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6-02 21:39:01

격자형 도시


도로망 형태에 따른 도시 분류
선형 격자형 방사형 방사환상형
직교방사형
파일:맨해튼 항공사진.jpg 파일:강남 위성사진.png
뉴욕 맨해튼 서울 강남
格子形都市

1. 개요2. 역사3. 특징
3.1. 토지 이용3.2. 교통망
3.2.1. 도로망3.2.2. 철도망
3.3. 도시 개발3.4. 도심 형성
4. 한국의 적용 사례5.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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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도시 계획에서, 도로망이 바둑판 모양으로 이루어진 도시를 말한다. 도로가 직각으로 교차한다 하여 직교형 도시(直交形都市), 우물 정(井) 자로 생겼다 해서 정자형 도시(井字形都市), 도시가 네모꼴로 생겼다 하여 방형 도시(方形都市)라고도 한다.

가장 기본적인 도시 계획이며, 전근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도시가 격자형 도시로 계획되었다. 대표적인 예로 뉴욕 맨해튼이 있다. 특히 한자 문화권에서는 도성제(都城制)라고 하여 수당시대 장안성을 본따 만든 격자형 도시 계획이 한자 문화권 내 많은 국가의 도시 계획에 영향을 주었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도시 중에 현존하는 도시가 바로 서울 사대문 안 지역과 일본 교토다.

직교형 도로망이 기본이 되는 도시에 몇몇 핵을 중심으로 방사형 도로망을 추가한 경우는 ' 직교방사형 도시'라고 한다.

2. 역사

기록으로 전해지는 최초의 격자형 도시 계획은 기원전 4세기에 설계된 고대 그리스 식민 도시 밀레투스이며, 이 도시의 설계도는 오늘날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밀레투스의 도시 계획은 훗날 로마 제국 도시 계획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다만, 기록상 전해지는 최초의 격자형 도시가 밀레투스라는 것이지, 밀레투스 이전에도 격자형 도로망을 갖춘 도시는 있었던 것으로 주정되며,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일부 도시 유적에서도 그 흔적이 종종 발견된다.

한편, 한자문화권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도시의 도로망을 격자형으로 짓곤 하였으나, 동아시아식 격자형 도시의 본격적인 효시는 수당시대 장안성이다. 이 장안성은 도교 주역(周易)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으며, 6세기 무렵부터 본국인 중국 내 다른 도시들은 물론이고, 발해· 신라· 일본 등에서도 장안성을 모방하여 도시를 설계하기 시작하였다.

중국의 도시들은 대개 평지에 도시 성곽을 쌓는 방식이라 수당시대 이후에도 장안성과 거의 같은 모양의 방형 도시들이 기본이 되었던 반면, 한국에서는 거의 분지 지형에 도시를 만드는지라 격자형 도시를 기본으로 하되, 자연지형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상당 부분 변형되었고, 일본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전하면서 이러한 형태를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된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격자형 도시가 꾸준히 만들어졌던 반면, 유럽에서는 중세 이후로 중앙집권국가들이 거의 해체되고 봉건제가 자리잡으면서, 일본과 마찬가지로 을 중심으로 한 도시들이 생겨났고, 로마식 격자형 도시들은 이 시기에 자취를 감추었다. 한국이나 중국처럼 오랜 기간 중앙 집권 체제를 유지한 국가들은 격자형 도시 계획을 꾸준히 이어 나가고, 일본이나 유럽처럼 중앙 집권 체제가 해체된 곳은 격자형 도시 계획이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알 수 있듯이, 이는 단순히 도시 계획일 뿐이 아니라, 특정 국가의 지배 체제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1]

르네상스 이후로 절대군주정이나 공화국 등의 중앙집권국가가 들어서면서부터는 다시 격자형 도시 계획이 적용되기 시작하였으며, 당시 한창 도시 건설에 열을 올리고 있던 미국에서 주로 격자형 도시 계획을 적용하였다. 워싱턴 D.C. 방사형 도시로 세워졌지만, 뉴욕 맨해튼 1811년에 '맨해튼 그리드 계획'이 나오면서부터 완전한 격자형 도시로 만들어졌고, 이후 미국의 기본적인 가로망 체계가 격자형으로 자리잡으면서 미국 도시는 대체로 격자형을 띄고 있다.

3. 특징

격자형 도시는 지형적 장애물이 없는 평지 지형에 적합하다. 격자형 도로망으로 지어졌던 한국 읍성들도 대부분 평지 지형에 지어진 것이다. 산지에다가 격자형 도시를 지었다가 제대로 피를 본 곳이 바로 성남 구시가지이며, 서울 강남 구릉지에다가 격자형 도로망을 놓은 탓에 도로들의 경사가 상당하다.

