고백하였다. 그러나 대총사는 오히려 레뮤엘의 그런 허물없음에 감사하면서 그에게 함구령을 내리는 데서 그쳤을 뿐이라고 기록은 전한다.
‘모든 순간마다 나는 방해받는군’ 마카리우스의 말이 시작되었다. 로키에 무언가 있었다. 리쳐의 등 뒤에서 그의 어깨 옆에 고개를 묻고 속삭여대는 악의 권능이 말이다. 리쳐, 한때 친구였고 이젠 자신을 패배시킨 이름을 부르는 마카리우스의 그 목소리엔 섬뜩한 악의가 가득했노라고 레뮤엘은 전한다. 그렇다. 로드 하이 커맨더 솔라 마카리우스에게 패배란 겪은 적 없는 것이었고 또 견디기도 힘든 것이었다. 자신의 인생 속 마카리우스의 생애를 묘사한 레뮤엘의 회고는 로드 하이 커맨더의 그 말년에 자세하게 집중되어 있고 이때 자신과 대화를 마친 대총사는 보이지 않는 상대와 쓰디쓴 결투를 벌이고 있는 시해놀이(Regicide board)의 말판을 내려다 보더니 다시 행성으로, 다시 허공의 저 달으로 시선을 옮겼노라고 레뮤엘은 말한다. 그에게 패배를 안긴 유일한 별을 보기가 싫기라도 하였을까.
제국 우주군이 행성방어망과 격렬한 포화를 교환하고 있었다. ‘나는 이제 그를 읽었고 반드시 승리자로서 돌아오리라’고 마카리우스는 선언하였다. 한때 전 제국군을 수족처럼 휘두르던 마법같은 힘이 여전히 깃들어 있는 그 권능의 음성 안에는 뭔가가 결여돼 있었노라고 레뮤엘의 회고는 기록한다. 고대의 마법같은 확신이나 듣는 이에게 마카리우스를 무적자로 인식시키는 그 힘이 바로 사라진 그것이었다. 고백하노라면 마카리우스가 그 자리에서 하는 선언은 스스로를 납득시키기 위한 것처럼 들렸노라고 그는 말한다.
세명의 로드 커맨더가 이미 아케론에 모여있고 다른 네명도 곧 성간비행 끝에 도착하리라는 소식을 인퀴지터가 전할 때 레뮤엘은 드레이크가 부리는 스톰트루퍼의 바이저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한다. 물론 대총사의 얼굴도. 등 뒤에 서있는 특권을 누리면서도 대총사의 얼굴이 지금 무슨 표정을 띠고 있는지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손 안에서 구겨져버린 술잔에서 넘쳐난 포도주가 분노한 마카리우스의 손을 적셨지만 대총사는 달려온 하인을 손짓으로 물리고는 연단 위의 옥좌에서 일어나 인퀴지터 앞에 설 때까지 한걸음도 멈추지 않았다 했다. 행정부에서 파견한 추기경이 주도한 회의에서 로드 커맨더들이 자신을 실각시킬 계락을 부리고 있으리라 상상하는 마카리우스는 치미는 화에 말을 잇지 못했노라는 것이 레뮤엘의 진술이다. 격정에 찬 로드 하이 커맨더가 쏟아내는 분노의 집중을 받고도 대조적으로 무표정한 인퀴지터는 아주 평온하기 그지없었노라고 레뮤엘은 전한다.
‘놈들이 왜 이럴까? 그 새끼들은 전부 그 짓거리를 하고도 그놈들이 빠져나가지 못하리라는걸 알 텐데 말이야.’
‘그들이 그럴까요?’
‘그 새끼들이 내 뒤에서 수작을 부린다고, 그 놈들이 날 갈아치우려고? 그 놈들이.....’
‘만약 당신이 지금 곧장 달려간다면 셉티무스 추기경이 주관하는 회의를 볼 수가 있을 겁니다. 그 쪽에선 아마 당신한테도 전갈을 보냈다고는 하겠습니다마는 그 전령이 당신께 도착하는 일은 없을-,’
‘자네한텐 내가 정말 그 정도 천치로 보이나?’
‘전갈이 이쪽으로 보내졌다고 서면기록이 있을 겁니다, 반박할 거리가 없이 확실하게. 때문에 당신이 회의에 참석을 안한대도 그게 추기경의 실수라고 그가 탓 당하진 않을 겁니다. 당신은 이제 어쩌시려고요. 테라의 하이로드들이 보낸 대표를 처형할 겁니까?’
‘그래야지.’
‘이제 완전힌 바보인 척 하시는군요. 그건 당신의 적들이 원하는 짓을 해주는 것 뿐입니다. 당신은 당신 스스로 황제의 대리인보다 당신이 위대한 자라며 선언하는 꼴이 되겠고 당신이 제국에서 떨어질 대로 떨어진 여기에 당신의 영토와 국경을 세우려고 계획을 꾸몄다는 모든 속삭임들은 그날로 당신 손에 의해 진짜가 될 겁니다.’
‘내가 자네 말투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네 이단심문관.’
‘좋아하시든 아니든 난 단지 언제나 내가 한 일을 할 뿐입니다. 진실을 말하는 것, 그게 설령 듣기 싫은 내용이라도.’
‘그들이 그럴까요?’
‘그 새끼들이 내 뒤에서 수작을 부린다고, 그 놈들이 날 갈아치우려고? 그 놈들이.....’
‘만약 당신이 지금 곧장 달려간다면 셉티무스 추기경이 주관하는 회의를 볼 수가 있을 겁니다. 그 쪽에선 아마 당신한테도 전갈을 보냈다고는 하겠습니다마는 그 전령이 당신께 도착하는 일은 없을-,’
‘자네한텐 내가 정말 그 정도 천치로 보이나?’
‘전갈이 이쪽으로 보내졌다고 서면기록이 있을 겁니다, 반박할 거리가 없이 확실하게. 때문에 당신이 회의에 참석을 안한대도 그게 추기경의 실수라고 그가 탓 당하진 않을 겁니다. 당신은 이제 어쩌시려고요. 테라의 하이로드들이 보낸 대표를 처형할 겁니까?’
‘그래야지.’
‘이제 완전힌 바보인 척 하시는군요. 그건 당신의 적들이 원하는 짓을 해주는 것 뿐입니다. 당신은 당신 스스로 황제의 대리인보다 당신이 위대한 자라며 선언하는 꼴이 되겠고 당신이 제국에서 떨어질 대로 떨어진 여기에 당신의 영토와 국경을 세우려고 계획을 꾸몄다는 모든 속삭임들은 그날로 당신 손에 의해 진짜가 될 겁니다.’
‘내가 자네 말투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네 이단심문관.’
‘좋아하시든 아니든 난 단지 언제나 내가 한 일을 할 뿐입니다. 진실을 말하는 것, 그게 설령 듣기 싫은 내용이라도.’
그러자 곧 마카리우스는 갑자기 미소지었는데 꼭 그것이 마치 옛날의 마카리우스와 더 닮아 보였다고 레뮤엘은 기록했다. 분노로 정신이 나가버리는 게 아닌가 했던 그였지만 대총사의 안엔 아직 이성이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대총사는 물론 드레이크가 그의 적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드디어 왔구만.’‘마침내 그들이 내게 대항해 싸울 용기를 낸 모양일세.’
‘우린 모두 이게 시간문제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께선 너무 깃털을 많이 흘렸고 너무 많은 적을 만들었고 영광을 나눠가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너무 많습니다.’
‘리쳐를 쓰러뜨려야만 하네, 장래의 반역자들을 위해 본보기가 필요하지.’
‘파리끓는 세계의 별 볼일 없는 적 하나를 꺾는 게 당신의 성전 자체에 대한 도전보다 중요합니까?’
‘우린 모두 이게 시간문제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께선 너무 깃털을 많이 흘렸고 너무 많은 적을 만들었고 영광을 나눠가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너무 많습니다.’
‘리쳐를 쓰러뜨려야만 하네, 장래의 반역자들을 위해 본보기가 필요하지.’
‘파리끓는 세계의 별 볼일 없는 적 하나를 꺾는 게 당신의 성전 자체에 대한 도전보다 중요합니까?’
드레이크를 바라보는 마카리우스의 주먹은 앙다물어졌고 그의 눈은 마치 황제에게 기도라도 올리는 듯 잠시 감겼다 한다. 그것으로 그가 이끌어 내려던 것이 인내였는지 혹은 영감인지 레뮤엘은 짐작할 수 없었다. 드레이크가 되묻고 로드 하이 커맨더가 대답했다.
‘이 도전에 대한 당신의 의향은 무엇입니다.’
‘내가 언제나 해왔듯이, 난 싸운다!’
‘내가 언제나 해왔듯이, 난 싸운다!’
레뮤엘이 보기에 그것은 불가능한 승리에 대한 또 다른 선언이었다.
이번에 솔라 마카리우스가 상대할 적은 제국 정부의 대리인, 그리고 대총사의 한때 충성스러웠던 총사령관들이었던 것이다.
회의가 있으리라 예고된 아케론 프라임은 레뮤엘의 기록으로 나타나는 바에 따르면 광대하고 반쯤 빈, 새롭게 개발된 것으로 초고대의 외계종족이 은하의 변경에 문명의 흔적을 남긴 장소였다. 당시 제국이나 레뮤엘 그리고 대총사의 성전군은 제대로 몰랐던 것이 분명한 이 항성계는 그 문명의 흔적을 묘사한 기록으로 미루건대 네크론 툼월드였다. 마카리우스의 예고없는 이 행차에 대총사를 따돌리고 그를 밀실실각시키려 모략하던 제장은 놀라기라도 하련만 그런 기색이란 없었다고 한다. 셔틀에서 내린 마카리우스는 환영인파에 화답하며 최소 20개 연대가 이 행성에 집결한 것을 보고는 곁을 지킨 드레이크와 낮고 위기감 어린 음성으로 대화를 나누었다고 하는데, 이는 마카리우스가 긴급히 데려온 일부 라이온 가드 연대만으로 ‘유사시‘ 제압하기엔 압도적인 상대였기 때문이다. 당시 마카리우스 휘하엔 로키를 탈출한 한줌의 라이온 가드, 그리고 그로스랜더가 전부였다.
겨를이 없었음에도 이후 추기경과의 회동을 마치고 아케론에 소재한 대총사의 궁전으로 이동하는 비행정 안에서 레뮤엘은 볼 수 있었다 했다. 막대한 병력, 끝없는 병기, 산같은 물자, 마카리우스가 카르스크에서 말했던 제국의 저력이었다. 물론 비유가 그렇지 이것도 그 측정할 수 없는 힘의 손톱의 끝에 미치기도 힘들 것이었다. 모두 거짓이다. 로키에서 레뮤엘과 제국군은 질 수가 없었다. 병상 옆에서 죽은 채 떠들던 커미사르와 밤에 찾아온 암살의 간호사, 그리고 마카리우스의 어깨 너머로 대총사와 드레이크가 나누던 모략과 음모의 말들은 모두 진실로 여기서 확인되었다. 마카리우스는 제장 사이에서 고립되었고 정적들의 수작 아래 그의 군대는 우주의 변경에서 핏줄이 끊겨 죽어간 것인게 확인되었다.
그들의 표정에 깃털같은 수치라도 떠오를만 하련만 대총사를 맞이하는 장군들의 얼굴에서 그것은 찾아볼 수 없었노라고 했다. 분명 긴급소집된 사열식에도 타르카 장군은 먼지 한 톨 없는 기병제복을 털어내며 나타났다. 미친 광신자의 눈을 반짝이면서 로드 하이 커맨더를 환영하는 아리안 장군의 내면엔 분명 다른 장군과 다르게 성전의 열망이 여전히 불타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고 한다. 문제는 그의 상관에 대한 믿음이 그 불길만큼 여전하느냐는 것이었다. 화강암을 깎아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저기 서있는 자는 사이러스 장군이었는데 거의 돌연변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거한인 그가 말없이 드리우는 그림자 밑엔 옆으로 땅딸막히 퍼진 크라수스 장군이 서 있었다 한다. 레뮤엘의 기록은 이렇게 증언한다. 이 크라수스 장군이 작금의 사태에서 돌출된 못이었노라고. 과거 전리품을 권한 이상으로 착복했다던 그는 자신의 병사들에게 어느 장군들보다도 후하게 상급을 베풀어 인기를 끄는 장수였다고 하며 그의 휘하에 있는 연대 병사들은 로드 하이 커맨더의 친위 연대인 라이온 가드를 표적으로 패싸움을 벌이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한다. 로키의 패전과 도주가 대총사의 권위를 얼마나 추락시켰는지 탄식할 만한 그 사건의 주인공은 대총사의 전속 경호원 레뮤엘 자신이었노라고 했다. 그리고 그 마카리우스의 떨어진 권위와 흐려진 영광이 비단 로키의 패전으로 인한 것이었을지, 아니면 이전부터 있었던 누군가에 의해 조장된 것이었는지, 아니면 흐르는 30년이라는 시간에 자연히 빛바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이 네명의 총사령관 무리 가운데서 세 개의 스컬 프로브를 데리고 나타난 셉티무스 추기경을 가리켜 하이로니무스 드레이크는 대총사에게 경계할만 한 자라고 주의시킨다. 레뮤엘은 대총사와 추기경의 팽팽하면서도 어쩌면 유치한 견제를 자신의 비망록에 그대로 적어놓았는데, 그 내용이 이렇다. 셉티무스의 목소리는 음량이 풍부했고 구르는 듯 했으며 그를 마카리우스는 차가운 눈으로 응시했다고 레뮤엘은 전하고 있다.
‘대총사이시여.’‘겨우 만나뵙게되어 반갑습니다.’
‘그러는 자네는......’
‘나는 추기경 셉티무스입니다.’‘전갈에서 내가 설명드린 대로-,’
‘난 자네한테 받은 전갈이 없는데’‘그리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그러는 자네는......’
‘나는 추기경 셉티무스입니다.’‘전갈에서 내가 설명드린 대로-,’
‘난 자네한테 받은 전갈이 없는데’‘그리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이때 마카리우스는 잠시 멈추고 총사령관 한명 한명을 쳐다보았다고 한다. 레뮤엘은 추기경이 예상치 못한 일이 닥친 척 연기하는데 아주 유능했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미루건대 귀하께서 내 초대를 받으시고 여기 왕림하시지 않았나 합니다만.’
‘내가 여기 온 이유는내 사령관들이 아케론에 모여든다는 보고를 받고 황제와 성전에 대한 의무로부터 그들을 떼어놓을 수 있는 그 중요한 일이 무엇일지 의문이 들어서라네.’
‘그렇습니까.’‘그래서 내가 누를 끼치는 게 아닌지 우려됩니다만, 제국의 이름으로 내가 귀하의 장군들과 귀하를 전부 소환했습니다.’‘확실히 귀하에게 보낸 내 전령이 연착되긴 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자네가 날 여기로 불렀단 말이군.’
‘난 귀하가 아직도 폐하와 그의 선택받은 대표들의 사령관이라고 믿습니다.’
‘내가 여기 온 이유는내 사령관들이 아케론에 모여든다는 보고를 받고 황제와 성전에 대한 의무로부터 그들을 떼어놓을 수 있는 그 중요한 일이 무엇일지 의문이 들어서라네.’
‘그렇습니까.’‘그래서 내가 누를 끼치는 게 아닌지 우려됩니다만, 제국의 이름으로 내가 귀하의 장군들과 귀하를 전부 소환했습니다.’‘확실히 귀하에게 보낸 내 전령이 연착되긴 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자네가 날 여기로 불렀단 말이군.’
‘난 귀하가 아직도 폐하와 그의 선택받은 대표들의 사령관이라고 믿습니다.’
뭔가 뼈있는 말을 하는 셉티무스의 손이 그의 주변을 회전하는 해골을 만지작 거렸다고 하는데 이때 레뮤엘은 저 마카리우스를 향한 눈구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올까를 대비해 샷건에 손을 얹었다 한다. 셉티무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것은 무도한 것이었다.
‘당신은 제국의 위대한 영웅이십니다, 로드 하이 커맨더.’‘이것들도 한때는 제국의 영웅들의 것이었지요.’‘여전히 귀하는 폐하와 그의 대표들의 사령관이 맞습니까?’
모든 사람이 완벽하게 정지한 내리깔린 침묵 속에서 사람들은 마카리우스의 대답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전의 결과를 피할 수 있는 대답은 단 하나 뿐이고 그리고 그것은 마카리우스가 일생을 바쳐서 끝내려 했던 것이다. 이 답정너를 유도하는 추기경에게 마카리우스는 미소지으면서 말했다고 한다.
‘자네가 주장하는 자격을 증명할 표를 가지고 있겠지.’
‘내 전령이 적합한 위임낙인이 찍힌 문서를 들고 갔을 겁니다만.’
‘이미 자네의 전령이 내게 오지 않았다고 확인 끝난 것 아니었나.’
‘그렇다면 내 궁전으로 돌아갈 때 동행하시면 거기서 증명서를 보여드리죠.’
‘자네 궁전?’
‘나와 수행원들에게 맞는 숙소를 하나 징발했습니다.’
‘아마 사람을 시켜서 보내도 상관없을 거네, 자네 편의를 위해서.’
‘물론입니다, 기꺼이요.’
‘내 전령이 적합한 위임낙인이 찍힌 문서를 들고 갔을 겁니다만.’
‘이미 자네의 전령이 내게 오지 않았다고 확인 끝난 것 아니었나.’
‘그렇다면 내 궁전으로 돌아갈 때 동행하시면 거기서 증명서를 보여드리죠.’
‘자네 궁전?’
‘나와 수행원들에게 맞는 숙소를 하나 징발했습니다.’
‘아마 사람을 시켜서 보내도 상관없을 거네, 자네 편의를 위해서.’
‘물론입니다, 기꺼이요.’
레뮤엘 자신이 지상에 깔린 넘쳐나는 군수물자를 보고 마카리우스의 보급망이 사보타주를 당한 사실에 분개할 때 인퀴지터와 대총사는 좀 전의 회동과 장수들의 기색을 탐색하곤 서로 상황에 대하여 이러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소환 응답과 불응 여부로 장수들의 충성심을 가늠할 수는 없다는 것이 드레이크의 주장이었는데, 의사를 개진하는 그의 목소리는 일전의 마카리우스의 목소리처럼 낮고 긴급했다고 레뮤엘은 전한다.
‘그들이 여기 오지 않았다고 해서 충성심이 있다고 판단할 수 업습니다,’‘셉티무스가 말한 것처럼 단순히 소식을 못 받은 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그들은 무슨 일이 터지기 전까지 낮게 움츠리고 자기를 드러내길 두려워 하는 걸지도 모르지,’
‘마찬가지로 당신은 그들이 여기 있다고 해서 당신에게 대항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도 없습니다, 제국의 직접소환을 무시하기란 어려운 일이었을 겁니다.’
‘특히 야심만만한 놈이 한 소환이면, 셉티무스에 대해 말해보게.’
‘그런 부류에 대해 정말로 아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난 자네가 내게 평범한 가십거리보단 더 말해줄게 많다고 확신할 수 있지, 자네의 첩보망이 여기서 한동안 바쁘게 움직인지 알고 있다.’
