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23 16:18:30

니힐 그라샤

니힐 그라샤
파일:니힐 그라샤.jpg
파일:니힐 황제 웹툰화.jpg
소설 삽화 웹툰
나이 112세[스포일러]
생일 12월 29일
체형 키 167cm, 마른 편[2]
직업 황제[3]
소속 그라샤
좋아하는 것
스포일러
반역, 들꽃
싫어하는 것
스포일러
히엠스 그라샤, 레지나 그라샤, 무력함, 흰색
취미 멍 때리기, 침략, 정복, 행패, 횡포, 폭정
특기
스포일러
복수
이상형 없음[4]

1. 개요2. 작중 행적3. 정체4. 평가5. 기타

1. 개요

"비천한 이름으로 여기까지 잘도 왔구나. 벌레보다 하찮은 너를 내 친히 거둬 주마."
"그러니 목숨 걸고 무덤에 갔다 오렴. 못하겠다면 죽어도 좋다. 나는 자비로우니 네 무능을 용서하마."
15화, 레나 루벨에게 목숨 건 충성을 강요하며.
그라샤 제국의 초대 황제이자 현 황제. 백발 벽안이며 112세인데도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 멸망한 그라샤 왕국의 마지막 공주로, 망자들을 물리치고 무너진 왕터에 제국을 세운 건국자이다. 괴팍한 성격에 14화의 서술에 따르면 "불가능한 일을 해내라고 요구하며 희생을 강요하는 자"라고. 제단을 모아오라는 것이 그의 첫 번째 명령이었으며, 공작들이 제단을 모아오자 망자들의 무덤을 정복하라는 명령을 새로 내린다. 자신의 명령에 잘 따르는 것만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 때문에 제국 사람들은 항상 그에게 "모든 것은 폐하의 뜻대로"라고 대답한다.

반역에는 자비를 일절 베풀지 않으며 발각됐을 시에는 밀고자까지 숙청하는 폭군이다. 자신을 향한 비방까지도 반역으로 취급하여 일족을 몰살하기에 루벨 후작은 어떻게든 레나를 없애 그 흔적을 지우고자 하고 있다. 황제로서 정무에도 무관심하며, 수도조차 성문에 들어서자마자 빈민가가 즐비하여 레나와 유니가 황제를 비판하기도 한다.

2. 작중 행적

공식적인 등장은 15화로, 건국제를 맞이하여 대례전에 모이는 이들 중 가장 늦게 행차하여 옥좌에 앉는다. 이때 코르셋에 리본을 화려하게 달아 어깨와 다리를 그대로 노출하고 목은 꽁꽁 싸맨, 경박스러워 보일 정도의 차림새였기에, 귀족들 모두 그 모습에 당황했다.[5][스포일러2]

니힐은 자다 깬 듯 나른한 목소리였다고 묘사된다. 처음 보는 애들도 있고 몇 번 본 애들도 있는데, 사실 누가 누군지 잘 구분이 안 간다며 이래서 늙으면 죽으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가 보다, 라고 말하자 장내가 고요해졌다. 그리고 무미건조한 "웃어, 농담한 거야."라는 한마디에 대례전은 모두가 억지로 마구 웃는 소리로 가득 차서 미치광이 같은 풍경을 이룬다. 이후 클라비스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무덤 정벌을 명하고, 남부공 대리 자격으로 참전한 레나를 맞이하나, 그녀의 서임은 목에 칼을 들이댄채 존중 없이 충성만을 요구하는 식이었고, 명령을 수행하지 못하겠으면 죽어도 좋다며 레나를 협박한다.

과거에는 직접 망자들을 토벌하였고, 그때의 기록을 전기로 남겼다. 균열이 열리고 무덤에서 망자들이 출몰했을 때부터 다섯 왕을 모두 만났을 때, 그리고 첫울음을 삼킨 왕의 심장을 탈취하려다 실패했을 때 등이 모두 쓰여 있다.

원정대가 첫울음을 삼킨 자들을 토벌하고 그중 레나가 왕의 심장을 회수하는데 성공하자 그 공을 치하하고, 남부에게 은으로 된 열쇠를 하사한다. 다음 날 승전제에서 순백색 연미복을 입고 클라비스와 동행한 니힐은 레나에게 이름을 기억했고 잘했다 칭찬한다. 그러나 레나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던 남부 기사 하나가 뒷담으로 그를 모욕하자, 클라비스와 니힐은 그 기사에게 황제의 발언에 이의를 제기한 사유로 반역죄를 묻는다. 이에 클라비스가 형벌을 요구하자 니힐은 갑자기 레나를 호출하고, 상황을 보던 레나에게 네 모자란 평판이 자신의 말을 의심하게 만들었다며 자기가 진정으로 치하받을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증명하라고 명한다. 그 증명 방식은, 나자의 아들, 리그난 아이테르너와 둘 중 하나가 검을 못 잡게 될 때까지 싸우는 데스매치였다.

