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06 14:57:46

긴급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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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대한민국의 긴급명령
2.1. 법적 근거2.2. 역사2.3. 2020년 코로나 관련

1. 개요

긴급명령(緊急命令)은 긴급한 국가 위기상황에서 국가원수나 이에 준하는 권한이 있는 사람이 법에 따른 권한에 상관없이 긴급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명령이다.

편의상 본 문서에 '비상명령'이 리다이렉트 처리가 되어 있지만, 사실 비상명령은 긴급명령과 위상이 아주 다르다. 긴급명령이 법률에 준하는 법률대위명령인 데 반하여, 비상명령은 헌법에 준하는 헌법대위명령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유신 헌법에서의 긴급조치, 5공 헌법의 비상조치를 예로 들 수 있다.

한국법제연구원 법령번역센터에서 제공하는 헌법 영어본에서는 긴급명령은 'emergency order(s) by the president'로, 긴급재정경제명령은 'emergency financial and economic order(s) by the president' 로 번역하고 있다.

2. 대한민국의 긴급명령

2.1. 법적 근거

대통령이 긴급명령을 선언할 수 있는 권한은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76조
① 대통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
② 대통령은 국가의 안위에 관계되는 중대한 교전 상태에 있어서 국가를 보위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가 불가능한 때에 한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
③ 대통령은 제1항과 제2항의 처분 또는 명령을 한 때에는 지체없이 국회에 보고하여 그 승인을 얻어야 한다.
④ 제3항의 승인을 얻지 못한 때에는 그 처분 또는 명령은 그때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이 경우 그 명령에 의하여 개정 또는 폐지되었던 법률은 그 명령이 승인을 얻지 못한 때부터 당연히 효력을 회복한다.
⑤ 대통령은 제3항과 제4항의 사유를 지체없이 공포하여야 한다.

76조 1항은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말하고 2항이 긴급명령을 말한다. 상호 요건이 다르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같은 권한이 아니지만, 긴급재정경제명령 또는 긴급명령 대부분을 선언한 이승만은 이를 구분하지 않고 똑같이 긴급명령으로 선언했다. 1963년 개헌에서 긴급재정경제명령과 긴급명령을 명확히 분리해 놓았지만, 정작 그렇게 분리한 박정희 정부에서도 재정경제명령인 8.3 사채동결조치를 긴급명령으로 발효했다. 실무적으로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명시한 최초의 사례는 1987년 개헌 헌법하에서 발효된 제16호고, 이것도 번호는 기존 긴급명령에서 이어진다.

이는 행정부의 수장이기도 한 대통령이 입법부의 권한을 침범하는 행위로서 대통령의 독재로도 연결될 수 있는 행위지만, 입법부가 법을 만들 시간을 기다릴 수 없이 정말 급할 때에 긴급하게 대처하기 위해서 필수적이다 보니 대통령이 헌법과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권한이다. 독재로 빠질 위험을 막기 위해 국회가 법을 만들 시간이 없을 만큼 긴박할 때에만 사용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사후에 입법부의 승인을 받을 것을 요구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평시에 선언한 긴급명령은 거의 없다. 긴급명령을 내린다 하더라도 정식 법률로 자리잡으려면 긴급명령을 계승하는 정식 입법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금융실명제 같은 예외적인 상황이 아닌 이상 굳이 평시에 긴급명령을 내릴 상황이 잘 안 나온다.

2.2. 역사

제헌시부터 9차에 이르는 개정까지 꾸준히 대통령이 보유했지만, 쓰는 것 자체가 대사건인 만큼 수많은 역대 대통령 중에서 재임 중에 이를 행사한 것은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세 명밖에 없다. 그마저도 이 중 절대 다수인 14번을 선언한 이승만은 14호 하나를 제외하면 죄다 재임기 중에 터진, 실제로 긴급한 상황이었던 6.25 전쟁 시기에 썼고, 나머지 둘은 각각 한 번씩만 썼다.

박정희는 긴급명령을 한 번밖에 쓰지 않았지만, 그 뒤에 유신 헌법으로 긴급명령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국민의 기본권까지도 제한할 수 있는, 사실상 헌법과 동일한 효력의 긴급조치를 신설해 총 9회(이 중 긴급조치 해제가 3회)를 행사했다. 이 자체는 긴급명령과는 별개라서 번호도 따로 쓴다. 긴급조치는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의 군사 독재 초기인 8차 개헌 때에 없앴다.비상조치로 이름만 바꿨다

아래는 대한민국 헌법에 의하여 발효한 긴급명령. 이 중 제12호는 소위 ' 발췌 개헌 헌법'에 의하여 발효했다. 13호부터는 현행 헌법의 기준에 따르면 긴급명령과는 다른 긴급재정경제명령에 해당하지만 번호는 같이 묶어 쓴다. 특히, '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긴급재정경제명령'은 최초로 '대통령긴급재정경제명령'이라는 이름이 붙은 법규범이나 번호를 제1호로 하지 않고 기존 '대통령긴급명령'의 번호에 이어서 제16호가 되었다. 현재까지 가장 최근에 긴급명령을 발동한 사례는 지난 1993년에 발표된 제16호인 김영삼 대통령의 금융실명제였고, 현재까지 12호만이 유일하게 후속 입법도 부동의도 없이 남아있는 긴급명령이다.

2.3. 2020년 코로나 관련

2020년 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규모 확산 사태로 여당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주장이 거론돼왔다. 이때 여당 일부에서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내려야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추경안 심의에 들어가면서 묻히는듯 했다.

그러나 이후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2020년 4월 5일에 전 국민에게 50만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일주일 안에 지급해야한다고 주장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동의했고 이러면서 긴급명령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일어나고 있다. 다만 위의 긴급명령 관련 헌법 조항에서 보듯 대통령이 긴급명령권을 발동하고 이것이 유효할 수 있는 상황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어, 결국은 실현되지 않았다.

법 조항을 봐도 알겠지만, 긴급(재정경제)명령은 국회 소집의 여유가 없다고 판단될 때나 중대한 교전 상태에 한정해서 쓸 수 있는 것이고, 더구나 대통령이 긴급명령권을 발동하더라도 이 명령을 승인하려면 임시국회를 소집해야 한다. 따라서 어차피 임시국회를 소집해서 법안을 만들 거라면 굳이 긴급명령권씩이나 나올 필요가 없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예산비법률주의 국가로 예산과 법률을 별도의 개념으로 운영하는 국가다. 긴급재난지원금은 결국 국민들에게 지원금을 제공하는 예산 편성 및 집행의 문제이므로 법률 대위의 긴급명령 발동만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수 없다. 즉 긴급명령을 발동하더라도 예산안 추경을 추가적으로 해야만 했던 사안이었다. 긴급명령만 발동하면 재난지원금 지급이 가능한 것처럼 호도했던 당시 논의가 21대 총선만을 의식한 채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1] 1962년 1월 20일에 제정된 군법회의법(법률 제1004호)은 이후 여러 번의 개정을 통해 군사법원법으로 명칭이 변경되어 2023년 10월 24일 기준으로 법률 제19744호로 존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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