‘권세 있고 똑똑하고 야심있는 자입니다.’
‘나한테 떠든 만큼의 위치는 가지고 있는 놈이군.’‘제국이 멍청이를 보내진 않았겠지 그래.’
‘위임증명서를 제출하게 만든데 그자가 좋아하지 않을 것 같군요.’
‘내가 어째야 했지? 그냥 말하는 대로 들을까?’
‘당신은 더 외교적으로 굴 수 있었습니다.’
‘이게 자네가 볼 때 어떻게 굴러갈 것 같나.’
‘당신은 명예의 주단을 딛고 테라로 소환되어 집으로 돌아가게 될 겁니다.‘
‘내 작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면 그들은 무슨 일이 터지기 전까지 낮게 움츠리고 자기를 드러내길 두려워 하는 걸지도 모르지,’
‘마찬가지로 당신은 그들이 여기 있다고 해서 당신에게 대항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도 없습니다, 제국의 직접소환을 무시하기란 어려운 일이었을 겁니다.’
‘특히 야심만만한 놈이 한 소환이면, 셉티무스에 대해 말해보게.’
‘그런 부류에 대해 정말로 아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난 자네가 내게 평범한 가십거리보단 더 말해줄게 많다고 확신할 수 있지, 자네의 첩보망이 여기서 한동안 바쁘게 움직인지 알고 있다.’
‘권세 있고 똑똑하고 야심있는 자입니다.’
‘나한테 떠든 만큼의 위치는 가지고 있는 놈이군.’‘제국이 멍청이를 보내진 않았겠지 그래.’
‘위임증명서를 제출하게 만든데 그자가 좋아하지 않을 것 같군요.’
‘내가 어째야 했지? 그냥 말하는 대로 들을까?’
‘당신은 더 외교적으로 굴 수 있었습니다.’
‘이게 자네가 볼 때 어떻게 굴러갈 것 같나.’
‘당신은 명예의 주단을 딛고 테라로 소환되어 집으로 돌아가게 될 겁니다.‘
‘내 작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카리우스의 그 말은 완벽한 자기확신으로 차 있었다.
하지만 드레이크도 타인의 가슴을 찌르는 견해를 말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자였다.
‘어드미니스트라툼에 있는 자들은 확실히 다르게 느끼는 모양입니다.’
‘내가 하야한다면 아무도 타르카와 그 친구의 똘마니들을 지배하지 못하겠지, 성전은 무제한적으로 야망을 성취하려는 놈들의 손에서 산산조각이 나고 말 것이고 놈들의 손에 십년을 쥐어 준다면 놈들은 군벌로 찢어지고 분열이 다시 도래할 것이다.’
‘당신은 확신할 수 없습니다.’
‘내가 그것들을 선출했고 수십년을 부려왔네, 믿어도 돼. 난 그치들을 알고 부렸고 그렇게 전장에서 놈들의 마지막 하나까지 겸손하게 만들었다고.
‘누군가는 그것이야말로 당신 계획의 결점이라고 말할 겁니다, 당신 스스로를 교체불가능한 자로 만들려 하는 시도요 그것이야말로 제국에 대한 수치를 모르는 불충이라고.’
‘누군가가 말한다고, 이단심문관? 자네는 뭐라고 말할텐가.’
‘단지 난 당신을 고발할 수 있을만한 문제를 상정해 본 겁니다. 그런 계승 위기의 해결책을 제시할 자로 셉티무스가 본인을 자처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계승이 일어나려면 내가 죽어야 해.’
‘불멸자가 되려는 계획을 짜고 있습니까? 당신이?’
‘곧 죽을 계획은 없지.’
‘이것이 타인들이 당신의 죽음을 논하는 일이 일어난 겁니까?
‘사람들은 내가 11살이었을 때부터 그랬지만 난 아직 살아있다고.’
‘당신은 영원할 수 없습니다. 아무도 그러지 못하죠.’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단심문관. 오래된 혼돈의 재래와 새로운 분열로 이득을 취하려는 자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렇습니다, 그것이 내가 당신의 사령체계설정 중 일부가 현명하지 못하다고 여긴 이유입니다.’
‘세계를 여럿 정복한 자들을 내가 찾아서 군대들을 이끌 자로 삼고 그들이 내게 충성을 맹세했다고? 그들은 우리가 싸우는 각종 전쟁에 달통한 제국 최고의 장군들이다. 그건 내가 그들을 골랐다는 단순한 허영이나 과대망상이 아니야, 그들 스스로가 그들 자신을 선택한 거지. 모든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생존하는 것 그 자체로 승리자란 말이네. 그들은 황제의 시대보다도 더 많은 세계를 제국을 위해 정복한 자들이라고.’
‘당신은 그들을 교체할 수 있었습니다.’
‘보다 말 더 잘 듣고 야심이나 경쟁심 없는 자들로? 자넨 제국 장군들을 초식동물로 이해하면 안되네 이단심문관. 자네가 무리 속에서 제일 난폭한 양이라 파당싸움의 살육도에서 살아남은 게 아니겠지, 자넨 늑대처럼 굴어서 날아남은 걸세.’
‘그리고 이제 당신의 이리떼가 당신에게 등 돌리고 있습니다.’
‘요점을 짚었네.’
‘그런 거 같군요.’
‘자네가 볼 때 내가 제국의 살아있는 장군보다 죽은 영웅으로써 더 쓸만한 지경에 이른것 같나?’
‘그렇게 생각하는 누군가들이 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그들은 내가 리쳐 문제에 결착을 내면 생각을 고쳐먹게 될 거야.’
‘내가 하야한다면 아무도 타르카와 그 친구의 똘마니들을 지배하지 못하겠지, 성전은 무제한적으로 야망을 성취하려는 놈들의 손에서 산산조각이 나고 말 것이고 놈들의 손에 십년을 쥐어 준다면 놈들은 군벌로 찢어지고 분열이 다시 도래할 것이다.’
‘당신은 확신할 수 없습니다.’
‘내가 그것들을 선출했고 수십년을 부려왔네, 믿어도 돼. 난 그치들을 알고 부렸고 그렇게 전장에서 놈들의 마지막 하나까지 겸손하게 만들었다고.
‘누군가는 그것이야말로 당신 계획의 결점이라고 말할 겁니다, 당신 스스로를 교체불가능한 자로 만들려 하는 시도요 그것이야말로 제국에 대한 수치를 모르는 불충이라고.’
‘누군가가 말한다고, 이단심문관? 자네는 뭐라고 말할텐가.’
‘단지 난 당신을 고발할 수 있을만한 문제를 상정해 본 겁니다. 그런 계승 위기의 해결책을 제시할 자로 셉티무스가 본인을 자처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계승이 일어나려면 내가 죽어야 해.’
‘불멸자가 되려는 계획을 짜고 있습니까? 당신이?’
‘곧 죽을 계획은 없지.’
‘이것이 타인들이 당신의 죽음을 논하는 일이 일어난 겁니까?
‘사람들은 내가 11살이었을 때부터 그랬지만 난 아직 살아있다고.’
‘당신은 영원할 수 없습니다. 아무도 그러지 못하죠.’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단심문관. 오래된 혼돈의 재래와 새로운 분열로 이득을 취하려는 자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렇습니다, 그것이 내가 당신의 사령체계설정 중 일부가 현명하지 못하다고 여긴 이유입니다.’
‘세계를 여럿 정복한 자들을 내가 찾아서 군대들을 이끌 자로 삼고 그들이 내게 충성을 맹세했다고? 그들은 우리가 싸우는 각종 전쟁에 달통한 제국 최고의 장군들이다. 그건 내가 그들을 골랐다는 단순한 허영이나 과대망상이 아니야, 그들 스스로가 그들 자신을 선택한 거지. 모든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생존하는 것 그 자체로 승리자란 말이네. 그들은 황제의 시대보다도 더 많은 세계를 제국을 위해 정복한 자들이라고.’
‘당신은 그들을 교체할 수 있었습니다.’
‘보다 말 더 잘 듣고 야심이나 경쟁심 없는 자들로? 자넨 제국 장군들을 초식동물로 이해하면 안되네 이단심문관. 자네가 무리 속에서 제일 난폭한 양이라 파당싸움의 살육도에서 살아남은 게 아니겠지, 자넨 늑대처럼 굴어서 날아남은 걸세.’
‘그리고 이제 당신의 이리떼가 당신에게 등 돌리고 있습니다.’
‘요점을 짚었네.’
‘그런 거 같군요.’
‘자네가 볼 때 내가 제국의 살아있는 장군보다 죽은 영웅으로써 더 쓸만한 지경에 이른것 같나?’
‘그렇게 생각하는 누군가들이 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그들은 내가 리쳐 문제에 결착을 내면 생각을 고쳐먹게 될 거야.’
지표면을 뒤덮은 병력과 물자의 지평을 넘어 비행정이 그의 궁전에 도달할 때 즈음 하여 대총사의 목소리엔 조소어린 해학이 묻어 있었다 한다. 그리고 그것은 곧 불평하는 듯한 집착으로 변했다. 그는 아직도 리쳐에 몰입하고 있었고, 그는 그의 복수의 여신을 자신이 압도하는 그 순간 모든 게 원래의 제 자리로 되돌아올 것이고, 그 어떠한 그의 잃어버린 명망이라도 되찾을 수 있으리라고 스스로를 설득시키는 것만 같았다. 적어도 레뮤엘의 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정말로 마카리우스의 눈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레뮤엘은 비망록에 당시의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적었다.
돌아온 주인을 맞이하여 말끔히 정리된 궁전에 도달하자 레뮤엘과 동료들은 대총사가 그의 내실로 들어간 순간 사병들과 함께 재빨리 해산하여 각자 배속된 방으로 흩어졌다. 오랜 경험으로 그들은 장군들과 사무관들이 마카리우스에게 보고를 올리기 위해 거기로 해일처럼 밀어닥칠걸 알고 있었다고 한다. 대총사를 상징하는 녹색 옷을 입은 엄청난 수의 하인들이 오래된 가문의 귀족들을 수행하면서 대리석으로 조각된 복도를 가득 메우는 그 광경을 본 레뮤엘은, 거기에 비친 마카리우스에게 남은 영광의 파편을 볼 수 있었다고 비망록에 기록한다. 적어도 이 장소에서만은 아무도 마카리우스의 위치를 의심하지 못할 것이다.
5.1.8. 진심 혹은 기만
마카리우스는 사람을 시켜 정부가 부여한 위임증명서를 보내라고 그랬지만 드레이크의 지적처럼 그것은 그저 대총사가 추기경의 수작질을 면박주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었다. 그런 위임장은 남의 손에 함부로 맡길 것이 못 되고 추기경은 연단 위의 보좌에 걸터앉은 마카리우스에게 직접 위임장을 들고 와 자신의 손으로 제시해야만 했다. 25년 전 처음 만난 이단심문관에게 다짜고짜 사이커냐고 물어보던 이등병을 드레이크가 지그시 쏘아본 것처럼, 한낮 병사에게 가로막히는데 추기경은 아마 적응하기 힘들 터였다. 그때 레뮤엘은 경호임무 수행중이던 자신이 그의 앞을 총을 들고 가로막았을 때 그가 분노에 떨었다는 사실과 모습까지 자세히 적어 놓았다.레유엘의 기록은 이때쯤 하여 자신과 드레이크의 관계를 이전보다 밀접하게 드러낸다. 셉티무스가 위임장을 들고 오기 이전, 레뮤엘은 주점에서 일어난 크라수스의 부하들과 자신들 사이에서 일어난 시비에 대해 비망록에서 설명하였는데, 이것은 곧 앞서 설명한 것처럼 술집에 들어선 라이온 가드와 크라수스의 병사들 사이의 집단 패싸움으로 비화되었다고 한다. 당시 레뮤엘의 기록은 묘사하길 금단추를 주렁주렁 단 크라수스의 부하들이 대총사에게 아무런 경의도 비치지 않은 채 태연자약히 마카리우스의 패배를 비웃고 그의 개인 경호원에게 시비를 걸며 로키에서 황제의 곁으로 돌아간 전우들에 대해 모욕하는 것을 보았다 했다. 그는 심호흡을 하곤 그리고 지금 보고 있는 광경의 의미가 무언지 생각해 보았다. 그들이 녹색 군복을 입고 난 후 아무도, 그 단 한명도 개인 대 개인으로서의 성질을 띤 싸움이라면 모를까 라이온 가드, 그 중에서도 로드 하이 커맨더의 개인 경호원을 상대로 싸움을 걸진 않았다. 다른 무슨 말도 필요 없이 지금 이 순간이 레뮤엘에겐 마카리우스의 별이 얼마나 땅에 떨어졌는지를 상징하는 사건었다고 기록한다. 적어도 싸움을 건 놈들을 짓이겨 주었다는 게 유일한 기쁨이었다고나 할까. 그날 밤, 영창에 갇혀있던 수백명의 병사들 사이에서 그들을 인수하러 찾아온 라이커에 의해 그는 드레이크의 면전으로 소환당했다고 한다. ‘영원한 변명이다.’는 것이 시비의 주체가 상대들이었노라는 레뮤엘의 해명에 대한 이단심문관의 반응이었다. 레뮤엘이 이단심문관을 얼마나 알고 지냈을까, 타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그는 맡은 직책을 떠나 존재만으로도 대상에게 공포를 주는 접근하기 어려운 상대였다고 한다. 마카리우스를 레뮤엘이 안 순간부터 드레이크도 알게 되었지만 자신이 안나에 대해 아는 것만큼이나 드레이크에 관해 아는 게 없었다. 드레이크는 늙지 않았다. 카르스크에서 그가 워프의 틈을 닫는데 힘을 소진하고는 몇 년의 세월을 더 먹어버린듯 순식간에 노화하였지만 여전히 그나 자신이나 연명처지가 몸에 잘 받는 탓에 연배는 비슷해 보였노라는 게 레뮤엘의 비망록에서 찾을 수 있는 드레이크의 외모에 대한 묘사였다.
드레이크가 레뮤엘에게 말했다. 네가 뛰어든 싸움은 단순한 술집 싸움이 아니라 상부 계급의 알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 말을 듣곤 크라수스와 마카리우스 사이에 있을 갈등관계 유무여부를 질문하는 레뮤엘에게 이단심문관은 최소한 그런 갈등이 외부에 있어보이도록 사업을 벌이는 자들이 있으리라고 믿는다 말했다. 레뮤엘은 슬슬 눈 앞의 인퀴지터가 어째서 이런 이야기들을 자신에게 하는지 궁금해졌고, 그리고 그 생각을 이단심문관은 곧바로 읽어들인 것 같았다고 그는 기록하였다. 그리고 거기서 이어진 드레이크의 발언이 암시하는 바에 그는 그때 자신의 눈이 확 뜨이며 떨렸노라고 전한다. ‘자신에게 닥치기 전까지 사람들은 그것이 다가오는 것을 모르나, 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찾아오는 법이다.’ 감지할 수 없는 죽음이 다스리는 비밀의 세계는 그보다는 이단심문관의 영역이라고 그는 믿고 있었다. 이단심문관이 계속 말했다. 레뮤엘은 믿을 수 있는 자이며 마카리우스는 물론이요 이단심문관 자신도 그를 신임한다고, 때문에 레뮤엘이 소주방 난동에 휘말려서 죽어버리면 그들에게 있어서 손실일 것이리라고 말이다. 레뮤엘은 나를 죽이는 일에 무슨 의미가 있어 누가 그런 시도를 하겠느냐며 가벼이 여겨 이단심문관의 뜻을 부정하지만 이어진 드레이크의 말은 그의 생각은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성전 속 권력의 핵심부와 밀착해서 레뮤엘은 긴 시간을 보냈고 이 수상한 세월에 그를 죽이는 일은 대총사를 흔들어 틈을 만들 것이며, 그리고 이 게임에서 그런 틈은 수십억배로 돌아오는 게 이치란 것이다. 또한 레뮤엘이 죽어서 생길 누군가 충원될 빈 자리는 마카리우스에게 가까이 접근하기 아주 좋은 위치였다는 것인데, 바망록에 기록되길 드레이크의 이런 말을 들은 레뮤엘은 갑자기 자신에게 턱도 없는 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한다. 비록 드레이크의 요점을 파악할 순 있었의되 마카리우스를 추종한지 그 모든 시간이 지났지만 이런 대화는 여전히 그에게 껄끄러웠다.
달갑지 않은 일을 우연을 가장해 처리하는 게 자신을 일이라며 그런 가장된 우연을 당하지 않도록 두 번 그에게 목숨 간수를 당부한 이단심문관은 레뮤엘에게 기이한 감상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그는 드레이크를 쳐다보고 그리고 그의 발언 안에 담긴 경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당시에는 자신의 상상이라 여겨 그냥 일축해버렸고 비망록을 작성하는 그 시점에도 확신하진 못하였지만 이단심문관은 실제로 조금은 염려하는 것 같았다 하였다. 마카리우스 주변의 행운의 동그라미로서 레뮤엘과 이단심문관은 모두 긴 시간동안을 알아왔고 그들은 좁고 친밀한 길에서 오래도록 서로의 얼굴을 보며 서로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 드레이크의 지체는 하늘 같았으나 그에게 레오 레뮤엘이라는 병사는 익숙한 존재였다. 분명 그도 자신을 잃으면 몇 초 동안은 슬퍼하지 않을까? 생각하길 아마 드레이크에게 자신은 아끼는 가구 비슷한 것 쯤 되지 않았겠느냐는 게 레뮤엘의 변이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처벌은 없었고 레뮤엘과 동지들은 징벌적 임무에 투입되지도 않은 채 그대로 궁궐 안에서 제지받지 않았다. 아마도 거대한 사건의 파도가 뒤에서 치는 사이 그들은 그 틈새로 빠져나온 것일지도 모르지만, 드레이크도, 마카리우스도 그런 것을 그냥 지나칠 위인이 아니라는 걸 아는 레뮤엘은 그들이 처벌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누구에 대한 어떤 의미의 상징인지 알고 있었다. 패싸움에 가담한 라이온 가드를 처벌하지 않은 것은 크라수스 장군에게 보내진 간접적인 메시지였다는 것이다.