그러나 린이 지략을 발휘해 결투 중 두 검을 모두 부서뜨리는 방식으로 조건을 충족했고, 두 사람 모두 돌이킬 수 없는 부상은 피한 채 결투가 끝난다.[7] 이로써 레나는 실력을 입증하여 황제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린과 레나의 과격한 칼싸움을 흥미롭게 구경하며 기분 좋아진 니힐은 레나에게 다음에는 예복 입고 춤추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말한 뒤 입을 잘못 놀린 기사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름 즐거웠으니 살려주마. 하지만 입을 잘못 놀린 벌은 받아라."
이후 그 기사는 클라비스의 권능에 의해 앙상하게 변하고, 클라비스는 "폐하의 자비로우심에 경의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본 참석자들 모두 억지로 그 말을 따라한다.

오직 힘으로만 지배하고 나라가 개판이 되는 것을 그냥 방관하고 있는 폭군이라 실제로 독살을 비롯한 암살시도가 일어난 적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황제의 암살을 자행한 사람은 클라비스로, 황제의 차에 몰래 남부의 큰곰도 일격에 죽일 정도의 맹독을 넣었다. 효과를 보이는듯 했으나 '고통스러워 할 뿐 죽지 않았고 그대로 책임을 물어 수많은 사람을 처형할 것을 선언한다.
나의 고통을 제국과 나누겠다. 모든 제국민이 반역자를 원망하게 만들겠다.
그 날 니힐은 87년 7월 30일이라는 날짜에 맞추어 귀족 87명과 관료 7명, 그리고 제국민 30명을 처형하여 이 선언을 지킨다. 이 충격적인 사건으로 대부분의 살해시도가 멈춘 듯하며, 주도자임에도 멀쩡히 살아남은 클라비스는 여전히 니힐의 죽음을 계획하고 있다.

이후 레나를 궁에 불러 대화를 나눈다. 레나가 무엇을 원하는지 물으며, 게으르고 포악하지만 100년간 황제로 군림한 사람답게 레나의 위험성을 의심하고, 린과의 관계, 카르도와의 관계나 속내를 꿰뚫는 질문을 던진다. 레나를 두고 나자를 닮았다고 언급하며 자신의 소유물로 인정하겠다고 선언하며 레나를 보낸다.

3.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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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힐의 전기는 작정하고 시기부터 날조된 거짓말이다.[8] 본명은 레지나 그라샤로 그라샤 왕국의 마지막 왕이었다.

고조부인 히엠스 그라샤의 마녀사냥과 폭정으로 나라는 위태로웠고, 이 때문에 선왕이었던 조부는 원래 왕세자로 책봉되었던 허약한 남동생을 대신해 강인한 성품의 그녀를 후계자로 지목한다. 레지나는 민생을 달래고 나라를 바꾸기 위해 즉위 후 2년간 최선을 다했고, 노력과 진심은 조금씩 빛을 발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녀의 외가였던 서부 동맹국에서 혁명이 일어났을 때, 귀족들의 압박으로 지원군을 보내면서 일이 시작된다. 지원군을 보낸 사실이 퍼져 그동안의 행보 역시 그저 기만이었을 뿐이라는 백성들의 분노와 배신감을 사게 된 것이다.[9]

자신이 왕으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도 잘 알았고, 또 그럴 의지 또한 충만했던 레지나였지만[10] 불행하게도 당시 그라샤는 그녀 혼자의 노력으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었다. 왕국의 쇠락으로 왕권은 약화되어 있었고, 그렇다면 신하들의 도움이라도 받아야 했지만 보수적인 귀족들은 오히려 그녀를 사사건건 흔들기만 했고 결국 백성들마저 등을 돌리자 그녀는 완전히 고립되는 신세가 되었다.[11] 원래부터 레지나를 좋게 보지 않았던 귀족들은 이 틈을 타 그녀에 대한 선정적인 비방을 퍼뜨려 사치스럽고 향락적인 폭군이라고 선동하며 몰아갔고, 결국 그 동안 노력한 보람도 없이 악하고 무능한 여왕이라는 이미지만 남아 민중들에게 증오받기 시작한다.[12]