3.1. 토지 이용

격자형 도시의 가장 큰 장점은 효율적인 토지 이용에 있다. 인간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은 대개 사각형이기 때문에, 건물이 사각형일 때 물건을 배치하기가 편리하고, 동선도 안정적이다. 이에 따라 건물도 사각형으로 발전해 왔으며, 토지가 사각형일 때 가장 많은 면적을 사용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격자형 도시는 인간의 생활에 가장 적합한 도시 구조라고 할 수 있으며, 다른 도시 모델에 비해 더 많은 인구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효율적인 토지 이용은 다시 말해서 자투리 땅이 거의 남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워 두는 땅이 없이 거의 모든 면적이 개발되는 것이다. 방사형 도시의 경우는 토지 구획이 사각형으로 딱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자투리 땅이 많이 나오고, 그런 부지에 소형 공원이나 시설을 설치하여 공공용지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격자형 도시는 인위적으로 한 구획을 비워 놓지 않는 이상 여유 부지가 생기지 않으며, 만성적인 시설 부족에 시달리는 난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미관적인 측면으로 봐도 어딘지 모르게 꽉 차 있는 도시, 반복되는 일직선과 십자 교차로는 자칫 단조롭고 삭막하다는 인상을 주기 십상이다. 풍경의 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방사형 도시의 경우는 한 지점으로 도로가 모이게 하고, 그 중심에 조형물이나 랜드마크를 세워 도시 어느 곳에 있어도 랜드마크를 감상할 수 있으나, 격자형 도시는 아무리 예쁜 랜드마크를 세워도, 어지간히 높은 마천루가 아니고서야 몇 발짝만 옮기면 다른 건물들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생활에는 최적화되더라도, 아름다운 도시가 되기는 어려우며, 근대 이후로 이러한 풍경에 변화를 주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하였다.

3.2. 교통망

3.2.1. 도로망

방사형 도시에서는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까지 거의 직선으로 이동할 수 있는 반면, 격자형 도로망은 계속해서 도로를 갈아타면서 커브를 돌아야 한다. 또한 교차로가 매우 많아 신호를 많이 받아야 하므로, 방사형 도시에 이동 거리와 이동 시간 모두 크게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대각선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에는 거의 배에 가까이 늘어난다.

서울 강남에서 운전을 해 본 경우라면 알겠지만, 신사역에서 학여울역까지 직선 거리는 5km이나, 실제 최단 거리는 영동대교 남단에서 꺾어서 가게 되므로, 직선 거리 대비 2km 늘어난 7km 정도가 된다. 이러한 문제를 맨해튼이나 바르셀로나 같은 격자형 도시에서는 사선으로 도로를 뚫어 어느 정도 해결을 보았다.

교통량이 한 도로로 집중되는 방사형 도로망과는 달리 우회 경로가 많으므로, 교통 체증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유연하게 경로를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3.2.2. 철도망

지하철을 지을 때에는 격자형 도로망이 쥐약이다. 격자형 도시에 있는 지하철 노선들을 보면, 구불구불 이어지며 선형이 몹시 안 좋은 경우가 있는데, 지하철을 지을 때에는 대개 사유지 지하를 피해서 도로 지하에다 짓으므로, 노선이 한 도로를 따라서 직선으로만 쭉 이어지지 않는 다음에야 반드시 교차로 지하에서 커브를 하게 되니 굴곡노선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열차가 이렇게 곡선을 지날 때에는 탈선을 방지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고 운행하며, 또한 소음도 심하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도심 구간이 딱 이런데, 격자형 도시 내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이동하려 하다 보니, 계속해서 교차로에서 꺾으면서 안내방송이 안 들릴 정도의 소음이 난다. 이마저도 사유지 지하를 얼마 정도 침범하면서 지나가는 것이고, 종각 드리프트로 유명한 서울 지하철 1호선은 사유지를 침범하지 않고 교차로에서 곧장 꺾어 버리기 때문에, 소음이 엄청나게 심하고, 주행 속도도 엄청나게 느려진다.[2]

특히 도로 교통에서는 교통 체증 문제로 일부러 우회 도로를 만들면서 교통량을 분산시키려고 하지만, 철도 교통은 한 지점에서 최대한 많은 노선이 교차하도록 만들어 하나의 환승역에서 여러 방향으로 향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여러 도로가 한 지점으로 모이게 설계되는 방사형 도시는 이러한 특성에 알맞게 대응할 수 있으나, 격자형 도시에서는 한 지점으로 철도를 모이게 하기 위하여 일부러 노선을 꺾어야 한다.

3.3. 도시 개발

격자형 도시는 아닌 (面, Grid)으로 넓어진다는 특성이 있다. 한 그리드, 한 그리드씩 개발하면서 확장되는 것이다. 그리드로 이루어진 한 구역에 개발을 집중시키고, 그 구역 안에 주민들의 생활에 필요한 각종 시설 인프라를 구축하는 식으로 개발한다. 여러 방향으로 원에 가까운 모양을 그리며 확장하는 방사형 도시 방사환상형 도시보다는 난개발의 위험이 적다.