‘그거 상하지 않도록 보관 잘 하라’ 가 위임장을 제시한 셉티무스더러 마카리우스가 했던 말이었다. 이제 자신이 선의의 소지인임이 확인되었으니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는 추기경은 마카리우스에게 독대를 원했으나 마카리우스는 레뮤엘을 자리에 남기기 원했다 했다. 이 점에서 대총사의 양보가 없을 것 같자 추기경은 그냥 준비한 말을 풀어놓았다고 한다. 청중이라곤 추기경,대총사,레뮤엘, 셋 뿐이었지만 그의 발성법은 꼭 웅변 같았고 내용은 미사여구로 치장되었으나 요점은 간단했다. ‘그대의 업적은 각별한 것이고 수십세대의 어떤 자보다 제국에 더 큰 공헌을 하였으니 이제 제국이 그대에게 감사해야 할 때이다’는 것이다. 이때 쯤 되자 레뮤엘이 쳐다 본 마카리우스는 입에는 걸려 있었지만 눈꼬리에는 닿지 않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고 한다. 마카리우스가 물었다. 그 감사라는 게 뭐냐고. 승리의 격에 맞는 영예로써 수여될 것이라는 추기경의 대답에 마카리우스는 또 물었다. 그래서 셉티무스가 내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 여기 대표로 왔느냐는 그 질문은 물론 대총사가 정말 그렇게 생각해서 한 말은 아닐 것이다. 드레이크의 예상이 정확했다. 셉티무스는 짐짓 쇼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어떻게 자신 정도가 그 책무를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즉, 로드 하이 커맨더는 직접 홀리테라에 가서 수상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고 한다. 라이온 가드, 그의 친위대도 함께 말이다. 레뮤엘도 그게 무슨 소리인지 한번에 알아먹은 그 행간을 물론 마카리우스는 읽었을 것이다. 테라에 불려간답시고 군대로부터 분리당한 마카리우스는 성전은 물론 두 번 다시 군문으로 되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알았다.’'물론, 나와 함께 이 별에 모인 사령관들고 함께 귀환해 포상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그들과 함께 영광을 나누지 못할 것이고 나만큼이나 승리들에 공헌해온 그들을 나로선 외면하기 어렵다.‘
이런 대총사의 발언에 추기경이 보인 의외라는 반응은 대총사의 자비심에 놀란 것도 말장난의 수준에 놀란 것도 아니었을 것인데, 그것은 아마 말따먹기였을 지언정 그 내용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셉티무스는 대총사의 기대도 진의도 아닐 요청에 그들한텐 그들의 때가 있으리라고 고개를 저었노라고 한다. 가야 될 건 대총사 혼자 뿐이라는 것이다. 레뮤엘의 기록에 따르면 ‘좋다, 곧장 가겠다.’는 로드 하이 커맨더의 OK 사인은 추기경에게 절박한 싸움을 예상했다가 거둔 손쉬운 승리의 당혹감을 안긴것 같았다고 한다. 이후로 마카리우스는 떠나기 전 차질없는 지휘권 이양절차를 위해 몇가지 해야 할 사항이 있으리라 언급했고 이런 대총사를 바라보는 추기경의 눈이 마치 대총사가 꾸미고 있을 사악한 계획을 의심하고 있기라고 하듯 가느다랗게 좁혀들었다고 레뮤엘은 전하였다. 마카리우스의 이런 결정에 드레이크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테라로 돌아가겠다 동의한 겁니까.’
‘내가 어쩔까?'‘내가 제국에서 떨어진 직권명령을 거부할 순 없잖나.’
‘당신이요?’
‘거기에 다른 의미가 들어 있는 게 아니라 믿겠네.’
‘내가 어쩔까?'‘내가 제국에서 떨어진 직권명령을 거부할 순 없잖나.’
‘당신이요?’
‘거기에 다른 의미가 들어 있는 게 아니라 믿겠네.’
레뮤엘은 거기서 드레이크도 말하면서 선을 넘을 때가 있다는 걸 알았다 했다.
‘대분열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일은 내 일생의 숙업이었어.’‘그것을 마지막 단계에 다 와서 그만두진 않을 걸세.’
‘그러시리라고 예상했습니다.’
‘아, 물론이지, 추기경의 함선이 어떤 예기치 못한 문제들로 운항을 못하는 일이 벌어지는 건 언제나 가능한 일이겠지?’
‘그는 언제나 다른 걸 징발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시간도 걸리고 문제도 많다.’
‘그럴 겁니다.’
‘그리고 내 출발 역시도 그 예기치 못한 문제들로 늦어질 수가 있는 거겠고.’
‘그것도 역시 가능하지요.’
‘내 친구여, 내 의도를 오해하지 말게.’‘난 홀리테라로 방문해 에끌레시아키의 뜻에 따라서 알아서 출두할 거네, 다만 내 모든 작업이 끝이 난 나한테 편한 시간에 말이지.’
‘당신의 말대롭니다.’
‘자, 그러면 자네가 로키랑 리쳐 관련해서 모은 정보들을 전부 내놔 봐.’
‘그러시리라고 예상했습니다.’
‘아, 물론이지, 추기경의 함선이 어떤 예기치 못한 문제들로 운항을 못하는 일이 벌어지는 건 언제나 가능한 일이겠지?’
‘그는 언제나 다른 걸 징발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시간도 걸리고 문제도 많다.’
‘그럴 겁니다.’
‘그리고 내 출발 역시도 그 예기치 못한 문제들로 늦어질 수가 있는 거겠고.’
‘그것도 역시 가능하지요.’
‘내 친구여, 내 의도를 오해하지 말게.’‘난 홀리테라로 방문해 에끌레시아키의 뜻에 따라서 알아서 출두할 거네, 다만 내 모든 작업이 끝이 난 나한테 편한 시간에 말이지.’
‘당신의 말대롭니다.’
‘자, 그러면 자네가 로키랑 리쳐 관련해서 모은 정보들을 전부 내놔 봐.’
이단심문관의 얼굴 위로 지나가는 인상은 그가 이런 전개로 빠지는 대화도, 리쳐문제에 대한 대총사의 편집증도 모두 기꺼워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했노라고 레뮤엘은 설명한다. 그러나 드레이크는 순순히 로키에 잔류한 요원들이 보낸 정보들이 도착했다면서 자료들을 건넸다고 한다. 이때 레뮤엘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이런 것이었다. 산송장과 이단자들 사이에 남은 정보원이라는 건 대체 어떤 꼴일까, 그리고 그 황제의 빛도 닿지 않는 해일로 월드에서 여기 아케론 프라임까지 어떤 수단을 가지고 정보망을 유지할 수 있단 말인가. 그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으나 드레이크는 알 것이었다. 그리고 이때가 레뮤엘은 마카리우스의 영예를 다시 한번 짓밟는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기 얼마 머지 않았던 때라 하였다.
5.1.9. 마카리우스의 몰락
로간 그림나르가 마카리우스를 찾아왔을 때 레뮤엘은 말카이트에서 자신이 대총사와 함께 싸웠던 전장을 묘사한 천장화를 올려다보고 있었노라고 했다. 드미트리우스의 주먹을 위해 로간 그림나르와 싸웠던 시기로부터 이미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때의 싸움에서 맞닥뜨렸던 불쾌한 기억이 레뮤엘에게 몸서리가 되어 쓸고 지나갈 때 인사치레를 마친 대총사의 얼굴을 쓸고 지나간 것은 찌뿌린 인상이었다. 로간 그림나르는 곧 그레이트 울프가 마카리우스를 방문할 것이라 예고하였는데 레뮤엘이 돌이켜 보건대 스페이스 마린들에게도 그런게 있다면 그림나르의 나직한 목소리에 깔린 것은 일종의 분노 비슷한 것이었다고 한다.그레이트 울프를 맞이하는 연회는 그 분노의 원천이 뭔지 가르쳐 주었다. 전갈을 전하고 떠나가던 그림나르를 응시하던 마카리우스의 음울한 눈빛은 이미 대총사가 회담의 성질을 예상하고 있었단 방증이었지만 실제로 회담에서 드러난 것은 그의 예상 이상이었다. 그림팽이 전달한 의사는 스페이스 울프의 성전 이탈이었고, 여전히 성전에 남아있는 영광을 거론하는 대총사의 만류에 그림팽이 한 대답은 곧 고딕 섹터에서 일어날 WAAAGH!를 막으러 떠나도록 명령받았다는 것이었다. 지금 이런 대답을 들은 대총사의 심정을 레뮤엘은 상상해보려 애썼다. 대총사는 지금 자신의 성전이 새롭게 벌어질 침공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선언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사실이라는 진실은 이 사태가 마카리우스에게 초래할 엄청난 타격을 감소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스페이스 마린 챕터들의 수많은 참전 중에서도 스페이스 울프의 이름이 대총사에게 부여한 거대한 권위는 그가 주유한 성전의 수많은 전역마다 영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최상의 뒷받침을 부여하였고, 이제 와 그것이 사라진다고 해서 성전의 위상이 실추되지 않는다고 애써 의미축소를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작금의 선언은 성전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서든 벌어지고 있으며, 더 이상 마카리안 크루세이드가 은하계에서 독보적인 과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이 마카리우스의 뇌리를 달리고 있을 것임에 분명했지만 대총사는 그레이트 울프를 설득하려고 들지는 않았다. 이것은 그의 하늘이 부여한 위엄이나 설득의 기술로 다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향연과 우애의 회고가 이어졌지만 식탁 위에 깔린 먹구름은 내내 걷히지 않았다고 한다.
마지막 접시와 술통이 비자 이어진 작별의 자리에서 언제나처럼 우아하고 제어된 움직임의 완벽히 계산된 매력을 띠고 마카리우스는 아스타르테스들과 인사를 교환했지만 대총사를 오랫동안 겪은 레뮤엘은 가늘게 좁혀든 그의 눈꺼풀과 입가가 비틀린 미소를 보곤 그가 품은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한다. 드레이크의 얼굴은 가면을 쓴 듯 했고 눈은 쳐다보고 있으면 빠질 것 같은 구덩이 같았다. 레뮤엘이 보기에 그는 사건의 무게를 재고 다각도에서 분석하기라도 하는지 평소보다도 더 생각에 잠겨 보였다고 전한다. 고위 장군 전원이 참석한 잔치에는 추기경도 동석해 있었는데 대총사와 대조적으로 그는 울릭 그림팽이 본론을 꺼내기도 전에 너무도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고 레뮤엘은 첨언하였다. 그는 지금도 온화함이 뒤섞인 웃음으로 표정을 가리고 있었는데 이 사건이 의미하는 바를 이 자가 모를 리 없었다. 모든 게 놈의 뜻대로 되어간다. 솔라 마카리우스가 황제의 천사들이 바치는 명백하고 뚜렷한 협조를 즐겁게 향유하는 동안 그 누가 감히 그에게 공공연히 대항할 수 있었겠는가? 솔라 마카리우스의 권력과 영예에 거대한 우월함을 더하던 스페이스 울프라는 요소가 이렇게 떨어져나갔다. 레뮤엘은 비망록에 상황이 아주 많이 음울하게 변해가고 있었노라고 적어놓았다. 이때 레뮤엘의 눈에 포착된 것은 두꺼비같은 크라수스의 얼굴에 떠오른 만족감이었다고 한다. 순간적으로 벗겨진 그의 가면 아래서 분명 자신은 대총사의 위협하는 모략의 주체를 목격한 것 같았노라는 것이다. 일이 그렇게 흘러갈 일이었는지 크라수스의 또한 자신의 그런 시선을 정확히 마주봤고, 서로를 향한 잠시간의 응시에서 자신을 염두에 두고 재보는 크라수스의 심리를 레뮤엘은 느낄 수 있었다. 어쩌다 그냥 둘러본 눈이 마주친 것처럼 그는 시선처리를 했지만 레뮤엘은 그것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으며 그리고 크라수스도 자신을 머릿속에 품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레뮤엘의 이러한 짐작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실로 확인되게 된다.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아스타르테스는 로간 그림나르였다. 그는 악수를 하려는 듯 마카리우스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고 한다. 함께 싸우며 같이 피흘렸고 그가 진 명예의 빚을 반드시 갚겠다는 그림나르의 발언에 레뮤엘이 남긴 사람들의 반응에 관한 기록이 우습다. 추기경의 으스댐이 좀 죽었고 얼굴엔 염려가 떠오른 자는 크라수스 장군이었다. 레뮤엘 자신은 그저 이때는 그것을 떠나는 자리의 마찰을 줄이려는 외교적 기름칠로 여겼고 마카리우스는 그림나르에게 이렇게 답했다 한다.
‘고맙소, 내 친구여. 나는 이것을 절대 잊지 않겠네.’
크라수스와 그리고 추기경을 똑바로 쳐다본 대총사가 반복했다고 레뮤엘은 전한다.
‘나는 이것의 단 하나도 절대 잊지 않겠네.’
침실까지 대총사를 호위한 레뮤엘의 앞에 서 있던 것은 좀 전까지와 같은 위대한 자의 등이 아니었다. 방의 문지방을 넘는 순간 그는 더 작은 사람으로 쪼그라든 것만 같았고, 지쳐보였고, 또 화나 보이는 로드 하이 커맨더는 어딘가 쇠락해 보였다. 좀 전의 연회가 그에게 얼마나 큰 부담이었는지 레뮤엘은 알 것 같았다고 한다. 술 한잔을 따라 들고 의자 속에 주저앉은 마카리우스가 자신을 올려다 보면서 그때 이렇게 말했다고 레뮤엘은 회고한다. 그레이트 울프가 마카리우스 자신에게 대한 것보다 레뮤엘을 더 큰 명예로써 대했다고 말이다. 연회에서 그림팽은 10년 전 처럼 술을 권하지 않고 그림나르가 레뮤엘에게 높은 평가를 했노라고 하면서 자신의 잔을 채우는 영광을 주겠노라고 했었고, 레뮤엘은 마카리우스의 허락을 받아 그렇게 하였다. 마카리우스의 응시를 마주친 그는 대총사가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짐작하기 힘들었고, 얼굴 근육에 잔뜩 힘이 들어가 일그러져 그렇게 수척하다 못해 해골처럼 보이는 대총사를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노라고 기록한다. 그런 마카리우스가 자신에겐 너무도 늙어 보였고 그의 실제 연령이 마침내 드러났으며 심지어는 죽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마치 연명처치가 한계에 다다른 것처럼. 레뮤엘의 대답했다. ‘송구하옵나이다, 각하.’ 라고. 그가 별로 할 수 있는 말이 없었고, 그런 그의 앞에서 대총사는 시해놀이의 말판을 내려다보며 말 하나를 집어올려 만지작거렸다. 그러면서 그가 중얼거린 말이 그가 레뮤엘더러 들으라고 한 말인지 그저 혼잣말이 자신에게까지 들린 것인지 레뮤엘은 짐작이 가지 않았다고 하였다. 마카리우스는 이렇게 말했었다고 한다. ‘이제 끝이라고 놈들은 생각하겠지.’.
'각하?‘
‘그놈들이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할거라고 말했다. 내가 끝났다고, 놈들이 날 손쉽게 잘라낼 수 있을 거고 그렇게 뜻대로 될 거라고.’
‘감히 그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입니다, 각하.’
‘그놈들이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할거라고 말했다. 내가 끝났다고, 놈들이 날 손쉽게 잘라낼 수 있을 거고 그렇게 뜻대로 될 거라고.’
‘감히 그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입니다, 각하.’
놈들은 그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떠들 처지가 못 되었다.
‘그 스페이스 마린들은 가버린 거야, 여기에서 그놈들이 얻어낼 영광이 더 남아있지 않다는 거다. 대머리 독수리들에겐 이게 공격의 시작신호로 들리겠지.’
그는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었다. 늙은이들이 종종 그러는 것처럼, 레뮤엘은 벨리알의 하이브 시티에서 보낸 자신의 유년기 속 노인들을 상기하였다. 그가 마카리우스의 건강을 염려했던가? 그렇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그동안 그의 염려가 미처 닿지 못하던 대총사의 정신까지 포함할 것이다. ‘내가 준비되기 전까지 난 실각되지 않을 것이다.’ 마카리우스가 말했다고 한다. ‘내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는가, 그러나 레뮤엘은 대총사 스스로 그의 숙업에 과연 끝이라는 것을 생각이나 하고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그는 절대권력의 정점에서 너무나 오랫동안 살았고 나는 그가 정점의 권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사는 삶을 상상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마도, 그는 깨닫고 있을지도 몰랐다. 이제 전 제국에서 오로지 불가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분은 황금 옥좌에 안치돼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로키의 지도를 내려다 보던 대총사는 거기서 영혼의 구원을 바라는 것 같았다. 그제야 레뮤엘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는 걸 의식한 듯한 마카리우스는 그에게 물러가도 좋다는 허락을 내렸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레뮤엘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하이로니무스 드레이크였다. 인퀴지터가 대총사의 방에서 왔느냐고 말했고 궁전 안의 모든 일을 다 아는 그가 한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대답하며 레뮤엘은 자신에게 드레이크가 말하려 하거나 혹은 캐내려 할 만한 것을 세어보았다고 한다. 잔치, 스페이스 울프의 이탈, 그리고 마카리우스가 자신에게 보였던 모습 등, 이 중 마지막은 자신을 우울하게 만들었지만, 삶의 피곤함 보다는 별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는 게 레뮤엘의 감상이었고, 레뮤엘은 이단심문관이 먼저 말을 꺼내기 전까지 침묵을 지켰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대총사께옵선 스페이스 울프의 출발에 별로 기쁘신 상태가 아닙니다.’‘그것을 그분의 권위를 흔드는 타격으로 보십니다.’
‘명백하지, 레뮤엘, 명백하다. 내 말은 너의 그에 대한 생각이 어떻냐는 말이다. 네 눈에 그가 어찌 보이더냐.’
‘지치셔 보였습니다.’
‘지쳤다? 그게 다인가?’
‘그걸로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마카리우스같은 인물이 짊어진 부담은 어림할 수 있는 게 아닐 겁니다. 그러시는 그분을 전에 본 적이 없습니다. 꼭....’
‘대총사께옵선 스페이스 울프의 출발에 별로 기쁘신 상태가 아닙니다.’‘그것을 그분의 권위를 흔드는 타격으로 보십니다.’
‘명백하지, 레뮤엘, 명백하다. 내 말은 너의 그에 대한 생각이 어떻냐는 말이다. 네 눈에 그가 어찌 보이더냐.’
‘지치셔 보였습니다.’
‘지쳤다? 그게 다인가?’
‘그걸로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마카리우스같은 인물이 짊어진 부담은 어림할 수 있는 게 아닐 겁니다. 그러시는 그분을 전에 본 적이 없습니다. 꼭....’
그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기 이전에 간신히 삼킨 자신을 드레이크가 유심히 내려다보았노라고 레뮤엘은 회고한다. 그가 눈치채지 못했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것이었다.
‘꼭 뭐?’‘하려던 말이 있지 않느냐.’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게 거짓을 고하지 마라, 레뮤엘 상사. 그러기에는 우린 너무 오래 알고 살았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게 거짓을 고하지 마라, 레뮤엘 상사. 그러기에는 우린 너무 오래 알고 살았다.’