결국 민란이 일어나 폭도들이 왕궁을 포위하였고, 귀족들에게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레지나는 여왕 신분으로 직접 나와 머리를 숙이게 된다. 계속해서 상황이 악화되어 가자 심상치 않음을 느낀 클라비스는 측근들을 추궁하여 이 사태의 원인을 알아낸다. 바로 전전대 왕인 히엠스가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 여왕을 세워 민중에 넘기면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유지를 내렸고 바로 그 대상이 레지나였던 것.[13] 그러니까 애초에 레지나가 왕으로 선택된 이유도 처음부터 버리는 카드로 써먹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한편 비밀을 알게 된 클라비스는 귀족들에 의해 연금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듬해, 상황은 더욱 심각해져 폭도들이 의회와 법정을 장악하는 지경까지 갔고 결국 레지나는 그들에게 재판을 받는 신세가 되었다. 재판이 시작되던 시점에야 클라비스는 간신히 레지나를 찾아갈 수 있었고, 동생의 폭로에 그녀 역시 겨우 진실을 알게 된다.[14] 한편으로 누나를 잃고 싶지 않았던 클라비스는 대신들이 제시한 목숨을 보전할 수 있는 조건 또한 알려주었으나[15] 그녀는 그 제안을 거절한다. 결국 레지나는 날조된 혐의들로 사형 판결을 받고 군중의 비난 속에 단두대에서 참수당하는 최후를 맞는다.[16]

단두대에서 처형당하고 결국 무덤으로 떨어진 레지나는 그곳에서 자신의 죽음을 깨닫는다. 곧이어 망자들이 그녀를 보면서 왕이 되어달라며 접근하지만 그들을 싸늘하게 대하며 달라붙는 족족 없애려 한다.[17] 그러다가 자신의 고조부 히엠스를 마주하게 되는데, 자신을 이 꼴로 만든 원수를 만난 나머지 이성을 잃은 레지나는 분노에 휩싸여 그를 공격하던 도중 복수할 힘을 주겠다는 망자들의 종용을 받게 된다. 악에 받쳐있던 그녀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그녀의 몸의 일부분은 이를 거부했고, 결국 그 일부를 떼어낸 후 복수귀 니힐이 되는 길을 선택한다. 한편 니힐이 뜯어낸 레지나의 일부는 망자들에 의해 석상 모습의 레지나가 되는데, 이 레지나는 왕이 되어달라는 망자들의 부탁을 다시 거절한다.[18]
나는 다시 돌아가 너희를 지배하리라. 산 자는 죽은 자를 감당하지 못하리라.

용서받지 못한 왕이 레지나이며, 죽어서 무덤으로 떨어진 레지나는 망자의 왕이 된 것. 무덤 속에서 긴 시간을 보낸 끝에 다시 지상으로 나오게 된다. 무덤을 열고 나온 최초의 망자가 본인이었던 것이다.

무덤에서 돌아온 그녀는 원래의 이름을 버리고 자신을 니힐이란 이름으로 칭한다. 이듬해에 제국을 선포한 니힐은 주변의 나라들을 복속시키기 시작했고, 결국 대륙을 통일하는데 성공한다. 한편으로 자신의 통치를 정당화하려 했던 그녀는 본인이 멸망한 왕국의 마지막 왕이자 무덤에서 돌아온 망자임을 철저하게 숨기고, 되려 자신이 나서서 망자들을 토벌하여 황제가 된 것으로 역사를 조작한다.[19] 이 작업은 나름대로 성공적이어서, 레나의 시대로 가면 왕국이 어떻게 멸망했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정도였다.

여담으로 레지나가 왕위에 오르고 나서 처음으로 한 일 중 하나가 왕실에서 그동안 쉬쉬해왔던 히엠스 시대의 마녀사냥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신원을 복권해준 것이었다. 자신의 치세에는 다시는 이런 일들이 없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는데, 얄궂게도 본인이 그 마녀사냥의 희생자가 되어 목숨을 잃고 말았다. 최후반부에서 처형 당일의 레지나 역시 자신이 처했던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해 마음속으로 깊이 고뇌했고[20] 결국 이것이 무덤 안에서 그녀의 인격을 둘로 갈라지게 한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21]

생전에 유일한 혈육이었던 클라비스를 엄청나게 아꼈다. 비록 그의 나약함 탓에 그녀가 어려울 때 직접적으로 도와주지는 못했지만 사방이 적이었던 그녀 입장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진심으로 지지해주던 동생이었기에 레지나는 처형당하는 날까지도 그를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단두대로 올라갔다. 니힐로 돌아온 이후에도 그녀는 클라비스만큼은 무슨 짓을 해도 해치진 않았는데, 심지어 그가 몇 번이고 자신을 암살하려고 했음에도 동생은 그대로 놔두고 다른 대상에 분풀이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클라비스가 미쳐버린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지만. 소멸되기 직전 레지나가 레나에게 한 마지막 부탁도 동생에게 그동안 미안했다고 전해달라는 것이었다.