한자문화권의 도시는 전통적으로 방리(坊里)라 하는 마을 단위의 행정구역이 있었는데, 방()은 격자형 도로망을 이루는 읍성 내에서, 도로를 기준으로 구분되는 네모 꼴의 행정구역이었으며, ()는 성 밖의 자연 부락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행정구역이었다. 이는 선형의 거리를 중심으로 확장되며 생활권을 이루는 서양의 도시와는 달리, 면형의 구역이 하나의 생활권을 이루던 한자문화권 도시의 특성에서 기반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경우는 현대에도 이러한 행정구역 체계를 사용하고 있으며, 도로명주소가 시행되고 있는 지금도 시민들이 지리를 인식하는 개념이 선으로 이루어진 거리보다는 면으로 이루어진 에 기반하고 있다.

3.4. 도심 형성

격자형 도시는 유동 인구의 집중이 어렵고, 오히려 분산이 일어나는 구조이다. 본 문서의 도로망 문단에서 언급했다시피, 경로를 유동적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우회 도로가 많다는 것 자체가 사람들이 어느 한곳으로 집중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격자형 도시는 종로처럼 인위적으로 상권을 육성하지 않는 다음에야 자연적으로 도심이 발생되는 구조가 아니며, 자연적으로 상권이 생기는 경우에는 중구난방으로 형성되며 하나의 통합된 도심을 이루지 못 하거나, 도심이 생긴다고 해도 도심이 굉장히 기형적인 구조로 성장할 여지가 있다.

도로들이 평행을 달릴 뿐,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도심 형성의 큰 장애물이라 할 수 있다. 방사형 도시의 경우는 계속해서 연결되는 구조로서, 걷다 보면 또 다른 거리가 나오고, 그 다음에는 또 다른 거리로 연결되는 식이라, 상권이 도로를 따라 계속해서 확장된다. 그런데 격자형 도시처럼 면으로 넓어지는 도시는 길을 가다가 중간에 꺾어야만 다른 거리가 이어진다. 가령 종로 을지로를 둘 다 구경하고 싶다면, 세종대로사거리에서 흥인지문 앞으로 갔다가, 거기서 우로 꺾어서 오간수교를 건넌 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앞에서 다시 우로 꺾어 서울시청 방향으로 향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비효율적인 동선으로는 상권이 이어지며 확장되기 쉽지 않다. 또, 사람의 심리상 직진을 하게 되어 있지, 굳이 길을 꺾어 가면서 거리 구경을 하게 되지는 않는다. 오늘 종로를 구경하면 을지로 구경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종로와 을지로는 겉보기에는 하나의 도심을 형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세부적으로는 별개의 도심으로 발전하면서 이질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4. 한국의 적용 사례

한국의 경우는 전통적으로 격자형 도시가 도시 계획의 기본이 되었고, 현대에 와서도 좁은 국토 면적상 토지 이용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계속해서 격자형 도시를 지었다. 때문에 대부분 한국의 도시들은 지금까지도 격자형 도로망 형태를 띄고 있으며, 이는 1990년대 1기 신도시 건설 때까지도 이어졌다.

2000년대 들어 2기 신도시 건설 때부터는 그간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도시 구조인 방사환상형 도시 계획을 도입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3기 신도시 건설 때부터는 다시 격자형 도로망으로 회귀하고 있는 상황이다.

5. 목록

5.1. 역사 속 도시

5.2. 현존하는 도시

5.2.1. 대한민국

5.2.2. 중국

5.2.3. 일본

5.2.4. 미국

5.2.5. 유럽


[1] 이는 사실 격자형 도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고, 방사형 도시 방사환상형 도시 등의 도시 계획 전반에 모두 적용되는 이야기다. 예로부터 도시 개조나, 도시 건설 사업은 왕의 명령으로 시행되었던 사례가 많은데, 이는 통치력 강화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정조 수원화성이나, 나폴레옹 3세 파리 개조 사업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2] 종각 드리프트 문서에 상세하게 나와 있지만, 종로선 공사 당시, 커브를 돌려고 하는 곳에 하필 동아일보 사옥(現 일민미술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초 계획은 동아일보 사옥 지하를 지나게 하려 했으나, 아무래도 정부와 언론 사이가 민감한 시절이라, 동아일보 측의 반발을 예상한 정부가 동아일보 사옥을 피해 세종대로사거리에서 곧장 커브를 돌도록 설계하였다. 다만 지도에 나오는 것처럼 거의 직각에 가까운 커브는 아니고, 세종대로사거리를 270° 가량 돌아서 가도록 만들었다.