아마도 그 말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레뮤엘 스스로보다도 그를 더 잘 안다는 눈 앞의 권위적인 남자의 절대확신에 찬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인퀴지터가 말하라고 사이킥을 담아 호통치자 결국 그는 대답했다고 하였다. ‘늙어 보였다. 연명 처치의 효력이 멈춘 듯 소진되어 보였다.’ 이 대답을 들은 인퀴지터는 자신도 마시고 레뮤엘에게 술을 권했는데 레뮤엘은 거기 독이 들지 않았을까 의심했지만 곧장 생각을 지워버렸다. 독살할 필요도 없이 드레이크가 그더러 죽으라면 그는 죽어야 했다. 레뮤엘의 마카리우스에 대한 의심과 그의 판단은 인퀴지터의 입에서 진실로 확인되었다. 마카리우스의 연명처치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안된다는 탄식이 레뮤엘의 입에서 터져나왔지만 단지 그것이 믿고 싶지 않을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그는 고백한다. 멈춰있던 그 동안의 세월이 한꺼번에 쏟아지며 그를 움켜쥔다는 것을 검진기록이 보여주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대총사를 보위하는 너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어째서 내게 그 비밀을 알려주는 것이냐는 레뮤엘의 의문에 대한 드레이크의 대답이었다. 지금의 마카리우스가 카르스크에 서 있던 그와 똑같았다면 로키의 패배가 있었으리라고 생각하냐고 드레이크가 물었다. 이것이 제국이 그를 갈아치우려는 원인이었던가? 생각이 거기에 미친 레뮤엘이 묻자 드레이크는 고개를 저었다. 그를 갈아치우려는 것은 제국이 아니라 제국 안에서 권력을 논하는 자들이요, 그가 실각함으로 해서 그들이 힘과 명예와 지위를 가질 자들이요, 그들 중 누군가는 두 번째 마카리우스가 되기를 원할 것이나 대부분은 그저 그들이 품은 야심에 대한 장해물로 마카리우스를 여긴다는 것이다.
그는 교체될 수 없고 그보다 더 위대한 자가 없기 때문이라는 레뮤엘의 절박한 말을 인퀴지터는 부정했다. 너도 알고 나도 알지만 다르게 믿길 선택한 자들이 있고 되려 할 수 있다면 마카리우스에게 불명예를 안겨서라도 그들은 자신들보다 더 위대한 존재가 이 세상에 살길 원치 않는다는 현실을 그는 이야기했다. 놈들은 수단방법 안 가리고 마카리우스를 그들의 수준으로 끌어내리려 하고 있으며 긴 시간동안 그 계교를 뿌리쳐온 로드 하이 커맨더는 이제 미끄러져 내리고 있다고, 드레이크가 그때 하였던 말을 레뮤엘은 비망록에 기록해 놓았다. 그리고 레뮤엘은 다시 물었다고 한다. 이런 말들을 자신에게 하는 드레이크의 진의를 말이다. 이 이단심문관은 마카리우스의 친구요, 긴 시간동안의 동지요, 성전의 설계자 가운데 한 사람이요, 또 제국의 신료였으며, 그리고 그가 소속된 세계 속의 수많은 안건의 숨겨진 주인일 것이다. 그런 이단심문관이 레뮤엘에게 내준 답은 믿을만한 자에게 이것을 말하고 싶었다는 것이었는데, 레뮤엘은 자신이 이 대화에서 마지막으로 이단심문관과 나눈 몇마디를 회고하길 어째서 자신이 다음같은 질문을 했었는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놈들이 그분을 갈아치우지 못하게 당신이 막으실 겁니다. 각하께서 그러실 것이시지요?’
‘그를 갈아치운다고, 아니. 조금 전에 네가 옳게 말했다. 그는 교체될 수 없는 자이다.’
‘그를 갈아치운다고, 아니. 조금 전에 네가 옳게 말했다. 그는 교체될 수 없는 자이다.’
이 말은 그에게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겨주었다고 한다.
다음 날 아침 제장과 추기경 앞에 나타난 마카리우스가 레뮤엘의 눈에 다시 젊어 보이는 일은 없었다. 지난 밤 이단심문관과의 대화가 악몽이면 좋았겠지만 들어버린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더 안 좋은 것을 예상했다가 쾌활하기 이를 데 없는 로드 하이 커맨더의 모습에서 의표를 찔렸다는 것이 셉티무스에게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고 레뮤엘은 말한다. 그 쾌활함의 원천은 곧 밝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4인의 로드 커맨더와 추기경에게 리쳐를 쓸어버릴 확실한 전술을 발견했다고 말한 것이다. 추기경이 그 구체적인 내용을 질문했지만 마카리우스는 그것이 이 단계에서 외부로 공개할 성질이 아니라 하였고, 레뮤엘의 말에 따르면 그 다음에 크라수스가 내보인 반응이 걸작이었다고 한다.
‘이제야 그것을 발견하다니 가련한 일이로군요.’
최고 사령관에 대한 직접적인 냉소라는 전에 없던 일에 장중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마카리우스에 대한 존경의 실추를 가늠할 수 있는 일이요 로드 하이 커맨더가 그런 하급자의 준동을 제어하지 못한다는 표시였다. 아무도 크리수스를 거들려고 나서지 않고, 모두가 마카리우스가 뭐라고 말할 것인지 기다리고 있었다고 레뮤엘은 전한다. 그의 오래된 매력을 듬뿍 담아서 대총사가 미소지으면서 말했다고 하였다. ‘모든 사람은 실수를 한다. 오랜 친구여.’‘자네도 그랬던 것처럼.’ 대총사의 이런 대답은 공기중에 한동안 걸려 있었고, 추기경은 그 작계가 실행,종료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되냐고 질문했다. 마카리우스가 말하길 이 작전은 실행되면 자신이 테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한달 안에 끝마칠 수 있다는 것이다. 타르카 장군은 최소한 마카리우스에 대한 존경심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대총사가 전쟁을 논하는 자리에서 확신한다면 무조건 그것은 맞는 말이고 그것은 그 동안의 역사가 증명하니 타르카 장군이 보이는 태도가 정상이었다. 그는 마카리우스에게 작계를 자신들에게 일러주길 청하였다. 마카리우스의 신변에 이상이 닥칠 유사시를 대비하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는데, 그 말에 마카리우스는 짐짓 웃으며 이렇게 대답하였다고 레뮤엘은 말한다. 이 아케론 프라임에 집결한 제국 최정예에게 둘러싸여서 건강상태마저 최상인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레뮤엘은 보았다. 타르카 장군이 무언가 말하려다 결국 입을 다물고, 그리고 그 다음 그는 추기경과 시선을 교환했노라고, 건강상태라고 하였는가? 마카리우스의 의료기록에 접촉할 수 있는 자는 솔라 마카리우스 본인과 드레이크 뿐일 것이다. 하지만 양만 충분하다면 뇌물이 못할건 세상에 없다는 게 비망록에 적힌 레뮤엘의 변이다.
그때 현장에 있던 레뮤엘은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적었다. 과연 로키의 방어망에 새겨진 흠집을 찾았다는 그의 말이 진짜인지 그는 궁금했다. 그는 크라수스에게 동의하고 있었다. 대총사가 적의 약점을 포착하기까지 제국군은 그 모든 살육도를 감내해야만 하였으니 이 얼마나 가련한 일인가. 그는 변함없는 표정에 흔들림이 없도록 하였다. 중요한 사실은 마카리우스가 승리의 길을 찾았다는 것이었고, 레뮤엘은 이 사실을 의심하기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아마도 마카리우스가 느끼는 만큼 크라수스 장군은 이런 대총사의 발표 뒤에 시간이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레뮤엘은 드레이크가 일전에 말한 목숨 간수 잘 하라는 경고와 스페이스 울프의 송별연에 그가 장군과 교환했던 시선이 이렇게 복합적으로 닥칠지는 몰랐을 것이다. 레뮤엘은 이쯤에서 세르게이 크리모프라는 동기를 언급하는데, 그는 과거 자신이 몸담던 벨리알 7연대 소속으로 그들은 현재 크라수스의 휘하에서 아케론 프라임에 체제중이었다. 그에게서 레뮤엘은 크라수스가 부하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사실과 단편적일지 모르나 제국군 일반병 사이에 현 군부 상층의 타락상에 대해 만연한 혐오를 감지할 수 있었다. 이 병사는 그와 동기였다. 노병이었다. 자신은 대총사의 눈에 들었기에 호화로운 궁전에서 개인실을 제공받고 살고 연명처지로 젊음을 유지하는 선택된 축복을 받고 있지만 그들은 그럴 수 없었다. 이것이 성전을 치르는 제국군의 실상이었고, 레뮤엘과 이반, 안톤이 우리가 이렇게 살 줄 알았겠느냐며 대총사 곁에서 마음껏 즐기는 동안 그대로 지켜진 제국군의 현실이었던 것이다. 세월과 위치가 쌓은 허물이 오고 가는 술잔에 풀릴 때 쯤 비망록엔 정확한 시간이 기록되어 있지 않으나 어느 날 딱 봐도 수상한 2인조를 세르게이는 친구라며 술자리에 동석시켰는데, 그들은 각각 자신의 이름을 소개했지만 레뮤엘의 표현으론 그게 진짜면 자신은 스페이스 울프였을 것이라고 한다.
필경 벨리알 출신이라면 답할 수 있는 ‘어느 공장에서 근무했느냐’ 는 레뮤엘의 떠봄에 그들이 레뮤엘더러 ‘귀하가 제국의 영웅 중 한명이 아닌가’ 운운하며 대답한 것은 아마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서가 아니라 대답할 수 있는 말이 없어서였을 것이다. 마카리우스에 대한 반역과 그에 관련된 시사 사안 및 정치적 기류를 논하다 훌쩍 자리를 파하고 사라진 이들을 가리켜 이전처럼 그의 방에서 기다리고 있던 드레이크는 크라수스의 정보부대라고 확인시켜 주었다.
크라수스를 더러 인퀴지터는 그가 스스로를 대총사의 후계자로서 1순위 후보로 이미 확신하고 있고 최소한 정말로 로드 하이 커맨더가 테라로 출발하게 되면 그런 생각은 사실이 될 것이며 다른 장군들도 이 내막을 익히 알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그는 레뮤엘에게 어째서 이런 말을 해주는지 이번엔 궁금해 하지 않느냐고 물었는데, 직설적으로 말해달라는 레뮤엘의 청을 받은 인퀴지터는 지시를 어기고 외부에서 음주를 한 레뮤엘을 탓하진 않고 그에게 이중첩자 임무를 지시했다고 한다. 그가 거부할 시 돌아올 대가로 제시된 것은 반역모의에 대한 처형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 레뮤엘에게 드레이크는 친근하게 여러 편의를 제공하는데 기록에 따르면 첫 번째는 해독제고, 두 번째는 드레이크 스스로가 레뮤엘에게 그의 초능력으로 건 암시였다고 한다. 첫 번째는 무효했으나, 두 번째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 다음 술자리에서 2인조는 레뮤엘을 곧장 중독시켜서 납치했고, 크라수스의 정보실은 레뮤엘을 그들이 포섭할 수 있는 자인지 아니면 이 자리에서 제거해야 하는 자인지 판단하기 위해 취조하였다. 인퀴지터의 암시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진심을 털어놓도록 레뮤엘을 유도해 그가 로키에서 죽어간 제국군에 대해 마카리우스에게 품은 의심과 원한을 숨기지 않도록 만들어 레뮤엘이 크라수스의 하수인들로부터 사용할 수 있는 도구라고 판단되게끔 만들었다고 비망록은 설명하고 있다. 자신의 정신에 수를 부린데 대해 레뮤엘은 드레이크에게 항의했으나, 그의 목숨이 그 때문에 살았다며 태연한 드레이크는 마카리우스의 적들이 실제로 그들을 해임할 사유로 마카리우스가 조치를 취하기 충분한 책동을 보이고 있음에 즐거워했다고 한다. 반역자들이 물장구가 지나쳐 그물에 걸려들길 바라는 그는 마카리우스를 포위한 장군들처럼 모든걸 손에 쥔 듯 낙관을 부리는 자가 아니었다고 레뮤엘은 말한다. 그리고 문득 이 눈 앞의 냉소적인 이단심문관을 움직이는 동기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이런 그의 생각을 들여다보았는지 드레이크가 한 말을, 그리고 거기에 자신이 한 대답을 레뮤엘은 이렇게 기록하였다.
‘나는 제국을 위한 최선의 길을 찾는다. 레뮤엘.’
‘각하께서는 우리의 목숨으로 게임을 하고 있으십니다.’
‘너는 그것을 판단할 위치가 아니다.’
‘누군간 해야 합니다.’
‘각하께서는 우리의 목숨으로 게임을 하고 있으십니다.’
‘너는 그것을 판단할 위치가 아니다.’
‘누군간 해야 합니다.’
마지막은 그의 중얼거림에 가까웠다고 한다.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드레이크의 말은 대총사에 대한 정적들의 공격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대총사의 방에 걸려있는 지도는 로키의 지도가 아니라 아케론 프라임의 것이었고, 거기 표시된 것은 이단자들의 공격지점이 아닌 로드 커맨더들 휘하 병력의 막사를 표시한 것이었다. 옥좌에 걸터앉은 마카리우스는 그가 항상 그랬던 것처럼 안정된 지도자의 모습과 거리가 멀게 긴장돼 보였다. 뭘 기대했냐고 마카리우스가 드레이크에게 따졌지만 드레이크가 볼 때 이것은 간과할 문제가 아니었다. 레뮤엘이 술집에서 집단 패싸움을 했었던가? 그것은 아주 작은 일부일지도 몰랐다. 연대와 연대, 병사와 병사, 장교와 장교간의 상호 공격과 결투, 내분이 기하급수적으로 치솟고 있던게 당시 상황이라고 비망록은 기록한다. 드레이크가 언급한 구체적 사상자 숫자에 마카리우스의 보좌관은 아직 헌병대 차원에서 수습할 수 있다고 하였지만 이단심문관은 그 숫자는 어제치였으니 이제 한달 기록을 보자고 일축시켰다. 마카리우스는 들으면서 대답은 하고 있었지만 그 목소리는 마음이 다른 곳으로 향해 먼 곳에서 울리는 것처럼 들렸다. 지금도 리쳐를 쓰러뜨릴 계획을 꿈꾸고 있는가? 마카리우스를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본 것은 레뮤엘에게 이때가 처음이었다.
보좌관은 커미사리앗을 통한 통제가 대안으로서의 여지가 있다고 확언했지만 드레이크는 부정했다. 그는 성전이 모든 응집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엄청난 발언을 한다. 장교들이 결투를 하며 싸우고 작디작은 규율 위반이나 처벌해대는 커미사르들은 부패가 확산되는 걸 그대로 방치하고 있으며, 이런 것은 윗물에서부터 내려오는 파장이고 상위 사령부는 이런 일에 집중할 겨를이 없는데 그 부하들은 관리 감독에 느슨하고 야심어린 말이나 입에 올리고 경쟁 연대보다 자신들이 더 우월하다는 편견에 사로잡힌 상태라는 그의 연달은 비판은 타르카와 크라수스의 추종자들 사이에 어제 대로에서 벌어진 총격전이 세명의 커미사르가 죽고 60명을 명령 불복종으로 총살하기 전까지 멈추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우리 모두 문제가 뭔지 알고 있고 요점은 우리가 그걸 어떻게 하느냐다고 냉소적으로 비웃으면서 말하는 마카리우스에게 드레이크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우리’ 가 아니라 ‘당신’이 어떻게 해야 하느냐가 요점이란 것이었다. 답을 제시해야 할 지도자는 마카리우스라는 것이다. 마카리우스는 숙고하는 듯이 보였다고 한다. 그가 말했다.
‘우린 너무 멀리까지 오고 말았다.’‘우리의 가장 단련된 병사들은 늙고 그리고 지쳤고, 우리가 새로 모집한 신병들은 검증되지 않았으며 베테랑들이 한때 가졌던 열의도 없지. 그들을 지휘하는 장교들은 상급자들에게 매수돼 눈멀어 버렸고, 일들이 이렇게 굴러서 추락하는 것도 안 이상한 일이야.’
‘그래서, 당신은 이 문제를 어쩌실 겁니까.’
‘내가 병사들과 직접 대화하겠다, 내가 그들에게 계획을 설명하겠다. 내가 그들을 성전의 초심으로 돌려놓겠어.’
‘말 몇마디 가지곤 안될 건데요.’
‘그렇다면 내가 몇마디 말 이상을 그들에게 주리라. 내가 그들을 이끌어 리쳐와 그들의 하수인들을 산산조각내고 그리고 우리는 이 해일로 월드들 마저도 제국의 품 안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이 문제를 어쩌실 겁니까.’
‘내가 병사들과 직접 대화하겠다, 내가 그들에게 계획을 설명하겠다. 내가 그들을 성전의 초심으로 돌려놓겠어.’
‘말 몇마디 가지곤 안될 건데요.’
‘그렇다면 내가 몇마디 말 이상을 그들에게 주리라. 내가 그들을 이끌어 리쳐와 그들의 하수인들을 산산조각내고 그리고 우리는 이 해일로 월드들 마저도 제국의 품 안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레뮤엘은 궁금했다. 레뮤엘은 얼마나 그가 현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지 궁금했다. 그가 그렇게 하면 결과는 필연적으로 따라오리라고 여기듯 그는 너무나 쉽게 말했다. 그가 말하던 방식은 항상 그랬고 자신도 항상 그런 그를 믿었었다. 그렇다. 어쩌면 변한것은 마카리우스가 아니라 레뮤엘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마카리우스의 하늘이 부여한 위엄이 가진 마력이 너무도 오랜 시간에 의해 옅어져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은 속임수였고 자신이 그것을 간파한 것이 단지 최근이었을 수도 있다. 차오르는 의심을 그의 심리 속 어둠의 금고 밑으로 처박으려 애썼지만 그것들은 계속 치고 올랐다고, 레뮤엘은 그때 자신의 심리를 그렇게 고백하였다.
그날 밤, 레뮤엘을 통하여 마카리우스가 바로 다음날 아케론 프라임 전역의 병사들에게 연설할 것이라는 소식은 크라수스에게도 전달되었다. 이 시기에 이르러 크라수스의 정보원들은 레뮤엘을 당연히 신뢰하진 않았으나 레뮤엘도 발을 담그고 있는 이상 그가 자신들을 배반할 가능성을 낮게 잡고 있었다고 그는 진술한다. 더불어 매수되어 대총사를 배반했다는 연기를 실감나게 하기 위해 자신이 하이브 일부를 살 수 만큼의 거액의 착수금을 받아 챙겼다는 사실도 그는 비망록에 빠뜨리지 않았다. 그리고 크라수스는 선을 넘었다. 그는 그 즉시 로드 하이 커맨더를 암살하려 시도했고, 그리고 물론 실패했다. 그가 보낸 특전대는 레뮤엘이 인도한 마카리우스의 방문 앞에 전혀 경비가 서 있지 않다는걸 보고 나서야 레뮤엘이 자신들을 속였단 것을 알아차렸다 했다. 때는 늦어 마카리우스의 열린 방문 뒤로부터 쏟아진 라이온 가드와 숨어 대가하고 있던 드레이크의 스톰 트루퍼는 암살의 증거물로서 그들을 확보하고 곧바로 라이온 가드 병력을 동원해 크라수스의 궁전을 기습하고 휘하의 군사력을 무장해제 시켰노라고 비망록엔 기록되어 있다. 당시 크라수스가 도주한 흔적을 보고 드레이크는 궤도상의 플랫폼과 지상의 우주공항을 폐쇄하려 하였지만 마카리우스는 그가 개인선을 타고 탈출했다면 그런건 의미없다고 굳이 크라수스를 잡으려고 하진 않았다고 한다.