4. 평가

이 작품의 최종 보스로 제목의 용서받지 못한 그대가 뜻하는 대상이다. 가해자가 된 피해자의 극단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데 생전에는 기울어가는 나라를 구해보려 애쓰던 좋은 왕이었으나 알아주는 이 하나 없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고, 결국 무덤에서 인격이 갈라져 돌아온 이후에는 정말로 단두대에 올라가도 지나치지 않을 잔혹한 폭군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본인의 원수들에게만 복수를 한 것도 아니고 긴 세월 동안 자신의 죽음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쳤다는 점에서는 측은한 사정을 고려해도 비판을 피할 수가 없다.[22] 거의 한 세기 동안 제위에 있었으니[23] 그 시대를 살아갔을 사람들에게 그녀의 지배는 끝나지 않는 악몽이었을 것이다.

다만 황제로서의 행적과는 별개로 여왕 레지나의 삶은 굉장히 기구했던 것이 사실이라 그녀가 복수의 길로 들어선 것 자체는 이해가 간다는 독자들이 적지 않은 편이다. 물론 레나 같은 경우도 있지만 이건 그 쪽이 대인배인 것이고,[24] 애초에 레지나가 생전에 받아야 했던 고통은 레나 쪽과 비교해도 스케일이 다른 수준이었다. 역설적으로 온 나라에서 부당한 비난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걸 견디면서도 흐트러지지 않고 죽음을 맞았던 것을 보면 확실히 왕으로서 요구되는 강인함을 갖추긴 했던 듯.

한편 니힐과 갈라진 다른 인격의 레지나의 경우 본작에서 제일 불행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살아서는 고생만 하다가 비참하게 죽음을 맞았고, 죽어서도 자신의 다른 인격이 사랑하던 나라를 유린하는 것을 보며 죄책감을 느껴야 했다. 게다가 왕이라는 위치 때문에 지상에서나 무덤에서나 타인에게 의지가 필요할 때에도 제대로 내색 한 번 하지 못했고, 결국 늘그막에야 겨우 자신이 도와준 친구에게 구원받을 수 있었다.[25] 그나마 레나의 활약 덕분에 니힐을 멈추는데 성공했고, 소멸되기 직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남은 자들에게 자신(니힐)의 잘못에 대한 사과나마 전할 수는 있었으니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으면서 눈을 감았을 듯 하다.

5. 기타

레나라는 이름은 그녀(정확히는 레지나)의 애칭이기도 했다. 레나 루벨과의 첫 대면에서 비천한 이름 운운한 것도 이 때문.

수프처럼 굳이 씹지 않고 넘길 수 있는 음식을 선호한다.

자신의 죽음에 관련된 사건, 특히 재판과 처형 순간에 대해 꽤 트라우마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종종 이 사건들을 떠올리면서 발작하거나 악몽을 꾸는 묘사가 있다. 회상을 통해 나온 그녀의 재판 장면은 영락없는 인민재판이었고, 처형당할 때에도 저주와 험담 속에서 죽어야 했으니 딱히 이상한 반응은 아니다.