대연설의 여명이 밝아 그의 가장 준엄한 제복을 입은 마카리우스가 마치 별과 별 사이에 울렸던 그 카르스크에서의 연설처럼 벨리알 7연대에서 차출한 베인블레이드 가운데 세운 연단위로 올랐다. 그들의 로드 커맨더에게 어제 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 하기라도 하련만 전차원들은 그런 티는 내지 않았다고 한다. 광장에 집결한 수만명 뿐 아니라 이 연설은 전 성전의 영역으로 송출될 것이다. 이제까지 그렇게 보여왔던 것처럼 솔라 마카리우스는 키가 크고 인상적이었으며 살아있는 전쟁의 화신이요, 그의 시선은 날카롭고 등은 곧았으며 얼굴은 매와 같았다. 이렇게 밀집한 성전의 군세 앞에 말하려 선다면 범인은 불안에 떨 것이나 전에도 했던 일을 그는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해 보였다고 한다.
연단 위에서 앞으로 걸어나온 그는 머리 위로 그의 팔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한때 천둥같은 환호성이 있었고 지금 있어야 할 그 자리에서 대총사는 이제 조심스러운 침묵과 조우했다. 마카리우스에 대한 공격과 크라수스의 도주에 관한 소문이 온 영내를 휩쓸고 있었노라고 했다. 거기 내려앉은 평화는 박약한 것이었으며 사람들은 사태가 흘러가는 형상을 궁금해했다. 알 순 없으나 그 조용함이 마카리우스의 기를 꺾었을지라도 그에게선 아무런 기색도 드러나지 않았다고 한다. 마카리우스가 인파를 향해 말하기 시작하였을 때 자신이 그 단상의 한켠에 위치해 있었노라고 레뮤엘은 기록하였다. 모든 눈이 마카리우스를 향해 있었다. 그들이 그를 어떻게 여기건 간에, 아무도 그렇게 할 수 없었지만 마카리우스만은 유일하게 집결한 연대들의 주목을 여전히 지배하는 대총사였다. 만일 있을지 모르는 암살자와 난동꾼에 대비하여 레뮤엘은 조준경을 통해 병사들의 얼굴을 낯낯이 확인할 수 있었다 했다.
그 조준경을 통해 관찰하고 그리하여 레뮤엘은 말한다. 저기 모인 연대들은 성전의 늙은 병사들이었고, 장군들과 가장 오래도록 함께 한 자들이요 진격하는 제국의 군대의 핵심에 있는 자들이었으며 모든 자들이 숙련병이요 혹은 숙련병의 곁에서 함께하는 자들이었노라고. 모든 이들을 통틀어 그들이야말로 진정으로 마카리우스를 지지했던 이들이고 또한 반드시 마카리우스가 기댈 수 있었던 자들이었다는 것이다. 저들은 성전의 가장 시작부터 군대 속에 몸담았던 자들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문제는 그것이었을 것이다. 레뮤엘이 본 그들은 지치고 늙고 집으로부터 멀리 떠나온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그 병사들 대부분은 그가 받은 연명 처치를 받지 못했고, 그가 받은 의료지원을 받지 못했다. 그들은 흉터지고 부상당했다. 누군가는 조악한 보철물에 의지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안대를 한 외눈이었다. 그들은 강인하고 치명적인 이들이었지만 또한 보이다시피 인생의 대부분을 싸움으로 소진해버린 이들이었다. 수십년 전 제국의 재건과 대분열의 종결에 대한 광신으로 불타던 젊은이들이 그들은 더 이상 아니었다. 레뮤엘의 눈에 비친 마카리우스는 그들을 오판하고 있었다. 통치하는 자의 특권 속에서 그는 인생 전체를 살았다. 여전히 그는 더 많은 세계가 그의 정복 아래 놓이기를 바라고 있었다. 영광에 대한 그의 목마름은 감퇴하지 않았고 인간의 세계들을 재정복하겠다는 그의 열광은 여전히 휘황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의 모든 병사들을 한때 그가 완벽하게 조율토록 만들었던 마카리우스의 이런 요소는 이제는 그를 또 다른 무언가로 만들고 있었다. ‘동지들이여.’ 마키리우스가 말했다. 함께 우리는 멀리 왔고 우리는 더 나아갈 거라고, 그런 그의 목소리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그만의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이 순간 그는 명령을 내리는 최고 사령관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들이 무엇을 성취해 냈는지 설명하는 한명의 군인으로 변한 대총사의 이런 화법은 아주 오랬동안 그가 즐겨 사용한 언어의 술법이었다. 어쩌면 그것이 다시 한번 대총사를 위해 봉사할는지도 모른다. 그는 기다렸다. 하지만 거기에 호응은 없었다. 아무도 환호하지 않았다. 거대한 장중의 반응엔 마카리우스의 형상에 그들이 고무되었다는 신호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약간 실망한 듯, 그는 고개를 약간 까딱이고는 웃었다. 그는 이 차가운 반응이 그가 하려는 말을 멈추게 하지 않을 것이었다. 마카리우스는 계속했다. 황제가 인간 사이를 거닐던 시절에만 알던 세계들의 끝까지 우리들이 왔다고, 그 세계들 조차 초월해서 우리들은 여행했노라고, 우리는 우리가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제국에 선사했노라고. 한두명의 주억이는 고개를 레뮤엘은 보았다 했다. 사람들은 자존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이 일익을 담당해 이뤄낸 성취를 상기하는 그들은 그들이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 그들은 승리를 향해 그들을 마카리우스가 인도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레뮤엘은 또 보았다. 몇몇 사람이 자세히 장군의 말을 경청하려 자세를 바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가 잘못됐다는 불안감이 레뮤엘을 덮쳤다. 원래 저들은 저럴 필요가 없는 자들이었다. 한때 제국의 전 군사력이 마카리우스가 하는 모든 말 한마디에 자동적으로 모든걸 걸었고, 로드 하이 커맨더의 사소한 동작 하나에도 용맹한 자부심으로 들끓어 올랐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마카리우스를 바라보고 있었고, 몇몇은 텅 빈 눈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마지막 한번의 대진격을 위해 함께 모였다.’ 마카리우스가 말했고, 그리고 마침내 그는 희미한 동의의 중얼거림을 약간의 반응으로 얻었으나, 하지만 레뮤엘은 알았다. 그 반응이라 함은 다른 그 어떤 것보다도 대총사가 사용한 ‘마지막’이라는 단어에의 호응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그들의 마지막 노역이었다. 새로운 의무가 아니었다.
‘우리는 아케론을 떠나, 우리의 적수들을 쳐부수고, 그리고 더 넓은 영토를 편입할 것이며, 새 영광으로 우리들 스스로를 입히고, 새롭고도 더욱 위대한 승리를 향해 진군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게 무너져 내렸다. 그의 연설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위대한 승리들에 대한 구상과 제국에 추가될 새로운 수백 개 세계들과 수십억 영혼들의 어둠으로부터의 구제와 제국이 존속하는 그날까지 기억될 승리를 그는 단어로 지었다. 그리고 그는 더 말했다. 그가 더 말할 때마다 그는 더욱 승리의 꿈들을 탄원하였다. 더욱 지치지 않는 병사들을 만들어 냈다. 그 꿈 속에서 그들은 싸우고 싸우고 또 싸웠다. 그들은 그들의 동지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았다. 이제 오래된 어둠의 권능이 휘젓는 이 땅에 이르러 그들은 그들의 작업을 멈추어야 할 장소를 발견했다. 더 이상의 싸움에 병사들은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안식을 원했다.
마카리우스가 말할 때 그들은 환호하지 않았다. 그들은 갈채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심연에 던져진 돌처럼 로드 하이 커맨더의 한마디 한마디는 그저 증발해 버렸다. 그리고 결국 그조차도 이것을 깨닫게 되었고, 아무것도 거두지 못하고 위대한 연설은 끝나버렸다. 어떻게 되었던간 이 위대한 성전은 끝나버렸다. 마카리우스를 바라본 레뮤엘은 슬픔을 느꼈다. 살아생전에 그의 꿈이 죽어버린 것을 그는 보았다.
5.1.10. 속개 혹은 종전
레뮤엘은 성전의 승리를 장식한 천장화에서 지워져나간 크라수스의 빈자리를 보았다. 마카리우스가 사령관들을 소집하여 미술가들은 해산했지만 이 메시지는 명확했다. 한명 한명 로드 커맨더, 장군들, 그들을 비롯한 사령관들이 수행원을 데리고 방에 모였고 크라수스는 자리에 없어서 눈에 띄었고 추기경은 그러고도 자리에 있어서 눈에 띄었다고 한다. 그는 부정하겠지만 승리자의 함박웃음이 얼굴에 가득했다고 전한다. 이 상황에서 레뮤엘들은 다른 로드 커맨더들이 모습을 비친 것에 놀랐다 했다. 만약 자신이 그들이었다면 이 숙청과 암살의 장이 될 수 있는 이 회합을 두려워하여 불참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누군가는 침울해 보였고 누군가는 저항감을 느끼는 듯 했고 누군가는 수치스러운 듯 했다. 두려움은 그 누구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보좌에 걸터앉아 그들을 전부 둘러보는 마카리우스는 화나 보이지 않았고, 지쳐 보였다고 한다. 여기 있는 사람 중 유일하게 추기경만이 오직 돌아가는 상황에 기뻐하는 것 같았는데 그는 자기만족적 분위기로 휩싸여 있었다고 한다. 마카리우스가 장군들을 쳐다보자 장군들도 그를 응시했다. 마치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고 싶어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들은 쓴 배신과 부서진 맹약에 대한 기류를 허공에서 읽었을 것이다. 마카리우스의 불패신화에 짓눌려 뒤에서 배후에서 끓던 무언가가 마침내 빛 아래로 드러났다. 각각의 장군들이 그가 마카리우스에게 그러하듯 동지들에게 적대의 눈길을 보내는 것을 레뮤엘은 거기서 보았다 한다. 그들은 불구대천의 라이벌들이었다.
마침내 마카리우스가 먼저 물었다. 일이 이 지경까지 왔느냐고.
병사들이 반란의 경계에 이르렀고 커미사르도 그들을 제어하지 못한다는 것이 타르카의 대답이었다. 레뮤엘은 물론 그것이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들은 병사들의 폭동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이 자신들 개개인의 소망에 장애물이 될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성전의 최정예라 자부하는 연대들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면 이곳에 없는 다른 곳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여기에 불씨를 원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마카리우스에게 크라수스의 행방을 파비우스가 물었다.
‘아마 그는 우리와 함께하지 않을 걸세, 반란의 낭떠러지 끝에 서 있던건 그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야, 그리고 그는 선을 넘었지.’
‘듣자 하니 그는 내 지도력에 믿음을 잃었었다지, 이 사태의 연루자는 그 하나뿐이라고 믿겠다.’
충격이 방 안을 휩쓸었고 그들을 훑으며 지나가는 그의 응시를 아무도 마주보지 못했노라고 기록은 전한다. 손바닥을 비비고 싶은 것을 추기경은 간신히 참는 듯 했지만 대총사에게 이제 그 책무의 부담일랑 다른 자에게 지워버리고 테라로 돌아가서 당신의 승리를 즐기라고 종용하는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거기엔 존경이 묻어났다. 상황이 그 지경으로 전락해서도 그것은 식육룡 떼거리 앞에 던져인 날고기같은 것이었다. 모든 눈이 그 순간 제국 대변인에게 집중되고 모든 두뇌들이 하야할 마카리우스의 승계자가 되기 위해 그 순간 차가운 계산에 들어갔다. 더 이상 그것이 정복을 속개하지 않고 아무리 그것이 약해졌을지언정 성전을 이끈다는 자리엔 영광이 있으리라. 목전의 많은 자들이 분명 성전의 현재 상태야말로 마카리우스의 지도력을 반영하는 것이라 여기고 있고 자신들의 통치 아래서야말로 그것은 새로둔 경지에 접어들 것이라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리라 레뮤엘은 확신했다. 잠재된 적아를 판별하기 위해 힐끗거리는 그들을 레뮤엘은 쳐다보았다고 한다. 셉티무스가, 제국 정부가 그들에게 늘어놓은 제안이 무엇이었는지 레뮤엘은 그 의미를 이제 알고 있었다. 제국 정부는 그들에게 제국에 반역하지 않고도 리쳐가 걸었던 길을 걸을 수 있게끔 제안한 것이다. 그리고 마카리우스가 대답했다. 그 대답은 ‘아니다.’ 였다. 갑자기 독기어린 불길로 타오르던 장군들의 눈빛은 마카리우스가 그들을 굽어 둘러보자 사그라들어 버렸다 했다.
마카리우스가 지금 제국의 칙령을 거부한 것일까 ‘아니다?’ 이번엔 추기경이었다. 이렇게 말하는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 안에는 위협과 상황을 즐기는 유쾌함이 같이 들어 있었고 그런 그에게 마카리우스는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걸 확인시켜 주었다. ‘아니다’ 리쳐가 아직 제국의 계측불가능한 위협으로서 남아있고 자신은 떠나기 전에 그를 반드시 정리해버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아직 리쳐가 제국의 측정 불가능한 위협으로 남아있다, 내 출발 전에 내가 반드시 놈을 정리해야만 한다.’
‘군대가 폭동 직전에 있다면 당신이 어떻게 그걸 하겠단 겁니까?’‘광기 수준의 위험을 감수해야만 할 겁니다.’
‘여기 모인 군대는 내게 필요 없다. 작전은 라이온 가드와 그리고 내 개인 전투부대만으로 수행될 것이다.’
‘모든 존경을 담아서 말씀드리노니 마카리우스 장군. 당신은 2년이나 도전했고 그리고 실패했습니다.’
‘이번에 난 패하지 않는다.’‘테라로 귀환할 그대의 배가 준비돼 있을 때면 사안은 종결되고 없을 거다.’
‘아니다?’
‘아니다, 아직 리쳐가 제국의 측정 불가능한 위협으로 남아있다, 내 출발 전에 내가 반드시 놈을 정리해야만 한다.’
‘군대가 폭동 직전에 있다면 당신이 어떻게 그걸 하겠단 겁니까?’‘광기 수준의 위험을 감수해야만 할 겁니다.’
‘여기 모인 군대는 내게 필요 없다. 작전은 라이온 가드와 그리고 내 개인 전투부대만으로 수행될 것이다.’
‘모든 존경을 담아서 말씀드리노니 마카리우스 장군. 당신은 2년이나 도전했고 그리고 실패했습니다.’
‘이번에 난 패하지 않는다.’‘테라로 귀환할 그대의 배가 준비돼 있을 때면 사안은 종결되고 없을 거다.’
여기 앉은 모든 자들이 이것을 일종의 지연전술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도 그를 믿지 않는다고 레뮤엘은 확신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할 것 같느냐고 질문하는 추기경은 자신의 불신을 감출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마카리우스의 최후 선언을 들은 레뮤엘의 가슴 속에 솔라 마카리우스에 대한 신앙심이 갑작스레 되살아났다. 만약 마카리우스가 그가 해내고 말리라고 했다면 그는 할 것이고, 아니면 하다가 죽을 것이다. 마카리우스는 이렇게 말했다.
‘거기 내 목숨을 건다.’
추기경은 이것이 마카리우스의 마지막 원정이 될 것이라는데 동의하였고, 불신으로 끓어오르는 병사들에 대한 후속대책을 논하는 장군들을 뒤로 하고 출진 준비를 위하여 마카리우스는 자리에서 파했고 레뮤엘은 말한다. 이단심문관 드레이크가 추기경 셉티무스와 뭔가 깊이 토의하는 것을 이때 보았노라고, 그들의 모략자 같은 모습은 그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5.1.11. 최후의 전쟁
전에는 온 우주로부터 수신되던 성전의 보고들과 승전보는 이제 함교에 간데 없고 그 공허한 빈자리를 로키라는 단 하나의 표적에 대한 분석 만이 채우고 있었다. 마카리우스가 돌아온 로키는 다시 한번 리쳐가 이끄는 적의 손에 완전히 떨어진 뒤였으며 대함대가 전력을 다해서 포격했던 이단자들의 토대를 무너뜨리기엔 지금의 초라한 전력이 가진 화력은 너무도 나약했다. 이단심문관의 눈에도 신성모독의 옥좌 위에 리쳐가 들어앉은 하이브 시타델을 요충지마다 에워싼 적의 방어망을 뚫기에 작금의 마카리우스가 지닌 군사력이 절망적으로 보였던지 의문을 제기하였고, 대총사는 이르길 이전엔 리쳐가 원하는 대로 적이 펼치는 무한정한 전선을 그대로 상대해주면서 끌려다녔지만 이젠 더 이상 그럻지 않을 거라 대답하였다. '우리에겐 20개 스페이스 마린 챕터가 없고 더 이상 부하들의 목숨을 소진시키지 않겠다던 당신이 스스로를 제국의 영웅으로 치장하려는 장대한 계획으로 군사들을 땅위에서 죽어나가는 파리떼로 만들 셈이냐.‘ 강습작전으로 리쳐 하나만을 직접 타격할 것이라는 마카리우스에게 드레이크가 한 말이었다고 한다. 마카리우스는 부정했다, 물론 그는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마카리우스가 웃었다고 한다. 그 웃음은 쾌활한 것이었지 광증으로 인한 게 아니었으나 그런 웃음의 자신감도 레뮤엘에게 확신을 주지 못했다, 마카리우스가 말했다.‘나는 아직 죽을 준비가 안됐다, 친구여,’
‘내 모든 적들의 수급을 내가 전부 취하기 전까진 말이다.’
‘내 모든 적들의 수급을 내가 전부 취하기 전까진 말이다.’
비망록을 쓰면서 그 순간을 돌이킨 레뮤엘은 그가 ‘내 모든 적들’이라 발언하는 그때 드레이크를 바라보는 눈빛이 기이했다고 서술하였다. 그 순간 레뮤엘은 침착한 그의 확언이 모든 듣는이를 떨게 만들었음을 눈치챘다고 한다. 그는 그의 행위를 완벽하게 확신하고 있었으며, 그것은 언제나 그래왔고 아직도 전투의 폭풍 한가운데 서 있는 옛날의 마카리우스의 목소리를 들은 것만 같게 느껴졌다. 그때와 달라진 것은 레뮤엘 자신이 변했다는 것이었다. 레뮤엘은 더 이상 로드 하이 커맨더의 자기신뢰를 공유하지 않았고, 그를 향한 자신의 믿음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한번 일어난 일은, 다시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로키에 승리자로서 되돌아 오겠다던 마카리우스의 선언이 지켜질 수 있을 것인가의 여부는 아뎁투스 메카니쿠스에서 내놓은 계산이 정확하냐에 달려있었다고 하는데, 드레이크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고위 영관들이 실현가능성을 의심했다고 기록은 전하나 마카리우스는 기계교의 계산을 믿었다 하였다. 불안정 요소가 많은 계획인지라 드레이크는 이것이 실패하면 모든 걸 잃게 된다며 불안해 하는데, 허나 마카리우스는 그것을 가장 걱정하는 이는 자신이라며 그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시간이 되었다. 제 궤도를 돌도 있던 로키의 두 번째 달이 테크 프리스트들이 가설한 추친기의 추력에 의해 궤도에서 벗어나는 그 순간 많은 이들이 그것을 환각으로 의심했지만 곧 그들은 가속도가 붙는 그 위성의 모습을 보고는 숨을 삼켰다. 달은 곧장 행성 표면으로 추락해 내렸다. 레뮤엘은 이때 자신이 호흡을 멈추고 바라본 그 추락하는 달의 모습을 던져진 거대한 주사위라고 표현했다. 그 주사위에는 이미 유성의 꼬리가 휘날리고 있었노라고 하였다. 거대한 천제의 덩어리가 대기권에 돌입하고 있다는 신호인 것이다. 달의 궤도가 비틀릴 수 있는 이 단계에 이르러 드레이크도 긴장했는지 탁자에 손가락을 튕기고 있었고, 위성이 자신을 불사르는 플라즈마 꼬리는 이제 회색 증기에 뒤섞여 있었다. 눈 밑의 행성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이에겐 저게 무엇으로 보일까, 거대한 유성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만약 구름 사이에 작은 틈이라도 있다면 그들은 그들 세계를 수십만년간 회전하던 위성이 그 위치를 바꾸는 초자연 현상의 증인이 될 것이다. 레뮤엘은 상상했다고 한다. 눈구멍으로부터 초록색 안광이 치솟는 시체들이 성난 신이 휘두르는 망치가 떨어지는 하늘을 올려다 보는 광경을 말이다. 붉은 해일로에 둘러싸인 그 망치는 낙하의 최종단계에 돌입해 있었다. 구름 위로 치솟은 산들의 봉우리가 그 달 끝에 닿지 않았나 싶은 그 순간에 충돌은 일어났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 순간을 정확히 보지도 못했을 것이건만 레뮤엘은 숨이 멈추는 것 같았다고 비망록에 적었다. 처음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았다. 그 질량이 그런 각도로 돌입하면 무언가 영향이 나타나야 할 것이다. 그 달은 충돌의 순간 뒤로 후퇴하는 것 같더니, 그리고 그 충돌점으로부터 사람이 망치로 진흙덩어리를 친 것처럼 충격파가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단자의 심장을 파고드는 볼터탄처럼, 위성이 로키의 차가운 지표면에 파묻히자 산들은 휘고 산맥은 뒤집혔다. 행성의 전 지표면이 대충격으로 인해 안쪽으로 말려드는 듯 하더니 행성의 심장이 토해내는 용암의 줄기가 거치는 것을 다 쓸어버렸고, 어디에서나 목격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버섯구름이 치솟았노라고 레뮤엘은 그때 목격한 광경을 묘사하였다.
브릿지에 감도는 긴 시간동안의 침묵 끝에 레뮤엘은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았는데, 그 전대미문의 광경 앞에서는 마카리우스 마저도 그것의 증인이 된 사실에 감명받은 것 같았다고 하였다. 레뮤엘의 말에 따르면 이 인원들은 전부 격돌의 지점이 어떻게 변해있을까 하는 의문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으나 행성은 온통 먼지로 뒤덮여 그것이 가라앉기만을 그들은 기다려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제국군이 리쳐의 심장을 직접 타격하기 위해서는 저 동란하는 지표면이 안정되기까지의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먼지가 걷혀 그들이 관찰한 것은 세계의 지각을 후린 고대의 달에 의해 산산조각나 뒹구는 산들과 파괴된 요새선과, 주름진 지각과, 그렇게 밀려오는 대지의 해일로 깔끔하게 토목공사하듯 정리돼버린 그들이 그렇게 쓴물나게 싸웠던 땅이었다 하였다. 그들이 퇴각하면서 적에 빼앗겼던 전진요새는 어른에게 짓밟힌 모래장난같이 없어졌고 가장 멀리 떨어진 적의 하이브들도 휘갈긴 볼터를 맞은 흰개미집처럼 끔찍한 타격을 받은 흔적이 명확했다. 사방으로 몰아치는 구름은 어떤 정상 기상패턴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그 구름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무언가를 드레이크가 가리켰다. 그것은 시뻘겋게 물든 거대한 크레이터의 가장자리에 걸쳐저 있었는데 그 크레이터의 한가운데, 즉 크레이터를 만들어낸 거대한 질량체가 있어야 할 자리엔 리쳐의 하이브 시타델만큼이나 웅대한 탑이 하나 서 있었다. 그리고 레뮤엘은 그것이 깨져서 물수제비쳐 튕겨나간 달의 파편이었노라고 설명한다. 크레이터의 가장자리에 있던 그것, 이상한 우연이었던지 이것도 마카리우스의 설계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것은 어마어마한 하이브 성채로서 격돌하는 위성의 충격도 버텨낸 저것이야말로 리쳐의 궁성이었다. 땅이 식고 대기가 진정되면 곧 우리는 우리가 대면해야 할 것을 대면할 것이라고 마카리우스가 선언했고, 그리하여 진격이 시작됐다.
마카리우스의 뒤를 따라 강하셔틀에 탑승하는 레뮤엘은 보았다고 말하고 안나였다. 자신이 대총사의 뒤를 따라 그러하듯 드레이크의 스톰트루퍼 친위대가 이단심문관을 따라 셔틀에 오르고 있었고, 동료들은 안나를 보고 굳은 그에게 귀신이라도 봤냐고 그랬지만 그것은 귀신이 아니었다. 그리고 신출귀몰한 그녀가 자신의 눈에 잡힐 수 있었던건 자신이 그녀를 본 것이 아니라 그녀가 자신에게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라는 것도 그는 알고 있었다. 크라수스의 하수인들에게 잡혀갔다 돌아온 그 날 언제나처럼 침대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그녀는 그에게 그녀답지 않게 그가 진지하게 살길을 도모하길 격앙된 목소리로 청하였다고 레뮤엘은 비망록에 적는다. 드레이크랑 그녀가 항상 레뮤엘에게 하던 말이 있었다. 넌 너무 발을 깊이 들였다는 그 말을 레뮤엘은 그녀도 거기 해당되지 그렇지 않느냐고 되돌려 주었지만 안나가 그때 말하길 자신은 이미 자신만의 방도를 강구해 놓았다는 것이었었다.
먼지가 뒤덮은 대기권은 칠흑 같았고 그 하늘을 땅이 불타는 빛이 비추고 었노라고 레뮤엘은 기록한다. 연대는 완전 기갑화를 달성하고서 투입되었지만 한때 수천대의 베인블레이드가 대지를 뒤덮던 그 빛나던 시절의 전장은 이제 영락하여 대총사가 로키에 지니고 돌아온 그때의 지상전력은 한 대의 지휘관 사양 베인블레이드와 수백대의 리만 러스가 고작이었다고 한다. 이것들은 크라수스의 잔병들에게서 차출해온 것이었는데, 이것들을 몰아 시커먼 먼지 속에서 마주한 리쳐의 시타델은 파멸의 힘에 의해 기괴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리쳐가 영접한 그 힘의 주인을 드레이크가 입에 올린 순간 다시 한번 휘몰아치는 공포가 레뮤엘의 머릿속 깊은 곳에서 기어나왔다고 한다. 그 요새는 달의 추락에 의해 어마어마한 피해를 이미 입은 뒤였는데, 웅대한 카라페이스 장갑은 깨져나갔고 구조물의 그 틈으로부터는 초록색의 액체가 쏟아져 흐르고 있었으며 불길이 건물의 측면을 불사르면서 먼지투성이 공기중으로 유독가스를 뿜어내고 있었다. 다가가서 관찰한 그것은 건물이라기 보다 오히려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고 질병에 걸린 벌레의 집처럼 생긴 유기체는 지은 것이 아니라 자라난 것 같았다. 거기엔 종양같은 살덩어리들이 거대하게 융기해 있었고 살아있는 도관이 혈관섬유 마냥 뻗어나와 마치 괄약근처럼 역겨운 물질들을 토해내고 있었다. 너글. 꿈 속에 나타난 전염병의 군주가 내려앉은 저곳은 질병의 구덩이였다.
하이브 시타델의 옹벽과 외벽엔 켠켠히 설치된 각종 터렛과 전차호에 들어간 자주포들이 가득했다고 하는데 이것들은 라이온 가드의 진격을 가로막는 큰 장해물들이었다. 그 중 하나가 작동이상을 일으켰는지 가동 도중에 폭발하자 드레이크는 하이브 방어망의 오작동을 의심했으나 마카리우스는 딱 보고 그게 제국군을 사정거리 내로 꼬여들이기 위해 리쳐가 둔 허수임을 간파했다. 그의 판단이 정확했다. 곧 하이브에서 쏟아져내리기 시작한 불벼락은 제국군에게 참혹한 피해를 강요했고 포탑들을 저격하기 위해 전면에서 움직이던 마카리우스의 베인블레이드 역시 얼마 안가 피탄되어 순간 레뮤엘과 동지들, 그리고 드레이크는 벼락같이 마카리우스가 외친 탈출명령을 받곤 전차 밖으로 대피하였다.
곧 그리고 하이브의 관문이 개방되더니 리쳐가 자랑하는 복제인간 군단이 쏟아져 나왔다. 근처의 탄착공에 포복해있던 레뮤엘과 이반, 안톤은 곧 후방의 포격과 밀려드는 적의 대군 사이에 끼어 죽을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같은 역시 같은 구덩이로 굴러들어 피신한 마카리우스와 드레이크에 의해 격파된 차량들로부터 생존한 병력은 하이브의 포탑을 공략하기 위한 별동대로 재조직되었고. 그들을 이끌고 적군을 우회한 로드 하이 커맨더는 돌벽을 타고 오르는 사자처럼 일군의 라이온 가드를 이끌고 하이브를 외벽의 균열을 타고 기어 올랐다. 대부분의 이단자들은 제국군을 향해 포화를 퍼붓느라 정신이 팔려 사주경계를 철저히 하지 못했고, 진창을 굴러 군복의 색을 죽인 제국군에 의해 하나 둘 무리없이 제거당했다고 비망록은 기록한다. 옹벽 아래로 펼쳐진 회전은 포탑을 타격하려는 제국군 전차군단, 고기모루가 되어 그들을 가로막는 적의 보병부대, 그리고 그 사이 제국군을 타격하는 적의 포탑이 이루는 삼각형이었다고 레뮤엘은 회고하였다. 수천이 죽으면 또 다른 수천이 관문으로부터 계속 쏟아져나와 제국군 전차를 가로막고 있는 그 전황은 그대로 가다간 제국군의 궤멸이 자명했다고 한다. 별동대는 서둘러야만 했다. 레뮤엘은 부디 포대를 향한 제국군의 포격이 별동대를 오폭하지 않길 기도했다고 한다.
레뮤엘이 본 마카리우스는 그 순간마저도 헬멧에 귀를 대고 전황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리며 싸움의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고 전한다. 그는 이때 이 아수라장 속에서도 복스망이 유지가 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하지만 대총사의 지시대로 정확히 떨어지는 포격은 그것이 아직도 유효함을 가르쳐 주었다. 그들은 눈 앞의 전차호에서 옹벽 아래의 제국군을 향해 포격하는 적의 자주포를 제거해야 했다. 대총사의 명령을 받고 레뮤엘과 이반은 따로 갈라져 이단자들을 배후에서 습격했는데 곧 그들은 적을 제거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자주포를 탈취, 적들이 쏟아져 나오는 성문의 서까래에 포화를 퍼부어 하이브 내부에서 외부로 투입되는 적 보병대의 이동을 단절시켰다. 그 막힌 문을 뚫으려면 단시간으론 해결할 수 없는 중장비를 투입한 공사가 요구될 것이다. 이미 그들을 뒤로 하고 고층의 다른 목표물을 정리하기 위해 이동해갔던 마카리우스가 자신들의 그런 임기응변을 칭찬했노라고 레뮤엘은 기록했다. 이제 전차군단의 발을 묶을 총알받이가 되어 무한정 들이닥치던 적들의 보병이 더 이상은 지상의 회전에 투입되지 못할 것이고 제국군 전차들의 전진은 저지당하지 않을 것이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마카리우스는 이반과 레뮤엘에게 다른 지시를 내렸다. 곧 지원군이 올 것이니 그 자리를 사수하며 문을 뚫으려는 적들의 시도를 막으라는 것이었다. 이단자들도 이 문이 가로막힌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이미 지상으로 투입된 적들의 일부가 되돌아와 자신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레뮤엘은 기록한다. 그들은 대전차 화기를 가지고 있었고 압도적으로 많은 머릿수에 의해 자신들은 곧 고립되어 격파될 것만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연속된 적들의 공격에 의해 탈취한 탱크의 양쪽 궤도가 모두 파괴된 것을 느낀 레뮤엘은 얼마 안 있어 차량의 머신 스피릿이 완전히 죽어버린 것을 깨닫게 된다. 관측창 밖으로 자신들의 마지막 숨통을 끊으려고 바주카를 조준하는 적들을 보곤 레뮤엘은 재빨리 탈출하였지만 죽음의 위기가 어깨위로 내려 앉았음을 그는 알고 있었다. 차량의 큐폴라에서 그가 뛰어내린 순간에 전차는 산산조각 나 불길에 휩싸였고, 그때 그는 천공의 먹구름을 뚫고 고속으로 떨어져 내리는 무언가를 보았다고 했다. 우주로부터의 폭격은 아니었고, 미사일이라기엔 너무 느렸으며, 강하용 비행정이라고 하기에는 돌입 각도가 너무 크고 속도가 너무 빨랐다. 과연 저것이 무엇인가, 죽음이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고 했던가, 그 무언가가 기총소사로 레뮤엘의 목숨을 취하려던 이단자들을 싹 쓸어버리자 답은 스스로 실체를 드러냈다. 그것은 썬더호크 건쉽이었다. 로간 그림나르가 명예의 빚을 갚고야 말겠다는 그의 약속과 함께 로드 하이 커맨더의 마지막 전장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중간첩 임무를 수행하던 레뮤엘에게 크라수스의 정보원들은 우주 플랫폼에 정박해있는 스페이스 울프의 우주선에 관하여 질문한 일이 있었다. 레뮤엘은 그때 그것의 의미를 몰라 대답하지 못했지만 그 전말은 이렇게 드러난 것이다. 그는 너무 뒤쳐저 있었다. 레뮤엘은 마카리우스의 경호원이었다. 그는 마카리우스의 옆에 서서 그를 보위해야 했다. 그런 레뮤엘에게 그림나르는 함께 가주겠노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전차군단을 저지하던 시타델 외벽에서의 싸움이 정리되자 적의 보병과 시타델 외부의 전투는 제국군의 승리로 돌아갔고 수백대의 리만 러스는 하이브 내부로 진입했다. 하이브는 그렇게 라이온 가드의 손에 떨어진 것만 같았다. 좀 전까지 천지를 진동하던 전투의 소음은 잦아들고 싸움은 소강상태에 돌입한 것이 확실해졌다. 그림나르가 마카리우스에게 너무 적들이 나약하다며 불평했으며 로드 하이 커맨더는 레뮤엘의 천운을 그에게 황제의 가호가 함께 하고 있다고 말하여 진심으로 치하하고는 그림나르와 함께 대화하며 멀어져갔다. 소집해제된 레뮤엘은 자신이 이반과 안톤을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어디서도 이반의 기척을 찾을 수가 없었던 레뮤엘의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복부에 아군 오폭으로 인한 파편상을 입은 안톤이었고, 부상당한 친구는 여전히 이단자들을 하나라도 더 저격하며 버티고는 있었으되 이미 다시 조우했을 때는 그 상태가 절망적이었다고 그의 비망록은 전한다. 그때 레뮤엘은 떠나간 친우를 잡석 가운데 매장하고 그의 라이플로 비석을 삼았다고 했다. 친구를 매장한 레뮤엘은 마카리우스에게 돌아갔지만 대총사는 지금 그에게 별 다른 지시를 내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그는 이반을 찾아야 했다. 이반과 그가 어디서 길이 엇갈렸을까 기억을 되짚던 그는 곧 적의 대전차 화기를 피해 그들이 탈출한 무너진 문으로 되돌아갔다. 이반은 거기 쓰러져 있었다고 하는데, 바이오닉스 시술을 당한 부분만이 손상된 그는 중상을 입었지만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30년 동안이나 서로 인생을 공유해온 전우를 잃은 그들은 눈물을 삼켰다고 한다.
이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하이브 내부였다. 마카리우스는 리쳐의 목을 취해야 했다.
5.1.12. 유혹
리쳐의 궁성은 하이브의 여러 층에 걸쳐져 있었으며 라이온 가드가 진입해서 진주한 장소보다 더 아래층에 위치해 있었다고 레뮤엘은 설명한다. 하이브 내부로 돌입해간 그들을 맞이한 것은 무저항이었는데, 그것은 이 하이브의 시민들이 항복을 했거나 저항의지를 포기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 하이브의 인구는 모두 죽어있었다. 마카리우스를 비롯한 상층부는 처음엔 그것이 위성충돌이 일으킨 천재지변으로 인해 하이브의 병기 제조창이 파괴되었고 유출된 화학병기나 생물무기를 망가진 하이브의 생명유지 시스템이 정화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추정하였으나 좀 더 깊숙이 진입한 그들은 그 생각을 고쳤다.층마다 격리되어있을 하이브였건만 병원성 무기의 전염속도가 너무 빨랐고 부족한 ABC대책에 죽음을 무릅쓰고 진군을 계속한 제국군에게는 곧바로 병변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이 병원무기가 로키의 원주민의 유전자에 각별히 작용하도록 특수제조된 것이며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그것을 살포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레뮤엘에겐 공기중에 떠도는 이 녹색 기운이 무엇인지 짐작이 갔다. 그 녹색 기체는 시체를 죽음에서 불러 일으키던 그 악마의 가스였고, 리쳐는 자신들을 상대할 산송장의 군대로 인구를 활용하기 위해 그들을 모두 죽인 것이다. 이제 언제라도 이 죽어 널브러진 시체들은 모조리 되살아나서 라이온 가드의 목숨을 취하려 들 것이다. 여유부릴 틈이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레뮤엘읜 의문도 들었다 했다. 이 자리의 라이온 가드는 전원이 리만 러스에 탑승하고 있었는데 시체들이 그 손톱과 이빨로 전차를 쓰러뜨리기라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머잖아 리쳐의 궁성에 이르자 그 의문은 해결되었다. 별로 좋지 않은 쪽으로.
그들은 리쳐의 위치를 특정해야만 했는데, 그것은 여느 때와 같이 드레이크가 포로를 심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병원 무기가 하이브의 주민들을 전부 죽이더라도 리쳐가 부리는 군사들은 병원무기 안에서도 활동할 수 있어야만 했기에 시체들 사이에는 생존한 적병이 숨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스페이스 울프들이 잡아온 적병의 내면을 이단심문관이 들여다 본 결과 어찌하여 외부인인 리쳐에게 그들이 충성을 맹세했는지, 어떻게 리쳐의 배반이 이뤄졌는지, 그리고 리쳐가 어디에 있는지가 밝혀졌다. 로키를 정복한 리쳐는 어둠의 시대 이후 단 한명도 열지 못한 하이브 시타델 지하 신전의 봉인을 풀고 너글의 아티펙트를 끄집어내는데 성공한 자로 그것을 달성한 리쳐를 이 행성의 거주민들은 맹목적으로 숭배하게 되었다는 그런 내막이었다. 목표는 궁성 지하의 신전이었다.