[스포일러] 향년 21세 [2] 클라비스와 같은 표현이다. [3] 교황도 겸한다. [4] 성애의 개념이 없음. [5] 니힐의 절대권력을 나타내는 장치. [스포일러2] 작가 트위터에 따르면, 이 옷차림은 레지나였던 시절의 강박과 반발의 산물. [7] 린은 동부공의 지위를 물려 받은 후 니힐에게 일종의 장난감으로 찍혀서 정말 개같이 굴렀는데 니힐에게 제대로 찍힌 후 흥미가 떨어질 때까지 과정을 살아서 통과한 몇 안되는 사람이다. 황제의 변덕스러운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만한 짬이 있기에 갑작스럽게 시험이 떨어졌을 때 순간적으로 레나와 자신의 안위 + 결투의 조건 + 니힐의 흥미를 동시에 충족할 방법을 생각해 낸 것. [8] 이 가짜 전기는 동생인 클라비스의 작품이다. 그동안 누나에게 도움 하나 주지 못했던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꼈던 클라비스는 니힐이 제국을 건국할 때 그녀를 도울 수 있는 일은 모두 했고, 가짜 전기 저술 또한 그러한 작업 중 하나였다. 참고로 전기를 쓰던 시점의 클라비스는 자신의 옆에 있는 누나가 사실 이미 처형당했고 망자로서 되돌아온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9] 사실 본인도 처음에는 지원을 거절하려고 했다. 귀족들의 압박을 이겨낼 힘이 본인에게 없었든지 혹은 '이번에 귀족들의 의견을 수용해주면 다음에는 귀족들이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마지못해 허가해 준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이는 레지나의 패착이 되었다. 귀족들은 끝까지 그녀를 도울 생각 따윈 없었고, 기존에 그녀를 지지하던 평민들의 반감만 산 꼴이 되었기 때문. [10] 사실 원래대로면 왕이 되지 못할 운명이었으니 자신이 왕위를 이어받을 자격이 있었음을 누구보다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11] 물론 레지나가 정치력 또한 매우 뛰어났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고, 애초에 고작 10대 후반에 후계자 교체로 갑자기 즉위하게 된 여왕에게 이런 능력까지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 비정상적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던 것. [12] 처형당하기 직전에는 쓸모없는 왕이라는 뜻의 무용왕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상태였다. 이 별명은 무덤에서 돌아온 이후 그녀가 새로 지은 니힐이라는 이름의 뜻(nihil;무가치함)과도 의미가 닿아 있다. [13] 게다가 히엠스는 군주로서도 폭군이자 암군이었어서 나라를 말아먹는 데에도 크게 일조했다. 이런 주제에 후손 하나를 꼭 찍어서 자신이 받아야 했을 대가를 떠넘기기까지 했으니 레지나 입장에선 조상 이전에 원수나 다름없는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14]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이 때 레지나는 굉장한 허탈감을 느꼈다. 그동안 심하다 싶을만큼 일이 풀리지 않았던 것이 단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주위를 둘러싼 자들의 거대한 음모였고, 본인만 그것을 모른 채 그렇게 발버둥쳐왔던 것이다. [15] 동생에게 양위 및 자신에게 걸린 모든 혐의를 인정하면 처형 대신 유폐로 감형해주겠다는 게 그 조건이었다. 클라비스는 나름대로 누나를 살려보겠다고 얘기를 꺼낸 것이지만, 레지나에게 이 조건은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모두 포기하라는 통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16] 많은 심장을 가진 왕은 니힐을 두고 목 잘린 여자라고 불렀고, 실제로도 니힐은 목에 그 흔적이 남아 있어 항상 목을 가리고 다닌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17] 죽기 전까지 고고한 모습과는 정반대로 여기서 그녀는 증오와 원망의 감정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단두대 앞에서는 참았지만 자신의 처형에 대해서 억울함과 분노가 솟았던 건 어쩔 수 없었던 듯. 사실 그녀 입장에선 망자들과 그라샤의 백성들을 겹쳐볼 수밖에 없었고, 그 백성들에게 처형을 당해 지금 막 무덤으로 떨어진 시점에서 당연히 그들에게 좋은 감정이 들 리 만무했다. [18] 결국에는 레나가 이들의 왕이 되어준다. [19]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그녀를 처형했던 관계자들이 싸그리 죽거나 까마귀가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20] 자신의 처형이 백성들에게 새 시대를 열어줄 것이라 믿으며 운명을 받아들이긴 했으나, 한편으로는 그 새로운 시대가 (자신이 왕으로서 그렇게나 막고자 했던) '억울한 죽음'으로 시작되는 시점에서 이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가 하는 의구심도 마음 한켠에 가지고 있었다. [21] 니힐이 레지나였던 자신을 그렇게나 혐오했던 이유 역시 여기에 있었다. 억울한 죽음을 막겠다고 다짐했으면서, 정작 자신에게 그런 상황이 닥치자 왕으로서 책임을 다한다는 이유로 무력하게 죽음을 받아들였기 때문. [22] 사실 이것은 자신(레지나)에게 하는 복수이기도 했다. 레지나가 미웠던만큼 그녀가 사랑했던 나라를 파괴하려 했던 것. [23] 재위기간이 무려 90년이다. 참고로 레지나가 그라샤의 여왕 자격으로 통치한 것은 단 3년. [24] 그리고 사실 레나도 처음에는 아버지를 비롯한 원수들에게 복수하려고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를 막아섰던 것이 레지나였는데, 자신이 무덤에서 분노를 참지 못하고 복수를 택했던 결과가 어땠는지 알았기에 친구가 자신의 전철을 밟는 꼴만큼은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25] 레나가 니힐과 최종결전을 벌이기 전 레지나와 작별인사를 하러 갈 때, 작중 시종일관 강한 모습을 보이던 그녀가 레나에게 구원을 원하는 자신의 본심을 들키자 이 때만큼은 레나를 부여잡고 눈물을 펑펑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