궁성의 입구는 정원에 둘러싸여 있었다고 한다. 다만 그 정원엔 화초와 나무가 아닌 포자식물과 살아 움직이는 덩굴이 자라고 있었고 그 진액은 끈적한 타르처럼 전차의 궤도에 들러붙었으며 엄폐한 이단자들이 인화성 공격을 하자 발화해선 정지된 차량를 격파시켰다. 넝쿨들이 곧 탈출한 병사들에게 엮여들더니 그들을 포자의 희생물로 만들어 버리자 마카리우스는 이 정원을 모조리 불태워 버리라고 지시한다. 그리고 그 시기를 기점으로 시체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은 정원, 뒤는 시체로 포위당한 제국군은 리쳐가 무슨 술책을 부리려고 시체군단을 만들었는지 깨닫게 되었는데, 제국군의 전차는 시체들의 손발톱에 상하지 않을지언정 무한정 밀려오는 놈들을 상대로 쓸데없이 탄약을 낭비하길 강요당해야 했으며, 이것을 깨닫고 제국군이 무대응으로 전술을 수정한 순간 자살폭탄을 장비한 송장과 그 시체들 사이에 은닉해 있던 이단자들의 대전차 부대가 곧바로 전차에 유효타를 가하는 그런 수법이 계속되었다. 이에 마카리우스는 지리적 약점을 타개할 것을 지시한다. 불타는 정원을 뚫고 제국의 전차군단은 궁성의 입구로 진입해 그 통로를 틀어막고는 협소한 공간에서 일방적으로 밀려오는 적들을 영격하기 시작했다.
진입한 궁성은 더 이상 전차가 기동할 수 없는 지형이었고, 안광이 빛나는 시체들로부터 아군의 배후를 지킬 소수의 인원만을 남겨두고 라이온 가드는 질병의 소굴에서 전원하차하여 궁성의 내부로 진입했다. 그 궁성의 계단과 회랑은 거미줄과 녹으로 장식되었으며 가스 마스크를 쓰고 피막의 날개를 펼친 거대한 조각상이 낫을 든 채 제국군을 맞이하고 있었다고 기록은 묘사하고 있다. 그 궁성에서 그들은 너글의 쏘아대를 파리떼를 만났고, 플레이그 베어러가 된 돌연변이들과 싸웠다. 2년 동안 수렁 속에 제국군의 발을 묶었던 리쳐의 복제의 마법이 어디서 부려지고 있는지 또한 목격할 수 있었다. 광대한 공간에 끝없이 늘어선 배양조엔 유독하기 짝이 없고 병균들이 가득할 게 분명한 초록색 액체가 고여 있었고 거기서 복제인간들이 제조되고 있던 그 광경을 레뮤엘은 비망록에 생생히 기록했다. 액체 속에 잠겨 허여멀건한 피부색을 한 적병은 이미 그 의지를 가지고 있었는지 적대감 가득한 눈으로 제국군을 노려보았다고 기록은 전한다. 그리고 그 배양조들을 가로지르며 그 천장에 놓여있는 상부 구조물을 보았을 때 레뮤엘은 이곳이 기습의 요충지임을 직감했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예상은 맞았다. 분명 이 장소에서 총격전에 벌어지면 배양조는 깨지고 액체가 제국군을 덮칠 것이었다. 그 끔찍한 생각에 다다르자 그는 적의 공격이 시작된 순간 철제 프레임으로 된 사다리를 타고 올라서 전투를 버릴 위치로 상부 구조물 위를 점하는데 성공했고 배양액이 끼얹어진 병사들이 지르는 처절한 비명 속에서 치러진 전투는 희생을 딛고 제국군의 승리로 끝났다. 그런 제국군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저 눈 앞의 신전 뿐. 저 안에 리쳐가 있을게 분명했다. 스페이스 울프가 일당천의 전투력으로 길을 뚫었고 라이온 가드의 대병력이 그 뒤를 받쳤다. 그 신전 안엔 너글의 거대한 우상이 있었는데 그 전체적인 구조가 마치 제국 국교회의 악의적의 모사같았다고 레뮤엘은 평했다. 예배당의 2층 귀빈석에 도사리고 있던 적군들이 양쪽에서 일제히 포화를 쏟아냈다. 무적으로 보이던 한명의 스페이스 울프가 여기서 적의 집중포화에 쓰러졌다. 아머가 조각나고 피부 밑의 검은 카라페이스마저 갈라지자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그는 크게 울부짖으며 돌격하여 도륙낸 적들의 오염된 피로 자신의 최후를 장식했다고 한다. 그의 죽음을 기리는 송가는 로간 그림나르를 비롯한 다른 울프들의 하울링이었다고 레뮤엘은 기록하였다.
3면으로 포위된 제국군이 그들의 숫적 우위를 살리기 위해선 2층에 있는 적을 처리해야만 했는데, 레뮤엘은 분대를 이끌고 돌격해 샷건과 수류탄을 적절히 활용해서 왼쪽 귀빈석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난관도 있었다. 비대한 적의 뮤턴트가 그를 습격했고 목을 붙잡힌 그는 1층으로 던져질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드레이크의 스톰 트루퍼 중 하나가 그런 그를 포착하여 상대를 저격하는데 성공하였고 도리어 레뮤엘이 있는 방향으로 아군이 집중사격을 가하는 통에 그는 이제 되었으니 그만 두라고 여러번 외쳐야 했다고 한다. 아군 오폭으로 인한 안톤의 죽음이 이때 그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고 그는 고백했다. 스페이스 울프가 정면의 이단자들과 격돌했다. 라이온 가드의 무리가 그 뒤를 따랐다. 너글의 우상 앞 저 높은 제단 뒤에서 이단자들이 집전하는 의식에 의해 녹색과 황색의 섬광이 번뜩였고 사이킥이 파동치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레뮤엘은 이것을 20여년 전에 이것과 같은 느낌을 느낀 적 있었다. 레뮤엘은 현기증이 들었다. 마카리우스과 드레이크가 이단자들의 의식을 표적으로 삼고는 달려들었는데, 레뮤엘은 비로소 자신이 잘못된 곳에 쓰러져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그는 무슨 일이 잘못될 것을 대비하여 반드시 로드 하이 커맨더의 곁에 있어야 했다. 그가 분대를 이끌고 귀빈석의 발코니를 달려 마카리우스가 향한 방향으로 대총사를 뒤쫒았을 때 레뮤엘은 이미 의식이 절정에 달했음을 느꼈다고 한다. 비망록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그때 그 순간 레뮤엘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던 생각은 마카리우스와 이반, 그리고 드레이크가 저기 있고 그들 옆에 서 있어야 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는 것이었다고 하였다. 그는 서둘러야 했다. 그는 제단을 둘러싼 형상들의 비웃음을 들었다. 볼터탄이 그들에게 쏟아졌지만 곧 불가시한 역장에 막혀버렸다고 하는데, 제단 위의 공기중에서 요동치는 그 기운엔 스페이스 마린의 무기조차 통하지 않았다.
레뮤엘은 장식된 제복을 입은, 마치 장군같은 한 남자를 보았다. 그 자는 키가 껑충했으며 거의 해골에 가깝도록 피골이 상접했고 회색의 피부 빛깔을 가진 그의 눈 속에선 소름끼치는 빛이 번뜩이고 있었다. 너무나 뒤틀리고 변해버린 그 외모는 레뮤엘이 그 자의 신원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리게 만들었다. 그가 바로 리쳐였다. 뭔가 괴기한 녹색 광선이 그의 흉부로부터 치솟고 있었는데, 그것은 종전의 포로가 말한 아티펙트일게 분명한 그것은 신비한 마력을 품은 목걸이의 형상을 취하고 있다고 했다. 악의에 찬 비웃음을 띤 리쳐의 괴물같은 눈은 열병에 걸려 꾼 꿈 속에 나타난 악마의 눈을 상기시켰노라고 레뮤엘은 회고하였다. 그러나 리쳐가 가진 목소리는 그의 망가진 외모에 대한 인상을 모조리 날려버리는 것이었다고 하였다. 그것은 음량이 풍부하고 달콤한 동시에 악의어린 재치가 있었으며 공간 안의 온갖 소음을 묻어버리고 쩌렁쩌렁 울리는 것이었다. 레뮤엘은 이것을 그 신전의 공간 설계가 그렇게 소리의 반향이 일어나도록 구성돼 있는 게 아닌가 그때 의심했다고 자신의 그런 생각을 비망록에 기록했다.
제단 위에 선 리쳐는 대총사에게 우리가 다시 만났노라며 친근한 인사를 보냈다고 한 다. 그에 마카리우스가 이것이 그 마지막 만남일 것이라 일컬으며 옛 제자를 반역자라 지칭하자 사뭇 그 반역자는 마카리우스의 전략에 찬사를 바치는 듯 하다가도 2년 전에 마카리우스가 이미 그리 해야 하였다고 로드 하이 커맨더를 조롱하였다. 로간 그림나르에게도 그는 괴이한 태도를 보였다고 하는데, 잡담을 집어치우라는 그림나르에게 그는 만년 전의 스페이스 울프를 그가 알고 있다는 듯 그림나르의 거친 태도를 비웃었다고 기록은 전한다. 친근함과 멸시가 동시에 깃든 리쳐의 그런 목소리를 레뮤엘은 전에 들은 적 없었고 눈 앞의 반역자가 단순한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분명 무언가 강대한 신적존재가 그를 통해 말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스페이스 울프의 역사 속에 그들과 대항해 싸웠던 혼돈의 권세에 봉사하는 악마가 저기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러하다면 악마의 지성을 등에 업은 저 자가 마카리우스를 전쟁으로 상대하여 좌절시킨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 아니었다고, 레뮤엘은 이때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생각은 틀렸다. 진실은 더 추악한 것이었다. 그림나르가 다시 리쳐에게 도전하였으나 리쳐가 조종하는 역장 속에서 그는 시간이 느려진 듯 모든 기동성을 상실했고 옥죄는 마력 속에서도 초인의 힘을 발휘해 그가 볼터를 겨누자 배반자 장군은 파리를 쫓는 듯한 손짓만으로 그림나를 사출기로부터 쏘아진 것처럼 날려버렸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동시에 모든 스페이스 울프가 불가시한 마력에 의해 무릎을 꿇고 말았다고 하였다. 그리고 리쳐는 마카리우스에게로 시선을 돌려 로드 하이 커맨더에게 대화를 청했다. 그 대화로 악마들린 반역자가 논하고자 하는 것은 자명한 것이었다.
‘내가 말했다시피, 우리는 해야 될 이야기가 많습니다.’
‘난 그럴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내가 바라는건 네 죽음 뿐이야.’
‘당신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로드 하이 커맨더. 필멸이 드디어 당신을 따라잡았소. 질병의 아버지가 부리는 권속들이 당신의 몸 안에서, 당신의 뇌 안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대는 너무 오래 살았지요. 당신은 이제 당신이 아니게 되었고, 그대의 적들도, 당신이 친구라고 여기는 자들도 이것을 간파했을 것이오.’
‘난 그럴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내가 바라는건 네 죽음 뿐이야.’
‘당신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로드 하이 커맨더. 필멸이 드디어 당신을 따라잡았소. 질병의 아버지가 부리는 권속들이 당신의 몸 안에서, 당신의 뇌 안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대는 너무 오래 살았지요. 당신은 이제 당신이 아니게 되었고, 그대의 적들도, 당신이 친구라고 여기는 자들도 이것을 간파했을 것이오.’
마침내 마카리우스가 관심을 보였다. 리쳐는 대총사에게 죽고 사라지면 무너져버릴 그의 업적을 이야기했고 패배로 끝날 인생을 말했으며 마카리우스의 성취가 먼지로 돌아가 버릴 것이라 겁주는 동시에 기념비로만 남게 될 마카리우스의 존재와 잊혀져갈 그의 기억을 논했다. 그것은 모든 이의 운명이라고 이에 마카리우스가 대답하자 리쳐는 부정한다. 단 한명은 거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바로 가짜 황제 말이다. 드레이크가 리쳐와 마카리우스를 돌아보았다. 그는 이 대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리쳐가 본격적인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 마카리우스의 몸 속을 파고 든 질병을 곧 신의 축복으로 바꿀 수 있으며 대총사 안에 심어진 죽음의 종자는 불멸성의 씨앗으로 개변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리쳐의 유혹에 깃든 내용으로 따르면 죽음은 마카리우스를 피해갈 것이요 그는 그의 제국과 유산이 열등한 자들의 손에 의해 먼지로 돌아가는 걸 목격하지 않아도 될 것이며 자신들과 손잡아 영생과 측정불가한 힘을 손에 넣을 것이라는 것이다. 악마의 종이 난 되지 않을 것이라는 마카리우스의 말에 리쳐는 마카리우스가 종이 아닌 그들의 일원이 되리라 설명하였다. 마카리우스는 그리 되기에 가치있는 자요 그는 이 천년기의 가장 강대한 카오스 챔피언이 될 것이요 가짜 황제를 전복시키고 인류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 그렇게 리쳐가 속삭였노라고 레뮤엘의 비망록은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거짓말 같지 않았다는 것도.
마주쳐 누구라도 흔들릴 그 제안이 레뮤엘은 마카리우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지 상상해 보았노라고 적는다. 그리고 그는 그 답을 알고 있었다. 30년 전 이미 솔라 마카리우스는 같은 유혹을 이미 받았노라고, 그리고 그는, 마카리우스가 불의 천사 앞에서 뭐라고 외쳤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제단 위로 도약한 마카리우스가 바로 총으로 리쳐를 쏘아 죽이고자 하였지만 리쳐는 자신의 주인이 내려준 불사의 권능으로 그것을 비웃을 뿐 눈썹도 까딱하지 않았고, 드레이크가 쏘아낸 사이킥도 반역자에게는 듣지 않았다. 대총사는 그의 체인소드를 들어올려 리쳐의 해골을 쪼갰지만 그 종으로 갈라진 머리는 도로 붙어버렸다고 하였다. 마카리우스는 이제 볼터를 난사했지만 튀어오르는 살점 밑에서는 피가 아니라 녹색 액체가 흘렀다. 그림나르와 스페이스 울프가 몸을 일으켰고 인퀴지터의 스톰 트루퍼들도 조심스럽게 리쳐를 조준하려고 시도한 그때 드레이크의 사이킥 공격과 동시에 마카리우스가 다시금 체인소드를 휘두르려 하자 리쳐가 반격을 시작했다. 그러자 역장이 무너져 내리고 이단자의 군세가 제단 너머에서 다시 한번 쏟아져 나왔다. 놈들은 리쳐와 같이 불사였다. 리쳐는 칼을 내리치려는 대총사의 손목을 붙잡았는데 악력만으로 그 강인하던 마카리우스의 육체가 파괴되었다 한다. 부러진 로드 하이 커맨더의 팔에서 굴러 떨어진 체인소드를 두고 제단 위에서 벌어진 마카리우스와 리쳐의 결투는 이제 그래플링으로 접어들었으며 그 주변은 이제 피가 튀고 살이 튀는 육박전의 현장이 되었다. 그들의 주인처럼 리쳐의 하수인들은 궁극적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아직도 발코니석에 서 있던 레뮤엘에게 불사의 컬티스트들이 달려들을 때 자신의 주위로 폭풍같은 총알이 빗발쳤노라고 그는 비망록에 적는다. 그때 뭔가 무거운 것이 그를 쓰러뜨렸다. 처음에 레뮤엘은 그가 볼터에 피탄된 줄로만 알았다 했다. 그것은 이반이었다. 자신의 등으로 총알을 막고는 쓰러진 그의 눈에서 빛이 꺼져가는 것을 레뮤엘은 보았다고 한다. 그의 마지막 유언은 가서 마카리우스를 지키라는 것이었다.
아직도 마카리우스의 체인소드는 제단 위에서 그 톱날로 불꽃을 튕기고 있었으나 마운트 포지션을 점한 리쳐는 마카리우스가 그것을 잡도록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총사와의 육박전에 몰두한 그는 발코니 끝까지 달려가 제단 위로 뛰어내린 레뮤엘이 그에게 샷건의 방아쇠를 당길 때까지 그것을 멈추지 못했다. 샷건을 온몸으로 맞은 리쳐는 곧 뒤로 뒤로 날아가 쳐박혔고, 마카리우스는 검을 쥐었다. 순간 참수된 리쳐의 머리가 땅에 구르고 걸려있을 자리를 잃은 목걸이가 땅에 떨어지자 리쳐와 그의 하수인들은 불사의 마력을 잃어버렸다. 놈들은 죽음으로 행위의 대가를 치렀고, 절규하던 리쳐는 부패해서 끓어오르더니 곧 검은 액체로 녹아버렸으며 그의 빈 갑옷엔 검게 탄 뼈와 거기 눌어붙은 살의 찌꺼기밖에 남지 않았다고 기록은 전한다.
그림나르는 성당의 살육도를 만족스러운 듯 쳐다보고는 쓰러진 리쳐의 흔적에서 코를 씰룩거렸으며 곧 마카리우스에게 부축의 손을 빌려주었다고 하였는데, 마카리우스는 이것을 그다지 내켜하지 않았다 하였다. 그는 그의 최후의 전장에서 승리자로서 서 있어야만 했다. 대총사가 그림나르에게 전한 감사의 인사에 로간 그림나르는 모든 이의 아버지를 위한 이런 전투는 그 자체만으로도 보상이라 답하였다고 기록은 전한다. 재회를 기하며, 스페이스 울프는 카오스의 유물을 빈 드럼탄창 안에 넣어 아스타르테스의 인간보다 더 우월한 저항력을 기대하여 자신이 회수해 갔노라고 한다. 그것이 레뮤엘이 본 로간 그림나르의 마지막이었다.
5.1.13. 서거
한명의 스톰 트루퍼가 마카리우스와 드레이크에게 보아야 할 것이 있다고 고했다. 안내하라는 마카리우스를 수행하려는 자신을 그 병사는 대총사와 그의 주인만이 확인해야 한다고 가로막았고 레뮤엘은 그 목소리를 어디선가 들은 것 같았다. 물론 레뮤엘은 그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그에게 명령할 자는 마카리우스 한명 뿐이다. 대총사와 이단심문관, 그리고 레뮤엘과 스톰트루퍼가 어떤 방 안에 전부 들어서자, 레뮤엘은 문이 잠기는 소리를 들었다. 거기엔 이단 의식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 자동화기를 든 이단자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짐짓 리쳐의 이런 마귀들림에 놀라던 이단심문관에게 마카리우스가 말을 꺼낸건 그 순간이었다.‘왜 내게 말하지 않았지?’
‘무슨 의미신지?’
‘자넨 놈하고 계속 접촉하고 있었잖아, 놈의 사령부에 대한 정보의 출처가 거기 아닌가.’
‘여기 제 정보원이 있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던데, 놈의 추종자들을 봤어, 한놈도 정보원으로 삼을만큼 정상인 놈이 없더구만. 이지의 흔적도 오래전에 상실한 놈들이었다. 누군가가 리쳐에게 내 작전계획을 전부 일러주고 있었지. 그것만이 놈이 내 움직임을 전부 예측할 수 있었던 유일한 길이다. 저 악지르던 미친놈을 보았나, 놈에게 그런 것은 불가능했다.’
‘크라수스겠지요.’
‘크라수스는 작전의 세밀한 부분까지 알 수가 없어, 그놈은 너무 멀리 떨어져있었고 성간통신도 불가능하단 말이다.’
‘무슨 의미신지?’
‘자넨 놈하고 계속 접촉하고 있었잖아, 놈의 사령부에 대한 정보의 출처가 거기 아닌가.’
‘여기 제 정보원이 있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던데, 놈의 추종자들을 봤어, 한놈도 정보원으로 삼을만큼 정상인 놈이 없더구만. 이지의 흔적도 오래전에 상실한 놈들이었다. 누군가가 리쳐에게 내 작전계획을 전부 일러주고 있었지. 그것만이 놈이 내 움직임을 전부 예측할 수 있었던 유일한 길이다. 저 악지르던 미친놈을 보았나, 놈에게 그런 것은 불가능했다.’
‘크라수스겠지요.’
‘크라수스는 작전의 세밀한 부분까지 알 수가 없어, 그놈은 너무 멀리 떨어져있었고 성간통신도 불가능하단 말이다.’
지친 것 처럼, 드레이크는 탁자 위에 앉았다. 그는 대답을 했지만 그 스스로도 하면서 상대가 그것을 믿어주길 바라지 않는 것 같이, 그냥 물 흐르는 대로 대답했다.
‘그자도 저처럼 여기 정보원을 두고 있었습니다.’
‘왜냐.’
‘왜냐니 뭡니까?’
‘왜 날 배신하고 성전을 배신하고 그리고 죽으려고 여기 나랑 같이 온 거냐, 그렇게 죄책감이 들던가?’
‘왜냐.’
‘왜냐니 뭡니까?’
‘왜 날 배신하고 성전을 배신하고 그리고 죽으려고 여기 나랑 같이 온 거냐, 그렇게 죄책감이 들던가?’
죽은 이단자의 시체에서 자동화기를 뒤적이던 스톰트루퍼를 예의 주시하던 레뮤엘은 그 순간 자신의 시선이 그 둘 사이로 튀었다고 서술했다. 자신이 악몽에 사로잡힌 것 같았다고 그는 말한다. 솔라 마카리우스가 결국 광기의 희생자로 전락하고 말았나, 모든 자들이 그를 상대로 음모를 꾸민다는 생각이 그의 정신을 파괴했단 말인가? 아니면 그의 주장에 어떤 근거라도 있단 말인가, 불가능했다. 그 장구한 시간동안 드레이크는 마카리우스의 열렬한 지원자였다. 마침내 드레이크가 말했다. 영웅이 필요했다고, 죽어가는 마카리우스의 보다 나은 종말은 압도적인 이적을 상대하여 마지막 한번의 전투로 황제를 위해 봉사하다 사망하여 죽음의 귀감으로 남는 것이라 말이다.
‘그리고 내가 이겨버리는 바람에 그걸 망쳤다’ 그렇게 웃으며 말하는 마카리우스는 이 상황에서도 희극을 본 듯 하였다. 그 스톰트루퍼가 움직인 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고 하며, 흐르는 것 같은 그 움직임을 레뮤엘이 채 따라가기도 전에 마카리우스를 겨냥한 총구는 그 토해낸 불꽃으로 시대의 가장 위대한 장수를 승리자로서 죽게 하였다. 그 죽는 순간에도, 웃음은 그의 얼굴을 떠나지 않았다 한다.
드레이크가 이어서 독촉한 것은 레뮤엘의 죽음이었다. 그러나 스톰 트루퍼의 총에 의해 마카리우스의 뒤를 따른 것은 레뮤엘이 아닌 드레이크였다. 어째서냐는 레뮤엘의 물음에 그 투구의 바이저 아래서 나타난 것은 안나의 얼굴이었다. 레뮤엘의 샷건을 빼앗은 그녀는 곧장 그것으로 쓰러진 이단자의 시체를 쏘고는 일순간 방 밖으로 사라져 버렸고, 레뮤엘에게 마지막 윙크를 남긴 그녀는 그의 삶에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6. 성전 이후
6.1. Angel of Fire
6.1.1. 먼저 간 자들을 위한 비망록
칼라돈 행성의 207번 벙커 하멜 탑에서 벨리알7 연대의 상사 레뮤엘이 쏟아져 들어온 오크떼를 20여명의 신병들을 데리고 물리쳤을 때, 이미 반수 가까운 어린 목숨들이 콘크리트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 중 한 어린 병사가 죽음을 앞두고 그에게 물었다. 그 병사는 데른헤임 출신으로서 그곳은 성전의 후반기에 대총사에 의해 재정복된 곳이었다. 누군가에게 이 정복이라는 것은 황제의 빛을 다시 전달하는 행위로 풀이될 것이다. 병사가 레뮤엘에게 물었다. 그가, 레뮤엘이 솔라 마카리우스와 함께 하였다는 것이 사실이냐고, 마카리우스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성자이며 정녕 황제의 빛으로 선택 받은 자임이 진실이었느냐고 말이다. 레뮤엘은 부정한다. 대총사는 인간이었다. 위대한 존재였지만 어떤 의미로 대단히 사악한 자였다는 그의 말에 어린 병사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죽어가는 이가 듣고 싶지 않는 대답이었을 것이지만 레뮤엘은 마카리우스가 항상 요구했던 대로 진실을 말하라는 지시를 지켰다. 죽은 병사의 눈을 감겨주고 그가 둘러본 방 안에는 죽음과, 그리고 죽어가는 자들이 가득했다고 한다.그는 대총사를 생각했고 이반과 안톤과 라이커와 그리고 안나를 생각했고 그가 살아서 30년 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들에 대해 상기했다. 그는 문득 자신이 오늘 죽을 고비를 넘겼단 것을 깨달았으며 자신이 언젠간 곧, 그리고 확실히 죽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였다. 레뮤엘은 자신이 아는 사실이 언젠가 후세에 기억되도록 남길 필요가 있었다. 마카리우스와 그리고 드레이크와 은하를 되찾기 위한 그들의 성전과 그들이 어떠했고, 어떻게 그들이 죽었는지를.
7. 기타
7.1. 레오 레뮤엘
레뮤엘은 스스로를 고평가하는 부류는 아니다. 로드 하이 커맨더는 일종의 보은인사로 이 친구를 기용하기 시작해서 레뮤엘의 주변엔 이상한 행운이 있다는 일종의 미신을 가지고 있었기에 자신을 오랬동안 그의 곁에 두었다는 게 레뮤엘의 설명이다. 실제로 리쳐의 궁성에서 그런 것처럼 마카리우스는 레뮤엘이 황제의 가호를 받아서 매번 생존의 기회를 얻는다고 치하하기도 하나 실제로 이 치의 기괴하게 질긴 생명력은 마카리우스를 지키고자 하는 드레이크의 헌신적은 노동 곁에서 주워 얻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고 실제로 레뮤엘도 그걸 의식하고 있다. 대총사의 목숨을 지키고 적의 대사제를 저격하고 현실화 장치를 타격해 마카리우스와 현장의 제국군 전체를 구해냈으며 종래엔 마카리우스가 리쳐를 처단하게 결정타를 날리는 등 주인공 보정에 힘입어 다대하고 동시에 어마어마한 공로를 마카리우스가 ‘넌 이미 많이 훈장 받았지?’ 할 정도로 마구 세우지만 로드 하이 커맨더라는 요인의 보디가드를 할 만큼 전투력이 빼어나거나 전문적 훈련을 받지는 않았는지 때로는 무력하기도 하다. 하지만 주인공으로서 레뮤엘의 주요한 역할은 이런 곳에 있지 않다. 그의 진정한 역할은 관찰자다.시리즈의 화자인 레뮤엘은 주인공이고 작가의 대변인이자 마카리우스와 그 주변에 대한 1인칭 관찰자로서, 뭐, 이렇듯 작품론적으로 담당하는 역할이 여러 가지며 덕분에 그러한지 상황을 간파하고 통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제 3자적 입장에서 마카리우스를 관찰하는 그의 모습은 내용상 표현되기를 추종자이긴 하되 눈에 콩깍지가 쓰인 광신자와는 거리가 멀고 그 태도가 상당히 이성적인데, 대표적인 일례를 찾자면 그의 동료들은 마카리우스가 중앙부의 정적들에 의해 말년들어 지위를 위협받을 때 대총사와 제국과 황제를 은연중에 동일시하여 제국 정부의 대총사를 향한 실각음모를 반역이라고 지칭하나 레뮤엘은 마카리우스에 대한 반역이 제국과 황제에 대한 반역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고, 이런 그를 인퀴지션의 암살자 ‘안나’는 충성스럽고 냉소적이라고 평가한다. 내용에서 마카리우스 개인이나 하는 행각에 대해 이 레오 레뮤엘이라는 친구가 적극적인 찬동이나 찬양을 하는 부분은 거의 없으며 대부분 타인의 공격이나 질문에 반발하고 반응하는 수동적인 것이다. 이런 객관적 평가자의 눈으로써 작가의 손에 표현된 몰락해가는 마카리우스의 말년은 그야말로 처참해서 신명나는 것이다.
여담으로 내용중 벨리알 7연대는 출신은 모두 슬라브계 이름을 쓰고 있지만, 이 친구는 혼자 라틴-히브리계 이름을 사용하며, 마카리우스의 마지막 전역에서 생환환 그의 회고에 따르면 서거한 대총사와 드레이크의 유해는 현장에서 화장되었고 그 외에 리쳐의 궁성에서 생존하였던 라이온 가드는 이후 역시 전원이 늦든 빠르든 병마로 급사해 버렸다고 전한다. 그러나 레뮤엘은 이질적으로 30년 이상 더 생존하였으며 도로 벨리알 7연대로 귀환해 칼라돈 행성에서 비망록을 작성하고 실종됐다. 제국은 폐허가 된 그의 벙커에서 비망록을 회수했고, 레뮤엘을 추정 전사자로 기록한다.
7.2. 하이로니무스 드레이크
하이로니무스는 레뮤엘과는 다른 의미로 냉정하고 균형잡힌 자로서 내용상 드러난 이 자의 실질적 위치는 마카리우스에 대한 이단심문국의 감시인에서 그의 오른팔격인 입장으로 이전돼간다. 초기엔 대총사가 악마의 유혹을 받은 사실에 대해 이단심문소 내 계파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보고를 하지 않았던 그였지만 중,후기,말기에 이른 성전에서 그는 점점 변화하여 마카리우스의 조언자, 최종적으로는 충신에 가까워진다. 그가 한 조언은 성전 후기 들어 직설적으로 말해 말년에 상황파악을 못하는 마카리우스를 붙들어 주는 역할을 하는데, 드레이크의 제어가 아니었더라면 마카리우스는 리쳐에 얽매여 일의 경중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제장의 반역에서 여러번 폭주했을 것이다. 이외에 작품론적으로 드레이크는 마카리우스와 대화하여 그의 진면목을 노출시키는 중요한 존재로서, 이 자와의 대화에서 마카리우스가 보이는 몇몇 모습은 그를 파악할 수 있는 핵심적 요소다. 이 자를 레오 레뮤엘은 솔라 마카리우스의 죽음을 계획한 범인으로 기록했지만, 레뮤엘은 안나의 마지막 행동과 관련하여 스스로도 그것을 의심하였으며, 레뮤엘이 남긴 나머지 기록과 그 비망록 전체 속의 행간은 하이로니무스 드레이크는 그가 마카리우스를 죽이고자 나름대로 계획했되 실제로는 더 거시적 흐름 속의 미끼일 뿐이고, 진정한 진범은 은막 속에 남아 있다고 추정할 수 있게 하였다. 제국은 이 양반이 최종적으로는 대 이단 심문관까지 승급했다고 기록하고, 레뮤엘의 비망록을 검토하여 이 자를 대역자로 규정했다.7.3. 안나
처음 이 여자를 만났을 때 레뮤엘은 바로 호감을 느끼고 때문에 이 여자가 격렬하게 불의 천사 신앙을 강변하자 그 발언들을 물러주길 바랐다. 첫 만남에 침대를 같이 쓰긴 했지만 원나잇까진 안 간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입원중인 마카리우스가 습격당한 현장에서 다시 조우하였는데, 안나가 전에 보여주었던 모습은 페르소나였지 진짜 모습이 아니었고 기계적, 사무적이며 무감정한 실제 태도에 레뮤엘은 적잖이 놀란다. 언더 하이브에서 있었던 대총사의 고백이 끝나자 그는 마카리우스에게 안나에 대해 물었고, 대총사는 이렇게 말했다.
‘제게 만약 가능하다면, 제가 드릴 질문이 한가지 있습니다, 각하.’‘저 여자, 무엇인지요, 저 여자는?’
‘누구인지가 아니라 무엇이냐고! 거 정말 재밌는 질문이군.’‘그녀는 제국의 요원이다. 레뮤엘. 말해줄 수 있는데 까지 말해주자면 그녀는 고도로 훈련되고, 고대 비전과학으로 개조된, 암살자다.’
‘암살자 말씀이십니까, 각하?’
‘제국은 군대 외에도 많은 도구가 있다, 레뮤엘, 좀더 미묘한 것 말이지, 때때로 체인소드 대신에 비수가 필요할 때가 있는 법이다.’
‘누구인지가 아니라 무엇이냐고! 거 정말 재밌는 질문이군.’‘그녀는 제국의 요원이다. 레뮤엘. 말해줄 수 있는데 까지 말해주자면 그녀는 고도로 훈련되고, 고대 비전과학으로 개조된, 암살자다.’
‘암살자 말씀이십니까, 각하?’
‘제국은 군대 외에도 많은 도구가 있다, 레뮤엘, 좀더 미묘한 것 말이지, 때때로 체인소드 대신에 비수가 필요할 때가 있는 법이다.’
이후 마카리우스가 잠들자 레뮤엘은 안나에게 다가가서 뻘쭘하게 대화를 트기 시작했고 안나는 마카리우스가 병원으로 후송되리라고 예고 받곤 미리 간호사로 위장하여 그를 지키기 위해 침투했음을 고백했으며, 일전 미팅자리에서 자신이 보여주었던 모습은 연기라고 시인하였지만 이후로 레뮤엘과 안나는 알다시피 전장과 전장에서 수십년간 교차하여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다. 내용상 안나는 레뮤엘이 방문을 열면 예고 없이 미리 침대에 들어와 그를 먼저 기다리고 있는 그런 타입으로 표현되는데 카르스크 이후 그녀의 등장은 대개는 그런 식이고, 그때마다 베갯머리 송사로 이 여자가 풀어내는 대사는 의미심장하기 그지없다. 그녀가 털어놓는 정치적 기류에 관한 위험수위의 비밀들에 레뮤엘은 항상 드레이크에게 그런 것처럼 의문을 품었고, 대답도 마찬가지로 드레이크가 레뮤엘에게 한 것과 똑같았다. ’너는 마카리우스의 보디가드다,‘ ’너는 너무 발을 깊이 들였다,‘ 몇몇 순간에서 레뮤엘은 자신에게 보여주는 안나의 걱정이나 태도가 진심인 것 같다고 판단하기도 하는데, 동시에 정적들의 연합을 논하여 마카리우스의 어둠과 패배의 가능성을 논하는 그녀의 행동, 마카리우스의 견해가 아니라 그를 향한 하이로드들의 시각이 궁극적인 판단이라는 식의 중요한건 원칙이 아닌 현실이라는 듯한 일종의 현실타협적인 모습은 레뮤엘에게 매번 거부감을 산다. 이런 그녀의 인식이나 자세에서 레뮤엘은 당신이 마카리우스를 싫어하는 것 같다고 안나에게 직접적으로 말하기도 하며 안나는 마카리우스에 대한 자신의 믿음에 ’지금은‘ 이라는 조건부를 붙이는 발언으로 무언가 부정도 긍정도 아닌 애매모호한 위치를 고수한다. 그녀는 프로크라스테스에서 황제의 영광으로 잠시 귀환한 레뮤엘에게 이렇게 말한다. 레뮤엘과 그 친구들의 흔들리지 않는 충성심이 부럽다고, 이에 레뮤엘은 ’너는 그러하지 않는가?‘ 라고 되묻는데 이때 그녀가 말하길 자신은 황제와 그의 대리인에게만 충성한다는 것이다.
이후 열병을 앓고 로키의 병상에 누운 레뮤엘에게 안나는 말했다. 자신은 그에게 혈청을 주사한 적이 없고 그건 레뮤엘의 꿈에 불과하다고. 그리고 레뮤엘이 그녀에게 건넨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죽는 법이다’ 라는 인사에 자신이 살인 말고 하는 것이 많다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드레이크는 로키에 리쳐와 접촉하는 자신의 정보원을 두고 있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레뮤엘이 꿈 속에서 보았던 안나와 그녀가 주사한 혈청은 정말 환상인 것인가, 대총사가 사망한 로키에서의 마지막 전투가 끝나고 리쳐의 궁전 안에 들어갔던 병사의 대부분은 질병으로 인해 사망해 버렸다고 하지만 레뮤엘은 이후로도 수십년간 살아남았다. 안나는 이 행성에서 듣는 백신은 없다고 부정했지만 드레이크는 궁전 안에서 사로잡은 적의 포로를 가리켜 이들에게서 항원을 추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내용상 그녀가 마카리우스를 암살한 것은 드레이크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쓰여 있으나 그렇다면 그녀가 드레이크를 어째서 살해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안나는 크라수스에게 납치되었다 돌아온 레뮤엘에게 정쟁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남을 길을 도모하라고 설득한 바 있고, 레뮤엘이 크라수스로부터 방금 자신도 하나를 제안받았다 건성으로 말하자 믿을만 한 것이 못된다고 만류한다. 성전의 내부사정에 당신이 발을 깊게 들였다는 그녀의 경고에 레뮤엘이 그 경고를 되돌려주자 안나는 자신은 이미 살 길을 준비하였다고 대답했었다. 비망록의 말미에 레뮤엘은 안나가 다른 주인을 또 섬기고 있었음을 의심하였고 그녀가 자신을 쏘지 않은데 대해 개인적인 감정보다는 그를 자신의 임무완수를 증명할 목격자로 살려두었다는 가능성을 이유로서 더 높게 평가했다.
카르스크의 언더하이브에서 마카리우스와 레뮤엘이 안나에 관해 나누었던 대화의 끝은 이렇다.
‘그녀가 여기에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자네가 그것 때문에 불안해 하는 게 보이는군, 그녀는 날 지키려고 있는 것이다, 자네가 걱정할 만한 인물이 아니라네, 레뮤엘. 저 여잔 제국의 충성스러운 하인이다.’
‘자네가 그것 때문에 불안해 하는 게 보이는군, 그녀는 날 지키려고 있는 것이다, 자네가 걱정할 만한 인물이 아니라네, 레뮤엘. 저 여잔 제국의 충성스러운 하인이다.’
이때 레뮤엘은 마카리우스가 자신의 '개인적 관심‘을 눈치채길 원치 않아 무표정을 유지하려 했다고 하며 마카리우스는 드레이크가 명상중인 방향을 한번 바라보더니 대답해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안나는 마카리우스의 말 대로 충성스러운 "제국"의 하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